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정원 산책 - 사람, 식물, 지구! 모두를 위한 정원의 과학
레나토 브루니 지음, 장혜경 옮김 / 초사흘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4.5점   ★★★★☆   A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도시의 불빛 속에서 흐릿하게만 보이던 별들이 찬란한 빛을 내고 있다. 별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지만, 도시인들의 눈은 엄청 재미있고 네모난 디지털 유니버스(Digital Universe)인 스마트폰을 향해 있다. 도시인은 가장 높은 위쪽과 가장 낮은 아래쪽을 잘 보지 않는다. ‘가장 높은 위쪽이란 낮 하늘과 밤하늘을 말한다. ‘가장 낮은 아래쪽은 사람들의 발밑에 있는 땅이다. 흔히 땅을 흙 또는 토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줌의 흙 속에는 수억 마리의 미생물과 토양미생물이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조화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들 미생물이 생산해내는 효소의 작용으로 토양 속의 유기질과 무기질은 분해되기도 하고 합성되면서 생화학적인 생리작용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식물이 잘 자라나려면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땅이 유지되어야 된다.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을 쓴 저자는 넓은 정원을 가꾼 자신의 할아버지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책의 서두를 시작한다.

 

 

 “식물은 복잡한 생물이란다.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 땅을 내려다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지. 날 도와주려거든 허공을 보지 말고 네 발밑을 보려무나.”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들어가는 글에서, 6)



시골에 농사를 짓거나 정원을 가꾸면서 사는 어르신들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에 서투른 일부 장년층과 노년층을 사회적 취약 계층으로 분류하여 디지털 문맹자라고 부른다디지털 문맹자가 늘어난 현상을 심각하게 여긴 몇몇 전문가는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시대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교육제도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도시인들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잘 모르면서 살고 있다. 도시인들은 발밑에 있는 식물에 대해서 잘 모른다. 정말로 아무 식물이나 자세히 관찰할 정도로 좋아하는 식물학자나 아마추어 식물 마니아를 제외하면 갈 길 바쁜 도시인들은 조그마한 풀잎조차 눈길을 주지 않는다.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의 저자는 식물을 인간이나 동물보다 무시하는 경향을 식물맹(plant blindness)’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밤하늘을 자주 보지 않더라도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광대한 우주를 상상한다. 이 광대한 우주는 인간을 지구에 민폐 끼치는 미세 먼지같이 보이게 한다.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체이자 두 발로 걷는 미세 먼지들은 자신보다 더 작은 무수한 존재들이 사는 토양의 세계에 무관심하다. 알고 보면 이 아래쪽 세계도 광대한 우주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여전히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이름조차 없는 식물과 미생물들이 토양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식물을 그저 밑바닥에 깔린 부차적 존재(7)’로 바라보는 인간 중심적 시선을 비판한다.


평소에 정원을 가꾸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저자의 비판에 반박할 것이다. 이 사람들은 자신이야말로 누구보다 식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식물을 모르면서 사랑하는 것은 알고 사랑하는 것과 다르다. 식물의 생장 방식을 모른 채 식물을 사랑하면 오히려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거나 본의 아니게 지구 환경을 망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물을 많이 주면 식물이 잘 자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식물에 물을 듬뿍 주는 행동을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할 태도로 여긴다. 그러나 식물은 알아서 물을 마신다. 저자는 정원에 주는 물의 양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식물에 물을 적당히 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정원의 꽃과 나무가 잘 자라도록 화학비료를 듬뿍 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식물들은 잘 자라겠지만, 식물이 생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토양의 미생물은 줄어든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식물도 오래 살 수 없다. 정원사들은 식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흙인 토탄을 많이 사용한다. 토탄의 장점은 많다. 토탄의 색깔은 비옥한 자연의 흙과 비슷하다. 그리고 토탄은 식물의 어린뿌리를 보호하고, 뿌리가 거침없이 쑥쑥 자랄 수 있게 돕는다. 하지만 식물맹인 도시인과 토탄의 장점을 잘 아는 정원사들은 토탄을 생산하기 위해 습지가 무분별하게 파헤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정원을 잘 가꾸기 위한 이유 하나만으로 습지가 사라지면 그곳에 사는 생명체들(식물도 포함되어 있다)의 터전도 없어진다.


식물학자의 정원 산책식물을 사랑하면서 지구까지 생각하는마음으로 정원을 가꾸자고 제안한다. 그는 식물이 복잡한 생물이라는 사실을 먼저 이해하고, 식물을 자주 접하면 식물맹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연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슬기롭고 슬기로운 사람)라고 쉽게 생각한다. 우리 주변 세상을 좀 더 넓게, 유심히 바라보자. 그러면 우리는 누구인지 (잠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가장 위쪽의 우주와 가장 아래쪽의 우주 사이에 끼여 사는 ‘Homo misemeonji’.







Mini 미주알고주알

 


 

1

 

 

* 90

 

마침 우리 집 정원의 담쟁이를 향해 선전 포고를 하고, 그리스 신화 속에서 뱀과 싸우는 라오콘[]처럼 녀석과 씨름을 벌이던 참이라 그 어마어마한 숫자가 뼈저리게 다가온다. 할아버지가 연로하셔서 정원 일에 손을 놓아 버리자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초록빛 촉수를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 라오콘(Laocoon)은 트로이의 신관이다. 그는 거대한 목마를 트로이 성안으로 들여오는 것을 반대한다. 신의 노여움을 받은 그는 두 아들과 함께 바다에서 나온 거대한 뱀 퓌톤(Python)에 휘감겨 목숨을 잃는다. 라오콘은 뱀과 싸운 인물이라기보다는 뱀의 공격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죽어간 인물에 가깝다. 그리스 신화에서 뱀(히드라, Hydra)과 싸운 인물은 헤라클레스(Herakles).






2

 

 

* 213

 

현재 우리가 한창 발견 중인 식물들은 냉전 시대에 수집한 것들이다. 1980년 영국의 하드 록 밴드 레드 제플린이 해체하기도 전이며, 1976년 중국에서 톈안먼 사건이 일어나기도 전이고, 1970년 독일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 프란츠 베켄바워가 탈구된 어깨를 삼각 끈으로 묶고 뛰었던 그 유명한 경기[]가 있기도 전이다.

