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지는 걸 보니

 푸른 솔이 좋아

 푸른 솔을 좋아하다 보니

 벚꽃마저 좋아

 

 

 - 김지하 「새 봄」-

 

 

 

 

 

이번 4월은 시험 공부하느라 정말 정신 없을 정도로 보낸 것 같습니다. 제가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고 있어서 작년에 비해 공부해야 할 분량도 많았고요, 자연히 책 읽을 시간이랑 알라딘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적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간고사는 이번 주 수요일에 끝났습니다. 시험이 끝난지 3일이 지나서야 알라딘 블로그에 들어온 것은...  간만에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노느라 (^^;;) 이제서야 오랜만에 서재 블로그에 들어와서 글을 써보게 되었네요.

 

한동안 블로그에 안 들어온 사이에 알라딘 서재에 수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논쟁의 중심에 친분이 있었던 서재 이웃분들이 관련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제가 그 분들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제때에 전달하지 못해서 송구스럽기도 하네요. 그리고 알라딘 서재를 한 달동안 휩쓸고 지나간 논쟁들의 이력을 쭉 읽어보면서 좀 무서운 마음도 들기도 했습니다. 논쟁의 결과를 떠나서 의미는 다르지만 각자의 생각이나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 중에서 서로에게 반목의 골만 넓혀만가는 관계의 상처를 안겨준다는 사실이 무서웠습니다. 어쨌든 갈등의 논쟁이 마무리되어 예전의 알라딘 서재의 분위기로 돌아와서 다행이네요.

 

이번 달에 마지막으로 쓴 글에서 모 서재 이웃분께서 제가 한동안 블로그에 들어오지 않으셔서 걱정하셨는데 진심으로 저를 생각해주신 점,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블로그를 소홀히 하다보니 괜한 걱정을 안겨준 거 같네요. ^^;;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의 인생에도 권태기가 찾아오게 되듯이 사실 4월 초부터 블로그 활동에 대해서 권태기가 있었습니다. 하필 그 시기부터 카카오스토리를 시작하게 되면서 블로그에서 긴 문장의 글을 쓰는 것보다는 짧고 간결하게 글 쓰는 것이 더 재미있고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개인적으로 글을 길게 쓰는 단점 때문에 나름 고심하던 찰나에 카카오스토리 덕분에 짧게 글 쓰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오프라인 공간이지만 알라딘 블로그보다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 친한 사람들과 시시각각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었고요.

 

그런데 제가 모 출판사로부터 부탁 받은 서평 도서에 대한 리뷰를 수십일 동안 미룬 상태라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작성하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글을 써서 그런지 긴 문장의 글 한 편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지식과 그에 대한 감상들을 기록하고픈 의지가 다시 샘솟게 되었습니다. 긴 글을 쓰기가 귀찮았던 생각이 싹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그냥 짧게 글을 쓸 수 있는 카카오스토리도 하면서 길게 글을 쓸 수 있는 알라딘 블로그도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각자의 취향이 있고 각자의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이래서 좋고 이것은 이래서 싫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그러나 또 상황에 따라서 좋았던 것이 다른 결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싫었던 것이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생각이라는 게 오랫동안 확고하게 유지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때때로 상황에 따라서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 가지 생각을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고지식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살이도 그런 거 같아요. 특히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어떤 사람은 어떠한 장점이 있는 반면 또 다른 단점이 있고, 어떠한 단점이 있는 반면 또 다른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모두 장점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개성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모든 존재는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개성이 그 존재의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계절이 변해도 늘 푸르다는 것은 변화가 없음을 의미합니다. 변화가 없다는 것은 단순하고 삭막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위에 소개된 시의 화자뿐만 아니라 우리는 계절에 변함에 따라 서로 다른 벚꽃과 푸른 솔을 좋아하게 되는 것입니다. 푸른 솔과 벚꽃이 어우러진 모습이 자연의 조화로운 모습이라면, 시류에 쉽게 영합하지 않는 지조 있는 사람과 시류의 흐름에 따라서 이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면서 변화하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이야말로 조화로운 인간 사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과 다른 상대방의 생각과 가치를 이해할 줄 아는 공감이 필요하고요. 공감 없는 세상은 곧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하기 위한 반목, 경쟁 그리고 갈등만 남아있는 세상입니다. 갈등과 경쟁의 관계에서 제아무리 승리해서 살아남았다하더라도 서로에게만 깊은 쓰라린 상처만 안겨다주는 '피로스의 승리'에 불과합니다.  비록 유토피아적 발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서로 다른 입장이라도 이해해주고 공정한 대화를 통해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짤막하게 근황만 알리는 글을 쓰려다가 그만 내용이 엉뚱하게 옆길로 새버렸네요 ...

 

 여전히 쓸데없이 길게 쓰려는 습성은 남아 있었네요 ^^;;

 

 저는 저녁에 또 친구들을 만나 밤새도록 즐겁게 달리기 위해서(?) 마음 단단히 임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서재 이웃분들의 서재 블로그에 방문해서 인사 차 댓글을 남기고 싶은데

 

 약속이 있어서 간단하게 눈팅만 하게 되었습니다.

 

 서재 이웃분들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 다 좋은 주말 보내셨으면 합니다. ^^

 

  

 

 

 그리고 제가 요즘 카카오스토리앓이 중인데

 

 서재 이웃분들 중에서 카카오스토리 계정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저랑 친추 맺어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성별, 나이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혹시 원하신 분이 있으시다면 비밀 댓글 남져주세요.  ^^;;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4-28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 끝나고 자유시군요!!! 날씨 너무 좋고, 기분도 좋으실테고...
청춘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래요! 부럽네요^^

cyrus 2012-04-30 13:31   좋아요 0 | URL
ㅎㅎ 이번 주말을 그냥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버렸어요.
주말이 너무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ㅜㅜ

차트랑 2012-04-2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제가 대학생일 때는 저렇게 좋은 생각을 미처 못했던 것 같다는 ㅠ.ㅠ

많은 분들께서 비밀 댓글을 달아주셨으면 합니다^^
(아참, 시험도 끝났는데 친구분들과 신나게 노시구랴~^^)

cyrus 2012-04-30 13:33   좋아요 0 | URL
랑공님, 간만에 주말에 기분 좋게 잘 놀았습니다. ^^

사실 저 시는 제가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맨 처음 나오는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물론 중학교에 입학해서 맨 처음 배우면서 알게 된
시이기도 하죠, 그 때 국어선생님이 이 시의 의미를 조화의 중요성으로
설명하셔서, 그 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블로그에 써봤습니다. ^^

2012-04-29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30 1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30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맥거핀 2012-04-2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하느라 바쁘실텐데, 뭐 글을 의무적으로 쓸 필요야 없겠죠.^^ 또 사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뭘 쓰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날씨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뭐든지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 보기 좋은데요. 뭐 근데 글쓰는 솜씨는 여전하신데요. (저는 카톡도 카카오스토리도 하지 않아서, 스마트폰을 거의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cyrus 2012-04-30 13:4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 가면 갈수록 바빠지는데 의무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생각날 때마다 쓰려고요, ^^

