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 감춰진 얼굴
마이클 쉘던 지음 / 성훈출판사 / 1992년 12월
평점 :
품절


 

 

 

“저기, 이 책이 서고에 보관되어 있는데 대출이 가능한가요?”

 

“음‥… 이 책이 나온 지 꽤 오래됐는데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올해 들어 도서관에서 절판된 책을 빌리는 일이 많아졌다. 현재 내 방은 포화 상태라서 더 이상 책을 헌책방에나 온라인 중고서점에 주문해서 들여놓을 수 없다. 출간 연도가 오래된 책, 즉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에 나온 책들은 주로 도서관 서고에 보관되어 있다. 서고에 보관된 책을 빌려서 읽는 것은 내 돈 들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책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지난달에는 도서관 서고에 있는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을 읽었다. 이 책은 1992년에 나왔다. 서고에 너무 오랫동안 잠들어서 그런지 정말 책 상태가 좋지 못했다. 책 가운데 쪽 제본은 갈라지기 시작했다. 책 상단에 새까만 먼지가 쌓여 있었고, 얼룩진 형태의 곰팡이 떼가 남아 있었다. 서고에 있는 그 책을 가져온 사서는 휴지로 먼지를 닦았다. 사서는 이 책을 간절히 원한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휴지로 책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는 사서를 보고 나니 민망해서 괜히 사서에게 말을 걸었다. 마지못해 미소를 지으면서 사서에게 ‘제가 (먼지를) 닦을게요’라고 말했다. 아, 정말 이런 난감한 상황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웬만하면 서고에 보관된 책을 안 빌리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서고에 있는 책을 빌릴 때 뻔뻔해져야만 할 것이다.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에 적힌 저자 소개에 따르면, 저자 마이클 셀던(Michael Sheldon)은 영문과 교수이다. 그가 쓴 저서 중에 <약속의 친구들: 시릴 코놀리와 지평선의 세계>라는 책이 있다. 시릴 코놀리(Cyril Connolly: 1903~1974)는 영국의 작가 겸 비평가인데, 오웰과 같은 학교(세인트 시프리언즈 예비학교와 이튼스쿨)에 다닌 친구이다. 그래서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에 학창 시절 오웰이 어떤 성격인지 확인해 주는 코놀리의 증언이 나온다.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은 주석 목록과 역자 후기까지 포함해서 605쪽으로 이루어져 있다. 90년대 초반에 나온 책 중에서 제법 분량이 많은 편이고, 그 당시 물가를 생각한다면 책값이 비싼 편이다. 책의 정가는 9,000원이다.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은 절판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오웰에 관한 사소한 일면을 알 수 있는 훌륭한 평전이다. 생전에 오웰은 자신에 관한 전기가 나오는 것을 반대했고, 단호한 입장을 유언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는 본인이야말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그는 자서전을 쓰지 않았다. 완전한 형태의 자서전이라고 보기 어려우나 1947년에 자신의 학창 시절을 회상하는 글[주]을 쓴 적이 있다. 저자는 오웰을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한마디로 모순투성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사회주의자였으나 사회주의자들의 문제점과 약점을 비판했다. 그리고 그는 말년에 소설을 쓸 계획이 있으면서도 자신은 소설가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웰은 엄격하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 분위기가 끔찍했다고 회상했지만, 오웰의 동창생들은 그가 학교생활을 잘하는 평범한 아이로 기억했다. 오웰의 삶을 ‘모순투성이’라고 평한 저자의 말이 그다지 놀랍지 않으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세상에 모순투성이 없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은 굳이 알 필요 없는, 오웰에 관한 ‘TMI(Too Much Information)’로 가득하다. 책의 분량을 두껍게 만든 과도한 정보의 양은 독서를 지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지만, 이 정보들을 얻기 위해 오웰과 관련된 생존 인물들을 직접 찾아 만나고 다닌 저자의 노력을 생각하면 대충 읽을 수 없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TMI’는 오웰의 모순적인 면모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일명 ‘오웰 리스트(Orwell’s list)에 관한 내용이다.

