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골목 - 진해 걸어본다 11
김탁환 지음 / 난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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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일에 작성한 글이 마음에 안 들어서 수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MSG’를 많이 넣어봤습니다. 문체에 변화를 줬습니다. 높임체로 글을 쓰는 일이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는 뻥이고, 이 글은 ‘IBK 기업은행 아름다운 은퇴’(가을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고향,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렙니다. 어린 날의 기억들이 새근새근 살아 숨 쉬는 곳. 숨기고 싶은 속내까지 깡그리 드러내고 있는 곳. 지금도 고향에는 추억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까요? 세월은 가도 옛날은 남습니다. 일상에 파묻혀 살다가 어느 순간 스치는 바람결에 과거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갈 때 있습니다. 추억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면 고향의 골목길 구석구석, 친구들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누군가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했지만, 꼭 그렇지만 않습니다.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경험으로 괴로운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감쪽같이 잊어버릴 수 없을까? 상처로 남을 기억을 잊고 살기보다, 상처받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여기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이 있습니다. 김탁환 작가의 엄마입니다. 그녀는 올해 일흔다섯입니다. 그녀가 다섯 살이었을 때 일본에서 경남 진해로 건너왔고, 지금까지 줄곧 그 지역에서 살아왔습니다. 엄마는 인생의 절반 동안 가난과 정신적인 핍박을 온몸으로 부둥켜안았고, 삶의 현장에서 의연하게 버티며 자식을 보살폈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뒤 30년을 혼자서 지냈습니다.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의 위대한 사랑과 희생을 표현한 말이죠. 그렇지만 작가의 엄마는 추억 앞에만 서면 한없이 약해졌습니다. 엄마에게 추억은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포근한 단어가 아니었습니다. 엄마는 추억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사진들을 없애기 시작합니다.

 

 

  마흔네 살에 홀로되신 엄마는 아이들 손이 닿지 않은 책장 제일 구석에 앨범을 올려놓고, 사별한 남편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 보곤 하였다. 믿기 힘든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들부터 제일 먼저 없앴지.” (14)

 

 

작가는 엄마와 함께 진해 동네 곳곳을 함께 걷습니다. 그런데 모자는 같으면서 다른 길을 바라보면서 걷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엄마와 함께 걷는 골목에 있고, 엄마는 엄마 본인 마음의 골목에 있었던 거죠. 그래서 작가는 이 두 골목을 하나로 이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엄마만의 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엄마의 골목입니다. 엄마의 골목은 작가가 엄마의 추억 부스러기들을 씨줄로 엮어 만든 책입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알고 싶은 아들의 진심 어린 마음이 통했을까요. 엄마는 가슴속에 숨겨둔 추억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아들에게 들려줍니다. ‘추억이라는 매개로 모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작가는 엄마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을 기록한 책의 제목을 엄마의 골목으로 정합니다. 엄마의 골목에는 어리고 느리고 어설프게 걸어온 지난날의 엄마 발자국과 그 곁에 나란히 찍힌 자식의 발자국이 겹쳐 있습니다. 모자가 진해 곳곳에 남겨둔 발자국들은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회귀의 흔적입니다.

 

 

 “‘엄마의 골목이 좋아요? ‘어머니의 골목이 좋아요?”

 “엄마의 골목!”

 “왜죠?”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 어머니는 안방에서 앞마당 정도 거리라면, 엄마는 안방을 벗어나지 않고 한 이불 속에 있는, 그런 기분!” (182)

 

 

옹알이를 시작한 아기가 처음으로 입 밖으로 꺼낸 단어는 무엇일까요? 저는 엄마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아기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단어입니다. 아기는 엄마의 품속에서 먹고 자랍니다. 엄마들은 아기가 기억하지 못한 것들을 추억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자신의 품속에 간직합니다. 아기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소중한 추억을 들려주기 위해서죠. 다 자란 자식은 자신과 엄마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엄마 품에 바짝 귀를 갖다 댑니다. 엄마의 품속 깊이 저장된 추억을 듣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자세히 듣고 싶으면 엄마를 꼭 안아주세요. 엄마를 편안하게 만들어 드리고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그러면 엄마는 품속에 있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입을 엽니다.

