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 전에 - 우리를 미혹하는 유행, 가짜, 사기 격파하기
토마시 비트코프스키 지음, 남길영 옮김 / 바다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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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논리학에서 언급되는 오류 중에 그릇된 권위에 호소하기(appeal to unqualified authority)’라는 것이 있다. 특정 분야에 전혀 알지 못하는 전문가나 유명인의 주장을 의심 없이 받아들일 때 생기는 오류이다. 수십 년 동안 한 분야만 공부하고 연구한 전문가도 때론 헛다리 짚을 때가 있어서 항상 맞는 말만 할 수 없다. 전문가가 똑똑하고 유명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말한 잘못된 주장을 믿는 것도 오류이다.


프랑스의 시인 라퐁텐(La Fontaine)이 엮은 우화집에 자신이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전문가와 그들을 믿고 따르는 어리석은 대중을 풍자하는 우화가 나온다. 라퐁텐이 살았던 17세기는 점쟁이들이 활개 치고 다니던 시절이다. 과거 점쟁이들은 앞날을 맞추는 척하면서 전문가 행세를 했다라퐁텐은 점을 믿는 독자들에게 현명한 사람과 거짓말하는 점쟁이를 혼동하지 말라는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길을 걷다가 우물에 빠진 점쟁이가 나오는 우화를 들려준다. 우화가 아주 짧다. 



 어느 날 점쟁이가 우물에 빠졌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말했다.

 “바보 같으니라고. 자신의 운명은 한 치 앞도 못 보면서 어떻게 남의 운명을 점친다고 하는 거야?”

 

(다니구치 에리야, 김명수 옮김, 라퐁텐 우화중에서, 350)



지금도 여전히 점을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점쟁이의 말을 전부 믿지 않는다. 재미로 점을 본다. 과거가 점쟁이들의 점성(점성술과 전성기를 합친 조어) 시대였다면, 오늘날은 구루(guru)의 영성(靈性, 또는 영성과 전성기를 합친 조어) 시대. 구루는 선생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다. 지금은 전문가와 권위자와 같은 뜻을 가진 단어로 변했다. 대중은 구루를 마치 신을 떠받들듯이 따른다. 그들이 바라보는 구루는 그저 빛에 가까운 존재다. 심오한 영성과 빛나는 예지를 갖춘 스승이다. 구루 신봉자는 스승의 말이 진실이며 자신의 삶을 좋은 쪽으로 인도해 준다고 믿는다. 


만약 라퐁텐이 구루의 영성 시대에 다시 태어났으면 구루를 가짜 스승이라고 비난하는 우화 한 편을 썼을 것이다라퐁텐이 하지 못한 일은 과학적 회의주의자들(Scientific Skeptics)이 하고 있다과학적 회의주의자는 점성술이나 미신과 같은 비과학적 문화의 허점을 지적한다. 이들의 역할은 그럴듯하게 과학을 인용하면서 전문가 행세하는 사기꾼을 비판하는 일이다몇몇 대중은 심리학을 과학으로 간주하는데심리학은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이 늘 경계하는 분야이다. 폴란드의 심리학자 토마시 비트코프스키(Tomasz Witkowski)대중을 속이는 심리학을 비판하는 과학적 회의주의자다.


과학적 회의주의라는 메스를 든 심리학자는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한 심리 치료, 전문가인 척하는 구루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친다. 그가 쓴 책 제목이 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 전에: 우리를 미혹하는 유행, 가짜, 사기 격파하기. 제목이 직설적이면서도 길다. 구루의 영성 시대를 비판하는 우화를 쓰는 라퐁텐이라면 아직 정신을 못차린 독자들을 향해 저렇게 직설적으로 충고했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수많은 심리 치료를 만들고 홍보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심리 치료가 과학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대중은 과학적인 심리 치료를 신뢰한다. 전문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그들은 학계가 인정하는 전문가이며 그들이 과학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으니 심리 치료는 무조건 좋다고 믿는다. 기세등등한 심리 치료 전문가는 심리 치료를 잘 받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학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지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는 학문이 아니다과학이 해야 할 일은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진리가 언제든지 틀릴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며 진리가 타당한지 스스로 의심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렇게 살아가면 행복할 수 있으니 당장 실행하라고 주장하는 과학은 자가 검증이 없는 유사 과학이다과학자는 앞날을 예언하는 일에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이 한 말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철저히 은폐하는 구루는 선생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그들은 명성을 오래 유지하려면 대중 앞에서 잘 보여야 한다. 대중이 싫어할 만한 약점이 알려지면 자신의 권위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견해를 학계와 대중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학자들이 종종 저지르는 행동과 비슷하다. 학자들은 자신의 견해를 관철하려고 일부러 불리한 증거들만 쏙 뺀다구루와 전문가를 지나치게 믿지 말자. 그들의 번지르르한 권위에 기 눌리지 말고, 의심해 보고 검증하자. 거짓말하는 구루는 구라. 자신의 그릇된 견해를 과학으로 포장하면서 뻥치는 전문가는 구루(九漏)’[주]다. 논리에 전혀 맞지 않는 구멍이 뻥뻥 나 있는 그들의 말에 더러운 것들이 새어 나온다.





