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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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강아지를 보면 정말 좋아한다. 가족처럼 지내고 싶다. 하지만 살아 있는 것들을 잘 보살피지 못한다. 강아지건, 병아리건 생명 있는 것들은 나에게만 오면 시름시름 앓다 내 곁을 떠나버렸다. 그때부터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동물의 죽음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깊은 상처였다. 살아 있는 내가 살아 있는 것들을 보듬어주지 못하다니. 얼마만큼 사랑을 주고 얼마만큼 참아야 하는지 내게 그것은 절대 알아낼 수 없는 절망적인 경험이었다.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죽음을 특정 관점에서 정의 내리려 노력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철학적 분석도 없다. 이 책은 가끔 불현듯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맞닥뜨리는 나에게 진언처럼 다가온다. 일상에 바쁜 현대인들에게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삶에 대한 허무나 존재의 유한성에 대한 비탄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은 무섭거나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 아침에 일어나 옷을 갈아입듯 살고 죽는 게 그런 것, 죽음은 또 다른 삶이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의사 폴 칼라니티의 슬픔은 단정하다. 그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난 이후부터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가족의 사랑, 미래의 꿈들과 기약 없는 이별을 맞이해야 하는 현실에 괴로워한다.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사람이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부정과 우울, 그리고 죽음을 늦추고 싶은 마음. 그의 글은 시종 질서정연한 채 한번 풀어 헤쳐지지도, 터뜨려지지도 않는다. 폴의 육체가 계속 쇠락하긴 하지만 분명 살아있다. 폴은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스스로 질문한다.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폴은 노화만큼이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한다. 그래서 그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죽기 전까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잘 사는 일’이라고 담담하게 표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죽음과 씨름하면서 산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이기 쉬운 일이 아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강한 믿음 없이 그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죽음이 노화만큼 두려운 일이 되어가는 것은, 죽음은 ‘엄청난 사회의 병이고, 필요악’이라 여기는 사회문화적 환경과 나 자신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온다.

 

죽음을 일종의 패배로 여겨지는 이 세상에서 나 자신을 제대로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러면 죽음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때 폴은 내게 말했다.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건 없다.” 그리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면 더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도 했다. 지금 당장 죽을 준비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또 누구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내 삶의 방식을 진지하게 성찰해 보는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자아 반성이다. 이와 같은 반성은 삶에 대해 더욱 겸허하고 진실한 자세를 갖게 한다. 죽음을 안다는 것은 곧 자신의 삶을 아는 것이다. 죽음이 바로 삶이 존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죽음이 있어서 삶은 삶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언젠가 내 마지막 숨결이 삶의 종착역에 닿게 될 때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죽음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거부하는 것. 그 선택은 내 삶의 본질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내가 소중한 존재이며 내 안에 있는 의지력을 믿는다면, 폴의 말처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은 죽음보다 강하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되면 죽음이 두렵지 않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삶을 아름다운 소풍에 비유한 천상병의 시 『귀천(歸天)』을 떠올리게 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죽음 이후의 삶을 T.S. 엘리엇의 시구(詩句) ‘잔잔한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손에 응하는 일’이라고 인용한 적이 있는 폴을 보면 그의 뇌리에 관류한 죽음의 의미는 차라리 평온한 축복처럼 살갑게 다가온다. 결국, 모든 순간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미래에 올 죽음을 깨닫는 것이 현재의 삶을 즐겁게 사는 데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 매우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평화로운 죽음이란 떠나는 사람과 그 곁을 끝까지 지켜주는 사람 모두가 최선을 다할 때 맞이할 수 있다. 때론 지나친 집착과 절망도 떠나보내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법. 이 교훈은 내 뺨에 마지막 숨결을 남기고 떠난 동물들이 나에게 알려준 것이다. 죽음에도 조화가 필요하다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천천히 작별의 말을 나누고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죽음이 허락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세상 소풍 끝내는 자의 마지막 자존심을 이해하고, 지켜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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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1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01 17:53   좋아요 1 | URL
<알쓸신잡> 전주 편 방송에서 본건데, 남부시장에 가면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무구가 적힌 것이 있어요. 그 말이 참 좋았어요. 누구나 이런 삶을 살고 싶을 겁니다. 여유를 누릴 수 있을 정도로 벌면서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잦은 야근에 시달리고, 주말에 일 나가야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적당히 버는 것이 시원찮고, 잘 사는 것도 아니에요. 일에 치여 살다 보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할거고, 갑작스럽게 병마에 시달리기 시작한다면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일 겁니다.

