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산맥을 덮은 만년설이 녹으면 꽁꽁 얼어있던 흙도 녹아서 산사태가 일어난다.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 투발루는 아홉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해수면이 계속 오르면서 이미 두 개의 섬이 가라앉았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다. 매년 내린 눈이 층층이 쌓이면 얼음덩어리, 즉 빙하가 된다. 빙하는 지구의 나이를 간직하고 있다. 그런 빙하를 시추해 다양한 화학 성분을 분석하고, 거품 속에 있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농도를 측정하면 수십만 년 전까지의 기후 변화와 대기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에 극지 과학자들은 그린란드의 빙하를 시추했다. 빙하에 보관된 기후 기록을 면밀히 연구한 결과,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주기의 기후 변화가 북대서양 일대에서 여러 번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기후 변화는 해류 순환의 변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유빙이 생긴다. 유빙이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오면 멕시코 만류가 흐르지 않게 된다. 멕시코 만류에서 시작된 따뜻한 바닷물은 유럽의 혹한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해류가 정지되면 유럽의 기온은 급격히 떨어진다. 유럽이 추워지면 지구는 급격히 식게 되고 빙하기에 돌입하게 된다. 지금까지 지구는 해류 순환과 같은 내부 요인 이외에도 기후 변화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지난 수백만 년 동안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적어도 산업화 이전 수만 년 동안 인류 역사를 좌우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홀로세는 간빙기에 해당한다. 인류 문명은 홀로세의 따뜻한 기후와 함께 발달했다. 문제는 기후 순환을 볼 때 언젠가는 다시 빙하기가 온다는 것이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아직 그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빙하기의 도래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르지만, 현재 진행형인 지구 온난화가 빙하기를 앞당길 수 있다.


기후 변화는 적어도 산업화 이전 수만 년 동안 인류 역사를 좌우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홀로세는 간빙기에 해당한다. 인류 문명은 따뜻한 홀로세 기후와 함께 발달했다. 문제는 기후 순환을 볼 때 언젠가는 다시 빙하기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아직 그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빙하기의 도래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르지만, 현재 진행형인 지구 온난화가 빙하기를 앞당길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기후와 환경에 미친 영향에 주목했다. 1995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은 홀로세를 세분해 1850년대 이후를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Anthropocene)’로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인류세를 제시한 데는, 지구를 마음대로 사용한 인류의 자성이 깔려 있다.


















* 가이아 빈스 인류세의 모험: 우리가 만든 지구의 심장을 여행하다(곰출판, 2018)


평점

4점  ★★★★  A-


 

* 사이먼 L. 루이스, 마크 A. 매슬린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 인류세가 빚어낸 인간의 역사 그리고 남은 선택(세종서적, 2020)


평점

4점  ★★★★  A-





지금까지 나온 인류세에 관한 책을 세어보니 스무 권이 넘는다. 이 모든 책을 전부 다 읽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고른 책은 인류세의 모험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이다


과학 전문기자 가이아 빈스(Gaia Vince)는 세계 곳곳을 답사한 뒤 지구 온난화와 그에 따라 달라진 지구의 모습을 보고한 인류세의 모험을 썼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에 민감한 대기, , , 바다, 사막 등의 현재 모습과 그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저자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안일한 현실을 경고하면서도 현재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저자는 기후 변화에 적응하거나 환경친화적인 삶을 살면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려는 사람들을 주목한다. 이들은 인공 빙하를 만들어 농업용수를 마련하고,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나무를 심는 등 새로운 지질시대를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은 오랫동안 지구를 장악해온 인간의 역사를 보여준 책이다. 그동안 인간은 진보라는 화려한 조명이 가득한 문명 속에서 살아왔다. 이 화려한 조명은 인간을 감쌌다. 자아도취에 빠진 인간은 자신을 슬기로운 사람(Homo sapiens)’이라고 말했다. 정말로 인간은 슬기롭게(여기에 약간의 운도 따랐다) 큰 위기들을 극복했다. 인간은 여러 차례 유행한 전염병에 속절없이 무너졌고, 두 번의 거대한 살육전을 일으켰다. 그래도 인류는 깡으로 버티면서 살아남았다. 기고만장한 인간은 지구에 있는 모든 자연을 이용했다. 인간에 의해 지구의 자연이 소모되기 시작하자 지구는 기후 변화로 반격에 나섰다이 책의 공동 저자도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 주범으로 인간을 지목한다.


이 두 권의 책은 독자들에게 이 시대의 주요 화두인 지구 온난화 문제와 인류세에 관한 관심을 촉발한다. 그런데 이 책들은 운이 없게도 오탈자를 잘 골라내기로 악명 높은 나를 만나고 말았다. 사실 옥에 티를 알리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됐다.





* 인류세의 모험》 ?

 

 정상을 정복하는 것에는 어떤 숭고한 느낌이 있다. 해발 3,500m인 그 산은 내게는 에베레스트나 다름없고, 나는 내 보잘것없는 등반에 에드문드 힐러리(에베레스트 등정에 처음 성공한 뉴질랜드 등반가_옮긴이)[]만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가 단독으로 에베레스트(티베트어 명칭은 초모랑마) 정상을 오르지 않았다. 힐러리와 동행한 네팔의 셰르파(히말라야 산맥을 오르는 산악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티베트계 네팔인) 텐징 노르가이(Tenzing Norgay)도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인물이다.

