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셀레스티나 을유세계문학전집 31
페르난도 데 로하스 지음, 안영옥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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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8] 라 셀레스티나

 

 

 

 

예나 지금이나 결혼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은 중매다. 중매(仲媒)쟁이가 지나치면 사람을 사고파는 중매(仲買)가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옛날부터 미혼남녀가 자유롭게 사귀지 못하던 시절에 양측을 맺어주던 사람들을 뚜쟁이라고 불렀다. 사전적으로는 부유층이나 특수층을 상대로 하는 직업적인 여자 중매쟁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업계에서는 주로 신고를 하지 않고 몰래 다니며 명함을 뿌리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중매쟁이들을 일컫는다. 오늘날에는 뚜쟁이를 매춘 알선 브로커의 의미에 가깝게 쓰인다.

 

셀레스티나(Celestina)는 세계문학사를 통틀어 매우 희귀하고,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 뚜쟁이다. 그녀의 이름은 ‘뚜쟁이’를 뜻하는 스페인어 고유명사가 되었다. 처음부터 셀레스티나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1499년에 <칼리스토와 멜리베아 희극>이라는 희극 작품이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귀족 명문가 아들 칼리스토가 멜리베아라는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저자명은 알려지지 않았고, 당시에 저작권의 개념이 없었던 터라 아류작들이 생겨났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던 페르난도 데 로하스도 <칼리스토와 멜리베아 희극>과 유사한 아류작을 썼는데, 이 작품이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호평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로하스는 제1막으로 된 <칼리스토와 멜리베아 희극> 원고를 발견하여 본인이 직접 15막을 더 만들어 소설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아류작의 인기에 힘입어 <칼리스토와 멜리베아 희극>은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고, 사랑에 빠진 남녀 주인공이 아닌 뚜쟁이 노파 셀레스티나가 더 많이 주목받았다. 로하스의 소설 제목은 《라 셀레스티나》로 널리 알려졌다.

 

칼리스토는 화려한 귀족 출신이지만, 연애가 서툴다. 그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여자를 정복하는 것. 하지만 그는 입만 살아있는 ‘연못남(연애 못하는 남자)’이다. 결국 하인 셈프로니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는데, 욕망에 눈이 먼 주인의 본심을 알아차린 셈프로니오는 교활한 계획을 꾸민다. 셈프로니오는 칼리스토에게 늙은 뚜쟁이 셀레스티나를 소개한다. 뚜쟁이는 칼리스토와 멜리베아의 사랑을 성사시켜 물질적 보상을 얻으려고 한다. 칼리스토의 또 다른 하인 파르메노는 뚜쟁이와 동료 하인의 간계를 눈치챈다. 그는 주인이 정신 차리길 바라는 마음에 셀레스티나의 사악함을 알렸지만, 칼리스토는 파르메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셀레스티나는 매춘부 엘리시아와 아레우사를 셈프로니오와 파르메노와 연결해 자기편으로 만든다.

 

셀레스티나는 악명 높은 뚜쟁이로 수치스러운 형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악행에 떳떳하게 생각한다. 그녀는 현세의 쾌락을 즐기는 대신 악마에게 영혼을 판 쾌락주의자다. 세속적 욕망과 관능적 쾌락을 인생 최고의 미덕으로 여긴다. 셀레스티나의 쾌락주의자는 에피쿠로스가 추구하는 쾌락과 다르다. ‘향락주의자’로 불리는 에피쿠로스학파의 지향점은 관능적 쾌락이 아니라 고통과 불안이 없는 상태였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의 역설을 말한다. 혀와 입의 쾌락을 향한 극단적 추구는 구토와 설사라는 고통으로, 성애에 대한 탐닉은 성적 장애와 음욕의 노예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쾌락을 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고통이라는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는 금욕주의로 돌아서서 마음의 평정인 아타락시아(ataraxia, 부동심)를 진정한 쾌락이라고 갈파했다.

