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를 타고 내려온 시월에 시를 읽고 싶어졌어요. 어떤 시집을 읽을 것인지 서재에 채워진 책들을 살펴봅니다. 시집에 살고 있던 시인들이 종이를 흔들면서 저를 부르네요.



르시아 로르카

루다

킨슨

라르메

들레르

익스피어

폴리네르

크 프레베르

고르

트라르카

이네



읽고 싶은 시집은 너무 많은데, 알고 싶은 책도 너무 많습니다. 책 욕심이 많은 제 머리는 너무 작습니다. 책 읽는 시간은 너무 빨라요. 

 

그런데 유독 한 권의 시집은 특이해요. 어째서 시집에서 한 사람이 아닌 무려 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걸까요? 알고 보니 이 시집에 세 명의 시인이 같이 살고 있어요. 리카르두 레이스, 알베르투 카에이루, 알바루 드 캄푸스


세 명의 시인은 태어난 날, 성격, 관심사, 작문 스타일까지 모든 게 다 달라요. 하지만 놀랍게도 이 세 사람 전부 한 사람이에요(!). 시집의 주인은 하나이면서 여럿인사람이에요. 리카르두 레이스, 알베르투 카에이루, 알바루 드 캄푸스는 한 사람이 만든 이명(異名), 즉 다른 이름이에요. 이 시인은 이명보다 본명이 더 유명해요.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10월의 시인‘1+n개의 이명으로 글을 쓴 포르투갈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입니다. 페소아가 살면서 만든 이명이 70여 개나 된다고 해요.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명은 앞서 언급한 세 사람입니다. 페소아가 생전에 발표한 책은 단 한 권의 시집이었어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시인의 유품인 트렁크 속에 3만 장이 넘는 원고가 발견되었어요. 트렁크에 영원히 갇힐 뻔한 페소아의 글들은 지금도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원고를 분류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페소아의 새로운 이명이 발견될 수 있어요. 페소아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작가예요.


페소아 그리고 이명으로 활동한 수많은 페소아들이 생전에 쓴 시가 엄청 많습니다. 그래서 국내에 출간된 시집은 시 선집입니다.

















* 페르난두 페소아, 김한민 옮김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페르난두 페소아 시가집》 (문학과지성사, 2018)


페소아 본인 이름으로 쓴 총 81편의 시를 모은 시 선집입니다.

















* 페르난두 페소아, 김한민 옮김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민음사, 2018)

 


페소아, 리카르두 레이스, 알베르투 카에이루가 쓴 시가 같이 수록된 시 선집입니다.








 



 

 






* 페르난두 페소아, 김한민 옮김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민음사, 2018)


알바루 드 캄푸스의 시 선집입니다.




재미있게도 세 권의 시집은 201810월에 태어났어요.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105일에,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1010일에 태어났습니다. 포르투갈어로 된 페소아와 페소아들의 글에 우리말을 입힌 번역자는 김한민입니다.

















* 김한민 《비수기의 전문가들》 (워크룸프레스, 2016)




페소아의 시와 산문을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작가예요. 김한민 작가의 그림책 비수기의 전문가들독서 모임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20188월의 책이었어요. 당시에 독서 모임이 오전과 오후(저녁)로 편성되어 진행되었는데, 제가 오전 모임과 오후 모임에 출석했었네요. 페소아 전문 번역자로 활동한 작가답게 비수기의 전문가들에 페소아가 언급됩니다. 오랜만에 이 책을 펼쳐봐야겠어요.


페소아 + 페소아들 + 는 지난 달 읽기 모임 당신의 에르노의 진행 방식과 비슷합니다. 제가 소개한 세 권의 시집 중에 한 권만 읽으면 됩니다. 페소아의 무한한 글쓰기를 알고 싶으면 이명으로 쓴 페소아의 시들도 같이 읽어보셔도 됩니다


여러분이 고른 시집에 살고 있는 페소아와 페소아들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세요. 희미하면서도 정확하지 않은 페소아와 페소아들의 무한한 생각을 마음껏 독해를 해보세요.

 




사물들이 온 세상 앎의

파편들이라면,

나는 나의, 부정확하고

다양한 조각들이어라.


 

(페소아, 경계 있는 영혼은중에서, 1930824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81)

 

 

발제는 없습니다. 발제를 안 만들어도 됩니다. 그 대신에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낭송합니다입으로 시를 먹으면서 맛보지 않는 시 읽기 모임은 시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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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10-01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휴일 잘 보내셨나요.
외국어로 쓰여진 책이 번역되어서 한국어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원서를 읽는 것도 좋겠지만, 언어를 배우고 번역하는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 작가는 여러 이름으로 출간한 책이 많다는 게 신기합니다.
내일 아침 기온이 많이 내려갑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4-10-03 15:57   좋아요 2 | URL
페소아가 예전에는 애서가들만 아는 작가였는데, 배우 한소희가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추천한 이후부터 페소아가 더 많이 알려졌어요. 당연히 <불안의 서>도 많이 팔렸어요. 그런데 저는 유명한 <불안의 서>보다 시를 읽고 싶었어요.

