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용문에 이야기의 결말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셜록 홈즈 전집 3 : 주홍색 연구, 네 명의 기호》

(정태원 역, 시간과 공간사)

 

 

 

 

 

 

 

 

 

 

 

 

 

 

 

 

 

* 《셜록 홈즈 전집 1 : 주홍색 연구》

(백영미 역, 황금가지, ※ 2015년에 나온 2판을 참고했음)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5 : 주홍색 연구, 네 사람의 서명》

(승영조 ․ 인트랙스 번역원 역, 현대문학)

 

 

 

 

 

 

 

 

 

 

 

 

 

 

 

 

* 《주홍색 연구》

(이경아 역, 엘릭시르)

 

 

 

 

 

 

 

 

 

 

 

 

 

 

 

 

 

 

* 《주홍색 연구》

(김병걸 역, 동서문화사)

 

 

 

 

 

 

 

 

 

 

 

 

 

 

 

 

* 《주홍색 연구》

(남명성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 《셜록 홈즈 전집 1 : 진홍색 연구》

(박상은 역, 문예춘추사)

 

 

 

 

 

 

 

 

 

 

 

 

 

 

* 《코너스톤 셜록 홈즈 전집 1 : 주홍색 연구》

(번역 팀 ‘바른번역’, 코너스톤, ※ 2016년에 나온 개정판)

 

 

 

 

 

 

 

 

 

 

 

 

 

 

* 《더클래식 셜록 홈즈 시리즈 1 : 주홍색 연구》

(번역 팀 ‘베스트트랜스’, 더클래식)

 

※ 2012년에 양장본과 반양장본이 나왔으나 모두 절판되었고,

 

 

 

 

 

 

 

 

 

 

 

 

 

 

 

2014, 2015년에 송성미 씨가 번역한 개정판이 나옴.

그리고 올해 '더스토리'라는 출판사에서 '초판본 주홍색 연구'가 나왔는데

역자가 '송성미 씨'

 

 

 

 

 

 

* 원문 :

 

“Whatever have you been doing with yourself, Watson?” he asked in undisguised wonder, as we rattled through the crowded London streets. “You are as thin as a lath and as brown as a nut.”

 

 

* 황금가지 (2판, 12쪽) :

“왓슨 박사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마차를 타고 런던의 복잡한 거리를 달리는 동안 스탬퍼드 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박사님은 꼬챙이처럼 마르고 도토리처럼 누렇게 뜨셨군요.”

 

 

* 시간과공간사 (구판, 13쪽) :

“왓슨 씨,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마차가 복잡한 런던 거리를 덜컹거리며 지날 때 그는 궁금해 하는 표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물었다. “몸은 빼빼 마르고 피부는 호두 빛으로 타셨습니다.”

 

 

* 현대문학 (주석판, 23~24쪽) :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왓슨? 수수깡처럼 야위고 호두 알처럼 거뭇하게 탔군요.” 복잡한 런던 거리를 달리고 있을 때 스탬퍼드가 자못 놀라워하며 물었다.

 

 

* 엘릭시르 (16쪽) :

덜컹거리는 마차에 앉아 인파로 북적이는 런던의 거리를 지나가는데, 스탬퍼드가 호기심을 숨기지 않고 물었다. “왓슨 박사님.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어쩌다가 이렇게 꼬챙이처럼 빼빼 마르고 땅콩 껍질처럼 갈색으로 타셨나요?

 

 

* 동서문화사 (13쪽) :

“왓슨 씨, 왓슨 씨는 대관절 뭘 하고 계십니까? 몸은 선향처럼 빼빼 마르고 얼굴과 손은 호두빛으로 타 있지 않습니까?” 복잡한 거리를 덜컹덜컹 달리는 마차 속에서 스탬포드는 의아함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

 

 

* 펭귄클래식코리아 (12쪽) :

“나뭇가지처럼 빼빼 마르고 나무 열매처럼 누렇게 뜨셨군요.”

 

 

* 문예춘추사 :

“왓슨 씨,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왜 이렇게 마르셨어요? 거기에 얼굴은 새까맣게 탔고요.” 덜컹거리는 마차가 인파로 북적이는 런던 거리를 지나는 동안, 스탠퍼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 코너스톤 (개정판) :

“왓슨 선생님, 요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몸은 수수깡처럼 바짝 마른 데다가 얼굴이며 손은 까맣게 탔으니 말입니다.” 마차가 런던의 번화가를 달리고 있을 때 스탬퍼드는 자못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 더클래식 (구판) :

“왓슨 씨, 무척 반갑습니다. 잘 지내셨죠?” 덜커덩거리는 마차 안에서 스탬포드가 말을 이었다. “너무 마르신 듯 보이는데요. 피부도 검게 그을리고요.”

 

 

 

* comment :

‘nut’는 ‘견과류’를 의미한다. 역자마다 ‘nut’의 의미가 제각각 다르다. ‘호두’(시간과 공간사, 현대문학, 동서문화사), ‘땅콩’(엘릭시르), ‘도토리’(황금가지)로 번역되었다. 그런데 ‘누렇게 뜬 나무 열매’(펭귄클래식코리아)란 무엇일까?

 

‘lath’는 ‘가느다란 나무 막대기’를 의미한다. 의역을 한 역자들은 ‘lath’를 ‘수수깡’(현대문학, 코너스톤)으로 옮겼다. 동서문화사 번역본은 영문판을 일본어로 옮긴 걸 우리말로 다시 번역한 중역본이다. ‘선향(線香)’은 가느다란 선 모양으로 만들어진 향이다.

 

 

 

 

 

* 원문 :

 

That he could play pieces, and difficult pieces, I knew well, because at my request he has played me some of Mendelssohn’s Lieder, and other favourites.

 

 

* 코너스톤 (개정판) :

내가 요청한 멘델스존의 가곡 <무언가>를 비롯해 좋아하는 몇 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보아 다른 여러 가지 어려운 곡들도 훌륭히 연주할 수 있는 게 틀림 없었다.

 

* 황금가지 (2판, 30쪽), 엘릭시르 (35쪽), 펭귄클래식코리아 (30쪽),

코너스톤 (개정판) :

멘델스존의 「무언가」

 

* 시간과공간사 (구판, 30쪽), 동서문화사 (27쪽), 더클래식 (구판),

문예춘추사 :

멘델스존의 가곡

 

* 현대문학 (주석판, 44쪽) :

멘델스존의 「노래」

 

 

* comment :

‘Lieder’는 직역하면 ‘가곡’이지만, 셜록 홈즈 연구의 권위자인 레슬리 S. 클링거(Leslie S. Klinger)는 멘델스존의 가곡의 정확한 제목이 『무언가(Lieder ohne Wortes)』라고 주장한다(현대문학 주석판). 『무언가』는 ‘가사 없는 노래’이며 원래는 피아노 소곡집으로 만들어졌다. 가곡은 ‘시를 가사로 만들어 붙인 곡’이다. ‘Lieder’를 클링거의 주석에 따라서 번역하면 ‘무언가’로 해야 하지만, 코너스톤 개정판 번역본처럼 ‘가곡(Lieder)’과 ‘무언가(Lieder ohne Wortes)’를 동시에 붙여 쓰면 이중적 의미인 동시에 모순된 표현이 되어버린다. 즉, '가곡'과 '무언가'는 하나의 단어로 붙여 쓸 수가 없다.

 

 

 

 

* 원문 :

 

During the first week or so we had no callers, and I had begun to think that my companion was as friendless a man as I was myself. Presently, however, I found that he had many acquaintances, and those in the most different classes of society. There was one little sallow rat-faced, dark-eyed fellow who was introduced to me as Mr. Lestrade, and who came three or four times in a single week.

 

 

* 황금가지 (2판, 31쪽) :

첫 주에는 방문객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나의 동거인도 나처럼 사고무친한 신세인 줄로 알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에게는 지인들이 적지 않았다. 더구나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었다. 그중에는 검은 눈동자에 쥐새끼처럼 생긴, 얼굴이 노리끼리해 보이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레스트레이드 씨라고 했고 일주일에 서너번씩 홈즈를 찾아왔다.

 

 

* 시간과공간사 (구판, 31쪽) :

그중에는 혈색이 나쁜, 검은 눈의 쥐같이 생긴 작은 사나이가 있었는데 홈즈는 그를 레스트레이드라며 나에게 소개했다. 그는 일주일에 서너 번 홈즈를 찾아왔다.

 

 

* 현대문학 (주석판, 45~46쪽) :

그중에 눈이 검고 누르튀튀한 생쥐 같은 얼굴의 남자가 한 명 있었다. 레스트레이드 씨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일주일에 서너 번은 찾아왔다.

 

 

* 엘릭시르 (36쪽) :

그의 지인들 중에는 안색이 누르스름한 쥐 같은 얼굴에 눈이 검고 덩치가 작은 남자가 있다. 레스트레이드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일주일에도 서너 번씩 홈스를 찾아왔다.

