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에 관한 글을 쓰면서 엘리엇 평전을 언급하는 것을 깜빡했다. 국내에 출간된 엘리엇 평전은 3종이다.

 

 

 

 

 

 

 

 

 

 

 

 

 

 

 

 

 

 

 

* [품절] 피터 애크로이드 《엘리엇: 영혼의 순례자》(책세상, 1999)

* [절판] 폴커 초츠 《엘리엇》(한길사, 1997)

* [절판, No Image] T.S. 매튜우즈 《평전 T. S. 엘리어트》(탐구당, 1981)

 

 

 

가장 먼저 나온 게 《평전 T. S. 엘리어트》(탐구당)다. 워낙 오래된 책이라서 실물을 본 적이 없고, 알라딘에선 책표지가 등록되어 있지 않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엘리엇을 ‘엘리어트’로 부르거나 쓰기도 했다. 그래서 알라딘 검색창에 ‘엘리어트’를 입력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건 영화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와 주가의 움직임을 분석할 때 쓰는 ‘엘리어트 파동 이론’이다. 그래서 시인 엘리엇에 대한 책을 찾아보려면 번거롭더라도 ‘T. S. 엘리엇’으로 입력하면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계 철학자 폴커 초츠(Volker Zotz)가 쓴 《엘리엇》(한길사)‘로로로’ 평전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이다. ‘로로로’ 시리즈는 1950년대 말 독일 로볼트 출판사(Rowohlt Verlag)가 펴낸 평전 시리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길로로로’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평전이라기보다는 평전 형식의 입문서에 더 가깝다. 예전에 다른 ‘한길로로로 시리즈’ 몇 권을 본 적이 있는데, 늘 볼 때마다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끔 한 번 봐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문장도 보인다.

 

 

 

 

 

 

 

 

 

 

 

 

 

 

 

 

 

 

* 버트런드 러셀 《인생은 뜨겁게: 러셀 자서전》(사회평론, 2003)

* 버트런드 러셀 《러셀 자서전》(사회평론, 2003)

 

 

 

 

 

 

 

 

 

 

 

 

 

 

 

 

* [품절] 버지니아 울프 《어느 작가의 일기》(이후, 2009)

 

 

 

영국의 소설가 피터 애크로이드(Peter Aykroyd)가 쓴 《엘리엇: 영혼의 순례자》(책세상)는 ‘평전’이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은 책이다. 저자는 엘리엇이 쓴 글뿐만 아니라 엘리엇의 주변 인물들의 증언, 회고록, 일기 등 여러 가지 사료들을 참고하여 엘리엇의 사적인 모습을 복원했다. 특히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가 보는 엘리엇의 모습이 흥미롭다. 

 

 

 

 

 

엘리엇은 하버드대학 철학과 조교로 일하면서 러셀을 처음 만났다. 러셀은 영국에 정착한 엘리엇과 그의 첫 번째 아내 비비안 헤이우드(Vivien Haigh-Wood)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스승이자 친구였다. 궁핍한 경제 형편으로 인해 엘리엇과 비비안 사이의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 러셀은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러셀은 엘리엇과 비비안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두 사람을 자기 집에 데리고 와서 함께 살았다. 세 사람은 남들이 보기에 의심할만한 이상한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다. 러셀과 비비안은 ‘선을 넘은 관계’에 이르게 된다. 평소에 과묵할 정도로 내성적인 엘리엇은 이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엘리엇은 러셀과 아내의 불륜 관계를 알게 되었을 때 굴욕감을 느껴 엄청 고통스러웠다고 울프에게 고백했다. 나중에 살펴봐야겠지만, 엘리엇을 가까이서 본 동시대 인물들의 생각을 알아보려면 러셀의 자서전과 울프의 일기를 부수적으로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피터 애크로이드는 이 두 사람이 쓴 기록을 많이 참고했다. 러셀의 자서전과 울프의 일기를 번역한 책에 엘리엇을 어떻게 언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피터 애크로이드는 엘리엇의 삶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남긴 시 작품과 희곡 작품을 소개하면서 자세히 분석한다. 우리나라에서 엘리엇은 ‘시인’으로도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시인으로서의 엘리엇’이 엘리엇의 초 · 중기 문학으로 본다면, ‘극작가로서의 엘리엇’은 중기 · 말기 문학에 해당한다. 엘리엇은 문학비평가로도 활동했는데, 이 평전에서는 ‘문학비평가로서의 엘리엇’에 대한 내용이 다소 적은 편이다. 사실 이것까지 설명하게 되면 평전의 분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 이철희 《T. S. 엘리엇의 황무지와 황무지 원본 연구》(L.I.E, 2012)

* [품절] 한국 T.S.엘리엇학회 엮음 《T. S. 엘리엇 시》(동인, 2006)

 

 

 