[] 사람의 두 눈, 두 귀, 두 콧구멍, , 항문, 오줌 구멍을 아우르는 아홉 구멍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 아홉 구멍에 더러운 것이 새어 나온다고 한다.





※ cyrus의 주석








교황 연대기(바다출판사, 2014년, 절판)는 비잔티움의 역사를 연구한 역사가 존 줄리어스 노리치(John Julius Norwich)가 쓴 책이다. 이 책은 남길영 번역가가 단독으로 번역한 책이 아니다. 임지연, 유혜인 번역가와 함께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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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6-0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리는 있는 것 같다만 작가의 말을 믿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난제다. ㅋ

cyrus 2024-06-04 06:47   좋아요 0 | URL
저자의 견해도 의심해 보면 좋죠. 저자의 견해 전부 다 옳을 수 없으니까요. ^^
 





가까이서 보면 희곡멀리서 보면 연극


No. 4








원작 고연옥

연출 정창윤

제작 열혈단

 

<출연진>

청년: 강대현

여자: 전소영

알리: 이영찬 [주1]

수나: 김주은

남자: 임도연

오마르: 성창제

시린: 유이수

아만다: 이주현

라일라: 곽수민 [주1]

무함마드, 이브라힘: 박지훈 [주1]







바로 그때 젊은 왕 길가메쉬가 깨어났다‥…. 그의 눈‥… ‥…! ‥…!


‥…‥…


내가 다시 예전의 나처럼 내 어머니 닌순의 무릎 위에 

앉을 수 있을까?‥…

 

누딤무드 신이 그에게 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길가메시 서사시 중에서, 김산해 옮김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321~322)




고대 그리스 신화에 묘사된 죽음의 신잠의 신은 쌍둥이. 둘 중 먼저 태어난 형이 죽음의 신 타나토스(Thanatos). 고대 그리스인들은 잠을 죽음과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잠의 신 히프노스(Hypnos)작은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재미있게도 고대인들은 히프노스를 형보다 늙은 모습으로 묘사했다노인은 인생의 마지막 단계요, 죽음의 신과 가장 가까이에 서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김산해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국내 최초 수메르어 · 악카드어 원전 통합 번역(휴머니스트, 2020)




큰 죽음과 작은 죽음을 가깝게 맞닿은 관계로 인식했던 고대인들의 생각은 서아시아 신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그리스 신화 속 영웅 이야기들보다 더 오래된 고대 수메르(인류 최초의 문명으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근원지, 이라크의 남부 지역에 해당한다) 신화. 주인공 길가메시(Gilgamesh)는 필멸의 운명을 맞게 되는 영웅이다. ‘길가메시수메르어로 늙은 영웅을 뜻한다. 영원한 젊음을 얻지 못해 결국 늙어서 죽게 되는 영웅의 최후를 암시한다.


길가메시의 아버지는 수메르의 도시 국가 우르크(Uruk)를 다스린 왕이었으며 어머니는 들소의 여신 닌순(Ninsun)이다. 우르크의 왕 길가메시는 ‘3분의 2는 신, 3분의 1은 인간이다. 죽음이 두려운 영웅은 불로초를 얻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하지만 어렵게 찾아낸 불로초를 끝내 놓쳐버리면서 길가메시의 모험은 실패로 끝난다. ‘탄식의 침상에 누운 길가메시는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작은 죽음을 느낀 길가메시는 절망에 빠진 채 큰 죽음을 받아들인다.