 

 

[] 그 유명한 경기1970년에 열린 FIFA 멕시코 월드컵 준결승전을 말한다. 당시 독일(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이었으니 국가 명칭은 서독이다)의 준결승 상대는 이탈리아였다. 경기 결과는 4:3으로 이탈리아가 승리했다. 이 경기에 출전한 베켄바워(Franz Beckenbauer)는 어깨를 다친 상태로 연장전까지 뛰는 저력을 보여줬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트라슈 2020-12-17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찾지않는 바람부는 언덕에
이름모를 잡초야
한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나훈아 노래 <잡초>입니다. 사실 잡초는 이름이 없어서 잡초가 아니라 사람이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는 여러가지 풀이라고 정의되고 있으니 나훈아의 <잡초> 가사는 엄밀히 따진다면 약간의 오류가 있다고 해야겠지요^^ 세상에 이름없는 풀은 없으니까요. 혹시 미발견된 새로운 종이 어딘가 있을지도 모르겠만요..

봄이 되면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미는 풀중에 하나가 냉이인데 이 냉이도 자주 안 보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냄새를 맡아봐도 뿌리를 캐봐도 잎모양을 유심히 살펴봐도 냉이 비슷한 것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식물맹일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당장 내가 확실히 알고 구분할 줄 아는 식물이나 나무 이름을 대보라면 30개도 못 채울 것 같네요. 그러고 보면 우리가 이름을 전혀 모르는 식물과 가까이 공존하면서도 그 이름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 현실이 상당히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학교나 직장에 수십, 수백명이 있어도 이름을 다 외우고 연예인, 걸그룹, 운동선수, 정치인 이름은 줄줄이 꿰는데 정작 내 발밑의 그 잡초들 이름 하나 모르고 수십년 째 살고 있다니 좀 부끄럽기도 하네요.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식물들에 대해 너무 무지해서 식물들에게 미안하게 느껴집니다. 봄이 오기전에 좋은 식물도감책 하나 구입해서 틈틈히 봐야 겠습니다.
글 잘봤습니다.

cyrus 2020-12-17 09:03   좋아요 0 | URL
식용 버섯도 구분하기 힘들어요. 등산한 사람들이 식용 버섯인 줄 알고 따서 먹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도 그렇고 대부분 사람은 먹을 수 있고, 몸에 좋은, 예쁜 식물을 선호해요. 식물을 너무 좋아한 사람은 외래종까지 사와서 자신의 정원에 심으려고 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외래종을 무분별하게 들여오는 일을 비판해요. 이 책은 식물맹, 식물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 봐야 할 책입니다. ^^
 
슈뢰딩거의 고양이 - 물리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50가지 실험
애덤 하트데이비스 지음, 강영옥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2점   ★★   C





과학이라고 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서양 출신의 과학자들을 떠올린다. 과학자들의 이름을 아는 대로 말해보자. 왕관 실험을 통해 부력의 실체를 확인한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낙하운동 법칙을 발견한 갈릴레이(Galileo Galilei).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뉴턴(Isaac Newton)과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있다. 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인 실험을 소개한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 And 49 Other Experiments that Revolutionised Physics)는 서양 중심의 과학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저자가 물리학이 과학사의 중심 학문이라고 강조하는 건 아니다. 이 책은 물리학과 연계된 화학, 천문학, 우주론에 관한 중요한 성과들도 나온다.   


국역본의 부제는 물리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50가지 실험이다. 국역본에 한 가지 주제의 내용이 추가되었다(저자가 추가했는지 아니면 역자가 추가해서 썼는지 알 수 없다. 만약 후자일 경우라면 역자가 이 사실을 언급해서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 역자는 원서의 부제와 국역본의 부제가 왜 차이가 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저자가 최근에 쓴 책 피보나치의 토끼원서의 부제는 ‘And 49 Other Breakthroughs that Revolutionised’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피보나치의 토끼》 에 소개된 수학 이론은 50가지다). 그 주제는 바로 힉스 입자(Higgs particle)’. 이 책을 쓴 저자 애덤 하트데이비스(Adam Hart-Davis)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초판 발행연도는 2018년이다. 그런데 국역본 앞 장에 있는 서지정보를 보면 2015년에 발행된 사실(‘Elwin Production Limited 2015’)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상하기 짝이 없지만, 일단 이런 특이 사항이 있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자.


이 책에 비중 있게 언급된 동양 출신의 과학자는 아라비아 출신의 과학자 이븐 알 하이삼(Ibn al-Haytham)이다. 라틴어 이름인 알하젠(Alhazen)이다. 저자는 알하젠이 세계 최초로 체계적인 실험을 한 과학자라고 말한다. 알하젠은 어두운 방이라는 뜻을 가진 광학 장치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를 만들어 빛이 직진하는 성질을 증명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리학의 역사를 압축하고 요약 정리한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단점은 서양 중심의 과학사 위주의 서술 방식이다. 서양 중심의 과학사에 익숙한 과학사가나 독자들은 동아시아와 중동에서 독자적으로 발전된 과학을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동양 출신 과학자들의 업적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다음에 나올 인용문은 서양 중심 과학사에 초점을 맞춘 서술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52년 동안 츠바키와 바데는 120개의 초신성을 발견했다. 사실 초신성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었다.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학자가 없었을 뿐이다. 1572년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가 초신성을 관측했다는 기록이 있다. (140)


 

저자가 초신성 관측의 역사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티코 브라헤(Tycho Brahe, 튀코 브라헤)가 초신성을 관측한 사실만 달랑 언급하고 넘어간 점은 과학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다. 저자의 간략한 설명을 본 독자는 튀코 브라헤가 최초로 초신성을 관측한 학자라고 이해할 수 있다. 최초로 기록된 초신성은 185년 중국의 천문학자들이 관측했다. 그 밖에 이슬람 천문학자들도 초신성을 관측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아시아와 중동 출신 천문학자들의 초신성 관측 기록은 튀코 브라헤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나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독자를 당혹스럽게 하는 이상한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제일 마지막에 나온 힉스 입자에 대한 설명이 정말로 어이가 없기 때문이다.

