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움베르토 에코의 《미의 역사》(열린책들, 2005)을 읽다가 사진을 소개하는 내용에 오류를 발견했다. 오류가 있는 장수는 21쪽이다. 책 초반부에 시기별로 비너스를 그린 그림들이 정렬된 비교표 중에 프란체스코 델 코사의 「4월」과 파올로 우첼로의 「성 조르조와 용」이라는 두 점의 그림 제목이 서로 뒤바뀐 채 소개되었다. 왼쪽 그림을 잘 살펴보면 여인 앞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는 괴물의 뒷다리가 보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첼로의 그림에 나오는 용의 뒷다리다.

 

 

 

 

 

파올로 우첼로  「성 조르조와 용」 1456년 

 

 

성 조르조는 영어로는 ‘성 조지’(St. George)로 알려졌으며 라틴어로 ‘성 게오르기우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 조지는 기독교 성인으로, 서양미술에서는 용을 무찌르는 백마 탄 기사의 모습으로 많이 그려진다. 우첼로의 그림도 성 조지의 전설 중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그린 것이다.

 

 

 

 

 

 

 

 

 

 

 

 

 

 

 

 

 

호수가 있는 시레나라는 작은 도시에 무시무시한 용이 살았다. 처음에 용은 도시 사람들이 제물로 바치는 두 마리의 양을 잡아먹고 살았으나 잔인한 욕심은 멈출 줄 몰랐다. 도시에 있는 모든 양이 줄어들자 젊은 사람들은 용의 제물이 되었다. 용에게 바칠 젊은 사람이 줄어들게 되자, 하는 수없이 시레나를 다스리는 왕의 외동딸인 공주도 용의 제물이 되어야 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말을 타고 온 기사가 나타나 용을 무찌르겠다고 나섰는데 그가 바로 성 조지였다. 용감한 성 조지는 기다란 창으로 일격에 용의 급소를 찌르는 데 성공했다. 그런 다음에 공주의 허리띠로 용을 묶어버렸다. 포악한 용은 힘이 쭉 빠진 짐승으로 변했다. 성 조지는 생포한 용과 공주를 시레나로 데려오면서 도시 사람들을 안심시켰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개종하라고 명령했다. 모든 사람이 기독교로 개종한 것을 확인한 성 조지는 단칼에 용의 머리를 베었고 시레나를 떠났다.

 

성 조지 전설은 중세 시대에 유행한 영웅 전설로 알려지게 된다. 원래 게오르기우스는 ‘신성한 전사’, ‘땅을 경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는데, 이 전설로 인해 성 조지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악에 대한 기독교의 승리를 상징하는 ‘신성한 전사’가 된다. 반면에 용은 기사들이 퇴치해야 할 적(악, 적그리스도)으로 간주한다. 후에 기독교에서 악마를 일컫는 말 중의 하나로 용을 칭하여 악의 화신으로 쓰이게 된다. 천사장 미카엘은 용과 싸우고, 중세의 기사들은 어둠의 기운인 그와 맞섰다고 표현했다. 용의 피를 바르면 불사의 힘을 얻고, 비늘로 갑옷을 만들면 어떠한 창과 검으로도 뚫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야기에 따라 불멸을 향한 인간의 사악한 의지를 용으로 묘사할 때도 있다.

 

 

 

 

 

 

 

 

 

 

 

 

 

 

용에 대한 신비는 종종 문학작품에도 등장한다. 주로 판타지 작품 속에서 나타나 인간과는 애증의 관계로 묘사된다. 우첼로의 그림에 나오는 용의 모습은 흡사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재버워키(Jabberwocky)와 흡사하다.

 

 

 

 

 

실제로 테니얼의 재버워키가 처음으로 공개되었을 때 우첼로의 그림에 나오는 용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이 있었다. 재버워키가 등장하는 난센스 시는 캐럴이 직접 조합하거나 새롭게 만든 무의미한 단어들로 구성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기사가 재버워키를 무찌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테니얼의 재버워키 삽화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제일 첫 장에 실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캐럴은 그로테스크한 재버워키가 끔찍하게 느껴졌고, 어린이들이 보는 동화의 첫 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캐럴은 서른 명의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재버워키 삽화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캐럴은 어머니들에게 세 가지 제안을 제시하여 제일 나은 방법을 고르도록 했다. 첫 번째 제안은 재버워키 삽화를 첫 장에 싣는 것, 두 번째 제안은 재버워키 삽화를 적당한 자리에 옮기고 첫 장에 새로운 삽화를 넣는 것, 마지막 대안은 재버워키 삽화를 삭제하는 것. 여론조사 결과 어머니들은 두 번째 대안을 선택했고, 지금의 편집 방식으로 결정했다. 재버워키 삽화와 난센스 시는 이야기 중반부로 옮겼고, 대신 첫 장에는 말을 탄 하얀 기사가 그려진 삽화가 실렸다.

 

 

 

 

 

재버워키는 생긴 건 흉측해도, 이상한 난센스 시 때문에 전혀 무섭지 않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Jabberwocky는 영어사전에 등재되어 ‘무의미한 말’로 쓰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팀 버튼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재버워키는 의미있는 존재로 등장한다. 앨리스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끝판왕’이 된다. 앨리스는 여전사가 되어 이상한 나라의 질서를 해치는 재버워키를 무찌른다. 원작을 바탕으로 내러티브를 이끌어 내면서도 최대한 답습하지 않고 그 이야기 특유의 재미를 살려 새로운 앨리스를 만들고 싶었던 팀 버튼의 의도는 좋았으나 여전사 앨리스가 재비워키를 물리치는 결말은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기사가 앨리스로 바뀌었을 뿐이지 선이 악을 물리쳐 승리하는 중세 영웅담 내러티브를 답습하고 있다. 이처럼 용과 맞서 싸웠던 용사들의 이름은 잊혀도 이야기는 다양하게 변주되어 살아남는다. 방랑하는 성 조지가 떠나간 자리에 (뜬금없지만) 여전사 앨리스가 등장하여 새로운 영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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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2-12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 역시 ㅎ 잘못된 그림두 알아보시는 센스! 그시절에도 여론조사가 있었다는것두 신기하구요 ㅎ

cyrus 2015-02-13 09:30   좋아요 0 | URL
앨리스 이야기 탄생 과정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뒷이야기가 많습니다. 원래 앨리스의 실제 모델이 작가가 좋아했던 동명의 소녀이기도 합니다. ^^
 

 

 

 

 

 

 

 

 

 

 

 

 

 

 

 

 

 

《아라비안나이트》는 페르시아의 왕 샤리아르와 그의 동생 타타르의 왕 샤 자만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앙투안 갈랑 판본을 번역한 《천일야화》에서는 형은 샤리아, 동생은 샤즈난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여기서는 프랜시스 버턴 판본을 번역한 동서문화사의 《아라비안나이트》의 표기명을 따르겠다) 샤리아르와 샤 자만은 가장 불행한 형제로 나온다. 둘 다 아내의 부정을 목격한다. 가장 먼저 아내의 부정에 충격을 받은 사람이 동생이다. 그런데 《아라비안나이트》의 초반부터 아이들이 봐서는 안 될 장면이 나온다.

