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이 나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물었다. 나는 책을 정하고 나서 카톡 메시지로 보내겠다고 했다. 동생이 일하는 회사는 복리 후생 차원으로 직원에게 도서상품권 2만 원을 준다. 직원들에게 독서를 장려하는 것이다. 책을 다 읽었으면 독후감을 작성해서 회사 인트라넷 게시판에 제출해야 한다. 동생은 나보다 책을 덜 좋아하는 편이다. 졸업 이후로 독후감을 써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동생 대신에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다. 동생 덕분에 실로 오랜만에 신간 도서를 살 수 있었다. 그 책이 바로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21세기북스)였다. 그 회사는 특이하게 독후감 작성 원칙이 정해져 있다. 주제, 책을 읽은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 느낀 점, 그리고 현업에 적용할 점 등 총 다섯 항목의 글을 최소 250자 이상 최다 3,000자 이내로 써야 한다. 제일 쓰기 힘들었던 것이 현업에 적용할 점을 썼을 때였다.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는 재벌과 정부 친재벌 정책을 비판하는 책이다. 내 생각을 솔직하게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재벌 비판적인 어조로 글을 써서 제출했다가는 어렵게 얻은 동생의 일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 내가 이 사실을 동생에게 설명하자, 그녀는 괜찮다고 말했다. 글을 열심히 써봤자 보는 사람이 없다나 뭐라나. 그래도 동생에게 민폐를 주고 싶지 않았다. 정부와 재벌을 거세게 비판하는 표현을 자제했다.

 

내 친구도 직원에게 독서를 권장하는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이 친구는 오랫동안 책과 담쌓은 녀석이다. 그래서 내가 친구 대신에 독후감을 썼다. 그런데 이 회사의 독후감 작성 원칙이 동생 회사보다 특이하다. 회사가 책을 선정하고, 무조건 A4 5장 이상 분량으로 독후감을 써야 했다. 독후감을 제출하지 못할 경우, 업무성과 평가에 불이익을 받는다. 친구가 그 회사에 일하는 동안, 내가 독후감으로 쓴 책은 《논어》(홍익출판사)와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김영사)이었다. 두 권 모두 가지고 있던 터라 나는 친구에게 받은 책을 알라딘 중고매장에 팔아 새 책 구매비용을 충당했다.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일상적인 생활이라서 친구의 부탁이 귀찮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는 강압적으로 독서를 권하는 회사에 불만이 많았다. 아쉽게도 친구는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두 가지 경험을 겪은 나는 독서 문화 장려에 힘쓰는 기업의 노력이 잘못 되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 첫 번째 문제는 업무와 관련된 독서를 강요하는 기업이 많다. 책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상투적 표현이 성공하는 사람의 습관이 독서라는 말이다. 언론과 교육기관, 그리고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성공한 사람 곁에 항상 책이 있었다. 독서로 인생을 달라져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캐치프레이즈를 소개할 때마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스티브 잡스가 특별 출연한다. 이 세 사람은 독서로 통찰력을 얻은 대표적인 부자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인들은 그들을 롤모델로 삼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독서가 성공하기 위한 확실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지도자는 부하 직원들 앞에서 성공의 지름길을 향해 손짓한다. 부하들아, 나를 따르라. 지도자(leader)는 리더(reader)가 된다. 그런데 이런 지도자 밑에 일하는 직원들이 고생한다. 그들의 임무는 책 속에서 업무에 적용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 이건 백사장에 떨어진 진주 한 알을 찾는 격이다. 성공하고 싶은 지도자는 책을 성공이 부화하는 황금알로 여긴다. 책을 품은 부하 직원들은 최고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 품종 개량한 존재들이다.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지도자는 강압적으로 부하 직원에게 책을 품도록 지시한다. 직원들은 불만이 있어도 꾹 참는다. 나의 승진을 위해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책을 들여다본다. 직원이 바라는 성공이란 승진과 연봉 상승이다. 이런 목적의 독서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독서가 부담스러운 직원들은 책 알레르기에 걸린다. 이 증상에 걸리면 책이 원수처럼 보인다. 재미로 읽어야 할 책을 업무 때문에 읽게 되면 슬슬 짜증이 난다. 오직 일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일의 노예처럼 산다.

 

두 번째 문제는 독서만능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다. 독서는 최고의 지적 행위다! 맞다, 자명한 사실이다. 애서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러나 독서의 장점을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래서 독서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독서를 해야 인생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맹신한다. 책은 정적인 지식 도구다. 지식은 문자가 되어 책 속에 남는다. 반면 책 밖에 떠도는 세상의 지식은 동적이다. 대학 강연, 세미나, 그리고 개인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는 협력적으로 생산하고 공유한다. 상호 협동적인 참여와 소통이 집단지성이라는 거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집단지성에 참여한 인간은 스스로 정보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책에 없는 생생한 지식을 몸으로 체득한다.

