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루리 #문학동네 


 

우리는 누군가와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을 때 우리라고 부른다. 함께 걷는 것, 함께 나아가는 것을 가리킨다고 해야겠다. 가장 소중한 존재와 함께 있다는 것을 가리키는 우리라는 것에 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동화를 읽었다. 인터넷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오래도록 올라 있던 작가의 책을 두 권 골랐다. 루리 작가의 긴긴밤나나 올리브에게였다. 일상에 지쳐 있던 와중에 오랜만에 동심을 느끼고 싶었다.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와 펭귄 치쿠의 여정을 담은 동화다. 흰바위코뿔소가 어째서 코끼리 고아원에서 발견되었는지 몰랐다. 노든의 첫 기억은 커다란 코를 가지고 있는 코끼리들이었다. 코끼리들 틈에서 자란 그는 코끼리의 보살핌에 익숙해 있었고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코뿔소 노든은 자기의 삶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올랐다. 버려진 알을 양동이 담아 길을 떠난 치쿠와 함께 바다를 향해 걸었다. 악몽을 꾸느라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그들에게 긴긴밤이 계속되었다. 무서운 인간들에게 복수하고자 했던 노든의 분노 때문이었다. 바다를 향해 천천히 걷는 여정 속에서 다르지만 함께 있다는 소중함을 느끼는 치쿠와 노든이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치쿠는 우리라는 말을 많이 썼다. 노든은 알에 대해 딱히 별 관심은 없었지만 우리라고 불리는 것이 어쩐지 기분 좋았다. (63페이지)

 


알을 지키기 위해 바다로 나아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치쿠는 용기있는 펭귄이었다. 노든이 위험에 처하면 상대방을 부리로 쪼았고, 새똥을 주변에 뿌려 지키려고 했으며, 긴긴밤 외로울 때 노든의 틈에서 밤을 지냈다. 목숨이 다했다고 여겼을 때 노든에게 알을 지켜달라고 약속을 받아냈다. 자기의 알이 아니었음에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키는 치쿠를 보며 배울 점이 많았다. 동물도 인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지구상에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의 이야기를 한 편의 동화로 풀어냈다. 이로써 우리는 흰바위코뿔소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동화지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삶의 연대를 통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결국 마음을 여는 건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서로 의지하고 뜻을 함께할 수 있는 관계여야만 우리라고 불릴 수 있지 않겠나.

 


이제 아기 펭귄은 노든과 헤어져 펭귄으로서의 삶을 시작할 것이다. 바다에서 혼자 헤엄칠 수 있었듯 누군가에게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가 되리라. 살아가면서 노든의 말을 잊지 않을 것이다. ‘너는 너고 어른이 되어 만나도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도 알아보지 않겠나. 이제 나나 올리브에게를 읽을 차례다. 가슴속에 따뜻한 온기를 가득 채운 느낌이다. 어른이 동화를 왜 읽는지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긴긴밤 #나나올리브에게 #루리 #문학동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동화 #창작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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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 - 2024 공쿠르상 수상작
카멜 다우드 지음, 류재화 옮김 / 민음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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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 #카멜다우드 #민음사



 

2024 공쿠르상 수상작이기도 한 후리는 알제리에서 언급이 금지된 알제리 내전의 검은 10년의 진실을 말하는 작품이다. 알제리 정부에서 금서로 지정한 소설이기도 하다. 검은 10년에서 살아난 생존자인 여성의 목소리로 그 사건의 본질에 닿게 한다.

