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는 지혜를 사랑한(philosophy) 수많은 철학자를 찬양하라고 만들어진 기념비가 아니다. 철학사는 철학자라는 산봉우리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지도. 대부분 철학사 지도는 고대 그리스에 있는 산봉우리에 시작한다. 하지만 실제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그리스가 아닌 지역에서 활동했다. 철학사에서 언급되는 고대 그리스아테네와 스파르타로 대표되는 그리스 본토의 도시 국가들과 이들에게 지배받은 식민 도시 국가들을 가리킨다. 서양 최초의 철학자로 알려진 탈레스(Thales)는 가장 먼저 생긴 철학 산봉우리다. 탈레스는 현재 튀르키예 영토가 된 이오니아의 밀레토스에서 태어나고 활동했다. 이오니아는 그리스의 식민 도시였다. 


철학사 지도의 종류가 많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지도에 표기된 철학자 산의 개수도 차이가 난다.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비교적 젊은 철학자 산들을 비중 있게 다루는 철학자 지도가 나오고 있지만, 이미 만들어져서 유통된 대부분 철학사 지도는 최신 정보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런 철학사 지도들은 현대 철학자로 분류되는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산들까지 소개한다. 철학자 산을 오르려면 철학자 산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철학 사상을 반드시 습득해야 한다. 그런데 철학자 지도마다 철학 사상에 관한 주요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아주 잘 만든 철학자 지도를 딱 하나만 고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철학사 지도에 적힌 내용은 변한다. 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수정될 수 있으며 새로운 정보가 추가될 수도 있다. 맨 처음 언급했듯이 철학사는 불완전한 지식이 담긴 지도이지 완벽한 기념비가 아니다. 철학을 공부하다 보면 철학이 아닌 철학사를 사랑하는 경우가 있다.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철학사를 사랑하는 사람은 다르다.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철학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식을 검토하면서 숙고한다. 플라톤(Plato)의 대화 편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묘사된 소크라테스(Socrates)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 플라톤, 강철웅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명(아카넷, 2020)



 최대로 좋은 일은 여기 사람들에게 그러듯 그곳 사람들을 검토하고 탐문하면서 지내는 일입니다. 그들 가운데 누가 지혜로운지, 그리고 누가 지혜롭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은 아닌지 하는 것들을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41d, 112)



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철학자들을 많이 아는 일에 매달리지 않는다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철학 사상을 지적인 면모를 돋보이게 하는 장식품으로 여기지 않는다철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철학자들의 견해에 동의하지만, 한계나 결점으로 보일 만한 내용이 있으면 검토한다. 소크라테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철학자의 견해를 검토하는 철학 공부는 모든 논변을 동원해서 저항하는 행위.

















플라톤, 전헌상 옮김 《파이돈》 (아카넷, 2020)



 자네들은, 내 말을 따를 거라면, 소크라테스는 조금 생각하고 진리를 훨씬 많이 생각해서, 내가 뭔가 맞는 말을 하고 있다고 자네들에게 믿어지면 동의하되, 그렇지 않다면 모든 논변을 동원해서 저항하게나


(《파이돈》 91c, 98)



철학사를 사랑하는 사람은 철학을 숙고하고 검토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그들의 일차적 목표는 철학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철학사를 사랑하는 사람은 철학 원전을 쉽게 가공한 철학사를 편애한다. 철학 원전에 본격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이해하기 힘든 철학 용어는 외운다. 철학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철학 사상의 정수가 담긴 용어만 알고 있으면 철학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철학사를 사랑하는 사람철학자의 어깨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 앵무새. 앵무새가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 내듯이 철학 앵무새는 철학사 내용을 똑같이 흉내 낸다. 철학 앵무새는 철학자들에 저항하는 힘이 없다. 앵무새는 똑똑하지만, 철학 앵무새는 똑똑한 척한다.


철학 앵무새가 되지 않으려면 철학 원전을 직접 읽고, 철학사를 검토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사실 이런 독서 방식의 과정은 번거롭고, 그만큼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오독의 위험성도 있다. 그래도 철학사 지도가 알려주는 쉬운 길보다는 철학 원전이 알려주지 않는 어려운 길에 도전하고 싶다.


항상 책을 읽으면 철학 전문 서점 <소요서가>가 만든 책갈피를 사용한다. 그 책갈피 속에 적힌 칸트(Immanuel Kant)의 말이 내게 책을 적극적으로, 좀 더 거칠게 읽으라고 부추긴다.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

 



나는 이 책갈피에 또 하나의 용기를 눈빛으로 적는다. “나의 무지와 오류를 인정할 용기를 가져라!” 이런 용기까지 충만하면 철학을 열렬하게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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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 예술 과학 철학, 그리고 인간
케네스 클라크 지음, 이연식 옮김 / 소요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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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협찬받고 쓴 서평이 아닙니다.

