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줄여서 이상북’)을 운영하는 윤성근 씨는 공식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도 같이한다. 필자는 이 페이지를 정말 좋아한다. 헌책방에 있는 책들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가끔은 좋아요도 눌러주고, 댓글도 남긴다. 2013년 아니면 2014년 초였을 것이다. 주인장이 1994년 베스트셀러를 소개한 옛날 자료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공개했다. 당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인기에 맞추어 주인장이 공개한 흥미로운 자료였다. 1994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의학 소설의 대가 로빈 쿡의 소설(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이 있었다. 필자는 로빈 쿡이라는 이름이 정말 반가웠다. 비록 국내에서 나온 그의 책들을 다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다. 댓글을 안 남길 수가 없었다. ‘로빈 쿡,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에요.’라는 내용으로 댓글을 썼다A라는 이름을 가진 분(실명을 공개할 수 없어서 이니셜를 사용했다)이 필자의 댓글에 답글을 달았다. A님은 로빈 쿡의 근황이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자 필자는 A님에게 로빈 쿡이 1994년에 사망했다고 알려줬다.

 

 

 

 

 

여기까지만 해도 필자는 정말 로빈 쿡이 1994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왠지 잘못 알고 있을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로빈 쿡의 사망 사실이 확실한지 알려고 인터넷에 검색했다. 네이버 검색창에 로빈 쿡 사망이라고 입력했더니 정말로 1994년에 로빈 쿡 사망소식을 알리는 신문기사를 발견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는 과거 신문기사 원본까지 찾아볼 수 있는 유용한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다. 로빈 쿡의 사망 소식을 알린 언론사는 동아일보. 언론사는 로빈 쿡이 1994730일 암으로 사망했다고 83일에 보도했다. 필자는 이 기사 자료를 믿고, 로빈 쿡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런데 필자는 실수하고 말았다. 기사 내용을 잘 읽어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로빈 쿡을 영국 출신의 추리 소설가로 소개되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62년 문단에 등장한 후 암울하고 폭력적인 소설을 주로 써온 쿡의 작품으로는이라는 문구 또한 잘못된 내용이다. 로빈 쿡이 정식으로 데뷔한 연도는 1972이며 첫 작품이 인턴 시절(원제는 ‘Year of the Intern’, 1994년 오늘이라는 출판사에서 이 작품을 번역 출간했다)이다. 그리고 로빈 쿡의 소설들은 폭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 동아일보 보도기사는 오보로 판명되었다. 로빈 쿡은 1994년에 사망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집필 활동을 하는 중이다. 동아일보는 생사람을 한순간에 죽은 사람으로 만든 오보를 실었을까. 로빈 쿡 사망 소식이 실은 지 5일이 지나서야 동아일보는 정정 보도를 실었다. 영국 출신의 추리 소설가를 같은 이름인 미국 출신의 의학 미스터리 전문 작가로 잘못 소개한 것이었다. 이름이 비슷해서 언론사 측은 1994년 당시 국내에 큰 인기를 얻고 있었던 미국의 로빈 쿡으로 착각했다. 좀 더 사실 확인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젊은 시절 모습의 미국 출신 로빈 쿡의 사진까지 신문에 올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작은 신문 기사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알라딘도 로빈 쿡이 죽은 걸로 소개하고 있다. 알라딘 북 캘린더에 접속하면 잘못 소개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인터넷 블로그나 홈페이지에는 로빈 쿡을 2005년에 사망한 것으로 잘못 소개하기도 한다. 2005년에 사망한 쿡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정치인이다. 본명은 로버트 핀레이슨 쿡.

    

로빈 쿡의 소설이 마지막으로 번역된 것이 2007년 열림원에서 나온 위기(원제는 ‘Critical’). 현재 우리나라에 출간된 쿡의 번역본들은 거의 절판되었다. 쿡의 인기가 갑자기 사라지게 될 줄이야. 내심 허무한 느낌이 든다. 제아무리 유명 작가라도 세월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가 보다. 사실 1990년 초중반에 나온 쿡의 소설들은 이때 당시 떠오르는 의학 기술과 화제의 의학 관련 이슈들을 소재로 한 것이라서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헌책방에 가면 쿡의 소설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그리고 이 글을 로빈 쿡의 근황을 궁금했던 A님께서 직접 보셨으면 좋겠다. 서평단 활동을 하면 A님이 쓰신 서평을 자주 본다. 지금도 알라딘에서 활발하게 서평을 쓰고 계신다. 필자가 뭣도 모르고 잘못 알려준 점에 깊이 사과할 겸 반성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작성했다.

