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발언이 인터넷 뉴스로 알려진 적이 있다. 호킹은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침입하여 인류를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놀랍지 않다. 호킹의 외계인 존재 발언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킹은 강연에 나설 때마다 외계인 존재 여부에 대해서 자기 생각을 피력했다. 다만, 이번 발언에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면 외계 생명체를 지구를 침략할 힘을 가진 ‘지적인 존재’로 표현한 것이다. 2000년에 호킹은 방한했을 때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밝힌 적 있었으나,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지 못한 원시적 수준으로 봤다. (관련기사) 외계인의 인간 피랍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관련기사)

 

 

 

 

경기도 가평에서 김선규 기자가 찍은 UFO 사진

 

 

 

우리나라도 한때 ‘UFO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1995년 문화일보 김선규 기자가 찍은 UFO 사진과 로즈웰 외계인 해부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이 매스컴에 소개되어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비록 로즈웰 외계인 해부 동영상은 가짜로 판명되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UFO의 출현과 목격담이 나온다. 일부 국가는 정부 차원에서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구역 51(Area 51)’은 ‘미스터리 덕후’의 성지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비밀 군사기지 주변에 비행하는 UFO를 목격한 사람들이 생기자, 구역 51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었다. 외계인과 UFO에 관한 화제가 나오면 시큰둥해지는 우리나라의 반응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외계인의 지구 침략이 아니라 북한의 무력 도발이다.

 

 

 

 

 

 

 

 

 

 

 

 

 

 

 

 

 

 

UFO와 외계인이 대중의 기억에서 점점 잊히는 지금, 종교학자 최준식 교수와 신학자 지영해 교수가 이 주제를 가지고 대담을 나누었다. 두 사람의 대담을 정리한 책 제목이 거창하다.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지영해 교수는 서양 신학과 동양철학에 박식하면서도 UFO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그래서 지 교수의 입을 통해서 전 세계 UFO 연구 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 외계인의 인간 피랍 사건에 중점적으로 연구한 학자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학자가 데이비드 제이컵스다. 제이컵스는 역사학과 교수를 역임하면서도 피랍 사건을 다룬 자료를 꾸준히 모으고 있다. 지 교수도 10년 동안 피랍 사건을 조사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담을 읽다 보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난감하다. 반대론자들은 UFO 목격과 외계인의 인간 피랍 사건을 주관적 허상, 허위 기억이 만들어 낸 현상으로 본다. 나 또한 반대론자의 위치에 서 있는데, 지 교수가 진지하게 설명하는 가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최 교수도 지 교수의 가설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지만, UFO와 외계인 부정론에 크게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최 교수도 UFO와 외계인 목격 현상을 비상식적 문제로만 규정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지 교수는 UFO와 외계인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나타난다는 가정을 내세운다. 이 가설을 설명하는 개념이 ‘인접생명권’, ‘광역생명진화권’이다.

 

지 교수의 비유는 생소한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바닷가에 사는 물고기가 인간이 탑승한 잠수함과 마주쳤다. 이 물고기는 잠수함의 존재를 낯설어한다.  그러면서 잠수함을 아주 먼 곳에서 온 특이한 물고기로 생각할 것이다. 아니면 특이하게 생긴 물고기(잠수함)가 바다에 절대로 등장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특이한 물고기의 존재를 부정한다. 자신이 본 경험이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물고기를 인간으로 바꿔보자. 인간은 세상에 적용되는 물질계 법칙에 조금이라도 어긋난 존재(UFO, 외계인)를 만나면 믿지 못한다. 그래서 UFO 존재에 대한 검증 절차 없이 부정해버리고 만다.

 

 

 

 

 

 

 

 

 

 

 

 

 

 

 

 

 

 

UFO와 외계인 존재 여부에 관한 다양한 가설이나 각종 목격담, 경험담을 더 알고 싶으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외계인 백과사전》을 참고하면 된다. 이 책을 만든 출판사는 ‘열린책들’이다. 책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출판사를 살리는 데 큰 공을 세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따왔다. 원제는 ‘Le Livre secret des Aliens’, 우리말로 풀이하면 ‘외계인의 비밀 책’이다. 참고로 《외계인 백과사전》이 출간되기 전에 이미 열린책들 출판사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마법의 백과사전》과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저승의 백과사전》을 연이어 펴내기도 했다.

