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

 

EP. 6


 

고스트북스(115), 담담책방(116)

 


2021115일 금요일, 오래 걸으면 더울 정도로 날씨가 좋았음

116일 토요일, 날씨가 조금 쌀쌀해졌지만 그래도 괜찮았음






금요일에 고스트북스라는 책방에 갔다. 그곳에 가면 전기가오리라는 철학 도서 전문 출판사(1인 출판사이기도 하다)에서 펴낸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며칠 전에 그 출판사의 신간도서가 나왔다. 책 제목이 헬레니즘 철학이다. 이 책은 알라딘에 판매되지 않는 책이다. 이 책을 사고 싶어서 고스트북스에 가게 됐다.

 

고스트북스는 독립 출판물과 각종 굿즈뿐만 아니라 음료도 판매한다. 이 책방은 대구 중구 경삼감영길에 있는데, 카페 스몰토크와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다. 건물은 3층에 있다(담담3층에 있는 책방이다). 책방에서 주문한 음료를 책을 보면서 마실 수 있다. 하지만 그날은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조치로 인해 음료 주문만 할 수 있었다(어제부터 방역 조치가 조금 완화되어 매장 안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게 됐다).


그다음 날에는 담담에 갔다. 책방에 가보니 작년에 전역한 책방지기의 아들이 있었고, 여자 손님 두 명이 있었다. 나는 책방에 들어오자마자 찻잔을 꺼내 차를 마실 준비를 했다. 그러자 책방지기의 아들이 직접 차를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대접받는 것을 사양했다. 그날 책방지기는 사모님과 함께 외출했고, 아들이 대신 책방을 지키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책방 공식 인스탄그램에 책방 홍보용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나는 왜 혼자 책방에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형이 여자 친구를 만나러 나간 바람에 결국 자기 혼자 책방을 지키게 되었다고 말했다. , 괜히 물어봤군.


평소와 다름없이 나는 책방에서 글을 썼다. 여자 손님들은 몇 권의 책을 산 뒤 30분 정도 책방에 앉아 있다가 나갔다. 오후 5시경에 외출했던 책방지기 부부가 돌아왔다. 이날 처음으로 사모님을 뵈었다. 책방지기는 사모님을 악의가 없을 정도로 순수하지만, 그래도 당돌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고 내게 귀띔을 한 적이 있었다. 17일에 신문 기자와 인터뷰를 했을 때(‘전망 좋은 책방두 번째 이야기 참조)도 책방지기는 사모님을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부부가 책방 알바를 한 아들을 위해 붕어빵을 샀다. 나는 붕어빵 한 개를 얻어먹었다. 알고 보니 부부는 합천에 있는 해인사에 갔다 왔다책방지기와 한 20분 동안 대화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이 글은 오늘 새벽에 썼다새벽 글쓰기가 왜 좋은지 알겠구먼토요일의 책방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을 기록한 것이지만, 그날에 있었던 일들은 내겐 특별해 보인다. 기록하는 일을 자꾸 미루면 그날 있었던 일들을 다 잊어버린다책방 이야기를 쓸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 왜냐하면 그날 있었던 일들, 살면서 느낀 것들을 꾸밈없이 쓸 수 있어서 좋기 때문이다. 물론 재미를 위해서 조금 과장되게 쓴 것도 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진짜 있었던 일처럼 꾸미지 않았으며 절대로 그렇게 쓰고 싶지도 않다. 책방에 있으면서 느낀 희로애락을 꾸준히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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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1-19 1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는 왜 혼자 책방에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형이 여자 친구를 만나러 나간 바람에 결국 자기 혼자 책방을 지키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 괜히 물어봤군. - 저는 이런 게 재밌어요. ㅋ

cyrus 2021-01-19 15:21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막내’와 ‘솔로’의 이중 슬픔을 희화화하려고 썼던 문장인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신중하지 못한 표현을 한 것 같아요. 책방지기의 아드님이 자발적으로 책방을 지키겠다고 말했다면 ‘막내’로서 짊어야 할 서글픈 행위로 보기 어려워요. 제가 너무 주관적으로 책방지기의 아드님의 감정을 판단하고 문장을 썼어요. 제가 봐도 문제가 있는 문장입니다. 페크님 아니었으면 글의 오점을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식의 문장을 쓰면 안 되겠어요. 잘못된 문장은 지워야겠지만, 그대로 놔두겠습니다. 제가 저지른 오점과 실수를 박제해야 다음에도 확인할 수 있거든요. ^^

