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세트 - 전6권 열린책들 세계문학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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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1] 아라비안나이트 / 천일야화

 

 

 

 

사람은 누구나 호기심을 갖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지식욕이 개별적인 것을 향할 때는 호기심”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래서 과학이나 학문의 발달 역시 호기심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호기심은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판도라의 상자’는 인간의 호기심에 대한 경고를 상징한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에게 분노한 제우스는 인간들에게 벌을 주기 위해 계략을 꾸민다. 각종 재앙이 담긴 작은 상자와 함께 판도라를 땅으로 내려보낸다. 상자 속에 뭐가 들었는지 호기심을 견디지 못한 판도라는 ‘절대 열어 보아서는 안 된다’라는 경고를 어긴다. 그때부터 인간의 불행이 시작되었다. 판도라의 상자 이래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법은 상술에서 가장 흔하게 쓰인다. 여기에 성(性)과 관련된 내용이 빠질 리가 없다. 메일 제목에 성적 농담, 음란 사진, 성인 사이트 등으로 위장하고 첨부 파일을 넣어 유혹한다. 실제로 이메일을 받은 사람들의 80% 이상이 바이러스 메일인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일을 열어 봤다고 한다.  

 

《천일야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들이 가득하게 채워진 판도라의 상자다. 독자들은 이 어두컴컴한 상자 속에 있는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상자를 열면 셰에라자드가 ‘펑’ 하고 램프의 정령처럼 나타난다.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녀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한다. 자신과 하룻밤을 보낸 셰에라자드를 죽이기로 한 샤리아 왕은 매일 밤만 되면 이야기의 노예가 된다. 왕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이야기에 중독되었다. 이쯤에서 한 번쯤 의문이 생긴다. 셰에라자드와 샤리아의 관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기에 사람들은 이야기에 빠지고 열광하는 걸까.

 

호기심은 우리가 이야기에 몰입하게끔 하여주는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해준다.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올리려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고조시켜야 한다. 드라마에 몰입한 시청자들은 결말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방송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재미있는 드라마는 마지막 방송까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셰에라자드는 왕의 호기심을 높이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이 트기 시작하는 시간이 임박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이야기 중간에 딱 끊어버린다. 셰에라자드는 목숨을 연명하는 조건을 붙여 다음에 펼쳐질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해질 거라고 암시한다. 셰에라자드는 남은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이야기가 재미있는 거라고 말할 뿐이다. 셰에라자드는 의도적으로 예고를 들려주지 않는다. 사실 왕은 셰에라자드와 그녀의 동생 디나르자드의 치밀한 계획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실험은 가장 유명한 심리학 실험이다. 이 실험의 내용은 개한테 밥을 줄 때마다 종소리를 울렸더니 결국 종소리만 듣고도 개가 침을 흘리더라는 것. 인간의 행동도 이와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배고플 때 음식 냄새를 맡으면 입안에 침이 저절로 고이는 것을 느낀다. 디나르자드는 언니가 알려준 대로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 항상 이런 말을 꼭 한다.

 

 

 

 

“언니! 만일 자고 있지 않으면,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조금 있으면 동이 틀 터인데, 그때까지 언니가 알고 있는 그 많은 재미난 이야기 중 하나를 들려주세요!”

 

 

왕은 마치 잘 길든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야기에 향한 호기심이 조건반사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말을 들은 왕은 어느새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셰에라자드에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재촉한다. (《천일야화》 1권 45쪽을 보시라) 왕은 매일 통이 트지 않은 새벽에 이야기를 들었더니 나중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구하는 디나르자드의 말만 들어도 반응을 보인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저자 조너선 갓셜은 인간은 위험, 죽음, 고난, 섹스 등 불쾌하고 문제 많은 소재가 있는 이야기에 눈을 떼지 못한다고 했다. 이야기의 세계는 우리가 사는 현실과 완전히 다를 뿐만 아니라 위험천만하다. 우리는 여기서 짜릿한 쾌감을 얻는다. 《천일야화》속에는 모험과 신비, 화려함과 에로티즘이 결합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독자들은 셰에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어떻게 끌이 날지 눈을 떼지 못한다. 재미있는 이야기에는 보편 문법, 즉 이야기가 전개될 때 항상 나오는 패턴이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곤경에 처한다. 그리고 슬기로운 지혜로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주변 인물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일곱 번이나 여행을 한 신드바드 이야기(《천일야화》 2권)와 '알리바바와 여종에게 몰살된 마흔 명의 도적 이야기'(《천일야화》 5권)를 좋아할 수밖에 없고, 아라비안나이트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로 거론한다.

