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5월의 세계 문학





아사이 료

민경욱 옮김

정욕(正欲): 바른 욕망

리드비

2024









2025년 5월 31일 금요일

저녁 8시~10시 35분

장소: 인더가든





<5월의 세계 문학>을 만든 독자들


[진행도서 추천, 발제]

향기


[보조 진행북클럽투르기윤색, 사진]

최해성


[참여]

조약돌김성현이우리이금재이문수




※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


독서 모임 후기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연극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 또는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단어입니다. 성은 내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알려줍니다. 대다수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하나의 성을 인식하면서 살고 있어요(cisgender). 하지만 성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다양해요.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특성을 같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intersex). 한 개의 성을 정한 채로 평생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어요(non-binary).


()(마음 심)’(날 생)’이 만나서 생긴 단어입니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났을 때 생기는 성적 끌림과 성욕,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드러나는 성적 취향한 사람의 마음(psyche)에서 생기는 것들입니다물론 마음()에서 태어난() ()이라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천성(天性)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은 살아 있습니다(). 생생한 성은 호기심(psyche)을 느끼며 변화에 민감합니다. 주변 환경이나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면 미처 알지 못했던 성적 취향을 발견하고, 어떻게 하면 성적 만족을 느낄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성욕두 개의 뜻을 가진정욕입니다. 정욕(情欲)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욕구를 뜻한다면, 정욕(情慾)은 성적 욕망을 뜻해요. 앞서 제가 말한 마음에서 태어난 성을 떠올린다면, 정욕(情欲)과 정욕(情慾)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성욕을 두 개의 뜻이 포개진정욕으로 이해하고 싶어요.


여기에 일본의 작가 아사이 료(朝井リョウ)는 성욕에 자신이 생각하는 세 번째 정욕의 뜻을 얹었습니다. 그가 제시한 세 번째 정욕바른 욕망을 뜻하는 정욕(正慾)입니다정욕(正欲)’2021년에 나온 작가의 소설 제목이기도 합니다.

















* 막스 베버, 전성우 옮김 직업으로서의 학문(나남출판, 2017)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유능한 교수라면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유능한 교수는 학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불리한 사실(inconvenient facts)을 인정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불리한 사실학생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견해와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불리한 사실편안한 지식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도전하는 지식입니다.

 

아사이 료의 소설 정욕: 바른 욕망은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주류에 반하는 소수의 의견과 가치관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차원에서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합니다다양성은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를 보호하는 방패와 같은 단어입니다. 그러나 소설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때로는 착각하기 쉬운 다양성의 한계를 보여주기 위해 불리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다양성, 이 단어 속에는 축복과 비슷한 이미지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자.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더라도 당당하게 가슴을 펴자. 나답다는 데 당당해지자. 타고난 속성을 다른 이가 판단하는 건 틀렸다.

 가슴이 상쾌해질 정도로 축복이 반짝이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결국, 소수자 가운데서도 주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자 말하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자신과 다른 것에만 해당하는 말입니다.

 상상을 초월한 나머지 이해하기 힘든, 직시할 수 없을 만큼 혐오스러운 거리를 두고 싶어지는 것에는 단단히 뚜껑을 닫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죠.


(8~9쪽)

 



소설에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 이상 성욕을 가진 인물들이 나옵니다. 수도꼭지를 틀자마자 힘차게 뿜어나오는 물에 성욕을 느끼는 남자는 수도꼭지만 떼어내 훔칩니다. 소설 주인공은 이성과의 성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해 불만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성관계 도중 이성의 눈동자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 쾌감을 느낍니다.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의 정욕(성욕)과 성적 취향이 상당히 낯설고 이해하기 힘들어도, 그들을 차별하지 않기 위해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다양성은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고, 도덕과 상식에 완전히 벗어난 정욕을 위한 방패가 되어주질 못합니다. 소설은 다양성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에 그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편안하게 쓰는 독자들을 향해 불리한 사실을 계속 던지고 있습니다. 결국 다양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정욕은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다수가 지극히 정상적인상식(또는 도덕)에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것입니다소수(비주류)가 다수(주류)의 기준에 맞춰야 하고, 끝내 다수에 동화되는 사회. 이런 사회에 다양성은 살아 있지 않습니다.







5월 마지막 날, 5월의 마지막 금요일.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세속) 모임 날은 아사이 료의 생일이었습니다. 모임 후기 글을 쓰기 시작한 주말에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어요.























정욕: 바른 욕망을 추천한 향기 님은 네 개의 발제문을 만들었습니다향기 님은 독립 출판물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그래서 집에서 직접 팸플릿 형태의 인쇄물을 만들 수 있어요이번 모임에 참석한 <세속> 독자들을 위해 발제문이 있는 팸플릿을 만들었습니다발제문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향기 님이 발췌한 작가의 인터뷰 내용도 있습니다.


팸플릿을 유심히 잘 보면,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종이로 만들어진 것노란색 종이로 만들어진 것이 있는데요, 노란색 종이는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라고 합니다.


<세속> 독자들은 정욕: 바른 욕망읽는 내내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어요. 소설의 주제가 성욕이라서 성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밝히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바른 정욕에 부합하는 성욕을 떠올리는 것도 쉽지 않고요그리고 작가가 지적한 다양성의 한계를 보완해 줄 만한 단어가 잘 떠올리지 않았을 거예요성과 성욕에 대해 심오하면서도 묵직한 문제들을 툭 던져놓기만 하고 이야기를 써 내려간 작가의 글쓰기가 불친절하다고 느낀 <세속> 독자들도 있었어요그래도 소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독자들이 있었습니다이금재 님은 마음에 든 소설의 문장 두 개를 언급하면서 작가의 표현력이 좋았다고 했어요

 

소설 뒤표지에 보면 이런 문구가 적혀 있어요.


 





마지막 장에 도달하는 순간, 찾아오는 혼란을 감당할 수 있는가?

그간의 가치관을 격렬하게 뒤흔드는 충격의 걸작!


