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맞춰 공포영화를 개봉하고, 대형 서점들도 여름이면 공포나 미스터리 사건을 소재한 책을 모아 특별 코너를 만든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라서 이맘때면 공포 게임에 관련된 소식들이 다른 때보다 많이 나온다. 우리는 보통 게임을 할 때 공포를 느끼는 게임을 가리켜 ‘공포 게임’ 혹은 ‘호러 게임’이라 부르며 마치 정형화된 장르처럼 말한다. 그런데 실제 공포 게임을 살펴보면 그렇게 생각하기엔 뭔가 애매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공포 게임은 장르처럼 불리지만 기존 장르와는 다른 영역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공포 게임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러브크래프트’라는 이름을 자주 듣게 된다. 러브래크래프트는 크툴루(Cthulhu) 신화라는 세계관에 근거한 다수의 공포 소설들을 쓴 미국의 소설가다. 상대적으로 박했던 생전의 평가에 비해 크툴루 신화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크툴루 신화에 깊은 인상을 받은 후대 작가들은 러브크래프트가 죽은 후에도 그의 설정들을 그대로 빌려와 크툴루 신화를 새롭게 창작했다. 여기에 동참한 작가로는 어거스트 윌리엄 덜레스, 로버트 블록(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의 원작자),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등이 있다. 특히 덜레스는 크툴루 신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일등 공신이다. 그는 러브크래트프의 작품을 출판하기 위해 ‘아컴하우스’라는 출판사를 설립했다. 덜레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크툴루 신화는 수많은 서브컬처 마니아에게 영향을 끼쳤다. 공포 장르의 콘텐츠뿐 아니라 SF 판타지와 같은 미국 문화와 다수의 일본 장르문학, 라이트노벨까지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은 유명한 작가와 영화 제작자로는 존 카펜터, 스티븐 킹, 클라이브 바커 등이 있다. 공포/SF 게임으로는 <어둠 속에 나 홀로>, <악마성 드라큘라>, <퀘이크>, <아케인> 등이 러브크래프트 문학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 게임으로 꼽힌다.

 

게임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올해 TRPG <크툴루의 부름> 한국어판이 나올 예정이다. 게임을 안 하는 사람에게는 낯설고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게임에 관심 없지만,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읽어본 사람에게는 귀가 솔깃한 정보이다.

 

 

 

 

 

 

‘TRPG’는 ‘Table-talk Role Playing Game’의 약자다. ‘RPG', 즉 ’롤플레잉 게임‘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롤플레잉 게임은 게임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속 주인공 혹은 캐릭터가 되어 게임 내에 주어진 역할이나 규칙을 따르는 방식이다. 사실 RPG의 원조가 TRPG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여러 사람이 탁자에 모여 각자 맡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임이 등장했는데, 그 게임 방식이 바로 TRPG다. 현재는 컴퓨터 롤플레이 게임을 RPG라고 부른다. TRPG를 즐기는 데 필요한 준비물을 간단하다. 주사위, 보드 판, 룰북(게임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규정을 모아놓은 책)을 챙긴 뒤에 사람 여러 명을 끌어들이면 된다.

 

 

 

 

 

<크툴루의 부름>은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소설 제목으로도 알려졌다. 크툴루가 처음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크툴루 신화에 따르면 크툴루는 우주에서 날아와 지구를 지배했던 고대의 신이다. 생김새는 흉측한 괴물과 비슷하다. 대부분 거대한 문어 머리에 여러 개의 촉수가 꿈틀거리는 형태로 그려진다. 크툴루 신화 속 고유명사는 인간이 발음할 수 없는 외계 언어다. 크툴루는 인간이 발음하기 쉽게 설정한 표기에 불과하다. 그래서 크툴루를 ‘쿠툴후’, ‘크풀루프’, ‘크투루후’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크툴루의 부름 TRPG>는 크툴루 신화를 소재로 한 호러 TRPG다. 게임 진행 방식도 소설 줄거리와 똑같다. 크툴루를 만나거나 그의 울음소리를 들은 자는 공포에 휩싸여 미쳐버리거나 죽게 된다. 게임 플레이어는 크툴루의 존재를 추적하면서 점점 미쳐나가는 과정을 즐긴다. 1981년에 처음 나온 이후로 현재까지 6판까지 나온 TRPG계의 스테디셀러다.