 

《천일야화》를 편집한 앙투안 갈랑은 외설적이면서 잔인한 장면을 과감하게 삭제했다. 반면에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은 외설적인 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면서 편집했다. 갈랑의 편집본이 알려지면서 오랫동안 정전으로 자리 잡았던 버턴의 《천일야화》의 위력이 많이 떨어졌다. 버턴의 편집본을 청소년이 보기에 민망한 불편한 고전으로 바라보는 평가가 많아졌다. 그렇지만 다소 건전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갈랑의 《천일야화》가 버턴의 《천일야화》보다 작품성이 좋다고 보지 않는다. 이야기 속에 선정적인 장면이 많으냐 적는냐 묻는 일이 우수한 문학작품을 판단하는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 에로티시즘을 과도하게 부각시킨 버턴의 《천일야화》도 일독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야한 묘사가 많은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려도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끌린다. 인간은 사랑과 섹스가 있는 이야기에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이것이 (조너선 갓셜이 말한) 이야기의 역설이다. 《천일야화》를 읽으려는 독자들 모두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샤리아 왕과 동일한 상황이다. 셰에라자드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정말 궁금하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상자를 활짝 열면 된다.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라. 상자를 열었다고 해서 불행이 찾아오지 않으니까. 다만 제대로 마음먹고 1,001일 동안 이어지는 이야기를 확인하려면 꽤 적지 않은 양의 시간을 바칠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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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7-0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기대하고 읽었다가 2권부터 진이빠지더니 4권까지 읽곤 다운됐습니다.....

5권계왕권말씀이 생각나네요.

cyrus 2016-07-02 13:57   좋아요 0 | URL
앙투안 갈랑 천일야화 3, 4권이 좀 지루했습니다. 3, 4권에 왕자와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이야기를 안 좋아합니다. 주인공이 모험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

yureka01 2016-07-01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의 포르노 집대성? 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맞는지요? 아 또 그 호기심은 자극하기에 충분한듯한....ㅋ

요즘 스파이웨어 대신에 랜셈웨어가 뜬다죠.메일이나 이상한 싸이트 열러보다가랜섬 걸려서 파일 뭍어 오면, 서류파일 ...사진 파일 동영상파일 모조리 암호 걸어서 ,,돈 안줌녀 암호 안준다고 협박한다죠....호기심의 조절력..이게 참 간단치가 않아서 낚시당한다는...

cyrus 2016-07-02 14:01   좋아요 1 | URL
제가 버턴의 <천일야화>를 1권만 읽었습니다. 이어서 남은 권도 읽어볼 예정입니다. 그런데 천일야화에 나오는 야한 장면들이 포르노 수준은 아닙니다. 1권에 왕비와 궁녀, 그리고 흑인 노예들이 모여서 난교하는 장면이 나오기 합니다만, 불필요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하지는 않았습니다. ㅎㅎㅎ

랜섬웨어 때문에 요즘 사진 이미지 저장을 할 때 출처가 분명한 사이트만 찾아 갑니다.
 

 

 

※ 글과 사진은 쥰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자음과 모음과 그 계열사들에서 출판되는 책은 책임자들의 정당한 처벌과 윤정기 편집자의 권리 회복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불매하겠습니다. 그리고 ‘알라디너의 선택’에 공개되는 책 소개 글, 서평을 쓰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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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p 2016-07-0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앞으로 책을 구매할 때 참고해야겠군요.

cyrus 2016-07-01 18:53   좋아요 0 | URL
쥰님 덕분에 저도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

마립간 2016-07-01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투표하는 유권자가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듯이.