티티카카 2012-04-2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오셨군요~ 새 글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동안 지난 글들을 읽어봤어요. 저는 서재를 사용하지 않아서 논쟁의 전말은 모르겠으나 사이러스님의 말씀은 동감합니다~^^

cyrus 2012-04-30 13:4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티티카카님. 그렇게 특별한 내용도 없는데 읽으셨다니
쑥스럽네요 ^^;; 저는 오랜만에 서재에 들어온지라 논쟁의 결과만
보게 된 셈인데 논쟁에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의 의견 역시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하지 않은 채 비판에 치우친다면
서로 간의 깊은 갈등의 상처만 깊어질뿐이지요 ^^
 

 

 

 

 

 

 

 

 

 

 

 

    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의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요즘 같은 계절은 딱 시집 읽기에 좋다. 꼭 낙엽과 함께 우수의 감상이 사로잡히는 가을에만 시를 읽으란 법은 없다. 봄이라는 계절도 때때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해주기도 한다. 이제 곧 꽃봉오리가 피기 시작할 때 오랜 겨울 추위동안 움츠린 채 메말라가던 감정을 시집으로 촉촉하게 적셔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요즘 시집을 읽긴 한데 아직 '봄'과 관련한 시를 단 한 편도 접해보지 못했다. '봄'과 어울리는 멋진 시나 구절을 발견하면 개인적인 감상문을 쓰고 싶었는데 여간 접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도 '봄'이라고 먼저 떠오르는 시는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다'뿐이다.

 

이 시를 아는 사람이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는 나온지도 무척 오래됐다. 일제 강점기 시기인 1920년대쯤에 나온 걸로 기억하고 있다. 이 짤막한 시를 처음 접해본 사람들은 이 시를 봄이라는 계절을 고양이로 비유한 내용으로만 볼 것이다. 하지만 1920년대 이 시 한 편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 당시 시단을 놀라게 할 정도로 극찬을 받았다. 그 당시 문단의 입장에서는 고양이를 봄과 연결시키는 감각적인 연상이 참신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유행하던 낭만주의 시단과는 차별화된 정서와 기교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오늘날까지에도 새로운 시적 경지를 개척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를 보게 되면 시적 분위기는 봄의 기운을 즐기는 고양이처럼 생기발랄하다. 새로운 생명의 약동이 시작되는 봄 특유의 역동적인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나는 이 시를 좋아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봄'을 연상시키는 유일한 시로 내 머리 그리고 가슴 속에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이 시가 단순히 감상적이라서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 시의 분위기처럼 봄은 모든 사람들들을 즐겁게 해주고 얼어붙은 감정을 부드럽게 녹여주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 해가 뜨면 대지에는 양지와 음지가 생기게 되듯이 봄은 우울과 애상감이라는 어두운 감정을 동반하기도 한다. 특히 이장희라는 시인의 생애가 그러했다. 국권이 상실된 나라에서 태어났으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인생의 관계들은 유약하기만했던 시인의 감정을 괴로움의 나락 속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것은 젋은 시인의 생를 단축시켜주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시인 이장희는 1900년 대구에서 출생했다. 그는 부유한 집에서 11남 8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실상 시인은 어린시절을 그리 행복하게 지내지 못했다. 아버지는 조선총독부 중추원에 소속된 관리였고 어머니는 시인이 다섯 살 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이후 계모 밑에서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와의 불화 관계가 깊어지게 되었다. 부유한 관리였지만 한편으로는 나라를 팔아넘긴 매국노라고 볼 수 있는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부친이 중추원 소속 관리로서 일본인들과의 교제가 빈번하여 시인에게 중간 통역을 맡기려 했다.가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장남 이장희를 그의 아버지는 자신처럼 조선총독부에서 일할 수 있는 명망 있는 관리가 될 것을 바랬던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아버지의 제안에 한 번도 따르지 않았고, 총독부 관리로 취직하라는 지시도 거역하여 부친은 이장희 시인을 버린 자식으로 아주 단념하였다 한다. 그래서 시인은 극도로 빈궁한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와의 불화 관계보다 시인을 괴롭혔던 것은 바로 친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괴로운 기억이다. 어미니의 때 이른 죽음은 시인에게는 평생 잊혀지지 않는 기억의 상처로 자리잡게 되었을 뿐만 우울과 에상으로 가득찬 섬세한 감성을 형성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교우 관계도 그리 폭넓지 못했다. 그와 친했던, 지금도 잘 알려져 있는 문학가 몇 몇을 꼽으라면 양주동, 이상화, 현진건, 오상순 등이 있다. (이상화, 현진건 역시 대구 출신이며 이장희와 함께 대구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 시절에 활동한 대표적인 문인들이다) 문인들의 교류가 무척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생전에 시인으로서의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자신의 이름이 적힌 시집 한 권도 출판해본 적이 없었다. 점점 가면 갈수록 시인의 삶은 더욱 궁핍하게 되었고 이미 병들고 지쳐버린 시인의 감정은 피폐해져만 갔다. 상실된 주권의 나라에서 살아야하는 비참한 현실 속에 절망과 허무감에 빠졌던 젊은이들은 어떻게든 그러한 괴로움의 정서를 떨쳐내버릴 수 있는 삶의 해방구를 찾으려고 했다. 이장희도 마찬가지였다. 억눌려 있는 생의 절망감과 허무감을 시를 통해서 표출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도 허사였다. 결국 이장희는 29살의 젊은 나이에 청산가리로 음독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죽기 직전 그는 기괴한 행동을 보였다고 하는데 2, 3일간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배를 깔고 엎드려 수없이 금붕어를 방바닥에 그려놓았다고 한다.

 

이장희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 시를 '봄은 고양이로다'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꿈'이라는 제목의 시도 썼는데 '봄은 고양이로다'의 시적 분위기와는 무척 상반된다. '고양이의 꿈'에서도 봄 기운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봄 특유의 우울함과 허무함이 묻어 나 있다. 시인은 자신의 생이 일찍 마감될 것이라는 예감했던 것일까?  검은 그림자의 칼날에 베인 '푸른 고양이'는 시인 본인를 상징하고 있다. 푸른색은 우울함을, '멀리서 찾아오는 검은 그림자의 칼날'은 죽음을 재촉하는 저승사자를 연상케 한다.  

 

 

   고양이의 꿈


                                                         이장희

 

 


 시내 위에 돌다리, 달 아래 버드나무

 봄 안개 어리인 시냇가에, 푸른 고양이

 곱다랗게 단장하고 벗겨 있소, 울고 있소.

 기름진 꼬리를 쳐들고

 밝은 애달픈 노래를 부르지요.