Angela 2021-01-19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방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네요. cyrus님이 그곳에서 글을 쓸 정도면 정말 친하신가봐요^^

cyrus 2021-01-20 17:44   좋아요 1 | URL
제 입으로 책방지기님과 친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제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표현한 이유는 그분은 책방에 오는 손님을 친구처럼 대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손님은 말 그대로 손님이니까요.), 확실히 책방은 저 혼자 작업하기에 편한 장소에요. ^^
 
철학의 위로 - 불확실한 삶을 위한 단단한 철학 수업
윤재은 지음 / 현대지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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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2점  ★★  C






인간의 내면에는 반성이라는 무기가 있다. 


(윤재은, 철학의 위로》 중에서, 82쪽)




철학을 공부하려면 반성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철학자가 참된 진리를 안다고 말하는 것은 지적 허영에 불과하다. 내가 생각하는 철학자란 완벽한 지식을 가진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절대적 진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내 존재 이유는 물론, 내 주변에 있는 타인의 번민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런 철학자는 지혜를 사랑하는 자(philosopher)’가 아니라 인간을 사랑하는 자에 가깝다물론 인간을 사랑하는 자는 지혜를 외면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지혜는 당연히 철학이다. 하지만 인간을 사랑하는 자는 철학을 외우는 학문이 아닌 사유의 도구로 본다철학을 외우려고 하면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철학의 위로는 이 책을 쓴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어렵고 힘든 책이 아니다. 철학의 위로에 소개된 철학은 삶의 문제와 연계할 수 있는 사유의 도구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고대 철학부터 시작해서 현대 철학까지 두루 살펴보면서 삶의 본질들을 찾는다. 저자가 말하는 삶의 본질이란 지식으로 정의 내려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질문을 통해 답을 구하는 것(11)’이다. 저자는 이러한 질문의 답을 지식이 아니라 지혜에서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철학을 지식이 아닌 지혜로 이해하려면 자신이 살아가야 할 방향성을 잃지 않아야(12)’ 한다


지혜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종종 범하는 실수는 자신의 개별적 경험을 소중한 지혜로 여기면서 절대적인 지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주관적 가치판단이 개입하는 개인적 경험은 대체로 상대적이고 임의적이다. 경험적 지식은 특정한 목적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도그마(dogma)가 된다. 도그마가 된 철학을 추구하는 자는 성찰 자체를 아예 모르거나 외면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액면 그대로 직시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하다우리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철학이다. 결국 지혜에 대한 사랑에서 사랑이란 완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성찰을 의미한다. 독자는 철학적 성찰을 통해 위로를 구할 수 있다.


저자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다. 나는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반성할 줄 아는 지혜를 가진 철학자라고 믿고 싶다. 내 믿음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저자는 책 속의 오류와 오자들을 확인해서 고쳐야 한다.



* 30

 

 

 우주의 중심에서 인간은 원숭이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또 다른 눈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이제 인간은 먹고 마시며 삶을 마감하는 동물적 삶에서 벗어나 나를 있게 한 근원을 찾는다. 세계의 존재자로서 존재의 근원을 묻는 것은 이성적 인간의 정신에서 나온다.



 

인간은 원숭이의 꼬리표를 떼어내고라는 표현에 진화론을 피상적으로 이해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지금도 원숭이가 인류의 조상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과학을 신뢰하며 진화론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마저도 원숭이가 인간으로 변했다(진화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복잡한 진화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인간은 원숭이의 조상이라고 언급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진화론의 의미를 왜곡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 허술한 설명은 진화론을 공격하려는 창조론자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원숭이는 현생 인류의 조상이 아니라 친척이다. 인간과 원숭이는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 49

 

 아낙사고라스에 의하면, 무한한 우주는 누스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누스를 파악하고, 알아차릴 수 있다고 했다. 고대 철학자 플라티노스(Plotinus)도 누스를 만물의 일자로부터 유출된 기능으로 보았으며, 스토아학파에서는 누스를 창조적 로고스와 동일시했다.

 


플라티노스플로티노스의 오자. 해당 책 112쪽과 139쪽에 플로티노스라고 되어 있다.






