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폴리틱스 - 권력 투쟁의 동물적 기원
프란스 드 발 지음, 장대익.황상익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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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핑 중에 우연히 건진 짤막한 외국 유머를 소개해본다. 목사의 아내가 진화론을 듣고는 남편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보! 우리 조상이 원숭이래요! 그게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게 정말로 사실이라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기를 기도해요.”[1]

 

인류 지성사에서 진화론만큼이나 엄청난 오해와 비난을 받은 이론이 또 있을까 싶다. 찰스 다윈《종의 기원》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원숭이가 우리 조상님이냐!”며 분노를 드러냈다. 신이 세상 만물을 만들었다고 믿고 있던 창조론자들은 충격과 당혹감에 빠졌다. 그러나 진화론은 원숭이가 진화해서 인류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 아니다. 인간과 원숭이가 먼 옛날 공통조상으로부터 분화되어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걷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인간이라면 반드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궁극적 질문에 봉착한다. 진부하면서도 심오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변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무엇인지 똑 부러지게 설명하는 고전적 정의를 내린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zōion politikon)이다.” 이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편성을 가진 명제이다.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는 성향이 있다. 이처럼 정치도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정당을 만들어 정책을 추진한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당파들이 형성되면 서로 반목하여 당쟁이 일어난다. 시민과 정치인들은 특정 당파의 독재를 막기 위해 견제한다.

 

인면수심. 여기서 말하는 ‘수심(獸心)’은 짐승, 즉 동물의 마음이다. 못된 사람을 비난할 때 “짐승 같은 놈”이라고 욕하는 데서 잘 드러나듯이 동서양의 많은 사상은 인간과 동물의 본질적 차이만을 강조해 왔다. 예를 들어 레비스트로스는 ‘근친상간에서 벗어나면서 인간은 자연에서 문화로, 동물에서 인간으로 진보했다’고 주장했다. 문화는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적인 생활양식이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슬기로운 사람)’라고 자처하는 인간은 문화야말로 인간이 동물보다 한 단계 높은 곳에 있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원숭이 무리가 고도의 정치행위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1982년에 나온 《침팬지 폴리틱스》(바다출판사, 2017)는 자부심이 강한 ‘호모 사피엔스’들을 난처하게 만든다. 이 책을 쓴 프란스 드 발은 1970년대 중반부터 네덜란드 아른험 동물원에 근무하면서 침팬지 사육장을 관찰했다. 침팬지 무리의 최고 자리를 놓고 벌어졌던 처절한 권력투쟁을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침팬지도 ‘정치적 동물’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침팬지 두 마리가 서로 싸우고 있을 때, 전세가 불리해진 침팬지는 제3의 침팬지를 향해 손을 내민다. 그러면 제3의 침팬지는 자신에게 손을 내민 침팬지의 편을 들어주면서 싸움에 가담한다. 침팬지 사회의 ‘연합’은 권력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형성되며 무리는 두 개의 연합체로 나뉜다. 침팬지가 제3의 침팬지에게 손을 내밀면서 동료를 확보하는 과정은 악수하는 인간의 모습과 유사하다. ‘내 손에 무기가 없으니 싸우지 말자’에서 시작한 게 악수다. 악수는 상대방에 접근하여 싸울 의사가 없음을 드러내는 몸짓이다. 침팬지와 인간은 손으로 직접 접촉하는 행위를 통해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니다”라는 믿음을 상기시킨다. 침팬지는 자신과 싸운 동료와 화해할 줄 안다. 침팬지들은 싸움이 끝난 뒤 서로 껴안거나 털을 골라준다. 심지어 소리 내면서까지 키스를 한다. 크게 한 번 싸우고 나면 일체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반응과 대조적이다.

 

저자는 침팬지 사회를 ‘정치’라는 틀로 설명하면서 정치의 기원이 인류의 역사보다 훨씬 일찍 형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암수 침팬지들의 행동 양식을 살펴보면 인간사회와 똑같이 펼쳐지는 권력 투쟁을 확인할 수 있다. 침팬지와 인간은 공통으로 ‘목적성을 가지고 생각(think purposefully)’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침팬지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개인 또는 공공의 이익을 누리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다만 침팬지는 욕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만, 인간은 욕구를 노출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선거철만 되면 자신의 밥그릇을 숨긴 채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입만 털다가 국회의원 배지 달자마자 제 밥그릇 챙기기 여념 없는 정치인들은 후자에 속한다. 그렇다면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은 침팬지와 인간의 중간 단계에 속하는 존재인가?