 푸른 고양이는 물오른 버드나무에 스르르

 올라가 버들가지를 안고

 버들가지를 흔들며 목놓아 웁니다,

 노래를 부릅니다.

 멀리서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고,

 칼날같이 은같이 번쩍이더니,

 푸른 고양이는 볼 수 없고,

 꽃다운 소리도 들을 수 없고

 그저 쓸쓸한 모래 위에 선혈만 흘러있소.

 

 

  

   

그가 생전에 발표했던 수가 많지 않은 시에는 유독 '봄'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된다. '봄은 고양이로다'를 제외하면 요절시인 이장희에게 '봄'은 허무와 상실의 계절이었다. 29년이라는 길지 않은 생애동안 젊은 이장희는 '봄'이 주는 긍정적 양지(陽地)에 가 보지 못했다. 희망, 생성 그리고 부활을 상징하는 봄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이장희에게 '봄'은 절망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가득한 시간이었다. 살아가면서 행복과 사랑 한 번 제대로 누려보지 못했던 시인은 그나마 고독함과 우울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불룩한 유방'뿐이었다. 자신의 쓸쓸한 심령으로 인한 '무심한 식욕'을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잠시일뿐. 이마저도 하늘 위로 쏜살같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청천(靑天)의 유방(乳房)

 

 

                                                                이장희


 어머니 어머니라고

 어린 마음으로 가만히 부르고 싶은

 푸른 하늘에

 따스한 봄이 흐르고

 또 흰 볕을 놓으며

 불룩한 유방(유방)이 달려 있어

 이슬 맺힌 포도송이보다 더 아름다워라.
 
 탐스러운 유방을 볼지어다

 아아 유방으로서 달콤한 젖이 방울지려 하누나

 이때야말로 애구(애구)의 정(정)이 눈물 겹고

 주린 식욕이 입을 벌이도다

 

 이 무심한 식욕
 이 복스러운 유방...

 쓸슬한 심령이여 쏜살같이 날러지어다.

 푸른 하늘에 날러지어다.


 

 

 

에드거 앨런 포, 샤를 보들레르, 장 뤽튀스 그리고 이상. 이들의 공통점은 빈곤한 삶을 살다 갔으며 세상은 남들보다 앞서면서도 독특한 천재성을 알아주지도 못했다.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취급 받았으며 불행하기 짝이 없는 삶을 저주하다가 일찍 이승을 떠났다. 무엇보다도 이 네 사람의 관계를 확실하게 묶어주고 있는 것이 바로 훗날 자신들의 이름을 빛나게 해준 시(詩)다.

 

이제부터 저주받은 시인의 리스트에 이장희를 추가해야 한다. 이장희 역시 앞에서 언급한 네 명의 시인 못지 않게 정말 불행한 삶을 살다 갔다. 아니, 오히려 이들보다 더 죽어서도 여전히 불행의 그림자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네 명의 시인들이 비해 생전에 남긴 시가 많지 않다. 시대를 앞서간 섬세한 감상을 강조하는 문학성을 세상 앞에서 제대로 펼쳐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장.희'. 이 이름 석 자의 요절시인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대구 출신 사람들이라면 제일 먼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이상화가 떠올리기 쉽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서도 문학적인 면모가 크게 알려져 있지 않아서 안타깝기만 하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티티카카 2012-04-07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봄과 고양이가 어울려져 노는 게 마냥 아름답네요.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시, 참 좋아했는데... 시인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 못했군요.(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나머지 두 편의 시 소개도 고맙습니다. 이김에 시집을 빌려봐야겠네요. 잘 보았어요!
덧) 사진이 너무 귀엽네요. 보자마자 꺆

cyrus 2012-04-28 16:16   좋아요 0 | URL
티티카카님, 제가 이번 달 내내 바쁜 관계로 뒤늦게 답글을 달게 되었네요.
아쉽지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이장희 시집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의 몇 편의 시는 국내 시인들의 대표적인 시들을 모은 시집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수준이라서 시인의 문학적 가치가 제대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

2012-04-07 0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8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트랑 2012-04-25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을 자주 쓰셨는데
최근 전혀 글을 볼수가 없군요.
행여 그동안 알라딘을 뜨겁게 달구었던 일부의 내용이
마음에 걸려있는 침묵이라면 그러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을 놓치는 것은 독자인 제게 손해가 크답니다.
너무 개의치 마시고 글을 써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마음이 딴데로 달아나지 않도록
꼭 붙들어 매시기를....

당신의 애독자 차트랑공 드림

cyrus 2012-04-28 16:21   좋아요 0 | URL
차트랑공님, 제가 이번 달 내내 시험공부하느라 바빠서
한동안 서재 블로그를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

사실 뒤늦게서야 오랜만에 서재에 와보니, 제가 안 들어온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더군요. 하필 제가 호감적으로 보고 있는
이웃분들이 논쟁에 휘말려 있어서 안타깝네요.

그래도 랑공님이 저를 생각해주셨다니 정말 기쁘면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 시험도 끝나겠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이 찾아왔으니
오랜만에 글도 쓰고 다른 이웃분들이랑 교류를 하려고 합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요, 일교차가 큰 날씨인만큼 감기 조심하세요 ^^


차트랑 2012-04-2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험중이라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학생들도 중간고사 시험을 치루는게 맞는데 ㅠ.ㅠ

워낙 고등학생들의 시험에 몰두하다보니
고등학생이 아니면 시험이 없는 줄 알았나봅니다^^

선생님을 뵈러 대전으로 내려 갈때면
모든 분들이 대전에 가고있나보다 생각하게되더라니까요^^
참으로 자기중심적인 생각이지 않을 수 없다니까요.
저도 어쩔수가 없는 거 있죠..ㅠ.ㅠ

cyrus 님께서 자리를 비운 사이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모두 다 소중한 분들인데 말이지요...

책을 읽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에요^^
부럽습니다.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리고요^^


 
찰리 채플린 - 모던 타임즈 - [할인행사]
찰리 채플린 감독, 찰리 채플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이번에 학교에 듣고 있는 경영학 수업 중에 '노사관계론'이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중이다. 말 그래도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된 사회문제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다. 특히 '노사관계론' 과목은 이번 학기에 들어서 수강신청한 과목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든다. 비록 담당교수님이 점수평가하는데 있어서 인색하다는 평이 있지만 그래도 지금 발생하고 있는 노사관계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접하는 것만이라도 만족한다. 무엇보다도 이 수업이 좋은 점은 수업방식에 있다. 노사관계 문제에 있어서 약소의 힘을 가진 노동자보다는 오히려 경영가들에게 손을 들어주는 데 치우쳐져 있는 교과서 위주의 수업보다는 경영가와 노동자, 타협과 갈등으로 이어져 있는 두 관계에 비롯되는 문제를 균형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말 그대로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사회현상의 문제를 바라보고,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흐름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학습중점으로 두고 있다.