책을 구매하는 독자는 출판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 9개 출판사의 책들은 변화가 있을 때까지 구매를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cyrus 2016-07-01 18:55   좋아요 0 | URL
독자들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속에 흘린 노동자들의 땀방울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1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참합니다 !

cyrus 2016-07-01 18:56   좋아요 0 | URL
곰발님이 자모 사태를 풍자하는 글을 써주길 은근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

감은빛 2016-07-0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반적으로 열악하기 짝이 없는 출판계에서도 다들 인정하는 뭐같은 최악의 출판사가 몇 군데 있는데 그 중 자음과모음은 단연 돋보이는 곳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10년 가까이 이 출판사 책을 사지 않습니다. 시공사와 함께 완전 불매하는 곳이지요.

앞으로도 별로 달라지지 않을거라 보고 평생 불매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한편으로 좋은 책을 많이 내는 괜찮은 출판사 중에도 들여다보면 황당한 일들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일일이 불매하면 읽을 책이 없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ㅠㅠ

cyrus 2016-07-01 19:09   좋아요 0 | URL
오랜 기간 특정 출판사의 책을 멀리하는 일은 정말 힘든 결정입니다. 출판사의 잘못된 운영 때문에 좋은 책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yureka01 2016-07-01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출판사가 무슨 대기업 그룹입니까..헐..계열사 종류가 저렇게 많은 게 이해가 안됩니다.
한해 책팔아서 매출이 얼마나 되길래..저렇게 분사된 형태가 된건지..
상당히 저의가 의심스럽기도 하고...무슨 자금 세탁용 회사인지..페이퍼 컴퍼니인지..

하여간 의도가 수상쩍기 짝기없네요..

그런 양아치 날품같은 회사에서 만든 책이 진정성이 묻어 나겠냔 말이죠..

하루 빨리 직원들이 새로운 곳에서 설립을 하든 갈아 엎든 새출발이되었으면좋겠습니다.

직원이 편하게 일에 매진해야만이 양질의 좋은 책이 나올 수 있는 기초체력이거든요...

cyrus 2016-07-01 19:35   좋아요 1 | URL
민음사, 문학동네 같은 인지도 높은 출판사들도 계열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계열사 운영 실태를 좋게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출판사가 자신들의 부당 행위가 적발되었을 때 계열사 책임으로 돌리거든요.

yureka01 2016-07-01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음과모음이 민음사나 문학동네 만큼이나 큰가요jQuery18308783746660211083_1467370820045?그전도는 아니지 싶은데...어떻게 문어발처럼 있는지도 ..좀 이해가 안됩니다...

cyrus 2016-07-02 14:0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동안 자모가 브랜드 회사가 많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생각보다 출판사 임프린트(계열사)가 꽤 많습니다. 조금 있다가 국내 출판사 임프린트를 목록으로 정리해서 공개하겠습니다.

오거서 2016-07-01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기억해 두어야겠군요!

루쉰P 2016-07-01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저걸 꼭 기억하겠습니다!

푸른희망 2016-07-02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하겠습니다!

또 봄. 2016-07-09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참하겠습니다.
 

 

 

[성명] 저열한 일터 괴롭힘으로 노동자 입 틀어막는 자음과모음 규탄한다

 

경악했습니다.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이렇게까지 상식 없는 출판사인지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윤정기 편집자가 새로 발령받은 사무실을 보고 하는 말입니다. 새 근무지로 출근한 윤정기를 맞이한 것은 씻지도 않은 설거지거리, 벽면에서 떨어져 나와 너덜너덜거리는 벽지들, 도대체 어디서 앉아서 일하라는 건지 모를 먼지 쌓인 책상과 컴퓨터, 그리고 널부러진 잡기들.

 

지난 622, 강병철 사장이 새로 관리자로 임명한 문 모 이사는 자음과모음에 출근하는 윤정기에게 마포 도화동 새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왜 이사를 가는지도, 그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윤정기에게 이런 모욕을 주려고 그랬던 것입니다.