사실 애크로이드의 엘리엇 평전은 1984년에 나온 책이다. 당연히 이 책에 1990년대 이후부터 알려진 엘리엇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엘리엇이 세상을 떠난 후인 1971년에 그의 두 번째 부인 발레리 플레처(Valerie Fletcher)한동안 분실된 것으로 알려진, 삭제된 《황무지》 원고를 공개했다. 엘리엇의 절친한 동료이자 시인인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가 《황무지》를 첨삭했다. 이 원고에 파운드가 삭제한 내용뿐만 아니라 엘리엇이 스스로 삭제한 내용도 남아 있어서 엘리엇 연구가들은 이 초고본을 《황무지》의 집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로 보고 있다. '한국 T.S.엘리엇학회'에 소속된 학자들이 함께 엮은 연구서 《T. S. 엘리엇 시》(동인)에 수록된 ‘『황무지』 원고본 분석(글쓴이는 이창배)은 《황무지》 원고를 다룬 글이다. 이 논문도 나온 지 오래됐기 때문에 《황무지》 원고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정리한 책인 《T. S. 엘리엇의 황무지와 황무지 원본 연구》(L.I.E)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애크로이드의 엘리엇 평전도 ‘최신’과 거리가 먼 책이 되었지만, 그래도 엘리엇을 알고 싶은 독자(과연 있을까?)라면 이 평전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 그래서 번역본에 대한 오자와 오역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111쪽에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가 친형 줄리안 헉슬리(Julian Huxley)에게 보낸 편지 내용 일부를 인용한 문장이 있다.

 

 

 엘리엇이 1916년 가싱턴을 처음 방문했을 때 누구를 만났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손님들 중에는 캐서린 맨스필드(Katherine Mansfield), 클리브 벨(Clive Bell), 그리고 올더스 헉슬리가 섞여 있었다. 헉슬리는 자신의 형제인 줄리안(Julian)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는 엘리엇의 작품들을 꼭 읽어보아야 한다. 그 저자가 한 평범한, 유럽화된 미국인일 뿐이며, 아주 교양 있고, 프랑스 문학에 대해서 가장 덤덤한 투로 얘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작품들이 더욱 더 뛰어난 것으로 보일 것이다.’

 

 

줄리안은 1887년 생이고, 올더스는 1894년 생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올더스가 자신보다 일곱 살 많은 친형에게 ‘너’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다.

 

 

123쪽에 J. B. 예이츠’라는 이름이 나온다.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의 머리글자를 잘못 쓴 거라면 ‘W. B. 예이츠’로 고쳐야 한다.

 

 

 

 

 

 

 

 

 

 

 

 

 

 

 

 

 

*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도서출판 숲, 2007)

 

 

 

 

 

 

 

 

 

 

 

 

 

 

 

 

 

 

 

 

 

 

 

 

 

 

 

 

 

*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그림으로 보는 황금가지》 (까치, 2001)

*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황금가지》 (한겨레출판, 2003)

*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황금가지》 (을유문화사, 2005)

 

 

 

427쪽에 엘리엇이 이탈리아의 네미 호수에 방문했다는 내용이 있다. 베르길리우스(Vergilius)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에 네미 호수의 전설이 언급되는데, 이곳 근처 숲에 신성한 ‘황금 가지’가 있다고 한다.

 

 

 미국의 작가인 프레더릭 프로코시의 제안에 따라 오후 시간에 네미호 연안의 전설적인, 실제로는 볼품없는 참나무 고목인 ‘황금 가지(Golden Bough)를 함께 찾아가 보기도 했다.

 

 

황금 가지는 참나무 고목이 아니다. 이 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가지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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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6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16 17:51   좋아요 0 | URL
엘리엇의 시를 이해하려면 동서양 철학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엘리엇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데도 인기가 없고, 그의 시를 읽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저도 러셀이 저지른 일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그가 쓴 책 중에 ‘결혼과 도덕’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어요. 그 책을 아직 안 읽어봤지만, 만약 그 책을 읽게 되면 러셀의 불륜이 떠올릴 것만 같습니다. ^^;;

카알벨루치 2019-01-16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엇과 그의 부인, 그리고 러셀... 이런 이야기가 있었네요!

cyrus 2019-01-16 19:52   좋아요 0 | URL
엘리엇에게는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평전을 읽고 있던 저로서는 세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는 게 흥미진진했습니다... ^^;;

oren 2019-01-17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하워드 가드너가 쓴 『열정과 기질』이라는 책에도 T.S.엘리엇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이 담겨 있더군요. 목차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황무지』의 재발견이나 『황무지』: 작시 과정과 배경 등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어서, 엘리엇을 이해하는데 꽤나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 * *
1968년 뉴욕 공립도서관의 버그(Berg) 콜렉션에서 오랫동안 잃어버린 것으로 여겨진 초고가 발견되었다. 대개는 타자로 친 54페이지 분량의 초고 뭉치였는데, 군데군데 육필 원고도 끼어 있었다. 별다른 표시가 없는 페이지도 있었지만, 여러 사람이 손을 댄 흔적이 뚜렷한 페이지도 있었고, 아예 가위표로 삭제 표시가 그어진 페이지도 있었다. 타자로 친 부분은 다양한 언어로 쓰여 있었다. 구어체 영어로 쓰인 대목도 많았고, 우아하고 심원한 문체로 쓰인 대목도 많았다. 각종 유럽어에서 산스크리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로 쓰인 시행이 페이지 곳곳에 널려 있었다.