2017-08-01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8-0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나도 이 책 보면 천상병 시가 생각나.
무엇보다 죽기 전에 주변 정리를 잘 해 놓고 죽어야 할 것 같은데
문제는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거지.
적어도 오늘은 아니겠구나 하며 자꾸 미룬다는 건데
나 죽기 전에 가장 시급하게 할 일은 책을 정리해 두는 건데
할 수 있을랑가 모르겠다.ㅋ

cyrus 2017-08-01 17:54   좋아요 1 | URL
죽는 날은 정확히 알 수만 있다면 저는 제가 모은 책들을 기부하고 싶어요. 그런데 제 책을 받아줄 장소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더 슬퍼집니다. ^^;;

겨울호랑이 2017-08-0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을 잘 키우는 사람이 있고,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이 있다고 하네요. cyrus님은 후자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cyrus 2017-08-01 17:56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저는 둘 다 키울 자격이 없습니다... ㅎㅎㅎ
성격이 게으른데다가 책 읽는 데 정신이 팔려서 동물, 식물 관리를 소홀히 합니다.
 

 

 

작년 8월에 내 서가 속 문학동네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이벤트에 응모하기 위해서 숨은 문학동네 찾기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출판사 초대전-당신의 서가에 한 권은 있다 첫 번째 이벤트를 담당한 출판사는 열린책들이고, 두 번째 출판사가 문학동네.

 

 

[숨은 문학동네 찾기] 2016816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8698286

 

 

이벤트 종료 이후에도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들 몇 권 더 샀다. 올해에 두 번째 문학동네 초대전이 열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첫 번째 이벤트와 달라진 점이 있다. 첫 번째 초대전 이벤트는 소장도서를 찍은 인증 사진을 올리는 형식이었다면, 이번 초대전 이벤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문학동네 책 한 권을 소개하면 된다. 늘 그렇듯 최애(最愛)한 책 한 권을 고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선택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모든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 순위제 형식의 글을 작성했다. 순위의 기준은 내 맘이다. 순위에 포함된 도서는 첫 번째 문학동네 초대전이벤트 종료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구입한 것들로 집계했다. 문학동네 소속 브랜드(임프린트) 출판사의 책들도 포함되었다.

 

나는 아예 안 읽은 책은 읽지 않았다고 분명하게 말하거나 도서 링크를 올리지 않는다. 순위에 포함된 도서 중에 안 읽은 것이 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리뷰가 아니다. 안 읽은 책을 링크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의도가 아니더라도 안 읽은 책(특히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간도서)을 잔뜩 올려놓기만 하고, ‘땡스투 적립금을 받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요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라고 해도 읽는 행위가 전혀 보이지 않은 글에는 읽는 이의 진지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책을 많이 산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게으른 독서는 여전하다. 그렇지만 당장 읽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읽을 기회가 반드시 찾아온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휴머니스트, 2014) 독서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서 무모하게 도전했던 다음 책이 진중권의 현대미학 강의였다. 지식이 전무한 햇병아리 고등학생이 하이데거, 데리다, 들뢰즈 등 난해한 사상가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할 리가 없었다. 현대미학 강의미학 오디세이만큼 쉬운 내용이라고 믿고 읽었다가 큰코다쳤다. 유튜브 방송 겨울서점을 진행하는 북튜버 김겨울(고려대학교 철학과를 나온 철학 덕후이다) 말씀이 맞더라. 그분은 철학을 공부하려면 제일 먼저 기초적인 입문서부터 찾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라딘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곰곰생각하는발님이 작년에 뱀파이어를 주제로 한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원 글에는 뱀파이어가 아니라 드라큘라가 언급되어 있다. 뱀파이어와 드라큘라의 관계를 경상도 사투리로 표현하자면 갸가 갸다. 어쨌든 아주 인상 깊은 글이다. 시간 있을 때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아아, 딱딱한 아가씨군] 곰곰생각하는발, 2016713일 작성

http://blog.aladin.co.kr/myperu/8620761

    

 

장 마리니뱀파이어드라큘라를 학문적 소재로 격상시켜 진지하게 연구한 전문가다. 마리니가 쓴 흡혈귀 : 잠들지 않은 전설(시공사, 1996)은 시공디스커버리총서에 포함된 책이고, 뱀파이어의 매혹은 문학동네 엑스쿨투라(Ex Cultura) 총서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엑스쿨투라 시리즈는 인문학 도서 위주로 나오는데, 그나마 읽기 쉬운 주제의 책이 뱀파이어의 매혹이다. 정말로 그런지 엑스쿨투라 총서 시리즈로 나온 다른 책들과 한 번 비교해보자. 헤겔, 아이티, 보편사(2012), 라캉, 끝나지 않은 혁명(2013). 빈곤과 공화국(2014). 어때? 내 말이 맞지?

