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 - 대한민국 1호 도슨트가 안내하는 짜릿한 미술사 여행
김찬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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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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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점  ★★★☆  B+






미술 입문자는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한다. 그들은 미술이라는 이상한 세계에서 헤매는 앨리스(Alice)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앨리스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웃는 체셔 고양이(Cheshire cat)를 만난다. 그녀는 고양이에게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소연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중에서, 182

 


앨리스: 죄송하지만 제가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체셔 고양이: 그건 네가 어디에 가고 싶은 건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앨리스: 어디든지 저는 별로 상관없어요.


체셔 고양이: 그러면 어느 길을 가든 문제없어.




앨리스와 체셔 고양이의 대화는 독자에게 자유와 용기, 모험을 독려하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남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과 용기만 있으면 누구나 그림을 보고 즐길 수 있다. 그림을 보는 것은 눈으로 캔버스에 들어가 모험을 하듯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행위다. 14년 차 전시 해설가가 쓴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미술에 관심 있는 애호가나 미술에 다가서고 싶은 입문자를 위한 교양서. 저자는 이상한 미술 세계의 앨리스들에게 편안하게 그림을 감상하라고 권한다.



* 29

 

 미술관에서 작품을 안내하거나 강단에서 미술 관련 강의를 하다 보면 미술사 공부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질문을 받곤 합니다. 이 질문에 저는 한결같이 답변하죠. 어디든 상관없으니, 좋아하는 데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저자는 미술을 좋아하는 만큼’ 그림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동안 미술 입문자들은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구절을 만나면 기가 죽었다. 미술사를 알아야 그림이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저자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트 내비게이션이 된 저자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인상주의, 야수파, 입체주의, 개념미술, 현대미술을 안내한다인상주의는 미술을 본격적으로 이해하는 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미술사조다. 그렇지만 그림을 볼 용기가 있으면 저자의 안내를 따르지 않아도 된다미술 세계를 모험하는 일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에서 시작하면 된다.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은 미술이 무엇인지 감이 안 잡히는 사람에게 유용한 책이. 하지만 부족한 점도 있다. 이 책에 언급된 여성 예술가는 총 여섯 명이다.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 메리 카사트(Mary Cassatt), 신디 셔먼(Cindy Sherman), 니키 리(Nikki S. Lee),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세라 루커스(Sarah Lucas). 저자가 비중 있게 소개한 예술가는 신디 셔먼과 니키 리다. 나머지 네 명은 이름만 언급되었다. 호기심이 많은 독자와 미술 애호가는 그들이 누군지 알아보려고 한다그러나 대다수는 전시 해설가의 안내에 열중하기 때문에 예술가 이름을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다. 예술가 약력이 없는 저자의 안내가 아쉽다. 이름만 언급된 남성 예술가들도 있다. 책에 이름만 나온 예술가들이 누군지 간략히 알려주는 주석이나 인명사전 형식의 부록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저자는 1911년에 일어난 모나리자도난 사건에 대한 비화를 알려주는데, 그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절도 용의자로 지목되었다고 말한다.



* 24


 당시 20세기 천재 예술가로 이름난 파블로 피카소가 용의자 중 하나로 지목되었기에 언론에서도 대대적인 보도가 이어지며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의 비서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훔친 이베리아 조각상을 아폴리네르의 친구였던 피카소에게 팔았고, 이러한 이력이 발각되면서 피카소가 <모나리자> 도난 사건의 용의자로 몰렸던 거죠.

 사건 발생 28개월 만에 이탈리아 출신의 빈센초 페루자가 진범으로 밝혀졌고 <모나리자>는 다시 루브르 박물관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피카소 역시 누명을 벗게 되었고요.



이 이야기에 중요한 사실이 하나 빠졌다. 실제로 모나리자도난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피카소와 아폴리네르였다. 피카소는 용의자로 의심만 받고 금방 풀려났지만, 아폴리네르는 부당한 판결을 받아 억울하게 6일 동안 옥살이를 했다. 다행히 그도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언론은 아폴리네르를 불법 체류자라고 주장하는 악의적인 기사를 냈으며, 실제로 파리 경시청은 아폴리네르의 추방을 논의하기도 했다아폴리네르는 비서를 잘못 만나는 바람에 인생이 한 번 꼬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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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21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는 있지만 더 좋아하게 되려면 역시 선생님들의 안내가 필요하더라구요. ^^ 그래서 이런 책들이 끊임없이 출판되는 거겠죠.