* 125

 

 이데아(Ιδέα)는 이성의 작용으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개념으로 플라톤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의 이데아론은 현상세계 밖의 세계로서 모든 사물의 원인이며 본질이다. 이데아는 인간의 경험을 배제한다. 이데아 혹은 에크도스(Ecdos)로 사용되어지는 이데아의 관념은 이성의 작용을 통해 얻는 본질적 개념으로 사용되어진다.

 

 

플라톤의 이데아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단어는 에크도스(Ecdos)’가 아니라 에이도스(eidos). 그러나 에이도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주로 사용되는 개념이므로 플라톤이 생각한 이데아의 의미와 차이가 있다. 이데아가 현실적인 사물의 (관념적인) 원형이라면, 에이도스는 눈으로 볼 수 있는 형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사물은 질료(재료)와 형상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저자가 이데아를 설명하면서 언급한 에크도스는 영어, 그리스어, 라틴어 사전에 없는 단어다. 나는 이 용어의 의미를 알아내려고 철학을 공부하는 지인에게 직접 물어봤다. 그분도 철학의 위로를 읽었으며 에크도스가 아니라 에이도스가 맞는 용어라고 말했다. 에크도스는 틀린 단어다. 저자는 글을 쓰면서 위키백과 관념항목을 참고해서 쓴 것으로 보인다. 이 항목에도 이데아가 에크도스(Ecdos)에서 나온 말이라는 잘못된 내용이 있다.




* 141~142

 

 

 당시 사람들은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os)의 천동설을 부정할 수 없는 진리로 여겼다. 그들은 지구 중심의 세계관을 완전한 자연계의 현상이며, 진리라고 믿었다. 당시 사람들은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회전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였다. 당시 사람들에게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회전한다는 생각은 중세 1,000년의 신앙심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가 집필한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책이 출간되면서 불변의 진리는 의구심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이 사건을 통해 기독교 중심의 유럽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성직자들은 이 책을 악마의 책이라고 불태워 버렸다. 이탈리아의 브루노(Bruno)지동설을 받아들여 화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또한,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종교재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그는 재판장을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Eppur si muove)”라는 말을 남겨 변할 수 없는 진리를 옹호하였다.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는 지동설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아서 화형당한 과학의 순교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으며 브루노에 대한 과장된 평가다. 브루노는 지동설을 받아들였으나 우주를 유한의 공간이라고 생각한 코페르니쿠스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우주는 무한하다는 일명 무한 우주론을 주장했다. 브루노는 기독교에 대한 공개 비판과 이단에 가까운 급진적인 기독교 교리 해석을 주장한 혐의를 받아 화형을 당했다그리고 갈릴레오는 실제로 지구는 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 148

 

 제논(Xenon)은 로고스를 모든 실재에 내재되어 있는 이성의 정신적 원리로 규정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활동한 철학자의 이름 철자가 틀렸다. 올바른 이름 철자는 ‘Zenon’ 또는 ‘Zeno’


‘xenon’은 원자번호 54번의 원소 이름이다. 원래는 그리스어 발음인 크세논으로 표기했으나 최근에는 영어식 발음 제논으로 표기하고 있다.




* 377

 

 언어를 과학적으로 다루는 철학자는 페라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이다. 그는 언어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의 언어학은 언어능력이 가지고 있는 자연언어의 체계적 연구를 통해 언어에 대한 기호적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다. 그는 언어를 과학적으로 해석하여 기호의 체계로 분류하고 언어가 가지고 있는 기본 구조를 연구하였다.

 

 

페르디낭으로 써야 한다.






* 419

 

19412월 마지막 작품 막간을 끝으로 우즈강에 투신해 자살해 버렸다.



 

막간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가 죽기 전에 쓴 마지막 소설이다. 책의 제목임을 알 수 있는 괄호를 넣어줘야 한다.







* 430


 

 원본의 이데아는 사라지고 복제만이 세상를 뒤덮는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우리의 의식은 시뮬라크르를 지향하며, 원본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세상를세상을의 오자다.




