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들 이매진 컨텍스트 42
R. W. 코넬 지음, 안상욱.현민 옮김 / 이매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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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남자가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 수많은 감정의 기복을 겪는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딱 하나 있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믿음. 눈물을 흘리고 싶어도 남자가 그까짓 일로 울면 안 된다라는 시선 때문에 감정을 수축시키며 살아왔다. 특히 한국 남성들은 강한 남자가 돼야 한다는 경쟁심리 속에서 살아왔고, ‘남성성은 어느새 이들의 삶을 살아가는 인식의 지도가 되었다. 남성이 쥐고 있는 이 낡은 인식의 지도가 시대와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어떻게 만들었는지 추적한 책이 R.W. 코넬남성성/(이매진, 2013)이다.

 

천지개벽이니 상전벽해니 하는 말로도 어쩌면 부족할 것 같다. 기나긴 세기 동안 있었던 남성성의 형성 과정을 묘사하려면 말이다. 근대의 남성성개념은 한 사람의 행동을 여성성과 견주어서 규정한다. 남성성과 거리가 먼 사람은 종종 부정적인 것(‘눈물이 많은 남자는 남자답지 못하다’,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으로 폄하됐다. 그렇지만 남성성을 성격과 행동 등 개인성(individuality)을 근거로 단순하게 정의하는 것은 젠더 분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젠더가 육체적 경험, 인격, 문화가 만들어내는 사회문화적 구성물이라면 남성성은 애초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제도 담론이 그렇게 명명하고 실천하도록 지식 체계를 동원한 결과가 된다. 따라서 젠더는 사회적 실천이며 사람들은 남성성여성성이라는 이름으로 젠더를 배치한다. 저자는 젠더를 배치하는 실천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재생산의 무대라고 말한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특징은 남성 중심적, 남성 우월적 가치평가, 남성에 의한 여성지배 구조의 재생산적 구조 등을 들 수 있다. 가부장제 문화에서 자란 사람은 가부장제 사회관계를 재생산한다. 헤게모니(hegemony, 주도권)를 잡은 남성들은 여성을 현모양처의 틀에 가둬놓았고, 동성애 남성에게 남성성에 배제된 비정상적 존재라는 낙인을 새겼다. 헤게모니 남성성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특성을 보인다. 국가는 신체가 건강한 남성에게 나라를 지키는 애국심 강한 군인으로, 기업은 일할 수 있는 남성에게 국가 경제의 기둥이라는 이름으로 남성성을 전시하고, 남성에게 주도권을 부여한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 ‘국가 경제의 기둥에 배치되지 못한 동성애 남성과 여성의 능력은 무시 받고, 자연스럽게 사회적 지위가 격하된다. 동성애 남성, 트랜스 남성(female-to-male transgender)은 헤게모니 남성성을 실천하는 재생산의 무대에서 추방당하는 종속된 남성성 된다.

 

최근에 와서 전통적인 성역할 구분은 현대 사회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을 뿐더러 인간이 타고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데에 장애요인이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이들은 성역할의 이상적인 모델로서 심리적 양성성의 개념을 제시한다. 심리적 양성성이란 한 개인이 강인한 남성성과 섬세한 여성성 모두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양성적인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남성적 역할과 여성적 역할을 융통성 있게 적절히 수행할 수 있다. 잃어버린 남성성을 회복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대안 중 하나가 심리적 양성성이다. 현실에서 무너진 헤게모니 남성성(실추된 권위)심리적 양성성으로 보상하려 한다. 하지만 심리적 양성성을 중심으로 한 남성 운동은 기껏해야 단순 논리 차원에서 남성의 권위만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뿐이며 가부장적 구조의 기반을 다시 세우는 데 일조한다. 또 성차별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다.

 

남성성은 헤게모니 남성성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젠더 질서에 가장 높은 정점에 위치한 헤게모니 남성성은 남성성의 모범으로 자리 잡아 동성애 남성이나 트랜스 남성 같은 특정 유형의 남성성을 차별하고, 혐오한다. 헤게모니 남성성을 수호하는 남성은 자신이야말로 진짜 사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진짜 사나이란 없다. 오늘날 혐오와 차별을 양산하는 재생산의 무대위의 주인공은 남성이다. 그들이 입고 있는 무대복은 헤게모니 남성성이다. 이제 여성들도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남성을 위한 연극을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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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5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15 22:35   좋아요 1 | URL
살아있는 존재는 서로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야 합니다. 문제는 관계축이 한쪽으로 쏠리면 문제죠. 그렇다고 다른 존재를 아예 없으면 평형 관계가 완전히 무너집니다.

sprenown 2017-09-1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모두 남성성과 여성성을 같이 갖고 있지 않나요? 상황에 따라 그 성향이 발현되고요..다만 남성성이 지나치게 우세하고, 그걸 장려하는 사회문화가 문제라는 것은 알지만요.