 


김성현 님은 이 소설에 본인의 감정과 가치관을 크게 뒤흔들만한 커다란 반전이나 충격적인 반전이 나오지 않아서 마무리가 허전했다고 말했습니다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정욕인 소아성애바른 정욕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 [개정판] 존 스튜어트 밀, 김만권 옮김 자유론(책세상, 2025)

* [구판_절판]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자유론(책세상, 2005)

 




향기 님의 첫 번째 발제우리에게 과연 타인의 욕망을 판단하는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이었어요. 성현 님은 타인의 욕망을 판단하는 자격을 비판적으로 봤습니다. 누구나 이러한 자격을 가지게 된다면 타인의 욕망 또는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행위에 지나치게 간섭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타인의 삶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개인의 개별성은 소외되고 억압받습니다. 성현 님은 타인에게 (육체적 · 정신적 · 경제적)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개인의 정욕을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성현 님의 견해는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 강조한 자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 [개정판_절판] 제러미 벤담, 신건수 옮김 《파놉티콘》 (책세상, 2019)

[구판_절판] 제러미 벤담, 신건수 옮김 《파놉티콘》 (책세상, 2007)




저도 타인의 욕망을 판단하는 자격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타인의 욕망을 지나치게 간섭하면서 판단하는 일상이 익숙해지면 타인을 감시하게 됩니다. 타인의 욕망을 판단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망 또한 누군가가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요. 이렇듯 서로서로 감시하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의 욕망을 규제하고 검열하는 사회는 개인을 못살게 구는 거대한 감옥과 같아요. 이 감옥은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 수많은 죄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구상한 파놉티콘(panopticon)’입니다. 벤담이 살아있을 때, 파놉티콘은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카페 스몰토크 <푸코 읽기> 모임(2023년) 두 번째 책, 모임 미참석]

* [개정 2] 미셸 푸코, 오생근 옮김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나남출판, 2020)




그렇지만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감시와 처벌에서 파놉티콘 특유의 통제 방식이 사회에 정착되는 순간, ‘감옥화된 사회가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감옥화된 사회의 권력자는 힘들이지 않고, 개인을 통제합니다. 왜냐하면 피지배자인 대중, 즉 우리가 서로를 감시하고, 감시당하고 있기 때문이죠. 파놉티콘 사회는 개인이 서로서로 감시하는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향기 님은 바른 욕망의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고,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고 했어요. 이와 관련된 세 번째 발제바른 욕망의 기준이 개인에서 시작되었는지, 아니면 사회가 만든 것인지 알아보는 질문이었어요. 이우리 님은 타인의 욕망에 대한 사적인 판단이 다수의 기득권층을 위한 법으로 만들어지는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벤담은 최대 다수의 행복을 최고로 여기는 공리주의자입니다. 이우리 님은 벤담식 공리주의에 따르는 입법자들을 비판했습니다. ‘정상도덕적 올바름에 조금이라도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는 대중은 다수를 위한 법에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법에 세뇌당한 대중은 ‘다수를 위한 올바름에 맞춰가면서 살아갑니다. 그들은 사회가 인정하는 정상에 속하고 싶어 해요.


















[서재를 탐하다 & 읽다익다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20202월의 책(83번째 책)

추천자: 최해성

모임 날짜: 2020227(코로나 유행으로 취소)]

*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24)




소설에는 ‘올바름’에 벗어난 타인의 정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이상해’, ‘우스워(비웃음)’, ‘미쳤다라고 쉽게 내뱉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런 발언을 한 사람들은 자신이 느낀 것을 표현했을 뿐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할 것입니다. 조약돌 님은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선량한 차별주의자라고 했습니다일본의 임상 심리학자가 쓴 소설의 해설 속 문장을 빌리자면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자기들이 바르게 살아가고 있고, 언제나 사회는 옳다고 굳게 믿고(정욕바른 욕망》 해설, 444쪽)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성과 성적 지향을 가까이 다가가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저는 성과 성적 지향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정확하다고 알려진 성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성 지식에 호기심을 느끼고, 선뜻 다가갈 수 있습니다. 


















[대구 페미니즘 독서 모임

<레드스타킹> 기획 페미 스쿨(201971~1028)’ 

세미나 지정 도서]

* 오드리 로드, 주해연 · 박미선 함께 옮김 시스터 아웃사이더(후마니타스, 2018)





미국의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이자 시인인 오드르 로드(Audre Lorde)시는 사치가 아니라라는 글에서 우리 삶을 성찰하는 일에 친숙해지면, 우리를 침묵하게 만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시스터 아웃사이더》, 39쪽). 저는 성을 눈에 띄지 않게 숨기려는 침묵을 깨서, 성의 다양한 얼굴을 바라보려면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 성을 성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한 성을 성찰하는 일성교육과 성 공부입니다. 성교육과 성 공부는 어린이와 청소년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인간이라면 죽을 때까지 해야 합니다.


















* [절판] 빌헬름 라이히, 윤수종 옮김 오르가즘의 기능: 도덕적 엄숙주의에 대한 오르가즘적 처방(그린비, 2005)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빌헬름 라이히(Wilhelm Reich) 을 은폐하고, 성 담론을 침묵하게 만드는 사회는 개인의 성욕과 성적 지향을 억압한다고 했습니다. 라이히는 성을 불결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인습에 사로잡힌 사람소인배(a little man)’로 비유합니다소인배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바른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자신과 다른 타인을 괴롭히고, 차별하고 있습니다라이히는 변화를 거부하는 소인배들이 많아지면 민주주의가 절대로 발전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보호받는 인민대중이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삶을 습득하고계속 점점 더 나은 삶의 형식들로 전진할 모든 가능성을 갖게 되는 힘들고 긴 과정이다그러므로 진정한 민주주의는 노인들이 즐겨 회상하는 영광스럽고 전투적인 과거와 같은 종결된 발전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들새로운 발견들그리고 새로운 삶 형식들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씨름하는 과정이다.

 

(빌헬름 라이히오르가즘의 기능》 중에서, 30)



처음에 제가 언급한 마음에서 태어난 성이 살아 있으려면 을 종이에 적힌 글자로만 남아선 안 됩니다여전히 낯설고 두렵지만우리는 입으로 을 말해야 합니다.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에 있는 ‘을 우리의 입말우리의 대화 속에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우리의 말은 성을 숨(psyche) 쉬게 합니다.










Thanks to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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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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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대구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 ‘두꺼운 책 읽기

일곱 번째 책






우리는 언제나 정보를 마신다. 정보는 우리 삶에 절대로 없으면 안 되는 제2의 공기. 우리가 마신 정보는 정체성과 가치관을 만들 데 쓴다. 생각에 잠기면 머릿속에 켜켜이 쌓인 정보가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온갖 정보를 뭉쳐서 만든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드러낸다. 말에 새겨진 정보는 타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타인은 내가 호흡한 정보를 마신다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떠돌아다니는 정보는 뿌리처럼 질기게 뻗어 나가는 네트워크를 발아하는 씨앗이다네트워크는 이 세상을 움직이게 만드는 뿌리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정보 호흡을 하고 있으며 세상의 뿌리는 쭉쭉 뻗어 나가고 있다. 거대한 네트워크 뿌리를 잡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보를 소중하게 여긴다. 그들은 정보가 많을수록 세상을 더 좋은 쪽으로 발전시키는 힘이 더 커진다고 믿는다그러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네트워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네트워크의 기능을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에 반대한다. 하라리는 반문한다. 슬기로운 인간(Homo sapiens)’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는 왜 잘 만들어 놓은 네트워크를 파괴할 정도로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고 살육을 일으키는가?


