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작 네이션 - 우울에 빠진 한 여자의 심리 보고서
엘리자베스 워첼 지음, 김유미 옮김 / 민음인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우울증은 웃고 있는 사람들의 가면이다. 우울증을 얕보아서는 안 된다. 특히 가면을 쓴 우울증은 가벼운 우울증, 일시적인 슬픈 감정과 달리 심각한 양상일 가능성이 높다. 증세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기는 어려워 방치된 채 악화하기 쉽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이 우울증에 걸려 있는지도 모른 채 마치 가면 뒤에 꼭꼭 숨어있는 듯 내면 깊숙이 틀어박혀 있다. 우울증이 전염병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과 마음이 가장 맞닿아 있는 가정에서는 그 어둠의 그림자가 그대로 가족들을 힘들게, 고통스럽게 한다.

 

엘리자베스 워첼의 《프로작 네이션》은 우울증을 가장 정확히 기록한 책이다. 변호사로 활동 중인 워첼은 자신의 우울증 경험을 상세하게 서술하여, 과소평가된 이 병이 한 인간을 어떻게 괴롭히는지를 실감 나게 소개하고 있다. 《프로작 네이션》이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으며 약으로도 치유 불가능한 병’임을 제대로 알려준 책이라는 데 큰 의의를 부여하고 싶다.

 

 

 

 

 

 

프로작(Prozac)은 우울증 치료제이다. 미국에선 프로작 같은 우울증 치료제가 우리나라 감기약만큼 유명하다. 그만큼 환자가 많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2004년에 프로작을 포함한 모든 항우울제에 대해 복용 시 청소년들이 자살 충동이나 행위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지시했다. 항우울제를 복용할 경우 자칫하면 청소년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는 우려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과거에는 아동기에 우울증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에 대하여는 학자들 간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1980년에는 타당성이 인정돼 아동의 정신질환 분류에서 공식적으로 아동기에도 우울증이 존재함이 받아들여졌다. 어린이도 우울증을 앓는다. 어린이들은 자존심 저하, 자기 비하 등의 인지적인 요소가 전혀 동반되지 않은 슬픈 감정이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부모가 이혼하면 일반 아이들은 단순히 슬픈 감정을 표현하지만, 우울증이 있는 아이들은 자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자기질책 또는 부모들에 대한 원망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워첼은 너무 이른 나이에 부모가 이혼으로 갈라서는 현실을 받아들였고, 아버지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워첼의 사례처럼 어린 시절 경험은 우울증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워첼은 열두 살 때부터 십 년 넘게 우울증의 늪을 헤맸다. 약물치료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의사와 그녀의 어머니 때문에 겪었던 고통 등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녀의 자서전은 우울증의 심리적 증상에 초점을 맞춘 우울증 자가 진단서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우울의 정도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세상 모든 일에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 없는 기분, 세상이 끝난 것처럼 미래를 비관하는 태도, 세상에 오직 나 혼자라는 가슴 사무치는 고독감 등을 느낀다. 우울증에 빠진 워첼은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친구들과 어머니는 워첼의 우울을 ‘약을 복용하면 재발하지 않는 증상’으로 반응하며 우울증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그저 사소한 투정이라고 생각한다.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반드시 약물치료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 우울 증상으로 문제가 생긴다거나 자살사고가 심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려 하는 경우,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은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상당히 긴 기간이 소요된다. 그 기간 환자가 받아들여야 할 불이익은 크다. 자살시도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으므로 일정기간 심각한 증상이 지속한다면 빨리 치료를 받아 불행한 결과를 막아야 한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위로다. 그다음이 격려다. 이는 관심과 공감과 이해에서 나온다. 심적 고통의 늪에 빠졌다가도 누군가가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내밀면 대부분 그 아픔에서 해방될 수 있다. 워첼은 우울증에 탈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심적 상태를 솔직히 인정하고,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정신력’에 믿음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내 마음이니까 반드시 내가 고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의 삶’을 부정적으로 보는 끔찍한 상상에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울증 환자의 도움을 요청받은 사람은 삶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식시키고,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 그 아픔에서 벗어나려는 우울증 환자들의 몸부림을 이해한다면, 극단적인 절망의 낭떠러지까지 내몰려 있는 몸과 마음을 살릴 수 있다. 우리의 관심과 포용력은 우울증의 늪에 빠진 이에게 생명을 구하는 귀한 밧줄이 된다.

 

 

 

 

 

 

* Trivia #1

 

 

홍보 문구를 만든 출판사 관계자가 워첼의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의심스럽다.

 

 

 

* Trivia #2

워첼의 글에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실비아 플라스의 《벨 자》 등 유명 작가의 책이 잠깐 언급된다. 306쪽에 마거릿 앳우드(애트우드)의 《떠오르기(surfacing)》에 대한 워첼의 짤막한 평이 나온다. 《떠오르는 집》(서숙 역, 지학사, 1987)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늦은 후기’에 워첼은 우울증 체험을 자전적으로 기록한 윌리엄 스타이론의 《가시적 어둠》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책은 《보이는 어둠》(임옥희 역, 문학동네, 2011)으로 번역되었다.

