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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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모든것을말했다 #스즈키유이 #리프



 

시인이자 작가 혹은 연극 감독, 자연과학자인 괴테의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괴테라고 하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가 유명하다. 보통 사람들은 그를 뛰어난 작가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독일 사람들은 모든 말에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고 하거나 괴테가 말하길 ~~~’ 라고 한다는 것이다. 거의 하나님 가라사대와 맞먹는 말이 아닌가 말이다. 책과 언어의 유희로 가득한 소설이다. 괴테의 문장으로 가득한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철학적 사유를 감상하는 일이었다. 이 소설을 2001년생이 30일 만에 쓴 소설이라고 하는데 믿어지는가.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세 가족이 식사하러 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홍차 티백 봉투의 꼬리표 부근에 인쇄된 글에서 괴테의 문장을 발견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괴테라고 써진 글자를 보는 순간, 소설의 주인공 도이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순간,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도이치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자주 썼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말은 유희의 상징 혹은 마법의 주문 같은 의미였다. 일본 괴테 연구의 일인자로 불리는 그에게 생소한 문장은 그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어디서 읽었는지 찾기 시작하는데, 학자 집안답게 가족 모두 언어의 유희를 즐겼다. 도이치 또한 아내의 아버지 즉 독문학자 운테이 마나부가 그의 스승이었다. 도이치는 괴테 전집을 살피고, 알 만한 학자들 모두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럼에도 쉽게 해답을 얻을 수 없었던 도이치의 고민이 깊어졌다.

 



소설은 철학적인 언어로 가득하다. 옛날에 식당이나 이발소 등의 벽에는 유명한 사람의 말이 들어있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그 말을 되뇌었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많은 사람이 명언집도 읽었다. 이 소설도 차를 마시며 명언을 음미하라는 의도로 만든 티백 꼬리표를 모티프로 괴테의 말과 그걸 찾는 사람들, 그리고 사랑의 순간을 기억하는 어느 한 시절을 말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괴테의 말로 가득한 로맨스 소설이라고 해도 좋겠다. 도이치와 도이치의 아내, 도이치의 딸과 이 소설을 쓴 도이치의 사위가 혼연일체가 되어 괴테의 말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괴테의 말을 찾아 머나먼 독일까지 방문해 그 진위를 찾고 싶은 학자의 마음이 이 소설의 핵심과 닿아있다.

 






작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이십 대인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이 이처럼 넓고 깊다는 게 놀랍다. 괴테의 말과 그걸 찾는 자의 고민과 통찰이 빛난다. 괴테 연구의 1인자인 학자와 스승의 딸인 아내, 그리고 딸 노리카와 딸의 남자친구 쓰즈키가 마치 하나의 원처럼 엮여 괴테의 말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확인하는 장면은 가족의 완벽함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괴테의 말을 소설적 장치로 썼다는 점도 놀랍다. 고전문학을 고루한 문학이라고 여기지 않는 작가의 사유가 마음에 들었다. 과거 철학자의 말이 작품 속에서 회자되는 일은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여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철학가의 명언을 배우고, 남녀노소가 함께 명언을 찾는 과정을 지켜보는 듯, 화합이란 이런 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 평소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따로 지내는 것 같지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자기만의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게 인상적이다.

 



자신의 명언 찾기는 결코 의미 없는 짓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반드시 이어져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무언가로부터 생겨났고, 우리는 아직 살아있으니까. (212페이지)

 

 

#괴테는모든것을말했다 #스즈키유이 #리프 #일본소설 #아쿠타가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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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초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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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초 #샐리루니 #은행나무


 