 

 

 

 

※ 알립니다 : 이 글이 작성되고 난 다음 날에 '7월 30일 로빈 쿡 사망'이라는 정보가 삭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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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콜린 2015-07-2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재미있는 일화네요^^ 저도 로빈쿡 소설 재미있게 읽었었습니다^^ 돌연변이 바이러스 등(한 세편읽었던듯) 저도 돌아가신줄 알았는데 살아계시다니! 혹 도서관에 책있나 함 찾아봐야겠네요

cyrus 2015-07-29 18:31   좋아요 0 | URL
로빈 쿡의 책 대부분은 도서관 보존서고 같은 곳에 있을 겁니다. 출간연도가 오래된 책은 보존서고에 보관되거든요. ^^

라스콜린 2015-07-29 23:47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꽤 많네요 ㅎ 한 열편정도 되는듯요. 열림원 요즘은 쥘베른전집 미는듯요 ㅎ

sojung 2015-07-2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빈쿡이 원래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의사가 된 분이고.. 콜롬비아 의대라는 명문의대에서.. 안과학이라는 인기과를 하신 분이에요 (머리가 완전 좋으신 분이죠..이분 책에 브레인이라는 책도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원래 초창기 책들이 SF적이고 외계바이러스 침공..여자친구랑 도망치고..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의사로서의 경력을 쌓으면서.. 조금씩 내용이 변화하는 것도 같고..좀더 의학적이고 사회적인 쪽으로 변화했다고나 할까요?
이분 책을 읽어보면.. 진짜.. 전형적인 아주 차가운 의사 느낌이 납니다. (약간 소시오패스경향도 있어요..) 어찌보면..여성을 무시..(그니깐..여성의 정신보다 육체를 선호하는 분위기)하고 남성 우월적인 면도 있는 거 같아요..
제가 이분 소설 4-5권인가 읽고 쓴.. 저의 짤막한 생각이에요...

cyrus 2015-07-29 18:33   좋아요 0 | URL
아자님은 로빈 쿡에 대해서 잘 아시네요. 저는 저자의 명성만 들어봤을 뿐이지 책 한 권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가끔 헌책방이나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쿡의 소설을 발견하면 살까 말까 고민합니다. 읽어보고 싶긴 합니다. ^^

오후즈음 2015-07-28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로빈쿡 이름입니다. 이렇게 죽은걸로 알았던 그는 살아났네요.ㅋ 잼있는 에피소드입니다요.

cyrus 2015-07-29 18:34   좋아요 0 | URL
오래전부터 정말 궁금했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더 해보니까 명확한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

비밀을품어요 2015-07-28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상북 페북 자주 들여다보곤 하는데
cyrys 님도 그러신다니 왠지 더 반갑네요 ㅎㅎㅎ
전 로빈쿡 소설을 10대때 즐겨 읽었었는데
그런 저도 돌아가신줄 알고 있었어요!!
이제는 더이상 작품활동을 안 하시는걸까요, 아니면 국내 들여오지를 않는 걸까요,
그래도 오랫만에 작가 이름 들으니 무척 반갑네요 ㅎㅎㅎ

cyrus 2015-07-29 18:38   좋아요 0 | URL
위키백과의 ‘로빈 쿡’ 항목을 보니까 역시 생존 작가로 소개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올해에도 소설 한 권을 출간했어요. 제목은 ‘Host’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국내에 쿡의 신간 소식을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열림원 출판사가 로빈 쿡 소설 출간 계획을 아예 접은 듯 합니다.

라스콜린 2015-07-29 23:48   좋아요 0 | URL
열림원은 요즘은 쥘베른 전집을 내느라 바쁜가봐요 ㅎ

초딩 2015-07-2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신나게 읽었는데 혹여 새 책이라도 출간되면 좋겠네요~

cyrus 2015-07-29 18:40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쿡의 소설을 읽었거나 좋아하는 분들이 계시는군요. 만약에 신작이 국내에 번역된다면 독자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겁니다. ^^

stella.K 2015-07-3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 앞으로도 오래 살겠구만. ㅎㅎ

cyrus 2015-07-30 20:41   좋아요 0 | URL
쿡이 올해 나이가 칠순 넘었는데 지금도 소설을 쓰는 것을 보면 오래 살겠어요. ^^

2015-07-30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0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8-01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산 사람도 죽이는....ㅎ

cyrus 2015-08-01 20:11   좋아요 0 | URL
정정 보도를 했는데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로빈 쿡이 죽었다는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양물감 2015-08-08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년대 초 중반 서점에서는 로빈쿡의 소설이 나오는 족족 베스트셀러였던 기억이 있어요.

cyrus 2015-08-10 22:17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땐 지금의 일본소설 인기 못지않게 미국소설 인기도 대단했죠.
 

 

 

[버릴까, 보관할까 '애물단지' 책 띠지의 비밀]

뉴스원 (2015년 7월 25일)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띠지다. 이제 띠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띠지 디자인이나 모양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표지 하단에 두른 가로 띠지가 대부분이지만 책 표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띠지도 있다. 띠지가 다양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성이 커졌다는 말이다. 출판사 입장에서 띠지는 무척이나 유용한 광고다. 반면, 독자에게는 띠지가 성가시다. 책을 사자마자 띠지를 벗겨내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이 많다. 띠지는 책을 잘 읽을 줄 안다는 책 전문가들에게도 외면을 받는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어느 다독가가 쓴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좋은 책을 고를 때는 띠지의 유혹에 이끌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분의 생각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은 유명인이나 공신력 있는 언론사의 추천 평을 적는 띠지가 많이 보인다. 그러나 유명인 후광 효과만을 바라는 홍보 전략은 독자가 직접 책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시야를 좁게 한다. 유명인이 읽은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책이 아니다. 서문과 목차를 훑어보면서 간략하게 책의 내용이 좋은지 안 좋은지 판단해야 한다. 띠지에 속아서 형편없는 책을 사게 되면 곤란하다.

