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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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 미술은 그리 연관성이 없는 것 같지만 예전에 '의미, 의학과 미술 사이'란 책을 봐서 그런지 그들의 미묘한 관계가 낯설지만은 않다. 이 책은 현직 내과전문의가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의

콜라보를 시도하고 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역시 의사의 눈으로 그림을 보면 일반인들이 놓칠 수

있는 의학과 관련된 부분에 관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준다.


먼저 고흐의 '영원의 문'이란 작품을 소개하는데 전에 다른 책에서 본 작품이지만 이 그림이 고흐가

자살하기 전 두 달 전에 그려 사실상 본인의 자화상이라고 얘기한다. 얼마 전에 읽었던 클래식 관련한

책들에서 만났던 차이코프스키의 초상화가 등장하는데 그의 죽음에 동성애로 인한 독살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줘서 좀 충격적이었다. 머릿니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나 모나리자의 도난 사건에 연루되어

곤욕을 치뤘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와 관련한 사연들은 정말 의사가 아니면 알아차리기 어러운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고야의 '의사 아리에타와 함께 한 자화상'에선 의학의 역사의 큰 줄기를 들려주고, 

오스트리아 황후로 일명 씨시로 불린 엘리자베스 폰 비텔바흐와 관련해선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녀를 그린 작품들과 함께 소개한다. 절세 미인이어서 황후가 되지만 자식들이 일찍 죽는 등 기구한

삶을 살았던 그녀는 죽음마저 어처구니가 없었다. 괴한의 칼에 찔리지만 이를 코르셋 때문에 알아

차리지 못하고 한참 후에야 사망했는데 죽고 나서는 오스트리아의 관광 아이템으로 크게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와 관련해선 역시 정신의학이, 성경 속의 카인과 아벨의

얘기를 다룬 작품들을 통해서도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형제간 경쟁이 언급된다. 모나리자를 제외하곤

내가 직접 본 작품들이 언급되지 않아 좀 아쉬웠는데(뮌헨 알테 피나코테크에 있는 작품이 나오지만

기억에 남아 있진 않았다) 확실하게 내가 사진까지 찍어온 프랑수아 부셰의 '퐁파두르의 부인의 초상'

(이 작품도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에 있다)이 나오니 무척 반가웠다. 루이 15세의 정부로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녀를 그린 여러 그림들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착한 사마리아인과 닥터 포지를 거쳐 드레퓌스 사건에 분노했던 에밀 졸라의 석연찮은 죽음에 

대해 다룬 후 아담의 전처(?)이자 팜 파탈의 대명사가 되고 만 릴리트의 사연, 체호프를 거쳐 마지막으로

책 제목에도 사용된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얘기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미술도 의사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얼마든지 관련된 작품들을 찾아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의학과

미술의 성공적인 콜라보를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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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생각 - 고전 미술의 대가들, 창작의 비밀을 말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외 61인 지음, 시슬리 마거릿 파울 비니언 엮음, 이지훈 외 옮김 / 필요한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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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들을 감상할 때면 과연 예술가는 어떤 생각과 의도로 작품을 만들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작품이 완성된 이후에는 작품을 만든 예술가의 생각과는 별개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예술가의 생각을 이해하는 게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과연 누가 어떤 작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특정

작품에 대한 설명은 아니고 유명 예술가들의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엮은이는 총 14가지 주제에 걸쳐 관련된 예술가들의 말(글)을 소개한다. 먼저 '예술가의 마음'으로 

시작하는데, 알프레드 스테방스라는 낯선 인물의 '예술이 가진 신비 속으로 스스로 파고 들어갈 수 

있는 힘을 가진 화가는 보통 훌륭한 비평가이가도 하다'라는 문구가 처음 등장한다. 헨리 푸젤리라는

역시 생소한 인물의 말을 거쳐 드디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등장하면서 '바위의 처녀'라는 작품 사진과

