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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인터넷 사이트에 우연히 ' 최악의 크리스마스 선물 1위는 , , , '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되었어요.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기가 되면 한 번쯤은 나올만한 뉴스이기도 하죠.
알고보니,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다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 줘도 욕 먹는 크리스마스 선물 1위는 , , , ' 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있더군요. 

(이 기사 제목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 보시면 상당히 뚜껑 열릴 수 있을 정도로 참 얄밉게 지었네요)

 
제목만 보고 그 최악의 선물 1위가 무엇인지는 대충 짐작은 갔지만,
사실, 이 뉴스를 보면서 제일 씁쓸했던 것이 최악의 선물 2위 였습니다.
대부분은 이 기사를 보셔서 아실테지만,  크리스마스 최악의 선물 2위가 책과 CD 라네요. 

1위는 꽃다발 ,  3위는 향수 제품 ,  4위는 크리스마스 카드 로 집계되었습니다. 1위가 책과 CD가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책 선물을 크리스마스 최악의 선물 순위에 오르게 되다니 , , ,  무엇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CD인거 같습니다.  음악 CD 한 장 사는데도 주머니 사정을 확인해봐야할 정도로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라는 오명이 찍혔네요.

그리고 3위인 향수도 사실 이해가 안 가네요.  평소에 향수를 써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향수 역시 나름 유명 브랜드가 달린 거 한 병 사는데도 꽤 돈이 많이 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급 선물도 최악의 선물 순위에 피할 수 없었네요.

 

반대로, 가장 받고 싶은 물건에는 1위가 신발, 의류 이며 그 다음에는
가지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는 현금 이라고 하네요. 

(굳이, 제목을 저렇게 쓸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딱 봐도 그냥 현금 같은데 말이죠. . . )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신발, 의류를 택했다는 점에서는 의외네요.
하긴 , , , 이제 남성들도 여성들 못지 않게 외모를 가꾸고 꾸미는 것이 중요한 요소이다보니
남성들이 제일 선호하는 선물이 신발, 의류인거 같습니다.

 

여기서, 통계에 참여한 사람들이 직장인 대상으로 한 거라서 , , ,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 꽃다발이나 책 같은 선물 받는 것을 꺼린다는 것은 아니지만 , , , 

 
한편으로는, 이 쓸모가 없는 직장인 대상의 기사 하나 때문에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선물이란 단어를 네XX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 ' 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전 뜻풀이를 보고 나니, , ,  ' 물건 따위 ' 라는 어감이 눈에 걸리네요.
꽃다발이나 책 같은 선물을 받고 나게 되면 ,  ' 뭐, 이런 거지 같은 물건 따위를 선물로 줬냐? ' 라고 구시렁대는 우리들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선물은 남에게 줄 수 있는 화려하고 값비싼 물건 따위가 아닙니다.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을 전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징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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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2-23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자녀에게 가장 주고싶은 선물 1위가 책이라네요. 너무 섭섭해하지는 마세요.

cyrus 2010-12-23 13:44   좋아요 0 | URL
직장인과 일반 사람들 간에 선물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른거 같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들을 위해서라지만, 자녀들 입장에서는
책 선물을 좋아할지 의문이 드네요. (물론,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좋아하겠지만요^^;;)

마녀고양이 2010-12-23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다발이란 선물의 우스운 점은,
한번도 못 받으면 속상하다는 것이고, 너무 크게 받으면 돈 아깝다는 겁니다. ^^
향수는 개인 취향과 워낙 밀접하다 보니 그런가보네요.
책이나 CD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좋아하는 분은 좋아하지만, 필수는 아니라 여기는거죠.

정보가 너무 풍요로와서, 도리어 거부하는 시대인가 봅니다.
사람은 참....... 주어진 행복을 모르는 동물입니다. 크크.

cyrus 2010-12-23 13:49   좋아요 0 | URL
제가 이 글을 즐겨 찾는 인터넷 카페에도 올렸는데,
선물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이 서로 제각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생각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참 좋은거
같습니다.)

그리고 향수가 왜 비호감 선물일 수 밖에 없는지 이해하겠더라고요.
향수의 향기가 너무 강해서 향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어떤 분은 자기계발서를 선물로 받았다고 하는데,,, 무척 난감했다고
합니다. 책 역시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하고 줘야하는 거 같습니다.
 

 

 

 

엥겔스는 개도 한 마리 키웠다. 멋진 스패니얼 종으로 이름도 재미나게 지어서
이름이 없다는 뜻의 ' 무명씨 ' 였다.  엥겔스는 단골인 라인란트 레스토랑
(여기서 돼지고기와 독일식 백김치를 배 터지게 먹곤 했다) 에 갈 때도 무명씨를 꼭 데려갔다.  

" 녀석은 술도 아주 잘 먹어, 저녁에 레스토랑에 데러가면 항상 옆에서 한몫 끼지. 아니면 다른 사람 테이블 아무데나 가서 스스럼없이 혼자 놀든지. "

무명씨는 겁이 많아서 제대로 훈련을 시키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 재주만은 그런대로 잘 익혔다.

 " '무명씨야, ..... 저기 귀족이닷! ' 하면 녀석은 분노에 치를 떨면서 내가 가리킨 사람을 향해 무섭게 으르렁거려. "  

 1840년대 베를린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 <엥겔스 평전> 트리스트럼 헌트, 이광일 역, 글항아리, p 126~127 - 

 

  

 

 

 

 

 

 

제가 어느 출판사 카페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때였습니다. 카페 매니저님의 리뷰를 읽다가  엥겔스의 연애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길래, 저는 엥겔스에 대한 이야기가 댓글로 궁금하다고 적었더니 쭉 이어서 궁금했던 이야기를 책 내용 출처까지 하면서 답글로 달아주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책 속에 수록된 20살의 엥겔스 사진입니다.
그런데,,, 정녕 이 얼굴이 20대란 말입니까? -_-;;
그래도 이 얼굴 덕분에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하네요.  