 

 

 

 

 

*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214

 

 가장 초기의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 중 하나는 1898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 경[]이 설립한 석탄매연경감협회였다.

 

[] 원문


 One of the earliest environmental 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was the Coal Smoke Abatement Society founded by artist Sir William Blake in Richmond in 1898.

 


단테(Dante)신곡삽화를 그린 영국의 시인 겸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의 동명이인이다. 역자는 석탄매연경감협회(Coal Smoke Abatement Society) 설립자의 이름을 윌리엄 블레이크 경이라고 썼다. 시인과 구분하기 위해 윌리엄 블레이크 리치먼드 경이라고 써야 한다. 리치먼드 경의 아버지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친구였다고 한다. 그래서 리치먼드 경은 아버지의 친구와 비슷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원서에 석탄매연경감협회 설립자의 이름이 ‘Sir William Blake in Richmond’로 표기되어 있다(그런데 ‘Blake’‘Richmond’ 사이에 전치사 ‘in’이 왜 들어가 있을까? 이것도 오자인가? 리치먼드 경은 영국의 도시 리치먼드와 무관하다). 윌리엄 블레이크 리치먼드 역시 화가로 활동했다.

 


 

 

*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356


데이비드 리카르도(David Ricardo) 데이비드 리카도 []

 


[] 영국의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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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1-01-05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님 편집자 하면 정말 잘 하실 것 같아요.

2021-01-05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1-05 20:21   좋아요 0 | URL
편집자의 일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제가 좀 꼼꼼한 편이에요. ^^;;

2021-01-06 0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며칠 내내 날씨가 쌀쌀하다. 기상예보가 정확하다면 이번 주 후반에 한파가 오고, 눈이 내린다. 차가운 바람이 계속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질 기세다. 이상 한파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일 수 있다. 그런데 과학자와 환경주의자 들은 지구 온난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제프리 베넷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구 온난화의 모든 것》 (사람의무늬, 2020)

 

* 앤드루 슈툴먼 사이언스 블라인드: 우리는 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바다출판사, 2020)


*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300년 전통경제학의 프레임을 뒤엎은 행동경제학의 바이블,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김영사, 2018)




기후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한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기상청이 내일 날씨도 정확하게 못 맞히는 판국인데 과학자들이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지구 온난화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느냐고 말한다. 과연 이들의 입장이 타당한지 살펴보자.

 

그들의 입장은 기후변화 부정론자(또는 지구 온난화 부정론자)의 견해와 같다. 날씨는 매일 변하는 기상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날씨가 따뜻하다’, ‘날씨가 춥다’, ‘날씨가 흐리다식으로 표현한다. 기후는 장기간에 발생한 날씨의 평균값이다. 사막에 가끔 비가 내릴 때도 있다. 그래도 사막의 기후는 건조하다. 기상학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사막의 평균 날씨를 확인했다. 그들은 날씨와 관련된 데이터를 모아서 만든 기후 모델(climate model)을 이용해 사막의 기후를 예측한다. 다음 날에 사막에서 비가 내릴 확률은 사막의 건조한 날씨가 다음 날에도 이어질 확률보다 적다. 기상청의 틀린 예보를 믿지 않는 사람도 데이터에 기반을 둔 진실에 수긍한다(그렇다고 데이터를 너무 믿어도 안 된다. 데이터가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있는지 회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후변화 부정론자는 사막은 건조 지역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는 우리가 매일 눈으로 확인하며 몸으로 느끼는 날씨와 차원이 다른 거시적 현상이다. 날씨와 기후, 이 두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사용하면 자칫 두 단어의 의미가 같다고 오해할 수 있다. 기상학자들은 현재 기후뿐만 아니라 미래의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탁월한 기후 모델을 이용한다. 따라서 그들은 지구 온난화가 미래의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기 위해 내세운 이유는 다양하다. 온실가스가 아닌 태양의 빛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라는 설, 지구 온난화를 위기가 아닌 인간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기회로 보는 낙관론, 지구 온난화를 막는 경제적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등의 견해가 있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구 온난화의 모든 것에 기후변화 부정론자의 견해들이 나온다. 이 책의 저자는 기후변화 부정론자의 견해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과학적 근거를 활용하여 반박한다.


직관은 과학 비전공자뿐만 아니라 과학자들까지 바보로 만든다. 직관에 의존하는 사람은 복잡한 특정 현상을 자세하게 보지 않는다. 인간이 아무리 뛰어난 합리적인 동물이라고 해도,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약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복잡하게 생각하는 상황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이 충동적이며 직관적인 사고방식을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신중하게 추론하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을 오로지 직관에 의존해서 판단한다. 사이언스 블라인드는 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열두 가지 직관적 이론들을 소개한 책이다직관적 이론이 아주 그럴싸한 진리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직관적 이론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직관의 힘을 여전히 믿는 사람에게 사이언스 블라인드와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추천하고 싶다. 과학적인 현상을 이해하기 전에 반드시 직관적 이론을 마주치게 된다. 직관적 이론을 건너뛴 채 과학적 현상이라든가 과학 이론을 단번에 이해하는 사람은 절대로 없다! 지구 온난화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현상이다. 그런데 기후변화 부정론자는 지구 온난화의 과학을 잘 모르거나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 자체를 부정한다. 최악의 기후변화 부정론자는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면서 화석 연료 기업의 편에 선다. 

