만약 죽기 직전에 꾸는 생애 마지막 꿈은 어떤 내용일까? 꿈속에 과연 누가 나타날까? 길가메시처럼 큰 죽음을 맞기 전에 작은 죽음을 꿈꾸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 피터 브룩, 이민아 옮김 《빈 공간》 (걷는책, 2019)




영국의 연극 연출가 피터 브룩(Peter Brook)일상에서 만약은 허구이자 회피라고 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상을 상상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는 일은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것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다그렇지만 연극에서 만약은 대단히 좋은 의미. 피터 브룩은 만약’이 허용된 연극이 실험적이며 진실에 가깝다고 했다. 진실이 담긴 연극을 보는 관객은 무대 위에 펼쳐진 이야기가 허구로 느껴지지 않는다. 관객은 연극 속에 있는 진실을 확인한 순간, 그것을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연극과 삶은 하나(피터 브룩, 《빈 공간》 중에서, 277쪽)가 된다.






 












* [절판] 고연옥 《고연옥 희곡집 3》 (연극과인간, 2020)




만약 테러 집단 IS 대원이 자신의 품속에 있는 폭탄을 스스로 터뜨리기 전에 최후의 꿈을 꾼다면 그 꿈은 어떤 내용일까? 고연옥의 희곡 <인간이든 신이든>테러 집단 IS 대원이 된 청년이 죽기 전에 꾸는 꿈을 묘사하면서 시작된다<인간이든 신이든>이 수록된 고연옥 희곡집 3은 2020년에 출간되었다이때까지만 해도 <인간이든 신이든>은 아직 공연된 적이 없는 희곡이었다. 2021년에 연출가 김정과 ‘극단 프로젝트 내친김에가 만든 <인간이든 신이든>이 서울 대학로 선돌 극장에 초연되었다이듬해에 선돌 극장에서 두 번째로 무대에 올랐으며 이번 달 17일부터 19일까지 대구 극단 열혈단이 올해 첫 공연작인 <인간이든 신이든>을 한울림 소극장에 선보였다.







<인간이든 신이든>꿈속의 집에 혼자 있는 청년의 대사로 시작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청년 역을 맡은 강대현 배우가 

무대 위에서 잠자는 연기를 하고 있다.




청년(강대현 역)은 엄마(전소영 역)를 증오한다. 그는 스스로 실패한 인간으로 여긴다. 현실에서 자신을 짓누르는 열등감과 좌절감을 씻어내려고 답답한 현실에서 도피한다. 청년은 사람을 잔인하게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을 가진 초인이 되는 꿈을 꾼다. 그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싶어서 위대한 신에게 선택받은 IS 전사가 된다. 엄마는 집을 떠난 아들을 찾으러 위험천만한 분쟁 지역으로 향한다. 분쟁 지역의 하늘 위에 폭탄 비가 내리고, 지상에 지뢰밭이 무수히 깔려 있다. 이곳 사람들의 일상은 죽음에 너무 가까이에 있다. 엄마는 죽음을 무릅쓰면서 인간 폭탄이 된 아들을 다시 만나려고 한다.


고연옥의 희곡은 신화라는 허구와 현실이 만나면서 포개진다<인간이든 신이든>의 청년은 완벽한 영웅이 되려고 했으나 인간으로 죽게 되는 현대판 길가메시. 청년은 꿈속의 집에서 엄마를 만나지만, 자신을 만나러 온 엄마의 진심을 거부한다청년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엄마와 같이 살아야 하는 집이 아니다청년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반사회적 인물로 지목하는 사람들의 따가운 비난이다그렇지만 사회로부터 철저히 버림받은 청년을 너그러이 안아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엄마다. 죽음 직전의 꿈에서 깬 길가메시가 어머니 닌순의 포근한 무릎을 그리워했듯이 청년은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모든 말을 다 들어줄 수 있는 엄마의 포근한 진심을 그리워한다. 꿈속에서 서로의 진심을 알지 못해 계속 멀어져야만 했던 모자는 인간적인 죽음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마주 본다서로를 찾아 나선 모자의 위태로운 모험은 조용한 포옹으로 마무리된다. <인간이든 신이든>은 관객에게 (을 믿는 것)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연극의 질문에 화답하는 관객은 극이 전달하려는 소중한 진실즉 나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1] 이영찬, 곽수민, 박지훈은 극단 폼소속 배우들이다. 세 사람 모두 3월 말에 공연된 대구 더파란 연극제 공연작 <죽음의 집>에 출연했다.


