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물고기 - 연어 이야기
고형렬 지음 / 최측의농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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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고향이 있다. 고향은 그리운 서정의 공간이요,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에 풍요로운 서사의 공간이다. 동시에 언젠가는 죽어서 되돌아가야 할 영혼의 귀착지이기도 하다. 고향은 우리의 유전자 속에 각인된 여울이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우리의 지친 영혼에 손짓하여 정화하는 소중한 장소이다. 마찬가지로 연어도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머나먼 북태평양에서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온다. 이러한 현상을 모천회귀(母川回歸)라고 한다.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살던 연어가 어떻게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는지 그 비밀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강원 양양군 남대천은 가을이면 연어가 회귀하는 모천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연어의 70%가 이곳을 찾기 때문에 ‘연어의 고향’이라 손꼽힌다. 예전에는 자연의 섭리에 따른 산란과 죽음으로 여행을 마무리했지만 이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연어가 거의 없다. 남대천을 포함해서 우리나라에 돌아오는 연어들은 대부분 인공수정을 해서 방류한 것들이다. 인간들이 연어의 생명활동 일부를 대신해주고 있는 셈이다. 연어의 귀향길은 험난하기 그지없어서 대부분 연어잡이 선단이나 바다표범 등 천적에 희생되고 극히 일부만이 살아남아 남대천으로 돌아온다.

 

고형렬 시인의 《은빛 물고기》는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회귀하는 한 마리 연어처럼 은빛 몸체를 드러낸다. 회귀를 꿈꾸는 건 연어만이 아니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그를 낳아준 어머니의 땅으로 돌아가려고 온 몸을 던진다. 시인은 고향에 대한 아스라한 기억을 씨줄로 삼아 ‘연어’라는 날줄과 함께 엮는다. 오래 두고 써 왔던 낡은 글감을 전혀 다른 새것으로 빚는 일이 쉽지 않음에도, 서두르지 않고 시간 속에 흘러가는 기억들을 건져낸다. 자기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연어의 숭고한 죽음 앞에서 과연 누가 이들을 하찮은 미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시인은 그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에게 삶의 길을 묻고 또한 삶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고향으로 향하는 연어의 역류 과정은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시인은 험난한 삶의 여정을 막 시작하려는 치어의 모습을 어린 시절 추억의 장면과 병치한다.

 

 

치어들은 성어가 되어 모천으로 되돌아오는 기억을 갖기 위하여 모천의 흙내와 물내를 후각에 담는다. 그들의 모습은 코흘리개들이 가슴에 아버지의 성을 따른 자신의 이름을 쓴 명찰을 달고 어머니 손을 잡고 쌀쌀한 3월의 바람 속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모습이다. (91쪽)

 

 

굶주림과 긴 항해에 지친 연어는 산란 후 힘을 모조리 빼앗긴 채 흐르는 물에 상처투성이 몸을 맡긴다. 장엄하고 숭고한 순간이다. 시인의 문장은 떠나고 없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늘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는 회귀 본능을 따스한 시선으로 전환하는 마술을 부리고 있다. 죽음과 탄생이 교차하는 연어들의 회귀 장면은 연어의 희생이 왜 아름다운가를 생각하게 한다.

 

 

어미 연어들은 어미다웠다. 그들은 움직임이 관음의 딸들처럼 어머니 같았다. 그들은 죽음을 받아들인다. 큰 구덩이에 수정란들을 강돌로 덮어놓고 서서히 몸에서 사라져가는 의식의 희미한 등불을 떠나보내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먼 항해를 마치고 오늘에서야 생의 소명을 마친 그들의 어디론가 떠나가던 일들도, 수많은 ‘나’를 낳은 어미도 오기는 했지만 알지 못할 그 먼 곳으로 떠나간 일들도 생각이 난다. (324쪽)

 

 

스스로 은빛 물고기로 변신한 시인의 글을 따라가면 마치 고향을 대하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우리네 굴곡진 인생사라는 거대 서사와 연어의 은밀한 이야기를 한데 버무려 인생의 참된 의미를 들여다보게 한다. 어느 힘센 사내가 있어 저 아스팔트를 쭉 잡아당기면 고구마 덩이처럼 고향의 정다운 추억이 딸려 나올 것도 같지만, 모천회귀는 언제나 고통스러워 영광스럽다. 연어를 보러 멀리 갈 것 없다. 연어의 치열한 일생을 이 책 한 권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가?


 

 

※ 딴죽걸기

 

* 이 책에 ‘스몰트(smolt)’라는 단어가 나온다. 북태평양으로 이동하는 젊은 연어를 의미한다. 118쪽에 스몰트가 들어간 문장이 처음으로 나온다. 그런데 스몰트의 주(註)가 131쪽에 있다.

 

* 「오십천과 남대천은 두견이, 뙤꼬리, 산제비, 파랑새 등 여름 산새들이 요란스럽게 울어대는 태백산맥 속에서 흘러온다.」 (262쪽) : 여름 철새로 알려진 꾀꼬리가 ‘뙤꼬리’로 잘못 표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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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2-2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16-02-26 15:4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외톨이 선언
애널리 루퍼스 지음, 김정희 옮김 / 마디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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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김소월 ‘산유화’ 중에서)

 

 

 

산에 피는 꽃은 소박하다. 내색하지 않고, 유난 떨지 않고, 저만치서 봄을 이야기한다. 야생화들은 조용한 외톨이의 삶을 닮았다. 화려하게 봄 행세를 하지 않더라도, 나직하게 피어오르더라도, 소리 없이 씨앗을 퍼뜨린다. 모든 존재는 저만치만큼의 거리감을 느끼고 살아간다. 결국, 우리는 세상을 혼자 살아가고 있다. 가족이 있고 연인이 있고, 친구가 있지만 모두 저만큼의 거리감을 느끼고 있으므로 결국은 혼자라는 의미가 된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 태어나서 혼자 가는 존재이므로 본질적으로 외롭고 불안하다. 그런데 우리는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한다. 부득이하게 혼자 있어야 하면 갑자기 우울감이 엄습한다. 개인의 독립적인 생활이 늘어나면서 혼자 밥 먹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외톨이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을 향한 시선은 조금은 곱지만 않다. 주변 사람들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을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ひきこもり)로 쉽게 규정한다.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히키코모리가 감정 처리에 굉장히 미숙하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아예 모든 인간관계를 차단하거나, 자신의 상태에 대한 솔직한 성찰의 기회가 부족해진다고 본다. 그들은 고독의 그늘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히키코모리의 상황을 우려한다. 단절된 관계 속에서 괜히 엉뚱한 데 화풀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히키코모리는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다. 뉴스는 살인 사건 용의자를 히키코모리라는 프레임 안에 가둔다. 단순한 프레임에 익숙해진 우리는 히키코모리를 흉포한 사람으로 여긴다.