 

 

 

 

사진출처: 서울경제신문 (네이버 포스트)

 

 

어떤 신문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답시고 괴상한 논리를 내세웠다. 세계적 부호는 집 안에 책을 쌓아두고 읽으면서 배우지만, 중산층은 대학이나 세미나에서 배우려고 한다. 과연 이 말이 맞을까? 책으로 배우는 지식과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의 수준을 비교하는 방식에 무리가 있다. 대학이 ‘취준생 양성소’로 변하는 바람에 쫄딱 망했어도 책 밖에서 배우는 지식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집 안에 갇혀 책 읽는 부호야말로 성공하기가 어렵다. 기업인들은 비싼 돈을 내면서 특별 인문학 강의를 신청한다. 그들은 책에서만 정보를 얻는 방식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정보는 달라진다. 급속한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적응해야 할 세계적 부호가 책만 붙잡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독서만능주의자들은 ‘책뽕’에 단단히 취해 있다. 그들은 독서를 멀리하는 사람을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과 비교한다. 독서만능주의자의 눈에는 독서를 안 하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성공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무능력자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부자들은 다독가라는 말이 성립된다. 재산 많은 빌 게이츠가 다독가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1%의 부자의 삶과 완전히 거리가 먼 평범한 중산층에서도 다독가가 많이 있다. 살림살이가 여유롭지 않음에도 책이 좋아 꾸준히 사 모으거나 틈틈이 시간을 쪼개 책 읽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힘들게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책을 진심으로 좋아할 뿐이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애서가요, 다독가다. 독서만능주의자들아! 알라딘 서재 구경 한 번 해보시라.

 

 

 

 

 

 

이름만 들어도 넉넉하게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이 사람’도 책을 사랑해서 열심히 읽는다. 어찌 감히 서민이 책 안 읽는 무능력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독서만능주의자들의 궤변은 진짜 애서가들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책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항상 이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책을 읽어야 인생이 성공한다’라고 주장하는 독서만능주의자. 이들은 기업인들의 앞잡이가 되어 책 안 읽는 사람들을 교화시키기 위해 자신만의 독서 예찬론을 설파한다. 이 인간들은 ‘책부심’이 강하다. 자신이 천 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고 자랑한다. 많이 읽는 게 전부가 아니다. 독서가 좋다는 식의 같은 말만 반복하지 말고, 천 권 이상의 책을 읽는 능력을 직접 보여주시라. 빌 게이츠처럼 부지런하게 서평을 남겨보라는 말이다. 독서만능주의자들이 독자들이 읽기에 좋은 책과 읽으면 좋지 않은 책을 확실히 선별해준다면 나는 그들의 독서 능력을 인정하고 배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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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01-13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복리후생비로 책값을 내주다니 부럽네요. 근데 독후감 작성원칙은 진짜 영 아닌데요. 책값을 내줄테니 독후감을 쓰라는 자세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네요. 노동자들의 복지혜택에 조건을 걸다니! 기본이 안 된 회사들이군요

cyrus 2016-01-14 18:10   좋아요 1 | URL
작성 원칙까지 정하는 건 웃기는 일이죠. 직원들의 글을 검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몰래 볼 겁니다. 꼼꼼하게 읽진 않겠지만요. 이 회사가 치사한 게 책 구입하고 남은 거스름돈을 직원들에게 주지 않습니다. 2만 원 이내 가격의 책 한 권 구입하면 끝입니다.

찔레꽃 2016-01-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과 출세와 독서를 연결짓는 자기 계발류의 책들 -- 리딩으로 리드하라 류의-- 에 대해 회의가 많았는데, 님의 글을 읽고나니 동지를 얻은 듯 하여 기쁘네요. 그러나, 한 때는 저도 그런 유의 책에 환호했었다는 사실. 부끄.

cyrus 2016-01-14 18:12   좋아요 0 | URL
저도 과거에 자기계발서의 헛된 꿈을 믿었습니다. 부끄부끄. 군 복무를 하고 나서야 진짜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1년 반 개월 동안 젊은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깝지만, 나름 부대 안에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면 좋은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책보다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

만병통치약 2016-01-13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정말 말 그대로 취미일뿐인데 과도평가하는 분위기죠 ^^ / 저도 대장님께 복리 후생비로 책 값은 자유롭게 받고 있죠. 술담배 그리고 다른 취미가 없는 관계로요ㅋㅋ

cyrus 2016-01-14 18:13   좋아요 0 | URL
책 읽는 사람을 너무 과하게 띄우니까 책 안 읽는 사람들이 우리 같은 사람을 싫어해요 ㅋㅋㅋㅋ

살리미 2016-01-1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의 회사는 연차 하루당 교보문고 도서쿠폰 하나가 지급되는데 도서쿠폰으로는 아무리 비싼 책이라도 쿠폰 하나당 한권이더라고요. 그리고 독후감을 올려야 한다거나 하는 조건도 없고요. 다만 도서쿠폰이 기한이 있으니 책 안사고 있으면 쿠폰 기한이 다되어간다고 연락이 와요.
업무에 관련된 책들은 최신간까지도 회사에 비치되어 있으니까 도서쿠폰으론 정말 자기가 원하는 책을 사 볼 수 있어요. 저희집은 주로 제가 베고 잘 만한 책들을 사는데 씁니다만 ㅋㅋ
요즘 직장인들은 대부분 시간이 없으니까 도서요약본들을 애용하는 것 같아요. 회사의 도서 사이트에도 보면 요약본들이 엄청 올라와서 안 읽어도 읽은 척 하기 좋겠더라고요. 물론 요약본을 보고 대강의 내용을 본 후에 보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근데 독후감을 써내라거나 인터넷에 올리라는 건 정말 너무하네요!

cyrus 2016-01-14 18:16   좋아요 0 | URL
제 동생 회사보다 조건이 좋은데요. 이상하게 제가 아는 회사만 독후감을 쓰라고 시키는지 참... ㅎㅎㅎ 독후감을 읽지도 않고, 잘 써도 인센티브를 주지 않으면서 왜 이걸 시키는지 모르겠어요.