cyrus 2017-09-16 05:18   좋아요 1 | URL
칼 융이 남성과 여성이건 모두 적어도 남성성과 여성성 일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의 주장을 선호합니다. 남성 운동론자들이 이 주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문제는 남성이 유리하도록 해석합니다. 양성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레즈비언의 남성성을 인정하지 않는 인식이 남아 있습니다.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 - 과학과 사회를 관통하는 생각의 힘을 찾다!
김동광 외 지음 / 궁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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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미래’를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래’라고 하면 어두운 불안보다는 무엇인가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희망을 떠올린다. 현재는 비록 어둡고 괴롭더라도 언젠가 가능성의 미래가 있기에 참고 이겨나가는 것이 인간사가 아니던가. 과학은 세상의 바람직하지 못한 상태를 좀 더 바람직한 상태로 변화시키는 과정에 기여한다. 20세기 전까지만 해도 과학은 세상을 분명한 것으로 그려냈다.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과학은 언제 어디서 ‘불확실성’이라는 괴물로 변할지 모른다. 아무리 과학기술을 잘 활용하여 변화를 촉발한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변화가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 어떠한 결과와 영향을 가져올지 명확하게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사회 현상을 일으키는 복잡한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지식을 우리가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불확실성으로 충만해 있다. 따라서 정부 관료나 과학자 등 권위를 가진 전문가들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거나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과학센터’에 소속된 총 여덟 명의 과학기술 사회학(science technology & society, STS) 연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민주적 논의와 토론’을 강조한다.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궁리, 2017)는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여덟 가지 사회 문제(구제역, 변형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전자변형식품 논란, 화학물질 규제, 우울증 치료법, 핵발전소의 안정성,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후 변화 대응 방안)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진지한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구제역은 전염성이 강해 세계동물보건기구가 인정한 가장 위험한 A급 질병으로 분류되어 있다. 구제역은 일단 발병하면 불가항력적이다. 정부는 전염병 확진 판정이 난 농장은 물론 주변의 돼지와 소, 염소, 양, 사슴을 모두 살처분한다. 2010년 최악의 구제역 사태 당시,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의 70% 이상이 환청이나 불면증 등 정신적 후유증을 겪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은 극히 제한적이다. 정부의 조치는 소독과 이동제한, 살처분이 고작이다. 무자비한 가축 살처분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동광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원은 구제역의 피해에 대한 판단을 독점하고, 가축 방역에 대한 낮은 의식을 가진 정부의 자세를 비판한다. 가축전염병으로 인해 수조 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가축방역 전담조직은 미미하다. 체계적인 방역 장비 및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의 대책을 내놓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건 큰 문제다.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의 글은 유전자변형식품을 둘러싼 찬반 입장이 균형 있게 정리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GM 어류에 내용이 나온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 유전자를 조작시킨 식품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이의 유해성에 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문제는 유전자변형식품이 인체 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연식품의 경우 인간이 오랫동안 섭취해온 것이라 인체가 완벽히 적응된 상태다. 그러나 유전자변형식품은 인체로서는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어서 인체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지적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유전자농작물로 만들어진 가공식품에 유전자조작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유전자농작물의 수입, 판매를 금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전자변형식품 표시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크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

 

막대한 건설비, 안전성,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원전의 안전성과 장래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일고 있지만, 원전은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전원(電源) 중에서 효율성과 경제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이 없다시피 한 우리나라로서는 원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박진희 시민과학센터 소장과 이영희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계와 필요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원전 딜레마’를 풀기 위해서는 원자력을 다루는 사회적 합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정-발표’로 이어지는 정부의 권위주의적 방식을 버리고, 시민 사회와 정부, 원자력 사업자가 함께 원전 문제 및 탈핵 대안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는 과학 논리만으로 다 해명되지 않는 과학 안의 갈등, 논쟁, 권위 같은 사회적 요소들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과학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과학지식의 절대적 권위에 익숙하고, 과학기술을 마치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예상 가능한 확실성으로 착각하는 이들에겐 낯설기까지 하다.