 

 

 

 

 

히키코모리라는 단어가 발명되기 전부터 이미 외톨이는 특이하고 음습한 존재로 취급받으면서 살아왔다. “나를 좀 제발 놔두시오!” 좀머 씨의 독백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좀머 씨는 무언가 쫓기는 사람처럼 이곳저곳을 마냥 걸어 다닌다. 일반적인 사람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기이하기 그지없다. 작가 애널리 루퍼스는 독자들 앞에서 외친다. “나를 좀 제발 이상하게 보지 마세요!” 그녀의 외침은 외톨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현실로부터 상처 입은 순수한 영혼의 몸부림이다. ‘하나의 유령이 도시를 배회한다. 외톨이주의 (Ioneriem)라는 유령이.’ 루퍼스는 이렇게 자기 존재를 알린다. 그리고 외톨이를 문제아로 보는 사회 앞에서 당당히 외친다. ‘만국의 외톨이들이여, 단결하라!’ 그녀의 책 《외톨이 선언》은 외톨이가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꿈꾸고, 세울 수도 있는 공동체의 일원임을 강조한다.

 

외톨이에게 세상은 언제나 난세였다. 대중은 외톨이를 사회 부적응자라고 생각한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 모든 손님의 시선을 받는다. 영화 속 외톨이는 고독의 절망감 속에서 점점 미쳐가는 병적인 인간으로 묘사한다. 미디어는 ‘병 주고 약 주기’식으로 외톨이들을 제 입맛대로 이용했다. 반 고흐 같은 예술가를 재주가 넘치는 위대한 외톨이로 내세운다. 외톨이들의 특별한 재주는 만인의 추앙을 받는다. 세상의 외톨이들은 미디어의 ‘약’을 넙죽 받아먹는다. 그러나 이 약은 외톨이들의 존재를 드높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외톨이들에게 일종의 ‘힐링’을 유도하는 가짜 약이다. 현실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외톨이들은 외톨이들의 재주를 선호하는 주류의 반응에 흥분한다. 그들의 반응을 통해서 위로와 안도감을 받으려고 한다.

 

루퍼스는 비록 외톨이가 현실에서는 비주류이지만, 창작의 세계에서만큼은 주류라고 자부심을 표출한다. 당대에 멸시받던 무명의 외톨이 예술가가 후대에 제대로 인정받아 성공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그렇지만 루퍼스는 외톨이를 찬양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들떴던 것일까. 외톨이로 살다 간 유명 인사와 예술가 들을 열거하고 설명하는 데 지나치게 열을 높였다. 외톨이의 창조력에 초점을 맞추면서 《외톨이 선언》을 읽으면 헛바람이 들어갈 수 있다. 이건 책의 핵심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독서다. 외톨이가 돼서 방 안에 틀어박혀 창작에 열중하면 대중의 시선에 한 몸에 받는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 꿈 깨시라. 여기에 착각한 외톨이들은 주류에게 인정받는 성공에 대한 열망에 들떠서 혼자 흥분한다. 그들의 눈에는 인정의 욕망이 만든 ‘성공’이라는 신기루가 보일 뿐이다. 외톨이가 대중문화에 이바지한 공로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의 재주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외톨이는 외로운 창작의 임부를 부여받고 이 세상에 태어난 특수한 존재가 아니다. 루퍼스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진정한 외톨이는 따로 있다. 그들은 이 세상 한가운데에 자신이 ‘홀로 있음’을 알면서도 관계의 끈을 여유 있게 잡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들은 관계의 끈을 밀고 당길 줄 안다. 혼자 있고 싶을 땐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도 잘 듣는다.

 

《외톨이 선언》은 ‘외톨이들은 이 세상에 특별한 존재’라고 떠벌리면서 자신들을 광고하는 책이 아니다. 외톨이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굴하지 않고, 남들처럼 똑같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진실한 영혼의 목소리다. 진짜 외톨이는 주류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불만으로 가득 찬 유별난 존재가 아니다. 가짜 외톨이는 자신의 위태로운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그리고 어떻게든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외톨이라는 가면을 사용한다. 그 가면 속에 숨으면서 자신을 향한 타인들의 눈치를 살핀다. 진짜 외톨이는 외로운 감정을 느껴도 참을 줄 안다. 또한, 남들 앞에서 자신의 고독을 광고하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때, 자기를 발견하는 데에서 출발하여, ‘나 자신에게로 나아가는 삶’을 찾는다. 그리고 자기를 타인 앞에서 표현하는 공간과 기회를 충분히 확보하고 넓힌다. 즉, 건강한 외톨이는 저만큼 떨어져 살아도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일 줄 안다. 살다 보면 관계보다 혼자가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당신이 혼자여도 별일 없이 잘살고 있다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인간이다. 저만치 혼자서 피는 꽃이 아름다운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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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6-02-2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도현아`라는 가수의 `외톨이`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제 여식의 18번입니다. 어디서 배웠는지 ㅋㅋ

cyrus 2016-02-24 08:28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노래 `외톨이`는 아웃사이더가 부른 비트가 빠른 랩입니다. 도현아의 `외톨이` 한 번 들어봐야겠습니다. ^^

yureka01 2016-02-23 21: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독하더라도 외롭지는 말아야 될텐데요^^..(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더불어라면 좋겠습니다.^^))책과 더불어가 알라딘 서재잖아아요 ㅎㅎ^^

cyrus 2016-02-24 08:29   좋아요 2 | URL
맞아요. 가끔 외로우면 사람들과 가까이 다가가서 어울리는 시간을 만들어야 하죠. ^^

