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나치의 토끼
애덤 하트데이비스 지음, 임송이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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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점    ★★    C

 

 

 

 

과학 혁명(scientific revolution)은 이과 계열 사람들이 익숙하게 느끼는 용어이지만, 그들은 수학 혁명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수학 혁명은 국어사전에 등록된 단어가 아니며 학계에서 정식으로 사용하는 용어도 아니다. 피보나치의 토끼(Fibonacci’s Rabbits)의 부제는 수학 혁명을 일으킨 50가지 발견이다. 이 책은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획기적인 수학자들의 업적을 알려 준다. 책을 읽다 보면 수학 교과서를 공부하면서 만난 공식과 기호들이 나온다. 이 녀석들이(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공식과 기호를 가리켜 이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수학을 싫어하지 않는다) 독자의 눈앞에 들이대면서 문제를 어서 풀라고 요구하지 않으니 걱정 마시라. 수학 문제가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으므로 수학을 어려워하는 독자라도 이 책을 문제없이 읽을 수 있다. 책의 저자는 시대별로 (수포자를 괴롭힌) 수학 공식과 기호들이 탄생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그는 과거의 수학적 발견이 없었다면, 그 다음에 나온 수학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어째서 책 제목을 피보나치의 토끼라고 정했을까? 피타고라스(Pythagoras), 유클리드(Euclid), 뉴턴(Newton), 오일러(Euler), 가우스(Gauss)와 같은 쟁쟁한 수학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책 제목의 일부가 된 피보나치는 누구일까? 피보나치는 1202년에 산술에 관한 책을 썼다. 이 책의 인지도는 수학책 하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하학 원론수학의 정석보다 매우 낮다. 하지만 산술에 관한 책덕분에 우리는 매우 쉽고 간편한 숫자를 쓸 수 있게 되었다. 피보나치는 이 책을 통해 인도에서 전해져 온 아랍의 숫자 체계를 유럽에 소개했다. 그가 아랍의 숫자 체계를 배우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헷갈리기 쉬운 로마식 숫자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산술에 관한 책에서 가장 유명한 내용이 피보나치의 토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문제. ‘피보나치의 토끼문제는 다음과 같다. 한 농장에서 갓 태어난 한 쌍의 새끼 토끼가 사육되기 시작했다고 하자. 한 쌍의 토끼는 생후 1개월 뒤 번식하며 한 달 후에 다시 한 쌍의 토끼가 태어난다. 그렇다면 태어난 토끼가 죽지 않고 계속 산다면 일 년 동안 태어난 토끼는 몇 쌍이 될까. 피보나치는 한 쌍의 토끼가 계속 새끼를 낳을 경우 몇 마리로 불어나는지 알아보다가 수열을 발견했다. 수열은 피보나치 이후에 등장한 수학자들을 흥분시킨 수학적 패턴이었다. 수열을 연구하는 데 푹 빠진 수학자들은 자연과 우주가 수열로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피보나치의 토끼수학사를 50개의 파일(file)로 압축한 책이다. 소제목을 먼저 확인한 뒤에 관심 있는 파일 몇 개 골라서 읽어도 된다. 과거의 수학적 발견을 먼저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수학 개념과 공식이 있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과거의 수학적 발견에 대한 내용이 몇 쪽에 있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책에 이런 장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이 너무 많다. 글자 크기가 작은 게 흠이다. 글자 크기가 작으면 오자나 오류를 찾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 글자가 작아도 다 보인다.

 

다음에 나올 내용은 저자 또는 역자가 고쳐야 할 문장과 신중하게 읽을 필요가 있는 문장들이다. 내용이 많아서 관심 없는 독자는 안 봐도 된다. 그 대신 이 책은 여러 모로 부족한 점이 많고, 문과 계열에 속한 독자들에게 추천할 수 없다는 점만 알아두시라.

 

    

 

 

* 12

  드물게 뼈 화석에서 초기 형태의 수학적 증거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뼈에는 초기 인류가 남긴 V 모양 새겨져 있다.

 

 

‘이’ 하나가 빠졌다.

     

    

 

* 29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제논(Zenon)은 유명한 몇 가지 역설에서 무한이라는 개념을 다루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역설은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다.

 

 

제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는 총 다섯 명이다. 역설을 고안한 제논은 현재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지역인 엘레아(Elea) 출신이라서 엘레아의 제논(Zeno of Elea)이라고 부른다. 꼼꼼한 저자나 역자는 어느 출신의 제논이라고 쓴다.