하라리의 책 Nexus협력과 유대감을 좋아할 줄만 알았던 정보 네트워크가 잘못된 방향으로 비뚤게 되어버린 역사적인 사례들을 보여준다. 정보 네트워크 낙관론자는 슬기롭지 못한 인류의 어두운 역사를 가볍게 바라본다. 그때 그 시절에서만 일어난, 특수하고도 예외적인 상황으로 여긴다. 그리고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면 과거에 있었던 인류의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라리는 정보 네트워크 낙관론을 정보에 대한 순진한 관점이라고 말한다. 순진한 정보관은 정보가 많을수록 좋으며 정보 네트워크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연결(Nexus)하게 해주리라고 믿는다.


정보는 때론 독이 된다. 정보에 중독된 뇌는 자만심이 가득 차서 부풀어 오른다자기 수정 능력이 부족한 정보 중독자는 잘못된 정보를 의심 없이 마신다. 독성이 강한 정보가 모여서 만들어진 네트워크에 갇힌 사람들은 자신은 절대로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무오류성)고 착각한다. 무오류성은 타인의 다른 견해를 존중하지 않으며, 타인의 건전한 비판을 거부한다. 민주적인 대화와 연대를 부정하는 네트워크는 전체주의가 된다. 독일 나치즘과 소련의 스탈린주의는 잘못 비뚤어진 네트워크다. 하라리는 최악의 네트워크를 망상에 기반한 네트워크라고 표현한다.


네트워크는 정보들을 연결해서 거대한 질서를 만든다. 독재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독점하고, 국민의 정보 접근을 제한한다. 하라리는 반민주적인 독재 정치 네트워크가 AI와 손을 잡는 상황을 경계한다. 독재 정치와 전체주의는 지도자 한 사람의 권한에만 집중된 네트워크다네트워크를 장악한 지도자는 자신의 무오류성을 지지하는 AI를 좋아한다재자를 위한 AI는 고의로 거짓 정보와 음모론을 퍼뜨리는 선동가요, 독재 정치를 비판하는 정적과 민주 시민을 짓밟는 정치 깡패다. AI에 복종하는 독재 정치 네트워크는 민주주의의 자정 기능이 떨어지며 건실한 토론이 불가능해진다. 20세기의 독재 정치가 인간 정치라면, 21세기의 독재 정치는 컴퓨터 정치다.


NexusAI를 슬기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높인다. AI를 맹신하는 대중과 권력자가 많아지면 정보 네트워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검은 손이 된다하라리는 본인이 직접 여러 분야를 탐사해서 발굴한 정보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적절하게 엮어서 글을 쓴다. 그의 출세작 사피엔스》(조현욱 옮김, 김영사, 2023년)를 이미 읽은 독자 대다수는 하라리의 폭넓은 지식 스펙트럼에 감탄하고 매료된다. 그러나 인기도서를 펴낸 전문가의 책은 무오류성의 책’이 아니. 한 권의 책 속에도 저자의 편견과 저자가 잘못 알고 있는 정보가 들어 있다. 하라리가 Nexus를 쓰기 위해 발굴하고 인용한 정보 중에 사실과 다른 것이 있다. 책 밖에 있는 다른 관점을 비추면서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 305


 《성경은 스스로 편집하거나 해석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유대교와 기독교 같은 종교들에서 실제 권력은 이른바 오류 없는 책이 아니라 유대교 랍비와 가톨릭교회 같은 인간의 기관이 가졌다. 반면 AI는 새로운 경전을 작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편집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인간의 개입은 전혀 필요 없다.



과거의 성경은 오랫동안 무오류성의 책으로 여겨졌다. 백인 남성 교황, 목사, 신부, 신학자들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였고(무오류의 책을 신뢰하라.”), 성경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무오류성의 진리라고 주장했다(책을 해석하는 인간을 신뢰하라.”). 반면 종교인이 아닌 평범한 신자는 오류를 저지르는 존재이므로 성경을 해석할 권한이 없다성경을 독차지하듯이 거머쥔 남성들은 교회 안팎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신의 대리인으로 자처한 교황은 전통에 반하는 기독교 분파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기득권이 된 종교인들은 성경을 자유롭게 해석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혁을 추구하는 신학과 종교인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전통에 반기를 들었다. 16세기에 시작된 여성주의 신학 교회 안의 유리 천장을 깨뜨렸다.[주1] 퀴어 신학은 성 소수자 인권 보호에 앞장선다. 성경속 문자에 근거해서 성 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해석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다.[주2]  


비종교인은 종교를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성경》의 전통적인 해석에 도전하는 비판 신학과 해방 신학이 낯설다. AI가 나오기 한참 전에 이미 진보적인 종교인과 신학자들은 성경을 해석하는 작업을 시도했다하라리는 비종교인을 위해 종교의 기능과 성경》 편찬의 역사를 잘 요약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에 압축된 종교는 전통을 지향하려는 과거의 모습에 가까운 반쪽 얼굴이다. 종교에 대한 하라리의 주장은 시대적 요청에 맞게 변화하는 종교의 새 얼굴을 보여주지 못한다.

 



* 456

 

 보수는 특정 종교나 이념에 헌신하지 않는다. 그게 무엇이든 이미 있는 것, 지금까지 대체로 합리적으로 작동해 온 것을 보존하는 데 헌신한다. [중략] 1980년대 미국에서 보수는 미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지지하고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 하라리는 보수(주의)특정 종교와 이념에 헌신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보수적인 기독교와 손을 잡으면서 진보적 정치 운동을 공산주의로 몰아세우고, 성 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극단적인 보수의 행보를 생각한다면, 하라리가 보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리숙하다. 그는 보수 우파의 한쪽 얼굴만 보고 있다1980년대 미국의 우파와 보수주의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반영된 정치를 본격적으로 실행한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정부 시절(1981~1989)과 겹친다레이건의 신자유주의는 기업 중심의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이념이자, 사회주의와 노조 운동에 대항하는 정치적 무기였다. 레이건은 남부 지역에 사는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위한 공약들(성평등 헌법 수정안 반대 등)을 내세운 덕분에 1984년 재선에 성공했다.[주3] 공화당을 지지한 북미 기독교 우파의 강령은 신앙, 가족, 자유였다.[주4] 1980년대 미국의 보수 우파는 민주주의가 아닌 신자유주의를 지지했으며 도덕과 가족을 중시하는 기독교에 헌신했다









[1] 테레사 포르카데스 이 빌라, 김항섭 옮김, 여성주의 신학의 선구자들(분도출판사, 2018)


[2] 월터 윙크 엮음, 한성수 옮김, 동성애와 기독교 신앙: 교회들을 위한 양심의 질문들(무지개신학연구소, 2018), 패트릭 S. 유연희 옮김죄로부터 놀라운 은혜로퀴어 그리스도를 찾아서》 (무지개신학연구소, 2020).