하양물감 2016-02-23 2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자인 것을 좋아하는것과 외톨이라는건 다른데 그걸 오해하는 사람도 있구요.
아무리 혼자하는것이 좋다해도
같이 해야할 때는 해줄수도 있어야하지않을까 해요^^

cyrus 2016-02-24 08:33   좋아요 2 | URL
외톨이를 품성이 덜 된 이기적인 사람으로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면 안되겠습니다. ^^

서니데이 2016-02-23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점점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가고 있다고 하는데, 외로움도 문제가 될 수 있겠군요.
cyrus님, 좋은 밤 되세요.^^

cyrus 2016-02-24 08:33   좋아요 1 | URL
좋은 하루 보내세요. ^^

페크pek0501 2016-02-2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성격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싶어서
예술적이어서 그래, 라는 말을 할 때가 있어요. 비사교적이고 때론 신경질적이고 인간 관계에 서툰 사람이 정말 예술적으로 보일 때가 있거든요.

예술가들에겐 외톨이 기질이 있을 것 같아요...

cyrus 2016-02-24 21:31   좋아요 0 | URL
그런 면이 있어요. 폴 오스터도 글쓰기를 고독을 동반한 행위라고 말한 적이 있으니까요. 김갑수 씨는 자기만의 작업실에서 클래식을 듣는 일이 정말 좋아해서 방송 일 끝나고나면 회식 없이 바로 작업실에 간다고 합니다. 그분도 고독과 창작의 관련성을 인정했어요.

서니데이 2016-02-24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좋은밤되세요.^^
 

 

 

 

 

적립금 5,000원을 받기 위한 글 한 편을 쓰려고 오늘 온종일 책장에 붙어 있었다. 어제는 헌책방에 가서 열린책들 출판사의 책 몇 권 더 살려고 했다. 사놓고 안 읽은 책이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읽을 만한 책을 만나면 사들인다. 열린책들 출판사의 책을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때는 2010년이다. 작년에 이 한 권의 책을 우연히 만나면서부터 열린책들 출판사의 실체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2009년에 나온 출판사 도서목록집이다. 이 속에 열린책들 출판사뿐만 아니라 미메시스, 별천지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도 나와 있다. 2009년 말에 군 복무를 하다가 오른쪽 발목을 다쳐서 국군벽제병원(현재는 국군고양병원)에 입원했다. 그곳에서 책장 안에 나뒹구는 목록집을 발견했다. 작은 책을 펼치면 출판사의 역사가 펼쳐졌다. 침대 위에 누우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목록집을 정독했다. 전역하면 열린책들 출판사의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관심 없어 하는 책을 더블백(군용 가방)에 담아 부대로 복귀했다. 1년 6개월간의 부대 생활을 마무리할 때까지 목록집을 애지중지하며 보관했다. 목록집은 내 독서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준 소중한 책이다. 이 책의 가치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서점이나 헌책방 탐험을 위한 지도라고 할 수 있다. 목록을 참고한 덕분에 현재 구하기 힘든 열린책들 출판사의 책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1. 장미의 이름 (전 2권) / 움베르토 에코 (2002년)
2, 푸코의 진자 (전 3권) / 움베르토 에코 (2007년)
3. 전날의 섬 / 움베르토 에코 (2001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을 읽지 않은 상태라서 《바우돌리노》,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프라하의 묘지》를 사지 않았다. 진작 그의 소설을 다 읽었더라면 어제 에코를 진지하게 추모하는 글 한 편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에코를 좋아한다 말하면서도 아직 에코의 세계에 고작 몇 발짝만 움직였을 뿐이다. 너무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게으른 발을 움직여 본다. 

 

 

 

 

4. 연애소설 읽는 노인 / 루이스 세풀베다 (2001년, 절판)
5. 만티사 / 존 파울즈 (2004년, 품절)
6. 우리들 (Mr. Know 세계문학 3) /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2006년, 절판)
7. 의심스러운 싸움 (Mr. Know 세계문학 4) / 존 스타인벡 (2006년, 구판절판)
8.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열린책들 세계문학 19) / 루이스 캐럴 (2009년)
9.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 니코스 카잔차키스 (2009년)
10. 미성년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08) / 도스또예프스끼 (2010년)
11. 성 앙투안느의 유혹 (열린책들 세계문학 110) / 귀스타브 플로베르 (2010년)
12. 가난한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17) / 도스또예프스끼 (2010년)
13. 알코올 (열린책들 세계문학 120) / 기욤 아폴리네르 (2010년)
14. 권력과 영광 (열린책들 세계문학 146) / 그레이엄 그린 (2010년)
15. 미덕의 불운 (열린책들 세계문학 159) / 사드 (2011년)
16. 하자르 사전 (열린책들 세계문학 183) / 밀로라드 파비치 (2011년)
17. 제3인류 1, 2 / 베르나르 베르베르 (2013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성 앙투안느의 유혹》, 《하자르 사전》은 2012년 국제도서전에서 샀다. 《미성년 - 상》과 《권력과 영광》은 열린책들 공식 카페에서 열린 이벤트를 통해서 받은 것이다. 《미성년 - 상》은 특별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거라 지금도 그 당시 즐거웠던 기분을 잊지 않았다. 출판사 카페 회원으로 활동하셨던 분이 사다리 게임으로 《미성년 - 상》을 받게 될 행운의 주인공을 뽑았다. 그 행운의 주인공이 바로 나였다.

 

 

 

 

 

 

《EXIT》(애니북스, 2003),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 그리고 《제3인류》 3, 4권을 제외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 컬렉션 달성이 90% 이루어진 상태다. 사실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은 《상상력 사전》의 구판이라서 구입할 생각은 없다.