 

2003년에 처음으로 전 세계에 공개된 ‘오웰 리스트’는 오웰이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기 일 년 전에 작성한 것이다. ‘오웰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오웰이 지하에 활동하는 공산주의자와 그들을 동조하는 자로 의심되는 38명의 지식인 이름을 명단으로 기록하여 영국 정보기관에 전달한 사실이 밝혀졌다.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에서도 오웰이 자신의 공책에 ‘비밀 공산주의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언급된다. 그러나 셀던은 오웰이 공책에 적힌 명단을 정보기관에 전달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앞서 언급했듯이 정보기관에 전달된 오웰 리스트는 2003년에 발견되었다. 그런데 오웰은 어째서 ‘변절자’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을 했던 것일까. 마이클 셀던에 따르면 오웰은 스탈린 정권을 변호하는 공산주의자들을 경계했고, 영국에 있는 친 스탈린파들이 정정당당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솔직하게 밝히기를 기대했다. 오웰은 좌파 세력의 결집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명단을 작성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명단을 작성했다는 이유만 가지고 그를 ‘좌파를 배신한 자’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오웰은 공산주의자들의 공개적인 활동을 저지하는 보수주의자들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웰이 명단을 정보기관에 전달하는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 행동은 영국 사회를 위협하는 세력을 알리기 위한 ‘밀고’가 아니다. 명단에 적힌 공산주의자들은 친 스탈린 파라서 소련에 맞서는 선전에 동원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즉 오웰은 정보기관에게 ‘대(對) 소련 선전’을 위해 이런 공산주의자들을 기용하지 말라고 알려줬다.

 

오웰은 친 스탈린 파의 공산주의자들을 비난했지만, 무턱대고 ‘친 스탈린파’라고 몰아세우면서 공격하지는 않았다. 일단 그는 상대방이 친 스탈린 파인지 아닌지 의심했다. 그는 칼럼에서 공산주의자라고 해서 그들을 향해 성급하게 친 스탈린파라고 규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사람들은 오웰의 글을 읽으면서 ‘오웰은 이런 사람이었구나’라고 쉽게 단정한다. 그러나 그가 쓴 글이나 오웰의 삶을 단편적으로 설명한 작품 해설만 읽고서는 ‘오웰의 진짜 얼굴’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과거 유럽에서는 문장의 필체만 가지고 문장을 쓴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유사과학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특정 글쓴이의 글 백 편 전부 다 읽는다고 해도 글쓴이의 전체적인 면모를 알 수 없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특정 상황이나 문제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므로 과거 글쓴이의 모습과 현재 글쓴이 모습은 동일 인물이 아니다. 오웰을 제대로 알려면 그의 사소한 치부까지 보여주는 확실한 전기나 평전을 읽어야 한다. 비록 새롭게 알려진 최신 정보는 없지만, 《조지 오웰, 감춰진 얼굴》은 오웰에 관한 한, 아주 사소한 정보들이 채워져 있는 평전이다.

 

 

 

[주] 글의 제목은 ‘Such, Such Were the Joys’다.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제목은 ‘정말, 정말 좋았지’)와 《코끼리를 쏘다》(반니, 제목은 ‘너무나 즐겁던 시절’)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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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7-04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싸이러스 브로, 오웰 전문가로 명명합니다.

cyrus 2019-07-05 11:06   좋아요 0 | URL
아직 안 읽은 오웰의 소설이 있어서 전문가 수준에 이르려면 한참 멀었어요. ^^;;

stella.K 2019-07-0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책이 절판되고 다시 복간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좀 의외다. 내가 알기로 오웰에 관한 책은 거의 다 번역된 줄로 알고 있는데.
이걸 다시 복간하지 않다니 우리나라 출판사들 넘 게으른 거 아니니?
평전은 시시콜콜할 필요가 있지. 위인전기가 아니잖아.

cyrus 2019-07-05 11:09   좋아요 0 | URL
오웰이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지만, 오웰 평전은 오웰의 작품보다 대중성이 부족해요. 오웰이 쓴 작품 중에 가장 많이 번역된 게 <동물농장>과 <1984>입니다. 이 두 작품이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오웰의 다른 작품과 에세이 선집, 그리고 평전 등이 상대적으로 덜 읽히는 것 같아요. ^^;;

