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책을 사게 되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예전에 샀던 책이 책장에 꽂힌 줄 모르고, 그와 비슷한 책을 산 적이 있다. 그리고 예전에 산 책의 표지만 다르고, 내용이 비슷한 것인 줄 모르고 사버리는 일도 있었다. 읽지도 않고, 책을 사들이는 습관 때문에 이런 실수를 한다. 루 살로메의 책이 구하기 어려워서 고민할 필요 없이 사들였는데 신중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는 니체, 릴케, 프로이트 등 당대 천재들의 운명을 관통한 전설적인 여인이다. 그녀는 이들과 차례대로 만나면서 학문적으로도 깊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루가 21세 때 니체를 만났다. 그때 니체의 나이는 마흔을 바라보고 있었다. 니체는 그녀에게 두 번이나 청혼했다가 거절당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시 루의 연인이었던 파울 레와 니체는 셋이 이상한 동거를 하게 된다. 루는 지성을 나누는 관계와 육체를 나누는 관계를 확실히 구분 지었다. 기묘한 삼각 동거는 루의 결혼으로 끝난다. 루는 언어학자 안드레아스와 결혼한다. 레는 실연의 아픔을 못 이겨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니체도 이후 약 10년간 정신착란 상태로 삶을 마감한다.

 

 

 

 

 

 

 

 

 

 

 

 

 

 

 

 

 

 

 

1885년, 루는 자신의 첫 소설 <Im Kampf um Gott>를 발표하여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원제를 직역하면 ‘신을 얻기 위한 투쟁’으로 읽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선택된 자들의 소망’,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로 소개되었다. 신앙(종교)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깨닫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루가 레와 니체를 만나고 있었을 때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니체의 인상이 느껴지는 문구가 많이 보인다. 그래서 니체가 루의 소설에 영향을 받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썼다고 주장하는 연구가도 있다. 니체는 진리, 선, 신들이 이 세계를 부정하기 위해 고안해낸 창작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차라투스트라를 내세워서 선과 악 사이에서 끊임없이 투쟁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추구했다. 루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역시 기독교의 신을 부정하고 스스로 치열하게 투쟁하는 영혼이다. 루는 소설 중간에 삽입된 시 『고뇌에 부친다』에서 자기극복의 고통과 기쁨을 통해 자유정신과 육체의 통일을 이루는 인간을 바람직한 미래의 인간상으로 제시한다.

 

 

 

너는 정신의 힘을 시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다.

너와의 투쟁으로 가장 위대한 사람들은 더 위대해진다.

그것은 목표를 향한 외줄기 길의 투쟁인 것이다.

그런 것이기에 우리에게 운명과 기쁨으로서

오직 하나뿐인 그 고뇌, 참된 위대함이 주어진다면

그때면 우리들은 정면으로 그것과 투쟁할 뿐.

그렇다, 생사를 걸고 그것과 투쟁할 따름이다.

 

(『고뇌에 부친다』 중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114~115쪽)

 

 

 

 

 

 

 

 

《선택된 자들의 소망》은 <Im Kampf um Gott>와 니체, 릴케, 프로이트에 대한 그녀의 글, 그리고 아포리즘을 엮은 책이다. 아마도 이 책에 있는 글 일부가 H.F. 페터즈의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에서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산호출판사에서 나온 《선택된 자들의 소망》의 초판 출간 연도는 1993년이며, 2000년에 투영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다. 두 권 다 비슷한 번역본이다. 2년 전 헌책방에서 《선택된 자들의 소망》을 샀고, 최근에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를 샀는데, 《선택된 자들의 소망》에 <Im Kampf um Gott>가 수록된 줄 몰랐다. 《선택된 자들의 소망》을 조금이라도 읽었다면 사지 않아도 될 책을 사지 않았다.

 

 

 

 

 

 

 

 

 

 

 

 

 

 

 

 

 

 

책만 보는 사람은 바보 소리 들으면 할 말이 없다. 15세기 독일의 법학자 제바스티안 브란트는 제대로 읽지도 않을 거면서 책을 사기만 하는 사람들을 ‘바보 배’ 첫 번째 탑승자로 선정했다.

 

 

 

 

제바스티안 브란트의 <Das Narrenschiff>(바보들의 배)는 중세 말기의 무질서와 혼란을 풍자한 책이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고안에 힘입어 저자가 사망할 때까지 17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배에 올라탄 바보들의 유형이 무려 100가지 넘는다. 그 중 첫 번째 등장하는 바보가 책만 읽는 바보다.