확실히 지난달과 다르게 날씨가 서늘해요. 그래도 아침만 서늘하고, 낮에 덥네요. 제가 지금 에어컨을 켜지 않은 카페에 있어요. 더워서 입고 있던 겉옷을 벗었어요. ^^;;

북깨비 2024-10-03 16:37   좋아요 1 | URL
사이러스님 말씀을 듣고 한소희와 불안의 서를 같이 검색해보니 한때 완판이 되어 중쇄를 찍었다고 기사가 나오네요. 과연 요즘 가장 핫한 인플루언서 중 한 명입니다. 저는 아직 불안의 서밖에 읽지 않았는데 (시집도 한권 사두긴 했지만) 지금 갖고 있는 시집 내가 홀로 있는 방식과 위에 언급하신 나머지 시집들도 읽어봐야 겠어요. 몰라서 안 읽는 것이지 한번 알게되면 푹 빠질수밖에 없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한소희님을 통해 많이 알려지게 되어 좋네요. 페소아 팬들이 많네요. 안토니오 타부키도 그렇고. ㅎㅎ

북깨비 2024-10-0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이 70여개!? 엄청나게 다양한 자아들이 페소아 안에 공존했나봅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라는 표현이 낭만적이에요. 마르지 않는 샘물같은 작가라는 말씀 넘넘 공감합니다.

cyrus 2024-10-03 16:00   좋아요 1 | URL
최근에 <이명의 탄생>이라는 페소에의 에세이가 나왔어요. 시만 읽으면 페소아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페소아를 더 알려면 에세이도 같이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

2024-10-03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03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03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계문학 전문 읽기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당신의 에르노


2024927일 금요일 저녁 8, 수르채그

https://blog.aladin.co.kr/haesung/15817604





아니 에르노(Annie Ernaux)가 쓴 책들은 대체로 판형이 작고, 분량이 가볍다. 어떤 책은 100쪽이 안 될 정도로 얇다. 그런데 이런 책들을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리지 마시라. 왜냐하면 에르노의 글은 만만치 않다. 작가의 성향을 알지 못한 채 에르노의 글을 읽으면, 중도에 책을 덮어버릴 수 있다.



















* 아니 에르노, 신유진 옮김 빈 옷장(1984Books, 2022)


* 프랑수아 라블레, 유석호 옮김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문학과지성사, 2004)




에르노는 글을 그악스럽게 쓰는 가르강튀아(Gargantua)와 팡타그뤼엘(Pantagrue)’이다. 가르강튀아는 프랑수아 라블레(François Rabelais)의 소설에 나오는 거인국의 왕이다. 팡타그뤼엘은 가르강튀아의 아들이다이 거인 아버지와 아들은 고대 학자들의 책을 섭렵했고, 엄청나게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똑똑한 대식가글의 재료와 단어를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에르노는 그것들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면서 글을 쓴다. 에르노의 거대한 머릿속으로 들어간 수많은 단어는 종이에 배출되어 에르노의 글이 된다.


에르노가 1974년에 발표한 첫 작품 빈 옷장 자전적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드니즈 르쉬르(Denise Lesur)다. 그녀는 작가의 분신이다. 그래서 에르노의 글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대표작보다 첫 소설 빈 옷장을 먼저 읽는 것이 좋다이야기 곳곳에 항상 로 시작되는 작가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화자의 목소리를 쭉 따라가다 보면 글 쓰는 작가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나를 매료시키는 그 단어들을 붙잡아 내게 두고, 내 글 속에 넣고 싶다. 나는 그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빈 옷장중에서, 90)



에르노는 자신의 부모, 사랑한 남자들, 부모가 운영한 식료품 가게의 음식들, 더 나아가 자신을 매료시킨 모든 것을 집어삼키면서 글을 썼다. 에르노의 작품을 여러 권 읽었고, 이번 달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에르노 읽기 모임 당신의 에르노가 이루어지는 데 기여를 한 JH님은 아르노를 담쟁이덩굴과 같은 여자라고 했다.



















* 아니 에르노, 최정수 옮김 단순한 열정(문학동네, 2012)




에르노의 대표작 단순한 열정작가의 불륜 경험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여자는 러시아 외교관인 연하의 유부남을 사랑한다. HJ님은 단순한 열정을 읽으면서 울었다고 했다HJ님은 작가의 불륜을 옹호할 수 없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온통 한 남자만 끊임없이 생각할 정도로 사랑하는 작가의 감정 상태에 몰입했다고 말했다솔직하면서도 아주 세밀하게 글로 표현된 작가의 힘겨운 사랑이 슬펐다고 했다.


















