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는 기술 - 명화의 구조를 읽는 법
아키타 마사코 지음, 이연식 옮김 / 까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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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몇 년 전에 서울에서 열린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전시회를 간 적이 있다. 빈센트는 유화물감을 찍어 바르듯이 그렸다. 빈센트의 그림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면 거친 붓질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딱지가 돼버린 붓질의 흔적을 손으로 만져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림은 눈으로 봐야 한다. 손에 묻은 이물질이 캔버스에 칠해진 유화물감을 변색시키거나 갈라지게 만들 수 있다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그림을 감상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도판 형태의 그림이라면 만질 수 있다. 손가락으로 선을 그어가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이 있다.


그림을 보는 기술을 쓴 미술사 연구가 아키타 마사코(秋田麻早子)2009년부터 그림 보는 방법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회화를 감상하는 행위를 시각 정보를 언어 정보로 교환하는 일종의 번역 작업으로 이해한다(저자 후기, 333). 저자의 말을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쓰기 위해 진부한 표현을 쓰자면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눈으로 읽는 것이다.


저자는 그림과 관련된 배경지식과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지 않아도 그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저자가 제시한 그림 보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그림을 관찰하면 된다. 그림을 관찰하는 일은 보는 행위와 다르다. 그림을 보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틀, 즉 스킴(scheme)이 있어야 그림을 관찰할 수 있다. 스킴을 확인하지 않고 그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림을 계속 봐도 그림 속에 숨은 화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림을 능동적으로 보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큐레이터의 친절한 설명이나 인터넷에 있는 회화 관련 정보에 의존한다. 그림을 보는 기술은 자신만의 시선과 감각을 동원해 그림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스킴은 다음과 같다. 초점, 그림을 볼 때 움직이는 눈의 경로, 균형, , 구도와 비례이다. 초점은 그림을 보는 출발 지점이다. 저자는 초점을 그림의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화가의 관점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봐주기를 바라는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그림 보는 사람은 그림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눈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눈이 움직이는 경로는 선의 형태로 나오는데, 이를 리딩 라인(leading line)”이라고 한다. 리딩 라인은 그림의 초점으로 유도하게 만드는 선이다저자는 눈으로 차분하게 그림을 바라보면 다양한 형태(직선, 사선, 원, 곡선 등)의 리딩 라인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리딩 라인을 찾는 일이 서투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분을 위해 내가 생각해낸 그림 감상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손가락을 이용하자. 도판 형태의 그림에 손가락으로 선을 그려가면서 보면 리딩 라인을 찾을 수 있다


구조선은 그림을 균형 있게 보이게 만드는 가상의 선이 있다. 구조선은 그림의 척추에 해당한다. 색상(색의 종류), 채도(색의 선명도), 명도(색의 밝기)도 그림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스킴이다. 그러나 그림의 색을 분석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그림의 색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변색하여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그림을 봐야 한다. 그림의 구도와 비례는 그림 속에 묘사된 인물들의 관계를 암시하는 스킴이다.


이 책의 저자는 회의적인 자세로 그림을 감상한다. 그전까지 수많은 회화 전문가들이 그림 감상법을 제시했는데, 그중에 많이 알려진 것은 색에 부여된 의미를 분석하는 색채심리학적 감상법과 황금비. 저자는 이 두 가지 감상법의 한계를 지적한다. 앞서 저자는 그림의 색을 감상할 때 변색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색채심리학자들의 해석을 따르면서 색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황금비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화가들이 좋아하는 수식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금비에 지나치게 매료된 학자들은 정확한 황금비(1.618 : 1)를 회화에 적용하기 위해 임의로 조작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아키타 마사코의 그림 보는 기술은 모든 회화를 감상할 때 적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저자의 그림 감상법은 비례와 구도를 중요하게 여긴 시대(르네상스 시대, 17~18세기)에 나온 회화나 전통적인 기법의 영향이 조금 남아 있는 근현대 회화에만 적용할 수 있다. 저자가 그림을 보는 기술의 후속작을 구상하고 있다면,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현대 회화현대 미술이 그림이라는 개념 자체를 넘어선지 오래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감상법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83, 337(참고 문헌)





 

 

[] 루돌프 아른하임(Rudolf Arnheim)은 미국으로 귀화한 독일 출신의 예술심리학자다. 그의 저서 미술과 시지각(Art and Visual Perception)의 일역본 제목은 美術視覺이다(337, ‘참고 문헌참조). 우리말로 직역하면 미술과 시각이다. 정확한 제목은 미술과 시지각이다.






