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접한 세계 크로스 1
김연수.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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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한세계 #김연수 #히라노게이치로 #북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두 작가가 문학이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하나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연결의 기획 크로스시리즈다. 그 첫 번째 작품으로 우리나라의 김연수와 일본의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의 협업 작품이 출간되었다. 작가가 가진 고유한 특성의 글은 사뭇 느낌이 다르다. 공통의 주제인 책이라는 주제를 통해 각각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비교적 짧은 책으로 좋아하는 작가를 비교하며 확장된 시선을 경험할 수 있다.

 



작가의 짧은 소설 한 편과 크로스 인터뷰를 통해 서로의 작품을 보고 드는 생각들을 독자와 공유하고 있다. 김연수 작가와 히라노 게이치로가 공유한 키워드는 윤리적 딜레마. 예술적인 부분과 윤리를 별개로 구분해야 하는지 갈등 구조를 통해 그 고민을 보여주었다.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졌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바라볼 수 있다.



 

김연수 작가는 파산과 구속을 각오하고 폭로에 나선 손동하라는 인물을 통해 그의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생각의 변화 등을 말한다. 중학생이었던 손동하가 아빠와 함께 서울행 기차를 타며 과거의 시간으로 간다. 친척 결혼식이 있어 서울의 친척집에서 만난 정혜인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정혜인에게 들려주다 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의 뒷이야기를 편지로 전해주는 한편 아픈 엄마의 기억을 떠올린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평생 연구했던 사진작가의 전시회를 준비하는 큐레이터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진을 발견하고 그에 대처하는 일들을 말한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도록에서 발췌한 내용 등을 구분 지어 설명하여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작품을 썼다. 전시회를 앞둔 사진작가의 아틀리에에서 아동 성 포르노로 짐작되는 사진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외부에 알리는 게 맞느냐, 맞지 않느냐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만약 그 사진을 전시했을 때 여전히 살아있을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의 예술성과 별개로 윤리적인 면에서는 완전하지 않으냐는 갈등과 고민의 기록이다.



 

비록 전시회를 진행하지 않고, 손동하의 인터뷰를 공개하지는 못하였지만, 소설 형식을 빌려서라도 알리고 싶은 이들의 깊은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 두 작가가 참여한 크로스 시리즈라고 하여 한 명의 주인공을 통해 파생되는 서로의 생각을 다룬 소설이려니 여겼다. 하나의 주제로 엮은 다른 소설이며 인터뷰를 통해 서로의 작품을 토론하는 방식이다.

 



우리들의 실패에서 김연수 작가는 경험하지 못한 과거는 아직 오지 않는 미래와 마찬가지입니다. (35페이지)라고 하였다. 암에 걸린 엄마가 오래 살기를 바랐던 손동하와 재혼한 엄마가 그 집에서 행복하기를 바랐던 정혜인의 미래는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과거는 과거일 뿐, 미래는 그저 우리의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아서왕의 전설이었다. 마법사 멀린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모든 미래를 알고 있었던 멀린이 목적을 가진 니뮤에를 거부하지 못하고 결국 나무속에 갇혔다. 미래를 알고 있어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건지도.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정적 순간은 미투 운동과 더불어 소년의 나체 사진이 불러오는 윤리적 파장에 대하여 말한다. 생리적 혐오감이라고 할 수 있는 사진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될 법하다. 미성년자 보호의 관점과 아동에게 성적 관심을 가졌던 이들의 몰락, 예술로 승화될 수 없는 경계에 대하여 다각적으로 살핀다.

