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공부할 때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역사가 반복된다는 믿음이다. 반복될 수가 없다. 실제로 역사가 그렇게 진행된다면 역사가들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예측하게 된다. 역사가들이 지난 경험을 아무리 잘 알아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지난 역사 경험을 들여다보면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고 사회는 대개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수준이다. 그러니까 역사는 예측하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 해석을 할 뿐이다.

 

역사에 어떤 명확한 방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공식적인 과거라는 틀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인류 각자는 특정한 경제 정치 질서에 의해 지배받는 세계 속으로 태어난다. 그 결과, 인류는 태어날 때부터 접한 주변의 현실을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지금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유일하게 가능하고 우월한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유럽인들은 먼 옛날부터 자신들만이 가진 합리성과 과학기술 등 특유의 능력으로 인류역사를 이끌어 오고, ‘세계의 중심역할을 해왔다고 믿었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손아귀에 잡힌 유럽 학자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이 유럽의 방식을 습득하여 근대화로 향하는 열차에 뒤늦게 탑승했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부터 유발 하라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가 쓴 사피엔스는 인류가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과정을 되짚어간다. 유발 하라리는 이 책을 통해 인류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됐는지, 역사의 심층적 구조를 체계적으로 증명한다. 하지만 그도 기존 세계사 해석을 지배한 유럽중심주의 장벽을 완전히 넘어서지 못했다.

 

유발 하라리는 인류 역사의 경로를 결정지은 세 가지 중요한 사건으로 인지 혁명과 농업 혁명, 과학 혁명을 꼽았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눈여겨 본 사건은 과학혁명이다. 과학, 자본주의 그리고 제국주의, 이 세 가지 요소가 자본주의를 움직이게 한 엔진으로 봤다. 다시 말하자면,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제국의 확장과 과학의 발견 덕분이라는 것이다. 즉 근대 과학의 발달이 유럽 제국의 성장과 함께 진행되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유발 하라리는 근대 과학이 고대 그리스, 중국, 이슬람 등 고대 과학 전통에 빚을 진다는 점을 밝혔지만, 근대 과학 발전에 이바지한 세력은 유럽 제국을 지배한 지적 엘리트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유럽 제국의 엘리트들이 피지배 민족을 지배하는 동안 이들에게 진보의 혜택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한다. 유발 하라리는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제국이 발달하는 과정을 하나의 주기로 만들어서 정리했다.

 

 

작은 집단이 큰 제국을 건설한다 제국 문화 구축 제국 문화가 피지배 민족에게 받아들여진다 피지배 민족이 공통의 제국적 가치의 이름으로 동일한 지위를 요구한다 제국을 설립한 자들이 지배력을 잃는다 피지배 민족이 스스로 채택한(받아들인) 제국 문화를 계속 발전시킨다. (사피엔스290)

 

 