 

샤 자만은 형을 만나려고 잠시 궁을 떠난 사이에 왕비와 신하가 벌거벗은 상태로 한 침대에 있는 것을 목격하고 그 자리에 바로 살해한다. 샤 자만은 다시 형의 나라로 가서 왕비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으려고 해보지만, 우울 증세가 심각했다. 푸짐한 진수성찬 앞에서도 술과 음식을 거부하고 얼굴에는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형은 우울한 동생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사냥을 제안하지만, 동생은 혼자 있고 싶은 마음에 궁에 남는다. 그런데 동생은 우연히 후궁과 노예 들로 구성된 집단 성교를 목격한다. 놀랍게도 그 충격적인 현장에 형의 아내인 왕비가 있었다. 동생은 자신처럼 불행한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우울증에서 벗어난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동생이 의아하게 여긴 형은 그 이유를 알려달라고 하자 동생은 자신이 목격한 왕비의 성교 파티를 밝힌다. 두 사람은 그 비밀의 장면을 목격하기 위해서 일부러 사냥하러 간 척 궁을 떠난 뒤에 다시 몰래 돌아온다. 형은 자신 몰래 일삼은 아내의 불륜에 분노를 일으키게 되고, 성교 파티에 나온 후궁과 노예, 그리고 왕비까지 살해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형 샤리아르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여성을 향한 그릇된 인식을 하게 된다. 매일 신혼을 치르고 신부를 죽이는 일을 반복한다. 왕의 광기를 막기 위해서 등장한 처녀 신부가 바로 셰에라자드다. 아동용 《아라비안나이트》는 샤 자만이 목격한 집단 성교 장면이 삭제된다. 내가 기억하기에는 아동용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온 샤리아르는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는 선량한 왕이었다. 왕이 영리한 신부 셰에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지는 훈훈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성인용 원전이 아동용으로 바꾸면, 이야기의 시작과 등장인물의 성격이 확 달라진다.

 

야한 장면이 삭제된 갈랑 판본도 이 집단 성교 장면이 나온다. 그렇지만 표현 수위가 생각보다 세지 않다. 그 문제의 집단 성교 장면을 갈랑은 어떻게 묘사했는지 보도록 하자.

 

 

술탄(샤리아르/샤리아)의 궁에 은밀하게 나 있는 문 하나가 갑자기 열리더니, 거기서 스무 명의 여인들이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중에는 다른 여인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술탄의 부인, 즉 왕비가 있었다. 왕비는 타타르 국왕(샤 자만/샤즈난)도 술탄과 함께 사냥을 떠났다고 생각하고는 다른 여인들과 함께 그가 앉아 있는 창문 아래까지 걸어왔다. 호기심에 사로잡힌 샤즈난은 자신의 모습은 드러내지 않은 채 모든 걸 지켜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왕비를 수행하는 여인들은 그때까지 자신들을 가두고 있던 모든 굴레를 벗어 버리려는 듯 우선 너울 아래 가려져 있던 얼굴을 드러낸 다음, 거추장스러운 긴 드레스를 훌훌 벗어 던져 아슬아슬한 속옷만을 걸친 알몸이 되었다. 이어 더욱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모두가 여인인 줄 알았던 스무 명 중에서 열 명은 여장한 흑인 남자들이었는데, 그들이 각기 여인 한 명씩을 품에 안고 희롱하기 시작했다. 왕비도 홀로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가 손뼉을 치면서 <마수드! 마수드!>라고 외치자, 다른 검둥이 하나가 즉시 나무 위에서 내려오더니 신이 나서 그녀의 품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앙투안 갈랑 《천일야화 1》 중에서, 19~20쪽)

 

 

화자(갈랑)는 집단 성교 장면을 반드시 묘사할 필요가 없는 장면이라고 언급하면서 두루뭉술 넘어간다. 반면 버턴은 문제의 장면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버턴 판본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야한 장면은 ‘버턴의 아라비안나이트는 성인용’이라는 불멸의 이미지를 단번에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버턴의 묘사를 인용해본다. 갈랑의 묘사와 한 번 비교해보시라.

 

 

굳게 닫혀 있던 왕궁 뒷문이 활짝 열리더니 여자노예 20명에게 둘러싸인 아름다운 왕비가 나타난 것이다. 보기 드문 미인으로, 균형잡힌 몸매와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한 몸짓은 마치 사랑의 화신 같았다. 왕비는 시원한 물을 찾는 영양처럼 단아하게 걸어 나왔다.

 

샤 자만은 창가에서 물러나 저쪽에서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여자들을 몰래 내려다보았다. 여자들은 창문 바로 아래를 지나 조금 더 나아가서 화원으로 들어가더니, 이윽고 커다란 연못 가운데 만들어진 분수가로 가서 모두 옷을 훌훌 벗어던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10명은 후궁들이고 10명은 백인 노예들이었다. 이윽고 그들은 둘씩 짝지어 흩어졌다. 한편 혼자 남은 왕비는 큰 소리로 쳤다. “이리 와요, 사이드 님!”

 

그러자 숲 속 한 그루 나무 위에서 거대한 몸집의 검둥이 하나가 눈알을 뒤룩거리고 침을 흘리면서 사뿐히 내려왔다. 백인이 보기에는 참으로 흉측스러운 모습이었다. 검둥이는 대담하게도 왕비 앞으로 다가가서 두 팔을 벌려 왕비의 목을 끌어안았다. 왕비도 검둥이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왕비도 검둥이의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검둥이는 거칠게 왕비와 입을 맞추고는 마치 단춧구멍에 단추를 채우듯 두 다리를 상대의 다리에 걸고 그 자리에 자빠뜨린 다음 여자를 즐기는 것이었다.

 

다른 노예들은 그것을 보고 저마다 음욕을 채우기 시작했다. 입을 맞추고 포옹하고 서로 교접하면서 농탕치기를 그칠 줄 몰랐다.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노예들은 여자들 몸에서 떨어졌고 검둥이도 왕비의 가슴에서 몸을 일으켰다. 노예들은 다시 여장을 한 뒤, 나무에 기어 올라간 흑인을 제외하고 모두 왕궁으로 들어가 본디대로 뒷문을 닫았다.

