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한번 잘못 들면 되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무조건 내가 옳다고 생각해서 잘못된 길을 계속 가려고 고집하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럴 때 누군가가 잘못된 길을 가면 올바로 갈 수 있도록 다른 동행자가 꾸짖어야 한다. 잘못된 길을 걸으면 비판과 충고를 해주는 게 진정한 도리다. 하물며 인류 역사상 수없이 뜨고 진 사조나 이념도 맹목적 다수의 흐름에 빠져들면 원치 않는 곳으로 가게 마련이다.

 

 

 

 

 

 

 

 

 

 

 

 

 

 

 

 

    

 

프랑스의 여성학자 엘리자베트 바댕테르는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3년 그녀가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정면으로 비판하기 위해 쓴 책 제목이 잘못된 길 : 1990년대 이후의 급진적 여성 운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바댕테르는 보부아르의 페미니즘을 계승하여 여성해방운동(MLF)에 뛰어든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학자다. 그녀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을 일방적인 피해자로만 인식하여 남성을 가해자로 매도한다. 이러한 전략은 남녀 간의 갈등·대립을 조장하여 양성평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바댕테르는 급진적 여성 운동이 남녀 분리주의의 함정에 빠진 상태이며 심각하리만치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여성 계층과 남성 계층이라는 대립된 층으로 일반화되는 데에서 오는 불편함이 있다. 이원적인 카테고리는 위험하다. 하나의 성을 하나로 묶어서 비난하는 것도 성차별주의와 비슷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남성/여성을 대립시키는 이원론은, 우리가 제거했다고 주장하는 '성의 위계'를 새로이 등장시킨다. 게다가, 우리의 투쟁 대상인 '권력 계급''윤리적 차원의 위계'까지 적용시킨다. 즉 권력을 갖고 있는 남성은 ''이고, 박해받는 여성은 ''이라 하고 있다. 따라서 희생자들에게 '선한 계급'이라는 새로운 신분이 주어짐에 따라, 계급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강화된다. (잘못된 길70~72)

    

 

2005년에 정희진은 잘못된 길서평에서 바댕테르에 크게 실망했다고 썼다. 이어서 바탱테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아직 광범위한 연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잘못된 길이 아니라 아직 가지 않은 길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바탱테르의 주장은 페미니스트로서의 행보에 어울리지 않는다. 여성 혐오의 심각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 남성들의 입장과 유사하다. 바탱테르는 여성은 남성의 피해자로 보는 인식을 비판했다. 여성 스스로 희생자로 자처하는 상황에 집착하면 남성의 폭력적 본성을 고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바탱테르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 있다. 잘못된 길에서 인용한 문장을 읽어보자. 바탱테르는 강간 피해 여성을 조사한 통계자료의 허점을 밝히면서 강간의 의미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성적 폭력이 모두 '강간'이 아니다. 으슥한 주차장에서 칼을 들고 위협하는 23세의 남자에 의한 '강간''본의 아니게 당한 애무'는 같은 차원에서 볼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강간 후의 트로마(글쓴이 주-이 책의 역자는 트라우마트로마라고 썼다)와 본의 아니게 당한 애무 후의 트로마는 엄격히 다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분간하기도 어려운 강간의 통계 수치를 부풀리는가? '폭력적인 남성과 피해를 입은 여성의 이미지'를 필요 이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잘못된 길50)

    

 

정말 위험한 발언이다. 강간 후의 트라우마와 본의 아니게 당한 애무 후의 트라우마는 다르지 않다. 아니,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두 유형 모두 성폭력이며 성범죄다.

 

 

 

 

 

성폭력 방식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슴만튀(가슴 만지고 도망치기)’, ‘엉만튀(엉덩이 만지고 도망치기)’ 등 기습 성추행도 있다. 치고 도망치는 식이지만, ‘본의 아니게 당한피해 여성이 받는 정신적 트라우마는 다른 유형의 성폭행에 비해 절대 작지 않다. 이후 피해자들은 밤길을 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공포심에 휩싸여 심리 상담까지 받는 경우가 많다. 강제추행은 친고죄 규정이 폐지돼 피해자의 고소의사 없이도 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

 

바댕테르의 주장이 상당히 파격적이어도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제기한 뜨거운 감자들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진보 진영에서 주장하는 페미니즘표현의 자유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논쟁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바댕테르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법학자 캐서린 매키넌과 여성학자 안드레아 드워킨의 포르노 규제까지도 비판한다. 두 사람은 포르노는 강간에 이용된다. 강간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흥분을 일으켜 성범죄를 저지르게 한다고 주장하면서 반() 포르노 운동에 앞장섰다. 특히 1983년 포르노를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하는 법 초안을 마련하는데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주 토요일 한겨레 칼럼에서 정희진은 안드레아 드워킨의 포르노그래피 : 여자를 소유하는 남자들과소평가된 고전이라고 했다. (관련 칼럼: <잠재적 가해자?> 한겨레, 2016527) 캐서린 매키넌은 성차별의 한 형태로 성희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처음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포르노 규제 조례안을 발의하기 위해서 보수적인 공화당과 손잡기도 했다.