흔히 얘기하는 초고와는 달랐다. 20세기 영시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가장 영향력이 큰 작품이라 할만한 『황무지』의 중간 초고였다. 세인트루이스 태생으로 영국에 정착한 시인이었던 T.S.(Tomas Steams) 엘리엇은 1914년 경에 이 작품(혹은 이 작품에 포함될 운문)을 쓰기 시작했는데, 수천 행에 이르는 초고를 완전히 끝낸 것은 1921년 말이었다. 그는 아내 비비언(Vivien)과 역시 미국에서 태어나 유럽에 정착했던 시인으로서 가까운 친구 에즈라 파운드에게 초고를 보여주었다. 이 ‘우호적인 비평가들‘은 엘리엇과 함께 작품에 중대한 수정을 가했다. 특히 에즈라 파운드는 원래 길이를 반으로 줄여버릴 정도로 가차없이 수정하라는 제안을 했다. 엘리엇 연구자인 헬렌 가드너의 말을 빌면, ˝파운드는 좋은 구절과 나쁜 구절이 함부로 뒤섞인 초고 뭉치를 한 편의 시로 만들었다.˝(402쪽)

cyrus 2019-01-18 12:32   좋아요 1 | URL
<열정과 기질>이라는 책에 엘리엇을 언급한 내용이 있군요.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oren 2019-01-18 13:09   좋아요 1 | URL
2014년에 T.S.엘리엇에 관한 글을 아주 길게 한 번 쓴 적이 있었는데, 그때 『황무지』라는 시를 주마간산 격으로나마 대충 한번 읽어봤었답니다. 그 뒤로 새로운 번역본이 나와서 새로운 책으로 다시 한번 그 시를 읽어봤는데도 여전히 그 시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렵더군요. 아무튼 2014년에 엘리엇의 『황무지』에 얽힌 글을 쓰면서 (그보다 훨씬 전에 읽었던) 『열정과 기질』이라는 책 말고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함께 인용한 적이 있었는데, cyrus 님의 이번 글에서도 그 책을 함께 언급해 주셔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 http://blog.aladin.co.kr/oren/7103251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 우울증은 어떻게 빛나는 성취가 되었나
앤서니 스토 지음, 김영선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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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총리를 지낸 처칠(Winston Churchill)은 평생 자신을 괴롭힌 우울증을 검은 개(Black dog)라고 불렀다. 누구나 함께 살 수 있는 반려견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우울의 정도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공허감에 시달리며 세상만사가 귀찮고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물론 이런 감정은 흔히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대개는 우울함이 정상 범위를 넘어서도 치료하지 않고 가볍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이 장기간 지속한다면 심각한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울증을 절대적으로 위험한 병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극심한 우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울증은 때론 창작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처칠, 카프카(Franz Kafka), 뉴턴(Isaac Newton), (Carl Gustav Jung) 등 위대한 작가나 학자, 예술가들은 정신병의 위협 속에서 아주 훌륭한 작품들을 남겼다.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는 인생에서 애증의 반려견인 우울증과 그 밖의 정신병을 주제로 한 책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 앤서니 스토(Anthony Storr)는 유명인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인간을 따라다니는 여러 형태의 마음의 그림자들을 해부한다. 저자가 말뚝 삼은 전제는 우울과 불안, 강박 등이 부정적인 것만이 아닐뿐더러 창조력의 근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저자가 언급한 사례가 그것을 입증한다. 처칠은 꼬리를 흔들면서 자신을 따라오는 검은 개를 외면하기 위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 카프카는 늘 불안에 떨었다. 그가 쓴 글에는 독선적인 아버지와 아무 힘이 되어주지 못했던 연약한 어머니 사이에서 무력했던 카프카의 감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싫어하지만 결국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에 대한 혼란스러운 양가감정은 우울증이나 공황발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 카프카는 여러 차례 파혼 끝에 결국 평생 미혼으로 살았다. 카프카는 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글을 썼다. 그에게 글쓰기는 예술이기에 앞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외로운 투쟁에 가까웠을 것이다. 카프카의 글에 나오는 인물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멀찍이 떨어진 채 외롭게 살다가 떠난 카프카 자신이었다.

 

뉴턴은 세 살 때 어머니가 재가하는 바람에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성격이 약간 뒤틀려 있었고,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는 정신 발작에 시달렸는데,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인지 의심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자신이 세상을 바꾼 위대한 인물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뉴턴이 이룬 성취는 그칠 줄 모르는 탐구 열정이 만들어 낸 것일까, 아니면 이성에 완전히 벗어난 정신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나온 것일까. 저자는 뉴턴의 학문적 성취 일부는 자존감을 높이려는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자존감이 낮은 뉴턴을 자신의 능력을 의심했고, 그러한 극심한 불안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뉴턴을 괴롭힌 병적 불안은 그가 뛰어난 업적을 남기는 데 어느 정도 이바지했다.

 

수많은 정신병 환자를 만난 융도 검은 개를 피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우울증을 개인적 고통으로 인식하지 않고, 중년에 이르는 모든 사람이 겪는 고통으로 인식했다. 융은 중년의 위기에 관심을 기울인 최초의 심리학자이다. 융의 성인 발달 연구는 프로이트(Freud)를 비롯한 당대 정신분석학자들이 외면한 중년 우울증을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발판으로 작용하게 된다. 프로이트는 성적 억압이 신경증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융은 프로이트 심리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융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신경증은 환영할 일이다. 너무 심한 신경증은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지만, 적당한 신경증은 자기 자신을 다시 볼 수 있게 만드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융은 그 사람이 신경증에 걸리게 돼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즐겨 말했다고 한다. 이 책에 수록된 두 편의 글 성인 발달의 양상: 융의 중년정신분석과 창의성: 프로이트프로이트 심리학과 융 심리학의 명확한 차이점을 아주 쉽게 설명한 글이다. 여기서 저자는 프로이트 심리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융 심리학을 지지한다.