 

 

(버턴 《아라비안나이트 1》 중에서, 39쪽)

 

 

원전에 있는 야한 장면을 버턴은 좀 더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왕비의 모습을 농염하면서도 음란한 여성으로 그렸고, 음란한 욕망을 마음껏 분출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실감 나게 연출했다. 여기에 벌거벗은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장면의 삽화까지 나온다. 동서문화사의 《아라비안나이트》는 버턴의 주석까지 번역했는데 버턴은 주석을 통해 아랍 문화와 풍속을 유럽 독자들에게 상세하게 전달하도록 노력했다. 그렇지만 주관적인 편견을 바탕으로 서술한 기록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집단 성교 장면에 대한 버턴의 주석이 재미있다. 버턴은 음탕한 여자들은 흑인의 커다란 음경을 좋아한다고 썼다. 자신이 직접 확인한 어느 흑인의 음경의 크기를 자세하게 언급하면서까지 말이다. 사실 인종으로 음경의 길이는 흑인이 가장 큰 것은 맞다. 그런데 아랍 여성을 음란성에 초점을 맞춰 언급하는 대목이 불편하다. 주석에 맞지 않은 내용이다. 버턴은 왜 흑인 음경의 크기를 좋아하는 음란한 여성을 주석에 언급하는 것일까? 독자들을 자극할만한 야한 내용을 주석에 쓸 필요가 있었을까? 이 질문과 관련된 해답은 찾는다면 《아라비안나이트》가 야한 민담의 대명사가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장 레옹 제롬  「하렘의 테라스」 1886년

 

 

버턴이 《아라비안나이트》를 번역했던 당시 상황이라면 자연스러운 내용이다. 버턴이 활동했던 19세기 말 유럽은 오리엔탈리즘 문화의 전성기라 할 수 있다. 궁전 안에 비밀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왕비와 후궁들의 집단 성교는 남자들의 금단 장소인 하렘(harem)을 향한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을 단번에 모을 수 있는 인기 있는 장면이다. 하렘은 원래 후궁, 처첩만 기거하는 규방이었으나 오리엔탈리즘 문화와 만나면서 성적 판타지가 피어오르는 에로티시즘의 장소로 알려지게 된다. 동양 문화에 대한 유럽인의 관심에 맞물려 최대 수혜를 입은 문학작품이 바로 《아라비안나이트》다. 유럽인이 동경하고 선호하는 동양의 모습은 신비로우면서도 관능적이다.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는 야한 장면에서 이국적 섹슈얼리티에 매력을 느끼는 유럽의 욕망을 날것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버턴의 눈으로 본 《아라비안나이트》에 ‘서양’이라는 오만한 불순물이 섞여 있다. 이 문화적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이상, 이슬람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려고 버턴의 주석을 꼼꼼하게 읽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동서문화사 《아라비안나이트》에 이슬람 문화에 생소해서 혼동하기 쉬운 독자들을 위해 역자의 주석을 첨가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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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2-12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그가 보이네요...

cyrus 2015-02-12 10:37   좋아요 1 | URL
혹시 `그`가 버턴을 말하는 건가요? 제가 생각한 것이 맞다면 그럴 수도 있겠어요.

cyrus 2015-02-12 17:48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착각했어요. 맞아요. 남자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을 참고 견디기 힘들죠.. ^^;;

붉은돼지 2015-02-1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를 누르니 `좋아요 처리중입니다`이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이건 뭐지? 어쨋든 잘 처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호호호....잘 처리해 주세요..

cyrus 2015-02-12 10:38   좋아요 0 | URL
잘 처리된 것 같은데요. ㅎㅎㅎ

나와같다면 2015-02-12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말한 `그`는 샤리아르 와 샤 자만이요....
 
비밀의 정원 - 안티 - 스트레스 컬러링북 조해너 배스포드 컬러링북
조해너 배스포드 지음 / 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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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북을 좋아하는 이웃님들에게 이 졸문을 보냅니다. 

 

 

 

 


“화원이 그리는 것은 자신의 꿈과 욕망과 희로애락일 것입니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나온 신윤복의 대사입니다. 이 드라마의 원작자는 조선 시대 화가 신윤복을 남장여자로 설정했습니다. 여자로 살고 싶은 신윤복의 꿈과 욕망이 ‘미인도’라는 그림 속의 매혹적인 여성으로 표현했다고 해석했습니다. 비록 원작자의 상상력에 의한 설정이지만 드라마 속 신윤복의 대사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화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함으로써 스트레스나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니까요. 말로 표현하지 못한 속마음을 그림을 통해 나타내면서 안정을 얻고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하는 것이죠. 비단 화가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도 그림을 통해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원리에 착안해 응용한 것이 바로 미술치료입니다.

 

미술치료는 창작하는 활동을 통해 마음의 고통이나 정서 불안을 진단하거나 해소하도록 돕습니다. 미술치료를 함께 진행하면 의학적 치료의 효과를 높이거나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의술이 닿지 않는 곳을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국내에선 의학적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속마음을 표현하면서 심리적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치료효과는 과학적으로 정확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현대인들은 정신적인 안정에 큰 비중을 두려고 합니다. 게다가 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도 너무나도 많습니다. 무언가로 인해 자주 어디가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 좋아 병원에서 진찰을 받으면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 하는데’라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면 미술치료 전문가들의 일은 많아질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미술치료를 받으려고 집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졌어요. 집 안에서 직접 혼자서 미술치료를 할 수 있으니까요.

 