 

심지어 문 모 이사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사무실 안에서, 서슴없이 흡연을 하면서 이 새끼운운하고 어떻게 해야 널 죽여버릴까 싶다라는 협박까지 내뱉었습니다. 항의하는 윤정기에게 문 모 이사가 한 말은 자음과모음의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싫으면 그만두든가

 

자음과모음은 변한 게 없습니다. 올해 1월부터 이어진 6차례에 걸친 교섭에서 자음과모음 교섭위원은 윤정기와 출판지부의 요구사항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공식 교섭 자리에서 왜 회사가 당신을 부당전보했는지 생각을 해봐라” “자음과모음에서 일하려면 실력을 키워라” “이미 지난 일에 사과하라는 게 말이 되냐등 끊임없이 윤정기를 욕보였습니다. 사측 교섭위원은 심지어 윤정기가 회사에서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고용주인 강병철이 직접 나와 교섭하라는 윤정기와 출판지부 요구에 강병철 사장은 중국에 가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해결 의지 없이 임하던 교섭마저 지난 624, 결국 자음과모음은 더 이상 교섭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왔습니다.

 

대화로 해결하자는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정상적으로 책을 만들게 해달라는 최소한의 요구조차 온갖 모욕, 괴롭힘, 폭력적 처사, 협박으로 입을 틀어막는 것이 자음과모음의 상식입니까? 인간을 인간답게 대우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회사인 자음과모음이 한국의 대표적인 인문-문학 출판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출판노동자들과 독자들에게 치욕입니다.

 

강병철 사장과 자음과모음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저열한 노동탄압을 즉각 중단하십시오.

 

출판노동자, 독자, 시민 여러분에게 강력히 호소합니다. 자음과모음이 출판노동자를 상대로 휘두르는 전횡을 멈추도록 목소리를 높여주십시오. 매의 눈으로 지켜봐주십시오.

 

 

2016628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 윤정기 조합원이 발령받은 사무실입니다. 분노가 치밉니다.

 

 

 

 

 

 

 

 

 

 

 

 

 

* 관련 기사

 

YTN / 권고사직 거부 직원을 흉가같은 사무실로 전출보낸 회사 (http://tuney.kr/8igAwr)

 

한겨레 / ‘쓰레기장? 사무실?’출판사 자음과모음, 편집자 또 부당' 발령

(http://tuney.kr/8ifs2O)

 

노컷뉴스 / 쓰레기장 같은 사무실출판사 자음과모음, 편집자 부당발령 논란

(http://tuney.kr/8ieF1E)

 

미디어스 / 자음과모음이 쓰레기장 방불케하는 데 발령

(http://tuney.kr/8ihOJK)

 

매일노동뉴스 / 흉가 같은 사무실 배치, 관리자와 단 둘 근무 관리자 죽이겠다협박까지 (http://me2.do/FC1EYZjT)

 

 

 

 

 

자음과모음의 노동탄압 행태에 분노하는 독자, 저자, 출판노동자 여러분의 목소리를 모아 전달합시다!

우리는 좋은 책이 좋은 노동환경에서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http://goo.gl/forms/0Y4pWoumyeb7oFBg1

(*서명에 참여하신 분들의 명단은 아래 입장문과 함께 발표될 예정입니다.)

 

컴퓨터로 접속한 상태에 구글 전자 서명을 하면 해당사항항목 체킹이 되지 않습니다. 마우스로 여러 번 클릭했는데 체크 표시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럴 때 북플로 접속해서 서명을 하면 체킹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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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음과모음의 노동탄압에 반대하고 윤정기의 원직복직을 요구합니다!

 

지난 27, 우리는 윤정기 편집자를 쓰레기장 같은 사무실로 보내고 욕설과 협박을 자행한 자음과모음의 행태에 크나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회사의 부당한 조처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권고사직하고, 권고사직을 거부했다고 물류창고로 부당 발령을 보내고,

 

명목상의 도급회사를 만들어 본사와 격리하고 협박과 괴롭힘으로 입을 틀어막으려 합니다.