 

특이한 사실은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소개가 없다. 심지어 책 뒤편에 있어야 할 저자 사진도 없다. 저자 이름은 기욤 페이에. 재미있는 점은 이 사람도 UFO를 세 차례나 목격했다. 책에 자신의 목격담을 ‘개인적 체험’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이 사람, 도대체 정체가 뭘까? 두 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이나 UFO와 흡사한 비행물체를 목격했다니! 책 구성방식은 《지식의 백과사전》과 같다. 가나다순 항목으로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책이 나온 지 무려 십여 년이 지난 터라 최신 이론이라고 할 수 없지만, 외계인 목격담, 맨 인 블랙, 외계인의 인간 납치, 로즈웰 등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다. 이 책에도 지 교수의 견해와 유사한 가설이 언급된다. 외계인이 인간의 상상이 미치지 못하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온 존재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하지만 지 교수의 가설보다 더 황당하고 파격적인 것이 상당히 많다. 영국의 UFO 전문가는 외계인을 지하 세계에 숨어서 지내는 아틀란티스 인의 후예라고 주장한다. 목격담 및 경험담 같은 경우, 참고문헌을 밝히지 않아서 신빙성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이 책의 저자도 양심은 있다. 저자는 UFO와 외계인 연구하기에 앞서서 지켜야 할 생각실험 방법을 강조했다. 첫 번째, 편견 없이 사실을 수집하고 관찰한다. 두 번째, 수집한 사실들이 허위나 조작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반대론자의 입장에 서서 자료에 신빙성이 있는지 조사한다. 세 번째, 가설을 세운다. 네 번째, 반대 실험으로 허점을 보강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명제를 수립한다. 그리고 종파적 광신주의와 비이성적 접근으로 UFO를 연구하는 사이비 학문을 경계한다. 이러면 이 책의 내용 절반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참으로 난감한 책이다. 미스터리에 한창 관심이 많은 나이였다면 이런 책을 재미있게 봤을 텐데, 이제는 나름 회의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외계인이라는 단어만 봐도 머리가 아파져 온다. 귀찮지만, 사물이나 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생각의 힘이 필요하다. 이런 단계를 그냥 지나쳐버리면 진짜 같은 가짜 논리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사실 외계인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인간이다. 자신이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도록 거짓과 조작을 일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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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10-2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UFO의 존재는 구라내지는 착오로 봐요. 귀신 유령 다 상상속의 산물이겠죠. 그런데 외계인이나 생명의 정의는 생각해 봐야겠네요.

cyrus 2015-10-24 22:23   좋아요 0 | URL
어려운 문제에요. UFO 문제를 과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해도 실질적인 증거와 없어서 가설에만 의지해야 한다는 게 불편해요.

마립간 2015-10-24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편견 없이 사실을 수집하고 관찰한다. 두 번째, 수집한 사실들이 허위나 조작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반대론자의 입장에 서서 자료에 신빙성이 있는지 조사한다. 세 번째, 가설을 세운다. 네 번째, 반대 실험으로 허점을 보강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명제를 수립한다. ; 이 글은 `과학적 방법`을 다시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외계 지성체`에 대한 저의 의견은 `그 가설을 명제로 인정할 만한 과학적 근거 자료가 충분히 않다`입니다. 아마 이 의견은 많은 과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의견이라 생각되고. 또한 `외계 지성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도 아닙니다. (외계 지성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죠.)

cyrus 2015-10-24 22:26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저도 마립간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UFO 전문 연구가 이루어져도 확실하게 해결해줄 단서가 많지 않아요. 목격자의 진술에만 의지하는 것도 문제가 있고요.

sslmo 2015-10-28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SF를 많이 본 고로 긍정적으로 기우는 편입니다.

제가 언젠가 그런 말을 농담처럼 한적이 있는데,
우리 아들 세대에서는 외국인과의 결혼은 아주 일반적이어서,
매트릭스처럼 외계인과의 결혼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요.
오픈 마인드, 좋잖아요~?^^

cyrus 2015-10-29 17:09   좋아요 0 | URL
SF영화 속 외계인은 인간을 괴롭히고, 지구를 점령하는 나쁜 무리로 묘사되는 편이라서 이러한 영향 탓에 외계인을 두렵고 미지의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외계인과의 결혼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찾아온다면, 이런 영화 속 외계인의 나쁜 이미지를 줄여야 합니다. ^^

yamoo 2015-10-28 1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유에프 오를 봤기 땜에 유에프오가 있다고 확실히 믿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오래전부터 지구는 유에프오에 의해 체크 받아 왔다는 설이 저는 신빙성 있게 들리구요...7대 불가사이 등 일부가 외계인에 의해 지어졌다는 설도 지지하는 편입니다~