 

    

 

 

 

       

  

 

 

문학동네 시인선전체 아니, 문학동네 출판사 전체를 대표하고 있는 새로운 스테디셀러 에이스. 기형도입 속의 검은 잎(1989)문학과지성사 시인선의 명실상부 에이스라면, 아직 역사가 짧은 문학동네 시인선의 에이스는 당연히 박준의 시집이다

 

강도가 약한 팩트 폭력을 시전하자면, 문학동네 시인선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박준 시집 한 권뿐이다. 이보다 강도가 조금 센 팩트 폭력. 애서가가 아닌 사람들은 박준의 시집만 알고 있지, 이 시집이 문학동네 시인선시리즈에 포함된 것이며 시집 시리즈 자체가 있는 것조차 모른다. 이거 웃자고 한 말이 아니다. 현재까지 알라딘에 남긴 문학동네 시인선리뷰의 수를 살펴보면 대충 감이 온다. 100자평을 제외한 독자리뷰 10편을 넘긴 시집이 딱 두 권뿐이다. 이문재의 지금 여기가 맨 앞(11), 그리고 박준의 시집(41). 100자평 한 개조차 달리지 않은 시집이 꽤 많다.

 

투자자들이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었던 명언이겠지만, 이 명언의 진리는 출판사들도 새겨들을 만하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이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스테디셀러를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독자들은 바구니에 담지 못한 책들이 뭐 있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가 알리지 않는 이상, 책의 존재에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당신이 살고 있는 맛의 세계’] 2017519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347905

 

 

    

 

 

 

 

 

 

 

 

 

 

 

 

 

이 책을 읽고, 내 맛의 선호 경향이 괴식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확신했다.

 

 

 

 

 

                  

  

 

[그림에 자유롭게 다가서기] 201775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439132

    

 

 

 

 

 

 

 

 

 

 

 

 

 

 

 

얼마 전에 이 책을 리뷰로 소개했으니, 여기서는 책과 전혀 관련 없는 딴소리를 해야겠다. 이번에 문학동네 초대전이벤트를 준비한 출판사 관계자들의 태도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트북스는 문학동네 소속 임프린트인데도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아트북스에서 나온 모든 책의 관련 이벤트항목문학동네 초대전이벤트 내용이 없다. 제발 문학동네 직원이면 아트북스 좀 응원, 아니 초대합시다!

 

 

 

 

 

                  

 

 

앞서 소개한 유경희씨의 책에 제임스 엘킨스의 그림과 눈물이 잠깐 언급된다. 책 소개를 유경희씨의 책에 있는 문장을 인용하면서 대신한다.

 

서재에 꽂혀 있던 제임스 엘킨스의 그림과 눈물을 다시 꺼내 보았다. 이 책은 그림 속에 그려진 눈물과 울음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림 앞에서 울 수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넌지시 부러움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는 그림을 보고 감동은 하지만 절대 울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미술사학자를 포함한 지적인 사람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어쨌거나 그의 말처럼 그림 앞에서 울 수 있는 건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정신과의사나 심리치료사를 찾아가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경희 가만히 가까이326)

    

 

 

 

 

                 

  

 

2000년 전후에 문학동네가 인문학 총서를 펴낸 적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모더니티 총서.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이 총서에 포함된 책 중에 재출간된 것은 단 세 권뿐이다. 노베르트 엘리아스의 죽어가는 자의 고독(2012), 두 권으로 이루어진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2012)이다.

 

라인하르트 코젤렉개념사연구를 주도한 독일의 역사학자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통해 과거를 알 수 있고, 미래에 대처할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코젤렉은 이 역사의 전통적 의미를 근대가 낳은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코젤렉의 개념사연구는 근대에 태동한 역사적 개념들, 즉 제국주의 · 문명 · 진보 등과 같은 단어를 형성하게 만든 역사적 배경들을 탐색하는 작업이다.

 

지나간 미래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어설프게 책 소개를 하고 싶지 않다. 정희진씨의 지나간 미래서평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다가가면 물러서는 미래] 정희진, 한겨레 (20151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8&aid=0002259132

  

 

 

  

 

    

               

 

 

비밀언어 시리즈는 인간의 꿈과 무의식, 예술작품 등에 등장하는 상징체계를 소개한 시리즈물이다. 이 시리즈물의 매력은 그림과 사진이 많다는 점이다. 프로이트 · 융 심리학의 상징이론, 신비주의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부담 갖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비밀언어 시리즈첫 번째 책 상징의 비밀최승자 시인이 번역했다. 현재 이 책과 사랑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지금 주문이 가능한 비밀언어 시리즈마음의 비밀딱 한 권뿐이다. 나머진 절판되었다. 사랑의 비밀사랑에 관한 백과사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사랑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도판과 인용된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삶과 죽음의 간격] 2017720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474883

    

 

 

 

 

 

 

 

 

 

 

 

 

 

 

 

김애란을 읽지 않은 십 년의 세월을 너무 아깝게 흘려보냈다. 바깥은 여름을 읽고서야 뒤늦게 김애란의 진가를 알았다.

