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일 레드스타킹 독서모임에 참석하신 혜정님이 작성한 공식 후기입니다. 출처는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입니다. 혜정님께 허락을 받고 블로그에 글을 옮겼습니다. 보충 설명이 필요한 용어에 각주를 달았습니다.

 

어제 작성한 후기에 스웨덴 출신의 크리스를 학생으로 잘못 소개했습니다. 크리스는 스웨덴 LUND 대학의 동아시아 & 동남아시아 센터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페미니즘 석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구 페미니즘 북클럽, 레드스타킹

https://www.instagram.com/feminism_talk/

    

 

 

 

 

 

 

 

 

 

 

 

 

 

 

 

 

오늘은 우리 북클럽에 처음 오신 분, 오랜만에 얼굴을 내미신 분, 한결같이 이 자리를 지켜주시는 분들, 그리고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서 오신 크리스까지, 레드스타킹 사상 최대의 인원이 스몰토크에 모였습니다.

젠더 무법자첫 번째 시간, (1장 우선 말해둘 것, 2장 씨앗 추려내기, 3장 힘 되찾기) 까지 읽으면서 레드 스타킹의 입으로 터져 나온 흥미진진한 의문들에 대해서 맛보기 나열을 해 볼게요.

 

 


 


* 섹슈얼리티(성적지향)은 무엇이냐?


- 섹슈얼리티는 성적 욕망을 둘러싼 느낌, 생각, 재현, 실천을 포함한다.


- 이 섹슈얼리티는 욕망과 쾌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사회문화적으로 부추겨지고 다양한 소비(, 시계 등), 권력까지 확장해서 연관시켜 볼 수 있다.


- 또한 파트너(상호작용)에 의해 성적 지향이 규정될 수 있다. 성적 지향은 유동적이다.

    

 



* 케이트 본스타인(젠더 무법자저자)은 왜 수술(MTF: male-to female)을 선택했을까?


-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남자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라는 생각에서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 성기전환수술은 목숨을 건 위험한 수술이 아닌가? 이 수술자체가 특이하고 위험하다고 바라보는 것도 고정관념이 아닐까? 수술의 위험성보다 일상의 위험성이 더 크게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수술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과연 성기전환수술이 여느 성형수술보다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나? 성형수술의 확장선상에서 성전환 수술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필사적인 위험을 감수한 수술이라기보다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실천한 것은 아닐까? 개인마다 다양한 선택 가운데 하나일 뿐 이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 여성성이란 뭘까?


- 사람마다 무엇이 되었을 때 발현시키고픈 상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발현될 수 있다.

 

- 코르셋[1]을 거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행위가 나를 즐겁게 만들어준다면 좋은 것 아닐까.

    

 



* 여성과 남성은 어떻게 구분되는 것인가?


- 남자 성기를 기준으로 의사가 결정한다.

 

- 나바호 부족은 자신이 성별을 결정하는데 의견을 낸다.

 

- 아이를 얻은 부모에게 주로 처음 하는 질문은 아들이야 딸이야? 그에 대한 멋진 대답은, 몰라, 그 애가 아직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아서라고 말해 줄 수 있다.

 

 


 


여러분들의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다 옮기지는 못했지만 오늘도 모임을 즐겁게 마치고 뿌듯해졌습니다. 저에게도 역시 페미니즘은 자신의 안과 밖을 구석구석 성찰하고 탐색하며 나를 찾아가는 수단인 것 같습니다.

 

 

 

 

[1] 여성의 허리를 보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속옷. 남성이 만족하는 여성의 신체를 맞추기 위해 여성들은 코르셋을 착용했다. 코르셋은 여성을 억압하는 구시대적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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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15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18-02-18 07:12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집에만 있으니 연휴가 금방 지나가버린듯한 느낌이 드네요. ^^
 

 

 

오늘 독서모임에 저를 포함한 세 분이 처음 참석하였습니다. 특별손님도 스몰토크카페(독서모임 장소)에 오셨습니다. 여성학 석사 논문을 준비하는 스웨덴 출신의 남성분이었어요. 이름은 크리스입니다. 모임 때 찍은 사진을 공개하지 못해서 아쉬워요. 크리스가 억수로 잘 생겼거든요. 크리스의 얼굴이 궁금하시다면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셔요.