 

 

 

 

 

 

 

 

 

 

 

 

 

 

 

 

 

포르노 규제를 반대하는 페미니스트도 있었다. 여성의 신비의 저자 알려진 베티 프리단, 성의 정치학을 쓴 케이트 밀렛 등은 과도한 검열 규제가 표현의 자유와 성적 자유에 제약을 준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여성학자 우에노 치즈코도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에서 캐서린 매키넌의 사례를 소개했는데, 자신을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소수파 페미니스트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페미니즘의 세계는 광대하면서도 복잡하다. 그 속에는 자유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급진주의자 등 각양각색의 사상을 지닌 페미니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다. 생각하는 방식에 차이점이 있어도 그들이 같이 내는 목소리는 똑같다. 남녀 모두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념에 대한 맹목적 믿음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념 내 대립이다. 생각의 차이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틀렸다고 비난할 수 없다. 나와 다른 생각이 불편하더라도 차이를 포용할 줄 아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페미니즘 논의가 점점 살아나고 있다. 페미니스트가 가야 할 길도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뻗어 가고 있다. 당신이 페미니스트라면 어느 길을 가고 싶은가? 선택은 자유다. 안심해도 된다. 잘못된 길에 가더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관련 자료 (링크)

 

* 정희진의 잘못된 길서평 (한국일보, 2005930)

 

* 정희진 <잠재적 가해자?> (한겨레, 2016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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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1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31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Dora 2016-05-31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대에 따라서 혹은 학자에 따라 달리 정립되어지면서 학문의 발전이 올텐데 우리나라 페미니즘은 숲이 생기기도 전에 나무들이 베어져버린 느낌이랄까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

cyrus 2016-05-31 17:49   좋아요 0 | URL
아주 좋은 표현입니다. 이제 페미니즘의 나무가 무럭무럭 많이 자라야하는데, 이 나무를 베어버리려고 하는 남성 벌목꾼들이 많아졌습니다.

만두 2016-06-0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cyrus님....👏👏👏 좋은말씀감사합니다

cyrus 2016-06-01 16:42   좋아요 0 | URL
책에 나온 저자들의 주장을 정리한 것뿐입니다. 논란이 되는 주제라서 한쪽 입장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썼습니다. ^^

아이스 2016-06-27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계적인 여성학자인 바댕테르의 주장이 훨씬 더 근거가 있어 보입니다.

1990년대 이후의 페미니즘으로 인해 일본이나 한국이나 남자들의 초식화 절식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봅니다.
계속해서 남자들의 성을 억압하면 억압할수록 그 결과로 여자들의 성도 억압되겠죠.

서구사회는 자유로운 성을 향유하는데 한국은 도대체 이게 뭡니까?
결국 민족 몰락만 가속화될 뿐이겠죠.


john b calhoun 의 쥐실험 결과를 보면 숫컷들에게 가해지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결국 숫컷쥐들의 절식화를 초래하고 결국 쥐사회가 멸망하게 만들었죠.
쥐실험에서 숫컷들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란 숫컷들의 고유영역에 대한 방어로 인해 가해지는 스트레스였죠.

먹이나 다른 조건들은 다 충족시켜 주고 영역만 제한한 실험인데 쥐 세대주기 6세대도 채 못채우고 멸망하게 됩니다.
쥐는 3개월이면 번식가능하고 임신기간이 22일인가 된다네요.

지금 일본이나 한국에서 일어나는 초식남 절식남도 쥐실험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민족의 소멸이라고 하면 되려나요?

남자들에게 계속해서 더더욱 많은 여러 가지 압력을 가하면 됩니다.
그럼 쥐실험의 아름다운자들처럼 남자들이 더더욱 초식남 절식남될 것으로 봅니다.

참고로 쥐들에게 나타난 이상반응을 보면 숫컷들이 자신의 둥지를 버리고 쥐실험장 한가운데서 숫컷들끼리 모여서 먹을 것 먹고 자신의 털 고르고 잡니다.
털은 윤기있고 생기있고 그래서 그 쥐들을 아름다운자들이라고 칭합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절식남하고 비슷하지 않나요?


물론 일부 숫컷과 암컷들은 암수구별없이 마구 교미하고 공격적으로 변해서 서로 물어죽이기도 하고 쥐고기를 먹기도 하죠.


참 재미있는 실험이고 인간에게는 어떻게 적용되어질지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남자들에게 과도한 짐을 지우는 사회치고 출산율이 높은 나라가 없더군요.

그러다보면 낮은 출산율을 보충하고자 결국 이민을 받아들이고 출산율이 높은 나라들인 이슬람이나 아프리카출신들을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 나중엔 여성들의 인권도 다시 추락할 것으로 봅니다.

물론 제가 그 때 까지 살아서 전체 결과를 볼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죠.


한국도 지금 혼인율이 70%정도 됩니다.
결혼한 사람들은 1.7명정도 아이를 낳고요.
0.7*1.7=1.19

지금 출생아수가 43~48만명정도 되는데 앞으로는 결혼적령기 인구가 60만명대라서 몇년안에 출생아수가 35~39만명대로 낮아질 것으로 봅니다.
2000년대 이후의 출생아수가 43~48만명대이기에 2030년~2047년까지의 출생아수는 25~29만명대로 줄어들 것이고요.

지금추세라면 한민족은 아마도 90년기간이면 출생아수가 1/4로 축소될 것으로 봅니다.
1970년대의 출생아수가 90~100만명정도였으니 60년정도의 기간에 1/3~1/4이 되었죠.