그의 주장에 대해서 유럽중심주의 역사관에 반기를 든 학자들이 반박할 수 있다. 유럽 제국주의자들이 근대화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피지배 민족의 침략과 억압을 정당화한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발전과 안전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비판을 예상했다. 그 또한 비판점을 이해했다. 그가 제국주의자들이 주도한 과학혁명의 어두운 그늘을 쿨하게 인정하고 심도 있게 비판했더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억지스러운 논리를 내세워가면서 자신의 주장을 보호하려고 애쓴다. 피지배 민족들이 서구가 물려준 지적 유산을 자신의 필요에 맞춰서 변형해왔으니 과학혁명을 이끈 유럽 제국주의자들에게 선과 악으로 간단하게 딱지를 붙여가면서 평가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유발 하라리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유럽 제국주의자들의 세계 지배를 정당화하는 꼴이 된다. 유발 하라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제국주의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유발 하라리는 분명히 유럽중심주의 역사관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오래된 역사의 손아귀에 잡혀있었기 때문에 그런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우리 또한 알게 모르게 유럽 학자들이 발명한 유럽중심주의에 세뇌당하고 있다. 비유럽 관점에 벗어난 시각으로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면 유발 하라리의 주장의 허점이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이미 안드레 군더 프랑크, 로버트 B. 마르크스 등 여러 학자들이 세계적 관점(global view)으로 유럽중심주의가 왜 신화이자 허구인지 조목조목 비판했다. 안드레 군더 프랑크는 유럽인들이 금과 은을 확보하면서부터 세계의 주도권을 갖기 시작했고, 19세기에 들어서자 드디어 식민지까지 가지게 되는 대박을 터뜨렸다고 주장한다. 유럽인들이 대박을 터뜨리기 전에는 아시아가 세계무대의 중심이었다. 로버트 B. 마르크스 역시 프랑크의 주장과 동일하다. 서양이 동양을 앞선 것은 겨우 200여 년 전의 일이다. 인도, 중국은 1400년대만 해도 유럽보다 월등한 경제 수준을 유지했고, 유럽이 이들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일 뿐이다. 유럽의 땅에는 석탄이 많이 매장되었고, 이를 통해 산업기술 능력을 확보하여 산업혁명을 이룰 수 있었다. 여기에 탄력받은 유럽은 고귀한 제국주의자로 변신하여 한순간에 동양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비유럽중심주의 역사관은 세계사의 정전(正典)에 억눌린 자들의 시선으로 전복하려 한다는 점에서 인정받을 만하나, 지구의 새로운 주인으로 아시아나 제3세계를 주목하고 예측하는 주장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나 또한 서양이 아닌 국가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역사가들의 낙관을 완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역사를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학문이 아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최고의 책이라는 호들갑스러운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 의아스럽다. 그 책 속에 제국주의자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었던 논리의 흔적이 남아 있음에도 이를 문제 삼은 학자나 서평을 보기가 어렵다. 사실 일본의 식민 제국주의를 겪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국은 불편하고 논란이 많은 주제다. 서양 헤게모니를 진리처럼 떠받드는 자세를 경계하고, 낯선 관점에서 역사를 다시 읽는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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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3-10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많이 읽는 모양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오늘 바람불고 날이 많이 추웠습니다.
cyrus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16-03-10 20:49   좋아요 1 | URL
제가 사는 지역이 남부라서 그런지 바람이 차도, 많이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저녁에는 진짜 추웠습니다. 제발 이번 주 추위가 마지막 꽃샘추위였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

시이소오 2016-03-10 2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마치 영국의 인도 지배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 저도 좀 거슬리긴 했습니다. 고진의 구분에 따르면 하라리가 말한 제국은 엄격히 따지면 제국주의겠죠.
인도같은 경우엔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보다 카스트제도에 대한 반감이 크지 않았을까 해석되네요. 왜냐하면 하라리는 역사의 필연성을 거부하고 있거든요. 호모사피엔스는 다른 종들을 멸종사켜왔고 과학혁명기에 강대국과 가진자들은 약소국과 없는자들을 착취해왔으며 이제 사피엔스는 자신들마저 멸절시킬 위기에 봉착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라고 이해했거든요.
아무튼 날카로운 지적이십니다^^

cyrus 2016-03-10 23:11   좋아요 1 | URL
시이소오님이 《사피엔스》의 내용을 이해한 점은 저와 비슷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과학혁명을 설명하는 부분이 조금 걸리긴 합니다. 저자가 애매하게 주장만 하지 않았으면 별점 네 개, 다섯 개를 부여했었을 겁니다.

 《사피엔스》를 읽었거나 독자서평을 남긴 분 중에 저의 해석에 대한 비판을 해주길 은근히 바랐는데, 반응이 저조하네요. 내일 다시 《사피엔스》를 읽어보면서 제가 쓴 글을 재검토해봐야겠습니다. 책을 읽으신 분 중 유일하게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빨강앙마 2016-03-1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 님 남부쪽이시군요..오호~ 어디신진 모르지만..저도 따닷한 이 아래쪽인지라 반갑네요^^
이 책 제목은 들어봤는데..흠.. 과연 읽고 제가 이해를 할 수 있을지 엄두가 안나네요^^

cyrus 2016-03-11 17:30   좋아요 0 | URL
제가 어디 사는지 알면 깜짝 놀랄걸요. 힌트를 살짝 알려드리자면, 제가 사는 곳이 그네공주님을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입니다.

어려운 내용은 없습니다. 인류 초기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예요. ^^

페크pek0501 2016-03-1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역사에 관한 책만 본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읽게 되지 않네요.
요즘은 다른 분야에 관심 있어요.
언젠가는 역사에 꼭 도전해 볼 테예요.

