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1022)에 참석했던 독서 모임 후기입니다. 레드스타킹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캘리번과 마녀함께 읽기세 번째 시간에는 3(대 캘리번 : 반란자의 신체에 대한 투쟁)4(유럽의 대 마녀사냥, ~266) 절반을 읽었습니다. 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는 여성의 신체를 통제의 대상, 재생산의 도구로 바라보는 국가의 권력이 자본주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주장합니다.

    

 

 

 

 

 

 

 

 

 

 

 

 

 

*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갈무리, 2011)

 

 

중세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급부상한 부르주아지(bourgeoisie, 지배 계급)는 농민들이 이용하던 공유지에 울타리를 세워 타인의 사용을 막음으로써 사유화했습니다. 인클로저(enclosure)는 자본주의가 자연을 본격적으로 상품화하는 첫 단계였습니다. 한순간에 생계 수단을 잃은 농민들은 빈농으로 전락했으며 이로 인해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됐습니다. 공유지를 통해 공적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여성들은 임금을 받지 않으면서도 가정의 재생산 노동을 하게 됐습니다.

 

이 혼란의 시기에 국가는 여성을 포함한 농민들의 불만과 저항을 막기 위해 새로운 정치적 기획(4246)을 시도합니다. 국가는 여성을 남성보다 더 열등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마녀사냥을 일으킵니다. 국가가 주도한 정치적 기획’, 즉 마녀사냥은 자본주의의 확산과 국가의 대대적인 통제에 저항하는 여성을 공격한 집단적 폭력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이성이 강조되던 17세기에 활동한 지식인들은 마녀에 대한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했고, 마녀 박해를 부추겼습니다. 과학적 · 철학적 합리주의가 발전했던 그 시절에 지식인들은 왜 마녀에 관심을 가졌을까요?

    

 

 

 

 

 

 

 

 

 

 

 

 

 

 

* [안 읽은 책] 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나남출판, 2008)

* 르네 데카르트 방법서설(문예출판사, 1997)

 

    

 

페데리치는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데카르트(Descartes)의 철학을 분석하면서 신체를 바라보는 두 철학자의 인식이 어떻게 국가와 지배 계급의 입맛에 맞는 통치술에 반영되었는지 보여줍니다. 홉스와 데카르트는 인간의 신체를 이성과 자유 의지에 무관한 물리적인 물질로 인식했습니다. 그들의 눈에 신체는 자율적인 힘이 없는 기계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신체에 대한 홉스와 데카르트의 입장은 기계론적 철학으로 발전했고, 이 철학은 개인의 신체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통제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게 됩니다. 따라서 국가는 기계론적 철학을 근거로 여성의 신체를 출산 기계로 만드는 규율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공유지 박탈 이후로 농민들은 지배 계급 밑에서 일하는 것을 거부했고, 스스로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 무산계급)가 되었습니다. 농민들의 노동 거부는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할 정도였고, 지배 계급은 무산계급을 강제로 노동자로 만들기 위해 빈민이나 부랑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님은 이때부터 노동 거부를 나태한 행동으로 여겼으며 일하지 않는 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녀사냥을 부추긴 지배 계급은 마법을 노동을 거부하는 반항적 행위로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일하지 않는 자는 주류(임금을 받고 일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벗어난 존재가 되었고, 무임금 재생산 노동을 하면서 약초에 관심이 많은 여성은 일하지 않고 마법에 심취한 마녀로 낙인찍혔습니다.

    

 

 

 

 

 

 

 

 

 

 

 

 

 

 

* [안 읽은 책] 피터 싱어 동물 해방(연암서가, 2012)

 

    

 