뭐 이민자들이 낳는 아이들은 제외하고 한민족이 낳는 아이들만 고려한 것입니다.

이대로 계속 외국인을 받아들인다면 나중에 한민족이 한국내에서 소수민족으로 전락해서 고통받을 것은 안봐도 알 수 있겠죠.

외국인을 거의 안 받아들이고 있는 일본은 한국과는 확실히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봅니다.
서구는 지금정도의 출산율로는 사회를 유지할 수 없고 결국 이민을 계속 늘릴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슬람화되어서 여성인권이 후퇴할 것으로 봅니다.

제가 보고 있는 관점이 맞는지 틀린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으로 봅니다.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 르네상스부터 리먼사태까지 회계로 본 번영과 몰락의 세계사
제이컵 솔 지음, 정해영 옮김, 전성호 부록 / 메멘토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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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는 ‘수학’ 다음으로 머리 아프게 하는 학문이다. 특히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분야 연구자, 인문계열 학생이라면 회계 앞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마련이다. 재무제표, 복식부기, 대차평균의 원리, 기업회계기준, 원가회계. 회계를 공부하면 알아야 할 내용이 상당히 많다. 오죽하면 회계학을 가르치거나 공부하는 이들도 회계가 골치 아프다고 말한다. 그런데 괴테는 회계를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자신의 책 《총.균.쇠》에서 인류가 문자를 만든 이유가 회계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경제는 신용사회를 기반으로 한다. 신용사회 기반인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감사 시스템이 개발됐다. 적정한 회계처리와 엄정한 회계감사는 자본주의 경제를 든든히 세우는 시스템이며 필수 절차다. 회계를 잘 모르더라도 ‘분식회계’가 무슨 의미인지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분식회계는 엄청난 국가적 재앙을 몰고 온다. 1999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은 분식회계가 가져올 수 있는 재앙이 어느 정도인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장본인이 바로 회계의 불투명성이었다. 2000년 미국 7위의 매출액을 자랑하던 엔론(Enron)은 분식회계를 통해서 순익을 부풀리다가 끝내 회계부정 사실이 적발되어 순식간에 파산했다.

 

미국의 역사학자 제이컵 솔은 어둠의 경제를 밝힌 회계의 찬란한 역사를 주목한다. 경영학과 출신이나 기업인이 아니더라도 그의 책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를 읽어보시라. 누구도 회계를 외면하면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역사 속 회계는 자본주의 세계의 언어다. 만약 회계가 없다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바벨탑 같은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회계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중세까지도 채권·채무나 재산관리를 위해 기록해두는 단식부기에 머물렀다.

 

 

 

 

 

복잡한 상거래를 한눈에 파악하게 하는 복식부기는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시기에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3대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활동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에는 이 세 사람을 능가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루카 파치올리다. 그는 복식부기를 확산시키며 주식회사 출범과 근대적 자본의 축적을 이끌었다. 사실 파치올리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다빈치의 친구였다. 유유상종이다. 복식 부기의 가장 큰 긍정적 효과로는 상인 계급에 대한 공신력을 크게 높였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투명하고 정확한 원칙은 회계 정보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렸다. 회계 정보 작성 과정뿐만 아니라 회계 감사의 효율성도 제고됐다.

 

그러나 회계가 재평가받기 전까지만 해도 파치올리는 ‘잊힌 천재’였다. 파치올리 이외에도 회계의 가치를 알아본 이들이 있었으나 시대는 그들의 능력을 알지 못했다. 회계 업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곱지만 않았다. 회계 업무 종사자들은 늘 항상 죄책감을 느끼면서 회계 장부를 들여다봐야 했다. 회계사의 수호신 성 마태오는 재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돈 만지는 일이 세속적인 죄라고 주장했다. 회계사들은 수호신의 말씀을 어기지 않으려고 했다. 자신들의 업무를 중대하고 신성한 일로 여겼지만, 도덕주의자들은 돈 거래하는 회계사들을 혐오스럽게 생각했다.

 

 

 

 

 

 

스페인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펠리페 2세는 처음에는 파치올리의 회계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펠리페 2세는 회계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왕도(王道)를 찾지 못했다. 그는 회계 공부의 어려움에 절망하여 ‘회포자(회계를 포기하는 자)’가 되었다. 결국, 회계업무를 다른 행정가들에게 맡겼다. 왕실 회계원들은 스페인의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들은 이 사실을 펠리페 2세에게 알리지만, 왕은 전쟁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왕실 자금을 비밀리에 횡령하던 고위 관리들은 자신들의 부정이 왕실 회계원들에 의해 발각될까 봐 두려웠다. 스페인 왕실은 행정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회계원 양성을 소홀히 했다. 회계에 무지한 스페인 왕과 고위 관리들의 어리석은 컬래버레이션은 정부의 재정 문제를 악화시켰고, 스페인이 쇠퇴하는 치명적인 원인이 되었다.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는 것과 동시에 회계가 태어났다. 회계는 정직과 성실을 가장 중시하는 학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경영의 기틀을 잡는 데 사용되었다.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회계의 장점을 알고 있었다. 책 뒤편에 한국의 전통 회계 방식에 관한 부록이 있다. 파치올리보다 200년 이상 앞서 고려 개성상인들이 복식부기를 썼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개성상인의 후손이 소장한 19세기 회계장부 14권은 2014년에 등록문화재 제587호로 지정되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조상의 지혜에 새삼 감탄하면서도 왜 계승하지 못하고 단절됐는지 아쉬움이 크다. 정부가 앞장서서 우리나라의 회계 관련 법제도 등을 선진화해 왔고, 특히 국제회계기준(IFRS)을 전면 도입하여 회계 선진화의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낸 것은 괄목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회계에 대한 기본 인식을 선진국 수준으로 제고하려면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 회계를 회계사들만 관리하는 특별한 학문으로 생각한다. 회계도 엄연히 말하면 돈 관리하는 일 중 하나인데도 우리는 여러 은행 금리가 어떤지 비교하거나 재테크 전략만에 관심을 쏟고 있다.