 

이 책에 읽을 때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있다. 저자는 수컷 침팬지 이에룬이 일인자였을 때 암컷 침팬지들과의 교미를 독점하는 모습을 ‘초야권’에 비유했다(246쪽). 서구 중세 시대부터 유래한 것으로 전해지는 초야권은 농노 처녀가 결혼 전날 영주와 먼저 잠자리를 해야 하는 풍습이다. 그동안 초야권은 권력형 성 착취의 전형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초야권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악습으로 판명이 났다. ‘초야권’을 언급한 문장에 대한 저자의 주에 따르면 초야권이 ‘영주가 신부의 침대에 발을 들여놓거나 침대 위에 올라가 신부 위를 지나가는 식의 상징적인 의미로만 사용’(331~332쪽)되었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이런 설명은 “성 착취에 가까운 초야권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풍습”이라고 명시한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미흡하다. 이럴 때 미흡한 설명을 보완하는 역주가 있어야 했다.

 

《침팬지 폴리틱스》는 침팬지들의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독자들의 머릿속에 “인간도 동물”이라는 명제를 효과적으로 각인시켜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정확했다. 그래도 인간과 똑같이 ‘정치하는 원숭이들’의 이야기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사람들도 유머에 나오는 목사의 아내처럼 ‘정치하는 원숭이’ 이야기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1] 원문 :

  The wife of a preacher, told years ago of Darwin’s theory of evolution, is reported to have exclaimed :

“Descended from the apes! My dear, we hope it is not true. But if it is, let us pray that it may not become generally known.” (출처 : [해외 유머-인류의 조상] 한국경제, 2001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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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작전 - 서구 중세의 역사를 바꾼 특수작전 이야기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박용진 감수 / 프시케의숲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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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특수부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이길 수 없는 전투를 영화처럼 극복하고 승리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액션 영화 속 신출귀몰한 주인공들은 대부분 특수부대원이다. 람보는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이며 ‘007’ 제임스 본드는 영국 해군 특수부대 출신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와 현실은 당연히 차이가 있다. 현실에선 특수부대에 맡긴 임무가 최악의 결과로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 특수부대의 수행 능력이 크게 모자라서가 아니라, 상황 자체가 워낙 좋지 않아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특수부대의 원조는 영국 육군 공수특전단(SAS)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북부 아프리카 사막의 독일군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 1941년에 창설됐다. 특수부대는 현대전에서 중요한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대담한 작전》(프시케의숲, 2017)은 특수부대의 기원을 ‘중세와 르네상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은 하라리의 대표작 《사피엔스》(김영사, 2015), 《호모 데우스》(김영사, 2017)보다 먼저 나왔다. 하라리는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담한 작전》은 《극한의 경험》(옥당, 2017)과 더불어 전쟁사를 다룬 하라리의 책이다.

 

이 두 권의 책보다 먼저 나온 대표작들의 영향력이 매우 커서 그런 것일까. 《극한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대담한 작전》에 대한 독자의 평가는 인색하다. 어떤 독자는 중세의 특수작전을 설명하는 데 참고할만한 사료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고(하라리는 서문에서 이 책의 한계점을 밝혔다), 또 다른 독자는 《대담한 작전》을 시오노 나나미《로마인 이야기》(한길사)와 비교하여 하라리의 필력이 나나미보다 떨어진다고 평했다. 역사 전공자 하라리와 역사 비전공자 나나미(그녀는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이탈리아에 거주하면서 로마사를 독학했다)는 비교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 《대담한 작전》이 《사피엔스》보다 재미가 떨어지는 점은 알겠는데 하라리가 나나미보다 못한 평을 받는 건 어이가 없다. 《로마인 이야기》는 ‘대체역사소설’에 가깝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관심 있는 역사적 인물(특히, 율리우스 카이사르)이나 특정 사건에 대한 이야기에 상상력을 덕지덕지 덧붙여서 쓰는 서술을 구사한다. 더 심한 건 나나미는 사료를 잘못 인용하거나 사료를 누락하는 오류까지 저지른다.

 

하라리가 연구한 ‘서구 중세 역사 속 특수작전의 기원’은 역사적 사료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주제이다. 본인도 부족한 여건 속에서 시작한 연구를 집대성한 책의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누구’처럼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전인수 격으로 역사를 해석하지 않았다. 하라리는 사료가 부족한 점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참고한 사료의 진위성을 의심해보기도 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정명을 내리기까지는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충분하게 진행돼야 한다. 하라리는 가능한 한 균형 있게, 또 객관적으로 기술하려고 노력했다. 사료가 부족하여 채울 수 없는 역사의 공백기에 적절한 상상력을 가미했다.