서니데이 2019-07-0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상태가 좋지 못했다고 하셨지만, 사진으로는 그래도 괜찮아보여요.
저희집에도 90년대 책이 있어요. 그 책의 가격도 궁금해지네요.
가격을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길게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요즘 대구는 많이 덥지요.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cyrus 2019-07-05 11:13   좋아요 1 | URL
책을 직접 보셔야 해요.. ㅎㅎㅎ 책 상단에 곰팡이가 있어요. 그거 찍은 사진을 올리려고 했는데, 곰팡이가 찍힌 사진에 불쾌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까 봐 안 올렸어요. 정가는 9000원입니다. 90년대의 9000원은 지금의 9000원과 다르죠. ^^;;

지난달에 대구에도 제법 비가 많이 내렸는데, 어느새 원래 뜨거운 대구가 되었네요. 서니데이님도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syo 2019-07-0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책이군요. 저도 저 도서관에서 90년댄지 80년댄지 나온 두 권짜리 마르크스 평전을 서고에서 꺼내달라고 신청했었는데, 제 신청 덕분에 상권이 서고에서 소실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했다는.....

cyrus 2019-07-05 11:18   좋아요 0 | URL
네, 간혹 그런 일이 일어나요. 이러면 정말 맥이 빠져요. 도서관 서고에 있는 오래된 책을 폐기처분을 하려고(아니면 헌책방에 팔려고) 그러는 건지 트럭에 실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그거 보면서 책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저기에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책이 있을 건데 말이죠. 외국의 어느 도서관은 서고에 있는 책을 처리하려고 시민들을 위해 무료로 주거나 중고도서 장터를 운영한다고 하던데 우리나라 도서관은 그런 행사가 없어서 아쉬워요. ^^;;
 

 

 

“이 책이 우리나라에 나올 줄이야‥…. 놀라운 일인데.” 막스 에른스트(Max Ernst)《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이 출간된 것을 확인했을 때 적잖이 놀랐다. 조금 과장된 표현을 하자면,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은 이 세상에 나올 만한 책이 아니다. 세상을 초월한 ‘괴작(怪作)’이다.

 

 

 

 

 

 

 

 

 

 

 

 

 

 

 

 

 

 

 

* 막스 에른스트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 (이모션북스, 2019)

* 앙드레 브르통 《초현실주의 선언》 (미메시스, 2012)

 

 

 

이 괴이한 작품을 만든 사람은 초현실주의 운동에 참여한 독일의 화가이다. 초현실주의는 1924년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초현실주의 선언’으로 세상에 그 정체를 드러냈다. 브르통은 프로이트(Freud)의 정신분석학에 단단히 감화를 받은 상태였다. 그는 이성과 윤리를 초월하는 완전한 자유를 선언했다. 브르통이 일상의 상식 세계에 매몰돼가는 인간의 정신을 해방하고 꿈과 무의식이 엮어내는 초현실적인 세계를 제공하려 했다면, 에른스트는 그런 세계를 구체화하는 방식을 마련했다. 에른스트는 사물 위에 종이를 대고 문지르는 프로타주(frottage)를 처음으로 고안했으며 콜라주(collage)도 그가 주로 사용한 기법이다. 콜라주는 ‘풀로 붙이는 것’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기성품을 캔버스에 붙여 화면을 구성하는 기법을 말한다. 콜라주를 처음 선보인 화가로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가 많이 거론되지만, 본격적으로 ‘초현실주의적 콜라주’를 확립한 화가는 에른스트다.

 

 

 

 

 

 

 

 

 

 

 

 

 

 

 

 

 

 

 

* 요아힘 나겔 《초현실주의, 어떻게 이해할까?》 (미술문화, 2008)

* 피오나 브래들리 《초현실주의》 (열화당, 2003)

* 매슈 게일 《다다와 초현실주의》 (한길아트, 2001)

 

 

 

에른스트가 초현실주의적 콜라주 기법을 이용해서 만든 작품이 바로 1929년에 발표된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이다. 브르통은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을 위한 서문을 직접 썼다. 제목이 범상치 않다. 제목을 줄여서 ‘백두녀(百頭女)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랑스어 원제는 ‘La femme 100 têtes’이다. 이 제목에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프랑스에서 100은 ‘cent’라고 한다. ‘La femme cent têtes’를 발음하면 ‘famme sans tête’라는 문장의 발음이 들릴 수 있는데, 이 문장의 뜻은 ‘머리가 없는 여인’이다. 그래서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은 ‘머리 없는 여자’라는 제2의 제목과 함께 언급되기도 한다.

