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 .   였 .    다  , , , ,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서 최악 , , , 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어정쩡하고, , ,   

그냥 ' 속 빈 강정 ' 같은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명성만 믿고 동네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하여 읽게 되었는데,  (실제로 구입할 생각은 없었지만) 구입했으면 큰일날뻔 했다. 

  

 

 

  

 

 

 

 

 

몇년 전에 ' 마이클 폴란 ' 이라는 이름을 국내에 알리게 된 <욕망의 식물학><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최근에 나온 그의 신작에 큰 기대를 걸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신작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 음식 ' 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안 읽을 수가 없었다.  

그 .     런 .     데 , , , ,  

희망도서 신청 이후에 어느 알라디너의 40자평을 확인하게 되었는데, 역시 마이클 폴란이 쓴 책인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의 내용이란 중복되게 많다는 내용이었다.   

짧막한 40자평이었지만 그 때부터 불길함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아직,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거기에다가 책 페이지는 250페이지도 채 안 되었다.  얇은 분량의 책이라서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이전에 발간된 그의 책들을 생각하면 논픽션 상을 받을 정도로 저명한 저자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설마했던 생각이 현실로 들어나게 되었다. 도서관 사서로부터 이 책을 받는 순간, 당혹스러웠다.  생각보다 얇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 , ,  얇은 분량은 일단 만족한다. 금방 읽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책 내용의 수준이다.   

아 , , , ,   

마이클 폴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 , ,   다음에는 이런 책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은 대부분 TV나 언론에서 소개된 기본적인 건강 상식들이다. 그리고, 건강 음식에 대해서 열혈 독학 중이신 울 어머니로부터 귀 따갑게 들었던 내용들도 많았다.  

그냥 책을 덮고 싶었지만, 얇은 분량이라서 봐줬다. 이런 책 대충 읽는데 30분 걸리니까.  그리고, 이런 책 한 권 만드는데 저자는 방대한 자료들을 찾고 정리하는라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자료를 찾느라 고생한 저자에게 박수 , , ,   는 못 치겠고, , ,  그냥 끝까지 읽어줘야겠다. 

 

  

이 책은 건강하게 먹는 음식 상식과 식습관을 ' 푸드 룰(Food Rules) ' 이라는 단어로 총 64가지 의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이름만 ' 룰 ' 이지 그렇게 거창하고 복잡한 것은 아니다.  건강 관련 책들에서 볼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며 어떤 내용은 우리나라 문화상 안 맞는 것도 있다.   그냥, 음식과 식습관에 관한 ' 격언 ' 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더거나 인상 깊은 내용들을 골라서 정리해봤다.  

 

Food Rules 4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 함유된 식품은 피한다. 

Food Rules 5   가장 많이 첨가되어 있는 세 가지 성분 중 당분(혹은 감미료)이  

                       함유된 음식은 피한다.  

Food Rules 8   건강 기능 표시가 되어 있는 식품은 피한다.  

Food Rules 9   이름에 ' 저칼로리 ' 라든가 ' 저지방' , ' 무지방' 이라는 

                       신조어가 따라붙는 식품은 피한다.  

 -> 이 내용은 당연한 진리이지만, 여전히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Food Rules 19  공장에서 만든 음식은 먹지 않는다.  

 -> 식품 공장 내부의 비위생적 환경에 관한 폭로 뉴스가 한 번쯤 나오게 되면  

     공장에서 만든 음식의 상태가 어느 수준인지는 안 봐도 뻔하다.  

  

Food Rules 21  모든 언어권에서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음식이 아니다.  

                      가령 빅맥, 치토스, 프링글스 같은 것들 말이다.  

 -> 헉 , , , !!!    이 구절 보는 순간, 마음이 찔렸다.   

      프링글스 와일드 무척 좋아하는디 , , , -_-;; 

  

Food Rules 22  대체로 식물을, 특히 잎을 먹는다. 

-> 여기서, ' 대체로 ' 라는 말. 강조!     

    이 말은 즉슨, 식물만 무조건 먹으라는 뜻이 아니다. 

  

Food Rules 26 시금치 물을 마신다. 

-> 처음 알게 된 사실.  그런데 울 어머니는 이미 알고 계셨다니 , , ,  

    시금치 삶아놓은 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국 끓일 때 사용하신단다.  

  

Food Rules 30  건강한 땅에서 잘 자란 음식을 먹는다.   

 

Food Rules 35  자연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달콤한 음식을 먹는다.  

-> 딸기, 사과, 포도 같은 과일의 과즙에도 당분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과일도 너무 많이 먹어도 당분 과다 섭취가 될 수 있으니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소용 없다.  

      

Food Rules 36  우유 색깔을 변하게 하는 시리얼로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 

-> 시리얼은 엄연히 가공식품이다.  그리고, 설탕이 덜 들어간 시리얼도 시중에 팔고  

 있는데 (ex. ' 라이트 슈거 ' 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시리얼 제품)  속지 말 것. 

 직접 먹어봤는데 , , ,   일반 시리얼이랑 별 차이 없다.  

 그냥 먹어도 달짝지근하며 시리얼 봉지 밑에는 설탕가루가 남아 있다.  

 결국,  시리얼을 먹는다는 것은 설탕덩어리를 먹는 거나 똑같다.  

  

Food Rules 46  배부르기 전에 수저를 놓는다.  

-> 자명한 진리이지만, 이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 , , ?   -_-;; 

  

Food Rules 49  천천히 먹는다. 

-> 이것 역시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진리이지만,  

    실제 식생활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잘 안 지켜지는 습관이다.  

    밥 한 숟갈에 10번 넘게 천천히 꼭꼭 씹어먹으면 좋다.  

    대충 씹지 않고 빨리 먹으면, 먹고난 뒤에도 포만감이 금방 사라진다. 

    하지만,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이 습관 역시 경험해봐서 잘 안다. 

  

 

Food Rules 50  ' 처음 한 입이 진수성찬 '  

-> 에이 , , ,    이건 좀 아니다.  Rules 46번이랑 비슷하다.  

    마이클 폴란은 음식을 처음 한 입을 먹을 때 가장 맛있고 그 다음부터는 만족감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데, , ,    

    글쎄다.   나는 숟가락 한 번 들면 계속 먹고 싶어지는데 , , , ㅠ_ㅠ   

  

 

Food Rules 54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치처럼 먹는다. 

-> 나는 아침은 거지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왕처럼 먹는데 , , ,   

    특히, 저녁에는 ' 야식 ' 이라는 왕 중의 왕이 기다리고 있다. ^^;;

    폴란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침에는 배가 덜 고프기 때문에 많은 양의 식사를 하면  

    결과적으로 전체 칼로리 섭취를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 , ,  

    아침식사는 꼭 먹어라는 진리는 유명하지만,  굳이 아침에만  

    많이 먹을 필요가 있을까?  영양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_-;; 

  

Food Rules 61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지 않는다. 

