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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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그랬어 #김애란 #문학동네



 

계급의 차이는 돈이 아닐까 한다.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 굽신거리고, 나보다 돈이 부족해 보이는 사람에게 계급 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본인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시선에서 혹은 말에서 은연중에 드러난다. 반대로 나보다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고 여겼으나 나보다 나은 집으로 이사 간다는 소식을 들어보라. 갑자기 질투의 감정으로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이다. 또한 어떠한 사정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할 형편(그것도 전세로)에 놓였는데, 젊은 부부가 집을 사서 이사 온다는 소식에 조금은 우울해지지 않을까.



 

김애란의 신작 안녕이라 그랬어에서는 사십대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의 돈과 그것에 얽힌 사람들의 관계 혹은 마음을 다룬 소설이다. 보통 사람들의 지리멸렬한 삶을 다루었다고 해야겠다. 내가 겪었던 내용일 수도 있고, 내 이웃이 겪었던 내용일 수 있다. 혹은 여전히 이런 마음들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마치 주변 사람들 이야기 같았다. 김애란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은 이렇게 현재를 대변하듯 우리 곁에 성큼 들어와 있었다.






 

일곱 편의 소설은 마치 하나의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비슷한 면이 있었다. 타인의 공간 즉 집을 방문해 그 집에 놓여있는 가구 혹은 사람을 통해 내 삶의 누추함을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물론 속에 담아둔 마음의 찌꺼기들이 샘솟듯 펼쳐지는 모양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감정들이 속절없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홈 파티의 이연은 연극배우로 활동하나 전염병으로 일이 줄었다. 후배의 청에 의해 오 대표의 집을 방문하며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가진 것과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본다.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가르는 것조차 모순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연의 말에 얼마간 통쾌해졌지만, 이후에 일어난 일에서는 아찔했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호기롭게 말하고 일어섰으나 결국 다시 돈에 고개를 숙여야만 하는 장면이었다. 이연의 이 연극을 이대로 마치지 않을 생각이었다.’라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날 것 같다. 마음을 감추는 대사를 한 후, 마스크를 꺼내 얼굴에 쓰고 유유히 걸어가는 이연을 상상해보라.



 

숲속 작은 집의 주인공은 남편과 함께 늦은 신혼여행으로, 값싼 여행비용 때문에 선택한 북쪽 지방에 머무르며 일어난 이야기다. 숙소를 정리해주는 비슷한 또래의 현지 여성을 바라보는 마음과 그로 인한 불편함을 다뤘다. 팁을 어떻게 줄 것인가, 금액은 얼마로 할 것인가, 어떻게 전해줄 것인가를 고민했다. 또한 어머니 혼자 자신을 키워주었다는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시점에서도 얼마간의 생활비를 드리는 데 대한 불편한 마음이 드러났다. 매월 들어와야 할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걱정하는 마음과 혹시 놓쳤나 싶은 생각에 전화를 거는 부모의 마음, 외국에 나와 있어 송금이 불가하다고 답하는 주인공의 불편함은 우리 모두 느끼는 낯익은 감정이란 게 조금 슬펐다.



 

좋은 이웃이란 무엇일까.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어서는 안 되는 게 첫 번째일 것이다. 층간 소음과 집 밖에 물건을 방치한다던가, 혹은 담배 냄새를 피우는 건 삼가야 한다. 윗집에 새로 이사 오는 젊은 부부가 한 달 동안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며 찾아오며 소설이 시작된다. 집에서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주인공은 시끄러운 공사 소음 때문에 힘들고 집을 줄여가야 하는 것 때문에 마음이 어지럽다. 이처럼 돈은 사람을 슬프게도 하고, 우울하게도, 좌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안녕이라 그랬어의 은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인터넷으로 원어민과 함께 영어로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카메라에 비친 상대방의 표정과 서툰 언어로 대화를 하는 이야기다. 갑자기 수업에 빠질 때 혹은 그 이유를 알았을 때 모른 척 지나갈 수 없어 건넨 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무심코 들었던 노래 중에 '안녕'이라고 들려 그것을 우기는 장면 또한 익숙한 한 시절을 표방하는 것만 같다. '안녕'이란 만날 때와 헤어질 때 나누는 인사다. 한쪽 손을 흔들며 반갑다고 하는 몸짓, 뒤돌아서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인사말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게는 좀처럼 익숙해질 수 없는 언어일 것이다. 그냥 알게 되는 인사,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그리운 단어를 말하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천천히 아껴가며 읽으려고 했으나 금방 읽어버렸다. 이렇게 아까울 데가. 더 읽고 싶은 책은 책장이 빨리 넘어간다. 어쩌면 살아가는 지표처럼, 계급으로 나누어진 사회에서 살아갈 방향을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돈으로 그어진 세상의 잣대를 지울 수도 없다. 김애란의 신작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우리에게 '안녕'이라고 안부 인사를 건네는 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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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 - 단어 한 끗 차이로 글의 수준이 달라지는 우리말 나들이
MBC 아나운서국 엮음, 박연희 글 / 창비교육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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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나들이 #문해력편 #박연희 #MBC아나운서국 #창비교육