* 아니 에르노, 이재룡 옮김 부끄러움(비채, 2019)




HJ님은 부끄러움이라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에르노를 용기 있는 작가라고 높이 평가했다HJ님은 에르노가 인류학자와 같다고 했다. 에르노는 마치 인류학자처럼 자신을 관찰한다. 본인 안에 있는 가장 깊은 밑바닥 감정까지 들여다보고, 들춰내면서 글을 쓴다.


















* 피에르 부르디외, 최종철 옮김 구별 짓기: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새물결, 2005, 2)




에르노는 자신의 글이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영향을 받으면서 썼다고 했다. 그녀는 먹고, 마시고, 사람과 친분을 맺고, 사랑하고, 섹스하는, 이 모든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이 사회 현실과 맞닿아 있음을 글로 보여주려고 했다.


빈 옷장의 르쉬르는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놀이터나 다름없는 식료품 가게에서 자유를 만끽하지 못한다. 학교는 모든 학생을 통제하는 기관이다. 르쉬르의 눈앞에 식료품 가게에서 자주 먹던 음식이 아른거린다. 하지만 수업 도중에 음식을 먹을 수 없다. 오줌이 나오기 직전인데 화장실에 가려면 선생님에게 교실 밖으로 나가도 되는지 물어봐야 한다. 르쉬르에게 학교는 재미없는 감옥이다. 반면에 교사와 또래 친구들은 방종하게 행동하는 르쉬르가 저급하다고 느낀다. 르쉬르는 학교 안에 만난 낯선 타자들을 만날 때마다 스스로 구별 짓는. 구별 짓기는 자신을 스스로 낮추는 동시에 타자와 타 집단으로부터 배제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다. 나와 타자를 구별 짓는 체험과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차별과 불평등이 생긴다.


















* 아니 에르노, 김선희 옮김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열림원, 2021)




이번 모임에 처음 참석한 구름님은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를 읽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화자(작가)의 어머니. 화자는 치매에 걸려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는 어머니를 돌본다. 화자는 점점 늙고 병들어가는 어머니를 죽는 순간까지 지켜보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진솔하게 기록한다. 구름님은 이 책에서 만난 아르노가 성실하게 글 쓰는 작가로 느껴졌다고 했다.



















* 아니 에르노, 조용희 옮김 탐닉(문학동네, 2022)

* [개정판] 아니 에르노, 신유진 옮김 남자의 자리(1984Books, 2024)

* [구판 절판] 아니 에르노, 임호경 옮김 남자의 자리(열린책들, 2012)





에르노의 글은 느슨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이 절대로 아니다. 조약돌님은 탐닉을 읽었을 때 너무 답답해서 힘들었다고 했다. 탐닉‘S’라는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S단순한 열정에 나오는 남자의 동일 인물이다문수님(첫 모임 참석자)은 작가의 아버지를 묘사한 남자의 자리(문수님이 읽은 책은 2012년에 나온 열린책들 출판사의 책이었다. 1984Books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본이 출간되었다)를 읽었는데, 역시 이야기에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당신의 에르노는 단순히 에르노를 읽는 모임이 아니라 여섯 명이 만나면서 느낀 에르노의 다양한 모습들을 하나로 포개어 놓으면서 알아가는모임이었다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에르노를 만날 의향이 있는가? 그녀의 글을 읽는 일은 무척 힘들다. 읽는 도중 지치거나 답답하면 책을 덮으면 된다. 다만 작가의 글쓰기가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저급하다는 식으로 비난하지 마시라. 글만 가지고 문학인지 아닌지 구별 짓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 [절판] 수전 손택, 홍한별 옮김 문학은 자유다: 수전 손택의 작가적 양심을 담은 유고 평론집(이후, 2007)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에르노를 만날 의향이 있는가? 그녀의 글을 읽는 일은 무척 힘들다. 읽는 도중 지치거나 답답하면 책을 덮으면 된다. 다만 작가의 글쓰기가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저급하다고 비난하지 마시라. 글만 가지고 문학을 구별 짓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양한 언어와 목소리, 감정들을 진실하게 담아야 할 문학을 이것은 옳고 저것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구별 짓고 쪼개진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남는 건 보기 좋게 잘 꾸며진 텅 빈 문장 덩어리다. 비어 있는 문장 덩어리만 가득한 문학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미국의 평론가 수전 손택(Susan Sontag)은 작가가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일이 바로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문학은 자유다, 206).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아니 에르노는 50년 전부터 진실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도 한결같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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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생략)

 

 

멸종과 잘 어울리는 시가 과연 있을까? 이형기 시인의 <낙화(落花)>멸종의 정의와 맞아떨어진다. 화사한 꽃은 전성기를 지나면 시들시들하다가 땅에 눕는다. 살아있는 모든 것도 영원할 수 없다. 시인은 영원히 머물 수 없을 바에야 이 세상을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노래한다.