cyrus 2021-03-24 10:10   좋아요 0 | URL
미술 입문자가 자전거를 처음 타기 시작한 아이라면, 도슨트는 그 아이를 도와주는 부모와 같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도슨트의 안내에 의지해야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미술이 점점 좋아지면 혼자서 즐길 수 있어요. ^^
 



작년에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와 관련된 서적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책세상, 1997)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이 책은 미국의 문예지 <파리 리뷰>(The Paris Review)에 실린 11명의 작가의 인터뷰 모음집이다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간된 <파리 리뷰>는 영국의 작가 E. M. 포스터(E. M. Forster)를 시작으로 전 세계의 유명한 작가들을 인터뷰해왔다2016년에 총 세 권으로 구성된 파리 리뷰 인터뷰 모음집 작가란 무엇인가 (출판사명: 다른)출간을 시작으로, 2019년에 작가들의 인터뷰를 주제별로 편집한 작가라서》(출판사명: 다른)가 출간되었다.











[품절]

* 파리 리뷰 인터뷰, 안정효 옮김 11인의 위대한 작가들: 20세기 대표작가들과의 대화(책세상, 1997)



평점

2점  ★★  C





알라딘에 등록된 파리 리뷰 인터뷰 모음집은 총 다섯 권이다(11인의 위대한 작가들작가란 무엇인가작가라서). 그러나 국내 최초로 출간된 파리 리뷰 인터뷰 모음집은 일하는 작가들: 파리 리뷰지 기획 인터뷰(출판사명: 백제)이다. 이 책은 파리 리뷰가 기획한 <Writers at Work series>에 실린 인터뷰 중에 10명의 작가의 인터뷰만 선별해서 수록한 것으로, 1978년에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번역자는 안정효. 10명의 작가는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어네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솔 벨로(Saul Bellow),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Pasternak), T. S. 엘리엇(T.S.Eliot),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조르주 심농(Georges Simenon), 해롤드 핀터(Harold Pinter),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E.M. 포스터.


1989년에 안정효가 역자를 맡은 나의 삶 나의 문학: 20세기 대표작가들과의 대화(책세상)가 출간되었다이 책은 11인의 위대한 작가들로 제목이 바뀌기 전에 나온 초판이다. 두 권의 책 모두 순서과 내용이 같다.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일하는 작가들》를 직접 비교해서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4명의 작가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작가의 인터뷰(포크너, 헤밍웨이, 벨로, 파스테르나크, 엘리엇, 프로스트, 핀터)는 같은 내용일 것이다. 두 권의 역자와 부제가 같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에 포함된 4명의 작가는 파블로 네루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Isaac Bashevis Singer), 아서 밀러(Arthur Miller), 윌리엄 개스(William H. Gass).

















* 리타 기버트 7개의 목소리: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증인들(그책, 2019)





나는 네루다의 인터뷰만 보려고 동네 도서관 서고에 보관된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을 대출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에 책을 반납했다. 읽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네루다의 인터뷰이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활동한 리타 기버트(Rita Guibert). 안정효는 리타 기버트를 리타 기베르라고 표기했다. 기버트는 네루다를 포함한 일곱 명의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고, 이 생생한 기록들을 자신의 책 7개의 목소리: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증인들에 그대로 담았다.


<파리 리뷰>에 실린 네루다의 인터뷰 전문은 7개의 목소리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11인의 위대한 작가들에 실린 네루다의 인터뷰는 일부의 내용이 누락된 채 번역된 것이다. 그래서 읽을 필요가 없었다. 네루다는 인터뷰 도중에 자신의 시를 낭송했는데,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에서는 네루다가 낭송한 시가 나오지 않는다. 번역도 좋은 편이 아니다.


네루다의 시집 지상의 거처(Residencia en la tierra)대지의 집(188)’으로 옮긴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도(지상의 주소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번역자의 오류는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안정효는 역주에서 작가 로버트 그레이브스(Robert Graves)의 출생지를 에이레(Eire, 게일어로 표현한 아일랜드의 국명, 게일어는 아일랜드의 고유 언어다)’라고 썼는데(190), 이는 잘못된 내용이다. 로버트 그레이브스는 영국 윔블던에서 태어났다로버트 그레이브스의 아버지이자 시인인 알프레드 그레이브스(Alfred P. Graves)의 출생지가 아일랜드 더블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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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툴루 신화 대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봤다. 생소한 용어가 나온 항목은 대충 보고, 관심 있는 항목만 정독했다. 대충 보기와 정독을 반복했다. 오자와 오류를 살펴보기 쉽게 항목과 쪽수를 표시했다21~28번 오식은 부록에서 발견한 것이다. 국내 번역본 제목을 표기하지 않은 작품명들도 보였.

