 

레드스타킹 회원님들은 영어 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능력자들이었습니다. 크리스가 스웨덴 페미니즘 운동의 현재 상황에 대해 솰라 솰라 설명하는데, ‘영어 막귀’인 저는 1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영어를 마지막으로 공부한 지 언제였더라…‥.) 모임 첫 날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군요.

 

‘후기’ 순서는 이렇습니다. 앞으로 후기를 이런 순서대로 작성하려고 합니다. 글의 초반부는 책 본문에 대해서 자유롭게 논의한 발언들을 소개했고요, 중반부는 책과 관련 없는 발언들을 정리했습니다. 어제 모임은 책과 관련 없는 내용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래도 다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내용입니다. 글의 후반부는 제가 모임에 했던 발언을 짧게 소개하고, 발언 내용 중에 고쳐야 할 점을 일종의 소감문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회원님들이 제 발언을 듣고 고쳐야 할 부분을 바로 잡아주셨는데, 그 점이 아주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알라딘 블로그에 페미니즘을 주제로 쓴 글을 공개하면서 정중한 비판 의견을 들으려고 기다렸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지만, 제 글의 댓글창에는 파리만 훨훨 날아다녔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쭉 조용한 상태로 유지될 것 같습니다. 이 상황을 계속 지켜보기 힘들어서 레드스타킹 독서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각설하고, 어제 모임에 나왔던 발언들을 모아 보겠습니다. 모든 분이 하셨던 말씀 전부 기억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그 점을 생각해서 가볍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제 독서모임 ‘공식 후기’가 레드스타킹 인스타그램에 공개되면 여기에 공유하겠습니다. 제 글이 미심쩍다고 생각하는 분은 ‘공식 후기’를 참고하세요.

 

 

 

 

※ 후기 구성 방식

 

[1] 책 본문에 대한 자유 발언들.

 

[2] 책과 관련 없는 자유 발언들.

 

[3] 내 발언의 문제점과 피드백(feedback), 보완해야 할 점.

 

 

 

 

 

 

[1]

 

 

 

 

 

 

 

 

 

 

 

 

 

 

 

 

 

 

 

 

 

* 《젠더 무법자》(바다출판사, 2015)를 읽으면서 단번에 이해하기 힘든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젠더 외부자(126쪽)’. 저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와 닿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젠더 위반자’라는 말까지도 나옵니다. 저는 이 두 단어가 뭘 의미하는지 확실히 개념을 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혹시 ‘젠더 외부자’가 트랜스젠더(《젠더 무법자》의 저자 케이트 본스타인)가 유동적 정체성(‘남성’, ‘여성’으로 구분되는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것, 21쪽)을 깨닫기 전 상황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닐까요?

 

* 유동적 정체성을 강조한 저자의 입장이 아나키즘(Anarchism: 무정부주의)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걸 느꼈어요.

 

* 그런가요? 저도 아나키즘에 심취한 적이 있는데요, 유동적 정체성과 아나키즘 각각의 의미를 따져보면 두 개념 간의 유사점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요.

 

* 이 책에 ‘섹슈얼리티(Sexuality)’라는 단어가 나와요. 그런데 지금까지 페미니즘을 공부를 해왔지만, ‘섹슈얼리티’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 트랜스젠더 수술 과정을 묘사한 내용(39~45쪽)을 보기 전까지는 트렌스젠더 수술이 이렇게 위험한 것인 줄 몰랐어요. 저는 막연하게 트랜스젠더 수술이 여성의 성형 수술과 거의 비슷한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 비트렌스섹슈얼로 살아와 보니 트랜스섹슈얼이 처한 상황들에 공감하기 어려웠어요. 책에 밑줄 긋고 열심히 읽어봤지만, 제겐 여전히 이 책이 어려워요.