인간은 멸종과 종말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동물이다. 사이비 종교는 멸종에 대한 대중의 공포와 불안을 악용해 종말을 상당히 과장해서 주장한다. 사이비 종교가 말하는 종말론은 거짓으로 만들어진 절망이다때로는 과학자들의 견해를 멋대로 인용해서 종말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멸종이라는 단어는 종종 멸망종말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살아있는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면그것은 끝이다살아남지 못한 존재는 패자처럼 취급받는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멸종은 단순히 끝남을 뜻하지 않는다. 어떤 생물 종이 멸망해서 사라지면, 새로운 생물 종이 태어난다. 멸종은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이다.

     

지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지구에 사는 생물 종 절반 이상이 절멸되었다. 대멸종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거대한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생태계가 한순간에 박살이 났다. 화산이 여기저기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유독 가스가 뿜어나왔다. 지구에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으면 온실 효과가 일어난다. 대기를 덮은 이산화탄소가 태양 빛을 차단해서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는다. 광합성을 하지 못한 식물이 사라지면, 그 식물을 먹고 자라는 생물 종도 사라진다


대멸종이 진행되면서 지구는 더없이 흉한 몰골이 된다그러나 핼쑥한 지구에 새로운 생물 종이 나타나 쑥쑥 자란다. 생태계가 재편되면서 지구는 조금씩 회복되고, 다시 푸르른 기운이 감돈다. 인간도 대멸종 이후에 운 좋게 나타난 생물 종이다아이러니하게도 대멸종이 가져다준 축복을 제대로 받으면서 태어난 인간은 여섯 번째 대멸종을 일으킬 수 있는 주범이 되었다.








<과학책방 담다> 세 번째 북큐레이션 주제 ‘지구가 들려주는 멸종전(傳, 이야기). 네가 고른 네 권의 책은 멸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부정적인 편견을 씻겨준다.

















* 이정모 찬란한 멸종: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다산북스, 2024)

 

* 마이클 J. 벤턴, 김미선 옮김 대멸종의 지구사: 생명은 어떻게 살아남고 적응하고 진화했는가(뿌리와이파리, 2024)




찬란한 멸종대멸종의 지구사는 같은 달에 출간된 책이다. 찬란한 멸종은 현재 과학 분야 도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찬란한 멸종이라는 역설적인 책 제목은 멸종의 긍정적인 의미를 부각한다. 대멸종은 모든 생물 종을 절멸시키는 핵폭탄이면서 새로운 생물 종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다섯 번의 대멸종이 기록된 지구의 역사를 거꾸로 보여준다. ‘털보 과학자이정모는 인간이 멸종한 2150년을 상상한다. 여기서부터 지구의 역사가 시작된다. 거꾸로 읽는 지구사는 지구가 막 생기기 시작한 46억 년에 마무리된다. 찬란한 멸종이 지구의 46억 년 역사에서 생태계 판도를 바꾼 사건들 위주로 소개하는 책이라면, 대멸종의 지구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세부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대멸종의 지구사또한 대멸종의 창조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 팀 그레고리, 이충호 옮김 운석: 돌이 간직한 우주의 비밀(열린책들, 2024)

 

* 아메데오 발비, 장윤주 옮김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생명체, 우주여행, 행성 식민지를 둘러싼 과학의 유감(북인어박스, 2024)




대멸종을 이야기할 때 항상 운석은 지구를 위협하는 적으로 묘사된다그렇지만 운석: 돌이 간직한 우주의 비밀운석 덕분에 지구가 지금처럼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운석은 억울하다. 운석은 중력에 이끌려 우주를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어디로 이동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지구가 내미는 중력에 우연히 잡힌 운석은 지구 쪽으로 향한다. 지금도 천문학자들은 지구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은 거대 운석을 주시하고 있다. 꾸준히 모은 관측 자료를 토대로 운석과 지구의 충돌이 일어날 법한 연도를 계산하지만, 항상 정확한 건 아니다.


지구과학자들은 운석을 좋아한다. 그들은 운석을 찾으러 다니는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운석 부스러기조차 소중하게 여긴다. 아주 오래된 운석은 지구의 옛 모습을 알 수 있는 단서다. 지구과학자들은 운석을 분석해서 과거 지구가 어떤 물질로 되어 있는지 조사한다운석에는 생물 종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유기물이 들어 있다. 지구와 부딪힌 운석이 부서지면서 유기물이 지구 땅으로 쏟아진다. 지구상 모든 생물 종은 운석이 남긴 유기물을 먹으면서 자랐다.


