 

정치 세력 혹은 정치적 이념이 과학에 의지하면 돈 혹은 명예를 누리려는 기회주의자들이 빌붙게 마련이다. 이런 세력이 퍼뜨리는 거짓 정보에 속지 않으려면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 무지가 낳은 편견은 어떤 자기 검열 과정을 무시하고 거짓과 교만을 먹이 삼아 자란다. 집단적 편견이 지배 담론으로 일방적으로 행세하는 사회가 되면 사회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활성화하지 못한다.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는 그 갈등을 야기한 쟁점을 충분히 공론화해서 이해당사자들뿐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 숙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숙의란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하는 자세이다. 다시 말해서 다양한 논의와 사회적 학습이 중요하다. ‘확실한 해답’만 찾으려는 논쟁은 타협할 수 있는 값진 학습기회를 포기하는 일이다. 그 결과 사회의 불확실성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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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09-14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주적 논의와 토론’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죠.

cyrus 2017-09-14 19:09   좋아요 0 | URL
당연한 건데,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을 봐서는 힘들어 보입니다. ^^;;

표맥(漂麥) 2017-09-14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때 ‘미래’는 밝음이었지만... 지금은 우울할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항상 한 귀퉁이를 붙들고 있습니다... 과학을 공부하면 불안이 좀 줄어들까요? ^^

cyrus 2017-09-14 21:00   좋아요 0 | URL
과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아직 과학이 풀지 못한 현상이 많습니다. 그리고 과학이 ‘만능 열쇠‘가 될 수 없습니다. ^^

감은빛 2017-09-15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읽어봐야겠네요.

과학자 혹은 전문가에게만 맡겨서는 절대 안된다는 걸
황우석 사태 때 뼈저리게 느꼈을텐데,
지금 핵마피아들은 또 똑같은 말들을 반복하고 있네요.
그들이 소위 전문가라면,
탐욕에 눈이 멀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스스로 깨우쳐야 하지 않을까요?

cyrus 2017-09-15 22:45   좋아요 0 | URL
이 책에 ‘원전’,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다룬 두 편의 글이 나옵니다. 그런데 탈핵 문제를 심도 있게 접근하는 감은빛님의 수준을 생각하면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소개하는 글로 보일 수 있습니다.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어요. ^^;;

sprenown 2017-09-15 1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과학의 조직된 회의주의 정신은] 과학이 다른 영역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저항의 원천이 된다. 종교계 쪽에서의 저항은 경제나 정치적 그룹의 저항에 비해서 이제 덜 중요해졌다. 최근 저항들은 과학의 특정한 발견이 종교, 경제, 정치의 영역에서의 도그마를 부인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저항과는 거리가 멀다. 반대로 최근의 저항들은 과학의 회의주의가 기존 권력의 분배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나타나는 상당히 모호하지만 넓게 확산되어 있는 양상을 띤다. 머튼, 「과학의 규범적 구조」 (1942) 중에서

cyrus 2017-09-15 22:48   좋아요 0 | URL
지나친 회의주의는 과학을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학문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저는 과학의 회의주의가 삶을 즐겁게 해주는 상상력까지 제한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화성 연대기》는 ‘화성’을 소재로 한 28편의 단편소설을 연작 형태로 꾸민 작품이다. 1950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로 두 편의 작품이 추가되면서 여러 권의 판본이 나왔다. 그래서 국내 번역본(샘터, 2010)에는 2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다행히 나머지 두 편도 번역되었고, 《일러스트레이티드 맨 : 문신을 새긴 사나이와 열여덟 편의 이야기》(황금가지, 2010)《레이 브래드버리 :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편》(현대문학, 2015)에 각각 수록되어 있다.

 

 

 

 

 

 

 

 

 

 

 

 

 

 

 

 

 

 

* …In This Sign / November 2002 : The Fire Balloons (1951)

불덩어리 성상

 

 

 

 

 

 

 

 

 

 

 

 

 

 

 

 

 

 

* The Wilderness / May 2003 : The Wilderness (1952. 11)

황야

 

 

 

 

『불덩어리 성상』 1974년 영국에 출판된 《화성 연대기》(원제는 ‘The Silver Locusts’)에 처음 수록되었다. 그 후 1979년 보급판, 출간 40주년 기념판에도 수록되었다. 『황야』는 1974년 영국 판본, 1979년 보급판, 1997년 판본 순으로 수록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1997년 판본은 ‘31년 후’의 미래를 묘사한다는 설정으로 되어 있다. 1950년 제1판본의 연대는 1999년부터 2026년까지 설정되었고, 1997년 판본의 연대는 2030년부터 2057년까지 정해져 있다. 연대는 달라도 제1판본 내용과 똑같다.