    

 

 

 

 

본 책 31쪽에 코크 눈송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나 역주가 없다. ‘코크 눈송이라고 해서 하얀 코카인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광고에서 북극곰이 즐겨 마시는 코카콜라도 코크 눈송이와 관련이 없다. ‘코크 눈송이의 코크는 코카인의 속어(coke)와 코카콜라의 별칭(Coke)이 아닌 사람 이름이다. 코크의 정체는 스웨덴의 수학자 헬게 폰 코흐(Helge von Koch)이다. 많이 알려진 명칭은 코흐 눈송이또는 코흐 곡선이다. 코흐 눈송이는 고전적인 프랙털(fractal, 자기유사성) 모형이다. 프랙털에 대한 설명은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정재승, 동아시아, 2020, 개정증보 2)를 참조.

 

    

 

* 41

  아르키메데스가 남긴 엄청난 일화 중 하나는, 자신이 개발한 독창적인 도르래 장치를 이용해서 한 손으로 작은 손잡이를 밀어 4000톤이나 나가는 배 시라쿠사(Syrakusa)를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시라쿠사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도시로, 아르키메데스(Archimedes)가 태어난 곳이다. 아르키메데스가 활동했던 당시 시라쿠사는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였다. 커다란 배를 움직였다는 도르래에 관한 일화는 오랜 세월동안 전승하는 과정 중에 윤색될 가능성이 있다. 아르키메데스 도르래의 실제 모습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알려진 아르키메데스 도르래의 용도는 추측에 가깝다. 도르래는 시라쿠사를 노린 로마 군함들을 침몰시키는 데 사용한 무기(거대한 갈고리)의 부속품이었을 수도 있다(참조: 유식의 즐거움 8: 유쾌한 과학사, 아셔 셧클리프, 휘닉스드림, 2006). 저자의 설명을 보면서 생긴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시라쿠사라는 이름의 배가 실제로 존재했을까? 원서를 확인해보지 않았으나 시라쿠사는 배 이름이 아니라 시라쿠사 군인들이 전시에 사용한 배 아니면 무역선을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 59

  피보나치 수열은 예술과 건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피보나치 수열에 등장하는 숫자가 황금 비율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피보나치 수열에서 아무 숫자나 뽑아서 그 앞 숫자로 나누면, ‘황금 비율1.168과 비슷하다. [중략]

  황금 비율은 심미적인 만족감을 준다고 여겨졌고,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까지 널리 사용했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부터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까지 많은 예술가들이 이용했다.

 

 

황금비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는 고대인의 비술또는 심미적인 만족감을 주는 비율로 알려졌으나, 이러한 통설을 반박한 견해들이 있다. 앵무조개 껍데기는 황금비가 적용된 자연물로 유명한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EBS 다큐프라임> ‘황금 비율의 비밀편 참조)

    

 

 

* 63

  존 네이피어(John Napier)1550년 스코틀랜드의 머치스톤 성에서 태어났다. 현재 그곳은 에딘버그 네이피어 대학교 머치스톤 캠퍼스의 일부다.

 

 

에딘버그의 정확한 표기는 에든버러(Edinburgh).

 

    

 

* 80

네덜란드의 과학자 크리스티안 호이헨스     

    

 

과거에 사용된 표기명은 호이겐스호이헨스. 현재 외래어표기법에 맞춰 하위헌스(Huygens)라고 써야 한다.

    

 

 

* 89

  베르누이의 원리, 혹은 베르누이의 방정식은 1730년경 스위스의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Daniel Bernoulli)가 발견했으며, 현재까지 유체의 흐름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통찰력을 보인 방정식 중 하나다. [중략]

  처음 이 원리를 발견했을 때 베르누이는 갓 30세가 되었고,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황제 예카테리나 1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다니엘 베르누이는 1700년에 태어났다. 그가 서른 살이 된 해는 1730년인데, 이 시기에 예카테리나 1(Ekaterina I)는 살아 있지 않았다. 예카테리나 1세는 1727년에 사망했다. 물론 예카테리나 1세의 짧은 재위 기간(1725~1727)에 베르누이는 그녀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베르누이는 1725년부터 차르(tsar)의 지원을 받으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 과학 아카데미 수학 교수로 일했다. 이 과학 아카데미는 예카테리나 1세의 남편이자 전임 차르였던 표트르 대제(Peter I)가 세웠다. 1730년에 왕위에 오른 차르는 두 명이다. 예카테리나 1세의 뒤를 이은 표트르 2(Peter II, 1727~1730. 1)안나 이바노브나(Anna Ivanovna, 1730. 1~1740).

 

    

 

* 91

1737 유체역학(Hydrodynamics)

 

 

다니엘 베르누이가 쓴 책인데, 정확한 출판 연도는 1738이다.

 

 

 

* 94

  1772년 라그랑주는 L4L5라는 점을 더 발견했고, 이 점은 태양과 지구를 잇는 축과 각도를 이루어 삼각형을 형성하고 있다. 이 두 점은 아주 안정적이어서 그리스 소행성과 트로이안 소행성을 포함한 우주의 먼지나 소행성이 그곳에 머물고 있다.