 

 

 

 

 

 

책은 항상 나의 믿음직한 핑계요,

책 속에 파묻히면 근심걱정은 끝일세.

가갸거겨도 모르는 처지지만

딴에 책을 무척 숭상한다네.

파리가 얼씬대면 얼른 쫓아내지.

사람들이 학문을 논할 때면,

“나도 집에 책 많다!”고 자랑하네.

책 속에 파묻혀서 산다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흡족한걸.

 

(《바보 배》 22~23쪽)

 

 

 

바보들 모두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당나귀처럼 뾰족한 귀 양쪽 끝에 방울이 달린 광대의 모습이다. 과거에는 광대가 바보스럽고 어리석은 인물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바보는 똑똑한 사람의 뒤집힌 거울이다. 똑똑한 사람들은 바보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지만, 자신에게도 바보 같은 모습이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Das Narrenschiff>의 삽화로 수록된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는 누구든 스스로 ‘바보’임을 알아차리게 하는 거울 같은 기능을 한다.

 

 

 

 

 

 

 

그래, 내가 바보라는 걸 안다. 그런데 책 읽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누가 뭐래도 독서의 매력은 재미다. ‘간서치’ 이덕무는 책을 읽다가 막히는 부분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혼자 바보처럼 웃었다고 한다. 책을 잘못 산 사실을 알게 되면 바보처럼 웃어본다.

 

나는 바보입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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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0년 전의 그녀 - 루 살로메 《선택된 자들의 소망》
    from 공음미문 2016-09-06 18:57 
    [목차] 선택된 자들의 소망(~9) / 나와 니체(~206) / 나와 릴케(~227) / 나와 프로이트(~273) / 크리스마스 메시지(~298) / 성이란 무엇인가?(~316) / 승화된 성과 사랑(~334) / 거울 속에서(~359) / 유대인의 예수(~363) ​<릴케편>​(p267~268)​러시아 기행 1. 형식과 내용………… 예술가는 감각적인 것에서 유래하고 있다. 그는 몸짓 따위에 함께 들어 있는 모든 것을 보는 것이다. 예술가
 
 
북프리쿠키 2016-09-0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출판사 추천좀 해주세요^^;

cyrus 2016-09-06 17:21   좋아요 1 | URL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번역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읽었어요. 니체 전집(책세상)의 《차라투스트라》가 직역에 가까운 번역본이라서 많이 추천하는 책입니다. 민음사 판본과 펭귄클래식 판본은 들고 다니기 편해서 좋긴 한데 니체 전집의 번역 우수성과 비교당해서 밀리는 편입니다. 니체의 사상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읽으려면 책세상 판본이 좋습니다. 책세상 판본 역자가 니체 전공자입니다. ^^

북프리쿠키 2016-09-06 17:59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오거서 2016-09-06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 님의 고백에 용기내어 봅니다. 같은 이유로, 저도 바보입니다. 제 경우는 CD 를 중복 구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ㅎㅎ

cyrus 2016-09-07 07:54   좋아요 0 | URL
음악 CD의 가격이 책보다 비쌀텐데 손해 데미지가 클 것 같습니다. ㅠㅠ

yureka01 2016-09-06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좋아했나 봐요..너무 좋아하면 눈꺼풀에 뭔가 쉰다고하잔하요..ㅎㅎ

cyrus 2016-09-07 07: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신중하게 살펴보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될 것을 흥분에 취해서 사는 경우가 있어요. ^^

AgalmA 2016-09-06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고 있던 책이었는데, cyrus님 소개를 보고 이 책 찾아보니 리뷰가 하나도 없어서 맛뵈기 소개 좀 해야겠네요. 제게 일감을 던져 주시다니ㅜㅜ 서재는 역시 뜸하게 와야....

cyrus 2016-09-07 07:57   좋아요 0 | URL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한 명이라도 알고 있는 분이 있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

또 봄. 2016-09-06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지어 같은 제목의 책도 나란히 있어요. --;;

cyrus 2016-09-07 07:59   좋아요 0 | URL
서점에 산 책이면 환불하거나 지인에게 선물로 줄 수 있는데, 헌책은 바꿀 수도 없고, 헌책방에 판다고 해도 수중에 들어오는 금액이 적어요. ^^;;

