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미술관 - 인간의 욕망과 뒤얽힌 역사 속 명화 이야기
니시오카 후미히코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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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즐겨 다니다 보니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작품과 작가들에 얽힌 흥미로운 얘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미술과 관련한 다양한 얘기들이 미술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주는데 이 책은 '부'라는 

관점에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이후의 서양미술의 변천사를 다룬다. 유명 화가의 작품은 경매에서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되는 걸 생각하면 미술과 부의 상관관계는 쉽게 연결될 것 같지만 과연 이책에선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의 주제는 저자 말대로 '자본주의를 태동시킨 욕망의 명화 이야기'인데, 14~16세기 이후 600여

년간 유럽의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하는 미술사와 문화사를 관통하는 8편의 얘기가

소개된다. 먼저 페르메이르(베르메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앞세워 종교개혁 이후 미술계의 변화를

살펴본다. 종교개혁으로 신교에선 기존 가톨릭에서 교회를 장식하던 종교화나 조각상들을 우상숭배로

금지시키면서 신교 지역 화가들은 가장 큰 손인 교회를 잃게 되어 밥줄이 끊길 위기에 내몰린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고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기존 종교화에서 벗어나 정물화와 풍경화가 대세가 되는데

교회의 주문에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화가 스스로 부를 축적한 근대 시민들에 입맛에 맞는 작품을

내놓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교회를 중심으로 한 주문제작방식에서 기성품 전시 판매로 미술 비즈니스

모델이 급변하게 되었다. 페르메이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은 그의 단골 빵집의 3년치 빵값으로

납품되었다는 흥미로운 얘기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요즘도 그렇지만 미술 작가로서 활동을 하려면 후원자가 있는 게 큰 도움이 되는데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후원자를 찾아 여기저기를 떠돌았는데 그가 남긴 그림의 양대 산맥인

'최후의 만찬'과 '모나리자'는 서로 다른 운명을 맞이했다. '최후의 만찬'은 성당 벽에 그린 '부동산 

회화'여서 나폴레옹이 프랑스로 가져가고 싶어도 못 가져갔다면 '모나리자'는 '동산 회화'라 현재 

루브르가 소장할 수 있었다. 렘브란트는 집단 초상화로도 유명한데 흔히 '야경'이 의뢰인들의 불만을

사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책에선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메디치 

가문이 교황과 교황청의 사금고 역할을 하면서 르네상스 시대를 화려하게 꽃 피우게 한 점이나 신의

길드와 왕의 아카데미의 치열한 대립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권력자들이

미술을 자기 홍보에 활용한 경우가 많았지만 나폴레옹이 단연 압권이라 할 수 있었고, 처음 등장할 때

온갖 비난을 받았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은 폴 뒤랑뤼엘이란 미술상이 '카브리올 레그'와 '금테 액자'를

이용해 멋지게 포장함으로써 초고가 상품으로 거듭났다. 마지막으로 비평을 통한 브랜드화까지 미술이

단순히 예술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수많은 얘깃거리를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기존에 여러 책들을 통해 미술과 관련된 흥미로운 얘기들을 많이 접했지만

그 이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들이 무궁무진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는데 역시 아는 만큼 미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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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을 놓치지 마 - 꿈과 삶을 그린 우리 그림 보물 상자
이종수 지음 / 학고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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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관련 책들을 즐겨 읽곤 하지만 아무래도 서양미술 관련한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동양미술 아니

한국미술과 관련한 책을 본 적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그나마 최근에 여러 미술관의

전시들을 통해 우리 작가들의 작품들을 자주 만나고 있지만 대부분 최근작들인지라 고미술 작품들은

국립중앙박물관 정도는 가야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서화실 등에서 우리 미술의 명작들을

간혹 보곤 했지만 제대로 된 해설 없이 보다 보니 아쉬운 적이 많았는데 이 책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우리 그림 중에서 저자 개인적으로 보물로 여기는 명작 26점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상', '현실', '역사', '보물 아닌 보물들'의 네 가지 테마로 나눠 우리 회화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내가 직접 본 작품이 과연 몇 점이나 포함되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먼저 생겼는데