몸과 영혼을 분리해서 보는 기계론적 철학은 허점이 많은 논리가 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신체를 함부로 대하는 비정한 시선은 남아 있습니다. 시신 앞에서 고인을 모욕하는 행위를 한 해부학과 실습 학생들이 있었고, 경찰은 유가족의 동의 없이 백남기 씨의 시신을 부검하려고 했습니다. 데카르트는 동물이 인간처럼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부정하기 위해 동물을 해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동물은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확신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허무맹랑한 생각이고, 데카르트의 동물 해부는 동물 학대에 가까운 일입니다. 님은 이성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의 우월함을 강조하기 위해 동물 학대를 정당화하는 논리에 반대한다면서 여성 차별과 동물 차별은 별개의 문제가 아닌 동등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과학이든 철학이든 학문은 국익을 앞세우는 논리나 지배 계급의 통치 이데올로기에 갇혀선 안 됩니다. 국익과 지배 계급 권력 유지를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학문은 인간을 위한 학문이란 이름 아래에 사람을 인격체로 보지 않으며 실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캘리번과 마녀를 읽으면 과연 학문은 누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성의 신체를 국가의 통제 속에 두려는 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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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실의 쾌락 - 세계고문형벌의 발자취
존 스웨인 지음, 조석현 옮김, 조재국 감수 / 자작나무(송학)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국내에 고문과 형벌을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책이 있다고 해도 절판된 상태라서 구하기 힘들다. 《고문실의 쾌락》(도서출판 자작)‘세계 고문형벌의 발자취’라는 부제가 달린 절판된 책이다.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행해진 것으로 알려진 고문 행위를 소개하고 있다. 원제는 ‘Pleasures of the Torture Chamber London’이다. ‘torture’는 고문을 뜻하는 단어이며 ‘몸을 비틀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고문실의 쾌락》은 영국인 존 스웨인(John Swain)이라는 사람이 1931년에 발표한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한 역자는 저자를 ‘영국의 사학자’라고만 소개한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존 스웨인은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는 인물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존 스웨인은 한 사람 또는 두 사람 이상의 저자가 만든 필명일 수도 있다.

 

출판사와 감수자는 이 책을 ‘역사서’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그러나 고증의 정확성이라는 역사서의 기본 원칙에서 놓고 볼 때, ‘하더라’ 식의 야사(野史)도 다루는 《고문실의 쾌락》은 역사서라고 보기 어렵다. 《고문실의 쾌락》의 감수자는 이 책이 ‘실제로’ 행해졌던 고문에 대한 보고서라고 소개하면서, 저자가 인용한 각종 기록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감수자는 신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역사 비전공자가 역사서에 손을 대면 객관성과 고증의 정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잔인한 고문 행위를 묘사하고 증언한 사료 대부분은 글쓴이의 상상력이 덧칠되어 있을 수 있다. 이 책이 언급한 고대 및 중세의 고문 방식은 ‘기담(奇談)’ 형태로 전승되었고, ‘(후세에 만들어진) 전설’로 알려지는 경우도 있다.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은 사람 모양의 틀 안에 못이 박힌 중세의 고문 기구로 알려져 있다. 아이언 메이든을 우리말로 옮기면 ‘철의 여인’인데 《고문실의 쾌락》에서는 ‘무쇠 소녀’로 번역되었다(189쪽). 그런데 이 고문 기구의 용도를 언급한 기록은 많으나 고문 기구가 실제로 사용된 사례를 언급한 사료는 없다. 역사가들은 아이언 메이든이 대중에게 공포심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도구로 보고 있다.

 

번역본에 고문 장면을 묘사한 도판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지만, 몇 몇 도판에 대한 설명은 눈 뜨고 못 봐줄 정도로 엉망이다. 루벤스(Rubens)가 그린 메두사(Medusa)의 얼굴 그림을 ‘뱀 고문’이라고 설명했고(166쪽), 사드 후작(Sade)을 ‘상트’라고 썼다(172쪽).

 

이 책을 읽으면서 불쾌한 점은 ‘처녀(virgin)’, ‘여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고문 기구의 이름이다. 그 이름에는 여성을 ‘위협적인 존재’로 보는 여성 혐오가 반영되어 있다. 남성 중심 지배 체제에 저항하는 여성이나 사회의 주류에 벗어난 무고한 사람들은 ‘마녀’라는 낙인이 찍힌 채 고문을 받으면서 죽어갔다. 고문의 역사를 살필 땐, 잔혹한 고문 방식이 아니라 대중이나 특정한 사회 집단을 통제하려는 권력의 무자비한 통치술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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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0-23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속의 아이언 메이든은 실제로는 어디 있을까요.
흑백사진으로 보는데도 못이 무시무시합니다.
사진을 보면서 앗, 무서운 언니네, 하려다 마지막 문단을 보고,
그러고보니, 예전엔 진짜 더 무서운 게 많았지, 했습니다.
cyrus님,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cyrus 2018-10-23 20:56   좋아요 1 | URL
고문 기구는 독일의 뉘른베르크라는 지역에서 만들어졌어요. 사진 속 고문 도구는 박물관에 전시된 모조품이었는데 세계 대전 때 분실된 적이 있었대요. 아이언 메이든이 워낙 유명해서 전시용 모조품이 많이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모조품을 중세 때 만들어진 실제 고문 도구라고 착각해요.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밤 보내세요. ^^
 

 

 

 

메디치(Medici) 가문을 거론하지 않고는 르네상스를 설명할 수 없다. 메디치 가문이 부를 바탕으로 한 권력으로 당시 피렌체(Firenze)의 입법 · 사법 · 행정을 장악했고, 교황까지 손아귀에 넣었다. 권력의 이면에는 엄청난 업적도 있었다. 그들의 사치와 예술 애호 열기가 인류문화의 황금기 르네상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메디치가의 학문과 예술에 대한 지원은 대단했다. 그들의 지원으로 피렌체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 도시가 됐다.

