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과학 - 거대한 도시의 숨은 원리와 공학 기술
로리 윙클리스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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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도시는 끊임없이 변하는 거대한 유기체다. 사람의 온기가 없는 건물 한 채가 사라지면,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땅에서 태어난다. 인간이 도시를 만들었지만, 도시는 그곳에 거주하는 인간의 삶을 변화시킨다아일랜드 출신의 물리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로리 윙클리스(Laurie Winkless)는 도시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그는 2년 동안 모험가처럼 도시 구석구석을 누볐고공학자들을 만났다. 로리 윙클리스의 도시를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과학(Science and the City, 2016)은 도시의 생명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 본격 해부서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시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공학 기술과 과학 원리들을 알려준다이 책은 2017년에 번역된 사이언스 앤 더 시티의 개정판이다.


초고층 빌딩은 도시를 지탱하는 골격이다. 빌딩 없는 도시는 속 빈 강정과 같다. 이 책의 첫 장에 빌딩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상세하게 나온다. 도시공학 전문가들이 알 법한 전문 용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공학 비전공 독자는 첫 장부터 진도를 나가지 못해 난감할 수 있다그렇다면 1장을 과감히 포기해도 된다저자는 본인이 직접 확인한 시시콜콜한 정보들을 설명하는 데 열을 올린다저자도 정확한 사실을 알려고 하는 자신의 열정이 인간적으로 정나미 떨어지게 한다고 인정했다. 소화하기 힘든 내용이 있으면 넘어가도 좋다.


2장부터 읽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흥미가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2장(전기), 3장(상하수도), 5장(자동차)을 주목하라. 전기가 없으면 도시 전체는 마비된다. 하지만 전 세계의 모든 도시가 화석연료를 태워서 전력을 얻는 방식에만 의존하면 하나뿐인 지구는 마비된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꿈꾼다. 그래서 과학자와 도시공학자들이 생각하는 도시의 미래상과 도시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는 도시 발전에 기여한 과학적 성과들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분석한다.


저자는 친환경 대안 기술로 주목받는 재생에너지(풍력에너지, 태양에너지, 바이오 연료)와 친환경 전기 자동차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재생에너지와 전기 자동차가 도시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풍력 터빈에 나오는 소음과 건강 문제의 상관성을 알아보려면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여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전기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부품의 재료는 희토류 원소이다. 희토류 원소는 주로 아프리카 국가의 토양에 분포하고 있는데, 이것을 얻으려면 땅을 파헤쳐야 한다. 전기 자동차가 움직일 때 필요한 전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알고 보면 전기 자동차는 친환경적이지 않다.


저자는 자신의 책에서 시시콜콜하게 정확한 것을 사랑한다고 밝혔다(178쪽). 하지만 좀 더 보충해야 할 내용들이 있다. 독자도 그가 제시한 내용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는 이산화티타늄(이산화타이타늄)이 오염 물질 분해에 유용한 물질이라고 주장한다(44~45, 56). 이산화티타늄이 햇빛과 산소에 노출되면 공기를 정화하는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저자는 이산화티타늄을 묻힌 거대한 공기 정화 시설이 설치되면 도시의 하늘이 맑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산화티타늄의 단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산화티타늄을 장기간 흡입하면 기침, 호흡 곤란,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이산화티타늄 분진이 폐에 축적된 사례가 보고되었다. 염색공정에서 이산화티타늄을 매염제로 사용한 핀란드 노동자들의 폐에 부작용이 나타났다(이산화티타늄의 유해 사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제공하는 독성 정보를 참고하길 바란다).


상하수도의 오존 소독법에 대한 저자의 설명 역시 장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132~133). 오존 소독 방식에도 단점이 있다. 오존 소독은 염소 소독보다 설치비용과 유지비가 많이 나온다. 수온이 높아지면 오존 소비량도 많아지는데, 대기로 방출된 오존은 호흡기에 유해한 독성이 있다. 저자는 또 물에 남은 오존은 제거된다라고 간단하게 언급했다. 물에 남은 오존은 빠른 속도로 분해되지 않는다. 서서히 분해된다.