 

책 이야기를 하려다가 서론이 길어졌다. 하라리는 중세와 르네상스에 일어난 여섯 가지 전쟁들을 살펴보면서 특수작전의 본질을 발견한다. 중세 시대에 기사(군인)들은 기사도라는 높은 윤리를 요구받았다. 이것은 기독교 윤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용기, 예의, 명예 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기사들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전면전을 불사했다. 그들은 암살, 납치, 매수, 기습 작전 등이 허용되는 특수부대의 전투 방식을 기사의 명예에 흠집 나게 하는 ‘반칙’으로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특수작전이 감행된 중세의 전쟁을 입증할 수 있는 사료가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중세 기사들도 한 번쯤은 특수작전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특수작전이 실패하면 단숨에 전세가 뒤집힐 수 있고 군의 사기는 떨어진다. 《대담한 작전》은 중세 시대 특수작전들의 성공 요인뿐만 아니라 실패 요인까지 짚는다.

 

특수부대가 ‘대담한 작전’으로 승리를 거둘 거란 기대는 미디어가 만든 환상이다. 하라리의 정의에 따르면 특수작전은 ‘보편적이지 않은 은밀한 전투방법’이다. 특수작전이 감행된 전쟁의 경과 및 결과에는 극히 복잡하고 다양한 배경이 얽혀 있어서 하나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특수작전의 세계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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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4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4-04 18:58   좋아요 1 | URL
아시아로 연구 범위를 확장시키면 닌자도 특수부대로 볼 수 있겠어요. ^^

레삭매냐 2018-04-04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작가의 모든 책이 좋을 거라는 환상
은 애당초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제임스 설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cyrus 2018-04-04 18:59   좋아요 0 | URL
유발 하리리의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는 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극한의 경험》, 《대담한 작전》은 좋았습니다. ^^
 
강박적 아름다움 - 언캐니로 다시 읽는 초현실주의
핼 포스터 지음, 조주연 옮김 / 아트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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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서구 지식인들은 과연 자신들이 신뢰했던 인간의 이성에 근거한 진보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구 문명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반동적 미술을 추구한 이들이 ‘초현실주의자’들이다. 이 움직임의 중심에서 살바도르 달리는 꿈과 환상의 세계를 회화로 재현하는 데 몰두했다. 그는 이성적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무의식을 파헤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매료되어 그의 개념과 용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을 남겼다. 그러나 정작 프로이트는 초현실주의자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초현실주의 운동의 중심적 인물이었던 앙드레 브르통은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의 조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꿈과 현실의 관계 및 예술의 의미를 둘러싼 프로이트와 브르통의 견해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달리와 브르통, 두 사람은 각각 실제로 프로이트를 만난 적이 있다. 두 초현실주의자는 프로이트가 초현실주의에 대해 뭔가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이성과 합리성을 부정하는 초현실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초현실주의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아 무의식의 세계, 꿈의 세계를 지향하는 사조로 흔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초현실주의와 정신분석학은 서로 밀어내는 상극의 관계인가? 미국의 미술사학자 핼 포스터는 두 진영의 입장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 초현실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그는 이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프로이트가 제시한 ‘언캐니(uncanny)’라는 개념을 선보인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언캐니는 익숙한 대상에게서 어느 한순간 감지되는 낯선 불안감을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쾌락원리 너머》(부북스, 2013)라는 책에서 리비도(Libido, 성 욕동) 탐구에만 집중됐던 자신의 기존 정신분석학 이론을 뒤엎고 ‘죽음 욕동’ 개념을 도입한다. 따라서 인간은 리비도가 포함된 삶 욕동뿐만 아니라 죽음 욕동, 즉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삶 욕동과 죽음 욕동은 대립 관계가 아니라 서로 맞닿아 있다. 언캐니는 죽음 욕동과 관련 있는 필연적 요소이다. 프로이트는 거세와 죽음을 떠오르게 하는 억압 상태를 언캐니의 형태로 봤다. 즉, 불안은 거세와 죽음의 위협에 대한 반응이고, 억압의 형태로 나타난다. 내적 불안과 두려움이 일상의 친숙한 사물들을 낯설게 느껴지는 공포(언캐니)로 돌변하는 상황으로 만든다.