지금행복하자 2016-01-13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그냥 읽어야합니다. 목적도 없고 심심할때는 자연스럽게 책으로 손이 가게 해 주면 되는데... 쩝!!
초등학생들 하는 독서마라톤이 성인들에게 까지 ..

cyrus 2016-01-14 18:17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하는 독서의 의미를 아주 잘 설명했습니다. 맞습니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진짜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환장하고, 정부는 억지로 독서를 권장하니까 책 안 읽는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어요. 세상 잘 돌아갑니다. ㅎㅎㅎ

해피북 2016-01-13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다보니 예전에 도둑이 되었던 독서왕 사건이 떠오르네요 ㅋㅋ 저희 신랑회사는 몇년 전 아내 생일에 이십만원 상당에 물건을 사고 청구할 수 있는 혜택이 있었더랬죠. 어떤 가정은 아내의 가방을 사기도 했고 집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했는데 저희 집은 못샀던 책을 왕창사며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납니다. 하지만 한 두번 만에 없어지구 요즘은 외식문화상품권으로 나와서 무지 슬펐던 기억이나네요 ㅋ

cyrus 2016-01-14 18:19   좋아요 0 | URL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회사가 쪼달리기 시작하면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어요. 서글픕니다. ㅠㅠ

망고林 2016-01-1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조차도 그저 즐기지 못하고 뭔가 효용을 찾아내고 이용하려 드는 게 참 안타깝네요ㅠ 퇴근 후에 업무에 써먹을 책을 읽어오라니 그건 그냥 업무의 연장 아닌가요ㅋㅋㅋ
그리고 카드뉴스는 두번째 슬라이드도 어불성설이네요ㅋㅋ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들의 독서량 차이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텐데 말이죠...
그리고 요즘은 읽어서 독이되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책을 고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책 맹신은 이런 면에서도 많이 위험한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6-01-14 18:22   좋아요 0 | URL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잠잘 시간에 독후감을 써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애잔합니다. 이런 걸 요구하면 소설 같은 책을 고를 수가 없어요. 어떤 기업 인사 직원은 신입사원 뽑은 면접에서 소설 책을 즐겨 읽는다는 지원자의 말을 듣고, 왜 그런 책을 읽느냐고 한심하게 말했다고 해요. 예전에 이런 사연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어요.

stella.K 2016-01-1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이직도 독서 의식이 후진성을 못 면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해.
우리나라가 책을 안 읽는 국민이라는 것도 솔직히 다 믿을 건 못되는 것 같고.
우리나라 사람들 뭐 좋다면 쏠리는 현상이 있는데
그 좋은 독서를 아주 안 한다고? 평균치가 낮아서 그렇지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 뭐든 평균적으로 높으면 좋은데 말야.

이러고 저러고 지간에 2만원 얘기하니까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이나 좀 늘리면 좋겠다.
마음에 안 들어.>.<;;

cyrus 2016-01-14 18:24   좋아요 0 | URL
매년 독서 통계 뉴스를 보면 이해가 안 돼요. 십년동안 달라진 게 없고, 독서 인원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저는 이런 통계 결과를 완전히 믿지 않아요. ^^;;

서니데이 2016-01-1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아직도 일본 크리넥스 광고를 쉬이 잊을 수가 없다. 꼬마 오니와 흰옷의 여인이 나오는 그 광고 말이다. 이 광고를 두세 번 봤는데도 으스스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다.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광고를 보면서 어떤 그림이 생각났다. 이 그림도 특이하다. 네덜란드의 역사가 하위징아는 이 그림에서 퇴폐적인 느낌을 받았다. 《무서운 그림》 시리즈의 저자 나가노 교코는 이 그림을 ‘불온하고 기묘한 에로티시즘’을 자아낸다고 했다.  

 

 

 

 

 

 

장 푸케  「믈룅의 성모 마리아」 (1450년)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의 그림이다. 그런데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모습이 어색하다. 마리아는 하얀 피부를 가졌고 이마가 훤하다. 특이하게 동글동글한 가슴 한쪽만 드러냈다. 왕관과 옷이 없었으면 하얀 마네킹처럼 보였을 것이다. 아기 예수의 시선이 부자연스럽다. 아기 예수는 왼손으로 무언가를 가리킨다. 마리아와 아기 예수 주변을 에워싼 천사들이 더 기괴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천사는 보통 흰색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그림 속 천사는 날개 달린 빨간색, 파란색 괴물처럼 그려졌다. 특히 빨간색 천사는 일본 크리넥스 광고에 나온 꼬마 오니를 보는 것 같다. 빨간색 천사가 파란색 천사보다 많다. 천사도 아기 예수처럼 표정이 없다. 강렬한 색깔 탓인지 눈을 부릅뜬 채 노려보는 것 같다. 빨간색 천사는 세라핌(Seraphim), 파란색 천사는 케루빔(Cherubim)이다. 세라핌은 천사 중 최고의 지위를 가졌다. 원래 날개가 세 쌍, 즉 여섯 개로 되어 있다고 한다. 붉은색 피부에 여섯 개의 날개를 지닌 모습으로 그려졌다면 기괴한 분위기가 한층 더 배가 되었을 것이다. 케루빔은 이름의 의미와 어울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천사다. ‘cherub’은 ‘귀여운 아기 천사’라는 뜻이다. 케루빔은 죄를 지은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 돌아오지 못하도록 불의 칼로 쫓아냈다. 세라핌 다음으로 지위가 높다.