 

 

* 동서문화사 (27쪽) :

그중 한 사람으로 얼굴빛이 조금 나쁘고 쥐같이 생겼으며 눈이 새까만 레스트레이드라는 사람은 한 주일 동안에 서너 번씩이나 찾아왔다.

 

* 문예춘추사 :

그중에는 혈색이 좋지 않고 눈이 검으며 쥐처럼 생긴 조그만 사람이 있었다. 소개를 받을 때 이름이 레스트레이드라고 들었는데 그 사람은 일주일에 서너 번이나 홈즈를 찾아오곤 했다.

 

 

* 코너스톤 (개정판) :

그중 한 사람인 레스트레이드는 몸집이 작고 혈색도 나쁘며 쥐와 같은 얼굴에 까만 눈을 갖고 있었는데, 일주일에 서너 번은 찾아왔다.

 

 

* 더클래식 (구판) :

일주일이 지날 때까지 홈즈를 찾아오는 손님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홈즈가 외톨이인 줄 알았다. 그러나 곧 많은 방문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 레스트레이드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찾아왔다.

 

 

* comment :

더클래식 구판‘베스트트랜스’라는 번역 팀이 했고, 개정판은 전문 번역가 송성미 씨가 했다. 개정판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구판에는 왓슨이 레스트레이드의 외모를 동물의 생김새로 비유하면서 설명한 문장이 생략되었다.

 

 

 

 

 

* 원문 :

 

“From a drop of water,” said the writer, “a logician could infer the possibility of an Atlantic or a Niagara without having seen or heard of one or the other.

 

대서양이나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해도, 논리학자라면 물 한 방울만 보고도 그 존재 가능성을 추리할 수 있다. (현대문학 주석판, 49쪽)

 

 

* 황금가지 (2판), 현대문학 (주석판, 49쪽), 엘릭시르 (38쪽),

펭귄클래식코리아 (33~34쪽), 동서문화사 (29쪽), 문예춘추사,

코너스톤 (개정판) :

대서양

 

* 시간과공간사 (구판, 33쪽), 더클래식 (구판) :

태평양

 

 

* comment :

태평양은 ‘Pacific’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구분 못하는 번역가가 있었다니…‥

 

 

 

 

 

* 원문 :

 

“Quite so. I have a kind of intuition that way. Now and again a case turns up which is a little more complex. Then I have to bustle about and see things with my own eyes. You see I have a lot of special knowledge which I apply to the problem, and which facilitates matters wonderfully. Those rules of deduction laid down in that article which aroused your scorn, are invaluable to me in practical work. Observation with me is second nature. You appeared to be surprised when I told you, on our first meeting, that you had come from Afghanistan.”

 

 

* 현대문학 (주석판, 51쪽) :

“그래. 그런 일에는 내가 직관을 좀 가지고 있거든. 때로는 사건이 좀 더 복잡한 경우도 있어. 그러면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면서 내 눈으로 직접 봐야 해. 그러니까 나한테는 사건에 적용시킬 수 있는 남다른 지식이 꽤 있어서, 그것이 신통하게도 사건을 해결하는 데 썩 도움이 되지. 자네가 경멸한 저 글이 바로 그런 추리의 법칙을 다룬 건데, 그게 실제로 내가 일을 하는데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네. 내게 관찰은 제2의 천성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자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고 내가 말하자 좀 놀란 것 같더군.”

 

 

* 엘릭시르 (41~42쪽) :

“바로 그겁니다. 나는 그런 쪽으로 통찰력이 있거든요. 가끔 평소보다 좀 더 복잡한 상황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발품을 팔아서 모든 걸 직접 확인해야 하죠. 아시다시피 내가 이런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특수한 지식을 많이 섭렵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지식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방금 당신이 비웃었던 글에 쓴 추리 원칙은 실제 조사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귀중합니다. 내게 관찰은 두 번째 천성 같은 겁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당신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고 하니 깜짝 놀라는 눈치더군요.”

 

 

* 문예춘추사 :

“그렇다네. 내가 그런 쪽으로는 직관력이 꽤 있거든. 때로는 좀 까다로운 사건도 있어서 그럴 때는 밖으로 나가서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오기도 한다네. 내 머릿속에는 특수한 지식들이 가득 들어차 있어서 그것을 응용하면 사건은 아주 간단하게 풀리지. 자네는 이 기사에 나온 추리법을 터무니없다고 했지만, 내가 하는 일에는 커다란 도움을 줘. 내게 관찰은 제2의 천성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자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아맞혔더니 자네가 놀라지 않았나.”

 

 

* 코너스톤 (개정판) :

“물론이지. 그런 일에 관해서 나는 일종의 직감을 갖고 있다네. 그야 때에 따라서는 복잡한 사건도 있기 마련이지. 그럴 땐 내가 돌아다니면서 직접 살펴보기도 한다네. 말하자면 나에게는 사건에 적용시킬 수 있는 지식이 있어 사건을 해결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는 거야. 자네는 이 잡지에 나와 있는 추리의 원칙을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했지만, 그 원칙이야말로 내가 이 일을 하는 데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네. 관찰은 내 제2의 천성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자네에게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왔느냐고 말했더니 놀랐지 않았나.”

 

 

* 더클래식 (구판) :

“그렇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직접 사건 현장에 나갈 때도 있어요. 나는 내가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서 문제를 풀어요. 그것들을 잘 조합해 조금만 이용하면 문제는 대부분 쉽게 풀립니다. 선생에게는 비웃음을 샀지만 잡지에 실은 이 추리법 또한 내게는 대단히 중요한 법칙이랍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선생이 아프가니스탄에 다녀온 걸 맞췄습니다.” (‘Observation with me is second nature,’ 생략)

 

 

 

 

 

* 원문 :

 

My companion was in the best of spirits, and prattled away about Cremona fiddles, and the difference between a Stradivarius and an Amati.

 

 

* 현대문학 (주석판, 60쪽) :

내 친구는 기분이 펄펄 나서 크레모나 바이올린에 대해, 그리고 스트라디바리우스와 아마티의 차이점에 대해 쉬지 않고 수다를 떨었다.

 

* 펭귄클래식코리아 (47쪽) :

홈즈는 기분이 좋은지 스트라디바리우스와 아마티 바이올린의 차이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Cremona fiddles’ 생략)

 

 

 

 

 

* 원문 :

 

Lestrade, lean and ferret-like as ever, was standing by the doorway, and greeted my companion and myself.

 “This case will make a stir, sir,” he remarked. “It beats anything I have seen, and I am no chicken

 

 

* 황금가지 (2판, 51쪽) :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족제비처럼 보이는 깡마른 레스트레이드가 문 옆에 서 있다가 우리를 보고 인사했다.

“홈즈 선생, 이 사건은 조용하게 끝날 것 같지 않소.”

그가 한마디 던졌다.

나는 겁쟁이는 아니지만 이렇게 지독한 현장은 처음이오.”

 

 

* 시간과공간사 (구판, 49쪽) :

여전히 마르고 족제비 같은 모습의 레스트레이드가 입구 근처에 서 있다가 홈즈와 내게 인사했다.

“이 사건으로 법석을 떨겠는데요.”

그가 말했다.

나도 풋내기는 아니지만 여태껏 이런 사건은 처음입니다.”

 

 

* 현대문학 (주석판, 66쪽) :

여느 때처럼 호리호리한 흰 족제비처럼 보이는 레스트레이드가 문간에 서 있다가 내 친구와 나를 반겼다.

“이번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겠군요.” 그가 말했다.

나도 애송이는 아닌데, 이 사건은 내가 본 그 어떤 사건보다 끔찍해요.”

 

 

* 엘릭시르 (58쪽) :

변함없이 비쩍 마르고 족제비 상을 한 레스트레이드가 문가에 서 있다가 홈스와 내게 인사를 했다.

“이번 사건으로 큰 소동이 일어날 겁니다. 지금까지 별별 사건을 봤지만 이런 사건은 처음이군요.”

 

 

* 동서문화사 (42쪽) :

여전히 비쩍 마르고 족제비 같은 얼굴을 가진 레스트레이드가 어느새 입구에 와서 홈즈와 나에게 인사를 했다.

“이거 아무래도 한바탕 소동을 벌여야겠는데요. 나도 경찰 생활을 오래 해 왔지만 이번 같은 사건은 생전 처음입니다.”

 

 

* 펭귄클래식코리아 (52쪽) :

어느 때보다 더 비쩍 마르고 족제비처럼 보이는 레스트레이드가 문가에 섰다가 홈즈와 나에게 인사를 했다.

“큰 파문을 일으킬 사건입니다. 홈즈 선생, 저도 풋내기는 아닌데 지금까지 겪은 어느 사건보다 더 끔찍합니다.”

 

 

* 문예춘추사 :

바싹 말라 족제비를 쏙 빼닮은 레스트레이드 형사가 문 주변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홈즈와 내게 인사했다.

“이 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겁니다. 나도 풋내기가 아니지만 이런 끔찍한 사건은 처음이에요.”