 



알제리의 오랑에서 거주하는 오브는 과거 알제리 내전 당시 목이 반쯤 잘린 상태에서 구조되었다. 이로 인해 목소리를 잃고 튜브로 숨을 쉬며 살아간다. 그녀의 뱃속에 한 아이를 잉태하였고, 뱃속의 아이에게 후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내전의 상흔과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을 담담하게 말하는 형식이다. 이 이야기가 끝나면 후리는 이 세상에 없을 아이다. 학살의 현장, 과거 학살의 현장으로 떠나며 오브의 앞에 놓인 세상을 경험한다. 어머니의 온기 아래 지냈던 집과는 달리, 거리에 서 있는 오브는 사막에 있는 듯하다. 남성의 그늘 아래 있어야 하는 사회의 여성 입장으로 사막을 건너는 오브의 행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이십 년 전의 오브는 아직 아이였다. 다섯 살의 어린 오브가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때 농장에서 부모님과 언니와 함께 살았다. 그들이 농장으로 찾아온 날, 목이 그어져 죽어가던 그때, 언니는 오브를 향해 눈을 깜박였다. 죽은 척을 하라는 눈빛에 눈을 감았고, 혼자 살아남았다. 언니의 눈빛을 잊을 수 없는 오브는 언니를 그리워하고 스스로 증거가 되어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전쟁을 말할 수 없는 나라에서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듯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오브의 앞에 놓인 길은 고난의 행보였다. 트럭에 태워준 아이사가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검은 10년의 피해자인 또 다른 여성 함라가 경험한 지옥을 듣는다. 오브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피맺힌 부르짖음이었다. 역사적으로 여성은 전쟁의 한가운데서 늘 이용당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살아남아 역사의 진실을 전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학살 전쟁이 일어났던 장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오브가 이십 년 동안 찾아다녔던 걸 깨닫는 장면이 나온다. 언니가 주었던 눈빛, 자신을 살리고자 희생했던 그 장면을 떠올리며 오열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먼 훗날, 시간이 흘러 진정한 흔적이자 증거로 움직였던 여정에서 비로소 깨닫는 언니의 눈빛이었다. 말을 표현하지 못한 진정한 사랑이었다.

 



난 진정한 흔적이야, 우리가 알제리에서 십 년 동안 겪은 그 모든 것을 증명하는 가장 견고한 흔적. 나는 한 전쟁의 모든 역사를 품고 있어. (20페이지)

 



카멜 다우드가 전하는 피의 목소리는 우리를 다시 알제리 역사의 한가운데 있게 했다. 역사의 승리자는 검은 10년을 숨기고, 사상자마저 축소해서 알렸다. 은폐하는 역사 위에 그 흔적과 증거로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이가 있게 마련이다. 문학이 가진 힘이 아닐까. 문학은 역사의 흔적을 전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역사는 소리가 되어 널리 울려 퍼진다. 작가는 오브를 통해 자기 안의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 즉 두 가지 언어로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자 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안타까워하며 많은 사람에게 읽히길 바라게 된다. 역사는 감춰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역사의 진실은 누군가의 목소리로 알려지는 법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울려 퍼져야 현재와 미래의 역사가 바로 설 수 있는 게 아닐까.

 

 

#후리 #카멜다우드 #민음사 #공쿠르상수상작 #프랑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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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보는 기술 - 역술가 박성준이 알려주는 사주, 관상, 풍수의 모든 것
박성준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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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보는기술 #박성준 #페이지2북스

 



작년 초, 여동생이 관상을 잘 보는 철학관이 있다고 해서 함께 찾아간 적이 있다. 태어난 시를 묻고,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나의 성격과 특징을 남편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게으른 행동 등 나의 특징을 너무 정확하게 말씀하셨기에 동생과 제부, 남편은 웃기 시작했고, 나중에 남편은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묻지 않았던 아들의 합격 소식까지 전해주었다. 사주, 풍수를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참고하는 정도고, 어느 정도는 방향을 정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지 않은 건 미리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성준 역술가의 책은 살아가며 여러모로 도움이 될 듯하여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이다. SNS에서 어느 연예인 부분의 영상을 보다가 박성준 역술가가 출연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구매했다. 이어 그가 출연한 몇몇 영상을 보고 사람을 관찰하고, 풍수에 대한 의견과 관상에서 보이는 것을 막힘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감탄한 부분도 있었다. 실제로 사주와 관상을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이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큰 틀은, 사주팔자와 관상, 미래와 통찰력 그리고 풍수명당이다. 사람들이 왜 명당을 찾아다니는지 이해가 되었다. 또한 사주팔자를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러나 미래는 우리가 열어가는 법. 나쁜 기운이 오면 움츠렸다가 좋은 기운이 왔을 때 행동을 개시하면 나쁠 게 없을 것이다.