잠자냥 2016-09-0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묘한 삼각관계로 끝난.... 루, 레, 니체의 삼위일체 사진이 떠오르네요. 루 살로메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저는 책도 산 거 또 사고 음반도 산 거 또 산답니다. ㅠㅠ 완전 바보지요... ㅠㅠ

cyrus 2016-09-07 08:00   좋아요 0 | URL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책 앞에서는 바보가 되는군요. ^^;;

transient-guest 2016-09-08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e too!! 저도 책을 구하다보면 간혹 같은 책을 구할 때가 있어서 장서목록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2014년도에 다시 만든 것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도 가끔 빵꾸가 나네요.ㅎ

cyrus 2016-09-08 08:21   좋아요 0 | URL
저는 예전에 큰 맘 먹고 장서목록을 만들려고 시도했는데 포기했어요. 만들지 않은 게 후회됩니다. ^^

아이리시스 2016-09-1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저거 나다. 루. 으히히😜😝

cyrus 2016-09-13 23:33   좋아요 0 | URL
메일에 아이리시스님 댓글 알림을 보는 순간, 장난 댓글 다는 이상한 회원인 줄 알았어요. ㅋㅋㅋ
`으히히`가 제일 먼저 보였거든요. ^^

아이리시스 2016-09-13 23:3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아무리그래도 너무 웃긴다 ㅋㅋㅋㅋㅋㅋㅋ
 
네 멋대로 읽어라 -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
김지안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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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이 다가온 까닭일까. 또다시 몇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책이 독자들에게 외면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책 읽는 인구수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나는 이제 정색을 하고 스스로 묻는다. 독자들이 자꾸만 줄어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독서를 부추기는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사람들은 독서를 지적 능력을 높여주는 행위로 생각한다. 능력(ability)은 역량(competence)과 재능(talent)과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으면 사고력, 어휘력, 논리력 등이 향상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교육열이 강한 부모의 관심은 무엇보다 아이의 성장 발달이다. 그중에서도 책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가 많다. 독서가 인지적 능력을 향상하는 것은 맞다. 다만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독서 효과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악영향을 받기도 한다. 책 읽는 부모는 독서의 즐거움을 안다. 독서를 즐기는 부모는 아이에게 독서가 즐겁고 가치 있는 것임을 늘 인식시켜 줄 수 있다. 그러나 책 안 읽는 부모는 독서가 만능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이에게 독서를 강요한다. 집에서 책만 읽는 아이는 사회성 및 대인관계, 의사소통에서 특징적인 저하를 보인다. 책은 아이의 생각과 행동반경을 관심사 이상으로 확장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따라서 아이는 타인과의 감정을 교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서 영재를 키우려는 사회 풍토가 독서 만능주의를 초래했다. 독서 영재 열풍이 한풀 꺾여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독서 능력자를 예찬한다. ‘한국독서능력검정이라는 시험까지 등장했다. 시험 합격을 위한 독서가 평생 독서 습관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카프카는 말했다. 애서가들이 무척 좋아하고, 많이 인용하는 유명한 말이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날렵한 도끼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 바다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겉은 멀쩡하게 생겼는데, 철근이 부실하거나 자루가 썩어 부러지는 도끼도 있기 마련이다. 단순한 이분법에 가까운 비유를 하자면, ‘좋은 책튼튼해서 쓸 만한 좋은 도끼’, ‘나쁜 책불량 도끼. 도끼를 만드는 사람은 책을 쓰는 작가와 같은 의미다. 독자는 내용이 불량인 책에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다. 비판적으로 책을 읽어내는 작업은 도끼 만드는 사람에게 불량 도끼에 불만을 제기하는 자세와 같다. 비판적 독서는 내용이 부실한 책, 즉 불량 도끼가 맞는지 아닌지 분별하는 자세다. 그런데 일부 독자들은 작가의 생각에 반박하는 비판적 독서를 기피한다. 비판적 독서가 책 많이 읽는 독자만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작가를 존중하는 마음이 앞서서 비판이 어려운 것도 있다. 비판적 사고가 없는 독서는 우리 내면의 바다를 더 딱딱하게 만든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었으나 생각하는 힘이 달린 돌머리가 나온다.

 

독자는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작가 혹은 다른 독자들에게도 욕먹는 위험을 무릅쓰면서 비판해야 한다. 독자는 작가를 우러러 보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독자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책이 바로 네 멋대로 읽어라. 비록 이 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에세이지만, 비판적 독서를 원하는 독자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준다.