 

 

* Trivia #3

 

 

 

 

 

워첼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라는 병이 있었고, 그녀가 복용했던 조증 치료제인 ‘리튬’은 갑상선에 문제가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 20대 시절 모습과 최근 모습을 비교하면, 외모에 큰 변화가 있는 걸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녀의 얼굴에 오랜 투병 생활과 약물 복용의 후유증에 시달린 흔적이 남아 있다. 2015년에 워첼은 유방암 판정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 Trivia #4

 

 

 

 

2015년에 열두 살 연하의 제임스 프레드와 결혼했다. 그녀의 결혼은 정말 축하할 일이다. 워첼은 만나던 남자에게 실연당했고, 자연 유산까지 겪는 등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행복한 미소가 오랫동안 쭉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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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8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20 15:15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는 여전히 우울증을 가벼운 증상으로 생각합니다. 항우울제만 먹으면 금방 다 낫는 줄 압니다.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고 합니다. 한 번 걸린 감기는 감기약 먹으면 완치 가능하지만, 다시 감기가 찾아옵니다. 우울증도 그렇습니다. 평생 약물 치료로 살아가게 되는데, 문제는 약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건강이 악화될 수 있어요.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가 우울증 환자들을 더욱 괴롭게 합니다.

캐모마일 2017-03-1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고 저자가 궁금해서 검색해 봤는데, 유명한 분이었군요.... ㅎㄷㄷ 원서는 1994년에 출간됐고, 2001년에는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까지 나왔었네요.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그리고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cyrus 2017-03-20 15:17   좋아요 0 | URL
동명 영화에서 워첼을 분한 연기자가 젊은 시절 워첼과 무척 닮았어요.

라온 2017-03-20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먹는 약이네요
 
UFO와 우주법칙
조지 아담스키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5월
평점 :
절판


 

 

미확인 비행물체인 UFO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UFO가 외계인이 타고 온 최첨단 우주선이라는 주장까지 펼친다. 이와는 달리 다른 쪽에서는 UFO가 기존의 비행물체이거나 자연현상의 착각, 또는 환각, 심지어 사진조작의 결과라는 반론을 편다. 양쪽 모두 UFO의 존재를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UFO의 주인공인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가 사는 태양계가 아닌 멀리 떨어져 있는 외부행성에 지적인 생명체가 있으려면 지구와 비슷한 조건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인간 이외의 생명체가 은하계에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1953년, 조지 아담스키(George Adamski)는 자신이 외계인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탑승한 외계인의 우주선까지 사진으로 공개했다. 그가 목격한 UFO는 둥그런 접시처럼 생긴 물체였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아담스키형 UFO’로 알려졌다. 그의 UFO 사진 공개 이후로 전 세계 곳곳에 접시 형태의 ‘아담스키형 UFO’이 나타났다. 아담스키는 시나리오 작가 데스먼드 레슬리(Desmond Leslie)와 함께 『Flying Saucers Have Landed』를 공동 집필했다. 이 책으로 아담스키는 우주인 접촉자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1955년에 아담스키는 또다시 우주인을 만난 경험담을 정리한 ‘Inside the Space Ships’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이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UFO와 우주 법칙》이다.

 

 

 

 

《UFO와 우주 법칙》의 출판사는 정확히 20년 전 부도가 나서 사라져버린 ‘고려원’이다. 고려원은 8, 90년대 국내 단행본 출판업계 1위를 달렸던 ‘전설 아니고 레전드’ 출판사였다. 《UFO와 우주 법칙》은 1987년에 나왔고, 출판사가 완전히 문 닫기 일 년 전에 재출간됐다.

 

필자는 이 책을 작년 헌책방에서 구했는데, 운 좋게 아주 싼 가격으로 샀다. 내가 이 책을 고르더니 헌책방 주인은 아주 찾기 힘든 책을 골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매긴 책의 가격이 ‘2만 5천 원’이라고 했다. 정말로 2만 5천 원을 내야 했다면, 진즉에 구매를 포기했다. 헌책방 주인과 가격 흥정을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말주변도 없다. 손님이 원하는 대로 무조건 가격을 깎아주는 헌책방 주인이 좋은 게 아니다. 손님 입장에서는 좋지만,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주인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일이다. 나는 한쪽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정말 마음씨 착한 헌책방 주인은 헌책방 단골손님이 뭘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챙겨준다. 비싸게 파는 책을 싸게 팔수도 있다. 헌책방 주인은 2만 5천 원으로 팔 수 있는 책을 ‘2천 원’에 팔았다. 나는 주인의 배려 덕분에 아주 귀한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포함해 5권의 책도 함께 샀는데, 합산한 가격이 2만 천 원이었다.

 

 

 

 

 

《UFO와 우주 법칙》이 ‘아주 귀한 책’인 건 맞다. 아담스키의 책은 UFO 옹호론자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이다. 그런데 나는 UFO와 외계인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이 책을 사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나는 《UFO와 우주 법칙》이 ‘괴작’에 어울릴만한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담스키의 증언과 진술 대부분은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아담스키는 화성인, 금성인, 토성인을 만났다. 세 명의 우주인은 아담스키를 자신의 우주선으로 초대했다. 아담스키는 그곳에서 다른 우주인들이 어떻게 생겼고, 우주선 내부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거의 완벽하게 설명했다. 우주인 성자를 만나 충격적인 정보들을 접한다. 우주인 성자는 태양계의 행성이 9개(2006년에 명왕성이 행성 목록에서 공식 제외되어 현재 태양계 행성의 수는 8개)가 아니라 12개라고 말했다. 11개 행성에 지구인과 흡사한 우주인이 존재하는데, 우주인 성자의 말에 의하면 지구가 가장 뒤떨어진 문명의 별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주인들은 지구에 일어나게 될 핵전쟁과 지축 변동을 지구인들에게 경고하기 위해서 UFO를 타고 지구에 나타났다. 그렇지만 지구인들은 우주인의 경고를 허무맹랑한 얘기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우주인은 자신들의 생각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고, 말이 잘 통하는 유일한 지구인으로 조지 아담스키를 선택한 것이다.