 

 

18. 개미 (전 5권) (2001년)
19. 개미 (만화) / 파트리스 세르 그림 (2000년, 품절)
20.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1996년, 구판절판)
21. 여행의 책 (1998년, 구판절판)
22. 타나토노트 (전 2권, 2000년)
23. 아버지들의 아버지 (전 2권, 2001년)
24. 천사들의 제국 (전 2권, 2003년)
25. 뇌 (전 2권, 2002년)
26. 나무 (2003년)
27. 인간 - DVD 세트 (2004년)
28. 파피용 (2007년, 반양장)
29. 신 (전 6권, 2008~2009년, 반양장)
30. 카산드라의 거울 (전 2권, 2010년)
31. 웃음 (전 2권, 2011년)
32.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2011년)
33. 파라다이스 (전 2권, 2012년)

 

 

 

《사랑을 생각하다》만 구입하면 파트리크 쥐스킨트 컬렉션이 완성된다. 《좀머 씨 이야기》, 《로시니 혹은...》, 《향수》, 《비둘기》는 구판이다. 요즘에는 양장본으로 나온다. 《위대한 질문》은 2010년 말에 출판사가 야심 차게 내놓은 철학 분야의 책이다.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폴란드 출신의 사상가가 서양 철학사를 독특한 관점으로 풀어낸 방식이 이 책의 장점이다.

 

 

 

 

 

34. 좀머 씨 이야기 (1992년, 구판절판)
35.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 (1997년, 구판절판)
36.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1999년, 구판절판)
37. 비둘기 (2000년)
38. 콘트라베이스 (2000년)
39. 깊이에의 강요 (2002년)
40. 사랑의 추구와 발견 (2006년, 품절)
41. 위대한 질문 : 의문문으로 읽는 서양 철학사 / 레셰크 코와코프스키 (2010년, 품절)

 

 

2010년에 열린책들 카페에서 ‘열린책들 W 세계문학’ 서평 대회가 진행된 적이 있었다. 그 대회 아차상에 선정되어 《천일야화》 세트를 받았다. 이 대회 1등의 부상은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 50권과 책장이다. 나는 (짓궂게 말하면) 이 대회 꼴찌로 운 좋게 선정되었다. 아차상 상품은 《천일야화》 세트와 《신》 세트 중 하나가 랜덤으로 발송되는 것이었다. 이때 《신》 세트를 갖춘 상태였다. 당연히 《천일야화》 세트가 오길 간절히 바랐다. 서평 대회 1등이 되길 기도해본 적은 없는데, 아차상 선정 소식을 확인한 순간부터 열심히 신에게 기도했다.

 

 

 

 

 

 

42. 천일야화 (전 6권) / 앙투안 갈랑 (2010년)

 

 

 

독서모임을 통해서 만난 지인을 통해서 폴 오스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씩 오스터의 책도 모으고 있다. 오스터의 책만 보면 죄책감이 든다. 몇 년째 오스터의 책을 제대로 붙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은 읽는다고 생각해놓고선 집중적으로 읽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여러분은 지금 책만 잔뜩 사서 진열하는 책성애자 말기 증상의 상태를 보고 있다. 《스키다마링크》는 기욤 뮈소의 데뷔작이다.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은 줄리언 반스의 초기작이다. 현재 뮈소와 반스의 국내 인지도가 크게 오른 상태를 생각하면, 두 책의 절판은 아쉽다. 뮈소를 처음 알리기 시작했고, 반스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재조명한 출판사는 열린책들이다. 2005년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펴낸 뮈소의 《완전한 죽음》는 5년이 지난 후, 밝은세상 출판사의 《그 후에》로 재탄생되었다.

 

 

 

 

 

43. 달의 궁전 / 폴 오스터 (2000년)
44. 우연의 음악 / 폴 오스터 (2000년, 품절)
45. 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 폴 오스터 (2000년)
46. 스퀴즈 플레이 / 폴 오스터 (2000년)
47.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폴 오스터 (2001년, 절판)
48. 타자기를 치켜세움 / 폴 오스터 (2003년)
49. 신탁의 밤 / 폴 오스터 (2004년, 절판)
50. 왜 쓰는가? / 폴 오스터 (2005년, 품절)
51. 뉴욕 3부작 (Mr. Know 세계문학 17) / 열린책들 (2006년, 절판)
52. 블랙 박스 / 아모스 오즈 (2004년, 품절)
53. 여자를 안다는 것 (열린책들 세계문학 83) / 아모스 오즈 (2009년)
54. 투쟁 영역의 확장 / 미셸 우엘벡 (2003년, 품절)
55.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 줄리언 반스 (2006년, 절판)
56. 스키다마링크 / 기욤 뮈소 (2007년, 품절)
57. 전망 좋은 방 (E.M. 포스터 전집 4) / E.M. 포스터 (2005년, 구판절판)


 

상뻬의 책 절반은 품절 또는 절판 상태다.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에서 정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헌책방과 알라딘 매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헌책방과 알라딘 매장을 하이에나처럼 전전하면서 상뻬의 책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알라딘 매장에 가면  《얼굴 빨개지는 아이》가 많이 판매되는 사실이 함정.

 

 

 

 

 

58. 밑줄 긋는 남자 / 카롤린 봉그랑 (1994년, 구판절판)
59. 아이들의 입에서 / 카롤린 봉그랑 (1995년, 절판)
60. 속 깊은 이성친구 / 장 자크 상뻬 (1998년, 절판)
61. 라울 따뷔랭 / 장 자크 상뻬 (1998년, 절판)
62. 뉴욕 스케치 / 장 자크 상뻬 (1998년, 품절)
63. 랑베르 씨 / 장 자크 상뻬 (1999년, 품절)
64. 얼굴 빨개지는 아이 / 장 자크 상뻬 (1999년, 구판)
65. 어설픈 경쟁 (미메시스 판) / 장 자크 상뻬 (2005년, 품절)
66. 거창한 꿈 (미메시스 판) / 장 자크 상뻬 (2005년, 품절)
67. 겹겹의 의도 (미메시스 판) / 장 자크 상뻬 (2005년, 절판)

68. 발레소녀 카트린 / 파트리크 모디아노 지음, 장 자크 상뻬 그림 (2003년, 품절)

 

 

 

이세욱 번역의 《드라큘라》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로 편입되기 전에는 하얀색 표지의 양장본으로 나왔다. 적지 않은 분량을 한 권으로 만든 것이라서 활자 크기가 작은 편이다. 90년대 초반에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영화 관련 서적을 내놓은 적이 있다. ‘쉬또젤라찌’는 레닌이 쓴 혁명 이론서 제목이기도 한 ‘무엇을 한 것인가’의 러시아어다. 역시 러시아 문학을 전문적으로 소개한 출판사답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를 읽은 계기가 되어 세르게이 에이젠쉬쩨인의 영화 세계에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도 너무 어렵다. 내가 책을 심하게 좋아해서 그런지 영화의 매력을 특별하게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읽을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라고 말만 수없이 하는 책성애자의 전형적인 변명)