 

이 책에 소설가 김탁환이 글 쓰는 목적을 솔직하게 밝힌 문장이 인용되었다. 그 문장을 간단하게 요악하면, 작가의 삶은 온갖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덤벼드는 투쟁하는 삶이다. 독자는 작가처럼 투쟁적으로 치열하게 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작가에게 덤벼드는 투쟁하는 독서를 할 수 있다. 작가에게는 불편하게 느끼겠지만, 독자는 작가를 괴롭혀야 한다. 독자도 투쟁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 장석주는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졸작이라도 쓸 수 있는 용기다라고 했다. 그러면 독자에게 필요한 것은 졸작이라도 서평(독후감, 리뷰)을 쓸 수 있는 용기다. 문장 표현이 서툰 서평은 졸작이 아니다. 작가와 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서평이 졸작이다. 책에서 발견한 사소한 문제점을 글로 밝히는 일은 독자가 내는 목소리다. 그런데 독자 위에 군림하는 작가는 독자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니들이 뭔데 내 책을 판단해?” 심지어 다른 독자들마저 비판의 목소리를 쓸데없는 소음쯤으로 여긴다. “니가 뭔데 작가의 책을 판단해?” 우리 사회에 독서 만능주의만큼 심각한 것이 작가 만능주의. ‘독서 만능주의가 책 안 읽는 사람들에게 볼 수 있는 착각이라면, ‘작가 만능주의는 다독가들이 빠지기 쉬운 착각이다. 이런 착각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 누가 책을 읽으려고 하겠는가. 우리 사회는 독자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책을 읽으라고 강요한다.

 

책은 살아 있다. 독자 앞에 다가선 책은 살아 있다. 독자님들아, 책 위에 대고 침을 뱉자.[참고] 작가에 대한 황홀경을 버리자. 작가와 책을 괴롭히자. 그게 바로 내 멋대로 읽기. ‘내 멋대로 읽기는 작가의 아우라를 거슬리는 독자 고유의 자세다. 무언가를 깨뜨리기 위해 무모하게 달려 들어본 독자만이 책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건져낼 때, 비로소 익숙한 삶의 균열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는지.

 

 

    

[참고] 김수영의 시 을 패러디했음.

 

 

 

    

 

딴죽 걸기

 

가장 안타까운 내용은 존 케네디 툴의 바보들의 연합이었다. 작가는 너무 아까운 삶을 살았으며 책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우리나라엔 절판된 상태다.” (52)

 

존 케네디 툴의 소설 바보들의 연합바보들의 결탁이라는 제목으로 도마뱀출판사에서 나왔다. 이 책은 현재 절판되지 않았다.

 

 

 

과거에 조롱이라는 제목으로도 나온 적이 있었는데, 절판되었다. 알라딘 대구 동성로점에 조롱2권만 있다.

 

 

 

 

※ 숨은 cyrus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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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5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9-05 19:54   좋아요 0 | URL
책 인증샷 올리는 것을 잊어버렸네요.. ㅎㅎㅎ

책이 들고 다니기 편했어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았어요. 초판 발행이 9월 1일이었어요. 제가 이 책을 8월 30일에 주문하고, 9월 3일에 받았어요. 주말에 이 책만 읽었어요. 블로그에 있던 글을 책으로 읽으니까 내용이 좋은데요. ^^

yureka01 2016-09-05 2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 첫번째를 놓쳤네요..ㅎㅎㅎㅎ
그래도 순위권은 되야 할껀데 말이죠.

책이 리뷰를 낳고 리뷰가 또 책을 낳고.^^..

늘 그런 생각했습니다.
읽기만 읽고 쓰지 않는다면,,,절름발이독서가 아닐까 싶더군요..

읽기는 쓰기를 도모해야 하고..쓰기는 읽기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잘봤씁니다.^^


cyrus 2016-09-06 07:30   좋아요 0 | URL
유레카님이 리뷰를 쓰면 저보다 `좋아요`와 `댓글` 수가 많을 겁니다. 제 리뷰는 책 이야기에 대한 비중이 적어요.

리뷰를 쓰면 책에서 본 것, 책을 보면서 느낀 다양한 생각들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며칠 동안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너무 빨리 잊혀지면 아쉬워요. 읽고 쓰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려도 꾸준히 쓰는 게 좋아요. ^^

yureka01 2016-09-06 09:16   좋아요 0 | URL
뭐든 `처음` 에게 쉽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첫 리뷰가 나옴으로써 다음 리뷰어는 또 참고하게 될 것이구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처음이란 의미가 굉장히 크죠..