* 한국 스켑틱 10: 지구 온난화의 과학(바다출판사, 2017)

 

* 닐 디그래스 타이슨 스타 토크: 천체 물리학자 닐 타이슨의 과학 토크 쇼(사이언스북스, 2019)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구 온난화의 모든 것의 저자는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는 사람을 가리켜 회의론자라고 부른다. 저자가 그 명칭을 쓴 것은 부당하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회의론자들은 기후변화 부정론자의 견해를 의심하고 비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 나는 회의론자대신에 기후변화 부정론자라는 표현을 썼다2017년에 발간된 한국 스켑틱(Skeptic)10호의 표제는 지구 온난화의 과학이었다. 회의적인 사고를 지향하는 과학자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한 이 잡지에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한 글이 실려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유명한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은 회의주의자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 기관 스켑틱 협회의 소속 회원이다. 스타 토크는 그가 진행하는 과학 토크 쇼 이름이자 이 방송에 소개된 내용을 정리한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의 3장에 타이슨이 지구 온난화를 설명한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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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1-01-04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 기후협약 탈퇴한 도널드 행정부 정말 이해 못하겠더라.
바이든은 다시 들어간다고 할지 모르겠어. 하겠지?
작년엔 난동이라고 해서 정말 안 추웠는데
이번 주 북극 한파가 예상된다고 하니 좀 겁난다.
내가 추위는 좀 아니거든.
그곳 대구도 춥나?
어쨌든 이번 한파 지나고나면 그냥 소소하게 춥다 봄이 왔으면 좋겠다.ㅠ

cyrus 2021-01-05 11:48   좋아요 0 | URL
바이든이 파리 기후 협약에 재가입할 거라고 밝혔어요. 대구도 춥긴 한데, 아무래도 위쪽 지역이 제일 춥겠죠? ^^;;

바람돌이 2021-01-05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예전에 읽은 책 중에서 기후변동 주기 운운하면서 지금의 기후위기론이 근거없는 얘기라고 온갖 근거를 대며 주장하는 책을 봤었는데 그들이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맞겠네요. 실제로 그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결국 화석연료사용 문제없다로 귀결되었었는데....
이런 환경문제의 가장 큰 문제는 가장 큰 환경오염 유발 국가들이 잘 사는 나라들인데 그 피해는 가난한 나라들에 더 빨리 더 적나라하게 돌아간다는거겠죠? 오늘도 팟빵 방송 하나 들으면서 안건데 방글라데시같은 나라도 해발고도가 너무 낮아서 온나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하더라구요. 점점 파도가 들이치는 지점이 육지 안쪽으로 들어서면서 눈앞에서 열심히 농사지은 땅이 파도에 쓸려가는걸 속수무책으로 봐야하는 상황들이 점점 늘고 있다죠. 미국만이 아니라 이제 우리나라도 기후변동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고 국제적으로 책임의 일부를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cyrus 2021-01-05 11:53   좋아요 0 | URL
이제는 ‘지구 온난화는 없다’라는 주장은 과학자들에게 씨알도 안 먹혀요. 그래서 요즘에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변형해서(?) 이렇게 말한답니다. “지구 온난화가 있다는 거 인정해, 그런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고.” 지구 온난화의 과학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주장을 쉽게 받아들여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환경 친화적인 삶에 관심이 없어요. 무지에 의한 책임 회피인거죠.
 
사이언스 블라인드 - 우리는 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가?
앤드루 슈툴먼 지음, 김선애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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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불을 피우면 연기는 위로 올라간다. 몽골피에 형제(Montgolfier brothers)는 연기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들은 연기로 종이를 날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형제는 비단 주머니를 만들어 그 속에 연기를 채웠다. 비단 주머니는 공중에 떴다. 형제는 하늘을 나는 방법을 생각한 끝에 열기구를 제작했다. 그런데 처음에 형제는 기구가 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들은 제지 공장을 운영한 사업가였다. 형제는 전기(!)가 기구를 뜨게 만든 원인이라고 짐작했다. 오랜 생각 끝에 형제는 연기에서 나오는 부력이 기구를 띄운 힘이라고 추측했다. 연기에 자신들의 이름을 붙여 몽골피에 기체라고 불렀다.


기구를 하늘로 띄워 올린 힘은 연기가 아니라 뜨거운 공기다. 커다란 기구 주머니 속의 공기가 주머니 밖의 공기보다 온도가 높아지면 밀도는 작아진다. 공기는 온도와 압력에 따라 부피가 변한다. 온도가 높고, 압력이 낮아지면 공기의 부피는 커진다. 주위 압력이 일정할 때, 공기의 온도를 높이면 공기의 부피는 커진다. 이때 공기의 부피는 커졌기 때문에 밀도가 작아진다. 밀도의 차이가 공기를 상승하게 하는 데 바로 이 힘이 기구를 뜨게 만든다.