 

    

그리스 소행성’, ‘트로이 소행성이라는 명칭이 무엇인지 설명한 내용이 없다(과학 비전공 독자들을 위해 세심하게 알려주지 않는 저자와 역자의 무성의한 번역은 이 책의 장점을 깎아내리고 있다). 세부 설명이 없으면 독자들은 그리스트로이를 소행성의 이름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리스트로이소행성군()의 이름이다. 서로 비슷한 궤도를 도는 소행성들이 모여 있는 것을 소행성군(asteroid group)이라고 한다. 이름의 유래는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그리스와 트로이(Troy). 라그랑주 점(태양과 지구 또는 지구와 달 같은 두 천체의 중력이 더 작은 천체에 작용하는 원심력과 정확히 균형을 이루는 한 지점, 총 다섯 개의 라그랑주 점이 발견되었다. 본 책 93쪽 참조) L4L5에 있는 소행성군을 목성 트로이(소행성)이라 한다. L4에 있는 소행성들은 목성 트로이군 그리스 측(camp)’, L5에 있는 소행성들은 목성 트로이군 트로이 측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리스 측에 있는 소행성들의 이름은 트로이 전쟁에 참전한 그리스 군인들의 이름이다. 당연히 트로이 측의 소행성들은 트로이 군인들의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예외가 있는데, 트로이 총사령관의 이름을 딴 소행성 ‘624 헥토르L4 그리스 측 소행성군에 있다. 이에 맞춰 L5 트로이 측 소행성군에 소행성 ‘617 파트로클로스가 있다. 파트로클로스(Patroklos)아킬레우스(Achilleus)의 절친한 친구이며, 헥토르(Hektor)의 창에 찔려 전사한다.

 

 

  

 

* 104쪽 일러스트

 

 

 

 

 

프랑스의 수학자 마리 소피 제르맹(Marie-Sophie Germain)에 대한 내용 옆에 있는 일러스트다. 이 일러스트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중심의 학문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제르맹의 삶을 의미한다. 그런데 일러스트에 나온 남자 두 명은 수학자가 아니다. 일러스트 왼쪽 두 번째 인물은 미국의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맨 오른쪽에 있는 인물도 미국 대통령인데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이다. 나머지 세 명은 누군지 모르겠다. 다섯 명의 남자들 사이에 살짝 보이는 여성(붉은색 화살표로 가리켜져 있다)은 제르맹이 아니라 러시아의 수학자 소피야 코발렙스카야(Sofia Vasilyevna Kovalevskaya).

 

인터넷 검색창에 시어도어 루스벨트’, ‘해리 트루먼’, ‘소피야 코발렙스카야를 입력하면 이 세 사람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나온다. 많은 사진들 중에 이 책의 일러스트로 사용된 것이 있다.

 

    

 

* 118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마우리츠라고 써야 한다. ‘모리츠로 표기되는 이름 또는 성의 철자는 ‘Moritz’.

 

    

 

 

* 130

아일랜드 수학자 조지 불(George Boole)

 

 

조지 불은 영국 잉글랜드 링컨셔 주 링컨에서 태어났다. 그의 국적은 영국이지만, 수학자로서 두각을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아일랜드에 있는 퀸스 칼리지(Queen’s College)의 수학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 135쪽 일러스트

 

 

    

 

독일의 수학자 에미 뇌터(Emmy Noether) 뒤에 있는 남자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앞에 내가 언급한 104쪽 일러스트를 다시 살펴보시라. 좌우로 반전이 된 사진을 사용했다. 왜 자꾸 수학자가 아닌 사람을 일러스트로 사용하는 것일까?

 

    

 

* 162, 163

MC 에셔

 

 