 

숨이 차고 힘들게 세상살이를 하다가 잠깐 멈춰 서게 될 때, 우리는 뒤를 돌아보고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소중한 추억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먼지와 때를 한 겹 닦아내는 기분이 듭니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질수록 그리운 추억 찾기에 대한 집착은 더욱더 강해지고 끈끈해집니다. 엄마의 골목이 여러분의 가슴에 따뜻하게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가슴을 아련하게 덮어주는 안방의 이불 같은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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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8-16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럼 너 혹시 은행 다니니...? 아무튼 좋은 일이다. 축하한다!^^

cyrus 2017-08-16 15:27   좋아요 0 | URL
원고 청탁을 받아서 기업은행 온라인 웹진에 글을 싣게 되었어요. 제가 은행에서 일했으면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이 없었을 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본격적으로 글쟁이 되시는 겁니까 ?

cyrus 2017-08-16 15:30   좋아요 0 | URL
부업입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알라디너 덕분에 은행 온라인웹진에 글을 싣게 되었어요. 계속 쓸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

sslmo 2017-08-16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참 좋게 읽어서, 님의 리뷰가 더 남다른가 봅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근데, 더운 대구에서, 휴가는 다녀오셨습니까?^^

cyrus 2017-08-17 12:37   좋아요 0 | URL
휴가는 다음 주에 있습니다. ^^

2017-08-16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7 12:42   좋아요 0 | URL
제가 뭘 쓰고 있는지 관심 없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저의 책 사랑을 알아주는 몇몇 분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17-08-1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행 온라인웹진에 글을 싣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열심히 쓰시더니... 그런 좋은 결과가 생기는군요.

cyrus 2017-08-17 12:43   좋아요 0 | URL
사람 만나는 일에도 운이 따라야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운이 좋았습니다. 알라딘 서재에 저보다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작년 11월에 북플 하이퍼링크 기능의 오류를 확인해서 서재지기님에게 알린 적이 있었습니다. (http://blog.aladin.co.kr/zigi/8880232)

 

북플 앱이 업데이트되면 오류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링크 주소 끝 부분의 괄호 표시와 글자를 붙여 썼습니다. 링크 주소를 잘못 적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로 알라딘 서재에 접속해서 제 글을 보면 링크 기능이 됩니다.

 

 

 

 

 

그런데 북플 앱에서는 링크 기능이 되지 않습니다. 링크 드래그 범위가 ‘~까지 설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난감합니다. 북플의 오류를 수정하려면 컴퓨터로 알라딘에 로그인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링크 주소 끝 부분과 글자를 띄어 써야 북플의 링크 기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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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7-08-16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북플 없이 서재시절로 돌아가고 싶네요

cyrus 2017-08-16 10:32   좋아요 0 | URL
북플을 매일 접속하다 보면 정신이 산만해집니다. 책뿐만 아니라 북플에서 공개되는 글을 읽을 수 있는 집중력이 흐려져요. 사실 A4 용지 한 장 반 분량의 글이라면 그렇게 많은 거 아니에요. 그런데 북플에서는 글이 많아 보여요. 그래서 길게 느껴지는 글은 컴퓨터로 접속해서 읽습니다. 컴퓨터로 읽어도 정독은 불가능하지만, 글쓴이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읽으려고 합니다.
 

 

 

 

 

 

 

 

 

옛말에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처럼 책도 짝이 있다. 책을 살 때 1, 2권 세트 혹은 상, 하권 세트를 사는 일은 장서가의 참된 도리라 할 수 있다. 낱권만 있으면 뭔가 허전해 보인다. 그러나 간혹 부득이한 상황으로 인해 낱권을 사야할 때가 있다. 특히 세트로 나온 절판본 중에 낱권을 구할 때가 난감하다. 절판본 세트를 구하는 일이 제일 어렵다. 마음에 차는 책을 찾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사람이든 책이든 사랑이 마음대로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열린책들 출판사 공식 블로그(http://blog.naver.com/openbooks21)에 재미있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세트 중 1권만 가지고 있는 열린책들 출판사 책을 사진으로 찍어 출판사 블로그 댓글에 남기면 된다. 아쉬운 점은 이벤트 기간이 짧다. 이벤트 마감일이 오늘(!)이다.