 

1997년도부터 30년 가까이 방송되고 있는 MBC <우리말 나들이>는 언어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에 이어 우리말 나들이 문해력 편이 창비교육에서 출간되었다. 잘못 사용하고 있는 말을 되짚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은 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사흘 뒤라는 말에 ‘4일 뒤라고 답하는 드라마의 대사를 보고 문해력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대중매체의 긍정적인 역할이다.



 

문서를 작성할 때 혹은 서평을 작성할 때, 어학사전의 검색 기능을 자주 사용한다. 굳어진 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책은 3장에 걸쳐 설명하는데, 1장에서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뜻이 달라 헷갈리는 표현을, 2장에서는 습관처럼 굳어져 틀린 줄도 모르고 쓰는 표현, 3장에서는 문해력과 문장력을 동시에 높여주는 표현을 설명한다.

 






곤욕과 곤혹의 뜻을 보자. 곤욕은 심한 모욕 또는 참기 힘든 일을 가리키고, 곤혹은 곤란한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사용하는 말이다. 곤욕과 곤혹의 뜻하는 바를 기억하면 좋겠다. 예를 들면, ‘면접에서 또 떨어져 곤욕스러웠다.’, ‘면접관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아 곤혹을 느꼈다.’를 보면 명쾌해진다. 제일 헷갈리는 표현 중 하나가 사흘 뒤금일일 것이다. ‘금일금요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 금요일의 줄임말처럼 여겼을 것 같다. ‘금새금세도 자주 헷갈린다. 금새는 물건의 값을 나타내고, 금세는 지금 바로 혹은 금시에가 줄어든 말이다. 무심코 금새라고 했었는데 어느 순간 깨우치고 이제는 금세라고 말한다.

 



과일 금새가 많이 올라서 사 먹기가 부담스럽다.

장을 보고 났더니 금세 저녁 시간이 되었다.



 

늑약과 조약의 차이도 알아보자. 늑약은 억지로 맺은 조약을 말하고, 조약은 국가 간의 권리와 의무를 국가 간의 합의에 따라 법적 구속을 받도록 규정하는 행위다. 어린 시절 역사를 배울 때는 을사조약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강제로 맺은 조약이기 때문에 을사늑약으로 표현한다.



 

습관처럼 굳어져 틀린 줄 모르고 쓰는 표현 중에 걸맞다다 있다. 걸맞다는 두 편을 견주어 볼 때 서로 어울릴 만큼 비슷하다는 뜻인데 걸맞은걸맞는이라는 쓰는 경우가 많다. ‘분위기에 걸맞은 옷차림과 말투는 중요하다.’ ‘알맞다의 활용형도 알맞은이 맞다. ‘삼가다라는 표현도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도 안내문을 작성할 때 삼가해주세요라고 쓰더라. ‘삼가주세요라고 하며 틀린 표현이라고 말해준다. 책에서도 나왔지만, ‘흡연을 삼가해주세요가 아니라 흡연을 삼가주세요가 맞는 표현이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 중 소개시켜 줘라는 말이 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라는 노래도 있잖은가. ‘소개하다보다는 소개시키다라는 말이 더 맞는 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소개해 줘가 맞는 표현이다.

 



과거 TV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심심한 사과라는 말에 심심해요?’라고 말장난한 경우가 있었다. 어떠한 사건이 생겼을 때 대표가 고개 숙이며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한다. ‘심심하다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야 심심하다라고 말해도 상관없겠지만 심심한 사과에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사투리도 외래어도 아닌 알고 보면 표준어를 부록에 포함했다. 사투리 혹은 속된 말이아닌 표준어를 보자. 까지다, 꼬불치다, 꼽사리, 농땡이, 딥다, 싸대다 등이다. 가장 놀랐던 건 아따. 나는 아따가 전라도 사투리인 줄 알았다. 또한 오지다도 마음에 흡족하게 흐뭇하다, 는 뜻이라니 우리 말 참 어렵고도 재미있다.