 

이 책에 나오는 유명인들은 모두 비범한 재능과 정신질환을 양손에 거머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특별한 정신적 기질이 창의성과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우울증이 반드시 창의성을 높여준다는 식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펼치지 않는다. 진정한 천재는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라는 글은 광기=천재라는 오랜 미신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다. 이 글에서 저자는 번뜩이며 스치는 영감(靈感)을 정신병과 연관 짓는 입장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정상’, ‘질서에 익숙한 사회는 이것에 살짝 벗어난 새로운 사람비정상’, ‘위험한 존재로 규정하여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런 사회에 태어난 노력하는 천재괴짜 천재가 되어 푸대접을 받기도 한다. 그는 프로이트를 비판하지만, 상상력이 불만으로부터 나온다는 프로이트의 말에 동의한다. 삶에 대한 불만족이 유발하는 우울증과 불안 장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다. 인간은 한 가지에 만족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더 좋은 것을 원한다. 그래야 삶에 대한 불만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인간은 그것을 양분으로 삼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저자는 영국의 작가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의 표현을 빌려 갈망하는 상상력의 가치를 강조한다. 따라서 인간은 항상 더 나은 것을 찾기 위해 상상하고 노력한다면 우울증이라는 약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 처칠, 카프카, 뉴턴 등은 검은 개를 물리치기 위해 끊임없이 상상력을 펼쳤고, 오랜 노력 끝에 새로운 것을 창작해냈다.

 

이 책이 주는 교훈은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더 나은 것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잃지 않는 삶의 자세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죽을 때까지 간직해야 할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 ‘뷰티풀 마인드를 유지하는 것은 곧 희망을 이야기하는 일이다. ‘뷰티풀 마인드는 괴짜 천재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 정신분열증을 앓은 수학자 존 내쉬(John Nash)의 일생을 그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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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9-01-16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봐서는 ‘검은 개,‘ ‘쥐‘로 우울증 이야기하는 책인줄 모를 것 같아요. 늘 감탄하며 읽고 갑니다^^

cyrus 2019-01-16 08:10   좋아요 0 | URL
북사랑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카프카와 ‘쥐’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았네요. 카프카가 자신의 답답한 상황을 ‘쥐’에 비유해서 표현했어요. ^^

반유행열반인 2019-01-16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에 대한 불만족이 유발하는 우울증과 불안 장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라는 문장은 인용구인지 의견이신지 구분이 안 되지만 오해가 생길만한 표현 같아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우울감’과 의학적 진단을 통해 병으로 명명되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는 구분이 필요합니다. 원인도 ‘불만족’과 같은 욕구나 인식 차원이 아닌 신경 전달 물질의 이상과 같이 대체로 명확하게 원인이 밝혀져 있습니다. (따라서 그 원인을 해결시켜주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항우울제,항불안제로 완화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여나 환우분들이 정말 치료가 필요한 부분을 ‘예술의 원천’으로 승화시키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고통을 겪는 시간이 길어질까 괜한 노파심에 긴 사족을 달았습니다.(정신 질환은 인지 시점과 치료 시작 시점의 간격이 짧을 수록 예후가 좋다보니 더더욱 감기처럼 ‘좀 더 견뎌보지-‘하면 안 되지...하며 괜한 걱정이 따라 붙은 것 같네요...) 궁금해지고 읽어보고 싶은 책 소개 글 자세히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19-01-16 14:27   좋아요 1 | URL
열반인님이 언급한 문장을 다시 보니 제가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너무 단순하게 일반화해서 표현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읽는 분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어서 문장을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제 글을 꼼꼼히 봐주시고, 의견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19-01-16 14:58   좋아요 0 | URL
으악 삭제까지 하실 것은...제 비루한 의견에 귀기울여 주셔서 감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ㅠㅠ

cyrus 2019-01-16 15:09   좋아요 1 | URL
죄송할 일이 전혀 아니에요. 저는 좋은 의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글의 일부 내용)에 대한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걸 좋아해요. 북플이나 블로그에 접속해서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거나, 혹은 글 일부라도 자세히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이런 환경 속에서 글을 쓰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독단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이 되기 쉬워요. 그래서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다른 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19-01-16 15:28   좋아요 0 | URL
좋게 받아들여 주시고 유연한 태도로 배울 점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독해력으로 오독하거나 숲은 못 보고 나무 둥지 밑 버섯만 보는 편협함도 있을테니 그럴 땐 꼭 논박하여 일깨워 주셔요ㅋ 사실 그 부분 빼고는 작가와 cyrus님께서 말씀하신대로라면 마음 아픈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아니 내 어깨 위의 뱀이 내 목을 조르기만 하는게 아니라 뱀 춤 추면서 내 캐릭터를 독특하게 설정해줄 수도 있겠구만?하는... 뭐 모든 어둠이 다 카프카의 쥐 처칠의 개 마냥 되는건 아니겠죠ㅋㅋㅋ)

이하라 2019-01-16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증이 창작의 원동력이 되었다니 발상의 전환이 확실히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울해질 때 그냥 쳐져있기만 해서는 안되겠네요.

cyrus 2019-01-16 19: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새로운 일을 해보는 건 좋은 일이에요. ^^

감은빛 2019-01-16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떠올렸는데, 그 영화가 맞았군요.
어느 순간부터 저도 우울증에 대한 생각을 가끔 해요.
떠올려보면 10대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요.

