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 - 우리 시대 부모들을 위한 교양 강좌
심상정 엮음 / 양철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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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에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들' 까지

 

 

 

 

 

 

한때 우리나라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장안에 화제였던 적이 있었다. '부자아빠와 가난한 아빠는 어떤 행동에서 차이가 나는가?' 하는 점이 독자들, 특히 자녀를 두고 있으며 가족들을 부양하고 이끌어나가고 있는 가장들로 하여금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1997년 발간된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은 부의 축적을 성실한 노동의 대가라기보다 적극적인 투자의 과실로 부각시키며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즉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있다" 라는 식의 가르침은 이제는 가난한 아빠의 낡은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로 성실한 근로에 대한 절대적인 찬사를 '우둔한 행위' 또는 자식에게 경제적 빈곤을 세습시키는 '미련한 행동'으로 절하한 면도 있었지만투자를 위한 부의 축적이 현명한 자산관리라는 의식의 전환에 촉매 역할을 했다.

 

이 책이 출판되고 난 이후부터 덩달아 부자 되는 '재테크 공부하기' 열풍이 불었다. 이때, 대중들이 바라본 경제학은 재테크 기술을 알려주고, 그래서 부자가 되게 하는 학문 정도로 치부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 시간은 세계에서 거의 꼴찌 수준인데, 부자 되기 위한 재테크 공부는 정말 대단한 것이다. 심지어 모 신용카드 광고회사의 카피처럼 '부자 되세요' 가 덕담처럼 유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부자 되기를 공부한 수백만 명이 모두 부자가 되었을까? 그리고 재테크 열풍에 힘입어 탄생된 '부자아빠'들은 자신들의 부의 축적 방식을 자식들에게 제대로 물려주었을까?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예찬론을 포함한 재테크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 서적에서 말하는 일명 '돈 버는 원리'는 간단히 말하자면 '부동산과 주식 투자' 두 가지로 집약된다. 그런데 개인의 부동산 소득과 주식 소득 자체는 일을 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부자 되기 위한 재테크 관련 책들은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일하지 않고 돈을 버는 사람은 '로또복권' 당첨자만큼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가운데 대부분은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생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해서 생활하고자 하는 건전한 사회의식보다는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벌어 부자 되기를 바라는 사회의식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미덕으로 여겨지고 있다.

 

 

 

 

출처: 조선일보 (2011년 11월 14일자)

 

 

 

그리고 '부자아빠' 밑에서 자라난 자식들도 '부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되어 또 다른 '부자아빠', '부자엄마'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지금의 현실은 정반대다. 장년층은 자산도 많고 현금 흐름은 좋아졌는 반면에 청년층들은 취업, 결혼 그리고 내 집 마련도 어려운 형편에 처해졌다.  세대 간 부의 간극이 더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아빠, 부자 아들'에서 이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들'로 바뀌고 있다. 직장에만 들어가도 신분 상승이 보장되던 5060세대의 장년층과 달리 지금 젊은 세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자산 축적 기회가 제한된다. 이러한 세대 간의 부의 양극화는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형성하게 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고착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대 아직도 부의 욕망을 꿈꾸는가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이며, 자녀도 부족함이 없이 자라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좋은 교육을 시키고, 저축이나 용돈관리 등 경제관념을 심어 주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식들에게 어떤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부모는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부자가 된 다음의 일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자신은 비록 가난하게 살았을지라도 자녀들에게만큼은 가난의 대물림을 이어받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다. 그래서 부족하지 않을만큼 자녀들에게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우는 대학교에 입학해야한다. 수많은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교육비에 투자한다. 부모님의 지원에 떠밀려 자녀들은 외국어에 능통하기 위해서는 원어민 강사들이 가르치는 외국어 학원을, 'SKY'에 들어가기 위해서 강남에 위치한 입시 학원을 다니게 된다. 수험생들은 취미 생활을 보낼 수 있는 여가와 잠 잘 시간 없이 하루의 절반을 학교 교실, 학원 그리고 독서실에서 보낸다. 이들과 항상 함께 하는 유일한 것은 수능 문제집뿐이다.

 

친구?  교실, 학원, 독서실에는 자신처럼 공부만 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옆에 있는 친구는 경쟁자다. 그 친구들보다 높은 성적을 받아야만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공부한 내용들이나 수능시험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들 간의 정보 공유는 자신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손해라고 생각한다. 이렇다보니 동일한 공간 속에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는커녕 어떻게든 남들보다 앞서려는 욕심에 서로 눈치만 볼 뿐이다.

 

아이들 간의 경쟁심은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욕망에 제대로 맞물려서 형성된 것이다. 특히 IMF 외환위기의 여파를 피부로 느꼈으며 그 후에 등장하게 되는 개방과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를 목격한 지금의 장년층은 전보다 더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싶어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 한다고 해서 쉽게 돈을 벌 수 없다. 개인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면 남들보다 더 앞서가야 했다. 이른바 우리나라 사회에 경쟁 체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교육에도 신자유주의 원리가 도입되면서 경쟁교육이 점차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경쟁 체제에 물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의 모습은 오히려 부자가 되기능커녕 먹고 살기도 힘들 정도로 악화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음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신자유주의가 부추긴 부의 욕망은 그것을 바라는 서민들의 삶과 마음을 더욱 더 옥죈다.

 

 

 

 

 '연대, 소통 불능',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우리 사회

 

 

 

 

 

출처: 한국경제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도록 독립된 밀폐공간에 갇힌 두 죄수 A와 B에게 각자 똑같은 제안을 한다. 만약 둘 다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면 비교적 가벼운 형벌이 내려질 것이며 한 사람은 순순히 자백했는데 다른 사람이 부인한다면, 자백한 사람은 정직에 대한 보상으로 석방이 되며 대신에 부인한 사람은 무거운 형벌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둘 다 부인한다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똑같은 형벌을 내릴 것이라는 내용이다.

 

만약, 이 두 죄수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심문을 받는다면 서로 눈짓을 주고 받아 둘 다 범행을 부인함으로써 가장 가벼운 형벌만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두 사람 사이에 의사전달이 전혀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최상의 시나리오가 되는게 쉽지 않다. 만약 상대편 죄수가 자백하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으면 동지의식을 발휘해 같이 버티겠지만, 문제는 그가 어떻게 할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데 있다. 자신은 그를 믿고 버텼는데 그가 자백을 해 버렸다면 자신은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되는 억울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이며, 이 상황은 마치 두 죄수가 하나의 잔인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경쟁을 강조하는 입시 교육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 전체가

소통과 연대를 하지 못한 채 치열하게 경쟁만을 고집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두 죄수가 최악의 상황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두 사람 다 함께 가벼운 형벌에 처할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하기 위한 일말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폐쇄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은 자신이 좀 더 유리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을 작동하게 된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 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경쟁 체제로 이루어진 입시 사교육의 현장을 죄수의 딜레마로 비유하고 있다.

 

 

 

한번 볼까요. 여러분이 지금 여기에 다 빠져 있어요. 사교육을 살펴봅시다. 모두 사교육을 하지 않는 게 제일 유리해요. 상대방이 사교육을 하지 않는 경우, 여러분은 어떻게 할까요? 다 사교육을 하지 않는데 내 아이만 사교육을 하면 성적이 올라갈까요, 안 올라갈까요? 그러면 사교육을 해요, 안 해요?  자, 걸려들었죠? (웃음) 여러분은 죄수의 딜레마에 걸려든 거예요. 모두 사교육을 해요. 그럼 내 아이만 사교육을 안 시키면 내 아이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죠? 그러니까 사교육을 해요. 그래서 모두 사교육을 시키는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이제 죄수의 딜레마예요. 굉장히 강력해서 빠져나가기 힘들어요.   (pp 61)

 

 

 

경쟁만 강조하는 사교육은  '남들 다 하니까'라는 이유와 뒤처지지 않게 키우고 싶다는 학부모의 소박한 욕심이 자녀의 집중력 저하 현상을 조장하고, 학부모로서의 관계가 끊어지면 부모와의 연결고리까지 상실해버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상대방이 하고 있는 것을 똑같이 하지 못하게 된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스스로 인식한다. 특히나 경쟁 체제 내에서는 남들이 하고 있는 것을 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으며 뒤쳐지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쟁 체제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방보다 더 월등해져야 하지만 그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으로부터의 견제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끝에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낼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희생이나 비용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피 튀기는 경쟁 체제의 사회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지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인다. 결국에는 실속 없는 경쟁만 이어지게 된다.