* 히가시 마사오 크툴루 신화 대사전(AK커뮤니케이션즈북스, 2019)






1

 

 

* 공포 문학의 매혹, 16

 




모파방 모파상(Maupassant)

 





2



* 네시, 37

 



 

프레시오사우루스 플레시오사우루스(Plesiosaurus)







3

 

 

* 드쟌의 책, 66

 



 

블라바츠키 부인(1831~1891) 저서인 블라바츠키 부인 저서인







4

 

 

* 레이 존스, 74

 



 

이상한 우물에 모인 물을 마시고 이상한 우물에 고인 물을 마시고






5



* 로드 던세이니, 77

 




메텔랑크 메테를링크(Maeterlinck)







6

 

 

* 바람을 타고 걷는 것, 123

 



 

알저넌 블랙우드 앨저넌 블랙우드(Algernon Blackwood)







7



* 브라이언 럼리, 141

 



 

스페이스 히로익 판타지 스페이스 히로인 판타지







8



* 싱긋 웃는 구울, 175

 




로버크 블록 로버트 블록







9



* 아우구스티누스, 185

 




고백론 고백록







10



* 어빈 S. 코브, 216

 




S. T. 요시 S. T. 조시(S. T. Joshi)



403, 406, 414쪽에도 요시로 표기되어 있다.






11



* 에드거 앨런 포, 218

 




19491849







12



* 에리히 잔, 221

 




비올라 비올(viol)







13



* 웬디고, 247




 

알샤넌 블랙우드 앨저넌 블랙우드







14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63

 



 

개구리 사내 개구리 하인






15



* 찰스 로버트 매튜린, 295

 



 

바자익 발자크(Balzac)







16



* 패트릭 라프카디오 헌, 344

 



 

야크모 야쿠모


블르와 릿튼 불워 리턴(Edward Bulwer Lytton)







17



* 페렌치 남작, 346

 




에드워드 핫친슨 에드워드 허친슨 (사전 220~221쪽 참조)







18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367

 



 

폴라북스 북스피어







19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377

 



 

황금가지 민음사


 


황금가지, 민음사: 우리가 남이가?

(황금가지 출판사는 민음사 출판 그룹에 속해 있다)






20



* 홈즈, 로웰 그리고 롱펠리우가 붉은 산에 묻혀 잠들다, 379

 



  

롱펠리우 롱펠로우(Longfellow)







21



* <다른 차원의 인간-러브크래프트의 생애와 문학> 384

 




애셔 가의 붕괴 어셔 가의 몰락







22



* <다른 차원의 인간-러브크래프트의 생애와 문학> 388, 394

 






애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23



* <다른 차원의 인간-러브크래프트의 생애와 문학> 395

 




19981898







24



* <다른 차원의 인간-러브크래프트의 생애와 문학> 412

 




나이트 나이트 곤







25



* <그 후의 크툴루 신화> 428

 




드루즈 들뢰즈(Gilles Deleuze)







26



* <그 후의 크툴루 신화> 429

 




카뮤 카뮈(Albert Camus)






27



* <그 후의 크툴루 신화> 434

 




브라바츠키 부인 블라바츠키(Blavatsky) 부인







28



* <러브크래프트가 있는 일본 문학사> 446

 




늙은 바이올리니스트 늙은 비올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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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3-19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물에 모인.....바자익....휴우....바자익...^^:; 그런데 황금가지가 민음사라는 걸 저는 어째, 이제 알았어요^^;;;

cyrus 2021-03-20 12:46   좋아요 0 | URL
문학동네 그룹에 속한 출판사들도 있어요. 대형 출판사 계열에 속한 출판사 브랜드가 많아서 저도 헷갈려요. ^^;;

얄라알라 2021-03-20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상 하권이 있거든요^^ ㅋㅋ 저는 [황금가지] 책도 ˝황금가지˝에서 펴낸 줄 알았는데, 어제 이 글 보고 확인했더니 ˝까치˝더라고요. 까치 책 좋은 거 많았는데 요새 안 보이는 출판사네요. 출판사 관계자분들은 어쩌면 이렇게 네이밍을 잘 하시는지, 하위 이름들이 예쁜게 참 많네요

cyrus 2021-03-20 15:28   좋아요 1 | URL
지금도 까치 출판사의 책들이 나오고 있어요.. ^^;; 순우리말로 된 출판사 이름은 정감이 느껴져서 좋아요.
 