-> 어느 나라인지 모르겠지만 (중국 혹은 아시아권 나라로 추정된다)  

    만약에 집 주인이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면, 손님은 무조건 음식을 남겨야 하는 것이 

    주인에 대한 예의라고 한다. 음식을 다 먹으면 집 주인의 대접과 식사가 형편이 없어서 

    얼른 나오고 싶다는 행동이라나 뭐라나 , , , ?  

    폴란은 밥그릇을 비우지 않는 것이 음식 섭취에 대한 욕구를 자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Food Rules 64  모든 법칙을 어긴다. 

->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이면서도 , , ,   최고의 반전.  

    결국에는 이런 좋은 습관대로 무조건 지키면서 먹고 산다면 , 삶이 피곤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하긴 , , ,  무조건 좋은 음식 먹는다고 100살까지 사는 것도 아니다. 

    이 법칙은 울 어머니에게 꼭 강조하고 싶은 말이다. ^^;;  

     

 

* 총평  

 마이클 폴란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모르겠지만,  

 저자의 명성만 믿은채 무턱대고 구입하지 마시길 , , ,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한번쯤은 곱씹어봐도 좋다.  

 이런 내용들, 책 100권을 봐도, 건강 프로그램 100번 봐도  

 생활하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거나,  

 여전히 잘못 알고 있는 식습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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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1-19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런 책이 워낙에 많이 나와서 말이죠.
전 삼시세끼 똑같아요. 평민의 밥상.ㅋ
욕망하는 식물은 사 놓고 아직 못 읽고 있네요. 못 살아...ㅠ

cyrus 2011-01-19 15:43   좋아요 0 | URL
어느새 댓글을 남기셨네요^^;;
며칠전에 스텔라님의 <식품주식회사> 리뷰를 보면서
<푸드 룰>도 그런 비슷한 맥락의 내용인줄 알았는데,,
약간은 달랐어 당황했어요 ㅎㅎ;;

잘잘라 2011-01-1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는 이빨이 없다,는 말이 생각나요.
그러니까 많이 씹어먹으라는 얘긴데, 이거 실천하다가 현장에서 왕따됐어요. ㅜㅜ
밥을 너무 오래 먹는다고 나하고 밥먹으러 가기 싫데요. ㅜㅜ
성질만 급한 인간들!!! 흥! ㅋㅋㅋ

cyrus 2011-01-19 20:47   좋아요 0 | URL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밥 빨리 먹는 습관을 쉽게 못
버리더라구요. 제 동생은 저보다 밥 빨리 먹는데 고치고 싶어도
잘 안된다하더라구요.^^;;

2011-01-19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1-19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간 cyrus님이 읽고 좋게 느끼신 책만 봐왔는데,, 이렇게 좋지 않은 평의 책도 있는거군요 ^^

cyrus 2011-01-20 12:49   좋아요 0 | URL
전 아직 좋은 책, 나쁜 책 고르는 안목이 많이 부족하답니다. ^^;;

2011-01-20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1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1-2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랑 표지는 완전 동하는데, <푸드 룰>이 별로란 말이죠.
저는 빨리 먹는 편도 아니지만 간혹 더 천천히 먹고 싶어요.
그러면 서서히 배가 불러서 조금만 먹을 수 있거든요.ㅋ

cyrus 2011-01-21 23:18   좋아요 0 | URL
저에게는 기대만큼 실망이 컸던 책이었어요..
생각보다 얇은 분량에도 판형도 작았구요.
정말 천천히 먹는게 오히려 건강에 좋답니다^^

herenow 2011-01-2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이클 폴란의 다른 책을 보셨다면 '미리보기'라도 해보지 그러셨어요.
그동안 저자가 강조해왔던 내용들의 '요약 정리본' 같은 책이니 말입니다.

책의 부피 대비 가격을 생각하면 '낚였다'는 표현도 이해가 됩니다만 (^ ^;)
다른 분의 서평에도 나와있듯이 '먹거리의 핵심'을 다루는 본문 내용만큼은
'낚였다'는 표현으로 자칫하면 싸구려 취급 될 정도로 (이런 의미는 아니셨겠죠;)
부실하거나 날림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거든요.

그의 다른 책처럼 '왜 그런지'를 구구절절 사례로 들어 설명하지 않고
간단하게 핵심 법칙(rule)만을 적은 것이 어쩌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나 할까요..
(핵심만 간략해서 좋은데, 책의 덩치가 작으니 책값이 비싸게 느껴진다는 점 ㅎㅎ;)

이 페이퍼를 보고 <푸드룰>의 내용이 부실하다고 생각해 아예 안보실 분이 계실까봐
조금 염려되는 마음에, 실례지만 사족을 달아 보았습니다. ^ㅅ^;;;
(cyrus님, 기분나빠 하시지 않으셨으면.. 불편하심 삭제할께요 ㅠ.ㅠ)

최소한 서점에서 들춰보고 내용 참고할 가치는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아는 것 같아도 결국 안하고 사는 것이 우리네 문제니까요. ^ ^;


cyrus 2011-01-24 15:10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좋은 충언을 해주셔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
국내에 마이클 폴란의 책이 몇 권 나온걸로 알고 있는데,,
그나마 읽은 책이 <욕망의 식물학><잡식동물의 딜레마> 뿐이에요.
게다가 그 두 책은 몇 년 전에 읽었기도 했구요.
그래서 제가 미리보기를 하지 못한 게 잘못한 거 같아요.
히얼나우님의 댓글을 보면서 평소에 관심 있는 저자가 신작이 나오게 되면, 이전에 나온 책들도 다시 한 번 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까도 스텔라님의 서재의 페이퍼에도 봤지만,,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히얼나우님이 지적하신 의도를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네요.^^:;
엉뚱한 답글이었다면 저의 무지탓이니 용서해주세요 ^^;;
하지만 댓글 보면서 저 스스로 저의 독서에 대해서 반성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뼈 있는 충언,, 부탁드려요 ^^


2011-01-24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renow 2011-01-26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 cyrus님의 아이디는
"<말하는 백과사전 시루스 박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시네요. ^ ^;
저만 알고 있기가 아까워 여기에 살짝 밝힙니다. (정확한 발음이 궁금했어요 ㅋ)
사이러스, 시루스, 키루스, 시스루 등등 각자 꼴.. 아니 형편대로 부르셨던 분들은
살짝 참고해 주세요. 물론, 본인은 크게 신경 안쓴다고 하시지만요. ㅋㅋ;
(맞죠, 시루스cyrus님? ^^)


cyrus 2011-01-26 14:06   좋아요 0 | URL
ㅎㅎ 시간이 되면 따로 페이퍼로 작성해야겠는데요 ^^
닉네임의 유래 ㅎㅎ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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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지 않은 손    

 

 子不語 怪力亂神 

 (자불어 괴력난신) 

공자<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는 괴이, 폭력, 난잡한 것, 귀신에 대해서 말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존재나 현상, 이를 ' 괴력 ' 과 ' 난신 ' 으로 나누어 괴이한 힘과 잡귀신들을 믿고 논하는 것을 경계함을 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자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인간의 관심과 흥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의 생활에 땔래야 땔 수 없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 같이 문명과 과학이 발달된 시대에 무슨 귀신, 유령 타령이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곳곳에서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과 같은 경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정말 우연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사소한 자연현상은 이 사건의 뉴스를 접한 사람들에게는 소박한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어느 야산의 공사 현장에서 죽은지 꽤 오래된 백골의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오직 남아있는 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유골뿐.  범인을 찾지 못하는 미궁의 살인사건으로 남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손 부위만 전혀 썩지 않고 남아 있었다.  