 

조금은 단순한 발상이지만 사회 구성원들 간의 소통으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 체제가 중단시킬 수 있다. 정태인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나라 아이들, 아니 우리나라 사회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은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는 법을 모른다. 오히려 서로 돕고 살아가는 건 자신에게 손해만 가중되는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서로 이해해주고 양쪽 다 최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협력적인 방안을 모색한다면 우리나라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소통하고 연대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신에게 손해만 들어오는 체제를 고집하게 된다.

 

 

 

 

 돈 많은 부자보다는 소통과 연대를 할 줄 아는 개념있는 사회인으로 만들자

 

 

정재인 교수뿐만 아니라 '시골의사' 박경철, 스타 강사로 이름을 날리다 지금은 교육평론가로 전향하여 우리나라 입시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는 이범 등은 경쟁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 한 목소리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소통과 연대, 그 기본적인 상식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기본적이면서도 아주 중요한 상식을 대중들이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소통과 연대 불능의 사회가 유지된다면 결국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만 부를 독식하게 되고 탐욕의 집착은 내 옆의 이웃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며 그러한 상처는 언젠가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돌아오게 되어 있다.

 

배가 난파당합니다. 어떤 사람은 구명조끼도 없이 그냥 떨어지고 어떤 사람은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요. IMF 때는 구명조끼를 입지 못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해서 전원이 살아남았는데 지금은 달라요?  나만 구명조끼를 입고 있으면 괜찮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면 나도 따라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왜냐면 보이지 않는 강철로 묶어 있어서 공멸합니다. 지금과 같은 대기업 중심의 혹은 약탈적 경제체제는 자기파괴적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경철, pp 42)

 

 

 

이 책은 '개념'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한 새로운 삶의 안목을 제시해주고 있다. 자녀들에게 돈 많은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자신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상대방들과 함께 행복해지게 만드는 '개념' 있는 사회인으로 만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소통 불능의 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 이러한 문제가 고질병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는 훗날 사회를 이끌어나가게 되는 자녀들을 잘 가르쳐주는 방법 밖에 없다.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부모 입장에서는 쉬울테니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자' 라고 요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것이야말로 자녀들의 인성을 위한 도덕교육이기도 하다.

 

정말 생각이 트인 부모라면 우리나라 사회를 대표하는 지성인들의 조언에 감탄하게 되며 바로 자녀들을 위한 교육으로 실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성인들이 제안하고 있는 이 기본적인 내용들을 그대로 실천하는 부모가 없으리라고 보지 않는다. 인간의 사고는 한 번 오랫동안 유지될수록 그것을 단번에 개선하고 변화를 적응하기가 어려워하는 특성이 있다.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층을 단순히 자녀를 둔 부모로만 국한시키기에는 책에서 말하고 있는 중요한 교훈들의 메리트를 감안한다면 너무나도 아깝다. 이제 막 사회를 이끌어나가고 부모가 되어 자녀를 두게 될 우리 젊은 세대들도 읽어도 무하다고 본다. 좋은 학교에 다니기 위한 선행학습은 좋지 않지만 부모가 되기 전에 미리 '개념 부모'가 될 수 있는 삶의 공부는 미리 해두면 좋다. '개념 부모'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해서 미리 가슴으로 느낄 줄 알아고 실천할 줄 알아야 개념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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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3-3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두 번째 읽었어요. 이 책 참 좋아요.
읽다 보면, 특히 교육에 관한 부분은 정말 깊은 공감을 끌어내요.
몸에 와 닿는 실제적인 부분들이니까요 저한테는......과연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야 할는지 항상 고민되긴 하지만, 부모들도 제대로 된 공부를 해야 한다는 데 동감해요.
이 책은 제가 읽어보고 구입한 몇 안되는 책 중 하나랍니다.ㅎㅎ

cyrus 2012-04-01 13: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 같은 젊은 세대들은 취업 때문에 결혼을 미룬다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많은더 그렇다고 해서 교육 문제를 너무 무관심하는 것도
안 좋다고 봐요. 사람 인생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도서관에 대출해서 읽었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구입하고 싶네요 ^^

잘잘라 2012-03-3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념 부모’되실 소질이 아주 아주 많~으신 cyrus님! 오늘 날씨 정말 끝내줍니다. 알라딘 서재에 계시지 말고 어디 데이트라도 나가주세요. 제발!

cyrus 2012-04-01 13:49   좋아요 0 | URL
어제 날씨가 너무 좋더군요, 그래서 외출은 하긴 했는데 과연 데이트는
언제 할지는 모르겠네요 ^^;;

2013-03-21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과학자처럼 사고하기 - 우리 시대의 위대한 과학자 37인이 생각하는 마음, 생명 그리고 우주
에두아르도 푼셋 & 린 마굴리스 엮음, 김선희 옮김, 최재천 감수 / 이루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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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한민국의 '과학' 콤플렉스  

 

 

SERI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핵심인재가 2020년까지 약 9만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향후 국가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의 석. 박사급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래서 부족한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과학기술 핵심인재 10만 양병설'이 제기되었다. 우리나라의 9대 미래 유망산업 분야가 발전되기 위해서 연간 1만명 규모의 과학기술 핵심인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기초, 원천, 융합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기초 분야의 신속한 학위 취득이 가능한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2012년 2월 22일)

 

