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목요일 ‘서재를 탐하다’ 책방에서 ‘우주지감-나를 관통하는 책 읽기’ 송년회가 열렸습니다. 2018년을 마무리하는 ‘우주지감’의 마지막 모임이었습니다. 우주지감, 그리고 책방 ‘서재를 탐하다’와 ‘읽다 익다’를 알게 된지 일 년 정도 됐습니다. 작년 11월 24일에 ‘서재를 탐하다’에서 로쟈 이현우님의 첫 번째 강연이 있었고, 그 다음 달에 ‘읽다 익다’에서 두 번째 강연이 있었습니다. 두 번의 강연을 참석하면서 ‘우주지감’을 알게 됐고, 그때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 가오싱젠 《창작에 대하여》 (돌베개, 2013)
* [품절] 헤르만 헤세 《인도 여행》 (푸른숲, 1999)
‘우주지감’ 송년회는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진행되었습니다. 1부는 12월 선정 도서(가오싱젠, 《창작에 대하여》)에 대해서 가볍게 이야기를 해보는 시간이라면, 2부는 ‘우주지감’ 송년회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행사들이 진행되는 시간입니다.

‘우주지감’ 송년회는 올해 들어 여섯 번째입니다. 송년회에 참석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책 나눔’을 연례행사로 펼쳐오고 있습니다. 각자 가져온 책을 서로 교환하는 행사입니다. 그래서 송년회에 참석하려면 책 한 권을 반드시 가지고 와야 합니다. 저는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인도 여행》(푸른숲)을 챙겨 왔습니다. 헤세가 30대에 인도를 여행하면서 체험하고 느낀 것을 기록한 글입니다. 《인도 여행》은 나온 지 오래된 헌책이고, 서점에 구하기 힘듭니다. 저는 이 책을 헌책방에서 만났습니다. 우주지감 회원 중에 헤세의 글을 좋아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을 위해서 헤세의 책을 가져 왔습니다.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1998)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2001)
* 웬다 트레바탄 《여성의 진화》 (에이도스, 2017)
이 날 모임에 내년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선정 도서가 공개됐습니다. 제가 추천한 두 권의 책 모두 선정됐습니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의 《호밀밭의 파수꾼》(문예출판사, 민음사)과 웬다 트레바탄(Wenda Trevathan)의 《여성의 진화》(에이도스)입니다.
* 나쓰메 소세키《그 후》 (현암사, 2014)
* 나쓰메 소세키《그 후》 (민음사, 2013)
저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내년 1월 지정 도서여야 한다고 추천했는데요, 2월 지정 도서로 결정되었습니다. 1월 지정 도서는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장편소설 《그 후》(현암사, 민음사)입니다. 이 책은 2013년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세 번째 지정 도서였습니다. ‘우주지감’의 1월은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기간입니다. 저는 그 사실을 모르고, 1월에 샐린저를 읽을 수 있다면서 설레발을 쳤습니다. 이제 막 ‘우주지감’ 일 년 째 활동한 제가 주제를 모르고 1월에 샐린저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요구했으니 부끄럽습니다.
책방 공간이 협소해서 저를 포함한 열다섯 명이 송년회에 참석했습니다. 음식은 책방지기 두 분이 준비했습니다. 올해 송년회의 드레스코드는 ‘빨강’이었습니다. 빨간 색 옷을 입거나 빨간 색과 관련된 장신구를 착용해야 합니다. 저는 여름, 가을에 입는 빨간 색 상의를 입었는데요, 하필이면 송년회가 있는 그 날이 가장 추운 날씨였어요. 점퍼를 입었는데도 그 날 겨울 칼바람이 너무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 헬렌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보리, 1997)
2부에는 ‘책 나눔’ 행사뿐만 아니라 ‘베스트 분위기 메이커’ 상과 ‘올해의 베스트 도서 추천’ 상을 뽑는 행사도 진행되었습니다. 올해의 책은 헬렌 니어링(Helen Nearing)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보리)로 선정되었습니다. 급조된 행사였지만 ‘베스트 드레서’를 뽑는 시간을 가졌고, ‘우주지감 사행시 대회’도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우주지감’ 사행시를 이렇게 썼습니다.
우 우리 우주지감은 내년부터
주 주경야독(晝耕夜讀)합니다.
지 지인짜(진짜)
감 감동받았습니다. 내년에도 책을 열심히 읽겠습니다.
내년부터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모임은 저녁에 진행됩니다. 그래서 낮에 일하고, 저녁에 책방에서 독서모임에 참석하는 상황을 ‘주경야독’으로 표현했습니다. ‘지인짜’는 ‘진짜’를 강조하기 위한 ‘시적 허용’입니다. 사실 ‘우주지감’의 ‘감’ 자는 ‘감동’을 뜻합니다. 재미있게 쓴 사행시는 아니지만, ‘우주지감’에 향한 진심을 담아서 써봤습니다. 저보다 재미있게 사행시를 썼거나, 시인으로 빙의해서 감동적인 사행시를 쓰신 분들이 있었는데도 제가 쓴 사행시가 ‘우주지감 사행시 대회’ 1등이 되었습니다. 1등 수상자의 특혜는 책방에 있는 책 중에 한 권을 무료로 가져가는 것이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 무슨 책을 골라야할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몇 분 동안 생각한 끝에 제가 고른 책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니코마코스 윤리학》(길)이었습니다.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니코마코스 윤리학》 판본을 읽은 적이 있었지만, 길 출판사에서 나온 판본은 안 읽어봤어요. 사실, 퇴근하고 책방에 오기 전에 헌책방과 알라딘 서점에 들렀어요. 헌책방에서 책 세 권, 알라딘 서점에서 책 네 권(두 권은 이미 ‘픽업 서비스’로 주문한 것입니다)을 샀고, 책방에서 책 두 권을 얻었습니다. 그 날 하루 동안 제 가방 안에 들어있는 책은 총 아홉 권이었습니다.
저의 첫 ‘우주지감’ 송년회는 푸짐한 음식과 책들로 채워진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즐겁게 마무리된 송년회에 몇 번 참석했지만, 그 중에 가장 즐거웠던 송년회는 ‘우주지감’ 송년회였습니다. 이 특별했던 날의 감동을 오래오래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