함께 그가 남긴 말을 들려준다. 바로 이어 미켈란젤로가 등장하고 알브레히트 뒤러의 '삼위일체의 

경배'란 작품과 함께 첫 번째 주제를 마무리한다. 예술가들의 생각들만 나열했다면 상당히 지루한 

책이 될 뻔 했는데 중간중간에 그 예술가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어 예술가들의 생각은 물론 작품 

감상의 시간도 가질 수 있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엮은이가 20세기 초반에 

주로 활동한 영국인임에도 중국과 일본의 예술가들의 작품과 말(글)을 수록하고 있어 동양 문화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는데 우리는 빠져 있어(당시 우리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 

좀 아쉬웠다. '목표와 이상', '예술과 사회' 등 예술가의 이상에 관한 얘기들을 먼저 다룬 후 '공부와 

연습', '만드는 방식들', '매너리즘'까지 작업 방식에 대한 얘기를 거친 후 본격적인 작업 과정에 들어가 

'소묘와 디자인', '색', '빛과 그림자','마감'과 관련된 생각들을 소개한다. 후반부는 '초상화', '장식 

예술', '풍경화' 등 예술의 장르들에 대해 언급한 후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예술에 관한 

대표적인 명언으로 마무리한다. '회화는 보이는 것을 갖고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는 기술입니다'

라는 외젠 프로망탱의 말처럼 인상적인 문구들이 적지 않았는데 엮은이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남긴 

말들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냈는지도 궁금했다. 아무래도 예술가들이 예술에 대해 남긴 말들이다 보니 

조금은 전문적인 내용도 있었지만 그들이 자신들이 하는 작업과 작품들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예술가들의 생각보단 작품 자체를 보는 재미가 더 컸는데 

친숙한 작품들보다는 처음 보는 작품들이 상당히 많아 어느 미술책 못지 않은 구성으로 눈을 즐겁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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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서양미술 인문여행 시리즈 14
샤를 블랑 지음, 정철 옮김, 하진희 감수 / 인문산책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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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예술의 쓸모', '그림의 힘' 등 일련의 미술책들을 보면서 그림 보는 재미에 푹 빠졌었는데 

이번엔 좀 더 이론적인 책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사실 이 책과 비슷한 제목인 '내 손 안의 교양미술' 

이란 책을 읽은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좀 더 전문적인 책을 찾다 보니 19세기 프랑스 당대 최고

미술평론가라는 샤를 블랑의 이 책과 만나게 되었다.


예술 교육을 목적으로 한 책답게 총 18장에 걸쳐 예술, 특히 회화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예술의 기초 지식을 담고 있는데 회화 교과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

대중이 보기에는 쉽지만은 않은 책이었는데 그래도 좀 더 미술작품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봤다. 먼저 회화의 '독립'으로 시작하는데, 회화는 자연의 모든 실재를

수단으로 영혼의 모든 개념을 하나의 통일된 표면 위에서 형태와 색상으로 표현하는 미술이라고 정의

한다. 흥미로운 점은 조각과 회화가 건축이라는 요람에서 나왔다고 보는 점인데, 같은 태반에서 조각이 

먼저 떨어져 나오고 회화가 나중에 떨어져 나왔다고 한다. 건축이 조각이나 회화보다 먼저라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인간 영혼의 모든 강조점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메아리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작업을

수행한 것이 바로 회화라고 말한다. 회화가 대상을 모방함으로써 영혼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예술이

자연의 주위를 맴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처럼 자연이 예술의 주위를 도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예술(회화)과 자연과의 관계를 완전히 역전시키는 발언이었다.