‘MC’는 래퍼 앞에 붙는 명사(: MC 스나이퍼, MC 메타). 네덜란드의 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의 이름 약칭은 ‘M. C. 에셔로 쓴다. 점 두 개를 찍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이 쓴 두 권의 책, 파블로프의 개슈뢰딩거의 고양이친구라고 소개했다(책 앞날개 참조). 두 권의 책도 피보나치의 토끼와 같은 출판사가 펴냈다. 이 두 친구들의 상태가 좋은지 확인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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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가르쳐준 것들 - 자유롭고 유쾌한 삶을 위한 17가지 과학적 태도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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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믿지 않겠지만, 우리는 모두 한때 과학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열광하고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공룡이다. 어린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공룡에 푹 빠진 어린 시절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처음으로 과학 공부를 재미있게 하던 시기였다. 발음하기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워서 부모에게 알려주고 싶은 소박한 배움의 동기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어른이 되면 공룡에 대한 호기심만 사라지는 건 아니다. 과학을 공부하는 즐거움도 사라져버린다. 공룡 박사가 되는 꿈을 가졌던 아이는 학교에서 치른 과학 시험의 초라한 성적표에 실망하고, 그때부터 과학 공부를 포기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연현상과 사물을 관찰하는 경험과 과학실험을 하지 못한 채 시험 문제의 정답이 돼버린 과학 이론들을 달달 외운다. 좋은 습관을 갖는 것보다 나쁜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다. 공부하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한 번 몸에 잘못 밴 습관으로 인해 공부에 대한 흥미와 성취도가 떨어진다. 과학을 기피하게 만드는 잘못된 공부 습관은 과학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만든다. 암기 위주로 과학 공부를 해왔거나 주입식 과학 수업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과학은 어렵고 재미없는 학문이라는 편견을 가진다. 이들은 호기심이 많았고, 과학을 좋아했던 시절을 생각하지 못한다.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은 그저 과학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의 뒤표지에 보면 우리 안에 숨어 있는 과학자를 끄집어내는 안내서라는 소개 문구가 있다. 우리 안에 숨어 있는 과학자는 과학적 태도를 의미한다. 이 책에 나오는 과학적 태도는 총 17가지다. 실패, 비판적 사고, 질문, 관찰, 모험심, 현실적인 목표, 측정, 개방성, 수정, 겸손, 공감, 검증, 책임, 공생, 다양성, 행동, 협력. 과학적 태도는 과학을 공부해서 습득되는 마음가짐이 아니다. 과학을 공부하기 전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마음가짐이다.

 

과학자는 실패를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다. 너무 쉽게 결과가 나오는 연구 분야를 선호하는 과학자는 그 분야와 관련된 지식에 의심하거나 질문할 기회가 줄어든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 연구 분야에 평생 연구해온 사람이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 의문을 품는다. 조금이라도 지식에 어긋난 실험 결과가 나오면 가설이 자신만의 답이 될 때까지 철저히 검증한다. ‘자신만의 답이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은 새로운 지식이 된다. 과학자들의 꾸준한 호기심과 의심은 새로운 과학 지식을 탄생하는 씨앗이다. 그것이 새로운 지식의 나무가 되어 무럭무럭 자라면 과거에 녹음이 우거지던 지식의 나무는 시든다. 저자는 과학을 정답 없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은 시험 문제의 정답이 된 과학을 공부한다. 사실 그러한 교육 방식은 제대로 된 공부의 정의에 어울리지 않는다. 진짜 공부는 일시적인 답이 된 지식에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아주 기본적인 과학적 태도인 호기심, 질문, 비판적 사고 등이 허용되지 않는다. 저자는 과학 지식을 습득하는 일보다 제일 중요한 것이 우리의 삶을 자유롭게 해주는 과학적 태도라고 강조한다.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을 읽으면 과학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를 풀 수 있다. 과학을 모르고 살면 행복하지 않다. 과학을 외면하는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힘들게 한다. 과학적 사실에 맞지 않는 허위 정보를 믿고 산 사람이 행복한 적이 있던가. 그 사람의 잘못된 믿음은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과학적 태도를 가지면서 자랐다. 과학자가 되지 않더라도 과학과 친숙해질 기회는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교육 환경이 달라지고, 과학을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진다. 모든 과학 교사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일부 교사들은 우리에게 과학적 태도가 과학 지식보다 얼마나 더 중요한지 알려주지 않았다. 이런 교사에게 과학을 배우는 아이들의 호기심은 죽는다. 과학적 태도를 죽이지 않으려면 토머스(Thomas)처럼 학교를 그만두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호기심 많은 토머스를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로 단정한다. 모든 것에 대해 호기심이 넘치고 질문이 많은 토머스는 별난 아이가 아니다. 우리는 토머스처럼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행복했던 그 시절의 모습을 잊어버렸다. 우리나라의 토머스들이 과학적 태도를 중시하는 교육을 받았으면 그들 중에 누군가는 에디슨(Edison)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Trivia

 

* 7악장은 수족관입니다. 생상은 수족관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물고기는 소리도 내지 못하는데요. 하모니카가 등장해서 환상적인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산호초 속을 쏜살같이 달리는 물고기가 그려지지요. 다시 8악장부터는 노새, 뻐꾸기, 큰 새를 연주합니다. (공감, 155~156)

    

 

생상(Saint-Saëns)의 관현악곡 동물의 사육제에 대해서 소개한 내용 일부이다. 동물의 사육제는 인간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표현한 총 14곡으로 구성되었다. 그 중 7악장(7번째 곡)의 제목은 수족관이다. 이 곡을 연주할 때 사용하는 악기는 (입으로 부는) 하모니카가 아니라 글라스 하모니카(glass harmonica).