 

며칠 전에 산업사회의 문제점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그 유명한 고전영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시청하게 되었다. 이름만 들어봤던 명작을 이 수업을 통해서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두 시간동안 그 영화 한 편, 풀버젼을 보게 되었다! 유명한 영화를 본 것도 좋았지만 수업 두 시간을 영화시청으로 때울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하루 종일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하는 공장 노동자 찰리.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장 사장의 감시를 당하며 나사를 조인다. 심지어 그에게는 담배를 피울 여유도 없다. 몰래 담배 한 개비를 피우기 위해서 입에 문 순간, 공장 곳곳에 설치된 거대한 화면에서 사장이 등장하여 담배 한 개비 피는 것마저도 게으름으로 생각하여 크게 호통을 친다. 그리고 얼른 다시 컨베이어벨트 작업장으로 갈 것을 명령한다. 이러한 작업환경에서 살게 되다보니 찰리의 직업정신은 어느새 비정상적인 직업병이 되었다. 찰리 본인 스스로 절제하지 못할 정도로 나사와 닮은 모든 것들을 보이는 족족 조이려 달려든다. 심지어 중년 여성의 앞섶에 있는 단추를 보고도 연장을 들고 달려들어 된통 혼나고, 톱니바퀴에 빨려들어 가서까지도 나사를 조이려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그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 통지서다. 그리고 그는 신경쇠약증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공장은 찰리가 컨베이어벨트 노동에 투입하는 순간부터 인간 취급을 하지 않았다. 공장에 해고되는 순간까지도 일만 죽어라 하는 공장 속 톱니바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노동을 비인간화하는 원흉으로 지목된 생산 방식은 '자동차왕' 헨리 포드에 의해 설립된 1913년 T모델 자동차를 싼 값에 쏟아낼 수 있게 해준 바로 그 발명품이다. 일반적으로 '포드'라는 이름만 들으면 자동차를 만든 위대한 발명가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을 주도한 개척자로 알려지게 된 것은 자신이 창안한 생산 방식 덕분이다. 포드 자동차는 일관된 생산 방식, 즉 '포디즘'(Fordism)으로 현대사회의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준 대량생산체제의 창조주이다. 오랜 결핍의 시대를 살았던 세상사람들에게 포드주의에 의한 대량생산은 신이 내린 축복이었다.

 

그러나 포디즘의 등장은 '인간 없는 노동'을 만들었다. 엄격한 노동규율과 통제를 요구했다. 노동자의 동작을 23개의 동작으로 쪼개서 각각의 기본동작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계산해 직무관리를 하고 노동자의 동선을 직선화하기까지 했다. 이런 방식이 있었기에 공장주들은 노동자 개개인의 행동 하나하나 면밀히 감시할 수 있었다. 이런 감시의 눈 속에서 노동자들은 제대로 인간으로서의 삶을 보장받지 못했고 그저 공장 속의 '기계'가 되어야만했다.

 

 

어찌 보면 [모던 타임즈]라는 영화는 공장 실직자이며 떠돌이 찰리가 어떻게 해서 부조리한 산업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보여주고 있는 삶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래도 '모던 타임스'라고 한다면 우리의 주인공이 거대한 수레바퀴에 빨려들어가는 장면이 제일 먼저 떠오르게 되다보니 이 영화를 대량생산에 눈이 먼 현대 산업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문제적 영화로만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모던 타임즈]의 백미는 영화를 통해 고발하고자 하는 산업사회의 문제점을 희화화하는 장면만 있는 건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 찰리가 인간의 삶을 병들게 만드는 산업사회 속에서 어떻게 행복과 자유를 찾아가기 위한 고군분투의 과정 역시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만한 핵심적인 줄거리이자 영화 전반을 이루고 있는 장면이다.

 

정신병원에 빠져나와 떠돌이가 된 찰리는 얼떨결에 사회주의와 관련된 시위 주동자로 몰려 감옥에 갇히고 만다. 하지만 그 곳은 찰리에게 뜻밖의 행운을 선사해주었다. 찰리는 탈옥수를 막는 공로로 한순간에 모범수가 되어 부족할 것 없는 감옥 생활을 보내게 된 것이다. 그 공로 덕분에 찰리는 모범수로 석방되는 동시에 감옥소장의 추천서 한 장으로 인해 어디든지 안정된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는 보장을 받게 된다. 그러나 감옥 밖의 도시는 찰리에게는 불편함만 가져다 주었다. 찰리의 능력에 맞는 일자리도 없거니와 작업하는 데 조금만 실수해도 쓸모 없는 노동력으로 치부하는 현실은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찰리의 숨통을 죌 뿐이었다. 찰리는 각박한 현실보다 감옥소 생활이 더 낫다고 생각해 일부러 가게에 있는 사과를 훔치려 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범죄자가 되어서 감옥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빵을 훔치다가 적발된 소녀를 만나게 되어 자신이 빵을 훔친 죄를 뒤집어 씌우게 된다.

 

그 이후로 찰리와 소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찰리는 백화점 경비로 취직을 하게 되지만 강도가 된 예전의 공장 동료와 함께 백화점에 진열된 술을 마시는 바람에 또다시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만다. 무일푼 떠돌이 신세가 된 찰리와 소녀는 화려한 집에서 부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우리는 언제 저런 집을 장만할 수 있을까?" 하고 한탄한다. 채플린과 소녀가 서로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실상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애틋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랑의 행복 그리고 안정된 직장과 집, 이 세 가지의 소원을 꿈꾸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하는 오늘날 젋은 세대들의 비애를 보는 듯하다. 수많은 실직자들이 늘어나기만 했던 그 당시 경제대공황 시절의 미국이나 신자유주의 경제로 인한 변변한 직장 하나 구하지 못한 채 비정규직 생활로 전전하는 88만원 세대의 모습이다. 이제는 돈이 없어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마는 '삼포세대'라는 또하나의 불명예스러운 명함을 받게 되었다. 집 장만은 꿈도 꿀 수 없다. 출산을 꺼릴 정도로 보육문제는 젊은 부부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모두가 이러한 불투명한 사회 속에서 불안함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좌절의 시대'이다.

 

하지만 찰리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좌절의 눈물을 흘린다거나 사회에 대해서 큰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 그는 예전 공장 직원으로 생활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삶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그의 행동들이 하나같이 도덕적으로 어긋난 사회적 일탈이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의 행복에 겨운 나머지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감동 그 자체다. 찰리와 소녀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손에 손을 잡고 밝게 웃으며 저 멀리 지평선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간다.  "살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무슨 소용이 있나요." 흐느껴 우는 소녀에게 채플린은 대답한다.

 

 "그렇지만 죽는다고는 말하지 마!  삶을 포기해선 안돼. 우린 잘 해낼 수 있어!”

