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손」(La Main d'écorché)은 모파상이 처음으로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된 사연이 흥미롭다. 모파상은 청년 시절 노르망디 지역의 어촌 도시 에트르타에 살고 있었다. 그곳은 아름다운 절벽의 바닷가로 유명한 지역이다. 모파상은 에트르타의 해안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한 번은 해안을 지나가다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했다. 모파상이 구한 사람은 영국 시인 찰스 스윈번이었다. 시인은 생명의 은인인 모파상을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모파상은 그곳에서 기괴한 물건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미라 형태가 되어 말라비틀어진 사람의 잘린 손이었다. 모파상은 이때 당시의 기억을 소재로 삼아 「박제된 손」을 썼다.

 

「손」(La Main)은 「박제된 손」의 줄거리와 유사한 단편소설이지만, 발표 연도가 다르다. 「박제된 손」은 1875년에, 「손」은 1883년에 발표되었다. 프랑스어 원제와 발표 연도가 명시되지 않으면, 두 작품이 서로 같은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19세기 중반 센 강에 즐기는 뱃놀이가 파리지앵들 사이에서 유행으로 번졌다. 모파상도 센 강에 보트를 띄워 여자들과 어울리면서 놀았다. 모파상은 물이 있는 강이나 바다를 좋아했다. 바다를 엄청 싫어했던 러브크래프트와 상반된 모습이다. 모파상은 물을 소재로 뛰어난 단편소설을 썼는데, 그 작품이 바로 「물 위에서」(Sur l'eau, 1876년)다.

 

8, 90년대에 외국의 무서운 이야기들을 출처 없이 짜깁기했거나 ‘외국 유명 작가의 공포소설’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책들이 많았다. 이런 책들에 가장 많이 소개된 소설이 모파상의 「물 위에서」였다. 초딩 때 「물 위에서」와 비슷한 이야기를 ‘서양 괴담 모음집’ 같은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이야기의 출처가 모파상의 소설이라는 사실을 어른이 돼서야 알았다. 「물 위에서」의 배경은 센 강이다. 모파상은 달빛이 흐르는 아름다운 센 강을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장소로 연출했다. 흔히 센 강을 낭만적인 파리를 상징하는 명소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낭만과 아주 거리가 먼 평범한 강이었다. 모파상이 센 강에 뱃놀이를 즐기고 있었을 시기에 센 강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자살자가 얼마나 많았으면 강 위에 둥둥 떠다니는 익사체를 보는 것이 파리지앵의 일상적인 일이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던 18세기에도 센 강에 빠져 죽는 사람이 많았고, 익사체를 건지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1]

 

 

「오를라」는 예전에 언급했으니까 패스.

 

※ Colla[book]ration #11 모파상 X 러브크래프트

http://blog.aladin.co.kr/haesung/8636891

 

 

 

 

 

 

 

 

 

 

 

 

 

 

 

 

 

 

 

 

 

 

 

 

 

 

 

 

 

 

 

 

 

 

 

 

 

 

 

 

 

 

 

 

 

 

 

 

 

 

 

 

 

 

 

 

 

 

 

 

 

 

 

 

 

 

 

 

 

 

 

 

 

 

 

 

 

 

 

 

 

 

 

 

 

 

 

 

 

 

 

 

 

※ [주1] 루이 세바스티엥 메르시에 《파리의 풍경 1》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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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16-08-07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기소설?벨아미의 그 모파상이 맞나요?ㅋㅋㅋ

cyrus 2016-08-08 07:36   좋아요 0 | URL
네. 키미리키님이 생각하시는 그 모파상이 맞습니다. ㅎㅎㅎ

2016-08-07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08 07:5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사드의 《사랑의 죄악》, 에르베 바쟁의 《손아귀에 든 독사》, 디드로의 《수녀》 그리고 모빠상 괴기소설이 장원출판사 하드커버판으로 나온 적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건 장원출판사 책뿐입니다. ^^

transient-guest 2016-08-10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가 계속 이어지고 있네요.ㅎ

cyrus 2016-08-10 07:54   좋아요 0 | URL
모파상의 단편소설이 장편소설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
 
빈 배처럼 텅 비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485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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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세종도서 독서감상문 대회 출전작

 

 

 

살다 보면, 니체와 쇼펜하우어를 들먹이며 허무에 감염될 때가 있다. 영혼의 복판을 꿰뚫는 통렬한 슬픔을 겪은 사람은 절대 그 아픔을 경험하기 전, 그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최승자 시인은 깊은 내면의 상처를 온전히 끌어안지도, 그렇다고 질끈 무심한 척 내버리지도 못하면서, 끊임없이 상처를 되새김질한다. 그녀의 시는 지금까지의 삶을 되새김질한 결과 찾아낸 결론이다. 《빈 배처럼 텅 비어》는 시인의 피 흘리는 상처를 응시해야 하는 시집이다. 《빈 배처럼 텅 비어》는 아프게 눈물로 그려낸 통렬한 생존 증명서이며, 오랜 시간 자신을 짓눌렀던 고독을 건조한 문장으로 풀어낸 일기다.