   

 

 1964년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학교의 피터 힉스가 표준모형 내에는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소립자가 있을 거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소립자가 보손일 것이라 했다. 이후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보손을 찾으려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이 입자를 발견한 학자는 없다. (169)


 

201310월에 스칼라 보손(scalar boson, 스핀이 0인 보손)의 유일한 기본 입자인 힉스 입자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그런데 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힉스 입자에 대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171)”라는 문장이 있다. 이 책(원서와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는데도 말이다. 본 책 170쪽에 결론: 힉스 입자는 이미 발견됐을지도 모른다라는 아리송한 한 줄의 문장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책 앞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엠페도클레스의 클렙시드라 실험부터 힉스의 신의 입자발견까지 


이 세 가지 문장을 종합해서 본다면 필자가 왜 이 책을 이상하다고 느꼈고 당혹스러워했는지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책 앞표지와 뒤표지에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넌지시 알린 말이 있지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과학책이 이렇게 겉과 속(내용)이 다르면 곤란하다슈뢰딩거의 고양이피보나치의 토끼보다 먼저 나온 책인데, 이 책의 만듦새는 피보나치의 토끼와 비슷하다. 아무튼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단점이 많이 드러난 책이다이런 허술한 책이 과학 비전공 독자들의 손에 들려 있어선 안 된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26


 암흑기에는 종교 교리가 학문 전반을 지배했다. 심지어 철학자들도 교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신의 뜻입니다로 정해져 있었다. 암흑기를 벗어나면서 어떤 현상에 논리적으로 접근하려는 이들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1620년대에 발표된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저서에서는 경험론적 증거와 실험과학을 강조하고 있었다.[]

 

 

[] 저서의 정체는 노붐 오르가눔(Novum Organum)이다. 1620년에 발표된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저서이다. 국내에 신기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2

 

 

* 76


 피조의 친구인 레옹 푸코도 결국 의학 공부를 중도에 포기했다. 그는 찰스 다윈처럼 색맹이었고[] 자신이 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

 

 

[]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1825년에 에든버러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으나 해부학 수업(환자의 몸이나 시신에 흘러나온 피와 해부학 실습실에 있는 해부학용 시신의 모습)에 적응하지 못해 1827년에 중퇴했다. 그런데 다윈이 색맹이라는 이유로 의학 공부를 포기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다윈은 붉은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록 색맹일 것이다. 이 내용이 확실한지 알고 싶다(“에잇, 읽어야 할 책들이 또 생겼군.”). 참고로 색맹으로 유명한 과학자는 원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존 돌턴(John Dalton)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닷바람을 맞으며 레이첼 카슨 전집 1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4점   ★★★★   A-





바닷바람을 맞으며(Under the Sea-Wind)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쓴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한 사람이 문장으로 빚어낸 생생한 자연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1941년에 나온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카슨이 쓴 첫 번째 책이자 바다 3부작의 시작을 알린 책이다.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 카슨은 해양 생물에 관한 라디오 원고를 주로 썼다. 홍보용 소책자에 실린 카슨의 글을 눈여겨본 미국 어업국(Bureau of Fisheries, 우리나라의 해양수산부와 같은 행정기관) 소속 직원(카슨의 직속 상사)은 그녀에게 대중 매체에 실을 만한 글을 써보라고 격려했다. 평소에 바다와 해양 생물에 관심이 많았던 카슨은 자신의 강점을 살려서 바다를 주제로 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 책이 바로 바닷바람을 맞으며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에 가장 비중 있게 나온 해양 생물은 갈매기, 고등어, 뱀장어다. 카슨은 책을 쓰기 위해 바다에 직접 가서 해양 생물들을 관찰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를 유심히 보면 카슨의 정확한 관찰력이 만들어낸 문장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문장들을 읽으면 마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필자가 이 책을 ‘자연 다큐멘터리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고기를 잡기 위해 다시 강으로 돌아간 물수리는 수면 가까이로 급강하해 날갯짓을 하며 발을 강에 담갔다. 발톱에 묻은 물고기의 점액을 닦는 것이다. (93)

 

 어부들이 두 번 정도 그물을 더 거둔 후 만조가 되었다. 이윽고 물고기를 잔뜩 실은 배들이 돌아갔다. 회색 바다를 배경으로 흰 모래톱에서 날아온 갈매기 무리가 해변의 물고기를 잔뜩 먹었다. 갈매기들이 먹이를 놓고 싸움을 벌일 때 작고 검은 깃털을 지닌 새 두 마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녀석들은 해변의 좀 더 높은 곳으로 물고기를 가져가 먹어치웠다. 그들은 해변 언저리에서 먹이를 찾아다니는 고기잡이까마귀로, 죽은 게나 새우 등 바다의 부산물을 먹고 살았다. 해가 지자 숨어 있던 구멍에서 나온 달랑게 군단이 해변에 남겨진 물고기의 마지막 잔해마저 깨끗이 해치워버렸다. 그보다 먼저 모래벼룩이 모여들어 고기의 사체를 나름의 방식으로 재생하느라 바빴다. 바다에서는 아무것도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가 산다. 생명의 중요한 요소가 계속해서 끝없는 순환을 이어가는 것이다. (104)

 

 

[원문]

 After the fishermen had made two more hauls and then, as the tide neared the full, had gone away with laden boats, a flock of gulls came in from the outer shoals, white against the graying sea, and feasted on the fish. As the gulls bickered among themselves over the food, two smaller birds in sleek, black plumage walked warily among them, dragging fish up on the higher beach to devour them. They were fish crows, who took their living from the edge of the water, where they found dead crabs and shrimps and other sea refuse. After sundown the ghost crabs would come in legions out of their holes to swarm over the tide litter, clearing away the last traces of the fish. Already the sand hoppers had gathered and were busy at their work of reclaiming to life in their own beings the materials of the fishes’ bodies. For in the sea, nothing is lost. One dies, another lives, as the precious elements of life are passed on and on in endless chains.



하지만 카슨은 당시 1940년대의 기술과 지식만으로는 해양 생물의 참모습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부지런하게 바다를 산책하면서 세밀하게 관찰했지만, 개인의 능력만으로 거대하고도 깊은 바다 세계의 풍경을 독자들에게 실감 나게 전달하기에 역부족이었다따라서 지금까지 알려진 바다와 해양 생물에 대한 지식과 비교해서 책을 읽으면 정확성이 떨어진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아마도 그녀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뱀장어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해양 생물연구소에 일했을 때 뱀장어를 관찰하고 연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뱀장어가 어떻게 사는지, 어디서 알을 낳는지 등에 대해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카슨은 뱀장어 이야기를 어떻게 썼을까? 그녀는 당시로선 새로운 방식으로 글을 썼다. 카슨은 지식으로 채워지지 않은 해양 생물의 삶에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상상력에서 잉태된 해양 생물들은 흡사 인간의 모습을 닮았다. 동물을 의인화한 표현 방식은 지식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과학적 글쓰기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카슨이 재구성한 해양 생물들의 이야기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게 만든 이분법적 구도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이분법적 구도의 창시자 데카르트(Descartes)는 의심하는 인간의 영혼만을 주체로 간주하고, 동물을 생각과 영혼이 없는 객체로 밀어 넣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에서 유일하게 등장한 인간은 고등어를 잡는 어부다. 그러나 이 어부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 중 가장 높은 자리에 군림한 자연의 정복자가 아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에 묘사된 어부는 생존을 위해서 바다로 뛰어든 하잘것없는 동물이며 바다 생태계 속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개체이다.


