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어 생각한다 - 남과 북을 갈라놓는 12가지 편견에 관하여
박한식.강국진 지음 / 부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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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의 변화를 이처럼 뚜렷이 국민에게 각인시킨 건 실로 오랜만이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가 큰 폭으로 변화하고 있다.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이벤트도 줄줄이 이어진다. 보수 정부가 집권한 9년간 얼어붙었던 과거(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비롯한 ‘불확실한 미래’를 희망으로 확 바꿔버린 순조로운 분위기를 보고 있자니 국민으로선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성공의 기대는 다른 형태의 불안과 맞닿아 있다. 이 소중한 희망의 불씨를 끝까지 살려낼 수 있을까. 북한은 정말 변화한 것인가,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로 인해 ‘4·27 판문점 선언’이 휴지가 되는 건 아닐까, 남북 모두 평화통일의 자체적 역량 결집은 가능한가 등 반신반의의 자문이 그치지 않는다. 그 근저에는 정전 협정 이후 65년간 쌓인 남북 간의 불신과 안보를 정치에 악용하는 ‘안보장사꾼’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

 

서울신문 강국진 기자가 묻고 국제관계학 전문가 박한식 교수가 답한 대담집 《선을 넘어 생각한다》(부키, 2018)냉전적 사고의 틀 안에 만들어진 열두 가지 편견을 거론하고, 그 편견들에 대해 반박한다. 박한식 교수는 5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할 정도로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그의 대표적인 공로는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방북을 중재한 일이다.

 

우리에게 문화적으로, 언어적으로, 관습적으로 남아 있는 가장 질긴 편견이 바로 ‘북한의 악마화’ 프레임이다. 반공 만화영화 <똘이 장군>에서 김일성 주석은 사악한 돼지로 묘사되었고, 그가 죽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버지보다 권력욕이 많은 ‘악마의 자식’, 또는 ‘독재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집권 초기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핵실험을 거듭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던 시절을 생각해 보라.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을 ‘로켓 맨’, ‘미치광이’라고 조롱했다.

 

‘북한의 악마화’ 프레임 다음으로 오래된 편견은 ‘북한 붕괴설’이다. 북한 내부의 이상 조짐이 알려지면 국내 언론과 다수 전문가는 ‘북한은 머지않아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하곤 했다. 북한은 주적이며 안보를 철저하게 내세우는 보수 정당은 과거 정부(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지원 정책을 물고 늘어져서 ‘북한 핵무기 개발을 위한 퍼주기’라고 비난했다. 이 세 가지 프레임은 남북 관계 개선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대표적인 편견이다. 이러한 편견이 만들어진 프레임은 북한 문제를 냉철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할 정책결정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특히 북한을 너무나도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도 이 프레임의 덫에 걸리기 쉽다.

 

박 교수는 쿠데타가 일어난다고 해도 절대로 북한은 붕괴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북한은 ‘1인 독재 체제’로 작동되는 국가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북한을 움직이게 하는 건 조선노동당이다. 조선노동당은 민족 단결과 집단주의를 강조한다. 숙청과 처벌로 권력 중심부의 인사가 교체되더라도 그 빈자리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한다. 그러므로 최고 지도자가 죽는다고 해도 북한은 무너지지 않는다. 북한 지도부를 ‘악의 축’, ‘미치광이’, ‘주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북한과의 대화를 어렵게 만든다. 박 교수는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한 대북 정책을 ‘안보 접근법’이라고 말한다. 그는 군비 증강 능력을 내세워 북한을 견제하는 안보 접근법을 비판한다. 안보 접근법이 반영된 대표적인 대북 정책이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다. 군사적 압박에 직면했던 북한은 미국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핵 무력·경제 건설 병진 노선’이라는 전략적 노선을 고집했다. 남북 간의 갈등이 지속되었을 때 군비 지출이 늘어났다. 박 교수는 통계 자료를 공개하면서 ‘퍼 주기’ 프레임의 허상을 지적한다. 2011년 연평도 폭격 이후 국회는 군사력 구축을 위해 추가예산을 증액시켰는데, 대북 지원 예산의 2배가 되는 돈이다.