썩지 않은 손의 지문을 조사하여 백골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5년 전에 실종되었던 여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실종된 여인의 백골이 발견된 지 얼마 안 되어, 드디어 범인이 체포되었다. 여인을 죽인 범인은 바로 그녀의 동거남이었던 것이다.  범인은 말다툼 끝에 홧김에 그녀를 살해했다고 자백하였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경찰 관계자과 국과수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특정 부위, 하필이면 손 부분만 썩지 않은 변사체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말하고 있다.  

법의학계에서는 시체의 부패 환경에 따라서 특정 부위만 미라처럼 남게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런 뉴스를 접한 대중들의 머리 속에는 괴담 실화에서 나올법한 미스테리한 사건으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된 여인의 한맺힌 손이 자신을 죽인 범인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일지도.  

 

  

  인간이 괴담에 집착하는 이유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 괴담 ' 에는 단순히  ' 괴이한 이야기 ' 라는 사전적인 의미의 뜻도 담겨 있지만 괴담 자체가 만들어내는 괴이하면서도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현상적인 분위기에 이끌린 대중들의 무의식적인 공포 심리를 반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괴담으로는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유명해진 ' 학교 괴담 ' 을 들 수 있다.  

인적이 드문 한밤중에 학교 운동장에 세워진 동상이 눈물을 흘린다거나 혹은 스스로 움직인다, 학교 건물이 세워지기 전에 이 터가 옛날에는 공동묘지들이 많이 있던 곳이라서 새벽이 되면 무덤 속의 귀신들이 학교 건물 안을 배회한다는 등 , , ,   지역마다 학교 괴담의 내용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괴담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의 원형은 서로 일치하는 점이 있다.   

 

 

한 때 잔인한 살인 사건들이 일어나는 무렵에는 90년대에 유행했던 ' 김민지 괴담 ' 이 디지털 시대에도 회자되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하였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의 딸 김민지가 납치돼 토막살인 되었고, 이에 한을 품은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가 화폐 곳곳에 김민지의 이름과 잘린 팔 다리를 숨겨 놓았다는 내용인데 사실은 근거가 없는 루머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허무맹랑한 내용은 걷잡을 수 없는 루머로 퍼지게 되었으며 한국은행에서는 공식적으로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한국은행 창립 이래 김민지라는 이름의 딸을 둔 고위관계자가 없었으며 결국 루머로 판명되었다.  

이렇듯, 대중들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가짜 괴담에 너무 쉽게 반응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 집착 ' 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괴담이 루머로 판명되었음에도 우리 사회에는 ' 괴담 ' 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야기들이 하나씩 등장하게 된다.  대중들이 괴담에 집착하는 이유는 우리 주위에 발생하는 사회현상들에서 비롯되는 불안감과 공포심에 의해서 믿어버리게 된다.  최근에 전국적으로 확산된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피해가 커지게 되자 ' 구제역 괴담 ' 이라는 불리우는 루머가 떠돌고 있는 사실이 그 예인 것이다.   

 

 

  괴담을 모티브로 한 괴담  

괴담에 집착하는 대중들의 모습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 같은 경우에는 고대로부터 전해내려오는 것과 오늘날 탄생되는 괴담까지 합하면 그 수가 어마어마하 며 괴담에서 비롯된 일본 특유의  ' 괴담 문화 ' 가 발달되어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 괴담 문화의 성립과 변천 과정에 대해서 전문적인 학술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특히, 일본의 교고쿠 나쓰히코는 ' 요괴소설의 1인자 ' 로 불릴 정도로 일본의 괴담 및 요괴에 대해서 박식한 미스터리 작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본에서 발표된 <항설백물어> 시리즈는 일본의 괴담집인 [회본백물어]에 모티브로 재해석한 소설로 대중적인 인기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평가까지 받게 되었다.  (국내에서 소개된 것은 시리즈의 첫 작품이며, 세 번째 시리즈인 <후 항설백물어>는 2004년 제130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였다)

아즈키아라이, 하쿠조스, 마이쿠비, 시바에몬 너구리, 시오노 초지, 야나기온나, 가타비라가쓰지. 

교고쿠 나쓰히코의 미스터리 소설을 처음 읽는데다가 나처럼 일본어에 능통하지 않고 일본 문화에 익숙치 않은 분들에게는 목차에 등장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요괴 이름들을 보자마자 낯설어 할 수 있겠다.    

옛부터 전해내려오는 괴담을 재해석했다고는 소개하고 있지만, ' 괴담 ' 을 모티브로 한 이 소설도 결국에는 ' 괴담 ' 이라는 장르에서 볼 수 있는 기본적인 형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요괴의 이름들을 우리말로 쉽게 풀이한다면 ' 팥 이는 귀신, 스님으로 둔갑한 여우, 머리가 잘린 채로 계속되는 싸움, 사람으로 변신하는 너구리 , , ,  ' 정도라고 해야될까 , , , ?   어떻게 보면, 문화적인 배경이 다를 뿐, 우리나라의 전래 괴담과 비슷하기도 하다.   

<항설백물어>에 소개되는 인물들은 선과 악이 뚜렷하게 대비되어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악인들은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윤리적인 비행과 잔인한 살인을 자행한다.  특히, 억울하게 죽게 된 영혼들은 요괴가 되어 ' 피 ' 의 복수를 함으로써 자신을 해친 악인들을 철저히 응징을 가한다. 그리고, 아무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부터 살해당한 아픈 기억 때문에 한이 맺힌 동물들은 인간으로 둔갑하여 자신이 갈망하던 복수를 이루어내기도 한다.  결국, 일본의 괴담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에서도 볼 수 있는 권선징악형 전개와 결말이 있다는 것이다.  

 

 

  괴담의 탄생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은 소설 속 악인들이 죄의 대가를 받는 과정이다. 4인조 소악당(모사꾼 마타이치, 신탁자 지헤이, 인형사 오긴, 기담 수집가이며 작가 지망생 모모스케) 들이 꾸민 정교한 계략에 의해 악인들이 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게도, 악인들은 요괴의 마력에 홀린듯이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되는 점이다.   겉만 사람의 모습으로 가장한 채 어두운 본성을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도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죄책감이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백골이 되어서도 두 손만 썩지 않고 남아있는 것을 본 범죄자도 소설 속 악인들과 같은 심정을 겪었을 것이다.  범인은 백골의 손이 자신을 가리켰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지금도 감방에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대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보이지 않는 귀신과 유령들이 우리 사회에 어딘가에 숨어 있는 어둡고 추악한 본성에서 만들어질 것일지도 모른다.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 제3자들의 공포심과 상상력이 덧붙여져서 ' 괴담 ' 이라는 이야기가 탄생되었던 것이다.