 

 


나의 생존 증명서는 詩였고
詩 이전에 절대 고독이었다
고독이 없었더라면 나는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세계 전체가 한 병동이다

 

꽃들이 하릴없이 살아 있다
사람들이 하릴없이 살아 있다

 

「나의 생존 증명서는」 50쪽

 


 

한정되고 닫힌 세상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범하게 담아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비애와 허무를 드러낸다. 시를 읽으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죽음이다. 시인이 읊조리는 말은 애처로운 묘비명처럼 느껴진다.

 

 

내 손가락들 사이로
내 의식의 층층들 사이로
세계는 빠져나갔다
그러고도 어언 수천 년

빈 배처럼 텅 비어
나 돌아갑니다

 

「빈 배처럼 텅 비어」 9쪽

 

 


시인은 자신의 생존기를 통해 허무와 죽음 앞에서 인간의 허물어지기 쉬운 존재가치와 존엄을 그려냈다. 절망 속에서 삶의 진정성은 어쩌면, 생존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구원의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세상에서는 생존하기 위한 삶의 방식이 잘난 지식보다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지식과 지식이 싸울 때
自然 소외는 한없이 깊어지고
역사는 흙탕물이 되어 흘러간다
죽으면 땅의 지식은 필요가 없고
하늘의 지식이 필요하다
그 잘난 지식들을 얼굴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
들판에서 보리와 밀이 웃더라

저기 지식을 구걸하는
한 무리의 동냥아치들이 지나간다

 

「들판에서 보리와 밀이」 49쪽

 

 

 

시인은 삶의 허무와 우울, 그리고 슬픔의 소리 들을 품어 안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 운명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한 마리의 부운몽(浮雲夢)이 되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몽유(夢遊)의 세계를 떠돈다.

 

 

 


정신과 병동에서
또 고장난 하루가 펼쳐진다
세상은 흘러가겠지
넋 놓고 세월은 흘러가겠지
하루하루 바보 같은
나날이 지나가겠지

 

(나는 지금 한 마리의
떠도는 부운몽이올시다)

 

「한 마리의 떠도는 부운몽」 21쪽

 

 


인생은 단 한 번에 끝나는 ‘일회용 인생살이’로 보일는지 모르지만, 인생 이면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믿기에 희망을 품고 버틴다. 일생을 타인의 임종을 지키고 살아온 한 수도사의 증언을 생각해 본다. “사람이 죽을 때 모습은 그가 살아왔던 모습과 같다. 다른 말로 한다면 사람의 죽음은 그 사람의 삶과 동질이다.” 죽음은 평생 살아온 삶의 열매와 같다. 그래서 대충 살고 의미 없이 죽을 수 없다. 내용 없이 사는 무미건조한 인생은 허무하다. 그래서 어떻게 죽을 것이냐의 고뇌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이냐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나저러나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래도 언제나 해는 뜨고 언제나 달도 뜬다
저 무슨 바다가 저리 애끓며 뒤척이고 있을까
삶이 무의미해지면 죽음이 우리를 이끈다
죽음도 무의미해지면
우리는 虛와 손을 잡아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31쪽

 


시인에게 허무는 더 이상 애써 극복해야 할 대상도 끝내 무릎 꿇을 운명도 아닌, 이제 다만 물끄러미 들여다봐야 할 삶의 풍경이다. 허무의 끝에까지 가봤던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정신병동 같은 막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김춘수 시인은 ‘무의미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실눈을 뜨더라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해야 한다. 그래야 허무를 견디게 하는 면역성이 생긴다. 우리는 차가운 허무와 손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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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06 20:07   좋아요 1 | URL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 서평을 보는 분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6-08-06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6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베의 용어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이상으로 매우 직접적이고 공격적이다. 일베 회원들은 보수적 정치성향을 유머로 표출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그들의 발언은 이성과 지성에 대한 혐오와 맞닿는다. 일베 자신들 스스로 병신이라고 부른다. 일베는 그들만의 용어를 만들어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을 조롱한다. 한국 여성들을 김치녀로 지칭하며 심한 욕설과 성적 폭력이 포함된 게시물들을 소비하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표현하며, 호남인들은 홍어로 불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는 운지라는 표현으로 조롱하고 있다. 일베 용어는 재미로 웃고 넘기기엔 극단적 폭력성과 특정 지역과 진영에 대한 비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프로그램 개발자 이준행 씨가 일베 게시물을 분석한 사이트를 공개한 적이 있다. 일베 내 추천 수가 높은 게시물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욕설이 포함된 게시물이 5천 개 넘었다. 그 밖에도 많이 나온 키워드가 여자(4,321), 노무현(2,339), 종북(1,633), 광주 (1,622),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단어·1,564), 민주화(1,204), 섹스(616) 등이 있었다. [1]

