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 닭을 낳는다 - 생태학자 최재천의 세상보기
최재천 지음 / 도요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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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나라의 대중적인 과학자들

우리나라 대표적인 대중적인 과학자를 뽑으라고 하면 주저없이
정재승 카이스트 박사와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라고 말할 것이다.
지금은 이 분들의 책들 말고도 대중들을 위한 과학 도서가 많이 출간되고 있다.
다만, 두 분이 썼던 책들은 스테디셀러를 기록 중이다.
정재승 교수는 <과학 콘서트>는 9년 전에 초판이 나온 뒤로
M 방송사 선정 도서 이후부터 더욱 더 인기를 끌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최재천 교수는 정 교수의 <과학 콘서트>와 같은 대박 도서는 없다.
하지만 <과학 콘서트>와 같은 해에 출간된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고 읽고 있으며
책 속의 글이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다.
고등학교 1학년용 국어(상)의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이다.
그리고 <생명이...> 출간 2년 전에는
<개미제국의 발견>이라는 책을 쓰기도 하셨는데
당시 한국 출판계를 휩쓸고 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와 더불어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개미 관련 대중 도서'로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두 분의 공통점은 과학의 대중화를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이 있으나,
이 밖에도 사회, 문화, 예술 등 서로 다른 분야를 과학 분야와 접목하여
경계 없는 학문을 드나들며 넓은 식견을 자랑한다.
정 교수는 최근에 소설가 김탁환 씨와 공동으로 과학소설을 펴냈으며
최 교수는 그 이전에 인문학의 도정일 영어학 교수와 함께한 대화를 책으로 옮긴

<대담>(휴머니스트, 2005)이라도 책도 출간하여
과학과 인문학에 대해서 논하기도 했다.

그래서 항상 느낀 것이지만 최 교수의 글은 과학 교수답지 않게 문학적이다.
본인도 어렸을 때 글 쓰는 것이 좋아서 백일장에 상을 타봤다고 하셨는데
그때부터 문학적 관심과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예전에 호주제 폐지 문제에 대해서 
과학적 방식으로 접근하여 폐지 찬성을 주장하였다.
그래서 폐지 반대에 있는 보수주의자들에게 인신공격 및 인터넷 테러를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호주제 폐지 판결을 이끌어내는데 큰 기여를 했다.
(재미있게도 호주제 폐지 찬성에 관여한 인사들 중에는
최재천 박사의 동명이인이 前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며 변호사인 최재천 씨도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다

가끔 그의 에세이집을 읽다 보면
호주제 폐지와 관련된 내용부터 시작해서 남녀 차별과 여성 권익 보호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전공인 생물학 지식들을 버무려
생물학도 공부하고 사회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독서를 할 수 있다.
비록 출간된 지 몇 년이 지난 것이라서 글의 신선함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의 재미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에세이집을 읽으면 읽을수록 다시 한 번
사회 문제에 대해 성찰할 수 있기에 아직도 유효하다. 
 

<알이 닭을 낳는다>는 역시 2001년에 첫 출간되어
5년 뒤에 개정판이 나왔으며 이듬해에는 개정 2판이 출간되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몇 년이 지난 글들을 읽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책에도 역시 9년 전 사회 핫 이슈였던 호주제와 관련된 글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때 미국 대선에 출마한 조지 W. 부시와 엘 고어도 등장한다.
그 중에 선거 운동 중에 엘 고어가 부인과의 키스에 대해서
생물학적으로 설명한 글이 있다.
최 교수는 부인과의 키스를 통해 가족 사랑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부각시켜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떤 글에는 엘 고어와 같은 환경주의자가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알다시피 엘 고어는 투표 때문에 억울하게 선거에 패하게 되었다.
또 최근에는 엘 고어와 그의 부인은 이혼을 했다.
새삼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알이 닭을 낳는다>의 내용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타임머신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듯이 

그의 글을 통해 과거에 있었던 사회문제들을 볼 수가 있다.
비단 타임머신은 시간을 거꾸로 갈 수 있을뿐만 아니라
시간을 앞당겨서 미래의 사회 모습을 볼 수도 있다.   