 

셀레스티나는 삶의 종착지인 ‘죽음’에 거의 가까워진 인물이다. 셀레스티나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 나온 모든 인물도 죽음 앞에 사라지는 존재다. 쾌락을 인생 최고의 목적으로 삼는 향락주의자도 죽음에 대한 공포에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은 먹고 마시며, 섹스를 즐기면서 ‘생의 불안’을 잊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물질적 욕망에 향한 셀레스티나의 집착은 끔찍한 파멸을 이르게 한다. 욕망(desire)은 욕구(need)와 달리 무한하다. 밑 빠진 독처럼 아무리 물을 부어 넣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욕망의 노예다. 살아있는 한 유한성의 불안이 아무리 불쾌하게 느껴지더라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쾌락은 ‘채움’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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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1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9-12 16:23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주말 잘 보냈습니다. ^^

yureka01 2016-09-11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화심리학에 관점에서 보자면,
진화의 비밀은 욕망에서 비롯된 무차별적 계획은 아닐까 싶어요.
괘락의 감각기관이 사라진다면,과연 우리가 존재하기는 할까 라는 질문이 생기네요..

잘봤습니다^^..

cyrus 2016-09-12 16:23   좋아요 0 | URL
욕망이 아예 없었으면 사는 일이 재미 없었을 것 같아요. ^^;;

초딩 2016-09-1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잘 보내세요~~~
 

 

 

 

 

북플이 만들어진 지 어느덧 2년째로 접어드는데도 미흡한 문제점이 남아있습니다.

 

 

 

 

 

알라딘 서재에 글을 쓸 때, 앞표지 그림이 없는 책을 입력합니다. 표지가 없는 책도 클릭하면 책 소개를 확인할 수 있고, 장바구니에 담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북플에서 보면 표지 없는 책이 ‘No Image’로 뜹니다. 책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요. 알라딘 서재에서 가능했던 링크 기능이 북플에서는 불가능해요. 그래서 표지가 없는 책에 별점을 부여하고, ‘읽은 책장’에 추가하려면 책 제목을 검색해야 합니다. 검색 결과에 표지가 없는 책 이미지가 두 개 이상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본인이 찾으려는 책이 맞는지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마이페이퍼 작성 시 표지 없는 책을 포함할 때, 북플에 ‘No Image’가 안 뜨게 조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생각한 건데 표지 없는 책에 회원이 직접 책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면 어떨까요? 이 문제에 대한 이웃님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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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0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 이미지 자료가 없어서 일까요..간혹 오래된 책들 이미지가 안뜨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cyrus 2016-09-09 17:47   좋아요 1 | URL
네.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 현재 구하기도 어려워서 표지만 확인하는 일조차 불가능해요. ^^

아무 2016-09-09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로 예전 책일수록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신간 중심이라 그런지.. 그런데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는 15년 책인데도 이미지가 안 나옵니다. 이런 걸 보면 꼭 구간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닌 듯하고..

AgalmA 2016-09-09 21:32   좋아요 1 | URL
제가 <고쿠분~> 페이퍼 쓸 때는 이미지가 정상이었거든요. 어느 순간 그렇게 되어 있더군요.
신간 dvd에서도 이런 상황이 있는데, 별점을 줄 수도 없이 튕겨져 나와요. 예전에 별점 준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이건 북플 내 버그라고 봐야죠.

아무 2016-09-09 21:48   좋아요 1 | URL
아 예전에는 이미지가 정상이었군요. 그러면 그건 버그라고 보는 게 맞겠네요. 예전에 들뢰즈에 대해 알고 싶어서 찾아보던 건데 전 그때부터 안 보였거든요. 결국 여러 권 중에 고민하다 사진 못했는데..^^;; 지금도 북플로는 이미지가 안 나오긴 합니다ㅠ

syo 2016-09-09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책 제목 검색했는데 노 이미지 5개 뜨면 모르는 문제 OMR카드 마킹하는 기분이에요.

cyrus 2016-09-10 09:02   좋아요 1 | URL
좋은 비유입니다. 노 이미지 중에 외서도 포함되어 있어요. ^^;;