 

 

 

 

 

 

 

  

아직 <공산당 선언>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엥겔스에 대한 평전이 나온 걸 보자마자 막 읽고 싶은 욕구가 들게 되더라고요.  예전 같았으면 이 사람의 평전 따위에 거들떠보지 않았을텐데. 매니저님의 엥겔스 이야기를 듣고나니 이 사람의 일생을 알고 싶어지더라고요.

부제 역시 무척 마음에 들었고요.  '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 

600페이지에 가까운 많은 분량이지만, 평전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평전과 위인전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영역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위인전 읽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몰랐던 엥겔스와 그의 학문적 동지였던 마르크스에 대한 일화까지 접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책의 초반부에 제가 발췌한 구절이 나오는데요,,, 엥겔스 특유의 유머센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한 번 구글 번역기를 통해서 알아봤는데 '무명씨' 는 독일어로는 Anonym 라고 하네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생 2학년 이후로 독일어와 담을 쌓아서 어떻게 읽는지 모르겠네요,,, ^^;;

 
자신의 애완견은 이름이 없다는 뜻의 '무명씨' 로 지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산업 자본주의로 인해 부르주아(귀족)가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그 당시 유럽상을 비추어보면 해학적인 일화인거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엥겔스도 부르주아적인 삶을 살았다는 점입니다.
여느 유럽의 젊은이들처럼 만날 친구들과 술 마시고 유흥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권유로 인해서 영국 맨체스터에서 대형 방적공장을 운영했었고요.

(하지만, 권유라기보다는 반 강제적이었습니다.  프로테스탄트적인 엄격한 종교관을 가진 아버지는 너무 급진적이고 자유분방한 엥겔스의 삶을 고치기 위한 것이라고 하네요. 물론, 이 계획은 실패하고 맙니다. 그래서 엥겔스는 평생 아버지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고 합니다)

 
아직, 엥겔스의 젋은 시절 부분을 읽고 있는 중인데 이것 말고도 재미있는 일화가 또 있습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서로 술을 마시고 나면, 엥겔스는 술고래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음 날 아침까지 마셨는데 멀쩡했었으며 반대로 마르크스는 하루 폭음을 하고 나면 2주동안 몸살을 앓았다고 하네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짖지는 않는데, 유독 주인인 엥겔스가 애완견에게 귀족이라고 명령만 하면 짖게 되는지, , ,  이 무명씨라는 개는 똑똑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개 역시 술을 좋아한다는 점.  한편으로는 그 주인의 그 개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평전에서는 살짝 마르크스 & 엥겔스의 사상도 엿볼 수 있어서 <공산당 선언>을 읽어보셨던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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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12-22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찜하고 있는 책이긴 한데 언제 집어들게 될지 몰라 아쉬워하고 있는데 이렇게 맛만 보여주시다니...

cyrus 2010-12-22 18:27   좋아요 0 | URL
엥겔스뿐만 아니라 마르크스 이야기도 언급되고 있어서 생각보다
엥겔스 평전이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이 이번 신간평가단 선정도서가
된다고 해도 아쉬움이 없을 정도 소장가치 역시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마녀고양이 2010-12-23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앵겔스 평전 사셨군요, 이거 계속 망설이는 중인데.
안 읽은 책이 하두 많아서......... ㅠㅠ

평전이나 자서전을 좋아해요. 이건 진짜 일어난 일이다 하면 가슴에 더 와닿더라구요.
나랑 똑같은 인간인데... 하면서.

cyrus 2010-12-23 13:51   좋아요 0 | URL
이거 산 거 아닙니다. 사진 때문에 구입한 걸로 보셨군요.
도서관에서 빌린 거랍니다.^^;;
평전을 읽으면서 엥겔스나 마르크스나,,,
정말 우리랑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런 점에서 평전이나 자서전 읽기의 재미인거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12-2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명씨의 독일어 발음은 아노님입니다.독일어는 a 발음이 '아'입니다.제 필명이 노이에자이트긴 합니다만 독일어 실력은 발음만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cyrus 2010-12-23 23:4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자이트님의 닉네임의
의미를 몰랐었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12-24 17:06   좋아요 0 | URL
Neue-새로운, zeit-시대. 그래서 노이에자이트는 새시대라는 뜻입니다.

cyrus 2010-12-24 23:51   좋아요 0 | URL
그런 뜻이 있었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마에서 말하다 - 안토니오 시모네와 나눈 영화이야기
시오노 나나미.안토니오 시모네 지음, 김난주 옮김 / 한길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술 모임에 대한 단상

며칠 전, P 출판사에서 주최한 강연회 참석을 통해서 온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출판사 카페 회원분들을 직접 만난 적이 있었다.  강연회가 끝난 뒤에는 카페 회원분들끼리 술과 안주를 함께 뒷풀이도 하게 되었다.  서로 얼굴을 알지 못한 채 카페에서 만나다가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된 터라 처음에는 서로 서먹서먹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잠시뿐이었다.   

책을 좋아해서 출판사 카페에 가입한 분들이라서 책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대화 분위기가 슬슬 무르익어 갔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면 낯을 가리게 되는 나 역시 책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회원분들과의 대화에 동참하고 있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대화의 주제는 폭 넓어지게 되었다.  그동안 살면서 겪었던 인생 이야기나 지금까지 본 영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영화에 대한 회원분들의 대화는 지금까지 살면서 한 영화 관련 대화와는 수준이 달랐다. 그 때 대화에서 언급되었던 영화들이 무엇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느 한 분이 얼마 전에 개봉되었던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에 대해서 언급한 것은 기억이 난다. 홍상수 감독 , ,,,  그의 이름과 지금까지 그가 만들어낸 영화제목들은 많이 들어봤는데 , , ,  살면서 지금까지 그의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분들의 대화를 열심히 경청하는 듯한 자세를 취해야만 했다.  머릿속으로는 무슨 뜻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말이다.