[주3]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함께 씀, 박세연 옮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어크로스, 2024), 147~148


[주4] 피에르 다르도 · 크리스티앙 라발 외 함께 씀, 정기헌 옮김,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원더박스, 2024),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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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독서 모임

<수레바퀴와 불꽃>








[15번째 선정 도서]




 


피에르 다르도, 크리스티앙 라발, 피에르 소베트르, 오 게강

정기헌 옮김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원더박스

2024






 

   

2025517일 토요일

오전 10~오후 1

장소: 컬처플렉스 더숲(노원구 상계동)


 

 



<생각이 멈추지 않는 수레바퀴를 돌리고 

책에 불꽃을 피운 독자들>









 

서한용(진행, 발제, 참여, 간식)

김지용(서평)

이진범(발제, 참여)

보람(발제)

최해성(발제, 참여, 북클럽투르기 · 윤색)




북클럽투르기(bookclubturgy, bookclubtur+)


독서 모임 후기 엮은이

북클럽투르기는 공연 제작을 위해 희곡과 연극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 또는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드라마투르기(dramaturgy)’에서 따온 말입니다.

 





자유란 무엇일까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자유라고 합니다. 자유의 반대말결박구속입니다. 이 두 개의 단어는 우리의 삶을 더욱 비좁게 만듭니다. 결박은 자유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차꼬입니다. 구속은 자유를 가두는 감옥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유를 못살게 구는 사람들은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자신이야말로 자유를 정말 정말,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하네요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 없어요. 자유를 괴롭히고 있는데 자유를 사랑한다는 자유주의자라? 다시 생각해 봐도 무언가 잘못되었어요. 그러나 자칭 자유주의자는 뻔뻔합니다. 오히려 자유를 괴롭히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하네요. 자칭 자유주의자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야말로 자유를 짓밟는 이라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까지도 자유를 무시하는 적으로 몰아세웁니다


도대체 그들이 사랑하는 자유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경제적 자유입니다. 자칭 자유주의자는 개인과 기업이 이익을 더 많이 얻으려면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은 자칭 자유주의자는 기업의 자유를 더 좋아합니다. 그들이 말하길 기업이 잘 돌아가면 나라가 잘 돌아간다나 뭐라나. 거대한 자본주의 마당 안에서 기업이 알아서 돈을 벌면 모든 사람이 풍요로워지고 잘 살 수 있다고 하네요. 


자유는 누구나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단어입니다. 자유의 의미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자칭 자유주의자는 자유를 독차지하고 있어요. 그들은 자유를 너무나도 사랑한다고 믿는 자신의 태도가 자유를 괴롭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그들이 자유를 여러 번 떠들고 다닐수록 자유는 점점 더러워지는 단어가 됩니다. 자유는 이기적이고 건방지고, 오만한 단어가 되고 말았어요.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자칭 자유주의자를 가리켜 신자유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신자유주의자는 정직하게 생각하고,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자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자유주의자는 자유를 방해하는 권력을 비판하고 저항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상식에 반하는 권력에 아부하지 않습니다. 반면 신자유주의자는 자신의 자유를 문제 삼는 타인을 굴복하기 위해 권력을 사용합니다. 특히 기업과 친한 정부 앞에서는 아부를 잘합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광장의 민주 시민들, 노동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기업의 경제 활동에 동참하지 않는 노동조합. 신자유주의자가 보기에 민주주의와 노동조합은 자유를 침해하는 세력들입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는 정부와 기업에 반하는 생각들을 결박하고 구속합니다. 심지어 그들이 더 이상 살아나지 못하도록 폭력을 쓰기도 합니다.

































*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김이석 옮김 노예의 길(자유기업원, 2024)


* 밀턴 프리드먼 · 로저 프리드먼 함께 씀, 민병균 외 옮김 

선택할 자유(자유기업원, 2022)

 

*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 루트비히 폰 미제스 외, 전용덕 옮김 

오스트리아학파의 경기변동 이론(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 [절판] 애덤 테블, 이화여대 통역 번역 연구소 옮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아산정책연구원, 2013)

 

* [절판] 이근식 신자유주의: 하이에크, 프리드먼, 뷰캐넌(기파랑에크리, 2009)




내전, 대중 혐오, 법치는 자유를 왜곡하면서까지 기업과 권력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신자유주의자들은 대체로 하이에크(Hayek)라는 경제학자의 신념을 따릅니다하이에크는 1947년 스위스 몽펠르랭에서 반공주의 지식인들이 모인 몽펠르랭 협회(Mont Pelerin Society)를 설립합니다. 여기에 모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루트비히 폰 미제스(Ludwig von Mises)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비판하고, 시장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일명 오스트리아학파경제학자입니다








하이에크는 사회주의와 노조의 기세가 오르면 자유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마저 무너진다고 진단했습니다. 그가 쓴 책 중 가장 유명한 노예의 길사회주의로 인해 자유가 억압받으면, 개인은 결국 노예가 된다고 경고한 책입니다. 하이에크의 자유 지상주의기업과 친한 보수주의 정치인들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자유에 미친 하이에크는 민주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민마저 자유를 반대하는 적대 세력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유주의적 독재 정권의 반민주적 정치를 눈감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신자유주의자와 보수 우파들은 나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자유를 위한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평등을 지향하는 좌파와 사회 진보적인 운동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적이 됩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물불 안 가리는 분노와 뒤돌아볼 줄 모르는 폭력입니다.


































