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지 컬렉션 3화 첫 번째 에피소드

사거리의 미소년

 

 

 

 

 

 

 

원제는 「사자(死者)의 상사병」. 나즈미시 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거리의 미소년’이 등장한다. 마을에 사는 소녀들은 ‘사거리 점(占)’을 보기 위해 안개가 자욱한 사거리에 숨어서 기다린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10 : 사자의 상사병》 (시공사, 2008)

* [구판 절판] 이토 준지 《사자의 상사병》 (시공사, 1999)

 

 

 

사거리 점을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거리를 걸어가는 소년을 만나면 그에게 다가가서 자신의 운세에 관련된 질문을 하면 된다. 그러면 소년은 즉각 답변해준다. 그런데 대부분 답변이 부정적이다. 사거리 점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소녀들은 자살하게 된다. 사거리 점을 보다가 자살을 선택한 죽은 자들의 영혼은 끔찍한 모습으로 사거리를 돌아다닌다.

 

 

 

 

 

 

이토 준지 컬렉션 3화 두 번째 에피소드

달팽이 소녀

 

 

 

 

 

 

짧은 분량의 이야기. 이 이야기 역시 「지옥의 인형 장례식」(이토 준지 컬렉션 1화 두 번째 에피소드)과 마찬가지로 불가사의한 현상의 원인을 보여주는 ‘기승’이 없고, 충격적이고 강렬한 그로테스크를 보여주는 ‘전결’만 구성되어 있다. 유코라는 소녀는 달팽이를 싫어한다(만화 단행본에서만 나오는 설정).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입에 민달팽이가 계속 나오게 되고, 혀는 커다란 민달팽이로 변해버린다. 유코가 사는 집 주변에는 유코의 입에서 나온 민달팽이들로 가득하다. 유코의 부모는 유코의 몸속에 생기는 민달팽이를 제거하기 위해 소금을 잔뜩 푼 욕조에 유코를 눕히는데…‥.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박물관 8 : 백사촌 혈담》 (시공사, 2008)

* [구판 절판] 이토 준지 《지옥탕》 (시공사, 1999)

 

 

 

구판(이토 준지 공포만화 콜렉션) 단행본 제목은 ‘달팽이 소녀’였고, ‘공포박물관’ 시리즈로 재출간되었을 때 제목이 ‘민달팽이 소녀’로 변경되었다.

 

 

 

 

 

 

 

 

 

 

 

 

 

 

 

 

 

 

 

 

* [절판] 얀 본데손 《자연의 장난 원숭이 여인》 (일빛, 1999)

* [절판] 에르빈 콤파네 《두 개 달린 남자 네 개 달린 여자》 (생각의날개, 2012)

 

 

 

인간의 몸에서 동물이 나오는 괴이한 현상은 고대 구전 신화에 등장하는 설정이다.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노르웨이의 전설 및 각종 문헌 등에 몸속에 산 뱀, 개구리, 도마뱀에 대한 기록이 있다.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독한 술을 과하게 마셔서 죽은 사람의 목에 뱀이 기어 나온 사례를 언급했다. 고대 로마의 박물학자 플리니우스(Plinius)는 뱀과 개구리가 사람의 소화 기관에 기생한다고 주장했다. 불가사의한 의학 현상들을 소개한 《자연의 장난, 원숭이 여인》(일빛, 1999)이라는 책에 고대 및 중세에 기록된 개구리, 두꺼비, 뱀을 뱉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책엔 ‘민달팽이를 뱉은 사람’에 대한 사례는 없다.

 

 

 

 

 

 

 

 

 

 

 

 

 

 

 

 

 

 

* 서민 《서민의 기생충 열전》 (을유문화사, 2013)

 

 

 

고대, 중세 사람들은 뱀이나 개구리 알이 있는 물을 마시면 몸속에 부화한 뱀과 올챙이가 성체가 될 때까지 자란다고 믿었다. 그들은 인간의 몸속에 자란 동물을 ‘기생동물’로 봤다. 아마도 옛 사람들은 몸속에 나오는 기다란 기생충(회충)을 ‘다 자란 뱀’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회충은 인간의 몸에서 생활하여 대변을 통해 밖으로 이동한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유문화사, 2013)에 회충이 식도를 타고 입으로 나오는 사례가 나온다. 뱀과 개구리에 기생하는 스파르가눔(Sparganum)이라는 기생충은 다 자라면 만손열두조충이 된다. 이 녀석이 인간의 몸, 특히 인간의 뇌에 자리 잡으면 극심한 두통을 유발한다. 만손열두조충이 일으킨 두통에 시달린 환자의 몸을 수술했는데, 그 환자의 몸에서 꺼낸 만손열두조충의 전체 길이가 72cm이었다고 한다.