새로운 작가의 발견은 출판사의 마케팅 덕분이다. 눈에 띄는 문장에 낚이고 마는 것이다. 이를테면, ‘현존하는 작가 중 이보다 더 뛰어난 작가가 있을까?’전 세계적 현상이라 불리는 샐리 루니의 최신작이라고 하면 문학 독자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어떻게든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이 책 또한 이 문장에 자꾸 눈에 띄어서 아무래도 읽을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대단한 작품이겠거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원했던 것보다 더 대중적인 작품이 아닐까, 실망하면 어쩌나,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였고, 상실의 아픔을 겪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설은 아버지를 잃은 두 형제와 이들의 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연인들이 등장한다. 서른셋의 변호사인 피터는 대학에 다니는 나오미와 연인이라고 할 수 없는 어중간한 관계에 있고, 오래전에 사귀었던 실비아의 관계가 정확히 정리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대하여 표출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봐야 옳겠다. 뛰어난 체스 선수인 스물두 살의 아이번은 체스 경기가 열리는 예술센터에서 서른여섯 살의 마거릿과 사랑에 빠진다. 나이 차가 많은 관계로 마거릿은 아이번에게 사랑을 느끼면서도 자기보다 훨씬 어린 나이를 걱정한다. 피터 또한 나오미에게 매력을 느끼면서도 연인 사이라고 할 수 없는 상태다. 변호사 일과 친구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 같은데, 그는 약과 술에 의존하고 있다.

 



슬픔은 가족 혹은 친구와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상실의 아픔을 말하고, 그리워하며 추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형제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만의 추억을 말하며 슬픔을 달랠 수 있었다. 피터와 아이번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형제의 어머니는 이미 다른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아버지가 살던 집은 비어있고, 아버지 집에 있었던 개 알렉시를 언제 데려가느냐고 어머니는 아이번을 재촉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번의 아파트에서는 개를 키울 수 없어 안타까워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아이번이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알렉시와 함께 지낼 수 있다.





 

아이번이 피터에게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며 나이가 형과 비슷하다고 말하자, 피터는 나이 많은 마거릿을 나무란다. 중의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거에 가깝다. 형으로서 걱정되는 마음을 드러낸 말일 수도 있지만, 아이번에게는 상처가 되었다. 마거릿을 탓하는 듯 말을 했으니 말이다. 가족이라면 이런 상황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 형제들이 그렇듯, 피터의 말에 상처받은 아이번은 그의 전화를 차단하고, 화해하고 싶은 피터는 문자를 남기지만 아이번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상처가 되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한다. 걱정한다는 이유로, 너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든다. 알면서도 그걸 자주 놓친다.



 

인터메초(intermezzo)는 간주곡, 막간극을 뜻하는 용어이며, 체스에서는 예상 밖의 한 수를 뜻한다.’고 한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아버지의 죽음 이후 상실의 고통과 형제의 갈등 구조, 그리고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나타낸다. 다른 한편으로 형제가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고민한다.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오래전 헤어진 연인과도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갖는다는 걸 혼란스러워한다. 또한 형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를 사랑하게 된 동생은 연인을 탓하는 형의 말이 싫다.

 



삶에서 체스밖에 없다고 여겼던 아이번의 성장이 눈에 띈다. 체스 이외에서는 자폐적 성향을 보이는 듯했지만, 마거릿을 만나는 순간 삶과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형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냈었던 과거와는 달리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반박할 수 있었다.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서로 솔직하게 대화했더라면 이런 상황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형제이기에 화해도 쉽게 하는 법이다. 예를 들면 아이번이 다시 체스 경기가 열리는 장소를 찾아가 기다렸다가 눈만 맞추어도 괜찮다. 눈빛으로, 행동으로 전해지는 법이다. 미안함과 다정함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로맨틱한 소설이면서 성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생생한 인물 묘사와 섬세한 심리 묘사가 빛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인터메초 #샐리루니 #은행나무 #영미소설 #영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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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낯선 동행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11
김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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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낯선동행자 #김진영 #현대문학



 

여자 혼자서 외국 여행을 하게 될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나쁜 소식에 괜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 여행 카페에서 함께 여행할 동행자를 구하고 미리 준비해 함께 간다면 가족들도, 당사자도 조금 안심하지 않을까. 더구나 나이대가 비슷하다면 여행 친구로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주인공 혜성처럼 말이다.