 

 

 

 

 

 

 

 

 

 

 

 

 

 

 

 

 

 

 

* G. F. 영 《메디치 가문 이야기》 (현대지성, 2017)

* [절판] 크리스토퍼 히버트 《메디치 스토리》 (생각의나무, 2001)

 

 

 

중세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본격적으로 이행하기 시작한 시대에 메디치 가문은 이미 자본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거대한 집단이다. 메디치 가문은 은행 업무와 무역을 통해 유럽 전역에서 가장 수익이 많은 가족 사업체로 발전한다. 《메디치 가문 이야기》(현대지성)와 절판된 《메디치 스토리》(생각의나무)는 권력의 정점을 이룬 메디치 가문의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메디치 가문은 숱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지만, 그 순간들을 돈과 계략으로 모면하면서 살아남았다. 황금빛이 날 것만 같은 피렌체라는 무대의 이면에 피비린내 나는 배신과 칼부림이 있었다.

 

르네상스 이전의 메디치 가문은 피렌체의 농촌 지역에서 이주해 온 별 볼 일 없는 존재였다. 메디치 가문은 고리대금업을 하면서 부를 축적했고, 막대한 액수의 결혼 지참금을 들고 온 신부와 결혼하면서 제법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신흥 가문으로 성장했다. 작은 땅을 가진 일개 가문이 피렌체를 주름잡는 거대 세력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결혼 지참금 제도에 있다.

 

 

 

 

 

 

 

 

 

 

 

 

 

 

 

 

 

 

 

* [절판] 매릴린 옐롬 《아내의 역사》 (책과함께, 2012)

* [절판] 홍성표 《서양 중세사회와 여성》 (느티나무, 1999)

 

 

 

왕족, 귀족 가문의 결혼은 지참금을 매개로 한 ‘재무 거래’였다. 지참금은 보통 신부의 아버지가 신랑의 아버지에게 직접 전달한다. 이때 시아버지는 지참금을 자식을 위해 사용하고 헛되이 탕진하지 않을 것은 물론 며느리가 사망하면 반환하겠다는 것을 문서로 약속했다. 즉 서양에서 결혼은 개인들의 애정 관계가 아닌 두 가문의 이해관계로 바라보았으며 가문 간의 계약 관계인 것이다.

 

고대시대부터 여성은 가축, 노예와 같이 남편의 재산목록의 하나에 불과했다. 남편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아내는 자식을 낳는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로서만 존재했다. 《아내의 역사》(책과함께)는 시대별로 달라지는 아내의 정의와 사회적 지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과거에 아내가 남편의 소유물로 취급받던 시대가 있었다. 《서양 중세사회와 여성》(느티나무)은 중세 영국의 결혼지참금 제도가 여성의 재산권 행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밝힌다. 중세 영국의 결혼 지참금은 남편을 잃은 신부가 생계수단을 확보하는 데 유용한 재산이었고, 친아들에게도 상속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성이 법률에 따라 재산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재산권의 저울은 남편 또는 친자 쪽으로 한참 기울어져 있었다.

 

 

 

 

 

 

 

 

 

 

 

 

 

 

 

 

 

* 미하르 데사이 《금융의 모험》 (부키, 2018)

 

 

그러나 유럽 전역에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인구가 대폭 감소하였고, 결혼 지참금 제도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크고 작은 전쟁과 흑사병 이후로 사망한 남성 인구가 늘어나면서 ‘좋은 신랑감’ 찾기가 어려워졌다. 귀한 아들을 둔 부모는 신부가 될 집안에게 어마어마한 액수의 지참금을 요구했다. 딸을 둔 부모는 결혼하지 못한 딸의 앞날을 걱정했고, 신분을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했다. 결혼하지 못한 여성은 경제적 자립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한편, 신랑 측 집안은 자신들이 요구한 지참금을 받지 못할까 봐 염려했다.