확인해보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에서 봤던 김홍도의 '추성부도'와

서울대박물관에서 본 '독서당계회도', 수원화성박물관에서 복제본을 봤던 '화성행행도병풍', 역시

복제본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봤던 '동궐도'와 '태조어진' 정도였다. 역시나 우리 명작들은 아직

보지 못한 작품들이 너무 많았는데 주로 간송미술관이나 리움에 있는 작품들이 많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작품들도 1년에 3번 정도만 서화실 전시 교체를 하다 보니 볼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먼저 '이상'

편에는 김홍도의 '마상청앵도'로 시작한다. 처음 보는 작품이었는데 봄이 오는 소리에 귀기울이는 모습이

요즘에 딱 맞는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다음 작품인 '추성부도'는 직접 봤을 때는 몰랐던 내용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김홍도의 남아 있는 마지막 작품이라 한다. 김홍도의 작품은 뒤에 '병진년화첩'과

공동제작한 '고산구곡시화도병'도 등장하지만 정작 그를 대표하는 풍속화첩이 빠진 건 좀 아쉬웠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세 차례에 걸쳐 풍속화첩에 실린 여러 작품들을 소개했는데 너무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오히려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이상'편엔 중국의 풍경을 담은 '소상팔경도'와 심사정의 '촉잔도' 등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김정희의 '세한도'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그림으로만 보면 좀 싱거운(?) 작품이지만 제주도에

유배가 있던 김정희에게 변함없이 중국에서 귀한 책을 구해다 보내준 제자 이상적과의 특별한 사연이

작품을 더 빛낸 게 아닌가 싶다. '현실'편에선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로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반열에 

오른 정선의 작품이 연이어 등장한다. '금강전도'와 '청풍계도'가 소개되는데 역시 또 다른 걸작

'인왕제색도'가 포함되지 않아 아쉬웠다. 내가 본 작품들만 피해가는 작가의 안목이 약간 서운한 점도

있었지만 오히려 몰랐던 작품들을 알게 해주니 더 좋다고도 볼 수 있었다. 윤두서의 '자화상'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도 있고 풍속화쪽에 유명한 김득신의 '야묘도추'나 신윤복의 '월하정인'도 등장했다.

'역사'편엔 아무래도 행사 장면 등을 담은 그림들이 주를 이뤘는데 태조 어진이나 최익현 초상처럼

초상화도 빼놓을 수 없었다. 마지막 보물 아닌 보물들에는 국내에 없어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작품과

국내에 있음에도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작품들이 나온다. 국외에 있는 작품 중엔 당연히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대표적이었고 아직 문화재 반열에 오르진 못했지만 저자가 사랑하는 조희룡의

'매화서옥도'와 장승업의 '호취도'도 만나볼 수 있었다. 문화재로 지정된 그림 중에는 불화도 많은 걸로

아는데 불화로는 일본에 있는 '수월관음도' 한 편만 달랑 등장한 점도 좀 아쉬웠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우리 회화의 명작들을 무더기로 만나볼 수 있어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이 

책에 나온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올 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 미리 예습한 것을

직접 감상해볼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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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소크라테스를 만나다 - 명화에 숨겨진 철학자의 시선들
이호건 지음 / 미디어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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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 제목을 봤을 때는 소크라테스와 관련된 그림들을 소개하는 책으로 생각했다. 소크라테스가

고대 그리스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소크라테스를 다룬 그림이 책 한 권을 쓸 정도로 많았나

하는 의문이 들긴 했는데 책 제목만 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실제 책 내용을

보니 소크라테스는 일종의 미끼(?)라 할 수 있었고 여러 주제들에 대한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해당 

주제에 관한 여러 철학자들의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 책에선 총 17개의 주제를 '인생'을 필두로 '사랑', '아름다움', '죽음', '철학', '자유', '실존' 등 주로

철학에서 다뤄지는 주제들이 총망라되었고 '독서'로 마무리를 한다. 대부분 한 주제당 두 개의 명화를

보여주면서 미술과 철학의 절묘한 콜라보를 시도한다. 먼저 '인생'에선 '우리가 모두 자기 인생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하면서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와 