과학기술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연간 1만명의 석. 박사급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제안으로서의 취지는 좋으나 과학에 대한 기피하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하고 있는 이상 목표 연도까지 10만 명을 육성한다는 것이 조금은 힘들어 보인다.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게 되면 이에 대한 세계적인 공로로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 의학상을 수여한 세계적인 과학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뛰어난 업적을 낸 과학자가 등장하게 되면 어김없이 언론에서는 '노벨상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노벨상 수상자 발표 기간이 다가오는 시점에 맞춰 해외 유명 과학자들로부터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는 수준의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해서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과학기술의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 학술기관이나 잡지에 당당히 한국 출신의 과학자의 연구 결과 또는 논문이 발표되는 사례가 있었으며 한 번은 세계의 과학자들에게 자주 인용되고 있는 논문으로 한국 출신의 과학자가 쓴 학술논문이 선정될 정도로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노벨상에 인연이 없는 것일까?  여기서 반대로 생각해보자. 아무리 우수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이라고 해서 꼭 노벨상을 수상해야만 하는 것일까? 어찌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노벨상'은 뛰어난 업적을 남겨야지만 받을 수 있는 명예로운 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무조건 어느 분야에 있어서 '최고'가 되어야하며 '과정'보다는 '목표', '결과'에 집착하는 특유의 한국식 사고는 노벨상의 가치를 일반인도 범접할 수 없는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라면 꼭 받아야 할 명예로운 훈장쯤으로 여기며 그것이 과학자들이라면 한번씩 꿈꾸게 되는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매년 말에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상 수상자 명단 발표에 촉각에 곤두서게 되고 한국인의 이름이 수상자 명단에 없으면 모든 국민 모두 아쉬워하는 나라가 또 대한민국이다. 한국이 노벨상 수상자를 아직 배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단순히 과학기술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니다. 최소한 '기초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낮은 인식 그리고 이공계 기피 현상만 증가하고 있으며 점점 과학자들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사회적 환경 등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7인의 과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과학자'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하얀 가운을 입은 채 연구실에 틀어박혀 연구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떠올릴 것이다. 과학자가 장래희망으로 꼽은 어린이들을 제외하면 과학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부정적인 면이 많이 차지한다. 연구 성과에 집착하며 그것을 위해서라면 실험 조작도 하고 마는 비양심적인 학자 그리고 인류의 진보를 위한 것이 아닌 순전히 자신만의 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과학을 연구하는 괴짜로 보기도 한다. 몇 년 전에 우리나라 사회를 뒤흔들었던 황우석 박사 사건는 우리나라 첫 노벨상을 기대했던 대중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본의 아니게 황우석 박사, 단 한 사람에게만 실망했던 것은 아니었다. 열심히 과학 연구에 이바지하고 있는 다른 과학자들마저도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소설, 영화에 나오는 과학자들은 지적이라기보다는 엉뚱한 연구에만 골몰하면서 은둔하는 괴짜 또는 인류의 평화를 방해하는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많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왜곡된 과학자에 대한 인식은 비단 대중들만 잘못한 것이다. 대중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할 줄 몰랐던 과학자들의 태도는 오히려 대중들에게 자신들의 직업소명뿐만 아니라 과학이라는 학문을 기피하는 성향을 부추기고 말았다. 제임스 왓슨은 자신의 자서전『이중나선』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과학자들의 본 모습들이 공개했고 에르빈 슈뢰딩거, 칼 세이건, 스티븐 제이 굴드 등은 뛰어난 글쓰기로 대중들을 위해서 과학의 세계를 소개하는 기여를 했다.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이라는 학문을 대중들에게 쉽게 소개하도록 노력한 과학자들이다. 그리고 대중들과 소통할 줄 알았으며 그들이 왜 과학을 어려워하게 여기는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과학자처럼 사고하기』에는 그동안 대중들이 접할 수 없었던 과학의 흥미로운 단면들로만 보여주는 책이 아니다. 대중적 과학 프로그램 연출자 겸 사회자인 에두아르도 푼셋이 인터뷰어로 나서 세계적인 과학자 37명의 생생한 육성을 담아냈다. 리처드 도킨스, 스테판 제이 굴드, 제인 구달, 올리버 색스 등 37명은 자신의 연구를 통해 얻은 심오한 통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주의 본질, 생명의 진화, 인간의 마음 등 다양한 분야를 통틀어 현대 과학의 신비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책 제목만 본다면 독자들은 과학자들의 사고방식은 일반인의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논리적이며 합리성으로 무장되어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37명의 과학자들을 보게 된다면 '과학자의 사고방식'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일단 여기서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과학에 무지한 대중들을 기만하는 지적 허영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대중들이 알고 싶어하는 부분에 대해서 친절하면서도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물론 수준 높은 인터뷰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푼셋의 진행도 한 몫 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단순히 자신들이 몸 담고 있는 연구영역의 범위 안에 갇혀버린 과학적 사고를 지향하지 않는다. 폐쇄적인 과학적 사고를 벗어나 과학의 발전을 인류의 삶에 좀 더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과학의 발전이야말로 곧 '진보'라는 인식을 반박하고 있다.

 

지능심리를 연구하고 있는 니콜라스 매킨토시는 스티븐 제이 굴드와 유사하게 진화를 진보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한 사고방식이야말로 인간을 세상의 중심으로만 보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다. 평생 침팬지 연구와 영장류 보호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제인 구달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관점은 오늘날에는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여기서도 탈 인간중심적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결국 우리를 동물계에서 분리시키는 경계선은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개성과 사고, (가장 중요하게는) 감정을 지닌 유일한 존재가 아니에요.

 

 (제인 구달, pp 75)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이자 개미 연구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을 지구를 파괴하는 운석으로 비유하고 있다. 이것은 자연파괴를 남발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하고 있다.

 

 

 

 

지금 인간의 활동은 (종의)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우리는 '여섯 번째 멸종'의 첫 단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많은 글에 다루는 '병목현상'이란 이런 것입니다. 병목은 과다한 인구입니다. 인간이 자연환경을 너무 많이 파괴하므로 다른 종은 더 이상 스스로를 지켜나갈 수 없습니다. 또한 전 세계 사람들이 소비하는 음식과 자원의 양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 현상은 1인당 소비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인구와 개인적 소비의 증가가 합해지면 이른바 세계의 '자연자본'을 고갈시킵니다.  

 

 (에드워드 윌슨, pp 87)

 

 

 

 

 

 인간, 거대한 푸른 지구에 존재하는 그저 작은 동물

 

 

"하늘은 캄캄하고, 지구는 푸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는 한없이 아름답다."

 

1961년 4월 12일 소련 공군 중위 유리 가가린은 인류 최초로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보며 그 아름다움에 찬탄했다. 가가린의 말은 인간이 보지 못했던 거대한 땅덩어리와 바다로 이루어진 지구라는 존재에 대한 경의에 찬 감탄사가 아니다. 인간은 이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 안에 살고 있는, 정말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 작은 동물이라는 것을 깨닫게해주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은 지구상 생명의 한 종에 불과하기에 겸허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가이아 이론을 제시한 제임스 러브록의 말은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닌 그저 우주의 일부분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유일하게 아는 사실은(아주 중요한 점인데)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우주의 일부라는 것이 큰 행운이라는 것입니다.

 

 (제임스 러브록, pp 340)

 

 

 

과학자들은 '과학'만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와 비슷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오만과 지적 허영심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겸손할 줄 알며 과학의 발전으로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기여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과학자들은 전문가의 오만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높이로 내려와야 한다. 과거처럼 전문가라는 권위를 이용해 일방적인 설교를 해서는 안 된다. 대중들도 인터넷에서 얻은 조각 지식으로 근거 없는 편견을 형성하지 말고 선입견 없이 진실에 다가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기초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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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3-3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으며 과학적 소양의 필요성을 인지하게되었습니다.
읽는 동안 매트릭스의 스미스가 한 말이 떠오르더라구요
'인간은 암과 같은 존재야'
제게는 뜨끔한 말이었죠.

cyrus 2012-03-30 19:08   좋아요 0 | URL
차라리 이 책을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책으로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수많은 과학자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어서 그런지 한 사람의 인터뷰 분량이 좀 적은게
아쉽지만요. ^^

맥거핀 2012-03-30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에 얘기하신 뛰어난 과학적 연구들을 해오면서도, 그것을 늘 대중들에게 쉽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과학자들 존경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재승 교수님도요.) 일단 그런 분들 책을 보면 너무 재미있어요.

cyrus 2012-03-31 00:16   좋아요 0 | URL
저도요, 이런 분들의 노고가 있어서 과학에 무지한 제가 여러모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학창시절에 과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게 후회할 때가 있어요. 그 때는 성적지향에다가 교과서 위주라서
어렵고 딱딱해보였지만 막상 과학은 실험을 직접 해보고 관찰한다면
무척 재미있는 학문인데 말이죠 ^^
 

 

 

 

 

 

 

 

 

목요일을 제외하면 등교를 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스쿨버스가 오는 정류장이랑 거리가 많이 멀지 않을 정도라서 10분만 걸어도 금방 갈 수 있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아침 8~9시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일찍 줄을 서지 않으면 버스 안에 탈 수 없게 된다. 앉을 자리가 없다. 좌석이 없으면 시내버스 타듯이 서서 가도 괜찮지만 학생들을 위한 안전운행을 위해서 몇 년 전부터 버스 안에 서서 갈 수 없게 되었다. 두 대의 버스가 오는데 앉을 자리가 없으면 스쿨버스에 탑승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앉으면서 편안하게 등교를 하기 위해서는 일찍 집에 나서는 것뿐이다.