통치약 님은 유에프오를 믿지 않으시는 거 같은데....이건 개인의 체험 유무가 아주 크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초등학교 때 동네 아이들하고 제 동생하고 모두 비행접시를 봤지요. 이후 저는 유에프 오의 존재를 확신합니다.ㅎ

cyrus 2015-10-29 17:11   좋아요 1 | URL
UFO를 실제로 목격한 사람들도 꽤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까지 싸잡아서 ‘환각’ 상태에 빠졌다거나 사기꾼으로 몰고 가는 것은 위험하고도 잘못된 태도입니다.
 

 

 

 

 

 

 

 

 

 

 

 

 

 

 

 

 

 

 

 

 

 

 사진은 을유문화사 출판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기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500자 서평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서평 세 편 이상은 거뜬이 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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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3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5-10-23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근데 500자 서평이 더 어렵네요 우악~

cyrus 2015-10-23 21:27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요즘 서평 대회 자격이 글자 수 맞추는 건데, 의외로 어려워요. ^^;;

stella.K 2015-10-23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을유문화사가 좋은 출판사인 건 확실하다만 읽은 책이 없어
채워넣을 게 없네.
더구나 3명이라니 너무 작잖아. 설혹 있다고 해도 된다는 보장은
너무나 희박하구나.ㅠㅠ

cyrus 2015-10-23 21:28   좋아요 0 | URL
을유문화사가 서평 대회를 진행하는 건 처음 봤어요. 500자 제한이라서 써야할 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네요. 짧게 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요.
 

 

 

 

 

 

 

올해 마지막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내일 출간된다. 시리즈 횟수로는 16차다. 내일 오전 11시부터 광화문 교보문고 매장, 온라인 교모문고 주문이 가능하고, 토요일부터는 전국 교보문고 매장에 판매된다. 권당 가격 2900원.

 

이번에 공개된 16차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 모두 ‘전쟁’과 관련되어 있다. 손무의 《손자병법》, 오기의 《오자병법》, 마키아벨리의 《전술론》, 앙리 바르뷔스의 《포화》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 모두 임용한 한국역사고전연구소 소장이 번역했다. 임용한 소장은 전쟁사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저술 활동을 활발히 보여주고 있는데, 그가 쓴 책의 종류가 대중을 위한 역사서부터 학술 전문서적까지 실로 다양하다. 올해 6월에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으로 《뇌물의 역사》(이야기가있는집)을 펴냈다. 전쟁과 경영을 접목하는 글을 많이 썼고, 최고 경영자들이 참석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로 나선 이력이 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채널A <뉴스 와이드>의 ‘역사&정치’, ‘역사로 보는 이슈’ 패널로 출연했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은 오늘날에도 군사학도들이 반드시 필독해야 할 명저로 남아있다. 가장 뛰어난 두 권의 책을 함께 지칭해서 ‘손오병법’이라고 부른다. ‘손오병법’을 안 읽어도 손무와 오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손무가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 재상의 추천으로 오나라 왕 합려를 만나게 된다. 합려는 손무의 용병술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서 손무에게 무기를 한 번도 잡지 못한 궁녀 180명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느냐고 제안을 한다. 손무는 합려의 애첩이나 다름없는 궁녀 두 명을 대장으로 삼아 훈련을 시키도록 했다. 얼떨결에 대장이 된 궁녀 두 명은 그저 웃기만 했을 뿐, 손무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그녀들은 손무의 지시를 왕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장난으로 여겼다. 손무는 궁녀 두 명이 군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 즉시 처형하도록 했다. 합려는 용서를 부탁했으나 손무는 군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책임이라며 처형을 시행했다. 궁녀 두 명을 새로운 대장으로 선출하여 훈련을 재개하자, 180명의 궁녀는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손무는 처벌만으로 군령을 바로 잡는 능력을 보여줬다.