저자는 4장에서 도시의 교통 취약 계층’, 즉 엔진 없이 다니는 사람들을 도울 교통 기술을 소개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도시의 교통 취약 계층보행자, 고령자,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비장애인이 간과하기 쉬운 도시의 교통 취약 계층은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장애인이다. 혹자는 보행자와 고령자에 장애인도 포함되어 있다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보행자와 고령자는 비장애인이다.


원서는 2016년에 나왔다그는 한국도 자기부상 열차를 운행한 아시아 국가라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저자는 중국과 일본이 자기부상 열차를 상용화해서 운행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라고 언급했다(297). 내가 번역자였으면 여기에 한국의 자기부상 열차를 언급한 주석을 달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용 자기부상열차는 201623일 인천에 개통했다. 기점은 인천공항1터미널역이고, 종점은 용유역이다.






Mini 미주알고주알

 

 

내가 읽은 책은 2020년 11월 18일에 발행된 3쇄다. 



* 262쪽: 니산 닛산(Nissan)

 

* 286, 308쪽: 토튼햄 토트넘(Totten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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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이 되고 싶어 - 한눈에 보는 화석 생성 과정
츠치야 켄 지음, 에루시마 사쿠 그림, 조민정 옮김, 백두성 외 감수 / 이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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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화석이 되고 싶어는 제목 그대로 화석이 되는 조건과 과정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화석이 어떻게 생기는지 연구하는 학문을 화석화과정학(taphonomy)’이라 한다. 이 책을 쓴 츠치야 켄(土屋 健)은 지질학과 고생물학을 전공한 일본의 과학 저술가이다그는 국내 독자들에게 생소한 화석화과정학을 도판과 일러스트를 함께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저자는 기상천외한 사고실험을 언급하면서 이 책을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화석이 될 수 있을까?” 그는 화석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화석의 다양한 형태와 생성 과정을 알려준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이 화석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화석이 되려면 일단 죽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특이한 방법으로 죽을 수 있는) 실천서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당부한다.


화석의 형태는 다양하다. 우리가 잘 아는 화석은 생물의 뼈나 배설물, 발자국, 식물 등이 단단한 돌로 변한 형태이다. 그러나 화석은 꼭 단단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영화 <쥐라기 공원>에 나온 호박(琥珀) 속에 갇힌 모기를 기억하시는가. 그것도 화석이다.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에 피부와 장기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화석이 많이 나온다.


화석은 최대한 빨리 발견될수록 좋다. 왜냐하면 지층에 노출된 화석은 비바람을 맞게 되고, 풍화 작용으로 인해 부서지기 쉽다. 몸집이 큰 생물의 유해일수록 전신 화석으로 남을 확률이 낮다. 근육과 내장과 같은 연조직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사라진다. 그렇다면 살아생전 모습 그대로 화석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한 가지 방법이 있다단괴(nodule)라고 부르기도 하는 결핵체 속에 들어가 죽으면 된다. 결핵체는 쉽게 말하면 안은 비어 있고, 겉은 단단한 바윗덩어리다결핵체 속에 있는 화석은 비바람을 맞을 일이 없어서 유해의 보존 상태가 뛰어나다. 저자는 안경이나 액세서리를 찬 유해를 결핵체로 보존하면 멋스러운 화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결핵체 화석이 되면 죽어서도 셀럽이 될 수 있다미래의 고생물학자가 블링블링한장신구를 찬 과거 인류의 화석을 발견했다고 상상해보자. 돌이 된 장신구는 빛나지 않지만,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 미래의 인류는 화석 인류가 차고 있던 장신구에 주목할 것이다. 화석 인류는 셀럽이 되어 재평가받고, 장신구가 유행한다. 유행은 돌고 돈다. 유해를 화석으로 만들어주는 장례 서비스업이 생긴다면 인간은 죽어서 이름과 가죽(피부) 모두를 남길 수 있다이러면 비석이나 동상을 만들 필요가 없겠는데.