 

내가 타야 할 스쿨버스는 8시에 출발한다. 버스가 정확하게 7시 55분에 정차데 아침 식사하고, 씻고, 학교 갈 준비를 다 하고 집을 나서게 되면 항상 7시 25분쯤에 정류장에 도착한다. 어찌 보면 너무 일찍 온 감은 있지만 날씨가 풀리고 있는 요즘, 상쾌한 아침 공기를 피부로 느끼는 것도 이제는 시원하기만 하다.

 

스쿨버스를 기다리게 되면 꼭 서서 기다려야 할 필요는 없다. 일단 정류장에 오면 먼저 자신의 소지품을 꺼낸다. 그리고 소지품을 길바닥에 놔둔다. 자신의 소지품을 길바닥에 놔두는 이유는 자신이 '버스를 타기 위해서 먼저 줄을 서서 기다린다'라는 무언의 표시를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정류장 근처 벤치에 앉아서 여유롭게 버스 오기를 기다리면 된다.

 

오늘 아침에도 내가 일찍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의 소지품을 길바닥에 놔두고 벤치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렸다. 원래 정류장에 오면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지 않는 편이다. 몸과 정신이 워낙에 아무 것도 안한 채 가만히 있는 것을 원초적으로 싫어해서 그냥 정류장 주변을 혼자서 걸어다닌다. 가끔 자판기에서 뽑은, 조금은 맛이 없는 싸구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하지만 오늘따라 벤치에 앉고 싶었다. 딱히 할 것도 없고 그냥 서 있는 것만 해도 뻘줌했다. 그래서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벤치에 골라 앉았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앉고 있는 벤치 양쪽에 역시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커플들이 앉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다른 느낌은 없었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자 이상하게도 내가 처하고 있는 상황이 무척 묘했다. 그저 벤치에 앉아 있었을 뿐인데...

 

양쪽 벤치의 커플들이 꺄르르 웃으면서 대화를 주고 받는 닭살 행위를 보고 있자니, 아침부터 속이 오글거리기 시작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문득 생각해보니 중, 고등학생 시절 동안 친구나 여자친구와 함께 등교를 해 본 적이 많이 없었다. 수업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는 집에 가는 방향이 비슷한 친구들과는 동행은 많이 했지만 정작 등교할 때는 친구 한 명이라도 같이 가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은 그렇게 쌀쌀하지는 않았는데 막상 그런 생각이 들게 되자 옆구리가 시려오기 시작했다.

 

양쪽 커플들 사이에 떡 하니 혼자 앉아 있는 게 너무 뻘줌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시늉을 했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정말 뻘쭘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버릇처럼 대부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런 쓸쓸한 상황을 요즘 하는 재미에 푹 빠진 카카오스토리에 짤막한 글을 남겼다.

 

 

  스쿨버스 기다리는 중,,,

  아무도 앉지 않은 벤치에 앉았는데

  어느새 내 양쪽에 커플들 앉았음  (ㄱ-)

  양 사이드에 닭살 행위를 보고 있자니

  아침부터 속이 오글거리면서도 쪼금은 부럽네ㅜㅜ

  ...   부러우면 지는거다

 

 

 

카카오스토리에 글을 남긴 지 10분이 지난 뒤에 누가 내 글에 답글을 남겼다. 답글을 남긴 사람이 친구라고 생각하고 그 댓글을 확인했는데 알고 보니 보낸 사람이 평소에 내가 존경하고 있는 교수님(!)이었다. 교수님이 남긴 댓글은 간단명료했다.

 

 

 마쉬멜로우를 떠올려라.

 

 

 

'마쉬멜로우...?  이게 무슨 뜻이지?'

 

나는 교수님의 댓글을 보자마자 댓글 내용이 궁금해졌다. 왜 마쉬멜로우를 떠올려라고 하는지 교수님의 댓글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버스 타는 내내 '마쉬멜로우'의 의미를 생각했다. 원래 버스를 타게 되면 단잠을 자는 편이다. 학교에 도착하는 데 35분 밖에 안 걸리지만 앉은 상태에서 버스를 타게 되면 잠이 온다. 그런데 나는 잠을 뒤로한 채 마쉬멜로우, 이 한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만 했다.

 

마쉬멜로우와 관련해서 떠오른 게, 예전에 '마쉬멜로우'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른 귀여운 여가수 아이유 그리고 초코파이 안에 있는 하얀 마쉬멜로우, 고작 이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교수님의 댓글의 의미가 너무나도 궁금했는데 정작 나의 상황에 어울리는 답이 떠올려지지 않았다.

 

그러자 교수님의 스토리에 답글을 남겼다.

 

 

 교수님, 제 스토리에 남긴 댓글에 '마쉬멜로우'가 무슨 뜻입니까?  

 

 

 

그러자, 얼마 안 되어 이 질문에 대한 답글이 달렸다. 마쉬멜로우의 의미를 알려주셨는데, 너무나도 기가 막힌 댓글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연 교수님이 말한 '마쉬멜로우'의 의미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쭉 써내려가고 싶었지만 지금 글을 길게 쓸 시간적 여유가 없다. 오늘 수업한 내용, 복습해야 한다.  

 

 

오랜만에 책 선물 이벤트를 해보려고 한다. 정답을 정확하게 맞추거나, 또는 내가 알고 있는 정답에 근접한 한 분에게 책 선물을 드리겠다. 본인이 생각하는 답을 댓글(비밀댓글 안 됨!)로 남기면 된다. 사실 마음 같으면 두 세 분에게 책 선물 하고 싶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마일리지가 많지 않다. 두 분까지 책 선물을 하게 된다면 내가 쓸 수 있는 마일리지가 없다... ^^;;

 

퀴즈가 좀 어려울 수 있겠다. 창의적인 생각이 요구된다. 정답을 찾아낼 수 있는 실마리를 언급하자면, 마쉬멜로우의 특성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마쉬멜로우는 달다.' 

 

댓글을 달 수 있는 마감시간은 밤 12시까지다. 머리가 아파오는 문제이지만 면접관이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시길..  이것도 나름 두뇌 트레이닝이다.

 

정답은 밤 12시 이후 이 글의 먼댓글 형식으로 올리겠다. 근접한 답이 없다거나 댓글이 없으면 그냥 책 선물은 없는 걸로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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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내 질문의 답글을 이렇게 다셨다. 답글 역시 참으로 간단명료하다.

 

 

 지금 단 것을 좋아하면 나중에 쓴 맛을 본다는 교훈!

 

 

 

결국 교수님은 나에게 재치 있는 위로를 해주신 것이었다. 마쉬멜로우가 저런 상황에서 비유를 할 수 있다니..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뭐,, 교수님 말씀도 옳다지만 한 번도 연애 경험이 전무한 나로써는 한 번쯤 단 것도 맛 봐야할텐데,,  이건 뭐,,, 교수님의 비유에만 감탄만 했을 뿐, 정작 큰 위로가 되지 못하고 말았다.

 

 

 

P.S> 그런데 막상 글로 써보니깐, 임팩트가 없어 보인다. 처음에 교수님 댓글이 엄청 멋있어 보였는데 내가 글로 옮겨 써서 그런지 그 때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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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03-28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마쉬멜로우라..마쉬멜로우가 먹을 때는 달아서 좋긴하지만, 칼로리가 꽤 세죠. 그러니 마쉬멜로우를 많이 먹으면, 그만큼 살찔 각오도 해야할거고, 많이먹으면 다이어트도 필요할거고..뭐 그러니 연애가 할 때는 달달하고 좋지만, 그만큼 책임져야할, 귀찮은 일도 많다, 그러니 부러워하지 말아라..뭐 그런 얘기 아닌가요? (하하..아님 말구요.)

cyrus 2012-03-29 00:20   좋아요 0 | URL
거의 정답에 가까운데요. 문제가 너무 쉬웠나요? ^^
전 마쉬멜로우 엄청 좋아하는데 저런 상황에 비유할 줄은 꿈에 몰랐어요.