2

 




* 119


 선의 균형을 보는 법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러면[] 먼저 그림의 척추에 해당하는 구조선을 찾아야 합니다.

 

 

[] 그러려면의 오자.

 

 

 

 

 

3

 


* 162


 레핀(1844~1930)오네긴과 렌스키의 결투는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이 쓴 오네긴(Onegin)[]의 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 정확한 제목은 예브게니 오네긴(Evgeniy Onegin, Eugene Oneg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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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2-01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보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식의 방법도 있겠네요. 하지만 역시 현대미술에서는 통용되기 어렵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cyrus 2021-02-02 10:40   좋아요 0 | URL
현대미술은 알다가도 모르는 분야에요. 지금도 이해하기 힘든 작품들이 많이 있어요. ^^;;
 
알수록 쓸모 있는 원소 118
원형원 옮김, 오시마 켄이치 외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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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   ★★★★☆   A





고대의 자연철학자들은 자연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탈레스(Thales)는 물을 만물의 근원으로 보았으며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 , 공기가 혼합해서 만물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4원소설). 데모크리토스(Democritos)는 물질을 계속해서 쪼개면 궁극적으로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작은 입자에 도달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입자에 그리스어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이라는 뜻을 지닌 원자(atomos)’라는 이름을 붙였다


데모크리토스가 제안한 원자설은 영국의 화학자 존 돌턴(John Dalton)에 의해 부활했다. 화학자들이 실험이라는 객관적인 자연 탐구 방식을 따르게 되면서 4원소설은 사라졌다. 화학자들은 화학 반응 실험을 해서 원소의 존재를 하나씩 밝혀내기 시작했다물질을 구성하는 원소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결과물을 한데 모아 화학이라는 학문이 완성할 수 있도록 한 결정적인 업적은 멘델레예프(Mendeleev)의 주기율표였다. 주기율표가 나오면서 이 세상에 흩어져 있던 원소들의 화학적 성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 화학의 발전은 주기율표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현재까지 주기율표에 등록된 원소는 총 118종이다


알수록 쓸모 있는 원소 118은 총 118종의 원소에 대한 기본 정보를 담은 입문서다. 이 책은 2018년에 나온 아름다운 원소 118의 개정판이다. 일본에서 나온 책인데 특이하게도 저자 이름은 없고, 일본인 감수자 이름만 나와 있다. 번역 감수는 과학 도서 저자와 역자로 잘 알려진 곽영직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맡았다.


이 책의 장점은 본문보다 눈에 띄는 알록달록한 디자인과 색상 도판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어렵고 딱딱한 화학책이라는 생각을 접게 된다색상 도판을 보면서 원소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이 책의 구성은 화학 교과서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청소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지만, 고등학생 시절 이후로 원소에 대한 지식이 멈춰버린 성인 독자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원소의 구() 명칭과 현재 명칭이 함께 표기되어 있다8, 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성인들은 과학 시간에 원소 기호 ‘Na’을 나트륨, ‘K’를 칼륨, ‘I’를 요오드라고 외우면서 배웠다. 혹시 기회가 되면 요즘에 나오는 과학 교과서를 아무나 골라서 살펴보시라. 나트륨, 칼륨, 요오드가 보이지 않은 교과서가 있을 것이다. 이 세 원소가 주기율표에 제외된 건 아니다. 지금도 원소 기호 ‘Na’, ‘K’, ‘I’는 쓰고 있다. 다만 원소 이름이 달라졌다. 나트륨은 소듐, 칼륨은 포타슘, 요오드는 아이오딘으로 변경되었다1998년에 대한화학회가 원소 이름을 포함한 화학 용어를 개편했다. 개정된 명칭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교과 과정에 반영되었다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게르마늄 팔찌의 게르마늄(Ge)도 구 명칭이다. 요즘 학생들은 ‘Ge’저마늄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 총 여덟 편의 칼럼이 수록되었다. 칼럼의 주요 내용은 우리 몸에 있는 필수원소가 너무 많아지면 생기는 부작용희귀 금속 소유를 둘러싼 국제 분쟁 등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일본에서 나온 책이므로 일본 위주로 서술된 내용이 많이 나온다. 113번째로 발견된 원소는 일본인 학자가 발견했는데, 원소 이름은 국명 ‘일본의 자국어 발음 니혼에서 따온 니호늄(Nh)’이다그래도 이 책을 쓴 일본인 감수자는 과학 강국이 된 자국의 수준을 과하게 내세우지 않았다. 감수자는 우리 일상을 편하게 해주는 원소의 이로운 점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원소의 단점도 언급한다. 일본에서 발생한 공해병 이타이이타이병과 미나마타병의 원인은 각각 카드뮴과 수은이다. 감수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언급하면서 방사성 원소의 위력을 각인시켜준다