<죽음의 집> 공연 감상문

[죽은 자는 말이 많다(Dead man talking)] 

2024년 325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5407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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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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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독서 모임 <달의 궁전>

5월의 책


(모임 날짜: 525일 토요일)





모든 것은 변한다이 자명한 진실은 동서양 곳곳에 있다석가모니 부처(佛陀)는 열반(涅槃모든 괴로움에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이른 상태)에 가까워지자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당부한다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이라는 불교 경전에 부처의 마지막 말 자취가 있다.



 是故比丘無爲放逸我以不放逸故自致正覺無量衆善亦由不放逸得一切萬物無常存者此是如來末後所說.

 

 “그럼 비구들이여이제 마지막으로 너희들에게 고하노라만들어진 것은 모두 변해가는 법이니라게으름 피우지 말라나는 오직 게으르지 않음으로써만 홀로 바른 깨달음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방일치 말고 정진하여라.” 이것이 여래의 최후의 말이었다.

 

(도올 김용옥달라이 라마와 도올의 만남 1》 180)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는 만물이 변한다는 뜻을 가진 판타 레이(panta rhei)’를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로 비유하면서 설명한다. 



 어디에선가 헤라클레이토스모든 것은 나아가고 아무 것도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들을 강의 흐름에 비유하면서 너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플라톤, 크라튈로스402a,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243쪽 재인용)



우리는 생각보다 변화를 낯설어한다.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하고, 영원한 안식처를 갖고 싶어 하고, 변치 않는 사랑과 우정을 갈망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영원은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존 윌리엄스(John Edward Williams)의 소설 부처스 크로싱(Butcher’s Crossing)은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삶의 본질을 떠올리게 해준다. 윌 앤드루스(Will Andrews)는 미국의 철학자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자연주의 사상에 심취한 청년이다. 앤드루스는 인간의 발길이 아직 생기지 않은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서부로 향한다.


앤드루스는 부처스 크로싱이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이곳에 들소를 잡는 사냥꾼들이 주로 거주한다. 들소 사냥꾼들의 목표는 들소 가죽이다. 들소를 잡아서 얻은 가죽을 상인에게 판매한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높은 사냥꾼 밀러(Miller)는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들소를 잡는다. 과거에 그는 희귀한 들소 무리가 사는 평원을 우연히 발견한다. 평원을 잊지 못한 밀러는 그곳에 가기 위해 자신과 함께 사냥할 대원을 직접 모집한다. 그는 서부 자연을 궁금해하는 앤드루스에게 들소 사냥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한쪽 팔이 없는 찰리 호지(Charley Hoge)는 예전에 밀러와 함께 들소를 사냥했던 동료다. 그는 항상 성경을 품속에 들고 다닌다. 쉬고 있으면 성경을 펼쳐서 소리 내서 읽는다. 프레드 슈나이더(Fred Schneider)는 가죽을 벗기는 일에 능숙하다. 프레드 역시 개인주의자라서 종종 밀러의 의견에 직설적으로 반대한다.


밀러 일행은 강인한 인내심으로 물이 금방 바짝 말릴 정도의 위력을 가진 무더위를 뚫고 지나가는 데 성공한다. 평원에 도착한 그들은 엄청나게 많은 들소 떼를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사냥에 나선다. 이날을 오랫동안 고대한 밀러는 마치 같은 일만 반복하는 기계가 된 것처럼 들소를 학살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모든 들소를 전멸하겠다는 일념만 가득 차 있다. 들소 사냥에 눈이 먼 밀러의 과욕은 점점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밀러의 사냥 집착은 결국 본인과 다른 사람들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게 만든다. 들소의 피가 물든 평원은 들소들을 무참히 살해한 인간들을 순순히 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화가 난 자연은 눈을 퍼부어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든다. 밀러 일행의 야영지는 폭설로 고립된다. 밀러 일행은 추위와 굶주림과 싸우면서 겨울을 버틴다.


밀러는 팔 수 있는 양의 들소 가죽만 챙기고, 나머지는 봄에 다시 와서 가져가기로 기약한다. 밀러 일행은 일 년 만에 부처스 크로싱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일 년 사이에 확 달라진 세상이다. 밀러 일행이 열심히 들소를 죽이고 가죽을 벗기고 있었을 때 들소 가죽 사업은 죽어가고 있었다. 어렵게 가지고 온 가죽을 팔지 못한 밀러는 큰 허탈감과 분노에 빠진다.