 

그리고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담긴 '스마일'을 권한다. "슬픔의 흔적은 모두 지워버리고 기쁜 얼굴을 하고 있으렴." 주제가 '스마일'이 화면에 가득 흐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비록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직장과 집을 얻지는 못했지만 찰리는 이미 행복을 발산하게 해주는 희망의 근원을 발견했다. 무일푼이지만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켜주었던 소녀 그리고 웃음이었다.

 

채플린은 '웃음없이 지내는 날은 무의미한 하루일 뿐이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명언의 의미대로라면 어쩌면 채플린은 [모던 타임즈]를 사회문제를 고발한 어두운 흑백영화로 연출하기가 나름 아쉬웠을 것이다. 원래 마지막 장면은 소녀는 수녀가 되어 찰리와 영영 헤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만약에 이렇게 됐다면 [모던 타임즈]는 그야말로 답답하고 희망 없는 시대의 초상화로 기록될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채플린은 지금의 유명한 장면을 채택했다. 어쩌면 영화의 엔딩 장면은 웃음이 사라진 당시 미국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려는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2-04-05 11:37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참 인상 깊게 봤는데.
그래도 이 영화는 산업사회에 대한 조롱이고 페이소스란 생각이 들어.
엔딩이 어떤지 기억에 없지만 이 영화가 희망을 말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
그렇지.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웃어야 해. 뭐 그런 자조는 아닐까? 암튼...

cyrus 2012-04-06 21:16   좋아요 0 | URL
사실 이 영화, 산업사회 속 노동자들의 실상을
중심으로 보라고 교수님이 보여주셨는데 저는 그냥 이 영화를
극장에서 영화 보듯이 봤어요 ㅋㅋㅋㅋ

꽃도둑 2012-04-05 13:18   좋아요 0 | URL
아 귀여운 찰리... 사랑스러운 사람,,, 그리고 천재!

cyrus 2012-04-06 21:16   좋아요 0 | URL
채플린 영화들을 모아놓은 DVD를 구입하고 싶더라고요, 역시
명불허전이더군요. ^^
 

 

 

  학생들을 화나게 만드는 것들

 

 

요즘 카카오스토리에 푹 빠져 있다. 친척에서부터 친구들 그리고 온라인 활동으로 인연을 맺게 된 몇 몇분들 또 교수님까지, 사진을 공유하고 상대방의 스토리에 간단한 댓글 또는 문안인사를 남긴다.  

 

이렇다보니 항상 카카오스토리 어플을 열면 제일 먼저 내가 친구추가했던 사람들이 업데이트한 스토리들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에는 매일 카카오스토리에 글이나 사진을 남기는 사촌동생이 있다. 이번에 고등학생에 입학하게 된 여자아이인데 한참 열심히 공부해야 할 시기에 요즘 카카오스토리에 크게 재미 들린 모양이다.

 

어느 날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스토리 업데이트에 5~10분 간격마다 사촌동생의 스토리들이 쭉 올려져 있었다. 나는 장남삼아 카카오스토리 하는 것을 줄이고 공부에 매진하라는 댓글을 남기고 싶었지만 차마 거기에 댓글을 달 수가 없었다. 동생이 쓴 글들이 대부분 짤막하면서도 학교 생활에 대한 불평, 불만을 드러낸 것이었다.

 

 

 나도 입원해서 학교 안갔음 좋겠다 ㅇㅇ

 

 

 방과후 진짜 싫다 --

 

 

 방과후째고싶엉ㅠㅠㅠㅠ 집에가고싶엉

 

 

 아 학교개짜증나 -- 수학진짜때리고싶다

 

 

 학교에서 이따구로 가르치면 학교 갈 이유가 없지

 아 진심 짜증터진다 자꾸 욕나오네

 

 

 

글의 내용이 학교 가서 공부하는 게 싫다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며칠동안 쭉 사촌동생이 남긴 스토리 글들을 관찰(?)해봤는데 동생이 스토리 글에 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와 말이 '불만', '짜증', '화난다', '싫다' 가 제일 많았다. 이런 단어와 말은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날 때 사용한다. 그동안 꾹 눌러져왔던 불만과 분노의 감정들을 무의식적으로 대화 속에서 표출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자신이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이런 의미상 좋지 않은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정확한 뜻도 모르는 채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비속어를 청소년들의 입에서 많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다보니 비속어는 단순히 또래에게 하는 장난스러운 말이 아닌, 자신보다 나이가 높은 웃어른에게 반항을 한다거나 분노를 표출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돌발적인 반항심과 분노로 인해 어른 앞에 해서는 안 될 비속어를 자신도 통제하지 못한 채 내뱉고 마는 것이다. 결국에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와 분노를 제대로 표출하지 못한다면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게 불만 섞인 비속어가 입 밖에 자주 나온다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잘못된 언어 습관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청소년들의 잘못된 심리상태는 비단 청소년들에게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점이 청소년들의 정신을 병들게 만들고 있다. 

 

좋은 명문대, 아니 안정된 삶을 위한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수능시험 공부에 3년동안 매진해야 한다. 3년동안 노력한 공부의 결실은 1년 중 단 한 번의 시험에 의해서 당락이 결정된다. 자신이 원하는 고득점을 받게 된다면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지만 반대로 목표했던 점수에 못 미친다면 3년 동안 쌓아놓은 공든 탑이 너무나 쉽게 와르르 무너지듯이 큰 절망감에 휩싸인다. 여기서 수능시험을 치뤄지고 난 후의 수험생들의 반응과 태도는 각양각색이다.

 

은 재수를 선택함으로써 비용이 더 들더라도 공부 과정을 반복한다. 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점수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려고 한다. 대학의 전공이 자신의 취미에 적합한 지 아닌지는 안중에 없다. 어떻게든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예전에 비해 고졸자의 취업 우대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더 좋은 직장을 위해서는 '대학 졸업장'이 필수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름 듣도 보지 못한 지방 변방에 위치한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은 원래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자신의 수능점수만으로는 도저히 갈 만한 대학을 찾지 못했다. 차라리 그는 대학에 입학해서 몇 년 동안 더 공부하는 것보다는 먼저 직장을 구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았다. 고졸자를 채용해주는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이렇다보니 병은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정은 앞에서 언급한 세 사람에 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고통스러워하고 이러한 고통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결국 그는 실패한 인생의 허무함을 견뎌내지 못해 옥상 위에서 떨어져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 다음 날에 뉴스에는 수험생의 투신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갑, 을, 병, 정. 이 네 사람이 취한 삶의 태도와 방식으 서로 달랐지만 공통적으로는 경쟁과 성적을 강조하는 입시교육을 경험했으며 그러한 경험에 인한 결과는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행복하지가 않다. 초, 중, 고, 총 12년 동안 '공부'만 해서 정작 이들의 손에 쥔 것은 초라한 점수가 적힌 수능 성적표일 뿐이다. 그 길고 긴 노력의 과정이 평가받는 것이 너무나도 단순하면서도 허무하기만 하다.

