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물리학
로렌스 크라우스 지음, 곽영직 옮김 / 승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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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발언이나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의 실소를 자아내는 사람을 우리는 ‘4차원 인간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우리는 3차원 세계에 살고 있다. 차원(dimension)은 공간의 성질을 나타내는 수를 뜻하는 용어이다. 공간의 차원은 그 공간 속에 있는 점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0차원은 오직 하나의 점만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0차원 속의 점은 이동할 수 없다. 1차원은 선의 형태로 되어 있다. 점은 이 한 개의 선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n차원‘n’ 은 공간 속에 있는 점이 이동할 수 있는 방향의 개수다. 2차원은 면의 형태로 되어 있는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2차원은 x축과 y축으로만 구성된 좌표이다. 2차원 속의 점은 x축과 y축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3차원에 z축이 있다. 따라서 3차원은 선(1차원), (2차원)이 포함된 입체 형태이다. 그래서 3차원을 ‘3D’라고 불린다. 우리는 가로(x), 세로(y), 높이(z)를 이용해 3D 형체를 표현하거나 만들 수 있다.

 

선과 면, 공간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는 오래전부터 과학자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과학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수학이나 물리학 법칙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인슈타인(Einstein)3차원에 시간을 추가한 4차원 공간을 상상했다. 시간과 공간이 합쳐져 있어서 시공또는 시공간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영원히 고정된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의 정의를 뒤흔드는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제시했다.

 

4차원 속에 있는 우주의 힘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다. 2016년에 중력파의 존재가 밝혀졌다. 물리학자들은 이 네 가지 힘을 단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명 궁극의 이론을 찾고 싶어 한다. ‘궁극의 이론연구는 아인슈타인도 해결하지 못한 물리학계의 최대 난제다. ‘궁극의 이론이 가능하게 하려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고차원 우주를 생각해야 한다. 물리학자들은 4차원 너머의 세계를 잉여 차원또는 여분 차원이라고 말한다. 고차원 우주의 실체를 이론적으로 증명한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11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그 사람들의 주장이 맞으면 우리를 둘러싼 공간은 3차원이라는 믿음이 깨지게 된다. 정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차원이 어딘가에 또 있을까.

 

거울 속의 물리학은 숨어 있는 또 다른 차원을 밝혀내려는 과학자들의 여정을 보여준다. 이 책에 고차원 우주 연구와 관련된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M이론, 브레인[Brane, 뇌를 뜻하는 ‘Brain’이 아니다. ‘Brane’은 막()을 뜻하는 ‘Membrane’의 조어이다] 이론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다만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에게는 이 책이 어려울 수 있다. 책의 두 번째 추천사를 쓴 정광훈 박사는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에게 거울 속의 물리학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읽다가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우면 책을 덮으면 된다. 그러나 주눅들 필요 없다. 독자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쉬운 내용만 골라 읽을 수 있다. 거울 속의 물리학체리 피킹(Cherry picking: 상품 가치가 있는 체리만 골라 따는 것처럼 어떤 대상에서 좋은 것만 고르는 행위를 뜻하는 관용어)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7(‘평평한 세상에서 피카소로’)12(‘다른 차원에서 온 외계인’)은 과학 비전공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7장과 12장의 주제는 작가와 예술가들이 생각해낸 다양한 고차원 세계이다. 작가와 예술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고차원 세계는 흥미진진하다. 7장과 12장에 차원을 주제로 한 문학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여기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국내에 알려진 작품은 에드윈 애벗(Edwin Abbott)플랫랜드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타임머신, 그리고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Heinlein)의 단편소설 그리고 그는 구부러진 집을 지었다(And He Built a Crooked House) [] 등이 있다. 거울 속의 물리학을 읽다가 책을 덮은 독자에게 방금 소개한 세 편의 작품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거울 속의 물리학의 저자 로렌스 크라우스(Lawrence Krauss)는 또 다른 세상을 찾으려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이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상상력의 중요성을 예찬한다. 하지만 그는 지나친 상상을 경계한다. 초끈 이론과 M이론, 브레인 이론은 실험으로 검증이 불가능하다. 사실 세 가지 이론 모두 이론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도 많다. 저자는 초끈 이론의 한계를 강조하면서 초끈 이론의 매력(복잡한 우주를 단순하게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푹 빠진 과학자들의 태도를 비판한다. 초끈 이론을 비판한다고 해서 저자를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수적인 학자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는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고차원 우주론을 설명한다. 저자는 고차원 우주론 연구가 신비주의 또는 종교의 영역으로 변질되는 것을 염려한다. 그는 고차원 우주론을 불신하는 입장을 드러내지만, 고차원 우주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노력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에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은 과학이 모든 현상의 수수께끼를 완전히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이 등장함으로써 그의 예언은 틀렸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 숙제의 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론으로 나올 수 있어도 과학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호기심과 탐구 정신을 이어나갈 것이다.