 

오기는 중국 춘추시대 위나라 장군이다. ‘연저지인(吮疽之仁)’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자신보다 한창 계급이 낮은 부하 병사가 종기를 앓자 오기가 직접 입으로 고름을 빨아냈다는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는 대성통곡했다. 사람들은 영광스러운 일인데 우는 어머니의 모습에 의아했다. 왜 우느냐고 묻자, 병사의 어머니는 병사였던 자신 남편의 종기도 오기 장군이 빨아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감동한 남편은 죽을 각오로 전쟁에 참천하다가 전사했다. 병사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 또한 오기 장군을 위해서 전쟁터에 목숨을 바칠 정도로 싸울까봐 걱정되어 울었다. 오기는 부하를 극진히 사랑하는 장수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이 고사는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데, 내가 군에 복무할 때 사용했던 수양록(군대 일기)에 이 일화를 볼 수 있었다.  

 

 

 

 

 

 

 

 

 

 

 

 

 

 

 

 

마키아벨리의 《전술론》은 대화 형식으로 서술된 책이다. 마키아벨리 생전에 나왔다. 이미 범우사에서 《군주론》과 함께 묶어서 처음으로 소개된 적이 있으나, 일부 내용만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완역본은 2011년 스카이출판사에서 펴낸 것이다. 이 2011년 완역본을 개정해서 나온 책이 바로 올재 클래식스의 《전술론》이다. 당연히 역자는 동일 인물. 역자 이영남 씨는 군인 출신으로 마키아벨리 비전공자다. 걸프전에 참전했으며 합동참모본부, 제1사령부 등에 근무했다. 역자는 백마부대 포병연대장으로 근무한 적도 있는데, 백마부대 포병연대는 28연대, 29연대, 30연대, 사단연대 총 네 개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30연대 포병부대에 복무했다. 이름을 들어본 것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전역한 지 꽤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전술론》도 《군주론》, 《로마사 논고》와 함께 마키아벨리의 대표 저작으로 평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독자서평이 단 한 편도 없다. (얼른 읽고 내가 먼저 써야지!) 동서문화사에서 《군주론. 정략론》을 펴낸 적이 있는데, ‘정략론’은 《로마사 논고》다. 마키아벨리가 쓴 책을 구입할 때 유사 제목을 주의할 것. 올재 클래식스 책의 활자는 상당히 작다. 그래서 활자를 작게 하는 인쇄 작업으로 두 권으로 나온 분량의 책을 단 한 권으로 만드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책이 루소의 《에밀》, 열 권짜리 《서유기》를 총 네 권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스카이출판사의 《전술론》은 정가 25000원에 총 408쪽이다. 올재 클래식스의 《전술론》은 정가 2900원에 쪽수는 272쪽이다. 스카이출판사의 《전술론》에 진지와 보병대대 전투대형을 기호로 표시한 부록이 실려 있는데, (부록까지 그대로 실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올재 클래식스의 《전술론》에서도 부록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앞에서 소개된 세 권의 책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것이 앙리 바르뷔스의 《포화》(Le feu)다. 앙리 바르뷔스는 초기에 당대 사회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남겨 1908년에 《지옥》(L'enfer)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16년에 발표한《포화》는 자신의 제1차 세계대전 종군 체험을 토대로 쓴 작품으로 그해 공쿠르상을 받는 명예를 안았다. 이때부터 바르뷔스는 반전 운동에 힘썼다. 말년에 레닌의 사회주의 혁명에 관심을 가졌는데 세상을 떠나기 전에 레닌과 스탈린에 관한 책을 남겼다.

 

《지옥》은 흥미진진한 줄거리로 시작되면서도 제목처럼 전체적으로 배경과 상황이 어둡다.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의 삶에 염증을 느낀다. 그러다가 자신이 머문 하숙집 방에서 옆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구멍을 발견한다. 이때부터 주인공은 옆방에 사는 손님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에 품게 된다. 거의 외출을 하지 않을 정도로 강박적으로 옆방을 훔쳐본다. 주인공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그리 밝지만 않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소설의 화자가 되어 자신이 본 걸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파격적인 작품이다. 콜린 윌슨은 자신의 출세작 《아웃사이더》에서 《지옥》의 주인공에서 ‘아웃사이더’의 전형적인 특징을 포착했고, 이 소설을 훗날 카뮈와 사르트르의 실존철학 등장을 예고하는 작품으로 평가했다.