 

결국,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실천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남한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박 교수는 남과 북 모두 필요한 것은 동질성을 강조하는 통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남북 모두 서로 ‘마음의 경계’를 만들지 않으려면 이질성을 수용해야 한다. 남북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이질성을 수용하려면 오래된 냉전적 사고방식과 종북 프레임을 털어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불신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TV를 켜면 북한학 교수, 기자, 정치인, 심지어 북한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정치평론가들이 나와서 북한과 남북관계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한심스럽기만 하다. 여전히 ‘보수-진보 진영’ 논리로 북한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단선적인 해석과 논의는 판 전체가 달라진 현 상황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물론 지금 이 순조로운 남북 관계의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려면 북한 문제에 대한 합의와 이념을 초월한 건설적 논쟁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당연히 거쳐야 한다. 다만 논쟁과 검증이 소모적으로 흘러 본말을 전도시킨 사례가 적지 않았던 우리의 경험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으로 남는다. 북한에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앞으로는 ‘(북한을)모르는 것이 약이다’가 아니라 ‘모르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이제는 객관적으로 북한을 바라보면서 정확하게 얘기해야 할 시점이다. 더 많은 이들, 특히 통일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많이 알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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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us_fugit 2018-06-02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한은 형이하학적 가치를 중시하는데 반해 북한은 형이상학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과 저자가 말하는 ‘변증법적 통일론‘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cyrus 2018-06-03 12:21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통일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요. 앞으로 한반도의 정세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변화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감지하려면 북한을 공부해야겠어요. ^^

레삭매냐 2018-06-02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십 년 동안 앵무새처럼 북한 스스로 붕괴론
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그 많은 전문가
들이 입을 닫고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최근 D일보에서 무속인을 동원해서 신종 참언
을 신문에 게재한 사건은 대한민국 언론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일이었습니다.
양식이 있는 기자들이라면 데스크와 사주에게
마땅히 항의해야 할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결어를 읽어 보니 어쩌면 남북관계는 부부관계
와도 같은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
습니다.

cyrus 2018-06-03 12:30   좋아요 0 | URL
전문가들은 자신의 잘못된 주장에 대해 인정하지 않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니까요. ^^;;

생각보다 북한 붕괴설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은 북한이 불리한 소식을 접하면 ‘곧 북한도 망하겠구나‘하면서 ‘지금이야말로 북한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합니다. 북한과의 전쟁을 참 좋아해요. 전쟁이 일어나서 미국 등과 연합한 남한이 승리한다고 해도 우리 역시 잃을 게 많아요. 북한이 쿠데타로 무너져도 후폭풍을 남한이 감당해야 합니다. 골치 아픈 일이죠. 북한이 스스로 무너지거나 북한을 공격해서 통일을 원하시던 분들이 북한 붕괴 후를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합니다. 과연 어려워진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까요? 먹고사니즘에 익숙한 분들이라서 또 반대할 것입니다. 남한 주민들 살기 힘든데 북한 사람들 많이 챙겨준다고 불만을 늘어놓을 거예요. 하여튼 북한 문제만 나오면 자기주장이 강하고, 남의 의견을 듣지 않는 사람들은 ‘좆문가‘에요.


레삭매냐 2018-06-03 14:51   좋아요 1 | URL
지금 정부는 몰라도 지난 9년 동안 보수정부의
무능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엠비시절에 연평도 포격으로 연평도 주민들이
인천으로 피난나왔을 때만 해도 정부에서 무
대책으로 일관해서, 인천 찜질방 주인장이 주
민들에게 자신의 찜질방을 무료로 제공했었습
니다.

그런데 갑자기 통일이 되어 북한 주민이 수백
만 명이 남한으로 내려 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진짜 대책없습니다.

전쟁으로 해결하자는 무지막지한 발상의 제공
자 중의 한 명은 중앙일보 논설위원인 김가짜
(패러디입니다*)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이
전쟁으로 3일만 버티면 이길 수 있다는 헛소리
를 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강남대로에 미사일 한 방만 떨어져도 생지옥이
될 텐데, 1분에 만발이상 포격할 수 있는 장사정
가 불을 뿜으면 그 잘난 강남의 아파트숲과 빌딩
은 온전하게 무사할 수 있을까요. 무대책 무대안
으로 무장한 어느 정당의 미래를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드네요.

짜라투스트라 2018-06-0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북한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cyrus 2018-06-03 12:31   좋아요 0 | URL
아마도 조만간에 출판사들은 북한과 트럼프 관련 책들을 만드느라 바빠질 것입니다. ^^

이하라 2018-06-03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만큼의 노력이 더해져야할지는 모르겠지만 화해와 타협의 시간이 될거라는데는 믿음이 가고 있습니다. 이런 날들이 북한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cyrus 2018-06-03 12:33   좋아요 0 | URL
과거에는 ‘적을 아는 마음‘으로 북한을 이해했지만, 이제는 ‘협동 파트너를 아는 마음‘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8-06-03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국이 북한의 세계 8위 석유 매장량과 히토류 광물 가치에 눈독들이고 있거든요. ㅎㅎ 가치가 7천조 억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과거 군비산업 경제를 훨씬 뛰어넘기에 대치국면을 이젠 분명 중단할 것 같습니다. ㅎㅎ

cyrus 2018-06-03 12:35   좋아요 0 | URL
제가 걱정을 하는 이유가 제 주변에 수구 세력의 프레임에 길들어진 사람들이 많아서 그래요. 제가 사는 곳이 대구예요.. ㅎㅎㅎ 이번 달 선거 결과 소식에 당선된 자한당 소속 정치인들을 안 봤으면 좋겠어요. ^^;;