긴 페이퍼인 줄 알고 글자를 크게 확대해 읽었는데 금방 읽었네요.
술술 읽혀서인가, 하고 생각했네요. ㅋ


cyrus 2016-03-11 17:33   좋아요 0 | URL
페크님. 제가 요즘 A4 용지 1장 반 정도로 글의 분량을 잡고 쓰는 중입니다. 몇 년 전에 쓴 제가 썼던 글들과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겁니다. 최근에 서평대회 참여하려고 열심히 글 한 편 썼는데 그건 분량이 A4 용지 2장 채웠습니다. 예전에는 2장 반까지 쓴 적이 많았습니다. ^^

간서치 2016-03-11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지 않은 분야의책을.. 많이 읽으시는 님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한권 더 늘었네요.. 아.. 이 편식쟁이에 게으름쟁이가 반성을 또 하네요 ㅋㅋ

cyrus 2016-03-12 12:03   좋아요 0 | URL
저도 편식 독서가 심합니다. 호기심이 너무 많아서 한 분야의 책들을 깊이 읽지 못한 상태입니다. ^^

책한엄마 2016-03-12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다시 cyrus님 글 읽어야 겠어요.제 여덟단어 책 리뷰가 페이퍼로 되어 어쩔 수 없이 다시 글을 썼어요.그래서 예전 글을 지워 귀한 cyrus님 글이 지워졌어요.죄송합니다.ㅠㅠ

cyrus 2016-03-12 12:05   좋아요 1 | URL
사과하지 않아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

《사피엔스》 읽어보고, 제 글의 논리가 허점이 있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댓글로 알려주세요.

단발머리 2016-03-12 1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지금 방금 cyrus님 답글에 답글달고 왔어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네요.ㅎㅎㅎ

궁금한 점이 있어요. 제가 지금 책이 없어서....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거든요. 정확히 확인이 안 되는 점을 이해해 주세요.

1. 근대에서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이유와 배경에 대한 것과 대제국의 건설에 대한 부분은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저는, 그렇게 이해했어요. 지금 책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는대요....

유럽이 과학과 자본주의 그리고 제국주의를 통해 세계 제패가 가능했다고 보는 견해에 대해서는 다양한 판단이 있을 수 있지만, 대제국의 설립 및 건설 부분은 로마 혹은 페르시아 제국등의 다른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봤어요. 유럽의 경우도 하나의 예가 될수는 있지만 두 가지가 직접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는 느슨하게 봤거든요.

2. 저는 유럽의 세계 제패에 대해서는 이 부분에 밑줄을 그었어요.

˝유럽인들이 이례적인 점은 탐험과 정복의 야망이 어느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이 탐욕스러웠다는 데 있다.˝

제가 보고 싶은 부분이 더 크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저는 돈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 자본주의에 대한 맹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무한대의 탐욕이 유럽인의 세계 제패를 가능하게 한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보았거든요. 그들의 체제보다는 그들의 욕망이요.



cyrus 2016-03-12 13:32   좋아요 1 | URL
저도 《사피엔스》를 도서관에서 읽었던 터라 일단 제가 따로 메모한 내용을 근거로 설명하겠습니다. 잘못되었거나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1. 유발 하라리의 관점(`제국의 주기`)대로 고대 로마 제국와 페르시아 제국의 등장과 전성기를 해석하면 피지배 민족보다 우월한 제국문화의 형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유럽 또한 제국의 주기 사이클에 따라서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고 설명합니다.

 * 키루스는 전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이것은 모든 사람을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페르시아인들은 ˝우리가 너희를 정복하는 것은 너희를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키루스는 복속당한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기를 바랐으며, 페르시아의 신민이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기를 원했다. (280쪽)

* 근대 유럽인들은 지구의 많은 지역을 정복하면서 우월한 서구 문화를 전파한다는 것을 구실로 삼았다. 이들은 워낙 성공했기에,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그 문화의 상당 부분을 점차 받아들였다. 20세기에 서구의 가치를 받아들인 지역의 집단들은 바로 이런 가치의 이름 아래 유럽 정복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했다. 수많은 반식민지 투쟁이 민족자결, 사회주의, 인권의 기치 아래 벌어졌다. 이런 가치들은 서구의 유산이다. 오늘날 인도, 아프리카, 중국 사람들은 예전에 자신들을 지배했던 서구 군주의 제국 문화에서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의 필요와 전통에 맞춰 변형시키려 노력해왔다. (289~290쪽)

저는 이 내용에서 유럽중심주의 역사관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단발머리님의 생각과 다르게 대제국의 건설 과정과 유럽이 세계를 재패하는 과정을 연관성이 있다고 해석습니다.