사실 이 책에서 다루는 회화에 관한 이론들은 미술 전공서적의 내용이나 다름이 없어 솔직히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다. 그나마 이해를 도와주는 것은 실제 작품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것인데 예시로 든

작품 사진이 대부분 실려 있어서 글로만 읽었으면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을 내용들이 그림으로 보니

조금이나마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마지막에 이 책에 수록된 그림 목록을 나온 

순서대로 따로 정리해 놓고 있어 큰 도움이 되었는데 루브르 박물관이나 바티칸 박물관 등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유명 박물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았고, 특히 내가 가본 뮌헨의 알테

피나코테크 작품들이 대거 등장해 반가웠다. 사실 시간이 별로 없어 대충 보느라 많은 작품들을 꼼꼼히

보지 못해 아쉬웠던 곳인데 이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도 거의 기억나는 작품이 없었다. 그동안 읽었던

대부분의 미술책에선 작가나 작품의 내용에 대한 소개가 주를 이루었던 반면, 이 책은 미술 기법과 

그 효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니 그동안 그림을 보면서 놓쳤던 부분들이 뭔지를 깨닫게 되었다. 특히

보색에 관한 이론은 이번에 제대로 정리할 수 있었는데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이 책에서 처음 제시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몰랐던 화가와 작품들을 무수히 만났는데 서양회화의 방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 자체가 고흐를 비롯한 후기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는데 서양

회화의 기본 이론을 집대성하고 있는 책이어서 언제 시간을 내어 차근차근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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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리커버 에디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8.0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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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예술의 쓸모'라는 책을 읽어서 그런지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지만 이 책에선 

미술 작품을 통한 소통과 치유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전방위적인 쓸모를 다뤘던 앞의 책과는 약간 초점이

다르다 할 수 있다. 알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이란 책의 

저자여서 구면이었다. 책 표지부터 모네의 '정원의 여인'이란 작품을 사용해서 그야말로 미술책임을

표방한 이 책은 저자가 미술치료 분야의 전문가답게 그림의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얘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삶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또 가장 향상시키고픈 'Work(일)', 'Relationship(사람

관계)', 'Money(부와 재물)', 'Time(시간관리)', 'Myself(나 자신)'의 다섯 가지를 주제로 저자가 오랜

시간 임상현장에서 효과가 좋았던 명화들을 엄선하여 소개하면서 작품을 소재로 한 에세이 형식의 

글을 담고 있는데 그림을 감상하며 저자가 들려주는 얘기를 들으면서 힐링이 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먼저 '일'에선 지친 머리를 맑게 하고 집중력과 에너지, 의욕을 자극해 일의 행복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그림들을 소개하는데, 첫 번째로 소개되는 영광은 빈센트 반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가 차지한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조용한 카페의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그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인데 마지막에 고흐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별이 나를 꿈꾸게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

하다'는 말로 마무리한다. 이렇게 각 작품마다 그림에 대한 설명과 느낌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예상 

외로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 상당히 많았다. '사람 관계'에선 외로움이나 상처처럼 사람으로부터 오는

결핍들을 치유하고 나의 사람 관계를 돈독히 꾸려나갈 수 있는 그림들로 채웠다고 하는데, 이중섭의

'해와 아이들'이나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등장해서 좀 의외라 할 수 있었고,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등 유명 작품도 있지만 역시나 낯선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부와 재물' 관련해선 떼려야 뗄 수 없는 돈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재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들을 소개했다고 하는데, 그림만 봐선 돈과 무슨 관계가 있나 싶기도 했지만 대부분 돈보다 더

중요한 뭔가가 있음을 알려주는 그림들이라 할 수 있었다. '시간관리'에선 나를 둘러싼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고 편안히 마주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었는데,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나 아르침볼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인간의 일생의 변화를 담아내어

이 주제에 딱 맞는 작품들도 있었고, 내가 벨기에 왕립미술관에서 직접 봤었던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당시엔 이 작품이 이렇게 의미가 있는 줄은 몰랐다)이 등장해 반가웠다.

마지막 '나 자신'에선 나만의 리듬과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게 해주는 그림들로 마무리를 하는데

역시 자화상(젠틸레스키, 윤두수)이나 자신을 사랑해서 비극을 맞은 나르키소스(카라바조) 등을 다룬

작품들이 등장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부분 내가 모르는 그림들이라 역시 미술의 세계를 제대로 

알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절감했는데 다섯 가지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며 얘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에 새삼 감탄했다. 미술치료 전문가라 그런지 그 수많은 작품들에서 적절한 

작품을 골라내는 안목에 놀라웠고 그림을 보면서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을 주목하게 만드는 능력도

돋보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저자가 말하려는 '그림의 힘'이 뭔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는데 그림 

감상을 하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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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9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 2020-09-20 09:45   좋아요 0 | URL
클로드 모네의 ‘정원의 여인‘이란 작품입니다. 책 표지도 감상할 작품입니다.
 