철학 전문 서점 <소요서가>에서 구매한 책입니다.




평점


2.5점  ★★☆  B-





문명은 어떻게 현재 모습이 되었을까. 지금까지 문명의 시작점과 발전 과정을 요약한 견해들이 숱하게 나왔지만, 이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인류는 고대, 중세, 근대를 거치면서 앞서 창출된 학문과 예술의 정수를 ’에 담아서 보존하고 후대에 전수했다. 이 기록들이 차곡차곡 모여지면서 문명이 계속 발전됐다지성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일은 문명이 성장한 흔적을 되돌아보는 긴 여정이다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John Ruskin)역사를 세 권의 책으로 비유했다. “위대한 민족은 자신의 역사를 세 권의 책으로 보여준다. 행동의 책, 언어의 책, 예술의 책이다. 각각의 책은 다른 두 권의 책을 읽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세 권의 책 중에 가장 믿을 수 있는 것은 예술의 책이다.” 러스킨은 미술 비평문을 써서 젊은 화가들의 재능을 널리 알렸다. 전업 화가는 아니었지만,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예술의 가치를 믿었다


인류의 학문과 예술을 모아 놓은 책이 발명되지 못했으면 인류는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과 똑같이 곤경에 처했을 것이다. 따라서 역사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과 같다.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앨범이다. 우리는 이 앨범을 보면서 비로소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영국의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러스킨이 중요하게 여긴 예술의 책을 펼쳐서 문명의 역사를 읽었다그리고 본인만의 관점이 반영된 예술의 책을 다시 만들었다. 그 책이 바로 1969년에 BBC TV 시리즈로 방영된 문명: 예술 과학 철학, 그리고 인간이다.


기존 서양 역사서들은 문명을 논할 때 고대 그리스와 로마부터 시작한다. 대부분 역사가는 학문이라는 꽃이 만발한 지역을 문명의 발상지로 여긴다. 바로 이어서 고대 중동, 동아시아에 활짝 핀 학문의 꽃들을 소개한다. 문명은 서구에만 있는 정원이 아니다. 케네스 클라크는 동양에도 문명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동양 언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동양 문명을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그는 서문에 문명여백이 많은 예술의 책이라는 사실을 언급한다그는 동양 예술뿐만 아니라 독일 낭만주의 등 다루지 못한 예술사조가 너무 많다고 시인했다.







저자는 예술을 문명 성장의 기준점으로 잡은 다음에 종교와 음악, 문학, 과학, 철학까지 관심사를 쭉쭉 뻗어나간다. TV 시리즈 <문명>의 주연은 예술이다. 그동안 예술은 대하드라마 같은 역사에 조연 또는 단역으로 출연했다케네스 클라크는 위대한 문명이 생기려면 반드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천재 예술가한두 명이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문명이 천재들의 업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관점을 취한다. 천재를 믿는(문명270)’ 저자는 사회적인 상황이나 정치제도와 같은 외적 환경이 예술에 영향을 준다는 관점을 거부한다.


개인의 뛰어난 역량이 문명을 만든다라는 저자의 관점은 너무 밋밋하고 고리타분하다.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하는 인간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케네스 클라크는 러스킨이 말한 예술의 책에 영감을 얻어 문명을 썼다고 했다. 하지만 문명을 바라보는 클라크의 관점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영웅 숭배론》(박상익 옮김, 한길사, 2023년)에 가깝다칼라일은 영웅의 조건으로 성실성과 통찰력을 꼽았다. 그는 인류가 누리는 모든 것은 영웅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H. (Edward H. Carr)역사란 위인들의 전기라고 주장한 칼라일의 관점이 영웅사관이라고 비판했다(김택현 옮김, 역사란 무엇인가》, 개역판, 2015, 까치, 72쪽). 이로 인해 칼라일은 영웅사관을 확립한 학자로 오랫동안 지목받았다그렇지만 칼라일이 선호한 영웅은 비범한 천재가 아니라 성실한 노력형 천재


케네스 클라크의 천재 예찬론은 영웅사관과 맞닿아 있지 않다. 그는 천재를 미화하지 않았으며 문명에 드리운 그림자도 살핀다. 그는 문명의 정점인 르네상스를 칭찬하면서도 한계를 지적한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르네상스는 궁정에서 활동하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의존하던 시대다. 이 책 마지막에 클라크는 문명의 위대한 성취에 눈이 멀면 생기는 ‘자만심(Hubris)’을 경계한다. 그는 문명이 무질서하게 파괴되지 않으려면 역사에서 배우려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명45년 전에 만들어진 책이다이 책 속에 담긴 모든 지식은 영원하지 않다우리가 옳다고 믿는 지식에도 수명이 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항상 변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문명여백이 많은 책이다. 그리고 고쳐야 할 내용도 많은 책이기도 하다



* 127





 아케이드는 리듬과 균형을 지녔고, 사람을 기분 좋게 맞아들이는 개방성이 있습니다. 이는 앞선 시대에 생겨나 여전히 그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저 어두운 고딕 양식과 완전히 모순됩니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쓴 문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말한 철학자는 프로타고라스(Protagoras).