2. 로버트 B. 마르크스의 책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에 보면 유럽이 야망을 크게 가진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1400년대에 유럽의 세력은 미미했습니다. 이 시기 무역업에 적극적이었던 나라가 오스만 제국과 아프리카에 위치한 제국들이었습니다. 특히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했을 때 유럽은 무역로가 막혀버렸습니다. 유럽 입장에서는 세계의 주류에 뒤처질 뻔한 위기의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정복에 대한 욕망이 크게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alummii 2016-03-25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cyrus 님의 날카로운 리뷰를 좋아합니다 ㅎㅎ

cyrus 2016-06-21 19:42   좋아요 1 | URL
댓글 지금 확인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훌라댄서 2016-06-21 0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동의합니다. 재미는 있었지만 참으로 불편하고 힘든 책이었어요.

cyrus 2016-06-21 19:43   좋아요 1 | URL
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서평이 많이 나오길 바랐는데 생각보다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북프리쿠키 2016-07-17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독서모임 선정책인데 다 읽고 제가 어떤식으로 토론할지 기대됩니다!!

cyrus 2016-07-17 12:30   좋아요 1 | URL
토론할 때 나온 내용들을 소개해주시면 읽어보겠습니다. ^^

아찌언니 2017-06-06 0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또한 정의란 무엇인가는 읽지 않았습니다 한때 글로벌트랜드였던 마이클센더스 그리고 김영사의 치밀하고얕밉기까지했던마케팅 이둘다 싫어서요ㅋ 유발 하발리 테드영상 보면서 책을 읽을지 말지 하다 마치 웅변대회나고 말쏨씨 뽑내는 모냥새가 싫어 읽지않기로다짐했고 여태까지 지키고 있네요 그 약속ㅋ 다들찬양하는 이 작가 저는 글쓴이가 언급한것처럼 유럽중심사고방식가진그냥 백인우월주의사상을기베이스로깔고 양념해놓은 책 싫증나고 가증스러워서 안읽잘햇다고 생각햇네요 글이 너무 신박하고 산란하고 까는 포인트들이 아주 좋습니다 ^^

cyrus 2017-06-07 08:39   좋아요 1 | URL
《사피엔스》에 유럽중심주의의 흔적이 남아 있어도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가 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본다면 문제가 없어요. 비판적인 독서가 가능해요. ^^
 
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한 권의 책만 읽고 ‘최고의 책’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기에 이릅니다. 저자가 과학혁명을 설명하는 주장은 유럽중심주의 역사관을 탈피하는 역사가들에게 비판 받을 수 있습니다. 안드레 군더 프랑크, 로버트 B. 마르크스의 책을 읽어보면 유럽이 세계의 주인으로 완전하게 자리 잡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주장은 역사를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 책 350쪽에 《립 밴 윙클》의 작가를 ‘어빙스턴’이라고 잘못 썼다. 워싱턴 어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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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03-10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행 땜에 큰 기대로 중요한 순간 읽으려고 아끼고 있는 책인데... ㅠㅠ

cyrus 2016-03-10 20:32   좋아요 0 | URL
충분히 일독할만한 책입니다. 아예 안 읽어도 되는 책은 아닙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3-1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려고 마음만 먹고 있는 책입니다ㅎ

cyrus 2016-03-11 08:04   좋아요 1 | URL
시간 있을 때 천천히 읽어보세요. ^^
 

               

 

 

            

 

 

도원경 - 난 인형이 아니예요

 

 

 

고대 로마인들은 쾌락을 열정적으로 추구했다. 유럽 전역을 지배하는 로마제국의 시민이라는 자부심을 만끽이라도 하듯 로마인들은 더 강도 높은 쾌락 문화에 빠져들었다. 그렇지만 여자는 예외였다. 여성의 몸은 남성들의 사회적 지위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로마의 일인자》를 읽어 보면 당시 사회 인식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마리우스는 집정관 자리에 오를 기회를 잡기 위해 첫 번째 부인 그라니아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그라니아는 수십 년 동안 남편에게 애정을 받지 못한 비운의 여인이다. 냉정한 남편의 부탁에 그라니아는 모욕감을 느끼지만, 남편의 정치적 야심을 이해하고 그를 포기한다.

 

 

 

 

 

 

 

 

 

 

 

 

 

 

 

 

 

마리우스와 그라비아는 25년 동안 섹스리스 부부로 살아왔다. 그녀는 ‘아이를 원해서’ 마리우스에게 다가갔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고대 로마의 부부들은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 섹스를 했다. 부부 사이에 친밀한 에로티시즘이 공유되지 않았다. 《로마의 일인자》 1권에 술라와 율릴라의 첫날밤 장면이 나온다. 훗날 로마의 일인자가 될 사람이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지 궁금한 독자들이 있을 거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라. 작가는 싱거울 정도로 두 사람이 섹스하는 장면을 야하게 묘사하지 않았다. 마치 엄숙한 분위기 속에 부부만의 종교의식을 보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 술라는 율릴라에게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고 있어도 실제 로마 남편들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부부가 서로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하려면 전희(前戱) 시간을 갖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여성의 경우 전희 과정을 거쳐 서서히 성적 자극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마인들이 믿는 성적 금기 중 하나가 남편은 아내에게 커닐링구스(cunnilingus)를 하지 않게 되어 있다. 작가 컬린 매컬로가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첫날밤 장면을 상상했는지 아니면 일부러 관능성이 떨어지도록 썼는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술라는 커닐링구스를 시도하지 않았다.