만약에 찰리 호지가 성경책 대신에 불교 경전이나 헤라클레이토스의 어록을 모아놓은 책을 들고 있었다면 과연 밀러는 평원으로 가는 여정을 멈췄을까? 부처와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을 모르더라도 세상이 언젠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했다밀러는 절대로 피할 수 없는 판타 레이의 흐름을 읽지 못한 인물이다. 가죽 상인에게 복종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들소를 사냥하겠다는 그의 자신감은 지나치게 부풀어진 오만이다. 스스로 과장한 오만은 욕심까지 커지도록 부추긴다오만과 욕심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 밀러는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환상에 갇힌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환상(fantasy)을 현실이라고 착각한다. 들소 사냥을 영원히 할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들소 가죽을 전부 가지겠다는 환상. 밀러를 제대로 속인 판타지가 만들어 낸 현실에 판타 레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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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간이 5월 중턱을 훌쩍 넘어섰다. 미리 다음 달 주말 일정을 짠다. 한 달에 관람하는 연극 공연은 많아야 두 편이다. 평일 저녁 공연보다 주말 공연을 보는 것을 선호한다. 6월에 어떤 연극 공연을 하는지 두루두루 살펴봤는데, 주말에 봐야 할 연극 공연이 세 편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 많은데‥…. 연극 한 편 다 보고 난 후에 연극 감상문을 쓰는 것이 아직은 벅차다. 작년에 본 연극 중에 감상문을 남기지 못한 연극은 총 네 편이었다. 연극 감상문은 최대한 빨리 써야 한다. 차일피일하면서 미루면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이 희미해진다. 망각이 연극을 봤던 날에 대한 모든 기억을 다 집어삼키면 글을 쓰지 못한다. 다음 달에 네 편의 연극을 다 보고 네 편의 감상문을 쓰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내가 짠 ‘6월의 플레이리스트(Playlist, 연극 리스트)’는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 솔직히 욕심이 난다. 연극을 제대로 보는 안목을 키우려면 공연을 많이 보고, 공연을 보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1막


 철학극장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

5월 30일 ~ 6월 9일, 을지극장

68일 토요일 공연 예매했음







철학극장연극으로 철학 하기라는 신조를 표방하는 서울의 연극 창작 단체. 202211월에 첫 연극을 무대에 올렸고, 올해에 두 번째 연극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을 선보인다






* 한일연극교류협회 엮음 

현대 일본 희곡집 10(연극과인간, 2022)




<만나러 갈게, 비는 오지만>은 일본의 극작가 요코야마 다쿠야(横山拓也)2018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희곡 텍스트는 현대 일본 희곡집 10에 수록되어 있다. 2022년에 낭독극으로 공연된 적이 있으며 철학극장공연은 국내 초연이다. 이 연극에 여러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데 이중에 내가 아는 배우희곡 가게(전문 서점)’ <인스트립트>을 운영하는 권주영, 박세인 배우다.






2막


창작 집단 진창

<청혼 소동>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 

613~ 615, 한울림 소극장

615일 토요일 공연 예매했음

   





* 안톤 체호프, 안지영 옮김 

사랑에 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과 대표 단편들》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올해는 체호프 서거 120주년이다. 그래서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체호프의 연극 공연 작품을 보는 것이다. 진창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단편소설 제목이다. <진창>이 수록된 체호프의 단편 선집은 사랑에 관하여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열린 한울림 골목 연극제폐막작창작 집단 진창<진창> 공연을 봤는데, 감상문을 쓰지 못했다













* 안톤 체호프, 김규종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시공사, 2010)

 

* 안톤 체호프, 이주영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1: 단막극(연극과인간, 2000)



다음 달에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이 개최된다올해 6월이 연극의 달이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때문이다이번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인 <청혼 소동>의 원작은 체호프의 초기 단막극 <청혼>이다.






3막 


극단 처용

<비평가>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

614~ 616일, 소극장 우전

6월 16일 일요일 공연 예매 예정

 


극단 처용<비평가>는 올해 2월에 공연된 적이 있다. 공연은 26일과 27, 단 두 번뿐이었는데, 두 날 모두 평일이었고 각각 월요일과 화요일이었다. <비평가>를 보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번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으로 선정되었고 드디어 주말 공연을 볼 수 있게 됐다.