책 제목과 표지는 좀 아쉽네요.
전혀 책의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에요.

cyrus 2019-01-16 19:59   좋아요 0 | URL
‘처칠의 검은 개’라는 표현이 우리나라 독자들에겐 생소한 표현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목만 보면 무슨 내용의 책인지 느낌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어요. ^^;;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의 공통점은? 첫 번째, 미국 출신이다. 엘리엇은 미국 중부에 있는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났고, 샐린저는 뉴옥에서 태어났다. 엘리엇의 아버지는 벽돌 회사 사장이었는데 1919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해 1월 1일에 샐린저가 태어났다. 젊은 시절 엘리엇은 미국과 유럽(영국, 프랑스)을 왕래하면서 활동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영국에 지내게 된다. 그는 타지에서 첫 번째 아내 비비안 헤이우드(Vivien Heigh-Wood)를 만나 결혼하고, 은행에 일하면서 시를 쓰게 된다. 엘리엇 집안은 삼위일체를 인정하지 않는 기독교 교파인 유니테리언(Unitarian)이었다. 영국 생활에 익숙해진 엘리엇은 1927년에 영국 성공회로 개종하고, 영국 시민권을 얻는다.

 

 

 

 

 

 

 

 

 

 

 

 

 

 

 

 

 

 

 

* [절판] 케니스 슬라웬스키 《샐린저 평전》 (민음사, 2014)

* 심상욱 《J. D. 샐린저 생애와 작품》 (동인, 2011)

* 김성곤 《J. 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살림, 2005)

 

 

 

 

 

 

 

 

 

 

 

 

 

 

 

 

 

 

 

 

 

 

 

 

 

 

 

 

 

 

 

 

 

 

 

 

 

 

 

 

 

 

 

* T. S. 엘리엇 《황무지》 (민음사, 2017)

* [절판] T. S. 엘리엇, 김천봉 엮음 《토머스 스턴스 엘리엇》 (이담북스, 2014)

* [e-Book] T. S. 엘리엇, 김천봉 엮음 《프루프록의 사랑 노래: T.S. 엘리엇 시선 1》 (글과글사이, 2017)

* [e-Book] T. S. 엘리엇, 김천봉 엮음 《황무지: T.S. 엘리엇 시선 2》 (글과글사이, 2017)

* 최희섭 《엘리엇의 전기 시와 동양사상》 (한빛문화, 2017)

* [품절] 한국T.S.엘리엇학회 《T. S. 엘리엇 시》 (동인, 2006)

 

 

 

 

두 번째, 동양사상에 심취했다. 엘리엇은 1914년 하버드대학원에서 인도철학과 산스크리트어(梵語)를 공부했다. 그의 대표작 『황무지』는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자연과 인간성이 파괴된 근대 문명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노래한 시다. 엘리엇은 『황무지』 1부에 얼어붙은 땅을 뚫고 새싹이 돋아나는 4월을 역설적으로 고통의 달로 묘사했다. 이게 그 유명한 구절,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로 시작되는 1부의 도입부다. 이 구절은 탄생 속에 죽음이 있고, 그 죽음 속에 새 생명이 잉태한다는 불교의 윤회 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샐린저는 선불교에 심취했다. 그는 1940년대 말에 미국선불교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선불교는 195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 미국 청년층을 매료시키면서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이 시기 미국 청년층은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거부하여 자유를 추구했는데, 이들을 가리켜 ‘비트 세대(beat generation)라고 불린다. 당시 미국은 전후 세계에서 전례 없는 정치적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인의 영혼은 피폐해지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현실은 답답했고 미래는 암울했다. 인간이 만든 원자폭탄 앞에서 이성이, 또는 미래의 희망이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눈앞에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 [절판] 로버트 그리피스 《마녀사냥: 매카시/매카시즘》 (백산서당, 1997)

 

 

 

여기에 공산주의자 색출에 혈안이 된 매카시즘(McCarthyism)이 몰아치면서 약해질 대로 약해진 미국인의 영혼은 힘없이 무너졌다. 낡은 기성 질서 기반에 균열이 커지면서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려는 비트 세대는 전통적인 미국 문화를 강력히 거부하면서 삶에 대한 새로운 전망의 문을 열었다. 그리하여 비트 세대 사이에서 선불교는 미국 전역에 광범위한 호소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은 명상을 통해 일종의 궁극적인 황홀경을 느끼려고 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선불교는 종종 왜곡되어 전해졌으며 실제 수행은 매우 드물었다. 미국인들은 현실의 고뇌와 문제를 잊게 만드는 동양의 신비에 이끌렸을 뿐 힘든 수행을 실천하려는 의지는 거의 없었다.

 

 

 

 

 

 

 

 

 

 

 

 

 

 

 

 

 

 

* J. D. 샐린저 《아홉 가지 이야기》 (문학동네, 2004)

* J. D. 샐린저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문학동네, 2004)

* J. D. 샐린저 《프래니와 주이》 (문학동네, 2015)

 

 

 

샐린저는 선불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1945년부터 1965년까지 총 36편의 중 · 단편소설을 썼다. 1945년 이전에 쓴 습작기의 작품들은 동양사상이 반영되어 있지 않은데, 샐린저는 그 작품들이 존재해 있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동양사상의 영향을 받은 샐린저의 작품으로는 1948년 「바나나피쉬를 위한 완전한 하루」를 시작으로 1965년 「하프워스 16일, 1924년」으로 마무리되는 ‘글라스 가(Glass family) 이야기’ 총 7편과 그의 유일한 장편 《호밀밭의 파수꾼》 등이 있다. ‘글라스 가 이야기’로 분류되는 작품명과 이를 수록한 번역본은 다음과 같다.