* 228

 




 셰익스피어 이래 오늘날까지 레오파르디(Giacomo Leopard, 1789~1839)나 보들레르 같은 위대한 염세가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어쩔 수 없는 무의미함을 셰익스피어만큼 강렬하게 느꼈던 사람이 있을까요?

 


레오파르디의 정확한 알파벳 표기는 ‘Leopardi’. 책에 ‘i’가 빠져 있다. 사망 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1837년이다.




* 270~271


 흔히 베살리우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근대 최초의 위대한 해부학자 판 베셀은 네덜란드인이었습니다.



베살리우스(Vesalius)의 출신지에 대한 부연 설명이 있어야 한다. 베살리우스는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당시 브뤼셀은 신성 로마 제국의 일부인 합스부르크 네덜란드(Habsburg Netherlands)에 속했다. 그래서 케네스 클라크는 베살리우스를 네덜란드인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베살리우스를 벨기에 출신 해부학자로 많이 소개되는데, 브뤼셀의 역사를 생각하면 클라크의 설명이 무조건 틀렸다고 볼 수 없다.



* 286~287


 데카르트가 빛의 굴절을 연구했다면, 하위헌스는 파동설을 내놓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네덜란드에서 이를 이루어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뉴턴이 입자설을 제창했습니다. 이는 잘못된 것이었거나 어쨌든 하위헌스의 파동설보다 나을 게 없었지만, 뉴턴의 가설은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권위를 잃지 않았습니다.



빛의 성질이 파동과 입자 중 어느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17세기 과학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당시 뉴턴(Isaac Newton)의 권위가 막강해서 입자설이 우세했다. 그러나 맥스웰(James Clerk Maxwell)빛은 전자기파라고 주장하면서 파동설이 우위를 점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양자역학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견해가 등장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빛은 파동과 입자 형태를 모두 갖춰진 이중적인 성질이다.



* 363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el, 1525~1569)1522에 안트베르펜에서 로마로 가는 길에 알프스를 스케치했습니다. 이 그림에는 지형에 대한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는 요소가 보이며, 훗날 그의 그림 속에 이용되어 감동적인 효과를 자아냅니다.



피터르 브뤼헐의 출생 연도는 불분명하지만, 1525년부터 1530년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브뤼헐이 1522에 여행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브뤼헐은 1551년에 로마로 향하는 여행을 시작했다. 아마도 원서에 고쳐지지 않은 오류이거나 역자의 실수일 것이다. 클라크는 브뤼헐이 알프스를 스케치했다고 설명했는데, 여행 기간에 산의 풍경을 그린 스케치들이 브뤼헐의 작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출처: Wikipedia, Pieter Bruegel the Elder)




* 426





발자크(Honore de Balzac, 1597~1654)



오노레 드 발자크의 출생 연도와 사망 연도가 틀렸다. 1799년에 태어나서 1850년에 사망했다. 1597년에 태어나서 1654년에 사망한 인물의 정체는 장 루이 게즈 드 발자크(Jean-Louis Guez de Balzac). 프랑스 출신의 작가이며 아카데미 프랑세즈 창립 회원 중 한 사람이다.


옮긴이가 쓴 주석에도 오류가 있다



* 69쪽 역주 62 [안티고네]

 




 기원전 441년경 상연된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의 주인공. 왕의 금령에도 불구하고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매장하고 그 때문에 자신도 처형당한다.



소포클레스(Sophocles)의 비극에 묘사된 안티고네(Antigone)는 감옥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한다.




* 245~246, 246쪽 역주 170 [롱기누스]

 




 에라스뮈스 이래 북유럽의 지식인들이 성인의 유골에 대한 신앙을 모욕했는데, 그렇다면 성유골의 중요성을 강조해서는 산 피에트로 대성당 안에 네 개의 대지주를 거대한 성유골함으로 만들겠다는 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들 대지주 중 하나에는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찌른 창의 일부가 들어 있고, 그 앞에는 새로운 광명에 눈이 부신 것 같은 표정으로 하늘을 우러러보는 베르니니가 만든 롱기누스 상이 서 있습니다.

 

[역주] 3세기 그리스의 신플라톤주의 철학자.