 

 

 

 

 

조지 아담스키는 정말 운이 좋았다. 소련이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호(Sputnik)는 1957년 10월에 발사됐다.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Yurii Gagarin)이 우주선에 몸을 실으면서 “지구는 푸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던 해가 1961년이다. 그 후 8년 뒤에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다. 조지 아담스키는 미국과 소련이 하지 못한 일들을 완수했다. 그는 우주선에 탑승했고, 우주 한가운데에 있는 지구를 바라봤고, 달 표면까지 목격했다. 심지어 지구인보다 훨씬 수준 높은 우주인들을 만나 대화도 나눴다. 1950년대 사람들은 우주의 실체를 잘 몰랐기 때문에 아담스키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의 주장은 100% 신뢰하기 어렵다. 사실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UFO 연구는 유사과학에 가깝다. 확실한 검증 없이는 함부로 ‘법칙’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 유사과학은 어떤 사실의 해석에서 실제 증거에 근거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해석하고 싶은 소망이나 착각에 의존한다. 1976년 바이킹 호가 화성탐사 임무를 수행한 뒤 보내온 화성의 이미지는 사람의 얼굴을 연상케 해 ‘화성인의 얼굴’이라는 이야기가 한동안 떠돌았다. 그러나 이는 화성 표면에 돌출된 바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외계 우주선이나 외계인에 대한 목격담과 경험담은 조작임이 밝혀졌다. 이 가설이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은 반증 불가능성 때문이다.

 

 

 

외계인이 온다고 하더라도 우주선을 타고 올 가능성은 약 0.01%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구와 다른 행성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도 4.2광년 떨어져 있다. 지금 로켓으로 8만 년 정도 비행해야 그 별에 도착하는 셈이다. 속도를 높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물체가 빛의 속도에 다가서면 질량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이런 우주선을 추진시킬 에너지는 현재로써는 우주에 없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날면 우주선이 우주에 떠도는 유성이나 소행성에 부딪혀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 우리도 갈 수 없고, 외계인도 지구에 오기 힘들다. 아담스키가 만난 우주인들은 계속 쓰고도 남을 만큼의 전자기의 힘으로 우주선을 움직일 수 있으며, 방어막처럼 형성하는 전자기(電磁氣)를 뿜어내기 때문에 유성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NASA에서는 전자기 엔진으로만 추진되는 로켓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자기의 힘만으로 로켓이 우주로 날아가는 것은 기본적인 물리학 법칙에 어긋난다.[참고]

 

우주에 가지 않더라도 지구가 ‘푸른 행성’임을 모르는 사람이 전혀 없다. 그런데 아담스키는 자신이 우주에서 바라봤던 지구가 ‘희미한 흰빛을 내는 행성’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똑똑히 보았다. 놀랍게도 우리의 지구가 흰빛을 내고 있었다. 달빛과 매우 닮았지만, 지구에서 올려다보는 맑은 밤하늘의 달빛만큼 맑지는 못했다. 희미한 유백색(乳白色) 광채가 지구를 둥글게 싸안고 있는 것이었다. 그 크기는 아침 일찍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에 견줄 수 있으리라. 우리 밑의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광구(光球)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UFO와 우주 법칙》 88쪽)

 

1950년대에 나온, 과학과 완전히 동떨어진 내용의 책이 30년 뒤에 우리나라에 뒤늦게 소개됐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있는 정말 웃긴 내용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겠다.

 

아프리카 제3연방의 <파라뉴스>라는 언론사가 금강산에서 한국 천문학자와 화성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이 특종 기사가 ‘2058년 8월 15일 자’로 되어 있다고 한다. 화성인은 2000년에 이르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한국의 젊은 박사는 총 30명에 이르며, 그밖에 의학상, 화학상을 받은 과학자들은 1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과학혁명에 이어 종교혁명, 이어서 ‘영혼 혁명’까지 모두 일어남으로써 세계의 모범 국가로 발전한다고 예언했다.

 

독자 여러분, 자유로운 상상력을 마음껏 만끽하십시오. 그리고 (비)웃으십시오. 화성인은 우리나라에 ‘촛불 혁명’이 일어날 거라고 예언하지 못했으니까요.