* 스티븐 호킹, 배지은 옮김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까치, 2019)




지구 멸망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얼른 2의 지구가 발견되길 바란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인간이 화성이나 기타 행성을 식민지로 삼아서 정착하지 못하면 우리가 초래한 여섯 번째 멸종을 피하지 못한다고 경고한다찬란한 멸종》에 화성에서 살고 있는 미래의 인간을 묘사한 내용이 나온다. 과연 인간은 우주를 개척할 수 있을까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는 재력가들도 관심 있어 하는 우주 개척 사업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우주를 정복하는 날이 머지않다면서 장밋빛 전망만 줄기차게 강조하는 재력가와 과학자들을 비판한다. 저자는 우주가 인간이 살기에 너무 척박한 공간이라고 주장한다. 지구를 떠나려면 중력에 적응해야 하며 우주 방사선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이 책은 우리가 잘 살려면 우주에 눈길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뿐인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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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9-2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이 넘 더우니까 이런 주제들이 생각나긴 하네요 ㅠ

cyrus 2024-09-28 12:35   좋아요 1 | URL
예전부터 대멸종과 지구온난화와 연관성을 다룬 책들이 나왔는데, 잊을만하면 나오네요.. ^^;;

서니데이 2024-09-2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큐레이션이 있는 서점이군요. 오프라인 서점에서 실물을 보고 책을 사면 좋은데 이제는 가까운 곳에는 오프라인 서점들이 없어요. 대형서점도 전보다 매장이 조금 작아진 것 같고요. 대구에도 좋은 서점이 많아서 cyrus님 여러 곳을 다녀오시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4-09-28 12:37   좋아요 0 | URL
자주 가는 책방만 갑니다. 다른 책방들도 가봐야 하는데 주말이면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독서와 글쓰기)을 해야 해서 자꾸 미루기만 합니다... ^^;;
 
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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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나는 알파와 오메가, 처음과 마지막, 시작과 끝이다.

 

(요한계시록 2212, 대한성서공회 새 한글 성경)





쉬지 않고 내리흐르는 시간은 뜨겁다. 지금도 계속 흐르는 나의 시간도, 당신의 시간도 뜨겁다. 지금으로부터 30만 년 전에 나타난 인류(Homo sapiens)를 오래오래 안아준 지구의 시간도 그렇다시간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은 점점 뜨거워지면서 변한다가지런하면서도 반듯하게 생긴 물질이 변하면 흐트러진다시간과 생명, 그리고 모든 물질의 혼잡함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용어가 엔트로피(entropy)’. 엔트로피의 정의를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무질서한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이다물질이 무질서할수록 엔트로피는 높아진다. 한 번 높아진 엔트로피는 다시 낮아지지 않는다. 엔트로피가 높아지면 모든 물질은 무질서한 상태가 되다가 끝내 소멸한다.


엔트로피는 무조건 증가하는 성질이 있어서 예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엔트로피의 정의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엔트로피의 끝을 두려워할 수도 있다. 엔트로피의 끝은 죽음, 멸종 또는 종말을 의미한다. 엔트로피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독일의 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Rudolf Clausius)는 무질서한 우주와 관련해서 암울한 상상을 펼쳤다. 그는 엔트로피가 최고조로 치솟은 우주가 마지막에 열적 죽음(heat death)’을 맞이하리라 생각했다. 클라우지우스가 상상해서 묘사한 죽은 우주의 풍경화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텅 빈 캔버스와 같다. 별빛은 다 죽었고, 모든 생명체도 살지 않는다. 최후를 맞이한 우주는 더 이상 살아있는 우주(宇宙)가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집, 무주(無宙)’천문학자와 천체물리학자들은 클라우지우스가 상상한 우주의 열적 죽음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에 실제로 우주가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서 시작되었다면 엔트로피의 증가를 절대로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우주가 팽창하는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데다가 엔트로피가 높아진 우주가 죽을 수 있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우주의 시작과 끝은 여전히 풀리지 못한 수수께끼다.


우리가 우주의 열적 죽음보다 더 걱정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지구의 열적 죽음, ,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죽음이다엔트로피가 높아지면서 지구의 시간이 뜨겁다면, 인류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쏟아내는 바람에 지구 자체가 뜨거워지고 있다지구의 평균 온도가 1.5를 넘어설 정도로 계속 뜨거워지면 인류가 적응하기 어려운 이상 기후가 나타난다인류가 나타나기 전에도 과거의 지구가 뜨거워진 적이 있다. 화산이 크게 터지면서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되었다. 대기를 뒤덮은 이산화탄소가 지구 전체를 완전히 감싸안으면, 태양으로부터 오는 열뿐만 아니라 지구가 내뿜는 열마저도 흡수한다. 지구가 열을 받으면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지고, 바다 또한 뜨거워진다지구는 다섯 번이나 엄청나게 뜨거워진 적이 있다. 그야말로 지구의 엔트로피가 최대로 높은 상태이다이 시기에 지구 생태계가 크게 무너지는 대멸종(mass extinction)’이 일어났다. 대멸종은 무질서하게 바뀐 이상 기후를 만난 지구 생명체가 대량으로 멸종된 사건이다. 우주의 열적 죽음과 마찬가지로 여섯 번째 대멸종이 정확히 언제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인류는 지구의 엔트로피를 높이는 중이다.