형제는 뜨거운 공기의 실체를 알지 못했다. 그들은 기구가 연기 때문에 떠오른다고 믿었다. 그런데 기구의 원리를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쏘아 올린 불꽃에서 나오는 뜨거운 연기가 기구 주머니를 들어 올린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연기는 항상 위로 올라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기구의 원리를 아는 사람은 그저 뜨거운 공기가 기구를 띄운다고만 알고 있다. 그들은 공기가 뜨거워지면 생기는 과학적인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과학에 대한 무지가 기구의 원리를 오해하게 되는 유일한 원인이 아니다. 그러니 과학을 모른다고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사이언스 블라인드는 과학 비전공자와 과학 전공자 모두에게 위로를 주는 책이다. ! 내가 위로라는 단어를 썼다고 해서 오해하지 마시길. 내가 방금 언급한 위로는 독자의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자기 계발()식 위로가 아니다. 자기 계발식 위로는 심리학 이론을 어설프게 적용한 가짜 위로다. 과학이 위로를 준다고 해서 과학 공부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사이언스 블라인드》에서 보여준 과학의 위로는 냉철한 위로.


사이언스 블라인드의 주제이자 핵심 단어는 직관적 이론(intuitive theory)’이다사이언스 블라인드는 열두 가지 직관적 이론과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를 설명한 책이다.우리는 직관에 의존하면서 살아간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직관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을 보면서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짐작한다. 또는 내 주변에 일어난 어떤 현상이나 사건도 직관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직관은 개인적인 판단에 기초하기 때문에 다소 정확하지 않다. 직관적 이론은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배우지 않고(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우리 스스로 터득한 설명이다. 물론, 직관적 이론에도 장점이 있다. 직관적 이론은 여러 현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직관의 단점은 장점보다 너무 커서 해롭다. 앞서 언급했듯이 직관은 순간적으로 상대방과 현상을 이해하므로 정확성이 떨어진다. 직관에 의존한 판단이 틀렸으면 오류를 인정하고 정정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의 머릿속에 눌러앉은 직관적 이론은 그 올바른 일을 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심지어 우리의 시야를 더 좁게 만든다. 직관적 이론은 자신과 일치하지 않은 정보나 지식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직관적 이론이 계속 말썽을 일으키면 우리는 직관에 이끌려 세상의 진실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그런데 단점이 많은 직관에 왜 이론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붙여졌을까? 우리는 어떤 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론을 배우기 전에 그 현상을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시도한다그럴 때 우리는 직관을 이용한다몽골피에 형제는 기구가 움직이는 원리를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했다. 형제는 기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기구를 움직이게 하는 미지의 실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종이를 날린 하얀 연기를 봤을 테고, 연기가 기구를 뜨게 만든 힘이라고 믿었다. 기구를 띄운 연기를 뜻하는 몽골피에 기체는 더 이상 쓸 일이 없는 비과학적인 명칭이다. 그러나 형제는 연기의 힘을 특별하게 보였고, 여기에 자신들의 이름을 붙여 기구가 뜨는 원인과 기구의 원리를 모두 설명하려고 했다. 특정 현상을 일으키는 과정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려는 직관적 이론을 인과적 지식이라고 한다. 몽골피에 기체는 인과적 지식’, 즉 직관적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명칭이다.


과학자들도 인간이라서 직관적 이론의 유혹에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는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이언스 블라인드를 읽으면 과학사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진 직관적 이론에 맞선 과학자들의 실험 정신이 지금의 과학을 만들었다. 냉철한 위로가 언뜻 차가워 보이긴 한데, 사실 별거 없다. 국어사전에 냉철하다의 의미가 이렇게 나온다. “생각이나 판단 따위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침착하며 사리에 밝다.” 사이언스 블라인드를 다 읽고 난 후에 내 귓가에 과학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 과학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과학 이론을 제대로 안다고 해서 직관적 이론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어.” 과학의 냉철한 위로는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교훈이다. ‘냉철한 위로가 남긴 교훈은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세상을 이해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직관적 이론이 왜 잘못되었는지 분명하게 따질 수 있다. 직관적 이론에 의해 좁아진 시야가 조금이라도 넓어지면 잘 보이지 않던 새로운 이론이 눈에 들어온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35

 

 피아제에 의하면 아이들에게 보존에 대해 이유가 부족한 이유는 사고의 논리를 아직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발달 단계를 전조작기(pre-operational)[]라고 불렀으며, 이러한 사고 유형은 보존에 관한 추론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정신생활 모든 면에 스며들어 있다고 믿었다.

 

[] 전조작기의 원어는 ‘pre-operational stage또는 ‘pre-operational period.

 


 

 

 

2

 

 

* 38

 

15세기에 화학 합성의 원칙을 발견한 존 달튼(John Dalton)[]

 

[] 존 달튼의 정체는 영국의 화학자 존 돌턴이다. 그는 오랫동안 외면 받은 원자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종류의 원소가 일정한 비율로 결합하면 화합물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돌턴이 15세기에 활동한 인물로 잘못 소개되었는데, 그는 1766년에 태어났다.

 

 




3

 

 

* 52


미스테리 미스터리

 

 

 

 


4

 

 

* 116


전략 게임 철도 거물(Railroad Tycoon)[]

 

[] Railroad Tycoon’ 철도 회사를 운영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레일로드 타이쿤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알려졌기 때문에 게임 이름을 직역하지 않아도 된다.