 

 

* 코너스톤 (개정판) :

그때 여전히 깡마르고 흰 족제비 같은 인상의 레스트레이드가 입구 쪽에 나타나 홈즈와 나에게 아는 체를 했다.

“이번 사건은 꽤 떠들썩할 것 같습니다.” 그가 말했다. “나도 경찰 밥을 먹을 만큼 먹었지만, 이번 사건은 정말 끔찍해요.”

 

 

* 더클래식 (구판) :

족제비처럼 깡마른 레스트레이드가 문가로 와 우리에게 인사했다.

“홈즈 씨, 이 사건으로 한참 시끄러울 것 같군요.” 그가 말했다.

“나도 이렇게 처참한 현장은 처음입니다.”

(‘I am no chicken,’ 생략)

 

 

* comment :

chicken : ‘겁쟁이, 어리고 작고 볼품없는 것’을 의미하는 속어

(현대문학 주석판 66쪽)

 

코너스톤 개정판 번역을 맡은 번역 팀 ‘바른번역’은 ‘I am no chicken’을 센스 있게 의역했다. 의역의 좋은 예. 그러나 번역 팀 ‘베스트트랜스’(더클래식 구판)는 사소한 문장을 번역하지 않았다.

 

 

 

 

 

* 원문 :

 

“Arthur Charpentier, sub-lieutenant in Her Majesty’s navy,” 

 

"아서 샤펜티어, 대영 제국 해군 중위입니다." (코너스톤 개정판)

 

 

* 현대문학 (주석판, 115쪽), 엘릭시르 (102쪽), 펭귄클래식코리아 (94쪽),

문예춘추사, 코너스톤 (개정판) :

해군 중위

 

* 시간과공간사 (구판, 84쪽), 황금가지 (2판, 92쪽), 더클래식 (구판) :

해군 중사

 

* 동서문화사 (72쪽) :

해군 사관

 

 

* comment :

sub-lieutenant : (영국) 해군 중위

petty officer : (영국) 해군 중사

 

중위는 대위의 아래, 소위의 위에 위치한 위관 계급이며, 중사는 상사의 아래, 하사의 위에 있는 부사관 계급이다.

 

 

 

 

 

* 원문 :

 

“There is only one point on which I should like a little more information,” Sherlock Holmes said at last. “Who was your accomplice who came for the ring which I advertised?” The prisoner winked at my friend jocosely. “I can tell my own secrets,”

 

 

* 황금가지 (2판, 210쪽) :

“알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셜록 홈즈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우리 하숙집으로 반지를 찾으러 온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사내는 내 친구를 보고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

“내 비밀을 털어놓을 수는 있소.”

 

 

* 시간과공간사 (구판, 191쪽) :

호프는 홈즈에게 윙크를 보냈다.

 

 

* 현대문학 (주석판, 229쪽) :

포로는 내 친구를 향해 장난스럽게 윙크를 던지고 말했다.

 

 

* 엘릭시르 (234~235쪽) :

남자는 홈스에게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며 대답했다.

 

 

* 동서문화사 (163쪽) :

제퍼슨은 홈즈를 보고 익살스러운 눈짓을 지어 보였다.

 

 

* 문예춘추사 :

“한 가지 더 듣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내가 낸 광고를 보고 반지를 찾으러 온 사람은 누굽니까?” 셜록 홈즈가 이렇게 묻자 피의자는 그에게 장난스럽게 윙크를 해 보인 뒤 말했다.

 

 

* 코너스톤 (개정판) :

호프는 내 친구를 향해 장난스럽게 윙크를 던지며 말했다.

 

 

* 더클래식 (구판) :

‘The prisoner winked at my friend jocosely’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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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5-1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홈즈나 뤼팽은 어릴 때 읽고 더는 읽지 않는데, cyrus 님의 요즘 포스팅 읽다 보니 문득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ㅎㅎ

cyrus 2017-05-17 17:39   좋아요 1 | URL
혹시 번역본을 고르실 때 빅보이7님의 글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제가 이분이 쓰신 글을 읽고 번역본을 새로 장만했습니다. ^^

※ [셜록 홈즈 전집 세트, 뭘로 사지?] (작성자: 빅보이7)
http://hi007.tistory.com/1145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것 하나. 이거 작성하는 데 몇 시간 걸렸습니까 ? 자료 조사하는 데 만만치않은 시간이 들었을 듯합니다..

cyrus 2017-05-17 17:44   좋아요 2 | URL
준비 기간은 좀 오래됐어요. 고양이라디오님이 한창 홈즈 전집을 읽었을 때부터 작업을 시작했어요. 번역본 한 권 통독하고, 인용문을 정리하는 데 이틀 걸렸습니다. 주말 이틀 동안 인용문을 정리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수월합니다. 어차피 내용을 거의 이해하고 있어서 다른 번역본들은 속독하면서 읽었습니다. 읽다가 어색한 문장을 발견하면 체크하고, 워드로 정리합니다. 시간 있을 때마다 홈즈를 읽었어요. 홈즈에 푹 빠져서 며칠 동안 서재에 접속하지 못할 정도였어요. ^^;;

겨울호랑이 2017-05-17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cyrus님 셜록 홈즈 번역 관련 논문 쓰셔도 되겠어요. 대단하십니다..

cyrus 2017-05-17 17:46   좋아요 1 | URL
이제 페이퍼 한 편 썼을 뿐인데 벌써 힘드네요.. ^^;;

AgalmA 2017-05-1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챙이 왓슨, 족제비 레스트레이드가 머리에 각인되는ㅎㅎ 인상적인 비교 재밌었습니다^^ cyrus님 이런 글 보면 병 나실 거 같다는;;

cyrus 2017-05-17 17:49   좋아요 1 | URL
번역본 여러 권 읽으면서 번역가들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번역가들이 단어 하나 선택하는 데 생각 많이 했을 겁니다. 사실 재미있는 표현의 번역문 몇 개 있었는데 글이 길어질까 봐 소개하지 못했습니다. ^^

syo 2017-05-17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갑자기 이런 말이 해 보고 싶어지네요.

.....홈즈가 이겨요, cyrus님이 이겨요?

cyrus 2017-05-17 17:50   좋아요 1 | URL
추리력은 당연히 홈즈가 이기지만, 근성은 홈즈를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

2017-05-17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17 17:55   좋아요 1 | URL
원래 소개할 인용문이 더 있었는데, 분량이 길어져서 뺐습니다. 다음번에는 글의 분량을 조절해야겠습니다. 홈즈 전집 번역본이 어떤 건 좋다, 또 어떤 책은 안 좋다라는 독자평을 많이 봤는데,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제가 못 찾은 것일 수도 있어요. 저도 그 독자들처럼 번역본이 좋다 나쁘다고 자신 있게 말하려면, 적어도 오역 사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두 달 전부터 이런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ualia 2017-05-17 2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아주 재밌게 읽었네요. 박장대소한 것은 아니었지만 저는 몇 차례 넘 재밌어서 크게 웃었네요. 정말 여러 판본을 비교·대조해 놓으니까 읽는 재미와 맛깔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런데 분량이 넘 많다는(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번역 검토글은 짧게 나눠서 여러 편으로 나눠 올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 글 독자들한테 긴 글은 부담이 된다고 봐요. 더군다나 (난이도 때문에) 머리를 지끈거리게 할 수도 있는 번역 분석·비판글은 더욱 더 부담이 되죠. 해서 글 짧게 읽고 여유 있게 생각할 수 있도록 1~2개 사례씩 짧게 나눠서 올리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도 지금 ‘멀티태스킹’ 중이라, 위 분석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을 적고 싶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처음 올린 시각 : 2017-05-17 19:53]
[수정해 다시 올린 시각 : 2017-05-17 21:06]

cyrus 2017-05-17 22:35   좋아요 1 | URL
좋게 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qualia님.

처음 시도해보는 작업이라서 분량 조절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의욕이 앞섰습니다. 다음 글은 《네 개의 서명》인데 한 번 더 정리해봐야겠습니다.

얼마든지 의견을 내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5-17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이번 글은 사이러스 님 성의를 봐서라도 이달의당선작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cyrus 2017-05-17 22:36   좋아요 1 | URL
이 글은 인용문의 비중이 많아서 이달의 당선작 기준에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

dellarosa 2017-05-18 10: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 화이팅! 이렇게 응원하고 싶네요 ㅋ

cyrus 2017-05-18 14:58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마지막 책까지 다 읽고 열심히 정리하겠습니다. ^^

dys1211 2017-05-18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분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5년째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분도 이 글보고 힘냈으면 합니다.^*

cyrus 2017-05-18 15:00   좋아요 1 | URL
지금은 번역본의 수가 많아서 비교하는 작업이 수월해요. 오역, 오탈자를 금방 알아낼 수 있어요. ^^

니페딘1T 2017-05-27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하네요. 이런 작업들이 모여서 좋은 번역을 위한 토대가 될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cyrus 2017-05-27 18:51   좋아요 1 | URL
글쎄요, 저는 평범한 독자라서 번역 공부하는 분들에게 도움 되는 자료가 될지 모르겠어요. 제 글에 부족한 점이 많아요. 번역 공부하는 분들이 제 글을 보고 의견을 밝혀주셨으면 좋겠어요. ^^
 

 

 

최근에 셜록 홈스(Sherlock Holmes) 시리즈 전집 세트를 장만했다. 사실 이거 고르느라 한 달은 고민했다. 왜냐하면, 어떤 홈스 전집에 오 · 탈자가 많고, 번역이 좋지 않다는 평이 있기 때문이다.