일단 맥거핀님이 일등이시고 정답에 가까우니 책 선물 드릴께요,
제가 아는 서재 이웃분에게 책 선물을 줄 수 있어서 무처 기쁘네요 ^^

주소, 성함, 전화번호를 비밀답글로 남겨주세요 ^^


2012-03-29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30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1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3-28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건 지금 당장 하기보다 제일 나중으로 아껴두고 힘든 것부터 하는 것.
책 "마쉬멜로우 이야기"에서 말하는 것에 충실하게 해석하자면 그런데요.
교수님께서는 어떤 뜻이었을까, 저도 궁금하네요.

cyrus 2012-03-29 00:25   좋아요 0 | URL
나인님 생각처럼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봐요. 연애도 하면 좋지만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고 있다면 나중에는 큰 코 다치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힘들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원래 한 분만 책 선물 드릴려고 했는데, 댓글을 맥거핀님과 나인님
딱 두 분만 다셨으니 나인님께서 안 받으시면 섭섭하실꺼 같아서
책 선물 드릴께요 ^^

성함, 주소, 전화번호를 비밀답글에 달아주세요 ^^

노이에자이트 2012-03-2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아이유 노래 중에서 마시멜로가 있는데...'달콤해서 나는 좋아 마시멜로 마시멜로' 하는 가사입니다.이 노래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cyrus 2012-03-29 00:2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마쉬멜로우 보자마자 제일 먼저 아이유가 떠올랐어요.
마지막에 아이유 마쉬멜로우 뮤직비디오를 올렸어야 했는데 생각을 못 했네요 ^^;;

다락방 2012-03-2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딱 아이유의 노래와 초코파이를 생각했는데, 그래서 아마도 지금 달게 먹어도 나중에 엄청 고생한다(왜 마쉬멜로우 먹고 찐 살은 지구를 일곱바퀴 반을 돌아도 안 빠진다는 말이 있잖습니까!)가 아닐까, 하고 댓글을 달 생각이었는데 하하, 끝났네요. 게다가 이미 정답자도 나왔구요! ㅎㅎ

cyrus 2012-03-29 20:06   좋아요 0 | URL
아쉽네요. 제가 마감시간을 적게 정하지 않았으면 다락방님도 행운이
찾아올 수 있었는데 말이죠 ^^;;

생각보다 마쉬멜로우가 은근히 칼로리가 많군요. 예전에 대형마트에 가면
봉지에 담은 마쉬멜로우를 사서 먹곤 했었는데, 이제부터는 좀 줄여야겠어요
ㅎㅎ

stella.K 2012-03-2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 끝났잖아! 괜히 열심히 읽었네. 우이쉬!ㅋ
근데 저 사진은 뭐니?

cyrus 2012-03-29 20:08   좋아요 0 | URL
막상 써보니 이건 뭐,, 재미와 감동, 교훈이 없는 시시콜콜한
글이 되어버렸네요 ^^;;

사진 속 남자 상황이 제가 어제 겪은 경험과 비슷해서 한 번
올려봤어요 ㅎㅎ

blanca 2012-03-2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 남자가 cyrus님인 줄 알았어요. 교수님이 멋지시네요. 운치 있는 페이퍼예요.

cyrus 2012-03-29 23:33   좋아요 0 | URL
아쉽게도(?) 아니에요, 그런데 그 당시 상황이 사진이랑 비슷했어요 ^^;;


2012-03-30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술적 리얼리즘의 진가

 

 

 

 

 

 

 

 

 

 

 

 

 

 

 

 

 

 

 

요즘 한창 읽고 있는 문학전집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다. 2년 전에 100권 세트를 구입했는데 정작 구입해놓고선 10여 권 남짓 정도 밖에 읽지 못했다. 세계문학전집이 한 두 출판사에만 나오는 게 아니라 평소에 관심이 있는 타 출판사의 문학전집에도 기웃거리다보니 집에 모셔둔 100권 세트는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3월 초부터 읽고 있었던 것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백년의 고독』이다. 굳이 설명 안 해도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서 읽기 시작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16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의 인터뷰를 모은 『16인의 반란자들』때문이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의 진솔한 면모를 답은 책을 읽다보니 저절로 이들이 쓴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은 느낌이 팍 들었다. 책에 소개된 몇 몇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의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정작 이들의 대표작은 단 한 번도 들춰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뭐 읽을까 싶어서 무심코 골라서 읽기 시작한 것이 마르케스의 소설이었다. 마술적 리얼리즘의 대표적인 소설답게 이야기의 진행이 현실과 환상이 교차되어 있고 읽는 나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소설 속에 등장하는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 가문의 복잡한 가계도를 이해하지 않으면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가문의 사람들은 서로 이름마저 비슷비슷하다. 정신 바짝차리고 읽지 않느다면 누가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 혼동이 올 수 있다. 이렇다보니 이 복잡한 주인공들 이름을 계속 읽다 보면 흡사 마법의 주문을 외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실제로 소설 장면 곳곳에는 연금술사, 전통 주술와 유사한 요소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오히려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환상적인 분위기 때문에 라틴 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민음사에서는 두 권으로 나뉘어 출간되었는데 1권만 읽는데 2주일 정도 걸렸다. 1권의 총 페이지 수가 2백 여 페이지 정도이고 읽는 속도가 빠른 나의 리딩 스피드를 감안한다면 더디게 책을 읽은 것이다. 이번 주부터 2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과연 이번 달 안에 다 완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2권을 읽기 시작한 것만 해도 나 스스로도 기특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소설을 읽으면 읽어갈수록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여러 번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케스의 소설을 끝까지 읽어나가고 있는 이유는 재미있게도 마술적 리얼리즘 특유의 구조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현실과 환상, 사실과 허구라는 대립물의 경계가 무너진 모순어법적 글쓰기 형식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몽상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이루어진 요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무리 이성과 합리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인간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환상 등과 같은 비현실적이면서도 초합리적인 현상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듯이 소설에 등장하는 환상적인 배경과 대상들에 대해서 독자는 그것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러한 분위기에 매료되었다는 사실을 독서를 통해서 깨닫게 된다. 거기에서 독자들은 마술적 리얼리즘의 진가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소한 충고 한 마디에서 비롯된 주먹질

 

 

일반적으로 남미 문학이라면 '마술적 리얼리즘', 그리고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하면 항상 제일 먼저 '마르케스'를 떠올린다. 하지만 알고보면 남미 문학의 영역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광대하다. 그리고 남미문학의 상징으로 '마르케스'만 떠올리게 된다면 그에게 주먹을 날린 앙숙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둘째가라서 서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앙숙답게 이들이 지금 걷고 있는 사회적인 노선도 정반대 방향이다. 마르케스는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와 긴밀한 우정을 키워가면서 좌파 작가의 길을 걸었고, 요사는 마거릿 대처 前 영국 총리의 숭배자가 돼 우파 후보로 페루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1936~    )

 

요사 영감님!  생일 축하해요 ^^

 

 

 

이제는 '마르케스'라고 하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도 같이 언급해줘야 한다. 요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앙숙과 함께 거론된다는 것 자체를 혐오스러워하겠지만. 재미있게도 이 두 사람의 생일도 같은 달이다. 마르케스가 3월 8일에 태어났고, 요사는 3월 28일, 오늘이 그의 생일이다.

 

 

 

 

 

한 쪽에 시러펀 멍이 든 상태의 마르케스의 사진은 영국, 미국 주요 언론에 실리게 되면서

마르케스와 요사 간의 불화 관계가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요사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활짝 웃고 있는 마르케스가 참으로 넉살 좋아보인다.