거기에다가, 서로 영화 한 편의 내용에 대한 감상을 대화 주제로 나누는 모습도 무척 놀라웠다. 영화를 보고난 뒤에 느꼈던 감상이 술 모임의 대화 주제가 될 수 있다니 , , ,   지금까지 수많은 술 모임에서 했던 대화들과 비교하면 차원이 달랐다.  

내가 지금까지 술 모임에서 했던 대화가 뭐였더라 , , , ?      음 , , ,   기억이 안 난다. -_-;;   

아니, 술 마실 때에는 대화란게 없었던 거 같다.  만나자마자, 여러 명 둘러 앉아 소란스럽게 게임을 하면서 주문한 술들 다 억지로 비워내고,  2차로 노래방에 가서 실컷 노래 부르고, 3차는 당구장으로 향하는,  이 획일화된 술자리 루트(?)에서는 폭음의 충격을 진정시켜줄 진지한 대화의 시간은 없었다.   그나마 술 모임에서 했던 대화는 선, 후배나 동기 뒷담화하거나 그동안 살면서 쌓여왔던 불만들을 토로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술자리에는 항상 마무리가 좋지 않을 때가 많았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 개 ' 가 되는 것처럼,  내 주위에 술만 들이켰다면 '개' 로 변하는 친구들 덕분에 술자리가 '개판' 이 되기 쉬웠다. 

 

   

  나에게는 가까우면서도 먼, 영화  

사실, 나는 영화라는 것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성격이다.  다시 말하자면,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랑할 사실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직접 극장에 가서 영화 한 편 본 게 횟수로 열 번도 채 되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극장에서 영화를 안 본 지 2년 된 거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 극장에서 본 영화들 대부분은 헐리우드 출신의 영화들이라서 남들 앞에서 영화 이야기할 때는 나 스스로 회피하고 침묵하는 편이다.   

간혹, TV에서 24시간 영화만 방영되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서 영화를 본다고는 하지만, 그 때 영화를 보는 이유는 단지 무미건조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때우기 위한 방편이다. 재미있는 액션 혹은 스실러 영화 한 편 보게 되면 시간이 금방 흘러가게 되니까.  나에게 영화란 단지 시간을 때우기 위한 일시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오락거리 혹은 잠시나마 우울과 불안함 따위를 해소시킬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발현하기 위한 도구였다. 그러다보니, 영화 한 편 보고 난 뒤에 내 머리 속에 남는 건 줄거리일뿐이었다.  내가 왜 이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하는지에 대한 목적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 ,  

  

 

  

  세대를 초월한 모자지간의 영화 이야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듯이 영화 역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면, 영화 한 편 가지고도 1시간은 거뜬히 논할 수 있다.  하지만, 대화의 청자가 영화 매니아가 아닌 이상,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 영화 ' 란 주제는 구태의연한 대화 분위기 띄우기용에 불과하다.  요즘 흥행을 이루고 있는 영화 한 편 이름 살짝 던져주고, 이 영화의 관람 유무를 따진 다음에 자신만의 영화에 대한 감상을 이분법적으로 간단명료하게 말한다.  

 ' 재미 있다, ' 혹은 ' 재미 없다. '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그리고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관람객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하긴, 꼭 영화를 영화 비평가처럼 분석하면서까지 볼 필요는 없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 한 편 보는 거 그냥 재미있게 보면 되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나처럼 영화 보는 것은 좋아하면서도 정작 영화에 대한 이야기하는 것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다거나 주제에 대해 막연하게 꺼리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영화에 관한 대화는 영화 매니아들만 사이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대화가 된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 만나면서 하는 대화가 영화 이야기라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집에 있으면 가족 간에 서로 대화를 잘 안 하는 대한민국 가족의 분위기를 비추어보면 일본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와 그의 아들 안토니오 시모네와 나눈 영화에 대한 대화는 놀라울 따름이다.      

거기에다가, 이들이 언급하고 대화 주제로 삼는 영화들 역시 보는 이들에게는 감탄을 하게 된다. 시오노 나나미가 태어날 때 나온 1940, 50년대 영화의 고전부터 시작해서 영화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었던 유명한 명작들까지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모든 장면이 흑백으로 이루어진 옛날 영화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2000년대쯤에 나온 최신 영화 (이들이 대화를 나눈 시기와 대담을 책으로 나온 연도가 2009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완전 최신 영화라고는 볼 수는 없지만)들도 소개되고 있다.  

故 스탠리 큐브릭,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시드니 폴락 등 내노라하는 영화의 거장들과 최근에 감독으로 또 한 번 자신의 영화 인생에서 훌륭한 족적을 남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에 대해서 논하며, 영화 관련 산업에 발을 담그고 있는 시모네의 관객들이 몰랐던 영화 작업의 뒷이야기등 주제가 다양하면서도 폭이 넓다.    

서로 다른 환경에 살아온 모자지간끼리 영화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서로 통하는게 있을런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는 단순히 영화 한 편에 대해서 비평가처럼 평가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는 자신만의 관점에 대해서 서로 알아가는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세대의 입장을 알기 위해서이다.  