 

이 책은 ‘콜라주 소설’이다. 콜라주를 이용해서 만든 소설이라 볼 수 있는데, 책을 펼치는 순간 알쏭달쏭한 도판과 암호 같은 문장 들을 만나게 된다. 이제부터 책 속에 있는 도판과 문장 몇 개를 공개할 텐데, 내가 앞서 책을 소개할 때 언급한 말이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 어떤가?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은 총 147개의 도판과 그 도판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 같은(사실은 도판과 전혀 관련이 없다) 간단한 문장 한 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소설’로 분류되지만,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소설의 일반적인 서사 전개 방식은 찾아볼 수 없다. 에른스트는 무엇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도판과 문장 들을 나열했을 뿐이다. 독자는 이 난해하기 짝이 없는 도판과 문장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해석)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도판과 문장의 의미를 찾는 일에 애쓰면 정신은 경직된다. 이런 독서는 에른스트가 원하지 않는 방식이다.

 

나는 이 작품을 ‘이 세상 소설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우리는 ‘이 세상 소설’을 읽는 일에 익숙하다. ‘이 세상 소설’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이어지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흐름을 담고 있다. 우리는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결론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상 소설’이 아닌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기감을 드러낸다. 독자는 뚜렷한 서사 전개가 없는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난감해하고, 도판과 문장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느낀다. 책은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어떤 독자는 알 수 없는 불안과 긴장을 견뎌내지 못해 불쾌감을 드러낼 것이다. 이러한 독자의 반응은 에른스트의 초현실주의적 콜라주가 일으킨 효과이고, 이게 바로 초현실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는 것. 에른스트의 초현실주의적 콜라주는 일상의 이미지를 한곳에 모아 뒤섞은 다음, 그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익숙한 의미를 해체한다.

 

 

 

 

 

 

 

 

 

 

 

 

 

 

 

 

 

 

 

* [절판] 베르너 슈피스 《막스 에른스트》 (열화당, 1994)

 

 

 

 

에른스트의 작품에 자주 나오는 인물이 있는데,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기이한 존재이다. 이 존재의 이름은 ‘로프로프(Loplop)라고 하는데, 어떤 책은‘로플로프’ 또는 ‘롭롭’이라고 나온다. 로프로프는 인간과 새와 결합한 이형(異形)의 존재이다. 에른스트는 로프로프를 자신의 분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로프로프는 ‘날개달린 남성’으로 묘사된다. 에른스트는 어린 시절 애지중지 키우던 새가 죽은 동시에 바로 누이동생의 탄생 소식을 듣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때부터 그는 사람과 새를 구분하는 데 혼란을 겪었으며 그의 그림에 새와 ‘새 인간’ 로프로프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에른스트는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와 함께 초현실주의 운동을 이끈 대표주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달리와 마그리트보다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에른스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중점적으로 설명한 책은 《막스 에른스트》 (열화당)이 유일하다. 이 책은 90년대에 나왔기 때문에 지금은 도서관 창고에 가야 만날 수 있다.

 

 

 

 

 

 

 

 

 

 

 

 

 

 

 

 

 

 

* [절판] 페기 구겐하임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 (민음인, 2009)

* 앤톤 길 《페기 구겐하임》 (한길아트, 2008)

* 메리 V. 디어본 《페기 구겐하임》 (을유문화사, 2006)

 

 

 

에른스트의 삶 전반을 알아보려면 생전에 그가 만났던 여성들을 주목해야 한다. 에른스트는 네 번이나 결혼했다. 결혼 생활을 하는 중인데도 다른 여성을 만날 정도로 달리와 피카소 못지않게 여성 편력이 심하다. 그가 사귄 페기 구겐하임(Peggy Guggenheim)은 20세기 미술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컬렉터다. 그녀 역시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예술가들(극작가 사무엘 베케트, 다다이스트 마르셀 뒤샹 등)과 사귀었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인생을 산 인물이었다.