 

 

 

 

 

일곱 편의 ‘글라스 가 이야기’를 발표연도 순으로 살펴보면 주요 인물인 시모어 글라스(Seymore Glass)의 모습은 중년기에서 어린 시절로 역행하면서 묘사되어 있다. 일곱 편의 ‘글라스 가 이야기’는 시모어 글라스가 동양사상에 심취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중년의 시모어 글라스가 등장하는 「바나나피쉬를 위한 완전한 하루」에 엘리엇의 『황무지』 1부 도입부에 있는 구절을 인용한 문장이 나온다.

 

 

 

“어떻게 그 이름이 튀어나올 수 있었는가?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면서.”

 

(최승자 옮김, 「바나나피쉬를 위한 완전한 하루」, 31쪽)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 길러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둔한 뿌리 일깨운다.

 

 

(김천봉 옮김, 『황무지』 1부 「사자들의 매장」, 143쪽)

 

 

 

어떻게 엘리엇의 시구가 샐린저의 소설에 튀어나올 수 있었을까? 엘리엇과 샐린저, 이 두 사람의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의 주제(전후 세계 이후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현대사회와 그 속에 살아가는 개인의 피폐한 모습)와 그들에게 영향을 준 동양사상을 생각해보면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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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1-15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무지>는 길어서 많은 부분을 기억하지는 못하는데, 첫 부분은 많이 들어서 그런지 조금 더 금방 알아보게 됩니다. 유명한 작품이지만 단행본으로 나온 책이 없어서 조금 이상했는데, 작년인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어서 새로 읽었던 것 같아요.

cyrus 2019-01-15 20:19   좋아요 1 | URL
<황무지> 번역본이 두 권 있었는데, 지금은 민음사 한 권만 남았어요. 절판된 번역본은 전자책으로 다시 나왔어요. ‘황무지’라는 시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시의 유명한 첫 문장만 알려졌지요. ^^
 
밥보다 일기 - 서민 교수의 매일 30분, 글 쓰는 힘 밥보다
서민 지음 / 책밥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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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19세기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로 꼽힌다. 그의 연주 실력은 최초의 오빠 부대를 만들어낼 만큼 매우 뛰어났다. ‘리스토마니아(Lisztomania)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팬들이 연주회장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던 풍경은 오늘날 인기 아이돌 가수의 그것과 꼭 겹친다. 리스트는 문필가로도 활동하여 음악과 관련된 글을 썼으며 쇼팽(Chopin)에 대한 평전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일기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리스트보다 어린 피아노 연주자가 그에게 왜 일기를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 리스트는 세상을 사는 것만으로도 매우 힘들다. 그런 고통을 글로 남겨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일기는 고문실 안에서 쓰는 기록과 다를 바 없다라고 대답했다.[] 모국인 헝가리를 넘어 전 유럽에 명성을 떨쳤고, 사교계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그가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살았다니 의외다.

 

아이들은 일기 쓰기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들은 보통 쓸거리가 없다고 말한다. 정말 쓸 게 없어요.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냈는데 뭘 써야 하나요?” 사실은 쓸거리가 정말 없을 수도 있어서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추운 날씨와 미세먼지 탓에 야외활동이 줄어들어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일기장을 채울 수 있는 글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기는 매일 써야 한다는 의무감과 부담감 때문에 밀리기 일쑤다. 이렇듯 아이들에게 일기는 짜증이 나게 하는 고문이다.

 

일기는 평범한 인간이 난생처음 쓰는 기록이다. 그러므로 일기는 쓰기 능력의 기초를 마련해 준다. 아이들이 일기와 친하게 지내지 못한 채 성장한다면 글 쓰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글을 음식’, 글쓰기를 음식을 먹는 일이라고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쑥쑥 자라면서 점점 단맛이 나는 음식을 더 좋아하게 된다.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은 좋아하고 단맛이 아니거나 많이 씹어야 하는 음식 앞에서는 입을 꾹 다문다. 대부분 아이들은 생후 6개월에서 만 3세경에 음식에 대한 호불호를 느끼고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새로운 음식을 싫어하고, 음식의 형태, 혹은 씹는 질감에 민감하게 반응해 편식하게 된다. 부모가 자녀의 편식 습관을 고치려고 강압적으로 음식을 먹이려고 하면 자녀는 식사를 거부하려고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는 공든 탑을 쌓듯이 차근차근 해나가야 재미가 붙게 되고 실력도 늘어난다. 글쓰기는 일기 쓰기를 통해 기본을 닦을 수 있다. 대부분 부모와 교사는 일기를 매일 해야 하는 숙제인 것처럼 가르친다. 일기는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자기 글을 쓰는 경험인 만큼, 일기를 과제의 의미에 맞춰 무조건 써야(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줘선 안 된다. 이러면 아이들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제와 별로 다를 바 없는 붕어빵 일기를 쓴다.