작년 후반기에 서점가를 강타하기 시작했던 ‘안티 스트레스 컬러링북’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우리들의 지친 마음을 구원하는 책이 되었죠. 촘촘하게 엮인 풀과 나무, 앙증맞은 꽃잎들. 글자와 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섬세한 선들로 이어진, 복잡한 무늬의 일러스트로 채워진 책이 히트 상품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컬러링북 색칠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색칠을 해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색칠놀이 인기는 올해도 여전합니다. 조해너 배스포드의《비밀의 정원》의 인기와 함께 ‘아트 테라피’라는 이름이 붙여진 유사 컬러링북들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동식물 패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풍경, 문양, 패션 일러스트 등 정말 예쁜 일러스트들이 색칠하기 놀이에 푹 빠진 독자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컬러링북에 알록달록하게 색칠한 그림들을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에 공개합니다. 저는 처음에 컬러링북 열풍을 지켜보면서 어렸을 때 많이 하던 색칠놀이를 다 큰 어른들이 열광하는지 이유를 몰랐어요. 몇 달 전에 동생이 《비밀의 정원》을 사달라고 졸라댔습니다. 제가 읽고 싶은 책 한 권 살 돈도 없는 형편인데 하는 수없이 몇 달 동안 차곡차곡 모아놓은 알라딘 적립금을 동생을 위해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동생은 퇴근하다가 집에 오면 색칠하기에 몰두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마치 한창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 모습이 떠올렸어요. 제 동생도 화가가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색칠놀이에 푹 빠진 어른이 한순간에 아이가 되는 신기한 효과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색칠하는 동생을 보면서 왜 어른들이 색칠놀이를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속 신윤복의 대사를 빌려 표현하자면 컬러링북에 색칠하는 것은 희로애락 그 자체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종이 한 구석에 낙서하거나 아무 뜻도 없는 그림을 그리곤 합니다. 누구에게도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에 숨겨 놓은 여러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화가 나는 순간, 하얀 도화지나 스케치북에 크레파스 색깔을 아무거나 골라서 색칠을 하면 분이 풀릴 때가 있을 겁니다. 우리는 화가처럼 그림 그리는 솜씨가 없더라도 내 마음대로 그리고 싶거나 색칠하고 싶은 것을 종이 위에 펼쳐놓으면 우리의 의식과 상관없이 스트레스와 긴장이 풀립니다. 약이나 주사로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그리기나 색칠하기를 통해서 스스로 마음의 병을 고치는 역동적인 방법인 거죠. 특히 컬러링북이 새로운 미술치료로 주목받고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기존의 미술치료 방식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통 미술치료를 실시하면 검사자의 지시대로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반면 컬러링북은 간단하게 색칠할 재료만 있으면 됩니다. 원하는 색깔을 골라 느긋하게 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무조건 색칠을 한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까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컬러링북을 친숙한 미술치료의 한 방법으로 장점을 열거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멈출 줄 모르는 컬러링북 열풍이 조금은 염려스럽게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하게, 느긋하게 색칠하면 집중력을 높여서 잡생각을 잊히는 효과만 있을 뿐이지 정신건강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으니까요. 컬러링북 열풍이 계속 이어진다면 출판사들은 컬러링북 출판에 열을 올리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는 식으로 홍보한다면 누구도 컬러링북을 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친척, 내 주변의 사람들이 컬러링북 한 권 사서 색칠놀이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 그 유행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요. 컬러링북은 마음의 병을 고쳐주는 가장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치료제가 아닙니다. 미술치료 전문가들은 지속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우울증세가 심하거나 정신분열증 환자가 컬러링북에 색칠을 하게 되면 강박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색칠이 완료된 컬러링북 그림을 보면 한 점의 예술작품처럼 아름답습니다. 스스로 완성된 그림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생깁니다. 그렇지만 칠하기 전에 절대로 잊어선 안 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색칠하기. 형형색색으로 이루어진 멋진 그림을 원한다면 안티 스트레스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컬러링북은 아름답게, 보지 좋게 색칠하라고 만든 것이 아닙니다. 색칠을 통해 아름다운 그림으로 완성하는 것도 좋지만, 누구한테 잘 보이려는 듯한 마음이 앞선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남들이 올린 완성된 컬러링북을 보면 ‘나도 저렇게 멋지게 색칠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색칠을 하다 보면 색연필을 쥔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고, 어떤 색깔로 칠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나도 모르게 잡생각의 늪에 빠져 버리기 시작하는 거죠.

 

《비밀의 정원》과 같은 컬러링북은 많은 분에게 사랑을 받았기에 올해의 책 1위로 선정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좋은 책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컬러링북이 일시적 열풍에만 기대는 상황이 걱정됩니다. 우리 일상이 얼마나 각박하고 지쳤으면 어른들이 단순한 색칠놀이에 위안을 얻으려고 할까요? 한편으론 애잔한 마음이 듭니다. 한때 암울한 우리 사회의 정곡을 찌르면서 등장했던 캐치프레이즈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드디어 한물갔는가 싶었는데 ‘아프니까 색칠한다’라는 변형된 힐링 캐치프레이즈가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마음이 아프다고 해서 계속 색연필을 손에만 쥐고 있을 겁니까? 색칠놀이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마십시오. 당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또 다른 치료제는 밖으로 나가서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여러 권 색칠한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질 거라고 믿지 마십시오. 당신은 플라시보 효과(환자를 안심시켜주는 가짜 약)를 내세운 출판사의 홍보를 너무 믿고 있습니다. 컬러링북을 사는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여러분들이 컬러링북을 좋아할수록 출판사들의 돈독은 오릅니다.

 

색칠놀이를 좋아하는 독자가 많아졌으니 컬러링북을 만드는 출판사는 앞으로 ‘안티 스트레스’ 같은 얄팍한 홍보 문구와 수식어를 빼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홍보 문구 때문에 수천만 어른들의 마음에 일부러 그늘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스트레스에 어느 정도 내성이 강한 어른들도 ‘안티 스트레스’ 홍보를 의심하지 않고 지갑을 엽니다.

 

색칠하고 싶은 마음에 이끌려 컬러링북을 샀거나 살 예정인 분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과연 나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색칠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사람들이 색칠하는 것을 따라하고 싶은지 말입니다. 후자가 많을수록 컬러링북 열풍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당신은 아직 칠하지 않는 일러스트가 많이 남았는데도 이번에 새로 나온 컬러링북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듭니까? 색칠을 많이 할수록 마음이 편안해서 벌써 몇 권의 컬러링북을 고르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색칠해야 하는 이 사소한 행위만으로 당신의 칙칙한 마음을 화려한 색깔로 완벽하게 덧칠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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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2-1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래서 너는 이걸 직접 색칠해 봤단 말야?
뭘로 했니? 색년필? 싸인펜? 이걸 하려면 어쨌든 그런 게 필요하잖아.
성격상 앉아서 꼼꼼하게 뭘 잘 해내는 것도 아니고.
그 보다 난 십자수 같은 건 해 보고 싶더라.
머리 쓰는 사람일수록 단순한 걸 하라잖아.
십자수 잘만하면 액자에 넣어 벽을 장식할 수도 있고 부업도 가능한가 보던데.

참, 최근에 남자들도 뜨개질 한다더라.
미국의 유명한 배우들 그거 하고 앉아 있던데
웃기기도 하고 참해 보이기도 하고. 어쨌든 나쁘진 않아보이더라.
너도 뜨개질 도전할 생각없니?ㅋ

cyrus 2015-02-11 10:34   좋아요 0 | URL
저는 컬러링북 색칠 한 번도 안 했어요. 동생꺼만 한 권 샀어요. 십자수면 집중력 높이면서 잡생각 잊을 수 있는데 좋은 거 같아요. 제가 손재주가 없어서 뜨개질을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5-02-10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컬러링북이 그런 거군요. 전 그냥 알록달록 화보집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은근 구미가 당기느데요...

cyrus 2015-02-11 10:35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화려한 색상이 있는 그림책인 줄 알았어요. ㅎㅎㅎ

해피북 2015-02-10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한 권 샀었거든요 명화북 이였는데 막상 받아보니 명화 옆 빈 그림이 덩그라니 있는데 은근 압박감이 생기더라구요 결국 엄마드리고 말았답니다 ㅋ이것도 은근 자신감도 필요하구 말씀처럼 되려 스트레스도 생기겠더라구요^~^

[그장소] 2015-02-10 23:10   좋아요 0 | URL
저는 그래서 선택하게되더라는..어차피 모작.
누가봐도 망친그림..어떠냐..이미 없는 화가랑 대결할 것도 아니고 비교자체도 되지않는 수준임에 틀림없을테니..마음껏 망쳐 보자..
그런 심보가 발동하던데요..ㅎㅎㅎ 못됐나요?