 

《포화》는 1961년에 출간된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총 100권으로 구성) 84번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이때 같이 수록된 작품이 역시 바르뷔스가 쓴 《광명》(Clarté, 1919년 작)이다. 역자는 한국불어불문학회장을 지낸 손석린 씨다. 올재 클래식스의 《포화》의 역자는 불문학 작품을 다수 번역했고, 수필집도 쓴 적 있는 故 정봉구 씨다. 올재 출판사가 고인의 번역본을 출간하는 거로 봐서는 정봉구 번역의 《포화》가 과거에 출간된 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며칠 동안 인터넷을 검색해봤지만, 번역본의 실체를 찾지 못했다. 출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내일 책을 주문해서 확인할 수밖에. 《광명》은 《지옥》, 《포화》와 함께 바르뷔스 대표 삼부작인데, 이 작품도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작가의 인지도가 낮아서 재출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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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0-22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키아벨리가 <전술론>이란 책도 썼군요. 몰랐습니다. <군주론>만큼 재미 있나요?

cyrus 2015-10-23 15:35   좋아요 0 | URL
스카이출판사 번역본 앞부분만 읽어봤는데, 내용이 지루할 수 있습니다. ^^;;

AgalmA 2015-10-2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에 (내가 먼저 써야지!)에서 빵ㅋㅋ 서재 사람들은 다들 공감할 듯 :)

저도 앙리 바르뷔스 기대되네요. <지옥> 좋아하는 소설이거든요!
궁녀 이야기들으니 `하버드 컴퓨터스` 생각납니다. 구두쇠 플레밍이 돈 아끼려고 자기 집안 청소부를 천체 사진 관리자로 고용ㅎ;; 그러나 그렇게 고용된 여성 속에서 위대한 천문학자가 나왔다는!

cyrus 2015-10-23 15:36   좋아요 0 | URL
막상 이렇게 생각해놓고 다른 책에 관심 가지면 잊어버리고 말아요. 사실 마키아벨리의 책보다는 바르뷔스의 소설이 더 궁금합니다. ^^

붉은돼지 2015-10-2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전에 cyrus 님 말씀대로 올재클래식 회원가입했더니 문자가 왔어요..
오늘 11시에 일단 인터넷 교보에서 구입해보고 매진되었으면 대구교보에서 구입할 생각입니다.^^

cyrus 2015-10-23 15:38   좋아요 0 | URL
번거로운 방식이지만, 저는 내일 매장에 가서 책을 사려고 합니다. 매장에 이 책을 사러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정오 넘어서도 재고가 있을 겁니다. ^^

stella.K 2015-10-2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재 클래식스는 교보문고에서만 파는 거였구나.
어쩐지 알라딘엔 검색이 안 된다 했더니.
그나저나 난 글씨가 작다고 별로 해당사항은 없을 것 같다.ㅋ

cyrus 2015-10-23 15:40   좋아요 0 | URL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땐 알라딘에서도 판매했었는데, 늦게 책을 검색하면 재고가 없었어요.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에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나오긴한데, 가격이 비싸요. 그냥 책이 나오는 날 바로 주문하는 것이 좋아요. ^^

제이 2015-10-2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올재중 포화 궁금했는데 글 잘 읽고가요 ^^

cyrus 2015-10-23 21:29   좋아요 0 | URL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yamoo 2015-10-2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그제 가서 사왔지요. 그리고서는 올재 서재로 직행...뜯어볼 수도 없이 직행..ㅋㅋ

boooo 2015-10-2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식인데, 저는 너무 늦었네요. ㅠ
 

 

 

 

 

 

 

 

 

 

 

 

 

 

 

 

 

 

컬러 테라피는 각각의 색채가 지닌 고유한 스펙트럼을 이용해 건강과 성격 변화를 유도하는 대체의학의 한 분야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푯말에 붉은색 글씨를 쓰거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녹색 칠판을 쓰는 등 기능적으로 색깔을 활용하는 사례는 예부터 존재했다. 색채치료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색깔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적극적인 치료 효과까지 염두에 두고 색깔을 활용하는 쪽으로 그 연구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1980년대 교도소 내 폭력으로 골머리를 앓던 미국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색깔이 알기 위해 실험한 끝에 분홍색을 가장 편안한 색으로 꼽았다. 당시 회색이었던 교도소의 벽 색깔을 분홍색으로 바꾸자 놀랍게도 교도소 내 폭력사고가 눈에 띠게 줄었다고 한다. 분홍색은 자궁 내부의 색이어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바실리 칸딘스키 「동심원들과 정사각형」 (1913년)

 

 

 