 

 

 

 

 

사진 : 드루수스의 저택 내부도 (로마의 일인자 2213)

 

    

주인의 침실이 두 개나 있다. 침실을 많이 만든 이유가 있다. 이게 다 집의 주인인 남편의 성적 만족감을 높여주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로마 남자들은 자신의 쾌락을 충족하기 위해서 이상한 기준을 내세웠다. 아내에게는 정숙한 섹스를 요구하는 반면에 첩이나 여자 노예를 거리낌 없이 품어 안았다. 남편은 아내보다 개인 침실을 여러 개 가질 수 있었다. 침실의 목적은 애인과 여자 노예들을 만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황제의 후계자로 지명될 뻔한 어느 로마인이 아내로부터 바람기에 지적받자 변명을 했다. “다른 여자들과 욕망을 발산하게 내버려두라. 아내의 동의어는 쾌락이 아니라 품위다.” (《고대 로마인의 성과 사랑》 93쪽)  여자들은 태어나서면서 죽을 때까지 늘 정숙하게 행동하면서 다녀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원해도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했다. 아버지가 고른 신랑감을 만나야 했다. 소설에 나오는 로마 유행가에 보면 가장의 절대적인 권한 속에 갇힌 로마 여성들의 현실을 알 수 있다.

 

 

나의 여동생 피기 필러
방앗간 구스와 같이 있다 들켰어.
방앗간 탑 밑에
여동생의 꽃이 짓눌렸지.
아버지 말씀, 그만 됐다.
벌써 당한 게 뻔하구나.
어서 당장 시집가거라.
안 그럼 궁둥짝이 회초리맛을 보리라!

 

(《로마의 일인자 1》 364쪽)

 

 


고대 로마의 결혼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손 있는 결혼식’인데, 신랑은 신부의 결혼 지참금을 포함한 전 재산을 소유할 수 있다. 반대로 ‘손 없는 결혼식’은 신부의 재산을 인정해주었다. 단, 신부는 친정아버지의 통제에 벗어나지 못한다. ‘손 있는 결혼’을 한 아내가 외간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가 남편에게 적발되면 일종의 명예 살인으로 남편이 아내를 죽일 수 있었다. ‘손 없는 결혼’을 한 아내가 바람을 피우면 남편은 그녀를 죽일 권한이 없다.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친정아버지다. 로마 사회는 간통을 저지른 여자를 범죄자 정도로 취급한다.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다. 특히 명예를 중요시하는 상류 계층 가문의 여성이 결혼하기 전에 남자와 몰래 연애한다거나 결혼 생활 중에 바람피운 사실이 알려지면 가족들마저 그녀를 손가락질하고 무시했다. 《로마의 일인자》의 율릴라가 실존 인물이었으면, 그녀는 아버지의 손에서 일찍 생을 마감했다. 율릴라는 자신의 애틋한 감정을 담아 술라에게 풀잎관을 주게 되는데, 이 사실이 안 그녀의 부모는 크게 분노한다. 로마 여자는 결혼해도 아버지의 그늘에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술라와의 첫날밤을 보내고 난 뒤에 내뱉은 율릴라의 하소연처럼 로마 여자는 아버지의 그늘에 잠깐 벗어나 남편의 그늘 속으로 편입되면서 살아야 했다. 아버지와 남편 손이 이끄는 대로 제한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섹스 돌(sex doll)'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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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퍼센트 인간 -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로 보는 미생물의 과학
앨러나 콜렌 지음,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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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잇몸이 심하게 아플 때가 있다. 대부분 사람은 가벼운 통증으로 생각하면서 참는다. 그런데 치통이 하루 이틀 이상 계속된다면 증상의 원인을 의심해봐야 한다. 치주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치주염 환자가 겪는 고통은 우리와 생각한 것 상상 이상이다. 최소 10분 이상 지속하는 진통이 하루에 세 번 이상 일어난다고 상상해보시라. 엄청 고통스러워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치주염은 치아와 잇몸 사이 경계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심하면 치아가 많이 흔들려서 음식물을 씹을 때 힘을 주지 못한다. 치아 관리가 허술할수록 뇌졸중이나 치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입안에 있는 세균들은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를 만나 치석으로 변한다. 그 속에 있는 세균들이 치주염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세균들은 잇몸 속 혈관으로 침투해 몸 구석구석에 위협을 가한다. 심하면 관절염,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 치주염은 단순한 치과 질환이 아니다.