 

 

 

 

 

 

《화성 연대기》 (국내 번역본) 수록작 원제와 발표연도

 

 

 

* The Watchers / November 2005: The Watchers (1945. 5)

200511월 지켜보는 사람들

 

 

* The Million-Year Picnic / October 2026: The Million-Year Picnic (1946)

202610월 백만 년짜리 소풍

 

 

* ...And the Moon be Still as Bright / June 2001: And the Moon be Still as Bright (1948. 6)

20016월 달은 지금도 환히 빛나건만

 

 

* The Earth Men / August 1999: The Earth Men (1948. 8)

19998월 지구인

 

 

* The Long Years / April 2026: The Long Years (1948. 9)

20264월 긴 세월

 

 

 

 

 

 

 

 

 

 

 

 

 

 

 

 

 

* 최세진 외 공역 SF 명예의 전당 2 : 화성의 오디세이(오멜라스, 2010) 

 

 

* Mars Is Heaven! / April 2000: The Third Expedition (1948)

화성은 천국! ('오멜라스' 번역본 제목) / 200043차 탐험대

 

 

 

* The Off Season / November 2005: The Off Season (1948. 12)

200511월 비수기

 

 

* The Spring Night / August 2005: The Summer Night (1949)

1999년 8월 여름밤

  

 

* The Silent Towns / December 2005: The Silent Towns (1949. 3)

200512월 적막에 휩싸인 도시들

 

 

* Impossible / September 2005: The Martian (1949. 11)

20059월 화성인

 

 

* I’ll Not Ask for Wine / February 1999: Ylla (1950. 1)

19992월 일라

 

 

* Carnival of Madness / April 2005: Usher II (1950. 4)

20054월 어셔2

 

 

 

 

 

 

 

 

 

 

 

 

 

 

 

 

 

* 김상온 역 최후의 날 그후 : SF거장 14인이 그린 핵전쟁 그 이후의 세상

(에코의서재, 2007)

 

  

* August 2026: There Will Come Soft Rains (1950. 5)

부드러운 비가 올 거야('에코의서재' 번역본 제목) / 20268월 부드러운 비가 내리고

 

 

* December 2001: The Green Morning (1950)

200112월 녹색 아침

 

 

* August 2002: Night Meeting (1950)

20028월 한밤의 조우

 

 

* June 2003: Way in the Middle of the Air (1950)

20036월 하늘 한가운데 난 길로

 

 

* January 1999: Rocket Summer (1950)

19991월 로켓 여름

 

 

* February 2003: Interim (1950)

20032월 그 사이에

 

 

* February 2002: The Locusts (1950)

20022월 메뚜기 떼

 

 

* November 2005: The Luggage Store (1950)

200511월 가방 가게

 

 

* April 2003: The Musicians (1950)

20034월 연주자

 

 

* August 2005: The Old Ones (1950)

20058월 노인들

 

 

* August 2001: The Settlers (1950)

20018월 이주자

 

 

* October 2002: The Shore (1950)

200210월 바닷가

 

 

* March 2000: The Taxpayer (1950)

20003월 납세자

 

 

* 2004-05: The Naming of Names (1950)

2004~2005년 이름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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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미소를 띠고 있는 『모나리자』(Monna Lisa). 이 그림은 피렌체의 부유한 상인 프란체스코 델 조콘다(Francesco de Gioconda)의 세 번째 부인을 그린 초상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쏭달쏭한 미소를 짓는 이 여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동성애자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자신의 자화상을 여성화시켰다는 의견도 있다.

 

 

 

 

 

『모나리자』가 있는 루브르박물관(Musee du Louvre)에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그림이 있다. 벌거벗은 두 여인이 욕조에 들어가서 묘한 행동을 한다. 왼쪽 여인이 오른쪽 여인의 유두를 쥐고 있다. 왼쪽 여인은 마치 뜨거운 것이라도 잡는 양 왼손가락으로 아슬아슬하게 반지를 잡고 있다. 가슴의 유두를 잡은 왼쪽 여인의 자세는 이름 모를 남성 화가가 의도한 연출이다. 저기요, 아재! 당신의 시선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다 알고 있어요.

 

 

 

 

 

 

자, 가슴은 그만 보고, 욕조가 있는 방의 구조를 살펴보자. 불이 타오르는 난로 옆에 바느질하는 여인이 있다. 여인의 머리 위에 작은 그림 액자가 걸려 있다. 그런데 액자 크기가 너무 작다. 아무리 두 눈을 크게 떠봐도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다. 난로 위에도 그림 액자가 있는데, 절반이 가려져 있다. 비스듬히 누워 있는 모델의 다리만 보일 뿐이다.

 

 

 

 

 

 

 

 

 

 

 

 

 

 

 

 

 

 

 

 

 

 

 

 

 

 

 

 

 

 

* 김복래 《프랑스 왕과 왕비, 왕의 총비들의 불꽃같은 생애》 (북코리아, 2006)

* 나가노 교코 《무서운 그림 2》 (세미콜론, 2009)

* 엘리아 보슈롱 《수수께끼에 싸인 미술관》 (시그마북스, 2014)

* 유경희 《가만히 가까이》 (아트북스, 2016)

 

 

 

작자 미상의 그림을 보는 사람보다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다행히 그림 제목이 알려져서 관람객은 벌거벗은 두 여인이 누군지 짐작할 수 있다. 반지를 쥔 오른쪽 여인이 프랑스의 왕 앙리 4세(Henri IV)의 애첩 가브리엘 데스트레(Gabrielle d'Estrées)다. 왼쪽 여인은 가브리엘 데스트레의 동생 빌라르 공작부인(duchesse de villars)이다. 공작부인은 왜 언니의 유두를 쥐고 있을까?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관람객들은 저 두 사람을 '수수께끼 자매'라고 불렸을 것이다.