전설에 따르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있을 때 롱기누스(Longinus)라는 로마 병사가 예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찔렸다. <요한복음서>에는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병사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외경 복음서로 알려진 <니코데모 복음서>에 이름이 나온다. 롱기누스와 관련된 역주에 ‘3세기 그리스의 신플라톤주의 철학자로 잘못 적혀 있다. 기독교 전설에 나오는 로마 군인과 고대 그리스 철학자는 이름만 같은 다른 인물이다. 역자가 언급한 철학자는 카시우스 롱기누스(Cassius Longinos, 213?~273)로 추정되는데, 사실 카시우스 롱기누스는 플라톤 철학을 계승했으나 플로티노스의 신플라톤주의 철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314, 역주 197 [데모크리토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애국적 웅변가.



데모크리토스(Democritus)는 세계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원자설을 주장한 압데라(아브데라) 출신의 철학자. 아테네에 활동한 웅변가는 데모스테네스(Demosthenes, 기원전 384~기원전 322).


보조사가 틀린 문장도 있다.



* 98






기사도 → 기사도




* 310





 현재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미술관에는 루비야크 만든 헨델 상이 있는데, (생략)



루비야크 루비야크





* 457






쇠라의 <아니에르의 물놀이> 쇠라의 <아니에르의 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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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콜리니코프 2024-06-27 0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86쪽에도 편집 오류가 있습니다. 한번 보시고 내용에 추가하셔도 될 것 같네요ㅎㅎ

cyrus 2024-06-30 20:5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라스콜리니코프님이 알려주신 286쪽에 ‘몬드리안’이 어색하게 인쇄되어 있어요. 사진 찍고 정리하다가 286쪽 인쇄 오류를 포함하지 못했어요. 그것도 추가할게요. ^^
 
소크라테스의 변명 정암고전총서 플라톤 전집
플라톤 지음, 강철웅 옮김 / 아카넷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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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여러분, 저는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지금 제 머릿속에 텅텅 비어 있는 상자들로 가득하답니다. 그 상자의 정체는 ‘무지()’이에요. 이 무지함에 무얼 채워 넣어야 할까요? 저는 책을 삽니다. 제가 책을 읽으면 눈동자는 바삐 움직여요. 무지함에 담을 만한 지식을 찾는 거죠. 그 순간 뇌도 분주해요. 눈동자를 통과한 지식을 무지함에 담을 수 있게 깎고, 자르고, 다듬어요.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비어 있는 무지함이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아요. 아무것도 없어서 새까맸던 무지함은 잘 정돈된 지식을 품은 똑똑함()’으로 변하거든요.똑똑함은 빛이 나요. 똑똑함이 많은 사람의 생각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밝아요.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무지함이 많은 사람을 만나는 거예요.


똑똑한 사람이 타인을 만나면 제일 먼저 말을 걸어와요. 타인과 대화할 때 똑똑함의 빛으로 상대방의 말을 두드려 봅니다. 똑똑, 가벼운 말 속에 아무것도 없어요. 똑똑, 계속 두드리면 이상한 소리가 나요. 개가 짖는 소리가 아닌데도 사람들은 그 소리를 개소리라고 불러요. 개소리는 무지한 사람의 귀에 잘 들리지 않아요똑똑한 사람은 무지한 사람이 보이면 자신의 빛을 쏘아 대요. 국어사전은 이런 행위를 계몽(enlightenment)’이라고 알려주네요. 우리는 책을 많이 읽으면 똑똑해질 수 있다고 믿어요. 누구나 선망하는 똑똑한 빛은 책을 많이 읽은 기업가의 빛일 거예요. 그들의 빛은 재물(財物)이 되니까요.


, 여러분. 여러분에게 질문할게요. 똑똑한 빛의 강도가 세면 좋은 걸까요? 책을 많이 읽으면 우리의 똑똑한 빛은 영원히 화려할까요? 책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찬찬히 검토해 봅시다.


똑똑한 사람은 무지를 경멸해요. 계몽주의자는 무지로 어두운 세상을 원하지 않아요. 본인은 똑똑하다는 자신감은 계몽을 위해 쓰이는 빛의 강도를 높여줘요. 그런데 똑똑하다고 자부했던 사람들이 왜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일까요? 앞서 제가 개소리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말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했어요. 본인의 무지함을 잘 모르는 거죠. 여러분, 똑똑함을 100개든 1,000개든 엄청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도 무지해요. 똑똑하다고 자신만만한 사람은 정작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지 못하거든요. 이를 심리학 용어로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해요.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 크게 부풀려서 상대방에게 보여 주려고 해요. 똑똑함의 빛이 과장되면 그 빛나던 상자는 오만함()’으로 변해요오만함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아요. 오히려 오만한 빛으로 자신의 생각과 다른 타인을 공격하며 제압하려고 해요. 오만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은 밝아지기는커녕 빛 좋은 개소리가 더 많아집니다. 겉은 화려해도 속은 칙칙한 빛이죠.