 

띠지의 또 다른 단점은 쉽게 훼손된다는 것이다. 종이로 만들어진 거라서 조금이라도 충격을 받으면 꾸깃꾸깃해지고, 잘려나간다. 서점에 가면 띠지만 훼손되고, 책은 멀쩡한 것이 진열대에 있는 것을 보곤 한다. 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책을 폈다 접었다 하면서 만지게 되니까 띠지가 훼손된다. 너덜너덜해진 띠지가 달린 책을 누가 사겠는가. 딱 봐도 여러 사람의 손길이 거친 책이라는 걸 안다. 띠지가 깨끗해야 ‘새 책’ 느낌이 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조금이라도 훼손된 띠지가 달린 책을 고르지 않는 심리가 우습다. 어차피 새 책을 사더라도 깨끗한 상태의 띠지를 버릴 텐데. ‘새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고른 책이 겉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이미 수많은 손님은 그 책을 만졌다. 띠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해도 추가로 만들어서 다시 책에 씌우는 일은 비용과 인력 면에서 낭비에 가깝다. 심하게 훼손된 띠지는 버리고, 책은 진열대에 그대로 놔뒀으면 한다. 띠지를 좋아하지 않는 손님들이 띠지 없는 책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띠지를 선호하는 편이다. 사실 책을 사서 모으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띠지를 버렸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띠지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띠지 또한 책 표지의 일부로 보게 되었다. 책을 읽을 땐 띠지를 벗기고, 다 읽으면 다시 띠지를 씌운다. 책을 깨끗하게 읽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결벽 증세가 있어서 띠지가 조금이라도 접히거나 째지면 눈에 거슬린다. 그래서 띠지를 책갈피로 사용하지 않는다. 예전에 아폴리네르의 소설집 《일만일천 번의 채찍질》(문학수첩, 1999)의 띠지를 실수로 훼손한 적이 있었다. 상당히 야한 묘사가 많은 이 프랑스 소설은 절판된 지 꽤 오래돼서 운 좋게 알라딘 회원 중고로 나온 걸 주문했다. 책을 담은 종이 포장지를 칼을 뜯다가 그만, 띠지 일부가 잘려나가고 말았다. 포장지를 개봉하고 책 상태를 확인해보니까 한 번도 펼치지 않은 책이라고 믿을 정도로 아주 깨끗했다. 칼질 한 것이 후회되었다. 칼에 잘려나간 흔적이 남아 있어도 띠지를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이제는 책을 사면 띠지를 버리지 않는 것이 나만의 특이한 원칙이 되어버렸다. 이렇다 보니 띠지가 있는 초판본을 가지고 싶다는 집착이 생기고 말았다. 1판 1쇄, 처음 나왔을 당시에 나온 띠지가 완벽하게 있는 초판본.

 

며칠 전에 모 알라딘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책 수집가에 대한 내용의 글이었다. 엘러리 퀸은 책 수집가의 진화 단계를 ‘애호가’, ‘감식가’, ‘수집광’, ‘서적광’으로 구분했다. ‘애호가’는 별다른 생각 없이 책을 모으는 평범한 수준이고, ‘감식가’가 되면 자신의 수집한 책을 초판본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그다음 단계인 ‘수집광’은 인쇄소에서 나오자마자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상태의 책을 수집한다. 마치 새벽에 빵집에 금방 구워서 나온 빵을 사는 손님들처럼 말이다. ‘서적광’은 저자 사인이 있는 초판본을 수집한다. 필자는 띠지가 없으면 안 되는 ‘감식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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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띠지 활용 팁
    from 突厥閣 2015-07-28 13:30 
    띠지에 책에 관한 정보글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정보(홍보)글이 꽤 괜찮을 때가 있어요. 또 글이 그냥 그렇더라도 나름 출판 당시 책을 어떻게 홍보하려고 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이기 때문에 저는 될 수 있으면 보관합니다. 보관하는 방법은 앞 뒤 두 군데에 적힌 글들을 제대로 보관하기 위하여 띠지를 두 개로 잘라 책갈피로 씁니다. 가름끈이 있을 경우도 있지만 가끔 다시 읽고 싶은 구절이 있으면 거기다가 이 책갈피를 꽂아두지요. 음... 아무래도 사진과
 
 
북다이제스터 2015-07-27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웃님을 진정한 책 애호가 아니 서적광 아니 감식가로 모십니다. 저와 같은 사람에겐 상상할 수도 없는 끝판왕이세요. 책 띠지까지 애지중지 여기시니. 부럽고 반성도 됩니다.

cyrus 2015-07-28 17:20   좋아요 0 | URL
띠지 모으는 행동에 대해서 반성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 사람에게는 정말 별난 습관이에요. ㅎㅎㅎ

북다이제스터 2015-07-28 20:26   좋아요 0 | URL
전 띠지가 아니라 이웃님의 책 사랑 마음이 부럽고 반성된다는 의미였습니다. ㅎㅎ