 

 

      

 

[] 국내 번역명은 그리고 그는 비뚤어진 집을 지었다이며, 하인라인 판타지(시공사)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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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지 않은 시간은 금방 잊힌다. 평범한 일상이어도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 그날의 순간을 기록해야 한다. 5월 달력을 떼어내면서 올해 상반기의 마지막 달인 6월이 성큼 다가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예전에는 한 달 끝날 때마다 달력을 한 장씩 떼어내는 일을 대수롭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달력을 떼어내면 지나간 시간을 후딱 내다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것을 그냥 버리기가 너무 아까워 이제야 주섬주섬 줍기 시작한다. 분해되어 산산이 흩어져버린 시간의 파편들을 완전한 형체로 복원하기 위해 기록을 시도해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엔트로피(Entropy)의 힘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 제러미 리프킨 엔트로피(세종연구원, 2015)

 

 

 

우리가 겪는 모든 현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일어난다. 엔트로피는 우리말로 번역하기 힘든 용어다. 가장 많이 알려진 엔트로피의 의미는 무질서’ 또는 ‘비가역성이다. 물에 잉크를 떨어트리면 잉크 분자는 물 전체에 골고루 퍼진다. 물에 들어가기 전의 잉크를 질서가 있는 상태라고 하면, 물에 퍼지는 잉크 분자들은 무질서한 상태이다. 자연은 무질서한 상태로 나아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비평가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엔트로피 개념을 가져왔다. 대부분 사람은 기술이 발달하면 풍요로운 사회로 발전하여 인류의 삶이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리프킨은 1980년에 엔트로피라는 책을 발표하면서 미래에 대한 낙관론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세상은 점점 더 무질서한 상태, 즉 혼돈 상태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리프킨은 물질만능주의 사의 여러 가지 문제점(인구 급증, 환경오염, 자원 고갈 등)들을 엔트로피가 너무 증가해서 생긴 결과물로 보고 있다. 그는 자연과 자원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낮은 엔트로피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 리처드 뮬러 나우: 시간의 물리학(바다출판사, 2019)

 

 

 

시간 역시 엔트로피의 영향력 안에 있다. 시간은 계속 흐르기만 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예전 과학자들은 엔트로피(의 증가) 때문에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우(Now): 시간의 물리학의 저자이자 물리학자인 리처드 뮬러(Richard Müller)는 시간의 특징을 엔트로피 이론으로 설명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시간이 무조건 앞으로만 향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대안적인 근거로 양자물리학과 빅뱅(big bang)을 거론한다.

 

지금의 세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며 때론 무질서한 상태에 임박한 듯한 느낌까지 든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리프킨의 엔트로피가 출간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때쯤이면 식자들은 이 책을 언급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과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든가 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은 리프킨의 엔트로피를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김상욱 교수는 리프킨이 엔트로피 개념을 잘못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엔트로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과학자들의 설명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 출처: <[김상욱 교수의 과학 에세이] 모든 길은 빅뱅으로 통한다>, 동아일보, 2016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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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20-06-01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엔트로피 읽지 마세요~ 라고 말하려던 참인데..ㅎㅎ 일리야(기억이 안나네요 풀네임이^^; 어쩌고 하는 러시아사람이 쓴 엔트로피가 훨 도움이 될 듯

cyrus 2020-06-01 21:13   좋아요 0 | URL
테레사님이 언급한 저자 이름이 ‘일리야 프리고진’이겠죠? 그 사람이 쓴 책도 읽어볼게요. ^^