이들이 소개하는 영화 역시 세대를 초월하는 것처럼, 이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 역시 수십 년 차이의 세월의 벽을 허물고 있다. 영화 그리고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서로 존중해주고 있다. 그래서, 모자지간의 영화 이야기는 거실에 따뜻한 커피 한 잔 함께 하는 일상적인 대화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책과 영화는 동격  

책 한 권 다 읽고 그냥 책장에 꽂아버리는 사람과 반대로 한 권을 다 읽고난 뒤에 읽으면서 느껴던 책 내용에 대한 감상을 적어두는 사람 그리고 책을 읽으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의 독서와 그냥 유행 따라 베스트셀러만 읽는 사람의 독서에 차이점이 있듯이 영화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자신에게는 유익한 정신적 영양분이 될 수도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의 서문에서 영화에 대한 자신만의 지론을 밝히고 있는데, 책과 영화는 동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부모로부터 ' 책과 영화는 동격 ' 이라는 가르침을 받아왔으며 그 가르침은 그녀의 아들인 안토니오 시모네의 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녀는 어린 자식에게 영화를 접하는 환경을 마련해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만 골라 보지는 않았으며 아들에게도 자신의 영화 취향을 따르도록 강요하지는 않았다.  아들이 영화라는 장르에게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아들의 취향을 인정해주었다. 아들이 만화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시오노 나나미 역시 아들과 함께 만화영화를 같이 보는 것이다. 그러다가 성장하면 할수록 영화 장르에 대한 관심사에도 변화가 찾아오면, 그녀도 따라 변화된 아들의 영화 취향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었다. 

 

  

 

이런 시오노 나나미의 영화 교육(?) 방식은 자녀의 정신적 성장까지 자라게 해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줄뿐만 아니라 영화 보는 방법 그리고 재미까지도 터득하게 된다.  장점은 이것뿐만 아니다.  가족 간의 대화를 하는 시간까지 저절로 생기게 된다.  

단, 유의해야할 점이라면 본인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자녀에게도 영화 보는 것을 강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 시모네가 만화영화를 많이 즐겨보는 것처럼 어린이들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만화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자녀가 만화만 본다고 해서 타박을 주는 것보다는 자녀가 보는 만화를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이런 교육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바탕은 부모와 자녀가 보는 영화의 취향은 무조건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훈은 한 집안의 전통적 도덕관이기 때문에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지켜야하지만, 영화는 꼭 가족들이 모여 보란 법은 없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내가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아버지 손을 잡고 목욕탕이나 야구장에 가본 적은 있었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 근처에는 가보지 못했다.  지금도 아버지는 케이블 영화 채널을 즐겨 볼 정도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신데 아마도 폐쇄되고 어두운 실내의 극장 분위기에 낯설어하는 탓일 수 있겠다. 아니면, 어린 내가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유해하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극장에 안 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본다. 

분명,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가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해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영화 한 편 보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면 나중에 학습에 방해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유독 TV 속 만화를 즐겨 보는 이유가 브라운관에서 비쳐오는 화려한 색상과 음향이 어린이의 뇌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하루종일 집에서 만화영화만 보게 되면 한창 뛰어놀아야 할 때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놀지 않게 되며 신체적 성장도 늦어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자녀가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좌지우지하는 것은 부모의 교육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녀의 나이에 걸맞는 만화영화를 시청하되, 단순히 보여주기보다는 부모 역시 자녀와 함께 시청을 함녀서 만화영화에 대해서 대화를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지요.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 <로마에서 말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p 26 -

시오노 나나미가 말했던 것처럼 가족 간의 대화에 물꼬를 트일 수 있는 기회, 아니 세대 간 가로막고 있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타협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 가까이에 있다.  

그것이 바로 영화이다.  가족과 함께 영화 한 편을 같이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으며 봤던 영화를 주제로 아버지와 함께 술 안주 삼아 대화를 할 수도 있다. 가족 간의 정을 돈독히 해줄 수 있는 동시에 영화 보는 안목까지도 생기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생긴다.  

주말에 시간이 되면, 아버지나 어머니 중에서 한 사람의 손을 꼭 잡고 극장으로 같이 가서 영화 한 편 보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든다.  그런데, 아버지는 주말에 등산 모임에 참석하고, 어머니는 영화 따위에 도통 관심이 없다.  부모님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보는 날이 올 수 있을지 기약은 없다지만,  먼 훗날, 내가 결혼하고 자식이 생기게 되면, 어린 자식의 손을 꼭 잡고 영화 보러 극장에 가야겠다.  

  

P.S> 이 책의 분야는 내용만 봐서도 예술, 에세이 중간쯤에 속하는데 글은 엉뚱하게도 가정 교육에 대한 글이 되어버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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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23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사이러스님의 글을 보면서 말이죠,
진짜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좋았을건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나이차는 좀 나지만
그래도 같이 술 한잔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떠들면 재미있겠다 싶어서요.

저는 영화 좋아합니다만, 감정에 질질 끌리는 영화나
너무 사랑 타령하는 영화 안 좋아합니다. 그래서 홍상수 감독은 좋아하는 감독이 아니랍니다. 오늘은 해리포터, 25일은 황해 예약해놨어요. 아하, 신나라~

cyrus 2010-12-23 13:56   좋아요 0 | URL
저는 술 마시며 아무 주제나 수다 떨고 듣는 건 좋아하는데,,
좀 재미없고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걱정입니다.^^;;

마고님은 멜로영화를 좋아하실거 같은데,,^^;;
사실 저도 주로 즐겨보는 영화는 액션, 스릴러 위주랍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판타지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영화 해리포터는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황해,,, 요즘 급 끌리는 영화인데,, 크리스마스날에
보시는군요. 부럽습니다. 크리스마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다이조부 2010-12-23 17:34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마고님은 시리스님 만 편애하시는 구나~

느끼해서 이런 말 하기 주저하게 되는데 인형의 꿈 노래 생각나네요 ㅋㅋ
 

 

 

  ' 서울에서의 강연회 ' 라는 낯선 환경 때문에 지쳐돌아온 대구 토박이(?)산 나비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김기림 <바다와 나비> -     
 

 

강연 후기를 작성하면서 문득 떠올랐던 시가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라는 시였습니다. 며칠 전에 쓴 쥘 미슐레의 <바다> 리뷰에도 인용하였고 김기림의 이 시는 너무나도 유명한 시라서 내용을 아실걸로 생각됩니다.  바다가 청무우밭인줄 알고 무심코 내려갔다가 날개가 젖어서 돌아오는 시 속의 나비는 낯선 근대화에 좌절하는 당시 지식인을 상징하고 있죠. 그런데 어제 <시학> 강연회에 참가하고나니 이 시 속의 나비가 꼭 그 날의 저를 보는거 같더군요.  

