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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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범 #히가시노게이고 #북다



 

순문학 위주의 책을 읽다가 기분 전환으로 추리소설을 읽었더니 소설 읽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다. 그 일환으로 가공범도 구매하게 되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답다. 잔잔함에 이끌려 읽다가 살인자가 누구일까, 화자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소설의 마지막 장에 이르렀다. 무난한 것 같으면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인 주인공의 활약에 푹 빠져 읽었다. 더군다나 히가시노 게이고 데뷔 4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경시청에 근무하며 보통 사람들처럼 수사하는 방식의 탐정형 형사 고다이 쓰토무가 그 주인공이다.

 



소설의 내용은 단순하다. 유명 정치인과 전직 배우였던 부부의 집에 화재가 발생하였고, 부부는 시체로 발견되었다. 거실과 욕실에서 목을 매단 정황과 화재로 전소된 장소 때문에 동반자살로 여길 법했으나 사건 발생 현장은 타살을 가리키고 있었다. 누가, 왜 죽였을까. 정치인이라는 상황상 누군가의 원한을 샀을 수도 있겠지만 탐문 결과 특별한 동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지고, 고다이는 관할 경찰서의 생활안전과 야마오 요스케와 함께 사건 조사에 나섰다. 첫 번째로 죽은 도도 부부의 딸 에나미 가오리의 집으로 향했다.







 

사건에 연관될 거로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 질문을 하지만 좀처럼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범행 성명문'이 도착하고 이어 도도 야스유키의 태블릿을 갖고 있다며 3천만 엔을 준비하라는 이메일이 에나미 가오리에게 도착한다.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고, 죽은 부부의 과거를 훑어봄과 동시에 의심스러운 인물을 파악해야 한다. 금방 들통날 상황을 왜 위장 공작했는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살인범으로 몰아간 것처럼 보였다. 행동이 수상한 자가 나타나면 최소한의 인물들만 아는 상태로 그 사람의 행적을 조사해야 한다. 사건 발생 시각에 어떤 장소에 있었는지, 증명해줄 사람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결정적 증거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또한 살인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동기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설 중반에 이르러 왜 제목이 가공범인가 깨닫게 된다. 그 중심에 고다이 쓰토무의 활약이 빛난다. 빈틈을 보이지 않게 질문하고 상황을 살피는 그의 추리력이 결과적으로 사건 해결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고다이 쓰토무의 등장은 앞서 백조와 박쥐였으며 짧은 등장에도 매력있는 인물이었다. 한 건의 살인 사건을 두고,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은 피해자의 고등학교 시절로 향한다. 피해자가 다녔던 고등학교를 방문해 탐문하고, 그 시절을 기억할만한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건의 연관 관계에 다다른다. 어떠한 일이 있었을 거라는 상황을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가 예상하는 틈을 벗어나 다른 트릭을 준비했다. 왜 가공범이 될 수밖에 없는가. 사건의 발생에는 주변 인물을 탐색할 수밖에 없는데 그중의 한 사람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살인범을 유추하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살인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독자의 감정을 두드리고 그 인물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말이다. 무심코 꺼냈던 말에 상처를 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일도, 불행하게 만드는 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 같다.



 

진실에 다가서며, 가공범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증거가 없는 범죄 현장, 가짜 범인, 행적을 지우는 진짜 살인범. 그걸 파헤치는 고다이 쓰토무의 활약이 빛났다. 짜릿한 반전은 없었지만. 고다이 쓰토무의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그러고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휴머니즘과 사회성을 동시에 부각하는 글을 쓰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나미야의 잡화점같은 감동적인 작품을 많이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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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 대하여 -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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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대하여 #문형배 #김영사

 