 

 

 

 

 

 

마태우스의 위엄

 

 

 

 

 

69. 드라큘라 / 브램 스토커 (2000년, 구판절판)
70. 이미지의 모험 - 에이젠쉬쩨인 (쉬또젤라찌 총서 3) / 전양준 편역 (1990년, 절판)
71. 영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열린책들의 영화 2) / 자크 오몽 외 (1992년, 절판)

 

 

 

네 권의 책은 90년대 초 열린책들의 투박하고 풋풋한(?) 시절을 보여주고 있다. 고리키의 《고백》의 표지를 보라. 실제로 보면 상당히 촌스럽다. 누런 바탕색에 격자무늬를 넣었다. 촘촘한 격자무늬 때문에 표지만 봐도 눈이 어지럽다. 《러시아 희곡 1》을 구할 길을 찾지 못한 상태다. 지금 출판사 창고에 1권이 남아 있으려나.

 

 

 

 

 

혹시 제 글을 보시는 출판사 관계자님! 《러시아 희곡 1》이 창고에 남아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정가로 구입하겠습니다요. (꾸벅)

 

 

72.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 니꼴라이 오스뜨로프스끼 (1990년, 절판)
73. 고백 / 막심 고리끼 (1991년, 절판)
74. 이탈리아 이야기 / 막심 고리끼 (1991년, 절판)
75. 러시아 희곡 2 (1998년, 절판)


 

카뮈의 미발표 장편 소설 《최초의 인간》을 포함한 카뮈 컬렉션. 《도스또예프스끼 평전》과 《플루토크라트》는 알라딘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하면서 받은 책.

 

 

 

 

 

76. 최초의 인간 / 알베르 카뮈 (1995년, 구판절판)
77. 궁극의 리스트 (에코 앤솔로지 시리즈 3) / 움베르토 에코 (2010년)
78.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 E.H. 카 (2011년)
79. 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2013년)

 

 

 

(음... 점점 설명이 짧아지고 있다...  솔직히 글쓰기가 귀찮다. 어쩌겠나. 적립금을 받으려면 정성이 듬뿍 들어간 척하면서 써야지...)

 

 

 

 

 

80. 남회귀선 / 헨리 밀러 (1991년, 절판)
81. 우리 참새들 / 요르단 디미트로프 라디치코프 (1995년, 품절)
82. 정신분석강의 (전 2권) / 지그문트 프로이트 (1997년, 구판절판)

 

 

열린책들 출판사의 《남회귀선》은 헨리 밀러 탄생 100주년에 맞춰 나왔다.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완역본으로 선보였으나 알라딘 정보가 없다는 점이 안습. 역시 무삭제 완역본인 문학세계사 판본보다 6년 전에 일찍 나왔다. 열린책들 출판사의 책 중에 출판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존재 가치가 없는 일명 ‘아웃 오브 안중’이 있다. 그들 중의 한 권이 바로 《우리 참새들》이다. 알라딘에 처음으로 《우리 참새들》 표지를 공개한다. 이 소설의 작가 요르단 디미트로프 라디치코프는 불가리아 출신이다.

 

 


이 글의 마무리는 열린책들 출판사의 흑역사로 장식하겠다.

 

 

 

 

 

83.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저승의 백과사전 / 마르크 볼린느 (1997년, 품절)
84.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마법의 백과사전 / 까트린 끄노 (1997년, 품절)
85.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외계인 백과사전 / 기욤 페이에 (2000년, 품절)

 

 

 

글을 다 쓰고 나서 확인해보니, 열린책들 출판사 책이 좀 많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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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02-21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감탄에 경탄을 거듭합니다. ^^

cyrus 2016-02-21 20:30   좋아요 0 | URL
책의 절반은 아직 한 번도 안 읽었거나 읽다 말았습니다. 서평을 남길 순 없겠지만, 읽긴 읽어야겠습니다. 책은 장식품이 될 수 없으니까요. ㅎㅎㅎ

오거서 2016-02-2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열린책들도 많이 소장했을 줄 알았습니다!! 책도 갈끔하게 보관하고 목록 정리도 훌륭합니다. 감탄해마지 않습니다. 애서가의 면모가 절로 풍겨요~ ^^

cyrus 2016-02-22 11:23   좋아요 0 | URL
시간이 많으면 출판사별로 목록을 만들어서 확인하고 싶어요. 책장 정리도 하면서요. ^^

비로그인 2016-02-21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장한 책을 정리하셨군요. 마음의 양식을 정리했으니 서평도 남기셔야죠. ㅋㅋ

cyrus 2016-02-22 11:24   좋아요 0 | URL
저장만 잔뜩 해놓고 섭취를 안 했으니 천천히 맛을 봐야겠습니다. 충고의 말씀 고맙습니다. ^^

단발머리 2016-02-2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세요. 열린책들이 진짜 많으시네요. 절판된 책들도 많아서 희귀자료 보는 것 같아요.
이벤트는 추첨해서 총 30명에게 적립금 주는 거라고 하던데, 열린책들 관계자가 이 페이퍼 보면 cyrus님 엄청 뽑고 싶을 듯 해요. ㅎㅎㅎ

cyrus 2016-02-22 11:27   좋아요 0 | URL
다음 목표는 열린책들 초창기의 출간물을 사는 것입니다. 헌책방에 보기 힘든데다가 희귀해서 가격도 조금 비싸요.