AgalmA 2016-09-09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장성의 문제죠.
중고책도 구간 책인데 재출간된 이미지로 대체해놔서 주문했다가 반품하는 일이 종종 생기잖아요? 즉 수요와 판매 우선으로 DB를 짜니까 오래된 책이나 없는 책에 대해서까지 신경쓰지 못하는 상황이겠죠.
cyrus님이 말씀하시는 회원이 직접 올리는 방식은 위키처럼 하자는 거네요. 사진의 퀄리티가 고르지 못하면 역효과로 흉할 수도 있어서 북플리언이 해당 책이미지를 북플 담당자에게 보내 알맞은 형식을 갖춰 올리도록 하는 건 어떨까 싶네요. 그런 경우 소정의 적립금 같은 걸 줘도 서로 윈윈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역시 시장성의 문제...자신들이 팔 책도 아닌데 이런 수고를 할 정도로 알라딘이? 흠.

cyrus 2016-09-10 09:07   좋아요 1 | URL
아갈마님의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합법적인 땡스투 적립금이니까요. ㅎㅎㅎ

일부 온라인 중고샵 셀러들은 직접 책 표지 사진을 찍어 올려요.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래서 저도 헌책방에 구한 책 서평을 쓸 때 표지 사진을 올리려고 해요.

transient-guest 2016-09-10 0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예전에 그런 no image를 그대로 올려놓곤 했는데, 보기 안 좋더라구요.ㅎ

cyrus 2016-09-10 09:09   좋아요 1 | URL
북플로 노 이미지를 볼 때마다 액박처럼 느껴져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6-09-10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cyrus 2016-09-10 21:07   좋아요 1 | URL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서비스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레삭매냐 2016-09-10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하는 바입니다.
다만 퀄러티 컨트롤이 되지 않아 그런게 아닐까요? ㅋㅋ

cyrus 2016-09-10 21:09   좋아요 1 | URL
그럴 수도 있어요. 오래된 책의 표지 이미지는 선명도가 떨어지는 편이에요.
 

 

 

 

 

 

 

 

 

 

 

 

 

 

 

 

 

 

 

 

초현실주의는 일상세계로부터 단절을 추구하는 사조다. 회화에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 소재들로 화면을 꾸미는 장르를 말한다. 또한, 대상을 과도할 정도로 자세하게 그리되 그것을 약간씩 비틀어 생소한 느낌을 주어 혼돈을 체계화하기도 한다. 따라서 화가들에게 강조되는 것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보다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뛰어난 상상력이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인간의 꿈과 욕망,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비현실 등 서로 모순되고 대립하는 세계를 상상력을 통해서 새롭게 해석하고 변용했다.

 

‘초현실주의’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이 기욤 아폴리네르였다. 그는 생전에 시인으로만이 아니라 미술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아폴리네르는 피카소의 절친한 친구에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1924년 앙드레 브르통의 ‘제1차 초현실주의 선언문’을 기점으로 초현실주의 운동이 시작되었고, 폴 엘뤼아르, 루이 아라공, 마르셀 뒤샹,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막스 에른스트 등이 초현실주의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초현실주의 운동을 이끈 브르통은 일상의 상식에 매몰돼가는 인간을 해방하고 꿈과 잠재의식이 엮어내는 초현실의 새로운 세계를 제공하려 했다. 그러나 그런 세계로 인간을 안내하는 길잡이인 초현실주의 회화의 기법을 마련한 것은 막스 에른스트였다. 그가 처음으로 시도한 콜라주(collage)를 보고 브르통은 이것이야말로 ‘초현실주의의 시금석’이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에른스트는 다양한 초현실주의 기법을 선보였는데, 프로타주(Frottage)는 20세기를 거쳐 오늘날 작가들에게 유용한 실험적인 기법이다. 누구나 어릴 적에 백 원짜리 동전 위에 종이를 놓고 연필로 검게 문질러 그려본 일이 있을 것이다. 그게 프로타주다. 잎, 천 따위의 면이 올록볼록한 것 위에 종이를 대고, 연필 등으로 문지르면 피사물의 무늬가 베껴지는데, 그때의 효과를 조형상에 응용한 것이다. 프로타주의 어원은 '문지르다'는 뜻의 프랑스 단어 '프로테'(frotter)에서 파생됐으며, 화가의 의식이 작용하지 않은 차원에서 우연히 나타나는 예기치 않은 효과를 노린다. 에른스트가 프로타주 기법을 발견한 것도 우연한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비가 내리던 그날 저녁, 나는 프랑스의 해변에 있는 호텔에 묵고 있었다. 그때 나는 어떤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마룻바닥에 깊게 파인 홈들을 흥분한 가운데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명상과 환각 능력을 지속시키기 위해 나는 마루 위에 종이 몇 장을 아무렇게나 놓고 연필을 문지르기 시작해 몇 장의 스케치를 떴다.