 

 

 

 


5

 

 

* 224


 성장에 대한 본질론적 개념이 잘못 적용되는 또 다른 예는 장기 기증에서 볼 수 있다. 본질이 생물 전체의 특성이라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체 장기도 원래 주인의 본질을 지닌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상상해보라. 누군가의 심장을 당신의 몸으로 이식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심장 기증자들은 몇 명 되지 않고 그중 가능한 기증자는 오직 연쇄 살인범뿐이다. 당신의 연쇄 살인범의 심장을 받을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의 기증자들 중 누구의 심장도 받기를 꺼린다. 왜냐하면, 심장에 기증자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장기 이식 이후에 그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상상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격과 행동이 기증자의 성격 및 행동과 비슷하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은 심장 이식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수혈이나 유전자 치료 또한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 관점으로 볼 때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또는 하나의 종에서 다른 종으로 본질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그러나[] 본질론은 과학적인 것이 아니다.

 

[] 접속사가 틀렸다. ‘그러나가 아니라 그러므로(또는 ‘따라서)라고 써야 한다.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또는 하나의 종에서 다른 종으로 본질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믿음성장에 대한 본질론이 적용된 사례이며 비과학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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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4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1-01-04 19:01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syo 2021-01-04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말에 읽으면서 오오 좋은데 좋은데!! 해놓고 어찌된 일인지 다 못 읽고 반납한 책이라 그런가, 이렇게 리뷰를 읽고 나니 어쩐지 부끄러워지네요 ㅋㅋㅋㅋㅋㅋ 아오.

cyrus 2021-01-04 19:04   좋아요 1 | URL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ㅎㅎㅎ 세상에 재미있고 좋은 책들이 많잖아요. 읽다 만 책을 다시 만나는 날이 올 거예요. ^^

레삭매냐 2021-01-04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연초에 폭주하시는 느낌이랄까...

그간의 램프의 요정에 공헌한 바를
감안하야 서달이 연패상을 주었어야
했는데 에라이 램프의 요정아!

1일1독 렛츠 파워 업 !!!

cyrus 2021-01-04 19:06   좋아요 0 | URL
하얗게 불태우고 나면 잠수 탈 겁니다.. ㅎㅎㅎㅎ

바람돌이 2021-01-05 0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 님의 내공은 정말 언제 봐도 감탄스럽습니다. 책 보면서 저걸 어찌 다 잡아내시나요?

cyrus 2021-01-05 11:56   좋아요 2 | URL
별 거 없어요. 책을 읽다가 처음 보는 단어나 뭔가 수상한(?) 단어를 발견하면 그 단어의 의미를 찾아봐요. 그러다 보면 그 단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돼요. 제가 호기심이 많아서 단어 하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
 




리뷰(review)리뷰(re-view)하다

 

EP. 1


 



십 년 전에 루이스 세풀베다(Luis Sepulveda)의 소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읽었다. 이번 달 독서 모임 필독서는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다. 이 책을 다시 읽기 전에 십 년 전에 쓴 연애소설 읽는 노인리뷰를 먼저 읽었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서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리뷰를 보면서 줄거리를 이해하느라 헤맸다. 어떤 문장은 여러 번 읽어도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십 년 전의 나는 리뷰에서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과거의 글에 박제된 나에게 물어봤는데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답답하다. 이 때 나는 맞춤법 검사기가 있는 줄 몰랐다. 머릿속에 나오는 대로 거침없이 글을 썼고, 다 쓰고 난 후에 글속에 오자와 비문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십 년 전의 나를 사이러스 군’, 줄여서 사 군이라고 부르겠다. 리뷰(review)리뷰하니까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진다. 사 군, 너 참 열심히도 썼구나. 그런데 내용이 부실하고, 필력도 부족해. 오자가 너무 많고 비문도 있어. 그리고 문장을 좀 줄여서 쓸 수 없겠니? 내가 널 위해 리뷰를 리뷰하면서 고쳐 써볼게. 물론 지금의 나도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야. 그래도 네 글을 고쳐 쓰면서 작문 실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



















*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열린책들, 2009)

 

* 사 군이 쓴 리뷰 전문

<자연 vs 인간, 싸움의 미학> (201094일 등록)

https://blog.aladin.co.kr/haesung/4083751




 




Scene 1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 완독을 할 겸 남미 계열 작가인 루이스 세풀베다(칠레 태생)작품을 읽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게 되었다.[1] 제목이 참 독특하다. 노인이 연애소설을 읽는다? 왜 노인이 연애소설을 읽는지 궁금하기만 하였다.[2] 하지만 이 책을 결정적으로 읽은 이유는... 책의 분량이 얇았기 때문이다. 사실 도서관에서 두 권 짜리 니코스 카잔차키스의최후의 유혹과 루이스 세풀베다의 책 사이에서 무엇을 읽을 것인지 많이 고민을 했다. 결국 얇은 책을 좋아하는 나쁜 습관(?)을 이기지 못해 세풀베다의 짧은 책을 선택했다

[3] [4]

 

 

[1] → 칠레의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대표작 연애소설 읽는 노인》을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있는 책을 빌렸다.

 

[2] 노인이 연애소설을 읽으면 안 되나? 읽을 수 있지! 사 군은 왜 저런 생각을 했을까? 어쨌든 이 문장은 지우자! 

 

[3] → 사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 얇아서 읽고 싶었다. 


뒤에 있는 문장 세 개도 다 지우자! 앞에 나온 문장과 비교해봐. 넌 처음에 세풀베다의 소설을 읽고 싶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카잔차키스의 소설을 읽어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어? 말이 안 되잖아?