 

이러한 결혼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1425년에 이탈리아 피렌체 정부는 ‘결혼 지참금 펀드’를 만들었다. 아버지가 딸의 출생과 거의 동시에 혼인 시기를 예상하여 일정 기간 적금 형태로 목돈을 모을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 목돈은 정부가 관리했으며 딸의 혼인이 성사되면 목돈은 지참금이 되어 신랑 집안에게 지급했다. 그래서 딸을 둔 여러 가문들은 딸들의 지참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정한 금액의 돈을 정기적으로 저축했다고 한다. 《금융의 모험》(부키)에서는 결혼 지참금 펀드를 ‘금융 공학의 쾌거’라고 평가한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Levi Strauss)는 근친상간 금기와 ‘여성의 교환’이 인류 사회의 기본 구조임을 밝혔다. 딸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족외혼을 통해 두 집안은 사돈 관계가 형성되고, 집단 간 동맹을 맺는 것이다. 가문끼리 연결된 사회는 점점 더 커지고 더 많은 연대를 이뤘으며 보다 강력해질 수 있다. 이렇듯 결혼 지참금 제도가 정착되면서 동질적 특징을 공유한 가문들끼리 결혼하면서 남성은 손쉽게 권력을 독점할 수 있었고, 여성은 자기 결정권이 박탈된 채 지참금과 함께 남편의 재산으로 취급받았다. 결혼 지참금 제도는 금융기관 발전에 기여한 점이 있지만, 이 제도 덕분에 남성 중심의 권력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결혼은 남편이 아내의 합법적인 주인임을 인정받는 의식이었다.

 

 

 

 

 

 

 

 

 

 

 

 

 

 

 

 

 

*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갈무리, 2014)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여전히 결혼 지참금 제도가 남아 있다. 특히 인도의 결혼 지참금 제도는 여성 및 계급차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악습이다. 결혼 지참금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신부를 폭행하거나 불 태워 죽이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비인간적인 일이 야만적인 악습 때문에 일어난 것일까? 여성에 대한 폭력과 여성의 신체를 억압하는 일은 비정한 자본주의적 축적의 한 과정이다. 그런데도 (남성) 경제학자와 사회학자 들은 자본주의가 초래한 여성의 경제적 종속과 희생에 무관심했다. 심지어 자본주의적 축적의 야만성을 지적한 마르크스(Marx)마저 여성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외면했다. 자본주의는 자본 축적을 위해 여성을 이용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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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0-23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르크스 이름에 r 하나 빠졌네요 ㅎㅎ 저건 베버의 퍼스트 네임이죠?

결코 사이가 좋을 수가 없을 마르크스랑 베버가 알게 되면 쌍방이 언짢아할 실수를 하셨네요^-^

cyrus 2018-10-23 19:25   좋아요 0 | URL
제가 봐도 여성 해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마르크스가 급진적(radical)인 인물이 아닌 것 같아서 일부러 ‘r’자를 뺏습니다....... 는 개소리고, 제가 실수로 이름을 잘못 적었어요... (데헷~ (・ω<))

2018-10-23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0-23 19:33   좋아요 0 | URL
요즘 같이 독신도 살기 힘든 시대에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면 진심으로 존경스러워요. 제가 사교성이 좋지 않고, 가족을 먹여 살리는 능력이 없을 것 같아서 연애하고 싶다거나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1도 나지 않아요. 독신과 부부 생활에 각각 뚜렷한 장단점이 있으니 결혼이 좋다느니 독신이 좋다느니 하면서 비교하는 분위기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

stella.K 2018-10-2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올 여름에 영드 메디치를 보다가 말았다.
12부작인가 그렇던데 나름 영상은 좋은데
왜 그리 재미가 없던지 결국 보다...ㅠ
어느 나라든지 역사를 이루려면 꼭 피 없이는 안 되는 것 같아.
피 흘림이 없이 역사도 없는 거지.ㅠ

cyrus 2018-10-23 19:38   좋아요 0 | URL
저는 역사책은 잘 읽는데, 역사 드라마나 사극은 잘 안 봐요.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보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흥미가 느끼지 않으면 안 봐요. ^^;;
 