 

문제는 이러한 용어들이 일상생활에 침투했다는 점이다. 일베를 접속하는 이들에게는 일정한 내성이 생긴다. 노골적인 지역감정 조장 발언,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하는 폭력 등을 용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우려가 있다. 혐오 표현은 단순히 그 말을 직접 듣는 특정 개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집단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혐오의 대상이 된 속성을 가진 집단 전체에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 크다. 이렇듯 혐오 표현은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나 폭력 행동, 즉 혐오 범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알라딘 서재도 혐오 발언의 위험성에 쉽게 노출된 곳이다. 일베 회원들은 이곳에서도 자신들의 색채를 여실히 드러낸다. 알라딘 회원이 아니거나 회원 계정 로그인을 하지 않은 사람도 댓글을 작성할 수 있다. 그래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단원고 학생들을 주제로 한 글에 일베 용어를 사용하면서 조롱하는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비회원계정으로 댓글을 남겼기 때문에 그들이 누군지 알기란 불가능하다. 혐오 발언 댓글을 피하려면 댓글 작성자 권한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면 알라딘 회원이 아닌 사람은 댓글을 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안심하기에 이르다. 알라딘 회원 계정으로 혐오 발언 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알라딘에 서재명과 서재를 운영하는 회원 닉네임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서재 활동을 하지 않지만, 일베 용어를 서재명과 닉네임으로 사용하는 회원들이 있다. 과연 이들은 일베 회원일까, 아니면 일베 용어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사용한 것일까?

 

 

* 슨상 : 16

* 노알라 : 12

* 응딩, 응딩이 : 7

* 노운지 : 4

* 야기분좋다 : 4

* 노무노무 : 3

* 노시개, 노시계 : 3

* 놈현 : 3

* 김치남 : 3

* 보슬아치 : 2

* 핵펭귄 : 1

* 홍어친구코알라 : 1

* 홍어민주화운동 : 1

* 전라디언 : 1

* MC무현 : 1

* 전땅크각하 : 1

* 빨통녀 : 1

 

 

혐오 발언 규제에 찬성하는 찰스 로렌스는 혐오 발언을 언어에 의한 뺨치기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무방비 상태에 언어 뺨치기에 당하기 쉽다. 예전에 나도 당한 적이 있다. 지역 차별의 심각성을 주제로 한 글에 어떤 사람이 전라도를 비하하는 댓글을 남겼고, 작년에는 세상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을 비하하는 댓글도 봤다. 두 개의 댓글 모두 비회원 계정으로 작성된 것이다. 일베는 자신의 성향과 다른 세력과의 대립을 유도하여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내면화하고 세를 확장한다. 그들의 어이없는 발언에 반박하거나 욕지거리를 퍼부어도 소용이 없다. 게릴라성 테러를 연상시키는 언어 뺨치기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특히 정체를 숨기는 비회원은 막을 방법이 없다. 인간적인 예의가 눈곱만큼 없는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는 수밖에.

    

 

 

[1] <‘일베분석한 일베리포트 등장언어폭력 위험수위”> 매일경제, 201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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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05 18:33   좋아요 0 | URL
반대 세력에 향한 반감을 부추길 수 있다면 일베를 동원하는 일은 어렵지만 않을 겁니다. 언젠가는 일베도 일당 받으면서 집회 시위를 한 어버이연합처럼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감은빛 2016-08-0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선 아직 댓글테러를 당한 적이 없지만, 예전에 쓰던 블로그에선 개발반대 관련 글에 자주 욕설이 난무하곤 했죠. 그런 댓글이 달리면 전투력이 막 올라가죠. ㅎㅎ

cyrus 2016-08-06 20:09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정말 악플 청정지역이죠. 네이버, 페이스북은 전쟁터입니다. ㅎㅎㅎ