 

이 그림이 제작된 16세기 당시에 가슴의 유두 상태로 여성의 임신 여부를 판단했다. 따라서 동생의 행위는 가브리엘의 임신 사실을 암시하며 바느질하는 여인은 장차 태어날 아기(왕의 자식)가 입게 될 배냇저고리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앙리 4세의 전처는 여왕 마고(La Reine Margot)’로 알려진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Marguerite de Valois)였다. 마르그리트는 왕의 아이를 낳지 못했고, 왕은 매력적이고 자식까지 낳아줄 수 있는 가브리엘과 어울려 다녔다. 왕은 한때 58명의 애첩을 거느린 호색가였다고 한다.

 

 

 

 

 

 

 

 

 

 

 

 

 

 

 

 

 

 

* 다카시 하마모토 《반지의 문화사》 (에디터, 2002)

* 원종옥 《그림에서 보석을 읽다》 (이다미디어, 2009)

 

 

 

가브리엘의 손에 쥔 반지는 앙리 4세와의 약혼을 알리는 의미심장한 상징이다. 반지에 박힌 보석은 사파이어(sapphire)다. 이때 당시 앙리 4세가 교황으로부터 왕비와의 결혼무효 판결을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가브리엘은 ‘왕과 약혼한 애첩’이었다. 그래서 가브리엘은 왕이 준 귀중한 증표를 손가락에 끼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가브리엘의 반지는 단순한 약혼반지가 아니다. 왕권의 존엄성과 명예를 상징하기 때문에 가브리엘의 정치적 권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가브리엘은 왕의 조언자가 되었고, 그에게 가톨릭으로 개종할 것을 권유했다. 따라서 그림 속 반지는 왕과의 약혼을 알리는 증표임 동시에 ‘여왕을 넘어선 애첩’이었던 가브리엘의 권위를 돋보이게 하는 어트리뷰트(속성, attribute)다.

 

 

 

 

 

 

 

 

 

 

 

 

 

 

 

* 진중권 《성의 미학》 (세종서적, 2005)

 

 

 

진중권은 반지를 색다르게 해석했는데, ‘여성의 성기’를 암시하는 상징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자매의 근친상간 관계를 상상하기도 하는데, ‘터무니없는 상상’이다.

 

왕과 가브리엘 사이에 세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1599년에 왕은 가브리엘과 정식으로 결혼하기 위해 마르그리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나 결혼식이 거행되기 일주일 전에 가브리엘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이때 그녀의 나이는 스물다섯 살이었고, 임신 6개월이었다. 가브리엘이 사산아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지지만, 그녀가 독살당했다고 주장하는 음모론도 있다.

 

 

 

 

 

 

 

 

 

 

 

 

 

 

 

 

 

* 박경성 《레오나르도》 (서문당, 1992)

* 루치아 임펠루소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림으로 읽기》 (예경, 2008)

 

 

 

《레오나르도》 (서문당, 1992)라는 책은 가브리엘 자매를 그린 그림에 ‘두 비너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몸에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는 여인을 봤을 때 에로틱의 대명사 ‘비너스(Venus)’를 떠올렸던 걸까. 그렇지만 16세기 후반 작자 미상의 프랑스 화가가 그린 그림이 1519년에 세상을 떠난 다 빈치의 작품으로 소개된 내용은 잘못된 정보다.

 

 

 

 

 

 

 

 

 

 

 

 

 

 

 

* 에이민 E. 허먼 《우아한 관찰주의자》 (청림출판, 2017)

 

 

 

이 그림을 보는 관객들은 벌거벗은 자매를 쳐다보는데 집중한 나머지 ‘그림 속 그림’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림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자매 뒤에 또 다른 그림이 있다는 사실조차 언급하지 않는다.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뜻밖의 사실을 잘 보지 못하는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에 빠지게 된다. 모델의 하반신만 보이는 그림의 정체와 의미에 대해 자유롭게 추정할 수 있다. 그림 속 모델이 남자라면 전쟁의 신 마르스(Mars,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레스(Ares)’), 아름다운 소년으로 알려진 아도니스(Adonis)일 수 있다. 아도니스는 사냥하는 도중 멧돼지의 엄니에 찔려 죽고 마는데, 땅바닥에 누워 죽어가는 아도니스의 모습은 화가들이 즐겨 그리던 소재였다. 두 사람 모두 공통으로 비너스가 홀딱 반한 남자들이다. 모델이 여자라면 누워 있는 비너스를 그린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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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9-1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림 한번 얄궃구만.ㅋ

cyrus 2017-09-13 16:59   좋아요 0 | URL
아마도 왕을 위해서 야릇하게 그렸을 거예요. ^^;;

sprenown 2017-09-1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군요...미술사학자들이 괜히 있는게 아니구요

cyrus 2017-09-14 13:48   좋아요 0 | URL
미술사학자들이 발견하고, 확인한 내용 중에는 추정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술을 공부하면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