  

 

 

 9년 후, 지금은..... 
   

최 교수는 남자도 미래에는 여자처럼 화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 생물 번식에 대한 궁극적인 결정권이 있다는
성 선택론을 기반으로 미래에 남자들은 여자의 선택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화장과 성형 수술을 할 것이며
이에 더불어 남자 전용 성형외과가 생길 것이라며 미래에 나올 신종 사업도 예상한다.
최 교수가 이 글을 쓴 지 9년 후, 지금 그가 예언한 것이 적중되었다.
과거 여성들은 취업의 첫 관문인 면접 시험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성형 수술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자들도 성형 수술을 하고 있다.
바늘 구멍만한 취업문을 뚫기 위해서이다.
예전보다 여자의 권위가 상승되어 일방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선택하여 짝을 짓는 시대는 끝났다.
요즘 30명의 여자들이 출연하여 한 명의 남자를 선택하느냐 마느냐 하는
새로운 미팅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요즘 남자들, ‘결못남’이라는 한다.
결혼과 출산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여자들이 이제는 ‘선택’ 으로 받아들이면서
결혼을 못하는 남자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이 결혼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1억이 넘는단다.
결혼 자금 대부분은 신혼집 마련에 사용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결못남’ 이 만나게 되는 첫 번째 벽이 자금이다.
자금이 없어서 ‘결못남’ 이 생기는 것이다.
안 그래도 우리 나라 인구, 남자가 여자보다 많아서
결혼할 여자도 부족하다는 마당에 여자들은 결혼을 하기 싫어하고,
결혼하려고 하면 턱없이 부족한 돈 때문에 어려워지고.....
앞으로 남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 
 

  

 

 알면 사랑한다

미래의 모습을 예상하는 글을 보면서
몇 년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저자의 안목이 놀랍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눈 앞에서 펼쳐진 글 속의 미래 모습이 그리 밝지 않아서 씁쓸하다.
이런 사회는 남자들만 좋은 것은 아니다.  

결혼률이 하락하면 동시에 출산율도 떨어진다. 

이대로 가다가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그래서 결혼을 둘러싼 남녀의 상반된 입장을 그대로 방관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딱히 구체적인 대책 방안은 없다.   

그 전부터 정부의 출산율 하락에 대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제자리걸음이다. 

그리고 여성의 결혼 기피는 정책학적으로 접근한다고해도  

금방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여성이 결혼을 안 한다는 것 자체가  

개인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며  

단순히 사회경제적 요인보다는 여성들의 심리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남녀가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세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봐야만 할 뿐이다.

 

최 교수가 항상 말하는 것이 있다.
“알면 사랑한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에 대해 알고 이해해주면 사랑이라는 큰 결실을 맺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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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이야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8
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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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87] 코

 

 

 

 

 코의 행방불명 
 

만약에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봤는데 자신의 얼굴에 코가 사라졌다면?
상상만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서 난감하면서도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면서 스스로 기겁할 것이다.
한 개의 호흡 통로는 사라지고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할 것이다.
축농증이나 비염과 같은 코와 관련된 질환에 걸려본 사람을 알 것이다.

코가 막혀서 입으로만 숨을 쉬는 것도 불편하다는 것을.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꽃들의 냄새를 맡지 못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코가 사라지게 되면 사회 생활이 불가능하다.
코 없이 밖에 돌아다녀 봐라.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코 없는 당신에게 집중할 것이다.
그러면 외모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고,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집에만 있는 폐쇄적인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이 가상의 이야기의 결론은
코 하나의 상실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존재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이야기를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완벽한 과학적(?) 성형 의술의 힘을 빌어  

어떻게든 인조 코를 만들어 다닐 수도 있다.
냄새를 맡지 못하고 숨 쉬는 것이 불편해도
인조 코 하나만 달고 있어도 사람 만나는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코가 없어진다는 가정 하의 여러 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는데
비약이 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새 발의 피다.
이것보다 한술 더 떠서  