제가 아는 분들이 이벤트에 많이 참가했던데 다 뽑혔으면 좋겠습니다. ^^

yureka01 2016-02-21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정리 날 잡으셨군요 ^^..역시 cyrus님의 책파워 .ㄷㄷㄷ

cyrus 2016-02-22 11:28   좋아요 0 | URL
네. 불필요한 책을 팔았고, 자리를 다시 배치했습니다. ^^

표맥(漂麥) 2016-02-21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놀랍습니다. <열린책>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군요... cyrus님의 목록을 보니 저도 찾아보면 좀 될 듯한데... 책방을 뒤적거리기엔 위험(?)부담이 있어 포기하고 맙니다. 쌓아놓은 책 무너지면... 답이 없어서...^^

cyrus 2016-02-22 11:29   좋아요 0 | URL
저는 로쟈님처럼 책이 엄청 많은 편이 아니라서 책 정리를 하면 책에 깔리는 일이 없습니다. 책 정리하는 일 자체를 귀찮게 생각해서 잘 안 합니다. ^^;;

2016-02-21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2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6-02-2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덜덜덜덜_ 사이러스 뽑히겠다 후후후

cyrus 2016-02-22 11:44   좋아요 0 | URL
진짜로 됐으면 좋겠어요. ^^

[그장소] 2016-02-2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열심히 애장판 목록을 ....도서관에 착실히 보관하고 있다는!^^ 감히 다 긁어 올 엄두는 못내고..ㅠㅠ

cyrus 2016-02-22 11:45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은 개인 소장의 책들을 도서관에 기부하셨습니까? ^^

[그장소] 2016-02-22 16:32   좋아요 0 | URL
푸허허~^^어휴 ~그런 대인배(지갑이!) 정도만 되면 좋겠네요!^^
얌전히 보고 내려놓는단 의미랄까 ~~!

stella.K 2016-02-2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진짜 많구나!
나도 책이 없는 건 아닌데 찍어 봤자 뽀대도 안 나고,
5천원. 과감하게 포기해줘도 되는 금액 같아 그냥 일찌감치 포기했다.

근데 물만두님 추리소설 대회는 언제하냐?
그거 작년에 했던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 거 같던데... 아닌가...??

cyrus 2016-02-22 11:51   좋아요 0 | URL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보세요. ^^

알라딘 서평 대회도 열리지 않던데요. 한동안 잊고 있다가 뜬금없이 대회가 열릴 것 같아요. 아니면 영영 대회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고요.

stella.K 2016-02-22 12:05   좋아요 0 | URL
그지? 맞지?
알라딘 카페 사업 한다고 정신이 없나부다.
아니면 모든 걸 최소화하고 온리 카페에만 올인하기로 했던가.
그림이 벌써 딱 나오네.
야, 어떻게 빼먹어도 그렇지 물만두님 추리대회를 빼먹냐?
서평대회도 있었구나. ㅉ~

곰곰생각하는발 2016-02-22 13:11   좋아요 0 | URL
그르네요. 물만두추리대회도 있고, 서평대회도 있었는데... 알라딘이 카페 사업을 하나요 ?

stella.K 2016-02-22 15:36   좋아요 0 | URL
어머, 곰발님도 모르셨구나.
모르는 분이 많네~.ㅋ

cyrus 2016-02-23 12:08   좋아요 0 | URL
To. 곰발님 / 천안에 알라딘 매장 겸 카페가 열린다고 하더군요. 스텔라님이 그걸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2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 이벤트 관계자에게 한 말씀 드리오.. 당장 이 글을 뽑으시오 !


글구........




마태우스의 위엄 쪄네요...

cyrus 2016-02-23 12:0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곰발님 같은 분들 덕분에 뽑힐 것 같습니다. ^^

alummii 2016-02-2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 이쁘게 정리하셨네요 부러워요~^^b

cyrus 2016-02-23 12:03   좋아요 0 | URL
사진 잘 나오려고 정리한 것처럼 찍었어요. ^^

책한엄마 2016-02-2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이 도서관이군요!
와-인간적으로 5천원 못 받으면 말도 안 됩니다.ㅎ고생하셨어요.^^

cyrus 2016-02-23 12:0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서니데이 2016-02-22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 오늘 대보름입니다.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16-02-23 12:04   좋아요 0 | URL
좋은 하루 되세요. ^^

2016-02-25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2-25 20:12   좋아요 0 | URL
이 상태 얼마 못 갑니다. 평소에 정리를 안 하다가 이벤트용 사진 찍으려고 먼지 들어마시면서 책장을 손 봤습니다.. ^^;;

yamoo 2016-02-26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 100여 권 쯤 됩니다. 근데, 에코의 책들 반이 없어졌어요. 어디 있는지 찾지를 못하겠다는...열린책들 이벤트를 보고 저도 부랴부랴 책장 정리를 하고 사진을 찍었는데요...에코 책을 못찾아서 아직 못올리고 있어요...아, 진짜 짱나요..ㅜㅜ 쥔스킨트도 전집을 모았는데, 일부만 있고...죽겠네요...

사이러스 님의 열린책들 서재 사진을 보니, 정리가 잘 된게 보기 좋네요...5천원..전 포기해야 할까 봐요..ㅋ

cyrus 2016-02-26 15:52   좋아요 0 | URL
저보다 많으실 것 같아요. 저만 뽑는 게 아니니까 일단 한 번 인증사진 올려보세요. 야무님의 서재에 어떤 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처음으로 북플에 글과 사진을 올려봅니다.

그런데 슬픈 소식들입니다.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 하퍼 리, 《장미의 이름》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2월 19일에 영원한 잠에 들었습니다. 하퍼 리는 향년 89세, 에코는 향년 84세.

더 이상 에코 옹의 박학다식 글쓰기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헌책방에서 시간을 보낼 작정이었는데, 아침부터 백령도 소식부터 시작해서 두 작가의 별세 소식까지 듣게 되니 마음이 심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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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6-02-20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나이먹었다는 소리할만큼은 아니지만....지인과 유명인의 죽음을 점점 자주 겪네요.

cyrus 2016-02-21 12:54   좋아요 0 | URL
좋은 분들만 너무 빨리 가시는 것 같아서 속상합니다.

yureka01 2016-02-20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동시대의 지식인이자 작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것을 주고 가네요.....

cyrus 2016-02-21 12:55   좋아요 0 | URL
네. 독자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선물해주고 떠나셨어요.

박람강기 2016-02-20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본 에코의 책은 중세였는데..아쉽고 서글프네요..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니데이 2016-02-20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퍼리와 움베르토에코의 부음을 같은날 전해듣네요.

boooo 2016-02-20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라파엘 2016-02-2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clavis 2016-02-2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ㅠㅠ

비로그인 2016-02-2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재능과 함께 영원한 안식을...