Mini 미주알고주알

 


* 참고자료 편214





리처드 포티(Richard Fortey)삼엽충(뿌리와이파리)2007에 번역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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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1-02-27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화석이 되는 법이라니. 이런 책 독특하고 좋네요. 출간년도 오류는 어떻게 찾아내시나요? 일일이 대조해보시는건가요?

cyrus 2021-02-27 11:37   좋아요 1 | URL
제가 참고문헌을 보는 편이에요. 국내에 번역된 참고문헌이 있으면 그 책을 읽어요. 잘못 적힌 출간연도를 발견하면 알라딘에 번역본 제목을 검색해요.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

붕붕툐툐 2021-02-27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사이러스님은 이미 셀럽이시잖아요!라고 말하려는데... 내용 보고, 화석 셀럽은 되지 말아 주세요~ㅎㅎㅎㅎ

cyrus 2021-02-28 10:01   좋아요 0 | URL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셀럽이 되고 싶어요... ㅎㅎㅎㅎ
 




길치는 예전에 가본 장소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처음 가본 것처럼 헤맨다. 길치는 다른 사람들보다 공간 감각이 둔하다. 타고난 길치는 길잡이’가 될 수 있을. 대다수 사람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 마이클 본드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인간은 어떻게 미지의 세상을 탐색하고 방랑하는가(어크로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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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진화생물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류보다 세계 이곳저곳 이동하면서 정착할 수 있었던 비결을 길 찾기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화석 증거에 따르면, 13만 년 전 인류의 선조들은 240km 이상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다. 그들의 길 찾기 능력은 인류의 진화를 촉진했다. 고대 인류는 동료와 함께 식량이 풍부하고 기후가 좋은 지역을 찾으러 이동했다. 동료는 든든한 사냥 지원군이자 여정을 달래주는 친구 같은 존재다. 동료와 같이 지내면서 생긴 사회성은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진화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은 우리를 미처 알지 못한 길 찾기 능력과 탐험가 본능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본드(Michael Bond)는 우리가 고대 인류의 길 찾기 능력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았다고 주장한다. 동물보다 뛰어나진 않지만, 우리의 뇌 속에 혼자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을 활성화해주는 세포들이 있다. 그러나 현대 인류는 인터넷 지도와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정보에 의존해 길을 찾는다. 이러면 경로를 예측하고, 한 번 가본 장소를 기억하는 뇌의 활동량이 줄어들면 길 찾기 능력도 떨어진다.

















* 루이스 다트넬 오리진: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흐름출판,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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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부모는 길 찾기에 능숙한데 자식이 길치인 경우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길치가 된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에 새겨진 길 찾기 능력을 물려받지 못한 것일까. 이런 사례만 가지고 인류의 길 찾기 능력에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인류의 진화를 촉발하는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 출신의 과학 커뮤니케이터 루이스 다트넬(Lewis Dartnell)은 인류의 기원을 추적한 자신의 책 오리진에서 우리가 지능이 뛰어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게 만든 원동력을 유전자가 아닌 지구에서 찾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구의 활발한 지질학적 힘이 지형과 기후에 큰 변화를 주었고, 동아프리카에 살았던 고대 인류는 더 좋은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루이스 다트넬은 인류의 기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거대한 판 형태의 대륙을 갈라지게 만들고, 빙기와 간빙기를 수십 차례 반복해서 발생시킨 지구의 힘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인류의 선조는 건조 기후와 혹한기를 피해 지구 이곳저곳 떠돌았을 것이다. 집단적 시행착오는 인류의 사회성과 길 찾기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 에드워드 O. 윌슨 창의성의 기원: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사이언스북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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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O. 윌슨(Edward O. Wilson)의 견해를 수용하기 힘들어진다. 그는 창의성의 기원에서 100만 년 전 인류의 야영지에서 인문학이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고대 인류는 야영지에 모닥불을 피워 불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나누었다. 혹자는 인류가 한자리에 모여 있을 때마다 대화를 자주 했고, 이 분위기에 익숙해진 인류가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물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주가 일상이 된 고대 인류의 삶을 생각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이동하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끌리는 본능과 인문학이 야영지에서 탄생했다고 보는 진화론적 관점은 가설로 이해해야 한다.



