 

사람이 책을 만듭니다. 노동자를 사람으로 대우하는 최소한의 상식조차 없는 출판사 자음과모음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좋은 책이 좋은 노동환경에서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읽고 쓰는 책이 출판노동자를 착취한 결과물이기를 원치 않습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윤정기를 자음과모음 편집부로 즉각 원직복직하고 정상적인 노동환경을 보장하십시오.

2. 노동자 탄압을 중단하고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십시오.

 

 

우리는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우리의 요구사항을 이행할 때까지 윤정기와 함께할 것입니다.

 

자음과모음의 노동탄압에 항의하는 독자, 저자, 출판노동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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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6-29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욕주고 비굴하게 만들어서 스스로 퇴직을 강요하는, 아주 저열한 방식.
일개 노동자로써 비참하게 만들어 제거 하려는 음모.

글을 다루며 인류의 가치를 주창하는 업종인 출판사가 시정 잡배들의 저급한 방법이었다니,
저런 출판사가 독자에게 무어라 책을 읽으라고 펴낸단 말인지...

직원들 끼리 모여서 자모사 하나 차려야 할 거 같습니다....
회사가 망하면 결국 실직하게 되니, 차라리 새로 만들어서 저번에 시사저널에서 나온 직원들이 모금하여 시사인이란 잡지로 거듭나는 것처럼 할 수는 없을까 싶습니다...

저런 모금한다면 후원하고 싶습니다....

cyrus 2016-06-29 16:44   좋아요 2 | URL
지금 자모에 근무하고 있는 분들이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직원을 완전 비참하게 만들어버리고 무시하는 회사에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어이가 없는 게 자모에서 좌파 사상가 지젝의 책이 나왔습니다. 출판사의 이중성에 화가 납니다.

아무 2016-06-29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세랑 작가가 자음과모음에 자신의 책 절판 신청을 했다는 뉴스가 올라왔더라구요. (http://m.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79) 이렇게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사진은 점심 때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기사로 접했는데, 될 대로 되라는 식인가 싶더군요..

cyrus 2016-06-30 16:45   좋아요 1 | URL
정세랑 작가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었을 겁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작가들은 이번 사태를 그저 방관만 하고 있군요.

아무 2016-06-30 17:02   좋아요 1 | URL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468&aid=0000165653&sid1=001

출판사 대표가 일단 사과하는 보도자료를 냈네요. 자음과모음 편집위원들도 가을호 휴간 결정을 하고 백민석 작가도 연재를 고민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던데, 앞으로 사과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cyrus 2016-06-30 17:05   좋아요 1 | URL
중요한 소식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제일 중요합니다. 출판사가 정말 반성하는지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stella.K 2016-06-29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문제가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니...
자음과 모음 불매운동이라도 벌려야 정신을 차릴려나?
하긴 난 자음과 모음 책 안 사 본지 꽤 되지만.
그래봐야 회사 이미지만 안 좋아지는 건데 왜들 그럴까?ㅠ

cyrus 2016-06-30 16:47   좋아요 1 | URL
사실 자모에 좋은 책 많아요. 읽고 싶어요. 그렇지만 출판사의 이중성을 생각하면 자모에 나오는 책들을 사고 싶지 않고, 읽고 싶지도 않아요. 물론 서평도 쓰지 않을려고 해요.

시이소오 2016-06-29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음과 모음 불매운동 참여합니다!!

cyrus 2016-06-30 16:49   좋아요 1 | URL
사고 싶고,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참아야 합니다. 자모 책에 아예 관심을 두면 안 됩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6-06-29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명했습니다... 아주 그냥 미친 것들이네요.. 저도 불매하렵니다.

cyrus 2016-06-30 16:53   좋아요 1 | URL
문제 많은 출판사의 책을 사는 일은 결국 출판사 배 불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겁니다. 아무리 그 돈으로 좋은 책을 만든다고 해도 기본적인 노동권을 무시하는 출판사는 최악입니다.