 

 

 

 

 

 

 

 

 

 

 

 

 

 

 

 

 

 

* 소피 들라생 《달라의 연인 갈라》 (마로니에북스, 2008)

* 도미니크 보나 《세 예술가의 연인: 엘뤼아르. 에른스트. 달리, 그리고 갈라》 (한길아트, 2000)

 

 

 

 

달리의 삶과 예술에서 지대한 영향을 준 갈라(Gala)도 에른스트와 사귄 적이 있다. 갈라는 달리를 만나기 전에 초현실주의 운동에 동참한 시인 폴 엘뤼아르(Paul Eluard)의 연인이었다. 그런데 엘뤼아르와 에른스트의 우정이 돈독해지자(두 사람의 우정을 동성애 관계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갈라도 에른스트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 레오노라 캐링턴 외 《내 플란넬 속옷》 (아작, 2017)

* [절판] 휘트니 채드윅 외 《위대한 예술가 커플의 10가지 이야기》 (푸른숲, 1997)

 

 

 

 

페기는 에른스트의 세 번째 아내였고, 그 다음으로 에른스트의 아내가 된 여성이 화가 도로시아 태닝(Dorothea Tanning)이다. 에른스트는 두 번째 아내와 이혼을 하고 난 후에 자신보다 스물 살이나 적고, 초현실주의 운동에 합류한 화가인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을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그녀는 화가로 많이 알려졌지만, 단편소설 『내 플란넬 속옷』과 초현실주의적 소설인 『The Oval Lady』(1975) 등을 쓴 작가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면서 에른스트는 파리를 떠나 망명하게 됐는데, 그의 망명을 적극적으로 도운 사람이 캐링턴이다. 그러나 이 여자 저 여자를 만나고 다닌 ‘날개달린 조류 남자’ 에른스트는 캐링턴의 영원한 동반자가 될 수 없었다. 그녀는 불안 증세를 겪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었다. 캐링턴은 자신이 사랑했던 ‘새 인간’에 관한 글을 쓰면서 고독하게 지내다가 2011년에 세상을 떠났다. 《위대한 예술가 커플의 10가지 이야기》 (푸른숲)에 에른스트와 캐링턴의 관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주는 글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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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4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7-04 18:14   좋아요 0 | URL
초현실주의자들은 성별 불문하고 성애에 자유로운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관계가 복잡해요... ^^;;

2019-07-04 1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7-05 11:47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사과할 일은 아닙니다. 글을 쓰면서 캐링턴이 작가라는 사실을 적는 것을 깜빡 잊어버렸어요. ^^;;
 

 

 

 

민음사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호밀밭의 파수꾼》 특별판을 선보였다. 그런데 ‘특별판’인데 특별한 것은 없다. 북 커버 디자인은 1951년에 출간된 초판본 표지이다.

 

 

 

 

 

 

 

 

 

 

 

 

 

 

 

 

 

 

 

 

 

 

 

사실 내용도 특별한 것이 없다. 왜냐하면 민음사는 오역이 많은 예전의 번역본(민음사 세계문학전집 No. 47)을 ‘특별판’이라고 홍보하면서 팔고 있기 때문이다.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 뒷날개에 ‘새 문학전집을 펴내면서’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그 글에 이런 문장이 있다.

 

 

세대마다 문학의 고전은 새로 번역되어야 한다. 엊그제의 괴테 번역이나 도스토예프스키 번역은 오늘의 감수성을 전율시키지도 감동시키지도 못한다.

 

 

민음사는 문학 전집을 펴내면서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지금의 민음사는 초심을 잃었다. 오역이 가득한 ‘엊그제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새로 번역해서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샐린저의 탄생을 기념한답시고 뻔뻔하게 특별판을 냈다. 오역 문장을 그대로 놔둔 특별판은 독자들을 감동시키지도 못한다. 오히려 독자들의 분노를 유발한다.

 

 

 

 

 

 

 

 

특별판의 번역을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대구 교보문고에 판매되고 있는 책을 참고했다. 《호밀밭의 파수꾼》(구판) 오역 문장을 기억하고 있어서 그 문장이 있는 쪽수를 확인했다.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아주 사소한 오역도 고쳐지지 않았다.

 

 

 

 

 

* 원문

“We studied the Egyptians from November 4th to December 2nd,” he said. “You chose to write about them for the optional essay question. Would you care to hear what you had to say?”

 

* 구판 22쪽, 특별판 26쪽

「우린 11월 넷째 주부터 12월의 두번째 주까지 이집트인들에 대한 공부를 했었다. 자넨 선택 문제로 이집트인들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로 했어. 자네가 뭐라고 썼는지 한번 들어보겠나?」

 

 

‘11월 4일부터 12월 2일까지’라고 써야 한다.