* 존 스튜어트 밀, 김만권 옮김 자유론(책세상, 2025)

 

* [구판 절판]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자유론(책세상, 2018)

 

* [절판]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여성의 종속(책세상, 2018)

 

* [절판] 이근식 존 스튜어트 밀의 진보적 자유주의(기파랑에크리, 2006)

 

* 이사야 벌린, 박동천 옮김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아카넷, 2014)





저는 자유주의자, 온건 보수주의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자유주의 사상가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입니다. 이 두 사람은 다른 생각과 사상을 존중했고, 자유주의의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겸손한 자유주의자였어요







밀은 시대를 앞서 나간 진보적인 자유주의자입니다. 지적인 동지인 아내 해리엇 테일러(Harriet Taylor)를 만나면서 여성의 평등을 옹호했습니다. 이사야 벌린은 한 사회 안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는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 문제를 오직 단 하나의 방식으로만 해결하려는 태도를 반대했습니다.


자유주의자인 저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만 쏙 빼놓고 민주주의를 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볼 때마다 늘 아쉬웠습니다. 신자유주의자들에게 더럽히진 자유를 원래의 올바른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면 자유 또한 민주주의 못지않게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편, 서한용 작가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가 극우마저 함부로 쓸 정도로 흔해졌고,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수록 경제적 평등에 초점을 맞춘 사회민주주의가 주목받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권력에 아부하는 신자유주의는 정부와 자신들의 세력에 유리한 법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들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진보적인 정당의 정치 행위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거나 이를 규제하는 행정 기관을 설치합니다. 결국 자기들을 위한 법을 만들겠다는 거죠. 보람 님은 작년 정부의 퇴행적인 계엄령과 탄핵 과정을 지켜본 이후로 헌법에 관심을 가져서 공부를 시작했다는데요, 본격적으로 대선 시간에 접어들수록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7월의 도서]

*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 함께 씀, 박세연 옮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어크로스, 2024)





한 번 만들어진 헌법은 영원히 좋은 법으로 남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소수의 극우 정치 세력들은 잘 만들어진 법을 정적을 공격하거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라는 책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헌법을 점진적으로 고치거나 수정하지 않으면 민주주의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합니다. 헌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인은 헌법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헌법을 제대로 뜯어고쳐야 하는 일에 소극적입니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를 쓴 미국 출신 두 명의 저자는 미국 헌법이 민주주의 세상에서 가장 수정이 힘든 헌법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고 봐요. 개헌 논의가 점점 미뤄지거나 잠잠해지면 미국처럼 개헌에 소극적인 여론이 상당히 오래 지속될 수 있어요.


진범 님은 신자유주의자의 생각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지만, 왜 주변 사람들이 보수주의자로 살아가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고 말했어요. 자유주의자 또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개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합니다. 진범 님이 만난 보수적인 사람들(우파 성향의 정치적 보수주의자가 아닌, 정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은 개인의 이익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최대한 더 많이 누리기 위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타인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타인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개인의 이익을 제한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갑작스러운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어 왔던 생각과 신념이 현실에 맞지 않거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순간, 당황하게 되고 두려움을 느낍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위협하는 듯한 불안과 두려움이 클수록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기보다는 오히려 타인의 의견을 필사적으로 거부하고 반대하는 성향이 더 커집니다.






 












* 디디에 에리봉, 이상길 옮김 랭스로 되돌아가다(문학과지성사, 2021)


* 디디에 에리봉, 박정자 옮김 미셸 푸코, 1926~1984(그린비, 2012)




서한용 작가는 본인을 포함한 진보적인 사람들의 마음속에 크고 작은 보수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서 작가는 보수성을 무조건 숨겨야 하고 나쁘다고 봐야 할 성향이 아니라 내 안의 모순과 불일치를 인정할 수 있는 인생의 한 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내 안의 모순복잡한 개인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과 같아요. 이 거울이 불편하다고 해서 부술 순 없어요.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거울을 잘 들여다본다면 자신의 정체성과 정치적 신념이 부딪힐 때 제대로 고민할 수 있어요. 







내 안의 모순을 탐사하는 일을 긍정한 서 작가는 이와 관련해서 프랑스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Didier Eribon)랭스로 되돌아가다를 추천했어요. 이 책에서 디디에 에리봉은 동성애자로서의 성 정체성과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서의 사회적 정체성이 교차하면서 생기는 내적 갈등을 분석합니다. 여담으로, 디디에 에리봉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평전을 쓴 저자로도 유명한데요, 내전, 대중 혐오, 법치푸코의 신자유주의적 통치술 분석에 바탕으로 만든 책이에요.


신자유주의자와 극우 과두제를 비판한 내전, 대중 혐오, 법치의 공동 저자들은 신자유주의에 제대로 저항하려면 이미 과거에 실행된 중도적인 대안 정치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들의 진단에 따르면 자유주의가 조금이라도 가미된 좌파의 중도 정치는 좌파 정책을 지지하는 인민 계급들을 뒤돌아서게 했으며, 신자유주의에 날개 하나 더 달아준 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들이 바라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새로운 좌파의 모습은 교차성(Intersection)에 초점을 맞춥니다. (), 인종, 민족 등 여러 정체성의 평등이 보장되면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좌파 안에서의 정체성 내전또는 계급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신자유주의에 저항할 수 있는 결집력이 약해집니다. 저자들은 기성 정당 중심의 사회운동이 아닌 소규모 사회운동 플랫폼, 협동조합, 노동조합 등이 서로 연결된 사회운동을 제안합니다. 김지용 님은 내전, 대중 혐오, 법치서평에서 저자들이 제시한 급진적인 대안 역시 한물간 실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내전, 대중 혐오, 법치신자유주의를 미워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비판하고 싶은 좌파라면 꼭 읽어봐 할 책입니다. 그리고 참된 자유의 의미를 인지하고, 자신과 다른 견해에 경청하고 토론하는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독자들도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신자유주의자는 기고만장한 상태입니다. 이 기세라면 온건한 보수주의자들도 신자유주의자가 일으킨 내전에 휘말릴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점진적인 개혁마저 시도하지 못하게 됩니다.


내 인생에 깊이 새겨진 단어 자유가 극우로 더럽혀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생각하고, 공부하고, 다른 사람의 견해에 똑바로 경청해야겠어요. 누구나 인정하는 진짜 자유주의자가 되고 싶지 않고요,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유주의자로 살아가고 싶어요신자유주의자들이 네가 생각하는 자유는 틀렸어!’라고 비난해도 개의치 않습니다틀렸으면 이를 인정하는 자유주의자. 나와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일이라면 익숙한 과거를 거부하고, 과거보다 더 나은 현재를 만들 수 있는 변화에 동참하는 자유주의자.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뇌는 굳어지고, 변화를 거부합니다. 생각을 멈춘 뇌는 자유와 반대되는 비상식적 상황에 침묵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나를 보호해 주며 편안하게 해주는 폭신한 이불과 같은 권력에 복종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거대한 이불 속에 갇힌 자유는 건강하지 않습니다.


