 



혜성은 소규모 영상편집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대표의 성적인 접근에 사표를 쓰고 나왔다. 대표가 한 번도 해외여행을 해보지 않아 모른다는 비아냥거림 때문이었다. 가진 돈의 반을 털어 스페인 여행을 준비한 혜성은 유럽 여행 카페에 동행자를 구하는 글을 올렸다. ‘29살의 여성이며, 또래인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여성분만 연락 주세요.’라고 말이다. 마침 9월 스페인 여행 준비 중이라는 27살의 지효가 메시지를 보내며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바르셀로나 엘프라트공항 입국장에서 지효를 기다리는 장면으로부터 소설이 시작된다. 열여섯 시간의 비행, 인천에서 출발하여 암스테르담을 경유한 혜성과 달리 지효는 김해에서 일본으로 출국해 파리를 경유해 도착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효의 휴대폰 전원은 계속 꺼져있었고,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함께 예약한 호텔에 도착해 예약 확정서를 내밀었음에도 취소됐다는 답변만 들었다. 스페인 여행 경험이 있는 지효가 호텔 등 숙소를 예약했고, 입장료 등은 혜성이 예약했다. 물론 숙소 비용의 반을 지효에게 보냈다. 갈 곳을 잃은 혜성은 다시 공항으로 가려고 버스를 예약 후 정류장에서 울고 있다가 한국인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구세주를 만난 느낌이었을 것이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윤길우가 예약했다는 말만 믿고 한인 민박집으로 따라가 비어있는 방에 짐을 풀었다.





 

아마 그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길우가 여행 일정을 궁금해하고, 혜성에게는 2인 입장료 티켓이 있으므로 함께 움직이고 싶어 했던 건 당연했다. 혜성에 비해 길우는 스페인어 및 영어도 잘했으므로 의지하고 싶었으리라. 마치 혜성의 여행 일정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 길우는 비슷한 코스로 다니기 시작하지 않으냐 말이다. 숙소 또한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그때부터 혜성이 조금씩 길우를 의심했던 것 같다. 계속 함께 다닐 수는 없었다. 길우에게 의지하기보다 자신의 여행을 해야 했다. 혜성과 길우는 로맨스 비슷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으나, 흔히 여행지에서 생기는 로맨스와 어긋나 있었다.

 



장르 소설의 특징처럼 어느 순간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독자도 주인공 혜성도 깨닫는 순간 말이다. 혼자 하는 외국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는 분에게는 조금은 걱정스러울 수도 있겠다. 체크인을 위해 제출한 여권 사본이 누군가가 이용해 여행자들에게 소액의 돈을 갈취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 말이다. 자기의 여권 사본이 타인이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 피해자는 갈수록 늘어갈 것이다. 사람은 가까워지면 자기의 개인 정보를 너무 많이 노출하곤 한다. 다니던 직장, 집 주소, 전화번호, 함께 여행한다는 이유로 여권 사진까지 건넨다. 만약 관계가 틀어져 내 개인 정보를 이용해 범죄에 이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걸 깨닫는 순간 얼마나 아찔하겠는가.



 

김진영 작가가 낯설다고만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의 원작을 쓴 작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걸 알고 나니 이 소설 또한 충분히 영화적인 스토리였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짜릿했다. 여행 콘텐츠가 많아지는 요즘, 한 번쯤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다. 개인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낯선 사람을 너무 믿지 말 것.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처럼 여기면 가장 편할 것이다. 혼자 하는 여행, 쉽지 않겠다. 그렇다고 낯선 사람과 동행하는 것도 최선은 아닌 것 같다. 낯선 타인과 동행해도 혼자 하는 여행이라고 여길 것! 잊지 말자.