사실, 서울에 제대로 마음먹고 와본 것은 딱 두 번이었습니다. 올 해 여름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퓰리처 상 사진전과 최근 어제 있었던 웅진출판사 주관 <시학> 강연회입니다.  퓰리처 상 사진전 때도 그랬지만, 제가 대구 토박이라서 서울 지리에 그닥 밝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가기 전에 무조건, 교통 및 약도 확인을 필수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무척 낯선 환경이다보니 직접 와보게 되면 쉽게 찾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토요일 그 날도 강연회 시작 시간이었던 오후 3시를 맞춰 가기 위해서 과감하게 서울행 KTX를 타고 말았답니다.  나름 준비해온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전략 하에 그나마 싼 가격인 3만 몇 천원짜리 입석을 타고 마는 무리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입석 KTX는 서울로 가는데 1시간 30분이더군요.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서서 간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행동이기도 하죠.  안 그래도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급하게 기차를 타게 되었는데 정신적으로 피곤하기도 했었습니다.  서서 가면서 살짝 잠을 잘려고 해도, 워낙 불편해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어쨌든, 서울역에 도착하게 되었고 같이 강연회에 동행하게 될 매버릭꾸랑 님은 개인 사정이 있어서 좀 늦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점식 식사를 하고 먼저 강연회가 치뤄질 웅진출판사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강연날 전날에 미리 교통 확인을 해서 출판사가 있는 지점으로 향하는 버스(웅진출판사가 마로니에공원와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뒤에 위치하고 있어서 시청을 경유하는 150번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를 잘 타긴 했습니다만, , ,   아까도 말했지만 약도를 보는 것과 약도에 그려진 실제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것은 상당히 차이가 있더라고요. 

저는 웅진출판사가 번화가 쪽에 위치할 줄 알았는데. 혜화역 근처 주변에 아무리 둘러봐도 건물을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결국, 저 혼자 40분쯤동안 마로니에공원, 방통대 주변을 헤맸습니다.  결국에는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은 약도의 기억 덕분에 다행히 웅진출판사 건물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침 시간이 2시 10분 정도였는데, 강연회가 치뤄질 출판사 지하 1층 W카페라는 곳에 와보니, , ,  아직 강연 참여자분들이 단 한 분도 오시지 않았습니다.  저 혼자만 뻘줌하게 일찍 오게 된 것이죠.  그래서 때마침 강연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는 출판사 관계자 두 분을 만난 덕분에 먼저 자리에 착석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일찍 오고 만 것입니다.   

(저와 마주쳤던 출판사 관계자 두 분 역시 난감해하시더라고요. 생각보다 너무 일찍 찾아온 강연 참석자를 처음 보셨던가 봅니다. ^^;;) 

매버릭꾸랑님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원래 이런 강연회는 왠만하면 제 시간에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런 강연회가 생전 처음이라 나름 약속을 맞추려고 찾아왔는데,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오고 만 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또 혼자 앉아서 3, 40분을 기다리고 말았습니다.  그 때도 너무 뻘줌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가만히 앉아 있으니 새벽에 못 자던 잠이 막 쏟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책상에 엎드려 잘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곧 있을 카페 회원분들과의 첫만남 때문에 많이 긴장한 탓에다가 새벽에 잠을 자지 못해서 생긴 피로가 겹쳐서 그런지 바다에 내려갔다고 날개가 젖은 상태로 지쳐버린 나비처럼 저 역시 강연회하기 시작하기 전부터 몸과 마음이 지쳐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한 번 왔을뿐인데 벌써 급피로해지더라고요.  오늘 오후에 대구로 돌아오는데도 무척 피곤했습니다.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왔는데, 가는 4시간동안 죽은 사람처럼 잠을 잤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정신이 말똥말똥하네요. ^^;; 

 

 

  번역의 고통

이번 강연회에는 펭귄클래식 시리즈 100권으로 출간된 <시학>의 번역자이신 김한식 중앙대 불문과 교수와 번역에 감수를 맡으신 김헌 정암학당 연구원님이 연사로 초빙되었습니다. 먼저 강연 시작의 첫 스타트는 고전 번역에 대한 김한식 교수님이 끊었습니다.  

 

 

 

 

 

   

  

김한식 교수는 전에도 프랑스의 철학자인 폴 리쾨르의 <시간과 이야기> (전 3권)을 번역하셨습니다. 처음에 갑자기 구조주의 철학, 해석학, 자크 데리다, 하이데거 등을 줄줄이 언급하셔서 철학에 무지한 저로서는 처음부터 머리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 

하지만, <시학>을 이해하는데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개념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메시스(mīmēsis)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모방이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이 개념에 대해서 플라톤와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입장은 극명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플라톤은 모방이라는 것은 현실을 모방하는 속임수라고 주장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예술을 부정적으로 보게 됩니다. 반면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오히려 미메시스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메시스는 단순히 현실 그 자체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을 모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대상을 모방을 하는데에도 모방하려는 자(화가)는 자기의 관점대로 모방할 수 있으며 취사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김 교수의 강연 중에서 기억나는 내용에는 <시학>이라는 악명 높은 고전을 번역하는데에도 나름 겪은 애로사항이었습니다. 3년동안(!) <시학> 번역에 매달리는 동안에 논문 작성 활동에 소홀히 했다는 점을 이야기를 하면서  논문을 많이 써야 학문적 명예와 교수직이 보장되는 대한민국 학계를 쓴웃음으로 비판하였습니다.  