 

이 그림은 장 푸케(1420?~1480?)가 제작한 두 폭의 제단화 오른쪽 날개 부분이다. ‘믈룅의 성모 마리아(The Melun Madonna)’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믈룅은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도시다. 장 푸케는 프랑스 르네상스 회화를 대표하는 궁정 화가다. 그는 샤를 7세(1403~1461)의 총애를 받으면서 그림을 그렸다. 기존의 종교화와 달리 믈룅의 마리아는 고귀한 귀족 부인처럼 그려졌다. 푸케는 샤를 7세의 정부 아녜스 소렐(1421~1450)을 모델로 마리아를 그렸다. 이 그림을 아녜스 소렐의 초상화라고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다. 소렐은 궁정의 패션 스타였다. 그녀는 가슴을 드러내는 복장을 하고 다녔다. 또한 처음으로 다이아몬드를 몸에 걸쳐서 등장했다. 오늘날에는 다이아몬드는 여성을 빛나게 해주는 보석이지만, 소렐이 다이아몬드를 달고 다니기 전에는 보석은 남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소렐은 새하얀 피부색을 유지하기 위해서 백반을 넣은 물을 피부 곳곳에 발랐다. 백반을 넣은 물은 피부를 하얗게 해주는 화장품이다. 여기에 수은이 첨가되기도 했다.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지려고 몸의 잔털을 없앴다. 속눈썹, 이마 위의 잔털까지 모두 핀셋으로 뽑았다. 그래서 마리아의 이마가 넓은 것이다. 소렐뿐만 아니라 그 당시 귀족, 왕족의 여자들은 아름다워지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치장했다. 마리아가 한쪽 가슴만 드러낸 이유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마리아를 보통 사람들과 다른 존재로 보여주기 위해서 가슴을 일부러 완벽하면서도 현실감 없게 그렸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 마리아의 가슴은 에로틱한 것이 아니라 생명의 젖줄이 나오는 신성한 대상이다. 하지만 가슴을 드러낸 마리아를 불경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교황이다. 그는 소렐이 유행시킨 가슴을 드러낸 복장에 불평했다고 한다.  

 

소렐은 네 번째 아이를 사산하면서 자신도 세상을 떠났다. 오랫동안 그녀의 죽음이 비소 중독에 의한 타살로 추정되었지만, 실제 소렐의 유골을 조사한 결과 사인이 수은 중독으로 밝혀졌다. 소렐은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바람에 너무 일찍 생을 마감했다. 수은이 들어간 백반은 피부병이나 천연두 흉터를 가리는 데 유용한 화장품으로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하는 죽음의 물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렇게 소렐은 너무 허무한 죽음을 맞았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돼서 제단화가 완성되었다. ‘믈룅의 성모 마리아’는 죽기 전 소렐의 모습이 완벽하게 남아있는 그림이 되었다. 그녀는 죽어서도 그림이 되어 아름다움을 발휘했다. 아마도 하위징아는 눈을 지그시 감은 마리아의 모습에서 생기가 사라지기 직전의 소렐이 떠올랐을 것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푸케의 그림에 어울리는 말이다. 소렐의 죽음을 아쉬워한 귀족 남자들은 마리아에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를 간접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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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01-12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서운 그림이 3탄까지 나왔군요. ^^

cyrus 2016-01-13 16:20   좋아요 0 | URL
`무서운`이 들어간 제목 때문에 이 책이 인기를 많이 받았습니다. ^^

초딩 2016-01-1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림 보고 우선 담아 봅니다.

cyrus 2016-01-13 16:21   좋아요 0 | URL
책을 읽어보면 그림이 무섭지 않게 느껴질겁니다. ^^

stella.K 2016-01-1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거 그림 한 번 독특하다.
불경스럽다기 보다 정말 고전스럽다는 느낌이 확...!ㅋ

cyrus 2016-01-13 16:24   좋아요 0 | URL
이 그림이 많이 튀어 보여도 걸작에 속합니다. ^^

나비종 2016-01-15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정면을 바라보는 단 한 명의 세라핌이네요. 음, 또, 성모마리아의 얼굴과 오른손과 아기 예수의 왼쪽 팔꿈치로 이루어진 커다란 삼각형 안에 닮은 꼴로 들어가 있는 또 다른 삼각형이 인상적입니다. 아기 예수의 왼쪽 팔꿈치와 마리아의 배쪽으로 늘어뜨려진 장식용 띠와 마리아의 왼쪽 가슴이 꼭지점이 되네요. 왜 하필 왼쪽을 드러냈을까. 구도를 맞추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왼쪽에는 심장이 있으니까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얀 심장 같기도 해서 야하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네요.
그런데, 네크로필리아는 개인적으로 이해되지않는 감정입니다. 무섭기도 하구요ㅡㅡ;
 
생명에서 생명으로 - 인간과 자연, 생명 존재의 순환을 관찰한 생물학자의 기록
베른트 하인리히 글.그림, 김명남 옮김 / 궁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가끔 차를 타고 가면,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된다. 도로 바닥 한가운데에 죽은 동물 사체가 있다. 도로 위에서 차에 치여 죽은 것(Road kill)이다. 도시에서 차에 치여 죽는 동물은 쥐, 고양이, 개가 많고, 야산 주변의 도로에서는 고라니, 너구리 같은 야생 동물들이 자동차에 희생된다. 이렇게 도로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체를 적법한 과정으로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썩어가는 시체를 그대로 방치해두는 경우가 많다. 죽은 고라니를 발견하고, 보신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로드 킬 당한 동물 사체를 발견하면 해당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 환경과와 청소업체가 협력하여 시체를 수거, 소각 처리한다. 그런데 이런 절차가 널리 홍보되지 않아서 그런지 동물 시체를 수거하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향한 선입견이 있다. 보신용 동물 사체를 따로 수거해서 담당 직원들이 몸보신으로 먹는다고 생각한다. 이 말이 사실인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근거 없이 애꿎은 일을 하는 동물 사체 처리반 직원들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혹시나 만약에 일부 지자체 직원들이 이런 행위를 자행했으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로드 킬 사체를 오랫동안 내버려두면 제2의 로드 킬이 발생하는 우려가 있다. 지난달 말에 죽은 고라니 사체를 먹다가 천연기념물인 독수리 세 마리가 차에 치이는 일이 발생했다. 로드킬 사체를 현장에서 치울 수 있다면, 차 트렁크에 실어서 가져가는 것보다는 얼른 도로 밖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 내 말은 로드킬 사체를 운전자가 무조건 옮겨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실 일반 사람이 동물 사체를 옮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도로 한가운데서 사체를 운반하다가 교통사고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 ‘지역 번호+120’ 또는 ‘지역 번호+128’로 전화를 하면 된다.