 

 

※ [셜록 홈즈 전집 세트, 뭘로 사지?] (작성자: 빅보이7)

http://hi007.tistory.com/1145

 

 

나는 홈스 전집을 읽어본 독자들의 추천을 참고했고, 고심 끝에 고른 전집 세트가 ‘시간과 공간사’ 번역본을 골랐다. (빅보이7님의 의견을 따랐다)

 

혹자는 ‘시간과 공간사’를 줄여서 ‘시공사’로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가 아는 ‘시공사’ 출판사(전두환 대통령의 아들이 운영했던 그 출판사)와 다르다. 출판사 이름만 보고 오해하지 마시길. 출판사 이름을 ‘시공사’라는 말 대신에 ‘공간사’라고 줄여서 부르겠다.

 

‘공간사’ 번역본은 ‘황금가지’ 번역본과 같은 해(2002년)에 출간되었다. 먼저 나온 건 ‘황금가지’ 번역본이다. ‘공간사’ 번역본의 역자는 추리소설 전문 번역가로 활동했던 故 정태원 씨(1954~2011)다. 정태원 씨는 생전에 추리문학뿐만 아니라 SF, 호러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번역했다. 그런 그의 업적이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게 아쉽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는 정말 불운한 번역가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홈스 전집과 러브크래프트(H.P. Lovecraft) 전집 번역을 준비해왔지만, 출판사들로부터 거절을 받아 출판 기회를 놓쳤다고 한다. 다행히 그의 손에 재탄생한 홈스 전집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됐지만, 러브크래프트 전집은 영영 묻히고 말았다. 정 씨가 번역한 러브크래프트 전집은 고인의 유작으로 남게 되었는데, 선집이라도 정식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2년에 나온 1판은 양장본이다. 표지의 바탕색은 녹색과 남색이고, 표지 한가운데에 홈스의 전신상이 그려져 있다. 표지 덮개를 벗기면 빨간색 속살(?)을 드러낸다.

 

 

 

 

 

 

 

 

 

 

1판이 나온 지 몇 년 뒤에 2판이 나온다. 책 표지가 달라졌는데, ‘구판’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소개되는 표지다. 단조로운 형태의 1판의 표지보다 2판 표지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로 생각된다. 표지 테두리에 가장 유명한 시드니 패짓(Sidney Paget)의 삽화들을 넣었다. 2판 역시 양장본이며 표지 덮개를 벗기면 검은색 속살을 드러낸다.

 

 

 

 

 

 

 

 

 

 

 

정 씨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후에 반양장 형태의 3판이 나왔다. 이 책을 평한 독자들은 3판을 ‘최악의 번역본’으로 비판했다. 구판에 있었던 시드니 패짓의 삽화 일부가 삭제되었고, 심지어 문장 일부가 빠진 것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어렵게 헌책방과 알라딘 중고매장을 전전하면서 구판을 손에 넣었다. 처음에 1권부터 5권까지는 1판, 6권과 8권은 2판이다. 7권은 아직 구입하지 않았다. 원래는 1판을 구하려고 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책을 모으는 애서가의 소원은 표지 통일이다. 그런데 커버까지 완벽히 갖춘 1판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게다가 얼른 홈스 전집을 장만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2판으로 된 6권과 8권을 샀고, 7권 역시 2판 번역본을 주문할 예정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2판도 조만간 절판의 운명에 처해질 텐데, 기념으로 1판과 2판이 섞인 전집 세트를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홈스 전집 번역본에 대해서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궁금중 1. 

홈스 전집 세트 중에 가장 많이 팔렸다는 ‘황금가지’ 번역본은 정말 믿고 읽을 만한 번역본인가? 정말로 ‘황금가지’ 번역본이 홈스 전집 번역본 중에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가?

 

 

궁금증 2.

‘황금가지’ 번역본 이외에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들(엘릭시르, 문예춘추사 등)은 번역이 잘 되어 있는가?

 

 

궁금증 3.

어떤 독자들은 ‘바른번역’, ‘베스트트랜스’ 등 일명 ‘집단 번역’에 의해 만들어진 번역본은 ‘비추’라고 말한다. 그들의 주장이 맞으면 ‘집단 번역’의 오역 사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근거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바른번역’과 ‘베스트트랜스’는 홈스 전집 번역 수준을 떨어뜨리게 하는 ‘만악의 근원’인가?

 

 

세 가지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기 위해 필자는 시간과 공간사(구판과 반양장본), 황금가지(2015년 2판)’, 현대문학(주석판), 엘릭시르, 문예춘추사, 동서문화사(동서미스터리북스), 코너스톤(2016년 개정판), 더클래식(구판, ‘베스트트랜스’ 번역), 더클래식(개정판, 송성미 역) 번역본을 다 읽어보기로 했다.

 

이미 작업은 시작했다. 현재 《셜록 홈즈의 모험》까지 읽었고, 《주홍색 연구》, 《네 개의 서명》 번역본 비교 작업을 완료했다. 역시 각각의 번역본마다 원문을 우리말로 옮긴 문장이 제각각 달랐다. 필자는 번역 작업을 해본 적이 없다. 영어 실력은 중학교 수준이다. 일반 독자가 전문 번역가의 번역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아니꼽게 볼 수도 있다. 이 작업으로 특정 출판사나 번역자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일반 독자들도 수긍할 수 있는 오역을 발견하여 알리고 싶을 뿐이다. 번역문을 원문과 비교해가면서 최소 세 번 이상 읽어봤고,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영어사전을 참고했다. 애매모호한 번역문이 있는데도 필자의 독해 실력이 따라주지 못해서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나 같은 아마추어는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나보다 독해 및 번역 작업 능력이 뛰어난 독자나 전문 번역자가 해줄 거라 믿는다.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작업이었다. 10권 넘는 번역본들 모두 도서관 한 곳에 있었으면 좀 더 빨리 작업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주말에 집에 멀리 떨어진 도서관에 찾아가는 것도 고역이다. 교통비가 줄줄이 새어나간다.

 

 

 

 

 

문예춘추사 번역본, 코너스톤 번역본 그리고 더클래식 개정판 번역본은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으로 구입했다. 역시 전자책 세트의 가격이 싸서 좋다. 평소 전자책으로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블랑코님을 알지 못했으면 이런 결정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내용은 똑같다. 실제로 코너스톤 개정판 한 권과 종이책과 전자책을 비교하면서 읽어봤는데 내용의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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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5-16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예스24에서 셜록 전집을 인가..하여간 셜록책 40권을 무료 전자책으로 오프했던 적이 있었어요.그때 모두 다운 받아놨습니다..그런데~~~아직 ...한권도 못읽었어요.아고고.....

cyrus 2017-05-17 10:42   좋아요 2 | URL
유레카님이 다운받은 번역본이 뭔지 궁금합니다. 제가 구입한 홈즈 전집 전자책(코너스톤)은 반값 할인으로 10년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7-05-17 0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공사 전집있습니다. 하지만 그 옛날 어디즈음을 추억하는 소품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cyrus 2017-05-17 10:43   좋아요 1 | URL
저도 어렸을 때 읽은 축약본을 책장 장식품으로 보관하다가 창고에 옮겼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꺼내봤는데 올드한 느낌의 축약본도 재미있었어요. ^^;;

2017-05-17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17 14:19   좋아요 2 | URL
이제 종이책을 보관할 자리도 없는데 전자책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겠어요. ^^

syo 2017-05-17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또 어마무시한 작업에 돌입하셨군요..... 여기, 보잘 것 없지만 제 뤼스풱트 좀 받아주시겠어요?

cyrus 2017-05-17 14:21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홈즈를 엄청 좋아하지 않았으면 시도할 생각조차 나지 않았을 겁니다. 제 영어 독해 능력이 중딩에 머물러 있어서 부족한 점이 많아요. ^^;;

qualia 2017-05-17 1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cyrus 님께서 ‘홈즈 전집 번역본’ 비교 작업을 하셨다고 했는데요. 번역 비교 작업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몹시 기대됩니다. 다음과 같은 cyrus 님의 고백에서 그 열정이 느껴집니다.