 

 

 

 

 

 

《자연의 장난, 원숭이 여인》, 《두 개 달린 남자 네 개 달린 여자》(생각의날개, 2012)열일곱 마리의 토끼를 사산(死産)한 메리 토프트(Mary Toft)라는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여성의 소식이 영국 전역에 알려지자 그녀의 토끼 출산을 보기 위해 의사들이 직접 구경하러 올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 기이한 사건은 메리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결국, 그녀는 사기죄로 교도소로 수감되었다. 놀랍게도 메리 토프트의 허술한 사기극에 속아 넘어간 의사들이 많았다. 인간의 거짓말은 끝이 없고, 순진한 사람들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실수를 반복한다. 자극적인 기사를 보도하는 황색 언론들은 ‘도마뱀을 낳은 여인’, ‘사람을 낳은 침팬지’라는 터무니없는 제목의 기사를 만들었다. 지금까지도 이런 황당한 보도를 전달하는 콘셉트로 일관하는 언론이 있는데 그게 바로 ‘위클리 월드 뉴스(Weekly World News)’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곰생각하는발 2018-02-0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잼있씁니다. 전 이토준치하면 항상 달팽이가 생각납니다..

cyrus 2018-02-06 16:31   좋아요 0 | URL
<소용돌이>에 나오는 달팽이 인간도 유명하죠.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곰발님의 취향을 생각하면 곰발님은 영화 버전 <소용돌이>도 보셨을 것 같아요. ^^

2018-02-06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06 16:32   좋아요 1 | URL
‘기레기의 역사’라는 책을 쓰게 된다면 한 권으론 부족할걸요. ㅎㅎㅎ

목나무 2018-02-0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니로 열심히 챙겨보고 있네요. ^^ 자기전에는 차마 못보고. . ㅋㅋ

cyrus 2018-02-06 16:33   좋아요 0 | URL
설해목님도 이 애니를 보시는군요. 만화책을 먼저 봐서 그런지 애니로 보면 무서운 느낌이 나지 않아요. ^^;;

카스피 2018-02-07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애니 보았는데 역시 재미있더군요^^

cyrus 2018-02-08 14:24   좋아요 0 | URL
만화를 다 보고나면 다음 편 에피소드가 뭘지 궁금해요. ^^
 

 

 

1859찰스 다윈(Charles Darwin)종의 기원을 출판하면서 지구의 생명체는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진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화론은 다윈이 처음으로 정립한 학설이 아니다. 다윈 이전에 여러 형태의 진화론이 등장했다.

    

 

 

 

 

 

 

 

 

 

 

 

 

 

 

* 찰스 다윈 종의 기원(한길사, 2014)

 

 

 

 

 

 

 

 

 

 

 

 

 

 

 

 

* 찰스 다윈 종의 기원(동서문화사, 2016)

* 찰스 다윈 종의 기원(동서문화사, 2013)

* 찰스 다윈 종의 기원(동서문화사, 2009)

 

 

 

 

 

 

 

 

 

 

 

 

 

 

 

 

* 양자오 종의 기원을 읽다(유유, 2013)

* 재닛 브라운 종의 기원 이펙트(세종서적, 2012)

 

 

 

 

 

 

 

 

 

 

 

 

 

 

 

 

* 장 바티스트 드 라마르크 동물 철학 (천줄 읽기)(지만지, 2009)

 

    

 

다윈의 할아버지 이래즈머스 다윈(Erasmus Darwin)<주노미아>(Zoonomia)라는 책에서 진화의 개념을 언급했다. 프랑스의 생물학자 라마르크(Lamarck)는 기린의 목이 길게 진화된 과정을 사례로 용불용설을 주장했다. 용불용설은 사용하는 신체기관은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신체기관은 퇴화한다는 학설이다. 라마르크는 하나의 생물이 어떤 행위를 통해 얻은 획득형질이 유전된다고 생각했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으로 물건을 집거나 글을 쓰기 시작하면 오른손잡이로 살아간다. 이것이 생물이 후천적인 행위를 통해서 얻게 된 성질, 획득형질이다. 라마르크의 획득형질의 유전학설에 따르면 오른손잡이 부모에게서 자란 자식도 오른손잡이가 된다는 것이다.

    

 

    

 

 

 

 

 

 

 

 

 

 

 

 

* 팀 스펙터 쌍둥인데 왜 다르지?(니케북스, 2017)

* 네사 캐리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해나무, 2015)

* 리처드 C. 프랜시스 쉽게 쓴 후성유전학(시공사, 2013)

 

    

 

사실 다윈은 라마르크의 학설을 부분 인정했으나 라마르크의 학설은 다윈의 자연선택설에 가려져서 거의 폐기처분 되다시피 했다. 라마르크는 병고와 가난이 겹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여생을 마쳤다. 그의 딸은 아버지의 업적이 후대에 재평가될 거로 확신했고, 그 마음을 아버지의 묘비명에 담아 새겼다고 한다. 최근에 후성유전학이 주목받으면서 잊힌 라마르크의 학설도 주목받고 있다. 후성유전학은 환경이나 행동으로 인해 변화된 유전자 정보가 후손에게 유전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좀 더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후성유전학은 환경적 요인을 받지 않는 유전자가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을 반박하는 학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 삶에서 유전자 결정론의 뿌리는 깊고 넓다. 학술지나 언론에 비만 유전자’, ‘공부 유전자같은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했다. 최근에 유전자가 지능 발달, 학업 부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1] 정말로 공부 유전자의 실체가 확증된다면 인간 본성을 유전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게 될 것이다.