[희곡 전문 서점 <인스크립트> 낭독서 모임: 연기 실험실’ 5월의 희곡]

* 에드몽 로스탕 원작, 김태영 각색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제철소, 2024)

 

* [절판] 미셸 옹프레, 곽동준 옮김 바로크의 자유사상가들(인간사랑, 2011)


 


연극과 뮤지컬에서 연애편지를 잘 쓰는 낭만적인 시인으로 묘사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는 실제로 자유를 사랑했고, 자유를 억압한 권력을 비판하는 글을 쓴 바로크 시대의 지식인입니다







비록 창작물에서 나온 가상의 말이지만, 시라노의 연설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또다시 힘 있는 보호자를 찾아 그를 주인으로 섬겨야 합니까? 혼자 힘으로 날아오르는 대신 나무 둥지를 휘감아 돌며 껍질을 핥아대는 덩굴처럼 술수로 기어올라야 합니까? 재력가에게 찬미의 시구를 지어다 바쳐야 합니까? 아니면 어릿광대처럼 그들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길 바라는 천박한 희망을 품어야 합니까? 매일 밥 먹듯 굴욕을 삼켜야 합니까? 허리를 더 유연하게 굽히는 연습을 해야 합니까? 아니, 그것도 나는 싫습니다


 나는‥… 노래하고, 꿈꾸고, 웃고, 지나가고, 혼자 있고, 자유를 즐기고, 똑바로 보는 눈과 떨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마음이 내킬 때 이 펠트 모자를 비스듬히 쓴 채 찬성 혹은 반대를 위해 싸우거나 시를 쓸 겁니다. 명예나 부를 위해 일하지 않고, 달라나 여행을 꿈꿀 겁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어이, 친구. 참나무나 떡갈나무는 못 되더라도 

그에 빌붙어 사는 덩굴이 되진 말게!”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중에서,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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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5-19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투르기! 네가 붙인 직함인감? 암튼 꽤 괜찮게 들린다. 아무나 뭣할 것 같고 너 같이 책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나 할 수 있을 것 같아. 급료는 받나? ㅋㅋ

cyrus 2025-05-25 21:02   좋아요 1 | URL
네, 제가 만든 직함, 직업명이에요 ㅎㅎㅎ 급료는 없지만, 독서 모임 참석자분들이 사 오는 간식과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으면 만족합니다. ^^

Comandante 2025-05-19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자유주의 통치의 무서운 점은 대다수 사람들을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나는 책도 많이 읽고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환경보호에 앞장서니 좋은 일을 하고 있겠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만들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현실에 서서히 굴복하게 만들지요.
소위 3차원적 권력의 작동입니다.
시장 영역 외의 모든 영역도 하나의 이데올로기 국가기관처럼 만들면서, 충실한 복종을 저항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점, 이게 신자유주의 통치의 용서할 수 없는 점입니다.

cyrus 2025-05-25 21:09   좋아요 1 | URL
실제로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페미니스트들도 있어요. 이들 중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에 신자유주의가 스며든 것을 모를 수도 있고, 또 다른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신자유주의 전략을 취하기도 해요. 신자유주의적 페미니스트도 여성을 위한 자유를 강조해요.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강조하는 자유는 친기업 자본주의를 위한 것이고, 여성 빈곤이나 경제 불평등 문제에 무관심해요.
 
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
케네스 W. 포드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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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물리학자들은 괴롭다. 왜냐하면 양자물리학이 그들을 괴롭히니까양자물리학은 괴상한 과학이다양자물리학은 우리에게 아주 작은 세계를 보여준다. 아주 작은 세계에 아원자 입자들이 돌아다닌다아원자 입자는 원자보다 크기가 작다양자물리학은 아원자 입자들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아주 작은 입자들을 측정하는 일은 상당히 까다롭다여전히 정체를 숨기고 있는 입자들도 있다.


과거 물리학자들은 실험과 계산만 잘하면 자연 현상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과학자들이 발견한 법칙들은 늘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보여주는 근거였다확실성의 세계를 보여주는 물리학을 고전 물리학이라고 부른다그러나 양자물리학은 고전 물리학과 정반대로 세계는 불확실하며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특히 아원자 입자들의 세계는 고전 물리학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정말로 이상한 세계다확률이상야릇한 입자들의 세계에서 일어날 현상을 예측하게 해준다. 그러므로 아무리 정밀한 계산을 해도 입자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양자물리학은 고전 물리학을 거스른다. 고전 물리학이 생각하는 빛은 입자 상태다. 하지만 양자물리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펼친다.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고 말한다. 빛뿐만 아니라 모든 물질은 이중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드 브로이(Louis de Broglie)가 발견한 파동-입자 이중성은 양자물리학의 핵심이다빛이 입자임을 알 수 있는 증거(아인슈타인의 광전 효과)파동임을 알 수 있는 증거(빛의 회절 현상과 간접 현상)가 동시에 있다. 정확성을 선호하는 고전 물리학은 서로 맞지 않는 두 가지 증거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반면 양자물리학은 가능하다고 믿는다.


고전 물리학이 깔끔하게 감긴 실타래라면 양자물리학은 헝클어진 실뭉치. 고전 물리학 실타래는 요령(법칙)을 알면 쉽게 풀 수 있다. 그러나 제멋대로 헝클어진 양자물리학 실뭉치는 요령이 통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매듭을 천천히 풀어야 한다. 양자물리학은 느리게 배워야 하는 과학이다


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The Quantum World: Quantum Physics for Everyone)는 양자 실뭉치를 완벽히 푸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양자 실뭉치를 풀지 않고도 가지고 노는 법을 알려준다각 (chapter)이 끝나면 독자와 학생들을 위한 복습 문제와 심화 문제가 나온다부록으로 문제 해답이 실려 있다모든 문제를 다 풀어봐야 할 의무가 없다. 관심 있는 문제 몇 개 선택해서 풀어보면서 양자물리학을 천천히 배울 수 있다.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잘 가르쳐주기로 유명한 케네스 포드(Kenneth W. Ford)도 양자물리학에 두 손을 든 과학자다그는 양자물리학을 기괴한 이론이라고 운을 떼면서도 아원자 입자들을 설명하는 데 성공한 이론이라고 말한다사실 고전 물리학자와 양자물리학자들을 괴롭힌 건 아원자 입자들이다. 입자들이 계속 발견될수록 양자물리학은 무럭무럭 자랐다. 고전 물리학의 키를 넘어선 양자물리학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물질의 기본 입자라는 오래된 믿음을 무너뜨렸다. 고전 물리학의 편안한 그늘에 벗어난 젊은 과학자들은 물질의 기본 입자인 원자를 쪼개기 시작했다. 그 속에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들이 있었다.