 



그런 점에서 소설가의 무지란 역설적으로 너무나 많은 미래를 알고 있는 것을 뜻하지 않을까요? 독자에게 주인공의 미래가 무한히 열려있음을 보여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그중 하나의 미래를 선택하겠죠. 그 과정에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합리적인 논리나 공적인 정의감이 아닌 사적인 잉여의 감정이 개입한다면 필연적으로 합리적 해석이나 선과 악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이야기 자체로서의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지 않을까요? (201~203페이지)



 

왜 그때 그 상자를 열었을까.’라고 한탄하는 가스미의 말이 떠오른다. 후회를 해보지만 미래의 세대와 공유해야 한다고 여기는 말에 공감한다. 추진했던 전시회 작업이 비록 무기한 연기되었어도 훗날 누군가에 의해 다시 열릴지도 모른다. 조금은 안타깝겠지만 마음의 소리에 집중했던 가스미의 선택을 존중하는 바다. 이런 상황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에 관한 질문을 건네는 작품이었다.



 

 

#근접한세계 #김연수 #히라노게이치로 #북다 #책추천 #소설추천 #크로스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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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3
요 네스뵈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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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문 #요네스뵈 #비채



 

스노우맨부터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읽어온 지 꽤 오래됐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 해리 홀레가 연쇄살인범을 만나는 순간 완벽해지는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낀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해리 홀레에게 열광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된 해리 홀레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 열세 번째 시리즈 블러드문이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 붉게 빛나는 블러드문. 피처럼 붉은 세상을 가리키는 것 같다. 다시 해리 홀레에게 매료되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면 믿어줄까.



 

연쇄살인범을 잡는데 특별한 능력이 있는 해리 홀레는 형사로서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나 인간으로서는 완벽하지 못하다. 알코올의존증에 빠져있고, 연인을 잃은 비통함에 비틀거린다. 연인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외국의 어디 구석진 곳에 있다가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순간이면 홀연히 나타난다. 형사들은 그를 그리워하고, 살인사건을 쫓는 그의 능력을 기대한다.






 

로스앤젤레스의 허름한 술집에서 해리 홀레를 발견할 수 있다. 배우였던 루실과 어울리며 그의 돈 문제에 얽혀 다시 오슬로로 돌아오게 된다. 부동산 재벌 뢰드의 살인 혐의를 개인적으로 조사한다는 명목이었다. 뢰드가 주최한 파티에 참석했다가 시체로 발견된 여성과 실종 중인 여성에 대한 사건이었다. 루실의 빛을 갚아준다는 조건을 걸고 오슬로에 도착해 수사팀을 꾸린다. 심리학자 스톨레 에우네와 택시기사였던 외위스테인 에이켈란, 비비스라는 별명으로 불린 강력반 형사 트룰스 베른트센으로 죽음을 앞둔 스톨레의 병실이 본거지다.



 

시리즈를 계속 읽다 보면 등장인물이 낯설지 않다. 해리 홀레의 연인이었던 라켈과 그의 아들 올레그, 카트리네 브라트와 비에른 홀름 등이다. 트룰스 베른트센은 비리 경찰이면서도 묘하게 해리와 인연이 있다. 동료이자 친구였던 비에른과 라켈이 죽어 절망에 빠져있던 상태다. 그렇지만 이제 해리는 외위스테인의 조언에 따라 술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해리는 연쇄살인범을 알아보는 동물적인 감각이 있는 것 같다. 큰 키, 비쩍 마른 몸매, 그의 파란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자들은 반하고 만다. 법의학연구소에 있는 알렉산드라 스투르드자도 해리가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들어줄 정도다.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으로, 수많은 복선을 깔아두고 소설이 진행된다. 독자들은 과연 누가 복수에 눈이 먼 프림일지 나름의 추리를 하게 된다. 카트리네가 만나는 아르네? 아니면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요나탄이 의심스럽다. 예상을 빗나갔다. 요 네스뵈는 항상 해리의 주변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아무도 의심하지 못하게 독자를 현혹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경찰과 경찰 주변에 있는 사람이 살인범이라고 생각하지 못하지 않나. 살인범은 가까이에서 해리를 지켜보며 조종했다.