요즘은 억지로라도 잠들기 전에 책 읽는데,
리뷰의 감상이 본래 책 읽는 것 보다는 훨씬 느낌 돋더군요.

책읽으면서 생기는 저자의 경험과 더불어 섞여서 또 에피소드가 만들어지고...ㅎㅎㅎ
부담도 적고 재미도 있고..좋더라구요..ㅎㅎㅎ^^

cyrus 2016-09-06 11:32   좋아요 1 | URL
저는 ‘처음’보다 ‘나중’에 쓰는 리뷰가 어려워요. 왜냐하면 이전에 썼던 리뷰의 내용과 그 리뷰 작성자의 생각과 비슷하게 겹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어렵지만, 나만의 시선으로 책을 본 느낌을 그대로 쓰고 싶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9-0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비판적 독서가 힘든 것 같습니다. 아직 비판할 만한 배경지식도 없고, 무엇보다 저자나 책이 마음에 들면 사소한 것들은 그냥 눈감게 되요ㅎ 호오에 따라서 비판적이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고요. 좀 더 중립을, 비판적 자세를 유지해야 좋을텐데요ㅎ

cyrus 2016-09-06 11:36   좋아요 0 | URL
비판적 독서가 하루아침에 금방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쉽지 않아요. 그래도 고양이라디오님처럼 꾸준히 책을 읽고, 생각을 기록하신다면 책을 중립적으로, 비판적으로 보는 법이 생길 겁니다. 책을 읽어서 잡생각을 해도, 기록 없으면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고,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워져요. ^^

transient-guest 2016-09-08 0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되는대로 읽는 편이고, 정보를 얻기 위해 research를 하는 경우엔 저의 기준에선 책읽기로 치지 않습니다. 비판적 독서로 가기에는 보통은 책 자체가 너무 좋아서 그냥 받아들이거나 읽어내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런 부분은 조금 더 깊은 독서와 재독으로 고쳐야할 부분이기도 합니다.ㅎㅎ 숨쉬기나 밥먹는 것 같은게 저의 책읽기라서 그런 듯 싶지만, 사실 숨쉬기도 밥먹기도 잘 해야 하는 거니까, 같은 맥락으로 보면 책읽기도 잘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죠?ㅎㅎ

cyrus 2016-09-08 08:26   좋아요 0 | URL
서친님들이 쓴 리뷰 덕분에 책을 다시 볼 때가 있어요. 리뷰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보는 일이 없었을 거예요. ^^

yamoo 2016-09-1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사이러스 님이 영광의 1빠를 차지하셨네욤^^
대단하신 사이러스님!

cyrus 2016-09-12 16:22   좋아요 0 | URL
대단하긴요. 그 다음 리뷰를 남긴 분들이 `좋아요` 많이 받을 거예요. 저는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고 싶어요. 야무님의 리뷰가 기대됩니다. ^^
 
알라딘 중고서점 대구상인점 오픈

 

 

알라딘 대구 상인점이 8월 초에 개장했는데, 지금까지 네 번 방문했다. 물론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없다. 내 생각이지만, 상인점에 사고 싶은 책이 많다. 한 번에 책을 잔뜩 사올 수가 없다. 일단 돈이 많이 든다. 책을 살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아서 한쪽 곳에만 책을 살 수 없는 노릇이다. 내가 마음에 둔 책들이 다른 손님이 샀는지 확인하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 매장 쇼핑 목록(알라딘 온라인 장바구니와 비슷한 기능)을 확인한다.

 

상인점은 동성로점보다 건물 범위가 좁다. 당연히 판매하는 책 권수는 당연히 동성로점이 많다. 그렇지만 매장에 보유하는 책이 많다고 해서 살만한 책이 많다고 할 수 없다. 매장 내부 전체를 돌아보면서 원하는 책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매장에 책을 고르는 데 평균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다른 사람에 비하면 매장에 오래 있는 편이다. 마음에 드는 책이 많으면 신중하게 고민한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경우가 없다. 두 시간 동안 매장 전체 책장을 싹 다 둘러보느라 서 있는 시간이 많다.