 

문해력의 중요성에 대하여 자주 이야기한다. 무심코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알맞게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바른 언어생활을 위한 길잡이에 한 번 빠져보자. 어느 순간 문해력이 좋아진 것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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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요리합니다, 정식집 자츠
하라다 히카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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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요리합니다정식집자츠 #하라다히카 #문예춘추사

 



일본소설을 읽다 보면, 음식을 주제로 한 내용이 많다. 음식은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함께 있다는 기분을 갖게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채널마다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프로그램이 많다. 아무래도 가난했던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어른들께 식사하셨어요?’라고 하는 우리의 인사 풍경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하라다 히카도 이와 다르지 않은지, 음식과 술에 관련된 소설이 몇 권 된다. 아마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하라다 히카의 작품인 것도 있었지만, 음식을 만들며 혹은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상했던 대로 음식을 만들며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 그로 인한 애틋한 마음과 여성들의 연대를 나타내는 소설이었다.

 





주인공 사야카는 남편을 위해 정성껏 요리하여 음식을 내놓는다. 남편은 퇴근 후 식사하면서 맥주 한 잔을 곁들이는 걸 좋아한다. 반면 사야카는 식사가 끝난 후간단한 안주와 함께 마시는 걸 선호한다. 그런 이유로 남편은 사야카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집에서 나간다. 혹시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여 그가 퇴근 후 자주 다닌다는 정식집 자츠를 방문한다. 사야카의 입맛에는 음식이 달지만, 자츠에는 술 한잔을 곁들여 식사를 하는 손님이 꽤 있었다. 점원을 구한다는 벽보를 보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정식집 자츠는 조우 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선대 조우 씨가 하던 가게를 물려받았다.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곁들인 정식과 단품 메뉴를 조우 씨 혼자 하고 있던 곳이다. 사케 한 잔을 시켜놓고 아껴가며 먹는 손님들이 있는 곳이다. 냉동 크로켓을 주로 내놓던 조우 씨는 어느 날 수제 크로켓을 만든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수제 크로켓을 내놓는다.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친다. 감자 껍질을 벗기고 으깬 뒤 볶은 다짐육을 섞는다. 타원형으로 모양을 만들어서 늘어놓고, 밀가루, 계란물, 빵가루를 준비해 감자에 밀가루와 계란을 묻히고 빵가루를 뿌려놓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재빨리 튀겨 뜨거운 크로켓 정식을 먹을 수 있게 한다.




 

문득 사야카는 생각한다. 밥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것은 아직 낯설지만, 갓 튀긴 크로켓 정식을 먹으면서 맥주를 마시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뜨거운 크로켓과 차가운 맥주 한 잔이 그리워지는 장면이었다. 여행지에서 혹은 좋은 음식이 있는 낮에도 맥주 한 잔을 주문하는 우리와 달랐다. ‘낮술의 즐거움을 모르는 게 조금은 안타까웠다.

 




정식집 자츠에서 일하며 점점 변화하는 사야카와 선대에 이어 자츠를 운영해 온 조우 씨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백화점에 납품하는 손수건 회사에 다녔던 시절을 거쳐 친척인 정식집 자츠에 오게 된, 미사에로 불렸던 기억을 회상한다. 가족과도 멀어지고 오로지 자츠에서만 일했던 삶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있다. 사야카는 조우 씨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점점 변해간다. 밥을 먹으며 술 한잔을 곁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달까.




 

삼십 대와 칠십 대 두 여성의 연대를 볼 수 있었다. 홀로 일어서는 과정이 요리를 통해 이루어졌다. 따뜻한 음식을 앞에 두고 상대방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의 안부를 챙긴다.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인물들이어서 반가웠다.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조금씩 기대는 이들의 우정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

 



 

#마음을요리합니다정식집자츠 #하라다히카 #문예춘추사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일본소설 #일본문학 #정식집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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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나미상점가의사건노트 #자매편 #이노우에마기 #북스피어

 


두 권의 책이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북스피어와 은행나무 출판사다. 작가 역시 두 군데서 연재 의뢰가 오자 하나의 사건을 세 자매와 네 형제에 의해 다른 의견과 내용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글을 쓰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으로 서로 번갈아 읽어야 사건의 해결되는 과정과 결과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런 만큼 두 권의 책을 옆에 두고 읽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사건1에는 자매 편을 먼저 읽고 난 뒤 형제 편을 읽었으며, 사건2에는 형제 편을 먼저 자매 편을 나중에 읽고, 지그재그식으로 사건3에는 자매 편에 이어 형제 편을 읽었다. 읽다 보니 두 권을 읽어야 더 확실한 결말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말이다. 물론 따로 읽어도 무방하다.