 

 

 

 

 

* 원문

My brother Allie had this left-handed fielder’s mitt. He was left-handed. The thing that was descriptive about it, though, was that he had poems written all over the fingers and the pocket and everywhere. In green ink. He wrote them on it so that he’d have something to read when he was in the field and nobody was up at bat.

 

 

* 구판 57쪽

동생인 엘리는 왼손잡이용 미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애는 왼손잡이였기 때문이다. 얼마나 묘사적이었냐 하면, 그 애는 손가락 위도 좋고, 주머니도 좋고, 어디에나 시를 써놓았다. 초록색 잉크로 말이다. 그 애 말로는 수비에 들어갔을 때 타석에 선수가 나오지 않았을 때 같은 때 읽으면 좋다는 것이다.

 

 

* 특별판 70쪽

동생인 엘리는 왼손잡이용 미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애는 왼손잡이였기 때문이다. 얼마나 묘사적이었냐 하면, 그 애는 손가락 위도 좋고, 주머니도 좋고, 어디에나 시를 써놓았다. 초록색 잉크로 말이다. 그 애 말로는 수비에 들어갔는데 타석에 선수가 나오지 않았을 때 같은 때 읽으면 좋다는 것이다.

 

 

 

→ 밑줄 친 문장은 문법이 맞지 않는 문장이다. 구판에 있었던 ‘수비에 들어갔을 때’라는 구절이 특별 판에서는 ‘수비에 들어갔는데’라고 고쳐졌다. 그래도 여전히 문장이 어색하다.

 

 

 

 

 

* 원문

Old Marty talked more than the other two. She kept saying these very corny, boring things, like calling the can the <little girls room>, and she thought Buddy Singers poor old beat-up clarinet player was really terrific when he stood up and took a couple of ice―cold hot licks. She called his clarinet a <licorice stick>.

 

 

* 구판 104쪽

마티는 다른 두 여자보다도 좀 말을 많이 했다. 그나마 그녀가 하는 말도 케케묵은 이야기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화장실을 <어린 소녀들의 방>이라고 부르지 않나. 버디 싱어의 밴드에서 불쌍할 정도로 말라비틀어진 첼리스트가 보여준 정말 썰렁하기 짝이 없는 연주를 듣고는 멋있다고 하면서, 그 첼리스트를 <감초 줄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 특별판 129쪽

 

 

 

 

 

 

→ 사실 이 오역 문장 하나만 가지고 민음사의 특별 판 출간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따질 수 있다. 출판사는 클라리넷 연주자를 ‘첼리스트’라고 잘못 번역된 문장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가? 알고 있으면서도 오역을 고치지 않은 건 독자들을 속이는 직무유기다.

 

 

 

 

 

* 원문

“You’re goddam right they don’t,” Horwitz said, and drove off like a bat out of hell. He was about the touchiest guy I ever met. Everything you said made him sore.

 

* 구판 115쪽, 특별판 143쪽

「그렇게 생각하면 됐어요」 호이트가 말했다. 그러고는 총알처럼 사라져버렸다. 그 사람은 이제까지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다. 내가 한 말은 전부 그 사람을 화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 이 번역문을 다시 보면서 알게 됐는데, Horwitz’는 ‘호이트(Hoyt)’가 아니라 ‘호위츠’라고 써야 한다.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 구판을 사서 읽은 독자이다. 오역을 고치지 않은 채 특별판을 낸 민음사의 행보가 매우 유감스럽다. 내가 보기에 민음사는 작가를 기념하기 위해서 특별판을 낸 게 아니라 ‘리커버판’ 열풍에 편승해서 책을 더 팔아보려는 심산으로 낸 것 같다.