 

기업의 성장은 국가의 경제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회계는 바로 그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명확히 알려주는 중요한 기록이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회계 업무의 조건에 정직과 도덕적 책임성을 무시할 수 없다. 분식회계 같은 어둠의 경제가 생기지 않도록 항상 밝혀야 할 회계도 가끔 어두워질 때가 있다. 부정회계에 눈 감은 회계사는 이기적인 경제적 인간의 모습만 보일 뿐 호혜적 인간의 향기는 느낄 수 없다. 이럴 때 정직한 회계와 회계사들의 입장은 난처하다. 신의 시대가 아닌 지금, 성 마태오를 불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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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5-30 19:53   좋아요 0 | URL
제가 대학생 때 복수전공으로 경영학을 신청했습니다. ‘재무회계’ 과목이 필수과목이었는데, 기본 회계를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덤비는 바람에 좋은 학점을 못 받았습니다. 그래서 부전공으로 변경했습니다. ㅎㅎㅎ

회계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대단해요. 회계가 복잡하다고 해도 한 번 문제를 풀면, 꽤 빠른 시간 내에 다 풉니다. 저는 계산하는 능력이 많이 딸립니다. ^^;;

yamoo 2016-05-30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계와 자본주의 역사라...재밌는 책인 듯합니다. 근데, 다이아몬드의 주장은 제고해 봐야 할 여지가 있긴 합니다.

자신의 책 《총.균.쇠》에서 인류가 문자를 만든 이유가 회계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이아몬드는 일단 주장하고 보는 거 같아요..ㅎ 근거가 매우 박약하거든요. 저 주장 다음에 뭔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문자를 만든 이유가 회계의 필요성 때문이라니...문자를 만들어 활용하다보니 회계라는 발견을 했을 수는 있지만...저런 인과는 정말 다이아몬드 스럽습니다..ㅎㅎ

어쨌거나 흥미있는 분야의 책이라 저도 관심이 동하긴 합니다.ㅎ 좋은 책 소개 잘 읽었습니다.^^

cyrus 2016-05-30 19:55   좋아요 0 | URL
제가 책 내용을 잘못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총균쇠>를 들춰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야무님 말씀대로 다이아몬드의 주장 중에는 억측이 있긴 합니다. <나와 세계>를 읽고 실망했습니다. ^^

alummii 2016-05-30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회포자 나라 망치다 ..제가 젤 싫어하는 분야가 회계에요..이래서 사업은 절대로 못 한다는 ..ㅋ사실 월급 관리도 못해요ㅋ

cyrus 2016-05-30 19:56   좋아요 0 | URL
회계도 알아두면 좋은 내용인데, 경제학과 더불어 일반인이 어렵게 생각하는 저주받은(?) 학문입니다. ^^;;

뽈쥐의 독서일기 2016-05-30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포자..ㅋㅋ 저도 수포자였으니 회포자 될 가능성이 높겠죠ㅠㅠ 회사는 역시 숫자로 말하는 곳이라 일찌감치 수학 포기한 걸 정말 후회하고 있습니다. 살짝 흥미가 생기는 책이었는데 싸이러스님이 재밌게 써주셔서 급땡기네요. 근데 이 책 읽으면 회계능력이 좀 느나요~? 0자 맞추는데 스트레스 왕창 받아요ㅠㅠ

cyrus 2016-05-30 19:57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역사책이라서 회계 지식 몰라도 됩니다. 회계 관련 용어를 옮긴이가 주석으로 잘 설명해놓았습니다. 회계로 이점을 보는 사람과 반대로 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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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2014년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남긴 발언이다. 분단된 남북을 통일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물적 인적 자원이 필요한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통일에 따르는 경제적 과실은 실제로 대박일까? 통일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통일 비용을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또 남북 주민 간의 문화적 이질감을 통합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비용 또한 무시 못 한다. 통일이 실제 이뤄지면 60년 넘게 분단된 이산가족들의 재결합 등 국가와 사회적 치유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물적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책연구와 집행에 있어 경제적 득과 실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통일되면 남북의 인구 9천만 명이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는 효과를 볼 수 있어 당장 내수 시장의 확대 효과가 발생한다. 북한의 지하자원 가치는 약 6,700조 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북한의 자원에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합쳐진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통일을 통해 남한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전자회로 등 핵심부품에 쓰이는 희토류 등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확보하면 남한에는 ‘횡재(windfall)’의 기회다. 이코노미스트는 ‘통일은 횡재다’라고 예상했다. ‘조갑제닷컴’ 대표 조갑제는 자신의 칼럼에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머리가 시원해지고 가슴이 뻥 뚫리는 명언’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통일 한국이 되면 독일 수준의 강대국이 될 거라고 믿었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확보한 나라는 정말 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 않다. 콩고, 앙골라,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아프리카의 가난한 국가들이라는 것 말고도 이들 나라엔 공통점이 있다. 내전에 시달린다는 점과 천혜의 자원이 풍부한 국가라는 점이다. 땅만 파면 석유, 천연가스, 다이아몬드가 쏟아지는 나라들이 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 땅에서 서로 싸우는 걸까.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내린 결론이 있다. 이름하여 ‘천연자원의 저주’다. 나라 경제를 천연자원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일수록 가난하고 부패한 독재자를 갖기 쉬우며 내전에 휩쓸리기 쉽다. 돈으로 쉽게 환산할 수 있는 자원으로 백성들 배를 불리면 좋으련만 지도자는 부패와 손을 잡고 저 혼자 부자가 돼버린다. 자원보유국의 관심이 더 큰 파이를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 파이의 더 큰 몫을 차지하는 데만 쏠려있다. 그러면 정권을 유지하는 데 주로 사용되고 경제성장을 위한 물적, 제도적 기반을 닦는 데는 소홀해진다. 이를 눈뜨고 봐줄 수 없는 반대파는 무기를 들고 일어서게 마련이다. 천연자원들은 손에 돈을 쥐여 줄지는 모르지만,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한다. 천연자원 중심 산업에 너무 쏠리면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까지 한다.