 

글이란 자신의 내부에 들어있는 것을 쏟아놓는 작업이다. 그래서 머릿속에 다양하고 좋은 생각이 많이 들어있는 사람은 좋은 글을 쓰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쩔쩔매게 된다. 글 쓰는 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글쓰기 훈련법으로 일기 쓰기를 제안한다. 하루 30분씩 일기를 쓸 것. 글쓰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람에게 밥보다 일기를 권한다. 누군가는 먹고 살기 바쁜데 일기를 써야 하나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생각 속엔 어렸을 때부터 형성된 일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들어 있다. 틀을 만들어 놓은 일기장은 우리 생각을 틀 속에 가두어 버린다. 밥보다 일기는 일기가 귀찮은 글쓰기의 대명사가 된 이유를 알려준다. 흔히 일기는 반성하는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일기는 말 그대로 하루의 기록이므로 좋았던 일, 슬펐던 일, 화났던 일 등을 솔직하게 쓰면 된다. 매일 똑같은 방식으로 일기를 쓰는 것은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다. 따라서 다양한 주제나 방식으로 일기를 쓸 수 있다. 하루의 일과를 소설 형식으로 써보거나 1인칭(‘’)이 아닌 상대방의 시점으로 일기를 써본다. 잠자기 직전에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 잠잘 시간에 졸음과 싸우면서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써야 한다. 일기장이 아니어도 좋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노트에 기록해도 된다. 글이든 일기든 뭐든 빨리 쓰고 싶으면 뭘 쓸지 미리 생각하고, 그걸 노트에 기록한다.

 

어떤 주제를 놓고 글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주제에 대한 사전 경험이 없으면 훌륭한 글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사전 경험은 대부분 일기로부터 온다. 이처럼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글쓰기는 독립된 행위가 아니라 일기 쓰기와 밀접하게 연결된 일련의 행위다. 일기 쓰기를 가볍게 생각하면서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기본적인 입력도 하지 않고 출력을 시도하는 것과 다름없다. 간혹 어렸을 때 쓴 일기장을 폐기물 처리하듯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어른이 되어서 기억할 과거가 없는 것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 일기장에 남아 있는 과거의 내 모습은 어른의 눈에는 창피하고 가치가 없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한 번씩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귀중한 추억 보관함이다. 우리는 과거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가능한 세상을 꿈꾼다. 타임머신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펜과 일기장,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쓰려는 진심, 이 세 가지만 있으면 타임머신을 만들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있었던 일을 기록한 일기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 된다. 한 개인의 역사로 일기장만 한 게 또 무엇이 있을까. 괴발개발 썼더라도, 창피한 내용이 담겨 있더라도 제 손으로 쓴 제 삶의 기록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기억할 수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다.

 

 

 

[] 메이슨 커리, 강주헌 옮김, 리추얼, 책읽는수요일, 2014,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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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1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보다 일기> 리뷰를 쓸까 하고 있었는데, 와, 되게 기죽네요;;

cyrus 2019-01-15 07:09   좋아요 0 | URL
syo님이 평소처럼 쓰던 대로 쓰면 되죠. syo님이라면 이 책을 재미있게 소개하실 것 같아요. ^^

2019-01-14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5 0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1-14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책 중 가장 재밌게 읽은 책 같아.
물론 항상 재밌게 쓰시긴 하지만.
네 얘기 나온 거 알고 진짜 많이 웃었다.
책으로 이렇게 웃길 수 있구나.
뭔가 희망을 보는 것 같더군.ㅋ
오늘 일기는 뭘로 쓸까 미리 생각하고 쓰라는 말에 동감이야.
그거 생각 안하고 쓰면 뭘 쓸까 정말 막막하지.

마태님이 지난 주말 우리 집과 비교적 가까운 모처에서
강연회를 가지셨다는데 못 갔다.

cyrus 2019-01-15 07:38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이 저와의 첫 만남을 기억해주셔서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과거에 썼던 책을 가져와서 마태우스님이 많이 당황하셨을 거예요. 다음에 그 분 강연에 가게 되면 근래에 나온 책을 가져와서 사인을 받아야겠어요. ^^

마태우스님이 일기를 쓰는 방식이 제가 글 쓰는 방식과 조금 닮았어요. 저도 미리 뭐 써야할지 생각해놓고 쓰거든요. 가끔은 생각나는 대로 바로 글을 쓸 때도 있지만, 아무래도 저는 생각한 것들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나서 글을 쓰는 방식이 편해요.

잭와일드 2019-01-1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뜻 쉬운것 같으면서도 꾸준히 지켜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게 일기쓰기인것 같아요.

cyrus 2019-01-15 07:41   좋아요 0 | URL
평소 재미있어서 자주 즐겨하던 것도 가끔 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일기쓰기나 글쓰기도 그런 것 같아요. 계속 잘 쓰다가 어느 순간 쓰고 싶지 않는 날이 와요. 그럴 땐 안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

페크pek0501 2019-01-15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매일 일기를 쓰지 않고 며칠에 한 번씩 쓰는데 며칠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것도 쓰고 한 칸 띄우고 오늘의 기분에 대해서 쓰기도 하고 한 칸 띄우고 미세먼지에 대해서 또는 내가 본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서 쓰는데요. 한 칸 띄우는 것은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는 뜻이니 한꺼번에 여러 날의 일기를 쓰는 거라고 할 수도 있어요. 기록하는 일은 신기한 힘이 있는 듯해요. 일기를 쓰고 나면 마음속에 뒤죽박죽인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같고 앞으로 할일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되는 것도 같고 그래요. 특히 기분이 안 좋을 땐 기분 전환이 되어 좋은 것 같더라고요. 블로그에 쓰는 글과 달리 잘 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일기의 장점인 듯싶습니다.