 

(막스 에른스트, 베르너 슈피스의 책 《막스 에른스트 : 프로타주 기법과 예술세계》 14쪽)

 

 

 

 

그라타주(Grattage) 또한 에른스트가 자주 사용한 기법이다. 이것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그림 제작 방식이다. 종이에 크레파스로 여러 가지 색을 칠한 뒤에, 까만색을 덧칠해 날카로운 물건으로 원하는 형상이 나오도록 긁어낸다. 에른스트는 캔버스에 물감을 여러 겹 바른 후 표면을 긁어서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얻으려고 했다.

 

 

 

 

 

이성과 상식을 거부하는 초현실주의 미술은 192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서구 미술 흐름의 중추적인 사조였다. 그러나 국내 화단에서 초현실주의는 상대적으로 별로 활발치 않았다. 개인적으로 초현실주의 계열의 작품 활동을 하는 화가들은 있었지만, 이들이 하나의 유파를 형성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초현실주의 그림의 난해성은 관객의 접근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에른스트를 비롯한 초현실주의 그림들은 어둡고 불길한 징후를 간직하고 있다.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은 음산하고 불길한 분위기로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했다.

 

 

 

 

 

 

 

 

 

 

 

 

 

 

 

 

 

 

에른스트의 『세 명의 목격자 앞에서 아기 예수를 때리는 성모』는 기존의 성모자 상을 뒤집는 도발적인 그림이다. 성모는 벌거벗은 아기 예수의 엉덩이가 벌겋게 되도록 손바닥으로 때린다. 힘이 세게 들어간 성모의 엉덩이 스매싱 때문에 아기 예수의 광륜(halo)이 바닥에 떨어졌다. 성모 뒤에 에른스트, 브르통, 엘뤼아르 세 사람은 무심한 눈빛으로 폭력의 광경을 바라본다. 에른스트는 도발적으로 종교의 금기를 우롱한다. 그러면서 종교적 금기 속에 감추어진 폭력성을 보여준다. 성모가 아기 예수를 체벌하는 행위는 언뜻 보면 섬뜩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비현실적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사실은 엄연하게 존재하는 실존의 인간이기도 하고 또 일상에서 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의 속성상 폭력성을 두려워한다. 살풍경한 현실, 이해 불가능한 인물들의 태도를 보면서 관객은 어쩔 수 없이 내면의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비 온 뒤의 유럽 II』는 1차 대전이 휩쓸어 황폐해진 유럽을 초현실주의적인 연출로 극대화한 작품이다. 에른스트는 군 복무 중 두 번이나 부상을 당해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가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유럽을 목격하면서 ‘반 문명, 반이성’을 표방하는 초현실주의 운동에 참여하게 된 사정은 이해되고 남음 직하다. 에른스트에게 전쟁은 인간 내면의 증오와 파괴성에서 시작된 극단적인 상황이었다. 그런 광란의 현실을 그리면서 인간 무의식의 지층 속에 새겨진 폭력성을 더듬었다.

 

에른스트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보여주게 될 때 화가의 생명은 끝”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객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에른스트의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굳이 초현실주의 그림 속에 정답에 가까운 의미를 찾을 필요가 없다. 이상한 불길함이 불러일으키는 긴장감만 즐기면 된다. 이 불길한 환영을 보라, 그리고 긴장하라. 초현실주의 그림이 관객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순간, 그림의 생명은 끝이다.