[···]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작업이었다. 10권 넘는 번역본들 모두 도서관 한 곳에 있었으면 좀 더 빨리 작업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주말에 집에 멀리 떨어진 도서관에 찾아가는 것도 고역이다. 교통비가 줄줄이 새어나간다. [···]

저도 인터넷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시절에 곰팡내 퀴퀴한 도서관 논문실 이곳저곳으로 발품을 팔며 힘겹게 관련 자료를 찾아다녔던 일이 생각납니다. 정말 그때는 (안방에서 거의 모든 게 해결되는 요즘을 생각하면) 어떻게 논문 찾아 3만리를 다녔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도서관들은 장서량이 매우 부족하고, 논문이나 고서들을 완질로 소장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잖아요. 헛걸음을 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었죠. 아무튼 cyrus 님의 번역 비교 작업 응원하고 기다리겠습니다.

cyrus 2017-05-17 14:28   좋아요 1 | URL
어떤 분은 여러 출판사의 홈즈 전집을 자비로 구입해서 원서와 같이 읽더군요. 정말 대단한 열정입니다. 저는 도서 구입비를 절약하려고 도서관에 자주 드나들게 되었어요.

제가 번역을 해본 적도 없고, 독해 능력이 부족해서 결과물에 어설픈 점이 많을 겁니다. qualia님이나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제 프로젝트는 순전히 저 혼자를 위한 작업이 아니라 좋은 책을 고르고 읽어야 할 모든 독자들을 위한 작업이니까요. ^^

transient-guest 2017-05-17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과 공간사의 전집을 찾아봐야겠습니다 황금가지만 봤는데 더 좋은 번역이 있다면 구하고 싶네요

cyrus 2017-05-17 14:52   좋아요 1 | URL
개정판 반양장본은 사지 마세요. ‘개악‘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구판보다 못하다는 평이 많았어요.

시간과 공간사 번역본이 직역 위주라서 인물 간의 대화를 읽어보면 약간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요.

번역본마다 장단점 하나씩 있어서 ‘완벽한‘ 홈즈 번역본은 없습니다. ^^;;

transient-guest 2017-05-17 14:54   좋아요 1 | URL
지금 찾아보고 있습니다 1-2판은 구하기
어렵겠네요 엘릭시르 판 도 맘에 듭니다 ㅎㅎ 아무래도 번역은 어렵죠

cyrus 2017-05-17 14:57   좋아요 1 | URL
엘릭시르 판, 좋습니다. 그 책이 현대문학 출판사에 나온 주석판 내용을 참고했어요. 역자 주석이 잘 정리되어 있어요.

cyrus 2017-05-17 15:46   좋아요 1 | URL
깜빡했습니다. 엘릭시르 번역본에 시드니 패짓의 삽화가 없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5-17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보기만 해도 어려운 작업을 시작하셨네요. 큰 작업이지만 스스로 선택했기에 즐겁게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작업 후에는 홈즈의 권위자가 되시겠어요..^^: 그후엔 프랑스어로 아르센 뤼팽 도전도 하시나요? 궁금해 집니다. cyrus님 도전 홧팅!!

cyrus 2017-05-17 15:03   좋아요 1 | URL
권위자보다는 ‘셜록키언‘이 되고 싶습니다. 뤼팽 전집 원서 읽기는 힘듭니다.. ㅎㅎㅎ 뤼팽 전집은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싶습니다. ^^

adf657 2017-06-1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과공간사 3판 정말 최악이죠 기전판 삽화 누락및 편집 , 마지막인사 폰베르크 폰헤를링 대화 일부을 누락했습니다. 그런데도 출판사는 기존판과 똑같이 만들었다고 거짓말 하고 있습니다.
정말 출판사 쳐들어가서 비교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cyrus 2017-06-16 18:49   좋아요 0 | URL
헌책방과 중고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시간과 공간사 구판 세트를 모아서 샀습니다. 구판 세트를 다 읽으면 그 다음 계획이 개정 3판을 읽는 것입니다. 개정 3판이 얼마나 심각한 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권김현영 해제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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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는 조선시대 도망간 노비와 이를 쫓는 추노꾼의 삶을 다룬 사극 드라마이다. 『추노』의 첫 화가 방영되자마자 시청자들은 주인공 이대길(장혁 분)에게 ‘대길 언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남자를 ‘형’이 아닌 ‘언니’라고 부르다니.『추노』를 안 본 사람은 별명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드라마에서 남자들끼리 서로를 ‘언니’라고 부른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가진 남자가 형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장면이 신선하다. 조선 시대 ‘언니’는 절친한 관계에서 쓰인 호칭이다. 그래서 동성의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끼리도 ‘언니’라고 부르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형(兄)’의 순우리말이 ‘언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가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한다면 이곳은 천국이겠지. 우리 마음속의 성차별이 없어지고 얼마나 화목해질까?[1] 나는 벨 훅스(Bell Hooks)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과거의 ‘언니’를 호출하고 싶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언니’는 자매로서의 언니가 아니다. 남녀 구분 없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고, 좀 더 가까운 사이를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이다. 그러므로 ‘언니’ 호칭을 듣는 대상에 남성이 포함된다. 여기에 착안하여 나는 ‘언니들의 페미니즘’에 남성도 참여할 수 있다는 과감한 생각마저 하게 됐다. 내게 생각할 용기를 불어넣어준 훅스 언니가 고맙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의 혁명파 페미니스트들이 가부장제의 뿌리를 완전히 캐내어 버릴 기세로 등장했다. 그들은 ‘자매애는 강력하다(sister is powerful)’라는 문구를 내세워 남성들과 연대한 정치적 투쟁보다 여성들의 자매애를 부각했다. 벨 훅스는 이 메시지가 마음에 들어 페미니스트가 되기로 했다. 페미니즘은 여성 문제를 남녀 간의 대립갈등과 투쟁의 문제로만 간주하지 않는다. 벨 훅스가 아주 간단하게 정의한 대로 페미니즘이란 남성 자체가 아닌 가부장제와 성차별주의가 만들어 낸 오랜 착취와 억압을 명확하게 바라보고, 이를 종식하기 위해 싸우는 운동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페미니스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남성은 계속 늘어만 갔다. 게다가 자매애를 기반을 둔 페미니즘의 영향력이 점점 미미해졌다. 계급권력을 가진 백인 중산층 여성들은 여성 공동체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백인 여성 중심의 페미니즘은 백인 남성 가부장제 속에서 억압받는 흑인 또는 유색 인종 여성의 고통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잘 나가는 여성들이 페미니즘의 힘을 약화한 것이다.

 

벨 훅스는 인종 및 계급을 뛰어넘어 모든 여성, 그리고 페미니즘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남성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페미니즘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부장제의 억압을 받은 여성들은 자신들이 겪은 부당한 체험을 주고받으며 자매애를 형성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들의 대화는 조직적으로 형성된 강력한 목소리다. 그렇다면 남성도 남성 중심 사회를 거부하고, 여성운동의 주체가 되어 힘껏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나는 벨 훅스의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이 문제에 진지하게 고민했다. 심지어 가끔 나 자신이 페미니즘의 기본 정신에 부합하는 일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의심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키보드 페미니스트(keyboard feminist)’였다. 인터넷상에서는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게시물을 작성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을 했지만, 오프라인상에서는 논란이 많은 성차별 문제(예를 들면 군 복무 가산점 제도 부활)를 만나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얼치기 페미니스트’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안 좋은 소리를 듣더라도 남성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페미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남성들로부터 냉소적인 반응을 받아도,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남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라고 주장해도 여성이 겪는 부당한 차별과 억압을 이해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한다. 그러려면 여성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서 자신의 성차별주의적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의식화 과정’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벨 훅스는 ‘의식화 모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의식화 모임에 참석하려면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모임 참석자들은 발언 기회가 주어진다. 그다음에 토론과 논쟁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참석자는 거리낌 없는 대화를 통해 살면서 보지 못했던 성차별 의식, 즉 벨 훅스가 비유한 ‘내면의 적’을 발견하게 된다. 벨 훅스는 대중적인 페미니즘 운동을 만들기 위해 여성들을 조직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의식화 모임의 방침이 ‘모두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성도 모집할 수 있다.

 

나는 ‘자매애는 강력하다’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구호는 가부장제의 힘에 억눌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소극적인 여성들을 동참하게 하는 매력적인 문장이다. 그렇지만, 남성의 참여를 배제한 자매애는 남성을 여성 운동에 동참하는 방향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형의 순우리말 ‘언니’와 ‘언니들의 페미니즘’과의 조화를 시도하고 싶었다. 소년과 남성을 끌어들일 수 있는 페미니즘이라면 자매 형제애(siblinghood)도 강력해질 수 있다. 내 생각, 또는 자매 형제애의 의미를 비판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있을 거로 확신한다. 물론 자매 형제애도 한계가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부 남성은 페미니즘을 ‘성공적인 연애와 결혼을 하기 위한 교양’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가짜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처한 상황과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여성운동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우리를 위협하는 적은 성차별주의적 사고와 행동이다. 여성이 자신의 성차별주의를 직시하지도 바꿔내지도 못한 채 페미니즘 정치의 기치를 내건다면 페미니즘 운동은 끝내 소멸해버릴 것이다. (45쪽)

 

남성 페미니스트의 역할이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남성 내부의 적, 바로 성차별주의 사고와 행동에 스스로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말할 수 있는 적’에 대한 침묵은 페미니즘 운동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여성과 함께 성차별 문제를 공유하고, 경험하는 남성 페미니스트가 많아져야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가능해진다. 형, 아니 언니들, 함께 합시다! 다음 후손들이 ‘여자 대 남자’ 대결 구도로 싸우지 않도록.