크툴루 신화 대사전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히가시 마사오 지음, 전홍식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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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러브크래프트(H. P. Lovecraft)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와 함께 미국 공포문학의 대가로 평가받는 작가이다러브크래프트의 에세이 공포문학의 매혹(Supernatural Horror in Literature, 1927)은 기성 문학에 가려진 공포문학 작품들을 양지로 드러나게 한 글이다이 글의 시작을 알린 첫 문장은 공포문학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된다.



* 공포문학의 매혹(홍인수 옮김, 북스피어) 중에서, 9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것이 미지에 대한 공포다.



러브크래프트가 선호한 공포소설은 미지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그래서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속에는 초자연적인 미지의 존재 앞에서 두려워하고, 정신이 처참히 무너지는 무력한 인물들이 나온다그들은 꿈도, 희망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친다러브크래프트의 단편소설 크툴루의 부름(The Call of Cthulhu, 1928)은 그의 작품 세계관이 드러난 작품이다크툴루는 인류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지구에 지배했던 신적 존재이다러브크래프트는 크툴루 이외에 다양한 고대의 신들을 묘사했다. 후대의 작가들은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고대의 신들을 모티프로 한 창작물을 썼고러브크래트프의 작품 세계관이 반영된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를 완성시켰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 일찍 소개된 나라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감명받은 일본 작가들이 많았고, 크툴루 신화는 일본의 대중문화에 영향을 주었다크툴루 신화 대사전은 러브크래프트와 크툴루 신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책이다이 책은 1995년에 처음 발간되었고, 현재까지 개정 5판이 나왔다. 국내에 번역된 크툴루 신화 대사전2018년에 나온 개정 5판이다.


이 사전은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과 크툴루 신화 세계관에 나온 고대의 신들, 등장인물 이름, 지명, 기타 용어들을 소개하고 집대성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러브크래프트에게 영향을 준 작가(공포문학의 매혹에 언급된 작가들)와 그에게 영향받은 후대의 작가들도 나온다이 책의 뒤표지에 크툴루 신화 체계와 러브크래프트 문학에 입문하는 최고의 안내서라는 문구가 있다. 냉정하게 보자면, 크툴루 신화 대사전은 입문용 도서로 적합하지 않다최고의 안내서도 아니다


국내에 생소한 서구권 작가들이 많다. 공포문학에 조예가 깊은 독자가 아니라면 그들의 이름과 작품명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전 항목의 구성 방식 아쉽다. 러브크래트트의 작품에 등장한 가상 인물과 작품에 언급된 실존 인물을 명확히 구분해서 소개해야 하는데, 가상 인물과 실존 인물이 용어라는 범주(category)로 분류되어 있다스페인의 화가 고야(Goya, 사전 14~15쪽)와 이탈리아의 화가 살바토르 로자(로사, Salvator Rosa, 사전 152쪽)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속에 잠깐 언급된 실존인물이다그런데 이 두 사람은 용어에 포함되어 있다. 반면에 소설을 쓴 실존 인물은 작가라는 범주에 들어있다. 흔히 작가를 글 쓰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작가의 의미는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다. 사전의 항목 분류가 세밀하지 않다.


이 책을 번역한 역자는 국내에 출간된 작품명을 번역본 제목으로 소개했으며 출판사 이름까지 밝혔다사전을 보는 독자가 번역본을 읽을 수 있도록 역자가 꼼꼼하게 번역 작업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하지만 엄청 많은 사전 항목의 내용(항목이 몇 개인지 세어보지 않았으나 대략 500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을 한 사람이 전부 옮기다 보면 실수할 수 있고, 오역도 할 수 있다. 정체불명의 이름과 오자가 많이 보인다(사전에 있는 모든 오자와 오류를 정리한 글은 다음에 공개하겠다. 그 글의 제목은 크툴루 신화 오식 대사전’이). 오류가 많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사전은 최고의 안내서’라고 할 수 없.


그래도 크툴루 신화 대사전최악의 안내서’는 아니다사전의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부록은 읽어볼 만하다.그 후의 크툴루 신화는 크툴루 신화의 탄생 배경과 신화 창작에 기여한 작가들의 활동을 보여준다. 러브크래프트가 있는 일본 문학사는 러브크래프트가 일본 문학에 영향을 끼친 장면들을 정리한 글이다. 독자는 이 글에서 일본 문학사를 정리한 책에서 보기 힘든 일본 장르 문학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부록은 러브크래프트와 크툴루 신화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독자에게 요긴한 자료가 될 수 있다내 눈에는 이 사전의 배꼽이 배보다 더 크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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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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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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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는 대낮에 등불을 들고 거리를 걸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묻는다. “이보시오, 지금 뭐 하고 있소?” 디오게네스는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의 얼굴에 등불을 들이대면서 말했다. 나는 사람을 찾고 있소.” 디오게네스가 찾고 싶은 사람은 정직한 인간이었다.  