 

이런 불합리한 교육제도 속에서 자라난 학생들이 공부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부의 의미도 변질되었다. 단순히 지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살아가는 데 실용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과정이라기보다는 어떻게든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한 성적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최근에는 광주의 모 여고에서 학생이 야간자율학습을 빠진다는 이유만으로 담임교사가 학생에게 자퇴서를 강요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피해 학생은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것보다는 조용한 독서실에서 공부하기를 원해서 담임교사에게 정해진 기간에 자율학습에 불참할 것이라는 자신의 의사를 전화상담을 통해서 피력했다. 그러나 학생에게 돌아오는 것은 요구에 수긍하기는커녕 되려 야간자율학습에 빠지려면 차라리 자퇴서를 쓰라고 답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광주학생인권조례에도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학습은 강제적으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몇 고등학교에서는 법규의 내용을 피해 강제적으로 야간자율학습을 시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의 담임교사 입장에서는 학기 초에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야간자율학습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의미로 말을 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꼭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능시험에서 좋은 점수 받을거라는 보장도 없거니와 학생이 원하는 의사대로 독서실에 공부하는 것이 전혀 문제될 거리가 없었다. 오히려 인권조례의 사항대로라면 학생의 자율적인 학습권을 보장해줘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공부를 학교 내, 그것도 정해진 시간을 채워야 하는 야간자율학습이라는 교내 규정의 프레임에 갇혀버린 교육현실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가 단일적으로 정해진 시간 규칙은 학생들의 학습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정해진 틀 안에서 공부를 하루 내내, 그것도 3년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이 해야될 판이니 학교 자체를  하나의 '감옥'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사교육 세 가지

 

 

 

 

 

 

 

 

 

 

 

 

 

 

 

 

 

그러나 학생들이 공부를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은 비단 학교 책임만은 아니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 공부하는 데 투자를 하는 부모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말 그대로 내부의 적인 셈이다. '감옥' 같은 학교에서 하루의 절반을 공부하고 난 뒤에 학생들은 집이 아닌 입시학원으로 향한다. 얼마 안 되는 수면 시간을 제외하면 학생들은 외우고 문제를 푸는 방식만 되풀이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학원 유명 강사에서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교육평론가로 변신한 이범은 절대로 자녀들에게 해서는 안 될 사교육 세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학원 강사 활동으로 잔뼈가 굵은 입시전문가답게 그의 세 가지 경고는 이제 막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 둔 부모라면 귀 기울여도 좋다.

 

첫째, 초등학생 시기에는 선행 학습을 절대로 시키지 말 것. 물론 공부하는 데 있어서 선행학습의 효과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선행학습'의 문제점은 일관적으로 반복하는 데 그치는 과정이다. 학원에서 선행 학습으로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배우게 된다면 반복 효과로 인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지나친 선행 학습으로 인한 반복 학습은 오히려 학생의 학습 유도를 저하시키게 되는 역효과가 있다. 처음에 본 드라마는 재미가 있었지만 그 드라마를 여러 번 재방송으로 보게 된다면 그 때 봤던 재미와 흥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공부하는 내용도 너무 반복되면 공부하는 재미가 떨어진다. 그는 이것을 '수동적 학습' , '관광식 공부'라고 비유하고 있다.

 

둘째, 초등학생 때 선행 학습으로 공부 집중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종합학원에 다니지 말 것. 일반적으로 종합학원은 학생들의 공부 계획을 설정해주고 학생들은 학원의 계획에 맞춰서 수동적으로 학습을 하게 된다. 이러한 학습이 유지된다면 자기주도적 학습이 형성할 수 없다. 특히 중학생이 되면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해지게 되는데 이 시기까지 종합학원에 의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면 자신이 배우고 있는 학습 내용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자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마저 상실된다. 자기 혼자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남이 정해준 공부가 더 익숙해진다.

 

셋째, 고등학생들은 문제집만 열심히 풀지 말 것. 특히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 문제집을 많이 푼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문제들을 풀다 보게 되면 항상 처음 접하는 문제들도 거뜬히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을 얻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자기주도학습 과정이 형성되지 못한 학생들은 오히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을 이해하기보다는 '문제 해결'에만 치중하게 된다. 특히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시험제도 때문에 학생들은 답만 찾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매일 한 손에 들고 다니면서 풀고 있는 문제집 뒤에는 정답과 해설집이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혼자서 스스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을 이해하면 좋은 공부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제도에는 학생들에게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공부 방법이 익숙치 못한 학생들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문제집 뒤에 딸려 있는 정답에 먼저 본다. 그러고는 정답 해설집에 소개된 해결 과정을 머릿속에 암기한 채 학습한다. 이렇다보니 학생들이 매년 수능에 등장하게 되는 신유형의 문제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범 씨를 이러한 학습 과정을 '정답 중독증'이라고 비유했는데 말 그대로 학생들은 공부할 때 너무 정답에 의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사교육은 '보충'의 성격이 강하다.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을 주로 담당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만 '0교시 제도'와 '야간자율학습'이 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잘하는 학생을 더 잘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교육 없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여겨진다. 사교육 더 시키기를 경쟁전략으로 선택하면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공부를 무조건 많이 시키게 된다. 이러한 부모들의 강요에 자녀들은 공부에 압박감에 느끼게 된다. 결국 사교육비 지불능력과 명문대 진학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교육 본래의 순기능이 역기능으로 돌변한다. 계층 상승의 희망이 아니라 계층 고정이라는 좌절의 빌미로 작용한다.

학생에 대한 관심과 진실한 애정이 결여된 사교육은 대부분 공부 부담만 키울 뿐이다. 선생님은 학생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강한 공부 거부감을 누그러뜨리고 의욕을 보일 수 있는, 그렇게 정서적으로 격려하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면 자발적인 공부를 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학생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교육은 대부분 부모의 대리인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부모는 비싼 돈 들여서 하게 된 사교육인데 효과를 못 보면 본전심리까지 발동해 자녀들에게 더욱 공부에 대한 강요를 가하게 된다. 자신의 의견은 묵살한 채 사교육을 강요당한 자녀는 부모를 원망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불만과 원망을 끝내 표출하지 못한 채 방치한다면 폭력 또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대로 되지 않는 공부는 공해

 

 

 

 

 

 

 

 

 

 

 

 

 

 

 

 

가스펠 가수로 유명한 홍순관은 참다운 인간이 되기 위한 공부가 아닌, 그저 삶의 목표만을 위해서 공부밖에 모르고, 죽어라 공부만 해야 하는 사회제도는 그 사회 전체를 오염시키는 공해라고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공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습득 정도가 아니라 검소한 태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공부를 제대로 했다면, 남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을 거야, 남을 업신여기는 행동은 삼갈 거란 말이지. 공부 잘해 출세하려고 선거에 몸을 던진 사람들 약력을 읽어보면 다들 일류대학에 나왔잖아. 그런데 막상 자리에 오르면 하는 짓들이 제 배 채우고, 남 괴롭히고, 나라 망신시키고, 나 몰라라 하는 과정을 밟지. 너무 진부하고 뻔해서 식상할 따름이야. 왜 그럴까? 왜 그런 사람들이 자꾸 나올까? 그래, 바로 공부라는 공해를 먹고 살았기 때문에 그런 거야. 공부는 본디 숲처럼 다양하고 푸르고 맑고 신선한 것인데, 오염이 되어 그런 거야.