요정 2016-06-29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명했습니다.. 진짜 어이가없어서 웃음도 안나옵니다.. 꼭 해결됬으면 합니다.

cyrus 2016-06-30 16:54   좋아요 1 | URL
이번 기회에 진짜 자모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은 불같이 화를 내셨다. 지금도 그때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마스다 미리 어른 초등학생102)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 통틀어서 선생님이 크게 화를 내면서 눈물을 흘렸던 날이 세 번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이날 울었던 담임선생님들 모두 여자였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선생님들이 화를 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제자들이 너무 말을 안 듣는 모습에 선생님이 속상해서 화를 냈을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님은 1학기만 제자들을 가르쳤다. 출산 휴가로 당분간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그 당시 아이들은 선생님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선생님은 제자들에게 임신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2학기가 개학한 지 얼마 안 된 날에 선생님은 학교 일을 쉰다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선생님에 정이 든 아이들은 선생님과의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시간에 대부분 아이가 눈물을 흘렸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이유를 알았다. 그 날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데 무려 18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이미 배속에 아이를 가졌던 선생님은 학교 업무에 심한 압박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아이들은 선생님의 속사정을 모르고 미운 짓만 골라 했다. 서러운 감정을 꾹 참고 있다가 어느 날 한순간에 폭발하고 만 것이다. 그 날 선생님은 말 안 드는 너희들 때문에 학교 일을 그만둘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생님의 그 말 한마디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만들어진 기억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학교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고 울먹거리면서 꺼냈던 선생님의 말씀을. 그때 교실 안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교실 안에 훌쩍거리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아이들은 풀이 죽은 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어떤 여자아이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선생님이 우는 이유가 자기들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반장, 부반장을 맡은 아이가 선생님에게 사과 인사를 했고, 그동안 자신들이 잘못했던 일에 뉘우치는 자세를 보였다. 이런 일이 있었기에 아이들은 선생님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만약에 나나 이 아이들이 조금 철이 든 중학생이었다면, 떠나는 선생님을 위해 선물 하나쯤은 마련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듬해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5학년 담임선생님은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1학기만 가르치고 휴직했다. 무슨 병인지 잘 모르지만, 선생님의 몸 상태가 정말 안 좋았다. 내가 살았던 집 바로 건너편에는 선생님의 친척이 살고 있었다. 선생님은 세 살짜리 딸을 이 친척 집에 맡기고 학교에 출근했다. 그래서 저녁 시간에 퇴근한 선생님이 딸을 데리러 오는 장면을 몇 번 목격하기도 했다. 우리 엄마가 선생님의 딸을 잠시 돌본 적도 있었다. 선생님의 딸이 내 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선생님은 학교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다. 몸과 정신 상태가 거의 최악인데도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결국, 일어나서는 안 될 상황이 일어나고 말았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혼내다가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선생님은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나서 울었다기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서러워서 울었다. 점점 몸은 지쳐만 가는데, 학교 일과 육아를 감당하기 힘든 삼중고에 무척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중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은 초임 교사였다. 당시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남학생들만 다녔다. 초임 여교사 입장에서는 철부지 남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힘들다. 남학생들은 초임 여교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선생님의 말씀도 잘 듣지 않는다. 제자가 선생님을 만만하게 대하는 상황이 이어지니까 선생님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선생님을 울리고 말았다. 그런데 남학생들은 선생님이 우는 모습을 보면 크게 뉘우치는 척하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말썽을 피운다.

 

혹자는 교사가 제자 앞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화를 내는 모습이 보기 안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건 교사라는 직업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교사도 감정노동자다. 과거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됐다. 하지만 현재 교단에 서 있는 교사들은 기본적인 업무 외에 동료 교사, 학생, 학부모까지 상대해야 한다. 학교 교육이 교육서비스로 인식됨에 따라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눈치를 봐야 하고 설령 학생의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상담실로 따로 불러서 이야기해야 할 정도로 교직 생활은 민감한 환경에 처해있다. 학교에 여교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화를 내다가 눈물을 흘리는 선생님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겼을까? 아이들이 선생님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도 선생님이 갑자기 우는 이유를 잘 모른다. 차차 어른이 되면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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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6-28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련 병원에서는 초보 의사들이 실수를 하지 않을 즈음이 그 병원을 떠나게 되죠.