 

우린 건강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잘 먹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는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틀리지 않은 믿음이다. 영양분 많은 음식을 섭취해서 몸을 활발하게 움직일수록 면역 체계가 높아져서 병을 유발하는 세균이 몸속에 침투하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고 놓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세균이 몸속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기만 하면 건강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1초의 순간에 적지 않은 수의 세균들이 코와 입속으로 들어간다. 그들 중 일부는 몸속 환경에 적응해서 정착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에 엄청나게 많은 세균이 장기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이 중에 못된 녀석이 말썽 한 번 일으켜서 우릴 집요하게 괴롭힌다.

 

생물학자 앨러나 콜렌은 인간과 체내 미생물의 동거 상태를 ‘10퍼센트 인간(10% Human)’이라고 표현했다. 청결에 강박관념이 있는 결벽증 환자들에게 상당히 애석한 말이지만, 자주 손을 씻는다고 해서 절대로 세균이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신체 부위 또는 몸속 내부기관에 당신이 혐오하는 세균들이 득시글하다. 우리는 10퍼센트 인간이다. 나머지 90퍼센트는 인간의 몸 전체에 거주하는 세균 즉, 미생물로 구성되어 있다. 박테리아, 곰팡이, 기생충 등이 현재 우리 몸속에 거주 중인 가장 작은 거주자들이다. 콜렌은 자신의 책에 미생물에 곰팡이, 기생충도 포함해서 설명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세균 대신에 미생물이라는 단어를 쓰기로 하겠다. 우리는 그동안 미생물을 오해하면서 살아왔다. 미생물이 지구 상 생물 중에서 가장 하등에 속하며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 체류자로 인식한다. 서민 교수처럼 미생물을 사랑하는 미생물학자가 있었더라면 몸속 미생물들을 강제로 추방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앨러나 콜렌이야말로 미생물학계의 서민 교수 같은 존재다. 악의 한 축으로만 바라보던 미생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지우려고 한다. 다만 그녀는 서민 교수처럼 재미있게 글 쓰는 스타일이 아니다. 서민 교수 팬들은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콜렌은 인간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여태껏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미생물의 실체를 밝혀내려고 미생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녀가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것이 ‘21세기형 질병’이다. 이전 세기에 없었던 새로운 질병(비만, 자폐증, 음식 알레르기 등)을 의미한다. 이 질병들은 의학자들이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의 힘을 무력화한다. 콜렌은 항생제의 등장으로 몸속 미생물 절반이 사라지는 바람에 건강의 적신호가 생겼을 것이라 본다. 인간의 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들의 무게를 재면 15kg가 나온다.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는 장에 거주하는 유익한 박테리아다. 비만과 제2형 당뇨병과 같은 대사질환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준다. 이 박테리아의 수가 감소하면 비만에 걸리기 쉽다. 대변 속에 있는 4,000여 종의 박테리아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콜렌은 대변의 박테리아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대변에 있던 좋은 미생물을 자신의 장에 주입하는 치료법을 구상 중에 있다.

 

인간의 몸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거쳐 간다. 그런데도 이들을 불결하게 여기는 인식 탓에 항생제 같은 각종 치료제를 몸속에 대량 투여했다. 이러면 우리 몸에 이로운 미생물마저 쫓겨난다. 신약이 계속 나와도 이전에 없었던 질병들이 발현돼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콜렌은 인간은 미생물과 함께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100%에 가까운 완벽한 건강’에 대한 집착은 90% 미생물들을 화나게 할 수 있다. 그들이 몸 밖으로 나가면 우리는 새로운 질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무게나 부피가 작을지 몰라도 그들은 오랫동안 우리를 지배한 직소(Jigsaw) 같은 존재다. 우리는 미생물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인간의 생존 전략을 밝혀 줄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우리는 그 열쇠를 찾기 위해 10%의 미생물이 주는 의학적 신호를 무시해선 안 된다.