 

 

 

 

※ 그림 이미지는 위키아트(http://www.wikiart.org/)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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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9-09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은 문예사조에 밝으시네요 ^^!: 덕분에 해설이 곁든 명화 감상 합니다. 감사합니다.

cyrus 2016-09-09 17:00   좋아요 2 | URL
그림 해설은 책에 있는 내용을 기본적으로 참고하고요, 그림에 대한 제 생각을 덧붙입니다. 책 내용을 요약하는 수준입니다. ^^;;

yureka01 2016-09-09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에서도 현실의 은유..이런게 초현실그림이 아닐까 싶어요. 너무 직설적인 경우 정치적인 박해가 염려될때 써먹는 고단수의 기법같은거..^^.

cyrus 2016-09-09 17:44   좋아요 1 | URL
초현실주의자 대부분은 좌파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마그리트는 벨기에 공산당원이었습니다. 달리가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소재로 초현실적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

yureka01 2016-09-09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주장을 직설적인 회화로 표현하기보다는 역시 예술은 한번 비틀어야 제맛인가 봐요..

cyrus 2016-09-09 17:5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는 화가의 메시지를 숨긴 그림을 좋아해요. 이런 그림은 관객의 호기심을 유도해요. 그리고 다양한 관점의 해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
 
생명의 기억 - 고롱고사국립공원에서 펼쳐진 자연과 인간, 그 아름다운 공존의 기록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최재천.장수진 옮김 / 반니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모잠비크의 고롱고사(Gorongosa) 국립공원은 성경 속 대홍수 때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땅으로 알려진 곳이다. 실제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곳이 고롱고사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올 만큼 고롱고사가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낙원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고롱고사의 숲은 16년 동안 일어난 내전에 휘말리면서 처참하게 훼손됐다. 군인들이 고기를 얻고자 야생동물을 마구잡이로 잡았다. 이렇게 황폐해진 이곳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미국인 자선사업가 그레고리 카를 비롯한 환경운동가들은 초식 동물들을 이주시켜 이들이 안전하게 번식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육식 동물들도 천천히 늘려나가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찌 보면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시도한 셈이다. 이러한 노력 덕택에 코끼리와 하마를 시작으로 버펄로, 사자 등 야생 동물들이 점차 고롱고사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생명의 기억》(A Window on Eternity)은 고롱고사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록이다. 세계적인 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은 고령과 비행기 트라우마에 불구하고 고롱고사의 땅을 밟는다. 그곳에서 노학자는 야생이 녹아 흐르는 자연의 대지를 관찰한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 고롱고사 국립공원에서 만난 동물들은 우리가 도시의 동물원에서 보던 동물들과 완전히 달랐다. 사자의 위엄 있는 모습, 사체에 모여 살점을 뜯어먹는 독수리들, 황새의 우아한 날갯짓 등은 진정한 생명력을 가진 동물들에게서만 볼 수 있다. 인간들의 눈요기를 위해 차고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사는 동물원 동물들의 피곤하고 생기 없는 모습이 새삼 안쓰러워진다. 일생을 비좁은 동물원의 ‘감옥’에 갇혀 사는 동물들과 달리 숲에서 있는 그대로의 야성을 발산하는 동물들은 경이로움을 넘어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생태계를 흔히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세계라고 말하지만, 그 속에는 오묘한 조화와 조물주의 섭리가 배어 있다. 이 조화로운 섭리가 흐트러지면 생태계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동물들의 숫자는 먹고 먹히는 관계를 통해 조절된다. 어떤 지역의 생물의 종류와 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생태계의 평형이라고 한다. 먹이 연쇄의 한 단계를 이루는 어떤 생물의 수가 많이 줄어들게 되면,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준다. 먹이사슬의 고리 하나가 빠져나가면서 연쇄적인 붕괴가 시작된다. 내전이 끝났을 때 고롱고사의 평원을 누비던 사슴과 버펄로의 개체 수가 줄어들자 사자와 치타 등 대형 포식자도 자취를 감췄다.