테레사 2020-06-0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 노벨화학상 받은 그 프리고진
 
이상한 수학책 - 그림으로 이해하는 일상 속 수학 개념들
벤 올린 지음, 김성훈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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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나오는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은 재미없다. 하루 18시간씩 문제를 풀었다는 수학자 폴 에어디시(Paul Erdos) 같은 비범한 인물이 아닌 이상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이 재미없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한다. 이런 사람들은 수학 수업 시간에 문제 하나를 제대로 풀지 못해서 창피를 당했거나 한 번 놓친 진도를 따라잡지 못해 좌절한 경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은 수학에 소질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들이 학창 시절에 배웠던 수학 교육방식이 잘못되었다.

 

당신은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싫어해도 수학을 좋아할 수 있다. 아니면 수학에 가까이하기가 힘들어도 재미없다는 수학에 대한 인식이 사라질 수 있다. 내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이상한 수학책을 읽고 나면 수긍이 간다. 이상한 수학책을 읽는 것과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이 책은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으며 심지어 인간적인 학문인지를 너무도 잘 보여준다.

 

이상한 수학책의 저자는 수학 교사다. 그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다가 수학이 인기 없는 이유를 깨달았다.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수학은 단번에 이해하기 힘든 공식과 기호로 가득한 학문이 아니라 아름답고 논리적인 예술이다. 그런데 대부분 수학 교사는 문제를 만들려고 이 예술을 가져와 잘게 썬다. 그런 다음 학생들은 조각난 수학을 원래 모습으로 맞추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수학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고 머리를 싸매다 보면 골머리를 앓는다. 이때부터 학생들은 수학 공부를 포기하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치르는 수학 시험은 말 그대로 수학능력시험이다(여기서 말하는 수학數學이지 修學이 아니다). 문제의 정답을 정해진 시간 안에 찾는 수학 능력은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이력서의 일부가 된다. 저자는 학생들과 함께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에 관해서 토론했다. 토론에 참여한 어떤 학생은 대학과 고용주에게 우리가 똑똑하고 일도 열심히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학을 공부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문필가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은 경제학을 우울한 학문(dismal science)이라고 불렀다.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수학도 우울한 학문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상한 수학책은 수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우울해지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이상한 그림으로 보는 수학(Math with Bad Drawing)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한다. 그는 직접 그림을 그려가면서 수학의 기본적인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수업 시간에 수학 선생님들이 칠판에 써가면서 가르쳐주던 공식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 특히 수학 문제를 풀기 싫어하고 수학 공식을 보면 어지러워하는 당신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수학은 우울한 학문이 아니라 인간적인 학문이다. 학생들에게 수학 문제를 빨리 풀라고 압박하거나 수학 공식을 암기하도록 만드는 교육 방식은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인간적인 학문인 수학은 문제를 잘 푸는 똑똑한 학생을 치켜세우고, 학생들에게 경쟁을 유도하는 시험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학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학생은 문제의 정답을 찾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인간적인 수학은 문제를 천천히 풀어보려는 학생들에게 배려심이 깊다. 이 학생들은 수학 공식을 전혀 몰라서 문제를 천천히 푸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한 문제에서 막히면 다른 문제로 넘어가지 못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불리한 학생도 아니다. 이들은 단순한 문제도 문제 풀이의 지름길이나 다름없는 공식에 의존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대부분 사람은 문제를 느리게 푸는 학생들을 보면 답답하게 느껴지고 이상하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는 믿음이 이상한 것이다. 그러한 믿음이 수학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게 만든 장벽이다.