인류는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온난화를 일으켜놓고선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여전히 모르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의 원인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후 재앙을 걱정하고 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때문에 더 뜨거워진 지구를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류는 지구가 다섯 번의 뜨거운 격변을 어떻게 견뎠는지 알아야 한다. 인내심이 강한 지구 덕분에 우리가 잘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찬란한 멸종: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는 지구가 다섯 번이나 죽을 뻔한 위험한 순간과 이 시기를 힘겹게 살아온 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이 책 속에 담긴 지구의 역사는 지구가 태어난 날이 아닌 아직 오지 않은 2150년부터 시작된다. 2150년의 지구에 인간은 이미 멸종되어 사라져 버린 생물이다털보 (과학) 관장으로 유명한 이 책의 저자 이정모는 처음부터 인류가 없는 지구를 독자에게 보여준다. 지구온난화를 방관하면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 이렇게 쓴 것일까? 이런 의도로 썼겠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 않다. 저자는 인류의 시선에 맞춘 지구의 역사를 쓰지 않으려고 기존의 지구사 서술 방식을 뒤집은 글쓰기를 시도한다찬란한 멸종의 지구사는 연대기 순이 아니라 ‘2150년-현재-신생대-중생대-고생대-선캄브리아기-원시 지구순으로 거꾸로 돌아간다.


지구의 역사를 들려주는 존재는 인류보다 먼저 지구에 태어난 생물들이다. 지구온난화로 계속 뜨거워지는 바다에 사는 산호생물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음을 알리는 위험 신호를 가까이서 지켜본다. 공룡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등장한 디메트로돈이라는 고생물(공룡도, 파충류도 아닌 단궁류에 속한다)은 지구의 세 번째 대멸종 사건에 속하는 고생대 대멸종의 마지막 목격자다. 디메트로돈은 고생대 최후의 날에 생명체가 어떻게 죽어가는지 증언한다.


이 책에 지구가 직접 등장해서 여섯 번째 대멸종을 걱정하기만 하는 인류에게 충고한다. 지구는 멸종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한 수 가르친다. 지구가 다섯 번이나 경험한 멸종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모조리 사라지게 만드는 재앙이 아니다. 멸종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축복의 시간이기도 하다대멸종의 시간에 정면으로 부딪친 생물종이 지구와 헤어지고 나면, 또 다른 생물종이 태어나서 우연히 만난 지구와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이렇듯 진화와 멸종은 우연히 일어난다인류는 지구에 이미 정착했던 고생물이 멸종된 이후에 운 좋게 나타난 생물이다.


인류가 생각하는 멸종은 인간적인, 너무나 이기적인 단어다. 왜냐하면 멸종을 겪게 되는 비극의 주인공은 인간이며, 인간 없는 세상은 46억 년 역사의 장대한 지구 드라마(earth drama)의 쓸쓸한 결말이기 때문이다자신이 지구에서 유일한 주인공이라고 착각하는 인간은 멸종 결말을 원하지 않는다하지만 지구가 생각하는 멸종은 암울하지 않다. 지구 드라마는 인간이 완전히 사라져도 끝이 나지 않는다. 생물종이 멸종하는 지구 드라마는 처음과 마지막, 시작과 끝이 포개져 있다. 지구 드라마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주인공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도, 우리보다 먼저 나타나 지구를 누빈 공룡들도 주인공이다또 한 번 대멸종이 온다고 해도 새로운 주인공이 나타나 지구 드마라를 계속 쓸 것이다. 


지구는 고맙게도 자신을 그토록 못살게 구는 인류를 내치지 않는다. 여전히 인류를 믿고 있다. 인류는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엔트로피를 낮출 수 없지만, 지구의 엔트로피를 예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지구는 관대하다. 인류가 지구를 제대로 이해하면서 지구 드라마를 쓴다면 이 드라마의 모든 주인공이 잘 살 수 있다고 기대한다


찬란한 멸종은 과학적 사실과 상상력이 잘 비벼진 책이다. 과학소설을 읽는 느낌이 나는 과학책이. 하지만 이야기 곳곳에 여백이 있다. 책에 나오지 않은 사실은 저자가 후주(後註) 언급할 필요가 있다.