인종 차별이든, 성차별이든 또는 위 글처럼 선생님 노고, 부모님의 노고, 무언가를 철이 들어 인식할 때는 상황은 이미 멀리 떠나왔고, 그 상황에 처해있는 당사자는 알지 못하고 ... 그래서 갈등은 항상 있고. 뭐 그렇습니다.^^

cyrus 2016-06-29 09:20   좋아요 0 | URL
의사도 엄청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죠. 인턴 시절이 제일 힘들다고 하더군요.

yureka01 2016-06-2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소위 말하는 갑질문화....신참 검사조차 갑질 상사에게 어려움 호소하고 자살로 내몰리는 사회..왜이렇게 배려가 없는 사람들이 많은가요..아고...

cyrus 2016-06-29 09:22   좋아요 1 | URL
어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교사에게 갑질을 합니다. 그런 부모를 보면서 자란 아이는 교사를 무시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갑질문화를 따라 배우게 되는 거죠. ㅠㅠ

alummii 2016-06-28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저희 댄스 선생님 우시는 이유를 모를때가 있어요 @,@ 눈물이 아니라 땀이겠거니..한답니다ㅡㅡa회원들이 너무 못 추나봐요..풉...아님 너무 욱껴서 우시나...

cyrus 2016-06-29 16:45   좋아요 0 | URL
알루미님은 힙합뿐만 아니라 댄스도 배우시는군요. +_+

2016-06-29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9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9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30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30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30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흰》 종이에 허무와 슬픔이 흠뻑 배어있다. 그 종이 속에 두 여자가 있다. 그녀들의 삶은 하얗다. ‘나’는 일상을 매일 쥐어짜는 극심한 편두통에 시달린다. 그녀에겐 태어나 두 시간 만에 죽게 된 언니가 있다. 따뜻한 어머니 품속 같은 흰 배내옷은 곧 싸늘한 수의가 된다. ‘나’는 얼굴이 흰 조그만 언니를 떠올리며 이 세상의 ‘흰 것’들을 하나씩 건져내기 시작한다. 65개의 조각 글은 한 편의 비가(悲歌)다. 흰색 톤의 ‘나’는 비현실적이면서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자꾸만 마음이 끌린다. 어떻게 보면 《흰》은 행동의 모호함과 혼란에 대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행동이 순수함을 향한 몸부림인지, 아니면 단순한 욕망의 표출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사람들이 살아가며 일상적으로 겪는 고뇌를 표현한 것인지 규정하기 힘든 장면이 잇따라 등장하기 때문이다.

 

흰색이 검은색보다 언제나 순수하고, 하얀 눈처럼 순수함을 상징한다는 식으로 그려졌다면 이 소설은 도식적이고 심심해졌을 것이다. 우울, 희열, 평안을 오가면서 흰 것에 집착하는 ‘나’의 모습은 기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한강의 글은 불편하고 때론 괴롭지만, 소설 속 ‘나’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흰 것에 대해 마음껏 상상한다. ‘나’는 흰 것의 상징과 은유로 근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금만 벗어나도 과장스럽게 보였을 ‘나’의 글쓰기를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작가가 형이상학적 소재를 세심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처음에 ‘나’는 흰 것에서 ‘죽음’을 대면한다. ‘달떡처럼 희고 어여뻤던 아기’가 죽은 자리에 태어난 ‘나’는 불현듯 죽음과 가까워지는 순간을 느낀다. 문득 자신을 덮칠 듯한 거대한 무색 공포, 즉 ‘죽음’에 몸을 떨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혼자다. 죽음처럼 완전히 혼자다. 태어날 때부터 ‘형의 죽음’이라는 상처가 그의 이름과 생일에 낙인찍혀버린 반 고흐처럼 말이다. ‘나’는 오랜 고통의 영향으로 ‘피 흐르는 눈’[주1]을 가졌다. 그 눈으로 들여다본 마음의 심연은 엑스레이 사진처럼 해골만 남은 채 텅 비어 있다. 마음의 심연이 붉게(살과 근육) 보이지 않는다. [주2]

 

 