 

초현실주의자들은 프로이트의 죽음 욕동 개념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핼 포스터는 초현실주의자들도 죽음 욕동 개념을 감지했으며 언캐니가 몇몇 초현실주의 작품(앙드레 브르통, 조르조 데 키리코, 막스 에른스트, 자코메티 등) 속에 녹아들었다고 주장한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사랑과 죽음, 쾌락과 고통과 같은 주제에 몰두했다. 자살과 사디즘(Sadism)은 각각 자신과 타인을 죽음으로 이르는 행위다. 이 두 가지 행위는 억압을 해소하려는 과격한 분출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자살 또는 사디즘의 형태로 발현된 죽음 욕동을 직감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합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자연계 질서에 일어난 파열을 ‘경이’라고 표현했다. 자연계 질서, 즉 기존 현실이 파괴되면 혼란이 극에 달하고, 혼란에 빠진 세계가 향하는 파멸의 길은 곧 죽음의 길이다. 여기서 초현실주의자들은 ‘경이로운 과정’ 속에서 억압된 것(죽음)이 주는 섬뜩한 것(언캐니)에 아름다움을 반복적으로 느낀다. 핼 포스터는 언캐니가 일으키는 반복적이고 강박적 성질‘강박적 아름다움(또는 발작적 아름다움)’이라고 명명한다. 그는 초현실주의자들이 남긴 텍스트와 각종 미술작품을 분석하면서 그 속에 함축된 죽음 욕동, 외상, 강박적 아름다움 등을 찾아내고 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언캐니의 공포를 '강박적 아름다움'으로 변주하여 죽음에 대한 외상을 다스리려고 했다

 

핼 포스터는 초현실주의의 지도를 다시 그리기 위해 세 가지 나침반을 준비한다. 세 가지 나침반이란 앞서 언급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주의 문화론, 그리고 초기 인류학이다. 이 세 가지 나침반은 초현실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준 담론이다. 예술을 좋아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현대미술은 여전히 어렵다. 특히 현대미술로 분류되는 초현실주의 미술은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초현실주의 미술을 새로 해석한 핼 포스터의 책은 어렵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초현실주의 미술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브르통이 ‘우연히 발견된 오브제’로 명명한 골동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을 설명한 2장, 관절 인형을 소재로 작품을 제작한 한스 벨머를 분석한 4장의 주요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 주는 글(『벼룩시장에서 태어나다: 마티스의 ‘영감’에서 네자르의 ‘작품’까지』, 『죽음과 사랑: 벨머의 인형과 섹슈얼리티』)이 《진중권 미학 에세이》(씨네21북스, 2013)에 수록되어 있으니 참고가 될 것이다. 이번에 나온 《강박적 아름다움》은 십여 년 전에 나온 《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아트북스, 2005)의 개정판이다. 새롭게 번역한 개정판은 읽기 쉽지 않은데, 오역이 있는 구판 번역본을 읽었던 독자들은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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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4-03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려워요. ㅜㅜ; 역시 cyrus님.@_@; (슬그머니 도망-_-;;;;;)

cyrus 2018-04-04 12:22   좋아요 0 | URL
리뷰를 썼을 때 머리에 쥐가 났습니다... ㅎㅎㅎ

sprenown 2018-04-03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미술평론 수준의 고급진 글. 좋아요. 초현실주의 하면 르네 마그리트를 빼놓을 순 없죠^^ .

cyrus 2018-04-04 12:23   좋아요 0 | URL
미술평론 수준까진 아니에요.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건데요. 이 책은 정말 어렵습니다. ^^;;
 

 

 

 

레드스타킹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 되면 놀랄만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두 달 전에 제가 처음으로 독서모임에 참석했던 날에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그다음 달에 독서모임이 있었던 월요일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혐의를 받았습니다. 오늘은 김생민이네요. 김생민이 방송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는군요.

 

 

 

 

 

 

 

 

 

 

 

 

 

 

 

 

 

오늘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마지막으로 읽는 날입니다. 책 한 권 다 읽고 나니 한 달이 금방 지나가버렸네요. 독서모임에 참석하지 못했으면 학술적인 페미니즘 책을 혼자서 다 못 읽었을 거예요. 지난주에 이미 완독했지만, 오늘 모임을 위해 6장과 7장을 다시 읽었어요. 4, 5장을 함께 읽었던 지난주 모임의 공식 후기를 공개합니다. 여성이라면 이 글을 꼭 읽어보셔야 해요.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이 제일 중요해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세 번째 모임!! 4,5장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충주에서 페미니즘 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는 두 분을 이나영 교수님 강연장에서 만나서 급! 모임을 참관하러 오셨답니다. 인스타에서 보고 저희 모임을 알고 계셨다고 하셔서 신기하고, 너무 반가웠어요. 말씀하셨던 여성 인터뷰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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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4장의 내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자본이 제3세계 여성을 발견하였다.”라는 것입니다. 국가가 ‘포주’처럼 나서서 “아시아 여성은 고분고분하고, 손이 야무지고, 순종적인 노동자들입니다.”라고 다국적 기업에 홍보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과거 상황과 연결되었어요. 저희 어머니 세대만 해도 오빠와 남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딸들은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공장에 가야 했습니다.