 

    

 

 

 

 

 

[책으로 살찌운 영혼] 2017218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146201

 

 

  

 

 

 

 

 

 

 

 

 

 

 

 

  

사실 이 한 권의 책을 소개하려고 나머지 아홉 권의 책을 들러리로 세워 놨. 다치바나 다카시는 내 독서와 글쓰기에 가장 영향을 준 스승이다. 만약 그의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알라딘에 가입해서 글을 쓰고 있지 않았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내가 책을 많이 사게 만든 만악의 근원이다. 헌책방 탐방의 묘미를 알려준 사람도 다치바나 다카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교보문고매장에 사서, 이 책을 읽고 쓴 리뷰를 알라딘에 공개했다. 운이 좋아서 리뷰 대회 2등을 했다. 원래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양장본 50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세계문학전집 양장본 몇 권이 품절 상태였기 때문에 받지 못한 문학전집 대신에 테러리스트의 아들(2015), 미각의 비밀, 정치의 도덕적 기초(2017)를 받았다. 그러니까 이 책 세 권과 세계문학전집 양장본 47권을 받은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목재 사과 상자에 책을 보관하던 시절을 사과 상자 시대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다치바나 다카시를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오마주(Hommage)를 하고 싶어서 세계문학전집 양장본을 사과 담는 종이 상자에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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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31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31 14:38   좋아요 1 | URL
***님이 소개한 책 중에 제가 안 읽은 것이 많아요. ^^

레삭매냐 2017-07-3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지금도 읽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아서 안 사도 되지만 책쟁이들의 숙명처럼
그렇게 책을 사게 되네요.

예스24와 교보문고 쿠폰 때문에 뭔 책을 사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다가 싸이러스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어제 제임스 설터의 에세이집을 샀네요.
오늘은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을 사려구요.

cyrus 2017-07-31 14:43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찾기 힘든 책들은 무조건 삽니다. 2000년 전후로 나온 책들은 사서의 분류에 의해 퇴출당해서 서고로 향합니다. 서고에 있는 책을 빌릴 수 있지만, 사서 허락 없이는 못 빌려요. 저는 이 과정이 번거로워서 오래된 책들에 대한 애착이 강해요. ^^

transient-guest 2017-07-3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플라스틱으로 단단하게 만든 우유배달박스를 사용한 적도 있는데, 다치바나 다카시 선생의 책을 보고 나무상자를 찾아봤더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요즘은 나무상품이 비싸더라구요. 그냥 나오는 건 거의 구경할 수 없구요.ㅎ 겨울서점님의 낭독을 들으면서 서재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8월임에도 불구하고 쌀쌀한 밤, 뭔가 근사해지네요.ㅎㅎ LA에 살았더라면 아마 매주 한번 이상은 알라딘 중고서점 마당몰점을 들락거렸을 것 같아요. 미국이고 한국책이고 책안읽는 시절답게 은근히 절판된 좋은 책을 구할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배송서비스가 없어서 꼭 거길 가야만하기 때문에 가슴졸이게 만드는 책이 늘 몇 권씩 깄네요.ㅎㅎ

cyrus 2017-07-31 14:47   좋아요 0 | URL
우유 나르는 상자는 튼튼해서 책 보관용 상자로 안성맞춤이겠군요. 요즘 겨울님 유튜브를 보면 독서 욕구가 마구 생겨요. ^^

transient-guest 2017-07-31 14:48   좋아요 1 | URL
마구 중독되어가고 있습니다 ㅎㅎ

서니데이 2017-07-31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사면,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일이 생겨요.
새 책은 계속 눈에 들어오니까요. ^^;
cyrus님, 여기는 밖에 비가 오고 있어요. 바깥은 비오는 여름입니다.
편안한 오후 보내세요.^^


cyrus 2017-07-31 18:15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그리고 지갑에 있는 돈이 빠져나가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

서니데이 2017-07-31 18:16   좋아요 0 | URL
앗. 그것도 그렇네요.^^;

숨니 2017-07-3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언젠간 읽게 될 책 ㅎㅎㅎ

cyrus 2017-08-01 09:41   좋아요 0 | URL
당장 읽고 싶어서 사는 책보다 나중에 읽으려고 사는 책이 더 많습니다. ^^;;

clavis 2017-07-3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cyrus 2017-08-01 09:4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clavis님.

AgalmA 2017-08-0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편견이겠습니다만 박준 마리몬드 리커버 시집을 가지고 계신 게 언밸런스해서 재밌습니다^ㅋ^!
시집 자주 사다보니 제 취향의 시집은 주로 민음사더라는... 젊은 창작자 수혈에 적극적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요즘은 문동이랑 문지 시집 사기 참 쉽지 않아요....
47권이라고요! 리뷰 대회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군요! 축하요^0^

cyrus 2017-08-03 13:06   좋아요 1 | URL
동생이 박준 시인의 시집과 에세이집을 읽고 싶다고 해서 제가 주문했습니다. ^^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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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은 단 한 번뿐이다.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간이 역행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스티븐 호킹 경은 그건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처럼 바꿀 수 없는 시간은 회상과 상상을 통해 재생되고 변형된다. 시간을 복원하는 문학적인 시도가 일어나는 것이다. 김애란 작가는 무심코 지나쳐버린 범속한 일상의 시간으로부터 누구나 쉽사리 포착할 수 없는 그 이면의 진실들을 건져 올린다. 그 문학적인 시도의 결과물이 바깥은 여름(문학동네, 2017)이다.