    

 

 

 

 

 

 

 

 

 

 

 

 

 

 

 

 

 

 

 

 

 

 

 

 

 

* 염운옥 생명에도 계급이 있는가?(책세상, 2009)

* 앙드레 피쇼 우생학 : 유전학의 숨겨진 역사(아침이슬, 2009)

* 김호연 우생학 : 유전자 정치의 역사(아침이슬, 2009)

* 박진빈 백색국가 건설사(앨피, 2006)

 

 

 

 

 

 

 

 

 

 

 

 

 

 

 

 

* 조너선 마크스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이음, 2017)

* 박경태 인종주의(책세상, 2009)

    

 

 

 

 

 

 

 

 

 

 

 

 

 

 

* 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사이언스북스, 2009)

*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사회평론, 2003)

* 매트 리들리 본성과 양육(김영사, 2004)

 

    

 

그런데 과거에 유전자 결정론을 적극 지지하는 학문을 이용해 인간의 성향과 기질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시도가 있었다. 그 학문이 바로 생명과학의 흑역사로 기억되는 우생학이다. 다윈의 사촌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우생학을 만들어 유전자 결정론을 옹호했다. 그는 인류의 진보를 위해서 상태가 불량한 나쁜 유전자를 없애고(네거티브 우생학), 우수한 좋은 유전자가 후손에게 전달(포지티브 우생학)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영국, 미국, 독일 등에서 정신 이상자, 범죄자, 장애인 등을 사회로부터 제거하는 동시에 몸과 정신이 건강한 일등 국민을 양산하는 우생학적 정책들이 시행되었다.

 

우생학은 다윈의 진화론을 오용 또는 악용한 학문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 결정론과 인종주의를 반대하는 과학자들은 우생학의 등장으로 초래한 반인륜적인 사건의 모든 책임을 다윈의 진화론을 잘못 이해한 정치인 또는 사회학자에게 전가한다. 그런 논리라면 우생학은 과학이 아니라 과학의 탈을 쓴 사이비 학문이 된다. 그러나 과학자들도 위험한 학문을 방조한 것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19~20세기 유럽에 도입된 우생학 정책들을 분석한 앙드레 피쇼(Andre Pichot)와 김호연우생학인종주의의 관계 또는 우생학사회진화론의 관계 등으로 이루어진 과학과 정치의 불온한 혼합[2]에 주목하여 우생학이 생명과학 분야의 지적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되면 우생학을 단순히 비과학적 측면으로만 비판해선 안 된다. 우생학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에 유전학은 지금과 같이 체계적인 학문이 아니었다. 그 당시에 멘델(Mendel)의 유전법칙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아웃 오브 안중으로 인식되었다. 어정쩡한 유전학이 조금씩 성장하는 맹아기에 과학자들은 우생학을 학문으로서의 위치를 올려놓았다.

 

 

 

실제로 다윈은 사촌이 만든 우생학에 대놓고 지지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과학으로서의 우생학이라는 관점에서 우생학을 본다면 다윈의 자연선택설이 우생학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불행하게도 자연선택설은 다윈이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왜곡, 변질되었다. 따라서 우생학의 어두운 역사를 살펴보려면 다윈의 자연선택설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생학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미국과 독일에서 가장 발전한다. 미국과 독일의 중산계급은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확보, 유지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우생학 운동을 지지했다. 중산계급은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급속도로 조직화하여 계급 상승을 시도하는 하층 노동자계급의 등장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우생학에 매료된 중산계급은 하층 노동자계급을 생물학적 열등 계급’, ‘적자생존에 도태되어야 할 계급으로 인식했고, 국가 발전에 저해하는 사회문제의 모든 책임을 하층계급에 전가했다. 미국은 앵글로색슨족의 위대함을, 독일은 게르만족의 우수함을 강조하기 위해 악명 높은 우생학적 법률과 정책을 내세웠다. 미국과 독일의 우생학자들은 유전적으로 열등 인자를 가졌다고 판단된 여성들에게 강제로 불임 수술을 시키는 정책을 제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생학 정책을 지지한 세력 중 하나가 페미니스트들이다. 미국 산아제한 운동을 주도한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는 우생학을 지지한 페미니스트이다. 그녀는 건강한 여성의 몸으로 더 많은 아이를 낳으려면 산아제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히틀러(Hitler)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우생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설립되었는데 이곳에 등록한 학생 대다수는 여성이었다. 그 이유는 우생학자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개인의 육체적 · 정신적 기질을 정확하게 볼 줄 안다고 생각했고, 생식 문제는 오로지 여성과 관련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생학의 역사를 정리한 앙드레 피쇼와 김호연(이 책에 몇 개의 오탈자가 보인다), 염운옥의 책은 우생학을 단편적으로 비판해서 접근하는 담론(과학이 아닌 정치학으로서의 우생학으로 비판하는 담론)의 한계를 지적한다. 염운옥의 책은 우파와 좌파를 사로잡은 영국의 우생학 정책을 중점으로 다루었고, 박진빈의 백색국가 건설사(앨피, 2006)는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내세운 미국의 혁신주의 속에 자리 잡은 우생학과 인종주의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결국 우생학은 과학자와 정치인들의 무지와 방관, 그리고 진보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이 결합하여 탄생한 최악의 학문이다.

 

 

[1] [“공부해도 성적 안 오르는 이유절반은 유전자 탓”] 서울신문, 2018124

[2] 김호연 우생학 : 유전자 정치의 역사(아침이슬, 2009) 238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요정 2018-02-04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생학에서 ‘학’자를 빼고 싶어요. 학문을 가장한 오만과 편견 덩어리 같다고나 할까요.

cyrus 2018-02-04 17:35   좋아요 1 | URL
권위 있는 과학자들이 인간을 차별하는 편견을 그럴듯한 학문으로 포장했어요. 과학 발전의 역사를 공부할 때 우생학의 탄생 배경을 알아야해요. 가끔 정신 못 차리는 과학자들이 사이비 과학, 유사과학을 잘 만들어내거든요.