 

<크툴루의 부름 TRPG> 최신판 제작을 담당하는 회사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TRPG 출판사 초여명이다. (알라딘 검색창에 ‘초여명’을 입력하면, 꽤 많은 TRPG 롤북이 나온다) 올해 4월 말에 한국어판 출판을 위한 소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는데, 시작한 지 30분 만에 목표금액을 달성했다. 그리고 한 달도 안 돼서 모금액 1억 원을 돌파했다. 이 기록은 역대 국내 게임 소셜 크라우드 펀딩 사례 중에선 최고 금액이다.

 

 

 

 

<크툴루의 부름 TRPG> 소셜 크라우드 펀딩 금액 신기록 달성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공감 수를 많이 받은 댓글 두 개를 보시라. 이 댓글을 보는 사람이 러브크래프트 마니아라면 웃음이 절로 나올 것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날씨가 무더운 여름밤에 특별한 독서를 원한다면 러브크래프트 소설에 ‘입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힌트는 알려줬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읽어 보면 댓글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 세 번째 댓글의 ‘기어와라 냐루코’는 일본에서 발표된 라이트 노벨 이름이다. 정확한 이름은 <기어와라! 냐루코 양>이다. 라이트 노벨 작가 아이소라 만타는 음침한 크툴루 신화를 명랑한(?) 소녀들이 등장하는 라이트 노벨로 패러디했다. 주인공 냐루코는 크툴루 신화의 사신으로 알려진 니알라토텝을 소녀화한 캐릭터다. 기존의 크툴루 신화를 좋아했던 마니아들은 고대 신들이 미소년, 미소녀로 탈바꿈한 설정에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12권 전권 정식 발매되었다.

 

 

 

 

 

 

 

 

 

 

 

 

 

 

 

 

 

 

 

※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읽어도 크툴루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크툴루 신화나 관련 용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들을 참고하면 된다. 책을 읽어도 허전함을 느낀다면 러브크래트트 전집 번역에 참여한 적이 있는 류지선 씨의 블로그(gaya.egloos.com)를 참고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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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umus 2016-06-0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툴루 신화 정말 기괴하죠ㅎ꼬리꼬리한 치즈 먹는 느낌이랄까요? 이상한데 자꾸 손이 가는

cyrus 2016-06-05 20:06   좋아요 0 | URL
포스투무스님의 표현이 재미있어요.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애매모호한 설정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읽은 적이 많았습니다. ^^
 
여성 거세당하다
저메인 그리어 지음, 이미선 옮김 / 텍스트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남성들만 겪는 고통 중의 하나가 포경 수술이다. 흔히 고래를 잡는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또래의 친구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겨울방학 때 엄마 손에 끌려가 ‘어른이 되는’ 수술을 받고 오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뒤로 아이들은 1, 2주 동안 통증으로 제대로 걷질 못해 뒤뚱뒤뚱 잰걸음 했다. 한때는 우리나라에서도 태어나자마자 포경 수술을 시키는 것이 유행이었다. 다행히 부모님은 나에게 ‘아들아, 고래 잡자’는 얘길 꺼내시지 않아 마음 편히 지나갈 수 있었다. 수술을 받지 않은 친구들은 또래 친구들한테 남자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유년의 통과의례처럼 치러지는 수술을 받지 않아서 수치심에 괴로운 적이 있었다. 귀두의 포피를 떼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자 어른이 되지 않았다’는 우스꽝스러운 자기 검열에 사로잡혔다.

 

포경 수술의 원조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할례 의식이다. 유대인들은 선택받은 민족의 상징으로 생후 8일째 되는 날, 지금의 포경 수술이라 할 수 있는 할례 의식을 시행했다. 민족별, 지역별로 할례의식의 방식, 문화적 배경이 제각각이다. 남성 유대인은 할례 의식을 ‘신과의 계약’이라고 생각한다. 부족사회에서는 부족의 결속, 결혼 준비, 성기의 성화(聖化)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할례를 한다. 아프리카 여성의 경우는 남자들과 같은 이유에다가 성감대를 둔화시킨다는 특별한 의미를 추가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여성 할례 의식은 여성들의 성적 욕구를 억눌러 처녀성을 지키고 결혼생활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행해져 왔다.