 


자매 편에서는 사건의 해결과 함께 스러져가는 상점가의 풍경을 말했다. 손님이 없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려고 고민하는 라면 가게를 비롯해 자매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닭 꼬치 구이집과 주변의 보석 가게, 악기점의 어려운 상황을 사건과 함께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코로나 시기를 기점으로 대형 영화관 및 대형 마트도 매출이 부진하다고 한다. 매물이나 임대를 한다는 메모가 적힌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경제 위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것 같아 안타깝다. 일본도 이와 다르지 않은지 상점가의 어려움을 자매 편의 시선을 통해 고민을 토로했다.

 






형제 편에서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린 동생을 비롯해 네 형제가 각자 어머니를 추억하는 한편, 그림책 작가였던 어머니가 각 형제의 탄생 카드에서 이름에 얽힌 추억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였다. 살아가며, 매끼 먹는 일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마련인데, 가게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혹은 어머니를 잃고 해외로 출장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형제와 자매들이 돌아가며 식사 당번을 한다는 것이다. 나이대가 각자인 형제자매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매력은 하나의 사건을 형제들과 자매들이 함께 해결한다는 점이다. 해결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며 생각하는 바도 달라 읽는 재미가 남다르다. 형제 편에서는 키가 크고 미남인 맏형과 그를 쫓아다니는 젊은 여성, 비상한 추리력을 자랑하는 중학생 소년,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고등학생이 있다. 자매 편은 어떨까. 덤벙대는 큰 언니, 초등학생인데도 자매 중 제일 똑똑해 사건 해결의 중심에 있는 어린 소녀와 고등학생 자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서예부 전시물을 파손한 범인이 우물 정()’자를 남긴 이유를 찾는 방법을 보자.


 

형제편에서는 폐품을 이용해 만든 작품을 망가뜨린 범인이 아니라 장식품을 훔친 범인을 찾는다. 어머니와 하세가와와 얽힌 사연을 통해 그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유달리 어머니를 사랑하는 형제들에게 하세가와가 만든 작품에 붙인 장식품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만든 당사자나 장식품을 빌려주었던 사람과 그에 관련된 이들의 사연이 미스터리 방식으로 전달된다. 형제편의 어머니의 추억이 깃든 작품을 선별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매력적이다.

 





자매편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상황을 나타냈다. 부모님이 하는 닭꼬치구이 가게에서 파는 닭 부위와 관련해 삶의 방향을 깨우치게 한다. 싫고 귀찮은 일을 남에게 떠넘기며 자기는 편하잖아? 하지만 그런 손쉬운 길만 선택하면 얻을 수 없는 것도 분명 있어. 신뢰나, 고생을 함께하며 공유하는 기쁨 같은 거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떠넘기는 사람 주변에는 성격이 비슷한 사람이 모일 테지.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자매편, 225페이지) 자기 이름 때문에 놀림 받는 게 싫지만 부모님의 가게를 좋아하는 쓰쿠네는 고민하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할 줄 안다. 하기 싫은 일들을 떠넘기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말이다.


 

소설은 따로 읽어도 되고, 사건 별로 읽어도 무방하다. 각자의 매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의 사건을 두고 작품을 번갈아 읽으면 더 큰 매력이 있다는 건 읽은 사람만 알 것이다. 독특한 설정,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당연하겠지만, 번역가 김은모가 두 작품을 함께 참여해 번역 및 진행방식이 매끄럽다. 상점가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자매들과 형제들에게 모두 등장하는 가미야마는 꽤 의심스러운 인물로 비친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가미야마의 진실은 가족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물론 형제편과 자매편 모두 각자의 성향대로 가족에게 진심이다.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작품을 소속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싶겠지만 은행나무와 북스피어는 마치 이벤트처럼 각자 한 권씩 펴냈다. 색다른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작품이다. 놓치지 마시길!