 

 

남성 크로스드레서는 게이고 성매매를 할 거라는 생각은 흔한 오해 중 하나다. 내가 만나 본 대부분의 크로스드레서는 주류에 속하는 직업과 경력을 갖고 있었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편에 속했다. 또한 기혼자이고, 이성애를 실천하고 있었다. (71쪽)

 

 

* 제가 실제로 남성 크로스드레서(Cross Dresser, 반대 성별의 옷을 입는 사람들, ‘남성 크로스드레서’라 하면 여성의 옷을 입는 남성을 뜻한다)를 만나봤는데요, 게이가 아니었어요.

 

 

트랜스섹슈얼들이 침묵한 또 다른 이유트랜스젠더 하위문화의 신화 때문이다. 그 신화란 트랜스섹슈얼이 두 명 이상이면 더 쉽게 트랜스섹슈얼로 보일 것이고, 그래서 패싱(Passing: 반대 성별에 맞춰 외모를 유지하고, 그 성별에 맞춰 행동하는 것)[1]이 안 될 거라는 것이다. 난 트랜스섹슈얼들이 서로를 엄청나게 위협하기 때문에 서로 멀어진다고 생각한다. (110쪽)

 

 

* 트랜스젠더들끼리 서로를 혐오한다고 해요. 이렇다 보니 트랜스젠더들이 성 소수자 운동(LGBT 운동)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요.

 

* 트랜스섹슈얼을 여성 운동에 배제하는 문화주의 페미니즘(Cultural feminism)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TERF(터프)’가 떠올랐어요. 저도 래디컬 페미니즘(Radical feminism,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지향하지만, 성 소수자를 배제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의 분리주의적 태도에 동의하지 않아요.

 

* 오래전에 하리수가 자신의 삶을 공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저는 그 방송을 본 적이 있어요. 방송에서 십자수를 하는 하리수의 모습이 나왔어요. 그 모습을 시청한 페미니스트들이 하리수를 비판했어요. 그들의 입장에 따르면 ‘남성이었던 여성’인 하리수가 십자수를 하는 모습이 고정적인 성 역할, 즉 ‘여성성’을 재현한다고 봤던 거죠.

 

 

어떤 트랜스섹슈얼들은 레즈비언 분리주의자로부터 배제되는 걸 억압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레즈비언은 트랜스젠더를 억압할 만한 경제, 사회적 자원을 갖고 있지 않다. 난 양쪽이 마주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좀 진지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39쪽)

 

* 성 소수자 운동에 찬성하는 저는 139쪽 내용에 공감했어요. 하지만 저자의 해결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성 소수자들끼리 차별하고 반목하는 단절된 상황이 남아 있거든요. 그래도 저는 이 내용을 보면서 성 소수자들도 연대하는 희망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2]

 

 

* 여러분들, 그거 아세요? 1990년이 ‘백마 띠의 해’였어요. 그 당시 사람들은 1990년에 태어난 여자는 성격이 드세고 팔자가 사납다는 속설을 믿었어요. 낙태가 성행하던 시기라서 1990년에 태어난 여자아이를 낙태시키는 일이 많았다고 해요. 더 충격적인 건 과거 정부가 여성에게 낙태와 피임을 종용했던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1960년대에 산아제한정책의 하나로 ‘낙태 버스’까지 존재했었어요. 정말 끔찍한 일이에요.

 

*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에 있는 ‘성적 욕망’을 경계하고, 스스로 검열할 때가 있어요. 이럴 때 정말로 답답해요.

 

* 혼자 괴로워하지 마세요. 나의 몸, 나의 성적 욕망을 긍정하세요. 성적 욕망은 절대로 나쁜 게 아닙니다. 자신의 진짜 모습, 진짜 감정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드러내세요.