짜라투스트라 2018-02-0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우생학 또한 단일관점으로만 바라보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네요^^

cyrus 2018-02-05 14:03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처음에 우생학을 ‘정치학‘의 관점으로 해석해서 ‘과학으로서의 우생학‘을 평가하지 못했어요. ^^
 
[전자책] 세 반구 이야기
로드 던세이니 / 페가나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시한 책은 독자의 악평을 피할 수 없다. 책을 쓴 저자나 책을 공들여 만든 출판사 관계자들은 악평과 비난으로 상처를 받겠지만, 인격모독이나 근거 없는 비방이 담겨있지 않다면 악평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사진출처 : 페가나북스 공식 블로그 (http://pegana.tistory.com/186)

 

 

 

페가나북스(Pegana eBooks)는 영국의 소설가 로드 던세이니(Lord Dunsany)의 작품들을 꾸준히 번역, 출간하는 1인 전자책 출판사다. 작년 11월 말에 세 반구 이야기(Tales of Three Hemispheres)를 선보였다. 이것까지 합하면 페가나북스가 번역한 던세이니의 작품이 총 여덟 편이다. 아직 출간되지 않는 던세이니의 작품이 두 권 남았다.

 

 

 

* 페가나의 신들(2011, 2)

* 시간과 신들(2012, 2)

* 웰러란의 검(2013)

* 몽상가의 이야기(2013)

* 경이의 서(2014)

* 판의 죽음(2014)

* 경이로운 이야기(2017)

* 세 반구 이야기(2017)

* 우리가 아는 땅 너머(근간 예정)

* 엘프랜드의 공주(근간 예정)

 

 

 

던세이니는 환상적인 분위기의 소설들을 많이 남겼다. 사후에 판타지 소설의 대가로 인정받았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는 던세이니 작품에 드러난 신화적 요소를 극찬했다. 보르헤스(Borges)는 작가에 대한 자신의 해제를 덧붙인 던세이니 단편 선집을 출간했다. 이 책이 바로 바벨의 도서관시리즈 중 하나인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바다출판사, 2011)이다. 이렇듯 던세이니의 환상소설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품성에 대한 작가들의 호응과 대중의 반응이 반비례한다는 통념이 있다. 던세이니의 작품도 이 부정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던세이니는 소설뿐만 아니라 시, 희곡, 라디오 드라마 대본 등을 썼을 정도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했으나 한량 귀족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작가 던세이니의 업적이 묻혔다. ‘귀족(lord) 던세이니의 모습은 작가 던세이니의 진면목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던세이니는 다작 작가에 속한 편인데, 작품들의 완성도와 작품성의 편차가 심하다. 진짜 솔직히 말해서 어떤 작품들은 재미가 없다. 세 반구 이야기에 수록된 총 여섯 편의 짤막한 단편소설은 상업적으로 팔릴 글이라 볼 수 없다. 작품의 결말에 드러나는 반전이 인상적이지 않다. 던세이니 작품의 한계는 페가나북스 대표이자 번역가인 엄진 씨도 인정했던 부분이다(페가나의 신들2권 작가 해설 참조).

 

사실 세 반구 이야기는 완역본이 아니다. 원래는 총 15편의 작품(1910몽상가의 이야기를 통해 발표된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을 제외하면 총 14)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여섯 편만 번역되어 있다. 1976년에 출간된 세 반구 이야기는 던세이니의 작품을 비평한 러브크래프트(Lovecraft)의 글(1922년에 작성)을 수록한 유일한 판본이다. 러브크래프트의 팬으로서 이 글이 번역되지 않은 게 아쉽다.

 

 

 

* The Last Dream of Bwona Khubla (붜나 쿠블라의 마지막 꿈)

* How the Office of Postman Fell Vacant in Otford-under-the-Wold (고원 아래 옷포드에서 집배원이 공석이 된 이유)

* The Prayer of Boob Aheera

* East and West

* A Pretty Quarrel

* How the Gods Avenged Meoul Ki Ning (신들은 어떻게 머울 키닝의 복수를 했나)

* The Gift of the Gods (신들의 선물)

* The Sack of Emeralds (에메랄드 자루)

* The Old Brown Coat (낡은 갈색 코드)

* An Archive of the Older Mysteries

* A City of Wonder

* Beyond the Fields We Know

- Publisher’s Note

- First Tale: Idle Days on the Yann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세 반구 이야기미수록)

- Second Tale: A Shop in Go-By Street

- Third Tale: The Avenger of Perdóndaris

 

 

 

단편집 첫 번째 수록작 붜나 쿠블라의 마지막 꿈몽상이라는 소재를 이용하는 작가의 글쓰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신들의 선물낡은 갈색 코트는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는 인간의 마음을 우의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특이한 점은 단편집 표제가 된 세 반구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던세이니의 작품을 읽으면서 표제의 의미를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한 시도이다

 

 

.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2-03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03 14:37   좋아요 0 | URL
제 글을 보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글에서 드러나는 제 생각이 맞지 않으면 친구 삭제할 수 있어요. 그 점에 대해선 ***님이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남긴 댓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한 것은 유감스럽습니다. 그냥 궁금해서 여쭤본 것인데 그게 기분 나쁜 일입니까? 지난 달에 그 글을 분명히 읽었고, ‘좋아요‘ 를 눌렀어요. 저는 ***님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지만, 매일 ***님의 글 한 두편씩 읽어봤어요. 그래서 같은 글이 또 등록되어 있기에 궁금해서 여쭤어봤습니다.