 

김애란이 2000년대 젊은 소설의 대표 명사로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평론가 유종호김애란 소설의 특징은 개그적 재능이다. 개그처럼 즉흥과 되풀이가 많다고 했다. 이청준 선생은 김애란의 첫 번째 창작집 달려라, 아비(창비, 2005)장면만 제시하고 지나가는 TV 드라마와 같은 소설이라고 평가했다.[1]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에 그녀를 의혹과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 그렇게 넘겨짚은 분들이 있었다면 이번에 출간된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 바깥은 여름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유종호 평론가와 이청준 선생은 그 당시 국내 문단의 샛별이나 다름없던 김애란의 포텐(poten, 잠재력)이 얼마만큼 터질지 몰라서 성급한 평가를 했다. 나는 김애란에 대한 두 분의 표현이 지금으로선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애란 소설의 본령은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명민한 시선과 탁월한 조망에 있기 때문이다. 김애란은 죽음과 상실의 고통을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그녀의 소설에 우리가 살면서 느끼게 되는 시간의 모순과 같은 묵직한 소재도 녹아 있다.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몇 살일까.”,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어디 살까.”,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어찌될까.”[2] 침묵의 미래는 자기 자신을 향해 끈질기게 묻는 걸까. 침묵의 미래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진다. 독자들은 이야기 중간중간마다 나오는 질문 공세로부터 조금도 자유롭지 못하다. 독자는 끝도 없이 대답을 준비하거나, 혹은 혼잣말로 그때그때 질문들에 응수하면서 침묵의 미래와 대면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지금사는 사람들에게 언어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뭇 진지하게 묻고 있다.

 

직선적인 시간은 그저 미래를 향하여 순차적으로 흐르다가 어느 순간 멈춘다. 우리는 그 시간의 소유자를 라고 부르게 된다. 그 시간의 소유자가 세상에 종언을 고하는 순간, 로는 독해할 수 없는 치명적인 고독에 갇혀 버린다. 그것이 바로 죽음이다.

 

이들은 모두 이 세계에 단 하나뿐인 언어를 구사하는 마지막 화자들이다. 그리고 대부분 혼자 산다. 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자신이 쩌렁쩌렁한 모어(母語) 한복판에, 우주 한가운데에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끌벅적한 시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리고 뒤늦게 울어 봐야 소용없었다. 다 죽고 살아남은 건 오직 자기 자신과 엄청나게 아름답고 어마어마하게 정교해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그 뿐이라는 걸…‥ 결국 받아들여야 했으니까. 이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과 침묵 속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려 애썼다. (127~128)

 

마지막 화자는 소수언어를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을 의미하지만, 나는 이 대상을 좀 더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마지막 화자죽음 앞에 한발 짝 다가선 인간이다. 인간이 사라지면서 남게 된 언어는 사어(死語), 즉 생명력이 없는 무의미한 기호일 뿐이다. 죽음이라는 치명적인 고독 앞에 선 인간은 대화가 단절된 외로운 고아와 같다. 죽은 인간은 레테의 강물을 한 모금씩 마시게 되고, 살아생전 입안에 맴돈 언어가 씻겨 내려간다. 그렇게 강물에 떠내려간 언어는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고, 새롭게 태어난 시간의 소유자가 잊힐 뻔한 언어를 건져낸다. 하지만 소수언어박물관의 전시장에 갇힌 언어는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서 작가는 시간의 모순을 정면으로 포착한다. 과연 기억하기 위해서 보존이라는 목적으로 전시장에 갇힌 언어가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차라리 죽어서 박제가 된 언어들이 레테의 강물에 떠내려가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기억해야 할 것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기억의 보존성을 비판한다.

 

죽음과 상실의 경험. 오늘을 살아가는 그것과 같은 불안함과 공포를 느껴 본 것이 언제였을까. 우리는 충격적인 공포 경험으로부터 한 발짝 벗어나 있다. 살면서 겪을 일이 많지 않다. 우리는 대개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김애란은 잊을 만하면 이 어려운 질문을 독자에게 재차 묻는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 남편을 잃은 명지가 스마트폰 인식음성 프로그램 시리(Siri)에게 던지는 질문은 죽음이란 무엇인가’, 즉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화두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259)

 

사실 이 질문은 익숙하다. 일상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본질적인 낯익은 질문, 그러나 이 문제는 늘 죽음에 대한 불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풍경의 쓸모 시작 부분에서 나오는 사진기의 플래시 불빛은 평온한 일상에 묻힌 죽음에 대한 불안을 살짝 비춘다.