 

 

 

 

 

 

 

 

 

 

 

 

 

 

 

 

 

* [읽을 예정인 책] 실비아 페데리치 《혁명의 영점》 (갈무리, 2013)

 

 

이 책은 예전에 읽었던 <혁명의 영점>과 공통되는 부분도 많지만, 마리아 미즈는 소위 말하는 ‘제3세계 여성’과 ‘1세계 백인 여성’의 연대를 더 고민하는 것 같다고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다들 3세계라는 표현이 싫다고 했지만, 대체할 언어가 부족한 것이 슬프네요.) 미즈는 1장에서 ‘자매애’로 모든 여성을 퉁쳐 버리는 것에 굉장히 회의적이었는데요. 4장을 읽으니 결국 중요한 건 각각 다른 위치에 있는 여성들 간의 차이나 공통점 그 자체가 아니라 페미니즘이 어떻게 이 모두를 떠안을 수 있는 정치 운동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억압받지만, 결국 우리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는 제3세계와 1세계 어딘가에 끼여 피해자이자 가해자의 위치에 서 있습니다. 어머니 세대는 ‘제3세계 여성 노동자’로 불리다가 지금 우리 세대는 ‘번식자’이자 ‘소비자’로 강요당하는 급격한 변화가 아이러니했어요.

 

그리고 여성은 전 세계 노동의 2/3를 해내지만, 언제나 일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당합니다. 남편과 같이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 여성은 무보수로 일하며 노동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또 한 분의 할머니는 평생을 농사일, 자녀 양육으로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했지만 직장에 안다녔기 때문에 “나는 평생 일해본 적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신다고 합니다. 책에 나오는 사례들에서 전부 여성은 끊임없이 노동하고, 남자들은 빈둥거리고, 자본은 착취하고.....무한 반복. 또 미군 기지촌에서 한국 여성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필리핀, 러시아 여성들이 채운다는 것에 다들 절망했어요. 제조업 공장도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또 베트남으로.... 과연 끝이 있을까요? 자본은 언제까지, 어디까지 여성들을 착취할 수 있을까요?

 

5장에서는 인도의 결혼 지참금 살해 이야기가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돈을 더 가져오지 않는다고 불태우고, 자살로 위장하고, 독살하고. 여성이 심지어 ‘돈을 내고’ 결혼해서 평생을 일하고, 학대받으며 고작 얻는 건 ‘아내’라는 허울뿐인 지위라는 게 어이가 없었습니다. 결혼 지참금 살해는 ‘근대화되지 않은’ 인도의 시골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도시에서도 발생하고 우리나라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결혼정보 회사도 여자들 돈으로 굴러가고, 혼수 문제도 심각하니까요.

 

마지막은 역시나 ‘미투’ 이야기였습니다. 가해자 처벌 강화와 정책 변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변해야 할 건 가정, 직장, 사회에서 저평가 되고 있는 여성노동입니다. 은○씨가 나영 님이 이어말하기 대회에서 하신 발언을 적어 와서 읽어주셨어요.

 

“놀고먹는 아내,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모습이 그렇게 놀고먹는 아내로만 계속 여겨지는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들이 자신의 위치를 이야기하고 그런 성적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저평가되고 있는 여성노동, 또 사회 곳곳의 보이지 않는 노동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한 것 같습니다. 여성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일하는 존재였습니다. 취집한다, 남자들 군대 가는 동안 여자들은 쇼핑하고 논다, 집에서 남편 돈으로 브런치나 먹으며 수다 떠는 아줌마들 타령하는 새끼들아! 제발 이 책 좀 읽어라!

 

다음 주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6, 7장 읽고 만나요. 제가 책 안 읽어온다고 막 너무 뭐라고 해서 죄송해요...... 안 읽어도 오세요! 여러분 ㅋㅋㅋㅋ

 

 

 

 

 

 

 

 

 

 

 

지난주 토요일에 진행된 ‘본격 월경 토크’는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이날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합니다.

 

 

 

 

 

 

 

 

 

 

 

 

 

 

 

 

 

 

 

* 김보람 《생리 공감》 (행성B, 2018)

*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마이 리틀 레드북》 (부키, 2011)

 

 

 

저는 이 행사 준비에 많이 한 건 없지만, 《생리 공감》(행성B, 2018)《마이 리틀 레드북》(부키, 2011)을 기증했습니다. 《생리 공감》 속표지에 책의 저자인 김보람 감독님의 친필 사인이 있습니다. 《마이 리틀 레드북》은 지금도 저랑 친분이 있는 알라디너가 제게 직접 주신 선물입니다.