 

자세한 이벤트 응모 방법을 알고 싶으면 여기 링크 주소를 클릭해서 확인하면 된다. 응모 방법이 정말 간단하다. 인증사진이 있는 개인 블로그 주소를 댓글에 남기면 끝. (http://blog.naver.com/openbooks21/221068687440)

 

 

 

 

 

 

 

《미성년》 상권은 절대로 잊지 못할 책이자 선물이다. 이 책은 내가 2010년 열린책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openbooks21)에서 활동했을 때 ‘내마음이’님이라는 분에게 받은 것이다. ‘내마음이’님은 ‘사다리 타기 게임’에 걸린 1명에게 《미성년》 상권을 선물로 주는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나를 포함해 총 7명이 사다리 타기 게임 이벤트를 신청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내가 행운의 1인이 되었다. 《미성년》 상권을 받았을 때 하권을 꼭 사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다짐을 7년째하고 있다. 《미성년》 상권은 책 주인 잘못 만나서 7년째 솔로로 지내고 있다. 지금 내가 필요한 건 《미성년》 하권이다!

 

《러시아 희곡》 1권은 폰비진(『미성년』), 알렉산드르 그리보예도프(『지혜의 슬픔』), 푸시킨(『보리스 고두노프』), 레르몬토프(『가면무도회』), 고골(『검찰관』)의 작품이 수록되었고, 2권은 투르게네프(『시골에서 한 달』), 오스트롭스키(『뇌우』), 톨스토이(『어둠의 힘』), 체호프(『벚꽃 동산』)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90년대에 러시아 작가의 희곡이 정식 출판물을 통해 소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리보예도프, 투르게네프, 오스트롭스키의 작품은 《러시아 희곡》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나머지 작품들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나왔다.

 

 

* 폰비진 《미성년》 (조주관 역 · 지만지, 2014)

* 푸시킨 《보리스 고두노프》 (최선 역 · 민음사, 2011)

* 레르몬토프 《레르몬토프 희곡 전집》 (신영선 역 · 연극과인간, 2015)

* 고골 《검찰관》 (조주관 역 · 민음사, 2005)

*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3》 (김근식 역 · 동서문화사, 2004)

* 체호프 《벚꽃동산》 (오종우 역 · 열린책들, 2009)

 

 

《러시아 현대소설 선집》 1권은 1997년에, 2권은 1999년에 《매일 다샤 언덕을 지나며》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러시아 현대소설 선집’을 입력하면 1권만 나온다. 그래서 1권만 출간됐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나도 처음에 그랬다. 《러시아 현대소설 선집》 2권을 확인하려면 ‘매일 다샤 언덕을 지나며’라는 제목을 입력해야 한다. 아니, 이럴 거면 1권을 출간했을 때 이름을 붙여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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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8-13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 맞추기는 헌책 수집가의 놀이죠..ㅎ

cyrus 2017-08-13 16:19   좋아요 1 | URL
네, ‘즐거운 고통’입니다. 지금 짝을 못 맞춘 책이 더 있습니다. ^^;;

꼬마요정 2017-08-1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에밀 졸라의 <살림> 상 권만 있어요. 그래서 읽지를 못해요ㅜㅜ

cyrus 2017-08-13 16:22   좋아요 0 | URL
창비에서 나온 책이죠? 저는 <살림> 하 권을 중고매장에서 구입한 다음에 품절되지 않은 상권을 바로 주문했습니다. 지금 확인해보니까 상, 하권 모두 품절되었군요. ^^;;

겨울호랑이 2017-08-1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께서 연애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시는 줄 알았네요^^:

clavis 2017-08-13 15:23   좋아요 1 | URL
하하하 저도요♡♡♡

cyrus 2017-08-13 16:25   좋아요 2 | URL
제목이 오해를 부를 수 있겠군요. 의도는 없었습니다. ^^;; 제가 여기 책 리뷰 올리는 블로그에서 연애한다고 자랑하겠습니까? 한 달 이상 서재 활동이 뜸해지면 제가 연애하고 있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ㅎㅎㅎ

2017-08-13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4 19:29   좋아요 0 | URL
미완성한 음악을 다른 음악가가 완성한 사례는 알고 있지만, 작가의 경우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궁금합니다. ^^

나비종 2017-08-14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희곡 2>에 마음에 드시는 작품들이 더 많았나봅니다~^^

cyrus 2017-08-15 22:23   좋아요 0 | URL
투르게네프와 오스트롭스키의 희곡이 있는 유일한 번역본이라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

에디터D 2017-08-1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보고 잠깐 오해할 뻔 했어요^^;; 그나저나 이벤트가 벌써 끝났군요.