 

 

 

[참고] 『연료 필요 없는 전자기 엔진, 물리법칙 허물었다』 중앙선데이, 2016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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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3-17 23: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cyrus님 글이 저자의 책보다 재미있는것같아요. 덕분에 웃고갑니다. ㅋㅋ

cyrus 2017-03-18 16:35   좋아요 1 | URL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서 글의 분량이 길어졌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3-18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노벨상은 모르겠지만, 다른 면에서는 화성인의 말이 그렇게 틀린 것 같지는 않네요.ㅋ 과학혁명 -> 창조경제, 종교혁명 -> 영세교, 영혼혁명 -> 국정교과서(혼의 정상화)로 인해서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 세계민주주의사를 새로 썼으니, 세계의 모범 국가로 발전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ㅋㅋ 이상 화성인 변호인단이었습니다.

cyrus 2017-03-18 16:37   좋아요 1 | URL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군요. 겨울호랑이님의 탁월한 해석에 이마를 탁 치고 갑니다! ㅎㅎㅎ

북프리쿠키 2017-03-18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이면 과학. 예술이면 예술~
글 하나 쓰는데도 전 낑낑대는데
싸이러스님의 글은 긴데도 재미있고 논리적이세요^^

cyrus 2017-03-20 15:21   좋아요 1 | URL
제 글을 잘 읽어보면, 논리적 허점이 있습니다. 북플로 제 글을 정독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비판 댓글이 많이 안 달립니다. 제 글이 잘 써서 비판 의견이 없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

jnanasri 2022-12-27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정말 웃긴 내용‘이라며 덧붙이신 2000년대 한국에 관한 ‘반예언적‘ 내용은 아담스키의 책 내용의 일부가 아니라, 그 책을 출간하면서 출판사가 임의로 덧붙인 엣날 우리나라 신문기사의 내용 아니었던가요? 롹실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50년대 어느 신문기사이며, 실제 신문의 사진도 실려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담스키와는 관련없는 기사를 함부로 아담스키의 책에 삽입한 출펀사 측의 처사가 우선 문제이지만, 아담스키와는 아무 관련 없는 내용을, 마치 아담스키 저술의 황당함을 말해주는 방증인 양 하나로 엮어서 글울 쓰시는 것도 츌판사의 행위처럼 경솔하고 정직하지 못하다 생각합니다. 그의 책 내용에 대한 평가는 개개인의 몫으로 한다 해도 말이죠...

억만장자 2024-09-2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aladin.kr/p/oN2gq 레벨이 낮은 당신이 읽어야할책
 

 

 

 

이 글은 ‘친구 공개 글’입니다. 몇 시간 지난 후에 ‘전체 공개’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어제 책 선물을 받았습니다. 선물을 주신 분의 닉네임을 공개하고 싶지만, 고심 끝에 밝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기서는 ‘대인배’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대인배님이 ‘기프티북’으로 책을 보내주셨고요, 저는 처음으로 ‘편의점 배송’으로 책을 받았습니다. 이제 하도 제가 책을 계속 주문하니까 집에 계시는 어머니가 택배 직원들 만나기가 부담스러워하셨어요. 택배 때문에 마음대로 외출을 못했고요. 그래서 시험 삼아 ‘편의점 배송’을 했습니다. ‘편의점 배송’을 신청할 때 물품 받는 장소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퇴근하자마자 편의점에 들렀는데요, 놀라운 건 배송비 한 푼 받지 않았습니다. 수령자 서명만 하고 나왔어요. 다음부턴 책 주문할 때 ‘편의점 배송’으로 해야겠어요.

 

 

 

 

 

선물로 받은 책의 가격이 비쌉니다. 정가가 4만 원입니다! 책값이 부담스러워서 저 같은 책성애자도 책을 안 사는 시대입니다. 그렇다 보니 상대방을 위해 책 사는 일도 주저하게 됩니다. 제게 이런 큰 선물을 주신 분은 정말 ‘대인배’입니다.

 

작년 12월에 제가 대인배님에게 책 선물을 드렸습니다. 그 분은 항상 제 글을 좋게 봐주셨습니다. 이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대인배님의 북플에 있는 ‘읽고 싶은 책’ 목록을 확인했습니다. 그 중에 가격이 싸면서도 오래 두고 읽을 만한 책 한 권을 골랐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실 저는 누군가에게 책 선물을 보낼 때 책의 가격을 먼저 따집니다. 제가 읽고 싶은 책 한 권 더 사고 싶은 욕심 때문에 도서 구입비를 최대한 아끼려고 하는 거죠. 다행히 대인배님은 제가 고른 책에 만족하셨고, 이 책의 리뷰도 남겨주셨어요.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알라딘 서재 활동 7년 동안 여러 사람에게 책 선물을 전달해봤지만, 가격 2만 원 이상의 책을 고른 적이 없었거든요. 평균적으로 1만 5천 원에서 2만 원 사이의 가격대의 책을 골랐습니다. 제가 대인배님을 위해 고른 책의 정가는 1만 2천 원입니다. 제가 대인배님의 입장이었다면, 그 가격에 비슷한 책을 골랐을 겁니다. 그런데 대인배님은 통 크게 비싼 책을 보내줬습니다.

 

대인배님의 실제 닉네임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알라딘 서재에 자주 접속하는 분이라면, 대인배님의 닉네임만 들어봐도 이 분이 누군지 다 알 정도로 유명합니다. 대인배님의 서재를 즐겨 찾는 분도 많고요. 만약 제가 대인배님의 닉네임을 언급했으면,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이런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나도 대인배님이랑 친해지면, 저런 비싼 책을 공짜로 받을 수 있겠구나.’

 

‘저 사람이 받은 책은 내가 저번에 대인배님한테 받은 책보다 비싸고 좋잖아? 대인배는 사람 차별하는군, 정말 실망했어!’