 

후각착오증이 있는 해리의 후각을 자극하는 게 머스크 향기였다. 해리는 그 불협화음을 나중에야 깨닫게 된다. 소설에서 머스크 향과 더불어 중요한 모티프가 바로 기생충이다. ‘톡소플라스마 곤디이라는 기생충으로, 프림은 기생충이 든 자신의 배설물, 즉 장액과 효소를 사용하여 감염시킨다. 기생충의 주 숙주는 두려움을 잊는다. 감염자가 주 숙주를 보면 두려워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게 된다. 낯선 사람인데도 그에게 매력을 느끼고 다가갈 수밖에 없다. 희생자들이 거부하지 않고 깊은 숲속으로 기꺼이 따라갔던 것처럼.

 






살인자인 프림은 십대 때 새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새아버지와 이혼하는 게 싫어 그것을 모른 척했던 엄마에 대한 상처가 깊었다. 사업 감각이 뛰어나 승승장구하는 새아버지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천천히, 느리게, 고통을 겪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랐다. 전문적인 지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며 천연덕스럽게 사람을 죽이는 그 냉정함이 두려웠다. 혹 어떤 이들은 프림의 상처가 깊지 않았냐고 말하겠지만,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죽음을 포기했던 것처럼 타인의 삶도 소중한 것이다.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던 이의 상처와 고통 그로 인한 복수는 걷잡을 수 없다. 그리고 살인은 더욱 정교해지고, 자기가 계획했던 대로 행동한다. 보통의 인간인 해리 홀레에게 늘 매료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해리가 해결하는 사건과 살해 동기에는 눈살이 찌푸린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걸 볼 때마다 안타깝다. 해리는 이제 고통 속에서 조금씩 벗어나 다시 형사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미래의 해리에게 희망의 빛이 비친다. 아울러 성직 칼라의 남자가 뭔가 의심스럽지 않나. 다음 행보를 기다려 보자.

 

 

#블러드문 #요네스뵈 #비채 ##책추천 #유럽소설 #북유럽소설 #스릴러소설 #해리홀레시리즈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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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6-03-16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네스뵈 해리홀레 시리즈의 광팬이었으나..!!갈수록 스토리상 여혐이 거슬려 결국 손을 놓게 되었었는데.. 블러드문은 괜찮은가요? 브리즈님 후기 보니 또 다시 읽고 싶은 해리홀레시리즈..🥹
 
나이트 트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7
문지혁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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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 작가의 소설은 자전적인 내용과 허구의 경계에 있는 것 같다. 작가 문지혁이 주인공인 소설과 아내의 이름으로 짐작되는 이름 때문에 이게 소설인지, 작가의 이야기인지 헷갈린다. 작가가 살아온 이야기와 허구의 내용이 혼재했을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다. 초급 한국어중급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나이트 트레인에서도 작가가 등장한다. 작가가 대학생이던 1999년 호텔팩으로 21일간 유럽여행을 떠났던 이야기와 과거의 흔적이 들어있는 상자를 아버지로부터 받은 현재, 그리고 여행지에서 썼던 액자 소설, 이 세 가지의 이야기가 동시에 나타나는 작품이다.

 


고등학교 때 첫사랑이었던 O와 함께 보았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하던 기차. O가 이별 선물로 건네주었던 은반지를 버릴 곳은 빈의 대관람차 안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여행기다. 아마도 여행의 목적을 첫사랑의 기억을 버리러가는 거라고 할 수 있겠다.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절대 반지를 버리러 떠났던 것처럼 주인공 도 첫사랑의 상징인 은반지를 버리러 가는 여행을 선택했다. 여행지의 야간열차 안에서 만났던 전수진은 그의 여행지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가 쓰고 있던 소설의 주인공도 이라는 이름이었다. 호텔팩 동료 중에서 E가 유일하게 같은 대학교였다. 마치 우연처럼.