페크pek0501 2017-09-1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가 중에는 동성애자가 많은 것 같아요. 예술과 동성애,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cyrus 2017-09-14 15:21   좋아요 0 | URL
정말 어려운 질문이군요. 동성애자 예술가는 아웃사이더입니다. 주류가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도전 정신이 있었을 겁니다. ^^

2017-09-13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14 13:50   좋아요 0 | URL
그림 속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미술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

꼬마요정 2017-09-1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의 미학‘이랑 ‘그림에서 보석을 읽다‘ 재밌게 봤습니다. 책과 마찬가지로 그림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는데, 아직도 저는 그림이 어려워요 ^^

cyrus 2017-09-14 13:52   좋아요 0 | URL
제가 책으로만 미술을 공부했는데요, 저도 아직 그림 보는 것을 몰라요. ^^

2017-09-14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14 21:01   좋아요 0 | URL
미술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합니다. 미술 전문가라고 해서 그의 해석이 무조건 볼 수 없죠. ^^
 

 

 

 

제게 저만의 글쓰기 원칙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출판사의 리뷰 청탁을 받으면 그 사실을 반드시 리뷰에 명시할 것. 두 번째, 출판사로부터 받은 홍보용 책에 문제점과 한계가 보이면 그 책이 가루가 될 때까지 비판할 것. 비판도 한 권의 책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세 번째, 나온 지 얼마 안 된 신간도서를 읽고 나면 항상 마이리뷰를 먼저 쓸 것. 일명 () 마이리뷰, () 마이페이퍼 방식입니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나오는 신간 도서에 저 또한 누구 못지않게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간 도서를 주로 소개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형 독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일을 의무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책을 읽어야겠다.’라는 생각만 하는 독자와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독자는 다릅니다. 실천에 방점을 두는 독서가 제가 지향하는 독서관(reading viewpoint)입니다. 책을 사지 못하면, 도서관에 빌려서 읽습니다. 원하는 책을 도서관에서 만나려면 적어도 한 달은 기다려야 합니다. 내 손으로 종이를 쓰다듬고, 눈으로 문장을 어루만져야 책이 살아 숨 쉽니다. 책을 가까이하면 내 피부에 와 닿는 책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책의 숨결은 코와 입으로 들어와 우리 뇌와 마음속으로 흘러들어 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증발합니다. 그 느낌의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서 리뷰를 씁니다. 저는 이 단순하고도 시간이 많이 드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 다치바나 다카시 지식의 단련법(청어람미디어, 2009)

 

 

 

어떤 종류의 책에 관심이 있더라도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지식의 단련법(청어람미디어, 2009)에 보면 아무 목적 없이 스크랩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사람의 사례가 나옵니다.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일은 시간 낭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자료만 잔뜩 모아 놓기만 하는 것입니다. 이 일에 익숙해지면 입력의 양이 출력의 양보다 많아져서 넘치게 됩니다. ‘출력을 전제로 한 독서를 해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면 착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자신은 분명히 이 책을 한 번도 읽은 적 없는데 그 책을 읽었다고 믿게 되는 거죠. 지금보다 더 미숙했을 때 제가 이런 착각 속에서 살았습니다. 어리석었던 저를 구제해준 사람이 다치바나 다카시였습니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사실은 지난달에 나온 신간도서를 소개하는 글을 써야 해서 미리 사정을 밝혔습니다. 앞서 언급한 세 번째 원칙에 따르면 신간도서를 읽었으면 마이리뷰로 소개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오늘만 특별히 그 원칙을 어기려고 합니다.

 

 

 

 

 

 

 

 

 

 

 

 

 

 

 

 

 

  

* 권택환 맨발 학교(만인사, 2017)

* 유병찬 소리 없는 빛의 노래(만인사, 2015)

* 박진형 고마 됐다(만인사, 2016)

 

 

 

지난주 일요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이틀 전입니다. 대구시인협회장이자 만인사 대표인 박진형 선생님과 알라딘에서 ‘yureka01(유레카)’이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유병찬 님을 만났습니다. 그 날 세 사람은 달성습지 산책로를 맨발로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박 선생님과 유레카님은 요즘 맨발 걷기에 꽂혀 있습니다. 유레카님은 저에게 맨발 학교(만인사, 2017)라는 한 권의 책을 권했습니다. 이 책이 바로 제가 오늘 소개할 신간도서입니다.