* 후안 마요르가, 김재선 옮김 

비평가 / 눈송이의 유언(지만지드라마, 2019)


 


원작은 스페인의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Juan Mayorga)의 동명 희곡이다. <비평가>2인극으로연극 비평가와 극작가가 등장해서 말다툼한다. 이 작품은 희곡을 창작하는 일과 희곡을 비평하는 일이 어떤 면에서 다른지 보여준다.





<거인의 정원>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공연작

1회 숲별 가족극 축제: 동요 그림자극

620~ 622일, 소금창고

 





* 오스카 와일드, 김전유경 옮김 

별에서 온 아이》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1회 숲별 가족극 축제 공연작은 총 두 편이다. 그중 한 편이 <거인의 정원>이다. 공연작 관련 정보가 찾아봐도 나오지 않아서 이 공연을 만든 극단을 확인하지 못했다. 원작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동화이다. <거인의 정원>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이 있으며 <자기만 아는 거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극단 예린

<소풍>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 달빛 소극장 공연 교류전 

621~ 622, 예술극장 엑터스토리

 

극단 토박이

<! 금남식당>

2024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 - 달빛 소극장 공연 교류전 

623, 소극장 길







대구와 광주는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달빛 동맹을 맺었다. ‘달빛은 대구의 옛 지명 달구벌의 과 광주의 옛 지명 빛고을을 합친 이름이다. <소풍><! 금남식당>달빛 소극장 공연 교류전으로 광주에 활동하는 극단이 제작했다. 특히 <! 금남식당>을 만든 극단 토박이5 · 18 광주민주화항쟁을 알리는 창작극들을 무대 위에 올렸다. <! 금남식당>2016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100회 이상 공연되었다.



(사이)



‘6월의 플레이리스트를 쓸 때 대구 소극장 페스티벌을 홍보한 팸플릿을 참고했다. 그런데 팸플릿에 공연작을 만든 극단 이름이 없다. ‘달빛 소극장 공연 교류전에 참여하는 광주 극단 이름은 있다. 왜 대구의 극단 이름을 쓰지 않았을까? 대구에 활동하는 연극인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소극장을 널리 알리기 위한 연극 축제라고 해도 연극인들이 모여서 함께 꾸리는 공동체인 극단의 역할과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연극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극장 이름을 아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을 더 잘 알고 있고, 그 극단에 소속된 몇 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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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2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연극은 직접 가서 보는 게 젤 좋지. 근데 못 지않게 희곡을 일상에서 소설만큼이나 가까이 읽는거라는데 그게 참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나저나 너 연극 보러 가는 날은 비가 오지 말아야 할 텐데... ㅋㅋ

cyrus 2024-05-27 06:44   좋아요 1 | URL
서울 연극 공연 보러 가는 날에는 정말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2주 전 토요일에 체호프의 <갈매기> 공연을 보러 서울에 갔어요. 하필 그날 오후에 비가 내려서 대구에 못 돌아올 뻔 했어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24-05-23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극은 대학교동아리연극이랑 예전에 대학로에서 몇 편 봤어요. 영화와 다른 현장감, 뮤직컬처럼 멀리서가 아닌 정말 가까이서 보는 재미가 달라서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도 다 있는데 요즘 같은 시대엔 접근성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쉽지가 않네요. 좋은 건 SF에 다 있는데 주차도 어렵고 치안은 더 엉망이라서...

cyrus 2024-05-27 06:47   좋아요 1 | URL
대학로에서 한 연극 공연은 딱 한 번 봤어요. 극단 소속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서 작품 홍보용 팸플릿을 주면서 연극 작품을 소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
 
갈매기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강명수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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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잃어버린 사람이에요.

당신도 그렇네요.

 

(고연옥, 희곡 <인간이든 신이든> 중에서

고연옥 희곡집 3316쪽)





체호프(Anton Chekhov)4대 장막극에 속한 갈매기는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대사로 시작된다.

 





메드베덴코: 당신은 왜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다니죠?

마샤: 이건 내 인생의 상복이에요. 난 불행하거든요.

 


마샤는 극작가가 되고 싶은 가브릴리치를 좋아한다. 그러나 가브릴리치는 대지주의 딸 니나를 좋아한다. 니나도 가브릴리치를 좋아하고 있으며 그녀의 꿈은 연극 배우다. 가브릴리치는 새로운 형식의 희곡을 써서 소린 영지에 체류하는 사람들에게 공개한다. 연극의 주연 배우는 니나다. 하지만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다. 가브릴리치의 재능을 유일하게 알아보는 사람은 소린의 주치의 도른이다. 유명한 연극 배우인 가브릴리치의 어머니 이리나는 일하지 않고 글만 쓰는 아들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미망인 이리나는 소설가 트리고린과 연인 관계다. 가브릴리치는 명성과 사랑을 동시에 얻은 트리고린을 싫어한다.