우리를 가슴 졸이게 했던 지난해 12월의 탄핵 사건과 함께 박수를 보낼 정도의 유려한 문장으로 판결문을 낭독하던 지난 4월의 감동. 그 감동의 눈물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이름을 알았다. 아마 전에는 나와 관계없는 인물이라고 여겨 그냥 흘러들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오래도록 회자될 그 이름을 기억하고 그가 전해주는 위로, 호의, 감동의 메시지를 읽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판결문처럼 그가 블로그에 썼던 일상과 책, 법에 관한 생각을 담은 책이었다. 일상의 소중함에 대하여, 일독을 권하는 책에 대하여, 사회에 바라는 법에 대한 글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의 블로그를 탐색해봤다. 일독을 권하는 책의 목록이 꽤 길었는데, 블로그에서 독서일기는 더 세분화되어 있고, 다양했다. 사법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고, 기행문을 포함한 일상에 대한 글들도 있었다. 명확한 법에 대한 논리, 나무에 관한 해박한 지식, 삶에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친구와의 관계 및 독서일기에서 내가 읽었던 책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꽤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써왔고, 법에 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착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법이 되기 위해 안팎으로 신경을 썼다고 해야겠다. 나는 저자가 판사 시절의 판결에 관한 단상을 보고는 드라마에 나왔던 판사들보다 더 좋은 판사 임을 알았다. 피고와 원고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을 건네는 판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책 읽는 일을 가리켜 마음의 양식을 쌓는다고 말한다. 저자야말로 마음의 양식을 쌓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 다독가 임을 보여주었다. 그간 써온 120편의 글에서 그가 추구하는 생각과 법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하였다.



 

문형배 재판관의 글은 단순 명료하다. 착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 하나가 사전에 법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것이 넋두리를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재판 진행 중 증인의 불출석으로 재판이 공전될 뿐 아니라 증인이 법정에 나와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이상 판사들의 오판이 예정된다고 했다. 법정이 진실과 정의의 전당이 되도록 증거와 증인의 증언을 통하여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이다. 평소에는 관계가 없겠으나 만약 재판 중이라면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 많았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법을 아는 사람에게 착하기를 요구할 것인가? 불가능은 아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남는 방법은 착한 사람이 법을 아는 것이다. 그 길만이 법이 나쁜 사람을 지켜주는 도구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21페이지)

 



독서인으로서 저자가 말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을 보자. 첫 번째, 저자를 보고 고른다. 두 번째, 주제어를 보고 고른다. 이런 기준으로 책을 고를 때 책 선택에 실패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저자는 독후감을 쓰지 않는다는 거로 소소한 복수를 한다고 했다. 산 책을 다 읽는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읽으려고 구매했으나, 소장용으로만 전락되는 것들이 있다. 이럴 때는 안타깝다. 더불어 나의 독서법을 비교해본다. 좋아하는 작가, 특히 소설 그리고 나무에 관련된 책, 예술서적(미술서) 위주로 책을 구매하는데, 특히 예술서적은 소장용에 가깝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쌓아둔 책탑을 보며 언젠가는 꼭 읽을 거라고 다짐한다.

 



나쁜 사람은 있어도 나쁜 책은 없다. 어떤 책에서도 스승 또는 반면교사를 만날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께 독서를 권한다. 책이 여러분을 끌어올려줄 것이다. (126페이지)



 

문형배 재판관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이 김장하 선생일 것이다. 한약방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 인물이다.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었을 뿐이다.’라고 말한 부분은 유명하다. 살아가며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몸소 실천하는 인물이다. 우리 삶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TV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 우연히 SNS에 들어갔다가 저자의 책 홍보 영상을 보고는 반가웠다. 퇴임 이후의 저자가 사회에 좋은 면을 부각할 수 있는 인물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호의에대하여 #문형배 #김영사 ##책추천 #에세이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한국문학 #삶의의미 #삶의철학 #공정한사회 #양형기준 #헌법재판소 #착한사람들을위한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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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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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땅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과학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이 출간되었다. 다양한 과학적 지식이 뛰어났던 것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의 탁월한 과학적 상상력은 우리의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는 통찰력이 빛을 발한다.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가 끝내 인간을 멸종시킨다면 지구는 다시 새로운 동물 혹은 인류를 받아들일 것이다. 핵전쟁으로 3차 대전이 일어난 후 갈 곳 잃은 인간들이 머물 곳은 극히 드물다. 방사능을 피할 수 있는 지하의 공간 어디쯤엔가 남은 인류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새로운 인류가 탄생한다면 이 지구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에 대한 상상력으로 제 3인류를 만든다는 설정이 조금은 개연성 있게 보인 것도 사실이다.