 

햇빛이 충분치 않은 공간에서 이따금 플래시가 터졌다. 사진기는 펑! ! 시간에 초크질을 하며 현재를 오려갔다. 플래시 소리는 낙하산 퍼지는 기척과 비슷해 우리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함께 살았다는 안도를 줬다. 운전자를 덮치는 에어백마냥 푹신한 충격을 줬다. (150)

 

죽음의 실재를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죽음에 의한 상실은 마음 어딘가에 꼭꼭 숨겨진 불안과 공포의 근원으로 자리한다. 인간은 누구나 늙을 수밖에 없고 결국 죽음을 맞게 마련이지만 누구도 이 같은 사실을 선선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가리는 손는 자신이 일하는 곳인 요양병원에서 자신이 늙은 모습을 생각하게 되고, 늙은 엄마의 모습을 회상한다. 보통 늙는 것이 죽음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서 그러한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은 아니다. 늙어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신체 증상을 직접 겪거나 눈으로 보게 되면 노화를 두려워한다.

 

죽을 때까지 우린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보고, 듣고, 말하고, 마시고, 먹고, 느낀다. ‘인생이라는 이 소중한 시간이 그러한 행위의 끝없는 반복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시간은 사람의 기분에 따라 어떨 때는 짧게, 어떨 때는 길게 느껴지게 한다. 기분이 나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반대로 기분이 고조돼 있을 때는 주변의 일에 집중하는 탓에 시간의 신호에 신경 쓰지 않는다.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불편한 시간은 한없이 길게 늘어지는 이유다. 입동에서의 시간은 존재하는 것들을 모조리 집어 삼키는 거대한 소용돌이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는 삶에 대한 의욕마저 시간의 소용돌이 속으로 흘러 보낸다. 부부의 시간은 빨기 감기한 필름처럼 확 스쳐 지나간다.

 

우리는 평소와 다름없는 나날을 보내려 애썼다. 그러니까 어제와 같은 하루, 아주 긴 하루, 아내 말대로라면 다 엉망이 되버린하루를. 가끔은 사람들이 시간이라 부르는 뭔가가 빨리 감기한 필름마냥 스쳐가는 기분이 들었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한. 점점 그 폭을 좁혀 소용돌이를 만든 뒤 우리 가족을 삼키려는 것처럼 보였다. (20~21)

 

상실감에 빠진 사람은 허무 의식을 드러낸다. 매일 자연스럽게 행하던 일들이 전부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억지로 해야 하는 짐처럼 느껴진다. 깊은 슬픔은 일상생활을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든다. 소중한 존재를 잃을 때 오는 상실감이 특히 혼자 극복하기 힘들다. 노찬성과 에반 의 노찬성은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자 반려견 에반의 죽음을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다. 상실감에 빠질 땐 죄책감이란 감정도 끊임없이 괴롭힌다. 마음이 여린 에반은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생각 혹은 살아있을 때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 자의 고통과 슬픔이 강할수록 세상과의 단절을 부를 위험이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린 부부의 시간, 그리고 에반과의 작별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찬성의 모습이 독자의 명치 끄트머리를 아프게 찔러온다.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어느 정도로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의 명지와 가리는 손를 닮았을 것이다. 김애란 소설을 읽으면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죽음을 통해서만 우리는 타자의 진실, 나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현실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죽음과도 같은 아픔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출구는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작은 희망의 빛 한 줄기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못 찾은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내게는 바깥은 여름의 다소 아쉬운 측면이기도 하다. 만일 작가가 이런 작은 선물이라도 독자들에게 허여하지 않았다면, 나는 매우 서운했을 것이다. 바깥은 여름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얽매이고, ‘죽음에 묶여 버린 인간의 내면 심리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삶과 죽음을 깊이 사유하도록 한다. 어쩌면 김애란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틀에 박힌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김애란이 그려내는 일상 풍경의 기저에 잠재적 불안의 근원이 있는 것은, 이런 점에서 보자면 당연해 보인다. 우리가 체감하는 삶과 죽음의 간격은 그다지 크지 않다.

 

 

 

 

[1] 커버스토리-‘달려라 아비의 김애란(주간경향, 200767)

[2] 침묵의 미래123, 125,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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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1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21 17:49   좋아요 1 | URL
어머니가 사고로 한 달 간 입원한 적 있습니다. 그때 정말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내심 불안했고, 걱정했습니다. 그 일을 겪은 이후부터 사고는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표맥(漂麥) 2017-07-21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를 의혹과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 그렇게 넘겨짚은 분들이 있었다면... (순간 헉! 어찌 알고...) 이번에 출간된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 《바깥은 여름》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소설 잘 안읽지만 이 책은 읽어봐야겠구나...) ^^

cyrus 2017-07-22 14:01   좋아요 0 | URL
누구나 다 그렇습니다 신인 작가에게 대하는 반응이 기대 반 의심 반입니다. ^^;;

페크pek0501 2017-07-27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려라, 아비》를 읽고 김애란 작가의 진가를 본 듯했어요.
개그 같은 면이 있어서 재미있으면서도 깊음이 있었어요.