금융의 모험 - 세상에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하버드 경제 수업
미히르 데사이 지음, 김홍식 옮김 / 부키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에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 신청을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증시는 폭락했고 세계 증시 역시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리먼 브러더스의 성쇠는 파생금융시장 흥망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1970년대부터 새로운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군림한 신자유주의는 파생금융시장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레버리지(leverage) 효과에 도취한 월 스트리트(Wall Street)는 온갖 새로운 파생금융상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최첨단 이론으로 중무장한 과학자들은 파생금융시장에 진출했고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시스템을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금융상품을 만들었다. 금융위기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월 스트리트의 금융회사에 일하는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금융회사들은 자기자본의 수십 배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여 수익성이 높은 상품이나 사업을 벌여 많은 돈을 벌었다. 그 성과로 월가의 최고경영자들과 직원들은 매년 연말 두둑한 상여금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의 잔치는 2008년에 멈췄다.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진 것은 1929년 대공황 이후의 최악의 금융위기였다. 미국 정부는 자국 경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 매입에 나섰다. 위험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보너스 잔치를 즐겼던 금융회사들이 미국 정부에 손 벌리는 것에 대해 미국인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금융은 제대로 작동하면 성장촉진제지만, 반대의 경우 독이 돼 금융시장 전체와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금융이 경제에 순기능이 아닌 역기능으로 작용해 위기를 부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금융위기가 끊이지 않는 데는 무엇보다 자신들의 실적을 찬양하기 바쁜 투자자들의 과신과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에 대한 신뢰는 붕괴하고 부패가 늘어났다.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금융은 근심거리다. 대부분 사람들은 과도한 금융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금융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어떻게 하면 금융에 접근하는 관념들을 누구나 알기 쉽고 수긍할 수 있도록 보여 줄 수 있을까? 금융이 수행하는 미덕들을 깨달아 금융이 하는 일이 개선되도록 할 수 있을까? (22)

 

 

2015년 하버드경영대학원 졸업반 학생들을 위한 마지막 강의를 펼친 미히르 데사이(Mihir Desai)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이 강의를 통해 우리 삶에 쓸모 있는 금융의 가치를 전달하려고 했고, 그 결실이 한 권의 책으로 이루어졌다. 원제는 금융의 지혜(The Wisdom of Finance)인데, 우리나라 번역본 제목은 금융의 모험으로 정해졌다. 이 책에는 금융과 삶의 문제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독자는 이 책에서 사람 냄새 나는 금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는 보험이야말로 우리 삶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틀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생전에 우리는 모두 보험 회사다라는 말도 남기기도 했다. 보험료 인상은 서민들의 주름살을 깊어지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이 서민 지갑을 축내는 금융상품이라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보험은 기본적으로 우연성과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보험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는 역할을 한다. 보험은 우리에게 불확실한 세상을 대처할 수 있는 경험과 지혜를 가르쳐준다.

 

앤서니 트롤럽(Anthony Trollope)의 소설 피니어스 핀에 나오는 바이올렛 에핑검(Violet Effingham)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효율적으로 리스크(lisk)를 관리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녀는 최종적으로 배우자를 결정할 때까지 배우자가 될 만한 여러 선택지(option)를 확보한다. 에핑검의 선택지 확보 전략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옵션전략과 비슷하다. 그러나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문제가 생긴다. 선택지를 모으는 일에 치중하면 선택지를 행사할 기회를 놓친다.

 

데사이 교수는 금융업 종사자들의 능력 만능주의를 비판한다. 그는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의 우화를 재조명하면서 금융인들이 알아야 할 교훈을 강조한다. 운이 따른 실적을 개인의 능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과신해선 안 되고,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금융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 삶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융의 불안은 경기 침체를 일으키거나 필요 이상으로 악화시켜 실업을 일으킨다. 분명 오늘날의 금융은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금융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해서 금융시장을 고소득자들을 위한 세계로 봐야 할까? 금융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사적인 활동일까? 데사이 교수는 금융을 사악한 것으로 취급하고 배격하는 태도는 생산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금융을 적대시하고 외면하기보다는 우리 실생활에 필요한 지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은 일부 고소득층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일상 속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가 될 것인가. 금융업만을 위한 이익이 아닌 금융이 필요하다. 정부와 우리 사회의 관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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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3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10-23 19:43   좋아요 1 | URL
요즘의 금융회사와 보험회사는 이 책에서 말하는 ‘금융의 인간성’과 아주 거리가 멀죠. TV를 켤 때마다 나오는 보험회사, 대출업체 광고가 싫어요. ^^;;
 

 

 

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캘리번과 마녀》(갈무리, 2011) 리뷰에 미처 쓰지 못한 내용을 여기 페이퍼에 따로 쓰게 됐다. 책에 고쳐야 할 (사소한) 부분이 있어서 쓴 글이다.