해피북 2015-02-10 23:21   좋아요 1 | URL
못됐긴요 ㅎ 저는 혼자 하는거지만 중간에 포기할게 눈에보여서 그럴바엔 엄마드리는게 좋겠다 했어요 저희엄마가 이런거 되게 좋아하시거든요 십자수도 좋아하시구요 ㅎ

cyrus 2015-02-11 10:37   좋아요 0 | URL
한 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색칠을 다 했으면 컬러링북을 또 살 필요가 없고요. 색칠을 많이 하면 손목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답니다. 적당히 하는 게 좋습니다. ^^

cyrus 2015-02-11 10:40   좋아요 1 | URL
To. 그장소님 / 못됐긴요 ㅎ (2) 컬러링북을 그런 마음으로 색칠하면 금방 스트레스 풀릴 겁니다. ^^

[그장소] 2015-02-10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서점에 갔었어요.품절서중 혹 구할수있는책이 있을까.싶어서..허탕을치고
시집을 잔뜩..그러모아...나오다..봤죠.
아..아이한테 하나 사줄까..나도 하나 하고..우리둘다 요즘 정서안정 필요한데...
하다..다음에 직접 골르라고 해야겠다~
하고..제것도 골라달라 하고 말이죠..
그래서 결론은 시집만..제 집으로 덜렁 시집을왔네요..

cyrus 2015-02-11 10:42   좋아요 1 | URL
며칠 전에 인터넷 뉴스로 본 내용인데요, 하루에 6분만 책 읽어도 스트레스 풀리는 효과가 있대요. 저는 시집이 잡생각을 잊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

[그장소] 2015-02-11 10:50   좋아요 1 | URL
cyrus님 정성껏 답글을..^^ 좋아요 만 누르고 갈수 없겠네요..감사해요.
이럴때 기뻐요. 열심인걸 볼때요..
ㅎㅎㅎ근데..시집의 경우는 오히려 생각이 많아져요. 그래서 잡생각이 잊혀진다는 거라면 그럴수도...있겠네요..소설처럼 아..끝났다..독서록 쓰고...마무리..이게 안되는게..시 같아요. 시는 또 시를 낳는다..고 봐요.ㅎㅎㅎ 한없이..반복이죠.

cyrus 2015-02-11 11:09   좋아요 1 | URL
사람들마다 책의 주제에 따라 느낌이 다를거예요. 어떤 분은 소설을 읽으면 카타르시스가 느끼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또 어떤 분은 그림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낄테니까요. ^^

나와같다면 2015-02-10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글자를 읽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힘들때... 생각을 누르기 위해...
색칠을 했던 적이 있어요...

cyrus 2015-02-11 10:50   좋아요 1 | URL
색칠하기와 그림 그리기는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효과가 있어요. 나와같다면님도 색칠을 하면 마음이 진정될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컬러링북의 단점을 짚었지만 그렇다고 순기능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장소] 2015-02-1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지위에 줄을긋는 심정...알죠... 같은 건지 모르지만..^^

나와같다면 2015-02-11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그 심정 맞아요...

새아의서재 2015-02-11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런 책들이 치유의 방식이라긴 보단 일종의 유행이라는 생각. 그러니까 뇌를 잠깐 마비시키는. 너희들은 닥치고 이거나 칠해, 라는 국가적 차원의 대대적 홍보쯤이라는. 그래서 사실 저걸 색칠하는 게 이해가 안가요. 죄송하지만. ...

[그장소] 2015-02-11 01:06   좋아요 0 | URL
오..저, 이런 말이 실례가될지 몰라도...저더러 상당히 음모론 비약하는거 아니냐 하는 말을 가끔 들어요.. 그랬다.는게 아니라..그런데도 알게 뭐냐..우리가..이런 식의 얘기가 ㅎㅎㅎ너무 소설많이 봤어..하는 식의 얘길 듣는 거죠. 그래서인지..저는 달걀부인님 그런 생각 싫지 않아요.^^

새아의서재 2015-02-11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직설적으로 말하면 ...저도 그림그리는거 좋아하고 그게 치유의 역할을 하는건 인정해요. 하지만 예술이 사회문제를 직시하게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인문학이 무슨 구원의 학문처럼 되어버린 이런 분위기도 사실 좀 그런거죠. 사회과학서. 현실의 문제를 직시할 책들과 담론들에 눈과 귀를 귀울여야한다고 봐요. 그런면에서 저런 노가다색칠공부는 오히려눈과귀를 막는거죠. 사실 저거 색칠해놓고 여기다 올리는 사람들..한심해요. 직설적인 말이라해도 어쩔수없어요

cyrus 2015-02-11 14:34   좋아요 0 | URL
제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주셨군요. 공감합니다. 컬러링북 열풍에서 예전 힐링 열풍의 그림자가 보였어요. 최근에 컬러링북 효과에 의문을 표하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데 컬러링북 열풍을 강조하는 기사가 많아서 그런지 비판적 내용의 기사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장소] 2015-02-1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핫~ 저 역시 한심한 책이나보고 시간이나 보내는 한량이니..두손 두발 다 들고 백기 들어요!^^ 옳습니다. 도움 안되죠.
저만 좋을뿐...아..이 시간이 뭔가가 되는 날이 문학이 사람을 ...감히..! 그리되는건가요? ㅎㅎㅎ 이건 살짝 어긋나나요? 암튼...달걀부인님 돌직구 시원하게 받고 갑니다. 아닌척 못하니 이실직고하고 발뻗고 잘래요..ㅎㅎ

새아의서재 2015-02-11 14:30   좋아요 1 | URL
모든 경우를 다 그렇게 볼수 있는건 아니구요. 그런것들이 필요한경우도 있죠. 너무 직설적이었다면 죄송해요. 공격은 절대아니예요..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죄송 ^^;

[그장소] 2015-02-1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달걀부인님.실례는요..저는 이런 시원스런 말.좋아요. 앞에서 의혹없이 할 수있는 말...뒤에서 누구누구 못마땅...하네..땅땅땅..하며 못박는 것보다..앞에서 당당한게 훨씬 멋져요!공격으로 느끼지않았구요.
덕분에 저간의 분위기가 어떤 흐름인지..알게도 되고..좋았어요.제가 책만 파는 쪽이라 다른 쪽은막혀서 좀 늦는데..사회분위기는 또 한면은 그렇기도 하구나..하고 알았으니까요..감사했어요!^^

새아의서재 2015-02-11 16:00   좋아요 1 | URL
이렇게 밀씀해주셔서 저 역시 몸둘바를 ^^;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용..

[그장소] 2015-02-1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더불어 감사드립니다.(^-^)v (^-^)v
 

 

 

 

 

 

 

 

 

 

 

 

 

 

 

 

 

 

 

《아라비안나이트》, 이름을 아는 사람은 있어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읽고 듣고 본 옛이야기이기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영화, 만화, 어린이용 동화 등 다양한 형태의 텍스트로 변용돼 이야기의 원형이 덜 알려져 있다. 축약된 어린이용 동화가 아닌 완전한 형태의 이야기를 읽으려면 앙투안 갈랑 판본과 리처드 버턴 판본을 같이 읽어보는 것이 좋다.

