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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화가들 - 서로의 연관검색어로 남은 미술사의 라이벌 16
박미성 지음 / 책밥 / 2018년 1월
평점 :
미술사를 보면 위대한 예술사에게는 항상 그에 걸맞는 라이벌이 있었다. 꼭 미술이 아니더라도
경쟁자가 있다는 건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발전의 동력이 되곤 하는데 이 책에선 늘 같이 언급되는
미술사의 라이벌 16명을 선정하여 그들의 작품세계를 비교해서 설명하고 있다.
포문을 연 사람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다.
미술사에 있어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이고 천재형과 노력형, 회화와 조각이란 측면에서 서로 대비시키고
있지만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는 공통되는 예술관을 가졌다는 점과 서로 경외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역시 거장을 거장을 알아본다고 할 수 있었다. 다음으론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렘브란트와 베르메르가 등장하는데 빛을 사랑했다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빛을 사용하는 방법과 표현은
서로 정반대였다. 렘브란트가 인공의 빛을 추구했다면 베르메르는 자연의 빛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대조가 되었는데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보여준 렘브란트와 평범한 소시민들을 그려냈으면서 자신의
삶도 베일에 가린 베르메르의 인생 자체도 비교가 되었다. 다음 타자는 스페인 궁정화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벨라스케스와 고야였는데 벨라스케스가 자신이 그려야 하는 것과 그리고 싶은 것을
적절히 녹여 낸 반면 고야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만 그렸다. 이름이 비슷해 늘 헷갈렸던 마네와 모네는
인상파를 대표하는 작가들이면서 서로의 작품을 존경하는 평생의 친구가 되었다는 점에서
한때 동지였다가 서로 맞지 않아서 갈라진 고갱과 고흐와 절묘한 대비가 되었다. 고갱과 고흐는
시각적 즉흥성을 화면 속에 담아내려 한 인상주의 예술과들과는 다르게 예술가의 감정을 담아내는 그들만의 고유한 색채를 찾아내고자 했다. 고갱과 고흐의 만남처럼 비극적인 관계였던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은 영화로도 봐서 그런지 두 사람의 애증의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나쁜 남자 로댕을 사랑했다가 결국 처절하게 망가져버린 카미유 클로델에게 좀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그들의 작품들 이상으로 파란만장한 로맨스가 더 강렬하게 남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마티스와 피카소는 노력형과 천재형이라는 상투적인 비교 외에
성품 자체도 과묵한 스타일과 사교적이고 화려한 스타일로 상반되었다. 마지막은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달리와 마그리트가 장식했는데, 자신의 공포를 드러내고 해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이한
화면을 만들어낸 달리와 일상의 친숙한 이미지를 낯설게 배치해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 마그리트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상당히 다른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비교와 대조가 공통점과 차이점을 부각해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미술사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여덟 쌍을
선발하여 그들의 작품세계와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 이 책은 미술의 매력을 흥미로운 방법으로
부각시켰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해당 시대의 미술 사조까지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어 미술사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