cyrus 2019-01-16 08:20   좋아요 1 | URL
<밥보다 일기>에 블로그에 일기 쓰는 것과 일기장에 글을 쓰는 것을 비교한 내용이 있어요. 마태우스님은 이 책에서 일기장 글쓰기의 장점을 많이 강조했어요. 블로그 일기를 ‘전체 공개’로 하면 모든 사람들이 그 일기를 볼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자신의 글에 관심을 가지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자신을 포장하면서 글을 쓰려는 욕구가 더 강해져요. 이게 마태우스님이 지적한 블로그 글쓰기의 단점입니다. 저도 블로그 활동을 오래 하면서 나 자신을 과대 포장하면서 글을 쓴 적이 있어서 마태우스님의 말씀에 공감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곳, 알라딘 블로그에는 일기 형식의 글을 잘 쓰지 않아요. 이 글을 보는 분들이 제가 평소에 어떻게 지내지 궁금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일기를 안 써요. ^^
 
뼈들이 노래한다 -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숀 탠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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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는 사실 알고 보면 잔혹하고 무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그림 형제(Jakob Grimm, Wilhelm Grimm)헨젤과 그레텔은 굶주림에 지친 부모가 자녀를 숲속에 갖다 버린, 당시 유럽에서 비일비재했던 실화를 기초로 하고 있다. 18세기 말 독일에서 태어난 야곱과 빌헬름 그림은 입으로 전해지던 민담과 설화를 채집해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날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을 내놓았다. 책 제목에 있는 이야기는 독일어로 메르헨(Mrchen)이라고 한다. 이것이 전 세계 어린이들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그림 동화의 출발이다. 이 초판본에서 전체 줄거리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근친상간이나 살해, 성적인 묘사 등이 있어서 어른들조차도 읽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그림 형제는 18577판을 낼 때까지 잔혹한 내용을 여러 차례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호주 출신의 미술가, 삽화가 숀 탠(Shaun Tan)은 오랜 세월 살아남은 그림 형제의 메르헨에 색과 형태를 붙였다. 숀 탠은 종이 반죽과 점토로 중심 뼈대를 잡은 뒤 아크릴 물감, 밀랍, 구두약 등 다양한 채색 도구를 활용해 동화 속 인물과 장면을 조각으로 구현했다. 75개의 조각품으로 빚어낸 그림 형제의 메르헨을 모은 뼈들이 노래한다는 열여섯 살부터 공포소설과 환상소설에 삽화를 그린 경험을 살린 책이다. 동화 속 한 장면을 인용한 텍스트와 숀 탠의 조각 작품을 책 좌우에 배치되어 있어서 독자는 이야기와 조각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읽은 빨간 모자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빨간 모자를 쓴 어린 소녀가 생각난다. 숀 탠은 늑대와 첫 대면을 한 빨간 모자를 표현했는데, 빨간 모자보다 더 크게 만들어진 늑대는 흉악한 모습은 아니지만, 원작에 묘사한 것보다 더 위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숀 탠이 묘사한 백설 공주의 왕비는 의붓딸에 향한 질투와 증오를 얼굴로 뿜어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빨간색은 위험 신호이다. 왕비의 뾰족한 턱과 이빨, 그리고 가시처럼 돋친 왕관(하늘을 찌를 듯한 뾰족한 지붕이 특징인 중세 고딕 양식의 건물이 연상된다) 백설 공주에 대한 공격성을 상징한다.

 

 

사실 손 탠의 조각 작품들은 잔혹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몇몇 작품은 음산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하다. 이야기를 조각 작품으로 빚어낸 시도는 좋았으나 뼈들이 노래한다에 소개된 이야기 대부분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내용이라서 상당한 거리감을 느낀다. 그러니까 아무리 훌륭한 조각 작품을 만들었어도 그 작품 속에 함축된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제작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책 뒤에 75편의 이야기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 있지만, 원작보다 더 짧아진 내용만 가지고는 이야기의 참맛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이야기의 줄거리를 책 뒤편에 배치하는 편집 방식은 이야기와 조각 작품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된다. 차라리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만 골라서 조각 작품을 만들고, 완전한 형태의 텍스트를 곁들어 편집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백설 공주를 비롯한 몇몇 숀 탠의 조각 작품은 원작의 전형 속에 갇혀 있다. 뼈들이 노래한다는 이미 익숙한 동화의 세계들을 입체로 구현한 수준에 그쳐 있다. 전혀 낯설지 않다. 4점 이상의 평점을 받을만한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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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14 15:09   좋아요 0 | URL
이 책에 나온 조각품을 실제로 보면 색다른 느낌이 들 거예요. 그런데 종이책으로 조각품을 보니까 삽화를 보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어요. ^^;;

2019-01-14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14 16:25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검색해보니까 <오싹오싹 당근>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이군요. 그런데 2013년에 나온 책인데 품절되었네요... ^^;; 지금도 애들이 봐도 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어두운 그림책, 동화책이 나오고 있어요.

2019-01-14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14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