 



베르베르는 이제 유전자 실험의 결과물로 신인류 즉 키메라의 탄생을 알렸다. 동물과 인간의 혼종을 만들어 폐허가 된 지구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건넨다. 먼저 첫 번째는 날아다니는 인간 즉 인간과 박쥐의 혼종으로 <에어리얼>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는 땅을 파는 인간이며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으로 <디거>라고 부른다. 세 번째는 헤엄치는 인간이며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으로 <노틱>이라 부른다. 만약 이러한 혼종을 맞닥뜨린다면 어떻게 될까. 괴물을 만들었다며 키메라를 만든 과학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유전자 변이가 전문인 유전 생물학자 알리스 카메러가 주인공이다. 그는 연구 장관인 뱅자맹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변신 프로젝트>로 새로운 인류를 창조했다. 하지만 연구실에 숨어든 기자가 이 사실을 알고 기사로 썼다. 변신 프로젝트 발표회 중 총을 겨눈 사건 때문에 알리스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피신한다. 우주정거장에서 혼종을 만드는데 열정을 다하여 마침내 실행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3차 대전(핵전쟁)이 발발하여 우주에 머물던 알리스도 연료 부족으로 위기에 처했다. 지구로 귀환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는 지금도 전쟁 중이다. 마치 3차 대전인 것처럼 서로 싸우고 죽인다. 서로의 이권 때문인 건 알겠는데 인간의 욕심이 전쟁을 낳는다. 내 이익에 반한다고 하여 상대방을 해친다면 그건 인간이 아닌 동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계 곳곳에 일어나는 상황을 보면 동물과 다르지 않다. 소설가들이 지구의 미래를 불투명하고 어둡게 표현하는 걸 보며 지금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프랑스의 도시 한가운데, 지하로 향하는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지상에서는 인간들을 찾을 수 없었는데 지하로 들어가니 쿵쿵 울려대는 음악 소리와 함께 파티 중인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방사능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에 세 종류의 혼종과 함께 도착한 알리스와 시몽이 받아들여졌다.

 



각자가 가진 역할과 재능을 좋은 일에 사용하면 좋겠지만, 권력을 갖는 순간 변하기 마련이다. 키메라를 창조한 알리스에게 어머니라고 부르지만,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동류 혹은 그 이하의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키메라는 구인류를 가리켜 사피엔스라 부른다. 신인류에게 사피엔스는 고지식하고 이해할 수 없는 종으로 비친다. 청년들이 나이 든 사람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신인류가 지구에서 살아가는 방법도 현재와 비슷하다. 형제로 여기다가도 더 많은 땅을 가지기 위해 전쟁하고 적으로 지낸다. 전쟁이 시작된 후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안전거리를 두는 등 협상을 시작한다.

 



작가는 이 일은 이 책을 펼치는 순간으로부터 5년 후에 일어난다고 써놓았다. 현재 세계는 극우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벌이는 이유도 미국의 이익 때문에 그렇지 않나. 약소국인 우리나라가 협상을 벌이는 이유도 이와 같다. 생존하려 싸우고, 어쩔 수 없이 공존하고 협력한다. 민주주의와 공산국가, 중립국이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게 세 혼종 간의 전쟁이었다. 이는 곧 지구의 종말을 보는 것 같았다. 아울러 작가는 말한다. 지구의 생명체 중에서 인간(사피엔스)만이 주인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이다. 오히려 동물과 인간의 혼종이 사피엔스보다 우월한 종일 수도 있으며 협력 관계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인류의 탄생은 지구에게 피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박물관 혹은 동물원에서 인간을 전시하는 장면에서 아찔했다. 인간이 동물을 전시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사피엔스들이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거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였다. 생명의 다양성과 함께 반복되는 종족 간의 경쟁심은 혼돈의 세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인간 사회를 나타내는 것 같다. 인간으로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작가의 전유물인 과학적 상상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빛난 작품이었다.