 

민음사는 특별판 판매를 당장 중지하고, 독자들의 지갑을 털 생각을 하지 마시라. 특별판을 구입한 독자들에게 책값을 환불하라! 오역이 고쳐지지 않은 책은 ‘잘못된 책’이며 ‘파본’이다. 민음사는 출판사 이름에 걸맞게 좀 더 ‘백성의 소리(독자의 소리)’를 귀담아들어라. 세계 문학 전집 출간을 위한 새로운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그 마음, 초심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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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3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7-03 17:17   좋아요 1 | URL
세계문학전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출판사가 민음사에요. 지난달 독서모임 선정 도서가 <동물농장>인데 그 날 참석한 분들 대다수는 민음사 번역본을 읽었어요. 민음사 <동물농장>도 나온 지 꽤 오래된 책인데다가 요즘 나오는 타 출판사 번역본과 비교하면 다시 다듬어야 할 문장들이 있어요. 고전 문학 작품을 읽으려면 ‘탈 민음사’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ㅎㅎㅎ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국내 최고 문학전집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잠자냥 2019-07-0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커버 판은 샐린저의 초판하고 표지가 같아서 혹했는데.... 그러면서도 번역은 좀 고쳤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에휴 그만 마음을 접어야겠습니다.

cyrus 2019-07-03 17:22   좋아요 0 | URL
초판본 표지 디자인의 양장본이라서 책의 겉모습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특별판에는 구판에 없던, 단어의 의미를 설명한 역주가 달려 있어요. 그 외에는 보시다시피 크게 달라진 것 없어요. ^^;;

2019-07-03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7-04 15:21   좋아요 1 | URL
박맹호 회장이 지금 살아계셨다면 이번 일을 용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雨香 2019-07-03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읽을 때 번역평을 살피곤 합니다만, 번역평이 없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최고의 고전번역을 찾아서‘‘영미명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를 읽어보는데 다루는 책이 많지 않고, 그리고 그 뒤로 번역된 책들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예전에 관련 기사인지,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번역평도 상당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고 ㅠㅠ

조금 더 출판시장이 커지고, 번역본도 많아지고, 번역평도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믿고 읽으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cyrus 2019-07-04 15:24   좋아요 1 | URL
번역 평이 서평보다 쓰기 까다롭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번역 평을 작성하려면 번역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고, 번역 평에 대한 예상 반론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만큼 정신적 노동의 양이 많이 생겨요. 번역 평을 쓰려면 마음 먹었다면 욕먹을 각오를 해야 됩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9-07-03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그지같은 번역은 이미 악명이 높죠... 하, 파리대왕 보고 정말 기절하느 줄 알았습니다. 1940년대 말투의 작렬이라니...... 번역의 질 문제는 정말 많은 이들이 지적했을 텐데, 어떻게 눈 깜짝도 안 하고 뻔뻔하게 특별판이라며 책을 내는지..... 판형도 그지 같아서 마음에 안듭니다..

cyrus 2019-07-04 15:27   좋아요 0 | URL
제가 가지고 있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책 중에 제본이 갈라지려고 하는 것이 있어요. 문학전집은 양장본으로 나오는 게 좋아요. ^^

레삭매냐 2019-07-03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개인적으로 만난 최악의 번역은
오래 전 민음사에서 나온 <한 여름 밤의
꿈>으로 기억합니다.

다른 나라가 배경인데 박혁거세 운운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발번역인지 정말.

그나저나 표지갈이만 하고 번역에는 돈
을 들이지 않았다는 것 같이 들리네요.
언행불일치의 표본으로 보입니다.

cyrus 2019-07-04 15:28   좋아요 0 | URL
헐~ 저 그 책 읽었는데 ‘박혁거세‘가 나오는 대사가 있었군요. 처음 알았어요... ^^;;

Falstaff 2019-07-0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악명 높은 역자들이 너무 많은 책을 번역해서, 도무지 이이들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 진짜 비극입니다.

cyrus 2019-07-04 15:29   좋아요 0 | URL
네, 오역 문제로 제대로 한 번 찍힌 번역가를 알게 되면 그 번역가가 옮긴 다른 책들까지 번역이 잘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 의심부터 하게 되더라고요.. ^^;;

2019-07-04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7-04 15:30   좋아요 0 | URL
제가 영어 독해 능력이 부족합니다. 영어 공부를 안 한지 오래 됐거든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9-07-04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단행동이 아니면 회사들은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습니다. 포장만 다시 해서 ‘리커버리판‘으로 둔갑시키는군요.