 

똑똑하고 논리적인 사람은 어떤 현상에 대한 제 생각을 확률과 통계를 동원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저자는 확률론을 온갖 역설이 부비트랩처럼 깔려 있는 현대 수학의 미묘한 가지라고 말한다. 제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도 확률론의 역설을 피하지 못하면 헛똑똑이가 된다. 통계는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설명하는 데 유용한 학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통계를 지나치게 믿는 것을 경계한다. 통계가 보여주는 단순화의 장점은 오히려 대중을 속이는 거짓말이 될 수 있다. 통계학은 불완전한 목격자다. 진실을 말하지만, 결코 진실을 전부 말하지는 않는다.”(294) 알고 보면 통계학도 인간처럼 허점이 있는 학문이다. 이런 젬병이 있는 수학이라면 한 번쯤은 배워볼 만하다. 수학이라는 학문도 가끔은 바보가 된다. 고작 수학 문제를 못 푼다는 이유로 자책하면서 바보 취급해야 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수학과 절대로 친해지기 힘들어도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면 이 책의 17장만이라도 꼭 읽어보시라. 17장에 야구선수의 능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타율과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의 탄생 과정과 전설의 4할 타자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나온다. 이 세상에 수학이 없었다면 야구라는 스포츠 종목도 없었을 것이다. 수학을 미워하지 말자. 우리가 미워해야 할 것은 수학이 아니라 수학 교사와 학생들 모두 우울하게 만드는 이상한 교육방식이다.

 

 

 

 

Trivia

 

저자는 빌 제임스(Bill James)가 타율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야구 통계에 세이버매트릭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주장한다(307). 그가 세이버매트릭스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인물인 건 맞다. 그러나 빌 제임스가 세이버매트릭스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빌 제임스는 세이버매트릭스를 처음으로 고안한 사람이 아니다.

 

최초로 세이버매트릭스를 만든 사람은 월간 야구 전문 잡지 <베이스볼 매거진(Baseball Magazine)>의 편집장이었던 F. C. 레인(Ferdinand Cole Lane)이다. 레인은 1915<베이스볼 매거진>타율 시스템을 왜 바꾸어야 하는가(Why the System of Batting Averages Should Be Changed?)라는 제목의 기사를 써서 세이버매트릭스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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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이란 무엇인가 -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과학의 핵심
피터 앳킨스 지음, 전병옥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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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크게 분류하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으로 나눈다. 화학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학창 시절에 외웠던 주기율표의 수많은 원소 기호와 화학식 등이다. 대부분 사람은 실생활과 관련 없는 가장 어려운 분야로 화학을 지목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화학은 훨씬 많은 부분이 우리 곁에 존재하고 함께 생활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제품 중에 화학과 무관한 제품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화학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은 질병과 공해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인식이다. 우리 주변의 화학물질은 벌써 수만 종에 이르고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이제 화학물질은 누구도 피할 수 없을 만큼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화학물질들의 광범위한 사용과 인체 노출은 케모포비아(chemophobia)라는 화학물질 공포증을 탄생시켰다. 케모포비아는 인공 화학물질들에 대한 선입견 혹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막연한 불안감으로부터 오는 공포증을 말한다.

 

화학의 세계는 어렵고 위험하기만 할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화학이란 무엇인가일반인들이 화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무게를 뺀 책이다. 이 책을 쓴 피터 앳킨스(Peter Atkins)는 지금도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는 화학 교과서를 쓴 화학자이다. 앳킨스의 화학 교과서는 우리나라에도 출간되었다. 과학이 어려운 이유는 교과서를 통해 이론으로만 접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 이론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화학이란 무엇인가는 낯선 용어와 복잡한 화학식 대신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화학의 핵심 개념을 알려준다. 저자가 언급한 화학의 핵심 개념은 원자와 분자, 에너지와 엔트로피(entropy), 네 가지 화학 반응 등이다. 이 책 속에 담긴 중고등학교 화학에서 기본적으로 다루는 내용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화학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하는 학생,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과 어른들의 교양서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화학의 핵심 개념을 친숙한 소재들로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저자는 화학자가 하는 일을 커플 매니저로 비유한다.