AgalmA 2015-07-27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저는 아폴리네르 <이교도회사> 가지고 있어요. 게으름 피우다 <일만일천 번의 채찍질> 못 산 걸 안타까워했지만, 그러기엔 못 산 책이 얼마나 더 많은지^^;; <일만 일천 번의 채찍질> 여기서 보게 될 거란 생각했는데, 오늘 보네요ㅎ~
띠지는 특별하지 않으면 버려요~ 걸리적 거리고 그 부분만 변색되는 경우도 있어서...

cyrus 2015-07-28 17:23   좋아요 0 | URL
한 번은 헌책방에서 띠지가 그대로 있는 책을 산 적이 있는데, 정말 띠지 색깔이 변색되었어요. 사실 책 읽을 때 띠지 때문에 불편해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띠지를 벗깁니다. 다 읽었으면 다시 띠지를 씌웁니다. ^^

저도 <이교도 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습니다. 내용이 정말 초현실주의풍이라서 한 번 읽으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갈마님은 <이교도 회사>를 어떻게 보셨는지요?

붉은돼지 2015-07-2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띠지가 바로 애물이에요
버리자니 아깝고 간직하자니 걸리적거리고 ...^^

cyrus 2015-07-28 17:24   좋아요 0 | URL
책을 읽을 땐 띠지를 벗깁니다. 붉은돼지님 말씀대로 책을 읽을 때가 띠지가 걸리적거려요. ^^

지금행복하자 2015-07-27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띠지~ 무조건 버려요~~ 걸리적.. 결국 다 찢어지고~~
북디자인하시는 분한테 야단 맞았어요~ 그것도 디자인인데 버린다고 ㅎㅎ
그래도 버려요~ 벗겨서 너무 썰렁하거나 간혹 제목이 없어지는 그런 경우만 빼고~ 그런건 띠지가 아닌가요? ㅎㅎ

cyrus 2015-07-28 17:26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디자인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작은 띠지도 나름 공들여 만들었을 테니까요. 혹시 행복하자님이 말씀하시는 띠지가 양장본에 있는 커버를 말씀하시는 것 아닙니까? 양장본 같은 경우, 책 전체를 덮어씌우는 종이 커버가 있어요. 사실 저는 그것도 버리지 않습니다. 종이 커버가 없는 양장본은 헐벗은 사람 같이 보여요. ^^;;

지금행복하자 2015-07-28 18:07   좋아요 0 | URL
양장본 커버 말구요~ 그래서 양장본 안 좋아하거든요. ㅎㅎ
절반이 덮혀있고 그 덧댄 곳에 제목 써있다던지~ 디자인해서 벗기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던지 그런경우요~ 띠지라고 하기엔 과하고 표지라고 하기엔 좀 거시기한 그런거요~~ 결국엔 손타서 지저분해지던데~~
저 같은 사람을 위해 띠지없이.. 커버없이 그렇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ㅎㅎ

saint236 2015-07-2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띠지를 고이 모셨다가 다 읽고 난 다음에 다시 끼워서 책을 진열합니다 책도 살짝 펴서 때론 읽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새책으로 보관하지요

cyrus 2015-07-28 17:27   좋아요 0 | URL
세인트님도 저처럼 책을 깔끔하게 읽는 습관이 있군요. 이런 분들을 만나면 무척 반갑습니다. ^^

라스콜린 2015-07-28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띠지 있는 그대로 들고 봅니다^^

cyrus 2015-07-28 17:28   좋아요 0 | URL
책 읽을 때 띠지 때문에 불편하지 않으세요? 저는 책을 읽을 때만 띠지를 벗겨서 따로 보관합니다. 다 읽으면 다시 띠지를 씌우고요. ^^

stella.K 2015-07-2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띠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가끔 책갈피로 사용하고 있긴 하는데
띠지도 그렇게 책갈피로 쓰고 싶을만큼 진화하면 모를까
정말 필요없는 것 같아.
그리고 서점 진열장에서 훼손된 띠지 어차피 버릴 건데도 손이 안 가긴 하지.
그맘 이해해. 그래서 두 가지로 준비하면 좋을텐데...
띠지가 없는 것과 있는 것. 손님이 취향 껏 고를 수 있게 말야.^^

cyrus 2015-07-28 17:30   좋아요 0 | URL
요즘 책을 사면 책갈피를 사은품으로 주게 되니까 띠지가 홍보용 이외에는 특별한 게 없는 것이 사실이에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 모이면 띠지를 주제로 얘기하면 띠지가 좋다, 불편하다 식으로 입장을 나누어서 논쟁도 할 수도 있겠어요.