 

사실 저는 일요일 전까지만 해도 맨발 걷기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어요. ‘맨발로 땅을 걸으면 가시가 박혀서 따갑지 않을까?’, ‘잘못 하면 발바닥에 생채기가 생겨서 세균에 감염되면 어쩌지?’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걸어보니까 괜찮았습니다. 처음에는 피부에 닿는 작은 모래 알갱이 때문에 따끔거리는 고통이 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이 점점 줄어듭니다.

 

 

 

       

 

 

맨발로 땅을 걸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일요일 대구의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았습니다. 세 사람이 달성습지를 걸었던 시간이 정오에서 오후 1시 사이였습니다. 태양 빛을 받아들인 땅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시간대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땅바닥이 뜨겁지 않았습니다. 뜨겁다기보다는 따뜻했습니다. 양말과 신발을 신었을 때 발에서 느끼는 따뜻함과 다릅니다. 양말과 신발을 오래 신은 채 걸으면 발바닥에 땀이 생기고, 답답한 느낌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맨발로 걸으면 발이 시원합니다. 햇볕을 받은 땅을 직접 밟아보면 차가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발바닥이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기운과 맨발을 감싸는 바람을 감지하기 때문입니다.

 

맨발 학교의 저자 권택환 씨는 맨발 걷기 교육 문화 보급에 앞장서는 교육인입니다. 이 분은 지금도 매일 한 시간씩 맨발을 걷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 뇌와 마음 건강에 미치는 맨발 걷기의 긍정적 영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맨발 학교의 책 분량이 얇고, 이 책의 핵심 주제는 단순명료합니다. 그냥 걸으면 됩니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보다 흙이 있는 곳에 걸어야 합니다. 흙이 있는 곳에는 분명히 꽃과 나무가 있습니다. 꽃과 나무가 있다면, 그 주변에 곤충이 날아다닐 겁니다. 흙이 있는 곳을 맨발로 걸어 다니면 우리가 살면서 지나쳤던 자연의 진짜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예쁜 꽃을 만나면 다가가서 코끝으로 인사를 나눠도 되고요, 스마트폰으로 굳어진 목을 살짝 위로 올린 채 걸으면 푸르른 하늘 위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을 볼 수 있어요. 한결 마음이 편해져요. 맨발 걷기는 돈 안 들이면서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입니다.

 

맨발 걷기를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맨발로 어떻게 사람들 앞에 걸어요? 창피한 일이에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맨발을 걸으면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invisible gorilla experiment)’는 인지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심리 실험입니다.

 

 

 

 

 

 

 

 

 

 

 

 

 

 

 

 

 

*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보이지 않는 고릴라(김영사, 2011)

* 에이미 E. 하먼 우아한 관찰주의자(청림출판, 2017)

 

 

 

검은 셔츠 셋, 흰 셔츠 셋, 모두 여섯 명의 학생들이 팀을 이뤄 농구시합을 하고 있습니다. 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를 세는 게 이 실험의 과제입니다. 1분도 채 안 되는 실험 영상 중에는 고릴라 옷을 입은 학생이 등장해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하고 지나갑니다. 그런데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절반가량은 고릴라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맨발로 걸으면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눈 뜬 장님이 됩니다. 주변 시선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저는 맨발 걷기 문화 정착에 찬성하지만, 이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에 창조력 함양을 포함한 저자의 관점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저자가 참고한 책 중에 이승헌 씨의 책도 있던데, 책 후반부에 맨발 걷기 교육과 뇌 교육을 연관 지어 설명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저는 이승헌 씨의 뇌 교육과 그가 관여한 활동을 과학적인 관점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책의 구성이 아쉬웠습니다. 처음에 했던 내용을 문장을 바꿔서 재차 강조하는 글쓰기는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책의 가치가 낮아집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맨발 학교를 직접 사서 읽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제 글이 알라디너의 선택에 노출된다고 해도 출판사 판매 수익, 저의 ‘Thanks to 적립금적립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 책마이페이퍼로 소개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맨발 걷기는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에 불과했던 걷는 행위와 다릅니다. 맨발 걷기는 눈을 뜨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명상운동입니다. 호흡과 발걸음을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흙과 숲이 있는 곳에서 맨발로 걸으면 주변 풍경이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올 것입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숲 사이로 비치는 따스한 햇살, 새 소리, 풀 향기들이 여러분들의 지친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이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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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12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걷는 모습에서 맨발로 첨 걸어보는 티가 팍팍 나는 cyrus님 ㅋㅋㅋㅌ

cyrus 2017-09-12 20:40   좋아요 0 | URL
저때가 출발점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걷고 있었습니다. 역시 처음으로 맨발로 걸으니까 발바닥에 통증이 찾아왔어요. 지금도 발바닥이 조금 얼얼합니다.. ㅎㅎㅎ