여러분, 저는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책을 읽을 때도 항상 무지함 한두 개는 따로 챙겨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의 머릿속에는 똑똑한 상자뿐만 아니라 무지한 상자도 여러 개 있었을 거예요. 소크라테스는 본인은 무지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거든요. 그는 자신이 똑똑한지, 아니면 상대방이 똑똑한지 검토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말을 걸었어요. 질문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소크라테스가 익숙하지 않은 아테네인들은 불만이 많았어요. 결국 멜레토스(Meletus)라는 사람이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습니다. 아테네 법정에 선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검토 없이 사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소크라테스의 변명38a, 101)’라고 말합니다.


여러분, 저는 항상 책을 검토하듯이 읽어요. 한 개의 단어가 눈동자를 지나가다가 걸리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거든요. 이때 저는 생각해요. 책에 적힌 단어의 정의가 과연 사실일까? 아니면 내가 지금까지 단어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었나? 제일 먼저 의심합니다. 책 읽기를 멈추고 단어를 검토해 봅니다. 단어의 정의를 뒷받침해 주는 타당한 근거나 단어의 정의를 다르게 보는 견해를 찾기 위해 책을 또 사고, 또 읽습니다. 여러 권의 책을 요리조리 보면서 검토하면 내가 무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만약 검토 없이 책을 읽는 삶을 살았더라면 나의 무지함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 거예요.

 

똑똑함에 보관된 싱싱한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요. 삭은 지식은 버려야 해요. 똑똑함 속에 담긴 지식을 검토해야 해요. 그러려면 제일 먼저 내가 똑똑하다는 자신감을 덜어내야 해요. 똑똑함의 빛이 과하면 나의 무지함이 보이지 않아요. 그러면 더닝 크루거 효과와 같은 편견에 빠지게 돼요. 똑똑한 사람이 무조건 지혜로운 건 아니에요. 소크라테스는 무지한 자신이야말로 지혜롭다고 믿었어요. 만약에 자신이 방면되면 숨 쉬고 있고 할 수 있는 한 지혜를 사랑하는 일(29d, 74)’을 절대로 멈추지 않을 거라고 포부를 밝혔어요.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은 데카르트(Descartes)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Cōgitō ergo sum, 코기토 에르고 숨)’라고 말했어요.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더라면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나는 모릅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여러분. 내 삶을 검토하기 위해서 책을 많이 사고, 글 쓰는 일이 좋은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그래도 저는 제 일이 즐거워요. 그래요, 저는 내년에도 지혜를 사랑할 예정입니다.[주] 저는 모르는 것이 많거든요.





* 函(지닐 함): 옷이나 물건 따위를 넣을 수 있도록 네모지게 만든 통



[] 어제 12월 31일에 서평을 썼다서평 제목은 변윤제의 시 내일의 신년, 오늘의 베스트 마지막 문장 ‘그래요,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패러디했다. 이 시가 실린 시집 제목은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문학동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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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1-01 15: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혜를 사랑하고.
즐겁기때문에 책을 읽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매번 저의 무지함 상자는 1000개가 넘습니다.
더 읽어야겠어요^^

cyrus 2024-01-05 07:41   좋아요 1 | URL
올해는 읽고 쓰는 일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해야겠어요. 작년에 책도 많이 읽고, 공연도 보고, 재미난 경험을 많이 했는데 글로 쓰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저는 무지함도 많고, ‘나태함’도 많아요 ㅎㅎㅎ

서니데이 2024-01-01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오늘부터 2024년입니다.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cyrus 2024-01-05 07:4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페크pek0501 2024-01-01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 반갑네요.
새해에도 건강과 건필, 기원합니다.

cyrus 2024-01-05 07:42   좋아요 1 | URL
페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필하세요. ^^

은오 2024-01-0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의 읽기 너무 멋지고 존경스럽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단어의 정의를 의심하고 검토하고 또 읽고.... 이렇게 해야 사이러스님처럼 서평을 쓸 수 있는 거군요?! 🥹

cyrus 2024-01-05 07:46   좋아요 0 | URL
틀리더라도 책을 비판적으로 읽어보려고 해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지만, 해보면 재미있어요. 내가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알고, 책의 저자 또한 실수하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거든요. ^^

새파랑 2024-01-02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는 좀 지혜로워 졌으면 ㅡㅡ 사이러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지혜 사랑이 계속되길 바라겠습니다~!!

cyrus 2024-01-05 07:47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꼬마요정 2024-01-02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있어요!! 저는 cyrus 님 글을 보며 제 무지를 깨닫습니다. 게을러서 무지함을 알지만 개선 못하는 저를 또 반성합니다. 존경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24-01-05 07:48   좋아요 1 | URL
저도 게으른 편이라 무지함 다음으로 많은 게 ‘나태함’이에요 ㅎ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얄라알라 2024-01-02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새로운 형식의 리뷰 멋져요! 완전 독창적이고 지성미 뿜뿜! 2024 리뷰 문화를 선도하실 듯한 이 예감!