원더북 2016-02-20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동시대에 같은 공기를 마시는 분들이 될 수 없어서 마음이 아픕니다...

stella.K 2016-02-20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같은 날 두 작가가...

blanca 2016-02-20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몰랐어요... 이렇게 부음들이 들리면 마음이 너무 스산해져요.

yamoo 2016-02-20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에코의 타계가...ㅠㅠ

csp 2016-02-21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거장의 죽음을 한번에 접해 충격이 더 컸습니다. 명복을...

책한엄마 2016-02-22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 명복을 빕니다.
 
공포특급 1
한국공포문화연구회 / 한뜻 / 1993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2016년 1월 28일에 작성한 글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이날 괴랄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가 튀어나왔다. 비스트셀러(Beastseller). 한때 전국을 강타했던 괴담 집을 말한다. 약속대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비스트셀러를 오늘 소개해볼까 한다.

 

※ 관련 글 : [‘비스트셀러(Beastseller)’라고 불러다오] 2016년 1월 28일 작성 (북플 이용 시 링크 연결 불가)

 

 

 

 

 

* "그 책을 찾아주세요" Book #25

 

《공포특급 : 93편의 현대판 무서운 이야기 》

한국공포문학연구회, 한뜻출판사 (1993년)

 

 


1990년대를 풍미했다가 돌연 사라진 가수들이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에서 부활하고 있다. 세월 속에 희미해져 간 그들의 노래는 기계음 범벅의 아이돌 가요에 질린 대중의 심금을 휘젓는다. 책의 세계에서도 ‘슈가맨’을 선정한다면 과연 어떤 책이 좋을까. 소개하고 싶은 책이 너무나도 많다. 내가 생각하는 슈가맨, 아니 슈가북은 1990년대 초반 괴담 신드롬을 선풍적으로 불러일으킨 책이다.

 

 

 

 

 

 

남녀노소 공포에 떨게 하였고, 피부에 소름을 돋게 한 최고의 비스트셀러, 《공포특급 : 93편의 현대판 무서운 이야기》를 슈가북으로 소환한다. 이 책은 1993년 7월에 처음 출간되었다. 이 책의 엮은이는 ‘한국공포문학연구회’다. 그런데 이런 명칭을 가진 모임이 실제로 있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다르게 괴담을 하위문화의 창작물로 인정하기 보다는 킬링 타임을 위한 가벼운 이야기로 인식한다. 아무래도 괴담의 위상을 높이려고 이런 명칭을 썼을 거로 추정한다.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 버리기 위한 첫 번째 필수품이 선풍기와 에어컨이라면, 그다음이 바로 무서운 이야기들이다. 여름에 맞춰 등장한 《공포특급》은 전 국민의 무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한 괴담들로 구성되었다.

 

 

 

 

 

책의 목차가 독특하다. 각 장의 제목은 괴담 속 단골 장소다. 유령이 배회하는 아파트, 무서운 학교, 음산한 별장 그리고 지옥의 도시. 책은 겁 없는 독자를 무시무시한 장소로 데려다주는 ‘공포 특급 열차’ 콘셉트로 설정되었다.

 

공포 특급 열차에 탑승한 독자가 가장 먼저 가는 곳은 유령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문 앞이다. 엘리베이터 안에 ‘그 무언가’가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 공포의 엘리베이터 1 (13쪽)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소녀는 왠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기가 두려웠다.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꼭 누군가가 자기를 노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교 보충 수업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밤늦은 시간에는 너무 무서웠다.

 

“엄마,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가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아서 무서워.”
“그럼 엄마가 마중을 나갈까?”

 

보충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소녀는 엄마가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소녀는 엄마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스윽 올라가기 시작했다.

 

“엄마, 이제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

 

엄마는 소녀를 그윽이 바라보며,

 

“넌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풍문에 들은 바에 의하면 엘리베이터 괴담을 믿었던 순진한 아이들은 밤늦게 귀가를 할 때 계단을 이용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자기를 위해 마중 나온 어머니가 진짜인지 귀신인지 꼬치꼬치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어느 학교에나 가면 학교와 관련된 무시무시한 전설 하나씩은 있다. 학생들은 이승을 떠나지 못한 귀신이 밤마다 떠돌아다닌다고 믿었다. 이 귀신의 소문이 전교생들에게 알려지면 강심장이 아닌 이상 누구도 야심한 시간에 혼자 공부할 수 없었다. 과거의 학교는 학생들이 공부만 하는 건전한 장소였다. 《공포특급》은 건전한 학교를 무시무시한 공포의 장소로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학교 괴담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다음 이야기는 90년대 초중반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절대로 모를 수가 없는 전설 급 학교 괴담이다.

 

 

 


* 2등의 질투 II (63~64쪽, 글 작성자 임의로 편집)

 

M여중에 다니는 미영이와 수연이는 성적이 우수한 자매였다. 하지만 수연이는 항상 1등을 했고, 미영이는 2등이었다. 하지만 둘은 무척 친하게 지냈다. 어느 화장한 일요일. 둘은 학교 도서실에 나와 함께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잠깐 쉬러 도서실 옥상으로 올라갔다. 활발한 성격의 수연이는 옥상 난간에 올라서서 아슬아슬하게 걷는 장난을 쳤다. 그러다 한순간 수연이는 균형을 잃고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수연이는 간신히 난간을 잡고 매달려 있었다. 수연이는 미영이에게 도와달라고 간절하게 말했지만, 미영이가 손 쓸 겨를도 없이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수연이는 머리가 땅에 박혀 끔찍한 상태로 죽었다.

 

충격적인 사고 이후,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미영이는 평소처럼 일요일에 도서실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복도 끝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통통통, 드르륵, 없네.”
“통통통, 드르륵, 여기도 없네.”

 

차츰 소리가 가까워지자 미영이는 교실을 뛰쳐 나와 화장실 끝에 숨어 있었다. 얼마 후, 화장실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통통통, 삐걱, 여기도 없네.”