*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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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  ★★★★☆  A




우리는 길 찾기와 모험을 좋아하는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오늘날의 아이들은 조부모와 부모 세대보다 야외에서 노는 일이 줄어들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대유행은 밖에서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날개를 펴지 못하게 한다. 대부분 부모는 자식이 밖에서 노는 것보다 집에서 노는 게 더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밖에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면, 사회성이 떨어지고 길 찾기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한다. 집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의 말에 순종하고, 선택권이 사라진다. 결국 그 아이들은 TV와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은 기계에 매달리면서 논다.


부모의 눈에는 어른을 잘 따르고, 집에서 얌전하게 지내는 자식이 착한 아이로 보인다. 그러나 에세이집 어린이라는 세계를 쓴 독서교육 전문가 김소영은 아이들에게 착하다고 하는 어른들의 표현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착한 어린이는 어른들의 말과 뜻을 거스르지 못한다. 이를 어기면 착한이라는 수식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걸 놓치고 싶지 않은 어린이는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애쓴다. 착한 어린이는 밖에서 문제를 일으킬까 봐 외출을 포기하고 집에서 생활한다


밖에 나가 놀지 않고, 부모의 보호 속에서 자란 소녀는 정숙한 여성’이 된. 이 여자가 길치라면, “여자는 남자보다 길 찾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길치인 여자가 많은 이유를 성차(性差)의 문제로만 봐선 안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모든 인간에게 탐험가 기질이 있다. 자식이 집에서만 지내기를 선호하는 부모의 태도가 그녀를 길치로 만든 게 아닐까타고난 길치는 없다길을 헤매도 좋다마음껏 돌아다니는 길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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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6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2-27 10:48   좋아요 0 | URL
윌슨의 책 중에 얇은 분량의 책이 있어요. 그런 책은 에세이집으로 되어 있어서 내용이 어렵지 않아요. ^^

감은빛 2021-02-26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전적으로 물려받았는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유난히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누구라도 열심히 돌아다니다보면 점점 그 능력이 좋아지겠지요.

마지막 책 소개 부분을 읽고 생각이 많아지네요.
요즘 점점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어서,
한 마디 말도 조심스럽게, 어떻게 더 재밌게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어요.

cyrus 2021-02-27 10:52   좋아요 1 | URL
타고난 능력을 유지하는 일을 게을리 하면 둔화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은 유전자에서 나오는 능력’을 회의적으로 봅니다. ^^
 
생명이란 무엇인가 - 5단계로 이해하는 생물학
폴 너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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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호기심 많은 소년은 훨훨 나는 나비를 졸졸 따라다녔다. 나비의 날갯짓을 지그시 바라보던 소년의 마음속에 궁금증이 솟았다. 살아 있다는 것이 진정으로 어떤 의미일까? 생명이란 무엇일까?’ 소년은 세포를 연구하는 생물학자가 되었고, 2001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시간이 흐르면서 소년은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에 나비를 보면서 생긴 궁금증을 잊지 않았고,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한 권의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 책이 바로 생명이란 무엇인가.