cyrus 2024-01-05 07:49   좋아요 0 | URL
다양한 형식으로 글을 써보려고 해요. 철학과 과학 같은 독자들이 어려워하는 주제의 책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답니다.. ^^;;

transient-guest 2024-01-03 0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뭔가를 남기는 독서가 너무 어려워서 그냥 읽는 행위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에서 만족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24-01-05 07:50   좋아요 1 | URL
t-guest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stella.K 2024-01-05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엽고 야무지게 썼구만. ㅋ 정말 글을 자꾸 쓰다보면 단어에 집착이 생겨. 내가 지금 이 단어를 잘 쓰고 있는지 단어가 뜻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쓰는지. 하지만 난 너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을 사지는 않지. 그럼 머리가 아파질 거 같아서. 그냥 무지함에 넣기로하는 거지 뭐. ㅋㅋ

cyrus 2024-01-08 06:39   좋아요 0 | URL
올해는 도서관에 책을 빌려 보기로 했어요. 해를 거듭할수록 도서 지출비가 늘어나고 있어서 이제는 줄일 필요가 있어요. ^^;;
 
소크라테스
루이-앙드레 도리옹 지음, 김유석 옮김 / 소요서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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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만약 세상의 모든 철학이 장난감 블록이라면? 모든 철학자가 즐겨 쓴 철학 장난감은 무엇일까? 이 철학 장난감의 원산지는 그리스 아테네. 제조 일자는 기원전 5세기(B.C. 500~401). 제조사는 아리스토클레스(Aristocles)제조사 대표는 체격이 상당히 좋다. 특히 이마와 어깨가 넓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조사 대표를 플라톤(Plato)’이라고 부른다.[주] 플라톤은 철학 장난감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아카데미아(academia)’라는 학교를 세웠다빠르게 변하는 유행의 흐름 속에서도 아테네산 철학 장난감은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철학 장난감의 이름은 소크라테스(Socrates).


소크라테스 장난감의 주 소비층은 아테네 청년들이다아고라(agora)에 가면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청년들을 볼 수 있다철학 장난감이 큰 인기를 얻게 되자, 유사품들이 족족 나오기 시작했다군인이었던 크세노폰(Xenophon)소크라테스 X’를 만들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 회상이라는 철학 장난감 설명서를 썼다







* 루이-앙드레 도리옹, 김유석 옮김 소크라테스(소요서가, 2023)

 

* 플라톤, 강철웅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명(아카넷, 2020)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2년 차(2024)]

* 플라톤, 천병희 옮김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도서출판 숲, 2012년 구판)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2023)]

* 아리스토파네스, 천병희 옮김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도서출판 숲, 2010)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는 소크라테스 장난감 열풍을 비꼰 구름이라는 작품을 썼다. 그는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당시에 유행하던 또 다른 철학 장난감 소피스트(Sophist)처럼 묘사했다소크라테스 장난감 열풍은 오래 가지 못한다.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고발하는 고소인들이 등장한다. 결국 소크라테스 장난감은 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재판에 처했고, 판매 정지 처분을 받는다. 사형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 장난감 재판의 경과를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 책이 바로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다.


아카데미아를 졸업한 플라톤의 후계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 장난감 제조 방식과 용도를 기억하기 위해 기록했다. 그들은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장난감과 같은 유사품들과 철저히 구분하기 위해 아리스토클레스에서 만든 장난감을 소크라테스 P’라고 붙였다. P는 제조사 대표 이름의 머리글자다. 플라톤의 후계자 중 가장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소크라테스 장난감의 단점을 보완해서 자신의 이름을 붙인 철학 장난감을 만들었다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노력 덕분에 소크라테스 P’는 믿고 쓰는 정품 철학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사람들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반면 정품이 아닌 소크라테스 장난감은 쓸모없는 짝퉁으로 취급받는다소크라테스 장난감 연구자들은 정품과 짝퉁을 한데 모아 진짜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복원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실제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다시 만들기 위해 고증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른바 소크라테스의 문제에 뛰어들었다어떤 연구자는 플라톤의 생각이 반영된 소크라테스 장난감 또한 정품이 아닐 수 있다고 의심한다. 그들은 짝퉁을 선호한다


고대 철학 장난감을 연구한 루이 앙드레 도리옹(Louis-Andre Dorion)순수한 진품에 가까운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복원하는 작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소크라테스의 문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의 저서 소크라테스는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소크라테스 장난감들의 용도와 특징을 꼼꼼하게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 P’,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X’,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하는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구름에 묘사된 소크라테스를 주목한다.