 

‘통일대박론’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다. 통일 한국이 아프리카 빈국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파 경제학자들은 ‘천연자원의 저주’ 사례를 들면서 자원을 국유화한 나라의 실정을 비판하는데 우리나라가 잘 사는 이유를 ‘자원이 없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그러면서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우익의 거두 조갑제는 우리나라가 통일되면 ‘무지무지한 지하자원을 얻는 대박’이라고 주장한다. 대기업 산하 경제연구소 소속 경제학자들도 통일 한국의 북한 땅에 매장된 지하자원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지하자원을 이용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통일 한국의 청사진을 벌써 그려놓는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도 한국이 다이아몬드와 석유가 없어서 복 받은 나라라고 말한다. 통일 한국은 다행히 다이아몬드와 석유가 없다. 베네수엘라처럼 천연자원을 국유화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하지만 부정부패와 비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천연자원을 개발할 권리를 얻기 위해 기업들이 정부에게 로비를 펼칠 거고, 권력과 기업이 불건전하게 공생하는 정경유착의 그늘이 우리나라 경제에 드리워진다. 부국(富國)이 되려면 국민의 생산 의욕을 증진하는 ‘좋은 제도(good institution)’가 정착되어야 한다. ‘좋은 제도’가 이루어지는 조건 중 하나가 바로 부패가 없는 사회다.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이코노미스트의 ‘통일 횡재론’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통일 한국 이후에 일어날 수 있는 ‘천연자원의 저주’를 대비할 수 있도록 경제 기초체력(Fundamental)이 안정적으로 탄탄해야 한다.

 

통일 한국이 ‘천연자원의 저주’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천만다행이다. ‘통일대박론’을 비관적으로 보는 내 입장의 근거가 부실하게 느껴진다면, 그에 대한 반박을 인정하겠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를 읽으면서 통일 한국의 미래상을 나름대로 예측해봤다. UN의 대북 제재 이후 북한 체제가 점점 흔들리고 있다. 어떤 이들은 저절로 북한이 붕괴하기를 원한다. 남한 정부와 남한 국민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 상황은 북한만의 위기가 아니라 언제가 닥쳐올 정세 변화를 맞아야 하는 남한의 위기일 수도 있다. 현실적이지 않은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나는 통일 한국의 문제를 ‘건설적 편집증(constructive paranoia)’으로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창안한 표현이다. 전통사회의 사람들은 현대인이 보기에 지나치게 조심성이 많다. 현대인은 전통사회의 구성원이 경험으로 습득하였던 것보다 위험을 잘못 평가할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남북한이 통일되는 상황은 기쁜 일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성과는 화려해 보이지만, 문명사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발전이 이루어진 시기는 극히 짧은 순간일 뿐이다. 우리가 긍정적으로 보는 성과 역시 매우 취약한 토대 위에 서 있다. 우리나라뿐만 전 세계가 지구의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생산의 감소, 불평등 문제, 그리고 환경자원이 감소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우리나라는 통일이라는 특별한 내적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외적이든 내적이든 복잡한 요인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이를 간과한 채 국가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면, 위기의 균열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러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한마디로 ‘(정부가) 정신 못 차리면 통일은 쪽박이다’, 이렇게 생각한다. 

 

 

 


※ 딴죽걸기

 

 

 

 

* 2장에 국가의 ‘성쇠의 반전’을 설명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를 주장한 학자로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glu)’와 ‘제임스 로빈슨’이 언급되었다. (70쪽) ‘다론 아제모을루’ 발음이 어려운데, 이 두 학자가 쓴 책이 2012년에 번역되어 나왔다. 원제는 ‘Why Nations Fail’, 번역본 제목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다. 이때 Daron Acemoglu을 ‘대런 애쓰모글루’로 표기되어 있다.

 

* ‘신적인 존재로 여기는 황제에 대한 충성심과 일본의 문화적 가치입니다’ (115쪽)
일황 호칭을 ‘천황’, ‘덴노(てんのう)’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호칭 표기에 대한 논란이 많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중국이 일황을 ‘황제’로 부른다.