이런 기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는 여름밤에 보는 것이 제 맛이지만, 지금과 같은 찬 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밤에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어둡고 불투명한 세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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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19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물어백서 꽤 잼나죠? ^^

괴담이란게 항상,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단 말이예요. 그런데
사이러스님 요즘 괴담이나 공포물에 푸욱 빠져 계시네요. 와아.

좋은 리뷰입니다, 서평으로 냉큼 써도 좋을만큼.

cyrus 2011-01-19 13:32   좋아요 0 | URL
네, 마고님 40자평이 기억나서 읽게 되었는데,, 이 소설은 재미있었어요.
후편과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추리소설도 읽고 싶은데,, 종류와 주제가 다양해서 뭘 읽을지
모르겠어요. 재미난 추리 시리즈물 있으면 추천 해주세요 ^^

양철나무꾼 2011-01-19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르소설계에 발을 들여놓으셨군요.
이 참에 ‘푸욱~’빠져 보세요, 무궁무진하답니다.
전 항물백어설 마고님 리뷰 쓸때부터 넘겨다만 보고 아직 안 읽었는데,
이런 내용이군요.
근데,,,마고 처자 이 새벽에 어인 마실~?^^

cyrus 2011-01-19 13:34   좋아요 0 | URL
리뷰 이벤트 때문에 장르소설을 읽게 된거 같아요,
그런데 읽고 리뷰로 쓰는게 쉽지가 않네요, 스포도 주의해야되구요..^^;;
이번 기회에 추리 시리즈물도 읽고 싶은데 추천해주세요 ^^

2011-01-19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9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1-19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책 다양하게 읽으십니다.
이책 좋다고 하는데 역시 음산한 얘기를 싫어하는 저는 매번
선택에서 제외되요.
어렸을 때 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나를 제외하고 사람들은 겉모양만 사람이지
사실은 요괴일거라고. 그게 다 알고보면 저 자랄 때 '요괴인간'이란 일본 만화영화
영향 때문인데, 이게 또 자라면서 새롭게 재인식 되더란 말이죠.
역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둘게 못된다는 둥 변형되면서 말이죠.
학교 괴담은 학교에 눌리고 억압된 인간의 내면 때문에 자꾸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학교에 대한 꿈을 어찌나 반복해서 꿨던지 괴담으로 살풀이라도
해야지 싶더라구요.ㅠㅠ
근데 저는 저 책 제목을 아직도 재대로 못 읽어요. '향물어백서'로 읽는다니까요.ㅋㅋ

cyrus 2011-01-19 13:37   좋아요 0 | URL
저도 요괴인간 비디오로 재미나게 봤어요. 저도 예전에
학교에 대한 꿈을 꿨답니다. 스텔라님 말씀대로 우리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억압 때문에 생기는 같습니다.
제목이 좀 어렵죠?? 저는 처음에 요괴 소개하는 책인줄 알았어요.^^;;

stella.K 2011-01-19 13:55   좋아요 0 | URL
오, 그걸 요즘도 볼 수 있나요?
워낙에 오래된 만화영화라 못 볼 것 같은데...
그럼 '아톰'이나 '철인28호' 같은 만화도 볼 수 있으려나요?ㅋ

cyrus 2011-01-19 15:45   좋아요 0 | URL
제가 잘못 말했네요. ㅎㅎ
초딩 때 비디오를 많이 봤는데,
아톰, 철인 28호, 후레쉬맨, 파워 레인저 같은
명작(?)들을 비디오로 빌려서 친구들이랑
같이 본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이런 만화영화를 보기가 드문거 같아요.^^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책이 있다. 

-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p 22 -  

 

 

 

  전작주의자의 꿈   

    

<전작주의자의 꿈> / 조희봉 / 함께읽는책 

 

8년 전에 책을 사랑하고 헌책들을 수집해오면서 살았던 평범한 남자가 책 한 권을 냈었다. 그 남자가 쓴 책은 한때 언론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다. 저자는 책 읽기를 좋아했지만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했다.  책 제목도 낯설고 생소하다.   

 ' 전작주의자의 꿈 '  

전작주의자. 책의 저자인 조희봉이 직접 만들어낸 새로운 용어이다. 쉽게 말하자면 한 작가가 쓴 모든 책들을 읽고, 모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특정 작가의 글에 푹 빠져버린 일종의 홀릭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독특한 독서 스타일을 스스로 정립하려는 의도에서 사용했던 단어는 훗날, 책을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사용되었으며 자신들이 추구하고자하는 리드 라이프 스타일(Read life style)로 자리잡게 되었다.    

조희봉의 전작주의적 활동은 보는 이들에게는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그는 헌책방에 전전해가면서 故 이윤기, 안정효가 쓴 소설이나 이제는 절판이 되어 시중에 구할 수 없는 번역본까지 구하면서 읽어야하는 습관이 있다.  자신이 직접 번역했는지 이윤기 본인마저도 모르고 있었던 책들까지 구할 정도로 그는 진정한 '이윤기홀릭 ' 이다. 이윤기의 글에 대한 그의 전작주의는 훗날, 이윤기마저도 감탄해할 정도로 두 사람 간의 우정이 싹틔울수 있었다.

조희봉과 자신이 스스로 전작주의자를 자처한 독서가들에게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란 전국 곳곳의 헌책방을 순례를 하며 작가가 쓴 모든 책을 섭렵함으로써 그들의 작품 세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려는 장대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전작주의자들의 꿈인 것이다. 

 

 

  2003년에는 전작주의자, 2011년에는 책 사냥꾼  

2010년, 유명 일간지가 주최하는 장편문학상에서 두 작가의 작품이 공동수상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고은규의 <트렁커>오수완의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공동수상이라는 보기 드문 결과로 인해서 매스컴과 독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지만, 특히 오수완의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같은 경우에는 이전 한국문학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소설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고은규는 단편소설로 이미 문단에 등단한 적이 있는 작가 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수완의 경우에는 이번에 수상된 작품은 처녀작이며 그는 한의사로 활동 중인 아마추어였다. 