 

 - 홍순관『춤추는 평화』중에서, pp 103 -

 

 

 

그의 말처럼 우리나라 사회 교육제도, 아니 우리가 살아가면서 했던 것 또는 지금도 하고 있는 이 공부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 공해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이미 공부로 인한 공해는 수험생들이 있는 교실에서부터 발생하고 있다. 단지 일류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출세를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고,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라면 급우의 학습노트를 훔친다거나 심지어 일부러 분실하게 할 정도로 교실은 영화 속 '배틀 로열'처럼 경쟁의 장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교실 속 분위기 속에서 자란 학생들은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게 되면 겸손, 협력의 마음을 가지지 못한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잘못된 공부가 만들어버린 공해는 우리의 삶을 비뚤어지게 만들거나 심하면 질식시키게 만든다.

 

제대로 되지 않는 공부로 인해서 생긴 사회의 공해를 말끔하게 걷어낼 수는 없지만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을 내게 되듯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 그리고 실천이 있다면 이전보다 좀 더 밝은 세상으로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비록 이것이 유토피아적 발상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지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고치려고 한다면 사회에 작은 변화가 찾아올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본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티티카카 2012-04-03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청소년들의 공부는 모두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수능 제도를 바꾸든 사교육을 없애든 대학만 들어가면 만사가 오케이 될 것이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 같네요... 잘 읽었어요!

cyrus 2012-04-04 19:4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티티카카님 ^^

저도 수헙생 시절을 겪어봐서 잘 알기에 여전히 교육제도가 고질적인 문제점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안타까우면서도 씁쓸했어요. 오히려 저희 세대보다 더 힘들게 공부만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마녀고양이 2012-04-0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완전 공감.
한마디 붙일 것도 없이 완전 공감하고, 추천 100개 누르고 싶네요!

cyrus 2012-04-04 19:45   좋아요 0 | URL
마고님도 코알라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2012-04-03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4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2-04-04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대한민국 사교육은 공고육의 보충이 아니라 공고육과 공생관계에 있다고 봐야죠.학교교사들도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전제하에 가르치니까요.그리고 교사들도 아들 딸들을 다 학원이나 과외교습 시키고요...

cyrus 2012-04-04 19:50   좋아요 0 | URL
그렇죠. 불합리한 입시제도가 개선되지 않은 채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것도 학생, 학교교사, 학원교사. 이 세 집단들이 이미 교육제도의 환경에
종속되어서 암묵적으로 용인되어져 왔다고 생각해요.
 

 

 

 

 

 

 

 

 

 

 

어제, 참으로 날씨가 좋았다. 햇살이 따사로웠고 움츠렸던 꽃들이 활찍 피기 시작했다.

이런 좋은 날에 오랜만에 그녀를 만났다. 근 3개월 만이다.

나나 그녀나 학교 생활하느라 바쁘다보니 서로 얼굴 보기가 뜸해졌고 

예전에 비해서 연락 횟수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제 같은 봄의 기운이 충만한 날에 사랑스러운 그녀를 만나서 기분이 들떴다.

깨끗한 하얀 피부, 해맑고 상큼한 미소는 여전했다.

오랜만에 그녀의 얼굴을 보니 이상하게도 내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오래 전부터 나는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보 같이 그녀에게 나의 진심어린 사심을 제대로 전달해보지 못했다.

오늘도 역시 멀뚱히 그녀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다.

 

짝사랑의 괴로움 때문에 평소에 안 먹는 술도 연거푸 마셔댔다.

하지만 마음만 더 쓰라려 올 뿐, 이젠 술도 나의 상사병을 달래 줄 수 없을 정도였다.

바보 같이 술만 마시다보니 어느새 그녀를 가까이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자리를 떴다. 그리고 나에게 싱그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작별 인사를 했다.

 

또 몇 달 간은 그녀의 미소를 보지 못하겠지... 

밀려오는 아쉬움 속에서 나는 그녀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얼큰하게 취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요즘 따라 왜 이렇게 술 마시고 난 뒤에는 허전함이 밀려올까?

이럴 때 나의 외로운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혼자 쓸쓸히 애수에 젖어 있을 때,

폰에서 한 통의 카톡 메시지가 왔다.

 

'그녀'였다!

이런 시간에 그녀가 나에게 문자를 보낼 리가 없는데...

그녀가 보낸 이 한 통의 카톡 메시지가 또 한 번 나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오빠, 집에 잘 들어가셨나요?  오늘은 술을 많이 드신거 같은데, 무슨 일이 있으셨어용? ^^

 

 

 

 

평소 같았으면 아무 일 없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카톡 메시지를 보내기 싫었다.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고서라도 그녀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었다.

 

 

 어.. 있잖아.. 요즘 힘든 일이 있어서 그래.. 누구 땜에 넘 미쳐버리겠다, 정말 ㅋㅋ 

 

 

 

그러자 그녀가 또 다시 답장을 보냈다.

 

 

 힘든 일이라니... ㅠㅠ  누가 오빠 힘들게해요?  감히 우리 오빠를 힘들게 하다니..

 

 

 

이성을 마비시킬만큼 술기운에 지배당한 나는

그동안 마음 속 깊이 꾹 눌려왔던 것들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 그래서 말인데... 진희야,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

 

 " 할 말이 머에요? ^^ " 

 

 

 

 

평소에 카톡을 단답형을 보낸 내가

지금까지 길게 내용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희야...

 

그토록 바라던 시간이 왔어.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서 너를 위해 사랑의 고백을 할려고 해.

세월이 흘러서 병들고 지칠 때
지금처럼 내 곁에서 서로 위로해 줄 수 있니?

 

함께 걸어가야할 수 많은 시간 앞에서
너를 향한 나의 약속은 언제나 변함없다는 것을 믿고 있니?

힘든 날이 있을거야. 항상 삶에는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

저 하늘이 부르는 그 날까지 사랑만 가득하다는 것을 나는 믿어.

 

만약 내가 널 좋아한다면
우리는 이제 오빠 동생 사이도 될 수 없겠지?  그래도
절대 난 널 포기할 수 없어. 네가 날
뻥 차버린다해도 난...
문턱이 닳도록 다시 뛰어가서
자신있게 사랑한다고 말할거야.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내가 그녀에게 하고 싶은 모든 말을

다 전해주고 싶었다. 그러기에는 이 카톡은 너무나도 좁았다.

 

술기운에 문자를 쓰다보니 오타가 많았다.