 

작가의 이야기 같아서일까. 비교적 짧은 소설이기 때문일까. 작가가 여행한 장소의 에피소드와 반지를 버리러 간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연이 낯설지 않다. 한번 스치고 갈 인연이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연이 평생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포 선라이즈>처럼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사랑에 빠질 수도 있잖은가. 야간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부터 설레지 않은가 말이다.


 

각자의 사연으로 여행을 떠난 이들이다. 반지 원정대의 프로도처럼 반지를 쥐고 여행에 나섰던 주인공처럼, 전수진은 쌍둥이 여동생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떠나왔다. 군대를 마치고 온 경상도 형들이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행 온 누나들 외에 유일하게 E만 여행의 목적을 말하지 않았다. E가 은혜라는 이름으로 불린 순간 독자들은 알아차릴 것이다. 여행의 목적이란 다르지 않다고.


 

계속 쓰는 것과 계속 쓰지 않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다. 둘 사이를 오가는 것. 움직였다가 멈추는 것. 떠난 자리로 돌아오는 것. 여행에 관한 기록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알게 되는 것은 말하자면 여행만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여행만이 가치 있다. 여행만이 존재한다. 다른 것은 없다. (13페이지)

 


아마도 여행을 못 가서 인가보다. 여행에 관한 TV 프로그램, 여행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행에 관한 설렘, 낯선 장소의 두려움과 긴장감, 그곳에서 일어난 소소한 에피소드가 그리운지도 몰랐다. 같은 곳을 여행해도,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청춘들의 여행이야말로 <비포 선라이즈>같은 여행이 아닐까.


 

더불어 작가는 세 가지의 패턴으로 진행되는 소설에서 글쓰기에 관한 것들을 말한다. 3인칭 전지적 시점. 여행지에서 노트를 꺼내어 습작의 시간을 갖는 것. 우연히 쓰게 된 소설의 주인공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이름이 같다는 것? 여행이 주는 묘미와 우리가 보았던 영화의 감동이 여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를테면 사람과의 인연 같은 것이다.


 

액자 소설과 과거, 현재가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현재의 일상, 과거의 추억, 습작소설의 모든 것. 습작 소설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순간 새로운 시작점에 서게 된다. 과거의 인연이라고 여겼던 E가 현재의 은혜로 나타나는 순간. 독자는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이것은 연애소설이라고. 다른 사람을 잊기 위해 갔던 여행이 결국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인연이었다는 것. 버렸다고 생각했던 은반지를 점퍼 주머니에서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여행에 관한 기록이다.

하지만 인생에 여행 아닌 것이 존재할 수 있나? (11페이지)

 


 

인생이라는 여행지에서 어떤 여행을 하게 될 것인가. 우리가 선택한 여행은 아주 사소하지만, 또 영원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만 같다.

 


 

#나이트트레인 #문지혁 #현대문학 #현대문학핀시리즈 #핀소설 #한국문학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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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노예 남편 아내 - 2024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 수상작
우일연 지음, 강동혁 옮김 / 드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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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노예남편아내 #우일연 #피카FIKA

 

 

노예제도와 남북전쟁은 지울 수 없는 미국의 역사다. 노예제도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제도로 인간을 하나의 재산으로 보고 사고팔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백인의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는 노예의 신분이 되었다.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그 사람의 몸 전체가 유색인종으로 변한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주택 담보 대출처럼 노예를 담보로 잡혀 돈을 빌리고 이자를 갚는 등 인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어머니와 아이, 형제자매 혹은 남편을 따로 팔아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링컨의 노예 해방 선언과 남북전쟁 시까지 계속되었다. 이 소설은 예속 피해자인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가 자유를 위해 탈출한 4일간의 여정으로 노예제도에 맞선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미국의 역사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밝은 피부인 엘렌이 머리를 자르고 병약한 백인 남성 신사로 변장하여 주인으로, 윌리엄은 그의 노예로 위장하여 각자 여행을 시작했다. 엘렌과 윌리엄은 도망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했다. 엘렌은 바느질로, 윌리엄은 시간 외 일을 하며 도망 자금을 모았다. 부유한 백인 신사로 변장하기 위해서였다. 기차나 마차에 탔을 때 사람들은 엘렌을 신사로 대했다. 그들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위험은 산재해 있었다. 도망 노예를 잡으려는 노예 사냥꾼을 피해야 했으며, 노예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했다. 병을 핑계로 서명을 피하는 방법을 썼다.