2018-06-03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6-03 12:39   좋아요 0 | URL
이번 기회에 북한도 남한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신뢰할 수 있거든요. 일제 강점기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불행한 시대였지만, 반공 이데올로기가 당연시했던 유신 시대도 불행한 시대였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불행한 시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잖아요.

transient-guest 2018-06-07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이 전문가지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들이 더 많아요. 그저 TV에 나와서 돈되는 말을 하고 정치색에 따라 떠들어대는...알아야죠.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전두환-노태우때 어린 시절을 보낸 저는 반공학습이나 방위성금 같은 걸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납니다.

cyrus 2018-06-07 11:40   좋아요 1 | URL
이 책에 전두환의 대북 정책을 ‘일부’ 칭찬한 대목이 있습니다. 저자는 아웅산 테러 사건 이후에 전두환이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한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리고 북한에 대한 평화접근법 계보를 ‘노태우-김대중-노무현’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선 독자들마다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전두환-노무현 정권의 대북 정책이 권력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보여주기 식’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5월 마지막 날. 늘 그랬지만 시간 참 빨리 지나갑니다. 2018년 상반기 마지막을 책방 ‘읽다 익다’에서 보내게 됐습니다. 일찍 퇴근하자마자 책방으로 향했습니다. 퇴근 시간대인 오후 6~7시에 발생하는 교통체증을 피하고 싶었거든요. 책방이 있는 동네에 고산도서관이 있어요. 책방 가는 날에는 반드시 고산도서관에 갑니다. 제가 사는 동네 도서관에 없는 책이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고산도서관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책방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도서관에 도착했어요. 읽으려고 했던 책을 골랐는데도 시간이 남았습니다. 저녁 식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더 많은 책을 만나기 위해 저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배고픕니다. 새벽 12시까지 빈속으로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식사를 하기 위해 도서관 근처에 있는 신매시장에 갔습니다. 시장 안에 국밥집이 있었습니다. 돼지국밥을 먹었습니다. 돼지국밥에 술이 빠지면 안 되죠. 맥주를 마셨습니다.

 

제가 ‘고독한 대식가’라서 배가 부를 정도로 먹은 느낌이 나지 않았어요. 밥 한 공기 더 주문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밥을 다 먹고 책방에 향했습니다. 제가 책방에 도착한 시간은 6시 20분이었어요. 책방에 저보다 일찍 오신 분들이 계실 줄 알았어요. 저를 맞이 해준 건 텅 빈 책방이었습니다. 책방지기님도 안 계셨어요. 책방지기님은 집에 있는 아이들을 돌본 뒤에 책방으로 가겠다는 메모를 남겼어요. 결국, 제가 잠시 책방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책방에 혼자 있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여태까지 ‘읽다 익다’ 책방 내부를 사진에 담은 적이 없었어요. 일마치고 이곳에 가면 7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기 때문에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던 거죠. 우주지감 쌤들이 오기 전에 책방 구석구석 살펴보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주지감 독서모임 후기는 책방 사진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힘겹게 읽었고, 이 책에 관해서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아서 후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어요. 그냥 마음 편안하게 수다를 떨고 싶더라고요. ‘서재를 탐하다’, ‘읽다 익다’ 책방에 오면 마음이 편해요. 일만 아니면 오전 독서모임도 참석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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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6-02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다. 이런 곳을 알고 있고 있으니.
나도 어딘가 찾아보면 있을 것 같지만
가까운 곳엔 없어. 멀리 나가야있지.
프로그램이 알찬 것 같다.

근데 너의 열독은 식을 줄 모르는구나.
난 늘 마음에만 있지 점점 못 읽겠어.
나중에 늙으면 영화나 드라마만 볼까 해.ㅠ

cyrus 2018-06-02 20:23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힘들어요.. ㅎㅎㅎ 매주 한번 참석하는 독서모임에 활동해보니까 일정이 타이트한 느낌이 들어요.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고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몸이 안 따라줘요.. ^^;;

오후즈음 2018-06-02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부럽네요. 오월을 앓아 누워 있었더니 한달이 없어진것같아 속상하네요.

cyrus 2018-06-02 20:25   좋아요 0 | URL
아파서 아무 것도 못하고 누워 있을 때 제일 속상하죠.. ㅠㅠ
아프면 집에 쉴 수 있어서 좋다고 하지만, 좋은 게 아니에요. 아프면 서러워요..
지금은 몸 상태가 회복되었어요? 건강이 중요합니다.