 

 

 

 

 

 

 

이번 달 선정도서와 레드스타킹 내부 행사 일정이 확정되었습니다. 4월 9일 월요일에 영화 상영회가 있습니다. 상영작은 미정입니다. 레드스타킹이 ‘봄맞이 페미니즘 강좌’를 주최합니다. 강좌명은 ‘꽃보다 페미니즘’입니다. 잘 지었죠? :)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성의 변증법》 (꾸리에, 2016)

* [읽을 예정인 책] 앨리스 에콜스 《나쁜 여자 전성시대》 (이매진, 2017)

* [읽을 예정인 책] 수전 팔루디 《백래시》 (아르테, 2017)

 

 

 

4월 16일 월요일 오후 7시에 권김현영 님의 강연이 있습니다. 이 날 강연에 맞춰서 《성의 변증법》(꾸리에, 2016), 《나쁜 여자 전성시대》(이매진, 2017), 《백래시》(아르테, 2017)를 미리 읽고 오신다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강연이 될 것입니다. 얼른 신청하세요!

 

4월 28일 토요일 오후 3시에 나영 님의 강연이 있습니다. 이 날 성, 노동, 동의, 권력, 폭력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성폭력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강연 장소는 대구 시민공익활동 지원센터입니다. 각 강좌 당 수강료는 1만 원입니다. 16일, 28일 두 강연 모두 신청하면 5천 원 할인된 1만 5천 원의 수강료를 내면 됩니다. 수강 신청은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하면 됩니다.

 

 

 

* 강연 신청하기

https://www.instagram.com/feminism_talk/

 

 

 

 

 

 

 

 

 

 

 

 

 

 

 

 

 

 

 

 

 

 

 

* [레드스타킹의 선택]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교양인, 2018)

 

 

 

책은 4월 23일 월요일부터 읽습니다. 레드스타킹이 선정한 4월의 책은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교양인, 2018)입니다. 요즘 많이 주목받고 있는 책이죠. 벌써부터 이 책을 사서 읽고 있는 레드스타킹 멤버들이 있어요. 저도 곧 이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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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2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4-03 16:41   좋아요 0 | URL
결혼해도 배우자를 하대하는 언행을 할 것 같아요. 사람은 완벽할 수 없잖아요. 머리와 입에 밴 잘못된 사고방식과 말버릇은 쉽게 지워지지 않아요. ^^;;

sprenown 2018-04-0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금과 일자리문제, 상품의 가격 등으로 1세계와 3세계의 여성들간 자매애로 뭉치기가 어려운 상황인거 같아요.소비자 불매운동도 이런 문제와 관련되고...

cyrus 2018-04-03 16:46   좋아요 0 | URL
어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마지막 모임 중에 그런 얘기가 나왔어요. 저자가 내세운 대안은 좋은데,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요. 자급 중심의 경제를 긍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강조하는 것이 공정 무역입니다. 그런데 이 공정 무역에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공정 무역도 제3세계 여성을 착취하는 구조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요.

독서괭 2018-04-0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줌마들 타령하는 새끼들아! 제발 이 책 좀 읽어라! - 이 부분 아휴 통쾌하네요!!>O<

cyrus 2018-04-03 16:48   좋아요 0 | URL
이 후기를 읽은 레드스타킹 멤버들도 열광했습니다.. ㅎㅎㅎㅎ

AgalmA 2018-04-04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OECD 전체에 걸쳐 상근직의 남녀 보수 격차가 가장 큰 국가는 대한민국이며(36.6퍼센트)에서 격차가 가장 작은 국가는 뉴질랜드(5.6퍼센트)로 조사됐다. OECD 국가의 경우, 비슷한 상근직에 대한 성별 보수 격차는 감소했지만, 여성은 유급직을 가질 확률이 16퍼센트 더 낮았고, 비정규직에서 일하는 남성의 비율은 25퍼센트이지만 여성은 40퍼센트다. 또한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의 유형을 제한한 법을 가진 국가가 79개국이며, 15개국에서는 남편이 아내가 외부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다.
빈민구호 단체 옥스팜Oxfam International은 현재의 속도로 진전이 이루어진다면 G20 국가에서 남녀가 동일한 직업에 동일한 보수를 받게 되는 데까지 75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ㅡ 박영숙, 제롬 글렌 <세계미래보고서 2018> 내용 중

이렇다고 합니다. 아이고, 한숨이야....

cyrus 2018-04-04 12:27   좋아요 1 | URL
의미 있는 자료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75년이라... ㅠㅠ 비관적인 생각이지만, 백 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

AgalmA 2018-04-04 12:29   좋아요 1 | URL
사회나 생각들이 질 나쁜 이데올로기에 젖어들지 않게 함께 노력해야 될 일이죠....
요즘 빅데이터, 알고리즘 맹신도 문제가 있어요. 사유의 폭이 는다고 보기 어려워요.

