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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수업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예술 강의
문광훈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3월
평점 :
미학이라고 하면 왠지 미술과 관련된 느낌이 들면서도 뭔가 뜬구름 잡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든다.
그냥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라고 해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미술,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예술 장르의
작품들을 학문적으로 접근한다는 건 사실 전공자가 아닌 다음에야 일반인들에겐 난해할 수밖에 없지만
인문학이 주목받고 있는 시대에 좀 더 품격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선 미학 정도는 장착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 이 책을 통해 수업을 듣기로 했다.
이 책은 2011년에 '영혼의 조율'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책을 일부 수정, 편집하여
재출간한 책인데 저자는 서문에서 미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문 혹은
교차로로서 '다른 것들'과의 만남, 둘째, 감각의 쇄신, 셋째, '넘어가는' 능력, 넷째, 더 넓고 깊은
지평으로, 다섯째, 향유 - 자기 삶을 사는 일이라고 제시하는데, 예술에서 경험한 것을 변형시켜 우리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가는 일, 바로 이 변형적 자기조직의 기술이 곧 예술론의 방향이고 미학의
목표라고 얘기한다. 이 책에서는 총 46번의 강의(?)가 진행되는데 미술이 대다수를 차지하긴 하지만
음악과 문학도 중간중간에 등장하면서 구색을 맞췄다. 아무래도 아는 작품이 등장하면 더욱 반가웠는데
특히 작년에 벨기에 왕립미술관에서 직접 본 다비드의 '살해된 마라'가 등장해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이 책의 저자는 특히 프리드리히와 카라바조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각 3번에 걸쳐 소개하는데
그냥 작품을 감상할 때는 몰랐던 부분들을 미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실감이 났다. 특히 작품 중 특정 부분을 클로즈업해서 그냥 감상할 때는 전혀 인식조차 못했던
부분들까지 살펴볼 수 있게 해주었다. 사실 미술작품들을 볼 때마다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보면 막연한 감상만 있을 뿐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전문가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작품을 보니 훨씬 이해도가 높았다. 작년에 유럽의 여러 미술관을 둘러볼 때에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없어 그냥 누구의 작품이라는 정도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책들을 통해
예습 또는 복습을 해야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들과 조속, 홍대연, 최북처럼 국내 작가의 작품들,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이나
카프카의 '변신' 등 문학작품을 비롯해 브람스, 슈만의 음악작품들까지 예술의 모든 분야를 망라해
다양한 얘기를 들려줘서 조금은 난해한 미학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