cyrus 2017-07-30 09:52   좋아요 0 | URL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다 읽고나서 한국 작가의 소설에 무관심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
 
녹색동물 - 짝짓기, 번식, 굶주림까지 우리가 몰랐던 식물들의 거대한 지성과 욕망
손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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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척박한 모래땅이나 바윗덩어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식물들이 있다. 어쩌다 재수 없게 그곳에 뿌리를 내린 것이 아니다. 다른 식물들이 마다하는 곳을 자기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 자기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는 생존전략을 구사했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숲속의 나무와 풀은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대개는 지나친 경쟁을 피하고 생장 조건의 틈새를 찾아 불리한 환경을 극복해나간다. 언뜻 보면 지구를 지배하는 것은 동물, 특히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류를 차지하는 것은 식물이다.

 

<EBS 다큐프라임-녹색 동물>은 식물의 생존 전략을 담기 위해 2년여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 제작팀 프로듀서인 손승우 씨는 엄청난 자연의 원리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책에 많은 사진을 담았다. 이 책에 접사 사진이 많다. 그냥 눈으로 지나치며 보는 것과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은 그 재미가 다르다. 책의 순서는 프로그램 형식과 비슷하다. 식물의 식욕, 성욕, 그리고 번식욕을 다룬다. 잠깐만! 여기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식물도 인간처럼 식욕, 성욕, 번식욕이 있을까. 그렇다. 식물도 생물이다. 모든 생물의 지상 최대의 과제는 유전자의 존속과 번성이다. 동물들의 깊숙한 곳에 새겨진 생존의 목적은 오로지 종족 번식인데 하물며 식물이라고 번식의 욕구가 없을 리 없다. 식물들은 종족을 번식시키려면 잘 먹고, 짝을 잘 만나야 한다.

 

실새삼은 숙주 식물, 특히 콩과 토마토 줄기에 달라붙어 생활하는 기생식물이다. 이 녀석은 별나다. 숙주 식물을 찾을 때 냄새를 맡는다. 식물이 냄새를 맡는다? 이거 실화냐고? 그래, 사실이다. 실새삼은 토마토가 뿜어내는 화학성분을 감지하면 그 줄기를 향해 맹렬히 덩굴을 뻗어 나간다. 많은 식물은 꽃이나 열매로 곤충들을 유인하고, 거의 모든 식물이 뿌리를 통해서 잎을 통한 광합성으로 영양분을 흡수한다. 이런 식물들과 달리 벌레잡이 식물은 토양에서 충분한 영양분을 얻지 못한다. 벌레잡이 식물은 흙을 거의 구경하기 어려운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곤충을 유인해서 사로잡고 소화하여 영양분을 얻는다. 네펜데스(Nepenthes)는 소화액이 담긴 긴 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통은 잎과 줄기가 변형되어 만들어진 기관이다. 커다란 통을 가진 네펜데스 라자(Nepenthes Lajah)’는 들쥐까지 잡아먹을 수 있다. 살 수만 있다면 뭐든지 먹을 수 있는 식물이 네펜데스다. 네펜데스의 일종은 박쥐의 배설물을 받아먹기도 한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은 꽃이 필 때 꿀을 좋아하는 곤충이나 동물을 불러 유전자가 실린 꽃가루를 나르는 심부름을 시킨다. 꽃은 식물의 생존 전략에서 가장 원초적인 기관이라 볼 수 있다. 식물은 곤충들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색깔과 달콤한 향기, 의도적으로 배치된 꽃잎을 무기로 완벽한 시각적 구도를 개발해왔다. 자손의 번성을 위해서 씨앗을 퍼뜨리는 방식도 식물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민들레 씨앗처럼 깃털을 만들어 바람에 실어 보내기도 하고, 겨우살이 같은 경우는 새들을 이용해 나무를 옮겨 다닌다. 겨우살이는 스스로 나무를 옮겨 다니며 번식할 수 없다. 겨우살이 열매는 겨울에 먹이를 구하지 못한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다. 하지만 열매를 먹는 새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끈적끈적한 점액으로 이루어진 열매를 먹으려면 씨앗을 발라내야 한다. 새들이 이것을 먹고 나서 부리에 붙은 씨앗을 떼어내려고 다른 나뭇가지에 부리를 비빌 때 씨앗이 들러붙게 된다. 점액이 마르면 접착제가 된다. 그래서 씨앗은 나뭇가지에 떨어지지 않고, 그 상태로 싹이 나와 나뭇가지에 뿌리를 박는다.

 

과거에 인간은 식물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식물도 의식 체계를 가졌는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식물은 제자리에 꼼짝 못 하고 선 채 그저 생명만 이어가는 존재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식물도 인간처럼 욕망한다. 그 욕망이 있어서 식물들은 잘 먹고, 잘 살고, 성공적으로 번식하려고 노력한다. 불모지에 꿋꿋하게 자라는 식물들을 들여다보면 삶의 무게로 힘들어할 때 힘을 얻는다. 생존하려는 욕구를 가진 식물들은 말없이 인간에게 삶의 자세를 가르친다. 광활한 자연 속에 열악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다. 이렇게 자연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가르침을 준다.