 

 

 

 

 

글라스 하모니카는 물이 들어 있는 통에 크기가 다른 둥근 유리컵들이 가로로 놓인 형태로 되어 있다. 페달을 밟으면 통이 회전하는데, 젖은 손으로 유리컵을 문질러 소리를 낸다. 이 악기를 발명한 사람은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다. 하모니카는 관악기, 글라스 하모니카는 체명악기에 속한다.동물의 사육제8악장 제목을 귀가 긴 인물또는 귀가 긴 노새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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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07-08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분이 썼던 글인지 기억이 가물한데 콘트라베이스 악기 이름, 대중들이 잘못알고 있다고 지적한 글 최근 읽었어요. 글라스 하모니카도 전혀 다른 생김새네요. 덕분에 처음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페크pek0501 2020-07-16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 없는 문제가 우리의 사고력을 발달시키죠. 계속 생각하게 만들거든요.
예를 들면 답이 정해져 있는 단답형 문제는 바로 답만 말하면 되니까 기껏해야
암기력 발달 정도죠.
어느 대학원에서는 오픈북 시험을 친다고 합니다. 책을 보고 답을 쓰라는 시험인데 그만큼 암기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아내는 능력이라는 것 같아요.

transient-guest 2020-08-17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과 수학을 그렇게 차례로 포기한 경험이 있다 보니 말씀하신 잘못된 배움의 습관이 마음에 닿는 것 같습니다.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과학교육, 이치를 가르쳐서 하나씩 깨우침의 즐거움을 주는 수학교육은 암기와 성적위주의 교육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일찍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한국이 대학-석-박사과정으로 가면서 성과가 떨어지는 건 결국 기초가 탄탄하지 못하고 깊은 배움이 딸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학은 나이가 들면서 교양으로 갖추려고 책을 읽고 노력하지만 수학은 여전히 대학교 1학년 이후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0-08-20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1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aralove99 2020-09-14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블로그는 안하시나용?!?!

2020-11-24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9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1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끈이론: 아인슈타인의 꿈을 찾아서 살림지식총서 126
박재모.현승준 지음 / 살림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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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에 네 가지 힘이 존재한다.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질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여기서 퀴즈. 네 가지 힘 중에 가장 약한 힘을 무엇일까. 하나 찍어보시라. 대부분 사람은 약한 핵력을 고를 것이다. ‘약한(weak)이라는 단어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답은 중력이다. 중력이 약하다 보니 중력을 전하는 파동인 중력파(gravitational wave)의 효과도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15년에 중력파의 실체가 알려지기 전까지 과학자들은 중력파를 검출하지 못해 고전했다.

 

전자기력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합친 힘이다. 서로 다른 힘으로 생각됐던 전기력과 자기력을 전자기력으로 통합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맥스웰(Maxwell)이다. 강한 핵력은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인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를 만드는 힘이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quark)라는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다. 강한 핵력은 쿼크를 결합한다. 약한 핵력은 강한 핵력의 역할과 반대로 작용하는데 원자핵을 붕괴시킨다.

 

맥스웰은 전기의 힘과 자석의 힘을 전자기력으로 통일하는 데 성공했다. 1967년에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통일한 이론이 발표되었고, 1974년에 강한 핵력까지 통일한 이론이 나왔다. 문제는 중력이다. 중력까지 통일한 궁극의 이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소립자는 만물, 그리고 네 가지 힘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다. 과학자들은 소립자를 (point) 형태의 입자로 생각했다. 그러나 초 끈 이론(super-string theory)에 따르면 만물과 네 가지 힘의 기본 요소는 소립자가 아니라 아주 작은 끈이다. 초 끈의 종류는 두 가지다. 고리 형태의 닫힌 끈과 두 개의 끝점이 있는 열린 끈이다. 초 끈 이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소립자의 형태를 초 끈이 진동하면서 생기는 파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초 끈 이론이 궁극의 이론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초 끈 이론이 성립하려면 우주를 ‘10차원 공간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궁극의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 차원을 추가했다. 초 끈 이론의 최신 버전이라 할 수 있는 ‘M 이론은 우주를 ‘11차원 공간으로 본다. 하지만 초 끈 이론과 M 이론은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실험으로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살림지식총서 시리즈의 126번째 책 초 끈 이론: 아인슈타인의 꿈을 찾아서는 특수상대성이론,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그리고 초 끈 이론과 M 이론에 대한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하지만 초 끈 이론의 분량이 적다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이 책을 참고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11~12쪽에 중력자(graviton)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중력자는 중력을 매개하는 소립자다. 그런데 이 책을 쓴 두 명의 저자는 중력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물질인 것처럼 설명했다. 중력자는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물질이다. 중력자를 설명할 땐 반드시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이론상의 물질이라는 식으로 부연 설명을 해줘야 한다. 중력파와 중력자를 혼동하지 말 것!