 

사람만큼 내 인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요소는 없다. 운도 사람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운은 결국 사람을 통해서 온다. 사람은 곧 운명의 문이다. 천인을 만나 인생의 나락을 맛보기도 하고, 귀인을 만나 큰 문제를 해결하고 성취하기도 한다. (205페이지)

 



세상에 좋은 인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결국 운은 사람을 통해서 온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은 운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없다면 나쁜 운으로 파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이유는 혼자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가야 더 멀리 높게 나아갈 수 있다. (248페이지)



 

나는 사주와 팔자에 관하여 관심이 없다고 여기는 쪽이었는데, 이 책을 사서 보고, SNS에서 알고리즘에 뜨는 것들을 보니 사실이 아닌 듯하다. 실제로는 관심이 꽤 많았던 거였다. 최근 만나는 사람이 변한 듯하다. 직장을 옮긴 이유도 있겠으나, 직장에서 우리 사무실 외에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다. 최근 부산 출장으로 인하여 가까워진 직원들이 생겼다. 단체 회식을 가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고 해야겠다. 소속감, 결국 친하게 지내는 직원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사람과의 관계는 늘 조심스럽다. 만나고 집으로 돌아와 내가 필요하지 않은 얘기, 즉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 늘 돌아본다. 가까워지는 것과 말은 다른 거다. 내게 새로운 사람이 온다는 건 삶의 변화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게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든 변화가 생긴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미래의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현관문은 외부의 기가 안으로 들어오는 입구이기에 늘 깨끗하고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생기를 부르기 위해 자주 청소해 주고 군데군데 쌓인 먼지를 제거한다. 바닥 타일도 깨끗이 닦고 줄눈도 더러워지지 않도록 한다. 현관문 안뿐 아니라 문밖도 주기적으로 청결하게 한다. 엘리베이터 홀이나 계단실 앞 또는 복도 청소는 청소 업체에서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떨어져 있는 운을 줍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295페이지)

 



현관을 깨끗하게 유지하라는 건 SNS에서 자주 뜨는 영상이었다. 집안의 관문인 현관을 깨끗이 유지해야 복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평소 현관문 밖에 물건을 쌓아두지 않은 것도 운을 좋게 만드는 행동이라고 하니 집안과 집밖에 물건을 쌓아두지 말자.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중요하다. 미의 기준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 사람에게서 풍겨오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저자는 어떠한 일을 행할 때 느낌을 무시하지 말라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호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조와 직감이 좋지 않을 때 달리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런 책 한번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 불안한 미래, 어떻게 살 것인가 도움이 될 책이다. 간절히 원한 게 있다면 들어준다는 몇몇 산을 올라 볼 필요도 있겠다. 좋은 운이 찾아왔을 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운명을보는기술 #박성준 #페이지2북스 #책추천 #사주 #관상 #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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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양귀자 지음 / 쓰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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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양귀자 #쓰다

 

양귀자 작가의 소설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대적 배경이 달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며 인물 묘사가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지난 역사의 숨결이 그대로 배어있고,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이웃이었을, 지나간 부모님 세대의 얼굴이었을 그들을 발견하는 시간이 된다.