 

여성의 성욕은 병적인 것으로 치부됐다. 프로이트는 여성의 성을 ‘어두운 대륙’이라 불렀다. 여성 할례 폐습이나 프로이트의 음핵 무시에서 드러나듯 클리토리스는 남성성을 위협하는 사악한 부위로 지목돼 왔다. 모든 악과 질병이 비롯됐다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상자’라는 단어가 여성의 질을 가리키는 속어라는 점도 여성 성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음핵이 여성 쾌락의 중심으로 우뚝 서면 성적 파트너로서의 남성은 불필요해진다.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여성 할례 의식이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들도 오랫동안 할례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클리토리스가 아니더라도 몸과 정신에 할례를 받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거세당한 여성(female eunuch)’이 너무 많다. 거세(去勢)는 생식 기능을 잃은 상태를 의미한다. 당연히 여성의 생식기도 거세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 단어를 남성과 연관 지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거세’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환관(宦官)이다. 프로이트는 아동기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남자는 커서도 성기가 잘리지 않을까 불안을 느끼게 된다며 이를 ‘거세 공포’라 불렀다.

 

여자들만 느끼는 ‘거세 공포’가 있다. 일단 프로이트식 거세 공포는 잊어버리자. 급진 페미니스트 저메인 그리어는 ‘거세당한 여성’은 어린 시절부터 남성적인 욕망 속에 억압받으면서 성장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여성으로서 자유와 욕망을 자기 검열하고 스스로 배제한다. 여자는 착하고 얌전해야 한다, 똑똑한 여자는 팔자가 세다, 여자는 무엇보다 예뻐야 한다. 이런 사회적 통념들은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여성을 억압하고 여성의 몸과 정신을 거세한다. 여성은 남성들이 만든 고정관념에 얽매여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자신을 늘 의식한다. 남성의 의견에 따르고 남자 앞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도록 조심한다. 인내와 희생은 여성의 미덕이라 여기고 여자운명은 남자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줄곧 자신의 욕망과 개성을 희생하는 여성은 이타주의와 사랑을 혼동한다. 그녀의 희생은 ‘거짓된 이타주의’에 불과하다.

 

여성은 성적으로 정숙해야 한다는 규범에 얽매여 성적 욕망과 표현을 억제(거세)한다. 여성이 남자에게 먼저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성적으로 적극성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성에 대한 장벽을 쌓고 억제한다. 남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여자의 영혼까지 지배하고 구속하며 착취하고자 하는 욕망을 서슴없이 드러내곤 한다. 남성 위주의 억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자는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은 제대로 설 자리가 없다. 가부장적 질서 세계 아래 억눌려 있는 여성은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저메인 그리어의 ‘거세당한 여성’은 1970년 영국에 처음 소개되었다. 워낙 파격적이고 대담한 내용을 담고 있어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시기부터 급진적 페미니즘은 여성 문제를 더욱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크게 부각함으로써 새롭게 급부상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고 나서 페미니스트가 ‘남성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를 가진 여성’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래도 40여 년 전 그녀의 담론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녀는 남성의 편견적인 시선에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 특히 남성의 욕망 앞에서 꿈과 자유를 스스로 파기하는 여성의 현실을 지적한다. ‘거세당한 여성’은 사회적, 제도적 억압을 스스로 뚫고 일어서는 여성이 아니다. 저메인 그리어는 남성의 기분을 맞추는 여장 배우가 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리고 자신은 거세당한 사람이 아니라 ‘여자’라고 남자들을 향해 외친다.

 

‘남성들이 생각하는 여성, 남성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남성과 여성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남성의 세계 안에서 만들어진, 남성에게 익숙한 이미지로 재현되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성들의 구별되는 특징 등을 한데 묶어 여성들의 다양한 능력들을 보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남성들에게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건강하고 완전한 성(The Whole Woman)이란 없었다. 우리는 규범적 남성성과 여성성이 강요하는 할례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저메인 그리어는 이미 문화적 할례를 거부했다. 《여성, 거세당하다》를 읽음으로써 완전한 성으로 거듭나는 독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현실문화)의 ‘언어가 성별을 만든다’(정희진 편) 99쪽 정희진의 주석에 보면 그녀가 권하는 페미니즘 입문서가 소개되어 있다. <거세된 여성>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는데, 그 책이 바로 저메인 그리어의 《여성, 거세당하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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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3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6-04 17:59   좋아요 0 | URL
남자도 여자 못지않게 힘들여 기른 장발을 생명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러시아 표트르 대제 시절에 귀족들이 수염을 길게 길러서 뽐내는 게 유행이었는데, 대제가 구 제도를 타파하려고 수염을 강제로 깎는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귀족들이 반대하자 면도 안 하면 세금을 징수했습니다. 아무튼 남자들은 어느 신체 부위가 갑자기 없어지는 상황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6-04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진지한 글을 보면서도 제 머릿속에는 그 언젠가의 겨울이 떠오르네요. 방학을 하면 유행처럼 어디에선가 방학특가로 D/C를 때리고, 이게 아줌마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고...동네형과 함께...-_-: 일주일간 고통과 공포에 시달리던 기억이...특히 수술한 다음날엔가, 소변을 보다가 실밥이 터지는 경우가 있다는 유비통신을 듣고 온 동네형 때문에..둘이 벌벌 떨면서..소변을 참던.....-_-:

cyrus 2016-06-04 18:02   좋아요 0 | URL
포경 수술을 안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 놀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안 보이는 날이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포경 수술 받고 나서 집에만 있는 거죠. 밖에 나가면 수술한 사실이 들키니까요. ㅋㅋㅋㅋ

alummii 2016-06-04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좀 일찍 일어났는데 갑자기 잠이 확 깨네요 ㅋㅋㅋㅋ 그래도 세상이 많이 변한 듯 해요 이 책 꼭 읽고싶네요

cyrus 2016-06-04 18:04   좋아요 0 | URL
이 책이 30년 전에 나온 것이라서 지금 실정과 많이 차이 나는 내용이 있어요.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있긴 합니다. ^^;;

나비종 2016-06-0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하고 얌전하게 생겼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순종적이고 바보스러운 느낌이 들어 거부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쓰신 글을 읽고 보니, 자기 검열을 하며 스스로의 욕망을 거세시키며 살아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남성과 여성. 생물학적인 이분법으로 성의 구별이 있지만, 결국 완전한 성으로 거듭난다는 건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으로 동등한 존재임을 인지하는 일인가 봅니다.

cyrus 2016-06-05 20:14   좋아요 0 | URL
여자가 남자보다 주변 시선 눈치를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상황 대처가 빠르죠. 여자가 말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걸 본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여자 연예인들은 루머와 악성 댓글 공격이 많이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조금 튄 행동을 했다하면 악플러들이 달려 듭니다.

빨강앙마 2016-06-0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어디선가 이런 여성 의식이 있다는 걸 봤는데.. 거참..--;; 아직도 없어진건 아닌거 같더라구요.. 제목 자체에서부터 호기심이 동하긴 하네요. 그러고보면... 남자들도 굳이 그 포경수술...^^;;;; 암튼..흠흠.. 읽어보면 할 말은 많을거 같은데 제대로 글로 표현이 안될거 같아요 저는..ㅋㅋ

cyrus 2016-06-06 21:40   좋아요 0 | URL
사실 남자들도 포경수술을 원치 않은데도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 강제로 하는 경우가 많죠. 두려운 반응을 보이면, 포경수술을 먼저 한 또래 남자들에게 놀림감 받습니다. 그런데 웃긴 건 포경수술을 해도 친구들이 놀린다는 사실입니다. ㅎㅎㅎ
 
대분기 - 중국과 유럽, 그리고 근대 세계 경제의 형성
케네스 포메란츠 지음, 김규태 외 옮김, 김형종 감수 / 에코리브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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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교과서를 펴 보면 유럽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유럽사는 곧 세계사라는 인식이 강하다. 지금까지 서양은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합리성과 진보적인 사산을 발판으로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섰다고 인식하고 있다. 반면 동양은 비이성적이며, 나태하고, 야만적이라는 것이 유럽 중심적인 관점으로 전통적인 오리엔탈리스트에 대한 해석이다. 이러한 시각은 동양을 서양의 수동적인 상대로 묘사해 오로지 서양만이 독자적이고 진보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주장을 펴기 위한 이론의 틀 역할을 해 왔다. 서구 문명을 예외적으로 특권화하여 격상시키는 서구중심주의는 비서구 문명을 자신들이 만든 잣대로 재단해 격하하는 오리엔탈리즘과 짝을 이룬다.