자연 속의 동물을 소재로 한 동물문학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된 작품은 파브르 곤충기시튼 동물기. 두 책 모두 각각 곤충과 동물의 생태 연구에 기반을 둔 문학 작품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파브르 곤충기시튼 동물기에 견줄만한 동물문학 작품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는 과학과 문학, 이 두 세계를 가로지른 카슨의 글쓰기가 돋보인 수작이다. 침묵의 봄이 카슨의 유일한 대표작이 될 수 없다. 그녀가 남긴 모든 책은 자연을 향한 따사로운 애정과 치밀한 관찰이 만나서 생긴 결실이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117~118

 가장 심한 학살은 밤 시간 동안 일어났다. 넓은 하늘 아래 바다에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 그날 밤 작은 플랑크톤은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수로, 그만큼이나 밝은 정도로 늘어났다. 빗살해파리, 화살벌레[1], 새우, 해파리[2], 물벼룩, 메두사[2], 투명한 날개를 자랑하는 고둥 무리가 수면 가까이 올라와 어두운 밤 속에 반짝거렸다.

 

[원문]

 It was the nights that had seen the greatest destruction. They had been dark nights with the sea lying calm under a wide sky. On those nights the little stars of the plankton had rivaled in number and brilliance the constellations of the sky. From underlying depths the hordes of comb jellies and glassworms[1], copepods and shrimps, medusae of jellyfish[2], and translucent winged snails had risen into the upper layers to glitter in the dark water.

 

[1] glassworm(유리벌레): Chaoborus(각다귀의 일종)의 유충. 화살벌레와 유리벌레는 서로 다른 개체이다.

 

[2] 해파리는 여러 가지 형태(플라눌라 유생폴립스트로빌라에피라메두사)로 변하면서 성장하는데, 어느 정도 다 자란 해파리를 메두사라고 한다. 그러므로 해파리메두사를 마치 서로 다른 개체인 것처럼 따로 쓸 필요가 없다. 원문에 나온 ‘medusae of jellyfish’는 해파리를 뜻한다.






2

 

 

* 240(용어 설명중에서)

 

심해저[1]


 대륙붕의 가파른 경사면에 둘러싸인 대양 속 깊은 곳의 지형[1]. 심해저의 바닥[1]은 넓고 황량한 평원으로, 보통 깊이는 3킬로미터 정도[2]에 달한다. 때로 8~9킬로미터에 이르는 계곡이나 협곡이 자리하기도 한다. 심해저의 바닥은 깊고 부드러운 무기물 진흙과 바다 생물체의 사체로 덮여 있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항상 온도가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3]

 

[원문]

 The central deeps of the ocean, enclosed by the steep walls of the continental slope. The floor of the abyss is a vast and desolate plain, lying, on the average, about three miles deep, with occasional valleys or canyons dropping off to depths of five or six miles. The bottom is covered with a deep, soft deposit composed of inorganic clays and of the insoluble remains of minute sea creatures. The abyss is wholly without light and is uniformly cold.

 

 

[1] 심해저는 오역이다. 카슨이 직접 쓴 용어 해설(glossary)’에 제일 먼저 나오는 단어가 ‘abyss’, 심해(수심이 깊은 바다). 심해저(deep sea bottom, deep-sea floor) 또는 심해저 평원(abyssal plain, abyssal floor)은 수심 2000m 이상의 심해의 밑바닥(심해 지형)을 말한다. 그리고 심해저의 바닥은 동의어가 반복된 어색한 표현이다. 심해저의 (, floor)’는 밑바닥을 뜻하는 한자어다. 올바르게 쓰면 심해의 바닥(The floor of the abyss)’이다.

 

[2] 3마일(three miles)km로 환산하면 4.8km이다.

 

[3] 심해는 수심 2,000m 이상의 바다로, 빛과 산소가 거의 없고 온도는 낮은 대신 압력이 매우 높다. 하지만 심해라고 해서 무조건 수온이 낮은 건 아니다. 심해저에 화산처럼 지구 내부의 지열로 뜨거워진 물(수온이 300가 넘는다)과 연기(주로 황화수소가 들어 있다)를 분출하는 열수분출공(熱水噴出孔, hydrothermal vent)이 있다. 이 주변에 있는 생물들은 고온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므로 심해가 항상 저온 상태로 유지한다고 볼 수 없다. 열수공 주변의 수온은 엄청 뜨겁기 때문이다


카슨과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심해에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해양생물학자인 카슨은 심해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의 책인 바닷바람을 맞으며에 심해생물의 생태를 소개했다. 그러나 그녀의 책에 등장한 심해생물들은 저온(또는 고온)과 고압에 적응하기 위해 괴상한 모습으로 진화한 개체에 가깝기보다는 수심이 깊지 않은 바다에서도 사는, 평범한 모습의 개체이다


카슨은 심해 지형에 대륙붕과 대륙사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960년대 말에 해양과학자들은 열수분출공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카슨은 1964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그녀는 열수분출공의 존재를 몰랐을 수 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인 1977년에 심해 유인잠수정 앨빈(Alvin)호가 처음으로 열수분출공을 확인했다. 카슨이 건강해서 좀 더 살아있었으면 열수분출공에 흥미를 보였을 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20-12-12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슨의 책은 과학책이기에 앞서 문학적이죠. 그는 문학적 감수성으로 과학서를 쓴 작가로 기억될 겁니다. 그 유명한 침묵의 봄도 보면 문학적 표현력이 돋보이는 책이었죠.ㅎㅎ

cyrus 2020-12-13 10:35   좋아요 0 | URL
카슨과 같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과학책을 쓰는 작가’가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제가 잘 몰라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 카슨과 같은 작가가 누구 있는지 떠오르지 않아요.

레삭매냐 2020-12-12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레이철 카슨에 꽂혀 일단
책들을 사 모으긴 했으나...

여전히 읽지 못하고 있네요.