 

상인점이 동성로점보다 좋은 점이 매장 전체 내부를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성로점 매장 내부가 익숙한 손님이 상인점을 처음 가보면 이런 느낌이 들 것이다. “뭐야, 매장이 별로 안 크잖아.” 그렇지만 내부가 아담해서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이 있는 책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매장에 고른 책은 항상 들고 다니거나 직접 챙겨 온 에코백에 담아둔다. 매장 전용 철제 바구니는 사용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이 철제 바구니가 불편하다. 왜냐하면, 책을 잔뜩 담은 채 바구니를 들고 다니면 손바닥이 아프다. 그리고 바구니를 들면서 책장 사이의 통로를 지나가기가 불편하다. 한번은 책을 고르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손님이 들고 있는 철제 바구니에 무릎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철제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들고 다니지 않으면 지나가는 사람, 특히 아이들이 다칠 수 있다.

 

 

 

 

책을 고르기 위해서 손에 들고 있던 책들을 잠시 바닥이나 책장의 빈자리에 놔둔다. 책장 윗부분에 책을 올려놓으면 좋은데, 거기에 먼지가 쌓여 있다. 동성로점의 책장이 그렇다.

 

 

 

 

 

 

하지만 상인점 책장은 위쪽 칸이 없는 오픈형이다. 책의 분야를 알리는 구조물이 있어서 그 위에 책을 올려놓는다. 이거 별 것 아니지만, 생각보다 편하다. 구조물 위에 책을 올려놓고, 책에 집중할 수 있다.

 

 

 

 

 

 

상인점을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이 딱 하나 있었다. 'C03 경제경영 사상가 20인‘ 책장과 검색대 기둥 사이의 공간이 좁았다. 책장 제일 밑에 있는 책을 보려면 쪼그려 앉아야 한다. 그런데 쪼그려 앉을 수 있는 위치와 검색대 컴퓨터에 서 있는 위치가 겹친다. 만일 내가 ’C03' 책장 제일 밑을 보기 위해서 쪼그려 앉아 있다고 하자. 그러면 다른 손님이 검색대 컴퓨터를 이용할 수가 없다. 내가 일어서서 다른 책장으로 이동하든가 아니면 손님이 다른 검색대 컴퓨터를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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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9-04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봐야겠군요. 서울 살 때는 대학로점이 바로 코 앞이고 종로점도 도보로 가능한 거리에 있어서 자주 이용했었는데, 대구에는 동성로점 하나 달랑 있어서 좀 부족하다 싶었거든요.

cyrus 2016-09-05 13:36   좋아요 0 | URL
서울에 가면 꼭 가는 매장이 종로점이었어요. 서울역에서 지하철 타면 금방 가요. ^^

붉은돼지 2016-09-04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3번 정도 간 거 같아요.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않아 퇴근길에 한번씩 들러요. ^^

cyrus 2016-09-05 13:36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퇴근해서 바로 상인점에 가면 두 시간 걸려요. ^^

yureka01 2016-09-0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한 번 갔었는데 확실한 것은 동성로점 보다 책 고르는 집중도가 높더군요. 일간 또 가게 될듯 합니다.^^.

cyrus 2016-09-05 13:37   좋아요 0 | URL
그런데 상인점에 손님들이 많이 오는 편이 아닌데다가 공간이 넓지 않아서 아이들 목소리가 시끄러울 때가 있어요. ^^;;
 
누운 배 - 제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이혁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라도 ‘성공’이라는 단어는 좋아하지만 ‘실패’라는 단어는 의식적으로 싫어한다. 실패를 숨기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이다. 실수, 실패를 어떻게 해서든 덮어버리기에 바빴다. 실패란 목표나 목적 달성에 이르지 못한 것을 의미하는 결과 지향적인 말이지만, 실수는 다분히 과정 지향적인 말로, 부주의에서 발생한 것으로 실패를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패를 은폐하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거나 더 큰 실패를 하기 마련이다. 실패는 확대 재생산된다. 실패의 요인과 장치를 명확히 밝혀 요인과 장치를 바꾸는 등의 대책을 취하지 않으면 같은 요인이 같은 장치를 통해 실패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같은 ‘실패의 맥락’에서 실패가 반복되면 나선형으로 악순환을 일으켜 그 타격은 더욱 심각해진다.

 

사고는 늘 예측하지 못한 시간에 돌발적으로 발생한다. 《누운 배》는 진수식을 마친 배가 쓰러지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커다란 재앙은 회사 내부의 안정적인 분위기마저 순식간에 집어 삼켜버린다.