가난의 문법의 저자 소준철은 4년 동안 등불을 켜고 거리를 걸어 다닌 도시 사회학자다. 사회학자의 등불은 빈곤 노인의 노동 문제를 환기시킨다. 저자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불철주야 거리를 걸으면서 노인의 ‘보이지 않은 노동을 찾으려고 했다. 노인이 길거리에 있는 재활용품을 주워 리어카에 싣고 이동하는 일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은 노동이다. 길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실상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한 노동이다.


재활용품 수집은 가난하고 일자리가 없는 노인들이 생계를 위한 자구책으로 선택하는 일이다.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것도 노동이다. 노인들은 거리에서 주워 모은 재활용품과 폐품을 고물상에 팔아 돈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은 비공식노동으로 취급받는다재활용품 수집 노인 중에 여성이 많은 편이다. 60대 중반(우리나라 노인 기준 연령은 만 65세다), 70대 노년 여성은 학업을 포기하고 저임금 노동을 했다. 결혼하면 가사노동에 전념하기 위해 일을 그만둔다. 그래서 노년 여성은 동년배 남성보다 노동 경력이 짧다저자는 가난한 노년 여성의 삶과 노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가상 인물의 일상을 재구성한다이 책의 주인공 윤영자는 저자가 조사하면서 만난 노년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형상화한 가상 인물이다.


코로나 대유행 시대에 접어들면서 배달과 온라인 주문량은 증가했다. 그러면서 종이 포장지와 종이 상자의 생산량과 사용량도 덩달아 늘어났다. 사람들은 쓸모없는 종이 포장지와 종이 상자를 집 앞에 놔둔다. 집 앞을 지나가는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이 그것을 줍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폐품을 집 앞에 배출하는 것을 돈 벌고 싶은 노인들에게 도움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노인의 일을 천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폐지 줍는 노인을 무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젊었을 때부터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말년에 저런 고생을 하게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저자는 노인의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정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지적한다. 개인의 잘못 때문에 가난해지는 걸까저자의 등불은 우리나라 노인을 가난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를 비친다노인은 계속 일하는데도 빈곤하다. 그들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이러면 노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하는데 필요한 경제적 기반이 부족해진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국가의 사회보호안전망은 취약하다. 노인은 삼중고 속에 빈곤을 버티면서 살아간다.


저자는 이전 세대보다 부유한 삶을 사는 젊은 세대가 가난한 노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126~127) 젊고 부유한 소비자들이 폐품을 배출하고 처리하는 일에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91~92). 젊고 부유한 사람만이 가난한 노인을 천대하는 성향이 강하고, 노인의 빈곤 문제에 무관심할까? 경제적으로 잘 사는 노인이 있을 수 있는데, 과연 그 사람들은 폐지 줍는 동년배를 어떻게 생각할까? 연민 아니면 경멸? 불편한 몸을 이끌고 폐지를 줍는 노년 장애인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저자가 미처 보지 못한 문제가 많다노인 빈곤 문제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가난의 문법보이지 않은 노동이 잘 보이도록 초고령화 사회를 환하게 밝혀주는, 등불과 같은 책이다저자의 등불이 오늘도 켜져 있을 거로 믿는다. 여전히 보이지 않은 노동과 빈곤 문제를 계속 밝혀주길 바란다.






교정 보이 cyrusMini 미주알고주알

 

 

* 49쪽 (4쇄)

 

 우리는 현재의 노인이 사회보장제도가 안착되기 전에 이미 노령기에 접어든 이들이라 노후생활의 안정 위한 도구가[]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한 인구집단이라는 특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 노후생활의 안정 위한 도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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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수첩 2021-03-18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 오스터 <폐허의 도시>에서, 일체의 생산이 모두 멈춘 도시에서 사람들은 폐기된 물품들을 주워서 연명하는데 어르신들에겐 이 도시가 바로 그 소설 속 폐허가 아닌가 생각을 했어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남 일 아니고 제 일이라 생각하고 읽었어요.

cyrus 2021-03-19 10:19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잘 사는 국가에도 쓰레기를 주우면서 사는 빈곤층이 많다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계속 고령 인구가 많아지는 사회가 지속되면 저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도 폐지 줍는 가난한 노인이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