레삭매냐 2018-06-02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전에... 통풍으로 맥쥬 드시면
안된다고 하시지 않았던가요 ㅋㅋ

그런데 돼지국밥에 맥쥬를... 쏘주
아니었던가요.

이해합니다, 힘들 게 읽은 책일수록
리뷰 쓰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쓰셔야 합니다.

cyrus 2018-06-02 20:45   좋아요 1 | URL
한 달에 맥주 한 번 마셔도 괜찮을 거.. 예.. 요.. ㅎㅎㅎ
그 날 너무 기분이 좋아서 혼술했습니다. ^^

뭘 마실까 고민했어요. 막걸리, 맥주. 제가 이 두 가지 술을 엄청 좋아해요.
대구는 요즘 열대기후 모드라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었습니다. ㅎㅎㅎ

레삭매냐님은 달궁 때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요.
꾸준히 리뷰를 쓰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이 온라인 공간에서만 만난다는 게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레삭매냐님 글이나 댓글을 읽을 때나 독서모임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가끔 달궁 멤버들이 생각납니다.

재는재로 2018-06-02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임같은건 번거로워서 도서관에서 시집회같은데 관심없냐고 듣은적이있는데 모임 분위기는 어떤가요 책 고프다 주말을 잘보내시는것같네요 ㅋㅋ

cyrus 2018-06-03 12:49   좋아요 0 | URL
모임 분위기는 좋습니다. 일단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경험과 생각을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경험이 주는 느낌은 달라요.

원래 제가 집돌이인데다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해요. 특별한 일 아니면 도서관이나 서점은 저 혼자 갑니다. 여러 사람 모여서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ㅎㅎㅎ

자주는 아니더라도 책 읽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건 정신 건강에 좋은 일입니다. 예전에 저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요, 오랜 시간 혼자서 책 읽는 생활에 익숙해지면 상대방과의 사소한 대화조차 어려워해요. 그러니까 상대방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거죠. 대화를 못하니까 사람이 소심해지고, 내성적인 성격이 계속 유지됩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게 되고, 말에서 묻어나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눈치도 없어져요.

2018-06-03 0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6-03 12:50   좋아요 0 | URL
사진 책이 아니더라도 저녁 모임에 오셔도 좋습니다. ‘특별 손님‘으로 모시겠습니다. ㅎㅎㅎ
 
중세의 미학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손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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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자신의 첫 소설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2009)을 완성하기까지 10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중세를 생생하게 구축하기 위해 몇 달 동안 도서관에 파묻혀 지냈다. 에코는 그곳에서 방대한 분량의 중세 자료를 뒤적거렸다. 중세 수도원의 내부 구조를 정확하기 묘사하기 위해 건축 공부도 새롭게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게 바로 종이가 아깝지 않은 작가의 치열한 예술혼이다. 그런데 《장미의 이름》 원고를 읽은 편집자들은 소설의 시작부가 너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에코에게 충고 비슷한 제안을 했다. 소설의 시작부에 해당하는 100쪽을 줄이는 게 어떻겠냐고. 에코는 그들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그들에게 낯선 수도원에 일주일 동안 묵을 작정을 한다면 그 수도원 자체가 지닌 행보(行步, pace)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코가 말한 ‘행보’는 무슨 의미인가. 소설 읽기를 ‘등산’에 비유한 에코의 말을 살펴보면 행보가 무얼 뜻하는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소설로 들어간다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산을 오르자면 호흡법을 배우고, 행보를 익혀야 한다. 배울 생각이 없으면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게 낫다. (《장미의 이름 작가 노트》 64쪽)

 

 

어떠한 목적지에 다녀오기 위해 걷는 것을 행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독자는 《장미의 이름》을 읽기 위해선 반드시 이 ‘목적지’를 다녀와야 하는데, 독자가 가야 할 ‘목적지’가 바로 《장미의 이름》의 무대인 중세 수도원이다. 수도원 내부 구조, 수도원의 규율 그리고 그곳에서 사는 수도사들이 주고받는 대화의 주제는 당대를 반영하는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독자는 《장미의 이름》을 완독하려면 중세 문화 및 사상을 익혀야 한다. 사전 준비 없이 소설 읽기에 도전하면 시작부터 막히게 된다.