원소는 좋든 나쁘든 인류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물질이다. 원소의 기본 성질이 변하지 않는 한 인류는 그 성질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고, 원소를 신중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원소가 살아 있는 존재라면 인류를 곤란하게 만든 위험천만했던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인류가 방심하면 원소 속에 간직된 위험한 사건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재현될 수 있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37




 


[] 대류권에 있는 오존은 독성물질이다. 피부에 접촉하면 화상을 일으킬 수 있고, 장시간 흡입하면 호흡기에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오존의 해로운 점도 반드시 언급해줘야 한다. 오존의 살균 효과를 과장해서 오존을 건강에 좋은 물질로 소개하는 유사 의학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오존의학협회는 오존 테라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

 


* 66


 바나듐은 인간의 필수원소이나, 그 양은 성인 남성의 경우[0.11mg이라는 극히 적은 양이어서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 과거의 의학 연구는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삼아 실험이 진행되었다.






3

 


* 71





 

[띄어쓰기] 인체의 필수원소인 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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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8

 




 

[] 1845년에 프랑스의 수학자 위르뱅 르베리에(Urbain Le Verrier)가 해왕성 궤도를 처음으로 계산했고, 이듬해에 독일의 천문학자 요한 갈레(Johann G. Galle)는 르베리에가 계산한 것을 이용해 해왕성을 관측했다. 영국의 존 애덤스(John C. Adams)가 르베리에보다 2년 먼저 독자적인 계산 방식을 이용해 해왕성의 존재와 위치를 예측했다. 그러나 그가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학계는 애덤스의 계산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과학도서 저자는 해왕성 발견자로 애덤스, 르베리에, 갈레, 이 세 사람을 함께 언급한다. 하지만 어떤 저자는 르베리에와 갈레를 해왕성 발견자로 언급하기도 한다.






5

 

 

* 167






 

 

[] 시보시보귬(Seaborgium)’의 오자. 시보귬의 은 한글 프로그램에 없는 글자라서 입력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사용하는 한글 프로그램은 한글 2014’인데, ‘을 입력하면 ‘rba’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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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2-01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마늄 팔찌하나 장만해야겠어요~ㅋㅋㅋㅋ
진짜 꼼꼼히 읽어주시는 멋진 독자~👍

cyrus 2021-02-01 18:38   좋아요 1 | URL
저마늄... 마치 비속어처럼 들립니다. 발음을 잘 해야겠어요.. ㅎㅎㅎ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mini74 2021-02-01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 아름다운 원소 118을 갖고 있는데, 이것도 갖고 깊어요 ㅎㅎ 그런데 내용이 많이 겹치네요 ㅠㅠ

cyrus 2021-02-01 18:38   좋아요 2 | URL
구판을 직접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을 거예요. ^^;;

감은빛 2021-02-01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개정된 명칭이라는 거, 아무리 봐도 영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사실 언제나 변화는 익숙해지기 어려운 법이죠. 국민학교가 어느날 갑자기 초등학교로 바뀌었어도 제 입에선 늘 국민학교인 것처럼.

cyrus 2021-02-02 10:41   좋아요 0 | URL
저는 ‘나트륨’이 익숙해서 ‘소듐’이라는 단어가 딱 떠오르지 않아요. ^^;;
 