 

 

 

 

 

[3]

 

 

 

 

 

 

 

 

 

 

 

 

 

 

 

 

 

 

 

저는 학교가 ‘젠더 지정’받기 쉬운 장소라고 밝혔습니다.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이 어떠한 성별인지 체득하는 것이죠. 이 얘기를 하면서 저는 ‘남녀평등 교육’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다른 분이 ‘남녀평등’이란 단어가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분은 《양성 평등에 반대한다》(교양인, 2016)를 언급하면서 ‘남녀평등’, ‘양성평등’의 허점을 알려줬고, 남녀 이분법적 젠더 범주를 해체하기 위해선 ‘성 평등’이라고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작년에 《양성 평등에 반대한다》를 읽은 저로서는 부끄러웠어요. 제가 그동안 얼마나 혼자서 ‘헛공부’를 했는지 깨달았어요. 페미니즘의 기본부터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섹슈얼리티’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의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페미니즘을 공부했을 때 자주 나오는 페미니즘 용어의 정의를 대충 이해하고 넘어간 적이 많았어요. 독서모임에 참석하기 전에 책을 꼼꼼히 읽으면서 책 본문에 나오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스스로 살펴봐야겠습니다.

 

 

 

 

[1] ‘패싱’이라는 단어를 비트렌스섹슈얼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고 싶은데, 이 용어의 의미 또한 꽤 복잡합니다. 개념에 대한 설명이 미흡해도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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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14 15:14   좋아요 1 | URL
‘평등’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아요. 각각의 이해집단이 쓰는 ‘평등’의 의미가 서로 차이가 있거든요. 정말로 머리가 아플 정도로 생각거리가 많습니다.. ^^;;

나와같다면 2018-02-13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90년 ‘백마 띠‘ 의 기괴하고 무서운 성비를 우리는 봤습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자기 새끼중에서 암.수를 걸러내지는 않을텐데요

동성애를 비판할 때 들고 나오는 논리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다는 것 입니다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논리인지

이미 무시무시한 성비를 봐 버렸는데..

cyrus 2018-02-14 15:21   좋아요 0 | URL
섭리라는 건 항상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입니다. 자연도 마찬가지죠. ‘자연의 섭리’가 불변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성별 또한 정해진 대로 죽을 때까지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말이 안 되는 논리입니다.

1990년에 낙태로 사망한 여성 태아의 수가 얼마인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보다 높은 수치였습니다.

stella.K 2018-02-1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크로스 드레서가 그뜻이었구나.
나도 게이나 레즈비언인줄 알았는데.
<심야식당>에도 나오잖아.
뭐 옷 입는거야 자유라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을까
싶기도 한데...

근데 진짜 1990년에 그런 일이 있었나?
오히려 백마 띠라고 막 띄워줬던 것 같은데.
인구감소를 우려해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ㅠ

댓글창에 파리가 날랐던 건 너만큼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근데 레드 스타킹 엄청 쎈덴가 보다. 영어를 기본으로 깔고 있다니.
잘 버틸 수 있겠니?ㅋㅋ

크리스 니가 잘 생겼다고 할 정도면
좀 아닌가보다.
난 그렇게 이해해.ㅎㅎㅎ

cyrus 2018-02-14 17:43   좋아요 1 | URL
개인의 취향이죠. 취향을 존중해야 합니다. 성전환 수술이 생각보다 비용이 비싸고, 위험성과 후유증이 큰 편이에요. 그래서 생물학적 성별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고 ‘크로스드레서‘ 방식으로 반대 성별의 삶을 살고 싶어 해요.

제 글이 보고서 스타일인데다가 글 한 편 길이가 워낙 길어서 정독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 걸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A4 용지 한 장 반 분량의 글을 읽으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해요. 짧은 글을 읽는 것에 익숙해지니까 적당한 분량의 글조차 제대로 못 읽는 것이죠. 그리고 알라딘 서재 안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요. 독서모임이 책을 읽고 난 뒤에 느낀 내 생각을 제대로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에요.