cyrus 2019-07-04 15:31   좋아요 1 | URL
이 문제는 민음사만의 문제가 아닐 겁니다. 독자들이 잘 모르는, 리커버판 열풍에 가려진 그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연 2019-07-0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자가 공경희... 꽤 유명하고 번역도 많이 한 분인데 왜 이런 초보적인 실수들을 했을까 잠시 의아하네요. 저도 이 표지 보고 사려고 보관함에 두었는데 님의 글 보고 당장 내렸습니다. 사실 민음사 세게문학전집 몇 권 보면서 번역에 불편한 경우가 꽤 있었는데 저만 그런 게 아니었다 싶어 이상한 안심이 되구요 =.=;;;

cyrus 2019-07-04 15:34   좋아요 0 | URL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나온 지 시간이 많이 흘렀고, 다른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 번역과 비교하면 상당히 올드한 편이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에 개정판이 나온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90년대 후반에 나온 세계문학전집 중에 새로 번역해야 될 게 몇 권 있어요.

목나무 2019-07-0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특별판이라고 내놓을 거면 기존의 번역 오류는 제대로 확인하고 내놓아야 하는 게 출판인의 도리인 듯 싶은데 그저 표지만 바꾸면 혹해서 살 거라는, 독자들을 얕잡아 보는듯한 행동에 실망스럽고 화도 나네요.
민음사 세계문학은 번역도 편집(오타 등)도 제법 거슬리는 게 많은 건 사실이라 선듯 구입하기가 꺼려지긴 하네요.

cyrus 2019-07-04 15:39   좋아요 2 | URL
네, 맞습니다. 출판사도 회사이니 책을 팔아서 수익을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독자들을 기만하면서 책을 팔면 안 되죠. <호밀밭의 파수꾼> 오역 문제는 이미 십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입니다. 저보다 훨씬 먼저 오역을 지적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판사는 문제를 개선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어요. 출판사가 독자들의 의견을 귀 담아 듣지 않은 셈이죠.
 
호밀밭의 파수꾼 (샐린저 탄생 100주년 기념판)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오역이 고쳐지지 않은 책은 ‘잘못된 책’이며 ‘파본’이다. 민음사는 특별판 판매를 당장 중지하고, 독자들의 지갑을 털 생각을 하지 마시라. 특별판을 구입한 독자들에게 책값을 환불하라.

 

 

 

※ 민음사 《호밀밭의 파수꾼》 번역본의 오역 문제를 다룬 글

(2019년 3월 5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0714115

 

 

(2019년 7월 3일 작성)

https://blog.aladin.co.kr/haesung/1095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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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동물 농장 (체험판)
조지 오웰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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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체험판을 보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체험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리뷰를 남겨봅니다.

 

알라딘 검색창에 ‘체험판 동물농장’이라고 입력하면 민음사에서 나온 《동물농장》 표지가 그려진 체험판 전자책 두 권이 나옵니다. 두 권 모두 무료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출판 연도가 다르고, 2012년 11월에 나온 전자책 앞 표지에는 ‘체험판’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저는 ‘체험판’ 글자가 없는, 2012년 6월에 나온 체험판을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알라딘 ebook’ 어플에 체험판이 등록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체험판에는 엉뚱한 ‘반전’이 있습니다.

 

 

 

 

 

 

 

민음사 표지는 페이크(fake)고, 내용은 시공사 판 《동물농장》입니다. 이 체험판은 《동물농장》 1장 전문과 부록인 ‘《동물농장》 편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부록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동물농장》 출간과 관련해서 오웰이 자신의 출판 에이전트에게 보낸 편지와 《동물농장》 출간을 거절하기 위해 오웰에게 보낸 T. 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의 편지를 엮은 것입니다.

 

 

이번에는 앞표지에 ‘체험판’ 문구가 있는 전자책을 확인해봤습니다. 이게 진짜 민음사 판이었습니다. 이 체험판은 3장까지 수록되어 있습니다.

 

 

민음사 판 《동물농장》과 시공사 판 《동물농장》 중에 괜찮은 책을 고르라고 하면 저는 시공사 판을 추천합니다. 시공사 판에 있는 부록이 좋아요. 작가 서문(‘언론의 자유’)과 우크라이나 판 서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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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고객센터 2019-07-16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드려 죄송합니다. 담당부서 통해 확인 후 커버 정보 수정되었고, 정확한 정보 보여 드릴수 있도룩 노력하겠습니다. 이후 이용하시면서 불편하신 부분은 나의계정>1:1고객상담으로 연락주시면 신속하게 안내 드리고 있으니 참고해주십시오.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