 

(사진출처: 부산일보)

 

 

 

콜롬비아 출신 마르케스와 페루 출신 바르가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살면서 부부끼리도 돈독한 우정을 다질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은 요사의 주먹질로 인해 너무나도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어느 날, 마르케스는 오랜만에 만난 요사가 반가운 나머지 반갑게 그를 껴안았지만, 요사는 그에게 폭언을 퍼부으면서 수차례 마르케스의 얼굴을 때리고 말았다. 이틀 후 그의 친구 로드리고 마요는 마르케스의 시퍼렇게 멍든 눈을 사진으로 찍음으로써 이 두 사람의 싸움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음을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다.

절친한 친구였던 이 두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주먹질을 하게 디는 앙숙의 관계가 되어버린 것일까?  싸움의 원인을 과거에 일어난 사소한 일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마르케스 부부가 바르셀로나에 살 당시 요사는 스웨덴 출신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 아내와 자식들을 버리고 떠났던 지울 수 없는 전과가 있었는데, 마르케스 부부는 버림받은 요사의 부인을 진심어린 위로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요사와 이혼하라는 충고를 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사소한 충고 말 한 마디가 둘 사이의 관계를 갈라서게 만드는 불화의 씨앗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후에 요사는 극적으로 부인과 화해를 했고,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사의 부인은 요사에게 직접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요사와 불화를 겪었던 시절에 마르케스 부부에게 듣었던 충고의 말을 포함 모든 전말을 얘기하고 만 것이다. 요사에게는 마르케스의 충고가 자신과 아내를 더욱 갈라서게 만들 수 있는 말이며 그것이 오히려 바람을 핀 자신을 은근히 비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 분노를 참지 못하고 느닷없는 마르케스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던 것이다.

 

주먹다툼 이후 30년 동안 이 두 사람은 그 사건에 대해서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한 채 사건의 진위를 간직했다. 그러다가 5년 전부터 이들의 냉전 관계는 해빙 무드로 감돌기 시작했다. 마르케스는 요사와의 다툼에 관한 일화를 자신의 자서전에 소개함으로써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의 내막이 공개되었고 요사는『백년의 고독』초판 발행 40주년 기념판에 서문을 써주기도 했다. 비록 공식적인 화해는 없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그 날의 주먹질은 지나간 과거의 일로 남았을 것이다.

 

 

 

 

 라틴 붐 문학, 40년 동안의 쇠퇴  

 

 

앞에서 언급했듯이 남미 문학의 세계는 광활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소개된 것은 그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마르케스를 필두로 1960, 70년대부터 라틴 아메리카 붐 문학이 세계 출판의 시장을 지배하면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오늘날에는 거의 절판 상태다. 세월이 흐르게 되면 유행의 열기가 금방 식어지게 되듯이 오래전에 출간된 붐 문학의 작품들은 찾아보기가 드물어졌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 붐 소설의 선구자로 알려진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의 『대통령 각하』가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통해서 새롭게 번역하여 출간되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표지가 내가 좋아하는 마그리트의 그림이라니...  이름이 생소한 작가이지만 그는 중남미에서 두 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과테말라 출신의 작가이다. 그도 마르케스처럼 좌파 성향의 문학가였으며 이로 인해 망명 생활을 하기도 했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모 헌책방 온라인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1981년, 풀빛에서 출간되었던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의 『대통령 각하』 표지

 

 

 

사실 이 소설은 내가 자주 다니던 헌책방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구입하려고 눈도장 찍고 있는 상태에서 반갑게도 새로운 번역본이 나오게 되었다. 서지 정보에 의하면 1981년에 풀빛이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런데 1981년에 나온 이 번역본이 완역본인지 확실하지 않다. 풀빛에 나온 번역본의 총 페이지 수가 330페이지인데 반해 최근에 나온 을유문화사 번역본은 총 480페이지다)

 

붐 문학의 세계적인 열풍이 휩쓸 무렵에 우리나라에서도 마르케스의 작품들이 소개되었는데 오늘날에는 그의 초기 작품들을 시중에 찾아보기가 어렵고 새롭게 번역된 것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 마르케스 앓이 때문에 헌책방 정보를 검색한 결과 현재 몇 몇 헌책방에 매물로 나온 책이『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단편집) 『마마 그란데의 장례식』(80년대 말, 중앙일보사에 출간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다. 얕굿게도 요사의 대표작 『빤딸레온과 위안부들』(오늘날에는 문학동네에서『판탈레온과 특별 봉사대』라는 이름으로 번역됨)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미로 속의 장군』『족장의 가을』이 있다.

 

 

 

 

 

 

『미로 속의 장군』김점석 역, 솔출판사, 1990년 초판 발행

 

알라딘에 검색해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국내에 번역된 마르케스의 작품들 중에서 '레어'에 가깝다  

 

 

 

그러다가 알라딘 중고샵에서 마일리지로 나름 싼 가격(?)으로 구하기 힘들다는『미로 속의 장군』을 구입했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간략하게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남미의 독립운동을 주도한 시몬 볼리바르의 일대기를 토대로 한 소설이다. 이 소설 역시 마술적 리얼리즘 요소가 곁들여져 있으며 '권력에 대한 고독'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족장의 가을'을 검색할 수 있는데 이 소설에 대한 백과사전의 소개가 의미심장하면서도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족장의 가을』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공들여 읽어야 하는, 가장 실험적인 작품이자 가장 저평가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상업적 성공을 거둔 다른 유명한 작품들의 그늘에 가려있었을 뿐만 아니라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르케스는 이 작품을 “권력의 고독에 대한 시”라고 말했다. 그 중심에는 깊은 고독과 편집증 때문에 정치적 재능까지 타격을 입은 익명의 남아메리카 독재자(=시몬 볼리바르)가 있다.

“족장”은 20세기 동안 권좌에 있었던 다양한 독재자들과 정신병자를 아우르는 이름이다. 그는 순수한 포악과 순수한 절망의 생물로 자기 자신을 위해 창조한 신비한 아우라 속에서 오랜 세월 고통 받아온 대중을 끊임없이 학살한다. 혁명가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부가 축적된 환상의 공간”인 그 궁전에서 “족장”의 썩어가는 시신을 발견했을 때, 마르케스는 거대한 언어의 격류에 물린 재갈을 풀고, 죽은 폭군이 남긴 편린들을 통해 그의 공적, 사적인 삶을 재건한다.

이 소설은 거의 구두점이 없다시피 한 문장들로 구성된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종종 조이스의 『율리시즈』의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몰리 블룸의 독백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제 역사적 사건과 허황한 상상의 날개 속으로 마구 길을 잃는 예측 불가능한 내러티브 덕분에 시간과 공간 감각은 완전히 붕괴되어버린다. 이 소설은 카리스마, 부패, 폭력, 그리고 정치권력의 도구에 대한 뛰어난 연구이다.

 

 

 - 네이버 지식사전 -

 

 

 

 

 

 

 

 

 

 

 

 

 

 

 

 

 

'볼리바르'라고 하면 흔히 남미의 독립운동 지도자, 지금의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볼리비아를 탄생시킨, 중남미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그의 동상이 남아 있을 정도로 남미인들에게는 존경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의 일대기를 소개한 유일한 책이 헨드릭 반 룬의 『시몬 볼리바르』(서해문집, 2002)가 있다.   