 

나성여관에는 90년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있다. 대학을 포기한 삼수생 우연이 그중 하나고, 오로지 돈만 밝히는 나성여관의 주인 어머니 그리고 미국의 누나가 불러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아버지, 운동권에 있는 형, 세상 화려한 것을 꿈꾸는 누나가 그들이다. 이들 가족뿐 아니라 나성여관의 방 한 칸에 기대어 사는 노인과 노동자로 사는 찌르레기 아저씨가 주요 손님이며 우연과 소통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나는 소설을 읽는 내내 우연의 시점에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부모의 기대치와 달리 대학에 낙방하는 그 마음과 용돈 때문에 어머니에게 말하지 못하는 시간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공부 잘하는 형과 다른 상황에서도 그가 느끼는 자격지심이 안타까웠다. 친구들과 만나 서툰 삶을 논하는 장면들을 보고는 이십 대만이 가지는 낭만을 상상했다. 모두 미래를 향해 고군분투하는 십 대 후반, 혹은 이십 대를 거치는 방황이었다.






 

지금과 달리 그 시절에는 휴대폰이 없었다. 여자 친구에게 전화라도 하려면, 누구를 바꿔 달라고 해야 했고, 받을 전화가 있으면 전화기 옆에서 떠나지 못했다. 언젠가 남자 친구와 통화하느라 거실 식탁 밑에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던 여동생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기 방으로 가지도 못하고, 거실 한편의 집 전화기 선을 길게 늘어뜨려 숨어서 통화하곤 했었다. 연인이 있다는 걸 절대 숨길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고 할까.

 

예전에는 낭만이란 게 있었다, 고 어른들은 이야기한다. 떠올려 보니 맞는 말 같다. 연인의 전화가 올까 봐 안방 문밖을 서성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집 앞에서 기다리거나 집에 하나 있는 전화를 통해야만 가능했다.

 

운동권에 있었던 형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부를 잘해 유명한 대학에 갔지만, 집에서는 만날 수 없는 형이었다.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 수 없고, 한동안 집을 떠나있기도 했다. 그런 형이 몰래 데려온 사람이 있다. 송장이라고 부르는 이정하라는 사람이었다. 형과 같이 운동권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남영동에 잡혀가 절대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 일로 고문을 받아 산송장이 되었다. 누군가 다가오는 걸 무서워하고 두려워했다. 우리는 고문 기술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 시대의 아픈 역사가 떠올랐다. 누군가는 기득권을 버리지 않으려, 누군가는 권력자들에게 빌붙어 그런 행동을 했다. 야만의 시대였다.

 

형이 그 시절 대학생을 대표하는 인물을 가리켰다면, 찌르레기 아저씨는 그 시대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인물로 가족을 위해 중동에 가서 돈을 벌어왔다. 고생하는 남편을 위해 잘살아 보겠다고 분투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사기를 당해 가진 돈을 잃고, 돈이 가까워 아픈 아이를 방치했던 아내, 그를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은 갈래갈래 찢어졌다. 찌르레기 아저씨의 일기, 형에게 보낸 부치지 않은 편지 등 90년대의 역사가 인물들 속에 제각각 살아났다.

 

방은, 그것이 제아무리 단순한 치장을 하고 있다 해도 어김없이 그 주인의 정신과 닿아 있다. 주인 없는 방에서는 더욱 그것을 실감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느꼈다. (239페이지)

 

살아있는 우리는, 너와 나 그리고 모두 다, 서로 부끄럽고 그러면서도 한없이 소중한 존재들이야.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그 누구도 우리를 돌아보지 않아.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직시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이 삶을 지탱할 수 없어. (544페이지)

 

읽었다고 생각했던 책. 그러나 읽지 않은 책.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나성여관에서 움츠렸던 사람들의 새로운 여정을 지켜보고 싶은 것. 우연이 어디선가 잘살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것. 모두가 바라는 희망이 아닐까. 어디선가 안녕하기를.