상대방의 댓글을 삭제하는 것. 그건 ‘소통‘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자세입니다.

2018-02-03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03 15:02   좋아요 1 | URL
평소에 자주 서재에 접속하셨으면서 오랜만에 서재에 들어오신 것처럼 말씀하십니까? ㅎㅎㅎ

재미없고 내용이 긴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님 대구에 사시죠? 시간이 되면 yureka01님과 함께 만났으면 좋겠어요. ^^

북프리쿠키 2018-02-03 15:07   좋아요 1 | URL
ㅎㅎ 접속은 습관적으로 했으나 댓글로 소통은 뜸했어요. 네~저도 두분과의 만남은 늘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ㅎㅎ

sprenown 2018-02-03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나세요 세분이서 독서얘기,세상얘기하면서 즐거운 시간 가져보세요!

cyrus 2018-02-04 09:1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기대됩니다. ^^

조그만 메모수첩 2018-02-03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을 장바구니에 덩크인 했습니다. 무척 기대되어요. 멋진 리뷰 감사드립니다!

cyrus 2018-02-04 09:18   좋아요 1 | URL
던세이니의 소설이 메모수첩님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어요. 도서관에 빌려 읽어보시는 게 낫습니다. ^^

서니데이 2018-02-04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입춘입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올해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cyrus님, 좋은 일요일 보내세요.^^

cyrus 2018-02-04 09:1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오늘도 장난 아니게 날씨가 춥네요. 건강 조심하시고 주말 잘 보내세요. ^^
 
여성론 까치글방 42
이우구스트 베벨 / 까치 / 1990년 7월
평점 :
품절


 

 

 

 

 

 

여성의 종속과 만연한 매춘에 기대고 있는 부르주아 가족은 그 경제적 토대인 사유재산을 없애면 자연히 붕괴할 거야! (아우구스트 베벨) [1]

 

 

다수자는 소수자에게 자기들의 법률을 강요하거나 박해를 가한다. 그러나 여자는 미국의 흑인이나 유태인들처럼 소수자가 아니다. 지구 위에는 남자와 같은 수의 여자가 있다. 최초에 이 두 무리는 서로 독립해 있었다. 예전에는 쌍방이 서로 모르고 지냈거나 또는 어느 편이나 상대편의 자주성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고, 그 결과 약자는 강자에게 굴복하게 되었다. 유태 민족의 분산, 미국의 노예 제도의 등장, 식민지 정복 등은 획기적인 역사적 예들이다. 이 경우에 피압박자들은 최소한 지난날의 추억을 간직한다. 그들은 과거와 전통, 때로는 종교와 문화를 공통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베벨(August Bebel: 여성론자, <부인론>의 저자, 1840~1913)이 묘사한 여자와 프롤레타리아와의 비교는 아주 훌륭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프롤레타리아는 수적으로 열세하지도 않고 또 그들의 개별적인 집단이 최근까지 형성된 일이 없었다. 비록 과거에 사건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여자와 프롤레타리아의 존재를 계급의 범주 내에서 설명을 하고, 특정한 개인을 이러한 계급 속으로 끌어들여 이유를 밝힌다는 것은 하나의 역사적인 발전이다. 프롤레타리아라는 것이 언제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자는 언제나 있었다. 여자는 그 생리 구조에 의하여 여자이다. 역사를 한껏 소급해 보아도 여자는 늘 남자에게 종속되어 있었다. (시몬 드 보부아르) [2]

 

 

마르크스와 엥겔스 이전의 사회주의 사상가들이었던 푸리에와 오언, 베벨 같은 이들은 단지 선의의 미덕에 의해 계급 특권과 착취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이상세계를 상정하면서 현존하는 사회적 불평등에 관하여 설교하는 것 이상을 하지 못했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3]

 

 

보부아르(Beauvoir)《제2의 성》(을유문화사, 1993) 1권슐라미스 파이어스톤(Shulamith Firestone)《성의 변증법》(꾸리에, 2016)의 앞 장을 읽다가 말았다. 독서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문장을 따라가던 내 눈이 두 권의 책 초반부에 나온 ‘생소한 이름’ 앞에서 멈췄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트 베벨(August Bebel). 그 이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보부아르와 파이어스톤의 책을 잠시 덮고 베벨의 《여성론》(까치, 1990)을 펼쳤다. 2보 전진 독서를 위한 1보 후퇴 독서다.

 

 

 

 

 

 

 

 

베벨은 여성해방론을 주장한 독일의 사회주의자다. 그는 마르크스(Marx)의 사회주의를 지지하여 사회민주당을 창설, 지도자로 활동했다. 그가 1879년에 발표한 <여성과 사회주의(Die Frau und der Sozialismus)>사회민주당원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여성론》과 《여성과 사회》(보성출판사, 1988)는 이 책의 번역본이다. 일본에서는 이 책이 ‘부인론’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여성론》의 초판은 180여 쪽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기존의 내용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자료를 계속 추가하면서 중판이 여러 번 출간되었고 1910년에 400쪽이 넘는 개정 50판이 출간되었다. 《여성론》 완역본은 저자 생전에 마지막으로 나온 개정 50판을 번역한 것이다. 1987년에 책의 1~3부를 번역한 책이 나온 적이 있다. 1990년에 4부를 온전히 번역한 완역본이 출간되었다. 까치 판 《여성론》을 헌책방에 만나게 되면 이 책이 완역본인지 아닌지 잘 살펴봐야 한다. 《여성론》 완역본 앞표지에는 ‘완역본’이라는 글자가 있다.