2015-07-28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8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8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8-01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띠지에 적힌 좋은 글은 옮겨 적고, 과감히 버립니다.
책도 읽고나면 지인에게 선물로 준답니다.
존재감이 없나요?ㅎ

붉은돼지 2015-08-01 11:09   좋아요 0 | URL
세실님~ 이건 뭐 조큼 엉뚱한 얘긴데요. 짐바브웨의 세실이야기 들으셨죠. 세실도 안됐지만 그 새끼들도 다 죽게되었대요 글쎄 너무 안타까워요ㅜㅜ
사자 이름이 세실님과 같아 생각이 났어요
그런데 세실님의 세실은 무슨 뜻인가요?

cyrus 2015-08-01 20:19   좋아요 0 | URL
내가 읽은 책이 지인도 읽어본다면 전 책주인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 뇌공학의 현재와 미래
임창환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잡지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왼쪽 눈꺼풀을 빼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왼쪽 눈꺼풀을 수만 번 깜빡거리는 노동으로 글을 썼다. 도우미가 알파벳을 순서대로 제시하면 눈 깜빡임으로 철자를 골라 문장을 만들었다. 책 제목은 잠수복과 나비(동문선, 1997). 잠수복을 입고 심해에 갇혀 있지만, 나비를 희구하는 저자를 상징한다.

 

뇌는 여러 구조물을 부품으로 한 조립품이 아니라 수백억의 신경세포가 연결된 통신망에 가깝다. 뇌 속의 뉴런은 1천억 개에 달한다. 한 개의 뉴런이 뇌 속에서 수천 개의 뉴런과 연결된다.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과정은 사실 이 뉴런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다. 마비는 뇌의 명령을 근육에 전달하는 신경 경로가 차단돼 일어나는 현상이다.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세포는 남아 있어서 여기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근육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컴퓨터가 뇌 활동을 읽어내 전기 자극으로 자동 변환시킨다.

 

국내에서도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뇌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분야를 뇌공학이라고 한다. 과학 분야에 생소한 독자라면 뇌과학과 뇌공학의 차이점이 궁금할 수 있다. 뇌과학은 뇌의 작용 원리를 밝혀내는 학문이라면 뇌공학은 뇌를 포함한 신경계의 기능과 행동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제반 공학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두 가지 학문 용어를 둘러싼 독자의 혼동을 피하고자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뇌공학을 뇌과학과 공학기술이 만난 학문으로 보면 된다. 그만큼 뇌공학에서 다루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신경과학, 인지과학, 심리학, 컴퓨터공학 등 여러 분야를 융합하고 창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뇌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에 대한 연구개발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시냅스와 뉴런이 뇌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은 컴퓨터의 연산처리 기능과 유사하다. 2005년 세계적인 뇌과학 연구자들이 모여 인간의 뇌 신경 연결지도를 만드는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를 출범시켰다. 휴먼 커넥톰은 뇌 회로에 신호를 보내고 자극할 때 회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이 연구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목표는 뇌 동작 원리 전체를 밝히는 데 있다. 뇌가 어떻게 기억을 형성하고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지, 또 팔다리나 시청각 등과 관련된 인체 기관을 어떻게 제어하는지 밝혀낸다. 이게 가능하다면 영화 <아바타>와 같이 뇌의 기억을 읽어 내거나 조작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다.

 

매튜 네이글이 참여한 브레인게이트(BrainGate)’ 프로젝트는 BCI 기술의 미래를 예측하게 하고 있다. 칼에 찔려 척수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매튜 네이글은 유타 대학교에서 개발한 미세 전극 배열 칩을 두뇌의 운동 피질 표면에 이식됐다. 기기 오작동으로 인해 한 차례 실패가 있었으나 두 번째 재이식은 성공했다. 전극은 주위의 뉴런으로부터 전기신호를 포착해 환자의 두뇌에 있는 칩으로 전송한다. 전송된 신호는 복잡한 케이블을 타고 컴퓨터에 연결돼 원하는 동작을 이끌어낸다. 매튜 네이글은 원하는 움직임을 상상만 하면 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늘 염려와 경계가 따른다. 인공심장 박동기이 처음으로 등장했을 땐 인간성도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를 걱정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다. 오늘날에는 두뇌와 기계와의 만남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과학은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고, 공학은 불편함에서 시작되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뇌공학은 우리의 뇌가 질병으로 야기된 문제 또는 태생의 한계에 따른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하지만 뇌공학이 발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부분적인 기술들이 융합되지 못하면서 장애인들의 바람을 희망 사항에 머물게 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지나치게 영리를 추구하거나 군사적 활용도가 높은 곳에 치우친다면 윤리적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인간의 뇌는 자아, 능력, 성격 등 인간 본연의 실체이므로 이에 대한 윤리적 측면의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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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jung 2015-07-2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뇌과학에 관심이 많아요...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

cyrus 2015-07-27 18:00   좋아요 0 | URL
내용이 어렵지 않을 겁니다. 과학 용어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입니다.
 
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 우리가 놓치고 있던 이슬람과 중동 문제의 모든 것
서정민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지금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는 많은 이주 노동자들의 나라를 보면 이슬람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특히 대구북부정류장 인근에 가면 방글라데시, 터키, 이란, 파키스탄 등에서 온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유동 외국인만 해도 하루에 수백 명에 달한다. 염색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북부정류장에 들어선 식당 또는 식료품 가게를 많이 찾는다. 이곳이 이들의 주된 생활공간. 어려운 현실이지만 강한 유대감으로 대구의 한쪽에서 터전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정작 돈이 아니다. 생활하며 겪는 어려움이 더 크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슬람’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대부분 부정적 이미지다. '테러 집단'과 거의 유사한 뜻으로 이해한다.