 

 

#희망 #양귀자 #쓰다 #책추천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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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놀이공원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타나카 타츠야 사진,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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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놀이공원 #아오야마미치코 #타나카타츠야 #문예춘추사

 

꿈과 희망을 주는 놀이공원. 커다란 원형의 관람차, 휘몰아치듯 달리는 롤러코스터 등 심장을 떨리게 하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지 않는 세계, 마치 미지의 세계에 와있는 것 같지 않았나. 손목에 띠를 두르고 하루의 시간을 보낸 그곳에서 잊었던 추억을 찾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 시간을 보낸다. 삶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일요일의 놀이공원은 이렇듯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이 찾아온다.



 

요일 시리즈로 친근한 아오야마 미치코와 미니어처 아티스트 타나카 타츠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소설은 더욱 빛난다. 그저 상상의 세계로 끝날 듯했던 일요일의 놀이공원이 다양한 컬러를 가진 무대로 변한 것이다. 앙증맞은 소품은 화려하고 따뜻한 색깔을 띠고, 우리의 눈과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 아오야마 미치코의 따뜻한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었나!

 



야마나카 아오타 유원지를 아는 사람은 모두 구루구루메라고 부른다. ‘놀이공원이라면 구루구루메지.’ 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용기를 내 처음으로 신청한 데이트에서 유논과 함께 회전목마를 타는 겐토가 그 첫 번째 등장인물이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회전목마에 앉았던 그는 과연 용기를 내 고백을 할 것인가.

 






기다림이란 때로 멋진 일이다.

곧 다가올 소중한 이를 생각하고, 앞으로 시작될 즐거움을 마음속에서 그려 보는 시간, 행복이 조용히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으며, 두근거림으로 가득 찬 긴장감, 일찍 도착했기에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아껴 둔 여백같은 것. (11페이지)

 



쉰 살가량의 외국인인 듯한 피에로는 커다란 북을 메고 둥둥 치며 시간을 알린다. 무심한 듯 지나가며 풍선을 건네고, 조리 기구를 꺼내어 옥수수 팝콘을 튄다. 소설에서 피에로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깨달음을 준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 작은 행동에 감동했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고교 농구 동아리 선수였던 친구 에미리, 메미, 키호, 카에데도 마지막 경기 후 구루구루메를 찾았다. 농구부원으로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는 걸 서로 대화를 통해 깨달았다. 청춘은 이제 막 시작되었으므로,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구루구루메는 우정을 확인하는 계기였으며, 미래에 관한 새로운 희망의 시간이었다.



 

흐름을 바꾸고 싶어지면 타임아웃을 하면 된다. 숨을 고르고, 기운을 추스른 뒤 다시 게임을 시작하면 된다. 거기서 이기든 지든 그 소중한 경험을 안고 다음 시합에 나가면 된다.

계절은 그렇게 빙글빙글 돌아간다. (163~164페이지)

 



구루구루메는 청춘들만 오는 게 아니다. 가족 단위로 찾아와 있는 듯 없는 듯했던 가족의 구성원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결혼해서 50년을 함께 살았던 칠십 대 부부도 주변을 둘러보며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아이를 함께 키웠고, 조카의 아이에게 줄 선물을 어떤 거로 할지 고민하는 남편에게 한마디 말을 무심하게 건넬 수 있는 것. 오랜 부부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일요일의 놀이공원은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와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그 미미한 틈새에 대고 말하는 것 같다. 그걸 알아차리고 피에로가 던지는 한마디에 모두 자기가 가진 고민의 끝을 보게 된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고, 자기가 역할을 다했을 때 비로소 한 팀 혹은 한 가족, 연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삶은 이처럼 단순하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서 손짓하고 있다. 그걸 발견하는 사람이 곧 우리라는 걸 깨닫게 한다.

 



타나카 타츠야의 미니어처 사진을 꼭 한번 찾아보시라. 작가가 사용한 재료와 특징은 기발하며 센스가 넘친다. 무엇보다 빨대와 테이크 아웃용 플라스틱 컵을 이용한 수영장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지친 하루에 마법 같은 풍경을 선물할 것이다.

 

 

#일요일의놀이공원 #아오야마미치코 #타나카타츠야 #문예춘추사 #일본문학 #일본소설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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