재미있게도, 2003년에는 조희봉의 전작주의자, 8년 뒤에는 오수완의 책 사냥꾼은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조희봉과 오수완은 글쟁이가 되기 전에 처음에는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두 작가가 쓴 책들 역시 인간의 ' 책탐 ' 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전작주의자와 책 사냥꾼의 책탐은 서로 같으면서도 다르다. 책 사냥꾼은 말 그대로 시중에 구할 수 없는 작가의 책을 구하는 자들을 일컫고 있지만,  이들은 한 작가의 책만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저자, 책 내용에 상관없이 구하기 힘든 희귀본을 대상으로 수집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책 사냥꾼에게는 독서란 불필요한 활동에 불과하며 오직, 희귀본 자체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책 사냥꾼들의 특징   

일반적으로 사냥꾼은 자신이 포획한 사냥감들을 통해서 자신의 사냥 실력을 과시하려는 일종의 자만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보다 약하고 도망다니는 동물들을 잡음으로써 얻게 되는 살육의 쾌감 때문에 왕과 귀족들은 사냥을 고귀한 취미 생활로 여겼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떳떳하게 과시함으로써 자연적으로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때 귀족들만이 할 수 있는 오락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책 사냥꾼도 어떻게 보면 동물을 잡는 사냥꾼의 특징이란 별 다를게 없다. 

책 사냥꾼들에게 자신이 잡아야 하는 사냥감은 바로 책이다. 하지만, 으레 사냥꾼에게는 좀처럼 잡기 힘든 거대한 야생 동물을 잡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듯이 책 사냥꾼들에게는 아무리 유명한 저자가 쓴 책이라도 내용이 평범하면 자신의 사냥감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오직, 평범함을 거부하고 있는 독특한 내용이거나 고서 수집가들도 구하지 못하는 희귀본이야말로 진장한 사냥감인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책 사냥꾼은 단순히 희귀본을 좋아해서 모으는 일반 고서 수집가와는 다르게 묘사되고 있다.  

책 사냥꾼은 쫓겨 다니는 인생을 선택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밤에 걷고 낮에 머물며 눈길이 머무는 곳을 피해 다닌다. 책 사냥꾼은 다른 책 사냥꾼을 믿지 않는다. 자신을 밀고한 책 사냥꾼을 미리 밀고하는 건 책 사냥꾼의 숨겨진 전통이다.  (중략)    

그래서 책 사냥꾼은 다른 책 사냥꾼의 책을 훔치거나 빼앗는데 거리낌이 없다. 

 

책 사냥꾼들의 세계는 책 한 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훔치고 빼앗는 약육강식이다. 서로에게는 적이며 적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스파이처럼 잡입과 감시, 미행하는 것은 물론이며 서로를 속이면서까지 구하고자 하는 사냥감을 어떻게든 손에 얻으려고 한다.    

 

 

  종이책이 사라진 책 사냥꾼들의 시대  

그러나, 이들이 부정적인 수단을 통해서 책을 얻고자하는 이유가 단지,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회는 종말을 맞게 된 종이책의 암울한 미래를 연상시키게 된다.  종이책의 종말론이 떠돌고 있는 사회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끝없는 탐욕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것이다.  

소설 속의 사회에는 이미 종이책이라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 많던 출판사들은 서로 통폐합되어 사라지고, 여기저기 곳곳에는 종이책들이 불태워진다. 그리고 대중들에게는 책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으며 책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쓸모없는 종이덩어리로 전락하고 만다. 책을 읽는 대중들을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북 시티는 사람의 숨소리를 찾아볼 수 없는 유령상가로 되고 만다. 

전자북의 등장으로 종이책이 사라지고 있는 이 어둡고 암울한 세상이 책 사냥꾼이라는 어두운 괴물 그리고 책을 사냥하는 괴물들이 모인 책 사냥꾼들의 비밀집단인 미도당이 나온 것이다.  이들에게 책은 읽기 위한 지식의 양식이 아니다. 단지, 희귀한 수집품이다.  이들은 구하기 힘든 수집품을 소유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고객들과 은밀히 거래하기도 한다. 결국, 책 사냥꾼이라는 존재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책을 읽고 싶어하는 고객들에게 ' 지식 ' 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 자본 ' 을 거래하는 사람들이다. 책 사냥꾼들이 판치는 세상 속에서 책의 가치는 밑바닥으로 팽개쳐버리고 말았다.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라는 가상의 책에서도 언급되듯이 소석 속 세상은 그야말로 ' 책의 지옥 ' 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책의 지옥은 반복된다

많은 책이 많은 이유로 없어졌다. 황제는 책을 붙태웠고 교황은 책에 족쇄를 채웠다. 많은 장군과 정치인들이 다양한 이유로 책을 만드는 손목을 자르고, 묶었다. 어떤 책은 불태워졌고 어떤 책은 분쇄됐고 어떤 책은 살해당했다. 그리고 어떤 책들은 사라졌다. (중략) 

한 사회는 그 사회에서 사라지는 사람들만큼의 지옥을 갖게 된다 , , ,  

그 사회는 그렇게 사라지는 수만큼의 지옥을 새로 갖게 된다. 

 -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p 213 -

 

이 소설 속 시대는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고 있는 기묘한 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책 속에 간간이 등장하는 책들은 모두, 다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책이다.   세상의 모든 책들에 대한 기록이 담겨져 있다는 전설 속의 고서 <세계의 책>이나 책 사냥꾼들이 찾으려고 하던 <베니의 모험>, 그리고 과거의 책 사냥꾼들의 행적을 그린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까지, 독자들로하여금 진짜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법한 착각을 주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독자의 환상을 단숨에 깨뜨리고 만다.   

내가 찾는 그런 책은 이제 세상은 없어.  

  - p 206 - 

작가가 그려낸 책 사냥꾼들의 세상 즉 책의 지옥은 비록 소설 속 허구로 등장하고 있지만, 종이책들이 대량으로 불 태워져 말살되는 장면은 기존 사회로부터 배척당해야 했던 책들의 잔혹사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진시황제는 유학서들을 불 태웠고, 라블레가 쓴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은 작가가 활동하던 프랑스 사회를 풍자했다는 이유만으로 금서로 지정되었다.  이 책 이외에도 역사 속에서 절대로 읽어서는 안 될 금서가 되어야했던 책들이 많았으며 심지어 책을 쓴 작가들의 생사를 결정 짓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전자북의 등장으로 인해서 종이책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종말론적 입장이 대두되고 있다. 벌써부터 미래학자들 사이에서는 ' 종이책은 죽었다 ' 고 사망 선고를 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미 종이책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전자북의 강세 속에서도 종이책은 꿋꿋하게 버티고 있을지, 아니면 정말 소설 속 사회처럼 이제는 종이책을 구할 수 없으며 곳곳에 책이 불태워지는 책의 지옥이 재현하게 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책의 지옥이 오게 된다면 종이책만 멸명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통해서 지식을 얻고자하는 올바른 ' 책탐 ' 을 가진 이들도 멸망하고 만다. 그런 세상은 정말 말 그래도 '지옥'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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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1-01-16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렉산더 페히만의 <사람진 책들의 도서관>과 비슷하군요. 안그래도 요새 사람들이 책을 점점 안 읽고 지하철도 까페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풍경도 스마트폰, 탭 검색하는 사람들만 눈에 띄더라구요. 대형서점도 힘들어 보이구요. 종이책이 사라지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외국은 이 정도는 아니라는데. 이제 책을 사고 읽는 행위 자체가 점점 희귀한 모습으로 바뀌어 갈까 걱정되요. 참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cyrus 2011-01-16 23:08   좋아요 0 | URL
이 소설 뒤에 작가가 소설을 쓰면 참고, 인용한 책들의 제목이
수록되어 있는데 블랑카님이 소개하신 그 책도 있습니다.
방금 검색을 해봤는데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맥거핀 2011-01-1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 책이 언젠가 사라질까요? 사람의 취향이라는 관점으로만 보자면 완전히 사라지지야 않겠지요. MP3의 시대인 지금도 LP판을 꾸준히 모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요. LP의 아날로그한 음질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종이책의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우리에게 종이라는 것이 무한정 남아있는 자원은 아니니까요. 종이는 언젠가는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밖에는 없겠지요. 그 때쯤 되면, 종이책은 정말로 엄청난 보물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솔직히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형서점에 가득쌓인 책들을 보면서, 이 중에 진정으로 가치있는 책들은 몇 권이나 될까. 대부분은 낭비이고, 과잉이 아닐까..하구요. 오만한 말이지요.^^;)