이하라 2017-09-12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발로 처음 걸어보는 티가 난다면 왼쪽분이 cyrus님이로군요^^

cyrus 2017-09-12 20:4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진을 다시 보니까 초짜와 고수의 차이점이 느껴집니다. ^^

stella.K 2017-09-1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뒷모습 얼핏 보니 생각 보다 호리호리 하네.
동안일 것 같군.
뭐 유레카님은 아저씨니까.ㅋㅋ
암튼 좋은 시간이었겠네.^^

cyrus 2017-09-12 23:26   좋아요 0 | URL
한 시간 걷고나서 박진형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시는 화가의 아틀리에도 구경했어요. 정말 특별한 일요일이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9-1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발걷기가 무좀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yrus 2017-09-12 23:28   좋아요 1 | URL
《맨발 학교》에도 맨발 걷기 이후로 무좀이 줄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플라시보 효과인가요? ㅎㅎㅎ

yureka01 2017-09-12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흙과 내 발바닥의 촉감의 느낌. 전해져 오는 대지의 온도...대기의 기온 이런 것들의 내재됨.. 좋은 시간이었어요..사진 한장 찍을 수 있는 행복..ㅎㅎㅎㅎㅎ네 그럼요....
인류가 신발은 신었던 기간은 몇천년도 안되죠,맨발은 수만년이었을 겁니다.잃어버린 본질의 촉감이라고나 할까 싶습니다..

cyrus 2017-09-12 23:30   좋아요 1 | URL
제가 유레카님을 만나지 않았으면 평생 접하기 힘든 경험과 새로운 만남은 없었을 겁니다. ^^

곰토낑 2017-09-1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국 곳곳에 맨발로 산책할수있는 길이 조성되있는건 아는데 실제로 걸어본 적은 없었어요. 곤충이나 돌조각, 유리조각 같이 발바닥을 상처입게할 요소들만 생각해서 저어되더라구요... 그런데 흙길을 맨발로 산책하기엔 여름이 더할나위없이 좋아보이네요. 파삭파삭하고 자근자근한것이...ㅋㅋ 그런데 글을읽다 깜짝 놀랐어요 ^^; 자정에서 1시라고 하셔서 새벽산책이신줄...ㅎㅎㅎ

cyrus 2017-09-12 23:36   좋아요 0 | URL
맨발 산책로가 단순히 건강 증진에 목적을 두고 만들어지는 게 아쉬워요. 그런 길 대부분은 딱딱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어요. 정말로 도시에서 흙길을 만나기가 어려워요.

저의 실수를 정확히 발견하셨군요. ‘정오‘라고 써야할 것을 ‘자정‘으로 잘못 쓰고 말았어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글은 북플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서 지금 당장 수정할 수 없어요.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군요. ㅎㅎㅎ

clavis 2017-09-1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걷고싶어져요^^!!

cyrus 2017-09-12 23:40   좋아요 0 | URL
맨발로 걸으면 발이 시원해집니다. 신발이 없으니까 발이 움직일 때 가벼운 느낌이 들어요. ^^

2017-09-13 0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9-13 12:57   좋아요 0 | URL
대학생 시절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밤 11시만 되면 졸려서 책을 못 읽겠어요. 이렇다보니 금방 읽을 수 있는 얇은 책만 찾게 됩니다.. ㅎㅎㅎ

뇌호흡을 뇌과학이 인정한 현상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sprenown 2017-09-1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양말을 벗고 싶군요..나도 저렇게 어기적 대면서라도 한번 걸어볼까나?

cyrus 2017-09-13 12:59   좋아요 0 | URL
회사에 있으면 슬리퍼를 신고 다닙니다. 그래야 발이 시원해지고, 발냄새가 날아갑니다.. ^^;;

페크pek0501 2017-09-13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세 분이 만들어낸 작품이네요...

저도 보이지 않는 고릴라, 경험했어요. 글을 읽기 전에 사진만으론 맨발인지 몰랐습니다. ㅋ

cyrus 2017-09-14 13:54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의 글을 읽을 때 정작 중요한 내용을 못 보고, 엉뚱한 내용만 보는 경우가 있어요. 또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는데도 오타를 발견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

오후즈음 2017-09-14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래 머물렀던 프라이부르크에선 간혹 맨발로 다니는 유럽인들을 볼수 있었는데요. 그들을 볼때마다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도시는 어려우니 간혹 저렇게 자연과 친해지고 싶네요.

cyrus 2017-09-14 13:56   좋아요 0 | URL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자연친화적 장소가 많을 것 같습니다. 맨발로 걸으면 자연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