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 원서2004년에 출간되었다. 번역본은 2008년에 출간되었고, 책 이름은 양자 세계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였다. 2018년에 이름과 앞모습이 바뀐 개정판이 나왔다. 올해가 양자역학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 이 뜻깊은 해에 맞춰 앞모습만 바뀐 책이 다시 나왔다. 어떻게 보면 개정 2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의 겉모습만 바뀐다고 해서 개정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 번역자, 편집자는 책 속에 있는 내용 중에 잘못 알려졌거나 시간이 지나서 생명력을 잃은 상식이 있으면 고치거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과거의 책을 단 한 번도 교정하지 않은 채 표지만 바꾼 책은 개정판이 아니라 독자를 속이는 개판이다구판에 남아 있는 오탈자도 고치지 않고 내놓은 개정판도 대충 만든 개판이다.


원서는 2012년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가 검출한 힉스 보손 입자가 발견되기 한참 전에 나온 책이다. 원서를 번역한 김명남 번역가는 자신이 직접 쓴 서문에 원서 출간 후에 나온 2012년의 성과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 책을 딱히 고칠 데가 없이 좋은 양자 교과서라는 역자의 자화자찬은 동의할 수 없다.


2004년 원서에는 원자 번호 114’원자 번호 118’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 당시에 두 원소의 실체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오랜 실험과 관측을 거친 끝에 새로운 원소로 판명되면 원소에 이름이 붙여진다.



* 224




 

 실제로 몹시 무거운 원소들 가운데 원자 번호 114(아직 이름이 없다)의 수명이 약 30초 정도로 제일 길다. [중략]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무거운 원소는 원자 번호 118이고, 탐색은 계속되고 있다.



* 242, <도전 문제>




 

4. 이 책의 출간 이래, 새로운 원소가 발견되거나 명명된 것이 없는지 조사해 보자.

 

 


* 414, <부록>





4번 문제 해답: (아쉽게도 2008년 현재는 없다.)



이 책의 문제 중 하나는 새로운 원소가 발견되었는지를 묻는 것인데, <부록>의 해답에는 ‘2008년 현재는 없다라고 되어 있다


2012년에 원자 번호 114의 정식 명칭플레로븀(flerovium)으로 확정되었다. 원소 기호는 FI이다. 2016년에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원자 번호 118번의 이름은 오가네손(Oganesson, 원소 기호: Og)이다.[주1]


‘The Amazing Randi’라는 별명을 가진 마술사로 활동한 회의주의자 제임스 랜디(James Randi)인쇄된 이야기를 접할 때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주2] “전문가가 그렇게 말했다.”, “교과서에 그렇게 적혀 있다.” 우리는 전문가와 그들이 쓴 책을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사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회의주의자는 책과 신문에 나온 이야기를 무조건 사실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권위가 된 지식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검증해야 한다.

 


* 46





중력은 본질적으로 약하지만 언제나 인력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중력은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전자기력보다 제일 약하다. 하지만 중력은 질량이 있는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면서 생기는 힘이 아니다. 중력은 질량이 있는 물체가 시공간을 휘거나 구부리면서 생기는 부산물이다.[주3]







포드는 2011년에 양자물리학과 관련된 책을 더 펴냈다책 이름은 <101 Quantum Questions: What You Need to Know About the World You Can’t See>번역본 이름은 양자: 101가지 질문과 답변(이덕환 옮김까치, 2015)이다전작 케네스 포드의 양자물리학 강의에 다룬 양자물리학의 주요 개념들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 쓴 책이다








[1] 참고문헌: 오시마 켄이치, 원형원 옮김, 곽영직 감수 알수록 쓸모 있는 원소 118(Gbrain, 2020), 171, 173쪽.

 

피터 워더스, 이충호 옮김 원소의 이름: 신비한 주기율표 사전, 118개 원소에는 모두 이야기가 있다(윌북, 2021), 58쪽.





 


[2] 제임스 랜디, <여전히 사이비 과학과 회의주의의 길> 중에서, 한국 스켑틱 편집부 엮음, 김보은 · 김효정 · 류운 · 박유진 · 장영재 · 하인해 옮김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 스켑틱 10주년 베스트 에세이 (바다출판사, 2025), 281쪽.






 


[3] 참고문헌: 야우싱퉁 · 스티브 네이디스, 박초월 옮김 수학의 중력: 일반상대성이론부터 양자 중력까지, 우주를 지배하는 수학의 최전선 (동녘사이언스, 2025).





 

빌 브라이슨, 이덕환 옮김 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 2020), 149빌 브라이슨은 중력을 설명하기 위해 미치오 가쿠(加來道雄)초공간: 평행우주, 시간 왜곡, 10차원 세계로 떠나는 과학 오디세이(박병철 옮김, 김영사, 2018)를 재인용했다. 

 





<cyrus가 만든 정오표>



2018년 개정판에 있는 오탈자 1가 개정 2판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세상을 떠난 과학자들의 사망 연도가 적혀 있지 않다.


하인리히 로러(Heinrich Rohrer)와 존 휠러(John A. Wheeler)는 개정판이 나온 2018년 이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개정판에는 두 학자의 사망 연도를 표기하지 않았다



* 76





1058 1958





* 130





스티븐 와인버그(1933년 출생)


2021년 별세





* 198





하인리히 로러(1933년 출생)


2013년 별세




* 363




 

존 휠러(1911년 출생)


2008년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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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5-05-1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티븐 와인버그가 별세했는지 모르고 있었네요. cyrus 님 꼼꼼하신 모습에 늘 감탄합니다~

cyrus 2025-05-19 06:35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학자들의 별세 소식을 한 번 보면 잊어버리지 않거든요. 그래도 착각할 수 있어서 다시 한번 확인해요. ^^

페크pek0501 2025-05-1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양자물리학을 공부해야겠단 생각으로 장바구니에 담아 둔 책이 있어요. 읽는 게 어려울 것 같아 망설여지더라고요. .

cyrus 2025-05-19 06:39   좋아요 0 | URL
양자물리학 관련 책들이 아주 많아서 이 중에 몇 권 골라서 읽기가 쉽지 않아요. 좋은 책 딱 한 권 선택해서 읽었는데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책 읽기 전부터 어려워요. ^^;;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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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대구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6월의 세계 문학





소크라테스(Socrates)지혜를 사랑한(philosophy) 말쟁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온 ‘어떤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주1] 그는 자신을 훈계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신중하게 생각했고, 행동했다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Plato)은 이 신적인 존재를 다이모니온(daimonion)’이라고 불렀다. 다이모니온은 철학 하는 수호신이다.