 



* 51

 

 화성에는 계절에 따라 흐르는 소금물 개천이 있다. 화성의 낮은 대기압과 온도에도 불구하고 소금물 개천은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마치 겨울에 염화칼슘을 뿌리면 도로에 쌓인 눈이 녹아 액체가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리는 극관이 아닌 소금물 개천 근처에 기지를 건설했다.

 


경사가 진 화성의 지형을 ‘RSL(Recurring Slope Lineae)’라고 한다. 2015년에 미국 과학자들은 RSL소듐(나트륨)과 마그네슘 등이 포함된 염류가 흐르면서 생기는 현상을 확인했다.[주1] 화성 탐사선이 그곳에 소금물 개천이 있는지 확인하러 가면 좋겠지만, 너무나 깊은 협곡이라서 탐사선이 내딛기 어렵다. 화성의 소금물 개천이 있다는 견해와 관련하여 NASA는 물이 흐른 흔적이 아니라 비탈에 남아 있는 드라이아이스가 증발하면서 생긴 흔적이라고 주장했다.[주2]




* 289

 

 귀상어는 현재까지 밝혀진 유일한 잡식성 상어로 해초도 먹는다. 또한 단 한 번도 사람을 죽인 것으로 보고되지 않은 상어이기도 하다.



귀상어 바로 전에 고래상어가 먼저 책에 언급된다. 고래상어도 잡식성 상어다. 귀상어가 사람을 단 한 명도 죽인 적이 없는 상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귀상어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열 건이 넘는다.[3] 사람을 공격하고 죽이는 상어가 나타나는 영화 <죠스>(Jaws)에 강렬한 인상을 받은 사람들은 상어를 식인 동물로 오해한다. 그러나 생김새가 무시무시한 백상아리를 포함한 모든 상어는 사람을 잡아먹기 위해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상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은 낯선 생물이다. 호기심이 많은 상어가 처음 보는 인간에게 접근하다가 본의 아니게 인간을 위협하는 듯한 몸짓을 할 수 있다.



 

* 339

 

 약 45억 년 전 어린 지구 가이아와 행성 테이아가 충돌할 때 떨어져 나온 파편으로 만들어졌다.



테이아(Theia)는 실제 행성이 아니라 가설로 묘사된 행성이다. 달의 탄생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이 있는데, 지구와 테이아 충돌과학자들이 꼽는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1] <화성에 소금물 개천액체 상태 물 증거 외계 생명 가능성 시사>, 연합뉴스, 2015929일 입력 


※ 관련 링크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01/0007883234?ntype=RANKING&sid=111




[2] <화성 협곡 발견 흐른 흔적? 혹한에 드라이아이스 영향>, 이데일리, 2014325일 입력

 

※ 관련 링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2954890?sid=104




[3] ※ 관련 링크

https://en.wikipedia.org/wiki/Hammerhead_shark#Relationship_with_hum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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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2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너에게 성경이 있었네. 무교 아니었나? 물론 그렇다고 못 읽을 건 아니지만 웬지 이색적이란 느낌이 들어서. 책이 예쁘다. ㅎ
근데 오늘 tv 보니까 대구에 간송 미술관 개관했더라. 너 생각 나던데 가 볼 생각없나? tv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던데 실제로 보면 어떨까? 가게되면 자랑 좀 해라. 비대구권은 서럽겠지만. ㅋㅋ

cyrus 2024-09-27 15:17   좋아요 0 | URL
성경책은 담담책방 목사님이 주셨어요. 주말이나 다음 주 공휴일에 간송미술관에 가보고 싶긴 한데, 확 끌리지 않아요. 날 잡아서 가면 사람들이 엄청 많이 올 것 같아요.. ^^;;
 





전망 좋은 []

 

EP. 26



인스크립트






고즈넉한 동네 서대문구 연희동에 가면 애서가와 연극쟁이를 위한 놀이터 <인스크립트>(Inscript)를 만날 수 있다. <인스크립트>는 희곡 가게다. 국내외 희곡과 연극 관련 서적을 만날 수 있는 서점이다







<인스크립트>가 처음으로 문을 연 날

2023624일 토요일 오전 10시




희곡 가게는 작년 624일 오전 10시에 태어났다. 서점이 태어난 날을 잊지 못한 이유는 내가 <인스크립트>를 처음 방문한 손님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게 내부에 들어왔을 땐 이미 남자 손님이 먼저 서점 내부를 구경하고 있었. 나는 <인스크립트>에 두 번째로 방문한 손님이면서도 이곳에 처음으로 방문한 비() 서울, 지방 출신 손님이다












이 날 마신 음료는 토마토 에이드. 구매한 책 두 권 모두 희곡이다.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닫힌 방. 악마와 선한 신(민음사, 2013)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해피 데이스(문학동네, 2020)사실 이 두 권을 읽고 싶어서 산 건 아니다. 아주 유명한 작가가 쓴 희곡이고, 서재에 없는 책이라서 샀다일단 사놓으면 언젠가는 읽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합리화하면서 산 책들이 산더미다.