 


 

#키메라의땅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프랑스문학 #프랑스소설 #과학소설 #미래소설 #디스토피아 #김희진 #인류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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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피는 병원, 아즈사가와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최주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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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피는병원아즈사가와 #나쓰카와소스케 #문예춘추사

 



100세 시대가 되었다. 80세 만기였던 보험 계약도 변경되어 이제 100세까지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 생겼다.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요양 병원과 요양원이 많아졌고, 그에 따른 가족의 부양 의무도 늘어갔다. 실제로 여동생의 시댁 외할머니(시어머니의 어머니)104세까지 사셨다. 돌아가실 때까지 정정하셨지만, 결국 요양 병원에서 마지막을 보내셨다. 요양 병원에 입원했다가 폐렴이나 심장에 문제가 있으면 근처 종합병원으로 이동하여 치료를 받는다. 건강이 좋아지면 다시 요양 병원으로 입원하는 일을 반복한다. 의사이자 신의 카르테의 작가 나쓰카와 소스케의 신작 물망초 피는 병원, 아즈사가와는 고령화 시대에 삶과 죽음 앞에서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3년 차 간호사 쓰키오카 미코토와 1년 차 수련의 가쓰라 쇼타로로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으로서 마음가짐을 담았다. 환자를 마주하면서 삶에 대한 의지와 환자를 바라보는 가족의 입장과 애정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의료 현장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좀처럼 보기 드문 에피소드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는 미코토와 가쓰라는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관계로 변화한다. 아울러 80세 혹은 90세 이상의 환자가 응급으로 방문했을 때 치료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관계다.





 

가쓰라 쇼타로가 꽃집 아들이라는 설정이다. 그런 까닭에 꽃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 가쓰라와 미코토가 처음 마주치게 된 것도 병실의 꽃병에 물을 교체해주기 위해서였다. 일곱 개의 꽃을 주제로 하여 소설이 시작되는데 매 순간 죽음을 마주하며 치료가 필요한가 그렇지 아니한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보기 싫은 것에는 뚜껑을 만들어 덮고, 보고도 못 본 척한다.

텔레비전이나 소설에는 극적이고 감동적인 죽음이 가득하지만 현실의 죽음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단조롭고 더럽고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죽음을 시설이나 병원에 밀어 넣고 묵살해 버린다. (285페이지)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지 못한다. 매체에서는 감동의 스토리를 전하지만, 실제로는 불행함을 감추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식을 먹지 못하는 와상 환자에게 위루를 만들 것인가, 죽게 할 것인가, 치열하게 고민해보라는 지도의의 말에 독자 또한 고민해본다. 어떤 게 옳은 일인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94세인 환자가 내원했다. 일반적인 생각이라면 환자 보호자와 상의하여 연명 치료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가 겨우 몇 시간, 하루 정도를 위해 연명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 연명 치료를 위해 인공호흡기를 달 것인가, 심폐소생술을 할 것인가를 물었을 때 보호자는 할 수 있는데 까지 해 보자가 먼저일 것이다. 나 또한 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의사의 질문에 뭐든지 하겠다고 말했었고, 인공호흡기를 달았다가 자가 호흡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도 의사의 의견에 반하는 가쓰라의 행동에 공감했었다. 일단 환자를 살려야 하는 게 의사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고령자에 대하여 일종의 한계점에 달했다고 말한 부분에도 공감하는 바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고, 실제로 마주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하여 말할 때,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고통 없이, 가족들을 힘들게 하지 않고 자다가 죽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한다. 미코토와 가쓰라는 환자들에게 좀 더 헌신적이다. 환자의 생명을 위해 잠도 쫓아가며 일하고, 고민한다. 병실에 꽃병을 놓아두는 등 환자의 기분 전환 혹은 생의 의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누군가와 연결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으며 동시에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다. 지금 야에 씨와 아들은 서로를 돌보며 서로에게 돌봄을 받는 것이다. 누군가의 등에 업히는 동시에 누군가를 등에 업고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296~297페이지)

 