 

[4] 지금은 얇은 책만 선호하는 편식성 독서를 하지 않는다







Scene 2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아마존의 숲에서 홀로 사는 안토니오 노인이다. 그리고 노인과의 갈등 구도를 맺고 있는 인물이 뚱보 읍장이다. 그는 아마존 개발에 앞장 서는 권력자로 등장하며 노인과 반대로 자연의 위대함을 모른다.[1] 이야기 초반에보면 아마존의 독거 노인인 안토니오 노인은 초라하고, 읍장이라는 직책의 명함을 가지고 있는 뚱보의 기세는 당당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안토니오 노인이 뚱보 읍장의 사냥 수색대에 합류한 뒤부터는 이야기에서 읍장은 점점 조롱거리의 대상이 되어간다.[2] 질퍽한 늪지대를 지나가는데 노인이 알려준 늪지대를 수월하게 가는 방법을 따르지 않는다. 자신은 수색대의 우두머리라고 큰소리치며 절대로 그런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걷지 않는다고 똥고집을 부린다. 노인의 말을 따르지 않은 읍장은 결국에는 가다가 넘어지게 되면서 수색대원들마저도 그를 비웃고 만다.[3] 자연의 이치를 따르지 않고 무조건 자연을 인간의 생존을 위한 대상으로 생각하는 정치 권력자의 속물 근성을 세풀베다는 은밀히 조롱하고 있다.[4]

 

 

 

사 군! 두 번째 문단에 뜯어 고쳐야 할 부분이 많군!

 

 


[1] 소설의 주인공은 안토니오라는 노인이다. 그는 아마존 숲에서 혼자 산다. 소설의 또 다른 인물 뚱보 읍장은 아마존 개발을 추진하는 권력자다. 노인과 정반대의 성격이라서 자연의 소중함을 모른다.

 

[2] 아마존의 독거노인 안토니오는 초라해 보이고, 사냥 수색대를 이끄는 읍장은 당당하다. 그러나 안토니오가 사냥 수색대에 합류한 후부터 읍장은 점점 조롱거리가 된다.

 

[3] 노인은 늪지대를 수월하게 가는 방법을 안다. 그러나 읍장은 노인의 조언을 무시한다. 체면을 중시한 그는 늪지대를 지날 때 우스꽝스럽게 걷지 않으려고 애쓴다. 결국 노인의 말을 따르지 않은 읍장은 넘어지고 만다. 늪에 빠진 읍장을 본 수색대원들은 대놓고 비웃는다.

 

[4] 작가는 물질적 부를 좇으면서 자연을 자원으로 이용하려는 권력자의 속물근성을 희화화한다.







Scene 3



 하지만 이 작품에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갈등은 안토니오 노인과 암살쾡이 사이의 갈등이다.[1] 사실 루이스 세풀베다 이전 세계문학들을 살펴보면 자연 대 인간이라는 골자로 하는 작품이 몇 편 있다.[2] 허먼 멜빌의백경의 에이햅 선장 대 흰 고래 모비 딕, 그리고 어니스트 헤밍웨이의노인과 바다에서의 노인 대 청새치, 상어 떼로 구성되어 있다.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인간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굴복하는 이야기로 끝나지만 두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의도는 과감하게 자연과 대결하는데 인간의 위대한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다. 에이햅 선장이 모비 딕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깊은 바다에 빠져 죽어도, 고생 끝에 잡은 청새치를 상어들에게 다 뜯긴 채 노인이 집으로 돌아와도 결국 자연은 자신에게 패배한 두 인간의 존엄성을 빛나게 해주는 배경 뿐인 것이다.[3]

 

 

[1] 하지만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대립 구도는 노인과 암컷 삵이다.

 

[2] 역대 서양고전 중에 자연 대 인간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있다.

 

[3] 사 군은 거짓말을 했다. 그는 모비 딕노인과 바다를 읽은 적이 없으면서 읽은 척했다. 사 군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동화로 편집한 두 작품을 읽었다. 풋내기 독서를 했던 사 군이 모비 딕노인과 바다를 깊이 있게 분석할 리 없다. 내 기억이 맞으면 사 군은 작품 해설을 참고했다. 서평을 쓸 때 한 번도 안 읽은 책을 언급하거나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 괜히 어설프게 썼다가 책을 제대로 읽은 독자에게 책잡힌다. 반성하는 차원으로 올해에 두 작품을 읽겠다.







Scene 4



 그러나 연애소설 읽는 노인에는 오히려 반대이다. 노인과 암살쾡이의 1 1 대면과 대면 후 결과는 긴장감보다는 엄숙미가 느껴진다. 사람을 해친 암살쾡이의 습성과 자취를 파악할수록 노인은 짐승의 힘과 용기에 경탄하면서 둘 중 하나는 살아남게 되는 최후의 대결을 준비한다.[1] 노인에게는 암살쾡이를 죽여서 자신은 살아남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암살쾡이의 두 눈을 통해 자신과의 대결에서 물러서지 않으려는 확연한 의지를 읽게 된다. 노인과 암살쾡이에게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인간 대 자연. 당연히 일어날 수 밖에 없으며 결코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은 이 둘은 어쩔 수 없이 운명의 순리로 마주치게 된 것 뿐이다.[2]

 

 

[1] 최후의 대결을 끝내기 위해 노인과 암 삵이 만나는 장면은 긴장감보다는 엄숙미가 흐른다. 노인은 암 삵의 습성을 이해할수록 짐승의 힘과 용기에 경탄한다. 그러면서 둘 중 하나만 살아남아야 하는 최후의 대결을 준비한다.