서점 주인장은 연극 배우로 활동 중인 젊은 부부이며 고양이 집사다. 희곡 가게는 연극 배우들을 위한 놀이터 겸 소극장이 되기도 한다. 이곳에 정기적으로 희곡 낭독 모임과 낭독극 공연이 펼쳐진다배우와 연극쟁이들이 만나는 희곡 가게의 축제에 나도 함께 즐기고 싶지만, 지방에 살고 있어서 축제 소식을 멀리서 접하고 있다. 내게 희곡 가게에서 하는 모임과 공연은 하늘 위에 열리는 축제.








운이 좋게도 <인스크립트> 첫 번째 낭독극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공연작은 나탈리 사로트(Nathalie Sarraute)의 희곡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나탈리 사로트이광호 · 최성연 옮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지만지드라마, 2023)




작년 1214일 목요일 저녁 8시 공연을 봤는데, 이날 공연은 박세인 배우문가에 배우가 진행했다. 박세인 배우는 <인스크립트>를 운영하는 주인장이며 이분의 남편 권주영 배우가 낭독극 연출을 맡았다.


공연 날의 날씨가 정말 짓궂었는데, 겨울비가 찬 바람과 같이 내리고 있었다. 권주영 배우는 저녁을 먹지 못한 나를 위해 연희 곰탕이라는 식당을 추천해 주었다. 곰탕집은 희곡 가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날 처음으로 곰탕을 먹었는데, 허전한 배 속을 든든히 채울 수 있었다. 여기에 잔술을 곁들어 마셨다. 연희동에 식사하게 되면 무조건 가는 곳이 곰탕집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2인극이지만, 아주 잠깐 남성 1명과 여성 인물 1이 등장한다.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 이름이 없다. 주인공 두 명은 남자 1’남자 2’. 그 외의 인물은 남자 3’여자 1’이다. 박세인 배우와 문가에 배우는 남자 1’남자 2’를 연기했다. ‘남자 3’여자 1’ 연기는 이날 공연을 보러 온 두 명의 관객이 하게 되었는데, 나는 남자 3’을 연기했다. 낭독극 연기가 처음이라서 NG를 내고 말았다. 작은 공연장은 한순간에 웃음바다로 변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부끄럽구먼. 침착하게 남자 3’의 대사를 읽었다. 영혼 없는 뻣뻣한 낭독이 되지 않으려고 남자 3’이 말하면서 느꼈을 감정을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읽었다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정말 잊을 수 없는 공연이었다.














<인스크립트>을 알게 된 이후부터 희곡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외국 극작가의 희곡뿐만 아니라 국내 극작가의 작품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희곡 가게에 가면 제일 눈에 띄는 책은 지만지 드라마.지식을 만드는 지식이라는 출판사가 펴내는 희곡 시리즈. 책의 색깔이 분홍빛이라 눈에 확 띈다. <인스크립트>에는 절판된 몇 권의 책을 제외한 지만지 드라마 시리즈가 전부 다 있다. 이곳에 가서 제일 많이 구매한 책이 지만지 드라마에서 나온 책이다. 오늘 지만지 드라마에서 나온 희곡 두 권을 구매했는데(알라딘 주문), 내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출고일을 며칠 지나서 받아야 하는 책들도 있다. 이런 책은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하지 않고, <인스크립트>에 직접 가서 구매한다. 다음 주 토요일에 <인스크립트>에 가서 희곡 한 권 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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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2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비서울 지방출씬.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여간 갖다 붙이기는.ㅎㅎ
마크가 익살스럽네. 이런 가게 때문에 울나라 희곡 좀 읽게 되려나? 나부터도 희곡은 잘 안 읽으니. 책 전체를 다 낭독하나? 몇분하디? 곰탕국은 맛있었니? ㅋ

cyrus 2024-09-22 19:48   좋아요 1 | URL
제 생각인데, 극작가 욘 포세가 작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부터 희곡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어요. 오래전부터 희곡을 즐겨 읽은 탄탄한 독자들이 있었다면, 욘 포세가 알려지면서 희곡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새로운 독자층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지만지 드라마 출판사는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출판된 희곡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어요. 여기에 영향을 받아서 ‘연극과인간’ 출판사도 인스탄그램 계정을 만들었어요.

텍스트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합니다. 아마 제가 한 대사를 모으면 1분도 안 될걸요 ㅋㅋㅋ 제 기억으로는 남자 3 대사가 세 개뿐이거든요. ^^;;

다음에 인스크립트 방문 후기를 올리면 곰탕 사진도 꼭 올리겠어요. 저는 맛있었어요. 봄에 계절 한정 메뉴로 미나리곰탕도 나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