 

선물 인증 사진(또는 글)은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공개해야 합니다. 선물을 준 당사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선물 받은 분은 기분 좋겠으나 선물 인증 사진을 보는 분들은 위화감이 생깁니다. 제가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하는 분이 열 명 이상 넘습니다. 이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선물로 전달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한 분 한 분 일일이 챙겨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는데도 책 선물 하나 주고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항상 책 선물을 받으면 인증 사진을 남기지 않습니다. 좀 늦더라도 책 한 권 다 읽은 뒤에 리뷰를 작성하고, 글 마지막에 짤막하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실 제 글은 분량이 길어서 정독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아마도 제가 남긴 감사의 인사를 못 보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저는 자랑을 조용하게 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오늘 특별히 이 선물 인증 글을 ‘친구 공개’ 설정한 겁니다.

 

‘좋아요’ 5번 이상 받으면 ‘화제의 서재글’에 노출됩니다. ‘화제의 서재글’에 리뷰든 일기든 사진이든 뭐든 나오면 좋습니다. 하지만 알라딘 서재 본래 의미를 생각한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리뷰가 많이 공개되어야 합니다. 제가 말한 리뷰는 독후감도 포함됩니다. 제 인증 글에 향한 사람들이 시선이 너무 쏠리게 되면, 좋은 리뷰들이 묻힐 수 있습니다. 책에 대한 리뷰가 아니더라도 주제에 상관없이 성실하게 쓴 글도 많은 분들이 못 볼 수도 있어요.

 

쓸데없이 글이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제 입장이 건방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고, 그냥 ‘cyrus처럼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하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대인배님께 책 선물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에 저도 좀 비싼 책 한 권 보내 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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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7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17 11:25   좋아요 1 | URL
자랑은 하면 할수록 좋지만, 이게 너무 지나치면 보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해요.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친목질’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특정 회원이 누군가에게 주거나 받은 선물을 공개 자랑한 글을 계속 올리고 있으면, 무조건 좋다고 볼 문제가 아닙니다. ‘화제의 서재글’, ‘알라디너의 선택’은 모든 사람들의 글이 공개되는 공적 게시판입니다. 몇 년 전부터 쭉 지켜봤습니다. ‘알라디너의 선택’, 특히 ‘주간 인기글’은 특정 회원의 공개 일기장이나 다름없습니다. 전 그분이 좀 적당히 했으면 좋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3-17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공감... 저도 택배 때문에 약속마저 취소한 적 있습니다..ㅎㅎ

이 글에 공감하는 이유가 저도 책 선물 받으면 쪽지로 감사히 받았다 말할 뿐
굳이 이름 공개하고 페이퍼 작성은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게 주신 분의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또 이웃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생각해야 되고....

cyrus 2017-03-17 11:11   좋아요 0 | URL
작년에 곰발님이 쓰신 <소설 마태우스> 리뷰가 그 글을 보는 분이나 선물을 주신 분 모두 만족스럽게 해준 인증 글로 생각합니다. ^^

2017-03-17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17 11:22   좋아요 1 | URL
댓글 고맙습니다. ***님. ***님의 선물 인증 사진과 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 번도 뵙지 못한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저와 ***님이 서로 알게 된지 얼마 안 된 시기라서 처음에 조금 당황한 건 사실입니다. ㅎㅎㅎ 그래도 ***님을 만난 이후부터 저 역시 절 따뜻하게 대해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남을 위해 베푸는 마음도 전염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또 경제적 여건이 되면, 선물 드리고 싶습니다. ^^

2017-03-17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7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17 18:28   좋아요 1 | URL
***님은 제 마음을 잘 아십니다. 책을 다시 보게 되는 일이 분명히 옵니다. 그래서 제가 읽은 책을 선물받으면 도서관에서 가서 책 빌리는 일이 없어요.

제가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보다 저는 ***님이 서재에 오랫동안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

2017-03-17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17 18:38   좋아요 0 | URL
책의 세계에 탈출하기가 힘듭니다.. ㅎㅎㅎ

***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

북프리쿠키 2017-03-17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뭇한 글입니다.
정말 감명받은 책을 선물받으셨군요.
저도 이책 구입하고픈데
한나아렌트 누님땜시 담으로 ^^;

마르케스 찾기 2017-03-17 16:52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키님,, 책까지는 아니어도,,
영화 정도는 예매해 드릴 수 있습니다ㅋㅋ
업무상 공짜표가,, 꽤 생기는지라,, 보고픈 영화가 있으시면(이왕이면 평일-공짜표의 특성상 평일이ㅠ 2D뿐아니라 3D까지 됩니다ㅋ)
가까운 CGV에 보고픈 영화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셔요. 제가 예매한 후 예매번호 알려드리면 그 번호로 티켓팅하시면 됩니다.
늘 감사해서,, 드릴 수 있는 게 이런 거 뿐이네요ㅠ

cyrus 2017-03-17 18:30   좋아요 0 | URL
올해 안에 북프리쿠키님께 책 선물 드리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제가 먼저 한 약속은 꼭 지킵니다. ^^

2017-03-17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17 18:32   좋아요 0 | URL
저는 받는 책 선물의 가격은 따지지 않습니다. 그냥 주는대로 받습니다. ㅎㅎㅎ

다음부터는 한 번 읽은 책도 받겠습니다. ^^

구름물고기 2017-03-17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나눈다는거 참 좋은일이에요~주변에 책선물을 할 때 저는 평소에 말하는거나 글들을 읽고 어울리는걸 해주는데 ㅎ 가격따윈 술 한번 거르는걸로 ㅋ 주변에 책 읽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건 함정 ㅋ

cyrus 2017-03-17 18:35   좋아요 1 | URL
책 선물하기가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상대방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대방에게 어떤 책을 받고 싶은지 먼저 여쭤봅니다. 그러면 양자 모두가 만족스럽습니다. 책 안 읽는 사람에게 책 선물 주는 일이 제일 까다롭습니다.. ^^;;