 

 

* 책 부록으로 실린 질의응답 형식의 글 ‘재레드 다이아몬드에게 문명의 길을 묻다’를 보면서 약간 실망했다. 다이아몬드는 한국 교육을 미국 교육과 비교하면서 한국 교육의 장점을 칭찬했다. 212쪽에 있는 문장을 인용해본다.

 

“내가 알기로는 학교 교사의 위상이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높고, 학력 테스트에서도 한국 학생의 성적이 미국 학생보다 더 높습니다.”

 

한국 교사의 위상이 미국 교사보다 높다? 다이아몬드도 오바마 대통령처럼 한국 교육의 현실을 잘 모르는 '에듀켄탈리즘(educentalism, 교육 education과 오리엔탈리즘 orientalism를 합친 말)'의 환상에 빠졌다. 그것보다 다이아몬드는 우리나라가 출산율 저하 문제로 인해 교사 정원이 감소세로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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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빠 2016-05-31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 놓은 지는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알라딘에서는 구매한 책에 대한 리뷰를 부탁하는데, 책을 읽는 것 보다 리뷰를 읽는 게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cyrus 2016-05-31 17:52   좋아요 0 | URL
관심 있는 책의 서평을 읽을 때, 다른 분들이 쓰신 것도 같이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제 글은 책 내용과 전혀 관련 없는 사족이 많은데다가 줄거리 요약을 친절하게 하지 않습니다. ^^;;
 

 

 

 

 

 

 

 

 

 

 

 

 

 

 

 

 

 

 

 

 

 

 

 

 

 

 

 

 

 

 

 

 

페가나북스 무크지 창간호를 보다가 ‘플레이버와이어(Flavorwire)’라는 외국 웹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플레이버와이어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대중문화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 책, 영화, 대중가요 등 다양한 문화를 주제로 다룬 기사들을 볼 수 있는데, 기사 내용이 리스트 형식이다. 예를 들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50권’,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내용의 영화 30편’ 같은 방식으로 되어 있다. 플레이버와이어에 재미있는 내용의 기사가 많은데,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이 <Flavorwire 50 of the Scariest Short Stories of All Time>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플레이버와이어가 선정한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 50선’이다. 이 글은 2014년에 작성되었다. 사실 이 기사 내용을 알리고 싶어서 지난주에 단편 공포소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작품이 윌리엄 W. 제이콥스의 <원숭이 손>이다. 이 작품은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 50선’에 포함되었다.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 50선’ 중에 번역된 작품을 엄선하여 매주 한 편씩 소개하고 싶다. 이번 주에 소개할 두 번째 작품 역시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 50선’에 선정된 것이다.

 

 


No. 2 사키 – 열린 격자문 (The Open Window)

 

 

 

 

 

 

 

 

 

 

 

작품 전문 출처는 《스레드니 바쉬타》(43~48쪽, 페가나북스)

 

 


분량이 아주 짧은 작품이다. 이 작품 원문이 대한교과서 <고등 영어 I>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한다. 페가나북스 대표가 사키 단편집 제작을 준비하다가 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작품은 흔히 ‘열린 유리창’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사키의 단편소설을 번역한 페가나북스 대표(다시 한 번 말하지만, 페가나북스는 1인 전자책 출판사다. 출판사 대표가 작품을 혼자 번역한다)는 ‘열린 격자문’으로 번역했다. 원문에는 ‘French window’로 적혀 있다. 실제로 프랑스식 창문은 여닫이 형식으로 되어 있다. 사소한 단어까지 세밀하게 번역한 페가나북스 대표의 노력이 돋보인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조카가 프램턴에게 격자문을 내다보는 이모와 관련된 으스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녁만 되면 이모는 3년 전에 행방불명된 남편과 두 아들이 돌아올 거라 믿는다. 조카는 열린 창문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죽은 이들을 기다리는 이모의 모습을 볼 때마다 섬뜩한 기분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신경이 예민한 프램턴은 소녀가 들려주는 무서운 사연을 쉽게 믿어버린다. 이모는 프램턴에게 조금 있으면 가족들이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말한다. 프램턴은 조카가 얘기한 대로 곧 펼쳐질 무시무시한 상황에 불안해한다. 때마침 열린 창문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행방불명되었다던 세 사람이 이모의 집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죽은 이들의 영혼이라고 생각한 프램턴은 무서움에 벌벌 떨면서 황급히 집 밖으로 나가 도망친다. 집으로 돌아온 세 사람은 도망가는 프램턴이 누구냐고 묻는다. 이모는 유령을 만난 것처럼 겁에 질려 도망가는 프램턴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그러자 조카는 프램턴이 과거에 잊지 못할 충격적인 경험을 겪고 난 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작품 전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열린 격자문>의 결말은 허무하다. 조카가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는 전부 ‘뻥’이다. 이 작품이 왜 ‘가장 무서운 단편소설’로 선정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열린 격자문>은 공포소설, 괴담, 무시무시한 음모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공포소설은 일상적으로 만나는 대상과 공간을 이용,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공포의식과 공격적 본능을 끌어낸다. <열린 격자문>의 조카는 일상생활 중 한 번쯤 공포를 느꼈음 직한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여 프램턴의 불안의식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이 무시무시한 악몽으로 둔갑시킨 데에 이 소설이 갖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괴담과 음모론이 발생하는 이유도 그렇다. 불안한 사회일수록 허구의 이야기들은 인간의 음습한 심리를 파고들기 쉽고, 괴담과 음모론이 마음 놓고 춤을 출 수 있다. 괴담들이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쉽게 파고든다. 근거 없이 눈덩이처럼 부풀려진 괴담의 위력에 지배당한 대중은 진위를 가리지 못할 정도로 이성을 잃는다. 프램턴이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부리나케 도망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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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5-2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ㄱ 동네에 늪지대는 악어가 사나...그런 늪지대가 있는 음습한 곳은 땅값도 낮겠네요...ㅎㅎㅎ별상상 다 합니다.ㅎㅎㅎ