전망 좋은 []

 

EP. 8

 


베지로운 담담책방

 


2021123일 토요일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담담책방에 가기 전에 먼저 비건 빵집 베지로운(vegeloun)’에 들렀다. 베지로운에 있는 빵들이 먹고 싶었고, 담담 책방지기에게 빵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책방지기의 아들은 채식을 선호한다. 나는 비건은 아니지만, 내 주변에 있는 비건 지인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계란, 버터, 우유를 먹지 않지만 빵은 도저히 끊지 못한 비건이 있다. 책방지기의 아들이 빵을 좋아하는 비건인데,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빵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책방지기의 아들이 좋아할 만한 빵(콩으로 만든 햄이 들어간 피자 빵)도 샀다.








 

작년 12월에 나는 어머니와 함께 처음으로 베지로운에 갔다. 빵집은 정오에 여는데, 그 시간에 맞춰서 일찍 나섰다. 살면서 빵 한 번 먹으려고 밖에서 기다린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다행히 그날은 심하게 춥지 않았고, 30분 정도 기다렸다. 베지로운이 만든 빵 전부 다 먹어보지 않았지만, 맛은 아주 좋다. 한 번 먹으면 맛을 잊지 못한다. 그러면서 사지 못한 다른 빵의 맛도 궁금해진다. 아직 먹어보지 빵 중의 하나가 통밀캄파뉴인데 그걸 사지 못한 게 후회된다. 누군가가 이 빵을 사줬으면 좋을련만‥…. 베지로운의 대표 메뉴인 케이크도 먹어보지 않았다. 이건 특별한 날에 맞춰 주문해야지.








 

한 달 만에 베지로운에 갔는데, 제빵사님이 나를 기억해주셨다. 이제 두 번째 방문인데 벌써 단골손님이 된 기분이 들었다. 제빵사님이 덤으로 채소동그리라는 빵도 주셨다제빵사님의 말에 따르면 조금 타서 판매 불가능한 빵이라던데, 맛있는 것에 사족을 못 쓰는 내 입에 그저 맛있는 빵이었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은 크림빵이다.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크림은 유기농코코넛 크림이다. 빵 속에 가득한, 부드럽고 하얀 코코넛크림의 맛이 일품이다. 오늘 구매한 현미초코타르트는 크림빵 다음으로 좋아하는 메뉴이다책방지기는 초코크림빵을 먹었고, 정말 맛있다고 감탄했다. 나머지 빵들이 책방지기의 아들의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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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1-01-26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우, 맛있겠네요. 저는 단골까진 아니었는데 그래도 종종 가던 빵집에서 갑자기 주인 청년이 제가 좋아하는 빵을 공짜로 네 개 더 주는 거예요. 그런데 ... 다음에 가보니 그 빵집이 문을 닫았더라고요. 문 닫는다고 얘기하는 대신 빵을 공짜로 더 준 마음이 참...cyrus님 페이퍼 보니 갑자기 그 빵집이 떠오르네요.

cyrus 2021-01-29 10:00   좋아요 0 | URL
blanca님 입장에서는 정말 잊지 못할 빵집이네요. 작은 가게라도 내 집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용해야겠어요.

얄라알라 2021-01-2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빵 시리즈, 먹는 시리즈 글 또 써주세요. 읽으며 행복해요^^

cyrus 2021-01-29 10:02   좋아요 0 | URL
아직 안 먹어본 빵이 많아요... ㅎㅎㅎㅎ 요즘에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다는 걸 느껴요.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글로 기록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살면서 겪은 일을 기록하려고 해요. 평범한 먹방 후기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균호 2021-01-2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치를 보아하니 제가 남산동 영남중학교 다니던 시절 살던 동네 근처네요 ^^ 서문시장, 달성공원 , 보석 가게 거리, 모두 아련하네요 ^^

cyrus 2021-01-29 10:05   좋아요 0 | URL
대구에 재개발 지역이 몇 군데 생겨서 대구 도심 풍경이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이제는 과거 모습이 또렷하게 떠올리지 못할 정도에요. ^^;;