 

 

 

[1]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이곳은 천국이겠지. 우리 마음속의 욕심도 없어지고 얼마나 화목해질까.” (진영이 부른 번안곡 ‘모두가 천사라면’ 노랫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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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6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16 21:08   좋아요 2 | URL
노예가 노예를 잡아야하는 세상. 실감나지 않지만, 정말 죽을 때까지 노예로 살아야하는 사람들은 사는 게 지옥처럼 느꼈을 겁니다.

stella.K 2017-05-16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 맞어. 추노에서 언니라고 불렀던 기억나.
그 사실이 좀 놀랍긴 하더군.

나도 그렇게 생각해.
금성과 화성의 길이 만큼이나 남성이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건 요원할 수 있어.
하지만 무조건 거부하지 않고 페미니즘을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봐.

cyrus 2017-05-16 21:12   좋아요 2 | URL
존 그레이의 ‘화성남자 금성여자‘가 이분법적 성차를 강화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남성이 페미니즘에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아주 당연한 일인데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 더 깊이 고민해봐야겠어요. ^^

2017-05-16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16 21:14   좋아요 2 | URL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레디컬 페미니즘의 한계를 명확히 짚어낸 책입니다. ***님이 밝히신 생각들 모두 이 책 속에 있습니다. ^^

AgalmA 2017-05-16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 정체성으로 한 인간의 모든 취향과 판단을 몰아넣고 시합을 하는 듯한 대결이 늘 눈살 찌푸려지는 풍경입니다. 그러니 이해가 더 안 되는 동성애에서는 더 가관...
사회 속 맥락을 읽고 해석하는 훈련은 성 문제 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cyrus 2017-05-16 22:23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일수록 성차별이 심해지고, 불필요한 성 대결 양상이 생깁니다.

마립간 2017-05-17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별점을 5개 준 책인데, cyrus 님은 별 4개를 주셨네요.

cyrus 2017-05-17 14:31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 도서에 별점 다섯 개는 없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 이론에 장단점이 있습니다. 어떤 이론이 대세라고 해서 그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계가 있을 거고, 또 다른 페미니스트들이 그 한계를 뛰어넘을 이론을 만듭니다.

니페딘1T 2017-05-2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관련해서 남자가 읽어볼 만한 책좀 추천해 주심 안될까요? ㅠㅠ 나쁜 페미니스트를 읽어봤는데 공감이 잘 안되네요. 읽다가 포기했습니다.

이 책은 좀 나을까요?

cyrus 2017-05-27 18:53   좋아요 0 | URL
제일 어려운 일이 책을 상대방에게 추천하는 일입니다. 웬만하면 책을 추천하지 않아요. 그래도 남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페미니즘 책으로 <맨 박스>와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권하고 싶어요. 내용이 어렵지 않습니다.

니페딘1T 2017-06-09 10:26   좋아요 0 | URL
오굿!!!! 감사합니다. 페미니즘...다시 도전해 봐야겠네요.

맨박스.... 오오.. 땡깁니다. 남자가 쓴 페미니즘 책이라 ㅎㅎㅎ 개다가 흑인!!! 이야, 땡기네요.
 

 

 

집에 창고가 된 방 하나가 있다. 거기에 어렸을 때 읽은 책이 보관되어 있다. 오랜만에 창고를 정리할 겸 창고 구석에 숨어있는 옛날 책들을 꺼내봤다. 책들을 창고 밖으로 완전히 끄집어내기까지 8년이라는 세월이 후딱 지나 가버렸다. 이 책들을 마지막으로 읽은 해가 2002년, 15년 전이다.

 

 

 

 

 

 

 

 

 

 

 

 

 

 

 

 

 

 

 

 

 

 

 

 

 

 

 

 

 

 

 

 

 

 

 

 

 

 

 

 

 

 

 

 

 

 

 

 

 

 

 

 

 

 

 

 

 

 

 

 

* 《셜록 홈즈의 모험》 (동서미스터리북스 2, 역자 : 조용만, 조민영)

* 《주홍색 연구》 (동서미스터리북스 15, 역자 : 김병걸)

* 《바스커빌의 개》 (동서미스터리북스 22, 역자 :진용우)

* 《셜록 홈즈의 회상》 (동서미스터리북스 43, 역자 : 조용만, 조민영)

* 《셜록 홈즈의 귀환》 (동서미스터리북스 53, 역자 : 조용만, 조민영)

*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 (동서미스터리북스 117, 역자 : 조용만, 조민영)

* 《셜록 홈즈 사건집》 (동서미스터리북스 131, 역자 : 조용만, 조민영)

 

 

※ 《주홍색 연구》에 ‘네 사람의 서명’ 수록,

《바스커빌의 개》에 ‘공포의 계곡’ 수록

 

 

 

내가 창고에서 찾으려고 했던 ‘옛날 책’이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의 ‘셜록 홈스(Sherlock Holmes)’ 시리즈였다. 초등학생 때 엄청 많이 읽었던 책이 바로 ‘셜록 홈스’ 시리즈다. 셜록 홈스. 너무나도 유명한 이름 앞에서 무슨 말이 필요한가. 책을 안 읽는 사람들도 홈스가 누군지 다 안다. 이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홈스의 활약상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2, 30년 전만 해도 홈스는 소설 속 ‘사기캐(만화 또는 게임 등에서 다른 캐릭터보다 아주 강력한 캐릭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사기 캐릭터’의 준말-글쓴이 주)’ 주인공, 또는 ‘세기의 명탐정’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영화에서 훈훈한 비주얼로 사건 현장에 뛰어드는 멋진 명탐정으로 등장할지 누가 알았으랴. 사실 원작의 홈스는 괴팍하기 짝이 없다. 원작의 홈스는 잘생김과 거리가 멀다. 키가 멀대같이 크고 비쩍 마른 체형이다. 늘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사건이 없는 날에는 코카인이나 모르핀 주사를 팔뚝에 찌른다. 알다시피 홈스는 사건 해결에 힘을 쏟기 위해 감정에만 치우치는 상황을 싫어하며, 가끔은 여성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독선적인 발언을 한다. 그래도 어렸을 땐 사건을 척척 해결해나가는 홈스가 멋있어 보였다. 그의 단점은 내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완역본을 읽고 나서야 홈스의 어두운 실체를 알게 되었다.

 

 

 

 

 

홈스가 나오는 소설을 좋아해서 수업 시간이 끝나자마자 초등학교 도서실에 가서 홈스 시리즈를 읽었다. 방과 후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학교 도서실에 있는 것이 더 마음이 편했다. 이때부터 ‘혼자 놀기’의 재미를 조금씩 알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도서실에 있는 홈스 시리즈는 동서문화사의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 시리즈 일부였다. ‘뤼뺑’은 프랑스의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이 탄생시킨 ‘괴도 아르센 뤼팽(Arsène Lupin)’이다. 동서문화사는 뤼팽과 홈스 시리즈를 모두 모아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라는 이름을 달아 펴낸 적이 있다. 비록 문장이 썩 매끄럽지 않은 중역이라서 읽기 힘들었지만, 그땐 홈스가 무조건 나오는 이야기라면 전부 좋아했다.

 

도서실의 학생 사서로 활동한 덕분에 오래된 ‘홈스 시리즈’ 일부를 소유할 수 있었다. 학교 졸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학교 도서관의 모든 책을 재정리하는 일을 했다. 새로 들어온 책에 십진분류법 스티커를 붙이고, 낡고 오래된 책들은 폐품으로 처리하기 위해 따로 분류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버려야 할 책이 아주 많았다. ‘뤼뺑이냐 홈즈냐’ 시리즈의 보존 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어떤 책은 너덜너덜해져 다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도서실 담당 선생님은 ‘폐품’으로 분류된 책 중에 읽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가져가도 된다고 특별히 허락해주셨다. 나는 운 좋게 평소 즐겨 읽던 홈스와 뤼팽 시리즈를 챙겨왔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 홈스를 좋아하는 학생이 여러 명 더 있었다. 결국 ‘홈스 편’ 모두 획득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 시리즈는 여러 명 학생의 손에 의해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집에 있는 홈스 시리즈(이 책은 나중에 따로 소개하겠다)에 없는 작품이 수록된 책만 골랐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 시리즈의 ‘홈스 편’은 6권에 불과하다. 그때도 홈스에 대한 인기가 워낙 높아서 ‘뤼팽 편’에 관심을 가지는 친구들이 없었다. 아무리 뤼팽이 약한 사람의 물건을 훔치지 않고, 절대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나름 정의로운 도둑이라고 해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탐정 역할에 더 끌리기 마련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폐품처리장에 소각될 뻔한 ‘뤼팽 편’도 챙겼다. 어머니는 ‘쓰레기’나 다름없는 책들을 가지고 왔다면서 등짝 스매싱을 여러 차례 날리면서 화를 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옛날 책들을 잘 챙겨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 책들을 구하기 힘들다.