비연 2017-03-17 16: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제 하도 제가 책을 계속 주문하니까 집에 계시는 어머니가 택배 직원들 만나기가 부담스러워하셨어요. .. 이 대목에서 저희 집과 오버랩이. 저희 어머니.. 택배 직원이 이젠 그냥 스윽 주고 가버린다. 얼마나 왔으면... 해서 저도 조금 부담스러운 상황이거든요. ㅜ

cyrus 2017-03-17 18:37   좋아요 2 | URL
저희 어머니가 책 보관할 공간이 없는 현실을 잘 알고 계셔서 주문할 때마다 잔소리합니다.. ㅎㅎㅎ

그래서 몰래 책을 주문하고 싶은데, 가장 좋은 방법이 편의점 택배인 것 같습니다. ^^

AgalmA 2017-03-20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알흠다운 일이^^
저는 특히 신간일 때 대문짝으로 걸리는 ‘알라디너의 선택‘으로 글이 걸리기 싫을 땐 책을 안 끼워 넣고 시간이 지나 나중에 살짝 추가하기도 합니다ㅎ;

책선물 받을 땐 좋은데 보답결벽증 때문에 저는 항시 동등한 가격대로 돌려드리고자 노력합니다ㅎ; 이게 좀 피곤하게도 느껴져서 사양할 때도 많은데 마음을 담아 보내주시려는 걸 사양하긴 어렵죠^^; 차라리 받고 선물로 돌려 드리는 게 서로 더 좋지 않겠나 싶어서^^
암튼 좋은 책 선물하는 문화 많을수록 좋죠^--^

cyrus 2017-03-21 12:01   좋아요 1 | URL
Agalma님의 생각이 저와 비슷하군요. 동질감 느끼는 분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ㅎ 저도 동등한 가격의 선물을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4만 원짜리 책 한 권으로 주기 힘들 것 같고, 대인배님께 4만 원 가격에 맞는 책 두 권을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대인배님! 이 댓글 보고 계시죠? ^^
 
우리 선시 삼백수 - 스님들의 붓끝이 들려주는 청담을 읽는다
정민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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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사물 바라보고 눈으로는 들으니

마음 들음 어이해 귀뿌리를 쓰겠는가?

모름지기 두 귀 먼 것 안타까워하지 말라

소리란 원래부터 듣는 데서 현혹되니.

 

(허응 보우 『의옥 스님에게 보이다. 의옥은 귀가 먹어 주눅이 들었다[示義玉禪人, 玉以耳聾爲屈]』, 136쪽)

 

 

귀로 듣는 것이 무조건 믿어야할 실체가 아닐 수 있다. 과거에는 출처 불분명한 ‘악성 루머’가 심각했었다면, 요즘 기승부리는 부정적 대상이 ‘가짜 뉴스’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가짜 뉴스’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일반 대중은 가짜 뉴스와 악성 루머로 인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쉽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가짜 뉴스와 악성 루머는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전달되어 군중들의 두려움과 망상을 부추긴다. 특히 박사모와 극우 세력들은 특정 대상을 비난의 표적으로 삼기 위해 악의적인 의도로 거짓을 퍼뜨린다. 가짜 뉴스가 많이 퍼지고, 대중이 여기에 쉽게 현혹될수록 사회 전체가 흔들린다. 그뿐만 아니라 가짜 뉴스로 인해 깊이 파인 심리적 외상까지 치유해야 하는 문제도 남는다.

 

 

평생을 부끄럽게 입으로만 나불대다

끝판에 와 깨달으니 백억(百億)의 말 저편일세.

말을 해도 옳지 않고 말 없어도 안 된다면

사람들 모름지기 자각하길 청하노라.

 

(정관 일선 『임종게[臨終偈]』, 178쪽)

 

 

불교에서 고승들이 입적할 때 평생 수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전하는 마지막 말이나 글을 임종게(臨終偈)라 한다. 일선 스님이 남긴 임종게는 최후의 반성이다. 스님 역시 평생 입으로 나불대는 속세의 인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이 뒤늦게 깨달은 것을 산 자의 몫으로 남겼다. ‘가짜 뉴스’에 의지하는 박사모와 극우 세력들은 그것이 마치 진실인 마냥 입으로 나불댄다. 과연 그들이 일선 스님처럼 죽기 전에 자신을 ‘자각(自覺)’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도 여전히 ‘가짜 뉴스’에 속아 넘어가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설정한 ‘가상의 적’에 대항하려고 든다. 자신들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연령에 상관없이 현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귀머거리다. 그들이 알아서 뭘 잘못했는지 자각하기가 상당히 힘들어 보인다.

 

 

그대를 만나서 막야검을 건네주니

칼날에 푸른 이끼 끼지 않게 하시게.

오온산 앞에서 도적을 보게 되면

한 번씩 휘둘러서 하나하나 베시게나.