그보다 오래전,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 그녀는 뼈들의 다양한 이름에 매혹되었다. 복사뼈와 무릎뼈, 쇄골과 늑골, 가슴뼈와 빗장뼈, 인간이 살과 근육으로만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다행으로 느껴졌다. (‘흰 뼈’ 중에서, 89쪽)

 

 

생각도 고통도 없는 해골이 된다는 것은 무척 슬픈 일이다. 하지만 기막히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흰 뼈’라는 제목의 글은 마치 삶의 유한성을 일깨우는 ‘바니타스(Vanitas)’ 회화 속 해골을 연상시킨다. 다소 우울하지만, ‘나’가 자신의 엑스레인 사진을 보는 행위는 ‘진정한 삶을 찾기 위한 과정’에 참여했음을 깨닫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화된 바니타스를 탐구하는 것이다. 바니타스의 구현은 모든 것이 헛되기 때문에 허무주의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다. 진실한 의미를 찾지 않으면 무의미한 일상에 반복되는 헛됨에 사로잡힐 수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가 보는 것들은 진실일까? 허상일까? 진실이라 믿고 있었던 것들이 거짓으로 밝혀졌거나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은 현실이 진실임이 드러날 때가 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다 진실은 아니다. 과연 검은색만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울 듯한 꺼림칙한 기분을 주는 색깔일까. 한강은 각인된 인상에 비롯된 허상을 좇는 독자들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흰색에도 ‘덧없는 삶’,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이라는 이면의 진실을 감추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몸 그 자체 속에 들어 있는 해골이다. 우리가 몸속에 있는 해골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죽음’이라는 진실을 들여다보지 못하면서 살아간다. 해골을 소재로 한 글은 독자에게 자신의 진실한 내면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입김>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나’가 차가운 겨울 입술에서 피어나오는 흰 입김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입김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생명의 형상으로 허공에 퍼져나가는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어느 추워진 아침 입술에서 처음으로 흰 입김이 새어나오고, 그것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 우리 몸이 따뜻하다는 증거. 차가운 공기가 캄캄한 허파 속으로 밀려들어와, 체온으로 덮혀져 하얀 날숨이 된다. 우리 생명이 희끗하고 분명한 형상으로 허공에 퍼져나가는 기적. (‘입김’ 전문, 89쪽)

 

 

65개의 글 전체에 슬픔과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차가운 죽음과 따뜻한 삶 사이에서 삶 쪽으로 퍼져나가는 소중한 기적도 있다. 그것이 바로 ‘살아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확연한 증거이자 흔적이다. 비록 입김 또한 삶이 덧없다는 것을 뜻하는 바니타스 상징으로 볼 수 있지만, 따뜻한 입김의 조그만 조각도 누군가의 몸속으로 전달되어 생명의 날숨이 되어주는 소중한 매개체다. 따라서 이 글 속에서 ‘나’는 마음속으로부터 삶을 갈망하는 욕망도 얼핏 읽을 수 있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는 《흰》을 읽으면 무의식 속에 방치했던 기억들이 재생되고 숙연해진다. 《흰》에서 여러 종류의 사유를 발견할 수 있지만, 유독 많이 보이는 것은 삶이라는 의미와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극대화된 허무이자 절대적인 죽음의 앞에서 절망하지만, 근본적인 회의를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죽지 마라. 제발’ 이 독백은 어찌 보면 하나뿐인 생명력이 회복하기를 원하는 간절한 외침이 아니었을까. 한강은 형용하기가 어려웠고, 두려웠을 소재를 곱씹어서 65개의 글로 종이 위에 토해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잠깐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한강 작가가 고맙다.

 

 

 

 

※ 주1) 한강의 시 「피 흐르는 눈」 1연 1행 (‘나는 피 흐르는 눈을 가졌어’,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52쪽)

 

※ 주2) 한강의 시 「피 흐르는 눈」 5연 1행 (‘마음의 심연이 붉게 보이지 않는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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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6-06-27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페이퍼입니다. 감사합니다.

cyrus 2016-06-28 11:35   좋아요 1 | URL
별 말씀을요. 책에 대한 제 개인적 느낌만 적었을 뿐입니다.

빠르릉 2016-06-27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