하지만 나의 진심어린 고백에 부끄러운 오타를 그녀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정말 버튼을 꾹꾹 눌러가면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완성했다.

 

쓰는데만 10분 정도 걸린 카톡 문자를 보내자

마음이 후련하면서도 막상 두려움과 후회감이 밀려왔다.

 

어느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한테

문자로... 그것도 취중 상태에서 고백을 하겠는가?

술기운에 또 한 번 대형참사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녀의 거절은 곧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둘 사이 관계의 단절이다.

 

 

메시지를 보낸지 10여 분이 지난 뒤에t서야 그녀의 답장이 왔다...

 

 

 

 

바라만 봤어요, 오빠를 지켜  
보는건 그만할래요...
속상한일도 정말 많
았지만 우리 사귀어요
지금 대답해주세요!!

 

 

 

.

.

.

.

.

.

 

 

 

 

 

 

 

 

드디어 24년 동안의 고독이 사라지게 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행복한 날이 찾아왔다.

하느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지금도 너무나도 기분이 좋다.

그녀와 항상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제는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해서

블로그에 글 쓰는 시간도 줄일려고 한다.

이 글이 어쩌면 마지막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참에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소개하려고 한다.

내 인생 처음으로 결실을 맺게 된,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랑에 축복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살면서 드디어 '사랑'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Love

is

El dorado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2-04-0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cyrus 2012-04-02 22:59   좋아요 0 | URL
ㅎㅎ 나인님이 제일 먼저 속으셨군요 ^^;;

stella.K 2012-04-01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 정말! 너 나뻐!
오늘이 만우절인 걸 이 페이퍼 보면서 까맣게 잊고 있었잖아.ㅜㅜㅜㅜ
너의 인생에도 봄은 오나 보다 정말 축하해 주고 싶었는데.
속은 것 생각하면 10년 동안 애인 없어라고 저주해 주고 싶었는데 차마
그럴 수는 없고. 에잇! 이를 어쩐다...
아무튼 좋다. 네 마음 알 것 같아. 꼭 올 봄엔, 늦어도 올 가을엔...
아니 올해가 다가기 전에 크리스마스 때부터라도 함께 보낼 애인이 있기를
진짜 진짜 바랄게.
하지만 이 페이지에 추천은 없다. 추천하면 마법에 걸려 진짜 10년 동안 애인 없을까봐.ㅋㅋ
근데 제대로 웃겼다. 축하해!ㅋㅋ

cyrus 2012-04-02 23:00   좋아요 0 | URL
그런데 누님 말대로 이 글 쓰는 이후부터 10년동안 없으면 어떡하죠?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

맥거핀 2012-04-0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 친구 저도 아는 처잔데..알바 하면서 근근이 대학 졸업하고, 선배언니 집에서 얹혀 살면서 병원인가, 보건소인가에서 인턴하다가 얼마전에 겨우 회사들어갔다고 하던데..이제 연애할 여유가 좀 생긴 모양이네요. 좋은 사랑 하시고 조심하셔요. (요즘에 의사 하나가 찝쩍거린다고 하더라구요..ㅋ)

cyrus 2012-04-02 23:0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사실 그거 때문에 고백하기 전에 마음이 좀 걸렸어요 ㅋㅋ

차트랑 2012-04-02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무지하게 고민하면서 털어 놓은 Love is....이건만...
반응들이 꼭 만우절 행사라는 듯...합니다요??
특히 스텔라님...

맥거빈님의 반응은??
cyrus님의 여인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이거참...머리가 빙빙 돈다
으아~~~~ㅠ.ㅠ

아 그리고 ..위 글은 추천 10개짜리~!!!

아무래도 여친 얼굴이 마음에 걸려 다시 왔습니다 ㅠ.ㅠ
여친 얼굴을 온라인게 이렇게 공개하는것이 아녀~~~!!

stella.K 2012-04-02 12:20   좋아요 0 | URL
ㅎㅎ 아니 차트님 저는 진짠 줄 알았어요.
아시면서 모른 척 하시는 것 아니어요? 그렇담 차트님 고수다!ㅋㅋ

cyrus 2012-04-02 23:0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랑공님이 일부러 모르는 척 아시는지
알 수 없는데요 ^^

참고로 이쁜 처자 사진은 백진희라고 최근에 종방되었던
하이킥3에 나온 연기자에요 ^^

차트랑 2012-04-03 00:11   좋아요 0 | URL
저는 TV방송을 제시간에 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연유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녹화를 해서 따로 봅니다.
하이킥은 녹화 목록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감동의 물결이 이는 퍼이퍼인데...
만우절 이벤트라니...좀 서운하다는...ㅠ.ㅠ

고수는 원래 방송을 안보는거 맞죠? ㅋ

blanca 2012-04-0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는 왜이리 쉬운가 했더니 역시 ㅋㅋ 이런 반전이 있었군요.

cyrus 2012-04-02 23:03   좋아요 0 | URL
너무 구라의 티가 났었나요? ^^

잘잘라 2012-04-02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흣, 올해는 만우절을 너무 밋밋하게 보냈다 했더니만 님 덕분에 뒷북 한 번 치고 갑니다. 뒷북도 북은 북입니다^^ 근데 이상하게 만우절을 가장한 진실의 냄새가 진하게 난다 이겁니다?!

cyrus 2012-04-02 23:06   좋아요 0 | URL
뉴스에서 보니깐 일부러 고백을 가장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이성이 있대요.
하지만 제가 정말 만우절을 노려서 진심으로 고백하고 싶어했는지
포핀스님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

2012-04-02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2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2-04-0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희가 바로 그 진희였군요.ㅋㅋ
태그를 안 봤으면 소가너머갈뻔했자나~~~그래도 Love is... 오랜만에 즐겁네요.
곧 멋진 사랑하시길~~~~~^^

cyrus 2012-04-02 23:1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순오기님 ^^

아이리시스 2012-04-0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시루스님이 지금껏 나한테 숨긴 줄 알고 배신감 들고 막 그랬는데ㅋㅋㅋ

cyrus 2012-04-04 19:51   좋아요 0 | URL
ㅎㅎ 절대로 저는 숨기는 짓 안해요 ㅋㅋㅋㅋㅋㅋ

마녀고양이 2012-04-03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다행입니다.
이렇게 유치한 고백을 하시면 안 됩니다..... 캬캬캬!

복수야 복수, 속은데 대한! 그래도 사이러스님이 빨리 사랑에 폭 빠지기를 기원합니다.

cyrus 2012-04-04 19:52   좋아요 0 | URL
음.. 고백을 이렇게 하며 안 되는군요 ^^;;
만우절 글 덕분에 고백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배우게 되었네요 ^^;;

노이에자이트 2012-04-04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지인은 소희 백진희 박보영을 구별할 수 없다고 합니다.

cyrus 2012-04-04 19:53   좋아요 0 | URL
이 세람.. 은근히 닮았죠. 그래서 저는 이 세 명을 다 좋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