 

곤충 역시 생태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존재다. 곤충이 살아나지 않으면 생태계도 살아남지 못한다. 죽은 동물의 사체는 미생물에 의해서 천천히 부패하다 토양으로 사라지며 다시 자연 일부가 된다. 그런데 미생물의 역할만으로는 이러한 생태계 순환 과정이 더디게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사체 분해를 빠르게 도와주는 청소부 곤충들이 있다. 이들은 사체를 먹으며 잘게 부수어 미생물의 번식을 빠르게 만들고 동물의 배설물도 먹어 치우며 생태계 전반에서 순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이 배설물, 부패한 시체 등을 먹는다는 이유로 더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명백한 생태계의 순환의 일꾼들이다.

 

개미 연구 전공자답게 윌슨의 개미 사랑은 여전하다. 윌슨은 침으로 자신의 손가락 살을 찌른 개미 한 마리가 다치지 않게 조심스레 떨어뜨린다. 그리고 줄지어 가는 개미 떼의 행렬을 밟지 않는다. 연구 대상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에 대한 경외심이리라. 재미있는 사실은 개미를 좋아하는 학자가 거미 공포증을 느낀다.

 

윌슨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보호 구역은 절반이라도 그대로 두자고 제안한다. 인류는 자신이 자연의 주인이라고 자처하면서 끝없는 자연정복과 자기중심적 약탈을 정당화해왔고 이러한 과정을 진보로 규정했다. 윌슨은 ‘진보’라는 열매 속에 든 독성에 대해 주의를 환기한다. 인류의 탐욕에 의한 끝없는 자연 개발은 자연은 물론 인류의 존속까지 위협한다. 우리나라가 생물 종(種) 다양성이 풍부한 아프리카처럼 야생동물을 자연 상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국립공원이나 사설 보호구역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인간만의 지구가 아니라 모든 생물이 공존하는 지구임을 깨달아야 한다. 산업화, 도시화와 함께 자연에 대한 감성이 무디어지면서 자연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없게 됐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생물이 ‘더 소중하거나, 소중하지 않다’라고 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두가 그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만약 더 소중한 생명체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단지 그렇게 판단하는 인간의 생각 속에만 존재한다.

 

 

 

 

 

※ 깜놀주의!

 

* 50쪽 : 동물 사체를 뜯어먹는 독수리 떼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

* 77쪽, 78쪽, 80쪽, 83쪽 : 거미를 클로즈업한 사진, 거미공포증이 있는 독자는 주의할 것.

* 86쪽, 96쪽, 100쪽, 103쪽, 124쪽, 143쪽 : 개미를 클로즈업한 사진

* 130쪽 : 작은 개구리를 잡아먹는 거미를 클로즈업한 사진

* 141쪽 : 밤나방 애벌레를 클로즈업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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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9-0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절한 cyrus님. 사진 있는 책마다 등장하는 ˝깜놀주의˝ 코너.

cyrus 2016-09-09 09:15   좋아요 0 | URL
제가 곤충 사진을 무서워해요. 밤에 혼자 이 책을 보다가 거미 사진에 깜짝 놀랐습니다. ^^;;

yureka01 2016-09-08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고 아프리카가서 사진 찍고 싶습니다..ㄷㄷㄷㄷ6^..

cyrus 2016-09-09 09:16   좋아요 0 | URL
그 꿈 꼭 이루셔서 사진집을 내셨으면 합니다. ^^

페크pek0501 2016-09-1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사람은 조심해야겠군요. 티브이의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를 보면
잔인하게 뜯어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다른 데로 고개를 돌리게 되더라고요.
기다렸다가 다시 봅니다.ㅋ

cyrus 2016-09-10 21:13   좋아요 0 | URL
피 튀기는 장면이 나오는 무서운 영화를 못 보는 사람도 있어요. 끔찍한 사진이나 장면 한 번 보고, 그게 머릿속에 남으면 후유증이 오래 가요. ^^;;
 

 

 

* [스브스뉴스] 리뷰 썼는데 명예훼손?…억울한 고소 안 당하는 법 (2016년 9월 1일)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55&aid=0000448300

 

 

 

오늘 이 뉴스를 보면서 책의 문제점을 알린 리뷰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평을 신중하게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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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6-09-0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진작부터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서는 책 리뷰나 영화 리뷰 등이 악평일 경우엔 명예훼손이라면서 포털사이트에서 마음대로 글을 내리곤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요. -_-;;

cyrus 2016-09-07 17:59   좋아요 1 | URL
악평이라는 이유로 글쓴이 동의 없이 함부로 글을 내리는 건 비겁한 일입니다.