케네스 포메란츠의 대분기는 지금까지 유럽중심주의적 역사 서술의 문제점을 낱낱이 공개한다. 저자는 서유럽과 중국 경제발전 수준을 비교하여 근대 경제 체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국은 1830년대만 해도 세계 제조업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제조업 대국이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부터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에 밀렸다. 여기서부터 학자들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18세기 중국에서는 영국처럼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이와 관련해 포메란츠는 1800년경까지의 중국은 인구, 농업기술 등 모든 면에서 유럽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서구의 패권 질서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되는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의 시점이 달라진다. ‘신대륙 발견이후 세계로 뻗어 나가던 15세기 전후부터가 아니라 1750년대 중반으로 봐야 한다.

 

15~18세기 기간은 무역에 관한 한 중국이 유럽보다 우위에서 주도권을 행사했다. 그 대표적 사례로 명나라 제독 정화의 남해원정을 통한 무역로 확장을 들 수 있다. 당시 유럽은 이슬람 세력의 견제로 아시아와의 자유로운 무역을 행사하기가 힘들었다. 콜럼버스나 마젤란 같은 항해가들은 위험을 무릅쓰면서 새 교역로를 찾으려고 시도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중국과 인도를 중심축으로 이뤄지던 세계적 무역체제가 역전됐다. 그 순간은 영국 산업혁명과 식민지 경제의 개척을 통해 촉발됐다. 가장 먼저 산업화를 주도한 영국은 면직물 하나로 세계 시장을 지배했다.

 

포메란츠는 이런 서구의 부상이 우연에 가까운 행운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서구와 아시아의 격차가 생겨난 것은 필연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영국 산업화는 석탄, 증기기관 발명 등 우연한 사건 집합체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영국을 제외한 몇몇 유럽 지역은 자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낙후한 상태였다. 게다가 폭발적인 인구 증가,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해 숲이 파괴되었고, 농사지을 땅의 상태도 나빴다. 포메란츠가 수집한 각종 통계 수치 자료들은 근대 유럽의 우월한 신화가 허위였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이 책의 분량은 두껍다. 어떻게 보면 역사 전공자들을 위한 딱딱한 학술서적처럼 느껴진다. 유럽중심주의를 옹호하는 제도학파 역사관과 이를 수정하려는 캘리포니아학파 역사관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읽으면 엄청 지루하다. 포메란츠의 서술 방식이 독자에게는 불친절하다. 주요 핵심 내용을 후방으로 배치하고, 이와 관련된 각종 자료와 근거들을 장황하게 설명하다. 포메란츠의 대분기2000년에 출간된 책이다. 이미 다른 캘리포니아 학파 역사가들의 책이 국내에 소개된 것에 비하면 꽤 늦게 나온 셈이다. 안드레 군더 프랭크의 리오리엔트(이산, 2003), 로버트 마르크스의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사이, 2014)를 먼저 읽었으면 포메란츠의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이 책 한 권을 열심히 만든 출판사 편집자, 번역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완독이 부담스러운 독자는 대분기를 소개하면서와 서론만 읽으면 된다. 아니면 로버트 마르크스의 책을 읽으면서 캘리포니아학파 역사관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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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6-06-0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면가왕>이란 TV프로그램을 아시나요? 복면을 쓴 가수들의 노래 대결에서 99명의 판정단이 등장하죠. 결국 서구의 부상은 거의 대등했던 상황에서의 행운스러운 우연이란 말이군요. 49대 50의 판정 결과로 판세가 갈리는 것처럼요^^

cyrus 2016-06-05 20:19   좋아요 0 | URL
네, 항상 본방 사수합니다. 서양 중심 역사를 반대하는 학자들은 서양이 자원을 활용해서 경제가 성장한 상황을 우연으로 봅니다. ^^
 

 

 

 

 

 

 

윤정기와 함께 싸워주신 여러분!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이승한입니다.

 

 