 

중쇄를 찍을 때 외국어 표기를 고쳤으면 한다. 밍코브스키(17)민코프스키(Minkowski), 슈뢰딩어(23)슈뢰딩거(Schrödinger), 보즈 입자(35)보손 입자(boson particle)로 써야 한다. 독일어로 발음하면 슈뢰딩어에 가깝지만, 국립국어원의 외국어 표기법에는 슈뢰딩거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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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Descartes)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몸이 안 좋을 땐 교장의 허락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 후,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곤 했다. 이때부터 데카르트는 침대에 누워 사색하는 버릇을 가지게 된다. 20대의 데카르트는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자원입대를 한다. 어느 날 그는 막사 침대에 누워 있다가 바둑판 형태의 무늬가 그려진 천장 위에 달라붙은 파리를 발견한다. 데카르트는 천장에서 움직이는 파리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좌표평면을 생각한다.

 

 

 

 

 

 

 

 

 

 

 

 

 

 

 

 

 

* 김승태 데카르트가 들려주는 좌표 이야기(자음과모음, 2008)

    

 

 

좌표평면은 x축과 y으로 이루어져 있다. 좌표평면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점의 위치를 수치로 도출해 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가로축(x)의 숫자와 세로축(y)의 숫자만 있으면 점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으며 점이 어디에 있는지 측정할 수도 있다.

 

 

 

 

 

 

 

 

 

 

 

 

 

 

 

 

 

* [절판] 차원이란 무엇인가?(아이뉴턴, 2009)

* 차원의 모든 것(아이뉴턴, 2019)

 

    

 

좌표의 개념을 이해하면 차원의 정의도 이해할 수 있다. 좌표를 고안한 데카르트가 차원을 정의한다면 한 점의 위치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수치의 개수라고 말할 것이다. 앞서 좌표평면에 있는 점의 위치는 가로축의 숫자와 세로축의 숫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언급했다. 가로축의 숫자, 세로축의 숫자는 한 점을 위치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수치이므로 2개이다. 따라서 좌표평면은 2차원이다. 그렇다면 좌표평면이 아닌 곳에 있는 점은 몇 차원일까? 0차원이다. 왜냐하면 이 점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는 수치가 없기 때문이다. 직선은 1차원이다. 임의의 두 점 사이를 연결하면 직선이 된다. 두 점 사이의 거리만 알면 직선 위에 있는 점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3차원이다. 기준점으로부터 가로’, ‘세로’, ‘높이방향을 나타내는 세 가지 수치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말로 풀어쓴 차원의 정의는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림을 이용해 차원의 정의를 설명하는 방식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그러므로 도판과 일러스트가 가득한 일본의 과학 잡지 <뉴턴(Newton)>을 추천한다. 매달 나오는 잡지를 구독하지 않아도 <뉴턴>을 접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뉴턴 하이라이트(Newton Highlight)>는 잡지 정기 구독자가 아닌 독자들을 위한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이다.

 

필자가 데카르트의 좌표 개념을 이용해 차원의 정의를 설명한 내용은 2009년에 나온 차원이란 무엇인가?와 작년에 나온 차원의 모든 것을 참고하여 요약한 것이다. 차원이란 무엇인가?인쇄본은 현재 절판되었다. 그런데 전자책(e-Book)은 판매 중이며 지금도 구매할 수 있다. <뉴턴 하이라이트> 편집자들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 차원의 모든 것차원이란 무엇인가의 개정판이다. 그래서 두 권의 책 초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처음에 차원의 정의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려진 일러스트도 똑같다. <뉴턴 하이라이트> 편집 방식은 복사하기, 붙여 넣기(Ctrl+C, Ctrl+V)수준에 가깝다.

 

일러스트가 많다고 해서 <뉴턴 하이라이트>를 과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초보 독자들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해선 된다. 어떤 과학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4차원 공간(3차원 공간과 시간을 합친 개념)을 넘어선 고차원 공간이 우주에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론이 바로 브레인 이론(brane theory)과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이다. 이 두 개의 이론은 과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론으로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증을 중요하게 여기는 과학자들은 브레인 이론과 초끈 이론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차원이란 무엇인가차원의 모든 것에 브레인 이론과 초끈 이론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난해한 내용을 독자들이 알기 쉽도록 압축한 편집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론물리학에 생소한 독자들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뉴턴 하이라이트>를 수집하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절판된 차원이란 무엇인가를 굳이 살 필요가 없다. 차원이란 무엇인가2009년에 나온 책이라서 당연히 2010년대에 발견된 과학적 성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2009년은 중력파와 힉스 입자가 발견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지금 시점으로 보면 차원이란 무엇인가는 오래된 책으로 느껴지지만(이 책이 나온 지 십 년이 지났으니 그렇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이 책에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특별한 내용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리사 랜들(Lisa Randall)의 인터뷰 내용이다. 그녀는 네 가지 힘(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중의 하나인 중력이 약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휘어진 여분 차원 모델을 주장했다. 리사 랜들의 휘어진 여분 차원 모델차원의 모든 것에도 언급된다. 그러나 리사 랜들의 인터뷰 내용은 차원의 모든 것에 수록되지 않았다.