낙심에 빠진 가브릴리치는 갈매기를 사냥한다. 그는 니나 앞에 죽은 갈매기를 보여주면서 자신도 언젠가는 자살할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니나는 가브릴리치를 이해하지 못한다. 니나의 마음은 기브릴리치가 아닌 트리고린으로 향해 있다. 니나는 가브릴리치의 희곡보다 트리고린의 소설 <낮과 밤>을 좋아한다. 트리고린은 자신이 쓴 소설에 큰 관심을 보인 니나에 이끌린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고,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체호프는 의욕적으로 글을 쓴 작가. 젊은 시절 체호프는 체혼테라는 필명으로 짤막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당시 체혼테가 쓴 소설들은 권위 있는 문학잡지가 아닌 유머 잡지에 실린다. 그에게 글쓰기는 부업이었다. 의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때까지 체호프는 생계비를 벌기 위해 글을 썼다. 일 년 동안 백 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썼다.


체호프는 두 번째 장막극 <숲의 정령>이 상업적으로 실패한 이후로 7년 동안 장막극을 쓰지 않았다. 체호프가 절치부심 끝에 쓴 장막극이 바로 갈매기체호프는 7년 전에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고 싶은 마음에 의욕적으로 갈매기를 썼다. 그는 극작가이자 의사인 체호프 본인 모습뿐만 아니라 화가, 작가, 연극 배우로 활동하는 지인들의 삶까지 녹여서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었다가브릴리치는 대중성이 있으나 틀에 박힌 주류 문학(또는 예술)과 파격적인 형식의 새로운 문학이라는 갈림길에 선 체호프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작가로서의 명성과 경제력을 동시에 얻으려면 대중과 비평가들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써야 한다. 그러나 가브릴리치의 머릿속에 새로운 형식이 자꾸만 나타난다. 그것이 글을 쓰려는 가브릴리치의 손목을 여러 번 잡는다글을 제대로 쓰지 못할수록 가브릴리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극이 진행될수록 가브릴리치가 잃어버린 것이 하나씩 늘어난다공교롭게도 가브릴리치는 자신이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잃어버린다. 새로운 형식의 문학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젊은 자신감, 니나 그리고 어머니 이리나.


니나는 문학 청년 가브릴리치를 좋아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을 찾으려고만 하는 그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는다. 니나는 가브릴리치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트리고린이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다. 트리고린과 함께 모스크바에 살면 연극 배우가 되는 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줄어든다. 결국 니나는 자신의 꿈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소린 영지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가브릴리치를 포기한다. 하지만 트리고린과의 사랑은 실패로 끝나고, 불행한 일들을 연이어 겪은 이후로 연극 배우의 꿈이 시들어져서 더 이상 반짝거리지 않는다. 니나는 한순간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존재들을 잃어버린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하나는 자신을 외면한 니나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가브릴리치, 또 하나는 가브릴리치를 사랑했고 화려했던 과거의 본인 모습이다.


갈매기에서 처음으로 대사를 주고받은 마샤와 메드베덴코도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려서 불행해진 사람들이다. 인생의 상복을 입는다는 마샤의 대사는 희곡의 첫인상이자 희곡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것은 극 중 인물들 모두가 마주하게 되는 비극적인 진실이다갈매기》에 느닷없이 일어난 비극적인 결말을 생각하면 마샤의 대사가 더욱 애잔하게 느껴진다. 갈매기에 나오는 모든 인물의 복장은 제각각 다르지만, 그들이 언젠가 입어야 할 옷은 검은 옷이다. 그들은 인생의 상복이 어울리는 사람들[주]이다



(사이)


:

지금 우연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그렇네요. 

당신도 제법 인생의 상복이 잘 어울려요.

아니라고 부정해봐도 소용 없어요.

살면서 언젠가는 인생의 상복을 입게 되는 날이 올 테니까요. 

아니라고? 당신이 몰라서 그렇지,

이미 상복을 입은 채로 살아가고 있을 수 있어요.





[] 유진 오닐(Eugene O’Neill)의 희곡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이형식 옮김, 지만지드라마, 2019)에서 따온 표현이다. 이 작품 역시 불행한 사람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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