 

에코가 26세 때 쓴 《중세의 미학》(열린책들, 2009)중세를 향한 행보를 익히는 데 유용한 기준점과 같은 책이다. 에코는 암흑의 천막에 가려진 중세의 시대를 열어젖혀 고전 시대(고대 그리스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해낸 중세인들의 미적 감수성을 소개하고 있다. 흔히 중세는 ‘암흑시대’로 알려져 있고, 그 시대를 상징하는 수도원에 대해서는 세상과 단절된, 폐쇄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에 십상이다. 그러나 깜깜한 시대로 대변되는 중세는 ‘근대’의 눈으로 본 것이다. 근대인이 덮어씌운 암흑의 천막을 벗긴 중세는 ‘생기 넘친 감각적 세계’였. 그동안 우리는 중세를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

 

고전 시대의 미학을 물려받은 중세인들은 비례와 조화로 어우러진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지향했다. 비례는 아름다움의 수학적 증명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조각가 폴리클레이토스(Polykleitos)가 제시하고 고대 로마 시대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가 확립한 비례는 균제 즉 조화라는 미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중세 교회의 유리창을 장식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가장 오묘한 빛을 내는 유리로 만들어진다. 중세 신학자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공식으로 ‘빛과 색깔’을 강조했고, 스테인드글라스는 자연의 빛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최고 수준의 기법으로 발전했다. 성서를 해석하는 일에 몰두한 교부와 신학자들은 ‘신의 눈’으로 세계를 보았으며 그 세계 속에 숨겨진 신의 섭리를 찾으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신성한 신의 섭리를 알레고리(Allegory)란 형식으로 표현했다. 알레고리는 설명할 수 없는(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신학 지식을 신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중세는 종교적 권위의 결별을 선언한 근대가 도래하면서 점점 균열하기 시작했다. 인문주의자들은 부패한 세속 교회를 무너뜨리고, 수도원의 지식 독점을 해체하기 위해 신학과 스콜라 철학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 그들에게 신학과 스콜라 철학은 신의 권위가 막강했던 중세를 대표하는 학문이다. 신학과 스콜라 철학이 반영된 중세 미학은 한때 서구 지성사의 반열에도 끼지 못했다.

 

에코는 중세 미학을 불러들이면서 중세에 대한 복권도 시도한다. 과연 중세는 엄격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유지한 청교도적인 시대였는가에 대해 에코는 회의한다. 고전 미학은 중세 고유의 학문과 종교를 통해 여러 차례 수정되다가 미적 수준을 갖춘 중세 미학으로 발전했다. 중세인의 미적 전통은 고전 문화의 부흥을 뜻하는 르네상스로 이어졌다. 중세인들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중세 미학은 학문과 예술의 부흥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중세의 미학》은 역사에서 중세와 근대는 단절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 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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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6-02 17:16   좋아요 0 | URL
현재에 있는 사람은 과거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잘 봐요. 지금 우리도 시간이 흘러 ‘과거’가 된다면 ‘현재’에 있는 사람(우리 시점에서는 그들은 미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죠)들은 우리의 단점을 가지고 평가할 것입니다.. ㅎㅎㅎ 문득 미래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네요.

레삭매냐 2018-06-02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중세는 근세/르네상스의 도래로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아온 게 사실입니다.

일단 중세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살펴 보기 위해서
는 하위징아의 <중세의 가을>부터 읽어야 하는데...
항상 생각만 하도 실천에 옮기질 못하고 있네요.

<장미의 이름>도 이번에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
문트>를 읽다 보니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cyrus 2018-06-02 20:50   좋아요 0 | URL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중세와 관련이 있나요? 레삭매냐님이 <장미의 이름>을 읽고 싶어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우주지감 쌤들이 오전에 인문학 책 읽기 모임을 해요. 5월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어서 완독했고요, 이번 달부터 읽게 될 책이 단테의 <신곡>입니다. 이 책도 중세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책이죠.
 

 

 

 

이토 준지 컬렉션 10화 첫 번째 이야기

글리세리드

 

 

 

 

 

『글리세리드』는 공포감보다는 비위에 거슬리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이토 준지는 ‘찐득거리는 불쾌감’을 느낀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끈적끈적한 기름 덩어리들이 비적비적 흘러나오는 집의 묘사와 기름을 먹고 사는 인물들의 모습은 작품을 보는 사람의 속을 느끼하게 한다. 역시 이토 준지는 불쾌감을 유발하는 재주가 있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자선 걸작집》 (미우, 2016)

* [절판] 이토 준지 《어둠의 목소리》 (시공사, 2014)

 

 

 

유이는 고기를 파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아버지고로라는 이름을 가진 오빠와 함께 사는 소녀다. 그녀가 사는 집은 어둡고 기름이 흘러넘친다. 고로는 아버지 몰래 혼자서 기름을 벌컥벌컥 마시는 히키코모리다(성이 같을 뿐 식당에 혼자서 밥 잘 먹는 이노가시라 고로[1]의 음식 취향과 정반대이다). 기름을 섭취한 영향으로 인해 아버지와 고로의 피부에 기름기가 많고, 몸에 생긴 기름 때문에 악취를 풍긴다. 고로는 몸에 묻은 기름과 얼굴에 난 여드름 때문에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외출을 하지 않은 채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종종 동생을 괴롭히면서 화풀이를 한다. 기름에 민감해진 유이는 집안에 퍼져있는 기름의 농도(유도, 油度)[2]를 감지하는 능력이 생긴다.