토머스 드 퀸시(Thomas De Quincey)아편을 사랑한 글쟁이. 치통과 위장병은 궁핍한 생활로 허약해진 드 퀸시를 괴롭혔다. 한동안 잠잠했던 병은 불쑥 튀어나와 드 퀸시의 몸과 마음을 들이쑤셨다. 아픔을 참지 못한 드 퀸시는 아편을 자주 마셨다. 드 퀸시가 살았던 19세기 영국 사회는 지금과는 다르게 아편에 관대했다. 아편은 약국에 가면 구할 수 있는 진통제였다. 하지만 아편은 야누스(Janus)의 얼굴을 가진 마약이다. 통증이 조용해지면 소란스러운 금단 증상이 생긴다. 드 퀸시는 불면에 시달렸고, 눈앞에 환영이 펼쳐졌다. 이렇듯 정신이 어지럽거나 알 수 없는 불안이 덮치면 아편을 찾았다. 드 퀸시는 아편에 절인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세상에 알리는 글을 썼다. 그 글이 바로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약칭 고백’)이다.


고백은 드 퀸시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글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괴롭힌 글이기도 하다. 드 퀸시와 알고 지낸 시인 새뮤얼 콜리지(Samuel Coleridge)도 아편 중독자였는데, 그는 아편을 미화한 고백을 비난했다. 예전부터 아편 남용의 문제점을 주장한 의사들도 고백의 비난 행렬을 멈추지 않았다. 19세기 영국 사회는 변하고 있었다. 고백이 발표된 이후부터 아편을 관대하게 바라보던 여론이 줄어들었고, 대중의 아편 남용이 사회를 좀먹는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도덕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지식인들은 고백이 아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오히려 아편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드 퀸시는 고상한 비평가들의 반응에 맞서서 변론했다. 그는 아편 중독 문제의 원인을 무조건 고백탓이라고 몰아세우는 집단 심리를 비판했다.


드 퀸시는 아편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고통과 불행에 초연한 삶이다. 고통이 아예 없는 삶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편은 일시적으로 고통을 가라앉히게 해준다. 아편의 약효가 사라지면 고통이 다시 생긴다. 드 퀸시는 가난한 부랑자로 살아온 시절이 무척 힘들었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매춘부 앤(Anne)과 함께했던 가난한 시절을 그리워한다. 앤은 드 퀸시에게 선심을 베풀고, 지쳐서 거리 한가운데서 죽을 뻔한 드 퀸시를 살려주었다. 드 퀸시는 아편 중독에 관해 고백하기에 앞서 앤이 어떤 인물인지 소개한다. 앤은 드 퀸시의 은인이자, 드 퀸시에게 고통과 불행을 견디는 법을 알려준 수호신이었다.


아편쟁이생계형 글쟁이는 지금까지도 드 퀸시를 졸졸 따라다니는 명함이다. 이 명함을 치우면 철학쟁이드 퀸시를 만날 수 있다. 드 퀸시는 철학을 혼자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철학 저서를 쓰고 싶어 했다. 드 퀸시는 고백에서 종종 자신을 철학자인 것처럼 언급한다. 그는 성별, 신분, 학벌 등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과 어울리는 소크라테스 풍대화를 좋아한다고 했다(예비 고백, 47).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아무에게나 다가가서 먼저 질문을 던지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거리를 떠도는 부랑자의 삶, 행복을 느끼고 싶어서 아편을 마시는 일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는 품성. 고백》에서 드러난 드 퀸시의 삶의 자세는 플라톤이 미친 소크라테스라고 평가한[주2] 거리의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를 떠올리게 한다.


드 퀸시는 자신이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 아닌 겨울이라고 했다(『아편의 고통으로 들어가는 말』, 124~125쪽). 역시 고통을 견딜 줄 아는 사람답다. 남들은 따사롭고 편안한 봄을 좋아하지만, 그는 폭설과 한파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살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Seneca)고난과 불행을 차분히 견디면서 사는 삶은 결국 우리 정신을 강인하게 만들어준다고 했다.[주3] 고대 그리스 · 로마 고전을 즐겨 읽은 드 퀸시는 고백에 세네카를 인용하지 않았지만, 그는 세네카처럼 살았다.

 

니체(Nietzsche)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욱더 강하게 만든다라고 했다.[주4] 아편은 드 퀸시의 몸을 갉아 먹으면서 죽였다. 하지만 철학을 사랑하는 정신은 죽이지 못했다. 스토아주의자들은 철학을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약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가? 드 퀸시는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74세에 눈을 감았다). 드 퀸시를 강하게 만든 것은 아편과 철학이다.








[1]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31d, 79~80(강철웅 옮김, 아카넷, 2020). ‘다이모니온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루이-앙드레 도리옹의 소크라테스(김유석 옮김, 소요서가, 2023)을 참조할 것.

 

[2]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16<견유학파>, 518(김주일 · 김인곤 · 김재홍 · 이정호 옮김, 나남, 2021).

 

[3] 세네카, <섭리에 관하여> 4, 22~23(김남우 · 이선주 · 임성진 옮김, 세네카의 대화: 인생에 관하여, 까치, 2016).

 

[4] 니체, 우상의 황혼, <잠언과 화살>, 14~15(박찬국 옮김, 아카넷,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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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5-07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이 한국에도 벌써 번역되었군요.개인적으로 이책은 셜록홈즈가 왜 아편중독이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지식같은 설명으로 언틋본기억이 납니다.마약이아닌 기호식품으로써의 아편을 다룬 책이라고 들었는데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보고 싶군요

cyrus 2025-05-11 09:46   좋아요 0 | URL
홈스가 사건 해결을 위해 아편굴에 위장 전입한 일을 언급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본인 말로는 아편을 피우러 간 게 아니라고 해명해요. <네 개의 서명>에 홈스가 단순히 심심해서 코카인을 복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의 말을 믿으면 홈스가 아편을 복용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심심해서 약물을 즐기는 홈스가 아편을 그냥 지나쳤을지 위험한(?) 상상을 해보게 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