 

지금까지도 간간이 라틴 붐 문학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30여 년 전의 열기만큼에 비하면 삭막하기만 하다. 마르케스와 요사, 너무나도 잘 알려진 두 작가들의 작품만 많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라틴 붐 문학을 유행시킨 이 두 작가의 전지구적 명성에 의해 정작 대중들에게 제대로 소개를 하지 못한 채 묻혀간 작가들도 있다. 2010년에 요사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라틴 붐 문학 부흥의 신호탄이 되는가 싶었지만 '요사'라는 작가의 인지도만 높이는 정도로 그치고 말았다. 라틴 붐 문학의 40년 동안의 쇠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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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3-28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 밤탱이 된 눈이 그때 그 사건이었군.
하여간 남미 사람도 우리나라 사람들만큼이나 웃겨.
난 오히려 그들이 싸웠다니까 쾌감이 느껴지더라.
아무래도 난 친구는 한번 사귀면 끝까지 오래 가야한다고 생각하나 봐.
하긴 남자는 싸우면서 친해진다며?
여자는 싸우면 멀어지고. 그렇다고 언제나 사요나라 할 수도 없는데.
암튼 인간관계란 쉽지가 않아. 특히 여자는. 나도 여자지만.ㅋ

사람들은 '백년간의 고독' 재밌다고 하던데 난 읽다 포기했어.
요사도 그닥 읽고 싶은 생각이 아직 없네. 아, 하나 읽긴 했구나.ㅋ

cyrus 2012-03-28 20:27   좋아요 0 | URL
남미 사람들은 다혈질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쿨할 정도로 쾌활한 사람들일거
같아요. 그리고 누님 말씀처럼 남자들은 한 번 싸우더라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친해지게 되죠 ^^;;

저도 요사는 '염소의 축제'만 읽어봤어요, 제 생각이지만 남미 문화랑
우리나라 문화랑 많이 달라서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는 남미 문학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노이에자이트 2012-03-2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스투리아스 <대통령 각하>는 워낙 유명한데 그의 또다른 대표작인 <강풍>은 신구문화사에서 60년대에 번역된 뒤 통 소식이 없더군요.저는 이 희귀본을 운좋게 구했답니다.

cyrus 2012-03-28 20:28   좋아요 0 | URL
<강풍>은 처음 들어봅니다. 뭐 저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한 번 눈에 불 켜고 찾아봐야겠습니다. ^^
 

 

 

 다음 날 아침, LED램프는 다시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휴대용 LED 램프를 구입한 지 두 달 정도 지났다. 밤에 책 읽을 때 이 녀석(?)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LED 램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 번은 램프를 충전하려고 컴퓨터 본체에 있는 USB 콘센트에 꽂아둔 채 잠을 잤다. 그런데 다음 날, LED 램프는 다시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스위치를 수차례 눌러 봤는데도 이상하게도 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어제 충전했을 때는 모르고 있었는데 충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램프에 빨간 불이 나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원래 충전 상태 시에는 램프에 조그만 빨간 불빛이 나오게 되어 있다. 분명히 USB 콘센트에 꽂혀 있는데도 충전 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빨간 불빛이 나오지 않았다.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기껏 사용해봤자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뿐이었는데 갑자기 불이 켜지지 않아서 좀 당황스러웠다. 이 문제에 대해서 A/S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주문조회를 통해서 이 문제의 램프의 사용자 후기들을 확인했다. 덕분에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 램프만 이런 고장이 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램프를 구입했던 딱 한 분의 고객도 나처럼 충전을 해도 불이 안 들어온다고 상품 후기를 남기셨다. 이 램프를 구입했던 다른 고객분들은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하필 내가 구입한 램프가 이런 고장이 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모든 기계들은 왜, 내가 손을 대면 다 고장이 나는가?

 

이상하게도 나의 손을 거쳐간 기계들은 꼭 하나같이 '고장'이라는 운명을 맞이할 때가 많았다. 우리 집에 있는 컴퓨터만 해도 내가 사용하다가 고장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컴퓨터 본체만 해도 네 번 정도 교체했는데 모두 다 내가 사용하다가 고장나버리고 만 것이다.

 

최근에 컴퓨터 본체를 교체한 시기가 이제 막 1년 다 되어간다. 그런데 하필 최근에 컴퓨터가 이상해졌다. 아직 A/S 서비스를 부르지 않아서 '고장'이라고 확실하게 판단할 수 없지만 컴퓨터가 맛이 간 것 같다. 잘 쓰고 있다가 갑자기 안전모드에 걸리고 말았는데 원래대로라면 '표준모드'로 다시 설정하면 원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표준모드로 설정해도 계속 안전모드 상태로만 뜰 뿐이었다. 컴퓨터에 무지해서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Window 오류 상태'로 인해서 윈도우가 원래 상태로 되돌려지지 않았다. 항상 컴퓨터를 켜게 되면 검은 바탕화면에 흰 글자로 윈도우에 오류가 있다는 식으로 모니터에 뜬다. (지금 우리 집 컴퓨터 상태를 사진으로 촬영해서 올리고 싶지만 지금 학교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어서 올리지 못했다)

 

왜 하나같이 나의 손을 거쳐간 기계들은 고장이 나는걸까?  이런 일이 겪게 되면 무척 난감하다. 한 번씩 컴퓨터 또는 집에 있는 가전제품들이 고장이 나게 되면 그것을 일으키게 한 주범으로 항상 나를 지목한다. 그동안 내가 고장낸 기계가 MP3, 전자 백과사전도 있다. 이렇다보니 그 전에 내가 사용하다가 고장낸 기계들이 있었기에 평소에 잘 쓰고 있다가 갑자기 작동에 이상이 생기면 그것이 왜 작동이 안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보다 먼저 나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기계들을 오작동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해프게 사용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잘 사용하고 있는 기계가 어느 날 갑자기 작동이 안 되거나 고장이 나는 경우가 살면서 꼭 겪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과거들을 쭉 되돌아보면 이런 경험이 단순한 우연만은 보기에는 빈번할 정도로 많았다.

 

 

 

 

 군 복무 시절, 정비의 추억  

 

예전에 군 복무를 포병연대에서 했다. 쉽게 말하면 포를 쏘는 군인인 셈이다. 군사 무기에 대한 이야기는 기밀이라서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간단히 말하면 일종의 박격포라고 보면 좋겠다. 그 박격포는 쇳덩어리고 이루어져 있는만큼 무게가 꽤 나갔을뿐더러 항상 여러 명의 힘이 있어야 포를 조립하고 사격할 수 있는 100% 수동식, 말 그대로 구식 무기였다. 그런데 얕궂게도 항상 내가 다루던 박격포들은 하나같이 '작동 불가' 또는 '고장' 판정을 많이 받았다.

 

군대에서는 정기적으로 무기들을 검열하는 기간이 있는데 꼭 그 때만 되면 박격포에 히나씩 결함이 발견하곤 했었다. 검열 시에 박격포에 결함이 하나라도 발견된다면 이는 병사들의 소홀한 관리에 의한 문제로 보기 때문에 검열 기간이 다가오게 되면 병사들뿐만 아니라 그것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을 지는 상관까지도 예민해지게 된다. 검열 기간 몇 주전부터 하루 일과의 반을 박격포의 부품들을 정비해야 한다. 어찌 보면 부품들을 정비한다는 게 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군대 가본 남자들은 알 것이다. 부품 정비도 '노가다'인 것이다.

 

하루에 부품 정비를 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군복 그리고 양 손에 기름 떼가 묻혀지는 건 다반사이고 부품에 묻은 녹을 지우기 위해서는 못 쓰는 군용 내복, 칫솔 그리고 빼빠를 가지고 무한반복 문질러야 한다. (아, 참!  여기서 '빼빠'사포의 군대식 용어다. 사실 '빼빠'는 사포를 가리키는 일본말이다. 이외에도 군대 내에서 사용되는 일명 '군대 용어'들 중에는 일본말을 그대로 차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부품들의 녹은 대충 문질러서 없어지지 않는다. 그 부품의 표면이 광이 날 정도로 계속 시도 때도 없이 기름칠 해가면서 문질러야 한다. 그래서 이등병 시절에는 하루종일 녹 지우느라 고생한 적이 많았다. 녹을 지우고 나면 항상 고참들에게 확인을 해야했는데 녹에 의한 조그만 까만 점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워야했다. 말 그래도 '광이 날 정도'로 녹을 지워야하는 것이다.