내년에나 만나 보게 될 수 있을지.

cyrus 2020-12-13 10:36   좋아요 0 | URL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되면 안 읽을 수 없게 됩니다.. ㅎㅎㅎ
 
재미있는 화학
브라소프 트리포노프 지음, 전파과학사 편집부 옮김 / 전파과학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0점     F





제목이 단순한 과학책 재미있는 화학‘젊어 보이기 위해 나이를 속인 책이다. 연예인들은 나이가 중요하다. 이들은 한 살이라도 어려야 방송에 더 자주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출판연도는 인간의 나이에 해당한다. 재미있는 화학은 올해 10월에 출간된 새 책 같아 보이지만, 초판과 비교하면 달라진 점이 전혀 없다. 초판의 출판연도는 1996년이다. 초판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24년 만에 다시 나온 재미있는 화학은 개정판인 척하는 개판이다.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은 주기율표를 하나의 건물로 비유해서 설명한 방식이다. 현재까지 주기율표에 기재된 원소는 건물 거주자인 셈이다. 제목만 보고 책이 재미있을 거로 생각한 독자는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화학보다 더 재미있는 화학책은 얼마든지 있다. 필자는 이 책이 재미있어 보여서 고른 게 아니다. 책의 제목과 출판연도를 확인하자마자 이 책은 개정판이 아니라 개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필자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책의 문제점은 원소 명칭이다. 이 책에 나온 원소들의 이름이 오래되고 촌스럽다. 해당 책을 만든(구판의 내용을 거의 고치지 않은 채 떳떳하게 개정판이라고 소개하면서 책을 냈는데, 과연 만들었다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대한화학회가 제정한 원소 명칭들을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은 것 같다. 곧 후술할 내용이지만, 오자가 너무 많다. 책의 구판은 전문 번역가가 아닌 출판사의 편집자들(역자 이름이 편집부’로 되어 있다)이 맡았는데, 이는 요즘에 보기 드문 출판 형식이자 역자가 누군지 묻지도 따지지 않았던과거에 횡행했던 출판계의 악습이다.

 

책의 부록은 1번부터 118번까지 모두 등록된 주기율표다. 책에 지금까지 104종의 원소를 발견했다(41)”라고 적힌 본문을 생각하면 책을 대하는 출판사의 태도가 성의 없다. 편집자들은 번거롭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난 과학 지식(이제는 쓰지 않는 과학 용어나 명칭)이 언급된 본문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여기에 주석을 달아 보충 설명을 해줬어야 했다.

 

이 책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얼음물이 생체에 유익하다라는 저자(해당 책에 저자 약력이 없다)의 견해이다(‘생명에 부여하는 물이라는 소제목의 글 참조). 저자는 얼음물을 섭취한 병아리의 체중이 늘어난 것을 관찰하면서 얼음물이 우리 몸에 유익하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저자의 결론을 믿으면 곤란하다. 얼음이 투명하고 깨끗해 보여도 그 속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norovirus) 등의 세균이 살 수 있다. 얼음 속에 있는 세균이 다 죽어도, 그 세균에서 나온 유해 물질은 얼음에 그대로 남아있다. 오염된 얼음이 녹아서 생긴 물도 안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얼음이 들어있는 음식(냉면)이나 음료를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재미있는 화학은 장점보다 단점이 너무 많다. 그런데 경악스러운 건 이 책의 전자책도 판매되고 있으며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 등록되어 있다. 이런 재미없는 화학책은 더 이상 나오면 안 된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21

 화학자가 수소를 완전히 길들여서 중요한 물질을 만드는 데 이용하기 시작했을 때, 물리학자들도 이 기체에 훙미[]를 가졌다. 그들은 이 기체로부터 많은 지식을 얻었고, 그것이 과학을 몇 배나 풍요롭게 만들었다.

 

 

[] 흥미의 오자.







2

 

 




* 35

 “2개의 평행직선은 결코 직교하지 않는다?”라는 고대의 대()수학자 유클리드(Euclid, B.C. 320~275)의 말을 들먹이며, 기하학은 주장해 왔다.

 “아니다, 직교한다!”라고 19세기 중엽에 러시아의 수학자로 바체프스키(N. I. Lobachevskii, 1793~1856)[]는 선언했다.

이리하여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새로운 기하학이 탄생했다.

 

 

[] 로바체프스키의 오자. 로바체프스키의 출생연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서 1792년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3

 




* 35

 알렉세이 톨스토이(A. K. Tolstoi, 1817~1879)[]의 작품에 기사가린의 쌍곡면이라는 소설이 있다.

 “훌륭한 공상 소설이다하고 온 세계의 문학자들이 칭찬했다.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는 허튼 공상이다라고 과학자는 맞섰다.

 톨스토이가 15년만 더 오래 살아 있었더라면, 그때까지 본 적도 없는 밝기와 위력을 지닌 광선이 루비의 결정에서 뻗어나가고 레이저라는 말이 일반 사전에도 실리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출생연도와 사망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알렉세이 톨스토이는 1883년에 태어나 1945년에 세상을 떠났다

 








4

 




* 41

사람들은 지금까지 104종의 원소를 발견했다.[]

 

 

[] 현재까지 발견된 원소는 118이다.








5

 

 

* 42

 1866626, 프랑스의 모아상(Henri Moissan)[]이 유리 플루오린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파리의 과학아카데미에 보고했을 때, 그의 한쪽 눈은 검은 안대로 가려져 있었다.

 

 

[] 무아상으로 표기한다.







6

 

 

* 42~43




   

[] 프레온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1987년에 몬트리올 의정서가 체결되어 프레온의 생산과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부터 프레온 사용이 금지되었다.








7

 

 

* 종이책 쪽수 확인하지 못함

 우리는 염소로 소독한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수돗물은 해가 없으나 그 맛은 샘물 같지가 않다. 오존으로 처리한 음료수 속에서는 병원균이 완전히 사멸되어 있다. 더욱이 염소의 꺼림칙한 맛도 없다.

 오존은 낡은 자동차의 타이어를 회생시키거나, 직물이나 섬유를 표백하거나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와 기술자는 강력한 공업적 오존발생기(Zoonizer)를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 오존을 이용하여 상수 및 하수 처리를 하는 방식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시행되었지만, 값싼 염소가 보급되면서 오존으로 소독하는 방식이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염소 소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오존을 사용하기도 한다. 책에 언급되었듯이 염소 소독은 살균 효과가 좋고, 화학물질 특유의 꺼림칙한 맛이 나지 않는다. 물론 오존 소독에도 단점이 있다. 염소 소독 방식에 비해 설치비와 유지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 오존이 대기 중에 다량으로 방출되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다.