 

 

 화학의 핵심 주제는 하나의 물질이 (형태와 속성이) 다른 물질로 변화하는 과정인데, 원자는 그 자체로는 변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물질이 변한다는 것은 기초 재료인 원자들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결합되어 있던 원자들이 그 짝을 바꾼다는 것이다. 화학자는 이런 원자들의 만남과 이별을 연구하는 일종의 커플 매니저이다. (21)

 

 

원자는 모든 물질의 원료이다. 원자와 원자들이 결합하면 분자라는 물질 형태가 생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화학이란 무엇인가는 화학 교과서를 축약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화학의 세계가 일상 속에 숨겨진 마술처럼 흥미로운 것임을 알리기 위해 두 팔을 걷고 책을 쓴 것이다. 그는 화학이 없었다면, 인류는 석기 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한다. 과장된 말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물건하나라도 없이 살게 되면 불편함을 느낀다. ‘어떤 물건에 여러분이 생각한 것들을 넣어 보라. 스마트폰, , 플라스틱. 이 세 가지가 없다고 상상해보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화학의 발전이 없었다면 이 물건들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화학의 장점을 무조건 옹호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화학이 인류를 살상하는 무기가 되고, 화학물질이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준 사례를 언급하면서 화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저자는 화학 기술 발전을 위해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규제도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친환경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화학은 우리 곁에 늘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도 화학은 일상생활과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화학자들도 변해야 한다. 화학자들은 화학물질의 부작용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쉬운 말로 대중에게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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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2-0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과 화학까지 넘나 드는 다채로운
독서라니 역시나 대단하시네요.

cyrus 2020-02-07 13:02   좋아요 1 | URL
이번 달에 들어서면서 다시 독서와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
 
스타 토크 - 천체 물리학자 닐 타이슨의 과학 토크 쇼
닐 디그래스 타이슨.찰스 리우.제프리 리 시몬스 지음, 김다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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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토크>는 천체 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이 진행하는 과학 토크쇼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라디오 방송으로 시작되었으며 2015년부터 작년까지 팟캐스트(podcast) 형식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채널에 방영되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닐은 작고한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칼 세이건(Carl Sagan)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가 과학적 이론을 설명하는 방식은 위트가 넘친다.

 

<스타 토크>에 출연한 초대 손님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면 과학 마니아를 위한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역대 초대 손님들을 살펴보면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제인 구달(Jane Goodall), 과학저술가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 우주 비행사 버즈 올드린(Buzz Aldrin)등이 있다. 과학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명사들도 <스타 토크>에 출연했다.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 영화배우 수잔 서랜던(Susan Sarandon), 가수 케이티 페리(Katy Perry), 소설가 조지 R. R. 마틴(George R.R. Martin), 전 농구 선수 카림 압둘 자바(Kareem Abdul-Jabbar) 등이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 방송에 전임 미국 대통령 두 명이 출연했다. 지미 카터(Jimmy Carter)빌 클린턴(Bill Clinton)이다.

 

책으로 만들어진 <스타 토크>는 라디오 방송과 팟캐스트 방송 중 최고의 내용을 선별한 것들로 구성되었다. 제목에 있는 ‘스타’ 때문에 이 책이 우주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주 광범위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책의 1부는 우주이고, 2부는 지구, 3부는 인류에 관한 것, 4부는 미래를 주제로 한다. 네 가지 주제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살면서 한번쯤은 궁금할 법한 내용을 진행자인 닐과 방송에 손님으로 출연한 전문가들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예를 들면 책에 이런 질문들이 나온다.

 

 

* 화성에 갈 때 무엇을 가져갈 수 있는가?

* 만약 우주 개척 시대가 온다면 소행성을 사고 팔 수 있을까?

* 지구에 있는 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 과학이 진정한 사랑을 찾도록 도와줄 수 있는가?

* 슈퍼맨은 블랙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왜 아직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없는 것일까?

* 빅풋(Bigfoot)은 외계에서 온 생명체인가?