cyrus 2011-01-16 23:13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종이책이 완전히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입장이고
종말론을 단정짓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맥거핀님의 말씀대로 가치 없는 책들이 과잉되는 마당에
그것들이 단지 보물이라는 가치만으로 고가로 거래될 수 있다는,,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사실 책 속에 등장하는 책 사냥꾼들이
찾고자하는 책들은 그렇게 읽을만한 가치가 없는 책들이기도 하거든요.

아이리시스 2011-01-17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사냥꾼..> 읽어야하는 입장인데,
시루스님 리뷰 가끔 잘 훔쳐보고 있습니다.^^

종이책 사랑은 저도 마찬가지고, 책의 가치는 제가 논하기엔 너무 깊고도 어려운 문제.
그래서 책을 즐기며 읽되, 책탐은 버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별 다섯개라.. 기다려지네요.^^

cyrus 2011-01-17 11:1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아이리시스님 ^^
저는 이 책 괜찮은데 읽는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엇갈릴거 같아요.
사건 전개는 재미있었는데 이에 비해 결말이 약간,,,^^;;
그래도 우리나라에도 이런 소설이 나왔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소설인거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1-01-17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희봉이 아니고 조희봉인데 말이죠~^^

조희봉, 이 냥반 이제는 강원도 어디 우체국에서 일을 한다죠.
책도 옛날처럼 많이 읽지않고,
책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배우려 한다지요.

전,며칠 전 눈 많이 오던 날, 지하철 탔다가 깜짝 놀랐지 뭐예요.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보다 스마트폰 들여다 보고 앉아 있는 사람이 훨씬 많지 뭐예요~^^

cyrus 2011-01-17 11:21   좋아요 0 | URL
죄송해요. 또 오타 실수를 했네요. ^^;;
저도 서울에 갔다가 오는데도 기차 안에서 책 읽는 사람이
한 두 명뿐이었어요. 대부분 스마트폰, 돈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은
갤럭시탭을 쓰기도 하구요..^^;;

마녀고양이 2011-01-1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암울해요.... ㅠㅠ
어제 안 그래도 뉴스에서 종이의 소비가 10% 이상 줄었다는 소식과 함께
종이책을 대체할 전자북 이야기가 나왔어요. 하지만 저는 솔직히
그렇게 쉽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몇년 전에 TV를 2012년부터 모두 디지털 방송 TV로
바꾼다고 했었지만 불가능한 꿈이거든요. 그리고 핸펀도 010- 으로 다 바꿔야 한다지만
저는 아직도 011-을 유지하는 중이구요. 책은..... 더더.....

지금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 정보 귀한 줄 다들 모르는 시대죠. ^^

cyrus 2011-01-17 13:2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제 아날로그 TV를 볼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변화하는 건 분명 좋은 건 사실이지만,
이전의 것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쉽기도 하네요.

잘잘라 2011-01-17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책이 있다.

밤하늘에 별이 아무리 많아도, 구름 낀 날에는 별을 볼 수 없고
밤하늘에 별이 아무리 많아도, 더 밝게 빛나는 별은 꼭 있는 법이고
밤하늘에 별이 아무리 많아도, 맨눈엔 보이지 않는 별이 대부분이고

흐린 날에도 별은 빛나고 있다는 걸 알고(믿고)
큰 별이든 작은 별이든 빛나는 게 별이고(반짝반짝)
누가 보거나 말거나 빛나는 임무를 다해야 별이고!

cyrus 2011-01-17 19:43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도 댓글을 찜하는 기능이 없나요?
댓글이 멋있어요 ^^

꽃도둑 2011-01-1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참으로 많네요. 책도둑, 전작주의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종이책 그리고 책사냥꾼들..
책 사냥꾼들에게 가장 고가에 거래되는 책은 뭘까요?,,갑자기 궁금해지는데요?.. (만약에 그런 일이 실재로 일어난다면,,)

cyrus 2011-01-17 19:44   좋아요 0 | URL
아마도 시중에 구할 수 없는 절판본 같은게 고가에 거래되겠죠.
제가 알기로는 사드의 <소돔 120일>이 알라딘 중고가격이
최고가로 판매되고 있던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알고 있는 헌책방
같은 경우에는 10만원으로 팔고 있구요,,^^;;

herenow 2011-01-1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에 언급하더니 그새 읽으셨군요. ^ ^
'책'의 본질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종이뭉치? 지식? 소유? 경험? 발현? 표상?

신비주의에 '아카식 레코드'라는 게 있잖아요. 예전에는 그게 두루마리 형태였다는데
전자책 시대에는 터치 스크린에 홀로그램 방식으로 나타날런지... ㅎㅎ;

cyrus 2011-01-18 01:23   좋아요 0 | URL
지난주에 이 책을 언급한 곳이 제가 자주 들리는 출판사 카페뿐인데,,
어,,, 어떻게 아셨죠,,,? ^^;;

herenow 2011-01-18 13:05   좋아요 0 | URL
그동안 당신을 쭉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밤길 조심하시길...


- 책 사냥꾼.


제 <중고책 탐구생활> 댓글에서도 이 책 언급하셨잖아요.
편의점 왔다갔다 할 때 '밤길' 조심하세요. 미끄러질라.. ㅋㅋ;

cyrus 2011-01-18 17:19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몰랐어요^^;;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서
제가 일하는 편의점 주위에 안그래도 언 길 투성이라서
조심하고 있었는데,, 히얼나우님은 '초' 능력자 같은데요 ㅎㅎ
님도 언 길 조심하세요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1898~1936) 

스페인 남자들 중에는 이목구비 뚜렷한 미남들이 많은데  

만약에 로르카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 세계적인 꽃미남 작가 ' 가 되었을지도 , , ,

  

한달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또 읽고 말았다. 펭귄클래식 리뷰 대회에서 받게 된 상품들 중에서 이 책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리뷰로 쓰기에는 딱히 쓸 거리가 없어서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 , ,  아무래도 페이퍼 형식이라도 써야할 거 같다.   