 

   

 

Trivia

 

* 313쪽에 구더기 떼가 끓고 있는 동물 사체를 찍은 사진, 350쪽에 불에 타 죽은 메뚜기를 근접해서 찍은 사진이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약혐(약간 혐오)’일 수 있으니 책을 읽기 전에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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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0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20 18:22   좋아요 1 | URL
식물이 대단한 게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을 기어이 알아냅니다.
 

 

 

 

신동준 21세기 정경연구소장을 딱 한 마디로 평가한다면 그를 악마의 재능이라고 부르고 싶다. 2013, 신 소장은 시사평론가직함을 달고 TV조선의 <장성민의 시사탱크>의 패널로 출연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시사평론가로 보일 수 있는데, 그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점 하나 있다. ‘막말이 문제였다. 2015년 그는 연합뉴스TV’에 출연하여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런데 신 소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향한 막말은 그게 처음은 아니었다. 신 소장은 종편 채널에 출연하여 지방선거를 앞둔 박원순 후보의 친환경 급식 공약에 대해 농약급식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결국, 신 소장의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연합뉴스TV 측은 그에게 출연 금지를 조치했다.

 

요즘 신 소장은 고전 번역 및 저술 그리고 강연 활동을 열심히 한다. 올해 상반기에 그가 펴낸 책은 총 6. 2015년에 신 소장은 학오재(學吾齋)’라는 전자책 전문 출판사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94종의 전자책을 출판했다. 식지 않는 그의 저술 열정에 존경을 표한다. 종편에 나와서 '극우'에 가까운 막말만 하지 않았으면 그는 방송에 출연하면서 고전 강연을 했을 것이다.

 

 

 

 

 

신 소장이 우리말로 옮긴 고전 일부는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나온 것인데, 이 출판사의 아량이 보통이 아니다. 신 소장이 쓴 책의 정가 대부분은 비싼 편이다. 신 소장이 번역한 한비자(인간사랑, 2012)의 정가는 59,000이다. 그런데 이 책이 올재 클래식스 23차 도서로 나오게 된다. 학오재에서 나온 전자책 한비자의 정가는 29,000이다. 올재 클래식스 한정판으로 나오게 될 한비자의 정가는 1, 2권 합쳐서 5,800이다.

 

올재 클래식스 23차 도서로 선보이는 상군서도 신 소장이 번역한 것이다. 물론, 이 책도 2013년에 인간사랑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정가는 20,000이다. 신 소장의 책이 올재에 나올 때마다 정말 이래도 되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 책을 싸게 살 수 있어서 좋긴 하다.

 

고전연구가 이석명 씨가 옮긴 회남자(소명출판, 2010)는 원래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지원받아 만든 책이다.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로 나온 책들은 전문적인 내용인데다가 책값도 비싸다. 이런 책을 전공자나 연구원이 아닌 이상 일반 독자가 사는 건 부담스럽다. 소명출판사에 나온 회남자를 장만하려면 75,600을 지불해야 한다. 이 가격은 1, 2권을 합친 정가에서 10% 할인된 것이다.

 

내일부터 교보문고에 판매되는 올재 클래식스 23차 도서를 놓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소개된 총 5권의 책을 14,500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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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0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20 15:32   좋아요 3 | URL
신 소장의 막말 방송을 생각하면 그가 ‘고전을 재해석한 책’은 안 보게 됩니다. 고전을 해석하는 과정에 저자의 정치적 이념이 스며들 수 있거든요. 신동준 씨의 책을 비판한 어느 분의 글을 보면서 알았습니다.

bgkim 2017-07-20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재 출판인이 전 국회의원 홍정욱이라면서요 배우 남궁원씨 아들이구요

cyrus 2017-07-20 17:16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

2017-07-20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20 18:26   좋아요 1 | URL
고전을 오독하지 않으려면 여러 사람들이 쓴 것을 다 읽어봐야 합니다. 힘든 일이지만, 한 사람의 가치관이 반영된 고전에 속지 않으려면 많이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

bgkim 2017-07-20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정도죠

레삭매냐 2017-07-20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론은 사지 말아야겠네요.

cyrus 2017-07-20 23:58   좋아요 1 | URL
김원중 씨가 번역한 《한비자》도 있으니 번역본 선택은 자유입니다. ^^

비로자나 2017-12-08 0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아시아 고전 연구자 중에서는 참으로 안타깝게 흑화한 케이스인데,
번역서에서 딱히 그런 부분이 투영되지는 않는 편인지라 ... ^^

cyrus 2017-12-08 11:58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제가 신동준 씨가 번역한 고전을 읽어보지 않아서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