 

부실한 점이 많은 이 책의 제목을 철학책의 위기로 바꾸고 싶다. 사실 밑천이 드러난 ‘철학자의 위기가 이 책의 상태에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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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1-18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키백과의 오류가, 출간될 책으로 이어지고....존재하지도 않는 철학용어가 독자들의 머릿 속을 떠돌며 자리 잡지 못하고....작아 보이지만 작은 실수가 아니네요...의도가 담기지 않았더라도.

cyrus 2021-01-19 06:33   좋아요 0 | URL
저자의 집필 의도와 내용은 좋았는데, 생각보다 ‘옥에 티’가 많았어요. ^^;;
 




전망 좋은 []

 

EP. 5

 


합동북 담담책방

 

 

2021114일 목요일

헌책방은 한파경보, 동네 책방은 흐린 뒤 차차 갬






내가 마지막으로 헌책방에 간 날은 2019년 겨울이다. 그날이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다시 한번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11월 아니면 12월이었을 것이다. 작년에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 헌책방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라는 시집과 동명 영화가 있다. 나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린 날이면 헌책방에 가야 한다. 그러면 기분이 조크든요(좋거든요).


오랜만에 책을 많이 사고 싶어서 현금을 두둑하게 챙겼다. 북구 대현동에 있는 헌책방인 합동북에 가면 최소 2만 원 이상은 쓰는 편이다. 그 정도 가격이면 책 네다섯 권은 너끈히 살 수 있다합동북에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3층에 있었던 책방 공간이 없어진 것을 뒤늦게 알았다3층 공간은 합동북의 핵(core)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청년센터 사무실이 생겼다. 3층에 있던 수많은 책은 분산되어 1층에 있는 두 개의 공간과 지하실로 옮겨졌다. 맞아, 그랬었지3층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1층에 있는 책방에 가보니 사모님이 계셨다. 책방지기인 남편은 책을 사러 어딘가에 가고 없었다. 책방지기가 있어야 1층에 있는 다른 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 거기에 진짜배기책들이 있다. 사모님이 있던 1층 공간은 문학책, 아동 도서, 실용 서적 등으로 채워져 있고, 그 옆에 있는 공간은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분야의 책들이 가득하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책방지기가 꼭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책방지기가 항상 열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사모님은 옆 공간의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반드시 열쇠를 가지고 있는 책방지기가 있어야 그 방에 들어갈 수 있다. 맞아, 2019년 겨울에 이곳에 왔을 때도 그랬었지. 책방지기가 올 때까지 한기 가득한 책방 안에서 기다렸고, 기다리는 동안 사모님과 대화를 나눴었지. 또 한 번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리자 기분이 씁쓸했다. 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







나는 책방지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언제 책방에 오는지 물어봤다. 두 시간 뒤에 온다고 했다. 책방지기가 올 때까지 그저 기다릴 수만 없었다. 밖에 날이 따뜻해도 헌책방 내부는 겨울이다책방 안에 계속 있으면 손이 시리니까 사모님은 내게 면장갑을 줬다. 사모님의 일상은 늘 똑같다. 냉동 창고 같은 곳에 계속 앉아 있다가 책방에 온 손님이 오면 일어서서 비켜준다. 책이 너무 많아져서 한 사람이 지나가는 것도 버겁다. 책 탑의 높이는 내 눈높이만 하다(내 신장은 170cm 후반이다). 헌책방에 자주 갔을 땐 책 탑이 경이로워 보였는데, 이제는 녹슬어서 흉물스러운 철탑처럼 보였다. 내가 책 탑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을 때, 사모님은 푸념 섞인 말을 했다.

 


 “책이 너무 많아서 걱정인데, 남편은 책 사러 자꾸 돌아다녀요. 책 사러 온 손님은 안중에도 없고.”


 

책방지기의 모습은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다. 그래, 나도 뭐에 홀린 듯이 헌책방에 자주 가서 책을 잔뜩 샀었지.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도 가끔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더라.

 

나는 3층 공간에 있었던 책들을 어떻게 1층으로 옮겼는지 궁금해서 사모님에게 질문했다. 용역업체를 불러서 산더미 같은 책들을 옮겼는데, 이때 든 비용이 무려 3천만 원이라고 했다. 사모님과 15분 남짓 대화를 나눈 뒤에 책값을 냈다. 1층을 둘러보면서 구매한 책은 총 네 권, 총 가격은 8,000원이다. 사모님은 책을 잔뜩 사지 못하고 돌아가는 내게 미안하다면서 망고 주스 한 병을 줬다. 사모님이 준 망고 주스는 너무 차가웠다. 나는 다음에 올 땐 따뜻한 음료를 사 오겠다고 말하면서 나왔다.