 

 

<뉴턴 하이라이트>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책이라서 그런지 직소 퍼즐(jigsow puzzle)’이 지그소 퍼즐로 표기된 점이 눈길이 간다. 차원이란 무엇인가차원의 모든 것을 보면서 발견한 사실인데, 초끈 이론에서 말하는 초끈 길이의 수치가 다르다. 그런데 초끈 이론을 설명한 책이나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살펴보면 초끈 길이가 제각각 다르게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끈은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에(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아주 미세해서 현재의 측정 기술로는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초끈 길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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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이 기약 없이 연기된 상태다. MLB 사무국과 선수협회는 시즌을 단축해 7월에 개막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 수는 총 162경기인데 많게는 100경기까지 축소될 수 있다. 경기 수가 얼마나 줄어드느냐에 따라 0점대 평균자책점(ERA: Earned Run Average), 4할 타율 등 꿈의 기록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1941테드 윌리엄스(Ted Williams, 0.406)를 끝으로 메이저리그 78시즌 동안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1876년에 시작된 메이저리그에서 4할을 기록한 타자는 총 20명이다. 국내 프로야구(KBO) 유일의 4할 타자는 백인천(0.412)이다. 이 기록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시즌에 나왔다. 백인천은 72경기에 나와 250타수(298타석) 103안타(홈런 19)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첫 시즌이 팀당 80경기라서 정식 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 스티븐 제이 굴드 풀 하우스(사이언스북스, 2002)

 

 

 

4할 타자가 잘 나오지 않고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퇴보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자신의 저서 풀 하우스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를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한다. 그는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이 오히려 프로야구 선수들의 전반적인 수준 향상을 증명해주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4할 타자가 사라진 원인은 외부 요인 이론내부 요인 이론으로 나누어서 설명할 수 있다. 외부 요인은 타자들의 컨디션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의미한다. 빡빡한 경기 일정과 경기장 이동 경로는 선수들의 체력 회복을 더디게 한다. 언론의 열띤 관심과 취재 열기는 타자의 집중력을 방해한다. 4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선수는 기자들과 대중의 관심이 오로지 자신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

 

굴드가 풀 하우스에 언급하지 않은 외부 요인이 있다. 나는 심판의 일관성 없는 스트라이크 판정과 오심도 선수들의 기록에 영향을 주는 외부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에 메이저리그 투수의 퍼펙트게임(선발 투수가 한 명의 타자도 진루시키지 않고 끝낸 게임. 홈런을 포함한 안타, 볼넷, 사구, 수비 실책 등 어떤 경우에도 타자를 진루시키지 않아야 한다) 기록이 심판의 오심에 의해 무산된 적이 있다. 그것도 경기 종료를 눈앞에 둔 9회 초에. 경기 중에 (ball)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경우가 있다. 관중들도 납득하지 못하는 공 하나의 판정은 타자들의 기록 달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내부 요인은 투수의 투구 실력과 야수들의 수비 실력이다. 투수들은 타자들이 치기 어려운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게 되었으며 구속도 증가했다. 야수들의 수비력도 많이 향상되었다. 날렵한 야수들은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몸을 날려서 글러브로 잡아낸다.

 

 

 

 

 

 

 

 

 

 

 

 

 

 

 

 

 

 

* 정재승, 백인천 프로젝트 팀 외 백인천 프로젝트(사이언스북스, 2013)

 

 

 

정재승 교수는 굴드의 주장에 영감을 받아 역대 국내 프로야구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백인천 이후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분석했다. 2012년에 시작한 일명 백인천 프로젝트는 자발적으로 지원한 100여 명과 함께 시작된 집단 연구 활동이다.

 

 

 

 

 

 

 

 

 

 

 

 

 

 

 

 

 

 

 

* 벤 올린 이상한 수학책(북라이프, 2020)

 

    

 

타율은 수학 공부를 포기한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는 통계 지표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타율이 높을수록 좋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이와 반대로 투수의 평균자책점은 낮을수록 좋다). 대중은 통계 수치가 객관적인 정보라고 믿는다. 그래서 타율이 높은 타자일수록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야구팬들은 3할을 기록하지 못한 타자를 비난한다. 그러나 타율 하나만으로 타자의 실력을 설명할 수 없다. 요즘 야구 전문가들은 타자를 평가할 때 타율보다는 장타율과 출루율(OPS: On base Plus Slugging,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수치)을 중요하게 본다.