8

 

 

* 88~89

 핵화학의 덕분으로 화학자들은 우라늄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우라늄의 핵이 분열할 때, 파편 이외에 많은 중성자가 튀어 나간다. 이들 중성자가 아직 분열하고 있지 않은 핵에 흡수되는 일이 있다. 이리하여 93번과 94번 또는 그 이상의 번호를 가진 원소가 합성될 가능성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핵화학에서는 이 초우라늄원소를 만드는 방법이 여러 가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알려져 있는 초우라늄원소는 넵트늄(Np, 93), 플루토늄(Pu, 94), 아메리슘(Am, 95), 퀴륨(Cm, 96), 버클륨(Bk, 97), 칼리포르늄(Cf, 98), 아인시타이늄(Es, 99), 페르븀(Fm, 100), 멘델레뮴(Md, 101), 노벨륨(No, 102), 로렌슘(Lr, 103)에 다 러시아(구소련)가 발견했다고 말하지만, 아직 국제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크르챠토븀(104)까지 12개의 원소이다. 104번 원소의 이름으로는 러시아(구소련)의 연구그룹이 주장하는 크로차토븀이란 이름과 미국의 연구자들이 제창한 라더포르듐이란 것이 있으나 아직은 결정을 보지 못하고 있다.[]

 

 

[] 대한화학회가 제정한 원소 명명법에 따라 원소 명칭을 고쳐 쓰면 다음과 같다.


 

넵트늄 넵투늄


칼리포르늄 캘리포늄


아인시타이늄 아인슈타이늄

 

크르챠토븀 쿠르차토븀(현재 사용되지 않는 명칭)


라더포르듐 러더포듐

 


1964년 러시아 합동 원자핵 연구소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한 방사성 원소. 플루토늄에 네온 원자를 충돌시켜 104번째 원소를 만들어서 쿠르차토븀(Ku)으로 불렀다. 하지만 1969년 미국의 연구팀이 같은 방법으로 실험을 행했으나 쿠르차토븀을 얻지 못했고, 캘리포늄에 탄소 이온을 충돌시키는 새로운 방법으로 104번째 원소를 만들어 러더포듐이라 지었다. 원래는 먼저 발견한 러시아에 명명권이 있었으나, 추가 실험이 불충분하다는 등 양쪽이 각자 주장을 했고, 물리학자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의 이름을 딴 러더포듐(rutherfordium, Rf)이라는 이름이 결정되기까지 무려 3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1992년에 러시아와 미국의 연구팀을 함께 공동 발견자로 인정했다. 쿠르차토븀, 러더포듐, 더브늄(Dubnium, Db)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1997IUPAC에 의해 104번 원소 이름은 러더포듐으로 확정되었다.

 







9

 

 



* 100

 독일의 스빈은 유명한 북극탐험가 노르덴시될드가 그린란드의 빙하에서 수집한 운석(陽石) 속에서 초우라늄원소를 찾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 운석 속에서 원자번호 108번의 원소를 발견했노라고 보고했다.

 

 

[] Nordenskiöld(1832~1901). 노르덴시욀드’, ‘노르덴쇨드’, ‘노르덴셸드로 표기한다.







10

 

 



* 102

 천문학자 허셀(S. F. W. Herschel, 1738~1822)이 발견한 천왕성(Uranus)[]의 이름에 연유해서 이 원소에는 우라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허셜로 표기한다. 실질적으로 천왕성을 발견한 사람은 허셜과 그의 여동생 캐롤라인 허셜(Caroline Herschel)이다.









11

 

 



* 106

 1912년에 옥스퍼드 대학의 건터(E. Gunter, 1581~1626)[] 교수가 나폴리 근처에서 고대 로마의 유적을 발굴하여 놀랄 만큼 아름다운 유리 모자이크의 벽화를 발견했다. 2000년 전 유리의 색채는 전혀 색깔이 바래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 건터 교수의 출생연도와 사망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12

 

   




* 108

 지금까지 주기율표와 그 위대한 건축가에게 많은 찬사를 바쳐 왔으나, 이 건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기율표의 7(7주기)은 아직도 절반 정도 밖에는 이룩되지 않았다. 7층에는 32개의 방이 있을 터인데 현재는 18개 방밖에 완성되지 않았다.[] 더욱이 7층의 거주자는 어딘지 좀 달라서 정말로 거주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지를 알 수가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곳의 거주자들은 환상 같은 데가 있다.

 

 

[] 7주기(87~118)에 속한 총 32종 원소 모두 발견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고 있던 당시에 발견된 7주기 원소는 총 18(87~104)이었다. 그래도 주기율표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현재 화학자들은 8주기 원소(119~164), 9주기 원소(165~172)를 찾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주기율표에 기입될 마지막 원소 번호는 164(9주기 원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또는 172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13

 

 

* 110

104번 원소인 크르차코붐[]의 반감기는 고작 0.3초이다.

 

 

[] 8번 주석의 쿠르차토븀과 러더포듐참조







14

 

 

* 116~117

 

 


 

[]

 

가리아 갈리아(Gallia)

 

루테늄(루테니아는 라틴어로 러시아를 말함) 소련이 해체되면서 루테니아(Ruthenia)라고 불리던 지역은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가 되었다.

 

루테툼(파리의 옛 이름이 루테시아Lutetia라 불렸다) 루테시아가 아니라 루테티아.







15

 



 

* 127

 의학에는 의학 자체와 같을 만큼 오래된 독자적인 심벌이 있다. 술잔과 그 주위를 휘감고 있는 뱀이다.[]

 이것과 비슷한 심벌이 화학에도 있다. 그것은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이다.

 

 

[] 의학을 상징한 심벌은 지팡이와 뱀이 그려져 있다. 이 심벌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의 지팡이와 죽은 생명을 살려내는 약초를 가져온 뱀에서 유래했다








전설에 따르면 아스클레피오스는 제우스(Zeus)의 번개를 맞아 죽은 글라우코스(Glaukos)를 치료하던 중, 병실에 들어온 뱀을 발견해 지팡이로 때려 죽였다. 잠시 후, 또 한 마리의 뱀이 약초를 입에 문 채 병실에 들어왔고, 그 약초를 죽은 뱀의 입 위에 올려놓았다. 약초의 효능 때문에 죽은 뱀이 살아났고, 아스클레피오스는 이 약초로 글라우코스를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뱀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한 마리의 뱀을 자신의 심벌로 정했다고 한다.