 

헌책방을 나오는데 기분이 착잡했다. 한 사람이 지나치게 헌신(이라고 읽고 희생이라고 쓴다)하면서 헌책방이 운영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모님도 엄연히 말하면 책방지기. 그렇지만 남편이 헌책방 운영에 전권을 가지고 있다. 이게 과연 동등한 운영이라 할 수 있나. 그리고 왜 사모님은 따뜻한 날에 비좁고 추운 책방을 지키고만 있어야 했나.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버스에 올라탔고, 담담으로 향했다.

 

책방이지만, ‘동네 책방이라고 불리는 그곳. 담담은 여전히 아늑하고 포근했다. 그 전에 갔다 온 냉동 헌책방과 무척 비교되었다. 나는 담담 책방지기에게 헌책방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고, 거기서 느꼈던 감정을 모조리 털어놓았다.

 


 “책방지기님, 헌책방에 갔다 오고 나니 기분이 착잡해요. 과연 이 상태로 운영하면 헌책방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담담 책방지기도 헌책방의 전망을 어둡게 봤다. 그렇지만 나와 책방지기는 이러면 헌책방은 망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리지 않았다. 헌책방이든 동네 책방이든 책을 판매하는 곳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헌책방이 동네 책방보다 먼저 망할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천만에! 최근 몇 년 사이에 동네 책방 몇 군데 문 닫았다. 그곳들은 길게 가지 못했다. 헌책방과 동네 책방의 운명은 책방지기들도 모른다. 그들은 오직 현재에 충실할 뿐이다. 책방 문을 열어 손님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이든 간에 책방에 가야 한다. 책이 있는 곳 어디든. 책 좋아하는 손님이 있어야 책방이 살고, 책방이 있어야 손님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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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1-18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르뽀? ㅎㅎㅎㅎㅎㅎ

cyrus 2021-01-18 16:30   좋아요 0 | URL
하루에 일어난 일들과 대화를 글로 정리하는 게 힘드네요. 책방에 가면 이야깃거리가 자꾸 생겨요.. ㅎㅎㅎ

기억의집 2021-01-1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방지기 남편분이 책 호더 아닌가요? 저 정도면.. 책이 잘 팔리면 그나마 덜 힘드실텐데.. 알라딘도 굿즈까지 껴서 책 판매를 생각해 낼 정도면 헌책방의 미래가 암울하긴 하죠..

cyrus 2021-01-18 16:32   좋아요 0 | URL
책방지기가 값어치 있는 고서나 희귀본을 찾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은 은근히 팔리거든요. 그런데 정작 고서나 희귀본으로 분류되지 못한, 평범하거나 그 이하 수준의 책들은 잘 팔리지 않죠.

blanca 2021-01-1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그 추운 헌책방 이야기에 마음이 스산해지네요. 일본 헌책방 르포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나는데... 그게 헌책방을 다 하나로 모아서 무언가 재정비를 한 얘긴데 가물가물하네요. 자꾸 사라지고 초라해져 가는 것들에 괜히 마음이 같이 추워집니다. 잘 읽고 가요. 대구도 눈이 오나요?

cyrus 2021-01-18 16:33   좋아요 0 | URL
오늘 대구에 눈이 내렸어요. 눈이 내려서 그런지 유독 날씨가 추웠어요.

페넬로페 2021-01-18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은 예술인데 뭔가 먹먹하네요~~
시대의 변화에 좀 맞춰야하지 않을까요?
잠실에 ‘서울 책보고‘ 가 있어요
청계천 헌책방들을 여기로 옮겼다고 하더라구요~~
널찍하니 잘 정돈되어 있는데도
사실 건질 책은 별로 없더라구요^^

cyrus 2021-01-18 16:37   좋아요 0 | URL
합동북은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어요. 검색창에 ‘합동북’이라는 이름을 입력하면 웹사이트가 나와요. 그런데 사모님이 말씀하시길 웹 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은 책들이 엄청 많다고 해요. 손님이 직접 책방에 가지 않는 이상 이런 미등록된 책은 책방 안에 계속 보관되고 있어요. 이러니 손님 입장에서는 헌책방에 건질 만한 책이 없다고 생각하죠. ^^;;

레삭매냐 2021-01-1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에서 헌책방이 사라져 가는 건
아쉬우나.... 그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른 불가피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레코드샵, CD가게 등이 그랬죠.