 

 

그날 2002호가 이렇게 누울 거라고 상상한 사람이라도 있었을까? 그런 상상이 가능하다고 상상한 사람이라도 있었을까? 1년 넘게 걸려 지어온 쌍둥이 배 두 척의 처지가 백지장처럼 찢어져 엇갈리는 데 하룻밤의 반절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안정과 평화란 이처럼 나약했다. (19쪽)

 

 

이 소설에서 배가 쓰러진 이유가 중요하지 않다. 회사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보다는 사고 수습에 부랴부랴 매달린다. 회사가 평소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이 더욱 복잡하게 꼬인다. 조선회사 회장은 배를 고쳐서 세우자고 결정한다. 배를 재건조해서 팔아넘기면 막대한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인데, 회장은 ‘기업의 목적은 오직 기업의 이익’이라는 신조를 먼저 내세운다. 회사 임원들은 기업의 이익에 휘둘리고 순응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종 조직은 인간의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다. 기업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조직들은 조직의 생존에 필요한 작업을 논리적으로 체계화시키고 거기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고 인적자원을 충당함으로써 장기적 생존을 보장받으려고 한다. 경영자나 구성원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조직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적인 생각이 몰락하는 조직의 문제점을 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다.

 

《누운 배》의 회사는 기업 논리와 결탁한 관료제에 의해 운영된다. 이것은 하나의 ‘기업 관료제(corpocracy)’다. 주인공은 회장의 입김이 들어간 조직의 규율을 따라야 한다. 기업 관료제는 내부 단점을 재빨리 인정하고 보완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기업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관료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막스 베버가 말하는 ‘영혼이 없는 전문가, 가슴이 없는 쾌락주의자’로서 현대의 관료는 기업 임원일 수도 있다. 베버가 그려내는 현대 관료제는 영혼이 없는 기계다. 영혼도 가슴도 없는 터라 일단 스위치가 켜지면 무한 작동한다. 선악도 미추도 다 소용없다. 누가 스위치를 내릴 때까지 그냥 그렇게 움직인다.

 

 

회장은 경영계획 회의보다 배를 일으키자고 사람을 선동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다. 관리 체계를 세우는 것보다 당장 돈이 굴러들어올 거리에 마음이 가 있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귀가 있고 생각이 있으면 임원들의 횡설수설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상관없었다. 회장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틀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회장의 힘이고 지위고 회장을 둘러싼 찬란한 광배였다. 회장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강력하게 군림했다. (84쪽)

 

 

이 시점에서 임원들은 고민에 빠진다. 수직적인 상하관계로 이루어진 조직 내에서 임원들이 기업의 ‘진짜’ 문제점을 소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아무리 똑똑한 임원이라도, 그렇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임원들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시스템에 대항하는 힘이 없다. 관료제는 신분이 높은 사람도 천한 사람도 모두 똑같이 문서를 통해 다루고자 하는 속성을 지닌다. 문서에 의존하는 조직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문서라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것인가? 문서란 엉성하고 허술한 현실에서 부스스 떨어져 내린 각질에 불과했다. 하지만 누가 문서를 우습게 보는가? 아무도 없다. 모든 사람이 문서를 자기 머리 위에 올려놓는다. (99쪽)

 

 

문서 작업은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문서로 일을 처리하는 관료제에서는 누구나 움직임이 굼뜨다. 조직사회는 끈끈한데, 그 끈끈함이 거기 속한 사람들에게 일종의 안전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래되고 불만족스러운 기업 내부 문제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패가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비난과 책임추궁을 피하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기본을 무시하고 규칙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풍조에 물들었다.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은 고사하고 잘못된 것을 느끼지도 못하는 실패 불감증에 깊이 빠져 있다. 우리 조직에 만연된 책임 전가와 상호 불신, 개인과 집단의 이기주의 및 권위주의와 타율, 무소신과 무책임 등이 온갖 불감증을 두둔하기 때문이다.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에 대해서는 대대적으로 찬양하고 벤치마킹이니, 성공사례 발표니 떠들썩하게 축하를 해준다. 우리는 실패 불감증을 떨쳐낼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우리는 그것을 경멸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성공에 눈이 멀어진다. 《누운 배》는 ‘눈먼 힘’에 의해 무기력하게 작동되는 조직의 민낯을 보여준다. 권력 통제와 능률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는 관료제의 성이다. 그 회사에 영혼이 없다. 영혼 없는 임원들이 모인 회사가 만든 배가 침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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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9-0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제목을 보고, 처음에 세월호를 떠올랐어요..
의식 깊은 곳에 세월호가 많이 있나봐요..

cyrus 2016-09-04 18:24   좋아요 0 | URL
세월호 사고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상처 같은 기억입니다.

yureka01 2016-09-0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대우조선이 딱 떠 오릅니다.ㄷㄷㄷㄷ

cyrus 2016-09-05 13:3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생각했습니다.
 
