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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
나태주 지음 / 니들북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러분 힘든 일이 있더라도, 잠시 실망했더라도, 기죽지 말고 사세요. 살다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요? 꽃을 피우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요? 좋은 세상이 있지 않을까요? 이건 자존심의 문제입니다. 더 나아가 자존감의 문제이지요. 자존감이란 게 뭡니까? 스스로를 높이는 마음입니다.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남도 높일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거예요... 자존감이란 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 스스로가 나를 인정하고 높이는 마음입니다. p.47
나태주 시인의 글과 칼 라르손의 그림이 만나 아름다운 책이 탄생했다. 자세히 볼수록, 오래 볼수록 더 아름다운 책이다. 이 책은 EBS 클래스ⓔ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을 문장으로 풀어 옮긴 것이다. 20분짜리 연속 강좌 12회분이 고스란히 인생수업 12강으로 재탄생했는데, 각각의 챕터들은 자존감, 결핍, 행복, 터닝포인트, 가족, 성공 등 열두 가지 인생의 주제에 대한 시인만의 답이기도 하다. 시인은 강연의 포커스를 '오늘을 사는 젊은 청춘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고민하는지'에 맞추었다고 말한다. 힘들고 고단한 나날 속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것은 젊은 층이든 그렇지 않든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구에게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라는 시, '풀꽃'을 쓴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간결하고 단순한 언어와 짧은 분량으로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읽을 수 있어 시를 잘 모르더라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따뜻하고 사려 깊은 말투도 시만큼이나 다정해서 노시인이 들려주는 인생의 지혜가 담백한 위로처럼 다가온다.
나태주 시인은 시를 통해서 세상 곳곳에 높여있는 아름다운 것들과 애틋한 사랑에게 안녕을 전하고,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시인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살포시 가져와 시로 써 내려가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인지 시들을 이루고 있는 언어들이, 감정들이 다정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혹시 지금 겪는 고난 덕분에 다소 억울하고 화가 나더라도, 조금 더 참고 견디면서 언젠가 이 고난이 우리에게 좋은 것을 쥐여 준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시인은 말한다. 그는 살아날 확률 10만 분의 1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살아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인생에는 이런 반작용도 있다고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꿈꿔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아름다워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우리 옆에 남아 있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축복이 되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노래와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p.161
우리는 때로 너무 잘하려고만 해서 힘들어지곤 한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고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가짐도 살면서 필요한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행복이란 가까운 곳, 내 안에 있는 것이며, 사랑이란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 자존감이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높이는 마음이며, 좋은 시는 책이 아닌 인생 속에 있다고 시인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야기한다.
'쓸쓸해져서야 보이는 풍경이 있고, 버림받은 마음일 때에만 들리는 소리'가 있는 법이다. 우리는 그럴 때 평소에 안 듣던 음악을 찾아 듣고, 시를 읽고, 영화를 본다. 사는 건 매번 만만치 않은 일이고, 사랑 역시 결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며,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해서 쉬운 일은 절대 없다. 일상이 전쟁처럼 치열하고, 사는 게 매일매일 너무 바쁘지만, 그래도 가끔은 한숨 돌리고 마음의 여유를 좀 가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스웨덴의 국민 화가 칼 라르손이 그린 많은 작품들은 아내 카린과 함께 손수 꾸민 집과 8명의 아이들의 일상 풍경들을 주로 담고 있다. 마당에서의 대가족 점심 식사, 강가에서의 뱃놀이, 그림 같은 집안에서의 홈 파티, 아내와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 정원에서 뛰노는 풍경, 강아지와 함께 하는 일상 등.. 너무도 따뜻하고 예쁜 풍경들 속에서 행복이 묻어 나온다. 스웨덴의 목가적인 풍경과 소소하고 평범한 가정의 모습들은 우리의 일상과 꽤나 많이 닮았다. '행복을 그리는 화가'라고 불렸던 칼 라르손의 그림과 소박하고 긍정적인 나태주 시인의 글이 너무도 잘 어울려서 그 감동은 배가 된다.
누구에게나 생은 단 한번이기에 인생은 다 처음 살아 보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도 서툴고, 부모 노릇도, 선생 노릇도, 자식 노릇도 다 그런 것이다. 처음이라서 모두 서툰 것이다. 세상은 서툰 것 투성이고, 서툴다고 잘 살 수 없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내 나이는 나에게 처음인 것이라 서툰 것이 당연하고, 그것을 새로움으로,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인생의 지혜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생의 어떤 시기도 충분히 가치 있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된다. 빡빡한 일상에 쉼표를 만들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고단한 삶을 헤쳐나갈 응원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