바실리 칸딘스키의 그림 「동심원들과 정사각형」을 보라. 빨간색 원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주황색, 노란색 등 난색이 많다. 《그림의 힘 1》(김선현 저, 에이트 포인트)에 이 그림의 효과가 소개된다. 책의 저자는 빨간색은 사람의 기분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체력이 떨어지면 이 칸딘스키의 그림을 벽에 붙여놓고 보라고 권한다. 저자의 말이 그럴싸하게 들린다. 이어서 저자는 빨간색의 효과를 증명해주는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그리고 자신도 이와 유사한 실험을 시도해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의대의 실험에 따르면, 똑같은 정신병 치료약을 빨강색으로 코팅했더니 사람들이 흥분을 했고, 파란색이나 녹색으로 코팅했더니 진정 효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제가 한 관찰 실험 중에도 그런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우선 유치원생 20명을 빨간색 방 어린이들은 육체 놀이에 집중하는 반면, 파란색 방 어린이들은 책을 읽는 등 정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림의 힘 1》 중에서)

 

 

독자는 처음 이 글을 보는 순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대학이나 권위 있는 연구소가 주관하는 실험에서 나온 결과라면 누구나 다 믿게 된다. 여기에 저자가 자신 또한 그 실험의 결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하면 설득 있게 보인다. 한편으로 어떤 독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병원에 가면 환자들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색채 치료실이 있는지 궁금해한다. 환자들이 많이 찾고, 최고급 의료기술이 있는 종합병원이라면 이런 색채 치료실 한두 개쯤은 마련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진짜로 있는지 확인하려면 수많은 종합병원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는 방법이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성급한 결론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색채 치료실 효과를 인정하는 의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색채 치료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나올 거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않는다. 주류 의학자나 심리학자들은 컬러 테라피 효과를 회의적으로 생각한다. 약이 아니라도 약이라고 알고 먹으면 효과가 있는 위약효과(플라세보 효과)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병원이 색채 치료실을 만들 이유가 없다. 색깔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상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특정 색의 치료 효과는 과학적 접근과 거리가 멀다. 

 

 

 

 

 

 

 

 

 

 

 

 

 

 

 

 

빨간색은 자연에서 접하는 불 또는 피의 이미지와 연관된다. 불은 따스함, 피는 생명 등으로 연결된다. 따스함은 열정으로 이어지고 빨간 스포츠카도 그런 이미지에서 연상된 것이다. 빨간색은 남성적인 색깔이다. 최초로 색채의 시각적 효과를 증명한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빨간색을 ‘색의 왕’이라고 했다. 실제로 빨간색은 남성 귀족, 남성 추기경이 많이 선호했다. 왕정 시대에 빨간색 염료가 너무나도 귀해서 귀족이나 왕족만이 빨간색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빨간색이 강력한 권력을 상징하는 의미로 알려지기도 했다. 왕 이외 사람들은 절대로 빨간 옷을 입을 수가 없었다.

 

 

 

 

 

필립 드 상파뉴 「리슐리외 추기경」 (1637년경)

 

 

지금은 누구나 빨간 옷을 입을 수가 있지만, 권력을 상징하는 빨간색의 의미는 아직도 남아 있다. 추기경의 주케토(Zuchetto, 머리 위에 쓰는 모자)는 빨간색이다. 권위를 상징하는 빨간색은 왕족만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궁정화가 상파뉴는 루이 13세 통치 시절 재상을 지낸 리슐리외 추기경의 초상화를 제작했는데,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의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위) 바이오맨 (아래) 후뢰시맨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남자라면, ‘슈퍼 전대 시리즈’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작품이 우주특공대 바이오맨, 지구방위대 후뢰시맨 그리고 파워레인저가 있다. 역대 전대물 시리즈에서 나오는 대장은 공통으로 ‘레드’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빨간색 헬멧 슈트를 입고 변신한다. (예외가 있다. ‘전자전대 메가레인저’의 대장의 헬멧 슈트는 검은색, ‘미래전대 타임레인저’는 분홍색 헬멧 슈트를 착용하는 여성 대원이 대장이다) 역시 제일 앞장 서는 사람답게 ‘레드’는 늘 항상 다른 대원들보다 앞에 서고, <무한도전>의 유재석처럼 정중앙 자리를 고수한다. 그래서 남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원이 ‘레드’다. 레드가 ‘옐로’나 ‘핑크’ 같은 히로인보다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남자는 대장 역할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네다섯 명의 동네 아이들과 함께 전대물 시리즈를 흉내 내는 역할 놀이를 하게 되면, 서로 레드 역할을 하고 싶어 싸우기도 한다.