서니데이 2021-01-26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건빵집은 한번 가보고 싶어요. 한참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있는 가게인가봅니다.
코코넛크림빵도 초코타르트도 색감이 참 예쁜데, 정말 맛있다고 하시니까요.
cyrus님, 사진 잘 봤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cyrus 2021-01-29 10:0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이 거주하는 지역에도 비건 베이커리가 있을 거예요. ^^

바람돌이 2021-01-26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맛있겠다.... 저도 주기적으로 빵을 먹어줘야 하는 1인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빵집들 왜 이렇게 맛있는 곳이 많을까요? ^^ 저는 비건 빵도 안비건 빵도 모두 다 좋아합니다. ^^

cyrus 2021-01-29 10:08   좋아요 0 | URL
저도 빵을 좋아해요. 건강을 위해서 예전보다 덜 먹는 편이지만, 비건 빵은 정말 계속 먹고 싶어요. ^^

페크pek0501 2021-01-2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는 얘기는 사진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

cyrus 2021-01-29 10:09   좋아요 0 | URL
제가 올린 빵 사진만 봐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
 





전망 좋은 []

 

EP. 7

 


 대구두류도서관 → 영 우동 → 담담책방 → 카페 스몰토크


2021122일 금요일, 흐리지만 춥지 않은 날씨







영 우동은 무슨 뜻일까. 망자의 넋을 뜻하는 ()’은 분명히 아닐 테고, 숫자 ‘0’도 아닐 것이다영 우동은 이월드 정문 건너편강남닭칼국수송정초밥사이로 난 작은 골목 안에 있는 작은 중식당이다이곳에 가면 중식뿐만 아니라 곧 후술할 떡볶이와 김밥, 라면, 돈가스 등도 맛볼 수 있다.

 

 

 



 

식당은 작고 오래됐다외관은 허름해 보여도 가격이 싸고 적지 않은 양의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사람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전 11시부터 식당의 문이 열린다. 오후 3~5시는 휴식 시간이며 저녁 8시에 식당의 문이 닫힌다. 영업 종료 30분 전까지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나는 1057분에 식당에 들어갔다. 내가 식당의 첫 손님이었다. 식당지기 부부는 음식 재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는데 사모님은 “(음식) 만드는 데 오래 걸릴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식당에 오면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영 우동에 가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린다면 10분 만이라도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말 것을 권한다.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자리에 일어나 가게 전체를 둘러보자. 그러면 한쪽 유리벽에 붙여진 손글씨가 보일 것이다. 아마도 식당지기 부부 중 한 분이 직접 쓴 것으로 보인다. 종이에 시와 명언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그중에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Sartre)의 명언이 눈에 띈다. B(Birth)D(Death) 사이의 C(Choice)가 인생이.”


계산대 밑에 책들이 꽂혀 있다. 사르트르의 책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에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이방인. 페스트》(혜원출판사)는 있었다. 한때 친했으나 끝내 갈라서버린 실존주의 문학의 두 거장을 중식당에서 만날 줄이야.

 

내가 주문한 음식은 볶음밥과 스페셜 떡볶이. 내가 이 음식들을 주문하자 사모님은 혼자서?’라고 말했다. 스페셜 떡볶이는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떡볶이에 납작 만두와 라면 사리도 들어가 있다. 


음식을 기다릴 때 식당지기 아저씨의 칼질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 그분이 천천히 칼질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칼질 소리가 아주 정직하다. 또각또각규칙적인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대부분 중식당에 가면 요리사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칼질을 한다. 따다닥. 식당에 온 손님과 전화나 배달 앱으로 주문한 손님들의 음식을 빨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 우동의 식당지기 부부는 음식을 천천히 만든다.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영 우동에 가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먹으려면 적어도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볶음밥만 먹으면 배가 안 찰 것 같아서 반찬(!)으로 스페셜 떡볶이를 같이 주문했다. 내 선택이 옳았다. 민경 장군이 이런 말을 했었지. “고민될 땐 그냥 둘 다 시켜라.”