 

 

 

 

 

 

 

 

 

 

표지 그림을 퍼즐 조각 형태로 그린 시도는 신선하다. 모든 책의 앞표지에 항상 ‘조각 두 개가 빠진 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 ‘물음표’ 표시가 있다. 나는 ‘뤼뺑이냐 홈즈냐’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이 ‘물음표’가 어디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곤 했다. 이 순간 벌써 짜릿해진다. 이야기에 몰입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심적 반응이다.

 

 

 

 

 

 

 

홈스 시리즈의 4대 장편이 《진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 《네 개의 서명(The Sign of the Four)》, 《배스커빌 가의 개(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공포의 계곡(The Valley of Fear)》이다.

 

 

 

 

 

 

《진홍색 연구》는 홈스와 왓슨(Watson)이 처음 만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당연히 홈스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동서문화사는 처음 이 작품의 제목을 ‘빨강글자 수수께끼’로 정했다. 요즘 나오는 홈스 시리즈 번역본은 원제를 그대로 따르는 편이다. 동서문화사도 홈스 시리즈를 ‘동서미스터리북스’로 재출간했을 때 원제와 거의 비슷한 제목을 새로 붙였다. 옛날 80년대 홈스 시리즈 번역본 중에는 ‘원제 파괴’에 가까운 이름이 많았다. 옛날 번역본의 제목과 요즘 번역본의 제목을 비교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삽화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안 그래도 오래된 책인데 세월을 점점 먹을수록 종이뿐만 아니라 삽화 상태도 나빠진다. 선과 형태가 뚜렷하게 남은 온전한 상태의 삽화가 많지 않다. 게다가 이 삽화를 제작한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다. 원서의 다른 삽화를 그대로 가져온 걸까,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이 직접 만든 것일까? 삽화 속 인물의 형태가 제각각 다르다. 한 사람이 다 그린 것 같지 않다. 여러 사람이 따로 삽화를 그렸을 거로 보인다. 다행히 동서미스터리문고 번역본의 삽화는 원작에 실린 삽화다.

 

 

 

 

 

 

 

 

 

 

 

 

 

 

 

 

 

 

이 번역본에는 홈스 시리즈 이외에 코난 도일이 쓴 다른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홈스 빠돌이’였던 나는 홈스가 나오지 않는 작품은 읽지 않았다. 그때는 그 작품이 코난 도일이 쓴 건 줄 몰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홈즈가 나오지 않는 소설에 대한 역자의 설명이 단 한 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 개의 서명》에 수록된 『사라진 열차』의 원제는 ‘The Story of the Lost Special’이다. 도일이 홈스 시리즈 집필을 중단한 뒤에 발표한 소설이다. 다행히 이 소설은 지금도 읽을 수 있다.《아서 코난 도일, 미스터리 걸작선》(국일미디어, 2003)과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비채, 2011)에 수록되어 있다.

 

 

 

 

 

 

 

 

 

 

 

 

 

 

 

 

 

 

《춤추는 인형》 마지막에 있는 이야기 역시 홈스가 나오지 않는 작품이다. 제목이 『새서서 골짜기 유령』(The Mystery of the Sasassa Valley)이다. 도일이 1879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도일은 의사 일을 하면서 쉬는 시간에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 나온 첫 결과물이 바로 『새서서 골짜기 유령』이다. 도일이 정식으로 발표한 첫 작품이다. 도일의 초기 작품으로 알려진 『북극성호의 선장』과 『J. 하버쿡 젭슨의 진술』은 각각 1883년, 1884년에 발표되었다.

 

이 책의 마무리는 추리 퀴즈였다. 시리즈 제목에 생뚱맞게 ‘지능 훈련’이 붙여진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어린 나는 추리소설을 열심히 읽으면 추리력이 부쩍 늘어날 거로 믿었다. 정말 초딩스러운 발상이다.

 

 

 

 

 

 

 

 

 

 

 

 

 

 

 

 

 

 

 

‘지능훈련 시리즈’의 ‘홈스 편’은 소설가 조용만 씨(1909~1995)와 이화여대 영문과에 졸업한 사실만 알려진 조민영 씨가 공동으로 번역했다. ‘뤼팽 편’은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추리작가협회 회장을 지낸 이가형 씨(1921~2001)가 번역했다. 동서미스터리북스에 포함된 홈스와 뤼팽 시리즈의 역자도 똑같이 이 세 사람이다. 동서문화사는 변함없이 ‘중역’을 고집하고, 이미 고인이 된 역자의 이름만 올리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 역자’ 이름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런 출판사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

 

 

 

 

 

 

 

 

나는 ‘조민영 씨’가 누군지 궁금하다. ‘지능훈련 시리즈’에서 조민영 씨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경기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했다고만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조용만 씨의 출생연도(1909년)를 밝힌 것과 대조적으로 조민영 씨의 출생연도는 언급되지 않았다. 조민영 씨의 소개가 왜 이리 빈약해 보일까? 동서미스터리문고로 나온 홈스 시리즈 역시 이전 번역본의 역자 소개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 조민영 씨의 ‘옮긴 책’이 ‘코난 도일 셜록 홈즈 시리즈’가 유일한데, 아마도 내가 가지고 있는 ‘지능훈련 시리즈’로 보인다. 이것만 봐도 조민영 씨가 실존 인물인지 의심이 든다. 도대체 그녀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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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5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5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6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7-05-16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홈즈보다 뤼팽을 더 좋아했어요. 아마도 뤼팽이 더 낭만적으로 느껴서인것같은데, 베니 덕분에 홈즈가 쪼금 좋아지려해요.^^

옛날책들을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는데, 다시 한번 더 cyrus님의 책사랑이 느껴집니다.

cyrus 2017-05-16 10:02   좋아요 1 | URL
홈즈 정주행 독서가 마무리되면, 뤼팽 시리즈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

보슬비 2017-05-17 00:06   좋아요 1 | URL
아마도 저는 로맨스가 있어서 좋아했던것 같아요. 홈즈는 남성적이라면 뤼팽은 여성적인것 같아요.^^ 홈즈를 좋아하신다면 뤼팽은 가볍다고 생각하실지도...^^

양손잡이 2017-05-16 2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읽기의 즐거움을 뤼팽에서 느꼈습니다! ㅎㅎ 저도 홈즈보단 뤼팽~!

cyrus 2017-05-16 21:15   좋아요 0 | URL
얼른 뤼팽 전집을 읽고 싶군요. ^^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세트 - 전2권 - 신영복 1주기 특별기획 만남, 신영복의 말과 글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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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한반도의 키를 맡길 사람을 선택해야 할 시기가 왔다. 정치판의 승자와 패자는 선거 결과에 의해 결정된다. 상대방에게 더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면, 자기가 손해 보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경쟁 구도이다. 본능적으로 상생의 질서보다는 상극의 구도를 더 선호하는 게임이다. 우리는 여전히 지역주의와 사상적 대립, 세대 간 갈등이라는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후보 지지자들 간에 사회적 · 이념적 갈등까지 확대 증폭되는 정도다. 선거 이후에도 두고두고 정치 · 경제 · 사회 각 분야에 걸쳐 갈등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 대선 후보자의 지지 세력은 이념적 · 정책적 순수성을 추구하려는 유혹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지도자를 잘못 선택함으로써 강력한 이념적 지지그룹의 활동을 암묵적으로 방조 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들의 활동 영역이 점점 커질수록 정치적 · 이념적 틈새가 갈수록 넓혀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게 된다. 틈새에 피어난 '검은 꽃'에 불쾌한 감정을 유발하는 힘을 발산한다. 그 검은 꽃이 바로 ‘갈등’이다. ‘갈등’이라는 검은 꽃은 사회 곳곳마다 군집 형태로 자라고 있다.