책을 쓴 소년의 이름은 폴 너스(Paul M. Nurse). 책 제목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가 쓴 저서에서 가져온 것이다. 폴은 1949년에 태어났다. 폴이 태어나기 5년 전에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가 나왔다. 이 책에서 슈뢰딩거는 생명의 핵심이 유전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폴은 생명의 핵심이 하나만 꼭 집어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고 본다그는 생물학의 다섯 가지 개념을 제시하면서 생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단계적으로 설명한다폴이 생각한 생물학의 다섯 가지 개념세포, 유전자,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 화학으로서의 생명, 정보로서의 생명이다.


저자는 세포 연구의 권위자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세포이다. 물질의 기본 단위가 원자이듯이 생물학의 원자는 세포이다. 세포는 생명의 기본 단위다. 세포는 살아 있는 모든 실체 중에서 가장 작고 단순하다세포 안에 유전자가 있고, 유전자 속에 염색체가 있고, 염색체 속에 DNA가 있다. DNA는 세포와 그 세포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생물이 성장하고 번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진화는 강한 것만이 살아남는 단선적인 자연현상이 아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아주 기본적인 진화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그 다양성은 종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는 다양한 생물들을 나오게 하는 창조적인 과정이다지금도 생명체 속의 세포는 쉴 새 없이 화학 반응을 수행한다. 세포의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면 생명체는 살지 못한다. 저자가 언급한 생물학의 기본 개념들은 하나의 생명체가 태어나고 자라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꼭 알아야 할 정보이다. 저자는 생명의 핵심을 세포나 유전자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세포와 유전자 너머로 확장해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인류는 멸망할 때까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안으면서 살아가야 한다. 또 다른 누군가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 권의 책으로 써서 세상에 내놓을 것이다. 이 답변이 무수히 많아지려면 인류만이 지구의 생명체라는 편협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폴 너스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생명의 정의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크고 작든 간에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는 생태계의 상호의존성을 잘 아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우리는 자연을 쉽게 이용하고, 동식물(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포함해서)을 인간보다 한 단계 낮은 존재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생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그야 당연히 인간이지!’라고 대답하지 말자.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나면 그런 유치한 대답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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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1-02-23 0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고 당연하게 ‘인간 종‘만을 위해 나머지 생명들을 이용해야(혹은 할 수 있다.) 한다고 생각하는 것 처럼 보여요.

환경운동단체에서 일하던 시절 제일 웃긴 말이 ‘유해조수‘였어요. 생태계에서 각 생명체는 서로 얽히고 얽혀 그물망 같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데, 인간에게 조금 해를 끼친다고 유해조수로 지정해 없애려 한다는 것 너무나도 오만한 짓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편리한 삶을 위해 지금도 매순간 수많은 생명 종들이 멸종되어가고 있어요. 그 결과가 코로나19라는 역사상 유래없는 팬데믹으로 나타나고 있구요.

사람들은 단지 언제 인류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할지, 혹은 코로나가 소멸할지만을 생각할 뿐, 인간의 삶을 바꿔 더 이상 다른 생명 종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참 바보같고 무서운 일이예요.

cyrus 2021-02-23 10:49   좋아요 0 | URL
우리 몸속에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어요. 대부분 사람은 몸속의 미생물을 ‘바이러스’나 ‘병균’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미생물이 살고 있어요. 사람들은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디톡스 관리를 하거나 약을 먹는데, 오히려 그런 삶이 이로운 미생물을 살지 못하게 만들어요. 정말 어리석은 일이에요. ^^;;
 
냄새 -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
A. S. 바위치 지음, 김홍표 옮김 / 세로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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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개 코’는 냄새를 잘 맡는 사람에게 가장 많이 붙여진 별명이. 개의 후각 능력은 인간보다 뛰어나다. 그렇지만 개 코는 부정적인 뜻을 가진 단어다. 별 볼 일 없이 하찮은 것을 경멸하는 태도로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개코같다라는 말도 있다냄새를 잘 맡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이 말은 하찮고 보잘것없는 상태를 뜻한다