 

우리는 동물 사체를 지구상에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체는 쓰레기처럼 분류되어 소각장으로 향한다. 로드킬 당한 동물은 두 번 죽는다. 인간 때문에 차디찬 도로 바닥에서 생을 마감하고, 인간의 손에 의해 사체가 소멸한다. 그런데 이 상황, 조금 웃기지 않는가. 동물을 죽인 인간은 살인자처럼 유유히 사라지고, 또 다른 인간이 죽은 동물을 위한 장의사가 된다. 인간은 동물 사체를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 자연의 생과 사를 늘 가까이 지켜본 동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동물의 죽음에 개입하는 인간의 역할에 반문한다.

 

베른트 하인리히는 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존재가 따로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바로 ‘청소동물’이다. 청소동물은 자연의 장의사다. 이들은 사체를 먹으면서 생활한다. 동물 사체는 먹잇감을 찾지 못한 청소동물들을 위한 오아시스와 같다. 사체가 클수록 거기에 달려드는 청소동물이 많다. 송장벌레와 파리가 그곳에 알을 낳는다. 늑대, 여우 등의 포유류가 사체의 냄새를 맡아 찾아오면, 그다음에 독수리와 큰까마귀가 만찬에 참여한다. 베른트 하인리히는 자신의 책 《생명에서 생명으로》에 황홀한 자연의 만찬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동물학자는 자연의 만찬을 담담하게 묘사하면서도 따뜻한 유머를 잊지 않았다. 하인리히는 에드거 앨런 포가 큰까마귀를 무서운 존재로 설정했다면서 불평한다. 사체 앞에서 날갯짓하며 남김없이 살점을 처리하는 큰까마귀가 명랑한 동물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청소동물이 사체를 먹는 광경을 불편하게 여긴다. 구더기가 쉴 정도로 심하게 썩은 사체를 제대로 보는 것마저도 힘들다. 그러나 하인리히는 청소동물의 역할을 재평가한다. 청소동물은 우리가 쓰레기로 여기는 동물 사체를 먹잇감으로 삼는다. 청소동물은 동물을 사냥해서 죽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청소동물을 사냥으로 먹잇감을 찾는 포식동물과 동등하게 생각한다. 청소동물에 대한 인간의 편견이다. 청소동물 대부분은 사체에 영양분을 얻으면서 살아간다. 시체를 손대는 행위를 금기로 생각하는 인간의 시선이 죄 없는 청소동물을 불길한 동물로 만들어버렸다. 

 

청소동물의 역할은 자연 순환 과정 일부다. 생명이 죽어서 남긴 것을 다른 생명이 이어받는 것뿐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연이 만들어 낸 경이로운 재생의 순간이다. 동물은 죽어서  다른 동물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영양분을 남긴다. 그런데 우리는 자연스러운 광경을 잘 모른다. 너무 몰라서 자연의 장례식을 방해한다. 청소동물 같은 자연의 장의사가 버젓이 살아 있는데도, 우리가 장의사가 되어 그들의 소중한 양식들을 불태워 없앤다. 그렇게 되면 청소동물의 생존마저 위태롭다. 야생의 청소동물이 우리가 사는 도시에 내려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도시의 불청객, 밭을 망치는 골칫덩어리로 대한다. 청소동물마저 인간의 손에서 죽임을 당한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해서 동물 사체까지 손댈 필요가 없다. 동물 사체를 청소동물에게 양보해야 한다. 우리는 먹을 게 너무 많아 풍족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동물 사체를 굳이 가져가서 먹어야 하는가. 진짜 쓰레기는 동물 사체가 아니라 탐욕에 눈이 멀어 그것마저도 먹으려고 하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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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11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편안한 밤 되세요.^^

cyrus 2016-01-12 19:1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 ^^

북다이제스터 2016-01-11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케빈져 란 영어 단어 열심히 외우던 때가 기억납니다. ^^

cyrus 2016-01-12 19:19   좋아요 0 | URL
`scavenger`가 뜻이 많습니다. 청소동물, 청소부, 넝마주이, 지저분한 일을 하다, 추잡한 글을 쓰는 작가. ^^;;

나비종 2016-01-12 0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드킬`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아메리카 선주민을 연상한 적이 있습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선주민의 입장에서는 핏빛 역사인 것처럼, 삶의 터전에서 희생당하는 야생 동물들이 안타깝더라구요.
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아주 따뜻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청소 동물과 관련하여 이런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는 거로군요.
인간이란 참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존재입니다. 이렇게 여기저기 순환의 고리를 끊다보면, 언젠가 돌이키기 어려운 대자연의 역습을 당할 텐데요. 이미 빙하나 꿀벌이나 기상 이변에서 보여지고 있지만요.
`미안하다, 물려줄 것은 쓰레기 밖에 없다.`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cyrus 2016-01-12 19:22   좋아요 0 | URL
인간도 지구에 사는 동물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인간을 지구의 지배자라고 생각합니다. 오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재앙에 이르는 자연 파괴를 초래합니다.