 

 

 

 

 

 

 

 

 

 

 

 

 

 

 

 

 

 

 

*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갈무리, 2011)

 

 

 데카르트는 『명상록』(Meditation, 1641) 전반에서 “이 신체는 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실제로 그의 철학에서 신체는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인간]의지가 그 지배의 대상으로 고려하는, 시계와 다를 바 없는 일련의 물질들을 결합시켜 놓은 것이다.

 

(황성원 옮김, 207쪽)

 

 

《캘리번과 마녀》의 번역자는 두 명이다. 본문의 1~2장은 김민철 씨, 3~5장은 황성원 씨가 번역했다. 내가 인용한 문장은 3장에 있다.

 

 

 

 

 

 

 

 

 

 

 

 

 

 

 

 

 

 

* 르네 데카르트 《성찰》(책세상, 2018)

* 르네 데카르트 《성찰》(문예출판사, 1997)

 

 

 

결론부터 말하자면, 데카르트(Descartes)가 쓴 저서 ‘Meditation’은 ‘명상록’보다는 ‘성찰’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낫다. Meditation은 명상과 성찰, 두 가지 뜻을 가진 단어이다. 데카르트의 《성찰》의 원제는 ‘Meditationes De Prima Philosophia’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제1철학에 대한 성찰’이다. 책은 여러 번 판이 바뀌면서 부제를 포함한 제목이 조금씩 변경되었지만, ‘제1철학에 대한 성찰’이라는 큰 제목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한 철학자이다. 절대적인 진리로 인정되던 신의 존재 자체도 의심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부정한다 해도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진리가 딱 하나 있다고 주장했다. 그게 바로 ‘나’라는 존재이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진정 옳은 것인가, 이렇게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을 때까지 계속 의심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통하여 인간은 참된 자기 존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데카르트가 추구한 ‘성찰’이요, 철학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현대지성, 2018)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도서출판 숲, 2005)

 

 

 

 

 

 

 

 

 

 

 

 

 

 

 

 

 

* 에픽테토스 원작, 샤론 르벨 엮음 《새벽 3시》(싱긋, 2015)

* 에픽테토스 《왕보다 더 자유로운 삶》(서광사, 2013)

 

 

 

‘명상록’은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제는 ‘Tōn eis heauton diblia’, 우리말로 풀이하면 ‘자기 자신에게’라는 뜻이 된다. 이 황제는 내면적인 삶의 가치를 강조하고 마음을 닦음으로써 내면의 행복에 도달하는 것을 추구하는 스토아학파(Stoicism)의 영향을 받았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라는 신분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성찰에 충실했던 인물이었다. 그에게 영향을 준 스토아학파 철학자는 에픽테토스(Epictetos)이다. 그는 다리가 불편한 로마 노예 출신이었지만, 자신의 처지를 불행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세상만사가 자기 뜻대로 이뤄지기를 바라는 헛된 생각을 버리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현실에 뜻을 맞추라는 것이다. 완벽한 신체, 재산, 신분, 명성 등은 내 능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이다. 반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생각, 감정, 의지 등은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에픽테토스는 자신의 내적인 삶에 있어서만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자신의 마음을 보살핌으로써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경지다.

 

 

 

 

 

 

《캘리번과 마녀》 270쪽 왼쪽 상단에 작은 도판이 있다. 16세기 프랑스에서 인쇄된 『죽음의 춤』 시리즈 중 하나이다. ‘죽음의 춤’은 중세에 생겨난 죽음을 주제로 한 도상이다. 이 도상에서 죽음은 의인화된 해골의 모습으로 등장해 춤을 추면서 망자들을 데려가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책 270쪽에 있는 도판 설명에 ‘영거(Hans Holbein the Younger)의 <죽음의 춤>’이라고 적혀 있다. <죽음의 춤>을 ‘영거’라는 화가가 그렸다는 뜻이 되는데, '영거(younger)'는 사람 이름이 아니다. ‘한스 홀바인 디 영거’를 ‘영거’로 잘못 표기되는 바람에 엉뚱한 문장이 나왔다. 문장을 ‘한스 홀바인의 <죽음의 춤>’으로 고쳐야 한다.

 

‘The Younger’는 성(姓)과 이름이 같은 부자(父子)나 형제 중에 아랫사람을 가리킬 때, 그 사람의 이름 뒤에 쓴다. 영거의 반대말, 즉 아버지와 큰형의 이름 뒤에 붙는 단어는 ‘The Old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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