 

(벽송 지엄 『범준 선백에게 보이다[示法俊禪伯]』, 92쪽)

 

* 오온산(五蘊山) : 현상 세계 전체

 

 

막야검(鏌鎁釼)은 지혜를 상징하는 전설의 검이다. 정신을 옭아매는 아집(我執)을 한 번에 뎅겅 잘라버릴 수 있는, 막야검이 실제로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막야검만 있으면 국민의 정신에 해로운 국가의 도적들을 하나하나 벨 수 있다. 막야검의 주인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 한편 반대로 생각해보면, 막야검은 이 세상에 없는 게 낫다. 막야검의 칼날에 조금이라도 녹슬지 않으려면 검의 주인은 끊임없이 자기 수양에 힘써야 한다. 훌륭한 검을 가질 만한 자격을 갖추는 것이 남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겠지만, 검의 주인에게는 평생 부담을 짊고 가야하는 일이다. 만약 막야검이 주인을 잘못 만나게 되면, 검의 용도가 배움의 목적을 남에게 과시하는 위인지학(爲人之學)으로 변질한다.

 

 

뜬 인생 참으로 쏜살같이 지나가니

얻고 잃음 슬픔 기쁨 어이 족히 헤아리랴.

그대 보라 귀천(貴賤)과 현우(賢愚)를 가리잖고

마침내는 똑같이 무덤 흙이 되는 것을.

 

(원감 충지 『사람에게 보이다[示人]』, 34쪽)

 

* 현우(賢愚) : 어진 자와 어리석은 자

 

 

지금까지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교훈적인 선시(禪詩) 세 편을 골라봤다. 이 글의 마지막을 장식한 선시는 특별하다. 인생의 허무함을 강조하는 충지 스님의 선시를 고른 이유가 있다. 생의 끝자락에 서면, 권력과 명예와 부를 누리며 충분히 산 삶이나, 언제나 초름한 결핍으로 산 삶이나 도긴개긴이다. 삶이란 참으로 덧없이 왔다 떠나는 뜬구름 같은 것이다. 가장 불행한 삶의 비극은 죽음이 아니다. 불교에서 인간은 본래 고요하고 청정한 물결과 같은 ‘청정심(淸淨心)’을 갖춰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푸르른 물결에 욕심과 집착의 바람이 몰아닥치면 번뇌와 고통의 파도가 된다. 커다란 파도에 떠밀리면, 원래 이전의 고요한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아웅다웅 싸우다가 결국 허무하게 죽어가는 것,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 삶이야말로 불행한 비극이다. 이 세상에 상이한 이해와 갈등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패거리를 지어서 아귀다툼하며, 남보다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처절한 혼전을 계속하고 있다. 알고 보면 우리 삶은 아름답고도 살아내기 힘든 시간의 연속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쏜살같이 지나간다. 이 귀한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하면서 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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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5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15 17:36   좋아요 1 | URL
박근혜뿐만 아니라 박사모를 뒤에서 지원해준 세력까지 뿌리 뽑듯이 밝혀내야 합니다. 이거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정권에게 향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어요.

레삭매냐 2017-03-1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학자 정민 샘이 번역을 맡아 주셨군요 ~ 그래서 왠지 더 정겹더라는.

cyrus 2017-03-15 20:38   좋아요 0 | URL
선시가 행 수가 적은 편이고, 정민 교수의 평설 분량이 비교적 길지 않아서 좋았어요. 인상 깊은 선시가 아주 많았습니다. ^^

dellarosa 2017-03-15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꼼꼼한 리뷰 좋습니다. ^^ 그리고 저도 임선스님의 임종계를 읽고 반성해봅니다.

cyrus 2017-03-15 20:39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하게 해주는 선시 몇 편 더 있는데 소개하면 리뷰가 길어질까봐 포기했습니다. 책에 좋은 내용의 선시가 많이 있습니다. ^^

transient-guest 2017-03-17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시를 많이 읽으시네요.ㅎ 시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가끔 들여다보는 정도인 저는 이상하게 일본의 와카나 단카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같은 정형시나 짧은 걸 좋아합니다. 사실 민족감정이나 일제의 범행에 대한 태도 같은 것들 말고, 일본문화에 큰 반감이 없네요. 좋은 것도 많고...ㅎ
정민 선생님 책은 몇 권 읽었는데, 다소 고루하지만, 아주 진지한 맛이 있습니다. 다만, 어떤 건 그냥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쩌면 나이든 분들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것들이 없지는 않더라구요.

cyrus 2017-03-17 10:49   좋아요 0 | URL
일본 문화의 장점을 받아들이거나 선호하는 대로 좋아하는 것은 절대로 나쁘지 않습니다. 역사를 속이고,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 정부나 그들의 비호 아래에 활동하는 극우 세력들을 비판해야 합니다. 일본의 과오를 하나도 모른 채 좋은 것만 찬양하는 사람이나 무조건 일본을 배격하는 사람이나 피차일반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합니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490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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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한 번 태어나면 죽는다는 것. 누구도 이 말을 절대로 부정할 수 없다. 당연한 섭리로써 인간의 삶은 영구 장천 계속되지 않는다. 다 알면서도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죽음을 사유하는 예술가는 죽음을 낯선 것이 아닌 고유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죽음을 통해 삶을 사는 자로서의 질적 전환을 시도한다. 허수경 시인의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는 시라는 형식을 통해 중화된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시집이다. 죽음에 대한 허수경 시인의 태도는 적극적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공포를 견디는 동시에 즐기는 독특한 방식 속에 ‘죽음’이 중화되는 공간으로서의 시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라일락

어떡하지,

이 봄을 아리게

살아버리려면?