자신의 사라진 코가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콧대 높은 자의 콧대 꺾기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 소설인 <코>에는
앞에서 상상했던 ‘코의 행방 불명 + 살아 움직이는 코’ 라는  

주제가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소설에 나오는 러시아의 관리 꼬발료프는 낮은 계급이지만
관리’ 라는 꼬리표가 있어서 허세를 부리는 인물이다.  
어느 날, 면도 후 코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코를 찾아야한다는 심정으로 미친 듯이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코를 찾았지만..... 꼬발료프는 눈 앞에서 펼쳐진 황당한 장면에 까무러친다.
코가 사람처럼 행세하는 것 아닌가.
그것보다도 더 황당한 것은 코가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관리라는 점이다.
꼬발료프는 공손하게 고급 관리 코에게 자신의 신체 일부분임을 설명하나
코는 자신보다 낮은 계급인 꼬발료프의 말을 무시한다.
퇴짜 맞은 꼬발료프는 코에게 무시당했다는 점에 분통을 느낀다.
코의 상실감으로 인해 낙심한 가운데 엉뚱하게도
거리를 지나가던 경찰관 덕분에 잃어버린 코를 되찾았다.
일단 코를 되찾기는 했으나, 문제는 원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코를 붙이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으나
코는 얄밉게도 자신의 얼굴에 붙여지지 않았다.
의사를 만나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하였으나
의사의 처방은 그냥 코 없이 살아라고 말한다.
코를 원래대로 붙일 수 없다는 사실에 반쯤 포기한 상태에서 코발료프는
잠을 자게 되는데, 다음 날 아무 일 없었다듯이 코가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완전한 형태의 얼굴로 돌아온 모습에 꼬발료프는 무척 기뻐한다.
그리고 며칠 전 코가 없어서 쩔쩔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평소대로 면도를 하면서 관리 특유의 허세를 부린다.

이야기는 짧고 설정도 황당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나 그렇다고 가볍게 볼 소설은 아니다.
고골은 코를 비유하여 당시 러시아 관리들을 조롱하였다.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관리나 사람들 앞에서는 콧대 높이면서 위풍당당하다가
계급이 높은 사람을 만나면 위축해지고 아부를 떠는  

러시아 관리들의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꼬발료프의 행동은 계급 사회에서는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직장에서는 보다 높은 직책으로 승진하기 위해서  

윗사람 앞에서 굽실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TV에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던 사람이
막상 카메라가 없어지면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으려하고,
자신의 정치 행적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으면 들어 보려고 하지도 않고  

어떻게든 입 막으려고 한다.
단지, 자신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쓰고 싶은 거 쓰면서 자신의 배만 채우기에 급급하다.

고골은 <코>를 통해 희화적으로 콧대 높은 자들의 콧대를 꺾고 있는 셈이다. 
 

  

 

 주종(主從) 관계의 전복

<코>의 황당무계한 플롯은 한편으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 소설을 보는 거 같다.
그의 글도 우리가 평소에 상상하지 않았던 요소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 모음집 <나무>(열린책들, 2003)에 보면
‘조종(操縱)’ 이라는 소설이 있다. 거기에는 왼손이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고골의 코처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왼손은 자신의 생각을 종이에 글을 써서 나타낸다.
소설 속의 왼손은 주인이 오른손잡이라는 사실에 실망하여 반란을 일삼는다.
주인이 왼손으로 무엇을 할려고 하면 행동을 거부한다거나
시키지도 않은 짓을 저지른다. 심지어 잠을 자는 주인의 목을 조르거나
주인이 깊은 잠에 빠진 사이에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결국 왼손에 굴복한 주인은 왼손과 오른손에게  

서로 협력 계약을 맺어주고 양손잡이가 된다.
그리하여 왼손이 그 주인을 마음대로 조종하게 되면서
결국 왼손이 인간의 ‘주인’ 이 된다는 것으로 끝나게 된다.

고골의 <코>와 비슷한 장면이 떠올린다.

얼굴에 붙어있었던 코의 주인은 꼬발료프였다.  