 

베벨은 여성의 평등을 주장하는 부르주아지(bourgeoisie, 시민계급)의 여성운동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다. 그는 남녀 평등사회가 실현된다고 해도 여성들은 남성만 유리한 ‘결혼과 매춘’에 예속된다고 주장한다.

 

 

  시민계급의 여성운동이 주장하듯 남녀의 완전한 평등권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여성의 예속상태―거의 모든 여성들에게 현재의 결혼제도는 바로 이러하다―나 매춘 그리고 남성에 대한 경제적 예속 등과 같은 악덕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명백한 일이다. 좀 더 혜택 받은 계층에 속하는 몇몇 여성들이 교직과 의료직, 학문과 관리 생활 등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하여 여성의 지위 전반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남녀 사이의 관계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서론, 9쪽)

 

 

  노동여성들을 가장 괴롭히고 있는 임금제와 또 현존의 재산 및 산업질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성적 노예제를 없애기 위해 국가 및 사회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바꿔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여성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시민계급 여성운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이와 같은 근본적 변혁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은 특권적 지위에 있으므로 계속 확산되어나가는 노동여성운동을 위험하고도 부당한 투쟁이라 생각하면서 저지하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현대사회의 모순이 심화되면서 첨예화된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계급적 대립이 여성운동 내부에서도 날카롭게 부딪히기 시작한 것이다. (서론, 9~10쪽)

 

 

책의 1부는 각종 인류학적 연구 성과를 동원하여 원시사회부터 ‘모권(母權)’을 가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존재하고 있었음을 밝힌다. 베벨은 루이스 헨리 모건(Lewis Henry Morgan)《인류사회》(문화문고, 2005)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두레, 2012)을 인용하여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할 수 있는 정당성을 내세운다. 분업과 경제가 발달하면서 모권 중심의 원시사회는 자연스럽게 부권(父權)과 일부일처제가 가능한 부권 중심의 농경사회로 전환되었다.

 

 

고대의 씨족조직이 와해됨과 아울러 여성의 영향력과 지위도 급격히 하락하였다. 결국 모권은 소멸되고 부권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으며, 사유재산 소유자로서 남자는 이제 그가 ‘적출’로 인정하여 자신의 재산을 상속케 할 자식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금하였다.’ (1부, 36쪽)

 

 

2부는 사유재산제의 자본주의 사회가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 무산계급 또는 노동계급)와 여성을 억압하는 각종 사례를 논한다. 베벨을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과 마찬가지로 결혼이 ‘여성을 노예로 만드는 사회제도’라고 규탄한다. 그는 부르주아지 여성 운동가들이 외면한 프롤레타리아 여성 노동자(기혼 여성)들의 비참한 상황을 열거하여 여성과 프롤레타리아를 ‘자본주의 사회 속에 고통받는 존재’로 인식한다. 또 매춘 행위를 금지하면서도 ‘공창’을 용인하는 국가의 이중적인 자세가 여성을 불리하게 만드는 사회제도라고 지적한다.

 

3부에서 베벨은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 간 갈등과 양극화 현상을 언급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위기를 주시한다. 베벨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찾아 여성을 해방할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한 마르크스주의자였다. 그는 이 책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4부에 사회주의가 여성해방운동과 함께 앞으로 나가야 할 청사진을 제시했다.

 

밀의 《여성의 종속》(책세상, 2006)이 남성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의 경전이라면 베벨의 《여성론》은 남성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경전이다. 부르주아 여성들이 선호하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사회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베벨은 《여성론》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의 실현’을 위한 여성의 적극적인 노동 운동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 책도 시대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베벨은 중세 여성을 성적으로 억압한 나쁜 문화의 사례로 영주의 초야권(初夜權, 영주가 결혼하는 농노의 신부와 첫날밤을 보낼 권리)을 언급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초야권을 유럽 중세 시대에 성행한 적이 없는 문화로 보는 견해가 지지받고 있다. 베벨은 동성애를 ‘자연에 반하는 성욕 만족’, 동성애자를 ‘방탕아’로 표현했다. 그 당시에 동성애를 ‘정신질환’의 형태로 보는 사회적 편견이 있었다. 베벨은 남녀 모두 균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전면 무상 교육을 주장했다. 그리고 고된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을 위해서 완벽한 조리 도구와 각종 가전제품이 마련된 ‘공산주의적 취사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성능 좋은 조리 기구와 부인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가전제품이 생겨도 여성의 가사노동은 남성보다 많은 실정이다. 그런데 베벨은 남성도 가사노동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파이어스톤의 지적대로 베벨의 사회주의 유토피아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언론 자유가 전혀 없다는 저 단순하기 그지없는 생각이야말로 부르주아 사회를 가장 완벽한 사회로 규정해놓고 적대감으로 사회주의를 비방하고 깎아내리는 억지임에 틀림없다. 부르주아 사회를 마치 진정한 언론자유의 보루인 양 말하는 것 자체가 벌써 명백한 거짓이다. (4부 484쪽)

 

 

사회주의 국가가 세워지길 바라는 열망이 너무나도 컸던 베벨은 간간이 자본주의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는 사회주의 내부의 문제점을 바라보지 못했고, 그는 사회주의 사회가 언론 자유를 보장할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마르크스, 바벨과 같은 사회주의자들이 꿈꿨던 국가는 그들의 이상과 정반대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스탈린(Stalin)은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스탈린 체제는 가족 제도 유지를 강화하는 국가 정책을 전면으로 내세웠고, 베벨이 지지한 ‘여성의 자유연애’를 금지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쉴 틈 없이 공장 노동과 가사노동을 모두 맡아야하는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이렇듯 사회주의도 ‘가장 완벽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나 피차일반이다.