cyrus 2016-05-29 18:19   좋아요 0 | URL
상상력의 힘이 무섭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한 사람의 일상생활을 방해하기까지 합니다. 90년에 ‘빨간 마스크’ 괴담이 유행했을 때 골목길에 혼자 못 가는 아이가 많았어요. ^^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 문학.신화.역사를 관통하는 조너선 실버타운의 실버과학에세이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 노승영 옮김 / 서해문집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80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편안히 죽을 노후를 맞이해야 한다는 바람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100세를 누리는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학자들은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풍족한 사회가 되면서 2020년 내 100세 진입을 예견하고 있다. 그런데 오래 사는 게 늘 축복만도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신 아폴론은 쿠마의 무녀 시빌레(Sibyl)를 좋아했다. 그러나 시빌레는 아폴론의 구애를 거절했다. 그녀의 환심을 사고자 아폴론이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다고 했다. 시빌레는 손에 모래 한 움큼을 쥐면서 모래알 수만큼 수명을 내려달라고 한다. 아폴론은 그가 말한 대로 천 년을 살게 했다. 그런데 시빌레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 깜빡 잊고 영원한 젊음을 같이 달라는 소원을 비는 것을 잊었다. 천 년의 수명은 구애를 뿌리친 그녀에게 아폴론이 한 앙갚음이었다. 세월이 흘러 늙고 쭈글쭈글해진 시빌레는 저주받은 삶에 한숨만 쉬었다고 한다. T.S 엘리엇은 시 《황무지》에 영원히 죽지 못하는 시빌레의 모습을 묘사했다. 아이들이 시빌레에게 “뭘 원하니?”라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죽고 싶어.”

 

늙는 것을 반길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구와 하루라도 더 젊어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인간이 늙어간다는 것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노화란 변화가 찾아오는 것을 말한다. 나이를 먹게 되면 신체적으로는 피로, 식욕저하, 피부의 위축, 근력감소 등의 변화가 먼저 온다. 인간의 노화현상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은 많다. 수명의 한계를 알고 있는 인간이 노화를 체험할 때는 언제나 고통이 따른다. 인간의 성장은 대략 20세에 완성되며 이후부터 모든 세포조직은 서서히 쇠퇴해 결국 소멸한다.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기껏해야 50번밖에 분열하지 못한다.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의 끝부분인 텔로미어(telomere)가 일정길이 만큼 짧아져 얼마만큼 분열하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죽는다. 나이를 먹으면 이처럼 분열과정을 끝낸 세포들은 하나씩 사라진다. 그러나 인간의 세포 중에 끊임없이 분열하여 죽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도 있다. 암세포는 제한 없이 영원히 복제를 거듭한다. 암세포의 분열은 인간의 수명을 단축하는 위험한 요인이다.

 

과학은 ‘왜’보다는 ‘어떻게’의 물음에 더 뛰어난 재주를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왜 늙으며 죽을 수밖에 없는지 묻기보다는 그 늙음과 죽음이 어떤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나타나며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관심을 쏟는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조너선 실버타운 교수는 ‘왜 오래 사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이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찾는다. 그가 쓴 책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의 매력은 문학, 신화, 역사를 아우르는 저자의 해박한 상식과 과학 지식을 결합해내는 능력에 있다.

 

진화는 생명체가 생존하고 번식하기에 유리한 유전형질을 선택한다. 이처럼 생존이나 번식에 유리한 유전자를 선호하는 것을 자연선택이라 부른다. 진화론 관점에서 보면 노화의 정복은 간단치 않다. 노화와 노인병은 인류라는 종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진화의 추동력인 자연선택은 결과적으로 번식에 성공한 개체의 유전자를 퍼뜨릴 뿐 우리의 수명과는 어떤 관계도 없다. 생존과 생식에 성공한 개체의 유전자는 퍼지고 그렇지 못한 유전자는 사라진다. 인간이 장수란 목표를 이뤄도 무병(無病)의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된다.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인간의 최고 수명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수명이 많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질병 없이 사는 기간을 표시하는 건강수명은 그리 증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떤 학자는 100세 시대에 건강하게 살려면 체형과 얼굴 등이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사람이 100세가 되면 노화와 노안 등으로 고통스럽게 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려면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수억 원 이상을 들여 탄생한 노인은 어떤 모습일까? 노화를 개조(?)한 100세 노인은 아름다운 모습일까? 노화를 피한다고 한들 죽음의 신의 감시를 피하기 어렵다. 시빌레 이야기를 통해서 깨달은 중요한 교훈이 하나 있다. 인류의 생체시계 속에 창조의 시간과 파괴의 시간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명은 삶과 죽음으로 구성된다. 이 원리에는 수십억 년 동안이나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온 우리 조상 생명의 삶과 죽음이 응축돼 있다. 노화와 죽음 자체를 거부하는 것 역시 생명의 원리마저 거부하는 태도다.