찔레꽃 2016-01-1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셨네요. 이것도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 ^

cyrus 2016-01-13 16:27   좋아요 0 | URL
2015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어야 할 책입니다. ^^
 

 

 

 

 

 

 

 

 

 

 

 

 

 

 

 

 

 

 

 

 

나는 문장을 수집한다. 그러니까 책을 수집해서 그 속에 들어있는 보물 같은 문장도 모은다. 문장을 수집하면 즐겁다. 좋은 문장을 흉내 내기 위해 모으는 것이 아니다. 좋은 문장 속에는 힘이 있다. 문장의 힘은 독자에게 강한 호소력으로 다가간다. 그 힘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서 기록한다. 하나의 문장에서 똑같은 문장이 복제된다. 벤야민은 복제가 아우라를 잃게 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장의 아우라는 어디를 옮기든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문장을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하는 행위야말로 문장의 아우라를 잃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다. 독자의 눈에 띄지 못한 문장은 자신의 아우라를 보여줄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러므로 문장 수집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장 수집가는 거대한 바다 같은 책 속에 항해한다. 그는 활자로 이루어진 섬들 사이에 이리저리 지나간다.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문장은 독자의 눈길이 무수히 찍힌 섬이다. 이 섬은 되도록 피하자. 낯선 문장은 태초의 섬이다. 항해가인 문장 수집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문장의 매력을 새로이 발견한다. 문장 수집가는 의미 있는 발견을 기념하기 위해 자신의 노트에 기록한다. 아니면 그 문장을 소유하는 의미로 연필로 밑줄을 긋는다.

 

모험심 넘치는 문장 수집가들이 제일 선호하는 바다(책)는 무엇일까. 하나하나 열거하면 너무나도 많다. 아무래도 명언 모음집에 단골로 등장하는 작가의 글일수록 빛나는 문장들이 종이에 숨겨져 있다. 칼릴 지브란은 명언 모음집에 자주 나오는 대표적인 작가다. 사실 그의 글은 지나치게 명상적이고 초월적이어서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글 속에 있는 하나의 문장은 독자의 가슴을 뛰게 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지브란의 문체는 평이하고 간결하다. 산문 형식으로 갖춘 글 속에서 시어에 가까운 운율이 살아 있다. 그래서 지브란의 글은 여러 번 읽어야 문장의 함축성까지 이해할 수 있다. 속독은 지브란의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이다. 문장 하나의 깊은 의미를 들여다보지 못한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약칭 ‘보여줄 수 있는 사랑’)는 지브란의 경구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지브란과 메리 엘리자베스 해스켈이 서로 주고받은 편지글에서 발췌한 문장을 잠언시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그래서 해스켈이 지브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발췌한 문장도 몇 개 있다. 편지글에서 발췌한 문장뿐만 아니라 지브란의 대표작들에서 발췌한 문장과 지브란이 직접 그린 그림(크기가 작다)도 있다. 판형은 시집과 비슷하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의 초판은 1988년에 나왔다. 당시 초판의 가격은 3000원이었다. 알라딘에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을 검색하면 출판연도가 1991년으로 나온다. 1991년은 2판이 나온 해이다. 1995년에 3판을 찍었으나 판형과 표지는 동일하다. 2003년에 새 표지로 개정판이 나왔다. 구판과 개정판 모두 절판되었지만,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인기에 힘입어 초판본 형태로 재출간되었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을 읽고 나면 지브란의 여자관계가 궁금한 독자가 있을 것이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 뒤편에 지브란과 메리 해스켈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독자의 궁금증을 충족시켜주기에는 내용이 부족하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알렉상드르 나자르의 《칼릴 지브란》(작가사랑, 2007)을 읽으면 된다. 알렉상드르 나자르는 지브란의 고국인 레바논 출신의 작가다. 나자르는 지브란의 편지와 각종 기록들을 바탕으로 지브란 평전을 완성했다.

 

지브란과 해스켈은 1904년 미국 보스턴에서 처음 만났다. 이 때 지브란은 보스턴에서 생애 첫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지브란은 전시회의 그림을 보는 헤스켈의 모습에 한 눈에 반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지브란 : 이 그림, 내가 그렸다능.
해스켈 : 웬열? 정말 님이 그렸다고?
지브란 : ㅇㅇ 내가 님을 위해서 이 그림에 대해서 설명해줄게.
해스켈 : 와, 정말! 님 좀 짱인듯. ♡♡

 

 