 

뭐니 뭐니 해도 『글리세리드』의 하이라이트고로의 ‘여드름 짜기’ 공격이다. 결말보다 중간 장면이 더 유명한 작품이다. 고로는 자신의 얼굴에 난 여드름을 한꺼번에 짜서 유이를 괴롭히는데, 얼굴에서 기다랗게 국숫발처럼 흘러나오는 피지가 인상적이다. 아니, 인상적이라기보다는 혐오스럽다. ‘역대급 혐짤’을 말로 표현하면 묘사가 주는 불쾌감을 느낄 수 없다. ‘이토 준지 여드름’이라고 검색하면 그 문제의 장면을 볼 수 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보지 말 것!

 

 

 

 

 

 

이토 준지 컬렉션 10화 두 번째 이야기

다리

 

 

 

 

 

 

카나코는 한밤중에 할머니가 사는 마을에 향한다.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특이한 장례 풍습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망자를 땅에 매장하지 않고, 다다미에 실어 다리 밑에 흐르는 강물에 떠내려 보낸다. 그리고 그 과정을 모든 마을 사람들(아이들도 포함)이 모여서 구경한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마을 사람들은 강물에 떠내려가는 망자가 다리 밑에 통과하면 성불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망자가 다리 밑에 통과하지 못하고 강물에 잠겨버리면 성불에 실패한 것이다. 카나코가 건넌 다리 위에는 성불하지 못한 채 유령이 된 마을 사람들이 서 있다. 유령들은 밤마다 할머니를 부르고, 죽음을 직감한 할머니는 손녀 카나코에게 자신이 죽으면 땅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과연 할머니의 유언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토 준지 컬렉션 11화 첫 번째 이야기

초자연 전학생

 

 

 

 

 

 

이 이야기의 화자인 마이코는 학교 동아리 ‘초자연 동호회’ 회원이다. 초자연 동호회는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결성한 동아이다. 초자연 동호회의 리더인 히카루는 숟가락을 구부리는 초능력을, 동급생 키요시는 영시(靈視) 능력이 있다. 동호회 회원들은 그들이 진짜 초능력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두 사람은 속임수를 쓰고 있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7 : 신음하는 배수관》 (시공사, 2008)

 

 

 

그러다가 어느 날, 전학생인 츠카노 료가 초자연 동호회에 가입한다. 료도 초자연적 현상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료가 나타날 때마다 그의 주변에 기이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초자연 동호회 회원들 앞에 ‘진짜 초능력자’가 나타난 것이다!

 

 

 

 

 

 

이토 준지 컬렉션 11화 두 번째 이야기

허수아비

 

 

 

 

 

『다리』와 조금 비슷한 작품이다. 『허수아비』에도 특이한 장례 풍습이 나온다. 이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은 망자를 잊지 못해 무덤에 망자의 모습과 닮은 허수아비를 세운다. 전체적으로 무섭게 느껴지는 작품은 아니었으나 살아있는 듯한 허수아비의 표정이 섬뜩하다.

 

 

 

 

 

 

 

 

 

 

 

 

 

 

 

 

 

 

* 이토 준지 《이토 준지 공포 박물관 4 : 허수아비》 (시공사, 2008)

 

 

 

『허수아비』를 보면서 ‘세계의 괴기 장소’ 중 하나로 언급되는 멕시코의 ‘인형의 섬’이 생각났다. ‘인형의 섬’에 가면 여기저기에 매달린 흉물스러운 인형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섬에 버려진 인형들의 모습을 사진으로만 봐도 오싹하다. 인형의 섬이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섬의 관리인이 인형을 매달았다는 설이 있다. 섬의 관리인은 물에 빠진 소녀를 구하지 못해 죄책감에 빠졌고, 소녀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인형들을 매달아 놓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연하게도 섬 관리인 역시 물에 빠져 세상을 떠났다…‥. ‘인형의 섬’ 탄생에 둘러싼 지금까지의 내용은 ‘나무위키’에 있는 것이라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1] 

 

 

 

 

 

 

 

 

 

 

 

 

 

 

《고독한 미식가》(이숲, 2010, 2016)의 주인공.