 

신나게 웃는 거야, 라일락

내 생애의 봄날 다정의 얼굴로

날 속인 모든 바람을 향해

신나게 웃으면서 몰락하는 거야

 

스크랩북 안에 든 오래된 사진이

정말 죽어버리는 것에 대해서

웃어버리는 거야, 라일락,

아주 웃어버리는 거야

 

공중에서는 향기의 나비들이 와서

더운 숨을 내쉬던 시간처럼 웃네

라일락, 웃다가 지네

나의 라일락

 

(『라일락』 52쪽)

 

 

“신나게 웃으면서 몰락하는 거야.” 『라일락』에서 가장 빛나는 구절이다. 라일락은 죽음의 이미지를 거느리고 있다. 어딘가 모르게 슬픔을 품고 있는 꽃 같은 느낌이 든다. 꽃이 시들기 전에 바람에 의해 꽃잎이 후드득 땅바닥으로 체념하듯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웃다가 지는’ 꽃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젊음만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문화에서 죽음만큼이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나이 듦’이다. 시인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했다. 그녀는 꽃이 피고 지는 현상을 통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쉬운 언어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 중요한 것이 바로 ‘늙어가는 과정을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마음가짐’이다.

 

사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이기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 들어가는 것이 죽음만큼 두려운 일이 되어가는 것은, 늙음을 ‘아름다움에 대한 모욕’이라 여기는 사회 문화적인 환경과 우리 자신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온다. 결국, 모든 순간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미래에 다가올 죽음을 깨닫는 것이 현재의 삶을 즐겁게 사는 데 매우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 매우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나는 내 섬에서 아주 오래 살았다

그대들은 이제 그대들의 섬으로 들어간다

 

나의 고독이란 그대들이 없어서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나여서 나의 고독이다

그대들의 고독 역시 그러하다

 

고독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지만

기필코 우리를 죽이는 살인자인 것은 사실이다

 

그 섬으로 들어갈 때 그대들이 챙긴 물건은

그 섬으로 들어갈 때 내가 챙긴 물건과 비슷하겠지만

단 하나 다른 것쯤은 있을 것이다

 

내가 챙긴 사랑의 편지지가

그대들이 챙긴 사랑의 편지지와 빛이 다른 것

 

그 차이가 누구는 빛의 차이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세기의 차이다

태양과 그림자의 차이다

이것이 고독이다

 

섬에서 그대들은 나에게 아무 기별도 넣지 않을 것이며

섬에서 나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 속에는 눈물이 없다

다만 짤막한 안부 인사만, 이렇게

 

잘 지내시길,

이 세계의 모든 섬에서

고독에게 악수를 청한 잊혀갈 손이여

별의 창백한 빛이여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 106~107쪽)

 

 

비정한 세상에 대한 어떤 미련도 없이 세상을 등져버리고 싶을 때 선택하는 수단이 ‘고독’이다. 이보다 가장 극단적이고도 불행한 방법은 소중한 자아를 스스로 포기해버리는 ‘자살’이다. 그러나 시인은 고독도 ‘우리를 죽이는 살인자’라고 말한다.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는 인간에게 있어 고독이 과연 무엇인지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게 한다. 철저한 단절 속에 갇힌 고독은 어두컴컴한 죽음을 떠올린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시인의 고독은 공포와 평안을 잘 분배한 것이다.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의 화자는 자신만의 섬에서 죽음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혼자 했다. 그리고 같은 처지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만 편지로 고백한다. 이 시에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꼭 고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꼭 떠나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여기서 보여주는 ‘짤막한 안부 인사’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사람의 심정을 대변하는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즉 욕구와 욕망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떠나보낼 때 인간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무한하지만 끝이 있는 고독을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찾아오는 평온함.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삶과 죽음이라는 두 글자는 상반된 단어이기는 하지만 두 글자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삶의 끝은 곧 죽음이요 산다는 것 자체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본질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상기시키는, 시인의 씁쓸한 고백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삶과 죽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을 차분하게 비춰주는 시인의 언어는 성찰을 거듭하게 한다. 독자는 허수경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 행복의 중심점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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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물고기 2017-03-15 13: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자 가는 먼 집]을 곱씹어가며 읽었는데 이 것도 구매해야겠어요

cyrus 2017-03-15 16:39   좋아요 1 | URL
《혼자 가는 먼 집》은 안 읽어봤습니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는 제가 처음으로 읽은 허수경 시인의 시집입니다. 구름물고기가 언급하신 시집도 읽어보고 싶군요. ^^

2017-03-15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15 20:41   좋아요 1 | URL
시집 리뷰를 어떻게 하면 잘 써야할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그냥 느끼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정리해서 쓸려고요. 이 시집, 작년에 읽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Agalma님의 리뷰를 보고, 저도 써봤습니다. ^^

[그장소] 2017-03-15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까지 ㅡ 우오~ 넘 맛나게 즐기고 갑니다!^^

cyrus 2017-03-15 20:43   좋아요 1 | URL
제가 고른 시들이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라서 진지하게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장소] 2017-03-15 23:33   좋아요 1 | URL
제가 생각은 단순한데 시는 이런 시가 좋더라고요 . 가볍게 쓰는 시가 쉬운 시는 절대 아니지만 ... 덕분에 잘 읽었어요 . 아.. 들었어요! 시는 듣는 보는 그런 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