 

 

 


※ 책 중간에 컬러 사진들이 배치되어 있다. 책 160쪽과 161쪽 사이에 천연두 환자가 있는 사진과 기생충에 감염되어 기형 다리를 가진 개구리 사진이 있다. 독자들에게 다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사진이므로 이 책을 고르거나 읽을 때 유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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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3-09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미생물이 하나 있어요 ^^.

효모~~ ㅎㅎㅎㅎ
요놈이 알콜을 만들어 내거든요..
주신을 만나게 해주는 아주 좋아하는 녀석이죠~~~..

사랑해 효!~~모!

cyrus 2016-03-10 18:47   좋아요 0 | URL
쌀 막걸리 병 밑에 보면 하얀 덩어리가 가라 앉아 있습니다. 그게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소주보다 막걸리를 선호합니다. 그걸 핑계로 막걸리를 몇 병 더 마시고 싶은 부질없는 욕심도 생깁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6-03-09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박테리아, 바이러스와 달리 서민 교수님의 기생충은 미생물로 분류하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ㅎ
2. 인류 수명 연장의 의학 최고 공신은 외과, 내과 등이 아닌 치과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결국 잘 먹어야 오래 사는 거 같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는 전제예요. ^^

cyrus 2016-03-10 18:5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은 책에 기생충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기생충도 미생물류에 포함시켜서 설명했습니다.

지금도 치아 상태 안 좋은 사람들이 엄청 많을걸요. 아주 오래 전 사람들도 치통에 고생했다고 합니다. ^^

yamoo 2016-03-09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주염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나저나 어마어마하게 읽네요~ 사이러스 님이 안 읽으시는 분야는 뭔지 궁금합니다~^^;;

cyrus 2016-03-10 18:51   좋아요 0 | URL
제가 안 읽는 분야의 책이 많습니다. 한국소설, 한국 작가 에세이, 종교, 장르문학, 경제 분야의 책을 잘 안 읽습니다. ^^
 

 

 

배고픈 당나귀가 길을 걷다가 맛있어 보이는 건초 더미를 발견했다. 그쪽으로 발걸음으로 옮기는 순간, 그 옆에 있는 다른 건초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이것도 맛있어 보이는군.’ 당나귀는 두 개의 건초 더미 모두 맛있어 보였다.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 건초가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고, 오른쪽으로 가면 왼쪽이 먹고 싶어졌다. 밤새도록 갈팡질팡하던 당나귀는 굶어 죽고 말았다. 그는 건초 한 개도 입에 대지 못했다. 자기 앞에 놓인 두 개의 건초 더미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나은지 줄곧 고민하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당나귀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이 우화는 뷔리당의 당나귀(Buridan’s ass)’로 알려졌다.

 

당나귀가 말해주듯 때때로 선택의 자유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거나 개인의 삶을 좀 더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당나귀는 다른 건초 더미를 배제하고 어떤 한 건초 더미를 선택할 충분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는 순간 자신의 선택은 오직 부분적으로만 정당화될 뿐이었다. 어떤 것을 선택했다고 해서 선택하지 않고 남겨진 것이 곧바로 하찮은 것이 되어버리는 것도 아니다. 당나귀는 미련하고 욕심이 너무 많다. 우리 또한 당나귀처럼 무언가의 결정을 눈앞에 두고 우왕좌왕하는 우매한 모습을 드러낸다. 뷔리당은 당나귀를 통해 자유의지의 무력함을 조롱했다.

 

 

 

 

 

 

 

 

 

 

 

 

 

 

 

우화의 주연은 당나귀지만, 그의 최후에 영향을 준 건초 더미를 무시할 수 없다. 중세에 건초 더미는 인간의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해석되었다. 그렇게 되면 뷔리당의 당나귀는 두 개의 건초 더미 사이에서 고민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욕심이 자유의지의 힘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있다. 15세기 네덜란드에는 이런 유행가가 있었다고 한다. 하느님이 인간을 위해 지상의 훌륭한 것들을 건초 더미처럼 쌓아 올렸는데, 사람들이 그 더미를 혼자 독차지하려고 서로 다툰다는 내용의 노래다. 그 노래에서 가장 유명한 가사 한 구절이 건초의 부정적 의미를 강조한다. 결국, 그것은 모두 건초일 뿐이다.” 욕심 많은 인간은 보잘것없는 건초마저 탐낸다.

 

 

 

      

 

 

히에로니무스 보스 건초 수레(1500, 삼면제단화 중앙 부분)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인간의 무력함을 풍자하기 위해 건초 더미 수레를 소재로 한 똑같은 그림 두 점을 제작했다. 엄청난 높이로 쌓아 올린 건초 더미 수레가 지나가자 온갖 직업과 계급의 사람들이 뒤따라온다.