 

이슬람이란 아랍어는 원래 ‘평화’의 뜻을 담고 있다. 인간이 알라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함으로써 진정한 평화에 도달할 수 있다는 종교적 의미를 포함한다. 그런데 오늘날 이슬람 국가들이 나오는 화면은 늘 화약 냄새가 가득하고, 사람들의 비명이 넘친다. 우리는 화면에 비친 이슬람을 자주 보면서 저곳은 테러리스트가 판치는 아수라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 IS(이슬람 국가)의 위협과 공격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IS를 비롯한 테러 단체와 전면전에 나선 이후로 전 세계 곳곳에서 반 무슬림 정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손에 칼, 한 손에는 꾸란’, 이슬람의 폭력성을 말할 때 흔히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말은 이슬람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13세기 기독교의 십자군이 중동 원정에서 이슬람군에 패배하자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이슬람에 대한 공포증을 심어주기 위해 처음 한 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이슬람 세계에 대해 잘 모르거나 왜곡된 개념으로 알고 있는 것이 많다. 우리가 지금껏 이슬람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은 그 모든 것이 현재의 중동 분쟁을 만든 이슬람과 적대적 이해국인 서구의 시선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미디어는 ‘이슬람=테러’라는 생각을 전 세계 사람들이 갖게 하였다.

 

이슬람주의의 요체는 정치,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이슬람 정신으로 돌아가 샤리아(이슬람법)로 통치하는 나라를 세우자는 것이다. 대표적 이슬람주의 단체인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의 창시자 하산 알 반나는 서구의 가치들이 무슬림들에게 조화와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초기엔 온건한 사회운동을 펼쳤으나, 주요 이론가였던 사이드 쿠틉 등 많은 조직원이 정치적 탄압을 받으면서 급진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이드 쿠틉은 이슬람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응징하는 성전을 옹호한 과격 이슬람주의의 아버지다.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슬람교와 과격 이슬람주의, 두 개념의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이슬람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무슬림들을 모조리 과격한 사람으로 봐선 안 된다. 이슬람교는 무슬림의 생활양식과 세계관을 규정하는 문화적, 종교적 제도를 의미하지만, 과격 이슬람주의는 이슬람교를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한다. IS는 자신들의 테러를 정당화하기 위해 쿠란의 일부 구절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그들은 테러 행위를 위대한 ‘성전(聖戰, 지하드)’이라고 표현하는데, 여기서 성전을 원래 적에게 향한 공격을 정당화하는 의미가 아니다. 알라의 존재성을 부정하는 불신자의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적인 성격을 가진다. 이슬람을 지키기 위해 알라의 이름으로 행하는 정의로운 전쟁이다. 또 이슬람 교리에 따르면 자살은 금기사항이다. 무장 세력들이 무슬림을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해 지하드를 선포하고 자살테러를 시키는데, 정치적 수단일 뿐 종교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IS는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 테러를 감행해 존재감을 확산시키고 수니파 과격세력을 결집한다. 그러므로 중동이 혼란에 빠진 원인을 그저 종파적 갈등으로만 보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종파 갈등 이면엔 정치적 목적과 이득을 위해 종파 간 대립을 조장한 집단이 있다. 서방국도 중파 갈등을 부추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미국과 러시아도 냉전 시대부터 중동과 아랍권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종파 간 갈등을 이용했고,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을 때 미국이 지원한 무장 세력 단체가 바로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끌었던 알 카에다였다. 이런 사실로 비춰볼 때, 수니와 시아의 반목은, 서구 강대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 조장이 원인이며, 지금의 유혈충돌로 이어졌다.

 

이 책의 저자는 과격 세력들이 행하는 테러를 ‘테러리즘미즈(Terrorism+ism)’와 ‘알 카에디즘(Al-Qaeda + ism)’의 대결 구도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테러리즘미즈’는 미국이나 서방국이 중동의 테러를 ‘적의 소행’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뜻한다면(예를 들면, 이란과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인식), ‘알 카에디즘’은 IS처럼 자생적으로 세력을 확산하고, 테러를 꾸미는 무장단체를 총체적으로 의미한다. 아마도 이 두 단어는 저자가 직접 만들었을 것이다. 이슬람을 무조건 적대적으로 보는 편견을 표현하기 위해서 굳이 ‘테러리즘’에 ‘ism’이 더 붙는 단어를 만들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의미상 이런 단어는 성립할 수 없다. 학계에서 공인된 단어가 아니라 저자가 만든 것이라면 이 사실을 본문에 명시해줘야 한다. IS 관련 소식 이후로 이슬람 관련 서적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도 출판 열풍 속에 나온 신간이다. 분량이 제법 두꺼운 책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과격 이슬람주의 형성의 역사에서 오늘날 IS에 관한 최신 정보까지 소개하고 있다. 다만, 중동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연표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아랍인들은 이슬람 이전의 시대를 자힐리야(Jahiliyya), 즉 무지의 시대라고 말한다. 알라에게 복종하지 않는 중동의 상황은 자힐리야다. 권력투쟁의 수단으로 이용된 종파 분쟁이 이제는 목적과 이유는 사라진 채 오로지 반목과 갈등, 대립을 위한 존재로 남아 있다. 그들이 꿈꾸는 평화로운 이슬람 정신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은 ‘한 손에 폭탄을, 한 손에는 총’이 더 어울린다.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수니와 시아파는 지금 자신들이 왜 서로를 죽이려 하는 지, 그 이유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그들이 믿는 신은 잘 알고 있을 텐데.

