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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피는 병원, 아즈사가와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최주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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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가 되었다. 80세 만기였던 보험 계약도 변경되어 이제 100세까지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 생겼다.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요양 병원과 요양원이 많아졌고, 그에 따른 가족의 부양 의무도 늘어갔다. 실제로 여동생의 시댁 외할머니(시어머니의 어머니)는 104세까지 사셨다. 돌아가실 때까지 정정하셨지만, 결국 요양 병원에서 마지막을 보내셨다. 요양 병원에 입원했다가 폐렴이나 심장에 문제가 있으면 근처 종합병원으로 이동하여 치료를 받는다. 건강이 좋아지면 다시 요양 병원으로 입원하는 일을 반복한다. 의사이자 『신의 카르테』의 작가 나쓰카와 소스케의 신작 『물망초 피는 병원, 아즈사가와』는 고령화 시대에 삶과 죽음 앞에서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3년 차 간호사 쓰키오카 미코토와 1년 차 수련의 가쓰라 쇼타로로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으로서 마음가짐을 담았다. 환자를 마주하면서 삶에 대한 의지와 환자를 바라보는 가족의 입장과 애정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의료 현장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좀처럼 보기 드문 에피소드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는 미코토와 가쓰라는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관계로 변화한다. 아울러 80세 혹은 90세 이상의 환자가 응급으로 방문했을 때 치료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관계다.

가쓰라 쇼타로가 꽃집 아들이라는 설정이다. 그런 까닭에 꽃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 가쓰라와 미코토가 처음 마주치게 된 것도 병실의 꽃병에 물을 교체해주기 위해서였다. 일곱 개의 꽃을 주제로 하여 소설이 시작되는데 매 순간 죽음을 마주하며 치료가 필요한가 그렇지 아니한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보기 싫은 것에는 뚜껑을 만들어 덮고, 보고도 못 본 척한다.
텔레비전이나 소설에는 ‘극적이고 감동적인 죽음’이 가득하지만 ‘현실의 죽음’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단조롭고 더럽고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죽음’을 시설이나 병원에 밀어 넣고 묵살해 버린다. (285페이지)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지 못한다. 매체에서는 감동의 스토리를 전하지만, 실제로는 불행함을 감추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식을 먹지 못하는 와상 환자에게 위루를 만들 것인가, 죽게 할 것인가, 치열하게 고민해보라는 지도의의 말에 독자 또한 고민해본다. 어떤 게 옳은 일인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94세인 환자가 내원했다. 일반적인 생각이라면 환자 보호자와 상의하여 연명 치료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가 겨우 몇 시간, 하루 정도를 위해 연명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 연명 치료를 위해 인공호흡기를 달 것인가, 심폐소생술을 할 것인가를 물었을 때 보호자는 ‘할 수 있는데 까지 해 보자’가 먼저일 것이다. 나 또한 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의사의 질문에 뭐든지 하겠다고 말했었고, 인공호흡기를 달았다가 자가 호흡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도 의사의 의견에 반하는 가쓰라의 행동에 공감했었다. 일단 환자를 살려야 하는 게 의사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고령자에 대하여 일종의 한계점에 달했다고 말한 부분에도 공감하는 바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고, 실제로 마주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하여 말할 때,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고통 없이, 가족들을 힘들게 하지 않고 자다가 죽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한다. 미코토와 가쓰라는 환자들에게 좀 더 헌신적이다. 환자의 생명을 위해 잠도 쫓아가며 일하고, 고민한다. 병실에 꽃병을 놓아두는 등 환자의 기분 전환 혹은 생의 의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누군가와 연결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으며 동시에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다. 지금 야에 씨와 아들은 서로를 돌보며 서로에게 돌봄을 받는 것이다. 누군가의 등에 업히는 동시에 누군가를 등에 업고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296~297페이지)
고령화 문제는 한국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드물고, 고령자 수는 늘어간다. 죽기 전까지 건강하면 좋겠지만 병치레를 할 수밖에 없다. 나이 들수록 병원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의료인으로서 삶과 죽음 앞에서 어떤 치료를 할 것인가. 고민과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묵직한 질문을 건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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