예술의 쓸모 -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
강은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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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예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예술을 수단으로 여기는 건 예술을 대하는

제대로 된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예술이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대놓고 예술의 쓸모를 얘기한다고 하니 좀 불편한 마음이 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예술의 영역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느껴

지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예술과 예술가의 삶에서 배울 수 있는 32가지의 통찰을 소개한다.


'우리가 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시대를 매혹한 스마트한 전략가들', '예술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 '어디까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예술이 가르쳐준 삶의 자세'까지 총 5부에 걸쳐 예술과 

예술가의 삶을 통해 자기 마음을 마주하고, 당연한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얻으며, 세상을 매혹한

창조적 전략을 배울 수 있도록 안내한다. 먼저 예술에서 얻을 수 있는 여섯 가지 가치로는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 심미안, 감정을 위로하는 카타르시스, 감각의 확장과 욕망의 이해, 창조성, 통찰을 

제시한다. 운동을 하면 근력이 좋아지는 것처럼 예술을 감상하면 자연스레 심미안이 좋아진다면서

심미안이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이 무의미하다고 지나치는 많은 것에서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어 일상을 훨씬 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카타르시스와 관련해선 '예술은 우리 영혼에

묻은 일상생활의 먼지를 씻어준다'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을 인용하는데,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새우는

사람들'을 감상하며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묵은 감정이 깨끗이 정화되는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해준다.

이렇게 예술은 감각을 넓혀 디테일에 주목하게 하고,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창조력과 통찰력을 키워주는데, 2부에선 호가스, 다비드, 루벤스 등 시대정신을 읽고,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한 예술가들의 삶을 보여준다. 당대의 시대정신을 꿰뚫은 '유행에 따른

결혼' 등을 통해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포착해 스마트한 포지셔닝 전략으로 성공한 윌리엄 호가스, 루이 16세의 국비장학생에서 혁명가 로베스피에르의 친구였다가 황제 나폴레옹의 예술가로 변신을

거듭하며 격동기의 프랑스에서 항상 최고 권력자 곁에 있었던 자크 루이 다비드, 지난 유럽 여행때

갔던 미술관마다 상당수의 작품들을 보여줬고 기대치를 넘는 감동을 선사하는 고객 만족 작품들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루벤스 등 자신만의 독특한 무기를 통해 당대 최고의 화가가 된 인물들의 열전을

만날 수 있었다.


3부에선 고흐, 페르메이르, 무하, 마이센 도자기 등을 통해 캐릭터 마케팅과 스토리의 힘, 네트워킹과

열정이 이들을 시공간을 뛰어넘어 오랫동안 사랑받게 만든 비법임을 보여준다. 특히 생전에 겨우 한

작품만 팔았던 고흐가 현재의 명성을 누리게 된 것이 고흐의 동생 테오의 아내였던 요한나가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결과임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4부에선 로스코, 칸딘스키, 마그리트 등 현대미술가와

현대 건축가 프랭크 게리, 중세 태피스트리까지 다양한 예술을 통해 다채로운 욕망을, 5부에선 예술이

삶을 대하는 자세를 주제로, 평생 죽음을 두려워했음에도 '키스' 같은 황홀한 삶의 순간을 표현한 

작품을 남긴 클림트, 아무도 관심 없었던 무대 뒤를 주목한 드가, 문명을 버리고 야생의 힘에 도취된

비운의 화가였으면서 어떤 삶을 선택할지 질문을 던진 고갱 등을 통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무려 32가지나 되는 예술의 쓸모를 소개하고 있지만 예술은 굳이 

특별한 쓸모가 아니어도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여러 예술가들의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만나면서 예술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 우리의 삶에 있어 예술이 어떤

역할과 의미를 가지는지를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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