 

 

 

 

 

[1] 수전 앨리스 워킨스 《페미니즘》 (김영사, 2007) 90쪽

[2] 《제2의 성 1》 (을유문화사, 1993, 구판) 16~17쪽

[3] 《성의 변증법》 (꾸리에, 2016) 15~16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2-03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03 11:34   좋아요 1 | URL
<여성론>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여성의 지위는 그 민족의 문화를 측정하는 데 가장 적절한 척도이다.” (127쪽)

여성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것은 정의롭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성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인식이 팽배한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주론은 우리를 둘러싼 우주가 어디까지 이어지며 어떤 구조인지, 또 어떻게 생성됐는지 생각하는 분야이다. 인류는 끊임없이 우주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주의 기원은 천문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많이 이들을 사색과 탐구에 이끈 화두였기 때문이다.

 

 

 

 

 

 

 

 

 

 

 

 

 

 

 

 

* [절판] 장샤오위안 《별과 우주의 문화사》 (바다출판사, 2008)

 

 

 

 

천문학은 점성술이라는 기나긴 동굴을 헤매다 정식 학문이 되었다. 점성술사들은 별들의 형태를 보고 방향이나 시간을 어림잡았으며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고대인들은 별을 통해 사람의 운명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전쟁이나 재난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대의 천문학이 이렇게 비과학적인 모습만 보인 것은 아니었다. 농업이 시작되면서 기후 변화와 강의 범람 시기를 정확히 알아낸 것을 봐도 천문학은 이미 학문으로써 틀을 잡고 있었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2006)

* [절판] 존 스트로마이어, 피터 웨스트브룩 《피타고라스를 말하다》

(퉁크, 2005)

* [품절] 이광연 《피타고라스가 보여주는 조화로운 세계》 (프로네시스, 2006)

 

 

 

피타고라스(Pythagoras)는 우주를 수학적 조화들로 가득 찬 거대한 악기로 보았다. 단순한 현 길이의 차이가 조화로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수학적인 질서를 가진 천체가 움직일 때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생각했다. 피타고라스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천체에서 나는 소리에 익숙해져 있기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수학적인 구조를 통해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코스모스(Cosmos)라고 불렀다. 코스모스는 우주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 남영 《태양을 멈춘 사람들》 (궁리, 2016)

* 제임스 R. 뵐켈 《행성운동과 케플러》 (바다출판사, 2006)

* 오언 깅그리치, 제임스 맥라클란 《지동설과 코페르니쿠스》 (바다출판사, 2006)

 

 

 

 

피타고라스의 우주론은 플라톤(Plato)을 거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와 코페르니쿠스(Copernicus)에게 영향을 주었다. 케플러가 생각한 우주에는 기하학적 질서가 나타나 있다. 이 ‘기하학적 질서’는 신이 우주를 만들면서 부여한 규칙성이다. 케플러는 천체가 동심원이라는 완벽한 기하학적 도형의 형태로 되어 있다고 믿었다. 코페르니쿠스도 우주가 수학적 질서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그는 천문학자라기보다는 수학자에 가까웠다. 대부분 사람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과학혁명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으나 최근에는 그의 우주론에 스며든 보수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주목받고 있다. 코페르니쿠스를 ‘과학혁명의 이단아’로 보는 입장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그의 우주론이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과 ‘조화 우주론’을 부분적으로 포용한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즉 지동설은 기독교의 핵심교리와 연관된 천동설과 피타고라스 우주론이 적당히 합친 산물이다. 코페르니쿠스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연구를 진행했다. 천동설은 기독교 교회의 거역할 수 없는 도그마였고 신앙의 절대 조항이었다. 코페르니쿠스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지동설을 언급한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가 나왔으니 로마 교황청의 종교 재판을 피할 수 있었다.

 

 

 

 

 

 

 

 

 

 

 

 

 

 

 

 

 

 

* 시부사와 다쓰히코 《흑마술 수첩》 (어문학사, 2017)

 

 

 

 

 

 

 

 

 

* [절판, No Image] 콜린 윌슨 《우주의 역사》 (범우사, 1986)

 

 

 

잘 알려지지 않는 내용이긴 한데,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도 독창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우주론을 세상에 공개한 적이 있다. 시부사와 다쓰히코(澁澤龍彥)《흑마술 수첩》(어문학사, 2017)에 ‘포의 우주론’을 아주 잠깐 언급했는데,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았다.

 

 

포(E. A. Poe)를 본받아, 미스터리 작가는 반드시 자신의 우주론을 써야 하는 그러한 제도가 마련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흑마술 수첩》 47쪽)

 

 

우주론의 역사를 다룬 교양서나 과학 교과서는 ‘포의 우주론’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포의 우주론’을 비중 있게 언급한 책이 콜린 윌슨(Colin Wilson)《우주의 역사》(범우사, 1986)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절판되었다.