김한식 교수는 라틴어 원전을 프랑스 어로 번역한 저본을 토대로 번역했습니다. 마침 그 날 직접 그 프랑스어 판본을 가지고 오셔서 강연 참석자들 눈 앞에 번쩍 보여드렸는데, 600페이지라는 압도한 분량에다가 주해 분량만 해도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김 교수는 좋은 번역이란 원문 충실성과 가독성이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면서 번역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셨는데 , , ,  제가 그 때 축적된 정신적인 피로 때문에 그 분의 강연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듣지 못했습니다.   

엉뚱하게 겉절이 이야기들만 새록새록 기억에 남아 있네요. ^^;; 

김 교수는 ' 동양의 <시학>' 이라고 불리우는 유협의 <문심조룡>이라고 언급하시면서, 사실 이 책을 직접 읽어봤는데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책이 한학 분야의 책인걸 감안하면 불문학자에게는 당연히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교수 본인도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한 이유를 한학에 대한 자신의 무지함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분이 <시학> 한 권에 3년동안이나 번역에 매달렸다는 점은 정말 대단한 거 같습니다. 척박한 인문학의 현실과 비정상적인 시스템에서 활동해야하는 대학교 교수로서 겪는 고충 속에서도 김한식 교수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의 번역은 어쩌면 메마른 대한민국 인문학계의 지형에 단비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스승 플라톤의 학문체계를 배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번역 감수를 맡으신 김헌 박사님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삶과 학문 체계를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몇 몇 문헌에 단편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짤막한 일화들까지 곁들어 설명함으로써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사람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고대 철학자들의 일화를 집대성한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쓴 책입니다. 김헌 박사님께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애에 대한 일화를 소개할 때 살짝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이름을 언급하셨는데, 아마도 이 책에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일화가 실려 있을거라고 짐작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뿐만 아니라 이름만 들어보면 알만한 철학자들에 대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어서 무척 재미있는 책일거 같습니다.

   

김헌 박사님의 설명으로는 젋은 아리스토텔레서는 처음에는 플라톤의 제자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플라톤이 제자가 되고 싶어서 그가 문을 연 아카데미아라는 학교에 방문하게 되지만, 하필 그 때 플라톤이 외유 중이어서 그는 할 수 없이, 그 당시 고대 그리스에서 최고 웅변가(지금과 같은 로스쿨 강사 정도라고 하네요)로 손꼽았던 이소크라테스 밑에 제자로 당분간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오랜 외유 중에서 플라톤이 아카데미아로 복귀하게 되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시 아카데미아에 찾아가 플라톤의 제자가 됩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문헌에 보게 되면 이소크라테스의 사상의 흔적들이 드문드문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학문적 가설이 지금도 주장되어 있다고 하네요. 

플라톤 밑에서 아카데미아 내 훌륭한 제자로 성장하게 된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이야말로 스승 플라톤의 뒤를 이을 아카데미아를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대로 현실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엉뚱하게도 아카데미아의 적임자는 플라톤의 조카가 되고 말았던 겁니다.    

비록 다른 고대 학자들의 문헌에서 기록된 진위가 불분명한 일화들 중의 하나지만, 김헌 박사님은 이 일화를 통해서 스승 플라톤의 학문체계를 탈피하게 된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의 분기점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시학>의 내용이 서로 모순된 이유

그리고, <시학>이 쉽게 읽혀지기 어려우며 왜 악명 높은 고전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를 이 책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대외용 저서(exoterica)였다는 가정 하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대외용 저서란 쉽게 말하면 제자들을 위한 강의를 위한 준비자료이면서도 이전 강의 내용을 간단히 기록한 비망록 형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이 직접 세운 학교, 리케이온에서 자신들의 제자를 가리킬 때 사용, 참고한 것이죠.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귀납적인 사고와 인과 과정을 통한 진리 인식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정작 그의 대표작 <시학>에서는 서로 모순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런 구성이 나오게 된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의를 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내용이라도 일부러 기록하지 않았으며, 이전에 기록된 내용이 잘못 되더라도 고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강연을 위한, 자신만의 기록이었기에 굳이 그렇게 기록할 필요성을 스스로 못 느꼈던 것이죠.   

처음에 기록했던 A라는 논리가 잘못된 것을 알고, 다시 B라는 올바른 논리를 기록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에 기록된 A를 일부러 삭제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서로 모순된 논리의 충동으로 구성된 <시학>의 내용이 지금까지 이렇게 전해내려오고 있게 된 것입니다.  

 

  

  이번 <시학> 번역에서 중점적으로 취하고 있는 해석 방식  

마지막으로 <시학>에 관한 3가지 방식의 해석사를 소개했는데, 이번에 펭귄클래식 시리즈로 번역된 김한식 교수의 <시학>은 이전에 번역된 국내 <시학> 번역과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체계적 해석과 발전사적 해석으로 <시학>을 번역, 해석되어 왔습니다.  체계적 해석과 같은 경우에는 <시학>의 내용이 완벽하다는 전제 하에서 합리적이면서도 채계적으로 해석한 것이며 발전사적 해석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뿐만 아니라 그가 쓴 다른 저작들과 함께 접근하여 해석한 것을 말합니다. (*)

그런데, 이번 김한식 교수의 번역은 문제제기적 해석이라는 접근으로 번역, 분석했음을 밝혔습니다.  발전사적 해석이란 <시학>의 모순적인 구성 방식을 토대로 이 책은 하나의 논리를 완성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였다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런 해석 방식을 통해서 그동안 이전 번역에서 단점으로 지적되어왔던 중간에 놓쳐버린 내용의 해석 부분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시학>의 번역과 해석에 대해서 학계에서는 논란의 대상인큼 이번에 시도한 문제제기적 해석의 <시학> 번역은 앞으로의 국내 <시학> 번역에 대한 학문적 논쟁을 또 한 번 일으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하였습니다.