 

이상한 수학책17(‘마지막 4할 타자’)은 타율이 공식 야구 통계 지표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타율을 대체하는 통계 지표에 대한 내용이다. 야구 규정의 역사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숫자에 공포를 떠는 독자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통계학자들은 타율을 오래된 유물 정도로 취급하지만, 타자들은 여전히 타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의 개인적인 목표는 타율 3할로 기록하면서 정규 시즌을 마치는 것이다. 타율은 구단의 연봉 고과 산정 기준이다. 타율 29푼의 선수와 타율 31푼의 선수가 받는 연봉 액수는 다르다. 물론 연봉을 많이 받으려면 타율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출루율을 높여야 하고, 도루 성공 횟수도 많아야 한다. 타자는 여러 가지 개인 기록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경기에 임한다. 이러한 선수들의 마음가짐 또한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로 볼 수 있다.

    

 

 

 

 

 

 

 

 

 

 

 

 

 

 

* 테드 윌리엄스 타격의 과학(이상미디어, 2011)

 

 

 

홈런을 치지 못해도 출루율이 뛰어난 타자가 있다. 테드 윌리엄스는 타격의 과학이라는 책에서 자신만의 타격기술을 설명했다. 그는 눈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77개의 구간으로 나눈 다음에, 투수가 던지는 볼이 자신이 좋아하는 구간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테드 윌리엄스는 공을 오래 볼 줄 아는 선수였다. , 그는 선구안(batting eye)이 좋았다. 공을 장타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선구안이 나쁜 타자가 있다. 이런 선수들은 출루율과 장타율이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 박종윤(롯데 자이언츠, 은퇴)155타석 연속 무() 볼넷을 기록했다. 김동엽(삼성 라이온즈)은 장타력이 뛰어나지만, 선구안이 좋지 못해 삼진을 많이 당하는 편이다.

 

방망이를 투구에 잘 맞추는 능력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제일 중요한 것은 선구안이다. 대중은 ‘4이라는 수치를 단순히 공을 잘 치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안타와 홈런을 많이 쳐도 4할을 기록할 수 없을 것이다. ‘공을 잘 보는 능력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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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6-03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테드 윌리엄스의 기록이 더 대단한 건,
시즌 마지막 더블 헤더를 앞두고 타율
이 딱 4할이었었는데, 경기에 빠지지
않고 나와서 6안타를 때려내면서 오히
려 타율을 더 올렸다는 점입니다.

기록의 관리보다는 정정당한 승부에
나선 22살 청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더라구요.

언급해 주신 디트로이트 갈라라가의
퍼펙트 게임을 망친 건, 바로 1루심의
오심이었죠.
그 시절엔 아마 비디오 챌린지가 없었
던 것 같은데...

어제 문득 빅 유닛의 최고령 퍼펙트
게임 마지막 이닝 동영상을 보았는데
마지막 타자 상대하면서 하이 패스트
볼로 99마일을 찍는 걸 보고는...

cyrus 2020-06-03 18:00   좋아요 1 | URL
이 글을 쓰기 전부터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레삭매냐님이 댓글을 다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야구 마니아가 아닌 이상 테드 윌리엄스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테드보다 베이브 루스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베이브 루스가 위인전 단골 인물이거든요.

테드 윌리엄스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는데 정말 인품이 훌륭한 사람인 것 같아요. 소아암 아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선행 활동을 했대요. 그리고 흑인 선수들을 ‘명예의 전당’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테드에요.

레삭매냐 2020-06-03 22:05   좋아요 0 | URL
싸이러스 브로가 놓은 덫에 보기
좋게 걸려 들었군요 파닥 파닥 ~~

테디는 2차세계대전 그리고 한국전
에도 참전한 베테랑이라고 하는군요.

어느 프로야구 선수가 전쟁터에
두 번이나 뛰어들었는지 그것 참.

감은빛 2020-06-1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를 한창 좋아했다가 고향을 떠나 살면서 야구를 안 본 세월이 또 한참이네요.
잘은 모르지만, 요즘은 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도(WAR Wins Above Replacement)나
승리확률기여도(wpa) 등의 다양한 수치들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더라구요.
이런 걸 어떻게 계산하는 건지 잘 와닿지 않아서 다시 야구를 보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네요.

cyrus 2020-07-01 13:00   좋아요 0 | URL
저도 수치 계산하는 방식은 몰라요. 타자들의 득점권 타율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도 이 수치에 관심이 많아요. 득점권에 들어선 타석에서 잘 쳐서 점수를 잘 내는 것도 좋은 타자의 조건이거든요.

Angela 2020-06-1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판의 오심으로 승패만이 아니라 선수 승률에도 영향을 미치는것 같아요. 4할을 거의 불가능인것 같아요. 프로야구 보는 것도 소확쟁 중 하나예요^^

cyrus 2020-07-01 13:03   좋아요 0 | URL
리그 경기 수를 줄인다면 4할 타자 나올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야구 전문가들과 야구 마니아들은 경기 수가 축소된 리그에서 나온 4할 타자를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이게 신기록을 세운 선수를 평생 부담스럽게 하는 꼬리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젤라님은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