syo 2016-09-0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일 같지 않군요...... 사이토 다카시상 스미마셍.....

cyrus 2016-09-07 18:01   좋아요 0 | URL
사이토 상은 모를 겁니다. 소신 있게 비판하셔도 됩니다. 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9-07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악평 쓴게 너무 많아 불안하네요 ㅋ

cyrus 2016-09-07 18:00   좋아요 0 | URL
비꼬는 식의 문장을 쓰지 말아야겠어요. ㅎㅎㅎ

syo 2016-09-07 1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일 좋아하는 게 비꼬는 문장이고 두 번째가 비비꼬는 문장인데 전 이제 망했어요.

yureka01 2016-09-07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면 걸리는거내요.ㄷㄷㄷ 그런데 비평을 명예훼손으로 받아 들이는 작가라면 그 책 겁나서 읽겠습니까.ㅎㅎㅎ 모르죠 당대는 입 꾹 다물었다가 죽고나서 비평하면 저승에서 걸란가요.ㄷㄷㄷㄷ

cyrus 2016-09-07 19:07   좋아요 0 | URL
표절 시비도 명예훼손으로 생각하는 작가들도 있을 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7 18: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쪽으로는 전문입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욕만 하지 않으면..
사실 직시라 해도 공공익을 위한 글의 기재로 무혐의받습니다.
쫄 필요 없습니다..

cyrus 2016-09-07 19:09   좋아요 1 | URL
역시 우리 곰! 사실만 알려도 명예훼손으로 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돼요.

릴케 현상 2016-09-07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로쟈님이 파출소 갔다왔다는 전설이 있죠

cyrus 2016-09-07 19:17   좋아요 0 | URL
번역 논쟁으로 알라딘 서재가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어요. 요즘은 논쟁 분위기 보기 힘들어졌어요. ^^

뽈쥐의 독서일기 2016-09-0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부터 맛집 리뷰는 진짜 유명했죠.. 쓰는 사람들이 흥분상태에서 `그래 잘먹고 잘사세요~` 같은 멘트를 쓰긴 했는데 링크 뉴스를 보니 그런 멘트가 고소의 빌미를 준 거로군요.. 에잉 어디 무숴워서 리뷰쓰겠나!

cyrus 2016-09-08 08:17   좋아요 0 | URL
`잘 먹고 잘 살아라`가 심한 욕설은 아닌데 이거 가지고 트집 잡는 건 우스워요. ^^;;

transient-guest 2016-09-08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거나 다 명예훼손이군요. 법은 약자를 위해서 쓰여야 하는건데, 주로 재벌이나 정치인, 유사언론인들이 명예훼손을 이용한다죠?? 암튼 머리 아픈 세상입니다.

cyrus 2016-09-08 08:18   좋아요 0 | URL
칭찬 일색의 알바 리뷰에 관여한 회사를 처벌하는 법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무 2016-09-08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괜찮아도 표현이 적절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처럼 보이네요. 사실 풍자나 비꼼의 미학은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타는 건데, 명예훼손이 지나치게 과대적용되면 그 아슬아슬함을 기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cyrus 2016-09-08 08:20   좋아요 0 | URL
표현 자유를 규제하는 법 때문에 비판하는 의견을 드러내기 쉽지 않을 겁니다.

빨강앙마 2016-09-0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악..ㅠㅠ 저도 아닌건 아니라고..대놓고 리뷰쓰는데..겁나서 갑자기..후덜덜 해졌어요.
해석하기 나름이니까 말이죠.. 사실 이렇게 불려가고 어쩌고 하는 자체가 이미 스트레스니까요..ㅠㅠ

cyrus 2016-09-08 09:08   좋아요 0 | URL
알라딘의 글이 네이버에 포스팅한 글에 비하면 덜 노출되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가 없어요. 가끔 출판사 직원들이 비로그인 계정으로 댓글을 남기는 경우로 봐서는 독자리뷰를 살피는 출판사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