레삭매냐 2018-04-04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투 활동의 활발한 전개와 확산에는 대찬성입니다.

다만 왜 타이밍이 항상 어느 기업의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기가 막히게 딱 맞아 떨어지는지
미스터리입니다.

cyrus 2018-04-04 19:03   좋아요 0 | URL
정치인 비리 같은 사건들이 터질 때면 연예계에서도 굵직한 사건들이 동시에 일어나거나 알려지죠. 미디어 선동이 아닌 이상 우연히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는 상황은 설명하기 어렵네요.. ^^;;

kiddie 2018-04-04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 잘 봤습니다^^

cyrus 2018-04-05 15:09   좋아요 0 | URL
긴 글을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3일 전 목요일에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쌀쌀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잠깐만! 아니지. 요즘 대구 날씨는 봄 날씨라기보다는 예비 여름날씨예요. 여름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점점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녁에 시작되는 독서모임에 참석할 때 겉옷이나 조끼를 입고 와야 합니다. 밤공기가 여전히 차갑기 때문입니다.

 

 

 

 

 

 

 

 

 

 

 

 

 

 

 

 

 

 

 

 

 

* 제인 오스틴, 류경희 역 오만과 편견(문학동네, 2017)

* 제인 오스틴, 김정아 역 오만과 편견(펭귄클래식코리아, 2009)

* 제인 오스틴, 윤지관, 전승희 공역 오만과 편견(민음사, 2003)

 

 

 

우주지감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3월 선정도서는 제인 오스틴오만과 편견입니다. 저는 민음사 판본으로 읽었고요, 문학동네 판본과 펭귄클래식 판본을 가지고 온 분들도 있었어요. 이번 달 중순부터 페미(니즘) 에 취해버려서 오만과 편견을 못 읽을 뻔했어요. 오만과 편견줄거리와 소설 주요 등장인물의 성격 및 특징을 먼저 파악한 뒤에 소설 본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겠지만, 저는 오만과 편견을 끝까지 다 읽지 않았어요. 소설 결론을 이미 다 알고 있었고 등장인물을 분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설에 접근했기 때문에 절반만 읽어도 작품의 진가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오만과 편견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이번 달 초에 공공도서관 여러 곳에 신청한 희망도서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바람에 이 책 저 책 챙겨 보느라 분주했습니다.

 

오만과 편견남녀 간의 연애를 주제로 한 소설이라서 우주지감 멤버들 모두 아주 재밌게 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발제의 주제 중 하나가 사랑의 속성 : 결혼에 이르는 길목이었습니다. 오전 독서모임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 모임도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열띤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미혼인 저는 그저 가만히 듣기만 했습니다. ‘부부가 되어야 찾아오는 결혼의 세계는 제겐 여전히 낯설기만 합니다.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등장인물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이 무척 다양했습니다. 결혼을 미루는 엘리자베스 베넷에게 지나치게 걱정하는 베넷 부인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지만,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자식을 둔 부모가 돼서 오만과 편견을 읽는다면 베넷 부인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소설 초반부에 묘사된 다아시의 언행을 보면서 점잖은 꼰대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도 엘리자베스처럼 다아시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겉모습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첫인상은 편견을 일으킵니다. 다아시가 마음에 들었다는 남성 멤버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다아시의 귀족적 품위가 성숙미가 물씬 드러나는 으로 느껴졌다고 합니다. 소설에서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럿 루카스는 결혼이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적인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리자베스는 윌리엄 콜린스의 재산을 보고 그와 결혼하기로 한 친구에 실망합니다. 그러나 멤버들은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싶어서 결혼을 간절하게 바란 샬럿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샬럿이 엘리자베스보다 현실적 감각이 뛰어나며 이 소설에서 그녀가 가장 현명한 인물이라고 말한 분도 있었습니다.

 

저는 소설 결말이 아쉬웠어요. 결혼이 인생의 행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니까요. 저처럼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었어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에 실망했다는 분이 있었고,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청혼을 완강히 거부해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제2의 결말을 생각해 봤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멤버들은 이 소설의 제목으로 사용된 오만편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이 두 단어는 한 가지 의미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우리도 엘리자베스처럼 상대방의 첫인상만으로 판단하는 편견을 가집니다. 상대방의 첫인상이 좋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품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입니다. 이런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 안희정입니다. 그 사람의 실체가 밝혀진 이후로 저는 좋은 첫인상이 주는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됐습니다. 자정이 될 때까지 멤버들은 살면서 경험한 편견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편견이 생각보다 아주 많았어요.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 4월 선정도서

   

 

 

 

* 오전 모임 : 2018424일 화요일, 오전 11

 

* 오후 모임 : 2018426일 목요일,

오후 730

 

* 장소 : 책방 <서재를 탐하다> (오전 모임, 오후 모임)

 

 

 

 

 

 

 

이번 달 나를 관통하는 책읽기선정도서는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동아시아, 2017)입니다. 책방에서 이 책을 잠깐 훑어봤는데요, 내용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플라톤파이돈데카르트성찰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의 저자인 김재인 씨는 들뢰즈의 책을 번역한 분으로 유명합니다. 설마 이 책에도 들뢰즈를 언급할까요? 아무튼 이번 달에도 읽어야 할 책들이 많군요.