 

 

 

 

 

 

 

 

 

 

 

 

그렇지만 빨간색에 좋은 의미만 있는 건 아니다. 적극성과 열정처럼 긍정적인 힘을 상징하면서도 불처럼 공격성과 분노 같은 부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신호등의 빨간색이나 축구의 레드카드는 각각 금지와 경고의 신호다. 빨간색을 부도덕한 색으로 여겨 금기하던 시대도 있었다. 중세에 ‘빨간 머리+여자’ 조합은 마녀로 여겼다.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 글씨》에서 헤스터는 간통을 저질러 붉은색으로 된 ‘간통(Adultery)’의 첫 글자 ‘A’ 글씨를 가슴에 달고 다닌다. 진정한 셜록키언이라면 셜록 홈즈 시리즈에 나온 빨간색을 기억해야 한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주홍색 연구》에 희생자가 죽어가면서 자신의 피로 벽에 ‘RACHE(독일어로 ‘복수’)’라는 글자를 새긴다. 《셜록 홈즈의 모험》 두 번째 수록작 <빨간 머리 연맹>에 나오는 악당의 머리 색깔은 붉은색이다.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 세 번째 수록작의 제목은 <붉은 원>이다. 소설에 언급되는 비밀 범죄 조직 이름이다. 쥘 르나르《홍당무》 주인공은 붉은 머리칼에 주근깨투성이인 탓에 ‘홍당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다. 그의 어머니는 홍당무를 문제아처럼 대하고, 형과 누나는 홍당무를 놀린다. 이로 인해 홍당무는 사춘기 기질을 드러내며 세상에 대한 분노를 느낀다.

 

무슨 색이 어떤 상징을 부여하는 공식은 획일화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 다양하게 소개되는 색채 치료 방법과 효과 중에는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에서 색깔의 의미를 찾을 때는 상식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치유력에 지나치게 맹신하는 것도 좋지 않다. 심리적 만족을 얻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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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쌩 2015-10-20 2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빨간색은 누구나 입을 수 있지만
아무나 소화할수는 없다는~~점이 슬프네요.

AgalmA 2015-10-20 21:49   좋아요 1 | URL
대~한민국~~~ 붉은 악마의 위엄이란 것도(쿨럭;)...농담이었습니다;

cyrus 2015-10-22 20:38   좋아요 0 | URL
붉은악마 응원할 때 레드티 입으면 거리낌없는데, 평상시에 입는 붉은색 옷은 소화하기 힘들어요. ^^;;

AgalmA 2015-10-20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편 블루의 역사에서 보면, 블루가 권위의 상징이던 시절도 있었죠. 파란 염료 탄생으로 성모마리아의 의상도 흰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죠. 이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죠. 고가이다 보니 종교계, 왕실이 또 독점. 푸른 염료의 독성으로 개천이 푸른 독 라떼가 됐다는 기록을 보며....인간 사회에선 색조차 참 순수하게 존재하기 어렵구나...했어요;

cyrus 2015-10-22 20:3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색채의 역사를 살펴보면 귀족들이 자신들 선호하는 색에 무조건 권위의 상징을 붙였어요.
 
첫사랑의 이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8
아모스 오즈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 Soumchi (1978)

 

 

 

첫사랑.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세 글자다. 아득한 기억 저편에서 금세 하얀 뭉게구름이 하트 모양을 그리며 뭉실뭉실 피어오를 것만 같다. 첫사랑의 추억은 우리의 마음속에 남는다. 그것을 담아두는 저장고는 머리가 아니라 대개 가슴의 영역이다. 열병 같은 첫사랑의 기억도, 부질없어 보이던 청춘의 방황도 세월이라는 이름 속에 사라지는 것 같지만, 어느새 추억이라는 옷을 갈아입고 우리의 가슴 속에 잔잔하게 스며든다.

 