레드스타킹 가입 조건에 영어 특기는 없습니다.. ㅎㅎㅎ 이 모임에 참석하면 페미니즘 영화도 볼 수 있어요. 회원님들이 페미니즘 영화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는 걸 들어봤는데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영화들이 많았어요. 책 좀 덜 보고 영화 상식을 넓혀야겠어요.. ^^;;

psyche 2018-02-15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스타에 가서 보고 왔어요. 크리스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보려고 간 건 절대! 아닙니다.ㅎㅎ
가서 보니 젊은 남성분들도 몇분 계셔서 상당히 희망적이네요. 대구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곳인 줄 알고 있었거든요. 열심히 모여서 함께 공부하시는 분들을 보니 미래가 밝아보여 기쁘네요~

cyrus 2018-02-18 07:18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 독서 모임, 페미니즘 영화 모임 등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런 모임에 참석해서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혼자 책을 읽으면서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페미니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혀집니다. 여러 사람과 페미니즘을 공부하니까 공부 의지가 쑥쑥 생깁니다. ^^
 
문명은 부산물이다 - 문명의 시원을 둘러싼 해묵은 관점을 변화시킬 경이로운 발상
정예푸 지음, 오한나 옮김 / 378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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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발전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영국의 역사가 에드워드 H. 카(Edward H. Carr)‘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정의를 내리면서 ‘과거를 해석하면 미래를 통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란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이미 지나간 시간, 즉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다. 이러한 과거에 인간이 한 일과 생각을 밝히는 것이 역사다. 역사는 인과관계라는 시간의 실타래로 엉켜 있다. 역사를 연구하는 일은 ‘원인’을 알아내는 일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건이 단일한 원인만을 갖는 것은 아니며, 여럿인 경우가 많다. 역사가는 이것들을 파악해 내고,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한 후 역사적 사건 속의 상호관계를 파악한다. 이것이 역사가의 해석이다. ‘원인(들)’을 탐구하면서 역사적 사건들을 인과의 계열 속에 배열하는 것이 역사가 고유의 기능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인류 문명의 발달을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했다. 그들은 문명화되는 과정이 역사의 필연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했고, 문명이 번영으로 가는 길을 상승하는 계단처럼 매끄럽게 이어지는 단일한 경로로 간주하곤 했다. 이러한 필연성의 근저에는 모든 역사적 사건에는 원인이 있으며 같은 원인은 같은 결과를 이끈다는 믿음이 가정되어 있다. 80년대 대학가에서 카의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까치, 2015)만큼 가장 많이 읽힌 역사책도 찾기 어렵다. 카가 이 책에서 보여준 역사적 필연성, 진보에 대한 확신, 그리고 역사를 주도해 나가는 인간의 주체성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대학생들의 세계관에 부합되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원인과 결과 사이의 필연성을 찾는 일은 무의미하다. 90년대 들어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역사에 단일한 지향점과 목적이 있고, 역사적 진보를 논증할 수 있다는 믿음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문명의 발전이 지극히 우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중국의 사회학자 정예푸(鄭也夫)는 필연성을 찾으려는 문명사 연구에 비판적이다. 그가 쓴 《문명은 부산물이다》(37∞, 2018)는 문명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명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다.

 

정예푸는 문명 발전에 기여한 여섯 가지 핵심 요인족외혼, 농업, 문자, 종이, 조판인쇄, 활자 인쇄 등이 역사의 필연인지, 우연인지를 분석한다. 이러한 여섯 가지 요인들은 인류가 필요해서 만들어진 산물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작은 우연들이 겹쳐져서 생긴 산물이다.

 

원시 인류 사회까지만 해도 같은 부족 안의 근친상간이 대부분이었다. 부부의 개념도 없었다. 이후 부족들 간의 접촉이 활발해지면서 족내혼이 일반화됐다. 인류학자들은 부족사회 안에서 근친상간 금기가 형성되어 족외혼으로 발전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예푸는 족외혼이 종족 퇴화를 막기 위한 목적에 의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그는 영국의 인류학자 웨스터마크(Westermarck)의 가설을 지지하면서 족외혼을 ‘외부에 대한 성적 취향’의 산물로 봤다. 웨스터마크는 같이 생활한 성장한 이성, 즉 가족 구성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족외혼이 보편화하였다고 주장했다.

 

수렵 및 채집 생활을 하고 있었던 인류는 야생 벼를 우연히 발견하여 그것을 땅에 심었다. 그들은 야생 벼를 수확하는 법을 습득했다. 그러나 식량이 부족해지는 비수확기는 이제 막 농업을 하기 시작한 인류가 겪는 시련이었다. 그것은 ‘농경사회’를 이룩하게 될 인류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인류는 한 곳에 정착하기 시작했고,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던 터라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농업을 선택했다.