종이책도 만약 이북으로 주도권이 넘어
가다면, 헌책방 역시 미디엄의 변화에
따른 소멸의 수순을 벗어날 수 없을 거
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종이책은 소수 마
니아들을 위한 컬렉션의 대상이 될 지
도 모르겠네요.

cyrus 2021-01-18 16:39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살아남은 헌책방과 그 운영자들이 대단해요. 헌책방 운영자들의 나이가 고령이라서 이 분들이 몸져눕거나 고인이 되면 헌책방은 사라져요. 이런 식으로 헌책방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듯합니다.

stella.K 2021-01-1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상하지? 그런 얘기는 30년전부터 있어왔는데도
헌책방은 없어지지 않고 있어. 줄어들지언정.
책방지기 아저씨 같은 분이 계신 이상 앞으로도 없어질 것 같진
않은데 정말 사모님 너무 고생하신다.
네 권에 8천원이면 거젼데 그거 들고 다녔다고 생각하니
힘들었겠다. 아날로그 땐 당연했던 건데...
사람은 너처럼 마음 둘 곳이 한 두 권데쯤 있어야 하는데 부럽다.
담담 잘 다녀라.^^

cyrus 2021-01-18 16:43   좋아요 0 | URL
3층에 있던 책들을 1층으로 옮겼을 때 사모님은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어서 엄청 고생했어요. 사모님의 사연을 듣다 보니 마음이 착잡했어요.

페크pek0501 2021-01-18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깃거리가 있는 곳에 갈 수 있음이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왜 열쇠를 안사람에게 안 주는 건가요? 저도 궁금하네요.
그리고 책 옮기는 데 3천만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하니 대단하네요. 그만큼 책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저는... 책을 버리며 구매하겠습니다. 다짐!!!합니다.

cyrus 2021-01-18 17:06   좋아요 0 | URL
이유가 궁금했는데, 너무 사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사모님에게 묻지 않았어요. 대충 짐작이 갑니다만, 뇌피셜이라서 이 글에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책 대 담배 쏜살 문고
조지 오웰 지음, 강문순 옮김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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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점  ★★☆  B-





쏜살문고의 쏜살1966년에 세워진 민음사의 초창기 로고 활 쏘는 사람을 뜻한다. 쏜살문고는 민음사 창립 50주년인 2016년에 첫선을 보였다. 출판사 측은 쏜살문고가 아름다운 글 화살이 되어 독자의 가슴에 가닿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에세이 선집 책 대 담배는 작년 3월에 나온 쏜살문고 시리즈다. 표제작인 책 대 담배는 책이 안 팔리는 이유를 나름 계산하면서 분석한 오웰의 영민한 능력이 돋보인 글이다. 그는 독서가 개 경주나 영화 보러 가는 것보다 재미가 없어서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책 대 담배는 아쉬운 점이 많은 책이다. 이 책에서 오웰의 주석을 제외한 역자의 주석은 고작 두 개뿐이다. 이 두 개의 역주는 책에 제일 마지막에 수록된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죽는가에 있다. 역주가 없으면 독자는 오웰의 글을 이해하지 못한다. 책 대 담배에 수록된 책방의 추억,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책, 문학을 지키는 예방책은 오웰의 폭넓은 관심사가 반영된 글이다. 그는 이 세 편의 글에서 영미 작가와 소련 출신 인사들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글과 행보를 비평하고 있으며 스페인 내전과 파시즘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낸다. 그런데 이를 친절하게 설명해줄 역주가 없으니 독자들은 오웰의 박학다식함에 기가 죽고 만다. 이러면 독자들은 오웰의 글이 어렵다고 느낀다. 나는 오웰의 에세이를 읽으려는 독자에게 한겨레출판사에서 나온 나는 왜 쓰는가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장점은 역주다. 역자는 오웰의 글이 쓰인 시대적 배경뿐만 아니라 낯선 용어와 인명을 역주를 통해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

 