지브란은 그녀를 위한 큐레이터로 나섰고, 해스켈은 지브란의 예술적 감각을 눈여겨 봤다. 해스켈은 지브란보다 열 살이나 더 많았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여학교를 세웠을 정도로 지적인 여성이었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후원자 역할을 했다. 지브란도 해스켈의 재정적 후원을 받으면서 마음껏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해스켈 덕분에 지브란은 일 년 동안 파리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지브란은 자신이 쓴 글을 출판하기 전에 해스켈에게 퇴고를 부탁했다. 그녀의 도움을 거쳐 간 지브란의 책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예언자》다. 지브란은 그녀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자신의 작품에 메리 엘리자베스 해스켈의 약자 ‘M.E.H’으로 시작하는 헌정사를 남겼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과 우정 사이를 놓고 오락가락했다. 지브란은 해스켈의 소개로 알게 된 그녀의 친구 에밀리 미첼과 친하게 지낸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해스켈은 그 두 사람의 애정 관계가 지속하기를 바랐다. 지브란의 여자관계는 상당히 복잡하다. 어머니의 존재를 갈망했던 그는 자신보다 연상이거나 예술을 좋아하는 지적인 여자들을 좋아했다. 1910년에 지브란은 해스켈에게 청혼을 해보지만, 거절당한다. 그녀는 생각을 바꿔 지브란의 청혼을 받아들였으나, 며칠이 지나서 자신의 승낙을 번복했다. 해스켈이 지브란의 청혼을 거절한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해스켈은 결혼 생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원했을 것이다. 해스켈은 지브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 그리고 그를 물심양면 살펴주는 후원자 역할이 되고 싶었다. 지브란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지브란을 도와주었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 해설에 의하면 지브란의 또 다른 후원자로 ‘메리 쿠리’(나자르의 지브란 평전에는 ‘마리 엘 쿠리’로 표기되었다)라는 여성을 거론했다. 그러나 이 설은 메리 쿠리의 주치의에서 나온 증언에 불과하다. 물론, 메리 쿠리도 지브란이 만난 여성 중의 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메리 쿠리가 헤스켈만큼 지브란을 도와줬는지 알 수 없다. 나자르는 메리 쿠리를 단 한 번만 언급했다. 해스켈에 비하면 존재감이 없는 지브란의 여자로 본 것일까. 레바논 출신의 기자(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가 지브란과의 관계를 증명해주는 메리 쿠리의 편지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참고로 지브란이 마이 지아데라는 여류 수필가에게 보낸 편지글만 모은 책은 《칼릴 지브란의 러브레터》 명진출판사, 2001)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에 있는 문장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 보물 하나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겠다.

 

유년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은 나이가 들어서까지 오래도록 우리 마음속에 남는다. 우리네 삶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우리의 영혼이 추억의 자리를 더듬는 것이다. (36쪽)

 

뜨겁게 사랑했던 작가의 글이 있는가. 주말을 맞아 오랜만에 구석진 곳에 잠들고 있을 추억의 책을 더듬어보자. 오랜만에 책 바다 속으로 뛰어 들어가라. 그러면 당신이 밑줄로 남겨 둔 보물 문장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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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09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칼릴 지브란의 문장들을 무수히 베껴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그의 이름만 기억에 남아 있네요. 응팔에 책이 나오는거 보면서 너무 반가웠는데 다시 출간되었군요.
얼마전에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가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했던데.... 역시나 워낙 개봉관이 적다보니 못 보고 놓쳤어요 ㅠㅠ 애니메이션도 꽤 좋은 평을 받은 것 같던데 말이죠.

cyrus 2016-01-10 17:31   좋아요 0 | URL
칼릴 지브란의 책들이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저도 그때 만화가 나온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지브란의 작품도 필사할 때 사용하기 좋은 책입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6-01-09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칼릴 지브란... 예전 무슨 만화에서 충격 받았던 느낌 있는데요... 혹시 아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

cyrus 2016-01-10 17:34   좋아요 0 | URL
만화는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오로라님이 댓글에 언급한 `예언자`를 보셨습니까? 제가 지브란 평전을 읽으면서 충격적인 사실은 지브란의 여자 관계입니다. 이름만 열거하면 열 명 넘게 나옵니다. ^^;;

AgalmA 2016-01-10 0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에서 시뮬라크르(복제)는 제 스스로 아우라를 가진다고 말하죠..
이를 ˝문장˝에 적용해 볼 수도 있죠. 우리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모방과 복제의 형태로 가져온 것이 ˝문장˝이니까요.
현재는 정말 복제의 왕국이죠. 문장들도. 인용, 표절, 리트윗...

칼릴 지브란이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영감을 받아 <예언자>를 썼다는 걸 알고 다시 읽으니 다가오는 바가 다르더라는^^
칼릴 지브란이 최종적으로 꿈꾼 건 <성경> 같은 글이었다지만, 지금의 성과도 놀라운 것이죠.

마지막 인용 문장은 프루스트 같기도^^...프루스트 읽기 끝날 때까지 제 눈은 이런 식으로 계속 프루스트 난시 현상ㅎ;;

cyrus 2016-01-10 17:39   좋아요 0 | URL
Agalma님 댓글을 읽으니까 문장의 복제가 악용될 수 있겠어요. 신 모 작가처럼요. ^^;;

지브란이 가장 많이 읽고,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이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와 성경입니다.

제가 인용한 문장의 출처는 모르겠어요. 책에 출처가 없는 점이 아쉬워요.

페크pek0501 2016-01-10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면서도 자유를 택해 청혼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그 속마음이 궁금하네요.

흥미롭게 읽었어요. 재밌게 쓰셔서 긴 글을 짧게 읽은 느낌입니다.^^

cyrus 2016-01-10 17:43   좋아요 0 | URL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메리 해스켈의 삶과 업적을 재평가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글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새아의서재 2016-01-10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글 안 읽은 상태에서요. 이 책 보자마자 이 구절이 확, ˝보이지않는 사랑에 견주어보면˝ . 이런구절이 뒤에 이 시집 제목 뒤에 덧붙어있지않나요?