스페인의 시인인 가르시아 로르카의 처녀작이라는 정보에 눈길을 간 것도 있었지만 표지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들리게 된다는 알함브라 궁전인 것도 있었다.    

알함브라 궁전 , , ,  정말 가보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다.  표지를 보는 순간, 표지 속의 알함브라 궁전으로 빨려 들어가 스페인을 여행을 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었다. 

하지만, 좁힐 수 없을만큼 크게 벌어진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인가 보다. 

여행이라고 하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장소에 가게 된다는 기대감과 호기심에 한껏 부풀려야 갈 맛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서문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로르카는 나를 포함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기대감은 꺾어 놓고 있다.  

독자 제위(諸位).  여러분이 이 책을 덮는 순간 안개와도 같은 우수가 마음속을 뒤덮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어떻게 쓸쓸한 색채를 띠며 우울한 풍경으로 변해 가는지 보게 될 것이다. 이 책 속에서 지나가는 모든 장면들은 추억과 풍경, 그리고 인물들에 대한 나의 인상이다.  

 - [서문] p 9 -

이런  , , ,  서문이 시작하는 첫 문장부터 우울한 아우라가 감돌고 있다.  

로르카는 자신의 처녀작이 볼품없는 책이니 서문까지만 읽을 것은 독자들에게 충고(?)까지 하고 있다.   

독자들이여, 볼품없는 이 책이 지금 그대들의 손에 놓여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 서문까지만 읽기를!  그런 뒤 쓴웃음이 나온다 해도 마찬가지다. 만일 그렇다면 딱히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을 테니까.  

 - [서문] p 11 - 

자괴감에 가까운 표현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될 처녀작을 비유하다니 , , ,  이 구절을 보는 순간, 벌써부터 책을 접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책은 1918년에 출간되었다.  로르카가 1898년에 태어났는데 1916~1917년동안 훗날 처녀작의 모태가 되는 스페인 남부 지방(안달루시아, 카스티야 등)에서 여행을 했다.  

그러면 그 당시 로르카의 나이는 18, 19세 정도인 것이다.    

세상에 , , , !!  벌써 그 나이에 여행을 하고 있었다니 , , ,  

(이 나이 때는 나는 뭐 했단 말인가,,-_-;;)

하긴, 그는 이미 피아니스트로써 이미 신동으로 부각되고 있었으니 여행쯤이야 조숙한 로르카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행기 같은 그의 산문집은 여행에 대한 즐거움 그리고 행복함이라고 찾아볼 수가 없다. 18세의 로르카의 눈에는 스페인 남부 지방은 이제 막 역사의 먼지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실루엣이었다.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스페인의 실루엣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영고의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변화되는 세상사의 진리를 20대도 채 안 된 로르카는 이미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읽고난 후 뭔가 남는게 없었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른 건 ' 허무함 ' 뿐이었다. 음악적 아름다움을 갖춘 시를 쓴 문학가답게 스페인 풍경에 대한 묘사는 훌륭했지만, 왜 로르카가 서문에서 독자에게 충고를 했는지 이제야 알거 같았다.  책으로나마 스페인을 즐겁게 여행할 줄 알았건만 읽고나니 오히려 맥 빠진 감이 있었다.   

대놓고 말한다면 , , ,  살짝 지루한 감도 있었다.  허무와 우울함이 감도는 로르카의 여행은 나에게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백석 (1912~1995) 

백석은 우리나라 문학가들 중에서 은근히 미남인거 같다.  

김혜수,  박해일이 출연한 영화 <모던 보이> 에서 박해일은  

경성의 ' 모던 보이' 라고 불리우는 조선총독부 관리로 등장하는데  

실제로 백석의 헤어스타일과 모던 보이풍 복장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저런 이목구비 뚜렷한 얼굴에 양복을 입고 화려한 경성 거리를 돌아다녔다면  

여자들의 시선을 한 몫에 받았을 것이다.  

 

 

 

 

 

 

 

  

 

로르카의 산문집을 읽고 있을 때 동시에 백석의 시를 읽고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로르카에게는 미안하지만,  백석의 시가 더 재미있었고 자꾸만 읽고 싶어졌다.   

가르시아 로르카와 백석. 

재미있게도 이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향토적인 문화의 영향덕분에 자신만의 문학을 추구했었고, 백석의 시도 한 편의 여행기를 보는 듯한 향토적인 색채가 강하면서도 풍경에 대한 추억의 그리움 그리고 허무함이 배어나오고 있다.  

이들의 최후 역시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 앞에서 쓰러졌다는 점에서 같다.  로르카는 스페인 내전을 일으킨 프랑코 독재 정부에 의해 총살당했으며 북쪽에 체류중이었던 백석은 6.25 전쟁으로 인해서 영영 남쪽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문학은 북한에서 외면당했으며 남한에서는 친북 작가로 오인받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이 두 사람 , , , 은근히 잘 생겼다.     

그런데, 서로 같아 보이는 이 두 사람에게도 차이점은 있다.    

로르카의 산문은 좀 우울했다 치더라도, 백석의 시에는 직접 가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여행을 가고 있는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국권을 상실하여 우울한 사회 분위기에 활동했던 것을 감안하며 그의 시에도 그 당시 우리나라의 비참한 현실상을 반영하는 시를 썼지만 자신이 자랐던 고향이나 시골의 정겨운 모습이라는 주제는 자주 다루었다. 그는 유독 통영을 주제로 하는 연작 시를 쓸 정도로 백석의 통영 사랑 역시 유명하다.

무엇보다도 백석의 시가 더욱 재미있는 것은 평북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음식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명태창난젓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질한 무이를 뷔벼 익힌 것
이 투박한 북관(北關)을 한없이 끼밀고 있노라면 쓸쓸하니 무릎은 꿇어진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속에
나는 가느슥히 여진(女眞)의 살냄새를 맡는다.
얼큰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까마득히 신라백성의 향수도 맛본다. 


 - 백석 <북관 - 함주시초> -

 

거리에는 모밀내가 났다.
부처를 위하는 정갈한 노친내의 내음새 같은 모밀내가 났다.

어쩐지 향산 부처님이 가까웁다는 거린데
국수집에서는 농짝 같은 도야지를 잡아 걸고 국수에 치는 도야지 고기는 돗바늘
같은 털이 드문드문 박혔다.
나는 이 털도 안 뽑고 도야지 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또 털도 안 뽑은 고기를 시꺼먼 맨모밀국수에 얹어서 한입에 꿀꺽 삼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가슴에 뜨끈한 것을 느끼며
소수림왕을 생각한다 광개토대왕을 생각한다.  

- 백석 <북신 - 서행시초 2> -  

 

백석의 시는 읽어보면 좋은 시들이 많이 있지만, 이 두 편의 시는 읽게 되면 자동적으로 머릿속에 음식이 떠올려 입에 군침이 흘리게 만든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게 음식이다.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책을 통해 가보지 않은 장소를 여행하는 것도 참 좋은 것이다. 특히, 여행기 같은 경우에는 비록 여행가는듯한 기분을 완벽히 재현할 수는 없지만 작가들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들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읽는 독자들에게 여행의 즐거움과 감상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금강산은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다. 여행에도 즐거운 흥이 나야지 재미있는 것이다.