하지만 코가 떨어져나가고 고급 관리가 되면서
상황은 바뀌게 된다. 코가 주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주종(主從) 관계의 전복’ 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고골의 작품은 1836년에 발표되었다.
베르베르의 상상력의 독특함은 둘째 치더라도, 수백 년 전에 고골이 이미 
베르베르式 플롯의 소설을 썼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무관심당한 자들의 반란

고골의 <코>는 환상적이며 일반적인 소설 플롯과 다른 특이한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내용이 뭔가 부실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코>를 읽으면서
이야기 전개상에 나타난 공백에 대해 다양한 상상과 문제 제기를 할 수가 있다.
나도 이 이야기를 읽고 난 후,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꼬발료프의 코는 왜 이유 없이 사라지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을까?

읽어보면 코가 꼬발료프의 얼굴을 떠난 정확한 이유에 대한 장면은 어디에도 없다.
물론 <코>가 러시아 관리들을 조롱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코가 허세 부리는 관리 꼬발료프에게 ‘X 먹어라’ 라고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베르베르 소설의 왼손처럼 무관심만 받고 있던 코가
관심을 자기에게 집중시키려는 주인에 대한 역행적 행동일 수도 있다.
베르베르의 <조종> 결말과의 차이점으로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조종>의 왼손은 반란 투쟁에 성공하여 결국에는 주인을 지배하는 반면,
꼬발료프의 코는 일시적인 반란일뿐,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주인이 오른손잡이라서 자신을 무시하는 왼손이 제멋대로 행동하듯이
코도 다른 신체 부위보다 관심을 받지 못해 질투가 나자
‘나에게도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세요’ 하듯 가출을 한 셈이다.
코가 가출하고 나서 고급 관리로 변신하고 나서야
꼬발료프는 평소에 느껴보지도 못했던 코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드디어 코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꼬발료프는 원래대로 돌아오도록 종용하지만
코가 예전의 서러움이 생각나서 주인 꼬발료프를 무시한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이라는 것은 숨 쉬고 생각하고 말하면서 움직이면서도 
평소에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러다가 불의의 사고로 신체 일부가 없어지고 나서야
신체 존재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는다.
코 말고도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신체 부위가 있다.
눈은 작지만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부위다.
눈이 없으면 어둠만 있을 뿐이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게 된다.
우리는 손톱에 때가 끼거나 좀 길어지면 깎아야한다는 점에 불만을 가지게 마련인데
손톱이 없으면 손발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손은 물건을 집을 때 손에서 발생하는 힘을 받쳐주는 작용을 하는데
없어지게 되면 물건을 집을 수가 없다.
발톱도 그렇다. 발 다리가 있어도 발톱이 힘을 받쳐주지 못해 서 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새끼발가락이 없어진다면?
우리가 서 있을 때 새끼발가락의 부재(不在)로 인해 몸의 균형이 깨진다.
그러면 오래 서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 몸에 이루어져 있는 모든 신체 기관과 부위의 메커니즘에 의해서
‘인간’ 이라는 하나의 집합체가 구성되고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베르베르의 소설처럼
모든 신체 부위들이 인간의 주인이고
인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냥 신체 부위가 움직이고 싶은 것에 따라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종이 아닐까하는 발칙한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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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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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행복이란 우리 밑바닥에서부터 후두부까지 사이에 있는거야.
일년에 백만 루이를 쓰건 백 루이를 쓰건,
우리 마음속에서 본질적으로 느껴지는 정도는 같은 거라네.-1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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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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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부엌보다 더 아름답지 않으면서도 썩은 냄새는 더 나는 거라네
인생의 맛있는 음식을 훔쳐 먹으려면 손을 더럽혀야 하네.
다만 손 씻을 줄만 알면 되지. 우리 세대의 모든 윤리가 거기에 있네.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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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홀로 깨어 - 최치원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7
최치원 지음, 김수영 엮음 / 돌베개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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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시오, 청산이 좋다는 말 마오
정말로 산이 좋으면 뭣하러 나오시오?
두보 보오. 나의 훗날 자취를
한 번 청산에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니
- 산에 나오는 중에게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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