 

 

 

 

“결국 당시 수상이었던 마흐무드 알 누크라시 파샤가 무슬림형제단 조직원에 의해 됐다” (86쪽) → ‘살해’가 빠진 채 인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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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서치 2015-07-25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팔레스타인 원혜진 저..책이 아주 쉽고 명확하게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서구의 프레임으로 중동의 문제를 인식해왔다는 것을 알게되었지요.. 편견을 깨려면 한발.. 앞으로 나가고 손을 내미는.. 일들을 계속해나가야겠어요. 읽고 싶은 책입니다 리뷰 감사해요

cyrus 2015-07-26 15:46   좋아요 0 | URL
중동 문제에 관한 책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 사코의 만화 <팔레스타인>과 같이 읽어보고 싶군요.

csp 2015-07-26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읽은 your fatwa does not apply here 이란 책이 생각나는군요. 알제리 출신의 미국 법학교수인 저자가 수년간 이슬람 국가들을 오고가며 이슬람 근본주의와 싸우는 무슬림들의 이야기를 취재한 책이었습니다. 그 분은 이슬림 근본주의의 대두와 연이은 테러행위를 문명간의 충돌이 아닌 문명 내부의 충돌이라고 설명했는데 눈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cyrus 님이 소개하신 이 책의 `테러리즘미즈` vs. `알 케에디즘` 프레임과는 전혀 대치되네요. (둘 다 좀 괴상한 조어라 느껴지는군요-_-;;)반-무슬림 어젠다를 생산해내는 미국 우파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여성할례나 부르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리버럴한 서구 인텔리들에 대한 쓴소리도 가득 담겨져 있었는데 요즘과 같은 시대에 여러가지로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국내 저자가 쓴 양질의 이슬람 관련 서적이 부족하다고 늘 느끼는데 소개하신 책을 언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cyrus 2015-07-26 15:50   좋아요 0 | URL
슈퍼맨님이 읽으셨던 책은 우리나라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거지요? 혹시 책의 저자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일단 저자의 이름이라도 기억해두고 싶습니다. 저는 처음에 테러리즘미즈와 알 카에디즘이 학계에 공인된 용어인 줄 알았어요. 사실 이 책을 중동에 모르는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책입니다. 아마도 슈퍼맨님이 이 책을 읽으신다면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csp 2015-07-26 19:47   좋아요 1 | URL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것 같지 않습니다. 저자 이름은 Karima Bennoune 고 테드에서 강연도 했어요. 관심이 가시면 한번 영상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읽다가 본문에 있는 익숙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혹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읽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책 55쪽을 펴보시라. 여성의 강간을 옹호하는 미국 공화당 정치인 다섯 명의 망언을 소개하는 내용이 나올 것이다. 이 다섯 명의 공화당 정치인들은 2012년 선거에서 모두 낙선되었다. 몰상식한 발언을 한 다섯 명의 공화당 정치인의 이름을 소개해보겠다. 토드 어킨, 리처드 머독, 린다 맥머혼, 톰 스미스, 존 코스터. 이 다섯 명 중에 한 사람만은 누군지 잘 알고 있다.

 

 

 

 

린다 맥머혼. 놀랍게도 다섯 명의 공화당 정치인 중에서 유일한 여성이다. 다섯 명이 뭐 하는 사람인지 잘 몰라도 이름만 봐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역자는 ‘린다 맥머혼’이라고 썼지만, 원어민의 발음대로 하면 ‘린다 맥마흔(Linda McMahon)’으로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린다 맥마흔’으로 부르는 것이 더 익숙하다. 네이버 검색창에 ‘린다 맥마흔’이라고 치면 그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WWE를 즐겨 본 사람이라면 린다 맥마흔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 그녀의 남편은 현재 미국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회장 겸 CEO인 빈스 맥마흔이다. 필자는 WWE라는 이름으로 변경하기 전이었던 WWF 시절부터 미국 프로레슬링 경기를 즐겨 봤다. (WWE는 ‘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의 약칭이며 WWF는 ‘World Wrestling Federation’의 약칭이다. 2002년에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의 명칭 관계로 소송에 휘말려 패소하는 바람에 지금의 WWE로 단체명이 변경되었다.) WWE는 프로레슬링에 오락적인 요소가 더해진 세계 최대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단체이다. WWE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화려한 기술을 역동적으로 구사하는 레슬러들의 경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레슬러 간의 신경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1970년대 한국레슬링의 에이스였던 장영철이 ‘프로레슬링은 쇼다’라고 외친 이후로 국내 레슬링의 위상은 한순간에 떨어졌지만, WWE는 여전히 건재하다. 마치 생방송 드라마처럼, 때로는 돌발 상황마저 그다음 주의 스토리라인에 이용할 정도로 치밀하게 각본을 진행한다. 실제로 WWE에 스토리라인을 만드는 각본진이 따로 있으며 종종 선수들도 각본을 만드는 일에 개입하기도 한다.