 

[2] 노인은 암 삵을 죽여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지 않는다. 노인과 암 삵은 단지 살기 위해서 싸우지 않는다. 두 존재는 인간 대 자연이라는 거대한 숙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뿐이다.







Scene 5



 결국 안토니오 노인은 암살쾡이와의 사투 끝에 살아남는다. 비록 그는 살아남았지만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다. 죽은 암살쾡이의 시체를 흐르고 있는 아마존 강에 떠내려가게 함으로써 암살쾡이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노인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연애소설을 읽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나게 된다.[1] 노인의 안식처는 아마존의 자연을 상징한다. 암살쾡이를 죽였어도 아무 일 없다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애소설 읽기에 매달리는 것은 그냥 자연 속에 몸을 맡겨 본능적으로 살려는 자세이다. 노인이 살고 있는 광활한 아마존에는 인간의 손길을 거치치 않은 자연의 원시성을 간직하고 있는 동물들이 많이 있다. 노인의 암살쾡이 사살은 거대한 자연을 파괴하고 승리자인마냥 도취하고 있는 인간의 행위가 무의미하며 자연과 인간의 대결에는 승자는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2]

 

 

사 군이 소설 결말을 언급했다‥…

 

 

[1] → 치열한 사투 끝에 노인이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는 기뻐하지 않는다. 노인은 암 삵의 송장을 강물에 띄우면서 죽은 짐승을 애도한다. 수색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다시 연애소설을 펼친다.

 

[2] 노인의 안식처는 인간의 보금자리가 아닌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다. 연애소설을 읽는 행위는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서 살려는 자세이다. 아마존은 인간의 손길을 모르는 야생의 터전이다. 노인과 암 삵의 만남은 승자와 패자가 없는, 누구에게 승자 또는 패자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의미심장한 대결이다.







Scene 6



 아무리 암살쾡이가 인간들을 무참히 죽였다지만 정작 암살쾡이가 인간들을 향한 살기를 드러낸 이유는 자연에 해를 가하려는 인간의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암살쾡이 입장에서는 총을 들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이 자신뿐만 아니라 자연을 향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암살쾡이가 어쩔 수 없이 날카로운 어금니와 발톱을 인간들에게 향한 것은 사필귀정이다.[1]

 

 간혹 뉴스을 보게 되면 도심 한복판에 야생 맷돼지가 돌아다닌다거나 사람이 사는 집에 말벌 떼들이 커다란 벌집을 틀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소방대원들이 동원되어 맷돼지는 사살되고, 벌집은 가차없이 파괴된다. 인간의 눈에는 도시 속에 있는 맷돼지와 말벌은 우리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로만 비춰질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도시에 살고 싶어서 산 것은 아니다. 단지 살고 싶은 보금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존재가 쉽게 노출되는 인간의 보금자리에 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들을 도시로 불러들이게 한 것은 무분별하게 자연을 개발하는 인간의 행위가 만든 현상이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는 못된 사고와 행위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리지지 않는 한 자연 파괴가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만은 우리 인간들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주2]

 

 

사 군. ‘맷돼지가 아니라 멧돼지라네

그리고 제일 마지막 문장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1] 암 삵은 인간을 죽이는 야생 괴물이 아니다. 살아있는 짐승과 자연을 위협하는 인간의 행위에 맞선 것이다. 암 삵은 총을 쥔 채 야생에 접근하는 인간의 행동을 선전 포고로 받아들였다. 분노가 서린 암 삵의 어금니와 발톱이 인간에게 향한 상황은 사필귀정이다.

 

[2] 뉴스에서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멧돼지와 가옥에 튼 벌집과 말벌 떼에 대한 소식이 심심찮게 나온다. 흥분한 멧돼지는 사살되고, 유충과 꿀이 있는 벌집은 파괴된다. 우리는 멧돼지와 말벌을 위험한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야생은 도시에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의 유일한 터전인 자연이 사라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우리 보금자리 주변을 떠돈다. 인간이 계속 자연을 개발할수록 야생은 도시로 향할 것이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우리의 욕심을 조절하지 못하면 우리의 소중한 터전마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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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1-03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맞아요 예전 리뷰를 읽으면 얼굴이 붉어지곤 하죠 젊은 시절 치기도 보이고. 전
지금도 얼굴이 빨개져요. 중학생때 글이랑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듯해서요 ㅎㅎ 사군님 글 읽으니 다시 읽어봐야 겠단 생각이 들어요.~

cyrus 2021-01-03 19:45   좋아요 2 | URL
옛날에 쓴 글을 읽으면 재미있어요. 옛날 생각도 나고 좋아요. cyrus는 제1부캐, 사군은 제2부캐입니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데요... ^^;;

stella.K 2021-01-03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 군! 대단해. 난 지난 리뷰는 거의 안 보는데...
책을 내 본 사람으로서 부끄럽군.
이런 작업도 꽤 의미있어 보인다.^^

cyrus 2021-01-03 20:01   좋아요 1 | URL
다시 쓰는 일이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어요. 빨라도 두 시간 이내에 다 쓸 줄 알았어요. 문장을 계속 보면서 이걸 어떻게 고쳐 쓸지 생각하니까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21-01-03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쓴 옛글 읽다 보면 내가 쓴 글인데도 의미를 모를 때가 많더군요. ㅎㅎ

cyrus 2021-01-04 11:43   좋아요 1 | URL
곰발님의 옛날 글에 있는 언어유희는 지금 봐도 재미있어요. 보면 볼수록 부러워요. 저도 나름 시도를 해봤지만, 반응이 시원찮네요. ^^;;
 