클림트의 '여인의 세 단계'를 소개한다. 두 작품 모두 다른 책들에서 본 적이 있는 친숙한 작품들이지만 

이 책에서 함께 보니 비슷한 듯 다르면서도 인간의 일대기를 압축해 담아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월이 참 빨리간다고 느끼는데, 프랑스 시인 에르베 바진은 '강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물이 흐른다. 세월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나간다'라는 절묘한 표현을 남겼다.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지만 쉽지 않은 주제인 '사랑'과 관련해선 우리 화가인 신윤복의 '월하정인'을 

소개해서 이 책을 통해 처음 보게 된 것 같은데 역시 사랑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 작품의 핵심이자 인간이 가장 욕망하는 '아름다움'과 관련해선 다른 주제와 달리 무려 네 작품을

다룬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북유럽의 모나리자'라며

이와 비교되곤 하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전통적인 미를 다루었다면 모딜리아니의

'잔느 에뷔테른느'와 실레의 '무릎을 구부려 앉아 있는 여인'은 모두 자신의 연인을 그려 그들만의 독특한

미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과연 '아름다움'이 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이렇게 대부분

이미 본 적이 있는 명화들을 등장시켜 철학적 주제들을 좀 더 쉽게 풀어낸 책이었는데 조지 프레드릭

왓츠의 '희망'과 같이 이 책을 통해 처음 본 것 같은 그림들도 몇 점 있었다. '희망'은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버락 오바마와 같은 흑인 지도자들에 강렬한 영감을 줬다고 하니 그림이 새롭게 보였다.

이 책에서 그림을 빼고 철학적인 주제만 다뤘다면 훨씬 읽기가 쉽지 않은 그야말로 철학책이 될 뻔 

했는데 명화를 적절히 활용하여 명화 감상은 물론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철학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게 해줘서 미술과 철학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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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재능은 왜 죄가 되었나 - 칼로에서 멘디에타까지, 라틴아메리카 여성 예술가 8인
유화열 지음 / 미술문화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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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각 분야 진출과 활약상이 점점 두드러지는 가운데 미술계도 여자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분야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 미술가 중에 이름을 떨치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은데 내가 아는

여성 미술가 중 한 명이 프리다 칼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안 그래도 많지 않은 여성 미술가 중에서도

라틴아메리카의 여성 예술가 8명을 소개하는데 역시나 아는 사람은 프리다 칼로밖에 없었다. 여성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예술가로 아는 사람이라곤 프리다와 그녀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밖에 없다 보니 

과연 이 책에서 어떤 사람들을 다룰 것인지 궁금하면서도 기대가 되었다.


'투쟁', '치유', '혼종'이라는 세 개의 파트로 나눠서 8명을 다루는데 첫 번째 주인공은 예상 외로 멕시코

출신 마리아 이스키에르도였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인데(사실 프리다 칼로 외엔 모두 초면)

척박한 라틴아메리카에서 여성 미술가로 성장한다는 것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특히 멕시코에선

디에고 리베라 등 남자 예술가의 텃세가 심했기 때문에 그녀는 이 책의 제목이 된 '여자로 태어나 재능을

갖는 것은 범죄다'라는 처절한 한탄을 남겼다. 마리아는 프리다와 같은 시기에 마초 사회의 전통적인

여성상을 허문 대표적인 멕시코 여성 예술가로 작품 경향은 사뭇 달랐다. 프리다가 자화상에 천착하면서

삶과 예술에 깊이 파고들었다면, 마리아는 멕시코 여성 전체를 상징하는 인물을 그리고 장르를 가리지

않아 멕시코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으론 티나 모도티라는 사진

작가가 소개되는데 사진작가로서 활동한 건 7년에 불과했지만 공산주의자로 혁명 활동에도 열정을

바쳤다.