페이스북 한참 빠졌을 때 논쟁하는 것을 지켜만 봐도 지쳤습니다. ^^;;
 
보르헤스의 상상 동물 이야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남진희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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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속초에 포켓몬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속초에서 ‘포켓몬 GO’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의 게임 유저들이 속초로 몰려들었다. ‘포켓몬 GO’ 열풍에 속초시청 둥 지자체가 신바람이 났다. ‘포켓몬 GO’는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현실 세계를 탐험하면서 포켓몬을 잡는 게임이다. 인간의 상상력 덕분에 진짜로 포켓몬 트레이너가 현실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포켓몬 트레이너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희귀한 동물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신비 동물학자(cryptozoologist)다. 신비 동물학의 최대 관심사는 네시, 예티, 빅풋 등 3대 괴물이다. 신비 동물학은 자연과학에 초자연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사실과 허구가 뒤엉킨 연구 분야다. 신비 동물학은 공식 과학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 세력이 만만찮다. 기이한 생명체가 지구상에 존재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세상에 적지 않은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보르헤스는 ‘칼과 쟁기가 팔의 확장이라면, 책은 기억과 상상력의 확장’이라고 했던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기록한 책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까지 기억과 상상력을 전염시켰다.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시인 말라르메의 말을 빌리자면, 상상력의 세계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에 이르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르헤스는 동서양 신화, 전설, 문학 속에 감춰진 상상력을 포착했다. 그는 모든 이념이나 현상을 인간들이 상상력으로 최대한 짜 맞춘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보르헤스에게 세상은 현실과 가상으로 쉽게 나뉘지 않는다. 혼재되어 있을 뿐이다. 동서고금의 신화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상상동물 이야기》는 현실과 가상이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 인간 삶의 불합리한 틈새를 들춰낸다. 독자는 그 틈새에 피어오르는 상상력의 마력에 도취한다. 상상력은 이성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독자들의 두뇌를 간질이다.

 

 

 

 

 

《상상동물 이야기》는 1994년에 나왔던 까치 출판사 번역본의 개정판이다. 까치 출판사 번역본은 1967년에 발표된 스페인어판과 1969년 영역판을 참고했다. 스페인어판에는 총 116편의 글이 수록되었고, 영역판에 네 편의 글[주1]이 새로 추가되었다. 모두 합하면 총 120편이다. 이번에 나온 민음사 번역본은 스페인어판만 참고했다. 그런데 역자 후기에 보면 스페인어판은 총 117편으로 구성되었다고 적혀 있다. 아마도 ‘1967년 판 서문’까지 합산한 것으로 보인다. 구판의 어색한 번역체 문장들이 매끄러운 문체로 다듬어졌다.

 

 

 

 

 

 

까치 번역본의 가장 큰 특징은 투박한 느낌이 나는 삽화다. 흑백으로 그려진 방식은 괴물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이 부각되는 효과를 주었다. 반면에 민음사 번역본의 그림은 단순한 형태로 표현되어 있다. 중국 신화에서 비를 부르는 새로 알려진 상양(商羊)을 묘사한 두 번역본의 그림을 비교해보시라.

 

 

 

 

개정판에 사소한 오류가 보인다. 구판에서는 불사조(피닉스)의 수명이 1,461년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개정판에는 1,446년으로 나왔다. [주2] 북유럽 신화에나오는 운명의 여신들은 세 자매다. 맏언니 우르드(Urd, 과거), 둘째 베르단디(Verdandi, 현재), 막내 스쿨드(Skuld, 미래)는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을 담당한다. 그런데 우르드를 ‘우르스’, 베르단디를 ‘베르찬디’라고 잘못 썼다. [주3] 구판의 발음 표기를 고치지 않은 채 그대로 옮겨 썼다.

 

 

 

[주1] 카번클, 1964년에 제인 리드 부인이 런던에서 알았고 보았고 만났던 것에 대한 경험적 보고, 칠레의 동물들, 과거 숭배자들

 

[주2] '불사조' 편, 까치 132쪽, 민음사 52쪽

 

[주3] '노르넨' 편, 까치 179쪽, 민음사 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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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5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GO’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자, 중국에서 유사 게임이 출시됐다. 게임명에 ‘포켓몬’이 빠지고, 그 자리에 ‘산해경’이 들어갔다. ‘산해경 GO’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물론, 몬스터를 잡는다는 게임 진행 방식 역시 ‘포켓몬 GO’와 거의 흡사하다. ‘산해경 GO’의 캐릭터들은 중국의 오래된 지리서 《산해경》에 등장하는 괴물들이다. 이 괴물들이 등장하면 《서유기》에서 손오공의 머리에 씐 금고아를 날려서 잡는다. ‘산해경 GO’ 출시 소식에 대부분 사람은 ‘짝퉁 대륙에 나올 법한 게임’이라고 비웃는 반응이다. 한편으로는 괴물의 기괴한 모습 때문에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는 반응도 있었다.