 

 

 

                    

 

 

농부뿐만 아니라 왕과 왕비(혹은 귀족 부부), 교황으로 추정되는 화려한 복장의 인물들도 행진에 동참한다.

 

 

 

                  

 

건초 더미 수레 위에는 노래를 연주하는 젊은 연인들이 앉아 있다. 그들의 모습이 부러워서인지 몇몇 사람들은 건초 더미 위에 올라가려고 시도한다. 이들의 행진은 즐겁고 유쾌하다기보다는 혼잡하다. 이와 중에 서로 싸우는 시민들도 있다.

 

 

 

                  

 

 

그림 오른쪽 밑에 시골 아낙네들이 건초 더미를 자루에 실어 넣는다. 뚱뚱한 수도원은 아낙네들의 일을 앉아서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건초 더미 수레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 괴상한 짐승처럼 생긴 악마들이 수레를 끌고 있다. 그들은 건초 더미에 욕심을 부리는 인간들을 유혹하여 지옥으로 이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감지한지 못한 채 행진한다. 하늘 위의 예수도 개판 5분 전인 속세의 상황을 말리지 못한다.

 

기독교의 일곱 가지 대죄 중 하나가 탐욕(Avaritia)이다. 보스는 죄악 앞에서 무력한 인간들의 세상을 보여준다. 그들의 눈에는 건초는 소유하고 싶은 물화(物貨). 탐욕은 갈등을 초래한다. 탐욕에 눈이 먼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려고 폭력을 불사하면서까지 빼앗으려고 한다. 탐욕을 경계하라고 강조하던 종교인들마저 악덕의 그림자에 점령당했다. 수도승은 아낙네들이 바치는 건초 더미를 받으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운다. 건초 더미 꼭대기 위의 연인들은 환락의 잔치를 즐긴다. 사람들은 그들을 동경한다. 재물이 많을수록 달콤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확신에 사로잡힌다. 이들의 욕심은 부질없다. 어차피 죽으면 소유할 수 없다. 하나뿐인 인생에 헛된 욕심만 부리면서 살기에는 너무 짧다. 탐욕은 자꾸만 우릴 부추긴다. 하나도 모자라서 하나 더를 원한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해 남이 가진 것을 노린다. 그래서 내가 남보다 얼마나 가졌는지 비교해보기도 한다. 뷔리당의 당나귀 같은 사람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비교하면 별반 차이 없는 두 개의 재물 앞에 생각이 많아진다. 둘 중 하나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어리석은 당나귀가 있다. 뷔리당의 당나귀처럼 그 역시 두 개의 건초 더미 앞에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한다. 두 개의 건초 더미의 양은 동일하다. 양쪽 건초에 가격표가 있다. 왼쪽 건초의 가격은 5만 원, 오른쪽 건초의 가격은 천 원이다. 당나귀는 고민하지 않고, 왼쪽 건초를 먹는다. 건초의 양이 비슷해도 높은 가격으로 매겨진 건초가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당나귀는 5만 원짜리 건초 더미를 실컷 먹고 왔다고 동료 당나귀들에게 자랑할 것이다. 그런데 이 당나귀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베블런(Veblen)의 당나귀. 당나귀 이름의 의미가 이해가 안 되는 분은 인터넷 검색창에 '베블런 효과'를 검색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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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3-08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블런효과..이거 사진 찍다보면 뽀대주의자를 간혹 보게 됩니다.
사진 실력이 자신이 가진 카메라 가격과 동일시하는 착각....
돼지목에 진주인지는 고려한 바가 없었거든요..

cyrus 2016-03-09 14:20   좋아요 1 | URL
사진 찍는 일에도 베블런 효과가 작동되고 있었군요. 사진 실력이 그저 그런 수준인데 값비싼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긴 합니다.

림스네 2016-03-0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세시대에는 건초더미를 인간의 탐욕의 대상으로 해석했네요.
그림 해석이 재미있어요.
베블런 당나귀도 재미있고,

cyrus 2016-03-09 14:24   좋아요 0 | URL
중세 역사를 공부할 때 재미있는 내용이 중세에 유행한 상징들에 관한 것입니다. 중세 사람들은 이 세상의 모든 자연과 사물이 신의 의미가 들어있는 피조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중세 상징에 종교적 분위기가 남아있습니다.

서니데이 2016-03-09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세시대 사람들이 생각하는 종교적 의미가 강조된 그림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16-03-09 20:26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