오웰의 글이 아무리 잘 썼어도 역자의 주석이 없으면 독자의 가슴에 가닿지 못한다. 역자는 완성된 책 대 담배를 만족스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쓰다 만 책이다. 역주를 달지 않은 것은 역자의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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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1-01-16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주석>이 학자의 중요한 업적 중의 하나라고 말을 하는 모양입니다. ^^

cyrus 2021-01-17 10:13   좋아요 0 | URL
네, 주석의 가치가 재평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새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

DYDADDY 2021-01-16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이 쓰셨던 글 중에 주석에 대한 평이 있는 글이 생각나네요. 일반적인 독자의 지적 수준을 배려하여 (배려라 쓰고 폄하로 읽기도 합니다.) 너무 세세한 주석도 가독성을 떨어뜨리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이 책 한권 읽자고 온갖 것을 찾아봐야 하는 것도 집중이 되지 않으니 역시 ‘적당‘이라는 것 만큼 어려운게 없나봅니다.

cyrus 2021-01-17 10:1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역자의 역량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독자의 독서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양의 주석을 달아야하고, 무엇보다도 주석 내용을 정확하게 써야 해요. ^^

stella.K 2021-01-17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차 보면 읽고 싶은데 너의 서평을 보니 주저되네.
그러고 보면 너의 대부분은 독후감이 아니라 서평인데 말야.
알라딘 메뉴얼과 별개로 너만의 별점을 보여주고.
넌 상당히 성실한 서평가에 속한다고 생각해.^^

cyrus 2021-01-18 09:21   좋아요 1 | URL
성실하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기분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
 






서평이 뭔데왜 서평을 써야 하지?’ 매년 한 번쯤 나 자신에게 묻는다암만 물어봐도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그래도 맞든 틀리든 나는 서평의 정의와 서평을 쓰는 이유를 꼭 알아야 한다. 어느 날 아폴론 신전 앞을 지나가던 테스 형이 말했었지너 자신을 알라사람들은 이 말을 자신의 무지를 알라는 뜻으로 자신의 내면에 새긴다나는 이 말을 빌려 내 손 안에 있는 작은 거울에 새긴다. “서평을 쓰는 너 자신을 알라.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면 겸손해진다. 바보 같은 내 모습을 철저히 반성하려면 일단 써야 한다그래서 나는 올바른 생각을 한 저자와 그렇지 않은 내가 마주친 결정적 순간을 반드시 서평으로 기록한다.



















* 조지 오웰 책 대 담배(민음사, 2020)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쓴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는 한 편의 작은 자서전이다. 이 글은 오웰의 에세이 선집 책 대 담배에 실려 있다. 이 글에서 오웰은 나 자신에 관한 연재 서사를 창작하는 일을 십오 년 넘게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록 활동이 일기 같은 형식의 글을 쓰는 일이라고 했다. 오웰은 십 년 동안 글을 쓰면서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들고 싶어 했다. 확실히 그는 자신이 어떤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나는 십 년째 서평을 쓰고 있다그렇다면 지난 십 년 동안 내가 가장 쓰고 싶었던 서평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어리석은 나 자신에 관한 서사가 담긴 서평이다


누군가는 일기 형식의 서평을 독후감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서평과 독후감은 서로 닮은 구석이 있으면서도 뚜렷한 차이가 있다. 서평과 독후감 속에 독자의 생각이 있다. 책과 관련된 자잘한 개인적인 생각을 기록하면 독후감이 된다. 서평의 주된 내용은 책에 대한 글쓴이의 객관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나는 서평과 독후감을 가깝지만 먼 친척’ 관계로 보고 싶다. 서평 전문가처럼 서평과 독후감을 정확히 반을 가르듯이 구분하고 싶지 않다.


오웰은 글쓰기의 네 가지 동기를 언급했는데, 그중 하나가 역사적 충동이다. 역사적 충동은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찾아내 그것을 보존해 두려는 욕망이다. 책의 내용을 잘 알려주면서, 책 앞에 고개 숙인 내 모습을 솔직하게 쓰고 싶은 욕망. 이 욕망이 내가 서평을 쓰는 이유이다. 나는 왜 쓰는가는 서평을 쓰는 나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해준, 내 손 안의 작은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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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1-16 14: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려워요~퍼가서 몇번 더 봐야겠어요! 안그래도 <서평 잘 쓰는법>꺼내놓은 참이었어요. 오늘도 제게 피가 되고 살이 될 내용👍

cyrus 2021-01-16 20:07   좋아요 3 | URL
늘 쓰던 글인데, 가끔 어떻게 쓸지 모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저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글도 쓰지 않아요. 그냥 책만 계속 읽어요. ^^