아모스 오즈의 《첫사랑의 이름》은 우리에게 잊힌 첫사랑의 추억을 다시 환기하는 소설이다. 평범한 소년과 소녀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별. 어쩌면 다소 작위적하고 통속적인 설정으로 비칠 수도 있었던 이 잔잔한 성장 소설이 외국 문학상 심사위원의 지지를 이토록 깊은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삶의 진실이 문자로 명료하게 드러날 때, 그것을 읽는 독자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 소설의 서늘한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수줍은 첫사랑을 시작한 소년의 감정 변화를 생생하게 포착해내는 작가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책에 주인공 소년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 대신, 동네 친구들이 그를 놀리기 위해 붙여준 별명이 이름을 대신한다. 소년이 별명을 얻게 된 사연이 독특하다. 지리 수업 시간에 소년은 선생님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한다. 훌라 호수를 ‘숌히(Soumchi) 호수’라고도 부른다고 대답하자 선생님은 당황한다. 선생님은 탈무드에 훌라 호수의 또 다른 지명이 있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교실의 아이들은 소년의 대답이 완전히 틀린 줄 알고, 크게 비웃는다. 이때부터 소년은 ‘숌히’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숌히가 좋아한 소녀 에스티는 전형적인 ‘츤데레’(마음속으로는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쌀쌀맞게 대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인터넷 은어) 스타일. 에스티는 숌히를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숌히는 어떻게든 그녀의 관심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숌히는 외삼촌으로부터 자전거를 생일 선물로 받는다. 좀처럼 받기 힘든 특별한 선물을 자랑하고픈 마음에 숌히는 아이들 앞에서 자전거를 탄 채 등장하지만, 아이들은 숌히의 자전거가 여성용이라고 놀린다. 자존심 제대로 상한 숌히는 자신을 동네북으로 여기는 이곳을 벗어나 저 멀리 아프리카의 잠베지 강으로 떠나려고 결심한다. 말 그대로 가출을 꿈꾼다. 하지만 여행의 동반자가 될 자전거를 부잣집 아들인 알도의 장난감 기차 세트와 바꾼다. 이번에 고엘 게르만스키라는 소년이 자신이 키우는 개를 숌히의 장난감 기차 세트와 맞바꾸자고 강압적으로 제안한다. 너무나도 순진한 숌히는 개가 족보가 있는 순종이라는 고엘의 말을 믿고, 장난감 기차 세트를 주는 대신에 개를 얻는다. 숌히는 뒤늦게 자신의 결정에 후회한다. 하루 동안 모든 걸 잃어버린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한다. 그러다가 길에서 우연히 에스티의 아버지를 만난다. 에스티의 아버지는 친절하게 숌히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뜻밖의 행운! 숌히는 에스티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기뻐한다. 운 좋게도 에스티의 방을 처음 구경하게 되고. 방에 그녀와 함께 있는 겹경사를 누린다. 이 만남을 계기로 숌히와 에스티는 다정하게 지내게 된다. 여기까지 숌히가 어린 시절에 겪은 첫사랑의 추억이다.

 

숌히는 뜻하지 않은 상황 덕분에 극적으로 에스티와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어른이 된 독자는 알고 있으리라. 운명이란 자기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제멋대로 흘러가는 것이라는 점을. 세상은 점점 변하고, 영원할 것 같은 우리 마음도 세월 따라 무심히 변한다. 숌히는 히말라야나 아프리카에 가면 시간이 그대로 멈춘 장소를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세상의 변화를 순순히 인정하지 않는다. 숌히는 너무 이른 나이에 삶의 진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는 나이를 먹게 된다.

 

이 소설의 에필로그 제목은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작품(All's Well That Ends Well) 제목이기도 하다. 재미있게도 희곡의 여주인공 헬레나도 숌히처럼 외로운 존재에다가 짝사랑하는 상대가 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고아가 된 헬레나는 후견인의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그녀는 후견인의 아들을 좋아하지만, 그는 헬레나에 관심이 없다. 가출한 숌히가 에스티의 집으로 초대받은 과정이 희곡의 줄거리와 비슷하다. 헬레나와 숌히는 사랑을 성취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시작되는 모든 사랑이 셰익스피어 희곡의 결말처럼 행복하게 끝맺지 못한다. 숌히가 에스티와 헤어지게 된 이유가 밝히지 않은 채 소설은 여운을 남기면서 끝난다. 수줍은 마음으로 에스티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숌히에게 삶은 그리 관대하지만은 않다. 에필로그 제목은 달콤하면서 씁쓸한 첫사랑의 추억을 의미하는 슬픈 반어 표현이다.

 

기억 속 앨범 한구석에 있는 첫사랑의 추억을 끄집어내면 멋쩍다. 인생을 살면서 절대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장면들이 희미해지고 그렇게 우리는 남자 또는 여자로 성장해 간다. 진한 사랑 한번으로 평생 함께 살았으면 하는 바람들은 철없는 기대였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변하고 잊었다고 생각한 사람은 다시 기억으로 돌아온다. 녹음기에 담겨 있는 소리가 재생버튼을 누르면 언제라도 다시 들려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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