 

1847년 포는 <유레카(Eureka)>라는 책을 집필하는 일에 몰두했고, 출판사에게 이 책의 초판을 5,0000부로 인쇄해달라고 요청했다. 포는 이 책이 성공할 거로 믿었다. 그러나 <유레카> 초판은 불과 500부만 인쇄되었고, 이 책을 읽은 비평가들은 차디찬 반응을 보였다.

 

 

 

 

“우주의 기원을 해명했다는 포의 주장은 ‘증거가 조금도 없는 뻔뻔스러운 독단’이다.” (《우주의 역사》 9쪽)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비평가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포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응수했다. 그는 <유레카>에 대한 악평을 쓴 비평가들에게 항의 편지를 보냈다. 포의 우주론은 프랑스의 천문학자 라플라스(Laplace)의 우주론과 독일의 자연 과학자 알렉산더 훔볼트(Alexander Humboldt)의 우주론의 내용과 일부 비슷한데(장르적 유사성?), 비평가들은 포가 라플라스의 우주론을 도용했다고 비난했다. 콜린 윌슨은 포의 우주론에 구체적인 근거가 빈약한 점을 지적했고, 포가 과장된 표현으로 우주의 기원을 설명했다고 평가했다.

 

 

 

 

 

 

 

 

 

 

 

 

 

 

 

 

 

* 마샤 바투시액 《블랙홀의 사생활》 (지상의책, 2017)

* 이석영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사이언스북스, 2017)

* 사이먼 싱 《빅뱅 : 우주의 기원》 (영림카디널, 2015)

 

 

 

하지만 포는 <유레카>에 ‘시대를 상당히 앞서 간 파격적인 주장’을 펼쳤다. 그는 초기의 우주가 공처럼 생긴 물체처럼 생겼으며 그것이 ‘폭발’해서 별과 행성이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포는 언젠가 우주는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놀랍게도 포는 ‘빅뱅(Big Bang)’ 우주론블랙홀(Black Hole)과 유사한 개념을 생각했다.

 

 

 

 

 

 

 

 

 

 

 

 

 

 

 

 

* 스티븐 호킹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까치, 1998)

* 크리스토프 갈파르 《우주, 시간, 그 너머》 (RHK, 2017)

 

 

 

아주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모든 물체가 가진 정보는 절대 사라지지 않으며 과거의 원인으로 미래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블랙홀이 소멸할 때 그것이 빨아들였던 모든 정보도 함께 소멸한다고 주장해 기존의 물리학 원리를 뒤집었다. 호킹은 블랙홀이 만들어지면 에너지를 방출하기 시작하며 이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를 통해 질량을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정보는 다시 방출되지 않으며 블랙홀이 사라지게 되면 이런 정보도 함께 사라진다. ‘호킹 복사’를 입증하기 위해선 많은 후속 연구와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호킹의 대담한 주장은 우주의 실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었다. 포는 과대망상이 시달리는 상태 속에서 직관만으로 우주의 기원을 설명했지만, 시대를 앞서간 그의 통찰은 기억해둘 만하다.

 

 

 

 

 

 

 

 

 

 

 

 

 

 

 

* 콜린 윌슨 《아웃사이더》 (범우사, 1997)

 

 

 

콜린 윌슨은 점성술, 신비주의 사상 등 현대 과학이 거부하는 생각들이 근대 천문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주장한다. 과학의 역사를 새롭게 접근하는 관점은 장샤오위안(江曉原)《별과 우주의 문화사》 (바다출판사, 2008)와 유사하다. 그런데 장샤오위안의 책도 절판됐다…‥. 콜린 윌슨은 출세작 《아웃사이더》 출간 이후로 오컬트(Occult), 불가사의 같은 분야에 심취하여 이와 관련된 책들을 펴냈다.

 

 

 

 

 

 

 

 

 

 

 

 

 

 

 

 

 

* [품절] 로버트 토드 캐롤 《회의주의자 사전》 (잎파랑, 2007)

 

 

 

《우주의 역사》는 콜린 윌슨이 '암흑의 지식'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던 시기인 1980년에 발표된 책인데 이 책에서도 오컬트에 박식한 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그가 이 책에서 언급한 오컬트 정보 중에는 도저히 ‘과학’과 ‘사실’이라고 볼 수 없는 허황한 내용들도 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1986년에 이 책이 ‘청소년 권장도서’였다는 점이다. 《우주의 역사》 1장에 ‘달의 기운이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효과’‘수맥 찾기’로 잘 알려진 ‘다우징(Dowsing)’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사이비 과학’에 가까운 이 터무니없는 내용을 철저히 검증하고, 조목조목 비판하는 입장을 알고 싶으면 《회의주의자 사전》(잎파랑, 2007)을 참고하면 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prenown 2018-02-02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가 우주론책을 써서 출판했다는 사실은 무척 새롭고 흥미롭네요!

cyrus 2018-02-02 17:41   좋아요 0 | URL
포는 자신의 우주론을 담은 책이 ‘스완 송(최후의 걸작)’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썼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나온 지 일 년 후에 세상을 떠났어요.

2018-02-02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02 17:43   좋아요 0 | URL
‘점성술-천문학’, ‘연금술-화학’, ‘약초-의학’의 연관성을 기준으로 과학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흥미롭습니다. 실험을 통한 이성과 과감한 상상의 조화 덕분에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