 

앙투안 갈랑 판본은 유럽 최초로 소개된 《아라비안나이트》 번역본이다. 1704~1717년 프랑스에서 간행되었다. 갈랑은 시리아 필사본을 기본 텍스트로 삼았으나, 유럽 독자들을 고려해 적절히 번안했다. 갈랑 판본이 유럽 전역에 큰 인기를 끌게 되자 본격적으로 다양한 《아라비안나이트》 번역본들이 나왔다. 《아라비안나이트》 번역 대열에 합류한 판본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리처드 버턴 판본(1885년)이다. 리처드 버턴 판본이 더 많이 알려진 이유는 이전의 갈랑 판본에서 볼 수 없는 노골적인 성(性) 묘사 때문이다. 이국적인 섹슈얼리티가 가득한 버턴 판본은 당시 유럽의 문화적 유행이었던 왜곡된 오리엔탈리즘과 맞물려 대중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 속 야한 장면은 버턴 판본의 원형을 축소하는 약점이 되었다. 버턴이 사망한 후, 《아라비안나이트》의 섹슈얼리티를 싫어한 버턴의 부인은 야한 장면을 뺀 삭제판을 펴내기도 했다. 그 후로 《아라비안나이트》는 어린이 독자를 위한 동화로 탈바꿈했고 오늘날에 야한 장면이 삭제된 건전한 이야기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아라비안나이트》는 완역본은 있어도 ‘정본’은 없다. 그러니까 갈랑 판본과 버턴 판본 중에《아라비안나이트》 정본을 고를 수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갈랑은 고상한 유럽 독자를 위해 야하고 잔인한 장면을 삭제했고, 시리아 필사본에 없는 민담을 추가했다. 사실 갈랑이 참고한 시리아 필사본은 《아라비안나이트》 원형에 가깝다고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아라비안나이트》의 원본에 가까운 텍스트는 아직까지 발견된 적이 없다. 오래전부터 구전되거나 필사본으로 전해지던 민담들을 아우르며 집대성된 것인만큼, 사실 원전이라는 의미 자체가 무의미하다.

 

버턴은 《아라비안나이트》 머리말에서 갈랑 판본이 동양의 원전을 올바르게 전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의 판본이야말로 동양의 위대한 전설을 충실히 전했다고 썼다. 그러나 버턴 판본도 비판적인 평가를 피하지 못한다. 버턴은 《아라비안나이트》의 번역가 이전에 아랍어에 능통하고 무슬림의 성지 메카를 직접 참배한 경험이 있는 탐험가이다. 버턴 판본은 쿠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슬람 문화를 주석을 붙이면서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풍문에 근거한 내용이 많다.

 

《아라비안나이트》를 ‘천일야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1001일 밤의 이야기를 의미하는데 《아라비안나이트》의 아랍어 원제가 ‘알프 라일라 와 라일라’(Alf Laylah wa Laylah), 즉우리말로 풀이하면 ‘천일의 밤과 하룻밤’이다. 일역본을 국내에 번역하면서부터 ‘천일야화’라는 말이 통상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갈랑 판본은 200일 분량의 내용을 담았고, 버턴 판본은 ‘알라딘과 마술 램프 이야기’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을 1001일 밤의 이야기에 제외하여 부록으로 소개했다. 갈랑 판본과 버턴 판본을 이야기 편집 과정에 큰 차이가 있다. 갈랑 판본에 없는 이야기가 버턴 판본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갈랑 판본과 버턴 판본에 나오는 ‘상인과 마신’ 이야기(동서문화사판 《아라비안나이트》 1권에 수록, ‘상인과 정령’이라는 제목으로 갈랑의 《천일야화》 1권에 수록) 속에 세 명의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갈랑 판본에서는 세 번째 노인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셰에라자드가 그 내용을 모른다고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천하의 셰에라자드가 이야기를 모를 수가 있다니. 다행히 셰에라자드는 바로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처형당하는 위기의 순간을 넘어갔다. 그밖에도 갈랑 판본에서 ‘어부와 마신’ 이야기(동서문화사판 《아라비안나이트》 1권에 수록, ‘어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갈랑의 《천일야화》 1권에 수록) 속에 나오는 작은 이야기 ‘신디바드 왕과 매 이야기’가 생략되어 있다. 버턴 판본은 갈랑 판본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가 더 많으므로 두 개의 판본을 같이 읽어봐야 한다. 무조건 한 쪽 판본만 읽으면 《아라비안나이트》 판본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게 되고, 자신이 읽은 판본이 《아라비안나이트》 원전으로 오해할 수 있다. 

 

 

 

 

 

 

 

 

 

 

 

 

 

 

 

 

 

 

절판본을 제외하고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번역본을 언급하자면 갈랑 판본은 열린책들(제목은 《천일야화》), 버턴 판본은 김병철 번역의 범우사판, 고정일 번역의 동서문화사판이 있다. 두 달 전부터 갈랑의 《천일야화》와 동서문화사판 《아라비안나이트》를 같이 읽고 있다. 그런데 막상 같이 읽으면 쉽지 않다. 꽤 많은 시간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아시다시피 《아라비안나이트》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와 같은 이야기 구조로 되어 있다. 하나의 큰 이야기가 시작되면 그 안에 작은 이야기가 나온다. 여자의 정조를 불신하여 하룻밤을 보내고 어김없이 죽이는 술탄의 폭정을 막기 위해서 셰에라자드는 이야기의 미궁을 만든다. 그 속에 술탄은 무한정 이어지는 이야기의 미로 속에 갇혀버렸다. 금세 끝나는가 싶다가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원무(圓舞)의 뱀처럼, 이어지고 이어진다. 하루 이틀 밤에 단락이 지어지는가 싶으면, 무려 100일 이상 밤을 이어지는 가장 긴 이야기도 있다. 「오마르 빈 알 누만 왕과 두 아들 샤르르칸과 자우 알 마칸 이야기」(45~145일째 밤)는 버턴 판본에만 있다. 현재까지 갈랑의 《천일야화》총 6권 중 3권까지 읽었는데 동서문화사판 《아라비안나이트》는 여전히 1권 절반을 넘게 읽었을 뿐 완독하지 못했다. 《아라비안나이트》에서 가장 긴 이야기의 미로라고 할 수 있는 「오마르 빈 알 누만 왕과 두 아들 샤르르칸과 자우 알 마칸 이야기」에 갇힌 상태다.