[전자책] 열기구 조종사 - 하늘길 여행자 에어로너츠
제임스 글레이셔 지음, 정진영 옮김 / 아라한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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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19031217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는 거대한 기계에 올라타 12초 동안 공중에 떴다. 가솔린엔진을 장착한 그 기계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벌판 위를 날아 36m 정도 움직였다. 부릉부릉 엔진소리를 내면서 공중에 뜬 거대한 기계’을 지켜본 다섯 명의 구경꾼은 얼마나 신비로움을 느꼈을까. 라이트 형제는 그날에 네 번이나 날며 비상의 꿈을 만끽했다. 그들은 기계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간단하게 비행사(flyer)’라고 명명했다.


우리는 19031217일을 인류가 간절히 바라온 비상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으로 기억한다. 이 역사적인 순간이 오기 전에 하늘을 날고 싶었던 수많은 비행사의 도전과 실패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하늘을 나는 기구의 선조는 기구다.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Montgolfier brothers)는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현상을 보면서 기체를 이용한 비행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783년에 드디어 형제는 열기구를 만들어 하늘을 띄우는 데 성공했다그 열기구에 사람이 아닌 동물(, 오리, )이 타고 있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자크 샤를(Jacques Charles)과 기술자 니콜라스 로베르(Nicolas-Louis Robert)는 수소 기구를 제작하여 직접 탑승했고, 두 시간을 비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몽골피에 형제와 샤를 일행의 비행 성공 소식이 알려지자 프랑스와 영국 각지에 기구 조종사(balloonist)가 우후죽순 나타났다. 하늘길을 연 그들은 기구를 탄 이카로스(Icarus)’였다기구에 탑승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조종사들도 있었다.


영국의 기상학자 겸 기구 조종사인 제임스 글레이셔(James Glaisher)는 기구가 구경거리와 오락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을 우려한 사람이다. 그는 4년 동안(1862~1866) 헨리 트레이시 콕스웰(Henry Tracey Coxwell)과 함께 기구에 탑승하면서 대기의 기온과 습도를 측정했다1871년에 글레이셔는 기구 비행의 중요성을 간파한 과학자 및 기술자들의 노력과 기구 비행을 통해 확인된 과학적 성과를 알리기 위해 두 명의 저자와 함께 Travels In The Air를 썼다. 이 책에 수록된 글레이셔가 쓴 글의 제목은 Aerial Travels Of Mr. Glasisher. 전자책 열기구 조종사는 그 글의 축약 번역본이다열기구 조종사1인 전자책 출판사 아라한의 첫 번째 책이다. 펴낸이는 정탄, 옮긴이는 정진영이다. 펴낸이와 옮긴이 이름을 확인한 장르문학 마니아라면 벌써 눈치를 챘으리라. 펴낸이와 옮긴이는 동일 인물이다. 정탄은 정진영 씨의 필명이다.


이 글의 전반부에 기구 비행의 역사(1783년부터 1835)가 나온다. 기구에 탑승한 조종사 중에 여성도 있었다. 프랑스의 기구 조종사 장 피에르 블랑샤르(Jean-Pierre Blanchard)의 아내 소피 블랑샤르(Sophie Blanchard)여성 최초의 전문 기구 조종사로 활약했다. 그러나 수소 기구에 불이 붙어 추락하는 바람에 4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녀가 죽기 십 년 전에 소피의 남편도 기구 비행 중에 큰 사고를 겪어 세상을 떠났. 글의 나머지 내용은 기구를 탄 저자의 경험담과 비행 관측 보고서다. 186259일에 저자와 콕스웰이 탄 기구는 29,000피트(8,839m) 이상의 고도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두 사람은 저산소증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상을 겪었다.


글레이셔는 항공술의 발전이 후대의 과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길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그의 소망은 현실이 되었다. 1931년에 기구에 탑승하여 15,785m의 고도에 올라간 스위스의 물리학자 오귀스트 피카르(Auguste Antoine Piccard)우주선(宇宙船)을 측정했다. 기구는 바람 부는 대로, 바람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움직인다. 그래서 기구의 이동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없다. 하지만 연료만 있으면 얼마든지 오래 비행할 수 있다. 기구는 수송의 혁명적 발전을 이끌었다. 글라이더, 동력 비행기, 비행선과 제트기를 거쳐 우주선으로 진화하는 출발점에 하늘을 누빈 기구와 조종사들이 있었다.







Mini 미주알고주알





* 17846월에는 플뢰랑(Fleurant)[1] 배우 엘리사벳 씨블[2](Elisabeth Thible, 기록상 자유형 열기구로 비행한 최초의 여성-옮긴이)구스타브라는 대형 열기구를 타고 스웨덴 왕 앞에서 리용[3]을 출발했다. 그들은 8,500피트까지 도달했고 45분 동안 이동거리는 불과 2마일에 그쳤다.

 

 

[1] 의 오자.

 

[2] 본서에 시블이라고 표기된 것도 있다.

 

[3] 프랑스에 있는 도시 리옹(L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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