 

문자의 발명과 종이의 탄생은 학문 발전과 지식 전달 수단으로, 인류의 문화 발달과 문화 형성에 아주 큰 공헌을 했다. 정예푸는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의 시대에 주목하여 조판인쇄가 발달한 과정을 추적한다. 종이가 나오기 전에는 점토판에 도장을 찍는 관습이 있었다. 종이가 등장하면서 인류는 종이에도 도장을 찍었다. 종이에 도장을 찍는 행위는 조판인쇄의 기원인 셈이다.

 

《문명은 부산물이다》는 정독하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는 이 책의 3장(문자), 4장(제지), 5장(조판인쇄), 6장(활자 인쇄)을 훑어봤다. 왜냐하면, 저자가 인용하면서 설명하는 한자의 구조, 중국의 종이문화 및 각종 용어가 생소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중국 문헌뿐만 아니라 서양 문헌들까지 참고하는 저자의 폭넓은 지식 편력에 깜짝 놀랄 것이다. 친절하게도 이 책의 역자는 독자들이 저자가 참고한 책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국역본 제목까지 알려줬다. 1장, 2장, 그리고 이 책의 결론에 해당하는 7장만 봐도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려는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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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13 17:39   좋아요 1 | URL
인간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역사’ 속에 영원히 갇힌 존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페크pek0501 2018-02-14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감탄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역사뿐만 아니라 모든 건 해석의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은 없다. 해석만이 있을 뿐이다.˝(니체)라는 문장을 새삼 생각해 봅니다.

cyrus 2018-02-14 15:22   좋아요 0 | URL
역사를 바라볼 때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해석하면 좋은데, 이게 쉽지 않아요. ^^;;
 

 

 

 

 

 

 

 

 

 

 

 

 

 

 

 

 

 

 

 

 

오늘은 레드스타킹 독서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선정 도서는 케이트 본스타인(Kate Bornstein)젠더 무법자(바다출판사, 2015)입니다. 케이트 본스타인은 미국의 트랜스페미니즘(Transfeminism) 운동가입니다. 그녀는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입니다. 태어날 때 의사가 지정한 성별은 남성이었지만 성전환 수술로 여성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또 레즈비언입니다. 그래서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약자)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 모임은 젠더 무법자를 같이 읽어보는 첫 번째 모임입니다. 모임 전에 3장까지 읽었습니다. 1(‘우선 말해 둘 것’)은 저자가 트랜스젠더 스타일, 즉 본인의 글쓰기 방식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장입니다. ‘서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패션과 같다고 정의합니다. 그녀는 유동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물학적 성별인 남성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적 규범에 억지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기 위해 그녀는 콜라주(collage) 형식의 글을 선보입니다.

 

 

나는 패션을 선언이나 성명(聲明)으로 여긴다. 그러니까 정체성이 중요한 문제인 한 패션도 계속 중요할 거다. 내 정체성과 패션은 콜라주로 설명될 수도 있다. 그 왜, 여기서 조금 저기서 또 조금 가져다 합치는 것? 일종의 잘라다 붙이기다. (119, 20)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는 유동성을 반영한 표현 방식이 콜라주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젠더와 여성 운동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 트랜스젠더인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 등을 이것저것 가져다 글을 씁니다.

 

2(‘씨앗 추려내기’)태어나자마자 아기에게 성별을 지정하는 문화를 날카롭게 비판한 장입니다. 저자는 너는 '남자/여자'야라고 지정하고 강요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문화가 너는 이러이러한 존재다.”고 말할 때 젠더가 지정된다. 거의 대부분 문화에서 우리는 출생 시에 성별을 지정받는다. 한 번 젠더를 지정받으면 당신은 바로 그 젠더다. 젠더를 지정해 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의사이며, 이 사실은 젠더가 얼마나 철저하게 의료화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248)

 

 

젠더를 지정하게 만드는 요인은 무척 많습니다. 특히 생물학적 성별을 받아들이기 힘든 어린아이들은 또래 집단의 압박을 받으면 자신의 젠더 정체성에 혼란을 느낍니다. 학교는 젠더라는 규칙이 지배하는 사회화 기관입니다.