 


 

 

 

 

  

 



떡볶이의 고추장 소스는 맵지 않고, 매콤하다. 볶음밥의 자장 소스가 부족해서 나는 숟가락으로 떡볶이 소스를 퍼서 밥에 비볐다백반 한 그릇 더 주문하고 싶었을 정도로 떡볶이 소스가 내 입맛에 맞았다싱거운 계란탕은 기름진 음식 때문에 불만이 가득한 위장을 달래준다.

 

 

 

 

 


 

나는 두류도서관에 자주 가는 편이다. 그런데 이제야 영 우동의 존재를 알았다. 확실히 나 같은 책 바보는 정말 바보다. 영 우동은 그저 오래되고 작은 노포가 아니다. 그곳에 다른 식당에서 볼 수 없는 느림의 미학(味學)’이 있다. 천천히 만들어진 음식에 나오는 평범하면서도 담박한 맛과 손글씨에 묻어 난 올곧은 지성은 영 우동’만의 매력이다. 내 생각에 영 우동은 식당에 온 손님들을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밝은 기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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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 2021-01-25 1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Young~ 우동집인가 봅니다. 가격이 진짜 착하군요.
음식도 정성이 들어가는 듯. 대구가면 가보고 싶은 음식점이네요...

cyrus 2021-01-26 09:34   좋아요 0 | URL
네, 우동도 팝니다. 식당에 방문한 분들의 후기를 봤는데 ‘영’이 ‘젊음(young)’을 뜻할 것이라고 추측하더군요. 다음에 오면 식당 이름의 의미를 여쭤봐야겠어요. ^^

페넬로페 2021-01-25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만약 영식당에 가면 야끼우동을 시키고 싶네요~~ cyrus님의 글로 식당이 음식을 먹는 곳과 더불어 미학의 장소가 된 것 같아요^^
근데 사군!
좀 ‘위‘ ‘대‘ 하시네요**

cyrus 2021-01-26 09:35   좋아요 1 | URL
위가 좀 큽니다... ㅎㅎㅎ 위가 조금 더 크고, 말빨이 좋았으면 먹방을 찍고 있었을 겁니다... ^^;;

syo 2021-01-25 1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영역의 무한확장!

cyrus 2021-01-26 09:36   좋아요 0 | URL
사람이 책 이야기만 하면 재미없어 보이잖아요.. ㅎㅎㅎㅎ

이하라 2021-01-25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 될 때는 그냥 둘 다 시켜라.. 양이 적은 사람들에겐 넘치는 선택지네요. 두 개 시켜본 적이 없는 제게는 진짜 장군급 조언이에요.

cyrus 2021-01-26 09:41   좋아요 0 | URL
식당의 인기 메뉴가 울면, 볶음밥, 떡볶이에요. 사실 울면과 볶음밥, 둘 중에 뭘 먹을지 고민했어요. 금요일 날씨가 흐려서 면 요리가 댕기긴 했거든요. 세 가지 음식을 다 먹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서 볶음밥을 주문했어요. ^^

막시무스 2021-01-25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메뉴판만 봐도 내공이 느껴졌는데, 담은 접시랑 비운 접시에서 폭발하네요! 대구 가면 방문해 볼께요!ㅎ

cyrus 2021-01-26 09:42   좋아요 1 | URL
제가 책도 잘 먹고, 음식도 잘 먹습니다.. ^^;;

stella.K 2021-01-25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이 제법 많아 보이는데 괜찮았나?
저 붓글씨 마음에 든다. 그렇지.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을!ㅎㅎ

cyrus 2021-01-26 09:44   좋아요 0 | URL
저는 만족스러웠어요. ㅎㅎㅎ 지금 비가 내리는데, 울면과 야끼 우동을 먹고 싶네요.

mini74 2021-01-2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류 도서관 ㅎㅎ 반가운 곳이네요

cyrus 2021-01-26 09:46   좋아요 0 | URL
미니님은 대구에 살아보신 적이 있으신가 보군요. ^^

mini74 2021-01-26 10:34   좋아요 1 | URL
친정이 대구랍니다. 저는 주로 중도와 학원서림이 주무대였지요. ㅎㅎ

페크pek0501 2021-01-2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브이로 운동하는 걸 보고 민경 장군의 팬이 되었습니당~~

느림의 미학.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cyrus 2021-01-29 10:11   좋아요 0 | URL
‘느림의 미학’이라는 표현을 제일 먼저 쓴 사람이 누군지 갑자기 궁금하네요. ^^;;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 소년부터 성년까지 남자가 꼭 알아야 할 성 A to Z
인티 차베즈 페레즈 지음, 이세진 옮김, 노하연 감수 / 문예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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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I’m askin is for a little respect.