cyrus 2017-08-15 22:24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벤트를 모르고 주말을 보낼 뻔했습니다. 토요일 밤에 이벤트 사실을 알았습니다. ^^;;

transient-guest 2017-08-15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자 프란치스코 1권이 품절이라서 못 사고 있죠. 시리즈를 따로 빼서 만들었으면 이런 건 좀 지양해야할 듯...이벤트가 있는걸 이제야 봤네요.ㅎ

cyrus 2017-08-15 22:25   좋아요 0 | URL
검색해보니까 정말 1권만 품절이군요. 진짜 저런 상황이면 난감합니다.. ^^;;
 
롭스와 뭉크 - 남자와 여자
국립현대미술관 엮음 / 컬처북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롭스와 뭉크: 남자와 여자」 전이 열렸다. 뭉크(Munch), 그의 이름을 몰라도 그가 그린 『절규』는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뭉크는 요람에 있을 때부터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의 운명 주변에 배회하는 것을 느꼈다. 뭉크의 어머니는 다섯 살 때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고, 여동생 역시 폐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특히 여동생의 죽음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병든 소녀』는 폐결핵으로 고생하는 여동생을 지켜봤던 이모의 기억을 되살려 그린 작품이다. 이런 그의 생애를 알고 그림을 들여다보면 그의 그림들이 왜 어둡고 쓸쓸한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뭉크는 불행한 기억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다.

 

펠리시앙 롭스(Félicien Rops)는 우리나라에 생소한 이름이다. 롭스는 벨기에 출신의 화가이자 판화가다. 롭스의 그림은 에로틱하고 음습하다. 롭스는 세상을 풍자하기 위해 여성을 악녀로 설정하여 묘사했다. 롭스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은 남성을 유혹하여 파멸로 이끄는 ‘팜므 파탈(Femme fatale)’이다. 세기말 예술가들은 퇴폐적인 미적 이상에 집착했다. 이 주제에 맞춰 등장한 것이 팜므 파탈이었다. 팜므 파탈은 자유를 요구하기 시작한 여성해방운동에 대한 남성의 반발이자 두려움의 표현이었다.

 

 

 

 

 

시집 《악의 꽃》을 발표하여 물의를 일으킨 샤를 보들레르가 팜므 파탈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졌다. 그와 교류한 롭스는 관능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끌어당기는 여성을 다양한 형태로 묘사했다. 롭스는 악마와의 섹스에 빠져 몸을 떨면서 황홀경을 느끼는 여성이나 음탕하기로 악명 높은 목신 상을 음흉하게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 등을 그렸다. 그의 그림들이 명작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더라면 불경스러운 그림으로 남았을 것이다.

 

 

 

 

 

뭉크와 롭스. 이 두 사람은 여성을 관능적인 팜므 파탈로 묘사했다. 『여자에 세 시기 : 스핑크스』는 뭉크의 여성관이 반영된 작품이다. 스핑크스(Sphinx)는 남자를 고통에 빠뜨린 신화 속 악녀의 대명사다. 뭉크는 자신의 실패한 연애 경험을 극복하지 못했고,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뭉크가 그린 여성도 얼굴은 창백하고 추하고 무섭다. 그렇지만 여성을 악녀로 그리는 두 사람의 의도는 다르다. 롭스는 사회를 냉소적으로 조롱하기 위해서 노골적으로 악녀를 묘사했다면, 뭉크는 살아남은 자신의 슬픔과 비통함을 드러내기 위해 여성을 변형되고 왜곡된 형태로 묘사했다.

 

롭스의 그림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책은 이 전시회 도록이 유일하다. 십 년 전에 나온 이 도록은 지금도 알라딘에서 구매할 수 있다. 「롭스와 뭉크: 남자와 여자」 전은 뭉크와 롭스가 제작한 판화 작품들 위주로 전시되었다. 뭉크는 생전에 판화 연작을 많이 남겼다. 그는 채색화로 표현됐던 주제와 이미지를 이용해 복제본 형식의 판화를 제작했다. 뭉크와 롭스의 그림은 다소 음울하면서도 난해하다. 게다가 여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두 남성 화가의 편견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편견에 갇혀 영향을 받는다.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뭉크와 롭스의 그림에는 세기말을 지배했던 문화와 시대적 정신이 반영되어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의 작품은 세기말의 사회적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롭스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대담하게 응시했다면, 뭉크는 생의 한가운데 서성거리면서 죽음을 응시했다. 뭉크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이 두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병이었고, 도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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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0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1 17:17   좋아요 0 | URL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간의 얼굴에서만 나올 수 있는 표정을 잘 묘사한 걸작입니다. ^^