 

 

이 책은 방송에 출연한 초대 손님들의 주옥같은 말들도 소개한다. 이 항목의 제목은 ㅋㅋㅋㅋㅋ. 우리나라에서만 쓸 수 있는 초성체이기 때문에 옮긴이가 이렇게 썼을 것이다. 신박한(참신한) 번역이다. 방송 중에 닐이 바텐더들과 함께 칵테일 레시피를 개발하는 코너가 있는데, 책에는 저녁의 한 잔이라는 제목으로 나온다. 닐은 트위터리안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가장 인상 깊은 트윗만을 골라 공개했다. 이러한 책의 구성 방식은 라이브 방송의 생생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곁가지가 너무 많아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닐과 초대 손님들이 쏟아내는 미국식 유머가 낯선 독자들은 이 책에 반영된 토크쇼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마치 잔뜩 기대하면서 미국의 화려한 파티에 참석했는데 막상 와보니 맛있는 음식이 많지 않은 느낌이랄까. 소문난 미국식 과학 잔치의 음식이 생각보다 별로다. 이 책은 분명 흥미롭고 유익한 과학 상식들이 나오지만, 산만한 구성과 들고 다니기 힘든 책의 크기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최악인 건 가름끈이 없다는 점이다. 가름끈 없이 어떻게 이 커다란 책을 읽으란 말인가. 이 책의 오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책의 글씨 크기가 작아서 자세히 보지 못하면 오식을 발견할 수 없다.

 

 

 만일 여러분이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구와 충돌하러 날아오고 있다고 혜성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78)

 

 

지구와 충돌하러 날아오고 있는으로 고쳐야 한다.

 

 

왜 보름달이 뜨는 동안 동안에는 파도가 더 높을까요 (100)

 

 

한 문장에 동안이라는 표현이 중복되어 나온다.

 

 

 인체는 잘 설계되어 있는 것이 맞나요? 사실 인체 중 일부는 디자인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지만은 많다고 닐은 주장하네요.”  (170)

 

 

많다고않다고로 고쳐야 한다.

 

 

 SF 소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SF 소설은 사고방식, 사는 장소, 유러 코드, 심지어 입는 의복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260)

 

 

유머 코드의 오식이다.

    

 

책의 만듦새는 전체적으로 실망스럽다. <스타 토크> 번역본은 과학교양서의 스테디셀러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Cosmos)>의 아성을 뛰어넘기 힘들어 보인다. 두 권 모두 같은 출판사(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책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번역자와 편집자님. 당신들 때문에 독서의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까 책임지세요.

 

 

 

 

Trivia

    

 

만일 1980년에 레이건이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저의 동료인 미합중국 국민 여러분, 정말로 걸리기에 어려운 병이 있는데, 이 병에 걸리면 정말 괴롭습니다. 그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한 열 가지 비결을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 AIDS는 의학 학술지에서 겨우 한 문단을 차지하는 정도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안내문만 갖고도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을 퇴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이렇게만 했다면 AIDS를 멈출 수 있지 않았을까요?” (240)

 

 

이 문장을 얼핏 보면 그저 평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여기에 미국을 잘 아는 사람 아니면 알 수 없는 유머가 들어있다. 내가 밑줄 친 문장에 유머가 숨어 있다. 그 문장은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전 미국 대통령이 에이즈에 대한 방송 연설을 하는 모습을 가정한 내용이다. 실제로 레이건은 질병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국민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행동을 한 적이 있다. 1994년에 레이건은 자필 편지를 통해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치매) 진단받은 사실을 미국 국민에게 고백했. 이 편지 한 통이 미국 전역에 공개된 직후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내가 인용한 문장은 레이건의 편지를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장에 숨어 있는 유머를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만약 대통령이 에이즈의 심각성에 대해 일찍 언급했다면 에이즈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을 줄일 수 있고, 에이즈 퇴치를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빨리 시작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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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2020-02-06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건의 선견지명인가요?

cyrus 2020-02-07 13:10   좋아요 0 | URL
선견지명이라기 보다는 가정법이죠.. ^^

파찌니 2020-02-1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건이 암살당할뻔 했을때 사람들의 엄청난 동정(?)표 지지를 얻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레이건이 신자유주의를 제창하면서도 서민들의 지지를 얻은 아이러니를 이용한 풍자라고 생각하네요 윗댓글에 대한 제 의견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