 

늙어 죽지 않고 영생하는 것은 과학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과학은 노화와 장수 쪽으로는 아직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세균은 사라지지 않고 영생할 수 있다. 세균은 자손을 낳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분열하는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세포생물은 죽어 없어지는 방법을 선택했다. 노화는 적어도 다세포 생물에게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아무리 영원한 이별이 슬픈 일이라 해도 생명을 다하면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이쯤 되면 생명의 노화와 죽음이야말로 진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특별한 우주의 기운을 받는다면 오래 살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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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6-05-2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별한 우주의 기운을 받아 딱 135세까지 뇌도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살다 가면 좋겠어 ㅎㅎ

cyrus 2016-05-28 15:23   좋아요 1 | URL
누님, 135세까지 살 수만 있다면 무얼 하실 거예요? ㅎㅎㅎ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

수이 2016-05-28 16:18   좋아요 0 | URL
생각해봐야겠어요_ 김치찌개 먹으면서 곰곰.

stella.K 2016-05-2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다른 아쉬운 점은 별로 없는데,
더 이상 좋은 책과 드라마를 못 볼 걸 생각하니까 그게 좀 아쉽더라구.
웃기지?ㅋㅋ

cyrus 2016-05-29 13:26   좋아요 0 | URL
한창 몸이 건강한 시기에 재미있는 걸 마음껏 즐겨야 해요. 못 하고 늙으면 후회하지 싶어요. ^^

yureka01 2016-05-28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가난한 노년이라면 일종의 존재의 형벌이 되었어요....ㄷㄷㄷㄷ

cyrus 2016-05-29 13:28   좋아요 1 | URL
걱정입니다. 노부모를 공경해야 하는 자식, 부모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식들이 엄청 많다고 합니다. ㅠㅠ

나비종 2016-05-29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과 죽음에 관한 글을 읽을 때마다, 책을 덮고 나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죠.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니 과학적인 관점인가요?^^;
언젠가 주워들은 얘기인데, 사람은 하루를 주기로 삶과 죽음을 반복한다고 하더군요. 눈을 뜨는 아침에 살아나서 잠을 자는 밤에 죽는 거라구요. 많이 공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제 삶의 결론은요, 하.루.만 열심히 살자! 입니다.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자주 생각을 하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뭘까?` 하구요. 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우주의 기운을 모아 열심히 댓글을 다는 겁니다ㅎㅎ

cyrus 2016-05-29 13:37   좋아요 0 | URL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과학적인 질문일 수도 있고, 철학적인 질문도 됩니다.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질문의 관점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술과 육류 섭취를 줄이면서 살겠다고 하면 과학적인 질문에 가깝습니다. 죽음의 공포를 두려워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여생을 보내겠다고 대답하면, 질문은 철학적 관점에 가까운 거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잠의 신과 죽음의 신이 쌍둥이 형제로 나옵니다. 댓글을 너무 진지하게 안 쓰셔도 됩니다. ^^;;

나비종 2016-05-29 13:50   좋아요 0 | URL
댓글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본문과 댓구를 이루며 비슷한 무게감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라~^^;

나비종 2016-05-29 0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늙음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마더 테레사님과 같은 주름으로 늙어가는 것이구요. 그러려면 드넓고도 강력한 사랑의 내공이 필요하겠죠? 주름의 흐름도 날로 생기는 것이 아니니. . 쩝~^^;

cyrus 2016-05-29 13:41   좋아요 0 | URL
주름도 멋있게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드리 햅번, 올리비아 핫세처럼요. 얼굴에 주름이 있어도 고와 보입니다. ^^

나비종 2016-05-29 13:4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늙고 싶군요. 음, 그들은 주름이 있으나 없으나 원래 고왔던 이들이기도 하지만요, 나이들수록 내면의 아름다움이 삐져나오는 거라며 타고난 미모는 무시하고자 합니다ㅋㅋ

cyrus 2016-05-29 13:50   좋아요 0 | URL
젊은 시절 때 외모가 특별하지 않았지만, 늙으면서 저절로 아름다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5-2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년과 죽음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인간다운 것이라는 글을 무려 Vampire Hunter D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수 천년을 계속 살게 된 Vampire들의 문명이 결국은 쇠퇴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끝없이 이어지는 삶에서 오는 만성적인 피로와 무의미함이었다는 이야기인데, 수 백년도 아닌 수 천년을 살게되면 하루나 일년이나 십년이나 같다는 거죠. 저는 Highlander처럼 오래 살면 그저 좀 더 많은 걸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끔 영생(?)이 부럽더라구요. 앞으로의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런지 늘 궁금합니다.ㅎ

cyrus 2016-05-29 13:49   좋아요 0 | URL
다카하시 루미코의 <인어> 시리즈 주인공은 인어 고기를 먹는 바람에 죽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주인공은 주변 사람들이 다 죽고, 자신 혼자만 영생하는 운명이 저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인어> 시리즈 주인공은 수 천 년 살아가는 운명에 고독함을 느꼈습니다. 지구상 모든 사람들이 영생하면 인구 증가 폭발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겁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