아..어릴적 새겨진것들은 안 잊어버리나봐요.

cyrus 2016-01-10 17:47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 밖이라서 직접 확인해보고 다시 답글을 달도록 하겠습니다. ^^;;

새아의서재 2016-01-10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비슷하게 맞췄네요. (책 표지에 적혀있군요)

cyrus 2016-01-10 19:29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그 뒤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

책 앞표지에 적힌 글입니다. ^^


해피북 2016-01-10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스켈과 지브란의 대화에서 빵 터졌어요 ㅋㅋ그런데 생뚱한 질문이지만 `웬열`이 무슨 뜻 일까요? 늘 궁금했거든요 ㅎ

cyrus 2016-01-10 17:48   좋아요 0 | URL
`웬일이야`의 줄임말입니다. ^^

stella.K 2016-01-1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대화가 웃겼는데 가끔 보면 넌 참 엉뚱하게 웃기는 것 같아.
안 웃길 것 같으면서 말이지.ㅎㅎ

네가 문장수집가였구나. 난 글에 줄은 치겠는데 베껴쓰지는 못하겠더라.
게으른 게 젤 큰 이유겠지만 나이가 드니 어깨가 너무 아파 차미 베껴쓰기까지는
못하겠더라구.ㅠ

웬열은 분명 그뜻이 있긴 하지만 `일`을 짖꿎게 부르기 위한 그들만의 반란은
아니었을까 싶어. 그것도 키치라고 해야하는 건가? 10대들만의 반항적 언어
뭐 그런 게 있지 않겠어?ㅋ

cyrus 2016-01-11 19:13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손으로 베껴썼어요. 지금은 한글 워드로 입력해서 파일로 저장해요. 그런데 손으로 자판기를 두드리는 것도 힘들어요. ^^;;

`왠열`의 정확한 뜻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네이버 오픈사전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정확한 뜻이 뭔지 모르겠어요. 은어를 좀 더 자세히 해석하자면 저도 누님의 의견에 동의해요. 말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감탄 아니면 비꼬는 의미가 될 수 있으니까요.

단발머리 2016-01-1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 수집가, 너무 근사하네요.

저도 문장 수집가 되고 싶어요.
필사는 자신없지만, 자판으로 옮기는 것에는 자신 있는... ㅎㅎ

cyrus 2016-01-12 19:25   좋아요 0 | URL
자판으로 옮겨 쓴 문장들은 저장하기가 편합니다. 직접 손으로 베껴써서 정리한 문장 노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전자의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
 

 

 

 

어제 공익광고 관련 글을 쓰면서 불필요한 내용 하나를 빼버렸다. 원래는 보는 사람을 불길하게 만드는 광고 한 편 더 소개하고 싶었다. 그런데 글이 너무 길어지면 북플로 접속하는 독자들이 부담스러워한다. 어제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우젠 광고를 소개한 글 대신에 원래 쓰려고 했던 내용을 썼어야 했다. 어제 Agalma님이 광고 영상이 있는 인터넷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으면 글감으로 재활용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어제에 이어서 문제의 광고 영상 한 편 소개해본다. 1985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크리넥스 티슈 광고 영상이다. 불그스름한 배경에 붉은 오니(인터넷에 떠도는 크리넥스 광고 괴담에 관한 글 대다수가 ‘도깨비’라고 써있다. 그러나 ‘오니’라고 쓰는 게 맞다. 우리나라의 도깨비와 일본 전통 요괴 오니는 완전히 다른 존재다)로 분한 아이와 흰옷의 여자가 나온다. 꼬마 오니는 뽀로통한 상태로 앉아 있다. 그녀는 티슈를 뽑다가 갑자기 오니의 볼에 뽀뽀하려고 한다. 그녀가 뽑은 티슈 한 장이 공중으로 날아가면서 광고는 끝이 난다.

 

흰옷의 여자는 1970, 80년대에 큰 인기를 얻었던 마쓰자카 게이코라는 여배우다. 흰옷을 입은 청순한 여배우를 섭외하여 티슈의 청결한 느낌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 단순한 광고가 전파되자 괴담이 돌기 시작했다. 첫 번째 괴담. 오니로 분장한 아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두 번째, 광고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세 번째, 여배우는 아이의 몸에 들어간 오니에 의해 임신했으며, 정신적 충격에 시달려 병원에 입원했다. 네 번째, 광고 배경음악은 악마의 노래다. 그래서 이 노래가 흐르는 광고를 여러 번 보는 사람은 악마의 저주에 걸려 자살했다. 이러한 괴담들이 널리 알려지자 사람들은 '크리넥스 광고의 저주'라고 불렀다.

 

 

 

그러나...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말도 안 되는 내용이다. 음침한 분위기를 내는 광고 탓에 대중들은 괴상한 헛소문을 만들었다. 여배우는 중견 배우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광고 때문에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배경 음악은 악마의 저주와 전혀 관련 없다. 시인 겸 작곡가인 에드워드 바튼이 만든 노래 ‘It's fine a day’를 아카펠라 버전으로 편곡된 것이다. 천천히 돌아가는 화면에 아카펠라 음악이 더해지면서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본 크리넥스 회사는 무슨 마약 하길래 이런 광고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다른 크리넥스 광고 영상 하나 더 있다. 꼬마 오니가 나오는 광고의 전작이다. 이 광고에는 천사로 분장한 아이만 등장한다. 여러 장의 티슈가 공중에 흩날리는데 배경 음악이 음산하다. 광고 중간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가 두 번 나온다. 정체불명의 소리 때문에 공포심이 배가된다. 광고 영상을 볼 때 의문의 소리에 깜짝 놀랄 수 있으니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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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6-01-1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가 다 으스스하네요. 지상의 것이 아닌 신비로운 분위기를 강조하려고 한 것 같은데, 배경음악이 스시를 저미는 서슬퍼런 칼날같이 섬뜩합니다.
아, 그리고, 노래 제목에 a가 날아갔네요^^

cyrus 2016-01-15 19:47   좋아요 0 | URL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방금 북플로 나비종님의 댓글을 확인했는데 동영상 사진이 생각보다 크게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 글을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