비연 2017-08-1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6년도에 롭스와 뭉크 전시 갔었더랬어요!

cyrus 2017-08-11 17:18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이런 전시회가 다시 나오기 힘들 겁니다. ^^

표맥(漂麥) 2017-08-11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글입니다...^^

cyrus 2017-08-12 17:3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그림이 흥미롭습니다. 이미지 사진을 더 올리고 싶어도 선정성이 높아서 올리지 못했습니다. ^^;;

2017-08-11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2 17:36   좋아요 1 | URL
오늘은 날씨가 선선해서 에어컨 켜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 며칠 지나면 다시 더워지겠죠. ㅎㅎㅎ 좋은 주말 보내세요. ^^
 

 

 

 

 

 

 

 

 

 

 

 

 

 

 

 

 

 

 

 

 

 

 

 

 

 

 

 

 

 

 

 

 

 

 

※ 시드니 패짓의 삽화가 수록된 번역본들

 

 

* 《바스커빌 가문의 개》 (황금가지, 2002년)

* 《배스커빌의 개》 (시간과공간사, 2002년)

*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문예춘추사, 2012년)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6 : 바스커빌 씨네 사냥개》 (현대문학, 2013년)

* 《배스커빌 가의 개》 (더클래식, 2014년)

*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코너스톤, 2016년)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의 스태플턴은 폭력과 고문에 탐닉하는 사디스트일 가능성이 있다. 사디즘은 성적 대상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쾌감을 얻는 변태성욕, 즉 성도착증의 하나다.

 

 

 

다음 내용은 작품의 줄거리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태플턴은 그림펜 늪지대를 돌아다니며 곤충을 채집하는 아마추어 박물학자다. 그는 누이동생 베릴 스태플턴과 함께 산다. 스태플턴은 오래전부터 찰스 바스커빌과 알고 지낸 사이였다. 찰스가 세상을 떠난 후 가문의 상속자로 확정된 헨리 바스커빌 경이 다트무어의 저택으로 오게 되면서 그와 친하게 지내게 된다. 하지만 스태플턴은 여동생을 좋아하는 헨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헨리는 베릴을 직접 만나 구애를 시도하지만, 스태플턴에게 걸리고 만다. 스태플턴은 노발대발하면서 헨리에게 욕설한다. 그는 여동생을 끔찍이 아낀다. 헨리와 베릴의 결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실 그가 여동생을 과잉보호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베릴은 박물학자의 여동생이 아니라 아내다. 스태플턴은 로저 바스커빌의 아들이다. 스태플턴은 찰스 바스커빌이 소유한 막대한 재산을 독차지하려고, ‘지옥 개의 저주’를 이용하여 찰스 바스커빌과 헨리 바스커빌을 죽이는 음모를 꾸몄다. 그의 음모는 홈즈에 의해 밝혀졌고, 스태플턴은 집에 베릴을 결박하고, 도피한다.

 

사소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홈즈 연구가들은 결박당한 베릴의 상태를 주목했다. 홈즈 일행이 베릴을 구출했을 때 그녀의 목에 벌겋게 부어오른 채찍 자국을 발견했다. 딘 W. 베켄시트이 묘사를 근거로 아내에 대한 스태플턴의 심리 상태를 분석했다. 베켄시트는 스태플턴이 아내가 헨리 경에게 빼앗길 거로 생각했으며 아내의 외모를 망가뜨리기 위해 아내를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현대문학 주석판 283쪽, 주석 205번 참조) 스태플턴은 아내에 대한 소유욕이 엄청 강하다. 그렇다 보니 의처증이 심해졌을 테고, 자신이 제거해야 할 대상인 헨리 경이 아내에게 치근덕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스태플턴이 아내를 결박하여 채찍질을 가한 행동에서 사디즘 증상으로 볼 수 있다.

 

 

 

 

 

 

 

 

 

 

 

 

 

 

 

 

 

*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 《서양미술의 섹슈얼리티》 (시공사, 1999년)

* 진중권 《성의 미학》 (세종서적, 2005년)

 

 

 

결박, 즉 본디지(Bondage)는 밧줄이나 사슬로 ‘묶여 있는 대상(남성, 여성)’에게 성적 만족을 얻는 가학적 행위다. 특히 ‘결박당한 여성’은 남성에게 성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 본디지 모티브는 남성 화가와 남성 관객들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인기 주제였다.