DYDADDY 2021-01-16 15: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평과 독후감을 칼로 베듯이 정확하게 나눌 수 없는 것은 객관의 정도때문이겠지요. 인식을 통한 세계관으로 자아가 형성되기에 완벽한 객관성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cyrus님처럼 주관과 객관의 줄타기가 서평일거라고 생각해요.

cyrus 2021-01-16 20:10   좋아요 3 | URL
저는 독후감과 서평의 특징을 혼합해서 쓰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아니면 어떤 날에는 독후감을 쓰고, 또 어떤 날에는 서평을 쓰는 식으로 해서 책의 주제와 내용에 따라 글의 형식에 변화를 주면서 써보려고 해요.

stella.K 2021-01-16 17: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서평이 대세지. 독후감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독서를 하고 난 느낌을 말하는데 말야.
그런데 알고 보면 서평 보다는 독후감은 여전히 많이 쓰는 것 같아.
그래놓고 서평이라고 해.
그렇다면 서평과 독후감을 나눌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은 나눌 필요는 있어 보이고
나는 개인적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런 점에서 독후감은 그것자체로 더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왜 독후감은 평가절하된 느낌을 받는지 모르겠어.
참고로 난 알라딘에서 적립금 준다기에 쓰기 시작했는데
그거로 책까지 냈잖니. 암튼 그런 게 없었으면 내가 지금까지
서평이든 독후감이든 썼을까 몰라.

오늘 글은 좀 짧은 느낌이다. 나만 그런가?ㅋ

cyrus 2021-01-16 20:16   좋아요 4 | URL
서평 쓰기를 알려주는 책들을 보면 내용이 이래요. 저자가 독후감과 서평의 정의를 알려줘서 두 용어의 차이점을 보여줘요. 그런 다음에 독후감보다는 서평을 쓰기를 권장해요. 항상 이런 식으로 전개돼요. 독후감을 서평보다 한 단계 평가 절하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독후감과 서평의 장점을 혼합해서 쓰면 안 되나?’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볼 땐 이런 혼합적인 특징의 서평을 쓴 작가는 정희진, 요네하라 마리, 쉼보르스카에요. 그래서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슬럼프가 찾아오면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을 봐요. ^^

요즘 문장을 짧게, 글의 분량을 적게 쓰려고 자가 훈련 중입니다. 매일 글 쓰는 것도 제겐 훈련이고 연습이에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21-01-16 17: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객관적인 관점의 서평과 주관적인 관점의 독후감 사이의 경계를 구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마치 사람의 생각에서 이성과 감성을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것처럼요...

cyrus 2021-01-16 20:18   좋아요 3 | URL
네, 맞아요. 그래서 저는 객관적인 관점의 서평과 주관적인 관점의 독후감의 특징이 혼합된 글을 쓰려고 해요. 책 소개와 책과 관련된 개인적인 서사를 동시에 보여주는 글이죠. ^^

syo 2021-01-16 2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객관적인 해석‘이라는 말이 형용모순이라고 생각하고, 객관적인 관점이라는 것이 증명되기 위해서는 세상 모든 사람의 관점을 다 살펴보고 판단할 수 있는 슈퍼관점이 존재해야 되므로 그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쓰는 글과 사이러스님이 쓰는 글을 보면 누구 글이 더 객관을 지향하는 글인지는 바로 알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또 객관이라는 게 완전히 없는 것 같지는 않기도 하고, 여튼 그렇게 혼란스럽습니다.

cyrus 2021-01-16 20:36   좋아요 3 | URL
맞아요. 객관적인 내용이라고 해도 누군가는 그 내용이 주관적으로 보일 수 있죠. 그런데 서평 쓰기를 알려주는 책을 쓴 저자들의 견해를 보면 서평을 마치 ‘객관적으로 쓴 글’인 것처럼 소개해요. 그래서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syo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저는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려고요. 서평과 독후감의 특징을 혼합한 글을 쓰려고 해요. 저는 기계가 아니니까 계속 서평을 쓸 수 없어요. 책의 주제나 내용에 따라 독후감을 쓰고 싶을 때가 있어요. 장르의 틀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