 

지금 얘기할 수 없지만, 5월 선정도서도 만만치 않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 제목을 얘기하면, 그 사람은 ~”하고 탄식하면서 표정이 찡그려질 것입니다. 5월 선정도서는 완독하기 쉽지 않은 책으로 유명합니다. 저도 이 책을 읽느라 꽤 고생했어요. 5월 선정도서의 정체는 우주지감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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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4-0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공지능의 시대>에 들뢰즈 비중은 약하고요. 자세에서 들뢰즈가 더 엿보이죠. 들뢰즈처럼 모두까기 시전하시죠ㅎ; 플라톤부터 데카르트, 리처드 도킨스, 호프스태터 모두모두 비판당함ㅎㅋㅎ)... 이 책은 좀 인문적이라 비슷한 시기에 나온 이종관 <포스트 휴먼이 온다>가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를 더 현실적으로 진단하고 있지 않은가 했습니다.

cyrus 2018-04-02 16:03   좋아요 0 | URL
책의 저자가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까지 이해하려면 곁다리로 읽어야 할 참고도서가 늘어나겠군요... ^^;;

서니데이 2018-04-0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낮에 버스에서 라디오방송을 들었는데, 오늘 날씨가 5월 초의 기온에 가깝다고 하더라구요.
낮에 최고기온이 여기는 21도나 되었다고 해요.
아마 대구는 조금 더 따뜻한 날이었을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4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즐거운 시간 되세요.^^

cyrus 2018-04-02 16:04   좋아요 1 | URL
4, 5월의 대구 날씨는 히터 1단계 가동 중인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6월부터 히터 3단계 이상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8-04-02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만과 편견을 읽고 -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라는 걸 가장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 시대의 결혼에 대한 생각. 속물근성. 이런 것도 거리를 두고 보니까 객관적으로 보이고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고요.
지금 읽어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은 작품 같아요.

cyrus 2018-04-02 16:11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소설의 시대적 배경에 몰입하지 못해서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어요. <이성과 감성> 읽기를 도전한 적이 있는데, 실패했어요. 이번에는 제대로 오스틴 전작 읽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

oren 2018-04-03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아주 다채로운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 같아요. 아주 냉정한 시선으로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소신 내지는 편견(?)이 가족을 포함한 여러 사회 제도와 빚는 마찰이나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겠고요. ‘오만과 편견‘이 생긴 근본 이유가 바로 가족 구성원들의 출신과 신분 차이 때문이었으니까요. 어쨌든 독자들의 ‘독법‘에 따라 아주 다채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두 비평가의 견해를 덧붙여 봅니다.

* * *

˝개인 생활의 행복이 걸려 있는 아주 사소한 일들.˝ 그녀는 자신이 묘사하는 특별한 작은 세계의 회전축이 고상한 사상, 강렬한 야망, 비극적 절망 등이 아니라 금전, 결혼(사랑 때문에 복잡하게 꼬이기도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사회적 계급의 유지 등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녀는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활동을 하나의 코미디로 관찰하고 있다. 마치 대가족의 동정을 잘 살펴보는 똑똑하고, 눈 밝고, 의견 표명 잘하는 나이든 고모처럼 말이다.
-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독서계획>

오스틴은 존슨 박사만큼 현명한 작가였다. 오스틴은 존슨 박사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마음에서 ‘위선‘을 없애라고 충고한다. ‘위선적‘이라는 것은 진부한 어투, 지나치게 경건한 표현과 집단적인 사고들을 가리킨다. 위선의 제거라는 점에서 그녀는 우리에게 모범이 된다. 오스틴의 작품을 ‘정치적으로‘ 읽는 사람들은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 헤럴드 블룸, <교양인의 책읽기>

cyrus 2018-04-04 12:31   좋아요 0 | URL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이 다양했어요. 그 날의 기억들을 온전히 기록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모임 다음 날에 모임 후기를 쓰는데, 자고 일어나면 전날 기억들이 사라져요. 생각나는 대로 쓰고 싶어도 글이 쓸데없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