 

 

 

 

 

남성 화가가 묘사한 결박당한 여성은 수동적이다. 탈출할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풀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기다릴 뿐이다. 남성은 결박당한 여성을 구출하는 정의의 사도가 설정된다. 앵그르『안젤리카를 구출하는 로저』는 당시 남성이 여성에게 어떻게 행동하고 처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앵그르는 날개 달린 말을 탄 기사 로저가 괴물을 물리치고 안젤리카 공주를 구출하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다. 이 그림을 보는 남성 관객들은 괴물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출하는 로저의 행동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다. 그 감정이 바로 ‘남자다움’과 ‘용기’다. 여성을 구출하는 남성 이미지에 익숙해진 남성 관객은 자신이 여성을 보호하는 수호자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보상을 바란다. 위험에 빠진 여성을 구출하고, 보호했으니 이제 남은 건 그녀를 ‘소유’하는 것이다. 즉 여성은 남성이 차지하는 전리품이 된다. 괴물의 입을 관통한 로저의 창은 여성을 보호하면서 얻을 수 있는 육체적 보상, 성적 결합을 암시한다.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는 앵그르의 그림에서 ‘감금에 대한 남성의 환상’을 읽었고, 진중권은 그림 자체를 ‘소녀가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첫 경험’을 암시하는 상징으로 봤다.

 

 

 

 

 

홈즈 시리즈의 삽화를 담당한 시드니 패짓은 ‘감금에 대한 남성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을 그렸고, 결박당한 베릴의 모습이 인기가 있었는지 1949년에 나온 문고판 표지로 나오기도 했다. 베릴은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표정은 황홀한 오르가슴을 느낄 때 나오는 표정과 유사하다. 스미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는 고통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980년대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배스커빌의 개》 표지는 1949년 문고본 표지만큼 에로틱한 느낌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베릴이 묶여 있는 자세, 늑대 그리고 그녀가 입고 있는 흰 원피스에 묻은 혈흔은 성적 의미를 암시하는 어트리뷰트(속성, attribute)로 볼 수 있다. 목을 젖히는 베릴의 모습을 앵그르의 그림 속 안젤리카와 비교해 볼 것. 베릴은 황홀감에 빠져 있다. 늑대는 그녀에게 성적 학대를 가하는 스태플턴을 암시한다. 베릴은 스태플턴과 결혼한 사이이기 때문에 그녀를 ‘첫 경험을 한 여성’이라고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다. 출판사가 무슨 생각으로 원작에 없는 혈흔을 그렸는지 정말로 궁금하다.

 

 

 

 

 

동서문화사는 간혹 원작과 전혀 상관없는 표지 디자인을 만들거나 선택한다. 다카기 아키미쓰《문신 살인사건》(동서문화사, 2005)의 표지는 독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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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0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0 17:33   좋아요 1 | URL
저 책 말고도 19금 딱지가 붙을만한 표지가 있는 동서문화사 책이 더 있습니다. ^^;;

2017-08-10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0 17:42   좋아요 0 | URL
어떤 독자들은 이 책을 서점에서 구입했을 때 난감했다고 합니다. 표지 때문에.. ㅎㅎㅎ 이 책을 검색하면 작품 내용보다는 표지에 관한 내용이 더 많습니다. 독자 서평들을 읽어봤는데 표지 디자인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t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표지 디자인의 의미를 알겠습니다. ^^

AgalmA 2017-08-11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어라서 효과가 더 극대화되는군요. 컨셉으로 아예 밀고 나가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하여간 동서문화사에 이런 면도 있었다니ㅎㄷㄷ

cyrus 2017-08-11 17:21   좋아요 0 | URL
의도적으로 고른 것인지 야한 느낌이 나는 표지 디자인의 책이 있어요. 동서문화사판 <아라비안 나이트>, <겐지 이야기> 2권을 확인해보세요. ^^

표맥(漂麥) 2017-08-1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황당한, 일본스런 표지군요...^^

cyrus 2017-08-12 17:37   좋아요 0 | URL
일본 원서에 있는 표지일 수도 있습니다. 보면 볼수록 기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