(*) 이 강연 부분에서는 소개하고 있는 개념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서 제가 최대한 알고 있는만큼 정리하였습니다.  그래서 내용이 두루뭉술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고, 혹시 이 내용에 대해 심도있게 아시는 분은 댓글이나 트랙백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카타르시스에 대한 내용은 이미 전에 올린 페이퍼에서도 언급했고 너무나도 알려진 내용이라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시학> 강연이 끝나고 난 뒤 , , ,

생전 처음 인문학 강연회 참석에다가 그동안 온라인 공간에서 자주 만났던 카페 회원들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어서 강연 내용을 노트로 갈겨 쓴 것들을 정리하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강연에 대비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나의 무지함도 있었고요.  하지만, 어렵게 이해될 줄 알았던 <시학> 강연 내용은 연사분들의 녹록하지 않은 강연 덕분에 어느 정도 미메시스와 카타르시스의 기본개념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시학>의 독서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친분이 있었던 온라인 카페 회원분들과의 뒷풀이도 무척 좋았습니다. 오늘 일정이 피곤한데다가 소심한 성격 때문에 적극적이지 다가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이번 일정을 통해서 배우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 스스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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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2-1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곤하실텐데 .. 이렇게 또 정성스럽게 후기도 남겨주시다니 ^^
그나저나 시학의 번역본이 몇 종 있군요!!

저는 맨 왼쪽 것만 갖고 있는데, 언제 시간 되면 다른 책들도 좀 참조해봐야겠습니다.
오늘은 편히 쉬세요~ ㅎ

cyrus 2010-12-20 10:45   좋아요 0 | URL
어제 편히 쉬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소개한 번역본 말고도
몇 권 있습니다. 두 권은 대표적인 번역본이고, 나머지 한 권은
해설서일겁니다. 저도 강연 때문에 천병희 씨 번역본을 구입했는데,,,
펭귄클래식 판본과 같이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참 좋을거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이조부 2010-12-2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추추추 추천

cyrus 2010-12-20 10:46   좋아요 0 | URL
그 날 너무 즐거웠고 고마웠어요^^

마녀고양이 2010-12-20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너무 이쁘세요... 아하하.

나둥 사이러스님 만나고 싶다, 담에 약속잡고 서울 오시면
관광(?)도 해드리고, 맛난 것두 사드릴게여. 겨울은 피해서,, 크.

세상에, 강연 들은 내용을 이렇게 멋지게 올릴 수가 있을까.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새삼..... 사이러스님에게 감탄하고 마네요.

cyrus 2010-12-20 10:53   좋아요 0 | URL
괜히 저 때문에 마고님까지도,,,^^;;
온라인 공간에서의 저랑 실생활에서의 저랑 무척 다를거에요.
비록 힘들고 지친 일정이었지만, 서울에 또 가고 싶어지더군요.
나름 서울 번화가 쪽에도 구경도 많이도 해봤고요^^

양철나무꾼 2010-12-21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페이퍼가 엑설런트해서, 강연 못 들은 게 하나도 아쉽지 않다는~~~
진짜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넓이와 깊이군요.

대구 사시는군요~
대구 분들, 쌀을 살이라고 발음하던데...님도 그러세요?^^

다이조부 2010-12-21 08:43   좋아요 0 | URL


대구 출생인 제가 대신 대답하자면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어요~ ㅋㅋ

cyrus 2010-12-21 18:26   좋아요 0 | URL
꾸랑님 말씀대로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거 같아요.
저는 오히려 글자에 엑센트를 줘서 발음을 해서,,,
군인 시절에 나름 애먹기도 했었습니다. ^^;;

2010-12-22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2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2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2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3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0-12-23 13:56   좋아요 0 | URL
한 번 찾아서 읽어볼께요^^

꽃도둑 2011-01-05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학 읽는데 도움이 되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리고 문제제기적 해석이라니요....정말 궁금합니다.
아..시학이여 내게로 오라~~~

cyrus 2011-01-05 18:09   좋아요 0 | URL
많이 부족한 글이라서 제 글을 참고하시는것보다는
펭클 카페에 들어가보시면 닉네임이 헤르메스라는 분이 쓰신
문제제기적 해석에 대한 자세한 글이 올려져 있을거에요.
카페에도 이 글이 올려져 있으니 카페 내 검색하시면
찾으실수 있을겁니다.

암향부동 2011-01-1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김한식 교수님 전공이 프랑스어라 중역본일 것 같다고 짐작은 했습니다. 그래도 확실치 않아서 언급하진 않았는데 비록 중역본이라도 3년이라는 시간을 번역에 공을 들였다면 좋은 번역본임이 틀림없을 것 같네요^^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외국 고전 번역이 지지부진하고 엉망인 것은 번역 작업을 학문 성과로 인정해 주지 않는 우리 나라 학문 풍토가 그 원인인 것 같습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래로 자기 전공의 외국 고전을 번역하면 그 자체로 박사 학위를 수여하여 번역에 공을 많이 들이고 그 결과 빠른 시간에 다른 나라의 지식을 자기 것으로 할 수 있었는데 우리 나라는 전혀 그렇지 않죠.