 

어쩌다가 WWE에 관한 부연 설명이 조금 길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린다 맥마흔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녀와 WWE의 관계를 지나치면 안 된다. 내용이 너무 길다고 느껴진다거나 현재 북플로 글을 읽고 있다면 안 읽어도 된다.

 

 

 

 

 

 

WWE가 WWF였던 시절, 그러니까 1990년 중반에 TV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극단적인 스토리라인이 나왔다. 빈스 맥마흔은 당시 CNN 창립자 테드 터너가 운영하는 또 다른 레슬링 단체 WCW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려고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자신의 가족을 링 위에 등장시킨다. 아들 셰인 맥마흔, 딸 스테파니 맥마흔 그리고 아내 린다까지 각본에 투입되었다. 빈스는 자신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틈만 나면 가운뎃손가락(‘Fuck you’)을 들어 올리는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을 괴롭히다가 끝내 불쌍하게 얻어터지는 악덕 회장으로 링 위에 등장했다. 또한 빈스와 셰인 간의 대결 구도를 설정하여 아버지와 아들 간의 레슬링 경기가 실제로 펼쳐지기도 했다. 린다는 섹시한 여성 레슬러를 애첩으로 둔 바람기 많은 남편을 철저히 응징하는 사모님으로 등장했다. 이제 곧 손자, 손녀를 봐야 할 황혼의 나이에 접어들었을 때도 린다는 레슬러의 위험천만한 기술들을 온몸으로 맞아주는 살신성인의 연기를 보여줬다. 이렇듯, 진정한 막장 스토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과거 WWF를 보면 된다.

 

현재 WWE의 최고경영자는 빈스 맥마흔이지만, 원래는 린다가 그 자리에 있었다. 린다는 정계 진출을 위해서 최고경영자 자리에 물러났다. 2009년, 그녀는 코네티컷 주 교육위원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정계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의 교육위원 임명 과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꽤 많았다. 반대자들은 그녀가 WWE에서 활동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WWE의 본사가 코네티컷에 있어서 린다 입장에서는 지지 세력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역시나 WWE에서의 활동은 그녀의 정계 입문에 제약되었다. 그러나 린다는 반대 여론에 개의치 않았고, 그해 9월에 코네티컷 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하겠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아내의 상원의원 당선을 위해서 빈스 맥마흔은 WWE의 방송 등급을 14세 이상 연령이 시청 가능한 PG 등급으로 조정했다. 이로써 성인 시청자들이 좋아했던 자극적인 각본과 여성 레슬러들의 과도한 신체 노출 장면이 브라운관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남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린다는 2010년, 2012년 상원의원 선거에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비록 각본에 따른 ‘쇼’의 일부였지만, 린다는 바람을 피우는 남편에게 배신을 당하면서도, 결국에는 남편의 뺨을 날리고, 그의 급소를 향해 발로 차는 여장부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악덕 회장에게 복수하는 린다의 사이다 같은 퍼포먼스에 팬들은 통쾌했다. WWF 시절 여성 레슬러들은 남성 레슬러를 보조하는 매니저 역할로 국한되었고, 남성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성 상품에 불과했다. 린다 맥마흔은 남성 위주의 프로레슬링단체 속에서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녀가 과거에 WWE 최고경영자였다는 사실만으로도 WWE 내 그녀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발언을 한 린다의 태도가 유감스럽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린다가 정치인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본심을 밝히자면, 절대로 정치인이 돼선 안 된다. 이 말이 여성 정치인의 한계를 겨냥하기 위한 것임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 둔다. 필자는 여성 정치인의 진출 기회가 많아져서 정치력 신장이 더 높아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필자가 정치인으로서의 린다를 반대하는 이유는 강간의 심각성을 모르는 무지한 발언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낙태를 반대해온 공화당 소속이라고 해도 보수적인 남성처럼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은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같은 공화당 소속의 상원의원 후보로 나선 토드 어킨은 “진짜 성폭행(legitimate rape)을 당한 여성이 임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막말을 하는 바람에 당 전체를 궁지로 몰아넣었고, 승리를 민주당 후보에게 헌납했다. 참고로 공화당 내 여성 의원들과 중도파 의원들도 낙태금지법에 반대하고 있다. 이쯤 되면 빈스 맥마흔은 아내의 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내에게 대준 엄청난 금액의 정치 자금을 무척 아까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린다 맥마흔이 세 번째 상원 의원 출마 도전에 성공하더라도 제2의 힐러리 클린턴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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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7-24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화당 지지자치고 제대로 된 놈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정도 ?!

cyrus 2015-07-25 16:56   좋아요 0 | URL
공화당 의원 중에 정말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의원이 많지 않습니다. 공화당 측에서는 린다 맥마흔을 적극적으로 밀어 줄 생각이 없었을 것입니다.

만병통치약 2015-07-25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시는 분야가 있으세요? 미국프로레슬링까지.....

cyrus 2015-07-25 16:57   좋아요 0 | URL
예전에 프로레슬링에 관한 역사를 다룬 글을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어서 레슬링에 종사했던 선수나 관계자 이름 정도는 지금도 기억합니다. 요즘은 레슬링 경기를 잘 보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