 

 

원작 게임의 방식을 똑같이 모방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에는 조잡한 그래픽의 게임이 창피스럽고, 다른 나라에 공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혹시 ‘산해경 GO’와 유사한 앱을 발견하면 호기심을 억제하는 것이 좋다. 악성코드 감염을 유발하는 가짜 앱일 수도 있다. ‘산해경 GO’의 정체를 알고 싶으면 《산해경》을 보라.

 

 

 

 

 

 

 

 

 

 

 

 

 

 

 

 

 

 

현실적으로 《산해경》의 괴물들을 만나거나 잡으려면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바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이 괴물들은 포켓몬보다 더 위험하고,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다. 홍수와 가뭄을 부르기도 하며 최악일 경우,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괴물은 신으로 섬기기도 한다.

 

 

 

 

 

 

‘산해경 GO’ 화면 첫 번째 사진에 나오는 괴물은 ‘계몽’(計蒙)이라는 이름의 신이다. 사람의 몸에 용의 머리를 하고 있다. 계몽이 물속으로 들어가면 회오리바람이 일어난다.

 

 

 

 

 

두 번째 사진에 나오는 괴물의 모습은 실제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기묘한 비주얼이다. 이름은 ‘여왜’(女媧)다. 기괴하게 생겼어도 원래 모습은 신녀였다. 그러면 여왜는 사람의 얼굴에 뱀의 몸을 한 여신이다. 하루에 70번이나 허물을 벗는다.

 

 

 

 

방사능에 맞은 듯한 이 괴물 물고기는 ‘자어’(茈魚)다. 머리 하나에 몸은 열 개다. 자어를 먹으면 방귀를 뀌지 않게 된다. 방귀대장 뿡뿡이가 좋아할 만한 물고기다. 그런데 맛이 있을려나... 

 

 

 

 

 

 

《산해경》의 인어는 두 팔과 두 다리가 달려 있다. 마치 사람이 물고기 복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생김새가 남자 인어처럼 보이지만, 중국의 인어 또한 여자다. 동서양 인어들은 대부분 여자인 걸로... 《산해경》은 서양의 동물도감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강렬한 자극을 안겨준다. 어쩌면 남자 인어가 낯설고 우스운 것은 그만큼 우리들이 서양신화의 입맛에 길들여져 있다는 방증이리라.

 

 

 

※ 사진은 올재 출판사의 《산해경》(장수철 역)에 있는 그림들이다. 현암사의 《산해경》에는 원색 삽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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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8-04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오공이라는 멋진 케릭터를 놔 두고 산해경고라니 ....ㅎㅎㅎ

cyrus 2016-08-04 20:39   좋아요 1 | URL
손오공은 많이 유명해서 신선하지 않지만, 그래도 손오공이 요괴를 때려잡는 전개의 게임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yureka01 2016-08-04 20:41   좋아요 2 | URL
네 그러게요.최근에 신서유기라고 새로운 손오공 영화보니 역시 오공이형님의 재주가 신통방통...삼장법사의 답답함은 더했지만.ㅎㅎㅎ 놔두고도 못써먹다니 말이죠.

서니데이 2016-08-04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와로 알고 있었는데, 여왜가 맞는 모양이네요.^^;

cyrus 2016-08-04 20:50   좋아요 1 | URL
`女媧`가 여와, 여왜로 읽을 수 있습니다. 산해경에 복희의 아내라는 사실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산해경의 여왜가 여와 설정에 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서니데이 2016-08-04 20:5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8-05 0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대륙의 짝퉁이군요. 전 사실 포케몬 GO를 하지 않아서리..그나저나 잡아먹으면 방귀를 뀌지 않게 된다는 물고기는 별로군요. 방귀뀌는 재미가 없이 세상을 어찌 살리요...ㅎ

cyrus 2016-08-05 10:46   좋아요 0 | URL
방귀가 없으면 뱃속에 가스가 차서 변비에 걸릴 거예요. ^^;;

sslmo 2016-08-05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산해경고는 몰르고, 산해경은 잼나하는 책인데...ㅋ~.

cyrus 2016-08-05 16:10   좋아요 0 | URL
산해경고는 몰라도 됩니다. 사진만 봐도 괴작 느낌이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