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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 - 탐험가의 눈으로 본 기후위기의 7가지 장면
제임스 후퍼.강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4월
평점 :
띠지 속 문구인 '이 지구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막연한 두려움에서 나온 질문은 아닌 듯하다. 이 질문은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기후와 자연재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제목이 주는 위기감에 이끌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 안에는 이미 시작되어버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다양한 사례와 탐혐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탐험가이자 기후변화 전문가인 제임스 후퍼와 기후환경 전문 PD 강민아님이 함께 쓴 이 책은 단순히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을 넘어, 그 원인과 현상을 명확하게 짚어주며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에베레스트 눈사태와 녹아내리는 북극, 뜨거운 열대우림을 가로지른 제임스 후퍼의 경험은 단순한 탐험가가 아니라 몸으로 부딪혀 깨닺게 된 위기에 몰린 지구의 현재 모습이었다.
특히 책에서 제시하는 기후위기의 7가지 장면으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인 현실로 체감하게 해준다. 얼음이 녹고 바다가 뜨거워지며, 해류의 흐름이 바뀌는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더이상 기후 변화를 먼 미래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된다.
기후변화는 이미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다. 북극의 빙하가 녹고, 아마존이 불타며, 태평양의 섬들이 물에 잠기는 현상은 단지 뉴스 속의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지구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초강력 산불과 폭염, 해류 붕괴 등으로 이어지며 기후 패턴을 바꾸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저자 제임스 후퍼가 직접 목격한 히말라야 지역의 변화는 전 세계 인구 20억 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히말라야는 대형 강 12개의 발원지로, 이 물이 사라지면 인구 20억 명의 식수원이 한순간에 증발할 위험이 있다. 이는 물 부족으로 인한 대규모 기후 난민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전 세계가 그 충격을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 문제는 국경을 초월한 인류 전체의 문제로 확산될 것이다.
기후위기는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그 시작과 끝에 바로 우리 인간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요한 듯 보이지만 확실하게 진행 중인 기후 재난의 기록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지구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현실을 직시하며 행동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 책에 담긴 7가지 기후 위기 중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폭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2007년 여름, 탐험가 제임스 후퍼는 북극에서 남극으로 이어지는 대장정을 시작하며 미국 대륙을 관통했다. 하지만 그를 맞이한 것은 미국 동부의 기록적 폭염이었다. 당시 버지니아주와 테네시주는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하며 숨 막히는 더위를 경험했다. 폭염은 단순히 기온이 높은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습하고 무거운 공기 속에서 신체는 탈수와의 싸움에 시달리고, 극한의 피로와 정신적 고통이 뒤따른다. 이처럼 폭염은 사람의 신체와 정신을 동시에 무너뜨리는 기후 재난이다.
폭염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열돔(Heat Dome)’ 현상은 마치 거대한 뚜껑이 특정 지역을 덮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극단적인 고온을 지속시키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한 지역에 뜨거운 공기가 갇히면서, 무더위가 며칠 혹은 몇 주간 계속된다. 최근 몇 년간 유럽과 북미, 한국 등에서 관측된 기록적 폭염 역시 이러한 열돔과 제트기류의 약화로 인해 발생했다. 특히 북극 증폭 현상으로 북극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굽어지며 폭염과 한파가 장기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사람들의 일상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넘어, 직접적인 생명 위협으로 작용한다. 2021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에서는 평년보다 16도나 높은 49.6도를 기록하여 수백 명이 사망했다. 2023년 한국에서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이 지속되며 온열 질환자가 속출했다. 극단적인 폭염은 농업 생산성 저하, 전력 수급 불안, 인프라 붕괴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 책은 폭염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임을 일깨운다. 더 이상 폭염을 단순히 ‘더운 날씨’로 치부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폭염과 같은 직접적 재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단순한 경고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직면해야 할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낸 보고서라 하겠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류가 붕괴하며,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폭염과 산불이 점점 더 빈번해지는 상황은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 모든 변화는 이미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고, 인류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험하고 있다.
제임스 후퍼와 강민아는 탐험가와 과학자의 시선으로 기후위기의 현장을 목격하고 기록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지구 곳곳에서 지금도 진행 중인 기후 재난들은 서로 맞물려 악순환을 이루며 인류의 미래를 압박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기후위기의 7가지 장면은 단순히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라, 거대한 악순환의 일부로서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더욱 절실히 깨닫게 한다.
지구는 더 이상 인류의 무분별한 소모를 버터낼 수 없다. 어리석은 인간에게 지구가 보내는 이 마지막 신호들을 우리는 이제 직시해야만 한다. 더 이상 외면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시점에서 이 책은 우리의 무관심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경고한다.
그렇다고 이 책은 절망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하도록 촉구한다. 더 이상 지구의 비명을 외면하지 말고, 개인과 사회가 함께 변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이 책은 그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앞두고, 현실을 직시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더이상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재앙을 외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