 

인형남(가명)은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아이입니다. 형남이는 인형은 여자아이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는 남자아이들은 인형보다는 장난감 로봇을 더 선호합니다. 형남이는 인형도 장난감 로봇 못지않게 재미있는 장난감이라고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인형을 가지고 노는 형남이를 놀립니다. “남자가 인형을 가지고 놀다니. 너 여자구나.” 남자아이들은 인형을 가지고 노는 형남이의 모습이 생소해서 그와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와 어울리면 자신도 여자처럼 행동하게 될까 봐 두려웠던 거죠.

 

형남이는 남자라는 성별이 지정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느는 남자아이들이 자신을 놀렸을 때 했던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너는 여자야.” 그 말이 자꾸만 걸렸던 형남이는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의심합니다. 자신을 남자아이 모습을 한 여자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외로운 형남이는 인형 놀이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에게 다가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여자아이들의 반응도 차가웠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인형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거죠. 형남이는 매일 학교 가기가 두려웠습니다. 학교 친구들은 형남이를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성별이 없는 아이로 대했기 때문입니다.

 

본스타인은 3(‘힘 되찾기’)에서 성별 없이 존재하는 것의 두려움을 느껴봤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공포를 추적하여 자신(트랜스젠더)을 두렵게 만든 젠더 규칙의 영향력을 분석합니다. 비트렌스섹슈얼은 한 번 정해진 젠더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부여받은 젠더에 맞는 규칙들을 따릅니다. 그리하여 비트랜스섹슈얼은 남자라면 남자답게”, “여자라면 여자답게 행동하는 것이죠. 하지만 트랜스젠더는 이 젠더 규칙에 순응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젠더 규칙을 거부합니다. 본스타인은 트랜스젠더를 젠더 무법자라고 부릅니다.

 

2장에는 트랜스섹슈얼에 반대하는 문화주의 페미니즘(Cultural Feminism)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2물결 페미니즘(196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까지 융성)의 한 갈래로, 급진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았다. 여성의 본질(nature) 혹은 정수(essence)를 재평가하고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생물학에 기반한 남성과 여성의 본질적 차이, 성차를 중요하게 여긴다.

 

(‘문화 페미니즘을 설명한 옮긴이의 각주, 285)

 

 

문화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운동과 LGBT 운동을 병행하는 본스타인을 비판할 때마다 이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여성이라고 말해도 죽는 날까지 당신은 남자로 남을 뿐이다.” 이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죠? 문화주의 페미니즘은 ‘TERF(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m)’와 유사한 진영입니다. 국내에서는 ‘TERF’를 지지하는 페미니스트를 가리켜 터프라고 부릅니다.

 