 

 

#나의낯선동행자 #김진영 #현대문학 #핀소설 #핀시리즈 #핀시리즈장르소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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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5
박지영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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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미영팬클럽흥망사 #박지영 #현대문학



 

지난 3월 광화문에서 <BTS 컴백 라이브: ARIRANG>이 펼쳐졌다. 예고편부터 설레게 했다. 일정이 있어 라이브 방송은 보지 못하고 다음 날 넷플릭스에서 방송을 보았다. 음향 상태도 썩 좋지 않았고 멤버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칼군무의 댄스와 노랫말은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음악에 임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했다. 다만, 한 가지, 노랫말이 한국어가 아닌 영어가 대다수라 조금은 서운했다. 팬덤이 아닌 나도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게 되는 그룹이다. K-POP을 이끌고 있는 뮤지션 중 하나로 뷰티뿐 아니라 음식까지 전 세계를 한국의 색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 좋아하는 배우는 있지만, 특별하게 누군가의 팬은 아니다. 그마저도 여동생의 취미가 덕질이라 BTS의 멤버를 구분할 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박지영 작가의 핀소설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는 무언가 할 말이 많을 거로 보였다.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복미영은 배우 W의 팬클럽 열성 회원이었다. 하지만 W가 음주운전에 뺑소니, 그것도 모자라 불법 촬영물과 관련된 메신저 단체 방 멤버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렸지만, W는 쓰레기로 판명이 났다. 이에 실망한 복미영이 팬 페이지에 작성한 탈덕 선언문이 여기저기에서 재인용되어 널리 퍼져나갔다. 복미영은 쓰레기 처리반, , 좋아하는 사람을 쓰레기로 바꾸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직접 복미영 팬클럽을 만들었다.

 



용맹하고 경솔한 복미영이 단 한 명의 팬을 위해 설계한 역조공 팬 서비스는 어떻게 실패했는가. 라는 문장 때문에 이 소설을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가 만든 팬클럽, 당신은 내 팬클럽에 가입할 거라는 무모함과 당당함을 갖추고 있었으니 말이다. 복미영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가 맞물려 있을 거로 보았다. 소설은 복미영이 살아온 이야기뿐만 아니라 복미영 팬클럽의 1호 회원 김지은의 이야기까지 한국의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돌봄에 대한 민낯을 보여준다. 이모라고 불리는 이들, 쓰임을 다하면 어딘가로 버려질 그들을 돌볼 사람은 누구인가. 그 선택지에 는 없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이런 면에서 복미영과 김지은은 서로 맞는 관계였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걸 쓰레기로 바꿔버리는 여자, 아프고 돌봄이 필요한 이모를 버려야 하는 입장에서 복미영이 구세주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간과한 게 있다. 복미영이 속해 있는 동네북클럽 이름이 열린 엔딩 닫기 북클럽이란 사실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주로 책을 수선하기다. 더 깊게 들어가 보자면 마음에 안드는 결말을 다르게 바꾸는 식이다. 열린 결말을 하나씩 닫았다. 모든 책의 엔딩을 똑같게 만드는 상황에 이르렀다. ‘네 까짓 것에서 를 빼면 까짓것만 남는다. ‘이모님 주제에주제에를 빼면 이모님만 남는다. 이 얼마나 통쾌한가. ‘버리기 아티스트답다.

 



오래전의 인연과 관계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책임과 의무가 없는 관계라면 그저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늙고 병들어 돌보아야만 하는 관계라면 금방이라도 지치고 만다. 쓰임을 다한 물건을 버리듯, 사람도 그렇게 버리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빛 같은 거 남기고 싶지 않기에 방법을 찾는 것이리라. 예를 들면, 연락이 끊긴 이모의 딸을 찾는 방법 같은 거. 과거 늙고 병들었던 부모를 산속에 버려두고 왔던 고려장을 떠올리며 나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일 것이다.



 

그래도 되는 사람. 복미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침을 뱉는 행위, 타인에게 불쾌하게 비치는 행위인데도 복미영이 하는 행동이기에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다. 복미영이 침을 뱉기 시작한 행동에 과거의 기억과 관련이 있었다. 타인의 호감 있는 눈빛을 알아채고 더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거부 반응과 비슷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가오기 마련이다. 필요에 의해서건, 감정에 의해서건. ‘나는 아마 안 될 거야에서 을 빼고 나는 아마 될 거야로 바꾸며, 복미영은 스스로 를 돌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복미영은 그래도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복미영팬클럽흥망사 #박지영 #현대문학 #핀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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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네 - 2025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
아베 아키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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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네 #아베아키코 #은행나무