'치유' 파트로 넘어와서야 프리다를 만날 수 있다.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 아니 라틴 아메리카를 넘어

전세계에 대표적인 여성 예술가로 상당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작품 활동도 그렇지만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른 책에서도 프리다의

얘기는 많이 만나봤지만 이 책에선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사망할 때까지 그녀의 삶과 예술 세계를 제대로

정리하고 있어 프리다의 진면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론 쿠바 출신의 아나 멘디에타가 

등장하는데 학대와 차별에 맞서 여성의 몸을 소재로 한 행위예술 등을 선보였다. 브라질 출신의 리지아

클라크도 기존 예술의 틀을 벗어나 실험 정신을 발휘하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고, 쿠바 출신의 아멜리아

펠라에스는 쿠바와 라틴아메리카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기억되고 있다. 브라질의 모더니스트 아니타

말파티는 브라질에 모더니즘을 선보였다가 호된 비판에 전통 예술로 회귀하였고, 역시 브라질의 

타르실라 두 아마랄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 후 마음대로 변형하고 재창조한 '식인주의' 미술의 창시자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에도 여러 미술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였음을 알 수 있었는데 

여자가 미술가로 성공하기는 녹록하지 않았다. 대부분 편견과 차별에 맞서 치열한 투쟁을 벌이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몰랐던 라틴아메리카의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들을 맘껏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마련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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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젖어 - 나는 위로해 주었던 95개의 명화
손수천 지음 / 북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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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도 미술치료를 내세운 '오늘도 행복하기 위해 그림을 본다'라는 책을 읽었지만 미술작품이

정서적인 측면에서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도 총 95점의 

자신을 위로해준 미술작품을 선정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과연 어떤 작품이 선정되었고 어떤

사연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생이 막막하고 내 존재가 흔들릴 때', '세상의 어둠과 슬픔을 바라볼 때', '잃어버린

꿈과 희망이 그리운 순간에', '일상의 아름다움과 그림이 전하는 우주'의 총 네 파트로 나눠서 그림에

얽힌 사연들을 풀어놓는다. 친숙한 화가의 익숙한 작품들도 많았지만 거의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는

화가와 작품들도 적지 않았는데 영광의 첫 사연은 몬드리안의 작품이 차지했다. 초등학교 1학년 미술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검정색을 많이 칠했다고 선생님한테 핀잔을 들은 사연을 들려주는데 보통

검정색을 좋아하는 아이는 그리 많지 않은데 뭔가 남다른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대표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관련해선 과학적인 연구를 해보니 원래 속눈썹이 존재했었는데 

지워졌다는 몰랐던 사실을 알려줬다. 이렇게 유명한 작품은 사실 많지 않고 약간은 낯선 작품들을

소재로 사연을 들려주는데 어떤 작품에 위안을 받는다는 게 아무래도 저자의 개인적인 감상과 연관되다

보니 자신만의 특별한 작품들이 적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다. 오케스트라에서 조연에 불과했던 바순

연주자를 중심으로 그린 드가의 작품도 주목받지 못하던 존재의 중요성을 보여줘 인상적이었고, 프랭크 

톱햄의 '1665년 런던에서 흑사병으로부터 사람을 구하다'는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절의 절박한 순간을

포착해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세상의 어둠과 슬픔을 다룬 작품들에선 피터르 브뤼헬의 '장님을 이끄는 장님', '죽음의 승리'나 고야의

나폴레옹 군대의 만행을 고발한 '1808년 5월 2일', '1808년 5월 3일'이 나란히 등장해 분위기를 고조

시켰고, 내가 브뤼셀 왕립미술관에서 직접 봤던 자크 루이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도 나와서 반가웠다.

클림트의 '키스'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남녀 간의 혐오와 갈등의 이분법과 관련되어 등장해서 좀

의외였고, 거의 서양화나 조각이 다뤄지고 있는 가운데 신윤복의 미인도와 박수근의 작품들이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등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큐알코드만 

덜렁 있는 경우가 있는데 저작권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보다가 갑자기 그림 확인을 위해 휴대폰을

봐야 해서 불편한 점이 없진 않았다. 암튼 미술작품과 얽힌 저자의 여러 사연들을 엿보는 재미가 솔솔

했는데 미술이 얼마나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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