황금당나귀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매직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1001-6] 황금 당나귀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의 《Metamorphoses》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라틴 어 소설이다. 원제목을 따르면 '변형담'으로 부르지만,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구분하기 위해서 '황금 당나귀(Asinus aureus)'라고 부른다. 주인공 루키우스가 마법에 걸려 당나귀로 변한 뒤 겪는 모험을 기본 줄거리로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등장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루키우스는 마법에 호기심을 가진 인물이다. 여행 중에 히파타라는 도시에 머물게 되는데, 그곳에서 만난 부유한 구두쇠의 아내 팜필레가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이야기가 다 그렇듯 주인공의 지나친 호기심이 시련을 자초하는 원인이 된다. 루키우스는 팜필레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팜필레의 하녀 포티스에게 접근한다. 루키우스와 포티스는 육체적인 관계로 친밀한 사이가 된다. 포티스는 루키우스를 위해 팜필레가 마법으로 변신하는 장면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루키우스는 팜필레처럼 부엉이로 변신을 시도해보지만, 포티스의 실수로 당나귀로 변신한다. 당나귀 루키우스는 장미를 뜯어 먹으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당나귀 루키우스가 장미를 먹으려고 하면, 뜻밖의 상황이 발생하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한다. 루키우스는 온갖 수모와 고통을 겪으면서 교활하고 포악한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목격한다. 우여곡절 끝에 루키우스는 수도사가 건네준 장미를 먹고 인간의 모습을 되찾는다. 그 후로 루키우스는 종교에 귀의하면서 참된 인간으로 거듭난다.

 

당나귀는 어리석음과 교만을 보여주는 우화에 많이 등장한다. 이솝 우화에 소금을 싣고 가면서 꾀부리는 당나귀 이야기가 유명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잠깐 언급되었던 '뷔리당의 당나귀'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우화다. 루키우스는 당나귀로 변하기 전에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고, 육체적 쾌락을 선호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포티스만 믿다가 당나귀로 변신하는 불행을 겪는다. 종교적 관점에서 보면 신이 방탕한 삶을 살던 루키우스에게 벌을 내린 것이다. 루키우스의 시련은 죄를 지은 육신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과정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현실적 고통을 넘어서 초월적 평화에 이르고자 하는 갈망을 갖고 이를 실천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그 길을 안내해줄 신과 진리를 찾는다. 플라톤은 자기 영혼이 지니고 있는 신적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신과 재결합하는 것이 인간의 사명으로 봤다. 《황금 당나귀》의 결말은 플라톤의 청교도적 삶을 교훈으로 강조한다. 욕망과 쾌락을 절제하는 금욕적 삶과 함께 정신적인 훈련을 통해서 영혼이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금 당나귀》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쿠피도와 프시케'다. 프시케는 어원상 ‘영혼’이라는 뜻과 불안전성을 의미하는 ‘나비’라는 뜻, 두 가지가 있다. 인간세계의 아름다운 여성 프시케는 신들의 금기를 어기고 자신과 사랑에 빠진 쿠피도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부주의한 호기심의 유혹에 빠져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온갖 시련 끝에 극적으로 쿠피도의 입맞춤을 받으며 다시 살아난다. 프시케는 시련을 통한 영혼의 정화를 상징하는 알레고리다. 쿠피도와 프시케 이야기는 루키우스의 모험담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암시하는 결정적인 내용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황금 당나귀》가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없다. 인간들을 관찰하는 당나귀 루키우스의 일인칭 묘사가 길어서 지루하게 느껴졌다. 신의 대리인으로 볼 수 있는 수도사의 등장으로 너무 쉽게 루키우스가 인간이 되는 장면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도 어른이 되다가 다시 아이로 변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코난의 변신을 생각하면 주인공이 원래 모습으로 되찾은 《황금 당나귀》의 결말이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그나저나 코난아, 도대체 너는 언제 남도일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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