본스타인은 문화주의 페미니스트의 트랜스섹슈얼 공격을 또 다른 젠더 수호라고 비판합니다. 그녀는 문화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성의 본질을 강조하기 위해 젠더 규범을 이용하여 트랜스섹슈얼을 공격한다고 주장합니다. 2장의 핵심 내용은 트랜스페미니즘 대 문화주의 페미니즘간의 대립 양상입니다. 혹시 제 글을 보고 오해를 할까 봐 첨언합니다. 문화주의 페미니즘이 래디컬 페미니즘의 한 분류라고 해서 모든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터프처럼 트랜스젠더를 공격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문화주의 페미니즘오늘 독서모임의 핫 이슈가 될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저는 트랜스섹슈얼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주의 페미니스트에 대한 레드스타킹 회원님들의 생각이 무척 궁금합니다. 오늘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후기에서 자세히 밝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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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다이어트 그리고 아파트 원시인 - 70만 년의 진화를 거슬러 올라가는 위험한 추적기
마를린 주크 지음, 김홍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인류의 초기 조상은 곡물, 유제품, 정제유나 설탕 등 농작물을 섭취하지 않았다. 250만 년 인류 역사에서 농업기술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만 년도 채 되지 않는다. 원시 인류는 수렵과 채집 등을 겸하며 생선과 고기, 채소와 과일 등을 섭취했다.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구석기 다이어트가 관심을 모았었다. 구석기 다이어트란 구석기 시대 원시 인류의 식생활을 응용한 다이어트 방법이다. 과일 및 채소류 중심의 식단을 섭취하는 대신 곡류, 우유, 설탕 등 가공식품 등의 식단을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류가 농경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곡류 중심의 탄수화물 섭취량은 급격히 늘어났다. 구석기 원시 인류와 같은 유전자를 가진 현대인들이 탄수화물을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만과 당뇨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살 빼려면 자연, 아니 구석기 시대로 돌아가라? 섹스, 다이어트 그리고 아파트 원시인(위즈덤하우스, 2017)의 저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마를린 주크(Marlene Zuk)는 구석기 식단으로는 절대로 건강해질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녀는 구석기 다이어트의 열풍을 통해 드러난 진화에 대한 착각을 지적한다. 이 책에서 그녀는 진화에 대한 대중의 착각구석기 환상이라고 표현한다. ‘구석기 환상에 빠진 대중과 전문가들은 현재보다 과거가 더 살기 좋다는 착각을 한다. 그들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게 되고, 결국 현재의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선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어렵다고 느껴져서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것일까? 주크는 너무나도 뻔한 근거를 내세워 구석기 환상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녀는 식생활, 성생활, 양육, 질병 등 인간의 생활방식 및 생활환경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으로 이르게 되었는지 진화론적 관점으로 밝혀내고자 한다. 그리고 이 분석들을 근거로 그녀는 인류의 진화에 대한 순전한 믿음이 환상임을 증명한다.

 

다윈(Darwin)이 진화론을 내세운 이후부터 진화론자들은 적자생존을 바탕으로 한 미래 예측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인류사회는 수렵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다시 산업사회로 진화했다고 생각했다. 진화론을 통해 사회변화를 통찰한 사회학자들은 사회가 한 단계씩 발전해나간다는 믿음을 도출하기에 이른다. ‘진화의 틀에서 사회 발전을 설명하려는 열망과 맞물리면서 진화론은 서구식 진보주의적 세계관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진보주의적 세계관은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단선적인 흐름으로 보게 했고, 인류의 진화를 진보의 역사로 해석했다.

 

주크는 진보발전과 연관 짓는 진화에 대한 인식을 거부하면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돌아본다. 그녀는 현대인을 최종 진화형으로 보지 않는다. 사실 그녀의 진화론은 낯설지 않다. 그것은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가 생전에 줄기차게 주장했던 진화론과 비슷하다. 그래서 주크는 자신의 논지를 전달하기 위해 굴드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한다. 인류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구석기 원시 인류와 유전자 정보와 현대인의 유전자 정보는 서로 같을 순 없다. 인간은 단지 특정한 목적, 즉 과거보다 더 잘 살기 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진화하는 것이 아니다. 눈 깜짝할 새 일어나는 인류의 진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알려주지 않는다.

 

현대 인류는 과거 원시 인류들이 꿈도 못 꾸던 온갖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구석기 시대의 원시 인류보다 과연 더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진화는 갑작스러운 시련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들이 꾸준히 발전해 왔으며, 미래에는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주문을 걸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 이후로 인류는 지금까지 진화의 환상을 맛보면서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진화의 환상에 취한 우리는 자신들이 과거 사람들보다 행복하게 살아왔다는 착각에 빠졌다. 과거 사람을 고대 유물수준으로 취급하는 우리는 세상 유일한 승리자인 것처럼 살고 있다. 자신들도 진화 중또는 예상치 못한 시련을 겪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인간은 발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변화한 것이다. 단테(Dante)신곡에 나오는 지옥문에 적힌 경고문을 인용하여 이렇게 고쳐 쓸 수 있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들어온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살아있는 한 계속 변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됐다.

 

 

 

 

Trivia

 

* 52: 호모 에르카스터’(X) 호모 에르가스터(Homo ergaster)

* 103: 드라마 <소프라노> (X) 소프라노스(Sopr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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