소크라테스한 사람만의 소크라테스’를 보여주는 책이 아니다. 얼룩덜룩한 소크라테스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소크라테스 장난감은 한 사람만 소유할 수 없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철학자가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소크라테스 장난감은 철학자들의 생각 흔적들이 묻어 있어서 지저분하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소크라테스가 못생겼다고 생각한다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 장난감 블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립했다그들이 많이 사용할수록 완전한 소크라테스는 점점 희미해진다니체(Nietzsche)플라톤의 소크라테스 장난감을 망치로 두드려서 잘게 부순 철학자. 그는 소크라테스 장난감에서 나는 도덕 냄새를 매우 싫어했다.


소크라테스의 지저분함에 매력을 느낀 독자라면 다양한 종류의 소크라테스 장난감으로 재미있게 놀아 보자.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겠지만, 여러 명의 소크라테스를 만날 수 있다. 젊은이의 혼을 사랑할 줄 아는 유혹의 대가 소크라테스(플라톤), 성찰의 중요성을 알기 전에 자연 탐구에 관심을 보인 소크라테스(아리스토파네스), 덕의 획득보다 신체를 돌보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 소크라테스(크세노폰)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제 골치 아픈 소크라테스의 문제’는 잊자. 소크라테스가 좋든 싫든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철학 장난감을 만져본 모두가 소크라테스의 사람들이다.





[] 아리스토클레스는 플라톤의 본명이다. 플라톤은 이마 혹은 어깨가 넓다라는 뜻이다.



<cyrus의 주석>

 

책 제일 뒤에 참고문헌 목록국내 자료_고대 문헌국내 자료_2차 문헌이 나온다. 여기에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

 


* 국내 자료_고대 문헌, 189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김진성 옮김, 이제이북스, 2007.

2007년 번역본은 절판되었고, 2022 서광사에서 재출간되었다.

 

* 국내 자료_2차 문헌, 191

박규철, 소크라테스의 도덕 · 정치철학, 동과서, 2003.

정확한 제목은 플라톤이 본 소크라테스의 도덕 · 정치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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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2-2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재밌겠다. 근데 철학책답찮게 좀 얉네. 🤔

cyrus 2024-01-01 10:55   좋아요 0 | URL
분량이 얇다고 가볍게 보지 마세요... ㅎㅎㅎ 이 책에 ‘플라톤의 소크라테스’를 따로 설명한 장이 있는데 꽤 깁니다. ^^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 - 문학적 우정을 찾아서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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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그대 없이는 못 살아 나 혼자서는 못 살아.

헤어져서는 못 살아 떠나가면 못 살아.

 

- 패티 김 그대 없이는 못 살아(1974) 노랫말 -



금속이 단단해지려면 단련 작업을 거쳐야 한다. 불에 달구고 나서 세게 두드리면 된다. 엄청 뜨거운 색을 띤 금속을 차가운 물에 담근다. 이 과정을 담금질이라고 한다. 한 편의 글이 제대로 완성되려면 글의 구성 재료인 글쓴이의 생각이 단련되어야 한다. 생각을 단련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박힌 편견이나 거짓 정보를 세게 두드리면서 빼야 하기 때문이다. 이걸 빼지 못하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글이 완성되었다고 해서 다 끝난 건 아니다. 글을 담금질해야 한다. 글쓴이의 주관적 감정이 너무 많이 들어간 글은 매우 뜨겁다. 글이 지나치게 뜨거우면 문장이 녹아내려서 엉성한 비문(非文)으로 변질되거나 논리적 구멍이 생긴다. 이런 글은 물렁물렁하다. 매우 연약해서 잊히기 쉽다. 반면에 완성도가 단단한 글은 독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정확하고 냉철한 지성을 가진 독자는 글 속의 열기를 식혀줄 뿐만 아니라 비문과 논리적 구멍을 잘 찾는다.