개 코라는 단어에 후각을 낮잡아 보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인간은 개 코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후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개 코라는 별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개코같은 별명 때문에 자신이 동물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게 못마땅하기 때문이다남들보다 유별난 후각 능력이 부끄러운 사람은 냄새: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약칭 냄새’)을 읽고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냄새는 인류가 그동안 홀대했던 후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시각, 청각, 미각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각이다. 2011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6~22세 응답자 절반 이상이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선택해야 한다면 후각을 포기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냄새141~142). 후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외면받은 감각이다. 인간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던 철학자와 과학자들은 후각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냄새는 실체가 없는 속성이다. 그래서 후각과 관련된 실증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자는 후각이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부차적인 감각이라고 믿었다. 이로 인해 후각은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에 신경과학과 뇌과학이 발전하게 되자 후각 연구도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후각 연구 역사상 최고의 성과는 1991년에 두 명의 과학자가 발견한 후각 수용체 유전자다. 코 점막의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감지하여 뇌에 전달하기 때문에 우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후각 수용체 유전자는 약 1,000종이나 된다. 각각의 수용체는 서로 다른 냄새를 감지한다. 후각 수용체 유전자는 후각에 대한 부정적인 가설과 편견이 모두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모든 맛은 입안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코의 후각 수용체를 지나 뇌에서 만들어져 나온다. 눈 가리고 무슨 음식인지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로 냄새를 잘 맡는 비범한 능력보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 즉 후각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 냄새를 맡지 못하면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그리고 후각을 상실하면 냄새를 맡아야 알 수 있는 유독 가스에 쉽게 노출된다


 

냄새의 저자이자 과학철학자인 A. S. 바위치(A. S. Barwich) 후각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길고 긴 탐구의 여정에 오른 과학자들의 노력과 후각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준 연구 성과들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뇌과학과 관련된 용어가 생소한 독자는 책에 나온 모든 후각 연구의 성과들을 이해하는 데 버거울 수 있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지 못한다면 4장까지 읽으면 된다. 이 정도까지만 읽어도 후각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Mini 미주알고주알

 

 

책의 역자는 생물학 관련 책을 몇 권 썼던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김홍표 씨. 그런데 그가 쓴 역주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





1

 



* 133쪽 역주

 

 retronasal smelling. 침을 삼킬 때 입속의 공기가 코로 올라오면서 느껴지는 냄새.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번역한[1] 강석기가 들숨 냄새, 날숨 냄새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꿀꺽 한 입의 과학의 역자인 최가영은 비전방후각, 비후방후각이란 표현을 썼다.

 


[1]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MID, 2014)는 <동아사이언스>에 칼럼 강석기의 과학 카페를 연재하고 있는 과학 칼럼니스트 겸 작가 강석기 씨가 직접 쓴 책이다.






2

 



* 185쪽 역주

 

 이형석의 번역을 따랐다(마르셀 프루스트, 이형석[2] 옮김,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1, 펭귄클래식코리아, 2015).

 

 

 

[2] 역자가 이름을 잘못 썼다. 이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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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21-02-03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후각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감과 사지 통털어 그 중에서 하나를 잃어야만 한다고 선택하라고 하면 그 중에선 후각 부터 선택할 것 같거든요. 후각에 대한 연구가 있다는 것도 신기하구요.^^;

cyrus 2021-02-04 13:31   좋아요 0 | URL
후각의 실체를 제대로 밝히기 위한 연구는 대단히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학자들은 후각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으니 당연히 후각에 대해서 모를 수밖에 없죠. ‘착시 효과’ 하나만 예를 들어도 시각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요. 그래도 사람들은 시각이 후각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바람돌이 2021-02-0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각이 없으면 밥맛이 없어져요. 맛을 느낄수가 없어요. 그럼 사는 즐거움의 80%정도가 사라지는거예요. 재미없는 세상이 와요. 안돼요. 후각은 정말 중요해요. ^^

cyrus 2021-02-04 13:3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외출할 때 조심해야겠어요. 코로나에 걸리면 냄새를 맡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