 

내가 바라는 건 작은 존중이에요.


 

-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노래 <Respect> 중에서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의 원제는 ‘respect’. ‘respect’존중또는 존경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예전에 리스펙이라는 은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 찬사를 보낼 때 리스펙!’이라는(감탄하거나 환호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여주기 위해 리스펙뒤에 느낌표를 붙여줘야 한다) 단어를 사용하거나 말할 땐 짧고 굵게 외친다.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성교육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인티 차베즈 페레즈(Inti Chavez Perez) 스웨덴 정부 성평등 고문으로 활동한 성교육 전문가다. 그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를 먼저 갖춰야 만족스러운 섹스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상대방을 존중하는 일은 모든 일의 시작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만남은 인간관계를 맺는 기본이고, 우정과 결혼은 이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상호 존중이 없다면 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


저자는 남학생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섹스를 좀 더 멋지게 즐기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그럴 때 저자는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서로의 성적 취향을 이해하게 되며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섹스를 즐길 수 있다고 대답한다섹스는 쾌감을 얻을 수 있는 육체적 행위이다. 하지만 섹스를 삽입하는 행위로만 인식하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강압적인 섹스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포르노를 보면서 섹스를 배운 사람, 특히 남자들은 포르노 배우처럼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체위를 시도해보고 싶어 한다. 이들은 이런 체위를 하면 여자들이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들은 이런 남자들의 단순한 생각을 좋아하지 않는다상대 여성의 성적 취향이 뭔지 잘 모르면서 무턱대고 삽입을 시도하려는 남자는 섹스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섹스를 잘 모르는 남자를 만난 여자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섹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 책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역자와 감수자가 성교육 현장에 통용되고 있는 성차별 언어를 성평등 언어로 바꿔 표현했다는 점이다. 리벤지 포르노는 디지털 성범죄처녀막은 질 주름으로, ‘자궁’은 포궁(胞宮)으로 대체되었다저자는 섹스를 그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행위로 간주하는 반응을 경계한다. 섹스하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는 우리 자신이 정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육체적 · 정신적 상처를 주지 않고, 서로를 향한 배려와 존중을 전제로 한 섹스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는 이 책을 보다가 어떤 대목이 너무 나갔다 싶으면 그냥 책을 덮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문제의 대목을 다시 보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말한 어떤 대목섹스에 대한 저자의 과감한 견해를 말한다. 사실 이해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 몇 개 보인다그래도 저자의 견해를 무작정 받아들이기보다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내가 인용한 문장은 여러 가지 자위 방법을 소개한 내용의 일부이다.



* 46

 

 포르노 영화에서 몸에 정액을 맞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면, 그게 어떤 기분일까 궁금할지도 모릅니다. 한번 실험해보세요. 침대에 반듯이 누운 채로 사정을 하면 배나 상반신에 정액이 튈 테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죠. 엉덩이에 쿠션을 받치고 벽에 머리를 기대면 얼굴이나 입에 정액을 맞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겁니다.



포르노 속 장면을 따라 하는 자위 방법은 청소년에게 권장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런 자위는 위험하다. 정액이 눈에 들어가면 안구가 충혈되어 따가울 수 있다. 정액 알레르기(semen allergy)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정액 알레르기 증세는 주로 여성에게 나타난다. 성관계 이후에 음부가 가렵거나 화끈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증세가 심하면 두드러기, 호흡 곤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알레르기성 쇼크까지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정액 알레르기가 있는 여성은 성관계와 임신을 할 수 없게 된다. 정액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남자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연구 결과가 있는데 내가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피부)에 정액을 맞는 자위를 하고 나서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 반응이 생기면 안 하는 것이 좋다.