 

 

메이컨에서 출발했던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는 펜실베이니아에 무사히 도착했다. 크래프트 부부의 용감한 도전과 용기 때문이었다. 이후의 여정은 도망 노예를 숨겨주고 노예제도 반대자들의 도움 덕분에 자유의 나라에 안착할 수 있었다. 남편과 아내가 노예에 관한 생각이 다를 경우, 이혼을 감행하면서 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예속 피해자가 노예 사냥꾼에게 잡히면 여성은 화려한 집으로 팔려 가거나 매질을 견뎌야 했다. 그들의 여정 속에 자유 흑인으로 납치당해 노예가 되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솔로몬 노섭도 강제로 지나갔던 길이기도 했다. 솔로몬 노섭이 아직 노예 상태였던 1848년의 일이다. 그때는 자유 흑인을 납치해 노예로 팔아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는 자유를 위해 죽음과 두려움을 무릅쓴 도전을 했다. 그들은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기로 했다. 도망 노예였던 윌리엄 웰스 브라운과 뜻을 같이해 노예제도 반대 운동에 참여하였다. 정의는 승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노예제도 반대자들은 뜻을 모아 도망 노예를 숨겨주었고, 엘렌과 윌리엄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었다.

 

 

한국인 최초 퓰리처상을 수상한 우일연은 미국의 역사와 노예제도를 치밀하게 조사하였다. 소설 형식으로 쓰였으나 역사와 사실을 바탕으로 했고, 엘렌과 윌리엄의 기록과 그들의 후손을 인터뷰한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인간 재산을 상속받은 미국 정치인의 실상에 고개를 찌푸리게 되었다. 그들은 인간 재산의 상속 행위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며, 앞장서서 노예제도를 반대하지 않았다. 노예제도가 종식되어야 할 악은 맞지만, 점진적 해방을 선호했다는 말이다. 2024123, 우리나라의 비상계엄령이 발표되었을 때 군인과 경찰관의 소극적인 대처와 국민의 적극적인 반대로 실패했듯, 도망 노예에 대한 판결을 흐지부지하게 미룬 재판관 혹은 보안관의 행동, 반대론자들의 극렬한 시위가 있었기에 현재의 결과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비와 비교해 보게 된다. 조선시대의 노비 또한 신분에 관한 핍박을 받았다. 아버지와 노비의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를 서자로 칭하기는 했다. 하지만 미국의 노예제도는 자녀로 인정하지 않았다. 예속 가해자가 노예와의 관계로 아이가 생겨도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인간 재산으로 여겼다. 예속 가해자가 죽은 뒤 부인에게 노예가 상속되면 딸을 위한 결혼 선물로 이복 자매를 주었을 뿐이다. 이러한 사실을 작가는 냉철하게 판단하고 기록했다.

 

 

역자 강동혁은 노예제도라는 체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은폐하지 않고 드러낸다.’ 라고 했다. 정확한 기술로 독자들에게 미국의 역사를 알렸다. 인간성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는가. 백인우월주의에 빠졌던 미국의 아픈 역사가 있듯 우리 또한 피부색이 다르다고 하여 편견과 차별, 그 편협함에 갇혀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살면서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다. 놓치지 마시길.