고령화 문제는 한국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드물고, 고령자 수는 늘어간다. 죽기 전까지 건강하면 좋겠지만 병치레를 할 수밖에 없다. 나이 들수록 병원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의료인으로서 삶과 죽음 앞에서 어떤 치료를 할 것인가. 고민과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묵직한 질문을 건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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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메이드 #프리다맥파든 #북플라자

 



전과를 숨긴 채 억만장자의 집에 가정부로 입주한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대목에 혹했다.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저택에 입주한 가정부가 종잡을 수 없는 가족과 지내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심리 스릴러다 보니 장이 술술 넘어간다. 더군다나 다락방의 잠금장치가 안에서는 잠글 수 없고 밖에만 있었다는 게 이 소설의 중요한 대목이다. 책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에 다다랐다. 1장은 가정부로 입주한 밀리, 2장은 억만장자의 아내인 니나, 3장은 다시 밀리가 화자가 되어 소설을 이끌어 간다. 사이코패스에게 붙잡힌 여성의 이야기가 꽤 매력적이었다.

 



심리스릴러의 매력이 누가 살인자인가, 살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유가 관건이다. 누가 살인자인가를 따라가다 보면 그 이유까지 파악하게 된다. 아마도 그 과정이 스릴러 소설이 매력 포인트일 것이다. 꽤 오랜만에 스릴러 소설을 읽었는데, 흡입력이 좋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밀리는 십 대 때 살인 혐의로 10년간 교도소에 수감 되었다가 나왔다. 바텐더로 일하다 해고되어 차에서 생활했다. 입주 가정부 구인 광고에 윈체스터 저택을 방문 후 꼭 취직하고 싶었다. 더 이상 차 안에서 생활하고 싶지 않았다. 누울 수 있는 침대, 씻을 수 있는 욕실이 필요했다. 비록 머물 공간이 좁은 다락방이라도 말이다. 친절했던 니나 윈체스터 부인은 정신이 오락가락했고, 딸인 세실리아도 밀리를 싫어했다. 다만 억만장자이자 친절한 앤드루 윈체스터를 보자 그의 매력에 빠졌다. 밀리의 이상형이었다.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저절로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앤드루가 더 젊은 여성과 결혼할 수도 있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보다 10킬로나 더 살이 찐 니나를 사랑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밀리에게 친절하다가도 어느 때는 했던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밀리를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몰아간다. 종잡을 수 없는 니나의 행동에도 꿋꿋이 참는다. 밀리는 감옥으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소설의 장치였음이 나중에 밝혀진다. 소설을 읽는 독자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으니 교묘한 속임수에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친절하게 작가는 니나의 시점으로도 소설을 이끌어간다. 니나가 앤드루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친절하고 매력적이며 부자이기까지 한 앤드루의 매력에 빠지지 않기가 더 힘들지 않았을까.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아야 하는데, 인간은 참으로 나약하다. 부자이고 잘생긴 매력적인 사람이 다가오면 거절하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 딸이 있는 니나가 앤드루에게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했고, 밀리 또한 친절하고 다정하며 매너 있는 앤드루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내면에 숨겨진 독은 보지 못할 것이므로. 다락방에 갇힌 후에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엔 마을의 정원사로 일하는 엔조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특히 윈체스터 저택에서 장시간 머물며 묵묵히 정원 일을 하는데, 영어라고는 한마디 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이해되지 않았다. 이탈리아어로만 말하며 밀리에게 위험하다고 소리치는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서야 그 정체가 드러나는데 엔조 또한 매력적인 인물이다. 동네 뭇 여성들의 마음을 훔쳤으니 말이다. 여성들의 시선이 엔조에게 향하고 있었다. 밀리도 엔조에게 마음을 표현했지만 차갑게 거절당한 전력이 있다. 엔조와 밀리의 인연을 생각해보면 재미있다.



 

스릴러 소설의 즐거움은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있다.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짜릿한 결말에 주인공들을 마구 응원하게 된다. 이런 즐거움 때문에 스릴러 소설을 읽게 된다. 책장을 여는 순간,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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