글 쓰는 여자들의 특별한 친구글을 쓰면 뜨거워지는 여자와 뜨거운 글을 담금질하는 친구들의 우정을 주목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쓰기와 읽기가 교직 되면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여성들의 우정 문학적 우정이라고 부른다.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뜨거운 글은 자신보다 여섯 살 어린 캐서린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가 담금질했다. 울프는 맨스필드의 세심한 논평에 감탄하면서도 그녀가 글을 발표하면 자신은 더 뛰어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도 상대방이 쓴 글을 담금질하는 관계를 이어왔다. 울프와 맨스필드, 미드와 베네딕트, 이 네 사람은 글 쓰는 뜨거운 친구를 위해 믿을 만한 독자가 되어주었다. 잘 썼으면 칭찬해 주었고, 물렁물렁해진 글을 두드리는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살아있는 인간끼리 만나야만 우정이 맺어지는 건 아니다. 이미 글을 뜨겁게 쓰면서 살다 간 사람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오직 기록으로만 남은 친구를 직접 만나면서 말을 걸 수 없다. 하지만 살아 있지 않은 사람을 깊이 알아가면서 느끼는 친밀감은 어느 한쪽만 치우치는 일방적인 관계로 변하지 않는다. 또한 이런 형태의 우정은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대면하는 경험이 있어야 우정과 친밀감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익숙한 생각을 뒤집는다. 아렌트는 자신보다 몇 세대 먼저 태어나고 살다 간 라헬 파른하겐(Rahel Varnhagen)을 절친한 친구라고 소개한다. 아렌트는 자신처럼 유대인 여성으로 살아온 라헬에 친밀감을 느꼈다. 라헬을 만나면서 뜨거워진 아렌트는 친구를 위한 전기(傳記)를 썼다. 이때부터 그녀는 유대인으로서의 자의식을 발견했고, 유대인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는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관계가 포근하면 두 사람이 함께 덮은 공감대 이불은 점점 두꺼워진다. 하지만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관계의 적당한 온기를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관계의 절대 온도는 없다. 상대방의 단점과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면 공감대 이불은 얇아지고 관계의 온도는 차가워진다. 자신과 반대되는 온도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시리거나 얼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을 진정으로 믿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생기는 정신적 아픔은 성장통이 될 수 있다. 진실한 우정은 나보다 더 잘 되길 바라는 상대방의 단점이 멋진 장점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두드린다. 이런 좋은 친구를 곁에 두지 못하면 창작의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러면 글을 쓸 수 없다. 담금질을 거친 문학적 우정은 두 사람의 능력을 더욱 빛나게 해 준다. 끈끈하게 엮인 우정을 먹고 자란 글은 튼튼하다.





cyrus의 주석



* 130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와 프랑스아 드 페늘롱의 텔레마코스의 모험에 등장하는 멘토르는 남성이다. 오뒷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나가며 자신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친구 멘토르에게 부탁했고, 멘토르는 기꺼이 텔레마코스의 스승이자 친구가 되었다.

오뒷세이아의 멘토르가 성숙하고 덕망 높은 남성을 상징하는 데 반해, 텔레마코스의 모험에서 멘토르는 다른 존재로 등장한다.[]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텔레마코스를 돕기 위해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가 멘토르로 변신해 텔레마코스와 함께했다는 프랑수아 드 페늘롱의 설정은 흥미롭다. 자연스럽게 스승과 친구의 자리를 왜 그토록 오랫동안 남성들이 차지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가까이에서 아테네가 다가왔는데, 체격과 음성이 멘토르와 흡사한 여신은 그에게 날개 돋친 말을 쏘았다


- 김기영 옮김, 오뒷세이아》 (민음사, 2022년), 

2267~269행, 44쪽 -



[오뒷세이아에 묘사된 멘토르도 미네르바(그리스 신화의 아테네)가 변신한 인물이다.




* 245





제임스 조임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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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12-05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저 ˝조임스˝에서 빵 터짐요~~]

조이긴 조이는 작가네요 증맬루.

cyrus 2023-12-07 06:29   좋아요 0 | URL
문학동네에서 <율리시스> 나왔던데 어제 바로 주문했어요.. ㅎㅎㅎㅎ

stella.K 2023-12-05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글은 혼자선 못 쓰지. 내가 여기에 낙서 같은 글이라도 올리는 건 봐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글치않아도 찜한 책이야. 나중에 혹시 중고샵에 나오면 그때나 사 볼ᆢㅋ

cyrus 2023-12-07 06:30   좋아요 1 | URL
누님과 한 지역에 살았으면 제가 책 빌려주고 싶어요. ^^

그레이스 2023-12-07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오뒷세이아>에서도 아테네가 멘토르로 변신해서 텔레마코스의 여행을 돕는데,,, 프랑스와 드 페늘롱의 특별한 설정이라고 말할만한 변주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cyrus 2023-12-07 07:05   좋아요 1 | URL
<텔레마코스의 모험>이 두 권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오뒷세이아>의 멘토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요. ^^

얄라알라 2024-01-0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제 고민에 대한 답이 담겨 있어서 그럴까요?
작년말부터 요즘, 최근 읽은 글 중에 가장 쏘옥 쏘옥 마음에 와서 박혔어요.
고맙습니다 cyrus님!!

cyrus 2024-01-08 06:36   좋아요 1 | URL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많아요. 그런데 상대방의 글을 꼼꼼하게 읽는 사람은 많이 없어요. 사실 저 또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 속해 있어서 상대방의 글을 내 글을 보는 만큼 읽진 않아요. 그리고 글쓴이에게 글에 대해서 의견을 내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