 

 

#주인노예남편아내 #우일연 #드롬 #피카FIKA #2024퓰리처상 #소설추천 #영미소설 #영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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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름 -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아무튼 시리즈 30
김신회 지음 / 제철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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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여름 #김신회 #제철소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은 아이들이 졸립다고 하면, 맥주 이야기를 하셨다. 한여름, 땀을 흠뻑 흘리고 나서 마시는 한 잔의 맥주가 얼마나 시원한지 아냐고 말이다. 술을 몰랐던 그때의 우리는 선생님의 말이 먼 미래의 단어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지친 마음에 다가오는 한 줄기 빛처럼 시원하게 적셔줄 맥주 한잔의 위력을. 어딘가를 여행할 때 혹은 금요일 퇴근 후 마시는 맥주 한잔도. 여름에 마시는 맥주 한잔을 이야기하는 김신회의 산문을 읽자니 오래전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마음은 통하기 마련이다. 왜 독자들이 아무튼, 여름에 열광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지나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었다.

 

 

내게 여름은 여행의 계절이었다. 어디론가, 멀리 떠날 수 있는 휴가가 있던 날이었으므로. 일정을 맞춰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어디로 갈 것인가 계획을 세우며 설레었던 기분을 알 것이다. 김신회 작가에게 여름은 맥주의 계절이었으며, 초당 옥수수의 계절이었고, 샤인머스캣이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여름 한 철의 사랑 혹은 연인 아닐까. 아니면 한여름의 치앙마이일 수 있다. 비록 빌린 아파트에서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던 치앙마이였을지라도. 여름의 추억이긴 하다.

 

 

그러고 보니 치앙마이의 여름이 떠오른다. 2~3년 전에도 다녀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첩을 보니 20198월에 가족여행으로 다녀왔다. 호텔을 예약하고, 치앙라이까지 다녀오느라 지쳤으나 저녁마다 맥주 한잔과 같이 먹었던 음식은 아주 달았다. 여행은 사람을 가깝게 만든다. 마치 세상에 아무도 없는 양, 우리만 존재하는 것처럼 군다.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유튜브 <핑계고>의 오스트리아 빈 여행기를 보았다. 출연자들이 걷는 거리, 식당, 궁전의 그림 등을 보며 여행이 가고 싶었다. 사정상 해외에 갈 수 없으니 국내라도 다녀와야 했다. 김신회 작가의 여행기도 마찬가지였다. 느리고 게으른 작가의 여행이라 더 부러웠다. 외국여행 가서 게으름을 피워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가는 시간이 아까워 일찍 일어나서 움직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아쉬움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여름만 되면 이 책을 꺼내 읽는다는 독자들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매년 여름이면 재쇄를 찍는다고 했다. 어떤 여름이기에 이렇게 좋아할까 궁금해서 읽은 책이다. 아무튼, 여름에는 우리가 누렸던 과거의 추억이 들어있었다. 잊고 싶지 않은, 간직하고 싶은 추억의 시간이었다.

 

 

여름만 떠올리면 무작정 가슴이 뛴다,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더불어 여름 하면 떠올리는 드라마 <수박>을 말한다. 변변찮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우리는 비슷한 사람들을 보며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것 같다. 좋아하는 여름 드라마나 영화를 떠올려 보니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이 생각난다. 타인들이 모여 가족을 이루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이에게 들키지 않고 물건을 훔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아버지가 이상했다. 피를 나누지 않았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영화였다. 가족 모두가 바다에 나가 여름을 즐기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보통의 가족, 특별할 거 없는 여름의 바다.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던 마지막 장면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겨울인 사람은 여름 나라에서도 겨울을 산다. 손닿는 것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싸늘한 마음은 뜨거운 계절조차 차갑게 만들어버린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름을 완성하는 건 계절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그때 나는 그 어디서든 여름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거다. (107~108페이지)

 

 

봄이면 봄이라서 좋고, 여름은 여름이라서 좋다. 계절에 따라 달리 변하는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며 계절 감각을 느낀다. 그럼에도 나는 뜨거운 여름이 좋다.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포기하지 않는 나, 무언가를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 같다. 아무튼, 여름을 읽어보시길. 지나간 우리의 추억이 깃들어 있을 테니. 나 여름 좋아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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