 

 

※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자매편과 형제편 모두 동일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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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사회 - 휴머니티는 커피로 흐른다
이명신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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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사회 #이명신 #마음연결



나의 하루는 커피로 시작한다. 종이필터를 드리퍼에 끼우고 물을 적신다.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아 드리퍼에 채운다. 석 잔의 커피를 내린다. 한 잔 분의 커피는 거의 에스프레소 상태로 텀블러에 담고, 머그잔 두 개에 커피를 담아 뜨거운 물을 붓는다. 아들과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며 출근 전 약간의 담소를 나누는데, 신랑은 역시 약간의 질투를 한다. 하루의 루틴이다. 주말엔 이 주마다 생두를 볶는다. 몇 번의 실패를 거친 후 내가 원하는 상태로 로스팅할 수 있게 되었다. 원두 가격이 오르기도 했고, 내가 원하는 산미 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다.




 

커피를 좋아해 커피 관련 책을 찾아 읽는다. 업무가 바쁜 와중에도 커피사회를 읽기로 한 건 커피를 좋아해서다. 커피에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커피로 연결되는 우리 사회에 공감하고, 작가의 시선에 따라 우리의 시야를 넓힐 계기로 삼고 싶었다. 들어가는 글에서 말했다시피 이 책은 커피가 가진 사회 문화적 기능과 의미에 집중했다. 다양한 커피를 통해 연결되는 환대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었다. 커피의 역사와 산지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커피로 이어지는 사람과의 관계와 그에 따른 음악과 문화의 따뜻하고 깊은 시선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을 펼치면 커피를 만드는 방법이 나온다. 더블 에스프레소 2샷과 원두의 양, 추출 시간, 추출량을 보여주었다. 커피와 책, 커피와 음악은 마치 한 몸 같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랄까. 그래서인지 음악까지 선별해 수록했다. <나의 아저씨>의 지안(아이유)에게 믹스커피는 살려고 마시는 커피였다는 이야기는 커피가 가진 문화를 말한다. 십센치(10CM)아메리카노를 들었던 날이 떠오른다.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뮤지션이 노래를 하는데 도대체 뭐라고 하는지 처음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다가 아메리카노라는 걸 알고 재미있어 한동안 좋아했던 노래다. 그야말로 커피와 어울리는 노래가 아닌가. 가사를 보라. ‘아메 아메 아메~ 아메리카노라고 외친다. 스무 번의 아메를 외치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부르는 노래다. 후크송의 예시다.

 




셀피 커피에 관한 글을 어디선가 접한 적이 있다. 얼굴이 새겨진 커피라니 어쩐지 어색할 거 같다. 블랙 외에 라테나 카페오레 등을 마시지 않아 마실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궁금함을 이기지 못해 마시게 되지 않을까. 커피와 3D 프린터의 만남 또한 다른 문화를 나타낸다. 솔직히 말하면, 세상에 맛있다는 커피는 한 번쯤 마셔보고 싶다. 루왁 커피도 그중 하나다. 워낙 비싸기도 하고 구하기도 힘들어 마셔보지는 못했다. 언젠가 TV에서 루왁 커피를 만들기 위해 사향 고양이를 우리에 가둬 키우며 학대한다는 기사를 읽고는 그 기대를 접었다. 더불어 사는 지구에서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 작가의 말처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 글을 읽은 후 TV를 켰다가 책에서 언급한 <나의 해방일지>를 방영하는 걸 보고 넋 놓고 보고 있었다. 다시 봐도 명작이다. 이 작품은 환대에 대하여 말한다. 추앙과 환대에 대한 대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염미정이 염창희와 엄마, 아빠와 함께 밭에서 일하고 있을 때 미정이 썼던 모자가 강 건너편으로 날아갔다. 왼쪽으로 돌까, 오른쪽으로 돌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구 씨는 건너편의 모자를 위해 점점 뒤로 가더니 단 한 번에 날았다. 날았다고밖에 표현하지 못할 장면에 다시 감탄했다. 멋졌다. 환대의 마음을 나누기에 커피만한 게 없다고 표현했다. 한동안 반가운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밥 한번 먹자.’고 했다면 지금은 커피 한잔 하자.’라고 하지 않나. 각자 취향에 맞는 커피를 주문하고 무심했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커피 한잔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의 힘은 인간관계에 큰 힘을 발휘한다. 어색하게 시작했던 사이라도 커피타임을 보내고 나면 괜찮은 친구가 된다. (170페이지)




 

기후 위기 때문에 커피 생산량이 줄고 있다고 한다. 원두 가격이 인상되었고, 훗날 먼 미래에는 커피를 마시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커피가 좋다. 오늘 아침도 커피를 내려 약간의 담소를 나눌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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