 



일본문학에서 관심을 두는 문학상 수상작 첫 번째가 나오키상이며 두 번째가 일본서점대상이다. 서점인들이 가장 팔고 싶은 소설을 투표로 선정하며, 감동적인 작품이 주를 이룬다. ‘카프네는 포르투갈어로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빗겨주는 행동를 의미한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따뜻한 음식이 주는 위로가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치유하게 되었다는 사연도 많다. 이 책도 그중의 하나로, 깨끗하게 청소한 집과 맛있는 요리로 치유를 받은 주인공이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친절 그 이상의 감동을 다룬 소설이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오히려 타인의 행동 하나로 치유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지 않나. 타인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가족 형태가 많아지는 추세다. 아베 아키코의 카프네도 유사 가족을 이루는 과정을 담았다고 해야겠다. 사랑하는 남동생을 잃고, 남편에게는 이혼 통보를 받은 가오루코가 남동생의 전 여자친구 세쓰나를 만나며 소설이 시작된다. 거짓말처럼 생일날에 죽은 남동생이 세쓰나를 위해 유산을 남겼다. 유언장에 적힌 대로 가오루코는 남동생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쓰나는 약속 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하여 퉁명한 목소리로 유산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단칼에 거절한다.

 



세쓰나는 가사 대행 서비스 회사 카프네에서 요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남동생 하루히코가 세쓰나에게 유산을 남긴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여기며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고 싶었다. 가오루코의 생일날 예약된 선물이 배달되고, 세쓰나를 위한 선물도 있었다. 가오루코의 집에 찾아온 세쓰나는 엉망이 된 집안 상태를 바라보고, 가오루코를 위해 요리를 해주었다. 오랜만에 요리다운 요리를 먹은 가오루코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벌써 몇 달이나, 아니 몇 년이나 자신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이제 나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필요로 해주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누군가를 도울 수 있었다. 고작 두 시간이었고, 심지어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그래도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사람은 나다.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 (118페이지)



 

가오루코는 세쓰나와 함께 카프네 일을 시작한다. 국가공무원인 가오루코가 쉬는 토요일에 청소를, 세쓰나는 요리를 담당했다. 평소 가오루코에게 하던 말과 달리 의뢰인이 필요로 하는 음식을 만들어 데워 먹을 수 있게 했다. 오히려 일터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왜 가오루코는 세쓰나에게 신경이 쓰이는지 잘 알지 못했다. 다정하지 못한 부모를 만나고 난 후 세쓰나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지쳐있는 상태였으며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다. 질식할 것 같은 피로를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그들에게 두 시간의 요리와 청소 도움은 다시 살아갈 힘을 주었다.

 



너 자신에게 솔직하게 살고 있니? 네가 바라는 것,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면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돼.’ (275페이지)



 

하루히코가 왜 죽었는지 그 이유는 나중에야 드러난다. 중요한 것은 가오루코와 세쓰나의 연대일 것이다. 누군가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세쓰나의 마음을 가오루코는 다정하게 품어줄 수 있었다.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과 유사한 공동체를 이루는 관계를 살펴보게 했다. 우리나라 작품에서도 이와 비슷한 가족이 생기는 것을 보았다. 가족보다 나은 형태일 수도 있다. 적당한 거리를 지키면서 도움을 받고 또 줄 수 있는 관계라고 보면 되겠다.



 

세쓰나의 앞머리가 헝클어지자 가오루코가 세쓰나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겨주는 장면이 나온다. 서로를 배척하는 관계였던 이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마치 답변이라도 하듯 가오루코의 머리를 쓰다듬는 세쓰나의 행동에서 우리는 여성들의 연대와 환대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새로운 공동체의 시작이었다. 카프네의 의뢰인들을 향한 다정한 행동들이 내가 받은 위로와 치유의 답변 같았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내가 바라는 대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카프네 #아베아키코 #은행나무 #책추천 #소설추천 #일본소설 #일본문학 #2025일본서점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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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1 2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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