어쨌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본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과 비교해서 다시 한 번 시학을 읽어 봐야 겠네요^^
 

  

 

 

내일이면 12월 18일 , , ,  펭귄클래식 시리즈 100번째 출간 기념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강연하는 날입니다.  지금 제 머리 속에는  

  '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서울, 웅진출판사 건물로 찾아 갈 수 있을까? ' 등등 , , ,  

온갖 생각에 가득 차 있어요.   
  

새벽 아르바이트를 아침에 마치자마자 바로 서울행 기차를 타고 가는 것쯤이야 문제는 없는데, 강연이 끝나고 난 뒤가 제일 걱정이 되네요.   하루 외박하고 싶은데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아마도 저와 함께 강연에 참가하시게 될 매버릭꾸랑님과 단 둘이서 서울이라는 타지에서 밤을 새야 할 거 같네요.    

뭐,,, 대학교 시절에 밤 새서 술과 안주를 벗 삼는 것이 일상이라서,,, -_-;;  그렇게 나쁘지는 않게 여기지만, 서울 물가가 좀 쌘 걸로 알고 있는데 돈이 꽤 많이 나갈까봐 걱정되네요,  

괜히 저 때문에 타지에 사시는 꾸랑님도 밖에서 보내셔야할텐데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거기에다가 사실 저도 수중에 돈이 많지 않아서,,,  그 날 강연 끝나고 뭐 해야할지 막막합니다. ㅠ_ㅠ  

하지만, 이번 강연회가 생애 첫 인문학 & 고전 강연이라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기도 합니다. 평소에 이름만 들어보던 유명한 고전을 강연회를 계기로 더욱 심도있게 배우고 알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뜻 깊고 의미 있는 일인거 같습니다. 

그래서, 강연회 전부터 <시학>에 대한 내용이 너무 궁금한 나머지...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시학>을 알라딘에서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서 전부터 읽고보고 싶어서 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구입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그동안 모아놓은 적립금으로 구입했기 때문입니다. ^^  

특히, 그리스 비극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관점을 서로 비교해서 읽어보니 흥미롭고 괜찮았습니다.  (천병희 교수가 번역한 <시학>에는 플라톤이 쓴 <시학>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도 호라티우스, 롱기누스의 시론도 함께 번역, 수록되어 있어요)   

 

 

 

 

 

 

 

 

무엇보다도,  소장하고 있었던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 에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시학을 비교할 수 있게 풀어놓은 대화체 내용이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진중권의 유명한 저작인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에 나오는 인물이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죠)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진중권의 책 1권에 [원형 극장에서] 라는 소제목의 글에 있습니다. 그 글의 마지막에 저자가 참고한 책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 목록에도 천병희 교수의 <시학>이 소개되어 있기도 하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야말로 역사보다 철학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플라톤은 반대로 시는 단지 모방에 불과한 글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시가 인간의 감정을 모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정을 하고는 있지만, 모방한 것을 본 독자들이 느끼는 정신적인 쾌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평일 오후 8시 20분쯤에 하는 일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를 보는 저희 어머니 같은 경우에는 주인공 동해가 잃어버린 아버지인 제임스(강석우 분)를 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동해의 입장이 되어 애가 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서 과거까지 숨기는 등 거짓말을 일삼는 윤새와(박정아 역)를 보면서 욕(?)을 합니다.  주인공의 앞길을 사사건건 태클을 하는 윤새와를 어머니는 못마땅해하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이야기가 점차적으로 그녀의 숨겼던 과거가 들통나기 시작하면서 어머니는 기분 좋아지게 됩니다.  

이렇듯,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감정을 흥분시키게 하여 진정시키게 하듯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도 그렇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정의한 단어를 카타르시스(katharsis, 정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시학>을 번역한 천병희 교수는 서론에서 정작 이 책에서는 카타르시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학>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 제목이 <시학>이길래 시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시뿐만 아니라 비극 작품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이 책을 읽어보게 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시론과 부합되는 작품을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강연 후기 때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천 교수가 번역한 <소포클레스 전집>만 읽어봤는데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들이 번역되어 나왔으니 이번 강연회를 기회 삼아서 그동안 쭉 군침만 흘린 채 눈여겨 봤었던 그리스 비극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는 그리스 신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서사시입니다.  

 

 음,,,

내일 서울에서의 일정이 2010년 마무리를 장식하는 스펙타클한 하루가 될 거 같다는 

예감이 슬쩍 드네요... 

 

어쨌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 졌으니  

6이라는 큰 숫자가 나올지, 아니면 1이라는 작은 숫자가 나오게 될지 

내일이 되어봐야 알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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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2-18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입 D-1이나 신혼 첫날밤 카운트 다운 하는 것 같아요.
전 위에 언급하신 책들 중에서 진중권 미학오딧세이만 어렵게 읽었었네요.

암튼 맘껏 즐기시고 무사귀환하세요~^^

cyrus 2010-12-18 09:29   좋아요 0 | URL
정말 고대하던 강연회라서 기대가 되네요.
꾸랑님과 함께 무사귀환하겠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12-1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데 술 너무 많이 드시지 말고,
잼난 이야기 많이 나누세요.
나두 너무 혹하는데,, 아아,, 가고 싶다.... 강연보다도
사이러스님과 매버릭 님의 만남이 더 가고 싶네요. 아하하.

cyrus 2010-12-19 19:35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술 많이 안 마셨어요, 저 그날 생전 처음 겪어본 환경과
분위기라서 그런지 그날 술빨이 좀 안 맞더라고요^^;;
강연 끝나고 카페 회원분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었는데,
그날 머리속에 집에 어떻게 가야할까? 아니면 서울에 밤 새야할까?
막 걱정만 했답니다. 그러다가 결국 꾸랑님이렁 저랑
막차를 못 타서 모텔에서 외박했습니다.^^;;
어쨌든 그날 저랑 꾸랑님 모두 흡족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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