 

 

[2] 이토 준지는 습도(공기 중에 수증기가 포함된 정도)에 영감을 얻어 ‘유도(공기에 포함된 기름의 농도)’라는 가상의 용어를 만들었다. (《이토 준지 자선 걸작집》 자작 해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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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6-01 12:25   좋아요 1 | URL
제가 청소년 시절에 여드름으로 고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여드름이 나봤자 일 년에 한 두 번 정도예요. 제 피부가 지성인데, 여드름이 많이 생기지 않아서 신기해요. 축복받은 피부입니다.. ㅎㅎㅎ

레삭매냐 2018-06-0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고 나서 멕시코 인형의 섬
을 검색해 보았는데... 오싹하네요 정말.

사탄의 인형에 등장하는 처키가 떠오르기도
하구요. 인형도 이렇게 무서울 수 있구나 싶
네요.


cyrus 2018-06-01 19:21   좋아요 0 | URL
호러영화의 인기 소재가 인형이죠. 인형이 사람의 모습을 모방한 물건이라서 더 섬뜩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하라 2018-06-0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드름 공격을 가볍게 묘사하신 걸텐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혐오스럽네요ㅠ
그 외의 작품들은 흥미를 끄는 매력도 있는 것 같아요

cyrus 2018-06-02 17:18   좋아요 1 | URL
애니메이션의 특정 장면도 스포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토 준지 특유의 공포를 직접 확인해야 묘사가 주는 공포감과 불쾌감을 느낄 수 있어요. 이토 준지 만화책을 보지 않아도 검색만 하면 이토 준지의 그림을 볼 수 있어요. ^^;;
 

 

 

공허한 말, 웃음을 유발하는 언사를 입에 올리지 말지어다.” [1]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소설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2009)에 나오는 이 문장은 중세 유럽의 웃음에 대한 입장이 잘 드러나 있다. 현세의 행복을 뜻하는 웃음은 경박하며, 내세를 지향하는 경건한 기독교적 세계관과 상반되는 것이므로 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2009)

* [절판] 호르스트 푸어만 중세로의 초대(이마고, 2003)

    

 

 

 

 

 

 

 

 

 

 

 

 

 

 

* 만프레트 가이어 웃음의 철학(글항아리, 2018)

*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 시학(도서출판 숲, 2017)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도서출판 숲, 2013)

    

 

 

10세기 초 성직자들은 독일 호엔알트하임(Hohenaltheim) 주교 회의를 통해 즐거워하는 육체는 죄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2]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웃음이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특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시학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웃음이 쓸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미의 이름의 맹인 수도사 호르헤는 웃음이 신의 권능을 부인하는 해로운 악마의 선물로 여겼고, 시학2희극론사람 목숨을 빼앗는 위험한 금서로 만들었다. 그는 웃음을 사교의 덕 중 하나로 꼽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까? 만약에 수도원 도서관에 웃음의 장점을 언급한 니코마코스 윤리학도 있었다면 호르헤는 이 책에도 독을 발랐을 것이다. 아무튼, 호르헤 같은 중세의 신학자나 성직자들은 진리 속에 있는 웃음을 추방했다. 그들은 경건함을 중시했다.

 

그렇지만 모든 중세 사람들이 웃음을 거부한 것은 아니다. 베네딕트 수도회의 창시자인 베네딕투스(Benedictus)바보의 웃음은 떠들썩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조용히 웃는다라고 말했다. [3]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는 중세 유랑 탁발승이나 음유시인들이 도덕, 사랑, 유희, 외설 등을 노래한 작자 미상의 세속시가집이다. 이 시가집이 처음 발견된 곳은 독일 남부의 베네딕트 수도원이다. 이 시가집을 만든 사람(공동의 저자일 수 있다)이 누군지 영원히 알려지지 않겠지만 중세에도 억압과 고통을 해방하는 웃음의 긍정적 기능을 옹호한 윌리엄 수도사 같은 인물이 있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장미의 이름의 윌리엄은 프란체스코 수도회 소속의 가상 인물이다).

    

 

 

 

 

 

 

 

 

 

 

 

 

 

 

* 요한 하위징아 중세의 가을(연암서가, 2012)

    

 

 

웃음을 유일하게 허용하는 날이 있으니 그게 바로 축제가 있는 날이다. 중세의 문화를 연구한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중세 사람들의 마음속에 두 개의 인생관이 공존했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경건한 삶을 지향하는 금욕주의적 인생관, 또 하나는 방탕하게 축제를 즐기는 세속적 인생관이었다. 실제로 교회가 지정한 1년은 일하는 날과 축제하는 날로 구분되어 있다. 하위징아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세 사람들은 모순적이면서 열정적인 인간[4]으로 살아왔다. 장미의 이름의 화자로 나오는 아드소모순적이면서 열정적인 중세인이라 할 수 있다. 소설에 묘사된 청년 시절의 아드소는 수도원에 몰래 들어온 마을 처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는 자꾸만 샘솟는 욕망을 억제하기 위해 신앙심에 의지한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경건한 교회에 매일 빠짐없이 출석하면서도 향락적인 일탈을 꿈꿨던 중세 사람들의 인간상을 보여준다.