 

내가 아랍어 전공자가 아니라서 갈랑의 《천일야화》와 동서문화사판 《아라비안나이트》 번역에 대해서 논하지는 않겠다. 그래도 술술 잘 읽히는 번역은 갈랑의 《천일야화》다. 반면 동서문화사판 《아라비안나이트》는 갈랑의 《천일야화》에서 삭제된 시와 노랫말이 있어서 속도를 내서 읽기가 쉽다. 게다가 동서문화사판은 책이 큰데다가 활자가 작아서 장시간 읽을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야기의 힘에 이끌려 셰에라자드의 미로를 통과해야하는데,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하면 미로에 갇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라비안나이트》를 제대로 읽고 싶은 독자에게 버턴 판을 권하고 싶다. 특히 성인 남성 독자라면 당연히 야하고 잔인한 묘사가 넘치는 버턴 판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사실 생각보다 그렇게 야하지 않다. 정말로! 선정성을 제외한다면 버턴 판본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음란하다는 누명 때문에 《아라비안나이트》 속에 겹겹이 들어 있는 세상에 대한 통찰, 삶에 대한 진리를 보지 못한다. 버턴 판본을 외면하고, 읽지 않는다면 갈랑의 《천일야화》 6권짜리를 완독하더라도 그건 반쪽자리 《아라비안나이트》를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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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02-08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도서정가제 전에 갈랑판을 샀답니다. 버턴 판이 범우사 껄로 있는데 제법 야하던걸요 ㅎㅎ 앗 이 대목에서 웃는 거 맞나요? ^^;;6

cyrus 2015-02-09 21:07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아라비안나이트 원전을 읽으면 동심파괴라는 말이 딱 떠오르죠. ㅎㅎㅎ

만병통치약 2015-02-08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라비안 나이트가 ˝정본˝이 없다는건 오늘 알았네요^^ 성인본으로 잔인한게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야한 버전도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요 ^^

cyrus 2015-02-09 21:09   좋아요 0 | URL
저도 최근에 알았어요. 버턴이 일부러 원전에 야한 장면을 넣었다는 주장도 있어요. 야하고 잔인한 장면이 많습니다. 그래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

레삭매냐 2015-02-0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린책 버전으로 2권까지 읽다가,
출간이 더뎌서 그만 둔 기억이 나네요.

cyrus 2015-02-09 21:12   좋아요 0 | URL
열린책들 판본은 책 크기가 휴대하기 편하고, 가독성이 좋아서 빨리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간혹 읽다가 재미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냥 다른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

남희돌이 2015-02-09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는 숙원사업 중의 하나네요. 요런 건, 눈이 건강하고 팔팔할 때 읽어두었어야 했다는...후회가 들기도 해요.

cyrus 2015-02-09 21:14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5권 넘는 분량의 압박 때문에 처음은 읽기가 두렵지만, 시력 좋은 시절에 제대로 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삼국지도 읽어봐야 하는데... 읽을 책이 정말 많습니다. ^^;;
 

 

 

 

SF 문학, 환상문학, 추리문학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장르문학 도서는 바로 읽지 않더라도 일단 사고 보는 게 장땡이다. 장르문학 도서는 다른 분야의 책에 비해 수명이 짧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책은 독자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절판되는 안타까운 운명을 맞는다. 장르문학 도서를 구입하고 즐겨 읽는 독자층이 형성되어도 상업 출판사의 수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만큼 장르문학 도서는 장르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들만 찾는다. 절판본을 재출간해달라는 독자의 요청이 많아도 막상 그들이 구입한다는 가정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저조한 수익률이 나온다. 장르문학 도서를 펴내는 출판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책 한 권을 내면 비장해진다. 책을 더 찍고 싶어도 안 팔린다는 슬픈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수록 출판업자들은 장르문학의 가치를 폭넓은 연령층 독자들에게 알릴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책을 만들어도 재고를 남지 않는 방향으로 장르문학을 소개하는 타개책을 세우기도 한다. 마음껏 만들어서 덜 팔리더라도 재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 책, 그것이 바로 전자책이다. 종이책으로 단 한 번도 선보인 적이 없는 외국 장르문학 작품을 전자책으로 출간하는 출판사가 있다. 페가나북스는 1인 전자책 출판사로 주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미권과 일본의 고전 장르문학 작품을 출간하고 있다. 페가나북스가 지금까지 펴낸 전자책의 수는 많지 않지만, 그중에서 장르문학 팬덤이라면 눈여겨봐야 할 작품이 있다. 로드 던세이니의 환상문학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로드 던세이니는 아일랜드 귀족 가문 출생으로 1878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에드워드 존 모턴 드랙스 플렁킷(Edward John Moreton Drax Plunkett), 줄여서 에드워드 플렁킷이라고 하는데 남작 작위를 받은 뒤에 만들어진 필명인 로드 던세이니(우리말로 풀이하면 ‘던세이니 경’이다)가 널리 알려졌다. 부유한 삶을 살았던 던세이니는 꿈과 환상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오늘날에는 던세이니의 명성이 거의 잊혔지만, 그의 독특한 상상력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 환상적 리얼리즘의 대가 보르헤스 그리고 크툴루 신화를 만든 러브크래프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던세이니의 초창기 작품을 읽으면 한 편의 고대 전승 신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현대의 신화를 구축한 톨킨과 러브크래프트의 판타지 문학의 젖줄은 던세이니부터 시작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던세이니가 러브크래프트에게 끼친 문학적 영향을 살펴볼 수 있는 텍스트로는 에세이 《공포 문학의 매혹》(북스피어, 2012)이 있다. 사실 러브크래프트가 던세이니의 작품을 공포문학에 포함한 점에 대해선 동의하기는 어렵다. 러브크래트프 본인도 던세이니 작품의 핵심을 공포가 아닌 아름다움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판타지 문학에서 흔히 양대 산맥을 꼽으라면 톨킨과 러브크래프트가 거론된다. 톨킨의 판타지가 빛이라고 한다면, 러브크래프트의 판타지는 암흑이다. 그런데 이 빛과 어둠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판타지를 던세이니는 이미 성공했다.

 

로드 던세이니는 수정처럼 맑고 노래하는 듯한 산문을 창조하는 마법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로서, 다채로운 이국적 상상력으로 화려하고 나른한 세계를 창조하는 데 뛰어나다. (《공포 문학의 매혹》 중에서, 135쪽)


귀족 출신답게 던세이니의 문장은 이국적 정취가 느껴질 정도로 화려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 러브크래프트는 던세이니의 작품에 반해 그와 비슷한 표현력으로 습작을 했다. 여기까지가 던세이니라는 문학의 나무를 본 것이다. 이제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자. 던세이니가 창조한 거대한 세계는 켈트족 특유의 어둡고 음울한 세계관을 반영한다. 러브크래프는 빛과 어둠의 조화를 이루는 던세이니의 판타지에서 전통적인 코스믹 호러의 향취를 맡았다. 

 

 

 

 

 

 

 

 

 

 

 

 

 

 

 

 

러브크래트트가 맡은 코스믹 호러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던세이니의 작품으로는 처녀작이자 단편집 《페가나의 신들》(The Gods of Pegāna, 1905)이다. 이 소설은 페가나라는 태초의 세계와 그곳에 거주하는 신들에 관한 이야기가 단편 형식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나-유드-수샤이와 북 치는 스카르

 

 

 

페가나를 지배하는 최고의 신은 마나-유드-수샤이(Mana-Yood-Sushai)다. 신들의 우두머리이기도 하다. 마나-유드-수샤이는 영원히 잠들어 있는데 그가 깨어나면 페가나와 나머지 신들이 모조리 파괴되는 종말에 이른다. 새로운 세상과 신들을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마나-유드-수샤이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려면 스카르(Skarl)가 북치기를 멈추지 않으면 된다.