 

이 불쾌한 꽃들을 모조리 확 꺾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검은 꽃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만 없다. 신영복 선생의 말대로 ‘아픔을 외면하기보다는 일단 직시하고 나서 새로 시작하는 것’[1]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어떤 독자는 선생의 문장을 보면 볼수록 약간 짜증이 난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역사-외세의 침략에 무기력했던 뼈아픈 과거의 역사-를 언급한 선생의 글에 다소 비극적이고 비관적인 분위기를 감지했다. 살아생전에 선생도 이 점에 공감했다. 그렇지만 필자는 이 또한 보기 나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픔을 직시한 선생의 글에도 긍정적 측면이 있다. 선생의 글에 선험자의 깊은 성찰과 반성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희망의 근거가 된다. 선생의 글을 비판한 독자는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본 사람일 수 있다. 그 독자처럼 비극적 인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많다. 일상이라는 핑계로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고, 급기야 다 같이 보듬어야 할 아픔의 눈물을 혐오하도록 강권하는 그들의 새까만 심장 한가운데에 ‘검은 꽃’의 뿌리가 깊게 자리 잡혀 있다. 그들은 ‘평화로운 사회’를 조성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기의 신념 혹은 편견에 충실한 나머지 상대방의 생각과 의견을 멋대로 재단한다. 그들의 위협적인 가위질은 권력의 이름을 빌린 무자비한 ‘검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검은 꽃 애호가들이 지지하고, 그들을 암묵적으로 두둔하는 권력자는 우리가 투표로 뽑은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런 뼈아픈 반복을 겪게 되는 걸까. 그 이유가 새로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개개인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끌어올린 능력들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상호 조정되면서 사회전체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반성 없는 이상론'에 불과할 뿐 한국사회에서 이것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는 민주주의에 확신한 나머지 이상론에 매달렸다. 대선 후보자들은 ‘민주주의’를 거론하며 구체성이 결여된 야심만만한 이상론을 내세웠다. 이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촛불 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후보라고 주장한다. 20대의 청년 신영복은 민주주의를 긍정하는 이상주의적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어설픈 결합을 긍정하는 이상론을 경계했다. 그가 학자가 되어서도 이상주의적 사고방식을 늘 경계했다.

 

민주주의를 긍정하는가. 더구나 그것의 자본주의와의 결합을 긍정하겠는가? 이 양자의 결합을 승인하는 것은 자본의 무제한한 횡포를 승인하는 게다. 자본측근자(資本側近子)를 제왕(帝王)으로 모시는 것이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141쪽)

 

자본측근자는 대중의 표를 얻기 위해 ‘민주주의’라는 옷을 잠깐 입힌 ‘포퓰리즘(populism)’을 내세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어설픈 결합이 포퓰리즘을 만들어 사회를 퇴보시킨다. 포퓰리즘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국민은 우민화되어 사회를 주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변혁 역량이 줄어든다.

 

단순한 이익집단 간의 갈등이 아니라 국가적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실천의 능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 능력이 우리 삶을 침투하지 못하다 보니 이해관계자 간의 타협이 논리와 관용 그리고 인내에 입각한 연대 과정에서 벗어나고 있다. 연대감이 사라진 사회에서 사회구성원들은 최대한 강경한 자세로 자신의 전략적 위치를 확보한다. 이 과정에서는 민주적인 합리적인 조정절차는 무시되며, 힘 있는 소수에 의해 다수가 볼모로 잡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힘 있는 소수는 ‘승리자’가 된다. 선생은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모호한 모두가 ‘더불어 이기는 강한 승리자’[2]가 되라고 당부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에 밝힌 선생의 당부가 이상론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더불어 이기는 강한 승리자’는 사회 변혁을 위한 이론에 주목하는 동시에 실천을 병행한다. 누구나 혼자서 ‘강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외로운 패배자’가 된다. ‘더불어 이기는 강한 승리자’가 되려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선생이 자주 강조했던 ‘하방연대(下方連帶)’의 정신이다. 물이 자연스럽게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는 것처럼 우리는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손을 잡아야 한다. 낮고 약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놀랍게도 작년에 우리는 촛불의 힘으로 ‘하방연대’를 이루어냈다. 성별과 나이 구분 없이 사람들이 광화문에 거대한 촛불을 만들어 그동안 청와대의 지붕에 가려졌던 권력의 폐단이 보이도록 훤히 밝혔다. 그 연대의 중심에는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도 있었다. 선생이 지금도 살아계셨더라면 아주 멋진 광경을 보면서 흐뭇해하셨을 텐데.

 

이틀 뒤에 결정될 새로운 지도자가 임기 내내 ‘검은 꽃들’을 전부 꺾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든 보수든 이념의 간격을 좁히는 일이 쉽지 않다. 지도자의 능력에만 의지할 수 없다. 지금부터가 ‘우리부터 잘해야 되는 시기’[3]이다. 우리가 갈등을 유발하는 ‘검은 꽃들’을 직접 꺾어야 한다. ‘검은 꽃들’이 사라진 자리에 다시 ‘갈등’이 살아남지 않게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숲’을 가꾸어야 한다. ‘더불어 숲’을 조성하기 전에 먼저 우리의 손과 마음에 묻은 흙먼지, 즉 상대방을 미워하게 하는 ‘갈등’의 앙금까지 말끔히 털어내야 한다. ‘갈등’의 앙금이 묻은 더러운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잡을 수 없다. 서로를 미워해선 안 된다. '너나 잘해', '너는 틀렸어'라는 말을 삼가해야 한다. 근본적인 반성과 차분한 성찰은 ‘더불어 숲’이 잘 자라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준비 기간이다. 5월 9일 이후부터가 지도자의 실전이라면, 우리는 사회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한 실천에 임해야 한다. 정말로 우리부터 잘해야 되는 시기가 왔다. 이 시기마저 또 놓치게 된다면...

 

 

 

 

 

 

[1] 『수많은 현재, 미완의 역사 - 희망의 맥박을 짚으며』 (대담: 홍윤기, 1998년, 《손잡고 더불어》 145쪽)

 

[2] 『모든 변혁 운동의 뿌리는 그 사회의 모순 구조 속에 있다』 (대담: 정운영, 1992년, 《손잡고 더불어》 113쪽)

 

[3] 『소소한 기쁨이 때론 큰 아픔을 견디게 해 줘요』 (대담: 이진순, 2015년, 《손잡고 더불어》 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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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7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08 11:06   좋아요 1 | URL
차기 지도자가 야당 인물이 되어도 대구 어르신들의 새누리 ᆞ자유한국당 사랑은 여전할 겁니다.

겨울호랑이 2017-05-07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제가 선거에 나간 것도 아닌데 많이 긴장되네요.. ㅋ

cyrus 2017-05-08 11:09   좋아요 2 | URL
촛불을 들었던 분들의 마음도 겨울호랑이님과 같을 겁니다. 대선 투표는 늘 중요한 일이지만, 내일은 역대 대선 중 가장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까요. ^^

dellarosa 2017-05-07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과적으로 모두가 행복했으면 합니다. 불가능할까요 ?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가 미래에는 지금보다는 나은 사회가 되어 있으리라는 점입니다. ^^

cyrus 2017-05-08 11:19   좋아요 2 | URL
모두가 행복해하는 사회가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놓고 보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적대적으로 대하고, 혐오하는 상황은 사회통합에 반하는 일입니다.

나비종 2017-05-07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빛은 매질을 경계로 굴절합니다. 있는 자리에서 어떤 매질을 향해 달려가느냐에 따라 꺾이는 방향이 달라진다죠.
결국 방향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낮은 곳, 약한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도. 시선이, 마음이 어디를 향하느냐, 누구를 향하느냐에 대한 선택이니까요.
시험을 앞두고 D- 를 헤아리는 학생이 된 듯 긴장되네요, 저 역시.

cyrus 2017-05-08 11:22   좋아요 2 | URL
저는 우리 사회에 하상연대의 정신이 아직 살아있다고 믿습니다. 촛불 집회가 하상연대 정신이 만들어낸 변혁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내일 대구 투표 결과가 더 궁금합니다. ^^

transient-guest 2017-05-08 0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회적 갈등과 충돌은 당분간 피할 수 없겠지만, 잘 정리되어 미래로 가는 시작이 되었으면 합니다.

cyrus 2017-05-08 11:24   좋아요 1 | URL
내일 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부터 험난한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생길 것 같습니다. 첫 단추를 잠그는 일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걸 막는 세력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stella.K 2017-05-0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윤복 교수의 글이 그런데가 있었나?
오래 전 <더불어 숲>을 읽고 감동했었는데
그동안 한번쯤 더 읽어 보고 싶었는데
마음만 그렇다뿐 손도 못 대고 있었다.

촛불 집회 봐서라도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정신 바짝 차리고
잘 해 줬으면 좋겠다. 정신 못 차리고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딴주머니 차고하면 이건 단순히 국민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민족에 대한 반역이지.
지금이야 저리 눈에 불을 키고 대통령이 못되 안달을 내겠지만
되고 나서도 정말 잘할 건지 의문일뿐이다.

cyrus 2017-05-08 22:57   좋아요 0 | URL
《손잡고 더불어》는 신영복 교수의 생전 인터뷰한 내용들을 정리한 책이고요, 《냇물아 흘러흘러...》는 미발표 글이 있는 유고집입니다. 역시 신 교수의 책을 읽으면 좋은 문장들을 많이 만납니다. ^^

저는 박근혜 싫어하던 사람들이 유승민이든 안철수든 누굴을 뽑아주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홍준표(혹은 조원진)를 믿고 뽑는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내일 대구 투표 결과 기대됩니다. 내일은 대구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는지 못 차렸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