 

특히 제일 힘든 것은 포구를 정비할 때이다. 포구는 포가 쏠 때 지나가는 둥그스름한 원기둥 형태의 관이다. 포를 쏘게 되면 포구 안에는 포를 쏠 때 생기게 되는 그을림과 재가 묻게 되는데 그것을 닦아내지 못하면 포탄이 제대로 발사되지 못한다. 그래서 포 사격 훈련이 끝나면 무조건 포구를 청소를 해야했다. 청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반 사람의 키만한 크기의 특수한 솔이 있는데 두 세명이 달라붙어 함께 포구 안을 문지르면 된다. 두 세 명이 함께 문지른다고 해서 이 또한 쉬운 게 아니다. 어느 정도 근력과 체력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포구가 워낙 작기 때문에 생각보다 잘 쉽게 문질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포구를 계속 문지르다보면 어느 새 양손에는 물집(!)이 잡힐 때가 많았다. 그래서 포구 정비 또한 고참들 사이에서는 사랑하는(?) 후임병들을 위한 일종의 가혹 행위가 되기도 했다.

 

 

너무 오랜만에 추억에 빠지다보니 글이 옆길로 빠지고 말았는데,,,

 

어쨌든 며칠 간 고생하면서 나름 꼼꼼하게 정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열 날이 되면 예상치 못한 결함이 발견되기 마련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세 곳 넘는다면 그것을 관리한 병사나 상관이나 무척 난감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 된다. 특히 하나의 분대로 이루어진 병사들을 관리하고 이끌어나가는 분대장들은 검열 날이 되면 욕 먹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했다. 그로 인한 분대장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자신 밑에 있는 분대원들에게 향하는 '갈굼'의 화살로 변해서 날아온다.

 

군 복무 시절 때 관리했던 박격포만 해도 10대 정도는 넘었을텐데 정말 하나같이 제대로 성한 것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때 사용했던 박격포가 수십 년 전에 제작되어질 정도로 노쇠화된 것도 있었지만 평소 훈련 때에는 잘 되다가 꼭 중요한 순간에서는 말썽을 일으키곤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대가 많은 돈 들여가면서 새 박격포를 구입했는데 이것 또한 얼마 안 가 작동 불능이 된 경우도 있었다. 무기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게 되면 다시 원 상태로 작동될 수 있도록 세밀한 정비를 해줘야 한다. 군 복무 시절 동안 결함 많은 박격포만 다루다보니 당연히 정비를 하는데만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내가 사용하고 있는 기계들이 한번씩 문제가 일으키면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똑같다. 결국에는 물건이 고장나면 그 물건뿐만 아니라 주인도 고생하게 되는 것이다.

 

 

 

 

 기계들을 고장나게 만드는 '마이너스의 손'

 

 

 

 

 

 

 

 

 

 

 

 

 

 

 

 

 

 

자주 기계를 오작동을 일으키게 하고 고장나게 만든 탓에 내 동생은 나를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비아냥거리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무조건 닿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게 된다는 '미다스의 손'이 있듯이 나는 모든 기계들을 고장을 일으키게 하는 '마이너스의 손'이다. 손 대는 물건마다 족족 황금으로 변했기 때문에 미다스는 음식마저 직접 먹을 수도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면 나는 이상한 징크스 이후로는 기계를 다루는 것에 둔감해졌다. 그래서 항상 기계를 처음 사용하게 되면 배우는 속도가 남들보다 더딘 편이다. 이렇다보니 정보 기술에 그닥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아날로그형 인간이 되고 만 것이다.

 

컴퓨터 같은 경우에는 고장이 발생하면 먼저 내 스스로 고쳐보려고 노력하지만 역시 천성적인 기계치라서 그런지 고장의 악화를 더 야기시킬 뿐 제대로 고쳐본 적이 없다. 여자들은 보일러와 같은 기계들을 잘 다루고, 잘 고치는 사람들을 선호하는데 만약에 결혼을 하게 된다면 미래의 신부에게 엄청 욕 먹을 것 같다.  "왜, 이거 하나 제대로 못 고치냐" 고 말이다. 사실 이런 말은 남편을 위해서하면 남편의 미숙함에 답답해보이더라도 안 하는게 낫다. 남편이 아내로부터 제일 듣기 싫은 말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번거롭고 비용이 들겠지만 얼른 A/S 서비스를 불러야겠다. 결국 고장난 기계를 고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A/S 서비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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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2-03-27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바로 기계치예요. 남들보다 매뉴얼 숙지도 오래 걸리고. 대신 좀 천천히 자세히 알아가는 편이에요. 그런데 또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컴퓨터 고장 나면 망연자실이에요. 가족 중에 맥가이버가 있어서 집에 한 번 오면 다 뚝딱 고쳐놓고 가십니다. 컴퓨터가 고장나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본체를 뜯어 청소부터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본체를 뜯는 게 너무 무서워요--;; 저 LED등 탐나는데 고장이 잘 날까요?

cyrus 2012-03-27 22:49   좋아요 0 | URL
저도 본체를 뜯는 걸 안 좋아해요. 고칠려고 뭣도 모르구 분해했다가는
오히려 더 안 좋게 될 수도 있거든요. 정말 컴퓨터 수리에 능통하다면
괜찮지만요 ^^;;

제가 산 제품이 고장난 게 운이 없어서 불량품을 만난 거 같아요.
지금까지 구매후기들 보니 저처럼 불이 갑자기 안 들어왔다고 적는
사람이 단 한 사람뿐이었거든요. 차마 이 제품을 사지 말라고
말을 못하겠어요. 고장만 안 나면 정말 괜찮은 램프에요 ^^

stella.K 2012-03-2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손이 있긴 하더라. 그런데 네가 그럴 줄 몰랐다.
여자들 중에 그런 사람이 많고 남자들은 그것을 고치는.
뭐 대충 이런 그림 상상하잖아.
요즘 기계들은 웬만한 기계치가 만져도 고장이 잘 안 나던데.
비교적 처음 컴퓨터를 쓰기 시작했을 때 내 동생이 그랬거든.
아무거나 막 만져 보라고. 고장 안 난다고.
그런데 컴도 오래 쓰면 한번씩 에러가 나고 그러더라.
지금까지는 동생 불러다 고치곤 했는데 이 녀석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찔해. 그래서 기계 잘 다루는 사람은 꼭 있어야겠더라.ㅋ

cyrus 2012-03-27 22: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기계를 잘 다루면 사는데 요긴한데요.
저는 군대 가면 좀 많이 배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배운게 그닥
많지 않았는거 같아요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3-2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LED 램프 저도 잘 쓰고 있는데...
다만 충전시간이 길지 않아서 자주 충전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불이 안 들어오진 않아요. 어쩌나....
책 좋아하시는 cyrus님에게 딱 좋은 물건인데 말예요.

cyrus 2012-03-27 22:52   좋아요 0 | URL
현맘님, 잘 쓰고 계시다니 다행이네요, 저는 그냥 운 없게
불량품을 구입한 걸로 받아들일려고 해요. 구매후기를 확인해보니
저처럼 그러한 고장을 겪은 사람이 별로 없는거 보니
다른 구입자들은 별 탈 없이 잘 쓰고 있는가봐요 ^^

BRINY 2012-03-2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모컨으로 방의 전등을 끌 수 있는 집으로 이사와서는, 저것이 필요없는 물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cyrus 2012-03-27 22:55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요즘 집에는 리모컨으로 방의 전등을 끌 수 있는게
있군요. 전등 켜고 끄는데 편하겠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2-03-2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중대에서는 81밀리 박격포를 썼어요.Cyrus님은 몇 밀리짜리 박격포였나요?

cyrus 2012-03-29 23:36   좋아요 0 | URL
제가 근무했던 중대에는 4.2 박격포를 썼어요. 밀리로 치자면
107mm인걸로 기억합니다. (전역한 지 2년째 되어가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 하지만 일반적으로 4.2인치 박격포로 많이
불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