2015년 3월, 자음과모음이 입사한 지 10개월 된 신입편집자 윤정기 편집자를 물류창고로 전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홀로 선 윤정기 곁에 출판노동자들과 독자 및 시민들이 함께했고, 이 연대에 힘입어 4개월 뒤인 7월에 윤정기는 편집부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음과모음은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윤정기가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며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그 다음에는 자음과모음과는 별개인 하청회사를 만든 뒤 윤정기의 소속을 당사자와 합의도 없이 이전시켜버렸습니다. 그리고 복귀 이후 10개월 넘는 지금까지 윤정기는 다른 직원들과 업무적으로 교류할 수 없이, 홀로 정상적인 편집업무라고 할 수 없는 ‘개정판 교정작업’ 만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자음과모음과 총 6차례에 걸친 교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요구사항인 윤정기 편집자의 정상적인 편집업무 복귀와 자음과모음의 직접고용을 사측은 모두 거부했습니다. 나아가 사측 교섭위원은 윤정기 편집자에게 인격모독적 발언을 일삼으며 사실상 교섭을 실질적으로 진행시킬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즉 면피용 교섭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는 6월 11일부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오후 1시~7시 동안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자음과모음 규탄 시위를 하려 합니다.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이 싸움으로 윤정기 편집자의 정상적인 업무 복귀와 원청의 직접고용이라는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유일한 목표는 아닙니다. 독자와 시민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게 자음과모음의 탄압과 부당함에 맞서는 출판노동자와 윤정기의 싸움이 정당하다는 것을 알리고 확인하는 것 역시 우리가 이 싸움을 시작한 목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다짐하려 합니다. 여러분, 우리 함께 합시다.

 

 

2016년 6월 1일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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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음과 모음의 책을 거부합니다.
    from D's Lair 2016-06-04 01:06 
    윤정기 편집장님이 업무에 정상복귀할 때까지, 자음과 모음이 소를 취하할 때까지, 그리고 제대로 사과할 때까지 난 그들이 만드는 책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최소한 책을 만드는 사람은, 회사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입니다. 그딴 개수작을 부린다면 자음과 모음이 조선일보와 다른 점이 무엇이겠으며, 책은 왜 만드는 겁니까?
 
 
2016-06-02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6-02 17:12   좋아요 1 | URL
한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어제 언론노조출판지부로부터 메일 한 통 받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예전에 출판사 직원 해고 문제와 관련해서 구글 전자 서명을 한 적이 있어서 메일이 온 것 같습니다. 메일 안 왔으면 현재 상황을 알지 못했어요. 출판사가 정말 치졸해보입니다.

2016-06-02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6-02 17:21   좋아요 0 | URL
물론이죠.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원래 피케팅 시위 동참 신청할 수 있는 페이지도 따로 있는데, 이상하게 오늘 따라 구글 링크 기능이 안 되네요.

2016-06-02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2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6-02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이것과 비슷한 뉴스 보도가 있었는데 점잖은 출판사에서
이 무슨 해괴한 짓인지 모르겠다.
출판사가 의외로 거칠다는 말이 있던데 그냥하는 말이 아닌가 보다.

cyrus 2016-06-02 19:36   좋아요 0 | URL
이 글을 공유했다고 출판사 측에서 항의하는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

보물선 2016-06-02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음과모음은 정말 꾸준히 이상한 회사임을 알게하네요. 그래서 저는 왠만하면 안봐요.

cyrus 2016-06-02 19:55   좋아요 0 | URL
자모 말고도 근로환경이 열악한 회사가 많이 있을 거예요.

2016-06-05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6-06 21:43   좋아요 0 | URL
이승한 님의 글과 시위 참가 신청서를 이메일로 같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시위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서 전자 구글 신청서를 링크 걸어두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링크 기능이 되지 않아서 일단 시위 날짜 사실만 알렸습니다. 제가 대구에서 거주하고 있어서 시위에 동참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이렇게라도 부당한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하늘바람 2016-06-07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금요일 갑자기 해고를 ㅠ

cyrus 2016-06-07 16:32   좋아요 0 | URL
갑작스러운 상황에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ㅠㅠ 회사의 태도가 정말 마음에 안 듭니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515푼 키에 2촌이 부족한 불만이 있다.

부얼부얼한 맛은 전혀 잊어버린 얼굴이다.

몹시 차 보여서 좀체로 가까이하기 어려워한다.

 

그린 듯 숱한 눈썹도 큼직한 눈에는 어울리는 듯도 싶다마는……

 

(생략)

 

  꼭 다문 입은 괴로움을 내뿜기보다 흔히는 혼자 삼켜버리는 서글픈 버릇이 있다. 삼 온스의 살만 더 있어도 무척 생색나게 내 얼굴에 쓸 데가 있는 것을 잘 알건만 무디지 못한 성격과는 타협하기가 어렵다.