의학을 상징한 또 하나의 심벌은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두 마리의 뱀이 그려진 것이다. 이 지팡이의 주인은 헤르메스(Hermes)이며, 명칭은 카두케우스(caduceus). 미국 육군 의무병 휘장에 카두케우스가 그려져 있는데, 이에 대해 학자들은 미 의무대가 심벌의 의미를 잘못 이해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야말로 의학을 상징한 심벌이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필자가 알고 있는 의학 심벌은 두 가지가 있는데, 두 가지 심벌 모두 술잔이 들어가 있지 않다. 뱀과 술잔이 들어간 의학 심벌이 실제로 있다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아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길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20-12-1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 빵점.. ;;;;

cyrus 2020-12-10 16:59   좋아요 0 | URL
1점도 아까운 책입니다. 올해 서재의 달인이 되셔서 축하드립니다. ^^

박균호 2020-12-1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비판적인 리뷰 너무 좋습니다. 정성 스러운 글 잘 읽고 가요.

cyrus 2020-12-10 17:02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제가 지적한 것 중에 틀렸거나 정확하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어요. ^^

2020-12-10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12-10 17:18   좋아요 1 | URL
글쎄요. 알라딘에 건의해보지 않고 판단하기에 이르지만, 알라딘은 팩트 체커 코너 운영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알라딘 블로거 중심으로 팩트 체커 코너를 만든다면 알라딘을 통해 책을 판매하는 출판사들이 좋아할까요? 알라딘은 알라딘 회원이 좋아할만한, 그러니까 많이 팔릴 만한 책을 홍보하려고 하는데, 저 같은 사람이 그 책에 팩트 체커를 한다고 하면 알라딘 입장에선 난처할 거예요. 지금까지 저의 의견은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저는 알라딘 직원이 아니고 알라딘의 회사 운영 방침을 자세히 모르니까요.

‘이달의 마이 리뷰’ 당선작 중에 별점 1개, 2개를 받은 리뷰는 본 적이 없었어요. 악평을 쓴 리뷰가 당선작이 된 적이 있는데 제가 못 봤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여태까지 당선작 목록을 보면서 악평을 쓴 리뷰 당선적은 못 봤어요. 책을 비판적으로 평한 글은 ‘이달의 마이 페이퍼’ 당선작이 될 수 있어요. 어쨌든 리뷰를 쓰는 팩트 체커가 알라딘에 많이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출판사, 저자, 역자들이 비판적인 리뷰에 좀 더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올해 서재의 달인이 되셔서 축하드립니다. ^^
 
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3점    ★★★    B

 

 

 

 

 

‘lab’‘laboratory(실험실)’의 준말이다. 과학자 호프 자런(Hope Jahren)은 어린 시절에 과학 교수인 아버지의 실험실에서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다. 아버지의 실험실은 그녀가 자유롭게 기계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31) 장소였다.

 

영국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대표작인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여성과 소설을 다룬 주제를 다룬 강연문을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방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돈과 방은 자유롭게 사색할 수 있고, 편안하게 글을 쓰기 위해 있어야 할 최소한의 기본 조건이다. 호프 자런의 첫 번째 책 lab girl(랩 걸)과학자가 되고 싶은 여성을 위한 자기만의 방과학 버전이다. 혼자 실험할 수 있는 나만의 실험실이 없으면 창의적인 생활은 불가능하다. 실험실은 휴식을 겸할 수 있는 과학자의 집이다. 자런은 대학교 건물 안에 있는 T309호실을 개인 실험실(the Jahren Laboratory)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실험실에 있으면 아버지의 실험실에서 놀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된다. 자런은 친한 동료 빌(Bill)과 함께 매일 밤마다 실험실을 꾸몄다. 그녀는 당시 상황을 어린 소녀들이 인형의 옷을 여러 번 갈아입히는 일(141)’처럼 느꼈다고 회상했다.

 

나만의 실험실을 마련하고, 이 공간을 계속 유지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자런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학원생이 과학자로서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는다. 연구 기반을 갖추지 못한 과학도들은 제대로 연구를 할 수 없다. 획기적인 연구 결과는 단기간에 나오지 않는다.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백 번 이상의 연구를 시도해야 하며(실패를 겪어야 하며) 절대로 중도에 포기해선 안 된다. 자런은 진정한 과학자가 되려면 자신만의 실험을 개발하고, 그렇게 해서 완전히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한다(99). 그러기 위해서 국가는 과학도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학자들이 실패해도 계속 이어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랩 걸은 여성 독자,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고 싶은 여성에게 중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중요한 까닭은 자런이 과학자로서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전문직 여성이 처한 일상적인 문제들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런은 과학자라는 명함을 가진 것만으로 여성이 자신만의 연구를 시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녀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과학자로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편안한 실험실의 필요성이다.

 

랩 걸은 크게 나무과학(식물학)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의인화하여 표현한다. 특히 저자가 어린 시절에 만난 은청가문비에 대한 글(2)은 문학 교과서에 실릴 만한 글이다. 저자는 평범하고 초라해 보이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은청가문비에 생명과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일반인이 보지 못한 나무의 삶을 들려준다.

 

어떤 독자는 저자의 글쓰기 방식이 산만하다고 불평하면서 랩 걸과학책같지 않다고 했다. 앞서 필자가 말한 두 가지 주제의 글이 이리저리 번갈아 가면서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저자가 개인적인 일상을 주저리주저리 서술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는 독자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랩 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자의 산만한 글쓰기를 이해해줘야 한다. 직히 말해서 《랩 걸은 잘 만든 책은 아니다(이유는 후술할 ‘Mini 미주알고주알’을 참조할 것). 하지만 저자는 마치 정해진 틀에 벗어나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랩 걸이 되어 글을 썼다. 과학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과학적인 내용만 잔뜩 있어야 하나. 랩 걸이전에도 국내외 과학자들은 에세이 형식으로 된 과학책을 썼다. 랩 걸은 과학 책이다.

 

 

 

 

 

 

 

 

Mini 미주알고주알

 

 

    

 

* 187

    

 

 

 

 

 

원문(<Lab Girl>, 131): goose-shit yellow

 

‘goose’거위를 뜻한다. 갈매기를 뜻하는 영단어는 ‘gull’이다. 그리고 노랑색은 비표준어. 노랑 또는 노란색이라고 써야 한다.

 

 

 

 

* 187~188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애리조나에 만든 바이오스피어 프로젝트라는 표현이 어색하다. 바이오스피어 프로젝트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애리조나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일까. 원서(132쪽 참조)에는 ‘Biosphere project’라고 적혀 있는데, 정확한 명칭은 ‘Biosphere 2 project’. 저자는 프로젝트 명칭을 착각하여 잘못 썼다. 실제로 캐나다 퀘백 주 몬트리올에 ‘Biosphere’라는 생태 박물관이 있다. ‘생물권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바이오스피어는 지구 전체 생태계를 의미한다.