 

포르노에 자주 나오는 장면 중 하나가 남자 배우가 여자 배우의 얼굴이나 복부에 사정하는 행위다. 저자는 포르노에 나오는 사정 행위 장면에 호기심을 느끼면 한번 실험해보라고 주장하면서도(43) 현실의 섹스를 포르노 배우가 하는 것처럼 따라 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55). 이러한 저자의 발언은 모순이다. 질외 사정은 상대 여성 입장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이다. 특히 정액 알레르기가 심한 여성에게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성관계를 할 땐 콘돔을 사용하자






Mini 미주알고주알

 

 

* 쪽수 미확인

 

 섹스에서 부정적 신호는 부정적 신호일 뿐이고, 싫다고 했으면 싫은 겁니다! 예외는 없다는 것을 똑독히[] 알아두세요. 한쪽이 흥분했거나, 술에 취했거나, 이미 커플 사이라는 이유로 성적 유린을 눈감아줄 수는 없습니다.

 

 

[] 똑똑히의 오자.

 

 

 

* 253

 

 세이프 섹스로 예방할 수 없는 성생활의 다른 문제들을 지적해두고 싶네요. 첫째, 사면발이[]는 음모에 붙어사는 미세한 벌레로 가려움증을 유발하지만,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후 약국에 가면 효과 좋은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을 거예요.

 

 

[] 표준어는 사면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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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1-19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호기심을 느끼면 한번 실험해보라는 주장과 따라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모순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게 모순이 되려면 ˝필요가 없는 행동은 하면 안 되는 행동이다˝라는 전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성관계를 할때는 콘돔을 사용하자˝라는 문장으로 보아 사이러스님은 피임법(?)으로서의 질외사정과 몸에 정액을 뿌리는 행위를 같다고 보고 계시는 것 같은데, 콘돔을 사용해서 성관계를 하다가 사정시 콘돔을 제거하고 정액을 복부나 얼굴에 사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잖아요. 콘돔 사용과 복부나 얼굴에 정액을 사정하는 행위도 택일은 아니죠.

말씀하신대로 이 책의 원제는 <존중>이잖아요. 제가 읽은 이 책은 진짜 ‘합의‘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걸 강조하던 기억인데요. 정액 알레르기가 있는 여성이나 정액을 뿌리는 행위 자체에 불쾌감을 느끼는 여성에게 저런 행동을 하거나 억지로 동의를 요청하는 건 옳지 않지만, 무리없이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얼굴이나 복부에 정액을 뿌리는 행위가 권력적/정복적 욕망을 투사하는 행위임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섹스 중 일어나는 행동들에 관한 사람의 욕망은 굉장히 다종다양해서, 저런 걸 좋아한다고? 싶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잔뜩 있고.....

cyrus 2021-01-19 15:22   좋아요 0 | URL
제가 동정남인데다가 여전히 성에 대해 보수적인 생각이 있고 무지해서(솔직히 말해 저의 성적 취향이 구체적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 레드스타킹 멤버들과 각자의 성적 취향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저는 진짜 몰라서 대답을 못했어요) 그런지 저자가 언급한 자위 방식에 거부감을 느꼈어요. 제가 표현한 ‘모순’이라는 단어가 syo님이 지적하신대로 문맥상 맞지 않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저자의 두 상반된 입장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질외사정을 완벽한 피임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질외사정을 피임법의 한 방법이라고 언급하지 않았어요. 진짜로 이렇게 썼다간 왜곡된 성 지식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글 마지막에 강조한 콘돔 착용의 중요성은 뜬금없는 문장일 수 있지만, 성교육 책에서 반드시 나오는 내용이라서 언급해봤어요.. ㅎㅎㅎ

사정 후 정액을 여자의 몸에 뿌리고 싶다는 남자의 요구에 상대 여성이 분명히 동의한다면 문제없다고 봅니다. 성적 취향이나 욕망의 형태는 다양하고 천차만별이니까요. 남자의 요구를 흔쾌히 수락하는 여성이 있겠죠..? ㅎㅎㅎ 잘 모르겠어요. ^^;;

카스피 2021-01-2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모쏠들은 끼기 힘든 주제같네요^^;;;

cyrus 2021-01-21 07:27   좋아요 0 | URL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사람 인생은 알 수 없으니(연애와 결혼에 대한 약간의 희망을 가진다면)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