 

부얼부얼 : 살이 찌거나 털이 복슬복슬하여 탐스럽고 복스러운 모양

    

 

(노천명 자화상중에서)

 

 

시는 시인의 얼굴을 비치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시 속에 시인의 억압된 욕망, 진짜 얼굴이 있다. 노천명은 얼굴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 전부를 시에 노출한다. 시인은 살진 얼굴과 병약한 신체를 형상화면서 외모 콤플렉스를 고백한다. 인용문에서는 생략되었지만, 시 마지막 줄에 시인은 자신의 성격을 구리처럼 휘어지며 구부러지기가 어려운 성격이라고 단정한다. 열등감에서 비롯한 괴로움을 꾹 참고 견디려는 의지를 보인다.

 

외모 콤플렉스는 자라는 성장 과정에서 여러 이유로 형성되어 그 사람의 삶 전체를 좌우한다. 외모가 외모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외모에서 열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다른 능력부문에서도 남보다 못하다고 느낀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데도, 자신보다 나은 몇 안 되는 사람들하고만 비교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더 잘 받고, 자기 비하와 우울증에 쉽게 빠지게 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불필요한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어떤 성형외과 의사가 모 일간지에 외모 콤플렉스를 소재로 한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 필자는 성형외과에 찾은 수많은 사람과 상담하면서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다. 외모가 멀쩡한 사람들조차도 쓸데없이 자신의 외모를 스스로 비하하는 증세가 있다고 주장했다. 심각한 증세를 고치려면 자신의 외모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존감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의사는 외모 콤플렉스를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남에게 자신의 치부를 일부러 드러내 놓으라고 주장했다. 노천명이 자화상을 쓰면서 외모 결함을 인정하는 자세와 비슷하다. 두 의사가 제시한 외모 콤플렉스 해결 방식에 공통점이 있다. 외모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 인정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자존감을 높이라고 말한다.

 

 

 

     

두 의사의 주장은 외모 콤플렉스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의 왜곡된 열등감으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외모 콤플렉스를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식으로 주장하면서 개인에게 정신적 문제의 책임을 전가한다. 외모 콤플렉스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시대의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다. 외모 콤플렉스는 뷰티 이데올로기(beauty ideology)’의 시대가 낳은 심리 반응이다. 발트라우트 포슈는 뷰티 이데올로기란 거대 자본과 미디어의 지나친 관심, 그리고 사회적 시스템의 힘이 척척 맞물려 돌아가는 집단적 의식 형태라고 말한다. ‘젊고 예쁜 것만이 최고라는 뷰티 이데올로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주입한다.

 

뷰티 이데올로기가 건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려는 호모소셜(homosocial)’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가부장제의 흔적은 남아 있어도 과거에 비하면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불리한 제도라는 사실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부장제의 빈자리를 채운 새로운 개념이 바로 호모소셜이다. 호모소셜은 미국의 페미니즘 비평가 이브 세지윅(Eve Sedgwick)이 처음 사용한 단어다. 우리말로 옮기면 동성사회성이다. 호모소셜을 소개한 세지윅의 책은 번역되지 않았다. 다행히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하다에 호모소셜에 대한 내용이 비중 있게 다뤘다.

 

호모소셜의 의미를 쉽게 설명하면 남자들끼리 공유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돈독한 우애를 말한다. 남성 간 성애를 뜻하는 호모섹슈얼(homosexual)과 다르다. 남자는 태어나자마자 호모소셜의 세계에 진입한다. 한 남자가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수많은 감정의 기복을 겪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고 싶어도 대장부가 그까짓 일로 울면 안 되지라는 시선 때문에 감정을 수축시키며 살아간다. 만약에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주변 남자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넌 여자처럼 바보같이 울기만 하느냐. 고추 달릴 자격이 없어!’ 호모소셜 세계에 사는 남자들은 강한 남자가 돼야 한다는 경쟁심리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잃어버린다. 이들은 강한 남자로 동성에게 인정받으려면 여자를 전리품처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연애 한 번 못하는 남자는 놀림 받는다. 동성으로부터 굴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남자들은 여자 앞에서 차돌처럼 강하게 보이려고 애쓴다. 남성적인 힘을 과시하여 여자를 정복하고 싶어 한다. 호모소셜 세계 속에서 산 남자는 여자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일단 여자 외모를 평가한다.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좋아하면서도 그녀의 외모가 성괴인지 자연산인지 의심한다. 여자가 성형 의술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무작정 성괴로 단정 지어 버린다. 이때부터 남자들의 여성 혐오가 시작된다. 여자 연예인의 가슴이 작아서 볼품없다는 식으로 무시하는 동시에 가슴 큰 여자 연예인에게는 의느님(성형외과 의사를 가리키는 은어)의 힘을 얻었다고 비난한다. 여자들은 호모소셜 남자들의 은밀한 눈을 피할 수 없다. 모든 여자는 호모소셜 남자들의 여성 혐오 대상자가 된다. 뚱뚱한 여자에게는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오크녀라고 놀린다. 외모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에 맞춰서 외모를 가꾼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외모에 신경 쓰는 여자들은 ‘외모 가꾸기에 돈 낭비하고, 다른 여자의 외모에 질투심 많은 김치녀가 된다.