 

    

 

로저 베이컨의 학문 세계를 소개한 책들

    

 

 

 

 

 

 

 

 

 

 

 

 

 

 

 

 

 

 

 

 

 

 

 

 

 

* 유대칠 신성한 모독자(추수밭, 2018)

* S. P. 램프레히트 서양철학사(을유문화사, 2008)

* 아먼드 A. 마우러 중세철학(서광사, 2007)

* F. C. 코플스턴 중세철학사(서광사, 1988)

 

    

 

윌리엄이 웃음의 기능을 옹호한다고 해서 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까지 받아들였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산이다. 윌리엄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스승이 로저 베이컨(Roger Bacon)이다. 로저 베이컨은 실제로 생존했던 영국의 스콜라 철학자이다. 그는 프란체스코 수도회 소속 수도사였지만, 과학과 수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자연철학자였다. 베이컨은 열세 살(!)에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했다. 옥스퍼드 대학의 초대 총장은 로버트 그로스테스트(Robert Grosseteste). 그로스테스트는 옥스퍼드 대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명성을 얻었으며 베이컨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그로스테스트와 베이컨의 스콜라 철학을 옥스퍼드 파로 분류한다. 이 두 사람은 이슬람 국가에서 전해지게 시작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에 관심을 보였지만, 그렇게 열광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학적인 실험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동시대 학자들을 비판했다. 베이컨은 귀납법과 연역법을 모두 사용하여 어떤 진리의 진실성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절판] 최정은 트릭스터, 영원한 방랑자(휴머니스트, 2005)

 

    

 

아먼드 A. 마우러(Armand Augustine Maurer)는 베이컨을 스콜라 철학 시대의 역설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한다.[5] 베이컨은 종교적 전통에 얽매이지 않은 학문적 시각과 태도를 유지했다. 과학(특히, 빛을 연구하는 광학)에 헌신한 그의 탐구 자세는 정통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몰리기도 했다. 그는 감옥에 수감되는 시련을 겪었다. 베이컨의 삶을 한마디로 말하면 트릭스터(Trickster)이다. 트릭스터는 사회가 만든 획일적인 규범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범한 용기를 가졌으며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추구한다. 트릭스터와 대비되는 인간상이 하마르티아(Hamartia). 이 용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온다. 하마르티아는 자신의 실수 또는 결함에 의해 불행을 초래하는 비극적인 인간이다. 하마르티아는 원래 신에 의해 눈이 먼 인물을 뜻한다. 윌리엄을 논쟁을 펼친 호르헤는 하마르티아에 속한다. 그는 신의 권능에 지나치게 믿은 나머지 자신과 다른 진리를 죄악시한다. 로저 베이컨은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이 겪는 네 가지 오류를 제시했는데, 특히 그가 엄중히 경고했던 오류는 무가치한 권위의 복종이다. 흥미롭게도 호르헤는 베이컨이 경고한 오류를 범했고, 베이컨의 제자인 윌리엄은 그와 논쟁을 할 때마다 고지식하고 권위적인 자세를 비판했다. 결국 호르헤의 치명적인 오류, 즉 결함은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을 발생하게 만들었고, 자신뿐만 아니라 수도원의 도서관까지 파멸시킨다. 호르헤는 신의 권능에 눈이 멀기 시작하면서부터 진리의 자유를 통제하는 악마가 된 비극적인 인간이다.

 

 

 

 

[1]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2002) 154

[2] 중세로의 초대(이마고, 2003) 374

[3] 중세로의 초대(이마고, 2003) 375

[4] 중세의 가을(연암서가, 2012) 341~342

[5] 중세철학(서광사, 2007)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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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5-29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장미의 이름> 비디오를 구해 보겠다고
온 동네 비디오 가게를 돌아 다니던 기억이 나
네요.

정말 나중에 책으로 만나 보니 영화가 정말 책
의 발톱 만큼도 따라가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위징아의 <중세의 가을>도 읽어야 하는데...
소장각입니다만.

절판된 <트릭스터>도 땡기네요...

cyrus 2018-05-30 17:54   좋아요 1 | URL
최정은 씨의 <트릭스터>는 영화, 만화작품을 중세의 시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저자의 해석이 흥미롭긴 한데, 중세 사상뿐만 아니라 고대, 근현대 철학까지 동원한 글이라서 읽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다 읽진 않았고, 관심 있는 내용이 나오는 장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