 

 

 

 

 

시간의 신 시쉬

 

 

페가나의 신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올륌포스의 신들처럼 각자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할이 있다. 죽음의 신 뭉(Mung), 시간의 신 시쉬(Sish), 바다의 신 슬리드(Slid), 환희와 음유시인의 신 림팜-통(Limpang-Tung) 등 수많은 신들이 나온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비교하면 던세이니의 신들은 대체로 정적이고 음울한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다. 《페가나의 신들》 삽화를 담당한 시드니 허버트 사임은 던세이니의 서정시풍 문장을 그림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던세이니는 페가나를 신들이 마음껏 향락을 누릴 수 있는 아르카디아처럼 묘사했다.

 

 

 

 

사람들은 죽어서 페가나로 올라와 신들과 함께 고통 없는 기쁨 속에서 살리라. 그리고 페가나는 산봉우리의 눈 덮인 곳에 있고 그 봉우리마다 신이 하나씩 있도다. (《페가나의 신들》 2권 중에서, 38쪽)

페가나에 깊이 들어가면 ‘중앙해’에서 신들이 끌어올린 은빛 분수가 있어, 물은 하늘높이 솟아올라 페가나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트레하고볼 위에서 반짝이는 안개로 변한 뒤, 페가나의 정상을 뒤덮고 마나-유드-수샤이의 침실을 커튼처럼 가려주느니라. (《페가나의 신들》 2권 중에서, 40쪽)

 

그렇지만 신들이 빚어낸 이 아름다운 세계도 언젠가는 무(無)로 향하게 되는 거대한 꿈일 뿐이다. 마나-유드-수샤이가 깨어나면 페가나의 신들은 무력하게 페가나가 멸망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이러한 허무주의적 세계관은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로 이어진다.

 

 

 

 

러브크래프트가 직접 그린 크툴루

 

 

러브크래프트의 판타지에 주로 언급되는 그레이트 올드원(Great Old Ones)은 초월적인 힘은 마나-유드-수샤이와 상당히 유사하다. 그레이드 올드원은 하나의 신만 지칭하는 것이 아닌 복수(複數)의 고대 신들이다. 세계를 주무르고 파괴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레이트 올드원의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크툴루다. 크툴루의 마력은 다른 그레이트 올드 원들의 보호해준다. 남태평양에 가라앉은 가공의 도시 리에(R'lyeh, 르리에라고 부르기도 한다)의 지배자로, 깨어남과 함께 세계에 재앙이 생긴다.

 

 

 

 

 

 

 

 

 

 

 

 

 

 

 

 

 

 

 

 

 

 

 

 

 

 

 

 

 

러브크래프트 마니아들에게 알려진 ‘크툴루 신화’는 러브크래프트 작품의 공저자인 어거스트 덜레스와 그 후대의 작가들의 손에서 나온 것이므로 러브크래프트가 생각했던 기존 크툴루의 묘사와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세상을 파괴하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닌 고대 신의 위엄은 《크툴루의 부름》(러브크래프트 전집 1권에 수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가공의 책 ‘네크로노미콘’의 2행으로 된 문장이 인용되는데 크툴루의 존재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것은 영원히 누워 있을 죽음이 아니며,
기이한 영겁 속에서 죽음은 죽음마저 소멸시킨다.

 

(《크툴루의 부름》 중에서, 158쪽)

 

러브크래프트 판타지에 입문하기 전에 로드 던세이니 판타지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두 작가의 판타지를 같이 읽거나 비교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페가나북스에서 번역한 던세이니의 단편집은 한 권당 1000원~2000원의 가격이니 던세이니 판타지로 향하는 입장료는 비싸지 않다.

 

 

 

 

 

 

 

 

 

 

 

 

 

 

 

 

 

 

 

 

 

 

 

 

 

 

 

 

 

 

 

 

 

 

 

 

 

 

 

 

 

 

 

*《페가나의 신들》(전 2권, 1905년 작)


*《시간과 신들》(Time and the Gods, 전 2권, 1906년 작, 《페가나의 신들》 속편)

*《웰러란의 검》(The Sword of Welleran and Other Stories, 1908년 작, 원본에 수록된 총 12편의 작품들 중 6편만 소개)


*《몽상가의 이야기》(A Dreamer's Tales, 1910년 작, 원본에 수록된 총 16편의 작품들 중 6편 수록,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18권 :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에 실린 일부 단편은 《A Dreamer's Tales》에서 뽑은 것인데 페가나북스 전자책과 겹치는 작품은  ‘검과 우상’과 ‘거지들’이다)

 

*《판의 죽음》(Fifty-One Tales, 1915년 작, 51편의 짤막한 이야기 중 26편만 수록)

 

 

 

 

 

 

던세이니의 단편소설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故 정태원이 번역한 단편 앤솔러지 《한밤의 지하철》(동승동, 1993 / 절판)이다. 소설 제목은 ‘두 병의 소오스’이다. 《세계 호러 걸작 베스트》(북타임, 2010)에 ‘계곡의 유령’이라는 소설이 수록되었다. 던세이니의 유일한 단편 선집(희곡 1편 수록)이 《바벨의 도서관 18권 :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바다출판사, 2011)이다. 최근에 나온 러브크래프트 전집 외전 6권에 던세이니의 작품으로 ‘노상강도’가 소개되었다.

 

던세이니는 장편소설도 많이 남겼는데 과연 종이책으로 국내에 선보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비록 뒤늦은 감은 있지만 환상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만큼 재평가가 되고 있는데 말이다. 던세이니 판타지도 러브크래프트 판타지처럼 일단 음울한 분위기에 허무주의적 세계관이 깔려 있다. 국내 독자들의 밝은 정서(?)를 생각한다면 너무 어두운 이야기는 잘 팔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장편소설을 선보인다고 해도 소수의 팬덤만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까 던세이니의 작품은 종이책으로 나오기에는 좀 애매한 입장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던세이니 판타지를 절대로 외면해선 안 된다. 특히 러브크래프트 마니아라면. 러브크래프트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크툴루 신화가 또 하나의 새로운 서브 컬처로 각광받을수록 던세이니 판타지 일부를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로 편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면 러브크래프트 판타지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해석이 될 수 있고 던세이니 판타지의 영향력이 잊힐 우려가 있다. 러브크래프트 판타지를 이해하기 전에 먼저 던세이니 판타지를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페가나북스의 외로운 출판 행보를 지지해두고 알아주는 장르문학 팬덤들이 많아져야 한다. 장르문학을 좋아한다면 이제 종이책이나 절판본만 찾아서는 안 된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독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수많은 전자책들 속에 알려지지 않은 장르문학 걸작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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