 

남자들도 외모 콤플렉스를 부추기게 한 책임이 있다. 그들에게 성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몸을 통한 친밀감의 교류가 아니라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입증하기 위한 통로가 되곤 한다. 따라서 성은 즐김의 언어가 아니라 봉사나 과시의 언어가 돼 늘 다른 사람과 비교하려 한다. 그리고 여성끼리도 비교한다. 여성을 선택할 때의 기준도 외모를 중시하는 왜곡된 편견을 갖는다. 이처럼 호모소셜에 익숙한 남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여성을 멸시한다. 이러한 태도가 바로 여성 혐오다. 모든 남성은 사내라는 무거운 갑옷이 짓누르고 있음을 늘 의식한다. 성공을 추구하는 사다리 위에 여성이 있으면 분노를 느낀다. 오늘날 페미니스트가 경계해야 할 대상은 가부장제가 아니다. 오래된 집단의식의 흔적을 지우는 일이 남아있지만, 가부장제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다. 요즘 호모소셜이 기세등등한 새끼 호랑이가 되어 남자들로부터 귀여움받고 있다. 새끼 호랑이를 내버려두면 다 자란 큰 호랑이가 되어서 여자를 공격한다. 외모 콤플렉스 그리고 개인을 괴롭히도록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호모소셜을 혐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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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6-06-0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호모소셜을 호모소설로 잘못 보았네요^^;;;;

cyrus 2016-06-02 16:23   좋아요 0 | URL
글을 쓰면서 ‘호모소셜’를 잘못 보는 사람이 나올 거로 생각했는데, 진짜였군요. ㅎㅎㅎ

시이소오 2016-06-0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천명의 외모는 모르지만 영혼은 혐오스
럽죠ㆍ 일제강점기때 노천명
시를 읽다보면 저절로 구토가 치밀어올라
의느님이 그런 뜻이었군요
한수 또배우고갑니갑니다 ^^

cyrus 2016-06-02 16:2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예전에 노천명 시집 초판본이 복간되었을 때 악평이 엄청 많았었죠. ^^

여성 혐오, 차별적인 의미를 담은 인터넷 은어, 유행어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재미있어서 쓰려고 하지, 그 단어의 뜻을 잘 모릅니다.

2016-06-01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6-02 16:26   좋아요 1 | URL
외모의 자본화가 제일 큰 문제입니다.

루쉰P 2016-06-02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남자들만의 정신 세계가 그렇게 여성들에게 투사되는군요. 뭔가 정신분석학적인 글 입니다.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외모 콤플렉스가 심합니다. 지금은 뭐 어느 정도 차분하게 대처를 하지만 ㅋ

`호모소셜`이라는 거 무섭습니다. 뭔가 세뇌당하며 살아온 느낌이에요. 여성에 대한 시선이 저 역시도 폭력적이지 않나 하고 생각을 합니다.

어찌보면 여성혐오라고 해도 인간을 인간으로 소중하게 보지 못하는 그런 것에서 오는 차별이라 생각이 들어요. 왜이리 인간은 차별을 좋아하는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ㅎ

cyrus 2016-06-02 16:31   좋아요 0 | URL
남자는 태어나자마자 동성사회성의 영향을 받습니다. 가부장제 규범의 영향력보다 더 무섭습니다. 우에노 치즈코의 책을 읽지 않았으면 무의식적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생각과 언어를 드러냈을 겁니다. 여성 차별, 혐오의 거시적인 배경을 남자들도 알아야 합니다.


표맥(漂麥) 2016-06-02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류에 맞는 이런 글, 참 좋습니다. 공감하게 되네요...^^

cyrus 2016-06-02 16:32   좋아요 0 | URL
하루 글 한 편 쓸 때마다 여성혐오자들, 일베들이 시비를 걸까봐 무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