 

바이오스피어 2는 햇빛을 제외하고는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거대한 돔이며 투명 유리로 만들어졌다. 이 구조물 안에 인간 거주지와 동식물을 위한 생태 구역이 조성되었다. 따라서 ‘Biosphere 2’ 인공 지구 생태계. 바이오스피어 2 프로젝트는 1991년에 애리조나에 완공되었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컬럼비아 대학교가 바이오스피어 2를 관리했고, 지구 온난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 구조물은 애리조나 대학교가 소유하고 있으며 연구시설 및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번역본에 있는 문장을 컬럼비아 대학교가 주관하고,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바이오스피어 2 프로젝트로 고쳐 쓸 수 있다.

    

 

 

 

 

* 193

 

  “너구리들이 또 아기 너구리들을 갖게 될 거야. 털이 더 필요해.”

 

  “팔을 둥치에 난 구멍으로 집어넣어봐. 너구리들이 씹을 수 있게. 노인의 팔은 씹는 데 아주 좋거든.”

 

 

[원문, <Lab Girl> 135]

“The raccoons are having baby raccoons again; I need more hair.”

 

“Stick your arm in the hollow, then, and the raccoons will chew it. An old man’s arm is good for chewing anyway.”

 

 

라쿤(raccoon, 학명: Procyon lotor)’너구리와 같은 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라쿤을 너구리로 번역하는 것은 오역이다. 라쿤은 너구리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다. 그래서 라쿤을 미국 너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른 이름 때문에 라쿤을 너구리와 같은 종으로 오해하기 쉽다. 너구리를 뜻하는 영단어는 ‘Raccoon dog’이다. 미국인들은 너구리를 라쿤을 닮은 개로 여긴다. 너구리의 학명은 ‘Nyctereutes procyonoides’.

 

 

 

 

 

* 272

 

    

 

 

원문, <Lab Girl> 190: “Shit, this thing will need gas witnin a couple of hours. I should have filled up while you were back there playing Goldilocks.”

 

<곰 세 마리>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를 말한다. 골디락스는 금발을 뜻하며 동화의 주인공인 금발 소녀의 이름이다. 골디락스는 숲속을 헤매다 세 마리의 곰이 살고 있는 오두막을 발견한다. 오두막 주인인 곰들은 외출한 상태였다. 골디락스는 빈 오두막에 들어갔고(무단 주거 침입), 부엌의 식탁에 있는 오트밀 죽 세 그릇을 발견한다. 첫 번째 죽은 너무 뜨거웠고, 두 번째 죽은 너무 차가웠고, 세 번째 죽은 먹기 좋게 온기가 적당했다. 골디락스는 세 번째 죽을 먹는다. 식사를 마친 골디락스는 세 개의 의자 중에 자신에게 딱 맞는 의자에 앉지만, 그 의자는 부서져버렸다. 소녀의 철없는 행동은 계속되는데, 이번에는 침실에 들어간다. 소녀는 침실에 있는 세 개의 침대 중에 너무 푹신하지도 않고, 너무 딱딱하지 않은 침대 하나를 고른다. 그리고 그 침대에 누워 잠든다.

 

금발이 놀이는 동화에 묘사된 소녀의 민폐 행동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역자는 골디락스를 금발이로 번역했는데, 동화를 잘 모르는 독자들은 금발이 놀이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역자는 금발이가 누군지 설명한 내용이 있는 주석을 달았어야 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0-12-0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자도 자기만의 실험실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역시 어떤 일이든 어려움이 없는 일은 없는 것 같네요. 자기만의 실험식이라 저건 진짜 돈이 많이 필요할 거 같은데... 어떤 연구든 제대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이고 국가적인 지원이 많이 필요하군요.

cyrus 2020-12-08 09:10   좋아요 0 | URL
호프 자런이 연구실을 마련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면 어려운 일인 건 사실이에요. 건물주가 아닌 이상 개인이 연구실을 가진다는 건 불가능해요. ^^;;

Angela 2020-12-0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랩걸읽었는데~새로운 해석이네요. cyrus님 오랜만에 반가워요

cyrus 2020-12-08 09:11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안젤라님. ^^

han22598 2020-12-08 0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 울프의 방과 자런의 방을 연결시킨 점이 새롭네요. 하지만 두개 방의 속성은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쓰기에서 필요한 방보다는 실험실에서 필요한 방의 특성을 더 잘 알 고 있기 때문에 제 생각이 편협할 수 있다는 것은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두방의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그 방의 퀄러티와 그 방에서 나온 결과물의 질에 대한 상관 관계입니다. 글쓰기의 방의 퀄러티가 그 방 주인의 글의 수준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방을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실상 여자들의 글쓰기는 가능해지고, 그 이후의 개인의 능력과 창조적인 일을 하라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마련된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실험실이라는 이야기 하는 랩방은 그 방의 퀄러티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방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실험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러한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실험자재, 도구들이 없거나 오래된 것들이라며, 실험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실험속도가 매우 느려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랩 퀄러티에 따라 창조적(?)인 실험들을 가능해지고 불가능해지는 것이 결정되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더 많은 여성과학자들에게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 허락되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느 영역이 안그러겠냐만은) 주류의 남성 과학자들처럼 퀄러티 있는 랩을 꾸려갈 수 있는 기회도 동등하게 주어져야하는 것 같아요.

cyrus 2020-12-08 09:24   좋아요 1 | URL
울프의 방과 호프 자런의 실험실을 연결한 이유는 단순해요(어떻게 보면 이 생각 또한 편협해보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둘 다 방입니다. 두 번째는 둘 다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입니다. <랩 걸>에서 자런은 실험실을 ‘글을 쓰는 곳(36쪽)’이라고 했거든요. ‘실험실’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게 과학자들이 모여서 실험할 때 쓰이는 장소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과거보다 과학계에 진출한 여성이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 과학자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다면 여성 과학자가 실험실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분위기는 무르익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여성 과학자들이 많이 드나드는 실험실이 우리나라 어딘가에 있겠죠? ^^;;

국내 과학계 현실을 책과 언론으로만 접했기 때문에 과학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자세히 모릅니다. 막연하게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한 사람들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han님이 말씀하신 ‘실험실을 꾸려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한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

2020-12-11 0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