 

소리는 점점 미영이가 숨은 곳으로 다가왔다. 미영이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어느새 그 소리는 미영이가 숨어 있는 화장실 앞까지 왔다. 미영이는 차마 문을 열어 볼 수가 없어서 문아래 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그 순간, 미영이는 너무 놀라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문아래 틈으로 머리를 숙여 내다보는 순간 땅바닥에 거꾸로 머리를 통통 튀기며 웃고 있는 수연이 귀신과 눈이 마주쳤던 것이다. 눈이 마주친 순간 수연이 귀신이 말했다.

 

“응, 너 여기 있었구나.”


 

 

상상해보시라. 눈앞에 귀신이 거꾸로 선 채 머리를 땅에 찧으면서 다가오는 순간을. 이 괴담이 유행했던 시절에 이 귀신을 모르는 학생들이 없을 정도였다.

 

 

 

 

이 괴담이 큰 인기를 끌게 되자 다양한 바리에이션(variations)이 나왔다. 귀신을 친구로 설정하여 성적지상주의의 경쟁 체제를 비판하는 뉘앙스까지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화장실 대신에 교탁 밑에 숨다가 귀신에 발각되는 전개의 괴담도 있었다.

 

《공포특급》에는 김새는 허무한 이야기도 몇 편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일반적인 괴담같이 공포감을 유발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무섭게 연출을 해보지만, 마무리는 썰렁한 유머로 끝낸다. 그렇다고 해서 허무개그 식의 괴담이 완전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다. 괴담을 실감 나게 들려주는 능력이 있는 괴담 이야기꾼들(일본에서는 ‘미스터리 텔러’라는 이름의 전문적인 직업이 있다)은 청자들의 경직된 긴장감을 풀어주려고 이런 이야기 하나쯤 해준다.

 


 

* 엄마는 밤마다 밖으로 나간다 (143쪽)

 

 

 

 

 

 

우리가 어렸을 때 한 번쯤 들어본 괴담들은 십중팔구 《공포특급》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비록 아주 오래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오던 괴담들을 모아 한 권의 책에 정리한 수준이지만, 《공포특급》 인기는 예상과는 달리 하늘을 치솟았다. 공포 코드에 재미 들린 국민은 좀 더 자극적이고 색다른 괴담을 듣고 싶어 했다. 여기에 맞춰 《공포특급》 시리즈가 연속으로 출간되었고, ‘공포’가 들어간 각종 아류작까지 무수히 나오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임에도 괴담이 국민에게 미친 파급 효과는 정말 대단했다.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말까지는 <전설의 고향>이 대한민국의 여름을 책임져 준 공포물이었다면, 90년대 초중반은 도시를 배경으로 한 《공포특급》이 대세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평범하다고 여기던 학교, 아파트 같은 장소를 공포 이야기의 장소로 내세운 방식은 그 당시로선 획기적인 스토리텔링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공포특급》이 우리 곁에서 홀연히 사라졌는가. 그 속에 있는 이야기들은 꾸준히 살아남은 반면, 괴담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책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1993년 한뜻출판사에서 나온 《공포특급》이야말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최고의 괴담 집이다. 그러나 큰 인기를 받았던 원조는 ‘미투(me too) 제품’의 함정에 피할 수 없었다. 적지 않은 수의 아류작들에 점차 밀려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잊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괴담 이야기꾼들은 ‘내가 누군가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 혹은 ‘실제로 누군가가 겪은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괴담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러면 청자는 괴담의 진원지가 어딘지 모르는 상태에서 괴담을 이해하고 기억한다. 영상 기술이 나날이 발전되어 갈수록 공포영화 또는 공포 동영상의 수준이 한층 더 높아졌다. 당연히 문자 형태의 괴담 집은 시각적인 공포 효과를 주는 영상 기기의 수준을 따라올 수 없었다. 90년대 후반부터 괴담 집은 점점 퇴행의 길을 걷게 되었고,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유치한 공포물로 전락했다.

 

《공포특급》은 우리에게 많은 양의 괴담들을 남겨주고, 레테의 강물 속에 산화되어 사라졌다. 이 땅에 괴담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나마 소수의 독자만이 얼마 안 남은 추억의 파편들을 모아 기록으로 남겨 이 책의 존재를 알리고 있을 뿐이다. 《공포특급》이 90년대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을 진지하게 고찰해본 서평이 단 한 편도 없다. 괴담을 아이들이 즐기는 유치한 창작물이라는 편협된 인식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일까. 비록 책 보는 안목이 부족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공포특급》의 가치를 확인해보고 다시금 상기하기 위해서 첫 서평을 남겨본다. 출간된 지 무려 22년이나 지난 책의 서평을 남기는 기분이 특별하다. 책의 별점에 대해서 이견이 있을 거로 본다. 이 책의 장점과 가치를 아는 대로 최대한 알리려는 마음을 알아주고 너그러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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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2-19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네요.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cyrus 2016-02-20 09:49   좋아요 2 | URL
지금은 이런 이야기들은 시시하게 느껴져요.

주말 잘 보내세요. ^^

오거서 2016-02-19 2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내용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서평을 남기려는 노력에 먼저 박수를 보냅니다! 열정 없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구요! 수고하셨습니다.

cyrus 2016-02-20 09:52   좋아요 2 | URL
글의 내용을 칭찬하는 것보다 이런 말씀이 더 고맙게 느껴집니다. ^^

clavis 2016-02-19 2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흑흑 밤에 이 글을 읽어버렸으니 이 무서움을 어떡하지요ㅠㅠ

cyrus 2016-02-20 09:53   좋아요 2 | URL
괴담도 유행을 심하게 타는 편이라서 90년대 괴담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없을 겁니다.. ^^;;

akardo 2016-02-19 22: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름 가까워질 무렵이면 학교 쉬는 시간에 애들이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하곤 했었죠,ㅎ 밤에 무서울 걸 알면서도 호기심 때문에 안 들을 수 없었는데......무서운 이야기는 은근히 중독성이 강한 것 같아요.

cyrus 2016-02-20 09:55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저도 그런 추억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괴담을 선호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

transient-guest 2016-02-20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국민학교 때 들었던 12가지 비밀이 떠오릅니다 ㅋㅋ 아직도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