로르카의 스페인 여행은 폐허 속의 고대의 유적에서 볼 수 있는 고풍스로운 멋을 느낄 수 있다지만, 너무 지나치게 감상적이었다.  어쩌면 자연과 인간의 운명이 시간 앞에서 덧없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 젋은 로르카는 이미 벌써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예감했을지도 모르겠다. 암울했던 스페인의 역사 앞에서 이슬처럼 사라지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시인의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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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14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갈나는 페이퍼. 좋네요....
그런데 백석님의 시를 읽고 군침돈거 맞아요?
으으, 저는 도야지 털에서 절레절레. 알함브라의 궁전, 기타 곡 참 좋은데 말이죠.

아....... 여행가고 싶다, 그져, 사이러스님도 여행가고 싶져. 아흐흑.

cyrus 2011-01-14 14:58   좋아요 0 | URL
저 그 기타곡 동영상 넣고 싶었는데,, 결국엔 못 올렸어요.
일단 동영상은 다운받았는데,, 제 컴 스피커가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제대로 올렸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더군요. ㅠ_ㅠ
좋은 노래는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직접 들어보셔요...^^;;
그리고, 저는 백석의 시 구절 중에 명태창난젓이 들어간 구절이 제일
좋아요. 젓갈 좋아하거든요 ㅎㅎ
어딘가로 낯선 곳으로 여행은 가고 싶은데 날씨는 계속 추워지고 있으니,,
씁쓸하네요. 이번 주 주말에 더 춥다네요.-_-;;

굿바이 2011-01-1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시절, 백석이 길을 걸으면 후광이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은근히 멋있는게 아니라 굉장한 미남이었다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나돌고 있습니다.
로르카와 백석, 제가 무척 아끼고 사랑하는(제 마음대로ㅋㅋ) 두 시인을 여기서, 오늘 또 만나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1-01-14 20:1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최근에 <백석 평전>이 나왔던데 꼭 읽어보고 싶어요.
이 시인의 생애가 궁금하네요.
사실, 저는 아직 로르카의 시를 읽어본 적이 없는데 그의 시도
읽어봐야겠어요. 로르카를 좀 부정적으로 봤는데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1-1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인 남부 특히 안달루시아 코르도바...이런 지역을 배경으로 한 가장 유명한 소설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중편 <카르멘>일 겁니다.비제가 각색한 오페라로 알려졌지만 오페라 관람은 비싸니까 소설이라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래보십시오.

cyrus 2011-01-16 02:22   좋아요 0 | URL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페라 음악으로 유명하고
특히 하네바라,,,(?, 정확한 이름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같은 경우에는 제가 좋아하는 곡이기도 해서 원작은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비로그인 2011-01-1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오늘 올리신 책들은 모두 갖고 있어서 좀 반갑고 그렇습니다.
읽으면서도 둘을 연관짓거나 하는 생각은 못했었는데 cyrus님 글 읽으니 다시 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나저나 시대의 아픔으로 보다 더 긴 삶을 살았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어쩌면 결과적이겠지만 그들의 생이 그러했기에 더 많은 동감을 얻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

오늘 엄청 춥던데.. 불어오는 칼바람 조심하시고요~

cyrus 2011-01-16 02:24   좋아요 0 | URL
어제 모임 차 서울에 가게 되었는데,,, 날씨가 장난이 아니더군요..-_-;;
우연히 두 책을 같이 읽다보니 저만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르카의 글도 아름다워서 좋긴 좋지만 역시 백석의 시도 좋았습니다.
내일은 더 춥다던데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2011-01-16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6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arover 2011-01-1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 님의 글이 맛깔나는 이유는 저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문단 나누기' 같습니다. 덕분에 각 문단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남방 우편기』 리뷰가 그 대표적인 예이죠).

cyrus 2011-01-16 19:27   좋아요 0 | URL
글 좋게 보셔서 감사합니다. (펭귄날다님,, 아닌, 엑소펭귄님 ^^)
제가 막 쓰다보면 글이 길어져서 혹시나 읽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서
그런 방식으로 쓰게 되었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1-01-16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던보이는 흥행에선 영 성적이 안 좋았죠.그러고 보면 김혜수 나오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연기를 잘한다는 평은 있습니다만...

cyrus 2011-01-16 19:30   좋아요 0 | URL
그렇죠, 김혜수 말고도 그런 우리나라에도 연기력에 비해
영화 성적이 좋지 않은 배우가 많은거 같아요. 김혜수의 <모던보이>
같은 경우에는 근대화가 들어서기 시작한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근대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그리 재미있게 다가오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햇빛눈물 2011-01-1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러둘러 사이러스 님의 블로그까지 왔습니다. 몽고메리의 <훍> 페이퍼도 그렇고, 좋은 글이 많네요. 저도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을 작년에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펭귄클래식 시리즈의 고전적인 느낌의 표지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제목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인상'과 '풍경'. 그런데 읽고 난 후 큰 '울림'은 없었죠. ㅠ.ㅠ 그런데 님 글을 보다 예전부터 관심있었던 백석 시인 글을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운 겨울 건강하시길!!
ps: 개인적으로 로르카의 외모가 잘생긴것 같지는 않지만, 백석은 정말 '모던보이' 같네요. 사진으로는 처음 봤는데, 느낌이 아주 좋은 사람같습니다.

cyrus 2011-01-16 19:3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햇빛눈물님 ^^
부족한 글인데도 호의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로르카의 사진은 제가 잘못 고른거 같네요ㅎㅎ
마지막 주말 잘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

2011-01-16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리포핀스님 ^^   감사합니다.  

만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런 좋은 선물을 주시다니 , , ,  

그리고 편지도 잘 읽었어요 ^^  

 보내주신 선물이 알라딘 포장지에 싸여 있어서  

어리둥절했었는데, 책을 보는 순간 알았어요. 

 

저희 어머님은  

빨간 편지를 보면서 시니컬하게(?) 하시는 말이 , , ,  

" 뭐꼬, 돈봉투 아니잖여 , , , "  

, , ,  라고 못마땅하셨지만 , , ,  

 

저는 정말 오랜만에 편지를 받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왠지 올해에도 책복이 많을거 같네요. 

이 책 읽고 돈복도 왔으면 좋겠구요 ㅎㅎ   

   

포핀스님에게도 좋은 보답을 해드려야하는데 , , , 

이 책 선물과 편지 절대로 잊지 않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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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3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3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1-1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왕부럽~^^

마녀고양이 2011-01-1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돈 봉투, 빨강 돈 봉투. ^^
돈 봉투보다 더 귀한 메시지잖아여? 그져?

그나저나 사이러스님 좋겠네.

cyrus 2011-01-14 14:29   좋아요 0 | URL
*^^* 쑥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